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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사보류 예산 25조… 새달 2일 처리 지킬까

    ‘조정 소소위’ 감액·증액 심사 아동수당·예산부수법안 등 쟁점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 시한이 다음달 2일로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여야의 기싸움으로 심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시한 내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4일까지 조정 소위원회를 열어 15개 상임위원회의 53개 부처별 감액 심사를 마무리했다. 처리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26일 백재현 예결위원장과 각 당 예결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으로만 구성된 ‘조정 소소위’를 열었다. 조정 소소위는 이날부터 28일까지 감액 보류 심사와 동시에 증액 심사를 해 속도를 내고 29일부터 수정안을 만들어 다음달 2일 본회의를 열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쟁점은 심사가 보류된 예산에 대한 삭감이다. 감액 심사에서 보류된 사업은 172건으로 규모는 25조원 정도다. 현재까지 감액 심사를 거쳐 삭감된 예산은 6000억원 규모로 매년 4조원가량이 삭감됐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여야 쟁점 예산이 대거 보류됐다는 점이다. 아동수당 1조 1009억원,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 9조 8199억원, 국가직 공무원 1만 5000명에 해당하는 인건비 4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전체 예산 삭감액이 너무 적기 때문에 여당이 아동수당 등에 대해 원안을 지키고 싶어도 삭감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예산부수법안도 여야 쟁점 대상이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초고소득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선정해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단독] 2주동안 휴일 ‘0’… 공사기간 단축·실적 압박에 ‘만신창이’

    [단독] 2주동안 휴일 ‘0’… 공사기간 단축·실적 압박에 ‘만신창이’

    연장 근무와 실적 경쟁, 명예퇴직 압박 등이 일상인 우리 사회에서 과로사 위협에서 자유로운 직업은 없다. 정부의 공식 문서를 분석한 결과 건설업과 금융업에 켜진 경고등이 특히 강력해 보인다. 현장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비용은 한 푼이라도 아끼고, 수익은 극대화하려다 보니 노동자 건강은 안중에도 없다”고 토로한다.“원청 건설사 간부가 현장 나와서 공정회의를 하는 날엔 분위기가 살벌해요. 공사 기간 줄이라는 건데, 쌍소리는 기본이죠.” 국내 건설 대기업 하청업체 소속인 중간관리자 A씨는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기 단축 압박이 만성화된 험악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빠듯한 일정에서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공정 만회 대책을 내놓으라’며 인간 이하의 취급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매일 아침 6시 출근해 12시간씩 일하는 그에게 쉬는 날이라곤 2주일에 하루 정도가 전부다. A씨는 “그나마 쉬는 날에도 공정표 작성과 서류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스트레스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털어놨다.●“과로로 쓰러져도 치료비만 주고 끝내” A씨가 겪는 현실은 서울신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이 2008~2017년 6월 처리한 뇌심혈관계 질환(과로사) 신청 사건 6381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과로사 신청이 5건 이상 접수됐고, 2건 이상 승인된 국내 사업장은 모두 31곳이었는데 이 중 13곳이 건설사였다. 과로사 승인자가 가장 많은 기업은 현대건설로 9건(승인건 기준)이었고 2위 GS건설(8건), 3위 롯데건설(6건)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건설업 종사자 중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며 산재 신청을 한 건 800건이었는데 이 중 155건(19.4%)만 과로사 판단을 받았다. 건설업계에서는 최저가를 써내야 건설 물량을 낙찰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려 하고, 착공을 한 뒤에는 무리한 속도전을 강요한다. 이런 사이 현장 노동자들은 허덕이고 쓰러진다. 한 노동자는 “공사를 너무 빨리 끝내려다 보니 건물 품질은 엉망이 되고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게 모든 건설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가 처한 상황은 서울신문이 입수한 현대건설 하청업체 용접공 B씨의 ‘업무상질병판정서’에도 드러난다. B씨는 2012년 8월 현장에서 급성 심장사로 숨졌다. 복지공단이 작성한 판정서에 따르면 그는 공기가 지연되면서 업무가 몰려 14일째 휴일 없이 일했다. 최고 기온 30.9도에 이르고 장마가 겹친 당시 그는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용접 작업을 했다. 현장소장과 싸우기까지 한 것이 고혈압을 악화시켜 결국 심장이 멈췄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건설 일용직 중에는 고령에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이 많고 중간관리자들은 직무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나이든 노동자들이 공기에 쫓겨 밤늦게 일하다 보니 과로로 쓰러지는 일이 흔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건설업 특성상 은폐되는 과로 산재가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홍원표 건설노조 교육선전부장은 “전문 건설사들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오야지’(인력을 제공하는 무등록업자)를 통해 구한다”고 말했다. 이 노동자가 과로 등으로 쓰러지면 치료비만 주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재가 쌓이면 공사 수주 때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과로 실태도 심각하다. 과로사 다발 사업장 31곳 중 5곳이 금융보험업이었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최근 10년간 직원 6명에 대해 과로사 관련 산재 신청이 들어왔고 이 중 5명이 인정됐다. 은행 중 가장 많은 숫자다. 또 NH농협은행에서도 3명이 과로사로 승인받았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도 각각 2명씩 과로사한 것으로 결론 났다. 금융업에서는 같은 기간 160명이 과로사 신청을 했고, 승인율은 31.9%(51명)를 보였다. 지난해 3월에는 입사 2년차 우리은행 직원인 C(당시 30)씨가 사내 단합대회 중 사망했다. 산행 뒤 약수터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다가 쓰러진 것이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C씨의 업무상질병판정서에 따르면 가계대출업무를 하던 그는 동료의 휴직으로 여신·예금·카드 등 업무까지 맡고 있었다. 개학 철이라 신입생 학생증 카드 발급 업무가 더해졌고, 본사 감사부서가 “2월 말까지 개인연금 담보대출 전산자료와 대출 약정서 보관 유무를 확인하라”는 지시까지 내려 단합대회 전날에도 밤 11시 54분에야 퇴근했다. 오랜만에 맞은 휴일에는 쉬지 못하고 산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우리은행 측은 과로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복지공단은 격무 탓에 평소 운동할 시간이 없던 C씨가 만성 과로와 갑작스러운 산행으로 혈압이 치솟아 사망했다며 과로사로 인정했다. ●“실적경쟁 피해는 고객에게 전가”  은행권 관계자들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과로사로 추정되는 부고가 잊을 만하면 올라온다”고 말했다. 과도한 실적 압박과 승진 부담이 직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악명 높은 금융권의 핵심성과지표(KPI)가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 KPI란 은행이 각 지점이나 직원별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인데 수익 규모, 판매 실적, 신규 거래 고객 수 증감 등 평가항목이 100여개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직원인 “KPI 달성률은 인사고과와 직결돼 승진 문이 좁은 부지점장 이상급은 매우 민감하다”면서 “덩달아 부하 직원들도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KPI 지표에 남북통일을 목표로 넣으면 통일도 이룰 수 있다”는 농담까지 돈다. 실적 경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 전가된다. 금융경제연구소가 14개 은행 직원 7만 4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7%는 “고객 이익보다 KPI 실적 평가에 유리한 상품을 판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별기획팀 dynamic@seoul.co.kr 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안철수 “文대통령 ‘신고리 공사중단’ 한마디에 1000억원 날려”

