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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妻子와 愛人을 음독시킨 아, 내이름 家長”

    “妻子와 愛人을 음독시킨 아, 내이름 家長”

    [선데이서울 73년 7월 8일호 제6권 27호 통권 제 247호]  귀여운 두 아이들의 영혼은 지금 어느 곳을 헤매고 있을까? 꿇어 엎드린 그 젊은이의 뺨에는 하염없이 회한의 눈물만 흘러내린다. 아내는 복역 중에 있고 연인은 영원히 떠나버렸다. 사랑과 미움의 갈림길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천애의 골짜기로 굴러 떨어진 어떤 가장. 재기의 몸부림과 속죄의 절규로 썼다는 애독자 김모씨(기사 원본엔 풀 네임 적시돼 있음)의 수기를 싣는다.   아마 기억하고 있는 독자는 흔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지난 해(1972년) 9월8일자 각 일간지 사회면에는「일가족 집단 음독자살」 제하의 기사가 난 일이 있었다. 나는 이 사건의 일가족 가장이다. 이제 내 나이 30살. 그리하여 나는 이 사건으로 귀여운 아이들을 잃고 속죄의 몸부림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건의 시초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독자살 미수에 그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鄭京淑(25·가명)이라는 여인 이야기를 신문을 통해 보고 왠지 동정심에 이끌려 찾아가 치료와 퇴원 수속까지 자비로 해준 일이 있었다. 동정은 사랑으로 변하여 결국 부모와 친척이 없다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 동거하게 되었다.  그 뒤 나는 군에 입대했고 파월(월남 파병을 말함) 되었다가 69년 8월에 귀국, 제대했다.  제대를 한 뒤 나는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어머님과 가족들에게 얘기했으나 과거가 있는 그 여자(실연 후 음독했다고 함)와는 절대로 결혼시킬 수 없다는 완강한 반대를 받았다. 그러나 나는 끝내 69년 8월27일 나의 집이 있는 서울을 도피해 인천시내 K예식장에서 가족들이라고는 한 사람도 참석치 않은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그 후 약 1년 동안은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 서울 금호동 변두리에 셋방을 얻어 생활했다. 아내가 첫딸을 낳자 어머니도 어느 정도 이해하여 집으로 들어 가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녀와의 결혼을 극력 반대하던 어머니의 감정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은 탓인지 어머니와 아내는 서먹서먹 했고 보이지 않는 불화가 계속되었다. 그러는 사이 아내는 또 아들을 낳아 우리는 1남1녀를 두었다.  당시 나는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인천으로 전근이 되어 그곳으로 출퇴근을 했다.  교통이 불편해서 나는 직장 부근에 하숙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집에는 일주일에 한두번 갈 정도가 되었다. 그 즈음 나는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지(池)모양(20)과 사귀게 되었다. 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 졌으면 결국 몸을 하락하게 되었다.  나는 아내가 있다고 그녀에게 고백했다. 池양은 펄쩍 뛰며 아내와 헤어질 것을 요구해 왔다. 결국은 아내와 본격적인 이혼문제를 논의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때 나는 장님이 되었던 것 같았다.  아내도 설마 내 말이 거짓이겠지 하며 『사실이라면 사귀고 있는 여자와 직접 만난 다음에 합의해 주겠다』고 얘기했다. 그 후 두 여인은 몇차례 만났으며 그때마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두 여인의 사이는 외면적으로는 사이가 좋아보였다.  그러나 막상 아내가 이혼 조건으로 요구하는 위자료를 그 당시 나의 입장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어 어렵게 되어 하루 하루 이혼문제는 지연되었으며 자연 池양과 나는 시내 여러 곳으로 남의 눈을 피해 생활하게 되었다. 그러나 池양의 가족들은 나의 환경을 알게 된 후 자기 딸을 집에다 감금하다시피 꼼짝 못하게 했다. 더우기(더욱이)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머리까지 가위로 빡빡 깎아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머리를 수건으로 쓰고서라도 또 집을 뛰쳐나와 나에게 빨리 이혼할 것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9월4일 아내는 이혼 조건을 대폭 완화하여 9월5일 합의이혼 수속을 끝내자고 말해 池양은 이 사실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깊은 정이 든 아내와 막상 헤어지자니 망설여졌다. 나는 나의 확실한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고 아는 선배를 찾아가 나의 입장을 설명하고 어떠한 판단이 옳은 지를 상의했다.  선배는 두 자식을 위해서 절대로 아내와 이혼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나도 그것이 옳은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두 여인을 한 자리에 불러놓고 池양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池양은 여태껏 미루어 온 결정을 눈 앞에 놓고 무슨 얘기냐고 흥분하여 서로가 옥신각신 심한 언쟁을 했다.  이 광경을 옆에서 보고있던 아내는 池양이 처녀의 몸으로 당신과 사귄 것인만큼 또 한 여인을 희생시킬 수 없으니 자기가 물러나겠다고 했다. 나는 아내의 말에 지금의 내가 말한 것은 심중히 생각한 결론이며 움직일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얘기가 쉽게 끝나지 않아 그날 밤 10시경 두 여인과 나는 집 부근에 있는 여관으로 장소를 옮겨 밤 늦도록 얘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을 못 얻었다.  밤이 늦어 잠깐 잠이 들어 새벽 5시경 눈을 떠보니 두 여인은 어린 것을 데리고 내가 풀어논 팔뚝시계와 외투에 든 돈 등을 꺼내 가지고 행방을 감춰버렸다.  나는 혹시 집으로 간 것이 아닌가 하여 집으로 가본즉 池양이 새벽 4시경 집에 들어와 잠자고 있던 맏딸 주현(3세)을 마저 업고 나갔다는 사실을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불길한 예감에 하루 온종일 두 여인의 행방을 찾아 헤맸으나 허사였다. 밤 9시가 조금 못되어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금 집 근방에 있는 여관마다 두 여인을 찾아 헤맸다. 겨우 신림동에 있는 K여관 101호실에 투숙한 사실을 알고 방문을 「노크」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여관 종업원이 창문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었다.  방에는 싸늘한 체온의 두 자식과 시체와도 흡사한 두 여인이 눈 앞에 뒹굴고 있었다.  나는 즉시 인근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급히 S병원으로 옮겼으나 그날 밤 자정이 조금 지나 주현이가 숨지고 다음 날 하오 2시경 장남 재훈이마저 숨이 끊어졌다.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심정으로 그때까지도 의식불명인 두 여인의 회복을 미칠 것같은 심정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약 46시간만에 점차 의식이 회복되는 두 여인을 뒤로 하고 나는 당면한 병원비와 입원비를 마련코자 집으로 뛰어가 세간살이와 집을 헐값에 급히 팔아 가지고(내놓고의 뜻으로 보임) 병원으로 돌아오니 이미 대기했던 각 신문사 기자와 방송사 기자들의 취재가 어지러울 정도로 시작되었다. 동시에 관할 경찰서 형사가 두 여인과 나에게 조서를 받아가고 다음 날 아내는 (직계)비속 살인죄로 기소되었으며 회복되는대로 구속된다는 사실을 형사로부터 들었다.  그 후 두 여인의 건강은 놀라울이(놀라울) 만큼 빨리 회복돼 갔으며 음독을 하게 된 경위를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새벽에 여관을 나선 그들은 시계를 팔아 받은 돈으로 수십 곳의 약방을 돌아 음독할 약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아내는 이혼을 해주고 어린 자식들을 다른 여자에게 주느니 차라리 자식과 함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池양은 나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닥쳐올 가족들의 비난과 자신의 운명을 비관한 나머지 각자의 이유는 달랐으나 죽는다는 것에 합의를 보아 기묘한 동반자살을 (시도)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며칠 뒤 池양의 가족들은 나를 혼인빙자 간음죄로 고소했으나 웬일인지 고소를 취하, 나는 풀려났으며 그 해 10월27일 두 여인은 노량진경찰서에 구속되었다.  나의 잘못으로 죄 없는 어린 두 자식이 희생됐고 또 두 여인이 구속된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나는 수차 자살을 기도했으나 뜻을 못 이룬채 두 여인이 구속돼 있는 경찰서로 면회를 갔었다. 그러자 아내가 그 전 내가 자기 오빠뻘이 되는 사람 집에 있을 때「타이어」 2개를 갖고 간 일이 있다고 해서 절도죄로 피소, 나 역시 11월1일 구속되어 한 경찰서 감방 안에는 뭇사람들의 웃음과 조롱거리가 된 두 여인과 내가 마주 쳐다보이는 쇠창살문 안에서 고통스런 3일을 함께 지냈다.  11월5일 두 여인은 먼저 영등포구치소로 넘어가고 나 혼자 있다가 11월10일 나도 구치소로 넘어가 영등포구치소로 내에 3인이 같이 수감됐다. 검치가 시작되어 매일 검사 앞에 푸른 수의를 걸친 두 여인과 나는 같은 검사실에서 취조를 받았다.  그러나 아내는 범행을 순순히 시인하나 池양은 내가 약을 사줬으며 자기는 절대 간여한 사실이 없다고 끝내 부인했다. 그러나 나는 살인죄에는 간여한 사실이 없다고 인정되어 절도죄로 10월 구형에 6월형을 선고받아 머리를 깎고 기결수로 노역장에 출역을 했으며 복역 중에는 두 여인의 공판 하루 전날 증인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두 연인은 구형에서 징역 5년씩을 선고받았다. 池양 측에서는 변호인을 선정하여 변론을 했으나 아내는 변호인도 없이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으며 池양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되어 석방되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나는 자신의 죄가 얼마나 크며 돌이킬 수 없는 과오인가를 뉘우치며 짧은 복역기간 동안이나마 열심히 반성하고 일했다.  나는 형기가 만료되어 지난 5월3일 구치소의 육중한 철문을 나와 자유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 날 나는 아직도 구치소 안에 혼자 남아있는 아내를 면회하였다.  아내는 슬프게 흐느끼면서 『당신을 전과자로 만들고 두 자식을 죽인 내가 죄가 많아요. 이제라도 당신의 행복을 위해 池양과 결혼하라』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당신이 석방되어 나오는 날까지 나는 꼭 당신만을 기다리겠소. 당신의 깊은 사랑을 나는 이해할 수 있으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몸 건강히 있으라』고 일러둔채 말문이 막혀 돌아서 나왔다. 이렇게 해서 첫날 면회를 간 후 이틀이 멀다 하고 나는 면회를 가며 매일 편지를 띄우고 있다. 이제 오직 나에게는 아내가 나오는 날까지 과거의 아픔을 거울삼아 힘껏 못다 이룬 둘만의 행복을 향해 줄달음칠 결심이다. 그래서 참되게 살겠다.  ■한 가족 음독자살 당시의 보도  「선데이서울」제207호 72년 9월24일자 P16에 보면 9월8일 金모여인과 정부 池모양이 신림1동 C여관에서 함께 음독자살을 꾀한 사건이 났다고 보도되었다. 여기에는 물론 金씨의 수기에서와 같이 金씨의 아들(1살) 딸(3살)도 함께 어른들에 의해 음독, 72년 9월8일 현재 아들만 죽고 나머지 3명은 가료 중이라고 되어 있다. 이 기사에는 池양과 金씨가 동거하는 곳에 나타난 金씨의 아내 鄭여인이 『위자료를 내면 양보하겠다』고 요구하여 옥신각신 하던 끝에 집에 돌아온 金씨가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라. 둘 다 꼴보기 싫다』며 내쫓아 버렸는데 엉뚱하게 본처와 정부가 동반자살을 하려다 실패, 딸만 절명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 MBC ‘나는 가수다’ 비난 봇물

