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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가와 연이어 사돈 맺는 애경

    애경그룹이 SPC그룹, 세아홀딩스에 이어 재계 2순위 현대차그룹과 사돈을 맺는다. 두 그룹에 따르면 채형석(56)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차녀 수연(26)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54)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28)씨와 다음달 1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수연씨는 미국 코넬대를 나와 신부 수업 중이고 동욱씨는 아직 학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대전 선병원 설립자 고 선호영 박사의 차남 선두훈(59)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1985년 결혼해 아영(30)·동욱씨 등 1남 1녀를 뒀다. 앞서 채 총괄부회장의 장녀 문선(30)씨는 소개팅으로 만난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 이태성(38) 세아홀딩스 전무와 2013년 7월 결혼했다. 채 총괄부회장은 장영신(80·여)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만난 부인 홍미경(56)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고문과 결혼해 1남 2녀를 뒀다. 장 회장의 둘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장녀 안리나(30)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BR코리아(SPC그룹 계열사·38) 전무와 결혼해 딸을 두고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JAPAN HOFU-호후防府에서 보낸 며칠

    JAPAN HOFU-호후防府에서 보낸 며칠

    호후? 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늘 그렇듯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짐부터 꾸렸다. 어디로 발을 떼야 할까 역전에서 두리번대는 것으로 호후에서의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박 3일, 그러니까 내 인생의 무려 20만 초를 호후와 함께했다. 모자이크처럼 촘촘했던 시간들이다. 호후 일본 혼슈 남서부 야마구치현의 중앙에 위치한 도시. 현내 최대 도시인 시모노세키와 주고쿠 지방 거점 도시인 히로시마의 중간 즈음. 최남단에 면한 세토나카이해를 향해 일급 수계인 사바강이 흐르고 그 주변으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사시사철 온화한 바람이 드나드는 작은 도시다. 내 오늘은 기꺼이 달린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던 첫인상과 달리 호후텐만구防府天?宮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 일 년에 한 번, 11월의 마지막 주말이면 평소의 한적한 분위기가 일시에 전복되어 호후텐만구를 중심으로 마을 전체에 활기가 넘쳐난다. 1004년부터 시작된 축제 코신코사이御神幸祭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올해가 1,012회째. 세상에, 천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축제라니. 호후텐만구는 904년에 창건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이자 교토의 기타노텐만구北野天?宮, 후쿠오카의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宮와 더불어 일본의 3대 텐만구로 손꼽히는 곳이다. 텐만구는 일본의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를 모시는 신사를 말한다. 9세기 중후반 헤이안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정치가로 워낙에 똑똑한 사람이어서 천황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시기 질투하고 눈엣가시로 여기던 이들이 많았는데 결국 그들에게 모함을 당해 교토에서 후쿠오카로 유배되어 생을 마쳐야 했다. 억울하게 죽은 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축제가 시작됐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사람들은 바알간 매화 문양을 얼굴에 도장 찍고 텐만구 돌계단을 오르내렸다. 매화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몹시 아꼈던 꽃으로 몸에 그 문양을 도장 찍으면 그가 매화를 아꼈던 것처럼 그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는, 일종의 행운의 상징이다. ‘학문의 신’을 기리는 축제인 만큼 한창 공부할 나이의 아이들이 눈에 띄었지만 사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한껏 들뜬 모습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축제는 오후 내내 추운 겨울에도 아랑곳 않고 맨몸을 드러낸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 가마를 이고 “왓쇼이, 왓쇼이”를 외치며 텐만구의 돌계단을 용맹스럽게 뛰어 오르는 의식에 이어 해가 진 후 텐만구에 모신 ‘학문의 신’을 가마에 싣고 2.5km 떨어진 해안가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행렬로 이어진다. 일 년 내내 텐만구 안에서 사람들의 온갖 기원을 들어주는 신을 위해 이날 하루 바닷가까지 바람을 쐬어 주는 거라고 했다. 사실 좀 뜨끔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 가을 한가위 달밤에 네 살배기 조카 녀석이 어른들의 소원 세례를 보고는 “달님, 힘내세요!”를 외쳤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 어른들 소원을 다 들어주다 달님이 지칠까 봐 그랬는지, 아니면 달님이 힘내서 소원을 다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는지 알 순 없지만 참 기특하단 생각을 했었다. 한편으로 때마다 해님, 달님에게 무턱대고 소원을 들어 달라고 조르기만 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쑥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꽤 불량스러워 보이는 청년들은 물론이고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이들까지, 축제에 어우러지는 사람들에는 구분이 없었다.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이들이 함께 뛰고 함께 웃는 모습은 기특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그리고 나도 그들 틈에 끼어 힘껏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후의 귤빛 오후 이튿날 아침, 호후텐만구 돌계단 아래에 위치한 휴게소 우메테라스에서 자전거 한 대를 빌렸다. 한눈에 낯선 얼굴을 알아보는 마을 사람들. 빤히 쳐다보는 눈길이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다. 여느 시골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이웃집 손녀를 보는 듯했기에 그 시선을 즐기며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갈랐다. 고목이 드리운 스오코쿠 분지를 지나 옛 영주 모리의 저택에 단장한 모리씨 정원까지 1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서울에선 한창 눈발이 날린다는데 이곳은 그저 단풍이 곱다.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는 말이 참말인가 보다. 조롱박 모양의 못을 크게 끼고 돌면서 단풍과 어우러진 저택을 감상하는 것도 좋고, 천왕이 머물렀다는 이곳 저택 안에서 정원 너머로 공장 굴뚝 연기가 뽀얗게 피어오르는 도시 전경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르다. 저택에서 바로 연결된 박물관에서는 모리 가문에 내려오는 국보와 일본을 대표하는 산수화가 셋슈雪舟의 작품 등 다양한 보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마츠다 농원松田農園에는 키 작은 귤나무 아래 돗자리를 깐 나들이객들이 제법 있다. 종일 농원 내에서만큼은 얼마든 귤을 따 먹을 수 있다니 다 먹지도 못할 것을 괜스레 봉지가 터질 만큼 욕심을 내게 된다. 어른들이 귤 따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 귤 하나 제대로 움켜쥐기에도 버거운 고사리 손 아이들은 굴러 떨어진 귤 하나를 그저 소중히 쥐고 있다. 딱 그만큼만, 제 손에 잡을 수 있는 만큼만. 호후의 오후는 그랬다. 귤껍질 깔 때 톡 터져 나오는 상큼하고도 신선한 그 찰나의 기분이랄까. 손톱에 노오란 물이 들도록 연신 귤을 까 먹으면서 귤빛 오후가 흘러간다. 우메테라스 자전거 대여 09:00~20:00 4시간 기준, 전동 자전거 300엔, 일반 자전거 200엔 추천코스 | 호후텐만구→스오코쿠 분지(절)→모리정원→도다이지 별원 아미다지(절) 모리씨 정원 09:00~17:00 성인 400엔, 중학생 이하 200엔 (박물관 관람은 요금 별도. 통합권은 1,000엔) 마츠다 농원 귤 따기 체험 10:00~17:00 성인 500엔, 학생 400엔, 미취학아동 300엔 종종걸음이 주는 여유 자전거를 반납하러 우메테라스에 들렀다가 호후 인근 야마구치에서 기모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것도 한때 내로라했던 고급 요정 사이코테이菜香亭에서. 1878년경에 문을 열어 지난 1996년까지 영업한 이 요정은 현재 건축, 정원, 미술품, 게이샤 등 일본 전통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새로이 문을 열었다. 버선에서부터 머리 장식에 이르기까지 기모노 차림으로 단장을 한다. 입혀 주는 대로 가만 서 있기만 하는 데도 겹겹이 걸치고, 동여매고, 보통 일이 아니다. 30여 분을 낑낑거리고서 거울 앞에 가려다 넘어질 뻔. 보폭이 엄청나게 좁다. 그래도 그 모습이 궁금해 종종걸음을 걸으니 보는 이들이 재미있다고 깔깔깔. 내친김에 루리코지瑠璃光寺로 나들이를 다녀온다. 사실 야마구치는 교토를 동경하던 고대 일본 씨족의 하나인 오우치 가문이 교토를 모방하여 만든 도시다. 오우치 가문이 꽃피운 야마구치의 문화 가운데 가장 절정에 이른 것이 바로 이곳 루리코지. 나라의 호류지, 교토의 다이고지와 함께 일본 3대 명탑의 하나이자 국보로 지정된 고주노토五重塔를 중심으로 울긋불긋 단풍이 어우러진 모습이 절경이다. 그리고 모리씨 정원에서 만났던 화가 셋슈, 그가 직접 그의 산수화폭을 풀어놓은 셋슈테이 정원과 아주 먼 옛날 흰 여우가 상처를 치료했다는 전설이 깃든 800년 전통의 유다 온천까지 두루두루 종종걸음을 걸었다. 기모노 차림이라 더 색다르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기모노 차림이라 참 좋았다. 그 풍경에 한 폭으로 스며드는 느낌이었달까. 불편하단 생각보단 여유롭다는 기분이 더 강했다. 그냥 휙 지나치지 않고 조금조금 흰 도화지 위에 모자이크를 찍듯 발 도장을 찍어 갔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2박 3일보다 조금 더 길고 촘촘한 20만 초를 보냈다. 사이코테이 기모노 체험 버선부터 머리 장식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방식으로 기모노를 착용하고 유서 깊은 명승지를 산책할 수 있는 체험. 기모노 착용 시간 30여 분 소요. 여름에는 유카타 착용. 09:00~17:45 (매주 화요일 휴관) 2시간 이내 2,500엔, 2시간 이상 3,500엔(착용시간 약 30분은 포함하지 않음) 하루 전 예약 필수 083-934-3312 www.c-able.ne.jp/~saikou 유다온천 FOOT SPA카페 스타일로 단장한 유다온천의 족욕시설. 일본의 온천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공 족욕탕과 확연히 구분된다. 따뜻한 온천수 증기가 온몸을 감싸는 가운데 온천의 마스코트인 귀여운 흰 여우가 하얀 거품 위에서 눈웃음치는 카페 라떼 한잔의 여유.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그지 않아도 충분하다. 08:00~22:00 어른 200엔, 중학생 이하 100엔 083-921-8818 www.yuda-onsen.jp ▶travel info Airline야마구치현 호후시로 단번에 가는 비행편은 아직 없다. 인천에서 후쿠오카까지 항공편을 이용,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신칸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인천에서 후쿠오카를 이어 주는 국내 항공편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이 매일 운항하고 있다. FOOD 계란덮밥 |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계란. 그런데 속은 촉촉한 반숙 상태 그대로다. 독특하게 조리한 계란을 생선 튀김, 야채 등과 곁들여 먹는 일종의 덮밥. 19세기 메이지유신 이후 이 지역의 첫 현령인 카토리 모토히코가 즐겨 먹었던 음식을 상품화 했다. 500~1,000엔. 가와라 소바 | 야마구치현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다. 뜨거운 기왓장 위에 올린 소바 면을 차가운 간장 국물에 적셔 먹는다. 기왓장에 닿은 소바 면은 바삭하게 익어 사뭇 다른 식감이다. 시모노세키 음식이라지만 야마구치현 어디에서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1인 1,000엔 정도. 복어 | 야마구치현은 일본 제일의 복어 산지. 때문에 싱싱하고도 맛있는, 더하여 저렴한 가격에 복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복어회가 포함된 사시미 코스 요리가 1인 7,000~8,000엔 가량. 간식용, 반찬용, 안주용으로 복어가 들어간 어묵도 좋다.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호후시 www.city.hofu.yamaguchi.j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사설] 안하무인 재벌 3세 갑질 처벌 못 하나