    안철수 “文대통령 ‘신고리 공사중단’ 한마디에 1000억원 날려”

    “탈원전이냐 아니냐로 편가르고 국민 선택 강요하는 이념전쟁 몰아선 안돼”“文, 선거운동은 편가르기 했어도 국정운영은 실질적 해법과 책임져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중단 한마디에 1000억원을 날렸다”고 비판했다.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한마디로 멈췄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가 재개 결론이라는 뻔한 상식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1046억 원을 날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건설 참여업체의 손실만 1000억원이 넘고, 공론 조사에 46억원이 들어갔다는 얘기다. 공론화 과정을 높게 평가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안 대표는 “대통령이 공론화 과정을 칭송하고 넘어가려 하지만 상처가 너무 크다”며 “1000억원 이상을 낭비했다면 그만큼 깊이 성찰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적 과제를 이념으로, 정략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무조건 탈원전이냐 아니냐로 편을 가르고 공사를 중단하고 국민에 선택을 강요하는 ‘이념전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며 “선거운동은 양극단의 편가르기로 했더라도 국정운영은 실질적인 해법과 책임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여당은 대한민국 앞에 깊은 반성을 하면서 1000억원의 돈을 되새기길 바란다”며 “이념과 정략의 속도전을 버리고 준비된 변화를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안 대표는 “탈원전이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지향하되 신재생에너지 등 전력 절감기술에 투자하고 전력 낭비 문화와 제도를 고치는 대안을 마련하면서 전환해 나가는 것이 상식이며 최적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상 최대 스마트 잼버리”… 새만금 동북아 경제허브로