    MBC ‘나는 가수다’ 비난 봇물

    지난 20일 방영된 MBC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가요 소비자가 대중이라는 사실을 잊은 ‘너는 가수다’ 그 자체였다. 숱한 논란 속에<서울신문 3월 9일자 22면> 강행된 프로그램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음에도 제작진은 ‘꼴찌 탈락’이라는 서바이벌의 기본 원칙마저 스스로 저버리며 정체성 시비를 자초했다. 21일 MBC 게시판에는 “전국노래자랑도 땡 하면 그만” “이럴 거면 (프로를) 폐지하라.” 등 성난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정재엽(아이디 smilejay)씨는 “공중파 방송사가 자존심도 없는가. 한명의 가수를 버리지 못해 자존심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김정숙(아이디 shinna100)씨는 “이게 무슨 서바이벌인가. 7위(꼴찌)가 되면 탈락이라더니 다시 재도전하는 건 (시청자를 상대로) 장난하는 건가.”라고 성토했다. 박홍균(아이디 hkpark99)씨는 “최종적으로 패티김, 나훈아, 송대관 등 원로 가수들만 남을 것”이라며 도전자 7명 중 최연장자였던 김건모의 탈락 면제를 비꼬았다. 네티즌들은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1박 2일’의 나영석 피디 말투를 흉내 낸 패러디물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제동 등 ‘나는 가수다’ 출연진들이 김건모의 재도전을 건의하면 나 피디가 “안 됩니다.”를 선언한 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서바이벌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실패!”라고 단호히 외치는 내용이다. 김수현 작가도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MBC 에이고오. 탈락했어도 김건모는 김건몬데…”라는 유감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이 김건모를 비판하는 것처럼 비치자 김 작가는 이튿날 “나는 김건모의 퍼포먼스나 노래에 불만이 없다. 그저 평가단 있으나마나 재도전을 급조하고 영리하게도 선택권은 가수에게 넘긴 방송사에 입맛이 썼다. 우리의 건모씨가 멋지게 ‘노’ 하기를 바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가수답지 않은 처신’ ‘나는 선배다’ 등 비판과 야유성 패러디가 쏟아지자 김건모 측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술 담배도 끊고 다음 번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열창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요평론가 강태규씨는 “당초 정한 원칙과 달리 탈락자가 언제든 재도전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겨 프로그램이 공신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작가씨도 “매회 방영될 때마다 공정성 논란이 일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애초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서바이벌 무대에 세워 성적을 매기려 한 것부터가 무리한 기획이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논란이 확산되자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피디는 “원칙에 위배된 결정을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첫 탈락이라 출연진의 충격이 너무 커 어쩔 수 없었다.”면서 “서바이벌 방식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나는’는 7명의 도전 가수 가운데 김건모가 500명 청중 평가단이 심사한 결과 꼴찌로 탈락하자 제작진 등이 즉석에서 재도전 기회를 줘 논란을 야기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데스크 시각] 통큰 정책·통큰 기업이 물가를 잡는다/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통큰 정책·통큰 기업이 물가를 잡는다/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전셋값 폭등과 관련해 조만간 일선 고위 공무원 중에 희생양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물가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기업 손보기가 본격화할 텐데 걱정이네요.” 구제역에다가 중동·아프리카 정정불안에 따른 물가 불안과 지난겨울 서민들을 괴롭힌 전셋값 폭등으로 온갖 소문이 난무한다. 정부 역시 지난해 가을부터 몰아친 이들 악재를 물리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줄줄이 내놓았다. 통신비와 기름값에 내재된 왜곡된 가격구조를 바로잡겠다든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잡기에 가세한 것도 여기에 속한다. 전셋값 대책도 연초부터 잇따라 내놓았다. 통신비와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비의 일부를 문화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통신비 가운데 상당부분이 여가비 성격이 있는 만큼 통계청에서 통신비 산정 시 이를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이지만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여전히 고삐가 잡히지 않고 있고, 전셋값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외곽지역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이 대증적 요법에 그치거나, 아니면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청사진인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마음이 급하다. 의식주 문제 해결은 치자(治者)의 기본 소임인데, 이것이 흔들리면 민심이 흔들리고, 이는 곧 선거에서 표 이탈로 이어진다. 과천 관가나 기업에 희생양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책에서 속죄양을 찾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군량미 대처가 대표적 사례다. 너른 중원을 놓고 위촉오(魏蜀吳)가 패권을 다툴 때 조조는 군량미가 부족하자 배급량을 줄이도록 명한다. “배급량을 줄이면 군졸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라는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되의 크기를 줄이도록 강행한다. 이로 인해 군졸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 조조는 군량미 담당자에게 “네 목을 빌리자. 대신 네 가족의 후일은 걱정하지 말라.”며 ‘횡령죄’로 목을 벤다. 조조는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 물론 정부가 시중의 우려처럼 희생양을 찾을지는 알 수 없다. 또 정부의 고민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최근의 물가나 전셋값 오름세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촉발됐다. 해외 정정 불안은 불가항력이고, 전셋값 역시 집값을 잡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풍설이 난무하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기업은 느긋한(?) 편이다.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관련해서는 내리는 시늉만 하고 있다. 철 지나 가격요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난방용 등유가격 인하로 생색을 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오히려 기름값이나 통신비와 관련해서는 반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정정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110달러를 넘어서면서 기업의 이런 주장에 날개를 달아주다시피 하고 있다. 특히 대형 할인점 등은 ‘통큰’ 시리즈를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를 영업점으로 유인하기 위한 판촉전의 일환일 뿐 소비자 물가 인하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물가와 관련해 정부나 기업의 행태를 보면서 양자 모두 자기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진정한 의지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을 압박하면서도 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기업에서는 ‘시장 이기는 정부 봤나? 이러다가 말겠지.’하는 기미가 엿보인다. 이런 자세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 정부도 유류세 등 세금을 내릴 부분이 있으면 내리고, 기업은 생색내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통큰 자세’를 보여야만 물가를 잡고 서민 가계의 주름살을 펴줄 수 있다. sunggone@seoul.co.kr
  • 14년 복역중인 무기수 ‘독학사’ 과 수석졸업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4년째 복역 중인 제소자가 국어국문학 독학사(獨學士) 학위 수석을 차지했다.  1997년부터 대구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조모(38)씨는 20대에 한순간의 실수로 수형생활을 이어오다 담당 교도관의 설득으로 2009년부터 때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조씨는 ‘주경야독’으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교양과정과 전공기초 및 심화과정을 차례로 통과한 뒤 마지막 단계인 학위취득 종합시험에서도 최고 점수를 획득, 국어국문학 독학사 학위를 따냈다. 그의 점수는 전체 응시자 평균 66.2점보다 무려 30점 가까이 높은 95.27점이었다.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쓴 학사모에는 ‘수석 졸업’이라는 영광이 더해졌다.  조씨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1년도 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에서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출소후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조씨를 비롯해 수형자 20명이 학위취득 종합시험에 합격해 이날 독학사 학위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1995년 ‘독학에 의한 학위취득과정’을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254명의 수형자가 ‘만학도의 꿈’을 이뤘다. 2008년에는 전국 전체수석을 배출했고, 올해도 조씨 등 3명이 과 수석을 차지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메리칸’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메리칸’

