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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항쟁 겪은 임신부 스트레스… 손자까지 악영향”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임신부가 겪은 스트레스가 자녀 세대를 거쳐 손자 세대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4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 경제사 학술대회’에서 연구논문 ‘1980년 광주항쟁으로 인한 태아기 스트레스가 후속 세대 건강에 미친 효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태아기를 보낸 여성들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들이 그렇지 않은 신생아들에 비해 임신 기간이 짧고, 출생 당시 체중이 가벼웠으며, 저체중(2.5㎏ 미만) 출산과 조산(37주 미만 출산)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 중기에 태아가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우 이 태아가 성장해 낳은 자녀의 출생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부모의 교육 수준과 직업을 통제해도 부모의 태아기 광주항쟁 경험이 자녀의 출생 결과에 미치는 효과는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스트레스의 세대 간 전이가 사회경제적인 요인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초자료는 인구동태조사에 제시된 출생지와 부모 생년월일에 기초했고, 출생신고에 나타난 임신 주수와 체중 항목을 활용했으며, 2000년과 2002년에 태어난 신생아를 비교했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이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상황에서 임신부들이 겪게 된 스트레스가 두 번째 세대(손자와 손녀)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매우 드문 증거”라며 “광주항쟁으로 인해 신체적인 외상을 입지 않은 시민의 상당수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덩샤오핑 자손도 갑부” 中 지도층 재산 잇단 폭로

    중국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일가의 비밀 재산 폭로에 이어 이번에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의 자녀들이 부동산 개발과 희토류 수출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3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명경망(明鏡網)에 따르면 덩샤오핑의 막내 딸 덩룽(鄧榕)은 1994년 홍콩에 부동산 회사를 설립하고 광둥(廣東)성 선전에서 부동산 프로젝트를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해나갔다. 이 회사가 선전에서 개발한 32층 규모의 아파트들은 당시 한 채에 약 24만 달러(약 2억 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회사는 덩룽의 남동생 덩즈팡(鄧質方)의 부인 류샤오위안(劉小元)과 8대 혁명 원로 중 한 명인 왕전(王震) 전 부주석의 손녀 왕징징(王京京)의 소유로 돼 있다. 덩룽과 덩즈팡 남매는 중국 정부가 1998년 부동산 시장을 상업화하기 훨씬 전부터 부동산 투기에 뛰어든 것이다. 이는 부동산 거래를 꿈도 꿀 수 없었던 1978년에 이미 부동산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혁명적인 구상을 한 덩샤오핑의 영향 때문으로 관측된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글로벌 시대] 섞어야 맛있는 것들/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글로벌 시대] 섞어야 맛있는 것들/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한국생활이 6년째에 들어섰는데도, 아직도 바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 ‘한국음식 중에서 무엇을 제일 좋아하세요?’ 아침식사라면 북엇국이나 설렁탕. 점심이라면 칼국수, 순두부찌개. 저녁이라면 소주와 삼겹살, 닭 한 마리…. 맛있는 것들이 줄줄이 머리에 떠올라 결정할 수가 없다. ‘제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 먹는 한국요리’라면, 짜장면이 급부상한다. 진하고, 은은한 단맛이 나는 소스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두껍고 쭉 뻗은 면은 소스가 너무 많이 묻지도 않고, 식감도 마음에 든다. 뿌리는 중국요리지만, 짜장면은 한국요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요리·짜장면’의 기원은 인천의 차이나타운. 원래 춘장에 고기를 볶아서 소스를 뿌려 먹는 중국 산둥지방의 면 요리였던 것을, 한국의 화교가 양파를 더하는 등 여러 가지 연구를 해서 지금의 모양으로 완성시켰다고 한다. 옛 맛을 지키고 있다는 차이나타운의 ‘신승반점’에서 먹은 짜장면은 단맛이 덜한, 꾸밈없는 맛이었다. 사장인 왕애주씨는 짜장면의 원조라고 불리는 옛 ‘공화춘’ 주인의 외손녀. 왕씨는 조부가 개발한 맛이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국민음식’으로 불리게 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기쁜 얼굴로 말했다. 붉은색을 바탕으로 한 장식을 내건 중화요리점이나 중국잡화점이 늘어서 있는 차이나타운. 짜장면뿐만 아니라, 거리 전체가 한국의 다문화 공생의 상징이다. 짜장면과 비슷한 정도로 짬뽕도 자주 먹는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싶을 때도, 땀을 흘려 개운해지고 싶을 때도 좋다. 야채와 돼지고기, 해물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것도 기쁘다. 일본 나가사키시에 있는 중화요리점인 ‘시카이로’의 진 마사쓰구 사장은 짬뽕이라는 이름은 중국 푸젠성 말로 ‘밥을 먹다’라는 의미인 ‘샤뽕’이 변한 것은 아닌가라고 추측한다. 원래 담백한 국물이었던 푸젠성의 요리를, 1892년에 푸젠성에서 나가사키로 이주한 초대 주인이 약간 진한 맛의 국물에 건더기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요리로 바꾸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새빨간 국물의 면 요리가 짬뽕으로 정착되었는지까지는 공부가 부족한 탓에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요리사가 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연구한 것이다. 1월 17일에 서울 시내의 호텔에서 국제기관인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이 주최한 ‘비즈니스 네트워킹 리셉션’이 열렸다. 한·중·일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선언을 기념해서 열린 이 행사는 3국 경제단체들 사이의 네트워킹 구축을 목적으로 한국무역협회·서울재팬클럽·재한중국상공회의소가 공동주최했는데, 회의장에는 220명 이상의 기업 관계자가 모여 한·중·일 그리고 영어까지 4개 국어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한·중·일 3국 간에는 영토나 역사를 둘러싸고 복잡한 문제가 있다. 그래도 인사말에 나선 외교통상부의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이 지적한 대로, 3국은 이미 서로 없어서는 안 될 경제·통상의 파트너가 되어 있다. 이번 교류회를 계기로 한국을 무대로 3국의 경제인 네트워킹이 더욱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경제도, 문화도, 음식도 섞이고 합쳐져서 멋진 것으로 태어나면 좋겠다. 짜장면이 태어난 것처럼, 짜장면이 섞으면 섞을수록 맛있어지는 것처럼.
  • 무솔리니 손녀들, 비뚤어진 조부 사랑