    “사상 최대 스마트 잼버리”… 새만금 동북아 경제허브로

    요즘 전북도정의 화두는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성공 개최’다. 지난 8월 제32회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성공한 뒤 도정 전반에 큰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달 28일에는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추진 전담반’을 발족하고 체계적인 행사 준비와 성공적인 개최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전북도는 새로운 시대 흐름에 걸맞게 한 차원 높은 스마트 잼버리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전북도가 세계잼버리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은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를 전북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로 판단해서다. 앞으로 6년 동안 대회가 개최되는 새만금지구 매립공사를 마무리하고 공항, 항만, 도로 등 교통망을 확충함으로써 지역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다. 대회 지원 특별법 제정, 행정절차 간소화, 예산 확보 등 행·재정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세계잼버리는 지구촌 청소년 문화야영축제다. 2023년 8월 1~12일 12일간 바다를 메운 미래의 땅 새만금에서 열리는 새만금 세계잼버리에서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문화체험을 하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세계잼버리 국내 개최는 1991년 제17회 강원 고성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드로 유어 드림’(Draw your Dream)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참가국과 참가인원은 169개국에서 5만여명의 청소년이 운집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장 역시 역대 야영장보다 크며 최첨단 시설을 갖춘다. 전북도는 새만금지구 관광레저용지 1지구에 안전성, 독립성, 접근성이 확보된 9.9㎢(약 300만평) 규모의 대회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집회장과 전시관, 편의시설을 야영공간이 에워싸는 방사형으로 조성된다. 마켓, 통신, 병원, 환전, 안내 등 부대시설도 완벽하게 설치해 참가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기온이 높은 한여름에 행사가 개최되는 만큼 그늘을 만들어 줄 테마숲 조성사업도 추진된다. 국내외 참가자들이 행사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행사장 사후 활용 방안도 마련된다.특히 전북도는 잼버리 행사를 계기로 새만금 내부 개발을 촉진하고 공항, 항만, 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 내 ‘잼버리 성공 개최’와 ‘지역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전북이 세계잼버리를 유치한 실질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도는 대회 준비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속도전을 하려면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실제로 야영장 조성에 필요한 9.9㎢의 용지 매립, 8.8㎞ 호안 건설, 상하수도 설치, 보조간선도로 9.4㎞ 건설의 신속 이행 방안이 절실하다. 교통 인프라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도는 대회 이전에 새만금 국제공항 완공을 강조한다. 세계에서 찾아오는 5만명의 참가자가 육로로만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도는 2022년까지 공항을 완공하려면 예비타당성 면제 등 절차 간소화가 필수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와 함께 새만금신항만 1단계 사업과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새만금 동서도로, 남북도로 등도 대회 개최 전 완공을 촉구하고 있다. 주변 인프라로는 호남고속도로 삼례~김제구간 6차선 확장, 동부내륙권 국도(정읍~남원) 시설 개량, 부안~흥덕 간 4차로 확장, 무주~대구 간 고속도로 건설, 전주~김천 간 철도 건설이 과제로 대두됐다. 전북도는 지속 가능한 잼버리 환경 조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잼버리 개최 이후에도 새만금이 세계 청소년 문화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세계스카우트센터 건립, 상설 야영장 조성, 새만금 생태환경용지 확대, 국립생태탐방체험시설 조성, 인공암벽장 건립사업 등을 추진한다. 잼버리 붐 조성을 위해 2020년 한국잼버리, 2022년 국제패트롤 잼버리를 개최하고 매년 해외 자매·우호지역 청소년 초청 캠프도 가질 예정이다. 도내 14개 시·군도 잼버리 행사에 참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과정별 활동인원을 안배할 방침이다. 연계사업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 캠핑 클러스터, 항공레저 시범단지, 수목원과 자연휴양림, 해양레포츠센터, 간척사박물관, 힐링 캠핑장 조성 등이 거론된다.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대 과제다. 우선 잼버리 지원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그래야 부지 조성, 관련 인프라 적기 확충을 위해 정부 각 부처가 원활하게 협업하게 된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이 특별법 제정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선례가 있다. 특별법은 이달 의원입법 형태로 제안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범정부적 지원체계를 갖춘 조직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정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 등 30여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中상무부 “中·北 합작 기업 120일 내 폐쇄”

