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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이젠 법안” 野 “용산불씨 살려라”

    ■ 김석기 내정자 사퇴이후 정국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용산 참사의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야간 제2라운드에 돌입한 양상이다. 정국 전환에 대한 기대치부터 다르다. 한나라당은 김 내정자의 사퇴를 계기로 2월 국회에서 쟁점법안의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입법 전선을 앞당기려는 의도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용산 국회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 내정자의 사퇴로 이번 파문을 마무리짓고 쟁점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2년차의 발판을 국회에서 완결짓겠다는 다짐이 엿보인다. 김 내정자의 사퇴를 ‘용단’이라고 치켜세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는 자신은 물론 경찰의 명예를 지켜준 아주 적절한 처신”이라고 말했다. 조윤선 대변인도 논평에서 “사임은 안타깝지만 인명사고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로 한 용단”이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아울러 야당의 특검 요구를 거부하면서 ‘일하는 국회’를 내세워 민주당을 압박했다. 야당과의 협상보다 법안 관철을 위한 단독 질주를 선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의가 안 되면 한나라당 의원끼리라도 법안을 심의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민주당은 김 내정자의 사퇴를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야당의 공세를 무력화하려는 수단’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원내 의석 수가 특검법 등의 처리에 훨씬 모자라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현실적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국회 안팎에서 총력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권이 진작에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 결정을 내리고도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김 내정자를 바람막이로 이용했다.”고 지적한 뒤 “앞으로 국회에서 싸우고 또 거리에서 싸우면서 총력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김 내정자의 사퇴는) 권력 내부관리에 중점을 둔 수순”이라고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은 용산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11일 본회의 긴급현안질문과 13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은 물론 상임위 곳곳에서 용산 참사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구혜영 주현진기자 koohy@seoul.co.kr
  • [정책진단] 재정 조기집행 미흡 왜

    [정책진단] 재정 조기집행 미흡 왜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자화자찬’식 예산 조기집행 실적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재정 조기집행 실적은 지난 4일 현재 20조 3246억원으로, 올해 전체 지방예산 225조원의 9%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집행률이 5.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전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경기 활성화에 직결되는 사업은 대부분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와 연계돼 추진되는데 실제 중앙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정부정책과 국민생활의 ‘접점’을 형성하는 것은 지자체이다. 지방공기업과 기금예산까지 포함하면 전체 국가재정의 79%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 하지만 전체 세수에서 지방세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처럼 쓸 데는 많지만 지방세 등 수입은 적은 탓에 재정자립도가 지난해 기준 평균 53.9%에 그치고 있다. 결국 지출하는 돈의 절반만 스스로 확보할 수 있으며, 나머지 절반을 추가로 얻으려면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대표적인 돈이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이다. 이 중 국고보조금은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SOC 확충, 지역개발사업 추진, 사회·복지 분야 투자 등에 활용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고보조금이 없으면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국고보조금사업은 지자체가 일정한 지방비를 의무 분담하는 ‘매칭펀드’ 방식이다. 때문에 국고보조금이 지원돼도 자체 예산이 없다면 사업 추진은 난항을 겪게 된다. 이 경우 지방교부세가 지자체 재정 운용의 ‘숨통’ 역할을 한다. 쓸 곳이 정해진 국고보조금과 달리 지방교부세는 해당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산 조기집행이 성과를 발휘하려면 지자체가 돈을 풀어야 하고, 제때 돈을 풀려면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가 원활하게 지원돼야 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4일 현재 보통·분권교부세 집행액은 전체 25조 4253억원의 14%인 3조 6000억원가량이다. 행안부는 집행 규모가 예년에 비해 보름 정도 앞당겨졌다는 설명이지만, 정부의 ‘속도전’에 비춰볼 때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부처별로 지자체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은 89조 5234억원이다. 하지만 국고보조금 집행현황에 대한 별도의 실태파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빨리 보내야 예산 조기집행의 효과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금이 잘 걷혀야 하는데, 경제위기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경제수석실 ‘윤진식의 힘’

    청와대 윤진식 경제수석이 지난달 20일 부임한 이후 경제수석실이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까지 읽어낼 줄 아는 몇명 안 되는 인사 중 한 명인 윤 수석이 부임함으로써 경제수석실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윤 수석은 2007년 대통령선거 캠프에 합류한 이래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해 왔다. 실제로 윤 수석의 건의와 아이디어가 즉각 실행된다는 점에서 경제수석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청와대 지하별관(지하벙커)에서 갖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최근 청와대 밖에서 한 것도 현장을 중시하는 윤 수석의 건의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지식경제부가 입주해 있는 과천 정부청사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5일 경기 안양시에 있는 보건복지종합상담센터인 129콜센터에서 회의를 가졌다. 경제수석실에도 윤 수석의 ‘현장중시’ 철학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경제수석실 소속 비서관과 행정관들은 책상에 앉아 있기보다는 현장에 나가 중소기업들의 대출 애로 사항을 듣는 등 업무에 관계되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는 속도전도 실행되고 있다. 수석실 내 회의가 짧아지고 논의 결과가 이뤄지면 바로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지정됐다는 이유로 경영상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점도 경제수석실이 기업들의 애로 해소 차원에서 3일 만에 결정해 보고한 내용이다. 윤 수석은 지난달 20일 임명장 수여식이 끝나자마자 청와대 본관 충무실을 빠져 나와 서별관에서 도시락 오찬을 함께 하며 경제금융대책회의를 주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수석은 국정 홍보에도 분주하다. 그는 최근 연이틀 언론브리핑을 자처, 수출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정부주도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등 국정홍보에도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 수석실 소속원들도 항시 여론을 주시하며 적재적소에 활용할 논리개발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윤 수석은 6일 “언론브리핑을 준비하다 보면 업무를 좀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일에 대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올바른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서울광장] 전설의 섬 ‘명박도(島)’ 감상법 ”월 200만원으로 황제처럼 삽니다” ’하루 50만원 위약금’이 용산참사 화근 외통위 박차고 나간 ‘대통령 형님’ 이상득 의원 성형수술 사망 딸 어머니 성형권유 죄책감에 자살
  • 민생 뒷전 정략만… 여의도 역주행

