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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호주] 착륙하는 비행기에 ‘레이저 빔’ 쏜 10대 소년 체포

    [여기는 호주] 착륙하는 비행기에 ‘레이저 빔’ 쏜 10대 소년 체포

    호주의 한 10대 소년이 상공을 비행중인 여객기에 레이저빔을 쏜 혐의로 체포됐다고 나인뉴스 등 현지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전날 오후 7시 40분경,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16세 소년은 시드니 벡슬리에 있는 자신의 집 인근에서 시드니국제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를 본 뒤 해서는 안 되는 장난을 떠올렸다. 소년은 녹색 빛이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빔을 비행기 경로로 비췄고, 이를 인지한 비행기 기장은 곧장 공항 경찰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공항 경찰대는 녹색 레이저빔을 쏜 사람을 찾기 위해 헬리콥터를 출동시켰는데, 당시 소년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듯 헬리콥터 항로에도 레이저빔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를 레이저 공격의 표적으로 삼는 것은 항공기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조종사와 승객들의 시력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성능이 낮은 레이저라도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비행중인 조종사의 주의를 산만하게 해 사고를 유발할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는 항공기에 대한 레이저 공격 또는 장난이 증가했고, 뉴사우스웨일스 경찰은 이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적발 사례가 발생했다.뉴사우스웨일스 항공 수사관인 브래드 몽크는 공식 성명을 통해 “레이저빔은 조종사의 시력을 손상시키고 승무원과 탑승객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항공기에 레이저를 비추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몇 주 동안 호주 동부지역에서만 레이저빔 조준 사례가 12건이나 발생했다”면서 “지난달에는 45세 남성이 레이저빔으로 비행 중인 여객기의 조종석을 비췄고, 이 때문에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시력에 손상을 입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16세 소년은 경찰의 추적 끝에 체포됐지만, 현지 청소년법에 따라 형사 처벌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 합의 종용한 경찰관 고발당해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 합의 종용한 경찰관 고발당해

    십대여성인권센터, 혜화서 경찰관 직무유기 등으로 고발“피해자와 가해자 나란히 앉게 하고 고소장도 파기” 주장미성년자를 성매매에 끌어들인 범죄자를 정식 수사하지 않고 피해아동과 합의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피해자를 지원하는 십대여성인권센터는 11일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를 형법상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손상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센터에 따르면 피해아동은 지난해 12월 자신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B씨를 고소하기 위해 혜화서를 찾았다. 피해아동은 B씨가 자신에게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매매 알선을 제안하고 회유, 위협, 강요를 통해 성매매에 응하도록 했으며 이후 피해아동의 돈을 빼앗고 위치추적 앱을 통해 감시하는 등 스토킹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B씨를 정식 입건해 수사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인 B씨와 피해아동을 나란히 앉게 한 다음 B씨에게 빼앗은 돈을 피해아동에게 갚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또다른 성인 피해자의 고소장을 문서 파쇄기를 이용해 파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A씨가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자를 수사하지 않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지 않는 등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양측의 합의를 종용하고 고소장을 파기함으로써 마땅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지난해 11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으로 성착취(성매매) 피해아동은 모두 피해자로 보호받아야 하지만 수사기관이 법이 개정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거나 여전히 잘못된 수사 관행을 고수해 피해아동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번 사건은 성매매에 알선된 피해아동을 피해자로 보지 않는 수사기관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며 “전체 경찰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고발장 등을 면밀히 검토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미 최대 송유관 해킹, 다크사이드 소행 확인…주말 운영재개

    미 최대 송유관 해킹, 다크사이드 소행 확인…주말 운영재개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급부상한 신생 해킹 범죄단체인 ‘다크사이드’(DarkSide)라는 해킹 조직이 미국 최대 송유관 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송유관을 해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10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FBI는 다크사이드 랜섬웨어가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네트워크 손상에 책임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업체(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정부 기관들과 계속 협력해 조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해 중요 파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 뒤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다크사이드도 FBI 발표에 앞서 다크웹에 올린 성명을 통해 범행을 시사하면서 “우리는 비정치적이며 지정학적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특정 정부와의 연계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앤 뉴버거 백악관 사이버·신흥기술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서 다크사이드를 범죄 행위자로 보고 있다”며 “정보당국은 국가 단위 행위자와의 연계 여부도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크사이드는 동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러시아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다크사이드는 지난해 8월 이후 주로 영어권 서방 국가들의 80개 이상 기업을 상대로 랜섬웨어 공격을 저질러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랜섬웨어의 공격을 받아 멈춰 선 송유관이 정상화하기까지 며칠 더 걸릴 전망이다. 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이날 “일부 송유관이 단계적으로 재가동되고 있다”며 “주말까지 운영 서비스를 상당 부분 재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 송유관은 텍사스주 걸프만에서 동부 뉴저지주까지 8850㎞ 규모의 송유관으로 하루 250만 배럴의 휘발유, 디젤유, 난방유, 항공유 등을 공급한다.인구가 많은 미 동부 해안으로 향하는 이 회사 송유관에 의존하는 소비자는 5000만명이 넘는다. 송유관이 멈춰서는 바람에 유가가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으나, 조속한 정상화 기대에 힘입어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따뜻한 세상]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아요” 차에 깔릴 뻔한 차주 구한 청년

    [따뜻한 세상]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아요” 차에 깔릴 뻔한 차주 구한 청년

    회사 주차장에서 차에 깔릴 위기에 처한 고객을 보고 즉시 자신의 몸을 던져 구한 계약직 청년 사연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오전 9시쯤 경기도 수원 농협중앙회 경기영업본부 주차장, 운전석이 빈 SUV 한 대가 갑자기 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차주인 고객 A씨는 사고를 막기 위해 힘껏 밀었지만 여성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순식간에 10m가량 밀린 A씨는 결국 차에 깔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때, 현관을 나서던 농협중앙회 계약직 사원 권현우(27)씨는 현장을 본 즉시 달려가 A씨를 차 옆으로 밀어냈습니다. 그 덕분에 A씨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피했지만, 권씨는 뒤로 밀린 SUV와 주차된 차 사이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그는 손목 신경 끊어짐과 골절 등 크게 다쳐 현재 병원 치료 중입니다. 고객을 구한 권씨는 “손목 요골과 척골, 신경과 인대, 힘줄이 끓어지는 손상을 입었지만, 현재 많이 회복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당시 행동에 대해 그는 “다친 건, 사실 저도 많이 안타깝다. 하지만 제가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정말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물론 부모님이 속상해 하시지만, ‘만약 네가 용기 있게 뛰어들지 않아서 그분이 다치는 모습을 목격했다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잘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권씨는 “운전자분이 병원에 찾아오셔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너무 많이 우셨다”며 “제가 다친 것이 그분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분도 제게 미안한 마음 갖지 말고, 마음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후, 회사 측은 권씨에게 3개월 유급 휴가를 제공하고 산업재해 처리를 돕기로 했습니다. 또한 해당 유급 휴가 기간은 계약 기간 2년에 포함하지 않도록 본사에 요청했습니다. 더불어 권씨의 정규직 전환에 가산점을 주기 위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권씨는 “제가 다쳐 생긴 공백을 다른 분들께서 분담하여 처리해 주시고, 회사 차원에서도 제가 보상받을 수 있게 많이 노력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라며 주변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존재감 부재중…추억은 통화중

