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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 남자 전업주부의 애환

    남자인 나는 ‘전업주부’다.하루종일 일을 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꽃샘바람 속에,아침잠이 많은 아이들을 큰소리로 깨워 일으키고,아직 잠이 덜 깬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억지로 먹여 학교에 보냈다.시동이 걸린 차 뒷좌석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의 가방이 꽤나 무거워 보인다.어느새 높은 학년이 되어버린 것이다.아이들은 유리창을 열고 손을 흔든다. 바깥사람인 아내와 아이들이 각각 직장과 학교로 가버린 뒤 집안은 온통 전쟁통이다.서둘러 설거지를 하면 쓰레기 버릴 시간이고 쓰레기 버리고 나면 화장실 휴지통을 깜빡 잊어버리고,빨래를 한 통 가득 돌리고 나면 침대나 의자에 속옷과 양말이 남아있을 때가 있다.쉴 새 없이 집안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렸는 데도 돌아서면 머리카락과 개미가 기어다닌다. 신문 정리하고 밀린 공과금 내고 전화 몇 통 받고 세탁소에 갔다 오면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나 있다.결혼하고 13년째 혼자 먹는 점심이다.특별하게 친구들을 만난 날이나 집안 행사를 빼고 나면 점심은 늘 혼자 먹는다.혼자 먹는 만큼 대충 먹는다.어떤 때는 식은 밥에 물을 말아 김치 딱 한 가지하고만 먹는다.우유나 미숫가루 한 잔으로 때울 때도 많다. 점심 먹은 그릇은 개수대에 담가놓고 시장을 보러 나간다.물가는 나날이 올라 돈이 돈 같지가 않다.육류를 잘 먹지 않는 바깥사람 때문에 생선과 채소 위주로 장을 보는데 물건값이 장난이 아니다.겨우 만만한 콩나물과 두부 정도로 바구니를 채운다.오늘은 신 김치를 쫑쫑 썰어 넣고 시원한 굴국을 끓여야겠다.콩나물 무치고 계란찜 하고 김 구워내면 그런 대로 괜찮은 저녁상이 되겠는 걸,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아이들은 영어학원과 피아노학원을 들렀다 오느라 조금 늦을 것이다. 봄이 왔는데도 산그늘에 가려 해는 일찍 떨어진다.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서둘러 삶고 무치고 끓이고 튀겨서 저녁상을 준비한다.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야단이다.저녁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바깥사람에게 전화가 온다.회식이 있단다.하루 이틀이 아니다.환송회다,신임례다,동창회다,산악회다,수영장 동기들까지,일주일에 서너 번은 새벽에 들어온다.곤드레만드레가 되어 돌아온다.저 악다구니와 13년을 살아왔구나,생각하면서도 양말도 못 벗고 쓰러지는 바깥사람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 그지없다. 달게 밥을 먹은 아이들이 숙제를 끝내고 나면 억지로 씻기고 서로 컴퓨터 게임을 하겠다고 싸우는 걸 간신히 말려 재우고 나면 뉴스고 뭐고 그 좋아하는 드라마도 놓치기 일쑤다.창문을 열고 별도 없는 밤하늘을 멍하니 본다.해도해도 끝이 없는 전업주부의 일은 언제 끝나는가. 왜 사는가? 적어도 결혼하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꿈도 많았다.연극도 보고 영화도 보고 클래식 음악 감상실에도 갔었다.도서관보다 시내에 있는 큰 서점에 나가 오랜 시간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무엇보다 완행 열차를 타고 훌쩍 떠날 수가 있었다.안개 자욱한 새벽바다를 보면서 바다 너머에 있는 크나큰 우주를 한 가슴에 싸안을 수 있어 좋았다.혼자 있어도 외로울 게 하나도 없었다.그런데 이게 뭔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어떻게 살아온 인생인데,삶은 딱 한 번으로만 끝나는 연극 아닌가.내 자신을 찾아야겠다.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바깥사람과 아이들을 잊고 내 자신으로 돌아가야겠다.이렇게 꿈과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늙어(낡아)갈 수는 없다.가서,꿈 많던 나를 찾아,다시 한번 시작해봐야겠다.
  • 부상자 간병- 속옷·신문스크랩 제공…톡톡 튀는 자원봉사

    ‘자원봉사도 경쟁시대’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고대책본부가 설치된 대구 시민회관에는 기업체와 각종 봉사단체,종교기관 등 48개 단체가 유가족과 조문객들에게 24시간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봉사분야도 차와 음료수,식사제공 등 고전적인 서비스는 물론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로 유가족과 조문객,사고대책본부의 손과 발이 돼 주고 있다. 화장실 청소,부상자와 유가족 심리상담,부상자 간병,세면도구와 속옷 지원,무료 49재 봉행,무료 투약 및 진료,실종자유가족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사고현장 사진 및 영상기록,사고 관련 신문스크랩도 봉사활동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자원봉사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이색 자원봉사까지 등장했다. 유명 대기업체들은 사고발생 후 대책본부 앞마당에서 치열한 자리 선점 경쟁을 벌였다.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내에서도 친절하기로 소문난 직원들을 선발,최고급 호텔수준의 친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너무 친절해 오히려 봉사받기가 미안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식사시간이면 서로 자기네 천막에서 식사를 하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진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정당의 자원봉사단은 비좁은 대책본부 사무실 3층을 전세내 봉사는 없고 자리만 차지한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유가족과 조문객들은 “자원봉사는 만점인데 경찰과 사고대책본부의 사후 대응은 낙제점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 황경근기자
  • 시민의식도 실종 유가족 두번운다

    빗나간 시민의식이 대구 지하철 참사의 피해가족을 두번 울리고 있다. 사건 이후 가짜 실종 신고자가 쏟아지고 있는데다 외지에서 온 노숙자 등이 부상자를 사칭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마저 잇따라 사건 수습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피해 가족들은 “엉뚱한 이들 때문에 사망자 확인과 보상 절차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건대책본부가 실종신고자 526명에 대해 경찰에 사실 확인을 의뢰한 결과 23일 현재 미확인된 344명을 뺀 160명이 엉터리 신고인 것으로 밝혀졌다.이 중 138명은 생존해 있으며 이중신고한 사람도 20명이나 됐다.확인된 사망자는 22명에 그쳤다.경찰은 “미확인된 나머지 344명 중에도 파렴치한 신고자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측에 따르면 사건 발생 엿새째인 이날까지 입원을 요구한 가짜 부상자가 적게는 십여명에서 많게는 수십명까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무료 취식과 보상금을 타내려는 가짜 부상자들이 매일 3,4명씩 찾아와 골치”라면서 “외지에서 온 노숙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부상자를 사칭하고 입원하려다 쫓겨난 노숙자 김모(54·경기 수원시)씨는 “무료로 입원해 취식은 물론 보상금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분향소가 위치한 대구시민회관에는 점심때 자원봉사자가 제공하는 식사를 배급받으려는 노숙자가 수십m씩 늘어서고 있다.자원봉사자 이모(42·여)씨는 “일부 노숙자 등이 속옷과 생필품 등을 싹쓸이해가고 잠자리를 뺏는 바람에 정작 피해자 가족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피해자대책위 관계자는 “사건 브로커들까지 개입,외부에서 원정을 와 실종신고를 하고 가짜 부상자 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 가족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피해 가족들이 또 다른 상처를 입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이날 새벽 중앙로역 참사현장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것과 관련,대구지방경찰청 강대형 차장은 “유족중 누군가 이득을 보려고 몰래 다른 곳에있는 뼈를 갖다 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다. 대구 이영표기자 tomcat@
  • [데스크 시각]햇볕과 강풍 사이