    잭(조지 클루니)은 스웨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행복한 얼굴의 여자 친구 곁에서 그는 왠지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이튿날, 바깥으로 나간 잭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곧 총격이 벌어지고, 암살자들을 해치운 잭은 여자 친구마저 죽인다. 로마로 피신한 그는 두목의 지시에 따라 이탈리아 중남부의 작은 마을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사진작가로 위장한 채 특수한 총을 제조한다. 직업상 주민과 관계를 맺으면 안 되지만, 그는 길에서 마주친 신부와 친분을 나누고, 가끔 들르는 홍등가의 창녀 클라라를 점점 사랑하게 된다. 일반적인 스릴러의 경우, 첫 총격전 다음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메리칸’은 뜻밖의 전개를 택한다. 주인공은 국경을 넘어 조용한 마을에 안착한다. 지옥에서 탈출해 천국에 도착한 것일까. 기억할 부분은 영화의 오프닝 크레디트다. 잭이 이탈리아 고속도로의 터널을 통과하는 지점에서 때늦은 오프닝 크레디트가 나오는데, 황색 조명과 어두운 터널의 아늑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은 이어질 영화에 연옥의 톤을 부여한다. 그러니까 ‘아메리칸’은 연옥에 다다른 남자의 일상에 관한 영화다. 잭은 삶의 여정에 아무런 뜻이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주변과 사람들을 대하며, 딱히 두목의 명령이 아니어도 누군가와 친구로 지낼 마음이 없다. 도입부에서 여자 친구의 등을 향해 비정하게 총을 쏜 것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죄 없는 자를 죽인 행위는 원죄와 같아서, ‘아메리칸’은 구원이 필요한 자에게 속죄의 여정을 마련한다. 물론 삶의 신비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잭은 자신이 걷는 여정 아래 숨겨진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그는 잘못된 지점에 불시착한 게 아니라 깨달음의 시간과 드디어 맞닥뜨린 것이다. 신과 구원을 믿는 사람들은 구릉지의 언덕에 마을을 세웠다. 그러나 잭은 자신의 직업에 충실할 뿐, 공간이 베푸는 은혜를 무시한다. 신부가 접근해 선악을 묻고, 창녀와의 만남이 사랑의 감정을 촉발하지만, 자각은 언제나 뒤늦기 마련이다. 믿음을 갈망하는 교회의 종소리가 울릴 동안, 잭은 그 소리에 맞춰 총의 소음기를 제작할 따름이다. 마지막 심판 앞에서 잭은 ‘직업’이란 말로 용서를 구할지도 모른다. ‘아메리칸’은 잭이 만든 총을 건네받은 암살자가 결국 누구를 죽이려 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어리석은 자의 삶에 답한다. ‘아메리칸’은 평소 ‘미스터 버터플라이’로 불리던 잭에게 ‘죽음과 변용’을 허락하면서도 구원까지는 약속하지 않는다. ‘아메리칸’은 마틴 부스가 1990년에 쓴 스릴러 ‘매우 은밀한 신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얼마 전 ‘브라이튼 록’으로 감독 데뷔한 영국 작가 로언 조페가 원작을 느슨하게 각색했으며, ‘컨트롤’로 좋은 평가를 얻은 안톤 코르빈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의 영국인 주인공을 미국인으로 바꾼 ‘아메리칸’은 또 다른 정치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유럽을 떠나 신대륙에 정착한 사람들이 세계의 무기상으로 탈바꿈한 현실을 은유한 ‘아메리칸’은 잭이라는 인물을 ‘돌아온 탕아’의 개념으로 파악한다. 그레이엄 그린의 원작을 각색해 ‘브라이튼 록’을 연출한 조페는, 그린의 ‘조용한 미국인’이 ‘아메리칸’을 형제로 삼길 바란 게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평론가
  • ‘일몰 일번지’ 경남 사천 비토섬