    그야말로 삼류 코미디에나 나올 일이다.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 갑질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3세 경영인이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대림그룹 창업주인 고 이재준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그의 갑질은 재벌을 고발한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인가 싶을 정도다. 이 부회장은 운전기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백미러를 접고 운전하라는 위험천만한 지시도 했다. 10초 안에 휴대전화 문자 답변하기 정도는 횡포 축에도 못 끼었다. 운전 중인 기사의 뒤통수를 때리거나 사이드미러를 접고 달리라고도 주문했다니 어떤 심리 상태였는지 궁금하다. 더 가관인 것은 대림산업은 이런 오너의 상식 밖 갑질을 견디라는 수칙까지 만들어 수행 기사를 뽑았다. ‘실언하실 경우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잘 인내하면 차후 배려해 주신다’는 문구까지 넣었다. 분노조절이 잘 안 되는 오너의 감정받이가 돼 주면 후사하겠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재벌가 사람들의 안하무인 행실은 잊힐 새도 없이 터진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이 경고가 될 법도 하건만 도무지 나아진 게 없다. 금수저 하나 물고 태어난 것 말고는 경쟁력이 없는 재벌 자녀들이 사실상 많다. 부모 잘 만나 그룹 주인 자리에 무임 승차한 오너들의 저급한 처신은 반재벌 정서만 굳힌다. 기업과 사회 발전에 이만저만 해악이 아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청년 실업에 젊은이들이 절규한다. 반듯한 직장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느라 미래 계획은 꿈도 못 꾸고 자포자기한다. 록펠러 가문의 후손과 월트 디즈니의 손녀가 스스로 세금을 더 내려고 한다는 소식이 그제 외신을 탔다. 참 달라도 어쩌면 이렇게도 다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동냥을 못 줄 거면 쪽박이라도 깨지 말라고 했다. 시대착오적인 재벌 갑질은 가뜩이나 흙수저라서 좌절하는 청춘들을 허탈감으로 무너지게 만든다. 사과 한마디 없이 뭉개는 이 부회장과 대림산업은 여론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갑질하는 오너의 기업은 사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대물림 경영을 계속할 재벌들은 이참에 머리 맞대고 ‘자녀 훈육 십계명’부터 만들라.
  • 3300㎞를 걸었다, 나를 찾았다

