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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국제영화제…시네마천국으로

    부산국제영화제…시네마천국으로

    바다가 시작되는 곳 부산.지금 이곳은 63개국에서 출품된 264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모인 20여만 영화팬들로 넘실대고 있다.올해는 역대 최다 상영작이 준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만큼,아니 그보다 더 재미있는 각종 이벤트들이 열릴 예정이다.여기에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로운 부산의 맛과 멋이 당신이 기다리고 있다.오늘이라도 부산으로 떠나자.그곳에서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추억의 영화로 만들어보자. ■ 어떤 영화볼까 260여편이나 되는 영화의 바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란 어렵다.게다가 관객들의 취향 역시 천차만별일 테니.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테마별 가이드를 따라 나에게 꼭 맞는 영화를 골라보자. ●온가족과 함께 영화를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감상할 만한 작품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영화는 ‘낙타의 눈물’이다.새끼 낙타를 살리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유목민 가족을,몽골 출신의 여성 감독 비암바수렌 다바아와 루이지 팔로니가 카메라에 담았다.생명의 소중함과 인간과 동물간의 교류 등이 웃음과 감동 속에 어우러진 수작.왕샤우디의 ‘곰의 포옹’은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성장하는 초등학생에 관한 이야기로,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애니메이션도 여러 편 있다.차이밍친의 장편 애니메이션 ‘량산바오와 주잉타이’는 남장 여인 주잉타이와 량산바오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토유엔의 ‘맥둘이야기2:파인애플빵 왕자’는 얼마전 국내 개봉된 ‘맥덜’의 속편으로,꼬마돼지 맥둘을 통해 홍콩인들의 추억과 꿈을 이야기한다.‘부미의 모험’은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정서가 짙게 배어 있어 낯선 애니메이션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젊음,그 열정과 사랑 가장 관심이 집중될 만한 영화는 이와이 지의 ‘하나와 앨리스’.전형적인 이와이 지표 영화로,짝사랑하는 남자에게 깜찍한 거짓말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다.중국·일본·타이완 합작영화 ‘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는 어떤 장애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옴니버스 영화로 타이완의 이치옌,중국의 장이바이,일본의 시모야마 텐이 참여했다.뛰어난 이야기꾼인 마니 라트남의 ‘청춘’은 학생운동 리더,성공을 꿈꾸는 젊은이,정치깡패로 전락한 터프가이 등 세 명의 젊은이와 그들의 연인이 주인공.세 커플의 사랑과 갈등을 노련한 솜씨로 교차시켰다.중국의 우쉬시안의 ‘친구와 연인 사이’는 실연을 딛고 성장해 가는 베이징의 젊은이의 모습을 담았고,이상일 감독의 ‘69’는 60년대 말 일본의 전공투 세대에 영향을 받은 고등학생들이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과정을 그렸다. ●여성에 의한,여성을 위한 여성의 심리를 여성의 시점에서 섬세한 터치로 풀어내고 있는 영화들.전통적 가치관에 의해 희생당하는 여성의 문제를 다뤄온 중국의 5세대 여성감독 리샤오훙은 ‘사랑에 빠진 바오버’를 통해 작품세계의 변화를 예고한다.이전 작품에 비해 매우 감각적이고 섬세해졌다.실비아 창의 ‘20 30 40’은 제목 그대로 20대와 30대,40대의 여성이 당면한 고민과 갈등을 한바탕 수다처럼 풀어낸 영화로,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 낼 만하다.신인감독 나미 이구치의 ‘개와 고양이’는 복잡미묘한 여성의 심리를 탐구한다.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된 두 여성이 서로를 미워하다가도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애증관계를 다뤘다. ●아시아의 고민과 갈등 아시아 지역은 오늘날 가장 역동적인 곳.논지 니미부트르의 ‘베이통’은 불교 국가로만 알려진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의 실상을 이야기한다.마리오 오하라의 ‘방파제’는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필리핀의 현실을 심도깊게 다뤄 올해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이란에서 온 두 편의 영화 아지졸라 하미드네자드의 ‘눈위에 흐른 눈물’과 바흐만 고바디의 ‘거북이도 난다’는 쿠르드 족의 문제를 다뤘다.‘눈위에‘은 쿠르드 게릴라를 돕는 처녀와 지뢰를 탐지하는 이란 병사와의 관계를,‘거북이도‘는 이라크군의 만행을 피해 북쪽 국경지방으로 도망온 쿠르드족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두 편 모두 플롯 구성이 탄탄하고 상징기법도 뛰어난 작품들이다. ●아시아 상업영화 급변하는 아시아 영화산업의 맥을 짚어주기 위해 몇몇 웰메이드 상업영화가 초청작 리스트에 올랐다.아흐마드 레자 다비시의 ‘대결’은 이란-이라크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별 안전장치 없이 진짜 폭탄을 출연자 옆에 바로 터뜨리는,한마디로 ‘무식하게 찍은 전투신’으로 대단한 사실감을 보여준다. 웡칭포의 ‘강호’는 21세기 홍콩 느와르의 방향을 예견하는 작품.이야기구조는 더 탄탄해졌고,기술수준 또한 진일보했다.홍콩의 인기 감독인 조니 토의 ‘대사건’은 홍콩영화의 전형적인 영웅의 이미지와 결별한다.범죄집단,경찰,인질들,방송매체 사람들이 서로 얽힌 처절한 투쟁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를 흐트려 놓는다. 아누락 카히압의 ‘검은 금요일’은 1993년 뭄바이 연쇄폭탄테러 사건의 배후와 음모,그리고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했다.인도 M F 후세인의 ‘미낙시:세 도시 이야기’는 화가 출신답게 놀라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아오야마 신지의 ‘호숫가 살인사건’은 후반부 반전이 인상적인 일본의 스릴러 영화.아라카미 신지의 애니메이션 ‘애플 시드’는 놀라운 시각효과를 자랑한다.모션캡처로 사람의 움직임을 CG로 만든 다음 다시 셀로 옮기는 툰셰이딩이라는 기법을 동원해 마치 실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으로 소통하기 전통음악에서부터 재즈,록까지 음악이 사람들 사이의 소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티 순톤 비차이락의 ‘전주곡’은 태국의 전통악기인 대나무 실로폰 라나드 엑의 대가에 관한 이야기.19세기말에서부터 태평양전쟁 말기가 배경이다.사카모토 준지의 ‘세상밖으로’는 종전 후 재즈를 연주하는 젊은이들에게 조명을 맞춘다.음악적 열정을 통해 사회의 편견과 인종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첸렁난의 ‘해양열’은 타이완의 호하이얀 록 페스티벌에 참가한 록 밴드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참가자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있고,수준도 차이가 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똑같다. ■ 이벤트의 바다에도 빠져보자 영화제에서는 영화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세계각국에서 날아온 화제작들 못잖게 눈길을 끄는 아이템이 행사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색 이벤트들.영화를 ‘깊고 넓게’ 즐기는 마니아용은 물론이고 ‘시간죽이기’ 삼아 찾은 관객들에게 부담없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스크린 밖에서 기다리는 이벤트들이 뭐가 있는지 살펴보자. ●야외공연·상영 & 영화음악 콘서트 스펀지 앞 임시무대에서는 8일부터 매일 시시각각 이색공연들이 줄잇는다.부산에 머물 날짜를 감안해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해 두면 좋겠다.9일 오후 5시에는 영화배우 양동근의 무대인사가 있다는 사실!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야외상영장에서 쌀쌀한 밤공기 속에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영화를 본 기억은 두고두고 새롭지 않을까.매일 오후 7시30분에 한편씩 상영된다.개·폐막작은 매진됐지만,‘우먼트랩’‘미치고 싶을 때’‘캐샨’‘다정한 입맞춤’‘대사건’‘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낙타의 눈물’ 등 7편이 남아 있다.서둘러 ‘찜’하자.좌석은 선착순. ●영화도 보고,감독도 만나고 영화를 다 본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영화를 만든 감독과 주인공을 대면할 수 있다면 기쁨도 색다르지 않을까. 영화제목 앞에 ‘GV(Guest Visit)’라고 표기된 작품을 고르면 영화 속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하류인생’의 임권택 감독(8일 오전 10시 메가박스),‘범죄의 재구성’(8일 낮 12시30분 메가박스)의 최동훈 감독과 배우 백윤식,‘올드보이’(8일 오후 3시30분 메가박스)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강혜정 등 국내 유명 영화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해외 게스트들도 줄줄이다.‘하나와 앨리스’(8일 오후 1시 메가박스)의 감독 이와이 지,‘용호문’(10일 오전 10시 메가박스)의 배우 홍금보,‘카페 뤼미에르’(11일 오후 4시 메가박스)의 감독 허우 샤오시엔,‘풍요의 땅’(13일 오후 8시 대영시네마)의 감독 빔 벤더스 등이 그들이다. ●핸드 프린팅 해마다 부산영화제의 하이라이트 행사로 진행돼 온 핸드프린팅의 올해 주인공은 그리스의 작가주의 거장감독 테오 앙겔로폴로스(69).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영원과 하루’),심사위원 대상(‘율리시즈의 시선’),각본상(‘시테라섬으로의 여행’) 등 세 차례를 수상했고,베니스영화제에서는 ‘알렉산더 대왕’과 ‘안개속의 풍경’으로 두 차례나 황금사자상을 받은 감독이다.13일 오후 2시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끝내고 남포동 PIFF광장 야외무대로 걸음해 보자.누구든 무료관람할 수 있다. ■ 미리 챙겨 많이 보자 ●안내책자는 필수! 영화제를 알차게 감상하려면 안내 책자는 기본으로 챙겨야 한다.상영시간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도 좋고,부산은행 전지점에서 구할 수 있다.작품과 감독,배우,내용,상영관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예매는 어떻게? 가장 빠르고 간편한 방법은 인터넷 예매이다.영화제 홈페이지(www.piff.org)와 부산은행 홈페이지(www.pusanbank.co.kr),부산은행 각 지점 예매창구와 현금지급기,메가박스 수원·대구 지점 임시매표소에서도 살 수 있다.편당 입장료는 5000원.무작정 나섰다면 현지 극장주변의 임시매표소를 이용해도 된다.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메가박스,남포동 부산극장과 대영시네마 매표소에서 14일까지 티켓을 판다.물론 남은 티켓분량에 한해서다. 부산 이기철 한준규·황수정 김소연기자 chuli@seoul.co.kr
  • [추석연휴 안방극장] 코미디·액션