    ‘일몰 일번지’ 경남 사천 비토섬

    오래전 남해안 어딘가 ‘별주부전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섬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귓전으로 기껏해야 섬 몇 곳에 이런저런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이려니 여기며 들었습니다. 경남 사천의 비토섬입니다. 토끼가 나는 형상의 섬이라지요. 1992년에 연륙교가 놓였으니 뭍과 다름없이 된 게 제법 오래지만, 풍경과 습속은 여전히 섬 그대로입니다. 꼭 새해가 토끼해여서 발걸음하시라 권하는 건 아닙니다. 비토섬에 얽힌 이야기도 재밌지만, 자체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갖고 있습니다. 비토섬 오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다솔사 들어가는 솔숲길과 야생 차밭, 그리고 비봉내마을 대나무산림욕장에서 늘 푸른 기상과 마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게다가 사천에서 남해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다리는 ‘교량 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개성 넘치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지요. 해마다 해넘이, 해맞이 행사가 벌어질 만큼 풍경도 빼어납니다. 이만하면 일출일몰 여행지로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겠습니다. ●사천의 숨은 보석 비토(飛兎)섬에 가기 위해서는 ‘삼천포로 빠져야’ 한다. 한때 삼천포시였으나 1995년 사천군과 통합, 사천시가 됐다. 사천시 끝자락의 비토섬은 조선시대 작자 미상의 한글소설인 ‘별주부전’의 무대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를 두고 충남 태안의 원청리 해변과 ‘원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천시 측은 2003년 진주 한국국제대에 비토섬 전설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비토섬 일대가 별주부전의 배경과 일치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2013년까지 이 일대를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천만을 가로지르는 사천대교를 지나면 곧 서포면이다. 비토섬은 서포면 선전리와 연륙교로 이어져 있다. 비토섬의 관문인 비토교는 아치형의 작은 다리. 하지만 마주하는 풍경만큼은 참으로 크다. 바닷물이 물돌이동처럼 비토섬을 돌아나가고, 썰물 때면 거대한 갯벌이 펼쳐진다. 이 풍요로운 갯벌에서 주민들은 한창 푸른 빛이 오른 감태와 자연산 굴(석화) 등 갯것들을 수확하며 한겨울을 보낸다. 비토교를 건너면 길은 곧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비토섬이 자랑하는 해안도로다. 점점이 떠 있는 섬과 김 양식장, 그리고 고즈넉한 섬마을이 어우러지는 빼어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비토섬 동쪽 끝에 서면 월등도와 거북섬이 보인다. 썰물 때는 길이 열려, 차로 오갈 수 있다. 그 뒤편에는 토끼섬과 목섬이 있다. 토끼와 자라,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별주부전이야 삼척동자도 알 내용이다. 간을 구해 오라는 용왕의 명을 받은 별주부(자라)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간다. 삶과 죽음이 백척간두에 선 순간, 토끼가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기상천외한 묘계를 내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얘기. 비토섬의 전설은 그 이후와 연관이 깊다. 내용상으로는 ‘포스트 별주부전’쯤 되겠으나, ‘원작’과 달리 해피 엔딩이 아니다. 자라의 등을 타고 육지로 돌아오던 토끼는 월등도(돌당섬) 부근에 이르러 바다에 비친 섬을 고향으로 착각하고, 급한 마음에 서둘러 뛰어내렸다가 물에 빠져 죽어 토끼섬이 되었다. 토끼를 놓친 자라 또한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섬이 되었으니, 토끼섬 옆의 거북섬이다. 남편을 용궁으로 떠나 보낸 아내 토끼는 바다를 바라보며 목이 빠지게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목섬이 되었다나. 한자 이름 날 비(飛), 토끼 토(兎)자에 담긴 사연이다. 비토섬은 썰물 때 찾아야 한다. 연륙교가 놓인 비토섬은 아무때고 찾을 수 있지만, 이어진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 등은 썰물 때라야 비로소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월등도에 놓여진 나무데크를 따라 섬 주변을 자박자박 걷는 맛이 제법 각별하다. 해넘이 풍경은 비토섬 어디서 봐도 근사하지만, 굳이 최고의 낙조 감상포인트를 꼽자면 비토교를 지나 선전리 서포사랑골횟집 앞마당이다. 비토섬을 굽돌아가는 바다와 선전리 선착장, 그리고 너른 갯벌이 온통 붉게 물드는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 서포사랑골횟집 853(4)-3737. ●다향, 솔향 그윽한 절집 다솔사는 야생차로 이름난 절집이다. 비토섬에서 차로 20분쯤 걸린다. 지난 2001년 대양루 큰북에 전설 속의 꽃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해서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솔사 야생차밭은 적멸보궁 뒤편에 있다. 200~300년 묵었다는 차나무들이 곧추 선 편백나무 아래 오종종 모여 있다. 전남 보성의 차밭처럼 나란한 모습은 기대하지 말길. 제멋대로 자란 야생 차나무와 1960년대 다솔사 주지 효당 스님이 새로 심은 차나무들이 얼기설기 이어져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다향 그윽한 절집이었던 덕에 내나라 안에서 ‘차 좀 마셔 봤다.’는 사람들이 순례 삼아 다솔사에 들르곤 한다. 절집을 거쳐간 인물들의 면면도 예사롭지 않다. 만해 한용운은 1930년대 이곳에 은거하며 항일비밀결사 ‘만당’을 조직했다. 만해는 효당 스님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가 머문 곳은 ‘안심료’(安心寮)란 요사채. 건물 앞에 세 그루의 측백나무가 서 있는데, 회갑을 맞은 만해가 지인들과 함께 심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소설가 김동리도 요사채에 머물며 ‘황토기’ ‘역마’ 등의 소설을 썼다. 당시 문학청년이었던 김동리는 1934년 효당 스님이 다솔사 아랫마을에 ‘광명학원’이란 야학을 세우자 야학교사로 부임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만해로부터 중국의 한 살인자가 속죄를 위해 분신 공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20년 뒤 그 이야기를 대표작 ‘등신불’에 담아 세상에 선물했다. 풍경으로만 보자면 절집 초입의 솔숲길을 가장 앞세울 만하다. 사찰 입구 다솔휴게소에서부터 시작된 솔숲이 절집 앞마당까지 이어져 있다. 높다랗게 자란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과 고즈넉한 주변 풍경이 잘 어우러져 있다. ●늘 푸른 세상과 만나다 한겨울 추위에도 대나무숲은 푸르다. 하늘 향해 곧추 선 대숲의 수직 세상에 들면 한 TV 광고에서처럼 휴대전화를 꺼두고 싶은 생각이 불연듯 든다. 다솔사에서 5분 거리인 비봉내마을은 요즘 전국 각지에서 부쩍 늘고 있는 체험마을 중 하나다. ‘대나무 산림욕장’이 주요 테마. 마을 뒤편에 1만여 평에 달하는 대숲이 펼쳐져 있다. 숲 사이로 난 산책길은 1.2㎞에 이른다. 비봉내 대숲의 주종은 맹종죽이다. 다른 수종에 견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편. 1965년에 세 그루를 심었는데, ‘우후죽순’처럼 자라나 벌써 5만여 그루가 됐다. 이밖에도 검은 오죽, 거북이 등껍질처럼 생긴 구갑죽 등 숲이 거의 대나무로만 이뤄졌다.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대나무숲 산책 프로그램이 유독 눈에 띈다. 대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거닐며 대나무와 관련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 딸기 수확 체험, 굴 구워먹기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체험일정은 당일부터 2박 3일까지 다양하다. 글 사진 사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 곤양 나들목으로 나와 곤명면(다솔사) 방향으로 1㎞ 가면 왼쪽에 비봉내마을(beebong.co.kr) 체험장 간판이 나온다. 852-7055. 다솔사는 비봉내마을에서 곤명면 방향으로 5분 거리다. 853-0283. 비토섬은 다솔사에서 되짚어 나와 서포면 방향으로 20여분쯤 가면 나온다. ▲둘러볼 곳 곤양면 흥사리 흥곡마을 묵곡천변에 고려 말에 세운 매향비가 있다. 왜구와 관료들의 학정에 시달리던 민초들이 미륵을 기다리며 갯벌에 향나무를 묻고 의식을 치렀던 곳이다. 곤명면 은사리에는 세종대왕과 단종의 태실지가 있다. 태실은 왕가 자손의 태를 봉안한 뒤 표석을 세운 곳이다. 낙조로 유명한 실안해안도로와 남일대 해수욕장의 코끼리바위는 사천의 대표 테마. 사천 대방과 남해 창선을 연결하는 5개 연륙교도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일출, 일몰, 야경 등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풍경을 내어준다. ▲맛집 싸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면 삼천포어시장과 선진횟집단지를 찾는 게 좋다. 쥐치로 포를 뜬 ‘쥐포’도 삼천포 특산물. 여러 마리를 붙여 만든 여느 쥐치포와 달리 ‘한 마리 한 장’이 특징이다. 800g 10마리에 1만 7000~2만원. 비토섬은 전국 최대 자연산 굴(石花) 생산지다. 비토초등학교 앞에 비토 갯벌에서 갓잡은 굴을 파는 할머니들이 몰려 있다. 1접시 1만 5000~2만원. ▲잘 곳 삼천포해상관광호텔(832-3004)은 삼천포대교 아래에 있어 ‘실안낙조’를 만끽할 수 있다. 삼천포항 인근 노산공원 쪽의 팔포매립지에 모텔들이 바다를 끼고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4만~5만원.
  • [길섶에서] 육필(肉筆)의 힘/구본영 수석논설위원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지인들이 자신들이 쓴 책 몇권을 엇비슷한 시기에 보내 왔다. 책 한권을 쓴다는 일이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을 게다. 지은이의 수고나 번민이 담겨 있지 않은 책이 어디 있으랴. 짬을 내 어느 책부터 읽을까 망설이다 차동엽 신부가 쓴 ‘바보Zone’에 맨 먼저 손길이 갔다. 아니, 마음이 움직였다고 해야겠다. 내용 속에 흔하디 흔한 자기 계발서와 달리 읽는 재미 이상의 종교인다운 영적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책갈피 속에 지은이가 필자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사인펜으로 꾹꾹 눌러 쓴 메모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바보스럽게 살지 못함을 속죄하며…님의 무한 가능성 ‘바보Zone’이 맹아하여 함박꽃을 피우기를 기도드리면서”라는 메시지와 함께. 인쇄나 타이핑된 글에서 느껴지지 않는 정감이야말로 육필(肉筆)의 힘일 듯싶다. 문득 이 겨울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옛 친구에게 이메일 대신 펜으로 쓴 편지라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본영 수석논설위원 kby7@seoul.co.kr
  • [1일 TV 하이라이트]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 30분) 영곤, 재곤의 사촌 상곤이 가족과 함께 필리핀을 떠나 대흥리로 온다. 고향 선배와 소를 키우기 위해 왔다고 하는데 뭔가 수상하다. 청양댁은 용돈 벌이를 할 목적으로 상곤네 집 청소를 도와줬다가 경숙과 오해가 생기고, 상곤은 믿었던 동업이 물거품이 되면서 잔금을 못 치러 집에서도 쫓겨날 신세가 되는데…. ●도망자(KBS2 오후 9시 55분) 양영준은 양두희와 만나 거세게 충돌한다. 양영준은 진이에게 연락을 취해 금괴를 세상에 내놓고 선대가 지은 죄를 역사 앞에 속죄하자고 간곡히 청한다. 지우와 진이가 금괴를 찾으러 돌아온 사무실에는 금괴를 노린 나카무라와 제임스가 살벌하게 버티고 있다. 한편, 소피는 카이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양두희를 찾아간다. ●즐거운 나의 집(MBC 오후 9시 55분) 신우는 진서에게 이준희와 윤희의 아버지 모준하가 동일 인물임을 얘기한다. 소리는 진서에게 지난날의 일들을 사과하며 용서를 구하고, 이사장 선출 건으로 은숙을 찾아갔던 서 국장과 마주친 윤희는 중심을 잘 잡으라고 얘기한다. 한편 신우는 성은필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모준하는 진서의 병원을 찾아간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 15분) 지구촌 곳곳에서 마약으로 인한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대에서는 마약 운반용 땅굴까지 등장해 충격을 주었다. 게다가 다양한 신종 마약의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마약중독자를 양산해 내고 있다. 독버섯처럼 파고든 일반인 마약 복용의 실태와 마약 근절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극한직업(EBS 오후 10시 40분) 겨울철 필수품인 난로. 난로 공장에서는 난로 기술자들만이 할 수 있는 벽난로와 굴뚝 설치 작업, 고열의 쇳물에 모양을 내는 주물 작업, 그리고 기계로는 할 수 없는 성형 작업과 절단 작업까지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겨울 난방 필수품, 난로가 탄생하는 곳. 난로 공장을 찾아가 본다. ●메디컬다큐 생명(OBS 오후 11시 5분) 식도와 기관지가 붙은 채로 태어났던 은찬이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차가운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병원을 집으로 삼은 채 그동안 여러 번의 수술과 치료가 진행됐지만, 4살이 된 지금까지 은찬이는 먹고 숨 쉬는 기본적인 일들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선천성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4살 꼬마, 은찬이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사설] 외교부 간판 아예 ‘외교가족부’로 바 꿀텐가