    3300㎞를 걸었다, 나를 찾았다

    영화 이야기 한 자락. 지난해 개봉됐던 미국 영화 ‘어 워크 인 더 우즈’다. 로버트 레드퍼드(80)가 여행가인 빌 브라이슨을, 닉 놀테(75)가 친구 카츠 역을 맡았다. 전체적인 얼개는 단순하다. 장례식장에 다녀오던 빌이 난데없이 완주에 무려 5개월 이상 걸린다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도전에 나서고, 이 여정에 판이한 성격의 카츠가 합류하면서 빚어지는 사건들을 그렸다. 시골마을에서 봉변을 당하고, 야생 곰을 만나 죽을 고비도 넘기고, 심지어 조난까지 겪는다. 새 책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도 이와 비슷하다. 영화보다 무려 80년 전에 실제 있었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와 다른 점은 주인공이 여성 혼자였고, 영화와 달리 중도 포기 없이 완주했다는 것이다. 그 기간만 무려 146일. 오로지 두 발로 삶의 무게에 맞선 3300㎞의 여정이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미국 조지아주부터 메인주까지,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14개 주에 걸쳐 있다. 1921년 조성이 시작돼 1937년쯤 얼추 완성됐다. 미국 내에선 ‘3대 트레일’로 꼽히는, 트레커들의 ‘로망’이다. 우리의 ‘백두대간 종주’쯤 될까. 거리로야 견줄 수 없지만, 도전과 성찰이라는 걷기의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지 싶다. 1955년 5월 3일. 오하이오 촌구석에 살던 예순일곱 살의 엠마 게이트우드가 애팔래치아 트레일 앞에 선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도보여행길이다. 그가 가족들에게 남긴 말은 “어디 좀 다녀올께!”가 전부다. 열한 명의 자녀와 스물세 명의 손자손녀를 둔 어머니이자 할머니가 했다고는 보기 힘든 행동이다. 이후 방울뱀의 습격, 추위와 배고픔 등 야영지의 수많은 밤을 견뎌낸 엠마는 146일째 되던 날 마침내 종착지인 캐터딘 산 정상에 이른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홀로 완주한 첫 번째 여성이 되는 순간이다. 그는 이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도전에 나서 세 차례나 완주에 성공했다. 이 길을 세 번 완주한 이는 남녀를 통틀어 그가 처음이다. 엠마는 35년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열한 명의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였다. 그는 고통의 세월을 견디다 쉰네 살에 이혼에 성공한다. 그가 평온한 노년을 뿌리치고 애팔래치아로 향한 이유는 뭘까. 수없이 쏟아진 질문에 그는 그저 그러고 싶었다고만 답했다. 누구도 그의 속내를 짐작할 수는 없지만, 수십년 동안 짊어졌던 삶의 상처와 고통들이 동력이 됐을 거란 추정은 할 수 있겠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윤여정-김고은 주연 ‘계춘할망’ 티저 예고편

    윤여정-김고은 주연 ‘계춘할망’ 티저 예고편

    윤여정, 김고은이 함께 한 영화 ‘계춘할망’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제주도의 해녀로 사는 계춘(윤여정)은 잃어버린 손녀 혜지(김고은)와 12년 만에 재회한다. 이후 두 사람은 예전처럼 서로에게 적응한다. 그러나 오매불망 손녀 바보 계춘과 달리 혜지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다. 수상한 혜지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의심도 커진다. 이런 상황에 혜지는 서울로 미술경연대회를 갔다가 사라진다. 이처럼 ‘계춘할망’은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와 오매불망 손녀 바보인 계춘 할망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드라마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를 기적적으로 찾은 해녀 계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어 “할망과 단둘이 살아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세요”라는 혜지의 대사와 함께 ‘우리 잘살 수 있을까요’라는 카피는, 두 사람 앞에 놓인 순탄치 않은 일상을 예고한다. 특히 예고편을 통해 혜지가 12년 만에 할머니를 찾아온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혜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번 작품에서 윤여정과 김고은은 각각 손녀 바라기 제주도의 해녀 ‘계춘’과 12년 만에 제주도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 예측불허 손녀 ‘혜지’ 역을 맡았다. 손자와 할머니의 좌충우돌기를 그린 ‘집으로’(이정향 감독, 2002년) 를 잇는 손녀와 할머니의 좌충우돌기 ‘계춘할망’은 ‘표적’의 창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5월 개봉 예정. 사진 영상=콘텐츠 난다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후쿠시마원전 사고 5년] 방사능 불안·복구 지연… 주민들 “가족·일터 잃었는데 어디로”

    [후쿠시마원전 사고 5년] 방사능 불안·복구 지연… 주민들 “가족·일터 잃었는데 어디로”

    11일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이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과 방사능 누출 사고 등 ‘복합 재난’이 발생한 지 만 5년이 됐다. 당시 재난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 5892명, 행방불명자는 2573명이었다. 또 질병, 자살 등 관련 사망자도 3314명에 이른다. 5년이 지나면서 일본 정부는 원전 피난민의 귀환을 준비하며 상처 치유에 들어갔지만 현실은 녹록잖다. 피난민 17만 4000여명은 정든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가설주택이나 친척 집 등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방사능 불신과 지지부진한 후속 조치가 남긴 마음의 상처는 일본 사회에서 트라우마로 깊어졌다. 경제산업성 등 정부 부처 건물들을 길 하나 사이에 둔 도쿄 중심부 히비야 공원에서는 원전 피해자들의 집회가 최근 연일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800여명이 모인 지난 2일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아베 신조 정부의 피난 지시 해제와 ‘원전 피난민’에 대한 지원 축소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원전 사고피해자단체 연락회’(연락회)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방사능)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피난 지시를 해제하고, 일부 피난자에 대한 주택 무상 제공 등 지원을 내년 3월부터 끊겠다고 한 결정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日정부, 피난자 지원 끊어 복귀 유도 내년 3월까지 피난 지시구역 내 거주제한구역과 해제준비구역에 대한 피난 해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아베 정부 정책은 사실상 ‘재해지역’으로 원주민 복귀를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피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세가와 겐이치 연락회 공동대표는 “연간 피폭 선량이 1mSv(시버트·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를 밑돈다는 것이 실증되지 않는 한 피난 지시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면서 “정부와 도쿄전력은 빨리 사고 마무리를 하면서 없었던 일로 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사능 위험에 대한 불안이 여전한 상태에서 피난민들은 내키지 않는 복귀에 떠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부터 후쿠시마현 나라하마치의 옛집으로 돌아간 60대 중반의 엔도 오쿠조는 “8명의 가족 가운데 노모와 처, 아들 부부와 손자, 손녀 등은 돌아오지 않고 센다이 등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인프라 시설에다 방사능 불안이 큰 탓이었다. 다른 한 피난민은 “방사능은 둘째치고, 돌아가 봐야 부서진 집을 다시 지을 돈도 없고, 공장과 일터도 문을 닫았으니 어떻게 하냐”고 반문했다. 가족과 집을 잃고, 직업과 터전을 상실한 채 임시 주택에서 목숨을 부지해 온 적잖은 원전 피난민들은 5년이 지났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의 벽 앞에서 망연자실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26조 3000억엔(약 273조 9200억원) 을 쏟아부으며 거리를 새로 조성하는 등 복구 작업에 힘을 쏟았지만, 되레 방사능 불신과 마음의 상처는 깊어졌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후쿠시마현 오오쿠마를 비롯해 후타바, 나미에, 도미오카 등 원전 인근 지역은 여전히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여전히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텅 빈 채 남아 있다. ●인구 감소 속 아이 울음소리 사라져 총무성의 지난 2월 발표에 따르면 원전 주변 42개 시·읍·면 가운데 36개 지역에서 15만 6000명이 빠져나갔다. 인구 감소 속에 더 큰 문제는 젊은이 비율이 더 줄어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는 데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피해지역인 이와테 현 12개 연안 시·군 인구가 2040년에는 현재보다도 34.9%가 적어지고, 미야기현의 15개 시·마치는 11.3%가 더 줄 것으로 예측했다. 젊은이들은 방사능에 더 민감했다. 후쿠시마, 이와테 등 피해 지역에선 주산업이던 농수산업, 임업과 관련 산업이 죽었고, 가공공장들도 문을 닫았다. 일자리가 없어져 타지로 피난 간 젊은이들이 돌아올 길도 없어졌다. 이 때문에 “산업 재생, 일자리 마련이 함께 진행돼야 했다”는 볼멘소리가 커졌다. 산업진흥을 겨냥한 아베 정부가 지난해 11월까지 4727억엔(약 5조원)을 1만여 사업자에게 지원했지만 최근 도호쿠지역 경제산업국 조사에 따르면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고 응답한 수산·식품가공업은 3할 수준으로 8할 수준인 건설업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지난 1일 발표에 의하면 피해 농지 중 74%인 1만 5920㏊가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됐다. 또 피해를 본 319개 어항(漁港) 가운데 지난 1월 말 현재 73%인 233곳의 기능이 회복됐다. ●“다니는 사람 90% 복구 근로자”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복구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도로 정비, 택지 조성 등 건설 인프라 진행은 나은 편이다. 다시 올지 모르는 쓰나미 대비를 위한 방조제 건설, 재해민을 위한 공영주택인 ‘부흥 주택’ 건설 등도 계획보다 늦어졌다.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3개 현에서 지어진 부흥 주택은 1만 4000여 가구. 전체 계획 2만 9385가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뤄졌다.방조제 총연장도 도쿄에서 오사카 간 거리와 맞먹는 400㎞. 매우 어렵고 복잡한 용지 취득과 입찰 부진 등으로 완공은 계획의 14%, 83곳에서만 이뤄졌다. 미야기 현 등에서는 방조제가 경관을 망가뜨린다는 반대도 나왔다. 일본 정부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다음달부터 5년 동안 6조 5000억엔(약 68조원)을 더 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 피난민은 “지역민이 돌아와야 복구가 이뤄지는 것이지 지금은 후쿠시마 등 피해 지역에 다니는 사람들의 9할은 복구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런 가운데 쓰나미에 쓸려간 가족들의 시신을 혹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바닷가와 폐허 더미 속에서의 행방불명자 수색은 계속되고 있다. 피난민의 고통과 복구작업도, 원전 안전성 논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첫판 당황했겠지만 남은 네 판 잘할 것”