    중국 내 北식당 줄줄이 폐업 北 돈줄 막혀 자금난 겪을 듯 중국 정부가 북·중 합작 기업을 120일 이내에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는 28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지난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따라 중국 내에 설립된 북한과의 합자 및 합작 기업을 결의 통과일 기준 120일 이내에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또 “해외에 설립된 중·북 합자·합작 기업도 폐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무부는 특히 “각 성의 상무 주관 부서가 책임지고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상무부는 “안보리 결의에서 예외를 인정받은 프로젝트, 특히 비영리·비상업적인 공공사업과 기초시설 항목은 이번 명령에서 제외된다”면서 “상무 관련 책임 부서가 심사해 예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지난 23일에도 제재 결의 2375호에 따라 정유 수출을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도 최근 시중은행에 지침을 내려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인물에 대한 계좌를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 중국 당국은 확인해 주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대형 은행들은 북한과의 신규 금융 거래를 전면 차단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신속하게 유엔 결의를 집행하겠다고 공표하고, 실제로 전방위적으로 북한을 옥죄는 것은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19차 공산당 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미국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 꺼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중국 내에 있는 모든 북한 합작 기업은 내년 1월 9일까지 폐쇄된다.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중국 내 평양 옥류관 등 북한 식당도 줄줄이 폐업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외화벌이의 핵심 수단인 합작 기업이 폐쇄되고 해외 노동자 신규 송출도 차단돼 당장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정유량도 크게 줄고 대중국 3대 수출품인 석탄·섬유·수산물 수출길도 끊겨 일자리 감소, 물가 폭등 등 경제 전반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김정은 “불로 다스릴 것”…리용호 “태평양 수소탄 시험 생각”

    김정은 “불로 다스릴 것”…리용호 “태평양 수소탄 시험 생각”

    핵실험·ICBM 넘는 초대형 도발 예고 집권 5년차 자신감… ‘말폭탄’ 관측도 강경화·틸러슨 회담 열어 대응 논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 중 처음으로 직접 ‘위원장 성명’을 내고 미국에 대한 ‘사상 초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예고한 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첫 연설에서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자 그에 걸맞은 반격을 가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에 맞서 북한이 실제로 ‘태평양 수소탄 실험’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이 22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성명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역대 최고 강도다. 김 위원장이 단언한 사상 초유의 초강경 대응조치는 북한이 지금껏 보여 주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단행하겠다는 위협과 다름없다. 이미 여섯 차례 핵실험과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한 북한이 보여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도발은 리용호 외무상이 말한 태평양 수소탄 실험에 가까운 방식이 될 수 있다. 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개 짖는 소리’, ‘미치광이’,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등 원색적 표현도 대거 동원됐다. 위원장 성명이란 형식도 전례가 없다. 북한은 통상 대외 메시지를 발표할 때 전략으로 각종 명의를 내세운다.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371호가 채택됐을 때 북한은 ‘공화국 정부 성명’을 냈다. 북한 정권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보다 위원장 성명의 급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조만간 북한의 대형 도발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직접 성명을 발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선례가 없음에도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집권 5년차에 접어들며 정권이 안정화됐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말폭탄’이 강할 때는 실제 도발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았다. 북한이 위협성 발언과 실제 도발을 번갈아 가며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는 전략을 이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강도 높은 위협을 곧장 실행에 옮기는 방식으로 ‘핵미사일 완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ICBM 장착용 수소탄두 개발 소식을 전한 직후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도발 재개 시점은 추석 연휴나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즈음으로 예상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에 끌려갈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말폭탄이라는 차원에서 긴장을 최대치로 높인 상황”이라면서 “당장 파국적 상황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열어 김 위원장 명의 성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檢, MB 블랙리스트 수사 속도전… ‘박원순 고소건’ 공안2부에 배당

    추석 전 원세훈 조사 마무리 이명박 정부 당시 벌어진 국가정보원 ‘민간인 댓글부대’ 수사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법조계에서는 추석 연휴 전까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검찰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등 11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에 배당했다. 공안2부가 국정원 댓글 수사팀의 주축인 만큼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국정원의 여론조작, 지원 배제 의혹을 한꺼번에 수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문건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이 청와대에 보고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009년 2월 원 전 원장의 취임 후 좌편향 인사로 지목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실태 파악을 청와대가 지시했고, 국정원이 ‘VIP 일일보고’ 형태로 청와대에 경과를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김기현 전 군 사이버사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도 군의 댓글 공작이 청와대에도 보고됐다고 폭로했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국정원이 민간인·군을 동원해 2009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댓글 작업을 벌이고, ‘좌편향 인사’에 대한 탄압 활동을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지시 혹은 묵인했는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이 관련 활동을 직접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의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정원이 이 전 대통령에게 관련 활동을 보고했더라도 입증이 쉽지 않은 점이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통령 보고 사실을 털어놓을 가능성이 적은 데다,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국정원의 활동을 보고했을 경우 증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 수사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의 1심을 담당한 재판부는 주요 실무자들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보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당시 청와대 기조만으론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드러나지 않는 한 박 전 대통령의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기정사실화 됐다”면서도 “단순히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것만으로는 혐의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이분법적 사고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이분법적 사고