    대구 지하철 참사로 우리는 새삼 자신을 되돌아보며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다.정신이 온전치 못한 듯한 인물의 방화가 빚어낸 아수라장 때문만이 아니다.재난에 무방비한,아니 무신경한 채 벌거벗은 저마다의 자화상을 재확인한 까닭이다. 가슴 조일 일이 어디 이같은 우발적 사건만이랴.외교안보 정책상의 작은 실책은 온 국민의 안위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는 일이 아닌가.그래서 국민들은 거액 대북 송금파문이나 북한 핵문제니,주한미군 철수문제니 하는 논란을 적잖게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이 쟁점들은 모두 우리의 반쪽인 북한을 어떻게 보고 다루느냐와 직결돼 있는 사안이다.자칫하면 우리 내부의 이른바 남남 갈등만을 촉발하면서 궁극적으로 분단의 해소로 가는 길과는 거리가 먼 선택을 하기 십상이다.그만큼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측이 새 정부 대북 정책의 명칭을 햇볕정책 대신 평화번영정책 등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목한다.“북한에 일방적인 시혜를주는 느낌을 줘 논란이 있는 만큼 좀 더 미래지향적인 용어를 쓰기로 했다.”는 전문이다.노무현 당선자도 후보 시절 “햇볕정책이란 명칭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사실 햇볕 일변도의 시각은 현정권이 대북 송금 파문으로 임기말 곤욕을 치르게 한 주요인인 듯싶다.대북 지원을 국민적 합의없이 불투명하게 추진,역풍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상당한 평화비용을 쓰더라도 민족의 대재난인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햇볕정책의 근본취지 그 자체를 누가 비난하겠는가.“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햇볕”이라는 우의(寓意)도 언제나 새겨들을 만한다. 다만 비유는 비유에 그쳤어야 했다.외투 속의 인민들이 외부사정에 노출되는 게 체제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는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햇볕이 속옷 단추를 더욱 단단하게 채우면서 핵개발·군비증강 등으로 엇나가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기자는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에서 ‘상하이 사회과학원’ 인사들과 북한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사회과학원측의 한결같은 전망은 북한이 체제의 안위를 염려해 제한적 개혁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었다. 그 점에선 과거 동독도 마찬가지였다.때문에 행여 통독의 교훈을 곡해해선 안될 것이다.교류와 협력의 확대를 근간으로 하는 서독의 동방정책도 통독의 견인차였지만 통합의 더 큰 원동력은 다른 데 있었다는 사실이다.그것은 사회주의체제의 동독보다 월등히 강력한 서독의 경제력과 사회보장제도였다. 요컨대 브란트의 동방정책은 동독과의 국력의 격차를 크게 벌린 아데나워의 서방정책의 긍적적 토대 위에서 추진함으로써 동독 인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대북 정책에 관한 한 강풍일변도도,햇볕일변도도 곤란하다.노 당선자측이 결별해야 할 것은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만이 아니라 그 방향이 어디든 과거 정권들의 경직된 대북 시각이다.주한미군문제 등 국제정세를 읽는 감각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시각이 절실하다.북핵문제나 대미 외교정책을 다루는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거나 스스로 무오류라 자만하는 교조적인 자세야말로 장차 대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구 본 영 kby7@
  • 추억의 팝스타 2人 새달 한국 온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올드 팝 스타 클리프 리처드(63)와 알 자로(63)가 새달초 각각 서울을 찾아 내한공연을 갖는다.홍보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일찌감치 예매가 이뤄지고 있어 이들을 기다려온 팬들의 열기를 짐작케 한다. ●클리프 리처드 대중문화와 청소년을 걱정할 때면 흔히 1969년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렸던 영국 록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공연이 회자된다.관람 여학생이 무대위로 속옷을 벗어 던졌을 만큼 당시 관중의 반응은 센세이션 그 자체로 기억되고 있다. 한 관객은 ‘관중들의 비명 소리 때문에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고 당시 공연을 회상했다.‘Something good…’을 부르기 전에 클리프가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사정해 그 노래를 부를 때만 겨우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The young ones’를 부를 때는 클리프가 아예 마이크를 관중석으로 돌려놓고 팬들의 합창을 감상했다는 것.그 주인공이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3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1957년 가수생활을 시작해 팝스타로는 최초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영국 언론은 그의팬들을 ‘거대한 군대’로 표현,아직도 식을 줄 모르는 그의 인기를 대변했다.새달에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그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CLIFF’가 무대에 오른다.공연은 3월7일 오후 8시 잠실 실내체육관.1588-7890. ●알 자로 팝,재즈,R&B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5번이나 그래미상을 받은 유일한 가수다.도시적인 그루브,솔풍의 로맨틱 발라드,즉흥적인 재즈, 고스펠, 아프리카 스타일의 축가,솔,펑크,살사 등 수십가지의 보컬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맹활약을 통해 컨템포러리 팝의 선도자로 자리매김됐다.‘다채로운 음색의 소유자’‘오케스트라와 같은 보이스의 소유자' 등이 그에 대한 중평이다. 최근 4년동안은 미국내 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을 통해 번스타인,거슈윈,바흐 등의 작품을 연주하고 있으며 언젠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낸 앨범 ‘all I got’의 아시아 첫 홍보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공연은 3월4일 오후7시30분 센트럴시티 6층 밀레니엄홀,3월5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콘서트홀.여름에는 유럽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7명의 밴드가 동원될 이번 공연의 주제는 ‘알 자로의 역사’.초기부터 지금까지 불러온 노래들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보인다.(02)720-6633. 주현진기자
  • 새정부 인사실세들 청탁피하기 ‘백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바로 옆에서 차기정부 요직에 몸담을 인사들을 요모조모 고르고 있는 이른바 ‘인사 실세들’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정치권 대북송금 논란의 여파로 웬만하면 이번주 안에 끝내려고 했던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혹시나 차질을 빚을까 우려해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이들 실세들은 지인들로부터 인사청탁에 시달리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노 당선자가 인사문제를 숙의하는 실세라면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내정자,신계륜(申溪輪) 인사특보,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내정자,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내정자,이광재(李光宰) 비서실 기획팀장과 함께 인수위 밖의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꼽힌다.김원기(金元基) 고문도 빠질 수 없는 실세지만 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난 뒤부터 온통 신경을 그 쪽에 쓰고 있다. 문 내정자는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달리 섬세하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내장탕 등 별난 음식을 가리는 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중순 비서실장에 내정된 뒤부터 경기도 의정부 집에 2∼3일에 한번꼴로 들어가고,대부분 호텔에서 숙식한다.밤늦은 시간에도 염치불구하고 찾아오는 민원인들과 사무실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취재진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평소 술도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 밤늦게까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그로선 매우 피곤하고 곤혹스러운 일로 전해졌다.그래도 출근 시간은 어김없이 오전 7시40분쯤.승용차 안에 여분의 속옷과 와이셔츠 등도 갖고 다닌다.하지만 지난 설연휴에도 집에서 해마다 여는 지구당 위로연을 가졌다.주민 300여명이 몰렸으나 인사말부터 “청탁은 사절입니다.”라고 말해 그의 성품을 모르던 이들은 선물꾸러미를 도로 들고 갔다. 정대철 최고의원은 여느 때처럼 신정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다 손님들이 들이닥쳐 곤란을 겪은 뒤 지난 설엔 아예 이틀 전부터 집을 비우고 지방에서 연휴를 보내고 돌아왔다. 상대적으로 젊은 신계륜 특보는 웬만하면 집에 들어가긴 가는데 주로 밤늦게 또는 새벽에 기습적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술이 거나하게 취해 귀가하다 혹시 청탁 민원인이라도 마주치면 “패가망신”이라고 소리를 버럭 질러 상대가 정신이 번쩍 들도록 만든다.노 당선자가 지난 연말 당직자 연수회에서 “청탁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말을 인용한 것.단독주택에 사는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자는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다 취재진에게 들킨 일도 있다.요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인수위 일에 파묻혀 살면서 얼마전 한 측근에게 “시차 적응이 안 된다.”며 농담처럼 피로감을 호소했다. 기성 정치인 출신들이 대면(對面)은 극구 피하지만 휴대전화 등은 열어두고 있는데 반해 측근 그룹은 불가피하다 싶으면 아예 휴대전화도 꺼버리는 스타일.부산 출신의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 처가와 호텔 등에 혼자 머물며 출퇴근을 한다.휴대전화는 꺼 놓을 때가 많다. 이 팀장도 휴대전화 3∼4개를 마련,돌아가며 한 전화만 사용한다.그가 지인들로부터 “간첩이 따로 없다.”는 농담을 듣는 것은 인수위 사무실에 있을 때에도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걸려오는 전화도 3∼4번에 한번꼴로,내키는 대로 받기 때문이다. 김경운 문소영기자 kkwoon@
  • 상품권 현금처럼 쓴다

    ‘상품권을 현금처럼 쓴다.’ 상품권의 결제방법과 사용범위가 다양해지면서 상품권이 점차 현금영역을 잠식하고 있다.같은 가격대라도 현금보다 격이 있고,선물세트보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그래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꼽히고 있다. 상품권은 경우에 따라 상품권 거래소를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낸 뒤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수수료는 액면가의 10% 안팎이다. ●백화점 상품권은 만능 백화점 상품권은 자사 백화점·할인점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최근 다른 백화점·호텔·콘도·주유소·외식업체 등까지 사용처를 늘리는 추세다. 롯데백화점 상품권은 롯데호텔·롯데월드·롯데예식장 등에서 쓸 수 있다.또 인터넷쇼핑몰 롯데닷컴과 편의점 ‘세븐일레븐’,MBC문화센터,영화관 ‘롯데시네마’ 일부점에서도 받는다.롯데가 지난해 말 인수한 TGI프라이데이스의 모든 점포에서도 통용된다.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은 관계사인 조선호텔·조선비치호텔과 외식업체인 까르네스테이션·아웃백스테이크 등에서 쓸 수 있다.대구백화점·포항 대백쇼핑·삼성플라자·SK와 제휴,다른 백화점이나 SK주유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최근에는 호텔 칼(KAL)이 운영하는 4개호텔과 면세점에서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백화점 상품권은 특히 호텔에서 인기다.경주·경포대 호텔현대와 서울·제주 호텔신라,하얏트·스위스 그랜드호텔,인터컨티넨탈,리츠칼튼,홀리데이인서울 등에서 상품권을 받는다.외식업체 중에서는 베니건스와 손을 잡았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상품권은 삼성플라자·유투존·대구백화점·삼성에버랜드·애경백화점·영화관 CGV에서 쓸 수 있다.또 그랜드백화점은 애경백화점과,갤러리아는 외식업체 토니로마스와 각각 제휴를 맺어 상품권 활용을 가능토록 했다. ●주유·모바일상품권도 인기 SK주유상품권은 전국 SK주유소는 물론,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유명 백화점과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서 통용된다.또 워커힐,베니건스,스키장,속옷브랜드 ‘좋은사람들’ 매장 등으로 사용처를 넓혀 유통·외식·의류업체를 넘나들며 사용된다. LG칼텍스정유나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상품권도 주요 백화점과 할인점·공연장·여행사 등에서 현금처럼 쓰이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모바일상품권이나 신용카드사의 ‘기프트카드(상품권 형태의 선불카드)’도 점차 활용폭을 넓히고 있다. KTF가 지난 9월 선보인 모바일상품권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음악·방송·게임·쇼핑몰 등 온라인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오프라인으로 사용영역을 넓혔다. 또 삼성카드와 LG카드에서 선보인 기프트카드도 신용카드 가맹점을 중심으로 사용처를 넓히면서 상품권과 함께 현금을 대신하는 새로운 화폐로 떠오르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
  • LG홈쇼핑 ‘르메이유’ 디자인 수잔나 리 파리 란제리쇼 출품

    LG홈쇼핑의 란제리 브랜드인 ‘르메이유(LeMeilleur)’의 디자이너인 수잔나 리(본명 이수경)씨가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 권위의 ‘파리 국제 란제리컬렉션’에 작품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LG홈쇼핑은 지난 25일부터 3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3 파리 국제 란제리컬렉션’에 수잔나 리가 디자인한 자사 브랜드 ‘르메이유’를 출품,참석자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었다고 27일 밝혔다. 파리 국제 란제리컬렉션은 전세계 속옷 디자이너들이 ‘꿈의 무대’로 일컫는 패션쇼로 동양인 디자이너의 작품이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컬렉션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품을 선보여 그동안 소박하고 수줍은 이미지로만 고착된 동양 란제리에 대한 서구인의 인식을 뒤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잔나 리씨는 세계는 물론이고 국내에서조차 무명에 가까운 디자이너지만 남대문·동대문 등 도매시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최고의 속옷 디자이너로 손꼽혀온 인물이다. 1986년부터 속옷 디자인에 전념하며 탄탄한 실력을 쌓았고,LG홈쇼핑의 속옷 브랜드인 ‘르메이유’를 맡으면서 숨은 실력을 발휘해 왔다. 전광삼기자 hisam@
  • 어린이 책꽂이/찾아라,고구려 고분벽화 외

    ●찾아라,고구려 고분벽화(이경순 글,류제진 그림)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했던 고구려를 유물과 유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배려한 장편동화.네명의 어린 주인공들이 컴퓨터 비밀의 문을 통해 고분벽화 속으로 들어가 고구려 역사를 몸소 겪는다.삼성문학상 수상작.초등 3학년 이상.창해 7500원. ●딱지 따먹기(백창우 곡,강우근 그림) 초등학생들이 쓴 23편의 시에 가수 겸 음반 프로듀서인 백창우가 곡을 붙여 묶은 노래시집.23곡의 노래가 담긴 CD 1장이 부록으로 담겼다.아이들의 천진한 시어들,먹 스케치의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그림들에 가슴이 따뜻해진다.6세 이상.보리 1만 8500원. ●모든 것의 처음을 찾아가는 문명이야기(김연성 글,심수근 그림) 인간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물이나 현상들을 소재로 그 기원을 더듬어보는 문명해설책.도구의 발달사,문자의 탄생,별을 연구하는 과학자,화폐의 탄생과 시장 등 다방면의 이야기들이 감칠맛나는 글솜씨로 흥미롭게 엮였다.초등3학년 이상.두산동아 7500원. ●잘 자라,아기곰아(크빈트부흐홀츠 글·그림,조원규 옮김) 주인공이 좋아하는 곰 인형이 하루 동안 겪은 이야기들이 자장가처럼 펼쳐지는 그림동화.장대에 매단 속옷이 배의 돛으로,신발상자가 보물 궤짝으로 변하고….주인공의 상상 속에서 자잘한 일상들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과정이 재밌다.5세 이상.비룡소 8500원.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 장난감 총

