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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정·이연희·소지섭 올 패션 광고계 접수

    이민정·이연희·소지섭 올 패션 광고계 접수

    봄이 다가오면서 패션과 뷰티 브랜드의 광고 모델들이 대거 새 얼굴로 바뀌었다. 화보를 찍어야 하는 패션·뷰티 브랜드의 모델은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얼굴과 체형을 갖춘 사람이 하게 된다. 그래서 같은 모델이 여성 정장, 캐주얼, 속옷, 등산복 등 종류별로 여러 개의 패션 브랜드를 맡는 경우가 꽤 있다. 2개 이상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되면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여성 모델은 단연 이연희, 신민아, 이민정, 한효주다. 모두 화보를 찍고서 따로 사진을 보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것이 공통점. 여성복 화보는 주로 ‘55’ 크기의 옷으로 촬영하는데 이들 모델은 ‘44½’이나 ‘55’를 입는다. 이연희는 여성 정장 조이너스에 이어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새 얼굴이 됐다. 노스페이스는 공효진의 뒤를 이은 것이라 ‘차세대 패셔니스타’ 자리를 예약한 셈이다. 이민정도 여성 정장 베스띠벨리와 등산복 브랜드 코오롱 모델로 활약 중이다. 신민아는 여성 정장 씨의 모델이며, 최근 캐주얼 브랜드 지오다노의 모델로 정우성, 소지섭, 타이거JK와 함께 광고 영상을 촬영했다. 한효주도 여성 정장 비키와 스포츠 브랜드 헤드의 모델을 맡고 있다. 남성으로 가장 주목받는 모델은 ‘소간지’란 별명을 가진 소지섭과 입대를 앞둔 현빈. 현빈은 등산복 브랜드 K2의 모델로 연예인으로는 처음 기용됐고, 소지섭은 남성 정장 파렌하이트와 캐주얼 지오다노의 모델이다. 뷰티 브랜드 랑콤은 최근 넷째를 임신한 정혜영을 모델로 뽑았다. 20대 미혼 연기자만을 선호하던 화장품 모델도 시대를 초월한 매력을 가졌다면 나이 한계가 없다는 것을 정혜영이 입증했다. 패션 회사 관계자는 “여성의 정장과 캐주얼 등으로 브랜드 성격이 다를 경우 같은 의류여도 한 모델이 중복 발탁될 수 있다.”면서 “인기도 있고 몸매의 비율이 좋아서 화보를 찍었을 때 소위 ‘간지’가 나는 모델을 찾다 보니 같은 사람에게 몰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G컵 청순글래머’ 윤지오, 속옷공개+가슴사이즈 인증

    ‘G컵 청순글래머’ 윤지오, 속옷공개+가슴사이즈 인증

    ‘G컵 청순글래머’ 윤지오(23)가 자신의 속옷을 공개했다. 윤지오는 6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패션앤 ‘스위트룸’에서 자신의 드레스룸과 속옷 서랍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윤지오는 “최근에 한 쇼핑이 2년 전이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옷이 쌓여 있는 드레스룸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가장 오래된 아이템으로 30년 된 엄마의 옷을 입는 빈티지 스타일에 MC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윤지오는 가장 은밀한 곳으로 꼽히는 속옷 서랍을 공개했다.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소유자답게 윤지오는 자신의 트렌디한 F컵과 G컵 속옷을 보여주고 MC 김새롬과 함께 속옷 매장을 방문해 가슴사이즈를 확인시켜줬다. ‘엄친아’로 불리는 윤지오는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함께 한양대학원 국제경영 최연소 MBA 출신이자 9개 미인 대회 참가 경력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진 = 티캐스트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75A 맞다” 백보람, 신체사이즈 들통 굴욕

    “75A 맞다” 백보람, 신체사이즈 들통 굴욕

    개그맨 백보람의 신체 사이즈가 공개됐다. 지난 7일 방송된 KBS2TV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직업병 특집으로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며 고민을 가진 방청객들의 사연으로 꾸며졌다. 첫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여성 전문 속옷 회사에 근무하는 이승석 씨. 그는 “특수한 직업 때문에 여자를 보면 가슴과 엉덩이만 살펴본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승석 씨는 “눈짐작으로도 치수를 가늠할 수 있다”며 “백보람의 가슴둘레는 75A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백보람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피했으나 이내 “맞다”고 수긍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이날 ‘안녕하세요’에는 백보람 외에도 연예계 대표 CEO 방송인 홍석천, 개그맨 황승환 등이 자리해 재치 넘치는 입담을 자랑했다. 사진 = KBS2TV ‘안녕하세요’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임영진 기자 plokm02@seoulntn.com
  • 신세경, 요염한 클래비지룩…청순 벗은 관능미

