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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 늑대 나올라 둥근달, 에휴~ 출근 걱정 불면의 밤

    아우~ 늑대 나올라 둥근달, 에휴~ 출근 걱정 불면의 밤

    1982년에 나온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직비디오나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 등 외국 영상에서는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나타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미치광이라는 뜻의 ‘루너틱’(lunatic)이 달을 의미하는 ‘루나’(luna)에서 유래됐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날 늑대인간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이상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그런 속설을 믿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13일의 금요일’처럼 보름달이 뜨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생각이 잠재의식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보름달이 늑대인간이나 불운을 부르지는 않지만 사람의 생체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생물학과, 예일대 인류학과, 아르헨티나 킬메스국립대 감각운동역학연구실 공동연구팀은 사람들의 수면 주기는 음력으로 한 달에 해당하는 29.5일이라는 음력주기에 따라 변하며, 보름달이 뜨는 날을 전후해 사람들이 잠을 덜 잔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월 28일자에 발표했다. 지구를 기준으로 달의 겉보기 주기는 음력에 해당하는 29.5일이지만 달의 실제 공전 및 자전주기는 27.3일이다. 연구팀은 남미 아르헨티나 포르모사주 토바콤 지역 3곳의 원주민 98명과 미국 워싱턴대 재학생 464명에게 손목시계 형태의 활동기록기 ‘액티와치 스펙트럼 프로’를 1~2개월 동안 착용하도록 한 뒤 수면 관련 활동을 조사했다. 토바콤 지역 3곳 중 한 곳은 전기가 전혀 공급되지 않았다. 다른 한 곳은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나머지 한 곳은 전기 공급에 문제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전력 공급이 원활한 도시 거주민들은 빛 공해로 인해 시골이나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지역에 사는 사람에 비해 수면 패턴이 불규칙하고 수면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조사 대상자들 모두 달의 29.5일 주기에 따라 수면 주기가 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름달이 뜨는 날 전후로 3~5일 동안 평균 46~58분 정도 수면 시간이 줄었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레이쇼 이글레시아 워싱턴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달의 변화 주기에 따라 생체시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과거에는 보름달이 뜨면 다른 때와 달리 밤이 밝아 야간 활동을 더 많이 했었을 것이고, 이러한 조상들의 행동이 전해져 내려온 데 따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뷔르츠부르크 율리우스 막시밀리안대 신경생물학·유전학과, 동물생태학·열대생물학과,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의학심리학연구소, 아르헨티나 킬메스국립대,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소(NIMH) 공동연구팀도 여성들의 월경주기가 달의 주기에 따라 변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월 28일자에 발표했다.연구팀은 35세 이하 여성 15명과 35세 이상 여성 17명을 대상으로 평균 15년 동안의 월경주기에 대한 장기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성의 월경주기는 26~35일 사이로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달의 자전주기인 27.3일보다 긴 월경주기를 가진 여성의 경우 35세 이하는 13.1%가, 35세 이상은 17.1%가 달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월경주기도 달라졌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손목밴드로 아동상태 확인 한다”…경기도 보육안전사업 추진

    “손목밴드로 아동상태 확인 한다”…경기도 보육안전사업 추진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태블릿PC로 어린이집 아동의 등원을 확인하고 손목에 차는 스마트밴드로 학대 여부나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보육안전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경기도 임문영 미래성장정책관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경기도 사람 중심 미래기술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도는 어린이집 1곳을 대상으로 실증화 시험 증인 ‘IT 활용 보육안전 시스템’을 올해 8월 시험이 완료되면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셔틀버스와 어린이집 입구에 태블릿PC와 리더기를 설치해 아이들이 드나들 때 얼굴을 인식하고 가방에도 스마트태그를 달아 출결 상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차에 타지 않거나 등원하지 않으면 바로 학부모에게 앱을 통해 알림이 전달된다. 손목에 찬 스마트밴드로는 아이들의 위치와 활동량, 건강 상태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장기적으로 이를 활용해 학대 의심 정황도 사전에 포착할 계획이다. 아울러 디지털 트윈(실제 공간과 동일한 가상공간)으로 보육시설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통합관제시스템을 통해 보육교사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한다. 또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으로 보육시설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보육 행정을 전산화해 보육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도는 마이데이터(개인정보자료)를 활용해 시기에 맞춰 개인 맞춤형 행정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오는 3월부터 청년기본소득·여성 취업지원금 등 5종에 대해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까지 60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기업과 기관이 개인 정보를 활용해 얻은 이익을 데이터 배당처럼 사용자에게 환원하는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도는 지난해 지역화폐 데이터 판매수익 일부를 지역화폐 사용자에게 되돌려주는 ‘데이터 배당’ 서비스를 시행한 바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중년 여성의 ‘소리 없는 뼈도둑’… 칼슘·비타민D 챙기세요

    중년 여성의 ‘소리 없는 뼈도둑’… 칼슘·비타민D 챙기세요

    폐경기 여성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꼽히는 게 골다공증 및 그로 인한 골절이다. ‘노년기의 불청객’ 골다공증 및 골절의 예방과 치료, 대처법 등을 알아본다.골다공증은 간단히 말해 뼈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뼈의 양이 줄어들어 뼈가 얇아지고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질환을 가리킨다. 골다공증은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골절이 발생하거나 이에 따른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오랜 잠복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고도 한다. 골다공증은 특히 폐경기를 겪은 중년 이후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국내 골다공증 진료 환자의 90% 이상이 여성이다.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병의 악화를 자각하지 못하고 골절이 발생한 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폐경기 여성은 골다공증에 관심을 기울여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일생 동안 오래된 뼈를 부수고 새롭게 싱싱한 뼈를 만드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 폐경기가 되면 칼슘을 뼈로 전달하는 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골밀도(뼈의 무기질 함량 척도)가 급속히 낮아진다. 50세 이상의 경우 여성은 10명 중 3~4명이, 남성은 10명 중 1명이 골다공증이다. 하정훈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여성의 골소실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현저히 증가하는데, 폐경기 이후 첫 5년 동안 골소실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척추·엉덩이뼈·손목 골절 많이 발생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모든 뼈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척추, 대퇴골(엉덩이뼈), 손목 등에서 잘 생긴다. 골다공증 골절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척추 골절이 생기면 키가 점점 줄어들고 허리 통증이 생기며 추가적으로 골절이 생겨 결국 허리가 꼬부라지고 지팡이에 의존하게 된다. 척추 골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술적 치료로 회복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척추 골절의 후유증으로는 진통제로 완화되지 않는 만성 통증, 척추 변형으로 인한 자세 이상, 심장·폐를 압박해 발생하는 심폐 기능 저하 등이다. 척추 골절이 발생하면 5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또 다른 척추 골절이 발생한다. 대퇴골 골절도 한번 발생하면 1년 안에 10명 중 3~4명이 사망하는 등 암 못지않게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골절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퇴골 골절은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데 수술 전후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손목 골절은 넘어질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이 손바닥으로 땅을 짚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성 통증, 손 활동 부자유, 손목 변형 등이 일어난다. ●칼슘-비타민D 섭취, 꾸준한 운동 중요 골다공증과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골밀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약물 치료 이전에 생활습관의 관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칼슘과 비타민D를 많이 섭취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등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칼슘은 골밀도 유지와 골절 위험을 낮추기 위한 필수 영양소다. 음식을 통한 섭취가 부족하거나 골다공증 환자에게는 칼슘 보조제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과다한 보조제 섭취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전 의사 상담이 필요하다. 비타민D를 같이 복용하면 칼슘 흡수가 촉진된다.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돕고 뼈와 근육의 기능 및 신체 균형 유지에 중요한 영양소다. 산책이나 야외 운동을 할 때 하루 20~40분 정도 햇볕을 쪼이면 비타민D를 충분히 합성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비타민D 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충분한 햇볕 노출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겨울에는 햇볕을 충분히 쬐기 어렵기 때문에 고령이나 골다공증을 앓는 사람은 비타민D 결핍 위험이 높은 만큼 의사와 상의한 후 비타민D 보조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 골다공증 환자는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하기 때문에 뼈의 강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균형감각과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운동은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하루에 30~60분, 1주일에 3~5일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걷기, 조깅, 테니스, 줄넘기, 계단 오르기, 아령 들기, 요가, 국민체조 등이 좋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해 점차 운동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운동을 중단하면 근력이 빠르게 소실되므로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낙상 예방 생활환경 만들어야 매년 65세 이상 노인의 3분의1이 낙상을 경험하며 이 중 40% 정도가 부상을 입는다. 외출할 때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집안의 낙상 위험 요인을 없애야 한다. 겨울철 외부활동을 할 때 미끄럼 방지를 위해 고무 밑창이 있는 낮은 굽의 신발이나 따뜻한 부츠를 신어야 한다. 물이나 광택이 있는 바닥, 타일 바닥은 피하는 게 좋다. 손을 항상 자유롭게 하려면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가방도 어깨에 메거나 배낭을 착용해야 넘어질 때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낙상과 척추 골절 위험은 집안에도 있다.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은 낙상뿐 아니라 허리를 구부리거나 바닥에 있는 물건을 줍는 동작으로도 척추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바닥이 아니라 앉거나 서서도 쉽게 손에 닿는 곳에 두어야 한다. 욕조나 샤워실, 화장실 옆에는 손잡이를 설치하고 바닥은 미끄럼 방지 고무 매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박상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치료가 쉽지 않아 노인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니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차별의 담장 넘긴 ‘진짜 홈런왕’