    변 혜 령 등장인물 - ♂ 정만석 (30대 초반) ♀ 나채연 (20대 후반) ♂ 박 PD (30대 초반) ♂ 이실장 (40대 중반) 무대 - 스튜디오가 갖추어진, 전형적인 성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무대 중앙 (스튜디오) - 알록달록한 스테이지, 천장에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매달려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니터의 글들이 관객에게 보여진다. 그밖의 공간 (사무실) - 커튼으로 무겁게 가려진 커다란 창문. 책상 위엔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바닥, 트라이포드 위에 놓인 카메라에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 시그널이 켜져있고 그 옆으론 여기저기 놓여진 방송용 소품 바구니.스테이지와 사무실은 분위기, 조명등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중 공간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만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선정적인 속옷 차림으로 홀로 미친 듯이 춤추는 채연. 마치 애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음악 소리 작아지면, 동작 멈추고 간드러지게 웃는 채연. 컴퓨터를 사람 대하듯, 요염하게 시선 보내며 대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 빠르게 떠오르는 자막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들과 이모티콘, 기호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글 올리는 접속 회원들의 아바타도 성격에 맞게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입혀져 있는 옷들이 선정적이다. 불끈:졸려염 아함~ @@ 무기:열심히 춤춘 당신, 벗어라~ (입 찢어져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야수:벗어라~ 벗어라~ (양볼이 붉게 물든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자막을 확인하고는, 거리낌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지는 채연. 채 연:아이~ 급하긴….저 나채연, 이름값 톡톡히 한다구요. 달래 PJ라 부르겠어 요? PJ가 뭐냐구요? 아잉~ 순진한 척은….포르노 쟈키의 약자! 다들 아시죠? 전요, 체질적으로 벗는 걸 즐기걸랑요. 안 벗겠다구 내숭떠는 년들, 그 년들은 프로두 아니에요. 몸매가 뭣 같으니까 그런 거지. 다시 떠오르는 자막들. 야 수:마저 벗어 줘~ 이잉~ ㅡ..ㅡ앗 싸:앗싸~ 나채연 홧팅~ *^^*채연, 마저 벗으려는데 무대 구석에서 불쑥등장하는 만석.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테이지로 뛰어든다. 만 석:진아야. 이실장:저 미친놈 뭐야? 엉? 잡아와. 빨리! 박 PD, 끌고 들어가려는데 만석의 저항이 거세다.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버둥대는 두사람. 결국 이실장까지 합세해 스테이지 밖으로 만석을 끌어낸다. 달려가 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박 PD. 카메라가 정지되면, 무대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이실장, 다짜고짜 만석에게 주먹부터 날린다. 주먹이 만석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 버럭 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 그마안~ 만석의 고함에 스틸 사진처럼 정지하는 사람들. 만석, 가쁜 숨 몰아쉬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씨익 웃으며 뻗어 있는 이실장의 팔에 가방을 걸어 놓는 만석. 이실장을 건드리지 않고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만 석: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동방예의지국, 말 그대로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음 넣어 부르며 방방 뛴다.) 오~ 필승 코리아~ 에서 백주 대낮에 말만 한 처녀가 옷을 벗습니다. 저요? (채연 가리킨다.) 아, 그야진아를 보고 반 가워서 뛰어들었습니다만, (눈 가늘게 뜨고 채연의 얼굴 살핀다.) 아닌가 봅니다. 자 그럼- 이실장 앞에서는 만석,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만석, 조심스레 가방을 빼낸다. 만족한 웃음 웃으며 자세를 바로 잡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 석:어디더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 맞을까 손가락으로 점쳐 보고는) 그렇지, 왼쪽. 만석이 왼쪽에 가방 메고 서면,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이실장. 샤샤샥 피하는 만석.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채연. 박PD:의상 안 갈아입어? 부리나케 퇴장하는 채연. 이실장:저 새끼 뭐야? 엉? 뭐 하는 새낀데 남의 방송을 통째루 망가 먹어? 박 PD:(연신 카메라 장비 살피며 잔뜩 주눅든 소리로) 그러니까…그게요…회원수 준다고 김작가 짜르구…저 친구 저래뵈두 글발이 장난 아니거든요. 이실장:작가? 저런 띨빵진 놈이 작가란 말이야? 당장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 박 PD:웬만한 작가는 우리 방송국 안 와요. 성인 인터넷 방송…머시기 하잖아요? 이실장:머시기? 월급을 두 배나 주는데 멋이 뭐시기해? 거 배때기들 불렀구만? 박 PD:작가 출신은….그 뭣이냐 작가 주의에 입각해서 예술을 하려는…. 이실장:닥쳐! 너 지금 국민 교육헌장 읊어대냐? 무슨 주의? 이~입각? 예술이 밥 멕여주냐? 박 PD:실장님이 주신 돈으루다가 밥사먹죠. 갑자기 모니터에 떠오르는 회원들의 항의성 자막들. 야 수:모야? 모야아~~ 방송사고?? (칼 날리는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조아조아:돈 물어내랏!!! 삐리리 사깃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무 기:당장 탈퇴할래~ 잉잉~ ㅜ ㅜ의상 갈아입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어떻게든 해봐. 항의가 빗발친다구. 이실장:재방 내보내. 빨리! 박 PD:사과 방송 자막 큐! 박PD가 장비를 만지면, 다시 스테이지로 가서 서는 채연. 재방 방송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리와인드 화면처럼 춤추고 옷벗고 간드러지게 웃음 웃고를 반복하는 채연. 스테이지밖에 있는 사람들은 채연의 재방송과는 무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실장:2부 방송 어쩔 거야? 엉? 이 십분 뒤잖아? 박 PD:(덥석 만석 끌어다 놓으며) 이, 이 친구가 쓸 겁니다. 만석, 소란을 떠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몽롱한 시선으로 채연만을 바라본다. 이실장, 신경질 부리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벨소리다.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오우~ 어빠아~ 전화 받으세요~” 발신 번호 확인하고 180도로 태도 바뀌어 전화 받는 이실장 이실장:예. 예. 고의원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고…예? 지금 즉시 사업 기획서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벤 처 투자 건에 저희를 밀어만 주신다면, 분골쇄신! 의원님의 돈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통화하며 퇴장) 박PD, 재빨리 만석을 노트북 앞에 끌어다 앉힌다. 박 PD:급하다. 급해. 글쓰란 말이다. 글! 만 석:글? (희미한 미소) 글! (여전히 채연만 바라보며) 처음…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다. 진아만의 줄리엣…로미오와의 첫날밤을…줄리엣에게 웨딩 드 레스를 입혔다…. 빠른 속도로 자판을 쳐 대는 만석. 장난감 총을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만석이 대본 치는것을 보고는 화가 누그러진다. 이실장:(장난감 총 건네며) 방송에 써먹을 소품이다. 박 PD:(꼼꼼히 살펴보다) 키야~ 이거 진짜 총 같은데요? 이실장:세상 참 좋아졌다. 가짜가 진짜 찜쪄먹으니 원. 자판만 눌러 대던 만석, 쓰던 걸 멈추고 물끄러미 장난감 총을 바라본다. 총을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는 박PD. 빤히 쳐다보는 만석. 박PD, 시선 느끼고 박 PD:다 썼어? 노트북으로 걸어가는 박PD와 이실장, 만석이 써 놓은 것을 읽는다. 이실장:로미오와 줄리엣? 새하얀 웨딩드레스? (몸짓 발짓 줄리엣 배역 흉내내며 새된 소리로) 벌써 가시렵니까? 겁에 질린 당신 귓전에 방금 울린 그 소리는 종달새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랍니다. 로미오님, 정말이지 그 소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박 PD:오~ 줄리엣. 나는 잡혀도 좋소. 사형을 당해도 좋소. 이대로 마냥 머물고 싶소. 죽음이여, 오려면 오라. 반갑게 맞아 주마. 줄리엣님의 소원이시다. 이실장:이따우를 대본이라고 쓴 거야? 이걸 엇따 써먹어? 엉? 박 PD:아후~~ 상상해 보세요. 삐리리의 글래머 줄리엣,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헤헤- 그러니까요, 웨딩 드레스란게 안감을 다 뜯어내는 겁니다. 그 러면 속살이…흐흐흐. 거기다 갑자기 비를 뿌려 주는 겁니다. 완전한 영상 미 아닙니까? 하얀 색이 화면 가득, 비에 젖어 있기까지 하니까…거기서 끝나느냐? 말밥 아니죠. 클라이맥스에는 그 하얗고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천천히 벗는 겁니다. 마치, 마치 순결이, 순결이…헤헤헤. 이실장: 거 좋다. 빨리 방송 준비해. (퍼뜩)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우리 소품 중에 어딨어? 박 PD:그, 그게… 만 석:내가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진아가…줄리엣이 입었다….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꺼내는 만석. 반색하며 달려가 뺏어 드는 박PD. 희희낙락하는 이실장. 박 PD:그거 보십쇼. 저놈아, 소품두 준비 안 하구 글쓰는 놈이 아닙니다. 똑부러지 는 놈이다 이겁니다. (폼나게 사인하며) 자- 방송 오분전. 스테이지 조명, 더욱더 천박하게 반짝인다. 그제야 동작을 멈추는 채연. 박PD와 이실장, 웨딩드레스의 안감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그러고는 채연에게 던져 준다.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는 채연. 요란한 화장을 고친다. 화려하게 웨이브진 가발까지 벗으면, 긴 생머리가 가지런하다. 어느새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해 있다.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석. 또다시 채연을 진아로 착각한다. 만 석:진아? 진아야! 달려가 채연을 스테이지에서 끌고 내려오는 만석. 갑작스러운 만석의 행동에 넋빠져 보고만 있는 박PD와 이실장. 두사람,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이지 조명 아래 서 있다. 스테이지 밖의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몽환적이다. 채연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진아로 변한다. 만 석:진아야. 진 아:오빠. 만 석:며칠만 있으면 결혼식이다. 우리 결혼식…이쁘다 드레스 입은 내색시…. 진아(채연):(주룩 눈물 흘린다.) 오빠…어쩌지…어쩌지? 우리… 할매목소리: 안 된다아~ 만석아~ 이놈~ 이놈시키~ 그년은 창녀여~ 만 석:하, 할매? 진아(채연):(슬피 울며 스스로 스테이지로 걸어간다.) 만 석:(멍하니 보기만 한다.) 진아야? 뭔 소리여 그거이 시방? 응? 진아가 스테이지에 올라서자마자 일순 천박한 조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테이지에 올라선 순간 채연으로 변하는 진아. 현란한 음악이 나오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이실장. 카메라 작동시키는 박PD. 요염한 포즈로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는 채연. 야수:나채연 결혼 하냐?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불끈:키야아~ 의상 쥑인다! (눈알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터프게이:벗는 거보다 더 야시시? 그래두 벗어라!! 귀족:유부녀 돼두 출연하죠? 추카추카~ (장미꽃 다발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힘:벗어라! 벗어라! 음악 소리 작아지며 천천히 몸을 흔드는 채연.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나온다. 온몸으로 물을 맞는 채연, 젖은 머리 쓸어 올리며 모니터 바라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채연. 반라가 되자마자 확 꺼지는 스테이지 조명. 무대에는 만석만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실장:으흐흐 하하 으흐하하.좋았어. 아주 좋았어. 오늘 접속 회원 수가 근래 들어 최고야. 최고! 돈이 아주 다발로 굴러 들어오는구나 엉? 우히히히. 박 PD:앞으로 모바일과 연계한 성인 방송도 문제없겠어요. 사람들의 소리 들으며 서 있는 만석, 울상이다. 만 석:뭔가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고향 친구 놈이 서울서 출세했답니다. 무지하게 커다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나요? 그래서…염치 불구하고 친구 놈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반갑게 취직을 시켜준다지 뭡니까? 자그마치 이백.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헷갈립니다. 진아를 닮은 저 여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속옷만 입고 있습니다. 나처럼…가난해서일까요? 추워 보입니다. 진아…나의 진아가 말입니다…(웃옷 벗더니) 덮어 줘야겠어…덮어줘야 돼…. 홀린 듯 비척이며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만석. 만석이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조명 밝아진다. 사람들, 우르르 만석에게 다가온다. 이실장:수고했어, 정작가. 내 한눈에 범상치 않은 작가다 싶었어. 이실장,만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퇴장. 과장되게 포옹하는 박 PD. 악수를 청하는 채연.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는 만석. 덥석 손을 잡아 흔드는 채연. 만석을 잡아끌다시피 노트북 앞에 앉히는 박PD. 채연은 컴퓨터 앞에서 사람한테 하듯 요염하게 웃기도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박PD, 무대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만석만 재촉한다. 박 PD:땡기는 대로 써라. 그게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거다. 만 석:써? 뭐를, 박 PD:좋은 거 많잖아?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그거 조오타~ 일곱 명의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벌이는 정사씬! 키야아~ 만 석:동화? 안데르센? 개구리왕자! 만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조명이 천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품 바구니에서 얼른 왕관을 찾아 쓰는 채연. 스테이지 중앙에 올라선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작동하는 박 PD. 큐 사인 보낸다. 또박또박 들려 오는 어린아이 해맑은 목소리. 꼬 마:(목소리만) 옛날 옛적,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만큼 모든 사 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주는, 예쁜 황금 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품 바구니에서 황금 공을 꺼내 얼른 채연에게 던져 주는 박 PD. 아이의 목소리대로 연기하는 채연. 꼬 마:(목소리만) 어느 날, 공주는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기괴한 음악 흘러나오면, 흉측한 개구리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실장. 손이며 발이며 개구리의 형상으로 분해 있다. 개구리라기보다는 기묘한 괴물 형상이다. 이상한 춤동작으로 채연에게 다가가 희롱하는 개구리. 그와 대조적으로 맑고 또렷한 꼬마의 내레이션이 계속 된다. 꼬 마:(목소리만) 공주님, 공주님, 울지 마세요. 제게 키스해주면 황금 공을 찾아 줄게요. 채연 위로 올라타는 개구리. 채연과 개구리,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기괴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두사람. 두사람의 몸놀림 위에 더욱더 현란하고 천박하게 요동치는 조명. 스테이지 밖에서 아랑곳없이 글만 쓰던 만석,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스테이지의 광경을 바라본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만석, 바라만 보다가 웩웩거리며 토악질을 해댄다. 간신히 비척이며 일어서려는 순간,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괴롭게 헐떡이는 만석, 스테이지가 어둠에 휩싸이자 풀썩 주저앉아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한다. 만 석:이상…하다…이건 안데르센이 아니다…. 스테이지 조명 밝아진다. 그 위에서 이실장, 박PD, 채연은 흥겨운 분위기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이실장:우히히히. 좋아 좋아.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구만? 채 연:호호호. 실장님 기분 요즘 왔다네?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야. 그치? 나…출연료 좀 올려주라 응? 이실장:나채연이 너, 재계약 도장 찍었어? 박 PD:(바로 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내 머리 조아리며) 준비됐습니다. 계약서. 채 연:도장 없는데? 이실장:지장 찍어. 박 PD:(얼른 귓속말로) 그래도 계약선데 도장을 받으세요. 이실장:요 앞에 가서 이쁜거루다 하나 파라. (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꺼내 쥐어 준다.)힘없이 쳐다보다 돈 받아들고는 퇴장하는 채연. 둘러보다 널브러져있는 만석을 부축하는 이실장. 아무렇게나 만석의 주머니에 돈 봉투 찔러 넣어 주며, 이실장:앞으루두 잘해 보자구. 정작가. (퇴장) 박 PD:수고했다. 만석아. 만 석: 고향 사람들…니가 성공한 줄 안다. 박 PD:너, 돈벌구 싶댔지? 잘만 하면 돈버는 거 시간문제다. 만 석:돈? (절망적으로) 진아…. 박 PD:진아가 그렇게 됐다는 거, 나도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 잊고 살궁리를 해야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랬다. 요즘 세상, 돈 있음 못할 거 없다. 만 석:다…잊어…? 박 PD:할매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며? 그래서 불러 줬음 돈벌 궁리나 해 임마. 만 석:진아가…나를 버렸다. 세상이…. 박 PD:그러니까 너도 양심을 버리란 말이다. 그러면 사는 거 편해진다. 그러면 세 상에서 대우받고 잘살 수 있다. 만석을 쳐다보다가 퇴장하는 박 PD. 고개 숙여 흐느껴 우는 만석. 아련하게 진아의 목소리가,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 아:오빠…만석 오빠…. 만 석:(벌떡 일어난다) 진아? 어딨어 진아야? 진 아:여기….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면 어두운 스테이지에 진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그러나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앉아 있는 진아, 청순함은 바래지고 채연이의 선정적인 분위기가 묻어 난다. 요동치는 조명. 조그만 테이블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채연 앞에 놓고 앉는다. 양복 입고 촌티 나게 가르마 탄 머리를 올 백으로 넘겼다. 진아가 다녔던 단란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분해 있다. 일순 스테이지가 단란 주점으로 변한다. 분주하게 등장하는 박PD, 시골 단란 주점 웨이터로 분해 있다. 쟁반에 양주와 잔을 받쳐들고 진아의 앞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술 따르기 시작하는 진아. 허허거리며 진아를 더듬는 이실장. 진아가 몸을 빼내려 하자 돈 뭉치 꺼내 진아의 가슴팍에 넣어 주는 이실장. 만 석:(고함 지르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쥐어짜는 소리로) 진아야. (스테이지로 올라가려는데) 진 아:(일어서서 만석을 막아선다) 지쳤어. 만 석:우, 우리 결혼…. 진 아 :모르겠어? 나…술집 다니는 거 소문 다 났어. 만 석:괘, 괜찮다…. 진 아:(슬픈 표정이나, 모질게) 돌아가. 술취한 이실장, 비틀거리며 진아에게 다가와, 안 듯이 스테이지 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려는데 눈 부라리며 막아서는 박PD. 진아를 따라가려고 버둥거리는 만석. 박PD, 만석을 세차게 밀어 버린다. 그 힘에 바닥에 엎어지는 만석. 만석이 넘어지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퇴장하는 사람들. 넘어진 채로 흐느껴 우는 만석. 만 석:진아야…. 도장 들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엎어져서 뭐하는 거야? 4부방송 써야지?등장하는 박PD. 채 연:(도장 내민다.) 오빠가 찍어. 박 PD:(계약서 보이며) 읽어는 봐야지? 고개 젓는 채연. 채연만 바라보던 만석, 계약서를 가로채 읽는다. 계약서를 박박 찢어발기는 만석. 박PD,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박 PD:너, 너? 이, 이, 이거? 기가 막혀 입까지 헤- 벌리는 박PD,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한숨 쉬며 찢어진 종이를 주워 가지고 퇴장하는 박PD.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는 채연. 채 연:호호호호. 진짜 귀엽네 이 오빠? 박PD랑 이실장 찜쪄먹겠어? 만 석:도장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 거니, 진아야? 채 연:(담배 꺼내 문다.) 오년 뒤에 대 스타가 되는 거지. 만 석:거짓말. 채 연:인터넷에, 휴대폰에, PDA에 내 모습이 팍팍 뜰 거야. 앞으로. 만 석:다 거짓말이다. 채 연:멀쩡하네? 안 미쳤어? (만석의 얼굴에 담배 연기 내뿜는다.) 맞아. 말 그대 로 노비 문서. 계약서라는 이름의 노비 문서. 만 석:(콜록거리며) 벗으라면 벗고, 춤추라면 춤추고. 꽃다운 나이 다 보내고 조 금 이라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위약금 물어내야 한다…. 갑자기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가는 채연. 스테이지 조명이 다시 강렬하게 비추어진다. 과거, 채연의 모습이므로 조명이 강렬할 뿐 천박하지는 않다. 채 연:안녕하세요? 접수 번호 445번 나채연이에요. (꾸벅)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는게 제 꿈이랍니다. 36-24-38. 특기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춤, 노래, 연기…(섹시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댄다.) 라크 버진~ 우~ (갑 자기 노래를 뚝 그친다.) 네? 신음 소리요? 시나리오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할 수 있어요. (리얼하게 신음 소리 내는) 오우~ 아~ 아~ 채연의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최고조를 이르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멍하니 쳐다보는 만석. 일어서려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스테이지 중앙에 섹시한 포즈로 누워 있는 채연. 그 앞에서 에로 영화 감독으로 분한 이실장이 확성기 들고 앉아 있다.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박PD, 에로 영화 촬영겸 조감독으로 분해 있다. 감독(이실장):(소리질러 댄다.) 야-야- 가슴팍 드러나게 팍팍 벗어제끼라니까? 채 연:(겁먹은 목소리로) 가, 감독님. 시나리오가, 내용이 달라요. 감독(이실장):니가 메멘토냐? 한말 또하구 또하구 되풀이하게? 퀄리티를 위해서 씬을 추가했다고 몇 번을 말해? 채 연:그, 그치만, 그치만…. 감독(이실장):니 한 몸 바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오디션 때 니 입으루다가 읊었냐? 안 읊었냐? 채 연:그때는 시나리오가 정상적이었구요…. 감독(이실장):그래서? 채 연:(결연히 일어선다.) 못 찍겠어요. 감독(이실장):(채연의 얼굴에 계약서 던진다.) 이건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알아? 채 연:파기할래요. 계약…. 조감독(박PD): 위약금 물어내야 될 건데? 자그마치 삼십배! 채 연:네에? 사, 사, 삼 십배?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채연의 신음 소리와 이실장의 목소리만 들린다. 감독(이실장):(소리만) 자-자- 좀더 섹쉬하게- 과감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렇 지. 좀더, 더, 더…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만, 그만, 그만! (스테이지는 소리도 조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 스테이지 잠시 보고)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악몽!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악몽이 늘어 만 갑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 둘 씩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젠 꿈이 무섭습니다. 꿈…나만의 꿈…(불현듯이) 진아를…찾아야 하는데…진아를….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잠시 그 앞에서 주춤 선다. 두려운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다천천히 올라선다. 스테이지에 올라서면, 조명이 밝아진다. 소품을 정리하면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채연. 그 옆에 앉는 만석. 채 연:이 세상엔 뭐가 있는지 더 높이 날을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 지 않아~ 애잔하게 채연을 바라보는 만석. 채연의 짙은 화장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후다닥 채연의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지우는 만석. 채 연:뭐, 뭐야? 태연하게 눈의 화장까지 벅벅 지우는 만석. 만 석:이쁘다. 진아야. 채 연:아우씨이~ 변태네 이 오빠? 세차게 만석을 밀어젖히는 채연. 풀썩 엎어지는 만석. 채 연:(거울 찾아 얼굴 본다.) 아우~ 씨바. 엉망이네. 만 석:미…안하다…. 채 연:그렇게 닮았어? 끄덕이는 만석. 거울 보면서 대충 화장기 지우고 스스로 머리를 반듯하게 묶는 채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만석. 일순 얼굴 마주보며 웃는 채연과 만석. 채 연:진아라는 사람, 오빠 애인이야? 어딨는데? 만 석:죽…었다. 인간은…환생한다.…그게…너다.…그렇지 진아야? 채 연:순정파네 이 오빠. 그런 사람이 이 바닥엔 뭐하러 기어 들어왔대? 하긴…직업에 귀천 없다잖아? 이왕 온거 빨랑 돈 벌구 이 바닥 떠. 그래야 오빠 두 알콩달콩 여우 같은 마누라랑 살지. 만 석:진아랑 결혼할 거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 채연에게 건네주는 만석. 목위까지 단추가 달려 있는 얌전하고 고상한 원피스다. 만 석:입어 봐. 채 연:나 주는 거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채연. 흡족한 표정으로 패션쇼하듯 무대를 워킹 한다. 만 석:결혼하자. 채 연:나? 나랑? 실수한 거야. 작가 오빠. 남자들은 말이야, 나를 만지려고는 해 도…특히 결혼이란 말 따윈…안 해. 만 석:진아야…채 연:채연이라니까? 따라 해봐. 천천히. 나, 채, 연. 만 석:나, 채, 연, 결혼…하자. 채 연:첫눈에 반한 거야? 나한테? 만 석:그래. 진아는…채 연:프로포즈라…가능성 있어. 오빠는 에로 작가, 난 에로배우. 딱이다. 딱! 바쁘게 등장하는 박 PD, 채연보고 기겁한다. 박 PD:그 옷 입고 촬영할 거 아니지? 채 연:어때서? 박 PD:이미 써먹었잖아, 그 컨셉? 식상해.채 연:그건 웨딩드레스고 이건…. 박 PD:벗어. 그 옷은 아니야. 영상이 안 된다구. 오로지 자극적인 거 볼려고 돈 내는데. 채 연:믿어 봐.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박 PD:실시간 방송이라구. 항의가 빗발칠 거야. 만 석:(시계 보더니 퍼뜩) 카메라 앞에 서. (박 PD 흉내내) 방송 오분전. 박 PD와 만석, 실랑이 벌이는 몸짓. 컴퓨터 앞에 서는 채연. 기어이 박 PD를 뿌리치고 카메라 작동시키는 만석. 손가락으로 큐 사인 보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앉아 있는 채연. 채 연:안녕하세요? 불끈 님, 무기님, 조아조아님. 그 외에도 많이들 들어오셨네요. 순간 모니터에 빠르게 항의성 자막이 떠오른다. 무 기:벗는 게 최상의 정치!! (이빨 드러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노 예:안 벗는 년 프로도 아니라며? (화난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 힘:삐리리 웬일이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나채연 웬 내숭? 미스터빅:오늘, 전 회원 탈퇴의 날… (검은 장미의 이모티콘이 다발로 떠오른다.)떠오르는 자막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채연. 안절부절못하는 만석에게 눈짓 보내는 박 PD. 씨근덕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이실장. 무대를 한바퀴 휘익 둘러본다. 이실장:어떤 새끼야? 누가 방송을 이따우로 하래 엉? 둘러보다 카메라 잡고 있는 만석에게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린다. 맞고만 있는 만석, 쓰러진다. 계속 짓밟아대는 이실장. 말릴 생각조차 하지못하는 박 PD. 이실장:개새끼. 누굴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말해 봐 새꺄. 계속되는 발길질과 주먹질. 당황한 채연, 다급해져서 원피스를 세로로 ‘부욱’ 소리나게 찢는다. 일순 무대에 스치는 적막. 모든 동작 정지하고 채연만 주목하는 사람들. 암전.조명 밝아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만석. 코며 입이며 피가 엉겨 붙어 있다.손으로 만석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채연. 채연의 손길을 느끼며 시니컬하게 키들거리는 만석. 그런 만석을 바라보다 같이 키들거리는 채연. 영 불편하게 서 있는 박 PD. 박 PD:너…진아가 죽고나서는 정말 이상해졌다. 만 석 ; 아무 것도 모른다. 다들…. 박 PD:결혼할 여자가 술집나간거, 가슴 아프겠지. 자살한 건 더욱 충격일 테고. 하지만…. 만 석 ; 임신했었다. 진아…. 박 PD:뭐, 뭐라고. 너 사고 친 거야? 만 석:내 애…아니다. 박 PD:그러면 술집에서, 만 석:홀아버지 약값 벌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나간 거다. 박 PD:그런걸 동네 사람들한테 들켰으니…. 만 석:세상은 바뀐다는데, 휴대폰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성(性)을 판다는데…진아는…진아는 …. 채 연:원래가 순수한 건 깨지고 흠집 나는 거야. 현실이 그래. 현실이…. 박 PD: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사람도 잊혀진다. 만 석:움직이는 거라구? 사랑이? 광고가 떠들고 인스턴트가 판치고…나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채연 바라본다.) 진아는 남아 있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데…왜 모든 게 변할까…. 좋은 건…. 채 연:멋지다. 이 오빠, 맘에 들어. (박PD 보고, 자랑하듯) 나한테 결혼하쟀어. 박PD, 어이없게 쳐다본다. 만석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는 진아. 때마침 등장하는 이실장. 이실장:어쭈구리? 눈까지 맞았어? 저 새끼 짜르라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채 연:벗을게.화끈하게 벗는다구. 회원수 안 줄어. 봤잖아? 옷 찢어서 반응 좋았 던 거. 처음부터 컨셉이 그거였어. 그거였다구. 이실장 ; 뭐야?박 PD:그, 그게, 그러니까…. 이실장:더듬지 말고 말해. 새꺄. 박 PD:마, 맞습니다. 고전적인 원피스에 갑자기 옷을 찢을 꺼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이실장:그랬단 말이지? 다시 방송 시작해. 지금부터 내가 방송에 관여한다. 박 PD, 카메라를 손본다. 살며시 만석의 머리를 바닥에 편히 눕히는 채연. 아니꼽지만 참는 이실장. 채연, 카메라 앞에 선다. 차분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카메라가 작동되면 이실장, 채연에게 인사 멘트하라고 사인 보낸다. 무시하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추는 채연. 이실장, 말하라고 계속 손짓해 댄다. 채연, 말없이 옷 벗는다. 잠든 것 같던 만석, 벌떡 일어나 채연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소리 없이 서랍으로 간다. 장난감 총을 꺼내 드는 만석. 각자의 일에 몰두해 만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 만 석:소, 손들어! 이실장:또 뭐야? 만 석:쏘, 쏜다.이실장:저거 미친놈 아니야?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어쩔 건데? 박 PD:그만해. 만석아. 만 석:모두 카메라 앞에 서. 이실장:장난 하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랜만에 우리 빙신 춤 한 번 춰 보자. 엉. 이실장이 만석에게 다가가려 하자, 급하게 이실장을 안다시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채연. 천천히 춤추며 이실장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채 연:(귀에 대고) 속삭이는 컨셉이야. 저 총, 소품으로 쓰라며? 이실장:그래? 은근슬쩍 채연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이실장, 기묘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채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실장. 이제는 방송이라는 자각보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다. 순간 모니터에 여러 개의 자막이 빠르게 떠오른다. 야 수:와- 새롭다!! 새로운 장르? 에로다큐? (두 눈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떠 오른다.) 불 끈:앞서가는 삐리리! 오늘 방송 별 다섯 개! (별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터프게이: 에로 방송 대상 줘라~~ 무교동:리얼리티 짱이다! (엄지손가락 보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귀족:전국에 알려 회원수 늘려 주자!! 갑자기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실장. 이실장:와하하하. 이것 봐라? 반응이 이렇게 좋아? 박 PD:크, 클릭 수가 급증해요. 갑자기 폭주해서 접속이 안될 지경이에요. 이실장:그래 그래. 이 한 몸 바쳐서 한 밑천 땡겨 보자. 우히히. 좋았어. 아주 좋아. 클릭수. 만 석:(총구를 박 PD에게 겨누며) 카메라 앞에 서. 박 PD:너 정말 미쳤어? 이실장:들어와 새꺄. 대장이 벗는데 쫄병이 구경만 해? 울상이 되는 박 PD. 눈을 부라리는 이실장.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박 PD. 스스로 옷을 벗는 이실장. 동물적인 본능과 자극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PD 역시 처음엔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차츰 채연의 동작에 동화된다. 점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한 몸이 되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동작을 한다. 만 석:나는 너희들을 저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내게 행한 악은 너무 크고 내가 너희들한테 행한 악도 너무 커서 그것은 자발적인 것일 수 없다. (詩-이지도르 뒤카스) 자연스럽게 채연의 몸을 더듬는 이실장. 그 모습 바라보는 만석. 부들부들 떤다. 총까지 떨린다. 이실장을 겨냥하는 만석. 박PD, 장난감 총인지라 말리지 않고 피식 웃는다. 이실장:쏴. 쏘란 말이야 임마. 그래야 클릭수 늘어나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잡는 만석. 침착성을 되찾는다. 만석, 다시 한번 이실장과 박PD, 채연을 차례로 바라본다. 아랑곳없이 채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이실장. 순간,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는 만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음. 겨냥이 빗나가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박 PD. 시뻘건 피가 흥건히 번져 나온다. 놀라 만석을 바라보는 채연과 이실장. 만석, 총을 한 번 쳐다본다. 넋이 나가 풀썩 주저앉는 채연. 이실장, 갑자기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실장:저, 정선생, 아, 아니, 정작가님, 훌륭하신 작가 분이 이러시면 안되죠? 예? 진정하세요. 예술을 하신다는 분이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예? 잘못했어 요. 사,살려줘요, 응? 내가, 내가 다 사과할게. 응? 만 석:너희는 너희들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었으되 그 두 길은 모두 유사하 고 모두 삐뚤어진 길이었다. (詩- 이지도르 뒤카스) 무표정한 얼굴로 이실장을 바라보는 만석, 악마적인 미소 날린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만석의 얼굴에 피 흩뿌리며 쓰러지는 이실장.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만석을 쳐다보는 채연,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떨어뜨리는 만석. 털썩 주저앉는다. 아련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채연, 놀라서 만석의 팔을 잡아끈다. 움직이지 않는 만석. 채 연:어, 어쩌지? 만 석:쉬고 싶다…. 채 연:무서워…도망치자. 응? 도망치자. 만 석:니 옆에서…잠들고 싶어 … 채 연:나, 난 아니야. 대 스타가 되는 게 꿈이야. 도망쳐야 돼! 만 석 ; 진아야…. 채 연:옆에 있어 줄게. 일어나. 만 석:(두 눈 감는다.) 채 연 ; 이대로 끝낼 수 없어! 긴박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불안감에 싸여 도망 갈 곳을 찾아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채연. 두껍게 덮여있는 창문 앞에 선다. 와락 커튼을 젖히는 채연, 힘들게 창문을 연다. 밖을 내려다보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채 연:(주저앉으며) 토할 거 같아. 노, 높다. 주, 죽으면 어쩌지? 만 석:(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같이 가 진아야. 채 연:주, 죽는 게 나을까? 아, 아니 잡히는 게? 만 석:이제는 안 놓친다. 점점 더 가깝게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는 채연. 채 연: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 억울해. 도망 쳐야 돼. 만 석:너만 있으면 된다. 사색이 되어 출입문을 바라보는 채연.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려 온다. 점점 울상이 되는 채연, 만석과 함께 창틀에 올라선다. 망설이던 채연, 만석을 의지하며 꼬옥 끌어 안는다. 다시 한번 절망스럽게 문을 바라보는 채연. 문 앞까지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뒤이어 들려 오는 확성기 목소리. 두 눈 질끈 감는 채연. 경관 목소리:너희들은 포위됐다. 손들고 순순히 자수해라.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 나, 두울, 세엣- 크게 문 부서지는 소음과 동시에 비명 지르며 뛰어 내리는 채연과 만석.“아악”하는 두사람의 비명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암전. 어두운 무대에 음악 흐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뉴스. 소 리:다음 뉴스. 오늘 새벽 인터넷 방송국 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시 비디오 자키로 촬영 중이던 나모 여인과 가해자 정모씨는 1층에서 도주하려다 추락,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모 여인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모씨는 현재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받아먹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 내무부는 서로 조사권을 주장, 부서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음악 흐르면서 막.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기요… 저 아직 죽지 않고 글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그러고는 곧 또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졸업하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교수님,깊이깊이 고개숙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정말 감사합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고맙습니다.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약력 71년 서울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우승컵 양보없다” ◆심사평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문학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분단문제나 문명비판,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와 ‘장난감 총’이다. ‘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다채로운 무대활용 기법,동시대적 언어감각,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오태석 김미희
  • 유치장 신체검사 엄격 제한