    [추석연휴 안방극장] 코미디·액션

    이번 추석은 25일 토요일까지 치면 무려 5일이나 이어지는 ‘다이아몬드 연휴’.각 방송사들이 나름대로 상다리 부러지게 차렸다는 이번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서 그래도 눈길을 끄는 건 영화가 아닐까.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블록버스터에서부터 지난해 극장가를 강타한 따끈따끈한 한국 영화 신작까지 안방극장을 찾는다.다시 봐도 질리지 않고 놓치면 후회할 영화들을 골라봤다. ●미션 임파서블2(MBC 28일 오후 11시5분) 오우삼 감독이 만든 ‘미션 임파서블’의 속편.전작에 비해 액션은 화려하지만 스토리는 빈약하다는 평을 받았던 작품.개봉 전 톰 크루즈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아찔한 예고편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치명적인 독일산 바이러스가 악당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임무를 맡은 비밀 요원 이든 헌트의 활약이 펼쳐진다.탠디 뉴튼,앤서니 홉킨스 등이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했다.123분. ●패스트&퓨리어스(MBC 29일 밤 11시50분) 국내 개봉 당시 제목은 ‘분노의 질주’로,‘트리플 엑스’의 액션스타 빈 디젤 주연.카레이싱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수프라,폴크스바겐 제타,닛산 스카이라인 등 세계 명차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고급 전자제품을 운송하는 컨테이너 트럭이 자동차 폭주족들에 의해 연속적으로 털린다.수사를 위해 폭주족 속으로 위장 잠입한 경찰 브라이언은 두목인 도미닉에게 접근한다.106분.●첫사랑 사수궐기대회(MBC 25일 오후 9시40분) PD 출신 오종록 감독 연출로 차태연,손예진,유동근 주연.부산을 배경으로 첫사랑 여자 친구와 결혼하기 위한 한 남자의 해프닝을 그렸다.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태일의 인생 최대의 목표는 어릴 적부터 좋아해온 일매와 결혼하는 것.일매의 아버지이자 태일의 고등학교 선생님인 영달은 문제아 태일의 앞날을 위해 일매와 계략을 짠다.110분. ●깝스(SBS 26일 오전 1시25분) 국산 영화 ‘마지막 늑대’를 표절 시비에 휘말리게 했던 스웨덴 코미디 영화.스웨덴 박스오피스 6주간 1위에 올라 흥행돌풍을 일으켰으며 지난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소개돼 큰 호응을 얻었다.10년째 콩알만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의 경찰관 베니,야곱,라세 부부.갑작스러운 경찰서 폐쇄 통보를 받고 난 뒤 이들은 경찰서 사수를 위해 기상천외한 범죄 만들기에 돌입한다.90분. ●선생 김봉두(SBS 27일 오후 9시45분) ‘무늬만 선생님’인 문제 선생 김봉두의 개과천선기를 그린 영화.봉두라는 이름은 ‘봉투’즉,촌지를 의미한다.차승원의 물오른 코믹 연기가 돋보인다.서울의 잘나가는 초등학교 선생인 김봉두의 관심은 오로지 촌지 수수.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돈을 받다 들킨 봉두는 학생이라곤 5명 뿐인 강원도 오지의 분교로 쫓겨난다.봉두는 절치부심 서울 재입성 계획을 세우는데….117분. ●오!브라더스(MBC 26일 오후 9시40분)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겉늙은 동생과 3류 인생을 사는 철없는 형의 우애를 다룬 휴먼 코미디.이범수가 12살이지만 30대의 외모를 지닌 동생 봉구로 나와 연기 변신을 꾀했다.연락도 없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빚을 떠안게 된 상우.빚을 떠넘기기 위해 동생 봉구를 수소문 끝에 찾아낸다.영락없는 30대 아저씨인 봉구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는데….110분. ●오!해피데이(SBS 27일 오후 1시50분)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갈 쏘냐!’.‘쭉쭉빵빵’한 미녀를 애인으로 둔 ‘킹카’를 향한 평범녀의 구애 작전이 기둥 줄거리.장나라가 귀여운 스토킹을 일삼는 주인공 공희지로 나온다.평소 불의를 참지 못하는 희지는 친구를 대신해 클럽메드에 따지러 갔다가 그 곳 팀장인 현준에게 한 눈에 반한다.그의 스케줄,취미 등 모든 정보를 알아낸 희지는 그를 진드기처럼 따라다닌다.106분. ●빅 대디(MBC 27일 오전 2시10분) 미국 NBC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 ‘새러데이 나이트 라이브’ 작가 출신으로 코미디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담 샌들러의 흥행작.법대를 졸업했지만 실업자나 다름없는 신세인 소니.여자 친구 바네사는 그의 모습에 실망하고 떠난다.어느날 룸메이트 케빈 앞으로 5살난 꼬마 줄리안이 배달(?)돼 오고,케빈은 5년 전 자신의 실수임을 소니에게 고백한다.소니는 바네사에게 책임있는 남자임을 입중하기 위해 줄리안을 입양한다.100분. ●영웅(MBC 29일 오후 9시55분)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가 처음으로 연출한 무협물.이연걸과 장만옥,양조위,장쯔이 등 출연진만으로도 눈길을 붙잡는다.전국시대,‘전국 7웅’이라 불렸던 7개 나라는 천하통일을 이루기 위해 무자비한 전쟁을 치른다.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는 진나라의 왕 ‘정’은 통일 중국의 첫 황제가 되려는 야심에 세상을 피로 물들인다.전설적인 무예를 보유한 세 명의 자객 장공과 잔검,비설은 진왕의 목을 노린다.99분. ●반지의 제왕2(SBS 28일 오후 8시35분) ‘해리포터’와 함께 팬터지 무비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영화.1편에서 절대반지를 지켜냈지만 뿔뿔이 흩어지게 된 9명의 반지원정대는 2편에서 프로도와 샘,골룸 일행.아라곤과 레골라스,김리 일행,메리와 피핀 세 팀으로 갈라져 모험을 계속한다.호빗족으로 절대반지에 유일한 내성을 보이는 프로도는 일행과 떨어져 샘과 함께 불의 산으로 떠나지만 골룸이라는 새로운 위협을 맞이한다.177분. ●터미네이터3(SBS 29일 오후 9시45분)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채 용광로 속으로 사라졌던 터미네이터가 12년만에 돌아왔다.이번 상대는 역대 최강 로봇인 T-X.미모의 기계인간 T-X는 미래의 인류 저항군 지도자인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시간 이동 캡슐을 타고 베벌리힐스에 나타난다.존 코너의 아내가 될 운명인 케이트 브루스터를 보호하기 위해 터미네이터는 T-X와 사투를 벌인다.아널드 슈워제네거,크리스타나 로켄 주연.110분. ●와호장룡(MBC 28일 오후 2시15분)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라는 뜻의 제목처럼 19세기 중국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뛰어난 무공을 가진 검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결혼피로연’‘헐크’의 이안 감독이 연출한 첫 무협영화이다.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촬영,미술,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대나무숲 결투신이 압권이다.120분. ●갱스 오브 뉴욕(MBC 27일 오후 11시5분) 19세기 무법천지였던 뉴욕의 모습을 통해 미국 근대사를 살펴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니엘 데이 루이스·캐머룬 디아즈가 주연했다.1840년대 초반,뉴욕의 대표적 슬럼가 ‘파이브 포인츠’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아일랜드인들이 매일 몰려든다.이들은 ‘밥그릇’을 뺏길까 자신들을 내쫓으려던 미국 토박이들과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164분. ●조폭마누라2(SBS 25일 오후 9시45분) 2001년 전국 530만 관객을 동원했던 히트작 ‘조폭 마누라’의 속편.‘가문의 영광’ 정흥순 감독이 연출했다.중국 여배우 장쯔이 등 화려한 카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된 작품.가위 하나로 남성 조폭계를 평정한 차은진.결투 도중 부상으로 기억을 상실한 그녀는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며 지낸다.은행강도를 잡아 세상에 알려진 은진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백상어파가 찾아온다.105분.
  • 자전거 여행 2 /김훈 지음