    존재감 부재중…추억은 통화중

    ‘친구에게 미팅이 취소됐다고 알려야 하는데, 앞사람이 엄청 길게 통화를 하네.’ 발을 동동 구르며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특히 1990년대 속칭 ‘삐삐’가 유행하면서 주말 오후 젊은이들이 몰리는 서울의 신촌이나 이화여대 주변 공중전화에는 항상 긴 줄이 이어졌다.하지만 2000년대 휴대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이제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줄었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 공중전화의 존재를 모르는 어린이들까지 많다.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의 KT 아현지사 건물지하 통신구 화재를 계기로 유선 긴급전화(공중전화)의 중요성이 회자됐다. 당시 화재로 무선전화 통신망이 손상돼 통화나 문자메시지 전송이 어렵자 주변 공중전화에 사람들이 마구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등장과 함께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공중전화의 현주소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조명한다.1889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공중전화는 대한제국 때인 1902년 3월 국내에 처음 상륙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화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서울 마포·도동(후암동 일대)·시흥·경교(서대문 일대) 등 4곳에 있는 ‘전화소’에서만 사용 가능했다. 전화소에는 전화 교환시설과 통신원 관리가 있었는데, 통화는 전적으로 통신원 관리의 재량이었다고 한다. 통화요금은 서울에서 인천까지 5분에 50전이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10분 이내의 시간제한이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면 돈을 더 내고 얼마든지 통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화 투입식 공중전화는 일제강점기인 1913년쯤 도입됐는데, 다이얼 없이 수화기를 들면 교환원에게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이후 1960년 6월 일본에서 사용하던 5호 자동식 공중전화기를 도입해 사용하기도 했다. 1962년 9월에는 첫 국산모델인 통신 1호가 등장하면서 무인 공중전화로 운영됐으나 도입 초기 전화기를 통째로 도둑맞는 등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이 기종은 애초 50환 동전을 사용했다가 1966년 5원짜리 동전이 등장하면서 개조를 거쳐 1970년대 초반까지 사용했다. 5원을 놓고 사용하는 국산모델 체신 1호가 나온 것은 1969년쯤. 체신 1호는 1977년 공중전화 요금이 도수당 10원으로 오르면서 10원짜리 동전이 사용 가능하도록 개조를 거친 뒤 1980년대 초반까지 사용했다.1978년에는 시외겸용 모델이 처음 등장했고 1983년엔 DDD전화라고 하는 국산 시외겸용형도 등장해 198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보급됐다. 2003년을 끝으로 철거됐지만, 직전 모델의 빨간색에서 은색으로 색상 변화가 있었고 동전 투입량·잔량이 전자식으로 표시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한 덕분에 우리 추억 속에 아직도 남아 있다. 공중전화카드의 출현과 함께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인 자기카드식 공중전화 또한 유명하다. 후속으로 오늘날까지 사용 중인 동전·IC 전화카드 겸용 공중전화 모델은 1995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기존 공중전화 기기에서 교통카드로도 전화를 걸 수 있는 모듈이 추가됐다. 공중전화의 전성기는 1990년쯤부터 2000년대까지다. 1990년쯤 일명 ‘삐삐’로 불리던 호출기가 등장하면서 공중전화가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80년 1만 3000여대였던 공중전화는 호출기의 등장으로 1990년 11만 6000대로 10배가량 급증했고, 2000년도에는 14만 6000대까지 불어났다. 무선호출기 덕에 치솟은 공중전화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자 90년대 후반에 기지국(주로 공중전화 부스) 근처에서 발신만 가능한 시티폰이 개발돼 반짝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부터 ‘1인 1전화’ 시대를 불러온 휴대전화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8만 8000대로 절반 가까이 줄더니, 다시 10년 후인 지난해에는 3만 4000대로 급감했다. 청소년은 물론 어린이들까지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이제는 거리에서 구경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전국의 공중전화는 KT의 자회사인 KT링커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공공재’라는 특성상 다른 기간통신사들이 ‘보편적 서비스’ 차원에서 손실부담금을 내 마지못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평생 안 쓰인다고 해도 공중전화 설치와 유지보수는 국가에서 주관하는 공공기간산업이기 때문이다.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도 재난상황을 대비해 주요 공공시설에는 공중전화를 유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버스터미널·기차역·지하철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만 일부 남아 있다. 현재 대부분 공중전화는 월 매출 1만원 이하이고 하루 매출이 1000원 이하인 곳이 대부분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공중전화는 국가의 공공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양한 변신으로 공중전화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기저귀 차고 생활” 간호조무사…당국 ”인과성 인정 어려워“(종합)

    “기저귀 차고 생활” 간호조무사…당국 ”인과성 인정 어려워“(종합)

    백신 맞고 사지마비 간호조무사“급성파종성뇌척수염 가능성”“백신 인과성 인정 어려워”“인과성 평가 근거 자료가 불충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40대 간호조무사가 사지마비 등의 증상을 보인 사례와 관련해 방역당국이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의 11차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지난 11차 회의에서 사망 및 중증 재심의 사례 각 1건, 신규 사례 32건(사망 12건, 중증 20건) 등 총 34건을 심의했다. 이중 40대 간호조무사 사례 등 재심의 사례 2건은 모두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당국 “인과성 평가 근거 자료가 불충분” 조사반은 “임상 경과와 영상의학 검사 등을 종합할 때 급성파종성뇌척수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며 “국내외에서 사례와 근거를 검토한 결과 백신 인과성은 인정되기 어렵지만, 인과성 평가를 위한 근거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인과성 평가를 위한 근거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라 해당 환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중증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의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현재까지 국내외에서는 이런 사례의 인과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이번에 만든 진료비 지원 대상으로 분류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A씨 남편 B씨 “아내, 기저귀 차고 생활” 앞서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간호조무사 A씨는 지난 3월 12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이후 그는 두통, 고열, 양안복시(시야가 좁아지는 증상) 등을 겪었고, 같은 달 31일 병원 입원 후 사지마비 증상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한 뒤 면역 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을 진단 받았다. 이는 항체가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바이러스로 오인해 파괴하는 희귀질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달 24일 병원에서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소 호전된 상태이지만 방광 쪽 신경 등이 손상돼 현재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간호조무사의 남편 B씨는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Z 접종 후 사지 마비가 온 간호조무사의 남편입니다’라는 청원글을 올려 치료·간병비 부담과 관계 기관 간 떠넘기기, 당국의 부작용 안내 부족 등을 지적한 바 있다. B씨는 현재 A씨가 통원치료를 통해 안과, 신경과 등 6가지 진료에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추진단은 오는 17일부터 백신 예방접종 후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이에 준하는 질병이 발생했지만 근거 자료가 부족해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환자를 대상으로 1인당 1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검찰은 사형 구형…‘정인이 사건’ 양부모 1심 선고 결과 주목

    검찰은 사형 구형…‘정인이 사건’ 양부모 1심 선고 결과 주목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입양한 뒤 학대를 일삼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재판 결과가 이번 주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이 구형된 양모에게 중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동학대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도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오는 14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와 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1심 선고 공판을 연다. 장씨는 지난해 6월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기소 됐다. 안씨도 아내 장씨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정인양은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돼 같은해 10월 서울 양천구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정인양은 사망 당일 학대로 인해 췌장이 절단되는 등 심각한 복부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당초 검찰은 양모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가 결심 공판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위적 공소사실은 살인죄로, 예비적 공소사실은 아동학대치사로 공소장을 변경해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명령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 보호관찰 5년도 요청했다. 양부 안씨에 대해서는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안씨에게도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명령 10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입양하지 않았으면 피해자는 다른 부모로부터 한창 사랑을 받으면 쑥쑥 자랐을지도 모른다”며 “피해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양돼 초기부터 귀찮은 존재가 됐고 수시로 방치당하고 감당 못 할 폭행을 당한 뒤 치료받지도 못하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반면 피고인들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장씨는 폭행과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 안씨도 일부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장씨가 아이를 학대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법정에서는 정인양이 사망하던 날 장씨가 병원에서 ‘정인양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도 어묵 공동구매에 나선 사실 등도 공개됐다. 사망 다음 날에도 지인과 “다음에 또 공동구매하자”는 등 평상시와 다름없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씨와 안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보면 장씨의 살인 고의성을 시사하는 내용과 안씨도 아내의 학대행위를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칭얼거리길래 때렸다”...2살 아이 학대한 양부 혐의 인정