    경찰서 유치장내 신체검사가 인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관련 규정도 까다로워진다. 경찰청은 30일 “유치장 입감시 죄가 가벼운 피의자에 대해서는 겉옷을 두드리는 약식 신체검사를 실시하고,살인·강도 등 강력범의 경우에도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신체검사를 하도록 하는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 훈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구속영장발부자 등에 대해 의무적으로 실시하던 신체검사규정을 ‘살인과 강도 등 죄질이 중하거나 근무자와 다른 유치인을 위협하거나 위험물을 가졌을 우려가 있는 자’에 한해 실시하도록 바꿨다. 또 신체검사를 3단계로 나눴다.우선 유치장 신체검사실에서 손으로 겉옷을 가볍게 두드리며 확인하는 ‘외표검사’를 실시한다. 이어 유치인의 의사를 확인,속옷을 벗지 않은 상태에서 신체검사용 가운을입게 해 ‘간이검사’를 실시한다.최종 단계에서는 ‘탈의막’ 시설에서 속옷을 벗고 신체검사용 가운을 갈아입도록 한 뒤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경찰청은 특히검사과정에서 위험물을 성실하게 제출하는 등 유치에 큰 문제가 없는 피의자는 겉옷만 점검하는 약식 검사로 대신할 방침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되돌아본 2002 산업계]③고도화·차별화 마케팅