    외교통상부는 어제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혜 특채’ 책임을 물어 임재홍 기획조정실장을 보직 대기조치(대기발령)하고 실무책임자인 한충희 인사기획관을 엄중경고한 뒤 외교안보연구원 근무로 발령 냈다. 또 이번 파동의 지휘선상에 있었던 신각수 제1 차관이 담당하던 인사업무를 천영우 제2 차관에게 넘겼다. 이같은 조치는 물론 임시방편적인 것이다. 앞으로 조사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문책이 결정되겠지만 장관 딸의 특채와 관련해 책임있는 경우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만약 꼬리자르기식의 조사를 한다거나, 몸통은 보호하고 깃털만 처벌하려고 한다면 외교부나 조사를 벌이는 행정안전부 모두 국민을 우롱하는 꼴이 될 것이다. 유 전 장관 딸의 특채와 관련한 진상규명 및 처벌과는 별개로 계속 터져나오는 외교부 내 다른 특채에 따른 책임도 반드시 규명·처벌하고 넘어가야 한다. 보면 볼수록 외교부의 특채는 의혹 덩어리다. 양파껍질 벗기듯 자고 나면 또 다른 의혹이 꼬리를 문다. 특채와 관련해 총체적으로 썩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는 2006년 6월 5급 특채 공모를 한 뒤 합격자 중 일부를 6급으로 강등시켰다. 대신 특채과정에서 떨어진 대사 딸 등 외교부 고위관료의 자녀 2명을 두 달 뒤 5급으로 채용했다. 외교부는 고위 관료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논술형 필기시험은 없애고 면접시험만 치르는 꼼수까지 부렸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중소기업도 이렇게 채용하지는 않는다. 편법·탈법적인 특채가 관행처럼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인사라인에 있던 관리들이 죄의식을 느끼기나 했을까. 이번에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아예 외교부는 간판을 ‘외교가족부’로 바꿔 다는 게 맞을 듯싶다. 행안부나 감사원은 그동안 있었던 외교부의 파행적인 특채를 낱낱이 파헤쳐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들어온 외교부 관리들은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면 더 이상 자리를 지키지 말고 누가 나가라고 하기 전에 당장 사표를 쓰는 게 맞다. 그게 선의의 피해자에게 늦었지만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길이다.
  • “내 오른발로 8강 골문 흔들어주마”

    “내 오른발로 8강 골문 흔들어주마”

    ‘박주영-포를란, 10번의 전쟁’ 대한민국과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간판 골잡이’ 박주영(25·AS모나코)과 디에고 포를란(31·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닮은꼴이다. 둘은 나란히 팀 에이스에게만 허락되는 등번호 10번을 달았다. 다재다능한 최전방 공격수인 건 물론, 오른발 슈팅에 관한 한 지존이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이 오른발로 ‘속죄포’를 터뜨린 것까지 똑같다. 둘은 조국의 8강행 티켓을 놓고 26일 밤 11시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만난다. 둘 다 맡은 보직은 최전방 공격수다. 그러나 최전방뿐만 아니라 2선으로 내려와 공을 배급하고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전술적 역량도 겸비했다. 박주영은 청소년 대표팀이나 K-리그 FC서울에서는 2선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포를란도 엇비슷하다. ‘신의 왼발’로 불렸던 알바로 레코바가 은퇴한 뒤 플레이메이커 후계자를 찾지 못한 우루과이에서 이 역할을 해 내고 있다. 지난 17일 남아공과의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포를란은 처진 공격수로 나서 맹활약했다. 둘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인구 자블라니를 다루는 법도 잘 알고 있다. 조금만 힘을 주고 차면 공중에 바로 떠 버리는 고약한 성질을 갖고 있는 공이다. 그런데 포를란은 남아공전에서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이번 대회 첫 골맛을 봤다. 사실, 그는 ‘세트피스 전문가’다. 프리킥과 코너킥까지 도맡을 정도다. 정확하고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는 레코바의 왼발을 보는 듯하다. 박주영도 뒤지지 않는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예리한 오른발 감각을 과시했다. 후반 4분 페널티 박스 좌측 외곽 지점에서 찬 프리킥이 상대 수비벽의 틈을 정확히 헤집었고, 빈센트 에니에아마 골키퍼의 반사신경이 닿을 수 없는 골문 구석으로 정확히 감아차기를 성공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어려움을 딛고 영웅이 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박주영은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여러 차례 결정적 골 기회를 놓친 데 이어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선 자책골까지 저지르며 대패의 시발점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주영은 그러나 나이지리아전에서 영웅이 되어 돌아왔다. 포를란은 프랑스와의 1차전에서 절호의 기회를 모두 골문 밖으로 날렸다. 결과는 무승부.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동점으로 끝났다. 하지만 포를란은 남아공전에서 중거리슛과 페널티킥으로 2골을 올린 것을 포함해 3-0 완승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국제무대 명성으로만 따진다면 포를란이 한 수 위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을 두 차례나 차지했고, 지난 시즌 팀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AS모나코에서의 활약으로 아시아 최고 스트라이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주영의 응전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는 아시아 출신 공격수로 월드 클래스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재목으로 이미 이름을 올린 터다. 포트엘리자베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들의 발끝서 새로운 신화… “이젠 8강”