    신세경, 요염한 클래비지룩…청순 벗은 관능미

    ‘청순글래머’ 신세경이 속옷화보를 통해 청순함을 벗은 관능미를 드러냈다. 란제리 브랜드 비비안의 모델인 신세경은 최근 봄, 여름 시즌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화보 속 신세경은 가슴골 라인이 드러나는 뷔스티에 디자인의 블랙 미니원피스로 ‘클래비지룩’을 선보이며 볼륨감 넘치는 몸매와 늘씬한 각선미를 공개했다.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신세경은 글래머러스한 가슴 라인을 드러낸 채 도발적인 표정과 요염한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비안 관계자는 화보 콘셉트에 대해 “지금까지 보여준 신세경의 모습과는 다른 이면의 매력을 표출시켜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세경은 현재 배우 송강호, 천정명, 이종혁 등과 호흡을 맞추는 영화 ‘푸른소금’(가제·감독 이현승)에서 도발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의 킬러로 분해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 = 비비안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독자의 소리] 졸업식 뒤풀이 추태 ‘그만’/구민지(안산단원경찰서 수사과)

    졸업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한 중학교 졸업식 뒤풀이에서 동료 학생이 한 여학생의 교복과 속옷을 벗기고 케첩을 뿌린 ‘알몸 졸업식 뒤풀이’ 동영상이 떠오른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졸업식 뒤풀이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과거 졸업식 뒤풀이는 밀가루를 졸업생 머리에 뿌리고 교복을 찢는 정도였다. 최근처럼 옷을 벗기는 알몸 뒤풀이에 집단폭행에 가까운 괴롭힘은 없었다. 재미로 했다지만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하다. 확산을 막아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관심을 둬야 하며, 학교에서는 경찰관 학교 배치를 요청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졸업식을 문화·예술적 행사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즐거운 졸업식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졸업식장과 학교 주변에 담당교사제를 지정하여 청소년들의 일탈을 막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졸업식 뒤풀이는 사라져야 한다. 구민지(안산단원경찰서 수사과)
  • “검은 속옷 비쳐”…中아나운서 의상논란

    중국의 미녀 아나운서가 속옷이 드러날 정도로 얇은 소재 의상을 입고 뉴스를 진행했다가 때 아닌 구설에 휘말렸다. 논란의 주인공은 미모와 진행실력을 겸비한 CCTV 아나운서 어우양 샤단(35). 적지 않은 방송경력을 자랑하는 샤단은 깔끔한 진행과 뛰어난 전달력으로 스타 아나운서로 활약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최근 진행된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샤단 아나운서가 검은색 재킷에 흰색 이너웨어를 입은 의상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평범한 스타일로 문제될 게 없어 보였지만, 흰색 이너웨어가 너무 얇은 소재여서 검은색 속옷이 그대로 비치는 것이 화근이 됐다. 방송 직후 일부 시청자들은 “속옷 색깔이 적나라하게 비치는 의상은 아나운서의 복장으로는 부적절했다.”고 항의했다. 방송 당시의 모습이 인터넷에서 퍼지자 더욱 비난여론은 거세졌다. 의상이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반대의 시각도 있었다. 아나운서로서의 품위에 손상이 갈 정도의 지나친 노출이 아니었을 뿐 더러 샤단 아나운서의 의상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시스루룩에 불과했다는 것. 오히려 젊은 네티즌들은 “아나운서의 패션감각이 멋지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아나운서 의상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2년 전에도 CCTV의 간판 아나운서 리즈멍이 오후 뉴스프로그램에서 속옷이 살짝 비치는 ‘시스루룩’을 선보였다가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또 지난해에는 아예 아나운서들의 파격적인 의상때문에 ‘요철 게이트’란 신조어까지 생기기도 했다. 요철 게이트는 ‘방송 때문에 이른 시간에 출근하다가 속옷을 깜빡했다’라는 뜻. 기상캐스터 청루와 아나운서 투징웨이가 각각 일기예보 프로그램과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듯한 몸에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진행하다가 논란이 된 일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구하라, 등라인 + 브래지어 아찔 노출