    차별의 담장 넘긴 ‘진짜 홈런왕’

    애틀랜타·밀워키서 755홈런 대기록신기록 근접 땐 백인이 살해 협박도바이든 美대통령 “미국의 영웅” 추모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홈런왕 행크 에런이 22일(현지시간) 8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는 소식에 각계의 추모가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트위터를 통해 “에런은 베이스를 돌 때 기록만 좇지 않았다. 에런은 편견의 벽을 깨는 것이 하나의 국가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줬다”며 “미국의 영웅”이라고 추모했다. 개인 통산 762개의 홈런을 친 배리 본즈는 “에런은 경기장 안팎에서 매우 존경할 만한 분이었다. 그는 상징이자 전설, 진정한 영웅”이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들은 당신을 롤모델로 삼고 꿈을 꿀 수 있었다”고 기렸다. 개인 통산 홈런은 본즈가 더 많지만 ‘금지약물 복용 파동’ 이후 많은 사람이 에런을 ‘진짜 홈런왕’이라고 부른다. ‘아시아 홈런왕’인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 회장도 “에런은 홈런, 타점 등 당시 세계기록을 세운 대단한 선수였다”며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현역이던 1974년 도쿄에서 열린 대결에서 에런은 홈런 10개를 쳐 9개의 오 회장을 눌렀다. 은퇴한 뒤인 1984년 재격돌했을 때도 홈런 4개로 2홈런에 그친 오 회장을 제쳤다. 에런은 1974년 4월 9일 개인 통산 715번째 홈런을 치며 MLB 홈런 역사를 새로 작성했다. 에런은 13시즌 MVP 투표에서 상위 10명에 들었지만 MVP로 선정된 것은 밀워키 브레이브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1957년이 유일하다. 특히 에런과 가족들은 백인 우월주의자의 협박에 시달렸다. 베이브 루스(1895~1948)의 714개 홈런 기록 경신 즈음에는 잇따른 살해 협박으로 연방수사국(FBI)의 보호를 받았다. MLB닷컴은 “당시에 ‘더그아웃에서 에런 옆자리는 늘 비어 있다. 총을 맞을 수 있으니까’라는 농담이 들릴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에런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1982년 8월 삼성 라이온즈의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에런은 홈런왕 비결과 관련해 “내 손목과 팔은 남보다 강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훈련 외에 홈런왕이 된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이만수(당시 삼성), 윤동균(당시 OB) 등 현역 거포와 홈런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1934년 2월 앨라배마주 모빌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에런은 1954년부터 1976년까지 23시즌 3298경기에 출전해 1만 2364타석, 3771안타(타율 0.305), 755홈런, 2297타점, 240도루를 기록했다. 애틀랜타와 밀워키 브루어스는 그의 등번호 44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앞서 에런의 딸은 애틀랜타에 살던 그가 22일 오전 별세했다고 밝혔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잉크젯 프린터로 간단히 뽑아 심박수 측정할 수 있는 전자섬유 나왔다

    잉크젯 프린터로 간단히 뽑아 심박수 측정할 수 있는 전자섬유 나왔다

    가끔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반드시 포함된 검진과목 중 하나가 심전도와 심박수 측정이다. 가슴과 손목, 발목을 차가운 알코올 솜으로 소독한 뒤 장치를 붙일 때 냉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할 때가 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런 불편함을 없애고 손쉽고 정확하게 심전도,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도록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프린터로 인쇄해 심박수,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전자섬유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연구진은 원하는 전극을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한 뒤 그 위에 반도체가 코팅된 전극 실을 굴려주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트랜지스터, 광다이오드 같은 섬유형 전자소자를 개발할 수 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실렸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전극, 절연막 등 층으로 구성된 광전자소자는 전극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소자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들기 위한 섬유형 전자소자는 쉽게 휘어져야 하고 얇은 실 위에 소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의 두께보다 크게 만들 수 없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실이나 천 위에 원하는 소자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하이드로젤 위에 프린트한 탄소나노튜브(CNT) 전극은 물에 떠 있는 것과 같아 그 위에 섬유를 굴리면 전극구조의 손상 없이 섬유표면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반도체층과 CNT 전극의 손상 없이 고성능 섬유형 소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CNT 전극이 감싸진 섬유형 트랜지스터는 1.75㎜ 구부림 반경까지 극단적인 상태로 구부려도 성능이 80%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또 연구팀은 CNT 전극의 반투명 특성을 활용해 섬유형 광다이오드도 만들었는데 넓은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 확인됐다. 섬유형 광다이오드를 LED 소자와 함께 천에 삽입해 골무나 장갑처럼 만들어 끼우면 손끝에서 흐르는 혈액양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빛을 혈관에 비춰 혈액 양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세기를 광센서를 이용해 측정하는 심장박동 측정법인 ‘광혈류측정’(PPG)로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임정아 KIST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손가락장갑형태 심박수 측정기는 현재 쓰고 있는 집게형 심박수 측정기를 대체함으로써 측정자의 불편함을 줄이고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심박수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라며 “실용화를 위해 소자 성능의 향상과 환경안정성, 내구성, 소비전력 등 개선을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예쁘게 생겼네, 며느리 삼고싶다” 10대 알바 강제추행 60대

    “예쁘게 생겼네, 며느리 삼고싶다” 10대 알바 강제추행 60대

    엉덩이 등 수차례 만져…벌금 300만원 선고 주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10대 여성의 신체를 수차례 만지는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60)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11일 오후 9시 49분쯤 강원 춘천시 후평동의 한 주점 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B(18·여)씨에게 다가가 “예쁘게 생겼네, 며느리 삼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B씨의 엉덩이를 4차례 만진 후 계속해서 B씨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허리를 두드려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면서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 점, 동종 전과가 없고 이 사건 공판 중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여자가 싫어” 차로 치고 흉기로 찌르고…2시간 동안 4연속 범행

    “여자가 싫어” 차로 치고 흉기로 찌르고…2시간 동안 4연속 범행

    여성이 싫다며 행인을 차로 들이받고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는 등 2시간 동안 4차례 ‘증오범죄’를 저지른 남성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1단독 김민상 부장판사는 ‘여성 혐오증’으로 애꿎은 시민을 차로 들이받거나 협박하고, 주거침입을 시도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재판에 넘겨진 A(48·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1시쯤 경남 김해시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던 중 차 앞으로 지나가는 20대 여성 2명을 차로 들이받았다. 별다른 이유도 없었다. 그저 여성에 대한 혐오 때문이었다. A씨는 차에서 내려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병원에 가자’며 여성들을 차에 태우려 하다가 거절당하자 주먹질을 하며 강제로 끌어당겨 늑골골절 등의 상해를 가했다. 사건 직후 A씨는 김해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함께 타고 있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곧이어 귀가하는 20대 여성을 발견한 그는 피해자가 사는 빌라까지 따라가 주거침입을 시도했다. 또 김해의 한 중학교 인근에서 차를 몰다 60대 여성을 발견하고는 “길 좀 묻자”며 접근했다. 피해 여성이 그를 피하자 이내 흉기로 죽이겠다고 위협하다 오른쪽 손목을 찌른 뒤 도주했다. 4차례의 막무가내 범행은 모두 당일 오전 1시부터 3시까지 겨우 2시간 안에 벌어진 연쇄 범행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변호인은 치료감호를 요청하며 범행 당시 A씨가 정신질환 및 약물 과다복용 등으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지나가는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흉기로 협박해 그 죄질이 무겁다”며 “그 행위의 위험성 및 피해 정도를 고려할 때 피고인을 일정 기간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돌아온 전광훈 ‘노마스크’ 설교…전국 교회 순회