    산업과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다양한 고객의 입맛에 맞추려는 기업들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이 새롭게 선보인 한 해였다. ◆분위기를 타라. 월드컵,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행사를 겨냥한 ‘스포츠 마케팅’이 두드러졌다.한국의 월드컵 대표팀이 16강,8강,4강에 속속 진출하자 업체들은 숫자와관련된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면서 고객몰이에 나섰다. 월드컵으로 ‘레드 마케팅’도 급부상,붉은색을 이용한 광고와 제품이 봇물을 이뤘다. 붉은색 옷이 패션을 지배하고 모자·신발·양말·속옷·화장품 등에 붉은색이 들어갔다.월드컵에 대비해 내놓은 기획상품이 온통 붉은색 제품으로 대체되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또 ‘아시아의 자존심(Pride of Asia)’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히트하자 자사 브랜드를 넣은 ‘프라이드 오브 ○○○’ 식의 ‘프라이드 마케팅’이 확산되기도 했다. 삼성,LG,SKT 등 대기업들도 단순히 제품광고에서 벗어나 기업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에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당신은 아주 특별한 1% 특정계층을 겨냥해 고급·고가 제품을 판매하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귀족 마케팅’이 유행했다.귀족이 되고 싶어하는 부유층의 심리를 노려 품격과 명성을 부각시켜 지갑을 열게 했다. 분양가가 20여억원인 서울 압구정동의 아크로빌아파트나 도곡동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가 대표적 사례.금융권의 경우도 VIP고객 전용점포를 운영하거나 전용카드인 플래티늄카드를 발급하는 등 상류층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제공했다. 백화점은 명품매장을 확대하고 VIP고객을 위한 휴게실을 마련했다.일부 의류업체는 고급원단을 사용한 초고가 정장을 내놓는가 하면,가전업체는 대형화·고급화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귀족마케팅의 연장으로 내 아이만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는 젊은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키즈 마케팅’도 확산됐다.의류업체는 일반제품보다 10∼20% 비싼 고급브랜드를 새롭게 내놨다.유아용품을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로 구입하는 ‘유아 명품족’까지 생겨났다.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소득 양극화현상의 한 단면인 셈이다. 최여경기자 kid@
  • 밀수혐의 교민 여성들 멕시코 검찰 알몸수색