    민생 뒷전 정략만… 여의도 역주행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도 여의도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용산 참사와 경제 난국에 서민이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각 정파의 이해관계와 정략적 계산에만 매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 세력이 ‘그들만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고, 여야 중진들은 개인의 정치적 거취만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고,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치권 본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 지도부급 인사들은 텃밭을 차지하는 데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엄중한 시기에 개인의 활로만 모색하고, 민생 현안에 대처하기도 부족한 당력을 분산시킨다는 비판이 높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당선이 용이한 경남 양산에 눈길을 주고 있다. 당내에선 18대 총선에서 낙천한 마당에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하려는 게 “일관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박 대표가 원내에 진입해 당의 구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 자체가 여권내 권력 지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 여론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도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전주 덕진 복귀설로 시끄럽다. 한 재선의원은 4일 “중량감 있는 인사가 당에 들어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이 새로운 비전 없이 패자부활전에 나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대표와의 당내 역학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대표나 정 전 장관 모두 원내 입성을 위한 이해타산에 기울어 있다는 지적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에 책임을 져야 할 한나라당은 친이·친박 진영 간의 해묵은 계파갈등에 당력을 소진하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오찬회동 직후 친박 진영의 김무성 의원이 “2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건전한 비주류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친박 내부의 ‘여의포럼’과 ‘선진사회포럼’ 등 친목모임이 통합적으로 만나자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 진영의 안국포럼 출신 인사들도 최근 회동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역할을 하자.”는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3월 귀국을 앞두고 차기 당 대표 경선과 당내 주도권 장악을 둘러싼 계파 싸움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권은 국정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속도전을 재촉하고 있고, 야권은 현 정부의 실정 속에서도 대안세력이 되지 못한 채 사회적 흐름과 유리되고 있다는 것이 안팎의 시선이다. 이를 두고 전남대 조정관 교수는 “기본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정당이나 정파에 소속되기 이전에 국민을 대표한다는 의원의 사명을 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월 임시국회가 개막됐지만 입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교집합을 찾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실업대책과 경제 회생책을 놓고 합심하기보다 정쟁으로 일관하고 있다. 본격적인 대치에 앞서 명분잡기를 위한 기싸움에 열중하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는 “여야 모두 상대를 제압하기 어려운 상태로 흐르고 있다.”면서 “사회가 정치권에 요구하는 사안과 당파적 이익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정치 불신만 점점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구혜영 김지훈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쟁점 법안 여권 내부부터 재조율 하라

    어제 시작된 2월 임시국회의 전망이 밝지 못하다. 한나라당이 쟁점 법안을 다수결 원칙에 의해 처리할 것을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이번 국회를 ‘MB악법 저지의 장’으로 규정하고 총력 저항태세를 갖추고 있다. 거기에 ‘용산 참사’라는 논쟁거리가 더해졌으니 임시국회가 제대로 굴러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욱 한심한 것은 쟁점 현안에 대한 여권 내 시각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여당 내에 강행 처리를 주도하는 세력과 이를 수수방관하는 세력이 혼재해 있고, 야당은 다시 극력 저지에 나선다면 지난 연말연초의 국회 혼란상이 그대로 재연될 뿐이다.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중진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회동을 가졌지만 내부 조율을 이루기엔 미흡했다. 이 대통령은 당·청간 소통과 화합, 무한책임의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는 “쟁점 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속도전을 앞세워 현안의 조기 처리를 바라는 청와대·여당의 핵심부와 다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일정 세력을 이끌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런 식이라면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지리멸렬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여권은 쟁점 현안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언론관련법 등 여당 안에서도 신중론이 나오는 안건은 처리를 뒤로 미루는 게 낫다. 이번 국회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한다는 목표 아래 그와 연관된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용산 참사 재발방지 및 재개발개선 대책을 논의하되 정치공방으로 흘러 경제 살리기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여야가 4월 재·보선을 의식해 상대 공격에만 몰두한다면 오히려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또다시 강행처리·몸싸움과 점거·폭력 사태가 벌어지면 국민들이 국회 해산을 요구하리라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
  • [서울광장] ‘제4이동통신’ 나와야 한다/조명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제4이동통신’ 나와야 한다/조명환 논설위원

    통신업계가 시끌시끌하다. KT·KTF의 합병 때문이다. KT의 이석채 사장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자 SK텔레콤은 공개 반대로 나오고 있다. KT그룹의 유무선 독점으로 경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여론전을 넘어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며 혼탁해지고 있다. 급기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통신 3그룹 대표들과 모임을 갖고 분위기 가라앉히기에 나섰다. 방송통신위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경쟁정책 주무부서인 공정위의 의견도 수렴하겠지만 합병이 시장에 미칠 다각적인 영향이 관건이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017)을 인수한 전례 등에 비춰 보면 합병인가 ‘조건’을 둘러싼 줄다리기로 보인다. 통신망 시설 사용이 초점이다. 전문가들도 입을 꾹 다문다.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도 경쟁이 가능해야 한다는 명분만은 한결같다. 시장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통신비가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인수위 시절 통신비 20% 인하를 섣불리 거론했다가 통신업체들의 반발로 물러선 정부로서는 구겨진 체면을 살릴 기회다. 경제가 어려워져 국민들도 요금인하를 반기게 마련이다. 지난해 말 이동통신 가입자는 4560만명이다. 국민 10명 중 9.3명꼴이다.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통신비 비중은 7.4%다. 월평균 14만원선이다. 이동통신비가 66%를 넘는다. 이동통신요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8배이고 미국의 3배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이통 3사는 점유율 50%가 넘는 1위 사업자의 요금인가제를 보호막 삼아 왔다. 고작 내놓은 게 이것저것 묶은 결합상품이었다. 끼워팔기나 다름없다. 차상위 계층까지 요금 감면이 확대됐으나 일반이 느끼는 체감인하 효과는 없다시피 하다. 이동전화가 사실상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잡은 사정을 감안하면 휴대전화 요금은 더 내려야 한다. 새로운 투자 등을 내세우며 강압적인 인하에 반대한다면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 합병과 관련해 내세우는 경쟁을 요금규제에도 잘 접목해야 할 때다. 그래서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에 기대를 건다. 기존 이동통신사의 시설을 빌려 재판매하는 도매 사업자를 말한다. 그렇게 되면 ‘제4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제법 덩치가 큰 업체만 15곳이 넘는다. 문제는 각론이다.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망 임대 가격을 기존 사업자와 임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이동통신업체들이 자기 손에 쥐어진 이익을 쉽게 내놓으려 할까. 정부의 규제정책이 거대 통신업체들의 입김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일본도 지난해 똑같은 제도를 도입하면서 NTT도코모와 신규 사업자가 극한 대치양상을 빚었다. 결국 총무청장관이 재정(裁定)신청을 내면서 수습됐다. 핀란드와 덴마크의 이동전화 요금이 낮은 것도 이런 제도 덕이다. MVNO 사업자에 대한 망 임대 문제도 KT·KTF 합병 문제와 같은 경쟁 적정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MVNO 사업자들은 설비 등 2조원 이상의 투자와 3만개의 일자리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보안, 금융, 교통, 행정 분야와의 결합을 통한 IT 융복합도 기대된다. 요금도 낮추고 일자리도 생긴다는 제4이동통신의 출범을 기대해 본다.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 與 경제입법 속도전에 野 ‘저항선’