    소설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56)이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여행 2’(생각의나무 펴냄)는 자전거로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산하의 아름다움을 글로 옮긴 기행산문 ‘자전거 여행’(2000년)의 속편격.이번에는 경기도 일대를 새삼 깊고 낯선 시선으로 탐조했다. 작가는 “노을에 젖고 바람에 젖는 자전거”를 때론 달래가며 때론 그 페달에 순응하며 사색의 켜를 쌓는다.낯익은 공간을 낯설게 발견하는 혜안 이상으로 여행길의 작가는 현장에서의 언어감각이 역동적으로 살아나주길 갈망하기도 한다.“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서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나기를 바란다.”고 도입부에서 자기다짐을 하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비무장지대(DMZ)를 시작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해안 갯벌,남한산성과 화성 등 유적지에 은륜(銀輪)이 가닿는가 싶으면 또 어느새 조강(祖江)의 일몰 앞에서 분단조국의 현실을 탄식하기도 한다.웅어의 천국이었던 김포 전류리 포구,전흔이 남은 파주,대부분 간척지나 공단으로 바뀌어버린 남양만 염전,광릉 숲,가평 산골마을,여주 고달사 옛터,광주 얼굴박물관,성남 모란시장,안성 기솔리 돌미륵…. 무심히 지나칠 산하의 익숙한 공간들에서 의미를 캐올리는 작가의 시력이 예사롭지 않다.사진작가 이강빈의 깔끔한 천연색 사진들 덕분에 길위의 소회가 다치지 않고 온전히 전달되는 듯하다.1만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국보법 개폐’ 세확산 경쟁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보안법 개폐와 관련해 13일 앞다퉈 종교계 지도자들에게 달려갔다.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명분이나 국회 대결에 앞서 민심 확보 경쟁의 성격이 짙다.김수환 추기경을 방문한 박 대표는 ‘국보법 폐지 반대’의 뜻을 전해받고 희색이 된 반면,이 의장은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하라.”는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말씀에 되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 李의장 맞은 법장스님 “국가보안법 폐지 대안이 없는 것 처럼 곡해하고 있다.폐지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이부영 의장) “입법기구라고 또 국민의 대표자라고 해서 그냥 홍보도 없이 한다면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법장 스님) 열린우리당 이 의장은 12일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으로부터 조용하지만 따끔한 말씀을 들었다. 이 의장은 “현실은 남북 화해 교류 협력이 되어 있고 법은 가장 나중에 바뀌는 것 같다.”면서 철학자 헤겔의 명제를 들어 국보법 폐지의 정당성을 제시했다.“올빼미는 석양에 비상을 시작한다는 말은 현실이 다변하면 사상이나 이론이 변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법장 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다.법장 스님은 “현재는 과거의 미래고 오늘의 현재는 내일의 과거다.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것은 국민의 편의와 안녕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또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모든 대중이 부정하면 좋은 것이 못된다.”며 여권의 강행처리 자제를 당부했다. 이 의장은 “국보법 폐지나 친일진상규명이 누구를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법장 스님은 “여론 수렴을 충분히 하고 홍보를 충분하게 해서 동감하도록 하게 해야 한다.”고 거듭 충고했다. 법장 스님은 특히 “과일을 깎는데 쓰면 과도고 식당에서 쓰면 식도고 살인을 하면 살인도가 된다.(국보법이) 인권유린하고 탄압하는데 쓰였다고 해도 지금 그렇게 안쓰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불교에는 개차법이라는 게 있는데 도구는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장스님은 “대체 입법인지,형법보완인지 (그런 것은) 잘 모르지만 우선 국민이 안정하고 불안을 해소하고 편안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죠.”라는 주문한 뒤 “수청불어(水淸不魚)란 말이 있듯이 어느 정도 물이 흐려야 고기가 산다.”고 여운을 남기는 말로 만남을 매듭지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朴대표 맞은 김수환 추기경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3일 김수환 추기경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사회·경제·종교계 원로 예방에 착수했다.전직 대통령을 차례로 찾아가 정치적 조언을 구하고 간접 ‘지원’을 받은 지난달 행보의 후속편 격이다. 박 대표는 이날 만남에 앞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사회 원로와 만나는 일정 자체를 밀봉했고,“어르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며 함구령도 내렸다.그러나 일단 이날 김 추기경과 만나서는 ‘쏠쏠한 성과’를 올리자 한나라당은 “힘을 얻었다.”며 꽤 고무된 분위기다. 김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국보법 폐지는 안 된다.”고 사실상 한나라당쪽으로 무게를 실어줬다.김 추기경은 이어 “친북이다,친미다,모든 문제를 갈라서 생각하는 남남분열은 북한이 원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문밖으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김 추기경이 종교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박 대표가 “저희가 잘해서 나라 걱정을 안 하게 해드려야 하는데…”라고 말하자 김 추기경이 “그건 사실이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유도하는 등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행사를 포함해 앞으로 계속될 사회 원로와의 만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박 대표 스스로도 “가정이 어려우면 웃어른을 찾아뵙듯 요즘 나라가 소란스럽고 시끄러워 여러 말씀을 듣겠다.”고 각별한 뜻을 내비쳤다.국가 정체성 논란으로 정국이 어수선했을 때 전직 대통령을 만났듯 이번 만남을 통해 국보법 개폐로 시끄러운 여야 대결 구도를 이끌겠다는 의지로 읽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대표는 이번주 각계 원로들을 두루 예방한 뒤 재래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민생을 탐방하는 계획도 세웠다.한가위를 앞두고 민생을 돌보는 ‘야당상(像)’을 심겠다는 뜻이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박대표 ‘원로 예방’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를 선언하고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얼굴) 대표가 13일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는 것을 비롯,사회 원로 2∼3명을 예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10일 “사회 원로 방문은 전직 대통령 예방 때와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가 김 추기경에 이어 다음주 이영덕 전 국무총리 등 각계 원로를 방문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 예방의 후속편 성격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 대표와 사회 원로의 만남에서는 국가정체성 공방에 이은 ‘여야 대결 2라운드’의 주제로 떠오른 국가보안법 논란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 원로들도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 방침을 밝힌 뒤 찬반으로 나뉘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김 추기경은 최근 논란에 대해선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99년 발족한 ‘국가보안법 폐지 천주교연대’의 고문 역할을 맡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우리당 ‘속전속결’ 칼 뽑나