    이분법적 사고는 사전적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음에도 두 가지의 가능성에 한정해 사고하는 오류’를 말한다. 모든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좌와 우, 득과 실과 같이 양 극단으로만 구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아니하려는 편중된 사고방식이나 논리로, 채택되지 않은 다른 쪽이 입을 피해 또는 거기에 담겨 있을 수 있는 이점들을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에서도 복잡다기한 현장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이분법적 사고는 종종 돌이킬 수 없는 정책 실패로 귀결되곤 한다. 우리 사회가 발전 초기 단계일 때는 한쪽 논리가 월등히 우월할 수 있지만 성장 또는 성숙 단계에 접어든 뒤에는 어느 한쪽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타당하기보다는 양쪽 모두 나름의 타당성을 갖는다. 한쪽의 논리만을 고집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양쪽에서 좋은 점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일 것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각종 갈등의 뿌리에도 이분법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이념, 세대, 성, 종교, 인종 등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로 인한 갈등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간격을 좁혀 나가기는커녕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두 가지 예를 더 보자. 정치권을 보면 우리는 종종 선진국에서 주요 이슈에 대해 여야 없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가운데 국민의 박수를 받는 모습을 본다. 비록 선거 과정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프레임을 장악하고 진영 논리에 따라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해도 선거 후에는 국가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나가는 멋진 모습이 멋지고 부럽다. 상대방의 실수가 우리 측의 기쁨이 되는 일이 국가 발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일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원자력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과학기술이 쓰나미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에너지원(原)으로 구성된 에너지 믹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국내외 전문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2040년대에는 핵융합 발전, 대기권에 설치되는 고효율 태양열 발전, 원자력, 바이오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기술이 계속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신재생에너지들이 지금의 화석연료와 일부 원자력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정부 정책 역시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에너지 믹스의 구성 비율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탈원전이라는 이분법적 표현보다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에 따라 에너지 믹스의 비율을 적절하게 조절해 나간다는 표현이 훨씬 정확할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때로 이분법적 사고가 발목을 잡는다. 종종 기초분야 전문가 모임에 가면 ‘기초연구가(만) 중요하고 기초연구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가 하면 다른 쪽 모임에서는 ‘갈 길이 먼데 한가하게 무슨 기초연구 타령이냐’, ‘일자리와 먹거리를 위한 개발·실용화 연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이들 모두 미래의 씨앗인 기초연구도 중요하고 치열한 국제 경쟁의 속도전이 전개되고 있는 분야에서는 응용·개발 및 실용화도 중요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관련 부처 또는 기술 분야 간에도 비슷한 일이 빈발한다. 우리 부처 사업이 중요하고 우리 분야 연구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 끝에 가끔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경우도 목격된다. 그뿐 아니다. 대형 투자가 소요되는 연구 사업이 해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서 부침을 겪기도 한다. 당연히 투자 소요가 큰 분야이기에 처음 결정은 최대한 신중히 하되 수행 과정에서는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세계적인 우수 연구성과 창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국가 연구비 20조원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에 새롭게 발족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핵 과학자 치켜세운 김정은… “투쟁 기세 늦추지 말라”

    핵 과학자 치켜세운 김정은… “투쟁 기세 늦추지 말라”

    북한은 후속 도발이 예상됐던 지난 9·9절(정권수립일)을 ‘수소탄 성공’을 선전하고 자축하는 행사로 대신 채웠다. 그럼에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관련 경축 행사에서 핵무기 개발자들에게 “투쟁 기세를 늦추지 말고 더욱 분발하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은 결국 시간문제인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 과정을 지켜본 뒤 반발성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6차 핵실험에 참여한 핵 과학자·기술자들을 위한 축하연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이번에 울린 수소탄의 폭음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피의 대가로 이루어낸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를 “더 야심 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뒤 “수소탄 시험의 완전 성공으로 민족사적 대경사, 특대 사변을 안아온 투쟁기세를 순간도 늦추지 말고 더욱 분발하여 보다 큰 승리를 이룩해 나가자”고 말했다. 연회는 당·정·군 고위 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지난 9일에 열린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하는 대신 지난 3일 진행된 6차 핵실험을 올해 김정은 정권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워 대내에 선전한 셈이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9·9절을 즈음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이나 중거리미사일 화성12형,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할 수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북한이 9·9절은 침묵으로 넘겼지만 추가 도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국제사회의 제재 및 대화 노력에도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핵 완성 후 협상’이란 의도를 분명히 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핵개발 ‘속도전’까지 지시하면서 추가 도발은 예정된 수순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은 11일 표결이 예상되는 신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추가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북한은 안보리 제재 논의에 대해 “우리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오는 19일 시작되는 유엔 총회와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으로서 북한은 안보리에서 고강도 제재 결의가 채택되더라도 도발을 멈추기보단 핵·미사일 개발 완료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추가 도발은 당장 오늘내일도 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커버스토리] 그 길에서 나를 찾다