    “칭얼거리길래 때렸다”...2살 아이 학대한 양부 혐의 인정

    A(2)양,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이송의료진, 머리 흔들려 뇌출혈 발생한 것으로 추정양아버지 “오전에 칭얼거려 손으로 때렸다”지난해 8월 한 입양기관을 통해 A양 입양 입양 후 양부에게 학대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진 2살 여자아이가 수술 후 반혼수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가천대 길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한 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길병원으로 이송된 A(2)양은 당일 뇌의 출혈 부위를 막는 응급 수술을 받았다. 당시 A양은 이미 뇌 상당 부분이 손상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겉으로 봤을 때 머리 부위의 외상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머리가 심하게 흔들려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A양의 엉덩이, 가슴, 허벅지 안쪽 등 몸 곳곳에서는 다친 시기가 다른 멍 자국도 발견됐다. 현재 A양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반혼수 상태다. 길병원 관계자는 “의학용어로 ‘코마’라고 하는 혼수상태로 보기에는 몇 가지 징후가 일치하지 않아 현재 반혼수 상태로 진단했다”며 “A양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A양의 양아버지인 30대 B씨를 전날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학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8일) 오전에 자꾸 칭얼거려서 손으로 몇 대 때렸고 이후 아이가 잠이 들었는데 몇 시간 지나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병원에 데려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이전에도 A양을 학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B씨와 그의 아내는 지난해 8월 한 입양기관을 통해 A양을 입양했다. 이후 A양과 관련한 학대 신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中 6년전 코로나 등 생물무기로 3차대전 준비” 美국무부 문건 폭로

    “中 6년전 코로나 등 생물무기로 3차대전 준비” 美국무부 문건 폭로

    중국의 과학자들이 지난 6년간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유전적 생물무기로 싸울 제3차 세계대전을 준비해 왔다는 사실이 미국의 조사기관들이 입수한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8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공개한 이 폭탄 보고서에는 이런 생물무기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를 사용하기 위한 완벽한 조건과 적국의 의료체계에 미칠 영향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중국 정부가 빠르면 지난 2015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군사적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이 최신 증거는 코로나19의 원인에 관한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켜 일부 당국자는 코로나19가 중국의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언’에 자세히 공개된 이 문건은 중국 인민해방군 과학자와 보건당국자가 작성한 것으로, 질병들을 조작해 무기를 만드는 방법을 유례 없는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 연구소의 활동에 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결여됐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향에 관해서 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문건의 저자들은 각각 화학전쟁과 핵전쟁으로 묘사된 제1, 2차 세계대전과 달리 제3차 세계대전은 생물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연구자는 또 일본에 투하된 두 차례 원자폭탄이 강제 항복을 하게 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생물무기는 제3차 세계대전에서 승리의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문건은 또 생물무기를 사용해 최대 피해를 일으킬 이상적인 조건을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강한 햇빛이 병원균을 손상할 수 있고 비나 눈이 에어로졸 입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맑은 날이나 한낮에 이런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대신 밤이나 새벽, 해 질 무렵 또는 흐린 날씨 속에서 풍향이 안정된 상태에서 사용해야 에어로졸을 목표 구역으로 흘러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문건은 또 이런 공격으로 병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를 급증하게 해 적의 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우려로는 우한 바이러스학연구소에서 진행된 중국의 ‘기능 획득’에 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에서 바이러스학자들이 더욱더 전염되기 쉽고 치명적인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 문서는 당 지도부에 조언하는 일부 사람의 야망에 관한 큰 우려를 제기한다”면서 “아무리 엄격한 통제 아래에 있어도 이들 무기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화학무기 전문가인 해미시 데브레턴고든도 “중국은 이런 실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연구소들을 규제하고 단속하려는 시도를 모두 막았다”고 말했다. 이 문건의 존재는 호주 언론인 섀리 마크슨이 쓴 신간 ‘우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What Really Happened in Wuhan)을 통해 지난 7일 처음으로 밝혀졌다. ‘유전적 생물무기로서의 신종 인공 바이러스’(New Species of Man-Made Viruses as Genetic Bioweapons)라는 이름의 이 문건은 “서로 다른 과학 분야의 발전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의 전달에 큰 진전이 있었다”면서 “예를 들어 미생물을 동결 건조하는 새로 발견된 능력은 생물학적 작용제를 저장하고 공격 중에 이를 에어로졸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분석가들은 이 문건의 저자들은 고위험으로 분류된 연구소에서 재직 중인 18명이라고 밝혔다. 피터 제닝스 호주전략정책연구원 원장도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는 앞으로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연구 능력에 명확한 구별은 없다. 왜냐하면 연구 능력이 공격적으로 사용되는지 방어적으로 사용되는지는 과학자들이 내리는 결단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만일 당신이 생물학적 공격으로부터 당신의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표면적인 기술을 쌓고 있다면 동시에 당신의 군인들에게 이 무기를 공격적으로 사용할 능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두 가지를 분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보기관들은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의 유출 결과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아직 이 바이러스가 의도적으로 유출됐다는 것을 암시할 만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AP, AFP/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정 많은 막내 아들이었는데”…컨테이너 사고 대학생 아버지의 절규