    우리당 ‘속전속결’ 칼 뽑나

    3일 열린우리당에선 ‘친일진상규명법’과 관련해 의원들의 대야(對野) 강경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졌다.전날 의원총회에서 천정배 원내대표가 이 법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서면서 오는 23일 구(舊) 친일진상규명법이 발효되기 전에 개정안을 하루속히 통과시키자는 게 핵심이었다. 이런 저돌적인 ‘강경’의 이면엔 오는 10일 ‘본회의 처리 목표’라는 촉박한 배수진이 자리하고 있었음이 3일 입수된 열린우리당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사실 이같은 처리 시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어서 놀랍다.정치권에서는 정황상 아무리 빨라도 22일나 23일 본회의에서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아직 이 법 개정안은 여야간 접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을 만큼 입장차가 가파르다.더욱이 해당 상임위인 행자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제로(0)단계’의 상황이다.열린우리당의 계획대로라면 8일 행자위에 상정해 통과시킨 뒤 이틀 뒤인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것인데,이런 ‘초고속 일정’은 여야간 입장차가 거의 없는 법안에서나 가능하다. 열린우리당이 일정을 전진 배치한 데 대해 ‘기선 제압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친일 문제 외에도 다른 과거사 관련 법안 등 숙제가 산적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첫 단추’를 신속하게 꿰야 한다는 절박함이 팽배하다는 해석이다.실제로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을 23일까지 발의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후속편을 예고했다.정치권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은 다음주에 법안 통과를 여러 각도로 시도함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유인한 다음,실제로는 22일이나 23일 처리를 기대하고 있을 만하다.”고 분석했다. 여당의 강경 방침에 대해 한나라당도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어 분위기는 험악하다.행자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인기 의원은 이날 “만약 열린우리당이 표결로 밀어붙인다면 나 혼자라도 물리적으로 막겠다.”고 말했다.행자위 의석 수는 열린우리당 13명(위원장 포함),한나라당 10명,민주노동당 1명인데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은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어 표결로 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때문에 한나라당은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상정 자체를 강력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친일진상규명법 외에도 여당은 논란이 되고 있는 기금관리기본법과 국회법 개정안 등 나머지 법안도 ‘10일 처리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정기국회 초반 강공 드라이브를 전략으로 채택했다.사모펀드의 활성화를 골자로 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도 지난 1일 간신히 재정경제위를 통과한 민감한 법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일 처리를 목표로 한 5개 법안 대부분이 올 정기국회를 뒤흔들 민감한 법안인 셈이다.결국 열린우리당은 ‘어려운 숙제’를 모두 초입에 배치함으로써 이번 정기국회를 ‘두괄식’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본 아이덴티티’의 속편 ‘본 슈프리머시’

    ‘본 슈프리머시’(The Bourne Supremacy·20일 개봉)는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 떠났던 긴 여행인 전편 ‘본 아이덴티티’의 뒤를 이으면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러 유럽 일대를 누비는 설정은 비슷하지만,‘정체성을 알았다고 해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덧붙여졌다. 해독할 수 없는 기억의 조각들로 괴로워하는 제이슨 본(맷 데이먼).전편에서 본은 자신이 미국 비밀조직의 일원임을 알아낸 뒤 무거운 정체성의 짐을 벗고 잠적해버렸지만,여전히 악몽을 꾸는 그는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모든 것을 잊고 인도에서 연인인 마리(프랑카 포텐테)와 행복하게 살려던 본을 다시 이끄는 건 바로 “이건 실제상황이고,표적은 살아있는 인간이다.”라는 대사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이 기억의 조각들이다. 그래도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마리가 총을 맞고 죽자,본은 다시금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하지만 전편이 아무 것도 모른 채 도망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속편에서 본은 자신의 행동이 갖는 의미를 탐색한다.“과거에서 못 벗어나.넌 살인자야.”라는 대사처럼 그는 선한 인물이 아니었다.누군가에 의해 조종된 채 악한 행동을 일삼았던 꼭두각시.그는 전편에서처럼 더 이상 비겁하게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며 진실에 접근해 나간다. 러시아 하원의원 네스키와 그 부인의 피살사건에 연루된 것을 알게 되는 본.그가 복수 대신 선택하는 마지막 행동은,잘못을 저지르고도 과거의 일이라며 책임지지 않는 수많은 역사 속 사례를 꼬집는 것이기도 하다. 고도로 훈련된 스파이지만 전형적인 액션영웅이 아닌 본을 묘사하는 방식도 독창적이다.리얼리티가 살아 있던 전편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난 본의 액션 실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지만,이번엔 또 다르다.암살단의 마지막 생존자를 찾아가 대결하는 액션 신에는,몸과 몸이 부딪쳐서 얼룩지는 피와 땀냄새로 가득하다.날렵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절뚝거리면서 도망치고,차 추격 신에서는 이리저리 부딪쳐 만신창이가 된다.보통의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와 다른 리얼리티.그것이 이 영화가 갖는 최고 미덕이다. 독보적인 리얼리티는 새롭게 메가폰을 잡은 영국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 덕이다.그는 얼마전 국내에서 개봉한 ‘블러디 선데이’의 감독.북아일랜드의 유혈사태를 사실적으로 그린 점을 높이 산 제작자에게 러브콜을 받았고,그의 연출력은 액션영화에서도 빛을 발했다.핸드 헬드,빠른 편집,거친 질감의 화면은 관객의 신경을 다소 거슬리게 하지만,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과 심리까지 그대로 포착해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7일 TV 하이라이트]