    이들의 발끝서 새로운 신화… “이젠 8강”

    동틀 무렵 끝난 숨막히는 ‘B조의 전쟁’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23일 새벽 3시30분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겨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 3전 전승을 기록한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로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전반 12분 칼루 우체에게 선제골을 허용해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전반 38분 이정수의 동점골로 16강 희망을 살렸고, 후반 4분 박주영의 ‘속죄포’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24분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줬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꺾어 16강행이 확정됐다. 우리 대표팀은 26일 밤 11시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A조 1위인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8강 진출을 놓고 운명의 한판을 벌인다.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월드컵 첫 원정 16강 축포는 ‘양박(박주영·박지성)’의 발끝에서 터져나왔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박지성과 박주영은 특유의 장기를 선보이며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서울신문이 실시한 ‘붉은 악마가 뽑은 베스트 태극전사’ 이벤트에서 국민들은 박주영, 박지성을 최고로 뽑았다. 전체 참가자 3674명 중 785명이 박주영을, 652명이 박지성을 선택했다. 이정수가 598표로 뒤를 이었다. 회사원 이영섭(59)씨는 “첫 번째 이정수 골과 두 번째 박주영의 골이 분위기 반전에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양일(27·여)씨도 “박주영의 골이 없었다면 1대2로 졌을 것”이라면서 “박지성이 나타나는 곳이면 어김없이 골이 터지는 모습에 ‘역시 캡틴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박항서 전남 감독은 “박주영을 꼽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르헨티나전 자책골로 심적인 부담감이 많았을 텐데 골을 성공한 것이 대단하다.”며 “박지성, 이영표, 이정수 등 모두 빼어났다.”고 고루 칭찬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박지성의 플레이는 최고였다.”면서 “박지성이 당당하게 뛰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극찬했다. 또한 “김정우는 패스 연결과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하는 선수다.”고 말했다. 이제는 16강전. 26일 밤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이틀. 태극전사를 향한 국민들의 심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사설] 합참의장은 49분간 아무것도 몰랐다

    미증유의 천안함 대참사 앞에서 온 국민은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이상의 합참의장이 천안함이 침몰한 지 49분이 지나서야 처음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그제 국회 국방위에서 합참 지휘통제반장이 “깜빡했다.”고 이를 시인했다. 천안함 사태를 전후한 우리 장병들의 헌신과는 별도로 이번에 드러난 군 지휘체계의 허점과 기강 해이도 묵과해선 안 될 것이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은 공기에 비유된다. 평소엔 눈에 안 보이나 그 존재가치를 실감할 때면 이미 질식사의 위기에 직면한다고 봐야 한다. 그 분초를 다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지휘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천안함이 두 동강나 함미가 서해바다로 가라앉고 있는데도 사태 수습을 총지휘해야 할 합참의장이 감감무소식이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보다 먼저 사태를 파악해 보고해야 할 합참의장이 청와대보다 20분 늦게 일보를 접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이러니 초동 대응 과정에서 군당국이 허둥댄 게 아닌가. 해군작전사령관이 군령권(작전지휘권)을 쥐고 있는 합참의장을 건너뛰어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속초함 사격 승인을 받은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우리의 안보지형상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항존한다. 평상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와 경계 태세를 갖춰야 할 이유다. 맥아더 장군도 “작전이 아닌,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2012년 이후 예정대로 전시작전권이 우리 군으로 넘어온 뒤 비상한 상황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어쩔 텐가. 차제에 느슨해진 군의 기강을 다잡고 지휘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육·해·공군 간 이해가 엇갈리는 군령권·군정권(군사행정권) 이원화도 재검토해야 한다. 군 지휘부는 행여 실무자 몇 명을 속죄양으로 삼아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 될 것이다.
  • “예수·석가·공자 진리의 실체는 똑같아”

    “예수·석가·공자 진리의 실체는 똑같아”

    1971년 8월12일, 당시 81세의 노()철학자 다석(多夕) 류영모(1890~1981)는 한국 기독교 최초의 자생적 금욕 수도 공동체로 평가받는 광주광역시 동광원(東光園)에서 수사, 수녀들을 상대로 일주일간 강연을 열었다. 동광원은 ‘속죄 신앙’(예수가 흘린 보혈로 속죄받는다는 신앙)을 믿는 정통 기독교인들이 생활하는 곳. 반면 다석은 예수를 신앙의 대상이 아닌 ‘스승’으로 여겨야 한다고 믿는, 이질적인 신앙인이었다. 그러나 다석은 생애 마지막 강연을 통해 동광원 수도자들을 명쾌한 진리의 세계로 인도하며 다석 사상의 정수를 보여준다. 동광원의 수사 김용래가 이 강연을 녹음한 사실이 200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려졌고, 다석의 제자 박영호가 최근 이를 풀어 책으로 출간했다. ‘다석 마지막 강의’(교양인 펴냄)다. ●종교간 구분은 미혹에 불과 16세에 기독교 세례를 받은 다석의 종교관은 일원다교(一元多敎), 즉 ‘가르침은 여럿이지만 진리는 하나’라는 말로 압축된다. 다석은 평생 예수를 스승으로 섬겼으나 성경만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석가, 노자, 장자,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 등 인류 역사 속의 ‘깨달은 이’는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스승으로 삼았다. 다석 사상의 관점에서 종교 간 구분과 갈등은 전체를 보지 못하는 이들의 미혹(迷惑)에 불과했다. 다석은 책 제1장 ‘사서삼경 모르면 성경도 모른다’를 통해 “하느님은 온통(全體)이시다. 하느님의 자리에 서면 남(他, 敵)이 없다. 모두가 하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온통에 이르지 못하고 부분(部分)에 갇혀 있다. 이것을 미혹이라고 한다. 가족, 혈연, 지역, 민족, 종교만 하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혹에 빠진 것”이라고 일갈한다. 하느님의 생명인 얼(성령)을 공자는 덕(德)이라 하고, 석가는 법(法)이라 하고 노자는 도(道)라 하고, 예수는 얼(靈)이라고 하는 등 진리를 일컫는 이름만 다를 뿐 실체는 똑같다는 것이다. ●평생 금욕·절제 실천한 철학자 사상가 함석헌(1901~1989)의 스승으로 알려진 다석은 은둔 생활 때문에 세상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인물. 일일일식(一日一食)과 좌선 명상을 통해 동서양 고금의 경전을 관통한 한국의 대표적 철학자로 평가받는다. 저녁 석(夕)자만 세 개 모여 이뤄진 호(多夕)는 저녁에 한 끼만 먹는다는 그의 금욕적 삶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다석일지’ 외 저서 안남겨 독특한 종교 철학을 세운 당대의 석학이었지만, 다석은 매일 기록한 ‘다석일지’ 외 다른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 지금 나와 있는 다석과 관련된 책들도 제자들의 기록이거나 다석 사상 해설서가 전부다. 그나마 1956~1957년 서울 YMCA 강의 속기록 전문을 다듬어 출간한 ‘다석강의’가 그의 철학을 비교적 생생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중요 자료로 인정받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가공되기 전 원석과 같은 다석 사상의 요체를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다석 강의 녹음 테이프 가운데 음질 상태가 좋은 5개를 골라 CD로 만들어 첨부했다. 2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AFC 챔피언스리그] 포항 알미르 ‘역적에서 공신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포항 알미르 ‘역적에서 공신으로’