    돌아온 전광훈 ‘노마스크’ 설교…전국 교회 순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이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지지자들을 모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전라도 광주를 시작으로 대전 등 전국 교회를 순회하며 1000만명 조직을 결성한다는 것이다. 전광훈은 19일 전북 전주의 한 교회에서 외부인 접근을 막기 위해 예배당 문을 걸어 잠그고 설교를 시작했다. 유튜브 생중계화면에는 마스크 없이 설교하는 전광훈의 모습이 담겼다. 출입 당시 썼던 마스크는 전광훈 손목에 걸쳐 있었다. 전광훈은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지역주의 발언과 함께 “영적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이스라엘 민족처럼 ‘지파’를 세워 싸울만한 사람들을 ‘조직’해야 한다”며 ‘대국본(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어플리케이션(앱)’을 홍보했다. 전국 순회 기자회견 이후 오는 3월 1일 온라인 범국민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교회 근처를 지나던 주민들은 광복절 집회 때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코로나19를 퍼뜨린 장본인이 왜 전주에까지 와서 설교하는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발달장애인 걸음걸음 지켜주는 송파

    발달장애인 걸음걸음 지켜주는 송파

    ‘스마트 깔창으로 발달장애인의 실종을 막는다.’ 서울 송파구가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위치추적기가 내장된 스마트 깔창을 보급한다. 송파구는 지역 발달장애인 35가구에 위성항법시스템(GPS)이 내장된 스마트 깔창을 무료 지원한다고 18일 밝혔다. 발달장애인이 혼자서도 통학을 하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 가구를 우선순위로 선정하고, 사용방법 교육도 실시한다. 향후 사업의 효과와 이용자 만족도를 분석해 확대 지원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스마트 깔창은 GPS가 내장된 깔창이다. 발달장애인이 스마트 깔창을 넣은 신발을 신고 다니면 위치가 보호자의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통보되고, 지정된 거리나 위치를 벗어나면 곧바로 경고 문자메시지가 자동 발송된다. 기존에 사용되던 손목시계 형태의 ‘배회 감지기’는 낯선 물건에 거부감이 있는 발달장애인이 착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이 불편을 느끼지 않고서도 늘 착용할 수 있는 깔창을 제공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8000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이 실종되고, 이 중 약 60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발달장애의 경우 행동패턴 예측이 어려워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초기 발견이 매우 중요한 만큼 스마트 깔창 지원사업이 발달장애인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사업을 적극 발굴해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유승민 넘을 유승민 키즈… 만리장성도 탁, 허물자구

    유승민 넘을 유승민 키즈… 만리장성도 탁, 허물자구

    2019년 코리아오픈서 3-4 재역전패“수싸움 져… 그랜드슬래머 실감했죠세 명뿐인 도쿄올림픽 대표팀 들어서마룽과 재대결 벌일 날만 기다립니다”2019년 7월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남자단식 16강전. 당시 세계랭킹 2위의 마룽(33·중국)은 임종훈(24·KGC인삼공사)에게 혼쭐이 났다. 세계 23위에 불과했던 임종훈은 벼락같은 ‘백플릭’(손목을 축으로 아래에서 위로 라켓을 끌어올려 공에 회전을 주는 기술)과 날카로운 왼손 드라이브를 구사하며 승부를 마지막 7세트 듀스까지 끌고 갔다. 임종훈은 초반 두 게임을 먼저 내주고도 3-3으로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7번째 세트 7-10으로 밀리다 마룽을 10점에 묶어놓고 내리 4득점해 11-10으로 전세를 뒤집어 매치포인트까지 만들었다. 그렇지만 결국 13-11로 재역전당하면서 3-4로 패했다. 지난 11일 합숙 훈련을 하던 인천 계양구의 한 훈련장에서 만난 임종훈은 “수 싸움에서 밀렸다. 서브가 어떻게 들어올지 알고 있었지만 마룽은 그것마저 미리 간파했다”면서 “마룽은 대응에 한계를 느끼게 할 만큼 노련했다. 과연 세계에서 다섯명밖에 없는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것)다웠다”고 돌아봤다. 아쉽게 승부에서는 졌지만 임종훈은 “역전과 재역전 끝에 패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면서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뛰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훈은 세계 탁구를 호령하는 중국에 특히 강하다. 그는 2018년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오픈 32강전에서 당시 세계 4위이자 최고의 왼손잡이인 쉬신(31)을 4-1로 돌려세우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두 차례의 ‘사건’ 끝에 ‘중국 킬러’로 자리 매김한 국내 최고의 ‘왼손 에이스’인 임종훈은 대전 동산중학교 3학년 때 이미 실업팀 KGC인삼공사의 낙점을 받았다. 대전 봉산초등학교 재학 당시 학년별로 16명만 출전하는 우수선수 초청대회에 나가 당시로는 거금인 240만원 안팎의 상금을 매년 타는 ‘효자’이기도 했다. 이는 유승민의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이후 탁구 꿈나무 발굴을 위한 대회였다. 임종훈은 3학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4학년 준우승, 6학년 때도 다시 우승하면서 ‘유승민 키즈’로 쑥쑥 자라났다. 대만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표,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대표에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세계선수권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부산에서 예정된 세계선수권대회가 결국 취소되면서 아쉬움만 삼켰다.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이번 달 다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임종훈은 “마룽과 다시 맞대결을 벌일 때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래서 올해 목표도 이번 달 말에 열리는 미국 휴스턴 세계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다시 출전 자격을 얻는 것이다. 세 명만 뽑는 도쿄올림픽 대표팀에도 들어 메달까지 노리겠다. 마룽이 걷게 될 길이 나의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프로필 ▲1997년 1월 21일 대전 출생 ▲대전 봉산초-동산중-동산고-위덕대 ▲왼손 셰이크핸드 ▲2015년 KGC인삼공사 입단 ▲2017년 대만 하계유니버시아드 탁구 남자복식 은메달, 남자 단체전 동메달,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남자복식 우승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은메달,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남자복식 우승, 폴란드오픈 개인단식 우승,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3위, 중국오픈 남자단식 3위, 그랜드파이널스 남자복식 우승 ▲2020년 1월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
  • NBA 스타 앤서니 타운스 확진, 어머니 등 친척 7명 잃은 뒤

    NBA 스타 앤서니 타운스 확진, 어머니 등 친척 7명 잃은 뒤

    미국프로농구(NBA)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꼭 필요한 간판 스타 칼앤서니 타운스(26)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어머니를 잃고 친척 6명과 사별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양성 판정을 받아들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원정 경기 시작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는 미네소타 팀에서 밀접 접촉 관련 추적이 진행되면서 결국 연기됐다. 이번 시즌 경기가 연기된 것은 13번째다. 자가 격리에 들어간 타운스는 앞으로 당분간 경기 출전이 어려워졌다. 그는 이날 양성 판정 사실을 공개하며 “아버지, 누나, 조카들의 걱정이 크지만 꼭 (코로나19를)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게르손 로사스 미네소타 사장은 “그가 최근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칼은 우리 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로사스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NBA에서 그보다 많은 친인척들이 코로나19에 희생된 선수도 없다. 어머니 재클린은 간호사였는데 의학적으로 유도된 코마 상태에 있다가 지난해 4월 유명을 달리했다. 해서 대다수 미국인들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 타운스는 제발 심각하게 대해달라고 호소했던 몇 안되는 미국인 중의 한 명이 됐다. 그 뒤 삼촌, 할머니를 잃었다고 밝혔다. 타운스는 손목 부상 때문에 올 시즌 네 경기 밖에 뛰지 못했는데 팀으로선 그의 출전이 꼭 필요한데 안타깝게 됐다. 다만 그는 “이모 졸라니와 조카 막스에게 맹세하는데 난 할머니 옆에 나란히 누워 생을 끝내지 않을 것이다.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소프트웨어 프리랜서’도 7월부터 산재보험 적용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재해 위험이 큰 데도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소프트웨어 프리랜서에게 오는 7월부터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고용노동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지만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인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사, 화물차주 등 14개 직종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프리랜서를 추가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프리랜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제작, 생산, 유통, 운영, 유지·관리 등 분야의 노무를 제공하는 기술자를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정보기술(IT) 프로젝트 매니저, IT 컨설턴트, IT 아키텍트 등이다. 지난해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소프트웨어 프리랜서 근로환경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32명 중 33.5%만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고 있었다. 응답자 2명 중 1명이 저녁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휴일 근무는 3명 중 1명이, 밤 근무는 5명 중 1명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시간 노동으로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뇌심혈관질환, 손목터널증후군, 경추·요추디스크, 스트레스성 정신장애 등에 걸릴 위험이 높은 직종으로 꼽힌다. 실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프리랜서의 73.9%는 산재보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소프트웨어 업계 실태조사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소프트웨어 프리랜서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야간작업 근로자들이 어느 지역에서 일하든 특수건강진단기관에서 검사받을 수 있도록 일반검진기관을 특수건강진단기관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2023년까지 2년 연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소처럼 뚜벅뚜벅… 상맛 봤으니 올해 목표는 3위권”