    ■ 한나라 ‘경제 국회’ 여권은 임시국회 개회일인 2일 청와대 오찬 회동을 시작으로 ‘경제 국회’를 강조하며 속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등 최고위원 및 중진 의원 20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회동을 갖고 “당·정이 진정 화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데 나부터 나서겠다.”며 쟁점법안 등의 원만한 처리를 위한 결속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금년 연말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 국민에게 희망의 싹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집권여당과 정부에 달려 있다.”면서 “그때는 우리가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친이·친박 세력 등으로 나뉘어 각종 현안을 놓고 내부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을 극복하고 경제살리기 법안 등의 차질없는 처리를 당부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경제적 장애물은 당·정이 힘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긍정의 힘’을 모을 때”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 대표는 “당헌에 ‘대통령은 당의 정강정책을 국정에 충실히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합심하고 노력하여 나라를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자. 모두 새 역사 창조의 주역이 되자.”고 화답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번 임시국회 기간 동안 중점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경제 국회’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번 임시국회는 경제살리기 입법과 당장 필요한 몇 가지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보더라도 ‘충분한 논의가 됐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개회 즉시 상임위 차원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등 끈질기고 특별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한나라당은 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전날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가진 것은 용산 참사를 정치쟁점화해 이번 국회를 ‘용산 국회’로 변질시키려는 의도라며 몰아붙였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가 되면 이제는 국회 해산론까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국민이 격앙되어 있다.”면서 “민주당이 좌파연대를 만들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민주당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종락 주현진기자 jrlee@seoul.co.kr ■ 민주당 ‘용산 국회’ 2월 임시국회 첫날인 2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여당을 고강도로 압박했다. 정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용산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특별검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있는 공직자의 즉각 파면도 촉구했다. 2월 국회를 ‘용산 국회’로 규정한 민주당의 의지를 거듭 확인한 셈이다. 특검 도입의 실현 가능성을 묻자 정 대표는 “국민의 전폭적 지지가 있을 때 의석을 초월하는 조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사에 대한 여론의 공분을 유지하면서, 대여(對與) 저항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아울러 정 대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당내 ‘경제위기 극복 및 일자리 창출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국회 내 ‘경제위기 극복 및 일자리 창출 특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정 대표는 이와 관련,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권이 이번 국회에서 감세정책과 기업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속도를 내려는 것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악화일로를 치닫는 남북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국가신용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즉각 6·15와 10·4 공동선언의 이행의지를 천명하고 비중있는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현 상황을 민주주의·경제·한반도 평화 등 3대 위기 국면이라고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2월 국회에 대응하는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차 입법대치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디어관련법의 경우 “학계와 언론계, 언론노조와 시민사회 등이 두루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는 “MB악법을 포기하고, 국회에서 손을 떼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4월 재·보궐 선거 출마설에 대해 정 대표는 “전북지역의 선거는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역민심과 국민여론을 충분히 살펴본 뒤 명망가를 낼지, 지역일꾼을 낼지, 참신한 인물을 낼지 결정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박근혜 “쟁점법안 국민이해 필요”

    박근혜 “쟁점법안 국민이해 필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8개월 만에 자리를 같이했다. 2일 청와대가 초청한 당 최고위원 및 중진 오찬에서였다. 한나라당의 대주주인 두 사람의 만남은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박 전 대표의 57번째 생일이기도 한 이날 이 대통령은 오찬장 옆 환담장에서 박 전 대표를 맞이하며 “오늘 또...(생일이라는데)”라면서 “마치 날짜를 맞춘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넸다. 환담장에 차려진 한과를 박 전 대표에게 직접 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찬장에서도 “오늘 박 전 대표 생신이라고 들었는데 아주 잘 됐다.”면서 “좋은 날 모두 오셨다. 생일 케이크는 없나.”라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다. 청와대는 두 개의 초가 꽂힌 생일 케이크를 준비했다. 참석자들은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고, 박 전 대표는 케이크를 잘랐다. 이 대통령이 “내 생일 때는 (참모들이) 이런 것도 안해 주더라.”면서 “왜 초가 두 개냐.”고 묻자, 한 비서진이 “20살처럼 젊게 사시라는 취지”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200살이라는 의미 아니냐.”고 농담을 건넸고, 이 대통령은 “200살까지 살라는 얘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 전 대표는 오찬을 마친 뒤 마무리 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생일 축하해줘 감사하다.”면서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여건이 어려워 고생 많았다.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를 살려 꼭 국민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여권이 속도전을 외치며 쟁점 법안을 서두르는 것에는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이 대통령과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참석자들이 오찬장을 떠날 때 오찬장 창가 쪽에 단둘이 서서 2분 남짓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함께 참석한 친박계 김무성 의원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잘 모르지만 회동의 주제가 통합이었으니 그런 내용 아니었겠느냐.”면서 “그동안 통합이 안된 게 사실 아니냐. 오늘 회동을 계기로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쟁점법안에 대해) 정부가 바라보는 것하고 국민과 야당이 보는 것에 차이가 있으니 그런 문제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갖고 뭐가 옳고 그른지 토론하고 검토해야 한다.”며 기존 소신을 거듭 확인했다. 이 대통령과의 냉각된 관계를 해소하기에는 이날 만남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용산참사, 與 “제도보완” 野 “책임추궁”

    용산참사, 與 “제도보완” 野 “책임추궁”

    2월 임시국회에는 용산 참사 진상규명, 미디어 관련법 등 중점법안 처리,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 등 굵직한 현안이 몰려 있다. 임시국회 개회를 하루 앞둔 1일 여야의 원내 사령탑인 한나라당 홍준표·민주당 원혜영·선진과 창조의 모임 문국현 원내대표로부터 쟁점 사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 봤다. ●용산참사 민주당은 이번 국회를 ‘용산 국회’로 규정, 정부·여당을 상대로 총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원 원내대표는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용산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집중 추궁하겠다.”면서 “진압작전을 지휘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물론 주무 장관이었던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자에 대해서는 오는 10일 인사청문회에서 용산참사 책임론과 국정원장 내정자로서의 자질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11일 긴급 현안질문에서는 용산 참사 당시 무리한 진압이 현 정부의 ‘속도전’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논리로 전방위 공세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을 ‘정치공세’라는 논리로 차단하며, 선(先) 진상규명과 제도 보완책에 방점을 찍는다는 전략이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슬픈 죽음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삼지 말고, 검찰 수사가 끝나면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보완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주장이었다.”고 선을 긋고, “먼저 진상조사를 하고 책임이 드러나면 문책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 원내대표는 “긴급 현안질문은 하루로는 부족할 수 있다.”면서 “이번 임시국회는 용산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쟁점법안 홍 원내대표는 최대 쟁점인 미디어법과 관련, “수십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법안인데 민주당이 ‘방송장악법’이라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방송 발전, 일자리 창출, 경제 발전을 위해 2월 쯤 미디어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못박았다.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가안”이라면서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되 이를 경기가 호전될 때까지 부칙에 한시적으로 규정하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6일 원내대표 합의문대로만 하면 본회의장 재점거 등 무력행사는 없을 것”이라면서 “미디어관련법에서는 공공성 보장이라는 공익적 관점이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대기업은 근무기간 2년 이상의 숙련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여건이 안 되는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촉진시키는 쪽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원내대표는 “미디어법은 국민 이해가 부족하고 여야 이견도 커 장시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흡수하는 기본 원칙 아래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청문회 홍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가 알아서 정리하고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 원내대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남북 관계를 발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인물인지 따지겠다.”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현인택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적격성을 철저히 따지겠다는 의미다. 문 원내대표는 윤·현 후보자 모두 한반도 번영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현진 오상도 김지훈기자 jhj@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술-한국의 술문화’ 내는 이상희 前장관