    아시아 2연패를 겨냥한 포항이 첫 패배를 딛고 파릇파릇 싹을 틔웠다. 포항은 10일 스틸야드 홈에서 열린 일본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2차전을 2-1 쾌승으로 마쳤다. 지난달 24일 호주로 날아간 포항은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와 맞붙어 0-1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그러나 간단찮은 수비력을 뽐내며 지난해 J-리그 4위에 오른 ‘옹벽’ 히로시마를 눌러 자신감을 되찾았다. 포항은 산둥 루넝(중국)과 1승1패 동률이지만 득실차(포항 0, 산둥 -1)로 선두 애들레이드(2승)에 이어 조 2위로 올라섰다. 지난 6일 대구FC에 2-1 승리를 챙기며 K-리그 데뷔 무대를 화끈하게 장식한 발데마르 레모스 올리베이라(56) 포항 감독은 국제대회 첫 승리와 더불어 ‘레모스 매직’을 선언했다. 전반 슈팅에서 9-3으로 앞서며 총공세를 펼치고도 히로시마 골네트를 흔드는 데에는 실패한 포항은 후반 고삐를 더욱 죘다. 히로시마엔 융단폭격이었다. 눈발이 흩날린 차가운 날씨 속에도 그라운드를 달구던 1만여 포항 서포터스들의 함성이 후반 9분 더욱 커졌다. 김재성은 페널티 지역 바로 왼쪽 바깥에서 얻은 프리킥을 골문 앞에 있던 ‘캡틴’ 황재성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띄웠다. 황재성의 득점도 그림과 같았다. 그는 길게 올라온 크로스를 정면으로 바라보다가 머리를 180도 돌리며 공의 방향을 비틀었다. 그리고 공은 마술에 걸린 듯 그대로 그물을 때렸다. 1분 뒤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김재성이 오른발로 찬 공은 살짝 빗나가는 등 포항은 더욱 거세게 히로시마를 몰아붙였다. 후반 30분에도 김재성이 아크 정면에서 때린 오른발 슛은 골키퍼 손끝에 걸렸다. 힘에 부쳤던지 포항의 조직력이 잠시 흐트러졌다. 후반 43분 교체 투입한 알미르의 반칙으로 히로시마 일리안 스토야노프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역적으로 몰릴 뻔했던 알미르는 2분 뒤 헤딩골로 속죄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알미르는 골문 앞에서 공중볼 다툼이 벌어지던 중 멋진 결승골을 터뜨리며 값진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G조 수원은 싱가포르 원정에서 암드 포스를 2-0으로 꺾었다. 전반 45분 주닝요, 후반 28분 호세모따가 골 퍼레이드를 벌였다. 홈 1차전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와 0-0으로 비겼던 수원은 1승1무로, 이날 허난 지엔예(중국)와 1-1 무승부를 기록한 오사카를 제치고 단숨에 선두를 꿰찼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포스 카인드(공포·미스터리·SF/15세 관람가) 감독 올라턴드 오선샌미 줄거리 40년 동안 흔적 없이 사라진 1200명의 주민. 그때마다 FBI가 동원되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환자들에게 미스터리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최면치료를 감행하던 타일러 박사(밀라 요보비치)는 자신의 환자가 경찰과 대치극을 벌이다 가족도 죽이고 자살해버리는 최악의 사건을 겪게 된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최면치료 때문이라 단정짓고 실험 중단을 강요하지만 그녀의 실험은 계속된다. 결국 딸마저 실종되자 그녀는 위험한 실체와의 접촉을 시도한다. 감상 잠 자기 전에 보지 마세요. ■커플 테라피:대화가 필요해(코미디/15세 관람가) 감독 피터 빌링슬리 줄거리 사랑에 상처를 받은 커플들이 찾은 낭만적인 휴양지. 과연 행복한 휴가일까, 지독한 고생의 시작일까. 이혼 위기에 처한 친구 커플의 주선으로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4쌍의 커플이 모든 것을 다 갖춘 낭만적인 리조트로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커플 상담치료’가 여행 패키지 필수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울며 겨자먹기로 이에 참여하게 된 커플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없던 문제마저 생기는 지경에 이른다. 감상 약간 낯뜨거운 영화. ■아쉬람(드라마·멜로·로맨스/15세 관람가) 감독 디파 메타 줄거리 1938년 인도의 바라나시. 마하트마 간디의 진보 사상이 인도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이제 막 8살이 된 추이야(사랄라)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과부들이 세상과 격리된 채 평생 속죄하며 숨어 사는 ‘아쉬람’에 버려진다. 결혼이 뭔지도 모르는 추이야가 병든 늙은이와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죽어 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죽은 듯 고요하던 아쉬람은 천진하고 당찬 추이야로 인해 술렁이기 시작하고 추이야는 그곳에서 만난 18살의 아름다운 과부 칼랴니(리사 레이)와 친구가 된다. 감상 아름답지만 슬픈 영화가 보고 싶을 때. ■P.S 온리유(코미디·드라마·판타지/18세 관람가) 감독 딜런 키드 줄거리 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 재직 중인 루이스 해링턴(로라 린니)은 아름답고 지적인 30대 이혼녀다. 어느 날 대학원 지원자인 젊은 화가 스코트(토퍼 그레이스)의 면접을 보게 되면서 삶에 변화가 일어난다. 스코트는 20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루이스의 고등학교 시절 남자친구와 너무나 닮았다.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면접 도중 사랑을 나누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스코트를 유혹하려는 루이스의 고등학교 친구 미시와 루이스의 전 남편 피터가 등장하면서 더욱 복잡해져가는데…. 감상 연애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
  • 조PD 신곡, 性스캔들 소재 ‘선정성 논란’

    조PD 신곡, 性스캔들 소재 ‘선정성 논란’

    최근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가수 겸 프로듀서 조PD가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조PD는 22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비롯해 국내 남성가수의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 등을 언급한 신곡 ‘섹스 섹스 섹스’를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곡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노래는 타이거 우즈 등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라는 문장은 네티즌들 사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조PD는 23일 소속사를 통해 “(섹스 스캔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타이거 우즈가 평생 속죄해도 모자랄 큰 잘못을 한건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그는 인간일 뿐이고, 술에 취하듯 돈과 명예에 취해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착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라며 “인간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으며, 또한 동시에 누구나 두 번째 기회를 얻을 권리도 있다고 본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섹스 섹스 섹스’는 애초에 19세 미만 청취는 감안하지 않고 ‘성인용’으로 제작된 곡으로 ‘백악관 오피스에서 오럴 섹스/ 감색 드레스와 양말/ 르윈스키 립스/ X킹 위드 시가/ X킹 댓 XX….’ 등 거침없는 표현을 통해 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노래다. 특히 조PD는 10년 전 데뷔곡 ‘브레이크 프리’를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된 만큼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다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4년 만에 앨범 활동을 재개한 조PD는 ‘섹스 섹스 섹스’ 외에 타이틀곡 ‘보란듯이’ 등 2곡을 선공개했다. 사진 = 브랜뉴스타덤 서울신문NTN 박영웅 기자 hero@seou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KCM “김빠진 앨범? ‘사연’ 많은 앨범”

    KCM “김빠진 앨범? ‘사연’ 많은 앨범”