    “첫판 당황했겠지만 남은 네 판 잘할 것”

    “꼭 이겼으면 했는데 힘이 쭉 빠지네요.” 9일 이세돌(32)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비금도 도고리 본가에서 끝까지 TV로 대국을 본 이 9단의 어머니 박양례(70)씨는 알파고에 아쉽게 패한 아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이어서가 아닌 인간이 기계한테 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켜본 박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손님들이 오느라 점심도 못 먹고 응원했는데 지고 나니 아프지도 않은데 몸이 축 가라앉는다”고 씁쓸해했다. 박씨는 “서울로 가서 아들 얼굴도 보고 싶지만 대국을 앞둔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상경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세기의 대결 주인공으로 선택된 세돌이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당초 가슴이 떨려 끝까지 시청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던 박씨는 너무 궁금해서인지 안방에서 TV를 시청했다. 점심 무렵 간식거리를 사서 직원 3명과 함께 2시간 동안 함께 머물렀던 김동우 비금면사무소 면장은 “어머니가 바둑은 모르지만 세돌이의 얼굴을 보려고 계속 화면에 집중하고,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미소를 짓곤 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대해서 잘 몰라 당황했겠지만 세돌이가 오늘 경험을 살려 앞으로 남은 네 판을 잘 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 대국에는 연구를 해 신중하게 뒀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박씨는 “나도 그렇지만 세돌이도 큰 경기에 지면 전화를 잘 안 받는다”며 “캐나다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손녀 혜림(10)이하고 며느리가 이번 대국을 위해 지난 6일 서울 집에 왔는데 저녁에 위로 전화를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고난 속 한국 사랑하고 도운 외국인들] ‘딜쿠샤’ 주인 유품 74년 만에 귀환

    [고난 속 한국 사랑하고 도운 외국인들] ‘딜쿠샤’ 주인 유품 74년 만에 귀환

    “3·1 독립운동을 처음 세계에 알렸던 할아버지의 집 ‘딜쿠샤’를 일반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뜻깊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미국 AP통신의 한국특파원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제니퍼 테일러가 지난 2일 한국을 찾아 할아버지의 유품 및 딜쿠샤 관련 유물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번에 기증한 자료들은 앨버트 테일러가 사용한 담배 파이프, 3·1운동을 세계에 알리는 편지, ‘호박 목걸이’의 저자 메리 테일러의 호박 목걸이, 딜쿠샤 내부 사진 및 관련 문서 등이다. 기증 자료 가운데 딜쿠샤 사진들은 일제강점기에 딜쿠샤 내부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당시 서양식 저택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딜쿠샤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3·1운동 보도 특파원 손녀 ‘딜쿠샤’ 관련 물품 기증

    3·1운동 보도 특파원 손녀 ‘딜쿠샤’ 관련 물품 기증

    “3·1 독립운동을 처음 세계에 알렸던 할아버지의 집 ‘딜쿠샤’를 일반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미국 AP통신의 한국특파원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제니퍼 테일러가 지난 2일 한국을 찾아 할아버지의 유품 및 딜쿠샤 관련 유물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번에 기증한 자료들은 앨버트 테일러가 사용한 담배 파이프, 3·1운동을 세계에 알리는 편지, ‘호박 목걸이’의 저자 메리 테일러의 호박 목걸이, 딜쿠샤 내부사진 및 관련 문서 등이다. 기증 자료 가운데 딜쿠샤 사진들은 일제 강점기에 딜쿠샤 내부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서 당시 서양식 저택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딜쿠샤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이번에 기증받은 자료들로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미국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일제 강점기 서울에서 활동한 내용과 딜쿠샤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딜쿠샤는 붉은 벽돌로 만든 서양식 가옥으로 힌두어로 희망의 궁전이란 뜻이다. 1923년 준공됐으며 앨버트 테일러는 1942년까지 딜쿠샤에서 살았다. 서울시는 최근 딜쿠샤를 복원해 2019년 시민에게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옛날처럼 무작정 안 키워”… 막내 손주 업고 육아법 다시 배운다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옛날처럼 무작정 안 키워”… 막내 손주 업고 육아법 다시 배운다