    [만나고 싶었습니다] ‘술-한국의 술문화’ 내는 이상희 前장관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활짝 핀 꽃은 이내 시들어버리니 그 모습은 허망할 뿐이다. 술을 마시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적당히 취했을 때 멈춰야지 흠뻑 취하면 추한 몰골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혹자는 이취(泥醉)의 주범으로 폭탄주를 지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폭탄주야말로 소통의 촉매라고 믿는 무리도 적지 않다. 시인 송종찬은 폭탄주에 사뭇 진지한 헌사를 바친다. “…위벽이 타는 폐허의 잿더미/너와 나의 경계를/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위벽을 태워야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 수 있을까. 알코올 소비량 세계 수위를 다투는 음주대국 대한민국. 이제 그 달갑잖은 명성을 걷어내야 한다.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진정한 음주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주말 서울 낙원동 선출판사에서 이상희(77) 전 내무부 장관을 만났다. 한국의 술문화를 훤히 꿰뚫고 있는 그는 새달 중 ‘술-한국의 술문화’라는 200자 원고지 8000여장 분량의 초대형 저서를 낼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한껏 부푼 표정이었다. ●폭탄주는 반문화의 전형 보물급 희귀본을 포함해 6만여권의 진적(珍籍)을 소장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장서가. 그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다. ‘술-한국의 술문화’는 바로 그런 독서의 내공과 자료의 힘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 백과전서 같은 저서를 통해 그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소학(小學)’을 통해 술 마시는 예절을 가르쳤습니다. 주례(酒禮)를 무엇보다 중시했지요. 그러나 전래의 고상한 술문화가 요즘 폭탄주라는 반문화에 의해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음주문화가 있었어요. 고전소설 ‘삼선기(三仙記)’를 보면 평양감사가 대동강에 유람선을 띄우고 잔치를 베푸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 등장하는 술이 수십종이에요. 청소주, 황소주, 계당주, 과하주, 감홍로, 천일주…. 풍류가 증발된 지금의 ‘속도전’ 폭탄주 문화와는 차원이 달랐지요. 자유당 때까지만 해도 없던 폭탄주 문화가 이렇게 유행하게 된 건 아마도 1960년대 군사문화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 그는 폭탄주는 결코 무용담의 소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내가 내무부 차관 때니까 옛날 얘기지요. 당시 정석모 내무부 장관, 김성기 법무부 장관과 함께 술자리를 했어요. 김 법무 장관이 국회에서 곤욕을 치른 걸 위로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때 김 장관은 앉은 자리에서 18잔의 폭탄주를 거뜬히 마셨습니다.” 폭탄주 대가로 알려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고시 동기이기도 한 그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폭탄주 지존’은 고(故) 김성기 전 법무부 장관이다. 폭탄주 못지않게 그가 경계하는 것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마시는 수작(酬酌)이다. “정이 오가는 수작문화 자체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하지만 잔을 주고받다 보면 음주 속도가 빨라지니 과음과 폭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요. 수작문화는 한국 특유의 주법입니다. 술잔을 주고받는 음주습관이 남아 있는 곳은 우리 말고는 아프리카의 이름조차 없는 어느 종족밖에 없다고 해요. 일본도 한때 수작문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 ●주도유단론은 억지이론 우리의 과장된 술문화 담론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술꾼을 18단계로 나누는 조지훈 시인의 이른바 주도유단론(酒道有段論)에 대해 그는 “억지로 짜맞춘 도식적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굳이 계급을 매기자면 주졸(酒卒) 주사(酒士) 주걸(酒傑) 주장(酒將) 주선(酒仙) 주신(酒神) 등 6단계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 그는 “소주 서너잔의 주졸”이다. ‘술-한국의 술문화’의 집필 과정은 곧 자료와의 싸움이었다. “이 책에는 모두 1200여점의 사진 혹은 그림 자료들이 실려 있어요. 일제시대 맥주광고 여성 모델 사진 등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백이 술에 취해 강에 비친 달을 건지는 그림이나 용수를 장대에 꽂아 매단 주막 사진 같은 것은 구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지요. 돈도 만만찮게 들었어요.” 그는 놀이딱지만한 일제시대 술광고 모델 사진을 50만원에 샀고, 중국 죽림칠현 가운데 한 명인 유령의 주덕송(酒德頌)을 옮겨쓴 한석봉의 탁본은 경매에서 200만원에 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투자를 결코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고을의 정치는 술맛으로 알고 한 집안의 일은 장맛으로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술은 그 나라의 정치 수준까지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척도라고 할 수 있지요. 술문화를 바로 알리는 데 필요한 자료라면 거만의 돈을 준들 무엇이 아깝겠어요. ” 그는 지금부터 꼭 10년전 1500쪽이 넘는 대작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넥서스)를 펴내며 “한국 정신문화사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평을 들었다. 꽃과 술. 이것은 그의 저술작업의 양대 축이자 인생의 화두다. 하지만 그가 탐닉하는 것은 꽃이나 술 그 자체가 아니다. 술을 좋아하지도 화초를 애써 가꾸지도 않는다. 중국의 시인 도연명이 현(絃) 없는 악기를 뜯으며 그 분위기를 즐겼듯 술을 굳이 마시지 않아도 스스로 도도한 취흥에 빠져들 수 있는 경지라고나 할까. 이제 눈이 침침해 책 읽기도 힘들다는 그는 안총(眼聰)이 허락하는 한 계속 저술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77세 ▲경북 성주 출생 ▲성주 농업고·고려대 법학과 졸업 ▲고등고시 행정과 합격 ▲진주 시장, 산림청장, 대구직할시장, 경북지사, 내무부 장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한국토지개발공사 사장, 건설부 장관 등 역임 ▲저서 ‘지방세제론’ ‘지방재정론’ ‘파신(波臣)의 눈물’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우리 꽃문화 답사기’ ‘매화’ ‘오늘도 걷는다마는-백년설 그의 삶과 그의 노래’ ‘술-한국의 술문화’ [다른 기사 보러가기] 군포살해범 수원 실종 40대女도 살해 ”우리도 다 벗겨놓고 싶죠” 구로다 지국장 “총재님 이건 좀 아닌 듯” ”우리보고 Mouth Tank나 하라고?”
  • [최태환칼럼] 공직까지 속도전에 내몬다면