    “정 많은 막내 아들이었는데”…컨테이너 사고 대학생 아버지의 절규

    “대한민국이 알아야 합니다. 일하는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건 사람 잡는 도살장입니다.” 평택항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 도중 사고로 숨진 고 이선호군의 아버지 이재훈(58)씨는 7일 아들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격양된 목소리로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씨는 15일째 아들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그의 검지 손톱은 네모 반듯이 갈려진 상태다. 빈소를 찾아오는 정치인과 취재진에게 몇 번이고 손가락으로 사고 경위를 묘사하면서 손톱이 테이블과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도 빈소를 찾아온 취재진들에게 사고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 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지만…안전 지침 미흡” 이군은 지난달 22일 오후 4시쯤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상부의 지시에 따라 컨테이너 위 나무 조각을 줍다가 변을 당했다. 이씨가 세워져 있던 컨테이너 날개 아래쪽에서 일을 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지게차 운전기사 A씨는 이군의 반대편 날개를 쓰러뜨렸다. 그 반동으로 300㎏에 달하는 컨테이너 날개가 쓰러지며 그를 덮쳤다. 이군은 병원으로 호송됐으나 두개골 파열과 목뼈 골절, 폐 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사고 당시 제대로 된 구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그 무거운 철판에 사람이 깔려 숨이 터지고 머리가 터져서 피가 철철 나는데도 119 구조신고가 아니라 윗선에 보고를 했다”며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면 일단 살리고 봐야 하는데 윗선에 보고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이들은 현존하는 안전 지침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아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한다. ‘고 이선호군 산재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경기평택항만공사의 ‘안전관리지침’을 살펴보면 안전 교육 실시, 안전 장비 구비, 안전관리위원 배치, 수신호 배치가 규정되어 있다”며 “아버지인 이씨도 해당 항만에서 8년간 일용직으로 일하며 안전 교육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 많던 우리 선호…친구같은 막내 아들” 초코 과자를 좋아하고 장난기 많던 평범한 23살 대학생 이군은 이씨에게 삶의 희망이었다. 또 아들보다는 절친한 친구에 가까웠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목욕탕을 함께 다니며 사우나 안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가르치곤 했다”며 “군대 훈련소에서 유일하게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더라”고 전했다. 이군의 영정사진 앞에는 초코파이 3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가 생전 초코 과자류를 유독 좋아해 이군의 누나가 영전에 바친 것이다. 정이 많은 성격 덕분인지 이군의 주변엔 친구들이 많았다. 아직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찾아 이군을 그리워하며 밤을 지새운다. 고등학교 동창 김벼리(23)씨는 “선호가 성격도 착하고 친구들한테 정말 잘했기 때문에 친구들도 15일째 선호가 해줬던 대로 똑같이 돌려주고 있는 것”이라며 “술을 마시면서도 친구들이 미래가 막막하다고 토로하면 위로를 건네주던 친구였다”고 회상했다.“산업재해 국민적 관심 가져 달라” 아들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간 재해였지만 사회적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군의 유족과 친구들은 사회가 산업재해 사고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며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신문 취재진이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찾은 이군의 빈소에는 아버지와 매형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후 2시 20분까지 빈소를 찾은 일반 시민은 단 1명으로 대책위 관계자만이 접객실을 채웠다. 서울에서 빈소를 찾았다는 대학생 송상현(22)씨는 “나도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대학생으로 건설 쪽 일용직에 종사한 적이 있어 이군의 사고에 공감이 된다”며 “사고가 사회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많이 조명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이군을 고용한 원청회사 ‘(주)동방’과 정부 측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고 제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요구가 완벽히 이행될 때까지 이군의 빈소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씨는 “사업주가 내 마지막 삶의 희망까지 강탈해갔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이것이 장수 비결?…초백세인, ‘DNA 복구’ 효율 높이는 유전자 지녔다

    이것이 장수 비결?…초백세인, ‘DNA 복구’ 효율 높이는 유전자 지녔다

    105년 이상 산 사람들은 자기 몸이 DNA를 복구하는 능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특별한 유전자를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와 영국 등 국제연구진은 이탈리아에서 사는 105세 이상과 110세 이상의 초고령자 81명과 68세 전후의 고령자 36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DNA 복구와 세포 건강상태 그리고 손상 세포의 자멸과 관련한 특정 유전자의 변화는 105세 이상의 초고령자들에게서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극도로 오래 사는 사람들의 게놈을 이렇게 세밀하게 해독한 사례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결과는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 살면서도 어떻게 나이와 관련한 질병의 참상을 피할 수 있는지를 밝혀준다. 연구 주저자인 파올로 가라냐니 볼로냐대 교수는 “노화는 몇몇 만성질환과 증상에 관한 공통적인 위험 인자다. 우리는 105세 이상의 이탈리아인 유전자를 연구하고 이들을 같은 지역의 더 젊은 집단과 비교하기로 했다”면서 “이 젊은 연령층의 사람들은 많은 노화 관련 질병을 피하는 경향이 있어 건강한 노화의 가장 좋은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구체적으로 연구진은 이른바 준초백세인으로 불리는 105세 이상과 초백세인으로 불리는 110세 이상의 초고령자 총 81명을 모집한 뒤 평균 나이 68세의 건강한 고령자 36명과 비교했다. 연구진은 각 참가자의 혈액 표본을 채취해 전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시행해 초고령자와 고령자의 유전자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의 분석을 바탕으로 가라냐니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105~110세 이상과 120세 이상의 집단에 더 자주 존재하는 ‘COA1’과 ‘STK17A’라고 불리는 두 유전자 사이의 다섯 가지 일반적인 유전자 변화를 확인했다. 이런 결과는 100세 이상의 이탈리아인 333명과 60세 이상의 이탈리아인 358명을 비교한 이전 연구 결과와 대조돼 같은 유전자 변형이 10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도 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존 코호트 연구에서 유전적 변화는 STK17A의 특정 조직에서의 활동 증가와 관계가 있었다. STK17A는 DNA 손상에 관한 세포 반응, 위험한 활성 산소 수준, 손상 세포의 자멸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반면 COA1의 활동은 일부 세포에서 감소했다. 이 유전자는 세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기능 장애가 노화의 핵심 요소인 미토콘드리아와 세포핵 사이의 적절한 소통을 유지하는 열쇠가 된다. 게다가 연구진은 게놈의 이 부위 변화는 일부 조직에서 BLVRA의 발현을 증사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 유전자는 또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이에 따라 세포 건강에도 중요하다. 연구에 참여한 볼로냐대학의 생물인류학자인 크리스티나 줄리아니 박사는 “기존 연구에서는 DNA 복구가 여러 동물 종 전체에 걸쳐 수명을 연장하는 메커니즘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우리는 이것이 인간에게도 사실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풀스윙’으로 캐디 ‘실명위기’ 만들고 18홀 다 돈 50대 검찰 송치

    ‘풀스윙’으로 캐디 ‘실명위기’ 만들고 18홀 다 돈 50대 검찰 송치

    피해자 측 “아직도 피해 보상·사과 안해” 캐디가 앞에 있는데도 골프공을 치는 바람에 실명 위기에 처하게 한 50대가 검찰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남 의령경찰서는 중과실 치상 혐의로 50대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캐디 B(30)씨는 지난 2월 14일 의령군의 한 골프장에서 A씨 일행의 경기를 보조했다. 그러다 8번홀에서 A씨가 친 샷이 해저드(골프장 내 움푹 파인 웅덩이나 연못)에 빠지자 B씨는 ‘앞으로 이동해 다음 샷을 치라’고 안내한 뒤 공을 주우러 갔다. 그런데 A씨는 B씨가 앞을 지나고 있는데도 아무런 경고도 없이 그 자리에서 다른 골프공을 꺼내 골프채를 휘둘렀다. 공은 약 10m 앞에 있던 B씨의 안면을 그대로 강타했다. B씨는 코뼈가 부러지고 코 주변의 살점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다쳐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특히 눈에 받은 충격으로 각막과 홍채 사이에 손상이 생겨 안압이 급격히 상승, 잘못하면 실명까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을 의사로부터 들었다. 당시 그린까지 남은 거리가 150m나 되는 지점에 있어 A씨는 힘껏 ‘풀스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다친 상황에서도 A씨 일행은 캐디 교체를 요구한 뒤 18홀을 모두 다 돌고 귀가했다. B씨는 고소장에서 “A씨는 공을 치기 전 피해자에게 공을 조심하라는 취지의 경고를 해야 할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사건이 발생한 뒤 웃고 떠들며 끝까지 골프를 치고 병원에 실려간 저에게는 전화 한 통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입건했으나, 바로 앞에 캐디를 놓고 골프공을 친 점에 심각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중과실 치상으로 혐의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B씨는 통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흉터 제거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 B씨의 변호를 맡은 황성현 변호사는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아직 피해 보상과 사과를 하지 않았고, 변호인까지 선임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2040 권태감·몸살, 별거 아닌 게 아닙니다… 혹시 A형 간염?

    2040 권태감·몸살, 별거 아닌 게 아닙니다… 혹시 A형 간염?