    지자체 육아교실 다니는 할마들… ‘자격증’ 따고 손주 돌보면 지원금 율동·종이접기·대화법 등 배워… 4년간 교육 이수자 11배 늘어나 ‘모유는 백혈구 때문에 8시간까지는 유지되지만, 분유는 1시간만 있으면 부패된다.’ ‘담대한 아이가 세상을 바꾼다.’ ‘말리면 창의력이 없어진다. 통제하지 말 것.’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열린육아나눔터 강의실에서는 올해 첫 손주돌보미 교육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에서 만난 김옥준(71·여)씨의 노트에는 건강상식, 교육방식 등 다양한 육아 지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나이가 먹어 손이 느려져서요. 정말 중요한 것만 받아 적었어요. 요즘엔 옛날 할머니처럼 무작정 애를 안고 기르면 안 돼요. 할머니들도 배워야지.” 김씨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첫째 손녀, 여덟 살인 둘째 손녀, 생후 6개월 손자까지 외손주 3명을 돌본다. 이날은 막내 손자를 등에 업고 50분 정도 늦게 강의실에 들어섰다. 막내 손자를 맡아 줄 사람이 없었지만 결석을 하기 싫어 아이를 업고 달려왔다고 했다. 김씨는 허리가 아픈 듯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도 강사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손주돌보미 교육’은 평일 5일간 25시간의 교육 시간을 이수한 조모·외조모에게 ‘돌보미 자격증’을 준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월 40시간 손주를 돌보면 구청에서 최대 월 24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다만 15개월 이하의 영유아 한 명을 포함해 손주가 2명 이상이어야 한다. 수업은 짝수월에 열린다. 이날 2월 수업에는 신청자 30명이 모두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이날 수업은 실습 위주로 진행됐다. 오전에는 이경희(48·여) 강사가 종이접기와 구연동화를 접목한 ‘스토리텔링 종이접기’를 가르쳤다. “아이에게 창의력을 키워 주려면 절대 답을 줘서는 안 돼요. ‘이거 꽃 같지 않니?’가 아니라 ‘이게 무엇으로 보이니?’라고 묻는 게 올바른 접근입니다.” 이 강사는 간단한 동화나 동요를 부르며 종이 접는 시범을 보였고, 틈틈이 교육적인 대화법을 설명했다. 할머니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고 메모를 하는 사람도 간혹 눈에 띄었다. 할머니들은 쉬는 시간에 서너 명씩 모여 앉아 스마트폰에 저장한 손주의 동영상과 사진을 자랑했다. 각각 생후 24개월, 6개월 된 외손녀 2명을 돌보는 이정민(65·여)씨도 스마트폰의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여자 아이라 그런지 눈도 동그랗고, 이목구비도 여성스럽죠. 손녀가 내가 춤추는 모습만 보면 자지러지며 좋아해요. 집에 가자마자 오늘 배운 노래와 율동을 보여 줄 겁니다.” 오후 2시부터 동화 구연 수업이 이어졌다. 하루 종일 총 6시간의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할머니들에게는 꽤 강행군이었지만 오히려 “선생님, 한 번만 더 시범을 보여 주세요”라는 요구가 이어지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이어 시작된 율동 수업에서 김경옥(43·여) 국제한마루교육연구소 대표가 동요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자 뒷자리의 할머니들은 금세 일어서서 따라하며 익혔다. “집에서 보고 연습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 대표는 “내 손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전문 아이 돌보미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보다 참여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교육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참여율도 높아졌다. 2011년 25명이던 교육 이수자는 지난해 288명으로 약 11배가 됐다. 서초구 외에도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조부모 육아교실을 열거나 조부모 양육 모임을 알선한다. 하지만 1년에 1~2번 정도만 일시적으로 조부모 육아교실을 여는 곳도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육아 포털 홈페이지 등을 통해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손주 돌보고 살림 돕고… 애보는 ‘할빠’도 늘고 있다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손주 돌보고 살림 돕고… 애보는 ‘할빠’도 늘고 있다

    딸에게 배운 대로 아침밥 차려… 손녀 학원 간 사이 취미 생활 “은퇴한 남성 우울증은 남말… 힘들지만 육아에 재미 붙여” “이제 할아버지가 문제를 내 주세요. 제가 맞혀 볼게요.” 전영철(64)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전민동 집에서 ‘어린이 속담사전·수수께끼’ 책을 펴 놓고 외손녀 한서현(7)양에게 문제를 냈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항상 칭찬을 해 주죠. 할아버지도 정말 몰랐는데 서현이는 아는구나 하는 거예요. 그래야 아이도 재미있어 하고 성취감을 느낄수 있어요.” 이날 아침 식사는 딸에게 배운 에그 스크램블로 해결했다. 6년째 손녀를 돌봤기 때문에 요리 실력도 제법 늘었다. “에그 스크램블은 우유와 달걀만 있으면 간편하게 만들 수 있죠. 그래도 서현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서인지 두부나 나물도 잘 먹습니다. 편식은 안 해요.” 지방의 한 대학에서 VR게임개발과 교수를 했던 전씨는 2010년 명예퇴직을 했다. 2009년 손녀가 태어나면서 그의 노후는 자연스레 손녀 육아로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나이 먹어서까지 자식에게 희생당한다고 하는데, 저는 제가 먼저 애를 봐주겠다고 한 겁니다. 아이 부모가 바쁘니까 퇴근 때까지 봐주면 손녀딸 정서 발달에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죠.” 유치원을 다닐 때는 오후 시간만 봐주지만 서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이날은 온종일 함께 있었다. 오전 11시 간식 시간이 되자 전씨는 부엌에서 사과를 가져왔다. 손녀가 먹기 쉽게 강판에 사과를 갈아 주는 사이에 서현이는 할아버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이어 갔다. “할아버지, 사과가 끝에 조금만 남으면 어떻게 해요?”, “그럼 집게를 가져와서 집어도 되는 거예요?” 첫 외출지는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관평도서관이었다. 이곳에서 서현이는 1시간 동안 독서를 이어 갔다. 전씨는 서현이에게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면 어른 중심이 되기 쉬워요.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일찍 자’와 같은 말을 하죠. 저는 새벽 1시에도 책을 읽어 달라면 읽어 줘요. 같이 늦잠 자면 되니까. 생활 리듬을 아이에게 맞추는 거죠.” 도서관 인근에서 점심을 먹은 후에 서현이가 2년째 다니고 있는 미술학원에 오후 1시 30분에 도착했다. 곧이어 옆에 있는 피아노 학원까지 다녀오면 3시간 정도가 휴식 시간이다. 전씨는 서현이의 학원 종료 시간에 맞춰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했다. 인근의 카페에서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잠시 보면 즐겁지만 하루 종일 함께하면 스트레스가 생기죠. 양육 도중에 자기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는 이 시간을 활용해 6년째 육아일기를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며 ‘격대교육’(隔代敎育·조부모의 손주 양육)의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격대교육이 오바마를 만들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 네가 살아갈 인생’ 등 책도 2권 썼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던 전씨에게 아이의 피아노 학원에서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 전화가 걸려왔다. 교사는 서현이가 눈이 가렵다고 한다면서 안과를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이렇게 당장 곁으로 가는 것도 할아버지니까 가능한 거 아니겠어요?” 인근 안과에서 알레르기 안약을 처방받은 서현이는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블록방으로 향했다. 오후 5시쯤 전씨는 서현이 엄마에게서 아이를 데리러 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이 엄마가 오면 취침 시간까지는 휴식이죠. 남자들이 은퇴하고 나면 심한 경우 우울증까지 온다는데 저는 그럴 틈이 없네요. 힘들어도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다른 사람은 모릅니다.” 전씨는 마음의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조부모는 어디까지나 보조 양육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부모 양육은 아이와 부모의 유대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멈춰야 합니다. 언제나 서현이에게 저녁 시간은 ‘부모와의 시간’이라고 부르고, 휴가도 가족끼리 가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두살 된 손녀 가르치려 영어학원 다니는 ‘할마’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두살 된 손녀 가르치려 영어학원 다니는 ‘할마’