    무솔리니 손녀들, 비뚤어진 조부 사랑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가운데 무솔리니의 손녀들까지 할아버지를 비호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또다시 강조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AP·UPI통신에 따르면 무솔리니의 손녀 에다 네그리 무솔리니(왼쪽)는 3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말라리아가 창궐한 로마 인근 지역을 수습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면서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무솔리니가 반유대인법을 제정해 유대인들을 폭압한 일에 대해서는 “엄청난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무솔리니의 또 다른 손녀이자 자유국민당(PDL) 의원인 알렉산드라 무솔리니(오른쪽)는 지난 29일 방송에 출연해 녹화를 하는 도중 다른 출연자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자 촬영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안드리아 스칸지는 “(파시즘을 비판한) 언론인 피에로 고베티, 사회주의자 자코모 마테오티를 비롯해 그녀의 조부에 의해 희생된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할아버지는 확실히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해 무솔리니 의원의 화를 불렀다. 앞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일인 27일에 “무솔리니가 제정한 반유대인법은 최악의 실수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잘했다”고 편을 들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3살 손녀 성폭행한 66세 할아버지 쇠고랑

    3살 손녀 성폭행한 66세 할아버지 쇠고랑

    손녀를 성폭행한 인면수심 노인이 수갑을 찼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66세 노인이 손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순찰을 돌던 경찰이 아니었다면 노인은 길에서 맞아 죽을 뻔했다. 경찰은 발렌시아의 라플로리다 동네를 순찰하다 일단의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주민들은 당장이라도 가운데 있는 남자를 집단폭행할 기세였다. 순간 긴급상황임을 직감한 경찰은 순찰차에서 내려 포위돼 있는 노인을 구출했다. 하지만 범죄자는 그를 에워싸고 있던 주민들이 아니라 한복판에서 떨던 노인이었다. 주민들은 격분한 목소리로 “남자가 손녀를 성폭했다.”고 소리쳤다. 경찰조사 결과 노인이 손녀를 성폭했다는 증언은 사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택을 찾아가 노인의 혐의를 확인하고 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할아버지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손녀는 올해 3살이었다. 사진=발렌시아 경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김문이 만난사람] 연극 데뷔 50주년 맞는 이 시대의 어머니 손숙

