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과학 대탐험](7)신소재 혁명
90세 정도의 한 노인이 H병원 K박사를 찾아왔다. “친구가 지난 번에 박사님집도로 척추뼈와 심장을 국산으로 싹 바꿨는데 아주 흡족해 하더군요. 나도인공 간을 국산으로 바꿀까 하는데…” “선생님도 수술 결과에 분명 만족해하실 겁니다. 국산 바이오 소재는 한국사람의 체질에 맞게 개발됐기 때문에외국제보다 오히려 더 적응이 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일본이나 중국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인공장기가 인기가 있습니다.”환자와 의사가 나누는 이런 대화를 들을 날도 멀지 않았다.과학자들은 마치자동차의 부속품을 바꾸듯이 신체의 일부를 인공장기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유전자 정보에 대한 완벽한 해석과 더불어 재료의 생체 친화성과 생체 조직에 대한 원리 규명을 통해 향후 20년내에 인체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인공장기가 출현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인공장기는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응용한 화학약품이나 의약품제조기술과 함께 전자공학,레이저,화상처리 기술을 갖춘 의료기기를 만드는 기술 덕분에 가능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신소재의 개발을 들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장기를 만드는 생체 재료는 생체적합성,생체기능,기계적 특성이 뛰어난 것이어야 한다.이식이 됐을때 진짜 장기처럼 자리를 잡고 기능을 잘 수행해야 한다.장기간 체내에 이식돼도 부식되거나 분해되지 않고 기계적 성질을 그대로 간직해야 한다.혈액과 접촉하더라도 혈전이 발생하지 않는 항혈전성 기능을 가져야 한다.
이같은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인공장기는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체내투입형 인공장기가 실용화되려면 항혈전성이 높고 이온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킬수 있는 고분자 분리막, 생체조직 및 기관형성을 촉진하는 합성재료가 개발돼야 한다.
정형외과나 치과 등에서 쓰이고 있는 인공뼈,인공관절,인공치아 등은 생체적합성 외에 우수한 강도와 내마모성이 요구된다.생체 내에서 독성이 적으며,주위의 생체조직과 친화성도 좋고 뼈의 증식에도 적합한 수산화아파타이트세라믹스가 콜라겐과 같은 고분자와 복합된 재료를 개발 중이다.동물의 피부를 모델로 하여 스스로 치료될 수 있는 자기 수복형 고분자 필름이 개발되어 손상된 부분에 붙여 놓으면 상처가 아무는 인공피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세포를 고분자에 고정시킨 하이브리드형 재료 개발이 성공하면 각종 센서재료를 결합시킨 바이오 센서가 체내에 장착되어 외부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할뿐 아니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지능형 장기의 개발도 가능해진다.
■홍국선 서울대공대 교수 ▲43세 ▲서울대 공과대학 요업공학과 ▲한국과학원 공학석사(재료공학과) ▲미 알프레드대 공학박사(세라믹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대학산업기술지원단 단장대행 ▲현 서울대 재료공학부 부교수, 서울대 신소재 공동연구소 운영부장(kshongss@plaza.snu.ac.kr).
*신금속·고분자·파인세라믹스등 기능성 신소재.
이 세상에서 100% 만족스러운 소재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용도에맞는 소재를 찾거나 각 소재들의 장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방법을 찾을 뿐이다.여기에 특정한 기능이 첨가된다면 금상첨화다. 과학기술의 발달로첨단화가 가속화되는 미래에는신금속,고분자,파인세라믹스 등 기능성 재료들이 핵심기술로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신금속 재료의 경우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단단한 금속을 만드는 것이 소재개발의 목표다.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 금속원소를 섞어서 합금을만들고 합금의 조직을 조절하는 것이다.섭씨 1,000도이상의 고온과 고압을견디는 자동차 엔진용 내열고강도 합금,온도가 올라가도 열팽창이 거의 없는레일용 저열팽창성 합금, 가볍고 강한 항공기나 우주선 용 경량합금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특수합금 가운데 미래의 첨단소재로 꼽히는 것으로는 형상기억합금과 수소저장합금을 빼놓을 수 없다.형상기억합금은 가공 당시의 온도에서 일정한 모양으로 만들어지면 그때의 자기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른 상황에서 변형되더라도 가공당시의 온도에 도달하면 원래 제모습으로 돌아가는 ‘기억력을가진 금속’이다.