    10명 중 7명 “내 생활도 활력” 대구 중구에 사는 안모(57·여)씨는 얼마 전부터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한 건 그가 돌보고 있는 15개월 된 손녀 때문이다. “아이가 얼마 후면 말을 하기 시작할 텐데, 그때부터 제가 직접 영어를 가르칠 생각이에요. 일차적으로는 아이를 위한 것이지만, 저 또한 아이 덕에 삶에 활력을 찾았죠.” 서울 용산구의 최모(65·여)씨는 손자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자주 간다. “회사 일로 바쁜 며느리를 대신해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려고 애를 씁니다. 여기서 손자를 좋은 체육모임에 넣어 주고, 좋은 학습지를 추천받고, 담임교사가 어떤 분인지에 대한 정보도 얻는 거죠.”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부모 대신 돌봐 주는 집이 전체 맞벌이 가구의 절반에 이른 지는 이미 여러 해가 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에 그 비율이 49.3%에 달했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아이들을 본가나 처가 또는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러한 ‘할마(할머니 엄마)·할빠(할아버지 아빠) 양육’에 최근 들어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자녀들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하지 못해 떠밀리듯 손주들을 맡았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양육에 참여하는 ‘신개념 할마·할빠’다. 이들은 대부분 억척스럽게 자녀들을 키우며 한국의 교육 열풍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다. 손주들을 단순히 돌봐 주는 차원을 넘어서 교육 자체에 열성을 보이는 이유다. ‘신(新)치맛바람’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절반이 조부모 양육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육아교육기관들은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서울신문은 새로운 할마·할빠 시대를 조명하는 기획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를 위해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 50명과 부모에게 아이를 맡긴 부모 50명 등 100명을 상대로 지난달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10명 중 9명 정도가 미취학 영유아의 조부모 교육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79%는 ‘조부모 양육이 적어도 어린이집보다는 낫다’고 답했다. ‘조부모 양육이 부모보다 낫다’는 8%였다. 12%는 ‘좋지 않다’고 답했다. 조부모 응답자 50명의 72%는 ‘손주 양육이 내게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77%(조부모 37명, 부모 40명)는 양육 대가로 용돈을 주고받는다고 답했다. 월 평균 금액은 87만 6623원이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영·수에 한자까지 가르쳐… 베이비부머가 만든 ‘新치맛바람’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영·수에 한자까지 가르쳐… 베이비부머가 만든 ‘新치맛바람’

    자녀 키우며 교육열풍 주도 경험… 이전 세대보다 재력 있고 고학력 학습지·교사 등 최신 정보 수집… 모르는 문제 해결 선생님 역할 손주 가르치려고 영어 공부도 “엄마·아빠가 바쁘셔서 할머니·할아버지가 돌봐주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저요 저요, 저는 이 세상에서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어린이집. 갑작스런 아이들 함성으로 교실이 떠나갈 지경이다. 옆자리 친구에게 뒤질세라 팔을 번쩍 들고, 소리도 지른다. 전체 55명(5~7세) 중에 21명이 손을 들었다. 그중 한 명인 최모(7)군은 조부모, 부모, 삼촌 내외까지 모두가 한집에 산다. 할머니가 최군, 최군의 동생, 사촌동생 등 3명을 보살핀다. 할머니는 어린이집 등·하교 및 식사뿐 아니라 학습지 교사가 내준 숙제를 착실히 하는지 감독한다. 모르는 문제도 척척 알려주는 선생님 역할도 한다. 이모(7)양의 할머니는 교육열이 높다. 1년 전 이곳으로 전학을 왔을 때만 해도 이양은 한글도 제대로 몰랐다. 이양의 담임교사 고모(41·여)씨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졸업 전에 한자능력검정시험 7~8급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7급을 따도록 시키겠다고 해서 놀랐다”며 “이후 6개월간 이양은 한글도 떼고, 한자시험 7급에도 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가 매일 공부시간을 정해서 꼼꼼히 이끌어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손녀가 집안을 어질러놔도 못하게 하기보다는 충분히 놀도록 기다려줍니다. 칭찬도 많이 해주죠. 예전에 우리들 아이 키울 땐 왜 그렇게 엄했는지….”(3세 손녀를 키우는 인천 연수구 거주 58세 여성) 베이비부머(53~61세)가 은퇴 후 손주 돌보기에 나서면서 육아교육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이고 재력을 갖춘 이들이 많으며, 이미 자녀를 키우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열풍을 주도한 경험도 있다. 이들은 손주 돌보미 학교에 참여하고 최신 교육 정보를 습득하며, 손주를 가르치기 위해 영어 등의 재교육에 나선다. 일각에서는 ‘신(新)치맛바람’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절반 이상이 조부모 양육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육아교육기관들은 긍정적인 형태의 ‘신(新)양육 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A어린이집 원장 임모(47·여)씨는 “최근 몇년 사이에 손주의 학습에 대한 조부모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 영어, 수학 등을 미리 가르치는 등 조기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전했다. 1일 오후 1시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만난 이호승(66)씨는 손자(4)와 30분간 놀아주고 집에 들어와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10분 만에 싫증을 낸 손자의 손은 이내 블록에 갔다. 이씨는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놀 수 있도록 참을성을 갖고 지켜봐 주는 게 새로운 육아 트렌드”라고 말했다. 다른 어린이집의 교사 정모(43·여)씨는 “과거에는 조부모들이 아이를 외부에 맡기기보다 무조건 자신의 품에 두려고 했지만 요즘 60대 할머니들은 교육기관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오히려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조부모가 양육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어린이집 등 교육기관은 부모와 조부모 모두와 ‘이중 상담’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교육 상담은 조부모와 하고 금전적인 부분은 부모와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의 부모도 조부모의 교육 경험을 존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독립정신 깃든 ‘희망의 궁전’ 복원”

    “독립정신 깃든 ‘희망의 궁전’ 복원”

    1919년 3·1 독립운동과 일본의 무단통치 실상을 세계에 알린 미국 AP통신의 서울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 지은 ‘딜쿠샤’가 국가 문화재로 지정돼 70년 만에 원형 복원에 들어간다. 이 가옥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에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6일 기획재정부·문화재청·종로구와 이런 내용의 ‘딜쿠샤의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딜쿠샤는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가옥으로 테일러 부부가 1942년 일제에 의해 미국으로 강제 추방될 때까지 20년간 살던 곳이다. 딜쿠샤는 ‘희망의 궁전’이라는 뜻의 힌두어다. 한때 이 건물은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 사옥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양기탁과 함께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어니스트 베델의 집터가 근처였기 때문이다. 베델의 집터는 종로구 홍파동 일대 6062㎡(1837평)에 걸쳐 넓게 분포했는데, 그곳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딜쿠샤가 있으니 그런 추정이 나왔다. 이 추정 덕분에 한때 이 건물을 ‘언론박물관’으로 조성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2006년 테일러 부부의 외아들이자 1919년 서울에서 태어난 브루스 테일러가 방한해 부모가 살던 집임을 밝혀 ‘DILKUSHA 1923’이라는 명문의 의미가 밝혀졌다. 대한매일신보 사옥 터는 종로구 수송동으로 확인돼 2007년 표석을 세워 놓았다. 국유 재산인 딜쿠샤에는 12가구 23명이 거주하고 있다. 퇴거 조치를 강행하기 어려운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며 건물의 내·외부 훼손이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재부 등과 논의해 이들이 임대주택 등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한편 테일러 부부의 손녀인 싱어송라이터 제니퍼 테일러는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이날 서울을 찾았다. 28일 딜쿠샤와 할아버지가 안치된 마포구 합정동의 ‘양화진 외국인 묘역’을 방문한다. 제니퍼는 다음달 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테일러 부부가 서울에서 수집한 349점의 생활용품을 기증할 예정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3·1운동 알린 테일러 가옥 ‘딜쿠샤’ 70년 만에 원형 복원