    [김문이 만난사람] 연극 데뷔 50주년 맞는 이 시대의 어머니 손숙

    한 시대의 어머니였다.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한 채 참으로 모진 ‘여자의 일생’을 살았다. 글 공부는 근처에도 못 갔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억지 결혼을 했다. 남편의 바람기와 혹독한 시집살이, 게다가 자식의 죽음까지 가슴이 찢어지듯 처절하게 감내해야만 했다. 어머니는 손녀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배우고 죽은 남편을 따라 저승으로 가면서 유리창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그렇게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의 현대사를 눈물로 겪은 어머니였다. 연극 ‘어머니’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연극은 1999년 2월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공연되고 있다. 그래서 연극 ‘어머니’ 하면 우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초연 당시 어머니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받았고 그해 5월 러시아 타캉가극장에 초청돼 ‘마마’라는 환호 속에 기립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공연 때 한국 기업가한테 격려금을 받았다는 구설수로 32일 만에 환경부 장관직을 그만두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 손숙(69)이다. 흔히 배우들은 타인의 삶을 산다고 한다.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역할을 주로 맡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대에서 살아온 지 50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손씨는 다음 달 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하용부, 윤정섭, 김미숙, 김철영 등과 함께 오른다. 이 연극이 끝나면 오는 4월 임영웅 연출가와 함께 극단 산울림에서 치매 노인을 다룬 신작 ‘나의 황홀한 실종기’에 출연한다. 또 7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손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공연한다. 10월쯤에는 극단 신시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손씨는 연극 공연에 항상 남다른 의욕을 보이지만 올해만큼은 더욱 바쁘고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아 지난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카페에서 잠시 만났다. 단발머리에 편한 티셔츠 차림, 그리고 소탈한 웃음이 인상적이다. 50주년을 맞는 소감부터 물었더니 “글쎄 바쁘게 살다 보니 인생의 반은 다른 인생으로 산 것 같다”고 웃으면서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연극으로 견딜 수 있었고 다시 일어서게 됐다. 고스란히 내 인생만 살았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관객들의 박수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특히 ‘어머니’는 연극 인생 중 자신에게 각별한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어머니’ 덕분에 자신의 고향인 밀양에서 매년 연극제가 열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머니’는 10여년 동안 늘 밀양연극제 폐막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이를 보려는 지역 주민들이 객석을 꽉꽉 채운다. 자연스럽게 고향 시절 얘기가 먼저 나왔다. “밀양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6·25가 발발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대신 육군병원으로 바뀌었지요. 그러는 바람에 입학식만 본교에서 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강변 솔나무나 들판 돌멩이 위에 칠판 올려놓고 공부하고 겨울에는 창고를 빌려서 공부했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전쟁과 가난이라는 환경 속에서 우유 가루와 학용품 등 구호물자를 실은 미군 트럭이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는 말 그대로 춥고 배고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것이 큰 축복으로 남는다고 술회한다. 또한 밀려오는 피란민들을 보면서 전쟁의 참상이 어떠한지 생생하게 목격하게 됐다. 중학교는 부산에서 다녔다. 그러다가 부산여중에 입학한 지 6개월 만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무작정 서울로 왔다. 잠시 어머니를 회고한다. “어머니는 교육열이 대단했습니다. ‘여자도 배워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여자의 일생이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요. 어머니는 16살에 결혼했지만 아버지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버리고 시집살이를 혼자 도맡아 했습니다. 그러던 어머니는 자식들이라도 배워야 한다며 저와 동생을 데리고 서울로 오게 됐습니다.” 서울로 온 손씨는 돈암동에 살면서 시골 아이 취급을 받아 처음엔 적응이 힘들었다. 하지만 풍문여고에 진학하면서 문학소녀의 꿈을 키워 나갔다. 글짓기 대회에서 여러 번 상을 받기도 했다. 문예반장을 맡아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황석영·조해일 등 여러 학생들과 문학의 밤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손숙 학생은 작가가 되려고 했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와 폴 발레리 등에 심취했다. 종로2가에 있는 음악홀에서 국내외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얘기하는 것이 공부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다. 매년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신춘문예’에도 몇 차례 도전할 만큼 작가 지망에 대한 열의를 가졌다. 그는 살아오면서 ‘울며 웃으며 함께 살기’, ‘손숙이 만난 사람’, ‘섬마을 소년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책을 썼는데 이 또한 그의 문학적 바탕에서 이루어졌다. 그 문학소녀는 고3 어느 날 서울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유진 오닐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접하게 됐다. 이해랑 선생이 연출하고 황정순·장민호·여운계 등 당대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 이 작품은 문학소녀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다. 갑자기 찾아온 연극의 전율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했다. 고려대 사학과 재학생이던 그는 1963년 개교 60주년 기념 연극 ‘삼각모자’(스페인 작가 알라르콘 이 아리사의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꿈에 그리던 남산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랐다. 남자 주인공은 당시 고대극회 선배인 김성옥(77·목포시립극단 예술감독)씨가 맡았다. 이런 인연으로 사랑이 시작돼 2년 뒤 결혼하게 된다. 1968년에는 극단 동인극장에 들어가 유진 오닐의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에서 주인공 엘렉트라 역을 맡아 직업 배우로 연극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극단 산울림 창단(1969년)에 참여해 평생 스승으로 모시는 임영웅(77) 연출가와 인연을 맺었다. 또한 2년 뒤에는 국립극단에 들어가 이해랑(1989년 작고) 선생을 만나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연극 인생을 회고하면서 “산울림과 국립극단에서 청춘을 다 바쳤다”고 말했다. 잊지 못할 작품으로는 산울림 시절의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 ‘홍당무’, ‘바다의 침묵’ 등을, 국립극단 시절의 ‘파우스트’, ‘간계와 사랑’, ‘천사여 고향을 보라’ 등을 꼽았다. 그는 “15년 동안 지낸 국립극단 시절에는 훌륭한 스승과 선배들을 만나 나름대로 좋은 면도 있었으나 여러 가지 제약과 작품의 한계도 많았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맞지 않아 자꾸 반발했더니 미운털이 박히고 나중에는 싸움닭이 되더라”며 웃었다. 다시 현재 진행형인 ‘어머니’로 화제를 돌렸다. 환경부 장관과 맞바꾼 연극이기 때문이다. 하여 당시 상황을 물었다. “러시아 공연 1주일 전에 장관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체결된 국가 간 약속을 도저히 취소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공연을 강행했지요. 평생 잊지 못할 무대였습니다. 관객들이 15분 동안 ‘마마’를 외치며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무대에 올라온 기업인들로부터 액수도 모른 채 격려금을 받았지요. 단원들에게 나눠 주고 지방 공연을 하지 못해 위약금으로 썼는데 그게 뇌물이라고 하더군요. 장관직 사퇴 후 너무 억울해서 열흘 동안 잠도 못 자고 울었습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미국 그랜드캐니언으로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녔다. 얼마 후 귀국한 그는 임영웅 선생한테 위로의 전화를 받고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오게 된다. 돌이켜 보면 ‘어머니’로 시련을 겪었지만 오히려 ‘어머니’로 빨리 제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동료 배우들이 TV드라마로 넘어갈 때에도 오로지 연극무대를 지켰다. 하지만 먹고살기는 여전히 빡빡했다. 게다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후 많은 빚을 졌다. 때마침 라디오 진행 섭외가 들어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989년부터 MBC ‘여성시대’를 진행하게 됐다. 이때 다양한 청취자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성과 환경문제 등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칼럼과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뱉어 냈다. “연극은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현장 예술입니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시선을 마주하고 호흡하는 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또 스크린이나 TV드라마와 달리 관객으로부터 치유받을 때도 많지요. 연극이 열악한 환경이긴 하지만 그걸 다 초월해 연극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극 인생을 다시 회고하면서 ‘담배 피는 여자’, ‘그 여자’, ‘셜리 발렌타인’ 등 모노드라마를 잊지 못한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선 지금 자신의 인생 모노드라마를 잠시 떠올리는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 모노드라마는 어떻게 이어 나갈까.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연극을 하지 않겠느냐. 연극을 할 때마다 늘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일이 매우 즐겁다”고 말하고, 웃으면서 그런 관객을 위해 연습하러 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연극인 손숙은 194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 부산여중 시절 서울로 왔다. 풍문여중과 풍문여고를 졸업했다. 고려대 사학과 1학년 때 개교 60주년 기념 연극 ‘삼각모자’의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1969년 극단 산울림 창단 멤버로 참여했고 1971년 국립극단에 입단, 고 이해랑 선생 등 당대 최고의 연출가들과 작품을 함께 했다. 1989년 MBC ‘여성시대’를 시작으로 20여년 동안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1999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았고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이 밖에 ‘아름다운 가게’ 공동대표(2002) 등 여러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화산’(1975), ‘객사’(1979), ‘어머니’(1999)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세 차례 수상했다. 이 밖에 대한민국연극제 여우주연상(1986), 이해랑연극상(1997), 은관문화훈장(2012)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울며 웃으며 함께 살기’, ‘손숙이 만난 사람’, ‘여성수첩’, ‘섬마을 소년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있다.
  • [씨줄날줄] 손자 보는 할머니/임태순 논설위원