    “소처럼 뚜벅뚜벅… 상맛 봤으니 올해 목표는 3위권”

    덩치는 산처럼 큼지막한 그가 지갑에서 조그마한 메모지를 빼 들었다. 깨알 같은 글자로 가득했다. 더블보기 10개 이하, 스리퍼트 1개 이하, 우승 3번, 평균타수 70타 미만…. 그리고 맨 끝에 가장 작은 글씨로 쓴 한마디, 몸무게 100㎏ 아래로 줄이기. 이원준(36)은 해마다 시즌 목표를 메모지에 적어 이를 뒷주머니에 늘 지니고 다녔다. 올겨울 가장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지난달 30일 인천 청라골프연습장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세운 목표 14개 중에 5개밖에 이루지 못했다”면서 “목록에도 없던 신인상은 받을 줄 미처 몰랐다”고 반색했다. 그는 최종전 당시 만 35세 16일로 2020시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최고령 신인왕(명출상)에 올랐다. 이원준은 “쟁쟁한 20대 후배가 받아야 할 상을 받아 어쩐지 쑥스러웠다”고 했다. 이원준은 호주교포다. 시드니올림픽이 열렸던 14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은 뒤 입문 3개월 만에 400m짜리 파4홀에서 잡은 생애 첫 버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프로골퍼의 길을 준비했다. 2005년 호주국가대표가 되고 이듬해에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가 선정한 세계아마추어 랭킹 1위에 올랐다. 프로 전향 이후 아시안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2부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등을 거쳤지만 별다른 성적은 내지 못했다. 이원준은 “욕심 때문이었다. 스스로 만든 압박감 탓에 번번이 무너졌다. 그걸 고치는 데 무려 13년이나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19년 6월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에서 프로 무대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때 골프채를 놓게 할 만큼 성가시던 오른 손목 부상도 털어냈다. 지난해 10월 전자신문 오픈에선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올해 그의 메모지는 어떤 목표로 가득할까. 이원준은 “2007년 초청선수로 데뷔한 매경오픈 이후 13년 만에 국내 투어에 정식으로 입문하고 첫해를 시작으로 매 시즌 1승씩을 했다. 올해도 빼먹지 않고 승수를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로 이후 ‘루틴’(습관)으로 삼았던 덥수룩한 수염도 이젠 깎으려 한다”고 다소 비장한 각오를 드러낸 이원준은 “(신인)상 맛을 봤으니 올해는 (제네시스)대상 3위 안에 들겠다. 큰 욕심을 내지 않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가면 머지않아 대상도 들어 올릴 것이다.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광주교도소 신입수용자 1명 코로나19 확진돼 출소...불구속 수사