    구하라, 등라인 + 브래지어 아찔 노출

    걸그룹 카라 멤버 구하라가 21살 생일을 맞아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화보를 촬영했다. 구하라는 생일을 맞기 하루 전인 1월 12일 영패션 매거진 ‘보그 걸’ 2월호 촬영을 진행했다. 1년 만에 화보 모델로 나선 구하라는 아찔한 등 라인과 함께 속옷을 살짝 노출해 여린 소녀의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화보 촬영 측은 “구하라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짙은 블랙 아이라인과 두꺼운 속눈썹을 걷어내고,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을 드러냈다”며 차별성을 전했다. 화보의 콘셉트에 대해서는 “60년대 활동했던 프랑스 여배우들의 느낌을 2011년 식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구하라는 제인 버킨처럼 내추럴하고 청순한 모습과 브리짓 바르도의 성숙하고 요염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제인 버킨처럼 거의 화장기 없는 투명한 피부 톤을 강조하기 위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피부 톤을 맞추기 위한 파운데이션만 살짝 발랐을 뿐 아이 메이크업은 물론 볼터치까지 과감하게 생략했다. 헤어도 눈썹 위까지 앞머리만 연결했을 뿐 자연스러운 생머리로 연출했다. 촬영 측은 “강한 메이크업이나 헤어 스타일링 없이도 전혀 모자람 없이 예쁜데다, 모델보다 더 엣지있고 강렬한 표정과 눈빛을 보여주어 현장에서는 스탭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을 전했다. 이번 화보에는 구하라가 좋아하는 패션과 뷰티 스타일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사진 = 보그걸 2월호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훈남 사세요”…길거리 한복판 속옷女 화제

    지난 20일 오후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대로변에 기이한 차림의 여성이 등장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커다란 팻말을 손에 쥔 이 여성은 비키니도 아닌 진짜 ‘속옷’을 입고 거리에 나섰다. 선전시 푸톈취의 대로변에 등장한 이 여성 옆에는 의사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앉아있다. 여성은 “국보급 신경정신과 의사이며 연봉이 수천 위안에 달한다. 사실 분?” 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 의사는 여성 옆에 앉아 무언의 미소를 지은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아 더욱 의아함을 자아냈다. 현지 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올해 58세의 실제 정신과 의사이며,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싶은 욕심에 이 같은 이벤트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길거리에서 이 광경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붉은 속옷의 여성이 20여 분 정도 의사와 함께 이벤트를 연 뒤 옷을 입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면서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비키니가 아닌 분명 속옷이었다.”고 증언했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산둥성의 한 네티즌은 “의사가 먼저 정신과 상담을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속옷을 비키니처럼 입고 나온 여자는 처음”이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얼마나 크기에”…역대최대 ‘L컵 브라’ 등장

    “얼마나 크기에”…역대최대 ‘L컵 브라’ 등장

    역대 속옷시장에 나온 것 중 가장 큰 사이즈인 L컵 브래지어가 영국에서 등장했다. 영국의 속옷 브랜드 브라비시모(Bravissimo)가 몸매로 치면 슈퍼사이즈에 해당하는 여성들을 위한 L컵 브래지어를 새롭게 내놨다고 데일리메일이 최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 여성 40%의 가슴사이즈가 D컵 혹은 그 이상으로 조사됐지만 역대 영국 브래지어 시장에 L컵은 없었다. 2년 전 K컵보다 한 단계 위인 KK컵을 시판해 좋은 반응을 얻은 브라비시모는 “이번에는 KK컵이 작아서 다소 불편해 했던 여성들을 위해서 L컵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L컵 브래지어의 수요층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큰 가슴으로 맞지 않는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착용했던 여성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브라비시모는 덧붙였다. 실제로 큰 가슴을 가져 고민이었던 소비자 리사 워커(42)는 “KK컵을 착용하다가 L컵을 사용하니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한 느낌이고 몸매 보정 효과도 더욱 뛰어난 것 같다.”고 착용 후기를 밝히기도 했다. 핑크, 누드베이지, 블랙 등 다양한 색상으로 나온 L컵 브래지어의 사이즈는 무려 28인치로, 성인 여성들의 허리둘레에 해당하는 초대형이다. 사진=리사 워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깔깔깔]