    ●MBC스페셜(MBC 오후 11시30분) 특목고 반을 운영하는 대치동 한 학원의 초등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다.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초등학생,그리고 고교 3학년생의 하루,개별지도 학원에 다니는 중·고교생들을 통해 일본의 교육 현실을 만나본다. ●씨네24(YTN 낮 12시25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CIA의 요원 제이슨 본은 밤마다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린다.그 악몽이 바로 자신이 예전에 실제로 겪었던 일임을 확신확다.‘본 아이덴티티’의 속편인 ‘본 슈프리머시’를 만나본다.국내 영화 상반기 흥행 톱10 순위와 흥행 베스트도 공개된다. ●애니토피아(EBS 오후 9시10분) 국내 최대규모의 만화·애니메이션 축제인 ‘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현장에서 진행된다.‘애니웨어’코너에서는 SICAF의 개막식 현장부터 만화·애니메이션 전시회인 ‘툰 파크’(Toon Park),국제 애니메이션영화제인 ‘애니마시아’등을 공개한다. ●사랑 릴레이-함께하는 세상(iTV 오전 11시) 자비를 들여 사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점심과 생필품을 무료로 공급하는 김영분씨를 만나본다.뇌성마비 보치아 선수 최이슬.자신감을 갖기 위해 보치아에 도전했다는 18살 이슬양의 감동적인 인생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파리의 연인(SBS 오후 9시45분) 기주가 회사일로 힘들어하자 태영은 기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의 환송파티에 초대해 잠깐이나마 기주의 기분을 풀어 준다.기주와 수혁은 J모터스의 신차 발표 기자간담회장에 초대받아 약속 장소로 향하고,기주는 기자간담회장에서 발표되는 신차 디자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름다운 유혹(KBS2 오전 9시) 정희를 만난 주란은 진실을 밝히는 조건으로 집에서 당장 나가 줄 것을 제안하고,배신감에 치를 떠는 기태는 주란을 찾아 다닌다.성필은 긴장감에 금실로부터 투자금 받는 일을 서두른다.한편 주란과 가까스로 만난 기태는 아무 일 없었던 듯 인적이 드문 곳으로 주란을 끌고 간다. ●그대는 별(KBS1 오전 8시5분) 정 여사는 박 비서를 통해 화연의 과거를 전해듣고 금분을 찾아가 결혼을 취소하고 아이를 지워 달라고 말하고는 매몰차게 돌아간다.화연은 절망에 빠지고,망나니처럼 행동하던 홍기는 인경의 당당한 처신에 오히려 매력을 느낀다.정우는 인경을 생각하며 꼭 살아돌아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 [어린이 책꽂이]

    ●더벅머리 아이(하인리히 호프만 지음,심동미 옮김) 정신과 의사인 지은이가 세살짜리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쓴 책.용모가 지저분한 아이,친구를 놀리는 아이,난폭한 아이 등 못된 주인공을 등장시켜 아이들에게 옮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심어준다.문학동네어린이 펴냄.6800원. ●엄마,나 사랑해요?(미리엄 모스 글,애너 커리 그림,양희진 옮김) 직장에 다니는 바쁜 엄마에게 서운함을 갖기 쉬운 아이들이 엄마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아침마다 엄마와 헤어지기 싫은 아이와 그런 아이를 안쓰러워하는 엄마의 마음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달리 펴냄.9000원. ●꼭꼭 숨어라(오승민 글·그림) 외국 동화 ‘빨간 모자’를 살짝 비튼 재치가 돋보인다.할머니댁에 심부름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 빨간 모자는 숲속에서 늑대를 만난다.빨간 모자는 늑대에게 숨바꼭질을 제안하고,늑대와 함께 놀며 더이상 숲속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느림보 펴냄.9000원. ●열세살 키라(보도 쉐퍼 글,최해인 그림,유영미 옮김) 국내에서 100만권이 팔린 경제동화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후속편.돈에 대한 가치와 더불어 인간 관계의 소중함을 일러주는 성장동화이다.을파소 펴냄.1만 2000원.
  • 우리도 떴어 - 시루떡 시스터즈

    박슬기(18)와 홍지영(23).MBC 일요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극중 모두(조정린)와 함께 일명 ‘시루떡 시스터즈’로 우뚝 선 둘의 모습은 마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성공 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 째진 눈과 촌스러운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인 박슬기는 현재 강원도 원주 북원여고에 재학중인 고3 수험생.중2때부터 가수가 되기 위해 상경해 몇번 오디션을 보긴 했지만,연기는 완전 초짜다.팔도모창대회에서 가수 박정현과 과학교사 장한나 성대모사를 하면서 얼굴을 알린게 전부.걸쭉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홍지영도 마찬가지.영화 ‘똥개’에서 정우성을 짝사랑하는 술집종업원 순자역으로 잠깐 출연한 게 연기 경력의 전부다.수중에 돈 1000원이 없어 먹고 싶은 포도 앞에서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을 정도로 가난의 아픔을 경험했고,연예기획사를 잘못 만나 300만원을 사기당하기도 했다. 전무하다시피 한 연기경력은 둘째 치고라도,이 둘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요즘 신세대 스타가 되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과는 거리가 먼 ‘얼꽝’‘몸꽝’의 외모를 지녔다.그런데 그게 무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조정린이 같은 방송사 시트콤 ‘논스톱 4’에서 밀려나 ‘두근두근‘에 합류하면서 이들은 우연찮게 기회를 잡았다.‘생짜 신인에 저런 외모라면 안 봐도 뻔하다.’는 주위의 비아냥을 오히려 관심으로 받아들이며 좋아할 정도로 처음엔 연기자로서의 성공을 예상치 못했다.하지만 둘은 여보란 듯이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지난 5월2일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시청자들은 그들의 개성 만점 연기에 감탄을 쏟아냈다.일요일 낮이라는 시청률 무풍지대속에서도 지난주 방송3사 5개 시트콤 가운데 시청률 1위(15.1%)를 기록할 정도로 그들의 인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치솟았다.23일 마지막 촬영을 하고 새달 1일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지만,‘시루떡 시스터즈’란 브랜드를 내세운 속편 제작을 바라는 시청자도 많다.과연 어떤 매력이 그들을 지금의 위치에 서게 했을까.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코믹 ‘감초’연기? 부담없는 외모와 걸쭉한 사투리? 무엇보다 그들의 진정한 매력은 자신감이다.못생긴 외모를 콤플렉스가 아닌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당당함.극중은 물론 실제로도 ‘얼짱’인 정시아가 “요즘 예쁜 여자가 많아 콤플렉스도 느끼고,얼굴에 고치고 싶은 데도 많다.극중에서처럼 기억은 없어지지만 예뻐지는 마술 샴푸가 있다면 당장에라도 쓸 것”이라고 말하는데 반해,둘은 이렇게 말한다.“친구들에게 ‘공주병’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정도로 제 스스로 이쁜 외모를 가졌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요.”(슬기)“살아가는데 전혀 지장 없는데 왜들 그러죠?제 자신의 외모에 만족해요.”(지영)그러고는 한 목소리로, “마술 샴푸요?하하,전혀 생각 없는 걸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우리도 떴어 - 시루떡 시스터즈