    (멕시코시티 연합·서울 김수정기자) 상표 위변조 행위 단속에 나선 멕시코 사법당국이 한국 교민에 대해 알몸수색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있다.연행에서 풀려난 한 교민 여성은 11일 “멕시코 검찰 수사관들이 ‘안벗으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협박해 하는 수 없이 속옷을 모두 벗었다.”며 “수사관들은 치부를 가리던 손을 ‘내려라 올려라.’하면서 참을 수 없는수모까지 주었다.”고 교민 간담회에서 털어놨다. 그는 수사관들이 한인들을 연행한 뒤 이중 여자들을 좁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으며 이를 완강히 거부하자 불이익 운운하며 여러 차례 협박을 해 조사를 담당하는 의사 앞에서 팬티까지 벗어야 했다고 말했다.함께 연행된 남자 교민들도 여성 수사관들 앞에서 팬티까지 벗어내린 채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색 당시 멕시코 사법당국은 “구타 흔적이 있는지 조사하려 한다.”고 설명했으나 교민사회는 “밀수와 상표 위변조 행위 등에 관한 단속을 하면서알몸수색까지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현지 공관에 훈령을 보내 멕시코 외교부와 사법 당국에 수사과정에서 인권유린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문할 것을 지시했다.또 12일오전 로헬리오 그란기욤 주한 멕시코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진상규명과 함께사실로 확인될 경우 재발방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11일 여자 교민들이 수감된 멕시코시티 남부구치소를 방문,알몸수색사실을 확인한 강웅식(姜雄植) 주멕시코 한국대사는 호르헤 카스타네다 멕시코 외무장관 등을 만나 교민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를 강력히 항의했다.
  • 한국창업개발연구원 분석 - 내년 창업 5대 아이템 뜬다

    새해에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유통업,음식업,생활지원업,건강,교육,컴퓨터관련업 등이 각광받을 전망이다.한국창업개발연구원은 10일 내년 창업시장을 주도할 5가지 경향을 분석,유망업종을 발표했다. ◆건강이 돈이다 21세기 최대 화두는 ‘건강’이다.따라서 건강음식 뿐 아니라 건강 관련 제품·서비스도 유망업종군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또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레저 관련 비즈니스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최근에는 체험형 레저비즈니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가격을 더 낮춰라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정한 수입구조 때문에 검약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사무용품,신발,속옷,스포츠용품,여성정장,패션용품 할인점 등 가격할인 트렌드를 반영한 할인점이 강세를 보일 것이다. ◆타인의 불편함을 잡아라 여성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가사일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가 활성활 될 전망이다.저렴한 가격,빠른 서비스를 겸비한 반찬전문점,국배달전문점 등이 호황을 누릴 것이다.노인들을 돌보는 ‘실버시터 파견업’도 부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엔젤비즈는 불황이 없다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자녀를 위한 소비는 줄어들지 않는 법.최근 어린이 소비성향이 개성화,세분화되면서 관련 사업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신토불이 음식이 뜬다 서양음식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반발심리가 작용,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있다.게다가 신토불이 음식이 맛과 건강을 따지는 현대인의성향과 잘 맞아 떨어져 더욱 인기를 끈다. 정은주기자
  • 피부에 좋은 옥수수옷 첫선/아토피성 피부염 등 완화효과

    ‘옥수수 옷 입어보셨나요?” 옥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신소재 섬유 락트론(Lactron)으로 만든 건강의류(사진)가 국내 처음으로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그룹인더스트리코리아(www.e-kanebo.com)는 일본의 대형 화학그룹 가네보와 독점 계약을 맺고 락트론 건강의류를 시판하고 있다. 락트론은 피부자극이 없어 아토피성 피부염 등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자들의질환 완화에 효과가 있고,흡수성이 좋아 스포츠의류로도 적합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화장품으로 유명한 가네보는 지난해 말 옥수수의 폴리젖산수지를 원료로 락트론을 생산,건강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는 락트론 공식 사이트인 이가네보닷컴(www.e-kanebo.com)을 통해셔츠·속옷·양말·타올 등 다양한 건강의류가 판매되고 있다. 관계자는 “락트론은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젖산과 같은 성분이기 때문에 피부 감촉이 좋고 항균성이 뛰어난 첨단 섬유”라며 “속옥이나 셔츠 등 생활의류뿐 아니라 골프웨어를 비롯한 스포츠의류로 제품을 다양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 TV홈쇼핑 호황… 소비자는 골탕

    ‘잘 나가는 TV홈쇼핑,소비자 피해도 많다.’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TV홈쇼핑업계가 외형만큼 내실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올해 전체 매출액(5조원)이 지난 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일년내내 경품행사를 열며 매출액 올리기에만 급급,소비자 속이기는 물론 경품고시 위반 등 각종 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소비자 피해,매출액 만큼 급증 22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8월말 현재 모두 2843건의 소비자 피해사례가 접수됐다.TV홈쇼핑의 특성상 광고 이미지와 다른 품질,이에 따른 계약해지가 전체 피해사례 가운데 62%를 차지했다. TV홈쇼핑 회사들이 운영하는 고객서비스센터의 소비자 피해사례도 매출액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LG홈쇼핑은 1999년 소비자 피해사례가 1000여건에서 지난해에는 4100건으로 3년새 4배이상 증가했다.이는 해마다 2배이상 늘어난 매출액 증가추세를 뛰어넘는 것이다. CJ홈쇼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0년 소비자 피해사례는 2600여건,올해는 3300여건이 들어왔다.현대홈쇼핑에 접수된 피해사례도 올 10월까지 1078건으로 하루 평균 3건 가량이 접수됐다. 소비자 불만신고도 회사별로 하루에 수십건 이상 쏟아지고 있다. ●‘값싸다’이미지는 허구 유통단계가 적은 TV홈쇼핑은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고 인식되고 있지만 실상은 이미지에 불과하다. A전자매장에서 판매되는 김치냉장고(모델명 DD-C2205T)를 TV홈쇼핑업체와 비교하면 최고 14만원가량 홈쇼핑이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만 갖고 단순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 가격은 일정부분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납품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도 할인점보다 비싸다.LG,CJ,현대홈쇼핑의 판매수수료는 평균 25% 수준.특히 의류나 보석제품은 판매가의 40%이상을 수수료로 받는다.반면 B할인점의 평균수수료는 18∼20% 수준이다.TV홈쇼핑이 할인점과 비슷한 유통단계를 거치는 것을 감안하면 잇속을 톡톡히 챙기는 것이다. 할인점과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 의류업체 관계자는 “홈쇼핑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려 달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때로는 모델비나 자동주문전화(ARS) 비용을 전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TV홈쇼핑업계 악재 연속 TV홈쇼핑 빅3는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거래행위로 8억 99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아 스타일을 구겼다. TV홈쇼핑사들은 또 속옷 프로그램의 선정성으로 최근 방송위원회의 지적을 받는가 하면 시민단체로부터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이들 업체는 마지못해 모델을 마네킹으로 대체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386세대가 본 W세대] 20대의 ‘재미나게 살기