    [최태환칼럼] 공직까지 속도전에 내몬다면

    화두는 ‘혁신’이었다. 노무현 정권시절 공직사회의 최우선 가치였다. 참여정부, 열린정부, 능력정부를 표방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엔 혁신 관련 부서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핵심엔 ‘386’과 노무현 전도사들이 포진했다. 정권말기까지 기승을 부렸다. 오죽했으면 ‘혁신 리더십’이라는 용어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혁신 개념은 모호했다. 많은 공무원들은 뜨악했다. 관련 부서, 담당자의 업무가 뭔지 잘 몰랐다. 정부만 자화자찬에 열을 올렸다. 기회 있을 때마다 ‘부처별 혁신이 크게 향상됐다.’ 고 평가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민망했다. ‘혁신 목표를 제대로 설정했다.’ ‘평가제를 도입했다.’ 등등의 수준이었다. 일부 기관이나 단위 조직의 우수 사례를 나열하고 홍보하는 정도였다. 이런저런 자리만 늘어났다. 공직의 덩치는 나날이 커져갔다. 당시 정권의 시각은 달랐다. 노무현식 공무원 의식화가 지향점이었다. 정권은 처음부터 행정 간소화나 비용 절감, 서비스 향상엔 관심이 없었다. 공무원들은 분위기를 맞춰 갔다.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다. 그러나 눈치는 빨랐다. 출근하면 인터넷부터 검색했다. 클릭수를 올려야 했다. 언론에 대한 시각 역시 ‘코드’가 잣대였다. 외눈박이로 변해 갔다. 청와대 등 정권홍보 사이트와 일부 인터넷 언론 등만 챙겼다. 공직사회는 무풍지대였다. 노무현 홍위병들의 엄호 속에 호사를 누렸다. 신문의 지적이나 질책은 오불관언이었다. 국민 눈높이는 안중에 없었다. 의식적으로 외면했다. 언론 보도에 반발하고 각을 세우는 게 오히려 미덕이었다. 정부 부처의 언론 중재 신청이 남발했다. 국민들의 정서, 바람과는 정반대·엇박자의 정책이 춤을 췄다. 열린정부가 아닌 ‘닫힌 정부’였다. 능력을 표방했지만 ‘무능 정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정권이 뻔뻔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권이 정부 부처의 진용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다. 얼마 전 상당수의 부처에 MB 전도사들이 전진 배치됐다. ‘왕의 남자들’의 차관급 기용이 주목을 받았다. ‘차관 정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집권 2년차다. 이명박 정권은 공직의 ‘무감각’에 불만이 많았다. 새 정권의 지표를 제시했지만, 움직임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연말 1급 공직자들의 일괄 사표까지 받았다. 최근 인사는 공직 개조에 방점이 찍혔다. 일하는 분위기로 다잡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 한해 정권은 촛불과 글로벌 경제 위기에 갇혀 휘청댔다. 올해 성과를 내야 한다. 정치권은 ‘2차 입법전쟁’을 앞두고 있다. 경제 회복, 교육·공공개혁 등에 속도를 내고 싶은 조바심을 여기저기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과욕은 또 다른 화근을 키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실용은 명분과 함께 갈때 힘을 얻는다. 명분이 실용에 가리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과속은 언제나 위험하다.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 용산 참사가 이를 보여준다. 과욕, 과속의 전형이다. 서민들의 정부 불신만 증폭시켰다. 갈길 바쁜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권이 공직과 소통하고 함께 나아가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은 중요하다. 공직 요소요소에 적절한 링커들을 배치했다는 데 대해 토를 달 생각은 없다. 하지만 줄세우기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직을 속도전의 첨병으로 몰고가려는 태도는 곤란하다. 정부 개편 이후 움직임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최태환 논설실장 yunjae@seoul.co.kr
  • 김정남 전 수석 “正初에 난 왜 이렇게 불안한가”

    김정남 전 수석 “正初에 난 왜 이렇게 불안한가”