    [커버스토리] 그 길에서 나를 찾다

    가을이다. 걷기 좋은 계절, 놀멍 쉬멍 걸으멍 고치(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같이) 가는 제주 올레길이 손짓한다. 올해 10살이 된 제주 올레길은 도보여행 바람을 일으키며 전국 곳곳에 수많은 올레길을 탄생시켰다. 도시의 가파른 속도에 지친 사람들은 간세다리(게으름뱅이)가 돼 꼬닥꼬닥(천천히) 올레길을 걸으며 일상의 지친 마음을 달랬다. 제주올레 10년이 바꿔 놓은 세상을 들여다봤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2007년 9월부터 지난 10년 동안 걸어서 여행하는 길 26개 코스를 제주 땅 위에 냈다. 길이만 해도 425㎞에 이른다. 그동안 800여 만명의 올레꾼들이 찾았다. 제주올레가 일으킨 도보여행 열풍은 거셌다. 도보여행 통합사이트(www.koreatrails.or.kr)에 등록된 올레길만 1539곳에 이른다.올레길이 생기자 사람들은 하나 둘 차를 버리기 시작했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두 발로 걷는 도보여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제주 올레길은 이름난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름과 바다, 아름다운 원시 자연과 내세울 것 없는 소박한 마을들, 물질하는 해녀들, 감귤 따는 농부들, 제주의 일상을 가만히 보여준다. 바쁠 것 없는 슬로 제주 풍경에 올레꾼들은 빠져들었다. 차이나머니의 화려한 리조트가 아닌 안티 콘크리트 제주의 진짜 가치를 제주올레가 재발견했다. 혼자여서 더 좋은 올레길, 아무런 간섭과 눈치 볼 것 없이 나 홀로 터벅터벅 걷는 게 올레길 여행의 매력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 제주 올레길에는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 홀로 도보여행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여행. 올레길이 생긴 후 혼밥, 혼술에 이어 혼행이 크게 늘었다. 혼행 올레꾼은 호텔과 펜션이 전부였던 제주에 수많은 게스트하우스를 탄생시켰다. 이 바람은 전국으로 퍼졌고 도보여행, 혼행족,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여행문화를 창출했다.●1600여명, 26개 올레길 전 코스 여행 반나절이라도 시간이 있다면 떠날 수 있는 게 올레길 여행이다. 동행자를 구할 것도 호텔과 렌터카를 예약할 필요가 없다. 올레길 주변 값싼 게스트하우스에 하룻밤을 의지하면 된다. 도보여행은 거창한 계획도 많은 돈도 필요 없는 저비용 여행. 2013년 제주 땅에 26개 올레길이 모두 들어선 이후 1606명이 올레길 전 코스를 여행했다. 언제든지 부담 없이 혼자서라도 떠날 수 있는 도보여행, 제주 올레는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허물었다. 제주 올레길에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입대를 앞둔 아들과 아버지, 암 선고를 받은 가장을 둔 가족들, 취업에 실패한 청년, 첫 사랑에 실패한 청춘 등. 일진을 아들로 둔 아버지는 올레길을 걸으며 난생처음 자식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제주 올레가 10주년을 맞아 공모한 올레이야기에는 다양한 사연이 넘쳐난다. 이들은 한결같이 ‘올레길이 내게, 우리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모든 게 잘될 거야’라고. 올레길에서 상처 난 마음을 치유했고 서로 소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첫 도전에 실패한 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마음을 달랬다. 2015년 민주당 분당 사태가 터지자 다시 제주 올레길을 찾았다. 혼행족들은 더러 눈이 맞아 부부의 인연을 맺기도 했다. 마법 같은 올레길은 수많은 사람의 상처를 보듬었고 다시 용기를 일상으로 돌아갔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5만 6000명 제주로 이주 제주 이주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입소문을 타고 제주 올레길 여행이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 올레길 걸으면서 빨리빨리 속도전을 벌여야 하는 도시의 일상과 사뭇 다른 제주의 일상에 반했다.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며 다운시프트 이주족이 늘기 시작했다. 다운시프트는 자동차 기어를 고속에서 저속으로 낮춘다는 뜻이다. 돈벌이와 성공에 쫓기는 도시 일상을 거부하고, 넉넉하진 않지만 자연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삶을 살아 보겠다는 이주민들이 몰려들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만 6000명이 제주 이민을 감행했다. 제주의 농촌 마을도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고 노인뿐이였다. 하지만 올레길이 농촌 마을을 지나면서 올레꾼들이 생기를 불어 넣었다. 손님이 없어 닫았던 동네 상점은 다시 열었고 할머니가 혼자 살던 시골집은 할망민박으로 변신, 골목 경제가 다시 깨어났다. 손님 걱정하던 재래시장인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은 2007년 10월 제주올레 6코스에 편입된 뒤 해마다 매출이 30%씩 늘어났고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래시장이 됐다. 신한은행 빅데이터 센터와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분석한 결과 주요 올레길이 지나가는 구좌읍, 성산읍, 서귀동, 안덕면, 애월읍 등지에서 관광객 카드 이용이 해마다 늘어나 ‘올레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올레 6코스’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매출 매년 30% 증가 돌하르방이 전부였던 제주에 올레는 간세(게으름)라는 새로운 디자인을 입혔다. 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해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든 간세인형은 최고의 제주 기념품이자 상징 디자인이 됐다. 제주 올레길 인기가 치솟자 일본은 2012년 제주올레에 도움을 요청했고 규수지역에 올레길을 수출했다. 규수 올레는 현재 19개 코스 220.1㎞가 개장됐다. 규슈 올레는 제주올레의 표지인 간세와 화살표, 리본을 그대로 사용한다. 규수 관광추진기구는 매년 제주올레에 자문비와 로열티 등을 낸다. 제주올레는 지난 6월 몽골에도 2개 코스의 몽골 올레길을 만들었다. 가을에 열리는 제주올레 걷기 축제는 울타리가 없는 축제이지만 유료 축제다. 해마다 3000여명이 기꺼이 2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찾는다. 일본 등 외국인 참가자도 10%에 달한다. 참가비를 내지 않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올레길을 번갈아 가며 열리는 올레축제는 트레킹과 수준 높은 전시·공연, 올레길에 사는 주민들이 정성껏 내놓은 토속 먹거리 등이 어우러져 힐링을 선사한다. 올레꾼들은 ‘내가 바로 축제의 주인공’이라며 즐긴다. 세금을 쏟아붓고도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는 수많은 전시성 축제와는 다른 새로운 축제 모델을 만들었다. 올해 축제는 11월 3~4일 제주올레 3, 4코스에서 열린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北, 오늘 ICBM급 추가 도발 버튼 누르나