    우리도 떴어 - 시루떡 시스터즈

    박슬기(18)와 홍지영(23).MBC 일요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극중 모두(조정린)와 함께 일명 ‘시루떡 시스터즈’로 우뚝 선 둘의 모습은 마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성공 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 째진 눈과 촌스러운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인 박슬기는 현재 강원도 원주 북원여고에 재학중인 고3 수험생.중2때부터 가수가 되기 위해 상경해 몇번 오디션을 보긴 했지만,연기는 완전 초짜다.팔도모창대회에서 가수 박정현과 과학교사 장한나 성대모사를 하면서 얼굴을 알린게 전부.걸쭉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홍지영도 마찬가지.영화 ‘똥개’에서 정우성을 짝사랑하는 술집종업원 순자역으로 잠깐 출연한 게 연기 경력의 전부다.수중에 돈 1000원이 없어 먹고 싶은 포도 앞에서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을 정도로 가난의 아픔을 경험했고,연예기획사를 잘못 만나 300만원을 사기당하기도 했다. 전무하다시피 한 연기경력은 둘째 치고라도,이 둘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요즘 신세대 스타가 되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과는 거리가 먼 ‘얼꽝’‘몸꽝’의 외모를 지녔다.그런데 그게 무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조정린이 같은 방송사 시트콤 ‘논스톱 4’에서 밀려나 ‘두근두근‘에 합류하면서 이들은 우연찮게 기회를 잡았다.‘생짜 신인에 저런 외모라면 안 봐도 뻔하다.’는 주위의 비아냥을 오히려 관심으로 받아들이며 좋아할 정도로 처음엔 연기자로서의 성공을 예상치 못했다.하지만 둘은 여보란 듯이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지난 5월2일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시청자들은 그들의 개성 만점 연기에 감탄을 쏟아냈다.일요일 낮이라는 시청률 무풍지대속에서도 지난주 방송3사 5개 시트콤 가운데 시청률 1위(15.1%)를 기록할 정도로 그들의 인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치솟았다.23일 마지막 촬영을 하고 새달 1일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지만,‘시루떡 시스터즈’란 브랜드를 내세운 속편 제작을 바라는 시청자도 많다.과연 어떤 매력이 그들을 지금의 위치에 서게 했을까.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코믹 ‘감초’연기? 부담없는 외모와 걸쭉한 사투리? 무엇보다 그들의 진정한 매력은 자신감이다.못생긴 외모를 콤플렉스가 아닌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당당함.극중은 물론 실제로도 ‘얼짱’인 정시아가 “요즘 예쁜 여자가 많아 콤플렉스도 느끼고,얼굴에 고치고 싶은 데도 많다.극중에서처럼 기억은 없어지지만 예뻐지는 마술 샴푸가 있다면 당장에라도 쓸 것”이라고 말하는데 반해,둘은 이렇게 말한다.“친구들에게 ‘공주병’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정도로 제 스스로 이쁜 외모를 가졌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요.”(슬기)“살아가는데 전혀 지장 없는데 왜들 그러죠?제 자신의 외모에 만족해요.”(지영)그러고는 한 목소리로, “마술 샴푸요?하하,전혀 생각 없는 걸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한국영화, 속편은 없나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영화계의 속설은 요즘 할리우드에선 더이상 통하지 않는 말이 됐다.하지만 한국영화의 사정은 다르다.지난해부터 속편 제작이 잇따르고 있지만,개봉성적은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전편을 능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요즘 국내외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작품은 할리우드 속편들.‘슈렉2’에 이어 ‘스파이더맨2’도 국내와 미국에서 1위로 데뷔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슈렉2’는 현재 4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이 됐고,‘스파이더맨2’도 2주만에 2억 5000만달러의 수익을 넘기며 전편의 흥행속도를 앞질렀다.비평계 역시 호평 일색이다.국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슈렉2’와 ‘스파이더맨2’가 잇따라 관객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이번주 개봉하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도 예매율 87.5%를 기록하며 극장가를 휩쓸 기세다. 그렇다면 한국영화 속편의 성적은 어떤가.지난해 9월 개봉한 ‘조폭마누라2’부터 지난달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격으로 소개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여친소)’와 지난 9일 개봉한 ‘달마야,서울가자’까지,전편의 명성을 업고 초반엔 그럭저럭 관객을 모았지만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다.전편에서 전국 500만명을 넘긴 ‘조폭마누라2’는 180만명을 모으는데 그쳤고,숱한 화제를 모았던 ‘여친소’도 ‘엽기적인 그녀’(488만명)의 절반 수준인 230만명이 관람했다.‘달마야,서울가자’도 현재 60만여명의 관객을 모았지만 이번주엔 예매율이 0.6%로 뚝 떨어지면서,390만명을 넘긴 전편의 색깔을 바래게 한다. 흥행성적뿐만 아니라 작품의 질도 문제다.한국영화의 속편은 대부분 내러티브를 촘촘히 짜지 않은 채 전편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만 부각시켜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조폭마누라2’의 한 관계자는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의 속편 시리즈와 달리,한국영화는 참신한 소재 덕에 성공한 전편의 후광에 기대고 있다.”면서 “이미 소재면에서는 참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내용의 치밀함이나 작품성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달 촬영에 들어갈 ‘두사부일체’의 속편 ‘투사부일체’를 비롯,‘가문의 영광2’‘쉬리2’‘친구2’‘몽정기2’‘공공의 적2’‘동갑내기 과외하기2’‘화산고2’등 적지 않은 속편들이 잇따라 제작에 돌입할 태세다.이처럼 속편이 대거 제작되는 것은 한국영화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반증일 수 있다.하지만 전편에 기댄 채 ‘안전제일주의’를 택해 손익분기점 넘기는데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할리우드처럼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속속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효자동·말죽거리… 영화판에 ‘땅’ 바람

    효자동·말죽거리… 영화판에 ‘땅’ 바람

    최근 영화판도 앞다퉈 작품 제목에 도시 이름이나 동네 이름 등을 끼워 넣는 추세다.제목속의 지명 하나만으로 그 영화의 분위기나 소재,심지어 주제까지도 관객의 뇌리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 최근 개봉한 ‘달마야,서울가자’를 보자.이 영화는 ‘달마야 놀자’의 속편 격.하지만 속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Ⅱ’라는 문구를 쓰지 않았다. 대신 영화속 촌스럽고 코믹한 스님들의 이미지를 풍기는 ‘달마’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의 ‘서울’이라는 지명을 삽입했다.어리버리한 스님들이 대도시 서울로 올라와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는 느낌이 한눈에 팍 들어오지 않는지. ‘효자동 이발사’도 마찬가지.‘효자동’이란 지명은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의 인근 동네다.또 이곳은 전통 가옥이 밀집한 곳으로 어릴적 또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장소다.자연스레 관객들은 이 제목을 보고 영화가 과거 정권하에서 한 ‘이발사’가 대통령의 머리를 깎게되면서 벌이는 황당하고 때로는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고교 잔혹사’또는 ‘학교 잔혹사’였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학원액션로망’을 포방한 이 영화는 ‘말죽거리’라는 옛 지명 하나로 당시 개발붐이 일던 70년대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또래들간에 ‘싸움’을 벌이던 70년대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금세 형상화시킨다.이밖에 ‘목포는 항구다’‘강원도의 힘’‘구로 아리랑’등도 제목에 지명을 집어 넣어 영화의 소구력을 높인 케이스들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효자동·말죽거리… 영화판에 ‘땅’ 바람

    최근 영화판도 앞다퉈 작품 제목에 도시 이름이나 동네 이름 등을 끼워 넣는 추세다.제목속의 지명 하나만으로 그 영화의 분위기나 소재,심지어 주제까지도 관객의 뇌리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 최근 개봉한 ‘달마야,서울가자’를 보자.이 영화는 ‘달마야 놀자’의 속편 격.하지만 속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Ⅱ’라는 문구를 쓰지 않았다. 대신 영화속 촌스럽고 코믹한 스님들의 이미지를 풍기는 ‘달마’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의 ‘서울’이라는 지명을 삽입했다.어리버리한 스님들이 대도시 서울로 올라와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는 느낌이 한눈에 팍 들어오지 않는지. ‘효자동 이발사’도 마찬가지.‘효자동’이란 지명은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의 인근 동네다.또 이곳은 전통 가옥이 밀집한 곳으로 어릴적 또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장소다.자연스레 관객들은 이 제목을 보고 영화가 과거 정권하에서 한 ‘이발사’가 대통령의 머리를 깎게되면서 벌이는 황당하고 때로는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고교 잔혹사’또는 ‘학교 잔혹사’였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학원액션로망’을 포방한 이 영화는 ‘말죽거리’라는 옛 지명 하나로 당시 개발붐이 일던 70년대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또래들간에 ‘싸움’을 벌이던 70년대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금세 형상화시킨다.이밖에 ‘목포는 항구다’‘강원도의 힘’‘구로 아리랑’등도 제목에 지명을 집어 넣어 영화의 소구력을 높인 케이스들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시네마 천국] 9일 개봉 ‘달마야 서울가자’