     설 연휴를 심란하고 착잡하게 보냈다는 이들이 많다.왜 아닐까 싶다.길이 막혀서가 아니었다.고향의 정과 부모님 사랑이 예전보다 덜했을 리도 없다.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28일 창비주간논평 이메일을 통해 ‘설날 아침에 난 왜 이렇게 불안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김 전 수석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군사작전 사령부를 연상케 하는 청와대 벙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하고 그들을 끌어안는 국민적 통합 노력 속에서만 나온다.”고 규정한 뒤 “경제적 양극화보다 이 사회에 만연하여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생각의 양극화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오늘의 경제위기가 머지않아 치명적인 정치적 양극화의 위기로 점화되지 않을까, 그것을 나는 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전 수석은 이어 “늦더라도 함께, 소걸음으로 천리길을 가려 하기보다는 속도전과 밀어붙이기만을 능사로 알고 있다.”고 정부여당을 겨냥한 뒤 “무엇보다 용산참사는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군사통치 시대가 이 땅에 재현되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공동체 밖으로 몰아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 김 전 수석은 “경제위기가 파괴적인 형태로 정치위기, 사회위기로 전이될 개연성은 너무도 높다.”고 진단했다.이어 “전적으로 이명박정부가 사회적 불안을 더 키울 것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며 ‘나는 소와 같다. 먹는 것은 풀뿐인데 짜내는 것은 젖과 피’라고 자신의 헌신성을 소에 비유한 중국 작가 루쉰(魯迅)처럼 헌신적인 지도자를 우리는 끝내 만나지 못할 것인가.”라고 되묻고 있다.  기축년 새해를 맞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통합과 화해를 위한 노력을 주문한 것이다.  다음은 김정남 전 수석의 글 전문.  (…)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의 〈설날 아침에〉 부분    몇해째 손으로 쓴 연하장을 몇몇 친지들에게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보내온 연하장에 답장으로 보내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연례행사가 되고 말았다. 이메일이 널리 일반화되면서 우편으로 보내는 연하장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판에 이런 일이 남의 손가락질이나 받는 것은 아닌가 쑥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연하장에 적어 보내는 인사의 말은 해마다 나를 애먹이고 있다. 마땅하고 좋은 글귀를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양력으로 2009년, 음력으로 기축(己丑)년 소띠해를 앞두고 보낸 연하장의 글귀는 김종길의 시 〈설날 아침에〉에서 따왔다. 다섯 연으로 된 시 가운데 한 연을 골라 받는 사람에 맞게 써보낸다고 보냈다.  다섯 연 가운데 특히 많이 인용했던 글귀는 앞의 2, 4, 5연이었다. 일찍부터 살아내기 어려울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한 해였기에 위로와 함께 조금은 깨어 있는 정신으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나의 소박한 뜻이 받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읽혀졌는지는 모르겠다. 근하신년(謹賀新年). 소걸음으로 천리길을[牛步千里]……  이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누군가는 가는 세월에 날을 정해놓고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가리켜 흘러가는 물에 깃대를 꽂아놓는 일과 같이 덧없는 짓이라 하지만, 계기를 만들어 나와 내 주변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을 굳이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맞이하면서 개인적인 성찰과 반성, 공동체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도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다 보니 지나온 한 해는 언제나 다사다난한 해였고, 다가오는 한 해는 희망찬 새해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는 기축년 설날 아침을 희망으로 맞이하지 못했다. 지난해 3, 4분기에 우리 경제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제위기는 지금 다만 그 초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은 이미 왔는데 이보다 더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폭설과 한파의 날씨마저 추운 겨울을 더욱 실감케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설날을 며칠 앞두고 일어난 용산참사는 설 대목에 때아니게 땅을 치는 통곡과 울분을 터뜨리게 하고 있다.  설날 아침에 우리로 하여금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비단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한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는 그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힘으로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또한 하늘은 결코 극복되지 못할 시련을 인간에게 안겨주지 않는다고 믿는다. 우리가 일찍이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합심하여 외환위기를 극복해냈던 것처럼,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하나가 될 수만 있다면 경제위기쯤이야 극복해내지 못할 까닭이 없다.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군사작전 사령부를 연상케 하는 청와대 벙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하고 그들을 끌어안는 국민적 통합 노력 속에서만 나온다. 그러나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위험이나 적으로 간주하는 속에서는 결코 국민적 통합을 이루어낼 수 없다. 나는 경제적 양극화보다 이 사회에 만연하여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생각의 양극화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오늘의 경제위기가 머지않아 치명적인 정치적 양극화의 위기로 점화되지 않을까, 그것을 나는 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대통령으로 취임한 오바마의 미국이 가는 모습은 부럽다. 미국은 지금 검은 미국도, 흰 미국도, 라틴계 미국도, 아시아계 미국도 없는, 오직 미합중국만 있는 길로 가고 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이미 훌륭한 통합의 메시지가 되고 있는데다, 그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더욱 더 다른 의견에 귀기울이는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용산참사를 놓고서도 여전히 ‘법치와 엄단’만을 부르짖고 있다. 가난이 제 탓만이 아닌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려 하지 않고, 불의에 짓밟히고서도 호소할 데 없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보려 하지 않는다. 늦더라도 함께, 소걸음으로 천리길을 가려 하기보다는 속도전과 밀어붙이기만을 능사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용산참사는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군사통치 시대가 이 땅에 재현되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하고 있다.  소띠해 설날에 소처럼 헌신적인 지도자를 바라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공동체 밖으로 몰아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촛불시위 진압에서, 교과서 파동에서, 초·중등학교 일제고사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는 과정에서, 인터넷 광장에 족쇄를 채우는 데서 궤를 같이하여 나타나고 있다. 그리하여 정치권은 물론, 노동·교육·언론·문화·환경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편이 갈리고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고 반격하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 불안은 높아만 가고 있다.  지난해 말 이명박정부의 핵심인사 한 사람이 “내년 2월이 되면 대졸 실업자가 쏟아지고, 3~4월이 되면 많은 중소기업이 부도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현정부나 체제에 대한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고 한 발언이 문제된 바 있었다. 그의 말대로 경제위기가 파괴적인 형태로 정치위기, 사회위기로 전이될 개연성은 너무도 높다. 그것은 전적으로 이명박정부가 사회적 불안을 더 키울 것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중국의 루 쉰(魯迅)은 일찍이 “나는 소와 같다. 먹는 것은 풀뿐인데 짜내는 것은 젖과 피”라고 자신의 헌신성을 소에 비유했다. 자신은 풀을 먹으면서도, 국민에게는 젖과 피를 짜주는 헌신적인 지도자를 우리는 끝내 만나지 못할 것인가. 소띠해 설날 아침에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여야 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

    여야 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

    이번 설 명절 동안 전국 각 지역의 화두는 단연 용산 화재 참사와 경기 침체였다고 여야 의원들은 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제 살리기가 중요한 만큼 용산 참사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조기 수습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밝혔다. 대구 달서병 출신의 조원진 의원은 27일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았지만 용산 참사와 관련한 여론도 많았다.”면서 “공권력이 할 일을 한 것이란 의견도 있었으나 정부가 더 신중히 대처했어야 했고,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의 성윤환 의원은 “김 청장이 철거민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이나 진압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고려할 사항을 빠뜨렸거나 업무가 미숙했던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경남 김해갑의 김정권 의원도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서는 김 청장이 잘잘못을 떠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민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용산 참사가 현 정부의 속도전이 가져온 결과라며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민심을 전했다. 안양 동안갑 출신 이석현 의원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정부·여당이 너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결과가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더라.”고 전했다. 김 청장의 경질 여부와 관련, 당 정책위의장인 대전 서갑 박병석 의원은 “희생자가 6명이나 발생한 용산 참사를 책임지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경제 살리기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시각은 여야가 엇갈렸다. 한나라당 경남 밀양·창녕 출신의 조해진 의원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172석의 의석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주문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경남 양산의 허범도 의원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해줬는데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과단성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광주 동구의 박주선 의원은 “여느 설 명절보다 경제 이야기가 단연 많았다.”면서 “국회에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대안을 충실하게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부를 들었다.”고 전했다. 같은 당 서울 광진을의 추미애 의원은 “정부가 생색내기용 고용 대책을 철회하고 매년 1조 5000억원씩 모두 1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실질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역 민심을 대변했다. 주현진 오상도기자 jhj@seoul.co.kr
  • 경인운하 이어 4대江 정비도 속도전