    광주교도소 신입수용자 1명 코로나19 확진돼 출소...불구속 수사

    광주교도소의 신입 수용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출소했다. 최근 서울 동부구치소발 교정시설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고려한 조치다. 1일 교정당국에 따르면 수배자였던 A씨는 지난달 30일 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중 수사기관에 체포됐다. 이후 광주교도소 입소 과정에서 진행된 신속 항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독거 수용됐다. 하지만 다음날인 31일 체포 과정에서 받았던 코로나19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에 수사기관은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을 고려해 A씨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기로 하고 출소시켰다. 이날 교정당국은 전날 오후 5시 이후 추가 확진 판정이 나온 수용자는 없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체 교정시설 확진자는 968명이다. 이 중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923명이다. 동부구치소는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세가 심각하자 지난달 29일 수용자들에게 ‘전자보석 제도 안내문’을 공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보석 제도 도입 이후 미결수용자들에게 이 제도를 적극 홍보해 왔다. 동부구치소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으니 수용 밀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이 제도를 다시 안내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전자보석 제도에 따르면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은 재판부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손목시계형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석방될 수 있다. 불구속 재판 원칙 실현과 수용시설 과밀화 해결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전자보석 허용 여부는 법원이 판단한다. 전날 기관별 확진 수용자는 동부구치소 535명, 경북북부2교도소 345명, 광주교도소 21명, 남부교도소 16명, 서울구치소 2명, 강원북부교도소 6명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등장인물 수용 29세/ 벽을 허무는 집주인 이리 30세/벽을 허무는 집주인의 친구옥형(노파) 88세/벽이 허물어지는 집 아랫집 거주자 때2017년 어느 가을 곳수용의 집 무대 벽이 있다. 벽의 좁은 면이 관객을 향하고 있다. 벽을 가운데 두고 하수로 붉은 조명, 상수로는 햇살 같은 밝은 조명. 붉은 조명은 빌라 주민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 만든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의 붉은 천에 빛이 투과된 것이다. 무대 뒤쪽, 현관문이 벽과 같은 방향으로 있고 문과 이어지는 계단은 불투명한 박스와 닿는다. 박스는 사람 하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옥형의 집이다. 옥형은 수용의 집 아래층에 사는 노파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무대이니만큼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용의 집보다 위에 있다고 약속하자. 공업용 마스크를 낀 수용 하수 등장. 낡은 후드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수용은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지만 분무기와 김장비닐을 든 손에는 비장함이 은근하게 뿜어져 나온다. 수용, 비닐을 바닥에 깐다. 아주 꼼꼼히. 그사이 이리, 상수 등장. 붉은 천을 허리와 목에 두르고 양손에 커다란 망치를 하나씩 끌고 온다. 옆이 트인 롱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다리와 팔뚝의 타투들과 붉은 천, 망치의 조화는 길거리 행위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이리 (붉은 방을 둘러보며 기운을 한껏 느껴본다) 느껴져. 느껴져, 느껴져! 느낌이 팍! 온다, 와. 수용 … 이리 딱이야, 딱. 아주 먹고 죽기 딱이야. (손을 까딱거리며 허공에서 술잔을 넘긴다) 뭐랄까, 아주 옥보단스러워. 수용 일조권을 침해받는 참혹한 현장이야. 전혀 옥보단스럽지 않아. 이리 하루만 빌려줘라. 네가 우리 집에 가서 자. 수용 얼마 줄 건데. 이리 얘 봐라. 무슨 돈을 달래. 서울 살더니 양아치 다 됐다. 수용 나 원래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이리 서울시장은 뿌듯하겠어. 서울시민이 이렇게 우정보다 돈이 먼저인 양아치라서. 수용 (가만히 생각에 빠져든다) 뿌듯하기보다는 머리 아프지 않을까. 네 말대로 서울에 살면 돈만 밝히는 양아치가 되면, 서울시민은 곧 양아치란 말인데. 이 많은 양아치들을 다 관리하려면 시장은 최고의 양아치가 해야겠네. 이리 하여튼. 또 이상하게 진지해지지. 으, 진지충. 헛소리는 됐고, 하루만 빌려줘. 수용 (마스크를 하나 주며) 네 룸메 코 골아서 싫어. 이리 오랜만에 나비랑 오붓하게 시간 좀 보내 보자. 수용 나비? 이리 말 안 했나. 애인. 뉴 원. 수용 그새? 울고불고할 땐 언제고. 체력도 좋다. 이리 능력이 좋은 거지. 수용, 비닐을 다 깔고 일어서는데 비틀 이리 (곰곰이) 체력도 좋긴 해야겠다. 하여튼,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하루만 빌려줘. 어? 알겠지? 수용 너 오늘 우리 집에 왜 왔어? 이리 네가 오라며 새끼야. 수용 내가 왜 오라고 했어? 이리 하, 진짜 장난치나. (가만 돌이켜보다 손에 망치를 보고) 아… 벽…! 수용 그래, 오늘이면 옥보단도 안녕인데. 뭘 자꾸 빌려 달래. 수용, 마스크를 끼고 벽 앞에 선다. 이리 진짜 하게? 수용, 이리에게 마스크 하나를 주고 망치 하나를 받는다. 심호흡. 수용, 벽을 내리친다. 엄청난 진동과 소음 그리고 뿌옇게 이는 먼지. 삭막함이 감돈다. 수용, 다시 벽을 내리치려는데 이리 말린다. 이리 야, 잠깐만. 수용 왜? 이리 아니, 아랫집에서 올라오겠어. 진동이 장난 아닌데? 수용 아랫집만 올라 오냐. 엄청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하나에 벽을 댄 게 다인데. 다 쫓아오겠지. 이리 그냥 저번처럼 해. (몸에 두르고 있던 붉은 천을 흔들며) 두 번 했는데 세 번은 쉽지. 수용 세 번짼 수선비를 청구하겠대. 이리 얼만데, 얼마면 되는데. 누나가 해결해 줄게. 멀쩡한 벽을 허무는 것보다는 수선비가 낫지 않냐. 수용 빛 없이 사는 삶을 네가 알아? 숲세권 남향에 사는 네가 빛이 없어서 사람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기분을 알 리가 없지. 머리랑 마음이 건조해지다 못해 바스러지는 기분이야. 이리 빛이 많아야 바싹바싹 마르지 없는데 왜 말라. 그냥 문을 열어 놓고 살던가. 수용 문이라는 건, 열고 닫으라고 있는 거야. 그게 문의 역할이지. 한 번 열면 언젠간 닫아야 제 역할을 다하는 거라고. 닫히지 않는 문은 문이 아니지. 그럴 바엔 없는 게 나아. 이리 그럼 창문을 만들자. 수용 (벽을 치며) 만들고 있잖아. 엄청 커다란. 창틀도 없고 유리판도 필요 없는 실용적인 창문. 이리 극단적인 놈. 수용 뭐든 확실한 게 좋잖아. 수용, 다시 벽을 허물기 시작 이리 어떻게 세상이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굴러가. 너 그거 강박이야. 괜히 바짝바짝 마르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뭐 마른 장작이 잘 탄다더라. (쿵) 수용 이렇게 살다 죽겠지 뭐. 이리 무모한 놈. (쿵) 수용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자살할 것 같아. 이리 또 데드타임! 웬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다. 수용 데드타임? 이리 그래, 너 죽는다는 소리 하는 거. 수용 왜 사람들은 이름 짓길 좋아할까. 이리 언젠 병에 걸려 죽을 것 같다며. 수용 엄밀히 말하면 병이긴 하지. 내 죽음의 원인은 내 안에 우울이니까. 있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대. 말이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세상을 그렇게 살아질 수가 있는 건가. 이리 오늘은 아니지? 수용 뭐가? 이리 데드타임. 수용 오늘은 벽을 허물어야지. 그때, 관리실 방송. 수용과 이리, 방송이 나오는 천장을 가만 본다. 방송 아아,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2시부터 특수학교 설립 반대 관련 7차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회의 후 시위가 바로 시작되니 참석을 희망하시는 모든 주민들은 2시, 아니 정정하겠습니다. 1시 50분까지 늦지 않게 관리실로…. 수용 다 저기 가느라 벽이 무너지는지, 빌라가 무너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도 안 써. 그러니까 오늘 끝내야 돼. 수용, 다시 망치질을 시작하고 이리, 소음과 먼지 속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려 먼지를 잠재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이리, 수용의 얼굴에 물을 뿌린다. 수용 야! 이리 바싹바싹 마른다길래. 그때, 무대에 노파 등장. 노파가 있는 곳은 수용과 이리가 있는 공간과 다른 공간.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나오는 노파는 명절에 자식이 사준 듯한 빳빳한 꽃무늬 재킷에 펑퍼짐한 배바지를 입고 낡은 크로스백을 맨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대를 둘러 계단으로 향한다. 이리 (창밖을 보다) 야, 근데 저기에 아랫집 할머니는 없는 것 같다? 수용 네가 아랫집을 알아? 이리 오다가다 몇 번. 그 할머니가 좀 인상적이잖아.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해야 되나? 직설적이면서 약간 자기 방어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게 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겠다 싶지. 괜히 과거를 상상하게 만들잖아. 수용 순수는 무슨. 그냥 괴팍한 할머니야.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만 하는 딱 옛날 사람. 이리 와우. 노인 혐오야? 수용 무슨 내가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야? 이건 정당한 혐오야. 이리 (웃음이 터진다) 세상에 정당한 혐오도 있어? 수용, 상의를 걷어 올리자 시퍼런 멍이 배에 크게 있다. 이리 그래, 언젠가 너 맞을 것 같더라. 수용 야. 이리 누구야, 누가 이랬어.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왜 맞고 다니냐 너는, 속상하게. 수용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계신 분. 이리 할머니한테? 이게 할머니가 만든 멍이라고? 수용 어. 이리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니까. 아니 그렇잖아. 지팡이에 겨우 의지해서 걷는 할머니가… 또 네가 싹수없게 굴었지. 수용 내 싸가지도 가릴 건 가려. 이리 근데 진짜 왜 그런 건데? 수용 이름 석 자 부탁한 대가야. 이리, 한쪽에 놓인 빈 서명지를 들어 본다. 이리 자가인가? 수용 뭐? 이리 아니, 그 정도로 반대하는 거 보면. 강경한 표현이잖아. 수용 강경한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폭력적이지. 이리 너무 텅 비었다. 나라도 서명 해줄까? 학교 설립 찬성해. 수용 너는 우리 구민이 아니라서 소용없어. 빌라 주민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장애학교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이리 서명이라는 게 굉장히 순수한 방식이야. 동시에 직설적이기도 해. 굉장히 너답다. 수용 내가 순수하고 직설적이라고? 이리 나 이사 올까? 그럼 나도 지역구민 되잖아. 수용 됐어. 이리 나도 해본 말이다 뭐. 수용 불편과 불만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해소되는 건 맞지. 그게 옳은 방향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과연 옳은 방향인가 의문을 던질 수는 있잖아. 저 사람들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떻게 확신하고 있는 거지. 저 확신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데. 나는 그게 무지라고 생각해. 그사이, 노파 집 앞에 도착해 가방을 뒤지고 깜빡깜빡하는 현관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노트를 찾는다. 이옥형이라 커다랗게 적힌 노트를 꺼내는데 노트 사이에서 날이 시퍼런 과도가 뚝! 떨어진다. 떨어진 건 작은 과도지만 운석이 떨어진 듯한 소리와 진동이 무대를 흔든다. 수용과 이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고 잠시 사이. 노파가 과도를 주워 넣는 그사이, 무대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노파 천천히 과도를 집어넣고 비밀번호를 확인하곤 집으로 들어간다. 밖에 소리가 무대를 환기하고 이리 (창밖을 보곤) 열정적이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너무 비난만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해. (수용의 시선을 느끼고) 야, 레이저 나오겠다. 분명히 말하는데 옹호하는 거 아니야. 그냥 공감능력을 지닌 인간으로서 감정이입을 해보자는 거지. 사실 그렇잖아. 누가 좋아해, 동네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고. 수용 부동산이 떨어진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설은 무지에서 시작된 삐뚤어진 믿음이야. 수용, 망치질을 시작한다. 이리 그래 좋아, 뭐가 됐든. 그 믿음이 아틀라스처럼 세상을 지탱하고 있잖아. 저 자리가 원래 학교 부지란 이유 말고 다른 이유는 뭔데. 학군 빵빵한 동네가 지하철로 네 정거장만 가면 되잖아. 그렇게 멀지도 않아. 공사부지 맞은편은 곱창에 포차, 막걸리 온갖 술집이 줄 서 있더만. 워싱턴 노래방 간판이 애들 하굣길을 밝혀 주겠지. 이 동네보다는 그 동네가 백 번 나아. 안 그래? 수용 …. 이리 기시감 들지 않아? 수용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리 한국전쟁 이후 국가적으로 밀고 있는 꽤 전통적인 방식인데. 그놈의 낙수효과야말로 삐뚤어진 믿음 아니야? 이게 진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믿음. 네 말대로 무지에서 비롯된 거지. 될 놈만 건지고 나머지는 버리겠다는 걸 그럴듯하게 이름 붙여서 포장을 해요. 항상 그럴듯해 보이는 게 사람 눈 돌아가게 만들잖아. 난 그놈의 낙수효과가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수용 가부장제의 근본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이리 야 너. 짜식, 평소에 내 말을 아주 허투루 듣는 건 아니었구나. 수용 그럼. 귀는 문이 아니잖아. 닫히질 않아. 이리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용 가끔은 닫혔으면 좋겠지만…. 이리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건 중요해. 근데 이 망할 놈의 세상은 밑 빠진 독이라서 어딘가는 새게 되어 있잖아. 수용 왜 날 봐. 계속해. 이리 성장이 제1의 명분이 되는 시대는 흘러가고 있어. 이젠 희생의 이유도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거지.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수용 애들만으로는 부족한 거야? 이리 뭐가? 수용 아이들이 배울 곳이 필요하다. 이걸로는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으로 부족해? 이리 무엇보다 중요하지 수용 꼭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인류애적인 충만함을, 정신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어. 안 그래? 이리 …. 수용 왜 아무 말도 안 해? 이리 것도 능력이야. 한 번에 양쪽을. 수용 양쪽을 뭐. 이리 아냐. (쿵) 이리 하여튼 지금은 어떤 이유도 저 사람들한텐 먹히지 않을 수도 있어. (쿵) 이리 (밖을 보며) 한껏 쫄아 있으니까. 나는 저 사람들의 확신이 무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번에도 버려질 거란 공포에서 나왔다고 봐. (쿵) 수용 시끄럽지? 수용, 음악을 튼다. life is killing - type O negative 수용 소음에는 락이지. 소음은 음악소리에 묻히고 뿌연 먼지 사이로 둘, 망치질. 