    70년 이후 출생 예방접종 거의 안 해전체 환자 75%가 20~49세에 몰려 1회 접종 85% 항체 형성 ‘접종 필수’ 분변·입·오염된 음식물 등 통해 전염환자 접촉 1주일 내 접종해도 효과불결한 환경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후진국 병’으로 불리는 A형 간염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주당 환자수는 10주차(2월 28일~3월 6일)까지는 100명 이하 수준을 유지했지만 11주차부터 109명으로 급증한 뒤 최근(17주차, 4월 18~24일)에는 19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17주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면서 “17주차까지 총 1722명의 환자가 신고돼 2019년 대규모 유행을 제외하고는 2012년 이후 같은 기간 환자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20~40대에서 항체보유율이 낮거나 감염자가 많은 만큼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형 간염은 분변과 입 그리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된다. 입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간에서 증식하며, 10일 뒤부터는 혈액으로 이동했다가 대변으로 배출된다. 대변 내 바이러스 숫자가 가장 많은 시기는 임상 증상이 발생하기 2주 전으로 이때가 감염력이 가장 높다. A형 간염은 B형, C형 간염과 달리 만성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반면 B형 간염은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고, 일단 만성화하면 간경화나 간암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국내에 환자를 포함한 보균자가 전체 인구의 6∼7%인 300만∼350만명에 이를 만큼 전파력도 강하다. 주로 혈액이나 타액 등 체액, 보균자와의 성관계, 주사기 등을 통해 감염된다. 여성 환자가 출산할 때 아기에게 전파되는 모자 간 수직감염 사례도 많다. C형 간염도 자연회복이 잘되지 않아 만성 간염으로의 진행률이 무려 70∼80%나 되며, 이 가운데 20∼30%는 간경변으로 발전한다. ●A형 간염도 간부전·신부전 등 진행될 수도 A형 간염 역시 완전히 안심해서는 안 된다. 간부전, 신부전 등으로 진행돼 심하면 간이식을 해야 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사망률은 0.3~0.5%로 알려져 있다. 특히 40세 이상의 연령,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에서 A형 간염이 발병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증가한다. A형 간염의 증상으로는 고열, 권태감, 식욕부진, 복부 불쾌감 등이 있으며 70% 정도에서 황달이 동반된다. 보통 황달은 전신증상이 나타난 이후 일주일 이내에 나타난다. 확진은 A형 간염 항체 검사를 통해 가능하다. 윤아일린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검사 시 양성으로 나타나고, 특징적인 임상 징후를 보이는 경우 확진이 된다”면서 “보통 심한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1주일 이상 계속되면서 소변이 노랗게 변하면 A형 간염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A형 간염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A형 간염은 대부분 안정과 휴식 그리고 증상에 따른 대중요법으로 회복된다. 고단백 식이요법과 간에 휴식을 주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최근 A형 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이 인체 면역계의 균형 유지를 담당하는 면역세포와 연관 있다는 보고가 있어 간 손상을 최소화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A형 간염은 회복된 후에는 영구적으로 면역력이 생겨 다시는 A형 간염에 걸리지 않는다. 별다른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당국은 20~40대에게 A형 간염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연령대에 따라 20~30대(1981~2000년 출생자)는 항체검사 없이 예방접종을 받고, 40대(1971~1980년 출생자)는 항체검사 후 항체가 없을 경우 접종을 받도록 했다. 지난달 24일 기준 질병청의 ‘올해 연령별 A형 간염 신고현황’을 보면 총환자수 1722명 가운데 20~49세가 1291명으로 75.0%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20~29세 150명, 30~39세 483명, 40~49세 658명으로 나타났다. 항체보유율도 20~24세 34.0%, 25~29세 19.5%, 30~34세 20.6%, 35~39세 31.6%, 40~44세 47.8% 등으로 전체 항체 보유율 평균인 54.9%보다 낮았다. ● 2012년 이후 출생 영유아 무료 접종 장정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 간염 예방접종은 1회 접종 후 85%에서 항체가 생성되며, 6~18개월 후 추가 접종함으로 면역력이 생기며, 거의 100% 예방 효과가 있다”면서 “A형 간염은 2014년부터 국가 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돼 2012년 이후 출생 영유아는 무료 예방접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족 중에 A형 간염을 앓은 환자가 있으면 접촉 후 1주일 이내에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사후 예방책으로 효과적이다. 질병청은 “(우선) 신고된 환자를 보면 특히 30~49세가 많은데 이는 1970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위생상태 개선으로 어린 시절 A형 간염을 앓은 적이 없고, 예방접종도 받지 않아 A형 간염에 대한 면역이 없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면서 “무엇보다 20~40대 환자는 사회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시기이고 대다수가 증상이 나타나지만 바쁜 생활 속에 단순 몸살감기로 인식하고 간뿐만 아니라 합병증까지 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손 위생, 음식가열조리(1분간 85도 이상), 오염된 물 주의 등 위생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채소, 과일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겨먹는 게 좋다. 특히 어패류의 경우 반드시 85~90도에서 4분간 열을 가하거나 90초 이상 쪄서 섭취해야 하고, 상점과 식당에서는 안전성이 확인된 조개젓만 판매·공급해야 한다. 바지락과 같은 껍데기가 두 개인 조개류의 소화기관에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농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2019년 A형 간염 환자 증가 원인이 조개젓임을 밝히고, 섭취 중단을 권고한 이후 환자 발생이 급속히 감소했다”면서 “최근 A형 간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외식이 증가할 수 있어 A형 간염 예방수칙을 잘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균열 방치한 고가철도 무너졌다… 멕시코 시민 덮친 ‘시민의 발’

    균열 방치한 고가철도 무너졌다… 멕시코 시민 덮친 ‘시민의 발’