    흑인인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인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가 미국 시민으로 성장,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의 힘이 컸다. 던햄은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한 딸을 대신해 오바마를 1971년부터 1979년까지 키웠다. 사고와 감성, 가치관이 형성되는 10~18세 때의 민감한 사춘기 시절이었다. 던햄은 오바마가 편견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흑인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해준 것은 물론 애국과 근면, 이웃 사랑 등의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 주었다. 오바마가 2008년 11월 한창 선거전이 치열한데도 하와이로 가 임종을 앞둔 외할머니를 위문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주와의 관계는 유별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에게 아끼던 쌈짓돈을 용돈으로 선뜻 내주는 게 조부모들이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손주를 잘 가르쳐 번듯한 인물로 키운 경우도 많다.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부인의 딸 이렌을 교육한 사람은 외할아버지 외젠이었다. 그는 손녀에게 빅토르 위고의 책을 읽어주고 식물학, 박물학 등 다양한 학문에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이렌 부부 역시 193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해 어머니와 딸이 대를 이어 노벨상을 타는 진기록을 남겼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도 자서전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 도움으로 독서 습관을 들였다며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토로했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 이황이 손자 안도에게 서신을 보내 교육시킨 것도 유명한 일화다. 부모를 건너뛴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주 간의 ‘격대(隔代)교육’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것과 달리 조부모들은 한결 여유있고 너그러운 자세로 손주들을 사랑으로 양육하기 때문이다. 대가족시대엔 흔했던 격대교육이 핵가족으로 사라졌다가 고령화 시대와 양육난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손주 양육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손자나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의 주간 노동시간은 47.2시간이었다. 주 5일 근무로 치면 하루 9.44시간이니 노인들에겐 격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손주를 돌보느라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에 걸린다는 할머니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부모·자식 관계도 좋지 않게 되고 찰떡 궁합인 조손(祖孫)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황혼 육아의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도록 자식들이 근로조건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잘 키운 손주가 대통령 되는 걸 보지 않겠는가.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④재미있는;시장, 놀이터가 되다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④재미있는;시장, 놀이터가 되다