    경인운하 이어 4대江 정비도 속도전

    하반기로 예정됐던 4대강 정비사업 선도사업 착공이 상반기로 앞당겨진다. 본공사도 연말 착공예정에서 9월로 앞당기는 등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7일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경기 부양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할 계획”이라며 “하반기 착공예정이던 선도사업을 상반기로 앞당기고, 본공사 착공도 3개월 앞당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 “경기부양·국민안전과 직결” 이에 따라 4대강 정비사업 7개 선도사업 가운데 지난해 말 착공한 낙동강 안동지구·영산강 나주지구사업 등 2곳을 제외한 5개 선도사업, 15개 세부사업 공사가 모두 상반기 중 시작된다. 이 가운데 한강 충주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과 낙동강 부산 대저 하천환경정비사업·양산1 하천환경정비사업은 다음달 초 착공된다. 국토부는 또 낙동강 대구 하도정비·하천환경정비, 금강 행복도시 제방보강·하천환경정비 등 10개 사업을 6월 중 착공하기로 했다. 4대강 정비사업 본사업도 당초 12월 말 착공에서 9월로 앞당겨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1년 완공하려면 가급적 착공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면서 “마스터플랜이 나오면 그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4대강 7개 선도사업 예산은 8884억원으로 이 가운데 올해 예산은 1491억원이다. 4대강 정비사업에는 모두 14조원이 투입된다. ●“졸속 추진” 환경단체 반발 거세질 듯 한편 국토부는 4대강 정비사업과 함께 섬진강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섬진강은 가뭄, 홍수 등에 노출돼 있는 4대강과 달리 보존상태가 좋고 수량이 많은 점을 고려해 제방을 쌓거나 하천 바닥을 준설하기보다는 자전거길을 내는 등 친환경적인 휴식공간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인운하 공사 조기발주에 이어 4대강 정비사업의 조기착수까지 추진되면서 환경단체 등의 ‘졸속 추진’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국정운영의 ‘스마트 파워’

    [김형준 정치비평] 국정운영의 ‘스마트 파워’

    미국 스탠퍼드대의 조지 교수는 정부의 국정 운영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으로 인지 스타일, 효능감,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 등 대통령의 개성을 지적했다.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고 평가할 때 선호하는 방식으로서의 ‘인지 스타일’은 대통령이 통치 환경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새로운 상황에 대해 반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대통령이 자신의 신념과 경험만을 믿고 민심과는 동떨어진 정보를 토대로 상황을 인식할 경우 잘못된 정책 결정에 노출되기 쉽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자신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서의 대통령 효능감은 소통 방식과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치게 강할수록 장관이나 참모와의 쌍방향 소통보다는 이들에게 자신의 믿음과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소통에 치중할 개연성이 크다.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은 대통령이 정치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 정치를 필요하고 유용한 게임으로 인식하면 정치 갈등을 해결할 때 다양한 견해, 분석, 충고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무제한적인 표출을 용인한다. 반면, 정치를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인식하면 정치인이나 전문가보다는 비선 조직과 직관에 의존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여하튼 조지 교수는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확한 정보에 접하고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매몰되지 말고,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치를 통해 해결하라고 충고한다. 이러한 충고는 집권 2년차 개각을 단행하고 설 이후 새로운 각오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이 깊이 음미해 볼 만한 내용이다. 대통령은 보다 낮은 자세로 설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해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용산 철거민 참사가 지난 김영삼 정부 때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에 버금가는 국정운영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또 국회에서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정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소수 정권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지난번 입법전쟁과 이번 용산 참사에서 보듯이 MB 정부는 겉으로는 거대 정당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사태가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갔음을 유념해야 한다. 친박의 도움 없이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MB 정부의 내재적 한계는 혹독한 현실이다. 이와 같은 취약한 통치환경에서는 ‘단순한 속도전’보다는 ‘스마트한 속도전’에 바탕을 두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지난해 촛불시위로 허비한 시간을 한번에 만회해 보겠다고 의욕만 앞세워 철저한 준비 없이 속도에만 치중할 경우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지 못한 채 오히려 국정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 더구나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법치만을 내세워 강경하게 나갈 때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 용산 참사에 대해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사실상 불가피해졌다. 설 직전에 실시된 TNS 조사에 따르면 용산 참사에 대해 ‘과잉 집안’ 때문이라는 응답이 58.1%로 ‘과격시위’가 원인이라는 응답(32.4%)보다 훨씬 많았다. 정부 여당은 설 이후의 정국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번 사태의 책임자를 추궁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받아들이는 대담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불어 제2, 제3의 용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개발 철거민 보호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힘과 속도에만 의존하는 하드 파워에서 소통과 통합의 ‘스마트 파워’로 바뀌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막오른 인사청문 정국… 與 “속도전” 野 “지구전”

    막오른 인사청문 정국… 與 “속도전” 野 “지구전”

    청와대가 2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정국이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가장 큰 걸림돌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청문 요청을 보류한 만큼 나머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용산 참사의 후폭풍을 조기에 차단하고, 2월 임시국회의 주도권을 잡아나간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가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을 유보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2월 임시국회가 ‘김석기 국회’가 되는 것을 예방했다.”는 반응이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에 분리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석기·원세훈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거부하되 윤증현·현인택 내정자의 청문회에서는 공세적으로 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김·원 내정자를 용산 참사의 책임자로 규정하고 파면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상대로 하는 청문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김 내정자의 청문요청을 설 명절 이후로 유보한 것도 민주당은 우호적인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용산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에 대한 요구를 지속하며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두 내정자는 파면 대상이지 청문 대상이 아니다.”면서 “적어도 이번 참사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청와대가 청문요청안을 제출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반면 윤·현 내정자에 대해선 ‘송곳 청문회’를 준비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기획재정위 청문회에서는 윤 내정자에게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 재직한 이력을 들어 경제 수장으로서 적절성을 따져 묻겠다는 계획이다. 외교통상통일위 청문회에서는 현 내정자를 상대로 ‘비핵개방 3000’을 입안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현 남북관계의 단절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정책적 검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경찰청은 행정안전부에 대해 독립적인 기관”이라면서 “민주당의 주장은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원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끝내 거부하면 단독으로 청문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이 청문회 일정을 서두르는 데에는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쟁점법안과 청문회를 연계시키지 않으려는 계산도 담겨 있다. 다만 국회법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는 첫째주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둘째주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 있어 다음달 11일까지 20일간의 인사청문회 일정과 일부 겹치는 것이 여당으로서는 부담이다. 구혜영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우왕좌왕’ 한나라… 민심은 ‘부글부글’