벽을 타고 온 진동이 노파의 아크릴 박스를 사정없이 흔든다. 노파, 공포에 질린 비명이 락에 묻히고 노파의 사정과는 별개로 망치질을 하는 수용과 이리의 모습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 시위를 하는 프랑스 청년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어느 삭막한 공사장의 인부 같아 보이기도 하다. 일순간 음악이 멈추고 노파가 있는 불투명 박스에 조명 노파 아주 발광을 허네! 수용, 노래를 멈춘다. 이리 왜? 수용 뭐라고 하지 않았어? 이리 아니. 수용 (귀를 파며) 아닌가. 이리 살살해, 스윙에 감정이 실렸다. 누구 생각해? 수용 여럿 (쾅) 생각하지. 이리, 분무기로 먼지를 잠재운다. 수용 사람들이 타격감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잖아. 복싱이나 야구공 치는 것처럼. 아무래도 난 때리고 (쾅) 던지고 (쾅) 치고 박으면서 (쾅) 스트레스 푸는 거엔,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수용, 손목을 턴다. 이리 (덥다. 옷을 펄럭) 너도 참, 손목 아프단 말을 장황하게 한다. 수용 (보곤) 옷 빌려줄까? 이리 아니, 됐어. 수용 먼지 엄청 붙었네. 이리 블랙이 적나라하지. 수용 하나 가져다줄게. 이리 아냐, 됐어. 수용 아냐 가져다줄게. 이리 아니 괜찮아. 수용 불편해 보여. 가져다줄게. 이리 진짜 괜찮다고. 수용 나도 진짜 괜찮아. 이리 아니. 괜찮다니까? 수용 왜 화를 내. 이리 화를 낸 게 아니라. 됐다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니까. 크게 얘기 해준 거지. 수용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이리 남자들 종족 특성이야? 왜 노를 못 알아듣지? 강요하지 마. 수용 내가 언제 강요를 했다고 그래. 이리 방금. 수용 그냥 물어본 거잖아. 불편해 보이니까. 이리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일곱 번째로 말해줄게. 됐어. 필요 없어. 난 이 옷이 좋아. 불편하든 더러워지든 이미 나랑 한몸이라고. 네가 신경 쓸 거 아니란 거지. 알겠어? 수용 그래. 그럼. 이리, 망치질 이리 넌. 매사에 모든 걸 통제해야 속이 시원해? 왜 그래? (쾅) 이리 무지에서 나온 삐뚤어진 믿음? 웃기네. 야, 이름 짓기 좋아하는 건 나보다 네가 더해. 벽을 마구 치며 쏟아낼 대로 쏟아낸 이리, 숨을 고르고 이내 머쓱해진다. 수용 …. 이리 야. 미안하다. 수용 …. 이리 미안하다고. 수용 어. 이리 된 거지? 수용 …. 이리 미안해. 너도 알잖아. 내가 한 번씩 예민해지는 거. 수용 한 번씩이 아니잖아. 항상 예민해. 이리 항상은 아니지. 수용 맞아.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나도 너 못지않게 예민해. 난 화장실에 앉아서도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어. 잘 때도 먹을 때도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지.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싶어. 그게 더 확실하잖아. 어중간하게 미쳐 있는 것보단 명백한 환자가 되는 게 낫지. 이리 무슨 그런 말이 있냐. 수용 나는 그렇다고. 정상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닌 경계에 서서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을 네가 알아? 이리 알지. 내가 여자 좋아하는 걸 알았을 때 그랬지. 수용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머니한테 커밍아웃 언제 할 거야? 이리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와? 확실한 건 네 인생만,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수용 말이 나올 만하니까 하는 거야. 성 서방 밥은 잘 먹고 다녀? 불쑥불쑥 연락 올 때마다 무시도 못하고 답장도 못하고 얼마나 난감한 줄 알아? 3년이야. 이사 도와준 대가가 이렇게 부담스럽고 죄책감 드는 건 줄 알았음 도와 달라고도 안 했지. 커밍아웃을 하느냐 마느냐는 네 선택이지만 나까지 죄책감 들게 만들지는 말아 주라. 이리 … 말을 하지 그랬냐. 둘 다 입 꾹 다물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수용 나는 그렇다 쳐도 너희 어머니는 아니었을걸. 네가 보기에 내가 무모하고 강박적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볼 때 넌 무책임하게 도망만 다니는 걸로 보여. 시간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그냥 유예시킬 뿐이지. 편한 선택은 그만할 때도 됐잖아? 이리 내가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수용 최소한 네 멋대로 사는 걸로는 보여. 이리 진짜 멋대로 사는 게 누군데. 세상이 어떻게 모 아니면 도로 돌아가. 불가능한 걸 바라면서 이게 왜 불가능하지 왜 이렇게 안 되지, 사람들이 왜 서명을 안 해 주지. 하루라도 징징거리는 걸 멈추고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궁금해하긴 해봤어? 아니지. 네가 생각할 때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니까. 안 그래? 그렇게 결론지었잖아. 왜? 그게 쉽고 편하니까. 수용 그래! 맞아! 왜냐고?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으니까! 이리 정신적 보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 누가 아니래? 수용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저러지. 수용과 이리 사이에 침묵이 잠시 흐른다. 이리 내 말 듣긴 했니? 수용 내 귀는 문이 아니니까. 이리 칸트도 너보단 융통성 있을 거야. 알지 칸트? 골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던 외톨이. 제발 사람 좀 만나. 글로 배우지 말고. 그러다가 너도 청혼 승낙만 7년 고민하는 수가 있어. 결혼해야 하는 이유 354가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350가지 쓰면서. 수용 … 내내 날 그렇게 생각했어? 이리 언제부터 내 생각이 중요했냐. 넌 너 이외의 사람들은 다 멍청하고 덜떨어졌다고 생각하잖아. 수용 내가 언제. 이리 자신을 한 번 돌아봐. 수용 … 그만 가주라. 이리 왜 도와 달라며. 아, 그래서 불렀니? 옛말에 무식한 놈이 힘세다고 이런 일엔 내가 나서야지. 수용 됐어, 가. 네 도움 필요 없어. 이리 정말? 수용 그래. 이리 후회 안 하지? 수용 그래! 정말 진짜로 필요 없어. 이리 그래 그럼! 이리, 돌아갈 채비 하는데 초인종 소리. 수용, 현관으로 가(계단의 문이 아닌 객석을 향해) 손님을 확인하는데 이리 간다 수용, 이리를 잡고 숨을 죽인다. 이리 왜? 문 두드리는 소리 이리 놔. 수용 (속삭이듯) 아랫집. 이리 이런 게 자승자박이란 거다. 이리, 문으로 향하고 수용 어디 가. 이리 가라며. 수용 할머니 가면 가. 이리 벽은 허물면서 저깟 문은 하나 못 여냐. 수용 그게 아니라. 손에 뭐가 있어. 이리 뭐? 수용 몰라.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쥐고 있어. 송곳이나 드라이버 같아. 이리, 현관(객석을 향해)으로 가 보면 커다란 스크린에 할머니의 모습이 뜬다. 모니터로 보이는 노파는 인터폰 렌즈에 왜곡된 모습이다. 괴이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리 진짜네…. 수용 잘못하다간 오늘 피 보겠어. 이리 피는 무슨. 수용 말했잖아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라고. 이리 나도 난데 너 너무 고정관념으로 뚤뚤 뭉친 거 아니냐. 그냥 할머니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수용 네가 안 맞아 봐서 그래! 이리 쫄았구만. 수용 … 얼마나 아픈데. 이리, 다시 현관으로 가 동태를 살피곤 이리 안 가시네…. 수용 그냥 없는 척하자. 층간소음에 살인도 난다잖아. 이리 그 난리를 쳤는데 없는 척이 돼? 수용 해보고 말해. 왜 안 해보고 그래? 이리 넌 이상한 데서 긍정적이다? 수용 넌 남 일에만 용기를 내잖아. 이리 그래, 알겠어. 집주인 마음대로 해. 말 그대로 집주인이 주인이니까. 이리, 가방을 대충 던지곤 의자에 털썩 앉는다. 가만 보던 수용은 멀찍이 떨어진 바닥에 앉는다. 이리 왜 바닥에 앉아? 수용 왜. 이리 지금 눈치 주냐. 수용 그건 무슨 피해망상이야. 이리 네가 나중에 또 뭐라고 할까 봐 그러지. 불만 있을 땐 말 안 하고 한참 지나서 말하잖아. 수용 내가 쌓아 두는 게 아니라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지. 이리 실수가 실순지 어떻게 알아, 말을 안 하는데. 수용 어떻게 몰라? 이리 넌 아니? 수용 당연하지.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이리 그런 가정은 하지 말자. 넌 내가 아니잖아. 나도 네가 아니고. 수용 상식에 대한 얘기야. 이리 이젠 내가 상식도 없다? 수용 (난감하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지) 가끔. 이리 너한테 난 대체 뭐냐? 수용 친구. 이리 원래 친구한테 이래? 아님 나한테만 이래? 수용 내가 뭘…. 이리 방금! 수용 조용히 해. 이리 내가 상식이 없다며 아까는 정상 아니라고 하더니 넌 상식도 없고 정상도 아닌 애랑 왜 친구 하냐. 노파 (문 쿵쿵) 안에 없어? 있지? 수용 가끔 그렇다고. 왜 이렇게 발끈해? 나도 가끔은 상식 없이 굴어. 이리 정말 박수를 보낸다. 노파 있네. 문 좀 열어봐, 총각! 이리 저 할머니 말귀 어두운 거 맞아? 별로 크게 말 안 하는데 다 들어. 수용 그래 내가 미안하다. 미안해. 이리 아이고, 엎드려 절 받기다. 수용 그래, 그것도 내가 미안해. 이리 할머니 아니었음 절대 안 했을 말이지.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용, 무릎을 꿇는다. 이리 뭐하냐? 수용 미안. 이리 일어나…! 수용이 일어나지 않자 이리도 같이 무릎 꿇고 이리 뭐 하자는 거야. 수용 네 방식대로 사과하잖아. 이리 이게 무슨 내 방식이야. 수용 날 감정적으로 굴복시키고 싶어 하잖아. 이리 날 그런 쓰레기로 봤어? 수용 내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질 않잖아. 이리 그건 맞는데. 수용 그것 봐. 이리, 노파가 만들어 내는 소음과 수용의 행동에 머리가 터질 듯하다. 이리 나중에 하자. 제자리걸음이야. 차라리 저쪽을 선택할래. 수용, 이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이리 뭐해…! 수용 가지 마. 이리 왜 이래, 얘가…! 수용 이대로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이리 하지 마. 기분 되게 이상해. 두 사람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그 순간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춘다. 두 사람 문을 가만 바라보고 노파, 집 안 소리를 듣기 위해 문에 귀를 대 본다. 이리 봐, 조용해졌어. 수용 안 갈 거지? 이리 어! 수용, 이리를 놓아 준다. 이리, 문으로 향하니 수용은 움찔거리고 이리 안 가! 이리, 문에 귀를 대 본다. 수용 (조심스레) 갔어? 이리 (속삭이며) 몰라. 노파 이봐! 이리, 화들짝 놀라 되돌아온다. 수용 거 봐. 이리 오늘 무슨 날이냐. 미치겠네. 벽하고 말하는 것 같아. 수용 나 말하는 거야? 이리 총체적으로 다. 노파, 문틈에 종이 한 장을 끼워 놓고 돌아간다. 수용 내가 벽이면, 나도 이렇게 부숴버릴 거야? 이리 부수는 건 네 아이디어잖아. 귀찮게 뭐 하러 그래. 나였음 그냥 이사 갔어. 수용 … 지금 절교 선언한 거야? 이리 아니. 뭐래 정말. 지금 벽 얘기하던 거 아니었어? 수용 그래, 벽 얘기하고 있었지. 네가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다며. 이리 아니, 내가 말한 벽은 이 벽이고, 나라면 그냥 이사를 갔을 거라고! 네가 말한 벽은 그러니까 너고 네가 벽이라면 나는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내든가 창문을 하나 뚫든가 어? 뭐가 이렇게 어렵지. 울어? 이리,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쯤 노파는 자리를 뜨고) 수용 …. 이리 미안해. 수용 네가 왜 사과하는데? 이리 내가 남자 눈물에 약하잖아.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넌 왜 우는데. 무슨 일 있어? 오늘이 그날은 아니지? 아까 분명히 아니라고 했다? 수용 무슨 날. 이리 데드타임. 수용 아니야. 그냥…. 조기 갱년기 같아. 이리 이제 스물아홉이 웃기네. 수용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요즘 애들 사춘기 일찍 온다며. 아니면 비타민D 부족 우울증이든가. 모르겠어. 세상에 거대한 벽이 느껴져. 이리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고? 수용 너도 그래? 이리 생리 전 증후군이 딱 그래. 너도 정신적 생리하니? 수용 장난치지 마. (사이) 나는 그냥 햇빛을 보며 살고 싶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이리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수용 동구에 특수학교 설립이 2012년에 결정됐어. 근데 어떻게 된 줄 알아? 예정대로라면 올해 3월에 개교를 해야 했거든? 근데 아직 벽돌 한 장 못 얹었어. 여기는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희망이 안 보여…. 이리 희용소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지. 수용 희용소? 이리 희망, 용기, 소망. 희용소. 수용 (한숨) 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이리 장난치는 거 아냐. (잠시 생각을 고른다) 사랑이 눈에 보이니? 느끼는 거지. 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사소해. 아주 작은 떨림이면 충분하거든? 나는 내가 처음 좋아했던 애를 떠올리면 지금도 손끝이 떨려. 심장은 말할 것도 없지. 여기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니까. 내가 그 애랑 잘되지 않았다고 해서 걜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걸까? 내 첫사랑은 지독한 이성애자고 나는 더 지독한 레즈비언이라서 영원히 평행선에 설 수밖에 없지만, 걘 여전히 내 첫사랑이야. 결과가 본질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희망도 똑같아. 느끼는 거지. 수용 그러면 더 확실하네. 왜냐면 내가 요 근래 느끼고 있는 건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뿐이거든. 이리 진동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네가 심장인가 보지, 네가 망치인 거야. 아까 망치질해 봐서 알잖아. 망치질하는 놈 손목은 아 나는 거라고. 그래서 네가 지금 힘들고 또 뭐냐,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를 느끼는 거야. 누군가는 네가 만든 진동을 느끼고 있어. 수용 … 희망사항이다. 이리 최소한 나는 느껴.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이리, 수용의 곁으로 가 가만 안아 준다. 수용, 이리의 어깨에 머리를 가만 기댄다. 이리의 서툰 위로가 마음에 닿는다. 수용 내가 여자가 되면 날 사랑해 줄래? 이리 무슨 소리야. 수용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이리 난 널 사랑해. 네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삶의 충만함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수용 스트레스는 알겠는데 삶의 충만함은 뭐야? 내가 너한테 그런 걸 줘? 이리 응. 수용 …. 수용,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느끼며 일어서 문으로 향한다. 이리 왜? 수용 좀 덥지 않아? 난 좀 덥네. 이리 열게? 수용 어. 열어드리게. 이리 이제 안 무서워? 수용 아니. 어. 아니.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 그러냐. 그냥, 혼란스러웠던 거지…. 가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계시면 나한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 테니까…. 이리 갑자기 용감해졌네. 수용 도와주겠지 뭐…. 이리, 그런 수용을 보며 미소 짓고 수용, 머쓱하게 돌아서며 현관문(계단에 있는 문)을 연다. 무대 위 작은 무대, 노파는 종이 한 장을 날려 보낸다. 종이는 수용 앞으로 떨어진다.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서다. 이리 뭐가 적혀 있는데? 수용과 이리, 적힌 글을 보고 내가 배움이 짧아 글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게 되어 늦게나마 표를 줍니다. 내 이름 석 자가 좋은 일에 쓰여 참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웃사촌 김옥형. 옥형이 있는 아래를 본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옥형의 모습에서 암전.
  • 금빛·흰색 조화된 다이얼… 중앙엔 메두사 형상 양각