    재미있는; 시장, 놀이터가 되다 굳이 뭘 사지 않아도 장터에 나와 반가운 이들을 만나고 소식을 주고받았던 그 옛날처럼 시장에 나와 주변을 기웃거리며 눈요기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놀이터 같은 시장이 있다. 6. 창신동 문구완구 종합市場 주소 서울 종로구 창신동 390-29 찾아가기 1호선 동대문역 4번 출구 또는 1·6호선 동묘역 6번 출구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7시 완구와 문구 도매상들이 밀집한 창신동 문구완구 종합시장은 ‘완구거리’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이야말로 산타클로스의 선물꾸러미 또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은 곳이다. 어린 시절 가지고 싶어 어쩔 줄 몰랐던 로봇 장난감과 바비 인형, 레고 등의 완구에서부터 교구, 화구, 문구 등 학습용품들까지 가게마다 빼곡하게 쌓여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 도매상이지만 시중보다 30~40% 저렴한 가격으로 낱개 구입이 가능해 아이 손잡은 알뜰 주부는 물론 차곡차곡 모은 용돈을 들고 찾아온 아이들, 손자손녀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오는 어르신들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 생일파티처럼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해야 할 때 창신동을 많이 찾아요. 값도 저렴하지만 정말 다양한 재료들이 많아서 좋아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알뜰 주부의 말씀이다. 여름에는 물놀이용품,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이 대세인데 요즘 대세는 누가 뭐래도 브라우니다. 가게마다 브라우니 인형이 줄을 서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품에 꼭 껴안을 수 있는 브라우니부터 열쇠고리 등 다양한 형태의 액세서리로 변신한 브라우니까지 가게마다 수북하다. 엄마 손 붙잡고 나온 꼬마 아가씨는 바비 인형을 앞에 두고 용돈 모은 것으로는 조금 부족한 듯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 옆에서 조금 보태 주겠다는 엄마의 제안에도 꿈쩍 않고 조금 더 모아서 자기 힘으로 사겠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못 들은 척 바쁘게 일하던 주인아저씨도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드는 장면들이 드물지 않게 연출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뭐니 뭐니 해도 요즘 대세는 브라우니 2 바비인형은 창신동문구완구종합시장의 스테디셀러 3 놀이용 장난감은 물론 교육용 완구들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4 차곡차곡 모은 용돈을 들고 신바람 나게 달려오는 아이들도 꽤 많다 5 할머니에게 선물받은 장난감에 혼이 팔려 콧물이 흐르는 줄도 모르는 꼬마 신사 6 필기류 코너에는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 등 채색도구들이 무지개를 만들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7. 동대문 봄場 위치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 개장시간 토요일 오후(2012년은 종료, 현재 2013년 개장 준비 중) 홈페이지 bomjang.net 따뜻한 봄과 선선한 가을이 되면 찾아오는 조금 특별한 시장이 있다. 봄·가을 토요일 낮 시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동대문 봄장 이야기다.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들이 직접 장을 꾸리는 봄장은 공연, 영화, 캠페인, 워크숍, 놀이, 음식, 여행, 재활용, 디자인 등 다양한 주제의 작은 시장이 하나의 장터를 만든다. 지난 11월3일에 연 2012년 마지막 봄장은 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무지개장과 독립출판물들을 만날 수 있는 독립책장을 중심으로 재활용품과 직접 만든 작품을 사고파는 꾸러미장, 공공성을 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알림장, 음악,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자랑장 그리고 체험활동이 이루어지는 만들장이 한데 모여 가을장터를 펼쳤다. 푸른시민연대의 어머니들은 몽골인형극 <여우와 두루미>를, 베트남 어머니들은 주전부리로 베트남 커피와 함께 베트남식 만두 ‘짜냄’을 정성껏 준비했다. 안양대학교 경영학과 학생들은 경기도 평택의 영세농민들이 도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 도정을 돕고 농민들에게 얻은 햅쌀과 흑미로 주먹밥을 핫도그 형태로 만든 밥도그를 직접 요리해서 파는 맛장을 꾸렸다. 창업경영 수업의 ‘5달러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그들은 수익 일부는 기부를 하고 나머지는 농민들에게 돌려줄 계획으로 봄장을 찾아온 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문신도, 바로그찌라시, 냄비받침, 그린마인드, 김이글 등 제목만으로도 독특한 감성이 묻어나는 독립출판물도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최근 독립출판물 커뮤니티 ‘페이퍼살롱’을 조직하였는데 독립책장과 같은 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며 앞으로 독립출판이 무엇인지 알리는 활동을 더욱 넓혀 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캘리그라피 작가 사공혜지의 조명컵도 눈에 띈다. 원하는 문구와 그림을 그 자리에서 캘리그라피로 그려 주는데 컵 바닥에 LED조명을 달아 수은 건전지 하나로 어두운 곳을 따스하게 밝혀 준다. “동대문 봄장은 비단 물건만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에요. 서로의 경험과 기술과 생각을 나누고 그 속에서 서로 도우며 삶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동대문 봄장이 꿈꾸는 시장입니다. 장터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도 봄장의 기분 좋은 규칙이죠.” 봄이라는 글씨가 인상적인 나무 목걸이를 건 동대문 봄장의 자원봉사자 ‘자발장’의 씩씩한 한마디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새싹 돋아나는 봄에 다시 찾아올 동대문 봄장엔 또 어떤 장이 펼쳐질까, 아직 겨울이 한창이지만 벌써 봄장이 기다려진다. 1 문화로 소통하는 장터, 동대문 봄장이 꿈꾸는 장터이다 2 흥겨운 버스킹에 시장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들썩 3 주성치를 좋아하는 영화학도 친구 둘의 작은 상점 ‘초우상회’의 베스트 아이템들 4 밝게 빛나는 불빛처럼 캘리그라피 작가 사공혜지의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조명컵 5 평택지역 농민들의 일손을 돕고 받은 쌀로 만든 밥도그. 봄장의 대표 먹을거리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제주 방선문·포천 화적연 ‘명승’ 지정

    문화재청은 3일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역사문화적 보존 가치가 크다고 평가된 제주 방선문과 경기 포천 화적연이 국가지정문화재의 일종인 명승이 된다고 밝혔다. 4일 자로 명승 92호로 등재될 방선문은 한천 중류 한가운데 커다랗게 아치형 문처럼 솟은 기암이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꽃이 만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신선향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을 지닌 방선문에는 이곳을 다녀간 시인 묵객이 새겨 놓은 글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문화의 요소를 간직한 복합유산으로 평가받는다. 명승 93호 화적연은 한탄강이 휘돌아가며 형성된 깊은 연못과 그 위로 13m 높이로 솟은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주변 생태 환경 또한 가치가 높다. 한편 조선 후기 8대 명창 가운데 한 명인 정창업 선생의 증손녀 정의진(66) 명창이 서울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서울시는 정 명창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2호인 ‘수궁가’의 예능보유자로 지정해 이날 고시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中 ‘효자 시진핑’ 띄우기…10년전 모친과 통화 동영상 공개