    이번 용산 참사에서도 집권 여당의 무소신과 무대책이 드러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와 4월 재·보선 등 정치일정에 쫓겨 조기 진화에만 급급해 재개발 정책이나 사회안전망 확보 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해법을 놓고도 당내에서 중구난방식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고, 당 지도부는 민심의 흐름 보다는 청와대의 기류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이번 참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여당으로서 민심을 수렴하고 대책을 마련해 주도적으로 청와대에 건의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실상은 정반대였다. 박희태 대표는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설 민심은 전국적으로 매우 급하게, 아주 진하게 확산되고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설 연휴 전에 관계 당국이 진상을 공개하는 게 국민의 올바른 사태 파악과 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 박 대표는 “먼저 진상을 밝히고 책임 여부를 논하는 것이 순서”라며 단계적 처리를 강조했다. 청와대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경질 가능성을 시사하며 ‘조기수습’으로 가닥을 잡자 하루 만에 ‘속도전’을 들고 나온 셈이다. 반면 집권 여당으로서 겸허하게 반성하고, 국민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에는 인색했다. 당내에서는 ‘선(先) 인책론’과 ‘선 진상규명’을 둘러싸고 혼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 저널’에 출연, “책임자를 추궁해야 하고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도 불가피하다. 국정운영 기조에 대해 전반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의 대응에 정면으로 각을 세웠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향후 당으로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제도적 보완에 힘써야 한다.”며 폭력시위 근절에 방점을 찍고 있는 당 지도부에 일침을 놓았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으로서 폭력시위와 화염병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안이하고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철거민연합의 역할이 국민에게 처음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가 국민에게 진상을 알려주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신지호 의원은 전날 행안위에서 “고의적 방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야당과 네티즌으로부터 “경찰을 옹호하고 있다.”며 질책을 받았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화재가 어떻게 발생했다느니, 불법이니, 합법이니 따지는 것은, 선출된 권력인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 정서를 너무 못 읽는 것”이라면서 “여당의 인색한 대응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권위주의적인 통치 방식으로 대하는 것에 대해 집권여당이라면 내부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생산적인 비판과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관계가 정부와 여당 사이에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현진 김지훈 기자 jhj@seoul.co.kr
  • 민주, 한나라·서울시장 동시 압박

    민주당은 22일 용산 참사의 근본 원인이 뉴타운 개발 정책에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이번 참사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추진해온 뉴타운 개발과 ‘속도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김종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 시장이나 이 대통령이 뉴타운 재개발과 관련해 원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주거이전비, 영업보상비 등의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용역단체 깡패들을 동원해 (세입자를) 쫓아냈다.”면서 “세입자 쪽 사망자 2명은 수억원의 돈을 투자하고도 (정부와 개발사로부터) 단 3개월치 실업보상비만 지불받았다.”고 밝혔다. 김희철 의원은 “28개 뉴타운 지역 개발이 끝나면 거주민 72만명 가운데 14만명이 쫓겨난다는 서울시 자료가 있다.”면서 “이들은 자기 집과 상가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 대책이 전혀 세워지지 않으면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특히 18대 총선기간 한나라당이 서울지역에서 제시한 뉴타운 공약만 26개에 이른다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에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의 조사범위에 ‘서울시와 용산구청 등의 도심 재개발사업 추진 및 철거 집행 과정 전반’을 포함시켰다. 이날 의총에서는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농성자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등 본말을 전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을 취소했고, 원혜영 원내대표는 조의를 표하는 리본달기를 제안했다. 노영민 의원은 “많은 학자가 이 정권이 우파정권이 아니라 파시즘에 가깝다고 본다.”면서 “법질서, 효율, 성장의 가치를 내걸지만 실제로는 폭력성과 편향성으로 나타난다. 이제 민주주의의 가치를 주장할 때는 목숨을 내걸고 폭력과 싸울 수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조정식 원내 대변인은 “검찰은 철거민에게 영장을 청구하는 편파수사를 중단하고 경찰의 강경진압을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의 즉각 파면,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구속 수사 등 7개항을 당론으로 요구했다. 민주당이 세입자·철거민 보호대책을 철저히 수립하고, 서민의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어청수 경찰청장 교체 확실시

    정부의 인적쇄신 시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총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의 인사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청와대 일각에서는 4대 권력기관장 중 어청수 경찰청장을 포함해 이달내 2명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하마평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여권 고위 관계자는 8일 “집권 2년차 새 출발을 위해서는 국정 전반에 걸쳐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곧 경찰 지휘부에 대한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며 이에 맞춰 어청수 경찰청장의 교체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후임에는 김석기 현 서울경찰청장이 유력하다. 김 청장은 경북 영일 출신이다.개각 전 일부 4대 권력기관장의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경제위기 극복과 개혁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권력기관 지원사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속도전’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신임이 두터운 인사가 요직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 여권 내 논리다. 4대 권력기관장 중에서는 경찰청장 이외에 국정원장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임채진 검찰총장과 한상률 국세청장은 일단 유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권력기관 수장을 한꺼번에 전부 바꾸면 업무공백이 있을 수 있고 여론 반발도 염려된다.”며 “2곳 정도 교체함으로써 절충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어 청장 교체에 대해 공식 논의된 사실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1차 법안전쟁 이후] 한나라 靑속도전 불만 폭발 ‘후폭풍’

    [1차 법안전쟁 이후] 한나라 靑속도전 불만 폭발 ‘후폭풍’

    입법 대치전이 쓸고 간 흔적이 7일 여의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승패가 엇갈리고, 책임론이 난무하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그 한가운데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당·청 관계를 놓고 이번 대치전 동안 ‘의견조율이 없다.’, ‘청와대가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극한대치의 근원적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초 한나라당은 민생법안과 이념법안의 단계적 처리를 염두에 뒀지만, ‘청와대발(發)’ 속도전 지침이 내려진 뒤 ‘연내 일괄처리’로 돌아섰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국회가 ‘MB에 의한 MB를 위한 MB의 더러운 전쟁터’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급랭 정국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여야 지도부의 협상력마저 떨어져 결국 국회의 권위가 실추됐다는 비판이 높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對)의회관을 문제 삼는 지적도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의회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식하기보다 청와대의 단순 지원세력으로 삼으려 했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국회만 도와주면 된다.”고 언급한 대목이 이를 반영한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자체 국정기조를 ‘절대선’으로 규정해 놓고, 국회의 입법기능은 무시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입법 대치전 와중에 4대강 정비사업을 비롯해 비상경제정부 체제 구성, 녹색뉴딜 정책 등 논란이 되는 현안을 밀어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청와대나 내각이 성과중심의 경제성장을 지향하는 인적 네트워크로 돼 있어, 의회의 주된 기능인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청 관계만 떼놓고 보더라도 공식적인 당·청 회의 한번 열리지 않았고 여야 영수회담은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최진 소장은 “당·청이 상시적인 정책교류를 원활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이 백악관에 의회관계실을 별도로 두고 의회와 대통령의 소통에 주력하는 점은 시사점이 커 보인다. 한나라당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터져나온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이(親李·친이명박) 성향의 의원연구모임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합의안은 불법과의 야합이고 떼법에 대한 굴복”이라면서 “불법 폭력에 동조한 지도부의 자성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당 지도부는 협상실패의 책임을 야당의 폭력으로 돌렸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폭력이 근절되지 않고는 의회민주주의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한나라당은 폭력사태와 연루됐다는 이유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이정희 의원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 일그러진 당·청 관계에 대해 자성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목소리를 듣는 것은 힘들었다. 구혜영 주현진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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