    속편 영화는 대개 두 종류다.주인공과 줄거리가 전편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거나,전편에서의 익숙한 극적 모티프만 빌려와 완전히 새롭게 뼈대를 세우거나.9일 개봉하는 ‘달마야,서울가자’(제작 씨네월드·타이거픽쳐스)는 전자쪽이다. 스님들과 건달패의 대결을 그린 1편과는 달리 이번엔 카메라가 서울 도심으로 옮겨왔다.큰 스님의 유품을 전해주고자 청명스님(정진영)이 서울로 길을 떠나자 현각스님(이원종)과 대봉스님(이문식)이 따라나선다.서울 도심의 절에 도착한 세 스님들은 뜻밖의 사건에 휘말린다.주지는 온데간데 없고 5억원을 빚진 절에는 불상이든 어디든 할 것 없이 온통 압류딱지가 붙은 상태.절터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는 건설회사의 음모가 맞물려 있음을 감지한 스님들은 건설회사에 고용된 범식(신현준)일당과 번번이 대결한다. 그들로부터 어떻게든 절을 살려내려는 청명스님을 축으로 드라마는 선명한 양극구도를 그리는 듯하다.하지만 틀에 박힌 조폭코미디는 한물갔다는 걸 의식해서일까.한때 조폭이었던 범식 일당은 여느 조폭코미디에서처럼 막가파식 완력을 쓰진 않는다.대봉스님이 잃어버린 로또 영수증을 되찾으려 스님들은 범식 일당과 내기게임을 반복한다. 영화는 두 패로 나뉜 캐릭터 집단을 꾸준히 대치시켜 그때그때 파생되는 ‘웃기는’ 충돌음으로 코미디의 사명을 다하려 했다.훌라후프 오래돌리기,노래방에서 실력 겨루기,폭탄주 오래 마시기 등 대부분의 시간을 두 패의 자존심 싸움 묘사에 할애할 정도. 이렇듯 코믹 에피소드들이 쉴새없이 바통을 잇지만 유쾌지수는 오래가지 못한다.똑같은 유형으로 양쪽 대결에만 집중할 뿐 드라마는 심심할 만큼 단선적이다.관객의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는 손톱만큼도 없다.속(俗)을 무대로 승속(僧俗)이 대결할 때 있음직한 ‘그림’들이 압축미없이 나열된 느낌이다.맥락없이 늘어지는 중반부의 노래방 대결 시퀀스쯤에 이르면 영화의 최종 목표지점이 어디인지 영화도 관객도 모두 길을 잃어버린다. 묵언수행중이라 온몸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이문식의 열연은 다행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사력을 다해 망가지는 신현준도 에피소드들을 풍성하게 부풀리는 이스트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냈다.연출은 ‘아이언 팜’을 만든 육상효 감독.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네마 천국] 9일 개봉 ‘달마야 서울가자’

    [시네마 천국] 9일 개봉 ‘달마야 서울가자’

    속편 영화는 대개 두 종류다.주인공과 줄거리가 전편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거나,전편에서의 익숙한 극적 모티프만 빌려와 완전히 새롭게 뼈대를 세우거나.9일 개봉하는 ‘달마야,서울가자’(제작 씨네월드·타이거픽쳐스)는 전자쪽이다. 스님들과 건달패의 대결을 그린 1편과는 달리 이번엔 카메라가 서울 도심으로 옮겨왔다.큰 스님의 유품을 전해주고자 청명스님(정진영)이 서울로 길을 떠나자 현각스님(이원종)과 대봉스님(이문식)이 따라나선다.서울 도심의 절에 도착한 세 스님들은 뜻밖의 사건에 휘말린다.주지는 온데간데 없고 5억원을 빚진 절에는 불상이든 어디든 할 것 없이 온통 압류딱지가 붙은 상태.절터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는 건설회사의 음모가 맞물려 있음을 감지한 스님들은 건설회사에 고용된 범식(신현준)일당과 번번이 대결한다. 그들로부터 어떻게든 절을 살려내려는 청명스님을 축으로 드라마는 선명한 양극구도를 그리는 듯하다.하지만 틀에 박힌 조폭코미디는 한물갔다는 걸 의식해서일까.한때 조폭이었던 범식 일당은 여느 조폭코미디에서처럼 막가파식 완력을 쓰진 않는다.대봉스님이 잃어버린 로또 영수증을 되찾으려 스님들은 범식 일당과 내기게임을 반복한다. 영화는 두 패로 나뉜 캐릭터 집단을 꾸준히 대치시켜 그때그때 파생되는 ‘웃기는’ 충돌음으로 코미디의 사명을 다하려 했다.훌라후프 오래돌리기,노래방에서 실력 겨루기,폭탄주 오래 마시기 등 대부분의 시간을 두 패의 자존심 싸움 묘사에 할애할 정도. 이렇듯 코믹 에피소드들이 쉴새없이 바통을 잇지만 유쾌지수는 오래가지 못한다.똑같은 유형으로 양쪽 대결에만 집중할 뿐 드라마는 심심할 만큼 단선적이다.관객의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는 손톱만큼도 없다.속(俗)을 무대로 승속(僧俗)이 대결할 때 있음직한 ‘그림’들이 압축미없이 나열된 느낌이다.맥락없이 늘어지는 중반부의 노래방 대결 시퀀스쯤에 이르면 영화의 최종 목표지점이 어디인지 영화도 관객도 모두 길을 잃어버린다. 묵언수행중이라 온몸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이문식의 열연은 다행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사력을 다해 망가지는 신현준도 에피소드들을 풍성하게 부풀리는 이스트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냈다.연출은 ‘아이언 팜’을 만든 육상효 감독.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미네르바 성냥갑/움베르토 에코 지음

    “지식인들의 의무는 정치계급의 교체를 요구하는(그리고 형성하도록 기여하는)것이지,단지 단춧구멍이 텅 비어 있다고 거기에 꽂아 놓은 꽃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명인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 ‘단춧구멍의 꽃 같은 지식인?’의 한 대목이다.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통치’나 ‘입법’을 하겠다고 무분별하게 정치의 길에 나서느냐는 질책이다.역사가 증명하듯 진정한 고수라면 자신의 분야를 묵묵히 지키는 법.에코는 이탈리아의 역사가 베네데토 크로체는 억지로 정부에 끌려갔을 때보다 20년 동안 정치를 하지 않고 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정치’를 했음을 상기시킨다.에코의 말은 쓸 만한 정치재목은 드물고 권력 주변을 넘성거리는 정치예비군만 넘쳐나는 우리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도 들려 씁쓸함을 안겨준다. ●주간지 ‘레스프레소’ 연재 칼럼 묶어 에코는 에세이집 ‘미네르바 성냥갑’(김운찬 옮김,열린책들 펴냄)에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들을 특유의 유머와 기지로 비판한다.에코의 논쟁적인 글은 종종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새로운 것을 낡은 것으로,도덕적 엄숙함을 위선적인 것으로 전복시킨다.그만큼 그의 글엔 우리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촌철살인의 청량함이 있다.이 책은 에코가 이탈리아의 주간지 ‘레스프레소’에 연재했던 칼럼을 묶은 것으로,1999년에 나온 에세이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후속편이다.전편이 주로 우리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잔잔한 웃음의 에피소드인 데 비해 후편은 정치와 매스 미디어,문화,예술,인터넷 현상에까지 사유의 가지를 뻗는다.책 제목 ‘미네르바 성냥갑’은 애연가인 에코가 ‘미네르바’라는 상표의 성냥갑에 메모하던 자신의 버릇에서 힌트를 얻어 붙인 것이다. ●왜 시인은 게을러야 하는가 에코는 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창작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왜 시인은 게을러야 하는가’라는 글은 에코의 그런 창작관의 일단을 보여준다.“만약 새로운 프루스트가 나타났는데 집안의 재산이 없다면 문화성에서 그에게 최소한 샴페인과 호텔 체류비용,사교모임에 입고 갈 연미복,방안에 깔 코르크를 제공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아니다.그것은 게르망트(프루스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귀족 가문) 공작부인이 생각할 일이지 납세자가 할 일이 아니다.…”.에코는 화가는 독일의 알브레히트 뒤러처럼 책에 삽화를 그려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음악가는 음악원에서 가르칠 수도 있지만,시인이 신문에 글을 쓰거나 가르치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유난히 거부감을 드러낸다. ●전쟁, 아무에게나 맡기기엔 너무 심각 한편 에코는 미국과 이라크가 한창 싸우던 1990년에 쓴 글 ‘장군과 사담 후세인’에서 미국과 이라크를 동시에 비판하며 “전쟁이란 아무에게나 맡기기엔 너무나도 심각한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다.에코의 이같은 비판은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이 심각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에코의 거울에 비친 우리 시대의 모습은 한편의 몰골사나운 풍속화다.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오늘날 우리의 세계와 닮았다.그것이 바로 이 시대에 우리가 에코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전2권,각권 95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시네마 천국]반년만에 돌아온 ‘음양사2’