    금빛·흰색 조화된 다이얼… 중앙엔 메두사 형상 양각

    베르사체의 2020년 베스트셀러 ‘세이프티 핀(Safety Pin)’ 손목시계는 금빛과 흰색의 다이얼이 조화를 이룬다. ▲두 손으로 케이스를 받치고 있는 듯한 곡선형의 러그 ▲다이얼 중앙에 ‘톤온톤’으로 양각된 메두사 헤드 ▲‘V 링크 디자인’을 적용한 브레이슬릿 등은 베르사체의 독창성과 고급스러움을 나타낸다. 이 시계는 34㎜ 지름의 라운드 케이스에 긁힘 걱정이 없는 반사 방지 코팅 처리한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유리를 덮었다. 다이얼의 12·3·6·9시 부분은 골드 인덱스와 골드 핸즈 디테일로 마무리했다. 30m 방수기능을 갖춘 스위스 메이드 워치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남양주점을 비롯한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신라온라인면세점, 신세계온라인면세점 등에서 살 수 있으며 2년의 국제보증서비스를 제공한다. 베르사체는 신화 속의 메두사를 브랜드 상징으로 삼으며 1978년 지아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에 의해 탄생한 이탈리아의 패션브랜드다. 베르사체 시계를 수입·유통하는 ㈜원마케팅 관계자는 “세이프티 핀은 화려하고 럭셔리한 베르사체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제품으로 반항적인 영혼을 가진 브랜드의 기원을 고풍스럽지만 혁신적으로 표현했다”며 “독창성과 함께 다소 과시적이고 독특한 스타일로 국내외 셀러브리티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더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조용한 동행’