    3·1운동 알린 테일러 가옥 ‘딜쿠샤’ 70년 만에 원형 복원

    1919년 3·1 독립운동과 일본의 무단통치 실상을 세계에 알린 미국 AP통신의 서울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 지은 ‘딜쿠샤’가 국가 문화재로 지정돼 70년 만에 원형 복원에 들어간다. 이 가옥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에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6일 기획재정부·문화재청·종로구와 이런 내용의 ‘딜쿠샤의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딜쿠샤는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가옥으로 테일러 부부가 1942년 일제에 의해 미국으로 강제 추방될 때까지 20년간 살던 곳이다. 딜쿠샤는 ‘희망의 궁전’이라는 뜻의 힌두어다. 한때 이 건물은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 사옥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양기탁과 함께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어니스트 베델의 집터가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베델의 집터는 종로구 홍파동 일대 6062㎡(1837평)에 걸쳐 넓게 분포했는데, 그곳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딜쿠샤가 있어 그런 추정이 나왔다. 이 추정 덕분에 한때 이 건물을 ‘언론박물관’으로 조성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2006년 테일러 부부의 외아들이자 1919년 서울에서 태어난 브루스 테일러가 방한해 부모가 살던 집임을 밝혀 ‘DILKUSHA 1923’이라는 명문의 의미가 밝혀졌다. 대한매일신보 사옥 터는 종로구 수송동으로 확인돼 2007년 표석을 세워 놓았다. 국유 재산인 딜쿠샤에는 12가구 23명이 거주하고 있다. 퇴거 조치를 강행하기 어려운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며 건물의 내외부 훼손이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재부 등과 논의해 이들이 임대주택 등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한편 테일러 부부의 손녀인 싱어송라이터 제니퍼 테일러는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이날 서울을 찾았다. 28일 딜쿠샤와 할아버지가 안치된 마포구 합정동의 ‘양화진 외국인 묘역’을 방문한다. 제니퍼는 다음달 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테일러 부부가 서울에서 수집한 349점의 생활용품을 기증할 예정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윤길자 그 년 죽는 건 봐야 하는데...” 숨진 딸 따라 떠난 ‘영남제분’ 피해자 어머니

    “윤길자 그 년 죽는 건 봐야 하는데...” 숨진 딸 따라 떠난 ‘영남제분’ 피해자 어머니

    “윤길자년, 그 년 죽는 건 꼭 봐야한다고... 그 년 보다 하루만이라도 더 오래 사셔야 한다고 했는데...” 지난 21일 새벽 1시 30분. 하진영(39)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짤막한 글 한 편을 올렸다. 이 글에는 경기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 정보도 첨부됐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부고였다. 하씨는 “어머니는 딸을 잃고 나서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에게 내색하지 않으시려 노력하셨지만 전 알고 있었습니다. 이미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이라며 “전 오늘 밤 지금 이 시간에는 손자 손녀와 즐겁게 놀고 푹 주무시고 계셨을...어머니의 방에서 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하진영씨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의 피해자 하지혜(사망 당시 22세)씨의 친오빠다.  사건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16일 하남 검단산 등산로에서 얼굴과 머리 부분에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팔이 부러진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열흘 전 실종 신고된 하지혜씨였다. 수사 결과 영남제분 류원기(69) 회장의 아내 윤길자(71)씨가 총기 살인사건의 배후로 드러났다. 윤씨는 판사인 사위 김모(43)씨와 이종사촌 여동생인 하씨의 사이를 불륜관계로 오해하고 조카와 그의 고교 동창에게 1억 7500만원을 주고 살인을 지시했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난 20일 하씨의 어머니 설모(64)씨가 하남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설씨의 시신은 어머니 혼자 사는 집을 방문한 아들 진영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집 거실에서는 절반쯤 남은 소주 페트병과 빈 맥주 캔, 빈 소주병과 막걸리 병 등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는 없었고, 부검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일단 영양실조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으로는 작지 않은 신장 165cm의 설씨의 사망 직전 체중은 38kg까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설씨의 삶은 딸이 잔인하게 살해된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 설씨의 남편은 “아내만 보면 딸 얘기가 나와 견디기 어렵다”며 2006년 따로 나가 살기 시작했고, 이후 아들도 결혼으로 분가하면서 하남 집에는 설씨 혼자 남았다. 설씨는 딸의 생명이 끊어진 검단산을 보며 딸을 잊지 않기 위해 홀로 하남에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 진영씨는 “어머니는 평소에 뜨거울 것 같으니 죽으면 절대 화장 시키지 말고, 죽는 것 또한 겁이 난다고 하셨다”면서 “그런데 당신 마음 아픈 게 결국 몸이 버티질 못했다. 억울하게 당한 일, 자식을 잃은 슬픔은 그 무엇으로 이길 수가 없었다”라고 슬픈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지혜씨 살인을 청부한 윤길자씨와 살인범들은 모두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하지만 윤씨는 2007년 부터 유방암과 우울증, 당뇨 등 12개의 병명이 적힌 진단서를 발급 받아 2013년까지 교도소가 아닌 대학병원 ‘호화 병실’에서 생활해왔다. 검찰 수사 결과 남편 류원기 회장이 윤씨 주치의 박병우(56) 세브란스 병원 교수에게 1만 달러를 주고 허위 진단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두 사람을 구속기소했지만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고, 2심에서 류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박 교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기도 저소득 조손가정 대학신입생에게 학비 지원

    경기도가 도내 저소득 조손가족의 대학신입생 손주에게 학비를 지원한다. 23일 도에 따르면 도는 올해 신규사업으로 1억 5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저소득 조손가정 손자녀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시·군 주민센터에서 대상자를 추천받는다. 지원 대상은 주민등록상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부모가족지원법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조손가족 손자와 손녀 가운데 올해 대학교 신입생이다. 저소득 소존가족 손자와 손녀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달 현재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지원대상인 경기도 내 저소득 조손가족은 모두 222가구(549명)다. 지원금액은 2016년도 입학금과 1학기 등록금 총액 중 국가장학금 등 지원금액을 제외한 차액으로 1인당 500만원 이내다. 추천자 중 중복지원 여부를 심사한 뒤 상반기에 학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저소득 조손가족의 경우 조부모의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빈곤이 심각하다”며 “조손가정 손자 손녀에 대한 교육기회 제공과 자립기반 마련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백범김구 탄신 140주년 국제 심포지엄

    백범김구 탄신 140주년 국제 심포지엄

    김구재단이 19일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와 함께 ‘백범 김구선생 탄신 14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리는 이번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일제시기의 잔재와 대한민국 및 주변국들의 국제 관계, 동북아시아의 관점에서 본 변화하는 리더의 상징성, 지속되는 한반도 분단 상황과 향후 20년 전망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교수,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 양다칭 조지워싱턴대 교수,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등 해외 유명 학자들과 박태균, 신성호 서울대 교수, 한석정 동아대 교수 등이 발표하고 토론할 계획이다. 김구재단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인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1억3400만원 주인 찾아준 카센터 사장…”돈 말고 가족이 최고”

    1억3400만원 주인 찾아준 카센터 사장…”돈 말고 가족이 최고”