    ●사오정의 잔꾀 사오정이 자신의 차 한쪽은 파랗게 그리고 다른 쪽은 빨갛게 칠했다. 그것을 보고 친구가 물었다. “아니, 왜 이렇게 짝짝이로 칠한 거니?” 그러자 사오정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그래야~사고가 나도 목격자들이 서로 딴 소리를 할 거 아냐.” ●당신의 팬티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속옷가게에 갔다. 손오공:아줌마! 팬티 7장 주세요. 매일매일 갈아입을 거예요. 저팔계:아줌마! 저는 3장 주세요. 이틀에 한 번씩 갈아입을 거예요. 사오정:아줌마! 저는… 4장 주세요. 아줌마:아니, 왜 하필 4장이냐? 그러자 사오정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한 번씩 갈아입게요.”
  • “춘절 기차표 내놔”…역장실 속옷난동 포착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설날) 연휴기간 인구 대이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향행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남성이 역장실에 뛰어 들어가 나체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 시나닷컴에 따르면 저장성 진화 시에서 일하는 천 웨이웨이(32)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고향 행 기차표가 모두 매진됐다는 소리에 격분해 역장실에서 강하게 항의하다가 공안 당국에 체포될 뻔 했다. 천은 판매 창구가 열기 전날부터 추위 속에서 14시간을 꼬박 기다렸는데도 그의 고향인 허난성 상추시로 가는 춘절 기차표를 구하지 못했다. 고향을 갈 수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난 그는 곧장 역장실로 뛰어 들어가서 옷가지를 하나씩 벗어던지고 팬티바람으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천은 “얼마 전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고향에 가지 못해서 아들을 보지 못하게 생겼다. 이렇게 오랫동안 표를 사려고 기다렸는데 사지 못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루 1회 운행하는 귀향길 열차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는 말이었다. 공공장소 음란혐의로 공안에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 나서야 천은 옷가지를 챙겨 쓸쓸히 돌아와야만 했다. 문을 나서면서 천은 “기차가 아니라도 어떻게라도 반드시 고향에 가겠다.”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올해 연휴기간 동안 여객량이 지난해에 비해 11.6%가 늘어난 28억 5000만 명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광저우, 상하이, 충칭, 청두 등 주요도시 역에서는 열차표를 사기 위해 몰려든 농민공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마네킹으로 대신 줄을 서는 등 이색적인 모습도 눈에 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신한류(韓流)에 한류(寒流)

    신한류(韓流)에 한류(寒流)

    케이팝(K-pop)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新)한류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일본에서 신한류 주역인 걸 그룹을 폄훼하는 만화가 버젓이 유통되는가 하면 타이완에서는 한국 드라마 방영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한국 걸 그룹의 성 상납을 묘사한 ‘K-POP 붐 날조설 추적’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만화에는 걸 그룹 소녀시대의 무대의상을 입고 속옷을 노출하거나 카라를 연상시키는 여성들이 옷을 입지 않은 채 엉덩이춤을 추는 장면 등이 포함돼 있다. 작가가 취재를 바탕으로 각색했다고 밝힌 이 만화는 전직 아이돌 출신인 한국인 호스티스가 한국 아이돌의 실상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국 걸 그룹들이 성 상납을 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한해 1조 6000억엔(약 20조여원)을 투자해 한류를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소녀시대와 카라 소속사는 13일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카라 소속사인 DSP미디어 측은 “만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 걸 그룹들을 지극히 선정적이고 악의적인 내용들로 표현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므로 사태를 파악한 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녀시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 “일본 측 변호사와 논의한 뒤 강력 대응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앞서 타이완 국회의원들은 지난 11일 한국 드라마 등 외국 프로그램의 타이완 TV 방영 비중을 40%에서 20%로 제한하는 내용의 ‘유선 라디오 TV법’ 개정안을 입법원(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스타 양수쥔 선수가 실격패한 사건으로 타이완에서는 반한(反韓) 감정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LA타임스는 한국에서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어린 소녀들이 ‘노예계약’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획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신한류에 대한 반발 및 견제 심리가 이 같은 현상을 낳은 것 같다.”면서 “문화 흐름이 강제로 막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류 콘텐츠도 지나치게 한국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다른 나라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진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류 붐이 이미 상당히 뿌리내린 만큼 타이완이 법 개정을 하더라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더라도 현지 정서에 맞는 콘텐츠 개발, 합작 프로젝트 시도 등 반한 감정에 적극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주·김정은기자 erin@seoul.co.kr
  • 미국판 ‘보온병 폭탄’ 논란?