    일각선 “안보리 제재 논의 관망할 수도” 최근 6차 핵실험으로 ‘수소탄 성공’을 주장한 북한이 9일 정권수립일(9·9절)에 맞춰 또다시 추가 도발에 나설지 주목된다. 미국을 자극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논의 결과를 지켜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에는 9·9절을 엿새 앞두고 스커드ER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당일에는 5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전까지 ‘그들만의 축제’였던 9·9절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정치 이벤트로 뒤바뀐 것이다. 5차 핵실험 전까지 9·9절은 통상 금수산궁전 참배, 중앙보고대회, 경축 공연 및 문화행사 등으로 채워졌다. 다만 정권수립 65주년이었던 2013년에는 열병식을 개최했다. 올해는 정권수립 69주년으로 북한이 의미를 부여하는 5년 단위의 ‘꺾이는 해’가 아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 개발 관련 ‘속도전’을 지시하고 실제로 북한의 도발 시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북한의 도발 재개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14형을 정상 각도로 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9·9절과 관련한 여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안보리가 원유 차단을 포함한 고강도 제재를 논의하는 만큼 당분간 사태를 관망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원유 차단 수위에 따라 정권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으며, 중·러는 여전히 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北6차핵실험 ‘레드라인’ 넘았나, 안넘었나...군사옵션 검토는

