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세우자/양수길 교통개발연구원장(서울광장)
문민정부의 출범 이후 그 이전에 저질러져 왔던 각종 부정과 비리가 끊임없이 불거져나오고 있다.그 건수가 하도 많아 무슨 내용의 부정과 무슨 내용의 비리들이었는지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정도다.또 심지어는 새로운 부정과 새로운 비리가 언론에 보도되어도 이제는 웬만한 것으로는 놀라움이나 비분을 느낄 수 없게까지 되었다.경제학의 이른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유사한 한계충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우리는 충격중독증에 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매일 아침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방금 배달된 신문을 들추어보는 일이 되었고 특히 오늘은 또 어떠한 충격적인 부정비리의 폭로가 보도되었는가 하고 찾아보게 된다.오늘도 누가 무슨일로 얼마나 먹었는가 하는 기사를 찾는 것이다.그러다가 이러한 기사가 없으면 웬일인지 허전하고 싱겁다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은 한두 시민의 경우가 아닐 것이다.이것은 각종 부정과 비리에 접하게 되는 충격속에서도 그 이야기의 추적과정에서 흥미진진함이 없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중독증에는 하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충격과 흥미를 기대하는 속에서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가 나타내는 큰 문제점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숲이라고 하는 전체적인 모습을 못보게 되는 위험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스캔들로 절정에 달하고 있는 과거의 각종 부정과 비리에 담겨있는 큰 문제점은 지난 30여년간에 걸친 고속경제성장의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의 신흥공업경제를 건설하였을 뿐 아니라 이와 동시에 세계적으로 손꼽힐만큼 크나큰 부패왕국을 구축해 왔다는 사실이다.우리는 이점을 통감하고 이에대한 대책을 추진해나가야 하는 것이다.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물론 우선적으로 부정과 비리를 법에 따라 징벌하지 않을 수 없다.그리 함으로서 부정과 비리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여기에서 그쳐도 안된다.모든 국민이 좀더 통렬한 반성을 하고 좀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거에 저질러졌던 부정과 비리는 단지 몇사람의 문제로서 그치는 것은 아닌 것이다.실로 우리는 「부패왕국」이라는 표현이 큰 과장이 아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거의 모두가 부정과 비리를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로 삼아왔으며 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그 정도와 규모에서만의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우리 모두가 냉엄하게 반성해보지 않을 수 없다.부정과 비리의 근원은 준법정신의 부재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따라서 부정과 비리의 근본적인 척결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준법정신을 점검하고 확립해야 한다.
우리들의 준법정신은 몇점에나 이를까.일상생활에서 우리들은 그리고 우리들의 후세들은 얼마나 법과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가.탈세,인사부정,징병기피,크고 작은 뇌물의 수수등 이 모든것이 지난 수십년간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일상화해 있지 않았던가.심지어 우리는 택시정류장,동사무소창구,은행카운터 등에서 줄서는 일을 매우 쑥스러운 일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도로를 내다보자.수많은 차량중에서 몇%나 차선,교통신호,횡단보도앞 정지,교차로진입 자제,속도제한 등의 교통규칙을 의식하고 운전하고 있을까.그리고 이와 같은 교통규칙위반을 단속하는 경관에게 순응하는 운전자가 과연 몇사람이나 될까.
우리 자신의 준법정신을 점검해 보면 우리 국민 대다수가 크나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바로 이와 같은 준법정신의 결여가 크고 작은 비리를 가져오고 또 크고 작은 뇌물의 수수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우리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부패왕국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이땅에 준법정신을 확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부정과 비리의 징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에 있어서 준법정신의 기초가 되는 크고 작은 각종 질서를 지키는 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질서의 창달운동은 모든질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줄서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유치원아동에서부터 80세의 노시민에 이르기까지 줄을 제대로 설 줄 알게 하기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해 보자.택시정거장에서,동사무소창구에서,은행카운터에서,어디에서나 사람이 몰리는 곳이면 스스로 줄을 만들어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게 하자.질서에의 순응이 바로 법과 규정을 지키는 의식의 창출을 가져오고 이같은 준법정신의 창출이야말로 부정과 비리를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