     미국 정부가 항공사들에 알카에다가 보온병을 이용한 폭탄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미 연방교통안전청(TSA)이 지난해 말 민간항공사들에 알카에다의 폭탄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존 피스톨 TSA 청장은 이날 미국 법률·국가안보 변호사협회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지난해 하순 유럽내 소포폭탄 사건을 일으켰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보온병과 같은 단열 처리된 음료수 용기 안에 폭발물질을 담아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는 첩보를 지난달 23일 입수했다.”고 밝혔다. 항공사들에 대한 경고는 다음날인 24일 이뤄졌다.  피스톨 청장은 “AQAP가 보온병 안에 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TATP)라는 폭발물질을 담아 기내 또는 화물칸에 놓는 방식으로 공격할 것”이라는 첩보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이런 보온병 폭탄이 실제로 어떻게 폭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TATP는 2009년 성탄절, 속옷에 폭탄을 숨기고 디트로이트행 여객기에 탑승했던 나이지리아 출신 테러 기도범이 사용했던 폭발물질로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발사건과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사건 등을 통해 위력이 입증된 바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바지-치마 벗어버리자” 라틴 뜨거운 열기

    9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의 메트로폴리탄 전철. 바지와 치마 차림의 남녀가 떼지어 아우디토리오 역으로 밀려 들어갔다. 역에서 10명 단위로 그룹을 지어 분산된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처럼 전철에 올라탔다. 전철이 속도를 내자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바지와 치마를 벗어던졌다. 매년 1월9일 열리고 있는 ‘바지 안 입는 날’ 이벤트가 멕시코에서 뜨거운 호응 속에 열렸다. 민간단체 ‘임프로브 에브리웨어’가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주자는 취지로 매년 열고 있는 이 이벤트는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올해는 뉴욕 등 50개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각각 현지 시간에 맞춰 이벤트가 열렸다. 정렬의 나라 멕시코에선 참여 열기가 유난히 뜨거웠다. 플래시무브 멕시코라는 현지 단체가 접수한 참가자 신청에는 1200명이 이름을 써냈다. 이 중 실제로 바지·치마 벗기에 참여한 사람은 500명 정도. 여자와 남자의 비율은 엇비슷했다. 멕시코시티에선 남자 300여 명, 여자 200여 명이 행사에 참가했다. 훌러덩 훌러덩 바지와 치마를 벗어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승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한 여성참가자는 “처음에 약간 불편한 듯한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도 10명이 떼지어 옷을 벗자 웃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걱정됐던 ‘누드사고’는 다행히 나지 않았다. 플래시무브 멕시코의 관계자는 “(노출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 속옷까지 벗어버리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절대 누드가 되면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준 탓인지 사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플래시무브 멕시코는 “스스로 즐겁고, 승객에게 웃음을 준다는 소기의 목적이 완벽하게 달성됐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얼음서 ‘죽음의 2시간’…中남성 ‘아이스맨’ 등극