    열차 지나는 순간 철교 지지빔 와르르 아래 지나던 차량·사람들 잔해에 갇혀 2차 붕괴 우려 속 실종자 찾는 인파 몰려 3년 전 보강공사, 예산 없어 보수 지연작년까지 균열·부식 문제제기 잇따라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3일(현지시간) 오후 10시 30분쯤 고가철도가 무너져 고가를 지나던 지하철이 추락했다. 사고 직후 전해진 피해 상황은 최소 20명 사망에 70명 부상이었으나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멕시코 시민보호국은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 남동부 올리보스역 인근 지하철 12호선에서 사고가 발생했음을 처음 알렸다. 올리보스와 테존코역 사이 차도 위로 평행하게 놓인 메트로 12호선의 고가철교 구간이었다. 고가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열차가 곤두박질치며 바로 아래 차도를 덮쳤고 한밤 아비규환이 연출됐다. 현장을 찾은 클라우디아 샤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은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 철교의 지지빔이 무너졌고 그 아래를 지나던 차량과 사람들도 잔해 속에 갇힌 상태”라며 2차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객차에도 사람들이 갇혀 있어 한시가 급한 가운데 대형 크레인 투입이 늦어져 자정쯤 잠시 구조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사고 이후 샤인바움 시장이 지휘하는 현장 지휘본부가 꾸려지고 구조대가 투입된 사고 현장 주변엔 자신의 가족과 친구가 사망 혹은 실종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인파가 몰렸다. 평소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임신 6개월이어서 최근엔 집에 있었다는 아드리아나 살라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후 10시 50분쯤 친구와 연락이 끊겼다”며 26세 동갑 오스카 로페스의 생사를 수소문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부상자들은 사고 현장 주변 49개 병원으로 이송됐다.인구 900만명 멕시코시티에서 지하철은 하루 평균 450만명가량 수송한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방역 조치 때문에 일부 역을 폐쇄해 이용자가 줄었지만, 그 전 해인 2019년엔 한 해 16억 5500만명이 지하철을 이용했다. 멕시코시티 지하철은 남미, 북미를 통틀어 뉴욕 지하철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도심 지하철이다. 사고가 난 12호선은 멕시코시티의 12개 노선 중 가장 최근에 신설된 노선이지만, 2017년 9월 멕시코에서 강진이 발생해 멕시코시티에서 94명이 숨지는 등 사고가 난 뒤 지하철 노선의 고가 인프라 일부가 파손됐다. 이에 2018년 대대적인 보강공사를 실시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정비와 보수공사가 늦어지는 일이 반복됐고 지난해까지 올리보스역 주변 철교의 균열, 철교 기둥의 부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져 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당시 올리보스와 노팔레라역 사이의 기둥이 구조적 손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기술자들은 12호선의 고가 부분을 따라 300개의 기둥에 있는 철근에 대한 초음파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시민들 역시 2018년 이후 간간이 철로의 균열을 찍은 사진을 트위터로 공유하며 보강공사를 촉구했지만, 보수는 이뤄지지 않고 해당 트윗만 이번 사고로 인해 새롭게 주목받게 됐다. AP는 이번 붕괴로 2006~2012년, 12호선 건설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임하던 마르셸로 에브라르드 현 멕시코 외교부 장관에게 정치적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강공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12호선뿐 아니라 다른 노선에서 이번 사고의 전조 격인 사고가 겹쳐 일어났었다. 지난해 3월엔 타쿠바야역에서 두 대의 열차가 정면충돌해 승객 1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 1월에도 지하철의 한 변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6개 지하철 노선이 폐쇄되면서 여성 경찰관 한 명이 목숨을 잃고 최소 3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①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3일(현지시간) 오후 무너진 고가철교 위 지하철이 추락한 현장에서 늦은 밤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열차가 지나는 순간 지지빔이 무너져 뒤틀린 열차 안에 많은 사람들이 갇혔으며, 철교 아래를 지나던 차량과 사람들도 함께 매몰됐다. ②2017년 9월 지진이 발생하고 이듬해 보강공사가 이뤄진 직후에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심한 균열이 생겼던 고가철교의 모습을 전했던 트윗이 뒤늦게 다시 주목을 받았다.멕시코시티 로이터 연합뉴스·트위터 캡처
  • 멕시코시티 고가 철도 무너져 지하철 추락, 적어도 23명 사망

    멕시코시티 고가 철도 무너져 지하철 추락, 적어도 23명 사망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지하철의 고가 철도가 3일 밤(이하 현지시간) 무너져 이곳을 지나던 열차 여러 량이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적어도 23명이 숨지고 수십여명이 다쳤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멕시코 시민보호국(CNPC)은 이날 밤 10시 30분쯤 메트로 12호선 올리보스 역에서 참사가 벌어졌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클라우디아 쉰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은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2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병원으로 후송된 사람이 7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부상자 가운데 위중한 환자가 적지 않아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 쉰바움 시장은 사고 차량이 매우 약한 상태라 구조 작업이 중단됐다면서 추락한 객차를 안정시키기 위해 현장에 크레인이 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쉰바움 시장은 지하철이 지나갈 때 고가 철도를 지탱하는 기둥 하나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BBC 방송과 뉴욕 타임스(NYT)는 현지언론 엘 우니베르살을 인용해 2017년 9월 멕시코시티에 규모 7.1의 강진이 강타한 이후 메트로 12호선 고가 철도에 균열이 발생해 주민들이 붕괴를 걱정했다고 전했다. 당시 엘 우니베르살은 당국이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올리보스 역과 노팔레라 역 사이 고가철도 기둥에서도 구조적 손상을 발견해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300개 기둥을 보수했다고 보도했다. AP는 2017년 강진이 사고가 난 노선에 영향을 줬는지 분명치 않다고 짚었다. 하루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메트로 12호선은 도심과 시 남부를 잇는 노선으로 도심 구간은 지하이고 외곽 구간은 지상에 있다. 2012년 공식 개통돼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최근에 건설됐다. 이번 사고로 메트로 12호선이 건설될 때 시장이었던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무장관의 정치적 입지가 타격 받을 수 있다고 AP는 내다봤다. 에브라르드 장관이 시장 직에서 물러난 직후 설계와 공사가 잘못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2013년엔 노선 일부를 폐쇄하고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에브라르드 장관과 쉰바움 시장은 2024년 임기가 끝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후계자로 유력하게 꼽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멕시코시티에선 지난해 3월 타쿠바야 역에서 지하철 차량 두 대가 충돌해 1명이 죽고 41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2015년에는 오세아니아 역에서 차량 한 대가 제때 정차하지 못하고 앞차를 들이받아 12명이 다쳤다. 멕시코시티 지하철은 하루 400만명 이상 이용하며 미주대륙에서 미국 뉴욕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NYT는 설명했다. 멕시코 지하철의 연간 수송객은 16억명에 이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여수시, 침몰 차량에서 2명 구조 김진운 씨 의상자로 선정

    여수시, 침몰 차량에서 2명 구조 김진운 씨 의상자로 선정

    맨몸으로 차가운 겨울바다에 뛰어들어 침몰하는 차량에서 2명을 구조한 여수시민 김진운 씨에게 의상자 증서(9등급)와 보상금이 전달됐다. 시는 지난해 9월 김씨에 대한 의상자 선정 신청을 보건복지부에 의뢰한 결과 지난 3월 제1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인정됐다. 이에따라 시는 지난 3일 여수문화홀에서 열린 5월 정례회에서 의상자 증서와 함께 보상금을 지급했다. 김씨는 “현장을 목격하고, 구조해야겠다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무사히 구조돼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소중한 인명을 구한 점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큰 표상이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여수시 소호항 방파제에서 포터 차량이 해상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목격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이어 3m 높이에서 뛰어내려 추락 차량의 유리를 깨고 2명을 구조하다가 무릎연골 등이 손상돼 3차례 수술을 받았다. 의사상자는 직무와 상관없이 위험·재난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구하고자 자신의 생명과 신체 위험을 무릅쓴 채 구조행위를 하다 숨지거나 다친 사람이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뱃 속에 마스크 발견”…무심코 버린 마스크, 동물에겐 ‘독’

    “뱃 속에 마스크 발견”…무심코 버린 마스크, 동물에겐 ‘독’

    영국에서 한 반려견이 산책을 하던 도중 길에 버려진 마스크를 삼켰다가 패혈증으로 숨졌다. 3일 메트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 체셔주 체스터에 사는 엠마 폴의 반려견인 코카 스패니얼 종 ‘오스카’는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패혈증 진단을 받은 이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오스카는 산책 중 버려져 있는 마스크를 삼킨 것으로 전해졌다. 주인 폴에 따르면 오스카는 사망 이틀 전 평소처럼 산책을 하고 귀가했다. 폴은 “오스카는 기운이 넘쳤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 오스카는 평소보다 약간 가라앉은 모습으로 잘 움직이지 않고, 음식도 잘 먹지 않았다. 폴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오스카를 동물 병원으로 데려갔다. 당초 동물병원 수의사는 독극물 중독으로 판단했지만 엑스레이 촬영 이후 오스카가 패혈증에 걸린 걸 알게 돼 수술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스카의 장은 마스크 철사 때문에 이미 너무 많이 손상된 상태였고, 결국 수술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폴은 오스카의 죽음에 대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화가 많이 났다”며 “누가 의도적으로 죽인 것은 아니었지만 마스크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 너무 슬프다. 매일 오스카를 데리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그곳엔 많은 쓰레기가 있다. 남편은 아침 산책을 할 때마다 정기적으로 쓰레기를 줍는다”고 말했다. 폴의 가족은 사고 이후 산책을 하던 공원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다음은 숨진 오스카의 시점으로 쓴 안내문의 주요 내용이다. 이어 폴은 “아무 뜻 없이 한 행동이 어떤 비참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길 바란다”고 했다.한편 영국과 미국에서 개가 마스크를 음식으로 착각해 먹고 숨지거나 죽을 고비를 넘기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는 내구성이 뛰어나 잘 녹지 않고, 코 지지대용 철심이 장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미국 터프츠대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선 지금까지 마스크를 삼킨 개 10여 마리가 수술을 받았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부모 부주의에…인덕션에 화상 입고 아령에 발 찌이는 아이들