이 합금은 미래의 인공위성 태양전지판에도 꼭 필요한 재료이다.엔지니어들은 10m가 넘는 큰 태양전지판을 형상기억합금으로 연결해 여러 번 접어서 스페이스셔틀의화물칸에 넣어 발사한다.우주에서 태양열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면 기계적인 동력이 없어도 저절로 전지판이 펴지게 된다.이 합금은 기억력이 좋을 뿐 아니라 탄성이 뛰어나 항공기 잠수함 등의 파이프 이음새부터속옷(여성용 브래지어),부러진 뼈를 부목하는 금속판,치열 교정용 강선까지널리 쓰인다.
가장 기억력이 좋은 것이 니켈과 티타늄의 합금이지만 가격이 은값의 3배정도로 비싸 실용화 길이 요원하다.따라서 가격이 싼 구리계와 철계를 이용한형상기억합금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기체상태의 수소를 1,000배 정도 흡수해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시 수소가스로 방출하는 수소저장합금도 신금속 재료의 대표주자다.수소저장합금이 안정성 있게 상품화되면 연소시 열량이 크고 연소가스가 전혀 없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따라서 경량합금을 사용해 에너지 효율으로 높이고,형상기억합금으로 차체를 만들어 추돌사고로 찌그러져도 열만 가하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 가며,수소에너지를 사용해 공해가 없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 진다.
*금속에도전하는 고분자.
분자량이 큰 고분자 화합물을 첨가제로 사용해 인공적으로 합성한 플라스틱(합성수지)은 값이 싸고 가벼우며 가공이 쉬운 반면 전기를 통하지 않고 열에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플라스틱이 재료과학 덕분에 신소재로 각광받으며 우주선의 주요 부품이나 첨단산업 재료로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고분자 재료에는 노트북 PC의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액정고분자와 금속이나 세라믹스에 못지않은 강도와 내열성을 갖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있다.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에서는 치열한 경량화 경쟁이 벌어지고있어 ‘강철보다 강하고 새털처럼 가벼운’ 신소재가 출현할 전망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소재 가운데 전도성 고분자도 있다.이것은 고분자의본래 특성인 가볍고 가공이 쉬운 장점을 유지한 채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이다.넓은 면적의 태양전지와 플라스틱 배터리는 물론 정전기 방지나 전자파차단용품으로도 사용될 수 있으며 멀지 않은 장래에 무거운 구리선 대신 나이론실과 같은 전도성 플라스틱이 전선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대형 여객기의배선에 사용되는 전선을 전도성 고분자로 바꾸면 여객기의 무게를 약 1t정도가볍게 할 수 있다.
*21세기 핵심소재 초전도 재료.
21세기 신소재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초전도체다.전기저항을 전혀받지 않는 물질로 이를 활용하면 전력손실이 전혀 없이 전기를 저장할 수 있어 ‘전기통조림’도 가능하다.
강력한 자기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부상열차에 응용되는가 하면 인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를 측정,세포기능을 밝혀내는 센서인 양자간섭소자에도 사용될 수 있다.문제는 절대온도 77도(초전도 물질이 경제성을 갖는 온도) 이상에서 기능을 발휘하는 초전도 재료의 개발이다.액체 헬륨이나액체질소를 냉각,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가 개발돼 있으나 비용이 비싸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고분자 분야에서도 원자단위의 조작을 통해 새로운 조성과 구조를 갖는 상온 초전도고분자를 연구하고 있다.초전도 고분자는 플라스틱이 갖는 가볍고가공이 용이하다는 점 외에 가격이 저렴하여 이것이 실현되면 초전도 세라믹으로는 불가능한 면적이나 선형 가공이 가능해져 그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날것이다.
*20세기 신소재혁명의 선도株 '세라믹스'.
20세기 신소재혁명을 선도한 세라믹스도 앞으로 더욱 다양한 기능을 갖게 될전망이다.전기를 저장하는 능력이 기존의 축전기 재료보다 일만배나 높은 강유전세라믹스는 축전기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마이크로파 유전세라믹스는 정보통신 기기의 소형화를 앞당기게 된다.
미래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기능성 재료 중의 하나가 압전세라믹스. 이것은 기계적인 충격을 전기로 바꾸거나 전기신호로부터 기계적인 운동을 유발한다.수중탐사를 위해 사용되는 소나,의료용 초음파진단장치도 전기신호로압전세라믹스를 움직이고, 음파를 발생시켜 반사돼 돌아오는 음파에 의해 압전세라믹스가 진동하면 전기적 신호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진동을 감지,이와 반대되는 진동을 발생시키는 압전세라믹스의 기능은 각종 센서의 개발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