    물질만능 사상이 만연한 시대에 돈 보기를 돌같이 한 남자가 언론에 소개됐다. 아르헨티나 지방도시 트렐레우에서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루벤 알모나시드가 그 주인공. 알모나시드는 정비를 부탁한 단골 고객의 SUV 차량에서 묵직해 보이는 자루를 발견했다. "분명 빈 차로 가져오라고 했는데 무엇이 들어있을까?" 알모나시드는 자루를 차에서 내렸다. 어림잡아 10kg 정도 나가는 것 같았다. 자루를 연 알모나시드는 깜짝 놀랐다. 자루에는 돈다발이 가득했다. 2만 페소씩 묶은 돈다발 80개가 들어 있었다. 합해서 160만 페소, 우리돈으로 약 1억34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찰이었다. 알모나시드는 주인이 깜빡한 돈을 찾기 위해 전화를 걸 줄 알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마냥 기다려선 안 될 것 같아 돈을 발견한 지 45분 만에 그는 돈자루를 들고 단골고객의 집으로 찾아갔다. 회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하소연을 하는 등 돈을 깜빡한 고객은 패닉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알모나시드가 돈자루를 건내며 던진 말은 "차에다 이거 놔뒀던데..." 고객은 깜짝 놀란 얼굴로 자루를 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알모나시드를 얼싸안았다. 알모나시드는 "감사한다는 말에 오히려 마음이 찡했다"고 말했다. 거액의 현찰을 주저하지 않고 주인에게 갖다준 그의 선행은 입소문을 타면서 언론에 보도됐다. 인터뷰 과정에선 알모나시드의 정직함이 또 한번 확인됐다. 돈자루 사건이 나기 열흘 전 수리비를 착각하고 더 지불한 또 다른 고객에게 300페소(약 2만4000원)를 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알모나시드는 인터뷰에서 "돈이 더 있다고 인생이 바뀌면 얼마나 바뀌겠는가"라면서 "가족이 있으면 최고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선행이 부각되는 게 부담스러운 듯 "기사를 크게 내진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남의 것을 발견하면 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35년째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그에겐 3명의 딸과 손녀가 있다. 사진=디아리오호르나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재산 분할의 밀당… 재벌가 이혼학개론

    재산 분할의 밀당… 재벌가 이혼학개론

    입춘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4일 경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40대 중반의 남성이 상기된 표정으로 법원 현관을 나왔다. 이윽고 그를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항소이유서’를 배포했다. “이혼 신청을 받아들이고 외아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은 아내에게 있다”고 판결한 1심에 불복하는 이유가 담겨 있었다. ‘남편의 잦은 음주와 술버릇 때문에 고통받았다’는 아내 쪽의 주장에 대한 반격이었다. 하지만 그가 항소 이유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일종의 범법 행위였다. 가사소송법 제10조는 가사소송의 언론 보도를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아내 측이 “상대방과 자녀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반발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였다. 갈라서는 부부가 다 그러한 것처럼, 그들 역시 처음부터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1999년 백년가약을 맺자 언론들은 남편에 대해 ‘남데렐라’(남성판 신데렐라)라며 대서특필했다. 재벌이나 권력가 출신도 아니면서 대한민국 최고 부자의 맏사위가 된 그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말이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는 게 남녀 사이라지만 이들은 15년여 만에 법정에서 서로의 치부를 들춰내는 사이가 됐다. 이부진(46)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48) 삼성전기 상임고문 얘기다. 만날 때만큼이나 헤어질 때도 세간에 큰 화제를 뿌렸던 재벌가의 이혼사를 들여다본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재벌가의 이혼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오너가의 사생활, 특히 내세울 만한 일이 될 수 없는 이혼에 대해 당사자는 물론 해당 기업에서도 함구하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혼 대신 별거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재벌가의 이혼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사례는 정용진(48)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배우 고현정(45)씨의 파경이다. 정 부회장은 이 사장의 이종사촌 오빠다. 1995년 화촉을 밝힌 이들은 결혼 8년 만인 2003년 갈라섰다. 결혼생활 도중에도 불화설 등에 시달렸는데,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였다. 고씨가 이혼조정 신청을 냈고, 정 부회장이 고씨에게 15억원의 위자료를 줬다. 그 대신 자녀(1남 1녀) 양육권을 가져갔다. 양육권이나 위자료 등에 대한 합의를 미리 끝낸 상태라 조정 신청을 한 당일에 바로 이혼 결정이 내려졌다. 이 사장의 친오빠인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도 1998년 임세령(39) 대상그룹 상무와 결혼했다가 11년 만인 2009년 갈라섰다. 1970년대 미풍과 미원의 조미료 전쟁을 벌였던 영남 대표그룹(삼성)과 호남 대표그룹(대상)이 20여년 만에 사돈을 맺어 주목을 받았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녀인 이미경(58) CJ그룹 부회장도 김석기(59) 전 중앙종금 사장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다른 대기업 오너 일가에서도 이혼은 있었다. 정몽구(78) 현대차그룹 회장의 셋째딸인 정윤이(47)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1997년 신성재(47)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과 결혼했다가 2014년 이혼했다. 신 전 사장은 이혼 뒤에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관련 주식도 모두 팔았다. 박용만(61)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37) 두산 전무는 2005년 구자홍(70)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조카이자 구자철(61) 한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구원희(36)씨와 결혼했으나 2010년 소송을 거쳐 이혼했다. 최태원(56)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언론을 통해 불륜 사실을 밝히면서 ‘공개 이혼 요구’를 했지만 부인인 노소영(55) 아트센터나비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반적인 이혼 절차는 ▲협의이혼 ▲조정이혼 ▲재판이혼 등 세 가지다. 협의이혼을 뺀 나머지는 ‘소송’으로 분류된다. 협의이혼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재벌가는 협의이혼 대신 조정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은 들지만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데다 짧은 기간 안에 이혼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협의이혼은 8주간의 숙려기간을 가져야 하는 데다 법적 대리인이 아닌 당사자 본인이 직접 법원에 출두해 판사에게 이혼의사를 밝혀야 한다”면서 “양측의 이혼 입장이 확고한 상태에서는 이런 절차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정이혼의 경우 둘 사이에 합의만 되면 재판도 필요 없는 데다 대리인이 조정 등에 대신 참여할 수 있어 재벌가 등 유명인들은 조정이혼을 선호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가사 전문 판사와 변호사들은 이 사장과 임 고문 사례처럼 재벌가 이혼이 소송으로 비화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지역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사자들은 재산 내역 등이 언론에 드러나는 걸 꺼리다 보니 사전에 재산 분할 등을 조율해 소송까지 가지 않는다”면서 “다만 이 사장 건의 경우 임 고문의 ‘이혼불가’ 입장이 확고하기도 하지만 삼성가의 후계나 재산 승계 등이 함께 얽혀 있어 법정까지 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혼 뒤 막대한 규모의 재산 분할 등이 뒤따르는 것도 재벌가 이혼의 특징이다. 이혼의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주는 위자료는 많아야 5000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부부가 함께 형성하고 유지, 관리한 재산은 이혼 과정에서 나눠야 하는데, 이 금액이 크다. 많게는 1000억원대까지 치솟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구체적인 금액은 당사자 외에는 정확히 아는 게 불가능하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재벌가 이혼 소송의 경우 재산 분할의 협의 내용은 재판부에 보통 알리지 않는다”면서 “임 고문은 이혼을 원치 않아서, 이 사장은 재산이 공개되는 걸 원치 않아서 재판부에 재산 분할을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재산 분할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자칫 회사 구조나 경영권 문제 등도 불거질 수 있어 단순히 부부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 사장과 임 고문의 경우 이혼 소송이 확정된 이후에 임 고문이 재산 분할 소송을 따로 제기할 수 있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변호사는 “현행법상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배우자가 재산 유지나 증식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할 청구가 가능하다”면서 “결혼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배우자의 기여도를 20% 안팎 인정하는 게 판례”라고 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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