    지난 밤에 내게 “이제는 무슨 일을 해도 가슴이 뛰질 않아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쉰 녀석은,이제 스물세 살이다.그는 현재 순수한 ‘백수’다. 그는 한달전 어느 날인가 기분 나쁘다고 훌쩍 떠나 전국일주를 하고 돌아왔다.제주도에서는 돈이 떨어져 마늘 심는 것을 도와주고 일당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내민 사진과 글로 채워진 한 권의 여행기를 보았다.몇달 전에도 그는 “그냥 ‘앙코르 와트’가 보고 싶다.”면서 태국과 캄보디아로 날아갔다.내 눈에 비친 그는 충분히 정열적으로 산다. 그는 또래와 비슷하게,세상 일에 적당히 무관심하고 자신의 재미 찾기에 매우 충실하다.그는 ‘재미’라는 코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네트워크를 만든다. ‘재미’라는 커뮤니케이션 코드는 난해하지 않고,누구나 쉽게 좋아하는 일(놀이)을 위해 뛰어들어갈 수 있을만큼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 K리그,스타크래프트,인라인스케이트,스노보드,문자메시지,디카,애완동물,바비인형,코스프레,로모,파티,DVD 등등.그 세계는 다양하다. 이전 세대가 직업과 직위에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다면,20대는 다양한 재미를 따라 ‘잘 노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러한 현상을 연구해 온 한 교수는 어느 정당의 대통령 후보 팬클럽 ‘노사모’도 재미를 추구하는 활동에 포함시켰다. 이들은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이를테면 탤런트 신구씨가 한 패스트푸드 광고에서 “니들이 게맛을 알어!’”라고 일갈한 뒤 그는 10∼20대의 우상이 됐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수십 가지 팬클럽,혹은 패러디 카페가 떴다.신구씨가 생애 처음으로 ‘떴고’,팬클럽을 확보했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정설이다. 재미를 즐기는 20대는 반대하기보다는 대안을 내놓는다.전문가들은 사회문화적인 패러다임이 ‘네거티브 시스템’에서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무엇을 싫어해.” 라고 말하지 않고,“나는 이것저것이 좋다.”고 말한다.내가 좋으면 하면 되고,내가 싫으면 안하면 된다. 엄숙주의는 비빌 언덕이 없다.금기가 신성시되지 않는다.붉은 악마로 레드콤플렉스를 그냥 넘어가 버린다.국가보안법이 뭔지 몰라도 되고,태극기는 얄궂은 속옷이 되어도 상관없다. 그들은 그저 열정의 빨간색이 좋다.그러니 월드컵이 이른바 ‘W세대’를 만든 것이 아니라,새로운 세대가 월드컵을 경험한 것이라 해야 맞다.20대 너희들,재밌게 살아라! 유민영(모아이 커뮤니케이션기획실장)
  • 유방암 서구적 생활패턴이 ‘범인’

    ‘유방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라.’ 최근 유방암이 급격히 느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독신 증가,늦은 결혼,흡연,음주,고지방식 식생활,수유 기피 등 구미식 생활방식은 어느덧 우리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하지만 멋지게 포장된 구미식 생활패턴이 여성호르몬을 증가시켜 유방암 발생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것을 아는 여성은 많지 않다. 유방암 환자의 10% 정도만이 유방암 가족력을 가진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90%는 라이프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구미에선 이미 유방암이 제1의 여성암이 되었으며 미국에서는 8명중 1명이 유방암 환자일 정도다.우리사회에서도 유방암은 지난 94년 여성암 중 11.9%로 자궁경부암,위암에 이어 세번째 순위에 있었지만 2000년엔 15.1%로 위암에 이어 두번째로 흔한 암이 되었다.전문가들은 5년 내에 1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왜 라이프 스타일이 문제인가=유방암은 대부분 유관과 유엽의 상피세포에서 생긴다.그런데 이 세포들은 여성호르몬인에스트로겐의 자극에 의하여 증식,분화하므로 일생 동안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다.따라서 조기 초경,늦은 폐경,과도한 영양 및 지방섭취,음주,장기간 피임약 복용,폐경후 여성호르몬 사용 등 여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거나 기간을 늘리는 생활양식은 유방암 발생을 높인다는 것이다. ◆ 유방암 발병률 높이는 라이프 스타일 5가지 1.화려한 싱글,늦은 결혼?=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는 여성은 있는 여성에 비해 1.4배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다.30세이후 첫 만기 출산을 한 여성은 18∼19세에 첫 만기 출산을 한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또 초경이 1년 늦어질수록 유방암 발생확률은 20%씩 줄어든다. 2.모유가 최고!= 모유를 먹이는 일은 아이에게 정서적 친밀감을 줄 뿐만 아니라 유방암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모유를 먹이지 않은 여성은 수유 여성보다 유방암 위험도가 1.8배 높아진다.수유기간이 12개월 이상일 때는 더욱 뚜렷한 효과가 있다. 3.폐경여성에게 비만은 절대 금물= 비만은 특히 폐경 여성의 유방암을증가시킨다.서울대 의대의 연구 결과 비만지수가 25㎏/㎡ 이상이거나 체중이 64㎏이상인 폐경여성은 표준 체중의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도가 3∼5배 높았다.따라서 운동은 다른 질병 뿐만 아니라 유방암 예방에도 필수 조건이다. 4.음주는 술의 양이 중요,청소년 흡연은 심각= 음주 여부 보다는 술의 양이 중요하다.한 주에 3회 이상,한번에 알콜 5g(소주 1잔)이상 섭취할 경우,유방암 위험도가 30%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흡연의 경우 25세 이전에 담배를 피기 시작하면 유방암 위험도가 14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고지방 서구식 식생활은 금물=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했을 때 2배,육류를 과잉 섭취하면 2.7배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지방성분이 여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도움말 한세환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외과 교수,노동영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임창용기자 sdragon@ ◇자가진단 요령 유방암은 예방 못지 않게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35세 이후엔 2년에 한번씩 의사의 임상검진을,40세 이후엔 1∼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술을 받아보는 게 좋다.또 유방암에서는 대부분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지므로 정기적으로 자가진단을 해보는 것이 좋다.다음은 전문가들이 권하는 자가검진 요령이다. 1. 먼저 거울앞에 서서 자신의 유방 형태를 관찰한다. 유방의 전체적인 윤곽, 좌우대칭 여부, 유두와 피부의 함몰, 피부에 이상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2. 양손을 위로 올려 유방을 완전히 노출시킨 후 피부가 함몰된 곳은 없는지 관찰한다. 3. 왼손을 어깨위로 올린 후, 오른쪽 가운데 세 손가락의 끝을 모아 유방의 바깥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원형을 그리며, 유두를 향하여 천천히 들어오면서 유방을 만져본다. 만져보는 방법은 유방을 약간 눌러서 비비는 느낌으로 한다. 4. 유두를 꼭 짜서 분비물이 있는지 검사한다. 특히 속옷에 피가 묻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본다. 5. 겨드랑이에 멍울이 있는지 만져본다. 6. 반대쪽 유방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한다.
  • [대한민국 24시] 논산 육군훈련소