    지난해 10월 국내에 소개된 일본 SF팬터지 ‘음양사’의 속편이 나왔다.25일 개봉하는 ‘음양사 2’는 엽기와 주술적 신비감이 뒤엉킨 일본산 팬터지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음양사’(陰陽師)는 8∼12세기 말 일본 헤이안(平安)시대의 궁중관직.달력 제조,천문 관측에서부터 왕실과 국운을 점치고 요괴를 퇴치하는 주술사의 역할까지 했다.실존인물로 전해지는 전설적인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노무라 만사이)가 2편에서도 주인공.태양이 달에 가리는 일식현상이 있은 뒤로 궁중 안팎에는 인체를 뜯어먹는 귀신이 출몰한다.궁궐의 고서를 뒤지던 세이메이는 일련의 괴사건들이 18년전 왕실의 공격으로 멸망한 ‘이즈모’라는 약소국의 운명과 관련있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전편에서처럼 무성적(無性的)인 느낌의 음양사로 나온 노무라 만사이가 1인극을 보여주듯 물오른 연기를 자랑한다.규모와 기술을 앞세운 할리우드산에서 맛볼 수 없는,‘전설의 고향’류의 동양적 공포코드가 가미된 팬터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나쁘지 않겠다.그러나 팬터지를 시각적으로 강조한 일부 장면들에서는 컴퓨터그래픽 수준이 지나치게 조악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네마 천국]반년만에 돌아온 ‘음양사2’

    지난해 10월 국내에 소개된 일본 SF팬터지 ‘음양사’의 속편이 나왔다.25일 개봉하는 ‘음양사 2’는 엽기와 주술적 신비감이 뒤엉킨 일본산 팬터지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음양사’(陰陽師)는 8∼12세기 말 일본 헤이안(平安)시대의 궁중관직.달력 제조,천문 관측에서부터 왕실과 국운을 점치고 요괴를 퇴치하는 주술사의 역할까지 했다.실존인물로 전해지는 전설적인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노무라 만사이)가 2편에서도 주인공.태양이 달에 가리는 일식현상이 있은 뒤로 궁중 안팎에는 인체를 뜯어먹는 귀신이 출몰한다.궁궐의 고서를 뒤지던 세이메이는 일련의 괴사건들이 18년전 왕실의 공격으로 멸망한 ‘이즈모’라는 약소국의 운명과 관련있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전편에서처럼 무성적(無性的)인 느낌의 음양사로 나온 노무라 만사이가 1인극을 보여주듯 물오른 연기를 자랑한다.규모와 기술을 앞세운 할리우드산에서 맛볼 수 없는,‘전설의 고향’류의 동양적 공포코드가 가미된 팬터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나쁘지 않겠다.그러나 팬터지를 시각적으로 강조한 일부 장면들에서는 컴퓨터그래픽 수준이 지나치게 조악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조정래의 세상보기] 미군감축, 자연스러운 일

    미국은 한반도 남쪽에 주둔해온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공식화했다.이 문제를 놓고 우리들끼리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다.그러나 우리가 무슨 소리를 하든 그건 다 부질없는 소리일 뿐이다.지금으로부터 59년 전 이땅이 광복된 그 순간 미군이 점령군으로 이땅을 점령할 때 우리의 의사는 철저하게 묵살되었던 것처럼 감축할 때도 우리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자기들 하고 싶은 일을 자기네 마음대로 하는 것,그것이 힘센 자들의 논리고,힘센 자들의 논리니까 진리다.그 앞에서 ‘혈맹의 우의’ 운운해가며 자세 낮추기에 급급한 일부 지식인들의 모습은 볼 만한 연극이 아닐 수 없다. “미군은 자국민이 원하지 않는 곳에는 주둔하지 않는다.”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의 자신만만한 말이다.그 말은 시대 변화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냉전시대의 오만 그대로다.그런데,우리나라의 보수적이고 친미적인 일부 지식인들은 그 말에서 엉뚱하게 우리의 잘못을 찾아내고 읍하기에 바쁜 것이다.미군이 감축되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 일각에서 혈맹의 관계가 손상될 정도로 미국을 비판하고 불경스럽게 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그것 또한 냉전시대에 뿌리박은 반공주의 사고방식의 표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한반도 휴전선 남쪽에서 미군이 감축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왜냐하면 이미 13년 전에 소련을 위시한 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며 냉전시대는 끝났고,한반도에서는 6·15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되면서 갈등과 대결의 분단시대에서 화해와 협력의 평화통일시대로 대전환을 했기 때문이다.소련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을 막기 위한 냉전시대의 소산인 주한 미군은 그 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변화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더구나 이념전쟁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이제 그만 대결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화합과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전세계를 향해 약속했으면 주한 미군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론조사에서,‘미군이 철수하면 당장 전쟁이 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3%에 지나지 않는다.군부독재시대에 7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미국은 이 변화를 유심히 지켜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이제 한국과 한국인들은 6·25 전쟁시대의 참화 속에 빠진 한국과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과거의 주인은 훗날 종의 출세를 속편히 보아넘기지 못하며,부자는 옛 가난뱅이의 입신을 사실대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법이다.행여 미국도 그런 식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군의 감축이 곧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지거나,미국과 사이가 멀어지는 것처럼 수선을 떠는 부류들이 있다.그건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과장이고 거짓말이다.미국은 그런 비이성적이며 비논리적인 가짜 친미주의자들을 경계해야 한다.우리는 미국의 고마움과 미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6·25때는 더 말할 것 없고,우리가 자랑하고 싶어하는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시장의 도움이 얼마나 컸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그리고 친구는 옛친구가 좋더라고,힘있는 옛친구와 사이가 나빠지면 그 손해는 누가 보는지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친구로서 대등한 관계의 정립과 유지다.그 토대 위에서 어깨동무할 때 우정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지금,평화통일을 향한 남과 북의 발전적 변화는 우리 스스로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방면에서 빠르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져 나아가고 있다.그리고,그 가속도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미국에서 볼 때는 너무 어리둥절할지도 모른다.그러나,그 눈부실 지경으로 빠른 변화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우리 남과 북은 저 5000년 전부터 함께 살아온 같은 민족이며,그 민족동질성에 뿌리내린 평화통일 염원이 그 많은 변화의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미국은,이 아름다운 변화를 아름답게 볼 줄 알아야 하며,그것이 우리의 참된 친구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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