     “절대로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네 책임은 그 누구의 것보다 크다는 것을 깊이 명심해라.”  중국의 새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노모 치신(齊心·89)이 10여년 전 아들인 시 총서기에게 건넨 당부의 말이 27일 중국 언론에 공개됐다. 2001년 춘제(春節·설) 때 모자 간의 통화를 담은 동영상에서 치신은 아들에게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덕목과 함께 다정다감한 어조로 모성애를 전했다. 모자 간 통화 동영상 공개는 지난 24일 시 총서기의 개인 경력과 가족사 등을 상세히 소개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그의 친민(親民) 이미지 구축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영 신화통신은 27일 아들인 시 총서기에게 실수 없이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하는 치신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동영상 일부와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2001년 시 총서기가 푸젠(福建)성 부서기 겸 성장으로 재직할 때 촬영된 영상이다.  치신은 ‘이번 춘제에 일이 많아 내려갈 수 없게 됐다’는 아들의 말에 “중요한 것은 네가 일을 잘해 내는 것”이라면서 “그게 바로 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라고 격려했다. 치신은 이어 “언제나 맡은 일을 잘해 내고,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절대로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모든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건강과 안전이 항상 최우선”이라며 ‘건강 챙기기’를 당부했다. 모자 간 통화 동영상은 치신이 “펑리위안(彭麗媛·며느리)과 밍쩌(明澤·손녀)에게도 새해 인사를 전해 달라.”고 아들에게 다정하게 얘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통신은 시 총서기의 노모가 가족회의에서 “진핑이 일하는 것과 관련된 사업활동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소개했다.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국이 효자 아들, 책임감 있는 남편,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시 총서기의 친민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면서 “다만 국민적 지지를 획득한 뒤에 실제로 그가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정중동’박근혜식 조용한 민생행보

    ‘정중동’박근혜식 조용한 민생행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일 이후 1주일간 행보는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새 정치 구상’이나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속전속결’ 행보와 대조를 이룬다. 박 당선인은 지난 21일까지는 공식 일정을 소화했지만 지난 주말 이후 대외 일정을 최소화하고 민생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당선인은 당선 이튿날인 20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오후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했다. 같은 날 오후 주한 미·중·일·러 대사를 접견한 박 당선인은 21일 당사 집무실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여기까진 통상적인 당선인 행보와 동일하다. 이후 23일까지 사흘간 박 당선인은 외부 일정 없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인수위 인선을 구상했다. 당선인에게 제공되는 안전가옥(안가)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지난 20일 영등포구 여의도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 역시 전직 당선인의 전례와 달랐다. 박 당선인은 대국민 메시지만 발표하고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정국 구상을 소상히 밝힌 것과 대비된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첫 주말인 21~22일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제주도를 방문해 새 정치 구상에 몰두했다. 23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회동하며 정권 인수과정을 논의했다. 이튿날인 24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직 인수위 설치령이 의결되는 등 정권 교체작업도 빠르게 진행됐다. 안가에는 입주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쉴 새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21일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서 안가로 거처를 옮긴 뒤 22일 측근과 테니스 회동, 뉴라이트전국연합 송년회, 손녀 돌잔치 참석 등 대외 일정을 소화했다. 23일 소망교회 주일예배 참석에 이어 25일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인선 발표, 26일 인수위 현판식 등 속전속결로 인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는 28일 면담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인수위 인선이 늦어지는 속에서 24·25일 쪽방촌 방문, 26일 경제 주체 회동 등 민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직 당선인들이 우선 추진했던 대통령 면담이 언제 성사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나 재벌 손녀딸인데 비자금 세탁 도와줘” 수십억 사기단 검거

    비자금 세탁을 도와주면 돈을 불려주겠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챙긴 사기단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이태형)는 23일 펀드매니저 행세를 하며 자금 세탁에 필요한 돈을 투자해 몇 배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돈을 챙긴 이모(47)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씨의 부인 행세를 한 김모(39·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자금 세탁을 도와주고 큰 돈을 벌었다.”며 다른 피해자를 끌어 들인 피해자 김모(54)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가짜 보석 피해자들에 담보로 맡겨 이씨 등은 2009년 11월 피해자 김씨에게 “100억원대 비자금을 세탁한 뒤, 투자해 몇 배로 돌려주겠다.”며 2억원을 받아 챙기는 등 올 초까지 피해자 8명에게서 32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 계좌에 수천만원을 보낸 뒤 피해자의 돈 수천만원을 추가해 돌려보내면 자금을 양성화할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의 돈을 뜯어냈다. 이씨 일당은 피해자들과 1718차례나 돈을 주고받았지만 피해자들이 입금받은 돈은 송금한 액수보다 항상 적었다. 피해자들이 이씨를 믿게 하기 위해 부인 역을 맡은 김씨가 재벌의 손녀딸 행세를 했고, 가짜 보석이나 위조어음 등을 피해자들에게 담보로 맡겼다. 부인역 김씨는 실제 대기업 임원의 부인으로 아침 저녁에는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고 낮에는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사기 행각에 가담하는 등 철저한 이중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32억 사기… “유사사건 보강 수사” 피해자들은 종종 수수료나 이익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돌려받기도 했지만 곧바로 다시 비자금 세탁 명목으로 돈을 뜯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등 피해자 3명은 자신이 투자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다른 피해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씨는 신분증을 위조하고 가명 5개를 돌려썼으며 피해자 명의의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전남 순천 등 전국에서 총 4건의 범죄로 수배 중이었다.”면서 “유사 피해 사례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손녀딸 세례식 참석한 ‘할아버지 유령’ 생생 포착