    부모 부주의에…인덕션에 화상 입고 아령에 발 찌이는 아이들

    공정위·소비자원, 어린이 사고 안전주의보 발령 최근 ‘홈코노미’(홈+이코노미) 문화가 크게 확산되면서 에어프라이어기, 운동기구 등에 의해 집 안에서 어린이들이 부상을 입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부모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다.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홈코노미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는 총 1278건으로, 이 가운데 87.8%(1122건)는 만 7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안전사고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위해정보의 89.6%(1146건)은 화상과 피부손상 관련 사고였고, 이외에도 뇌진탕·타박상(5.3%), 근육·뼈·인대손상(2.4%) 등의 사고도 있었다. 사고 원인으론 전기밥솥, 인덕션, 에어프라이어기 등 홈쿠킹 관련 제품이 70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에서도 92.0%에 해당하는 646건은 ‘화상’ 관련 사고였다. 지난해 한 만1세 남자아이는 자택에서 전기밥솥의 김이 나오는 입구를 오른손으로 잡아 화상을 입었다. 또 다른 만1세 남자아이도 작동 중인 에어프라이어를 직접 열고 그 안에 손을 넣어 1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인덕션이 달궈진 지 모르고 손을 댔다가 데었다. 고데기·헤어드라이어 등 뷰티케어제품 역시 가열된 제품을 만져 화상을 입는 사고가 빈번했다. 만3세 남자아이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눈썹칼을 만지다 손을 베이거나, 만1세 여자아이가 면봉으로 귀속을 찔러 피가 나는 등의 사고도 발생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크기가 작은 물건은 영유아 주변에 두지 않고, 보호자의 행동을 모방할 우려가 있으니 어린이가 보는 앞에서 크기가 작은 물건의 사용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만3세 남자아이가 실내 사이클을 돌리다 얼굴에 부딪히거나 만2세 여자아이가 쓰러진 아령에 발가락을 찌이기도 했다. 집 안 운동기구를 사용하고 제대로 뒷정리를 안 해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어린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열이 발생하거나 날카로운 제품은 어린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면봉·네일 장식 등 삼킴·삽입사고 위험이 있는 물건은 어린이가 보는 앞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운동기구는 평평한 바닥에 설치하고, 아령 등 작은 운동기구는 사용하고서 어린이가 접근하지 않는 별도의 장소에 보관할 것도 권고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뇌졸중 신약 ‘넬로넴다즈’ 국제특허 출원…지엔티파마 “5년 내 치료제 출시”

    뇌졸중 신약 ‘넬로넴다즈’ 국제특허 출원…지엔티파마 “5년 내 치료제 출시”

    ㈜지엔티파마(대표 곽병주)는 급성 뇌졸중 치료 신약후보물질 ‘넬로넴다즈(Nelonemdaz)’ 및 유도체에 대한 국제특허(PCT) 출원을 완료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번 국제특허는 △미국과 중국에서 정상인 16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중국에서 혈전용해제를 투여받은 뇌졸중 환자 23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국내에서 혈전 제거 수술을 받은 뇌졸중 환자 20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안전성은 물론 뇌졸중 환자에게서 현저하고 유의적인 장애 개선 효과가 입증돼 출원한 것이다.지엔티파마는 앞서 지난해 미국에서 우선권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번에 국내 뇌졸중 임상시험 결과와 동물실험 결과를 추가해 PCT 국제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 받았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뇌졸중은 심장질환에 이어 두 번째 사망 원인일 뿐만 아니라, 생존한 환자의 50%는 뇌 조직 괴사로 심각한 영구 장애를 겪는다. 뇌졸중 치료와 관련, 심근경색환자의 막힌 혈관을 뚫는 재관류 치료법이었던 ‘혈전 제거 수술’이 2015년부터 뇌졸중 환자의 표준 치료법으로 도입되면서 장애를 최소화 하는데 기여하고 있지만,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재관류 조직 손상과 출혈 부작용은 여전히 사망과 장애의 원인이 되고 있다. 뇌세포 보호 약물의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에서 수 시간 이내에 과량으로 방출되는 글루타메이트가 NMDA 수용체를 자극하면서 일차적으로 뇌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치료를 통해 혈관이 재개통되면 독성물질인 활성산소가 과량으로 생성되며 이차적인 뇌세포 사멸을 유발한다. 넬로넴다즈는 NMDA 수용체의 활성을 억제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함으로써 뇌세포 사멸을 방지하는 세계 최초 ‘다중표적’ 뇌세포 보호 약물이다. 1990년 이후로 다국적 제약사들이 수많은 단일표적 뇌세포 보호 약물을 개발해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부작용과 약효 부재로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NMDA 수용체 길항제나 항산화제와는 달리, 넬로넴다즈는 적정 용량의 800배까지 투여해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 재관류 치료를 받은 뇌졸중 환자에게서 유의적인 장애 개선 효과가 입증됐고, 재관류 치료 후에 나타나는 출혈 부작용을 억제하는 효과 역시 확인됐다.지엔티파마는 이러한 결과를 추가해 재관류 치료를 받는 뇌졸중 환자 및 혈전증 환자의 치료를 위한 넬로넴다즈의 용도에 대한 국제 특허를 출원한 것이다. 또한 중국 임상 파트너인 아펠로아제약과의 공동연구로 넬로넴다즈 제형의 안전성을 개선한 공정도 특허에 포함됐다. 지엔티파마 곽병주 대표이사(연세대학교 생명과학부 겸임교수)는 “넬로넴다즈가 뇌졸중 환자에게 안전할 뿐 아니라 재관류 치료 후 부작용을 막고 장애를 현저하게 줄여준다는 결과를 토대로 국제특허 출원을 완료하게 돼 기쁘다”면서 “혈전 제거 수술을 받는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신속하게 진행해 향후 5년 이내에 넬로넴다즈를 뇌졸중 치료제로 출시할 것”이라는 가시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한편,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넬로넴다즈의 임상 3상은 임상연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은 38개 중국 뇌졸중 센터에서 혈전용해제를 투여받는 뇌졸중 환자 948명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자식들도 문둥이 낙인 찍힐까봐… 지금도 선뜻 나서기가 두려워요”

    “자식들도 문둥이 낙인 찍힐까봐… 지금도 선뜻 나서기가 두려워요”