    디지털음반의 활성화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곡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앨범 발매 전후로 홍보 경쟁이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앨범 발매 후 성대결절로 무려 두 달 동안 노래를 부르지 못한 가수가 있다. 혹자는 “이번 앨범은 이미 김빠졌다.”며 활동을 만류했지만 차마 이대로 끝낼 수 없었던 KCM의 사연을 들어봤다. 지난해 11월 5집 앨범 ‘Part1-Alone’을 발매한 KCM은 그달 28일 부산콘서트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성대 결절 진단을 받은 KCM은 모든 스케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두 달이 지나 지난달 13일 새로운 버전의 타이틀곡 ‘하루가’를 선보였다. KCM이 5집 앨범에 이토록 집착하는 건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KCM은 지난해 전 소속사와 결별 후 8년간 가수 생활을 하며 틈틈이 준비했던 100여곡들 중 모니터링과 편곡을 거쳐 5집 앨범을 제작했다. 제작과 녹음에 10개월가량 더 걸렸으니 총 9년여의 시간과 열정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다. “앨범을 혼자 준비하면서 잘 안 넘어갈 땐 답답했지만 너무 자유로웠고 지금 생각해봐도 즐거웠단 생각이 들어요. 문제는 작업을 마치고 그 당시에 몰랐던 스트레스와 과로가 쌓여서 노래도 못할 정도로 몸이 굉장히 아팠다는 거죠.” KCM이 몸에 탈이 날 정도로 열정을 보였던 건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KCM은 기존의 음악에서 조금 더 클래식한 스타일의 곡을 파트1에, 그간 준비해왔던 곡들 중 감성적인 80년대 팝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곡들을 모아 파트2에 담았다. “30~40대를 위한 음악이 없다는 글을 보고 앨범 콘셉트를 잡았어요. 사실 좀 쉬었다가 파트2로 나올까도 했는데 팬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셔서 파트1의 타이틀곡 ‘하루가’ 뉴 버전으로 다시 활동하게 됐죠.” 한 여자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면서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절박한 심정을 그린 ‘하루가’는 KCM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곡이다.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실제 첫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루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KCM은 곧 5집 앨범 파트2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KCM의 변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신의 음반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앨범도 프로듀싱하며 후배양성에 나선 것. “프로듀서로서 발전하기 위해 음악 공부에 매진하고 있어요. 올해 제가 프로듀싱한 앨범도 몇 개 나오고 뛰어난 후배가수를 발굴하면 제작까지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제가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잖아요. 욕심이 나는 만큼 열심히 해야죠.”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승복군 이제라도 용서를…”

    “지나간 일이지만 죄송합니다. 진작 찾아왔어야 하는데….” 9일 강원 평창군 노동리 계방산 자락 고(故) 이승복 군의 묘지를 찾은 김익풍(68)씨는 고개를 숙인 채 술잔을 올렸다. ‘이승복 제41주기 추모제’를 찾은 김씨는 1968년 11월 울진·삼척지역에 침투해 강원도 산골초등학생이던 승복군을 참혹하게 학살한 무장공비 120명 가운데 한명이었다. 짙은색 양복차림에 백발이 성성한 김씨는 이날 “무장공비에게 항거하다가 무참히도 학살당해 자유민주 수호신으로 산화한 고 이승복 군의…” 추도사가 진행되는 동안 눈을 감고 참회했다. 김씨는 “진작 찾았어야 하고, 계속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오게 돼 미안하다.”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잔을 따랐다.”고 말했다. 승복군의 형 학관(55)씨도 어렵게 발걸음을 한 김씨의 손을 잡고 용서의 마음을 전하며 41년 만에 화해했다. 학관씨는 “아직도 그들을 보면 어떻게 하고 싶지만 세월이 용서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준 것 같다.”며 “그도 그러고 싶어서 했겠느냐. 국가와 이념, 지시에 따라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용서의 마음을 전했다. 김씨는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남침한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124군 부대 소속 120명 중 마지막 잔당으로 울진에서 자수한 뒤 1980년대에는 반공강연 등의 활동을 했으나 현재는 서울 근교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승복 가족 7명 가운데 어머니와 동생 등 4명이 숨졌었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민주·친노 ‘한명숙 지키기’ 뭉친다

    일요일인 6일 오전 이미경 사무총장 등 민주당 소속 의원 10명이 국회 본청 기자회견장으로 달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검찰과 일부 언론은 한명숙 죽이기 정치공작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가 들려 있었다. 5일 밤부터 당내 의원들에게 사발통문을 보냈고, 모두 43명이 서명했다.수만 달러 수수설에 휘말린 한명숙 전 총리를 매개로 민주당 등 야당과 친노(親)그룹, 진보진영이 빠르게 결속하고 있다. 야권의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한 전 총리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원동력이 됐다. ‘박연차 게이트’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 금품 수수설에 한 발 물러섰다가 결국 ‘서거’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게 했다는 ‘속죄 의식’도 배어 있다.이들은 성명서에서 “검찰은 스스로 피의사실 공표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일부 언론은 한 전 총리에게 정치적 타격을 가하기 위한 이명박 정권의 표적사정에 편승해 한 전 총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때도 검찰과 일부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수사사실을 주고받으며 인격살인을 자행했다. 또 다시 정치공작에 당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민주당은 7일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대처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법사위에서는 이귀남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노무현재단을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은 7일 민주당 등 야당과 친노 쪽인 국민참여당 인사, 참여정부 참모진 출신, 여성계 및 시민사회 원로 등 정파를 뛰어넘는 대규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공작 분쇄 비대위’라는 이름이다. 위원장은 이해찬 전 총리가 맡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이번엔 결백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한 전 총리 문제를 매개로 범야권이 단결해야 한다는 논의도 많다.”면서 “국민참여당 창당 일정과 별도로 초반부터 진보진영이 뭉쳐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토요 포커스]압수·유치물품 어떻게 하나

    지난 9월21일 인천세관은 짝퉁과 농산물, 도검류 등 60여t(정품가 150억원 상당)을 공개 폐기했다. 짝퉁 시계와 핸드백·의류 등이 부서지고 찢기고 불태워지는 장면을 보며 “나한테 주면 안 되나.” 하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세관에 유치·몰수한 물품의 운명이 모두 비참한 것은 아니다. 짝퉁의 오명을 벗고 진정한 명품으로 태어나는가 하면 짓궂은 운명을 아름다운 희생으로 마감하는 사례도 있다. 괜한 욕심에 배(구입가)보다 배꼽(구입가+세금)이 커져 주인이 찾지 않는 물건은 정부가 주선해 새로운 주인을 맞기도 한다. 유치·몰수품 처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짝퉁 상품과 성분 미상, 검사 불합격된 식품류 등은 폐기가 원칙이다. 세관에 유치됐다가 국가로 귀속된 물품은 세관에서, 몰수(압수)품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각각 위탁 판매해 국고로 환수한다. 세관이나 보훈복지공단에서 공매하는 물품은 화장품과 양주·시계·보석류 등 다양하다. 구입가와 세금이 더해져 시중가격보다 비쌀 수 있지만 유찰되면 가격이 낮아져 실속 구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짝퉁 등 폐기대상 물품 처리도 고역이다. 보관 창고를 빌리고 폐기·소각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은 물론 자원낭비, 환경오염 등 3중고를 겪는다. 역발상이 나왔다. 처벌에 앞서 속죄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압류한 의류와 신발 등은 상표권자의 동의가 있으면 상표를 제거한 후 지휘를 받아 복지단체 등에 전달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6월 인천 시민의 숲에서 시민 등 2000여명이 참가, 폐기처분될 운동화에 세계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디자인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날 시민들이 제작한 명품 수제 운동화(짝퉁) 1만 2000개는 캄보디아 청소년들에게 전해져 사랑의 메신저로 활동 중이다. 옥수수와 녹두, 흑콩 등과 같은 농산물은 철새 먹이 또는 축산농가 사료용으로 제공된다. 인천세관은 10월 국제 곡물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 지원을 위해 폐기예정인 냉동옥수수 97t(5100만원 상당)을 강화군 축산농가에 사료용으로 기증했다. 지난 3일 부산세관은 식품검사에서 불합격돼 보세창고에 장기 방치된 수입 소금 68t을 겨울철 도로 제설용으로 전북 도로관리사업소에 전달했다. 이밖에 원단은 공매, 도검류는 제철소 등에서 재생금속으로 만들어 매각하고 있다. 관세청은 26일 한국환경자원공사와 자원화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단순 소각·매립 등 자체 폐기처리하던 압·몰수품 처리를 전환해 잔존물의 성분 재활용과 열에너지 회수 등에 나설 계획이다. 허용석 관세청장은 “연간 폐기물량을 1000t으로 산정할 경우 자원화 수익 1억 5300만원외에, 폐기비용 7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특히 온실가스 620t 감축 효과와 탄소배출권(1100만원), 원유 대체효과(5800만원) 등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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