    얼음이 가득한 상자에서 무려 2시간을 버틴 중국의 50대 남성이 세계 최고의 아이스맨으로 거듭났다. 중국 후난성 장자제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졌다. ‘얼음에서 오래 버티기’ 세계 기네스 기록 보유자 천 케카이(51)와 도전장을 내민 진 송하이(54)가 속옷 차림으로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을 펼친 것. 이색적인 세계 기록을 건 대결인 만큼 관심도 뜨거웠다. 시민 수백 명이 얼음이 가득한 수족관 2개를 둘러쌌으며 내외신 취재진들도 이들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비장한 표정의 두 사람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추위를 버텼다. 천 케카이는 종전 기록을 10분이나 경신하며 분발했으나 2시간이 가까워오자 조금씩 눈이 풀리며 추위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느려지자 천 케카이는 결국 118분이 되자 도전을 포기했다. 마침내 도전자인 진 성하오가 2시간 기록을 채운 끝에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지친 기색 없이 얼음 수족관에서 나온 뒤에도 그는 속옷차림으로 서예 시범을 하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세계 기네스협회 측은 진 송하이의 이날 도전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있으며,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시 그를 올해 세계 기네스 협회에 등재시키기로 했다. 아깝게 챔피언 자리를 놓친 천 케카이는 이미 눈밭에서 맨발로 하프마라톤을 가장 빨리 뛴 이색 기록을 보유한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속옷만 입고오면 옷 공짜!”…의류업체 대박

    “벗고 와서 입고가세요.” 유럽의 한 유명 의류업체가 하루 동안 옷을 입지 않고 점포를 찾은 고객들에게는 옷을 공짜로 주는 이색적인 행사를 열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스페인 의류 브랜드 데씨구엘 (Desigual)의 마드리드 점은 지난 2일(현지시간) “벗고 와서 입고가세요.”(Come in undressed and go out dressed)란 이색적인 구호 아래에서 속옷만 입고 온 고객들에게는 공짜로 옷을 나눠줬다. 이날 눈이 내리는 등 추위가 굉장했지만 수영복이나 속옷만 입은 남녀 200여 명이 개장 전부터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열기와 관심이 뜨거웠다. 이날 들어온 고객들은 상의와 하의 각각 한 벌씩 공짜로 얻어갈 수 있었다. 약 200파운드(35만원)어치 옷을 얻은 페드로 소아레스와 이반 실바는 “좋은 물건을 고르려고 새벽 1시부터 8시간을 기다렸는데 충분히 그런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데씨구엘 측 대변인 비트리즈 알메이다는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되는 이색적인 마케팅과 세일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만족해 했다. 1984년 스위스에서 처음 문을 연 데씨구엘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두고 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ㆍ영국 등 유럽 전역에 매장이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글로벌 경기 회복? 중국發 전쟁?… 뭘 모르는 소리!”

    “글로벌 경기 회복? 중국發 전쟁?… 뭘 모르는 소리!”

    ‘글로벌 경기침체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고 세계 경제는 성장을 멈출 것이다.’ 전통적 관념을 무작정 믿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때때로 위험하다. 특히 요즘 같은 ‘혼돈의 시대’에는 막연한 통념 탓에 세상을 바로 읽지 못하는 일이 잦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발행한 1·2월호 특집 기사를 통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통념들’을 정리해 전했다. 포린폴리시는 특히 세계 경제의 성장에 대한 지나친 희망가나 중국 성장에 대한 서구사회의 막연한 두려움은 낡고 순진한 생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 곧 회복될 것이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을 적당히 손질해 경기 회복을 꾀하는 다양한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적 표준이 된 ‘자본주의 세계체제’ 시스템은 이미 ‘유통기한’을 다해 평형이 심각하게 깨졌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주의 질서가 심화하면서 인건비나 복지비용 등은 끝 모르게 치솟는 반면 이 비용을 대기 위해 세금을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월러스틴 교수는 향후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국가부채라는 마지막 ‘거품’이 터져 자본주의 세계체제는 최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성장은 계속될 수 있다? 캐나다의 미래학자 토머스 호머 딕슨은 “지속적 경제 발전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과 자원 고갈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이번 세기에 세계 경제의 성장이 멈추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을 때 국제사회가 허둥지둥한 데에서 볼 수 있듯 자원의 부족은 이미 여러 산업분야에서 나타나고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경제성장을 붙잡아 세울 만큼 치명적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전쟁 일어난다? 독일의 부흥에 대한 영국 내 공포가 확산되면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것처럼 새 ‘슈퍼파워’(중국)의 부상이 전운을 몰고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억측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19세기 말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패권을 평화적으로 거둬들인 것처럼 중국과 미국은 큰 틀에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중 양국은 국제금융시장 안전과 사이버 범죄 등 국제 난제 대응에 있어 협력을 통해 그동안 많은 것을 얻었다. ●중국은 곧 미국을 압도한다? 대니얼 드레즈너 미 터프츠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곧 뛰어넘을 것이라는 통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쇠퇴했고 중국은 크게 성장했으나 양국 간 격차가 수년 안에 좁혀지기에는 워낙 크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유엔 인간개발지수에서 89위에 머무는 등 절대 강자가 되기에는 모자란 면이 많다. ●보안 강화로 더 안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앤 애플바움은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의 보안조치 강화는 무용지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교통안전청이 테러 음모를 막기 위해 공항 보안검색장비를 새로 들여놓았으나 수차례 보안망이 뚫렸다. 심지어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속옷에 폭탄을 숨겨 디트로이트행 비행기를 폭파시키려던 범인이 승객의 제보로 검거된 사건에서 보듯 테러 차단에 있어서 일반인의 노력이 더욱 빛났다. 애플바움은 “9·11테러가 미국 사회에 준 교훈은 더 많은 돈을 들여 안보망을 강화하라는 것이 아니라 테러 관련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지 고민하라는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고령화엔 은퇴 연령 높여라? 제임스 갤브레이스 미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근로자들을 더 오래 일하게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정년 연장에 따라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면 은퇴를 늦출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혜택이 줄어든다. 또 장년층이 회사에 계속 남아 있게 되면 일자리 사정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씨스타, 노출사고 시끌… “너무 유연해도 문제”