    손녀딸 세례식 참석한 ‘할아버지 유령’ 생생 포착

    손녀딸의 세례식을 찾은 ‘할아버지 유령’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소개된 이 사진은 성당에서 세례식을 받는 어린 아기와 그의 가족들 뒤로 머리 부분만 희미하게 보이는 기이한 형태를 담고 있다. 유독 흑백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마치 가족들의 성스러운 세례식에 함께 참석한 듯한 생생한 느낌을 준다. 이 사진은 영국 런던 인근 캔터베리에 있는 한 교회에서 아기의 아버지 제이미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다. 손녀딸의 세례식에 참석한 히더 세웰(50)은 사진 속 ‘유령’을 보자마자 한 눈에 남편의 얼굴임을 알아봤다고 주장했다. 스웰은 “17년 전 죽은 남편의 모습을 갑작스럽게 보게 돼 매우 놀랐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면서 “테리(남편)일 리가 없다고 스스로 되뇌어봤지만 얼굴이 꼭 닮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 놀라운 것은 테리의 얼굴 뿐 아니라 키까지 똑같았다는 것”이라면서 “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령이 등장한 캔터베리 세인터마틴성당은 캔터베리 뿐 아니라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8세기 이전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미주통신] 친할머니 집 털었다가 22년 선고받은 손자

    [미주통신] 친할머니 집 털었다가 22년 선고받은 손자

    두 명의 친구와 모의하여 친할머니 집을 강도질한 못된 손자에게 징역 22년형이 선고되었다고 미국 언론들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거주하는 라일리 머셔(40)는 2년 전 친할머니의 도움으로 할머니 집에 거주하며 할머니가 소유한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도 얻는 등 배려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평소 할머니가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현금을 침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지난 2011년 9월 29일 두 명의 공모자와 함께 할머니 집에 침입하여 권총으로 할머니를 위협하고 현금을 강탈했다. 이 과정에서 금고를 열지 않으려고 머뭇거리는 할머니를 한 공범이 총으로 쏘겠다고 위협하자 머셔는 “다치게 하지 말라.”고 순간적으로 말하고 말았다. 이 순간 할머니는 직감적으로 손자의 목소리임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이들은 할머니를 결박한 채로 2000만원 가량의 돈을 강탈해서 달아났다. 이후 손녀에 의해 발견된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손자는 체포되고 말았다. 이번 판결에서 머셔는 무기를 사용한 납치, 강도 등 중범죄 혐의가 적용되었으며 특히 재판관은 아직도 끔찍한 범죄로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피해자를 생각해서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팔순에도 팔팔한 재무설계사 영업비밀은?

    팔순에도 팔팔한 재무설계사 영업비밀은?

    “팔순이지만 아직도 현역이랍니다.” 27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장기 근속을 한 재무설계사 9명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본사로 초청해 감사패를 수여했다. 그 가운데 주인공은 강남지역단 도곡지역 소속의 김유수(79)씨. 회사 내 최고령자·최장기 근속이라는 기록을 가진 김씨는 서울 동대문·남대문 시장 등을 돌면서 보험 영업을 하는 재무설계사다. 김씨는 40세이던 1973년부터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설계사로 활동해 왔다. 지금까지 체결한 계약만도 2000건이 넘는다. 올 들어서도 매달 3건 이상의 계약을 유치하고 있다. 김씨는 “보청기나 돋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최대 장점은 성실함이다. 단 하루도 결근이나 지각을 하지 않았다. 성실함 덕분에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 수십년 전 인연을 맺은 고객들의 증손자, 증손녀까지 4대째 보험을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김씨는 “고객과의 신용을 지키는 것,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 즐겁게 출근하는 것, 이 세 가지가 40년 영업의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불행하게 사는 딸 보고 홧김에” 외할머니가 손녀 목 졸라 살해

    외할머니가 손녀를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6일 모텔에서 자신의 손녀(5)를 목졸라 숨지게 한 외할머니 구모(61)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씨는 지난 24일 오후 7시쯤 대구시 중구 남성로 소재의 한 모텔에서 자신의 손녀 김모양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에 사는 구씨는 딸 고모(30)씨, 외손녀 2명과 함께 지난 16일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울산 친척집에 들렀다. 구씨가 침대에 누워 있는 손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을 때 고씨는 TV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는 경찰에서 “딸이 자주 술을 마셔 가정 불화를 겪는 등 불행하게 사는 데 화가 나 외손녀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고씨는 “무속인인 구씨가 2개월 전 신당에 불이 난 뒤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이 불안정했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 순방외교/육철수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세계 190개국과 수교 중이다. 나라마다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국익을 창출하려면 대통령이 해야 할 외치(外治)는 산더미 같다. 대통령의 외교 역량에 따라 국부(國富)와 나라의 안위가 좌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자원분야는 정상(頂上) 외교가 중요하다. 자원 부국들은 중동·중앙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에 많은데, 자원 관련 국책사업은 대개 그 나라 최고위층이 결정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담판을 벌이는 게 효율적이다. 단순한 친선 방문이라 해도 국가원수가 움직이면 우호증진 효과는 대단하다. 세금만 쓰고 다닌다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는 사실 돈이 꽤 들어간다. 거리·일정·목적에 따라 한 차례 순방비용이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이나 든다. 북방외교에 힘을 쏟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11차례 순방에서 452억원을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3차례 나가면서 495억원을 사용했다. 실사구시 외교를 펼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3차례에 546억원, 자원외교에 전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7차례에 700여억원을 각각 썼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줄이고 경제인을 대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가끔 호화 수행단을 꾸려 야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기록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동아시아 정상회의(캄보디아) 참석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을 끝으로 재임 중 해외순방을 마무리했다. 그는 49차례에 걸쳐 84개국을 방문했다. 임기의 8분의1인 232일(기내 포함)을 외국에 머물렀다. 비행거리는 75만 8478㎞. 지구 열아홉 바퀴를 돈 셈이다. 다자회담을 포함한 정상회담을 170차례나 했다. 2년 전 순방길에는 딸과 외손녀를 데려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5년간 순방 비용은 곧 계산서가 나오겠지만 만만찮을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최고경영인(CEO) 출신답게 ‘세일즈 외교’를 활발하게 펼쳐 ‘결코 손해보지 않는 외교력’을 발휘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평창동계올림픽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데 업적을 남겼다. UAE에서는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사업을 수주했다. ‘20년 지기’인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는 정상 외교사(史)에 사례가 드문 ‘사우나 외교’로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따오기도 했다. ‘글로벌 코리아’를 이룬 이 대통령이 내치(內治)에서는 빛을 잃은 게 못내 안타깝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치마에 스타킹까지…72세 ‘여장 할아버지’ 모델