    더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조용한 동행’

    청각장애는 비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취업 장벽이 더 높다. 편견도 많다. ‘클랙슨 소리를 듣지 못하니 운전도 못 하거나 위험할 것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이런 편견에 맞선 청각장애인 택시 운전사 이형수(53)씨를 만났다. ‘별 5개도 부족할 정도로 친절하다’는 평을 받는다는 이씨는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보였다. 이 인터뷰는 수화 통역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시야 각도 매우 넓어 오히려 위험 감지 빨라” “청각장애인들이 사고 날 확률이 더 낮아요. 못 듣는 대신 시야 각도가 매우 넓어 오히려 빨리 위험을 알아채죠. 게다가 차선을 넘어가는 등의 상황에서는 손목시계에 진동이 울리는 등 기술도 발달해 더 안전해요.” 20여년간 금속 공장 기술자로 근무한 이씨는 갑작스러운 회사 부도로 재취업 시장에 몰렸다. 갈 곳이 많지 않았다. 청각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한정적이었다. “전 직장에서는 필담을 해야 하다 보니 비장애인과의 대화에서 소외되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저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오해가 생기는 일도 있었죠. 면접조차 수화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 재취업이 쉽진 않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를 양성하는 벤처기업 코액터스를 알게 됐다. 운전 경력이 25년이나 되지만 운전을 ‘업’으로 삼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씨는 답답한 실내에만 있어야 했던 전 직장에 비해 자유로운 업무, 비장애인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한 지금의 일자리가 훨씬 더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시각은 여전히 아쉽다. “청각장애인들을 향한 비난조차 듣지 못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답답할 때가 정말 많아요. 그래서 많은 청각장애인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꺼려요. 수화 통역사 없이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데도 통역사가 많지 않은 점도 불편하고요.” 이씨는 자신과 같은 청각장애인들, 특히 젊은 청각장애인들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뽐낼 수 있도록 좌절하지 말고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도전을 응원할 사회적 인식 개선, 제도적 변화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장애인들 좌절하지 말고 나서야” “젊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일반 사업체에 장애인들이 취업하면 아무래도 소수이기 때문에 그들이 호소하는 불편함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아요.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면 장애인들의 취업 시장에 훨씬 더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근아 기자 leeguenah@seoul.co.kr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코로나 확진자 ‘제로’… 옹진군의 비결은

    서울·경기·인천 6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인천 옹진군에서는 20일 현재 유일하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옹진군 인구는 지난달 현재 약 2만 500명이다. 인천에서는 3차 대유행 이후 매일 30~40여명씩 확진자가 발생, 이날 현재 누적 확진자 수가 2282명에 이른다. 그러나 같은 섬지역이면서 인구가 6만 9000명인 인천 강화군의 확진자 수가 37명, 경기 지역 끝자락에 있는 연천군 및 가평군 확진자가 각각 113명과 99명인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는 게 방역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에 대해 장정민 옹진군수는 “옹진군은 23개 유인도로 이뤄진 지자체라 인구 이동이 적은데다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연안여객터미널 등에서 방역 활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섬 곳곳에는 상륙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인도와 무인도를 합쳐 100여개 섬으로 이뤄진 옹진군은 섬 주민과 관광객들이 인천연안여객터미널 등에서 여객선 등을 이용해야 이동할 수 있다. 이에 옹진군은 연안여객터미널과 삼목선착장, 방아머리선착장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다. 공무원과 용역업체 직원 17명이 매일 승선자 모두를 발열체크한 뒤 확인용 손목밴드를 배부하는 등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의 입도를 금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및 방역 활동도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하고, 여객선 내 마스크 착용을 일찍부터 의무화했다. 장 군수는 “아직 운이 좋은 것뿐”이라면서 “섬 주민들에게 육지를 드나드는 횟수를 가급적 줄일 것을 당부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을 신신당부하는 의미에서 모든 가구에 주기적으로 마스크를 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옹진군 확진자는 ‘0’명...수도권 66개 기초자치단체중 유일

    옹진군 확진자는 ‘0’명...수도권 66개 기초자치단체중 유일

    서울·경기·인천 6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중 인천 옹진군에서는 20일 현재 유일하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옹진군 인구는 11월 현재 약 2만 5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같은 섬지역이면서 인구가 6만9000명인 인천 강화군의 확진자 수가 33명, 경기지역 끝자락에 위치하면서 군 단위 지역인 연천군 및 가평군 확진자가 각각 113명과 99명인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는 게 방역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에 대해 장정민 옹진군수는 “옹진군은 23개 유인도로 이뤄진 지자체라 인구 이동이 적은데다, 평일 뿐 아니라 주말에도 연안여객터미널 등에서 방역 활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섬 곳곳에는 상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옹진군은 100여개 섬으로 이루어져 주민과 관광객들은 인천연안여객터미널 등에서 반드시 여객선을 이용한다. 옹진군은 연안여객터미널과 삼목선착장, 방아머리선착장에 대한 방역 강화를 위해 공무원과 용역업체 직원 17명이 승선자 모두를 상대로 발열체크 후 확인용 손목밴드를 배부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 관공서 및 대형병원과 달리 코로나19 예방 및 방역 활동을 평일 뿐 아니라 주말에도 하고 여객선 내 마스크착용을 일찍 부터 의무화 했다. 지난 19일에는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선의 백신’임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경각심이 느슨하지 않토록 매주 예방 홍보캠페인을 하고 있다. 장 군수는 “아직 운이 좋은 것 뿐”이라면서 “섬 주민들에게 육지를 드나드는 횟수를 가급적 줄일 것을 당부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을 신신 당부하는 의미에서 모든 가구를 상대로 주기적으로 마스크를 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4억짜리 내 차 가져와” 황하나, 자해 사진 올렸다

    “4억짜리 내 차 가져와” 황하나, 자해 사진 올렸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2)씨가 “4억원대 자동차를 도난당했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자해 사진을 올렸다가 내렸다. 논란이 되자 18일 사과했다. 황씨는 1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XXX 전화해라. XXX야”라며 피 흘린 바닥 사진과 상처가 나 있는 손목 사진을 올렸다. 그는 “나이 먹고 이런 거 유치해서 안 하는데 편집하고 말 바꾸고 일단 다 용서할 테니까. 4억짜리 차 훔쳐간 거 가져와라”고 적기도 했다. 이후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지자 황씨는 사진을 삭제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힘들었는데 오해는 오해고, 해명은 안 한다”며 “말하고픈 것도 안 할 거고 입 다물고 귀 닫을 것. 몰아가지만 말아달라. 나도 힘들고 지쳐서”라고 썼다. 황씨는 최근 공개 연애 중인 남자친구와 함께 자신의 자동차를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황씨의 차를 가져간 것으로 지목된 인물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황씨가 자신의 집에 무단침입해 명품 가방과 신발 등을 훔쳐 이후 방범카메라(CCTV) 영상을 올리니, 황씨가 렌트한 외제차량(마이바흐)을 도둑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후 황씨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저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디엠이랑 카톡이랑 전화 다 담 못해서 죄송해요”라고 사과하며 “답답하고 억울해서 홧김에 그런건데 일이 커질줄 몰랐어요. 그동안 너무 쌓여서 그랬나봐요. 디엠 당분간 보내지 말아주세요. 계속 오는데 너무 많아서 볼 수도 답장 드릴 수도 없어요. 걱정 감사합니다. 죄송해요”라고 적었다. 한편 과거 황씨는 가수 박유천씨의 연인 시절 수차례 필로폰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박씨와 황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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