    “제대하면 이쪽 방향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 군대생활이 괴로울 때마다 군인들이 내뱉는 말이다.군에 갔다온 사람이면 대부분 현역시절 이 말을 되뇌였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 군대생활이 시작되는 첫 관문이 바로 훈련소다.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는 국내 육군 사병의 절반을 배출해온 요람이다.창설 51주년을 맞는 올해까지 총 600여만명이 이곳을 거쳐 ‘멋있는’ 군인으로 탈바꿈했다. 일부 고위층 아들들이 군 면제 문제로 말썽을 빚기도 하지만 분단국가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이 다녀가야 하는 이곳은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고 자위하는 보통 사람들의 말처럼 ‘사제 물’이 잔뜩 든 얼뜨기 청년을 ‘진짜 남자’로 만들어주는 곳인지도 모른다. ◆ “몸 조심 하거라.”=지난 12일 낮 12시 육군훈련소.정문 앞을 지나쳐 거슬러 올라가자 ‘입영장정 주차장’이란 입간판이 서 있는 도로에서 기관병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입영자 차량을 주차장으로 유도하느라 바빴다.훈련소정문에서 700m쯤 떨어진 입소대대 방향으로 머리를 ‘빡빡’깎은 입영자들이 줄지어 걸어갔다.더러는 밀어버린 머리가 쑥스러운지 모자를 쓰고 있었다.좁은 인도가 입영자와 가족,친구,애인들로 가득 메워졌다.못다한 얘기를 나누는 이들의 얼굴에는 곧 닥쳐올 ‘회색빛 청춘’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입소식 시간은 오후 1시.이날은 서울지역 장정들이 입소하는 날이다.입소대대 정문에서 연병장까지 이어지는 400m 길이의 도로도 끼리끼리 걸어가는 입영자와 가족들로 가득하다. 일부 입영자는 도로 옆 숲속으로 들어가 가까운 이들과 대화하며 이별을 준비했고,추석을 며칠 앞두고 입대하는 아들을 위해 송편 등을 싸온 가족도 눈에 띄었다.연병장 위에 있는 연무회관 앞도 안타까운 얼굴을 맞댄 입영장정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 연무회관 앞에서 만난 김길성(46·회사원·양천구 신월동)씨는 “추석을 며칠 앞두고 아들을 보내는 마음이 오죽하겠느냐.”고 안타까워하면서 “그렇다고 아들을 군대에 안 보낼 수도 없고,없는 사람이야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렸다.때때로 불거져 나오는 고위층 자녀들의 군면제 문제를 겨냥하는 듯했다. 김씨 부부는 아들과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지 연무회관 탑 앞에서 즉석사진을 한방 찍었다.등에 ‘향군○○○’이라고 적힌 조끼를 걸친 여자 사진사는 “한방에 3000원”이라고 연신 외쳐대며 호객행위를 했다. 단출하게 애인과 함께온 한 청년은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을 아느냐.”는 질문에 빙긋 웃기만 한다.괜히 물었나 싶다.두 사람은 곧 ‘재수없게….’라는 뜨악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나중에 육군훈련소의 한 간부는 “열에 아홉은 헤어진다.”고 귀띔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한 입영자가 공익근무요원 친구를 보며 “얘는 ‘장군의아들’이다.”고 놀리자 “너는 오죽이나 못났으면 ‘어둠의 자식’이냐.”고 맞받는다.친구들은 군 면제된 사람을 ‘신의 아들’이라 부른다는 세간의 농담을 주고받으며 입소하는 친구의 굳은 표정을 펴주려고 애썼다. 입소식이 시작되면서 장정들이 연병장으로 모였다.군악대가 이들을 반겼다.군기가 채 잡히지 않아 오합지졸이다.가족과 친구,애인은 연병장을 둘러싼 스탠드에 앉아 입소식을 지켜봤다. 입영장정들이 경례를 붙일 때마다 스탠드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30분 정도만에 입소식이 모두 끝나고 “부모님께 경례”에 이어 “우향 우,부대 앞으로….”라는 구령과 함께 ‘대한민국 군인’으로 거듭난 입영자들이 부대쪽으로 걸어가자 가족과 애인들은 참았던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 파리 날리는 훈련소 앞 상가=입소대대 앞에는 10여개 상가가 들어서 있다.이발소,음식점 등 입영자들에게 필요한 점포들이 늘어서 있으나 입소식이 끝나자 ‘개미 한마리’안 보일 정도로 거리가 한산하다. 입소대대 앞에서 30년간 천안이용원을 운영해온 주인 김쌍옥(64)씨는 “20여년 전만 해도 입소 날에는 이발소 앞에 입영자들이 늘어서 종업원을 여러명 두고도 정신없이 머리를 깎았는데 요즘은 5∼6명밖에 안된다.”면서 “장사가 안돼 잇따라 문을 닫는 바람에 입소대대 앞에는 우리 이발소만 남았다.”고 말했다. 역시 30년간 입소대대 앞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육일관’ 주인 임효무(60)씨는 “예전에는 입영하는 청년들이 입소식 전날 이곳에 와 잠을 잤기 때문에 아침에 손님이 많았은데 지금은 거의 없다.”면서 “이곳 상가 대부분은 입소하는 날만 문을 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임씨는 “그나마 논산에서 가까운 대전,충남북,전북 등에서 입영하는 날은 여관,식당,이발소 할 것 없이 모두 공치는 날”이라고 푸념한다. 교통이 좋아져 입영자들이 입소 당일에 오기 때문이란다.매주 월·목요일로 정해진 입소일 전날부터 훈련소 인근 호텔이나 여관에서 자는 신병은 극소수다.외환위기 이후로는 면회까지 중지돼 “장사가 더 안된다.”고 상인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그래서 입소 전날 신병들이 묵던 여관과 민박집은 대부분 사라졌다.70년대 30여 가구가 몰려 있던 연무대 삼거리의 ‘색시집’도 지금은 10여 가구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예전에는 입영하는 친구의 ‘총각딱지’를 떼주는 장소로 곧잘 애용됐던 곳이다. ◆ ‘피(P)가 나고 알(R)이 배고 이(I)가 갈리는 뺑뺑이 6주.그래도 국방부시계는 돌아간다.=‘우향 앞으로 갓’‘뒤로돌아 갓’‘받들어 총’….갖가지 구령소리가 연병장에 메아리친다.제식훈련을 하는 신병들의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신병들이 움직일 때마다 연병장 위로 먼지가‘풀풀’ 날리고 카키색과 밤색이 알록달록 그려진 훈련복엔 흙먼지가 누렇게 묻었다.조교의 구령에 맞춰 훈련에 열중하는 신병들은 어느새 군기가 바짝 들어있었다. 유격장에는 ‘○○○번 훈련병 도하준비 끝’이라는 신병들의 구호가 들려온다.이어 줄에 매달린 신병이 쏜살같이 미끄러지면서 강으로 떨어졌다. 한 훈련병은 “입소 후 사제복을 부모님께 부칠 때는 가슴이 아렸지만 고된 훈련이 시작되고서는 그럴 겨를조차 없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사격장에서는 사격예비 훈련인 ‘PRI’가 계속됐다.‘엎드려 쏴’ 등 구령에 맞춰 총을 들고 일어섰다 엎드리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이에 온 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가고 있었다. PRI가 제대로 안되면 두 손으로 총을 머리 위로 쳐들고 줄지어 오리걸음을 걷던 이른바 ‘얼차려’라는 게 지금은없어졌지만 입에 단내가 날 만큼 ‘뺑뺑이’를 돌기는 마찬가지다.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말하는 듯했다. 논산 이천열기자 sky@ ■육군훈련소 어제와 오늘 육군훈련소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1월1일 창설됐다.당시 이름은 ‘육군 제2훈련소’.제주도로 이전돼 56년 해체됐지만 50년 대구에서 창설된 제1훈련소가 있었기 때문에 ‘제2’라는 꼬리표가 붙었다.지난 99년 2월 이름이 육군훈련소로 바뀌었지만 세간엔 ‘논산훈련소’나 ‘연무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름도 그렇지만 훈련소 시설과 신병들의 생활여건도 많이 변했다.특히 식사의 질은 몰라보게 나아졌다.밥은 마음껏 퍼먹을 수 있고 우유,과일,주스등도 나온다.“밥은 꽁보리에 무얼 섞었는지 모르고 국은 소금물에 무청을 넣은 것 같았는데 군내가 지독했다.”는 70년대나,“밥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식기를 돌로 쳐서 억지로 늘렸다.”는 50년대 노병들의 회고담은 전설이 됐다. 빨래도 예전에는 속옷은 물론 군복까지 신병이 직접 빨았으나 요즘은 군복과 모포 등은 훈련소내 세탁공장이 맡는다.훈련받는 6주간 신병은 ‘금연’이다.창설 초기 ‘화랑’ 등이 지급됐지만 요즘 군대에서는 돈으로 나온다. 훈련병 막사도 슬래브에서 파란 기와에 빨간 벽돌 집으로 바뀌고 있다.훈련소에 신세대에 맞게 PC방과 헬스장 등도 갖춰져 완전 ‘호텔급’이다. 군내부도 폐쇄적이던 예전과 달리 부모 초청 병영체험 훈련을 통해 개방하고 있다.훈련소는 지난 상반기 어머니 초청 행사에 이어 오는 25∼27일 ‘아버지와 6·25 참전용사 초청 병영체험 훈련’ 행사를 갖는다.그러나 제식훈련과 총검술,사격훈련,행군 등 훈련강도는 그대로다. 논산 이천열기자
  • 정몽준과 대선정국/ 주변서 본 MJ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12월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뒤 그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이 가열되고 있다.다양한 경력을 가진 정 의원의 활동무대를 대별하면 국회·체육계·재계다.각종 공식 직함만 19개를 갖고 있다는 정 의원이 이들 분야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관련자들의 언급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1. 의정분야 - 축구외교 전념… 의정 소홀 13대 국회 이후 15년째 금배지를 달고 있는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적어도 각종 통계에 있어서만큼은 만족스러운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축구외교’로 해외출장이 잦았고,무소속으로서 의정활동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정 의원측 해명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5월 경실련이 발표한 16대 국회의원 국회 결석률에 있어서 45%를 기록,국회에 잘 나오지 않는 의원 가운데 한명으로 꼽혔다.국정감사시민연대가 2000년 11월 발표한 국정감사 종합평가에서도 ‘최악의 의원’에 포함됐다. 심지어 16대 총선을 앞두고 2000년 1월 총선시민연대가 발표한 공천반대의원 명단에도 이름이 올랐다.15대 국회 4년간 법안을 1건밖에 발의하지 않은데다 57차례의 본회의 가운데 무려 47차례를 불출석(결석률 82.46%)했다는 것이 공천해선 안될 이유로 꼽혔다.전체 국회의원 평균 결석률은 18%.“월드컵 준비로 의원직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으면 사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총선연대측 주장이었다.정 의원측은 당시 “월드컵 유치를 위해 지난 6년간 803일이나 해외출장을 다녀와야 했고,대부분 ‘방탄국회’여서 참석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1건도 없는 것으로 돼 있다.그러나 정 의원측은 17일 “무소속이라 대부분의 법안을 정당소속 의원의 이름을 빌려 발의했기 때문”이라며 “왼손잡이 편의 증진을 위한 ‘장애인·임산부·노약자 편의증진법 개정안’을 비롯해 16대에 들어서만도 4건을 발의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초선이던 지난 91년 국회 경제과학위의 민자당 간사를 맡아 추곡수매동의안 등을 날치기 처리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그러나 정 의원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날치기 주장은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진경호기자 jade@ 2. 경제분야 - 빈틈없으나 경영엔 일천 ‘전문경영인을 능가하는 경영자’ ‘무늬만 기업인인 정치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鄭夢準·MJ) 의원에 대한 주변의 엇갈린 평가다. 재계 출신이라는 점은 MJ가 지닌 장점 가운데 하나다.경제를 잘 알 뿐아니라 가진 돈도 넉넉해 부정의 소지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경제인으로서 전문경영자 뺨치는 조건들을 두루 지녔다. 1975년 현대중공업 기획부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80년 상무,82년 사장,87년에는 회장 자리에 올랐다.88년 국회에 진출한 뒤부터는 15년동안 고문으로 몸담았다. MJ의 사장 재직기간(83∼87년)에 현대중공업은 83년에 10억달러 수출탑을,84년에 매출 1조원과 선박인도 1000만DWT를 달성해 당시 세계 1위이던 일본의 미쓰비시를 추월하기도 했다.윤리경영을 도입하고,선박건조에 필수적인 용접연구소와 선박기술연구소도 완성했다. 사장 재직기간 현대중공업의 양적·질적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다. 이는MJ의 탁월한 국제감각과 빈틈없는 경영자세가 빚어낸 것이라고 측근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MJ를 경영인으로 평가하는 데 인색한 사람도 적지 않다.‘재벌 2세여서 경영자의 길을 걸었을 뿐 군생활이나 유학·정치경력 등을 빼면 경영자로서의 경력이 일천하다.’는 것이다. 경영자로서 MJ는 중요사항을 혼자 결정하는 독선적인 성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또 치밀함을 너무 강조,일부에서 냉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 90년 현대중공업 파업 당시(골리앗 농성)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MJ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그가 느끼는 부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측근들은 많은 얘기들이 잘못 알려진 부분이라고 부인한다. 현대중공업에는 사장이 명절때 고향을 찾지 못하고 일을 하는 현장직원들을 찾아 격려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3. 체육분야 - 추진력 강하지만 독선적 정몽준(鄭夢準) 의원에 대한 체육계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2002한·일월드컵을 유치했고,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국가이미지를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그러나 다소 독선적인 성격과 부드럽지 못한 대인관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축구계 인사는 “월드컵만으로도 그의 공로는 높이 평가돼야 한다.”며 “축구협회장 선거 때마다 흔드는 세력이 있었지만 그를 대체할 인물은 지금도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탁월한 영어 실력과 깔끔한 매너,꼼꼼한 일처리,그에 걸맞지 않은 소탈한 행동거지를 장점으로 꼽는 의견도 많다. 소탈한 행동거지의 예는 여럿 있다.냅킨도 없이 고기를 뜯는다거나,“아깝다.”면서 남김없이 음식을 먹어치우는 습관 등은 재벌 2세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축구협회의 한 직원은 “한번은 등산 도중 숲속에 들어가 옷을 갈아 입은 적이 있는데 직원들 앞에서 속옷까지 훌훌 벗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형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월드컵조직위원회 직원들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한 고위 간부는 “추진력이 좋고 샤프하면서 판단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다른 직원은 “성격이 좀 급하다.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을 더 많이,심하게 꾸짖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권위주의적이란 비판적 시각도 그래서 나온다. 급하면서 단도직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사례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방북 비행기 안에서 김운용 당시 대한체육회장을 상대로 벌인 해프닝이다.협회의 한 직원은 “정 의원이 김 전 회장 바로 옆에 앉았는데 ‘회장님이 절 욕하고 다닌다면서요.’라고 직설적으로 따져 상대가 몹시 당황스러워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체육회의 한 고위인사는 “정 의원의 장점은 강력한 추진력이다.해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앞뒤 안가리고 밀어붙이는 폭발력이 눈에 띈다.그 과정에서 카리스마도 충분히 발휘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독선적인 경향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해옥 곽영완기자 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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