    “내 자식들만큼은 ‘문둥이’ 낙인이 안 찍혔으면 해서… 지금도 선뜻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을 상대로 지난달 19일 보상 청구에 나선 한센병력자(한센인)의 자녀인 김덕한(79·가명)씨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생의 회한을 떠올렸다. “한센병 환자의 자식이라는 얘기를 지금껏 아무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다”는 김씨는 미감아(未感兒)다. 미감아는 한센인 부부에게서 태어나 건강한 아이를 말한다. 정부가 김씨 같은 한센병 환자의 자녀를 별도로 분류·관리하기 위해 만들어 낸 용어다. 일본은 1930년대 제정한 ‘나병예방법’에 근거해 자국뿐 아니라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에서도 한센병 환자를 강제 격리했다. 전염을 막겠다는 명목이었다. 한센병은 유전 질환이 아닌데도 당시 유전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이러한 정책의 밑바탕이 됐다. 당시 한센병 환자들이 모였던 전남 고흥군 소록도 자혜의원(현 국립소록도병원)과 여수 애양원 두 곳에서는 단종(강제불임) 수술, 낙태, 강제노역 등의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해방 전 소록도에 강제 수용됐던 인원은 약 6000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 이후 우리 정부는 일제강점기 때 시작된 한센병 환자 강제 격리 조치를 1990년대까지 그대로 이어 갔다. 그로 인해 생긴 뿌리 깊은 차별과 편견 때문에 한센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완치 후에도 정착촌에서 계속 격리된 삶을 택하거나, 평범한 사회 생활을 하더라도 자신의 정체를 꽁꽁 숨겨야 했다. 정착촌은 한센병이 완치된 뒤에도 후유증 등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한센병 환자 또는 그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김씨는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 청구를 할 수 있게 돼 다행이지만 우리가 겪어 온 온갖 고초에 비하면 미약하다”며 80년에 가까운 한 서린 삶을 털어놨다. ●마취 없이 강제 불임수술한 건 고문 -일본을 상대로 보상 청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정부가 취약 노동자(일용직) 등에게 2주 자가격리하는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더라. 그걸 보면서 ‘한센병 환자는 물론 그 가족들은 정부 정책으로 평생 격리 아닌 격리 상태로 살아왔는데, 그에 대한 일본과 우리 정부의 사죄와 보상은 제대로 이뤄졌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한센병 환자들은 강제 격리 조치 당시 다른 국민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제로 수용됐다. 환자들 한 명, 한 명이 이 사회로부터 격리당해 평생을 설움 속에 살았다. 환자들은 애양원 밖의 외출이 아예 불가능했다. ‘문둥병’이라는 이름을 붙여 환자들을 경원시한 사회로부터 보상을 받고 싶었다. ●부모님과 함께 산 애양원이 그나마 행복 -한센인 가족으로 살아온 삶은 어땠는지. “내가 누구인지, 고향이 어디인지, 부모는 어디에 있는지 등 모든 걸 숨기며 살아왔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센병은 천형(天刑·하늘이 내리는 큰 벌)이라고 여겨져 왔다. 실제 내 호적은 만주 길림성으로 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부모님이 만주로 강제 징용됐다가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태어난 뒤 병에 걸리자 즉시 전남 여수 애양원으로 강제 이송됐다. 외부와의 출입은 차단됐지만, 내게는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어 그나마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애양원은 국립인 소록도 자혜의원과 달리 미국인 선교사가 지은 수용시설이다. 소록도만큼은 아니겠지만 이곳 역시 인권침해가 있었다. 한센병 환자에 대한 단종수술이 처음 시작된 곳도 애양원이다. 마취제 하나 없이 그런 수술을 했다는 것 자체가 고문 아닌가. 애양원 교회에서의 세력다툼에 휘말린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소록도 형무소로 끌려가면서 두살 터울의 여동생과 나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아버지는 다른 섬으로 도망쳤다가 죽도록 맞았다고 하더라. 열 살 때쯤의 일이다. 보육원을 나오며 여동생과도 헤어지고 또 다른 보육원과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헤어진 부모님의 생사는. “부모님은 내가 40대가 되어서야 다시 만났다. 한센병 완치 후 대부분 환자들이 그렇듯 정착촌으로 옮겨 사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녹내장으로 실명하신 데다 한센병 후유증으로 병세가 악화돼 돌아가셨다. 한센병은 피부가 곪고 신경이 마비되는 병이라 완치가 되더라도 사지의 감각을 잃는 등의 신경 손상 후유증이 남는다. 어머니는 후유증이 거의 없으셔서 꽤 모시고 살았다.” ●평생 받은 괄시와 배척 보상받고 싶어 -차별과 편견으로 가장 상처가 된 기억은. “한센병 환자의 가족이라고 얘기하는 순간 받게 되는 괄시와 배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당시에는 한센병에 대한 인식이 그랬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래서 부모님이 왜 안 계신지를 학교 다니면서 단 한번도 입밖에 낸 적이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학교를 갔다. 면담을 위해 부모님을 모셔 오라는 선생님 말을 듣지 않아 엄청나게 맞았던 것 같다. 6학년 때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부모님이 왜 못 오시는지 입을 다무니까 부모가 사상범이냐고 의심하더라. 어린 마음에 큰 상처가 됐다. 결혼할 때도 배우자에게 부모에 대한 얘기를 아무것도 못했다. 어머니를 모시게 되면서 아내가 사실을 알게 됐다. 달라진 아내의 눈빛에 내심 서럽고 상처받았다. 지금도 자식들에게 내 얘기를 숨기는 건 한센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 때문이다. 내 자식들마저 ‘문둥이 자식’이라는 소리를 차마 듣게 할 수는 없다. 한센병력자의 가족이란 걸 내 자식들 배우자와 그들의 집안이 알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전후 세대는 전부 어렵게 살았지만 그중에서도 나 같은 사람들은 최악의 밑바닥 생활을 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책을 가까이 해 지금도 글을 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면서 저 하늘의 별을 따라 불가능한 것을 손에 넣으려면 불가능한 것을 시도해야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십시오. 진실은 휘어질 수 있을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습니다.’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데 라만차’에 나오는 구절인데 이걸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다. 안 그랬으면 진즉에 고꾸라졌을 것 같다. 보육원도 여러 곳을 옮겨 다녔고, 친척 집을 전전해 눈칫밥을 먹으며 살았다. 주변의 수군거림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니, 운 좋게 미국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신학교에 진학했다. 학비 전액을 대줬다. 신학교 재학 중에 중매로 결혼도 하고, 번듯한 직장에 입사하는 기적도 찾아왔다. 이후 목회자로 살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남았지만 내 성장 과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애양원에서 부모님 사진 보고도 말 못해 -시간이 흐른 뒤 애양원·소록도를 찾은 적이 있는지. “여러 차례 갔다. 애양원에서 선교 활동을 한 손양원 목사의 순교지라 다른 목사들과 함께 갔었다. 그곳에 아버지와 어머니 사진이 걸려 있었지만 우리 부모님이란 말은 못했다. 한센병력자 가족이란 사실을 알면 ‘문둥이 자식’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니까 모른 척했다. 아버지와 내 이름만 대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이들도 남아 있었지만 꾹 참았다. 어릴 때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기도 했다. 애양원 시절 이웃집에 살았던 이들과는 다행히 아직 연락이 닿는다. -한국한센가족보상청구변호단이 2, 3차 피해자 추가 발굴을 한다는데. “전국 100여곳에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이 정착촌을 형성해 고립돼 살아간다. 한 곳에 1000명 이상이 모여 있는 곳도 있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으려면 1945년 해방 전 출생자여야 한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다. 그동안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은 차별과 편견의 고통 속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들 안에서 구심점이 생기기가 어려웠다. 나 역시 공론화를 시키고 싶었지만 내가 겪은 고통이 자식들에게 전가될까 두려웠다. 국내에서는 2011년 첫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된 지 5년여 만인 2017년에 정부로부터 강제로 단종·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병 환자 19명에 대한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뒤늦게나마 한센병 환자의 가족에 대한 피해 보상도 정부 차원에서 책임 있게 이뤄지기를 바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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