    씨스타, 노출사고 시끌… “너무 유연해도 문제”

    걸그룹 씨스타가 무대에 열중하던 중 속옷이 노출되는 사고를 당했다. 씨스타는 지난 29일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SBS 가요대전’ 리허설에서 타이틀곡 ‘니까짓 게’ 무대에서 다리를 높이 차 올리는 안무를 선보였다. 이 중 블랙 핫팬츠 의상을 입은 멤버들의 흰색 속옷이 노출됐다. 이는 본 공연과 달리 리허설 무대 앞쪽에서 밀착된 촬영된 사진을 통해 ‘노출사고’로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걸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줄수 있는 민감한 노출사고에 대해 “검정 속옷을 입었으면 좋았을 걸”, “너무 유연한 것도 문제구나”, “코디가 문제” 등 관심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식으로 화제거리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두고 노출이라니”, “멤버들 역시 속상할 것 같다” 등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한 해를 마무리하는 ‘SBS 가요대전’에는 김건모, 김종서, 나르샤, 노라조, 다비치, 미스에이. 박진영, 박현빈. 백지영, 보아, 비스트. 샤이니, 세븐, 소녀시대, 손담비, 슈퍼주니어, 슈프림팀, 시크릿, 씨스타, 씨엔블루, 아이유, 애프터스쿨, 에프엑스, FT아일랜드, MBLAQ, 옴므, 유키스, 장윤정, 정인, 제국의 아이들, GD&TOP, 카라, 타이거JK, 태진아, 2NE1, 2AM, 티아라, 틴탑, 포미닛, 홍진영, 휘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 = SBS ‘가요대전’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뉴스팀 기자 ntn@seoulntn.com
  • 등록금 대려 ‘입던 속옷’ 판매 여대생 덜미

    등록금 대려 ‘입던 속옷’ 판매 여대생 덜미

    자신이 입던 속옷을 인터넷으로 팔다던 싱가포르의 한 여대생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올해 19세인 이 여성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했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늘어놓아 주위를 더욱 놀라게 했다. 말레이시아 신문 신추일(星洲日)에 따르면 펠리시아(Felicia)라고 알려진 이 여대생은 자신이 입던 속옷을 인터넷에서 한 벌 당 45싱가포르 달러(4만원)에 남성들에게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최소 12시간 동안 직접 입은 속옷만 판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속옷을 팔기 시작했다. 문의가 200건 넘게 쇄도하는 등 반응이 뜨거워지자 이 여성은 아예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입던 속옷을 물품 등록해 사업을 확장했으며 단골 고객에게는 속옷을 착용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덤으로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배송된 상품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남성에게는 환불이나 교환을 해주고 팬티 두 개를 살 경우 하나를 보너스로 넣어주는 등 나름의 마케팅을 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줬다. 이 여성은 “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돼 인터넷으로 속옷을 팔기 시작했다.”면서 “돈을 벌어서 비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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