    치마에 스타킹까지…72세 ‘여장 할아버지’ 모델

    중국의 70대 할아버지가 여장을 한 채 여성의류쇼핑몰의 모델로 나서 인터넷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신징바오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 여장할아버지 모델은 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한 외손녀딸의 ‘강력한’ 권유에 카메라 앞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한 후난성의 뤼(吕)씨는 외할아버지 내외와 함께 쇼핑에 나섰다가 할아버지가 여성의류를 꼼꼼하게 살피고 직접 몸에 대고 거울 앞에 서는 모습 등을 본 뒤 아이디어를 얻었다. 할아버지 류첸핑(72)씨는 당시 별 생각 없이 여성 의류를 직접 입어보며 관심을 표했는데, 이를 본 손녀딸은 곧장 ‘여장할아버지 모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것. 뤼씨는 “맘에 드는 모델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여성 옷을 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각 외로 매우 근사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를 설득해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긴 갈색머리 가발에 선글라스를 쓰고 주황색 니트와 짧은 플레어스커트, 자주색 스타킹과 구두를 매치한 할아버지의 모습은 한편으로 기이하면서도 실제 여성의류모델을 능가하는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일명 ‘할아버지여성복 스타일’ 시리즈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 쇼핑몰은 할아버지 모델사진을 공개한 당일 판매량이 평소보다 5~6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쇼핑몰과 자신의 여장모델 사진이 화제로 떠오르자 류씨는 “외손녀를 도와 여자 옷을 입은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면서 “이 나이에 여자 옷을 입고 모델로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나는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조준희 기업은행장의 ‘파격’

    조준희 기업은행장의 ‘파격’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뽑아 일자리를 주는 것이 바로 양극화 해소의 길이 아닐까요.”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최근 사석에서 한 말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에서 은행권 최초로 기초생활수급자를 별도로 분류해 공채를 실시했다. 일각에서 우려를 표명했지만 조 행장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생활 형편이 어려운 12명이 15일 최종합격 통지서를 받아들었다. 기업은행은 이날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 최종 합격자 235명을 발표했다. 당초 채용 계획은 210명이었지만 청년 일자리를 더 늘리자는 취지에서 25명을 더 뽑았다. 올 하반기 공채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전형 기준에 넣은 점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자녀와 그동안 정규직 채용에서 소외됐던 전문대 졸업자 등을 따로 나눠 채용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전형에는 모두 414명이 지원했다. 필기시험에 이어 합숙 면접, 임원 면접 등을 거쳐 34대1의 경쟁을 뚫고 12명이 최종 합격했다. 대부분이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조손 가정 출신이거나 한부모 가정 출신이다. 시각장애인인 부모를 대신해 농사를 지으며 혼자 힘으로 대학을 졸업한 김모(25)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합격 소식에 어쩔 줄 몰라했다. 공사장 막노동 등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다 해 보았다는 김씨는 “기업은행 덕분에 부모님을 편히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울먹거렸다. 조 행장은 “기초생활수급자 전형을 따로 하자고 하니까 다른 일반 전형 지원자들에 비해 학력 등 이른바 스펙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만류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면서 “솔직히 나도 내심 걱정했는데 막상 뽑아 보니 전혀 실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당당하게 합격한 손자손녀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내복을 사드리면 얼마나 뿌듯하겠느냐.”면서 “어서 빨리 첫 월급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대생 전형에는 482명이 지원해 10명이 합격했다. 최종 합격자들은 오는 26일부터 약 10주간의 연수를 받은 뒤 내년 2월 일선 지점에 배치될 예정이다. 기업은행의 ‘행원 출신 첫 행장’인 조 행장은 2000명에 가까운 임직원 인사를 단 하루에 끝내는 ‘원샷 인사’로도 유명하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입에 달고 다니는 현장 중심주의자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길섶에서] 씁쓸한 증여/육철수 논설위원

    법이 아무리 촘촘해도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기발하고 합법적인 탈세에 혀를 내두를 때가 어디 한두 번인가. 얼마 전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가 터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자식을 여기에 넣으려고 남편과 거짓 이혼하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외국인과 위장결혼한 여성도 있었다. 이 학교는 입학자격이 까다롭지만 학비 또한 만만치 않다. 떠도는 뒷얘기를 들어보니 이 학교에 다닌 일부 학생의 배경에는 든든한 할아버지가 있었다고 한다. 돈 많은 할아버지는 어차피 증여를 해야 하는데, 무능한 자식에게 물려주느니 똑똑한 손자·손녀의 비싼 학비를 지원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세금 없는 증여’가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요즘처럼 교육비가 천정부지인 세태에 교육도 돈 없으면 못 시킨다. 하지만 아무리 교육비가 수천만~수억원 드는 판국이라 해도 이를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떠올렸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렇다고 공부시킨 돈에 세금을 물릴 수도 없으니 그저 씁쓰레할 뿐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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