    北6차핵실험 ‘레드라인’ 넘았나, 안넘었나...군사옵션 검토는

    북한이 3일 오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6차 핵실험을 전격 감행하는 초강력 도발을 함으로써 ‘레드라인(금지선)’에 임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군사옵션을 포함한 강경 대응이 불가피해졌고, 한반도 정세는 극히 불투명해졌다.북한이 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한 6차 핵실험은 미국 워싱턴 현시 시각으로 토요일 자정을 앞두고 발생했다.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의 심야시간대를 이용한 북한의 계산된 도발로 보인다. 규모도 5.7로 역대 핵실험 가운데 위력이 가장 세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및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에 대해 의문이 없진 않지만,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직접적인 핵·미사일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와 핵실험이 ‘속도전’이라고 할만큼 전격적인 것도 미국 입장에선 향후 대북 조치를 위한 고려사항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긴급 전화통화를 갖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즉각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한의 6차 핵실험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일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단계라고 했는데, 북한 발표를 보면 ‘완성단계 진입”이라고 한다“며 ”완성단계는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레드라인과 관련해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은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화란 결국 실전배치까지 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 도발을 ‘레드라인’을 밟은 노골적 도발이라고 볼 수는 있다.이번 도발은 북핵·미사일에 맞선국제사회의 ‘외교 실패’를 드러낸 것이며, 결국 북한은 협상을 통해 자신들을 멈추게 하고 싶다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7월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도발 중단’으로까지 낮추고 대화를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보였고, 중국은 지난달 29일 북한의 IRBM 발사 후 고강도 안보리 제재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중이 보여준 태도는 김정은에게 앞으로 핵·미사일의 기술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실험을 강행해도 별문제가 없겠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트럼프 정부 안팎에서 선제타격이나 예방타격을 염두에 둔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한 목소리도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외교적 해법을 재확인하며 수위를 조절해왔지만 이런 ‘외교적 해법’의 공간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핵심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통한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일 소지가 있다.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공급) 차단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러시아가 한반도 긴장 격화를 이유로 대북 원유 및 석유 수출 차단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러시아 기업들에 대해 불법 유무를 가리지 않고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있다. 천영우 전 수석은 “중국의 자발적인 협조를 기대한 미국의 대 중국 설득 정책은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미국은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내놓고 써봐야 한다”며 “세컨더리보이콧, 대 중국 무역 관련 조치, ‘하나의 중국’ 정책 재검토 등을 모두 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김현종 ‘통상교섭’ 복귀…선제적 협상 포문 열까

    김현종 ‘통상교섭’ 복귀…선제적 협상 포문 열까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서울서 개최 韓 “효과분석 먼저” 美 “즉시 개정” 양국 입장차 확인하는 수준 예상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첫 라운드인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22일 서울에서 열린다.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 체결을 진두지휘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0년 만에 다시 링에 오르게 됐다. 자동차, 철강 등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를 만회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미국의 거친 창을 김 본부장이 어떤 방패로 막아낼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FTA 공동위 특별회기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오전 10시부터 하루 동안 열린다. 연 1회 정기 회의가 아닌, 한쪽 요청에 따른 특별회기 개최는 처음이다. 첫 회의는 ‘탐색전’ 성격이 강한 만큼 구체적인 협상보다는 서로의 시각차 확인과 향후 일정이나 장소, 대표단 구성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은 무역적자가 심하니 개정을 요구할 것이고 우리는 FTA 효과 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 차를 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 철강은 이미 미국이 숱하게 밝힌 만큼 미국이 협상 대상으로 언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귀전을 치르는 김 본부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영상회의로 대면한다. 레이건 정부 때 USTR 부대표로 일했던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20년간 미국 철강업계 변호사로 활동하며 해외 기업들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데 앞장서 온 강성파다. 자국 내 일정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번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고 영상으로 대체하는 것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는 김 본부장은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리라”고 취임 일성을 던질 만큼 공격적인 협상가다. 4년 만에 산업부로 옮겨온 통상교섭본부가 얼마나 빨리 제자리를 잡을지도 관전포인트다. 이는 김 본부장의 리더십에 달렸다는 게 산업부 내부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빠르고 강한 속도전으로 전면 개정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 멕시코, 캐나다 등과 치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은 1차 협상이 끝난 지 2주도 안 된 다음달 1~5일 2차 협상을 연다. 미국은 내년 7월 멕시코 총선과 미국의 중간선거 등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연말까지 개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조기 성과를 통해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런 만큼 미국의 한·미 FTA 협상도 광폭 행보를 보일 공산이 높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내 정치 상황이 안 좋을수록 강공으로 한·미 FTA를 끌고 갈 것이며 NAFTA에 맞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국익 극대화 원칙 속에 당당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적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교역,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미국의 무역구제 남용 문제 등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의 잇단 한·미 FTA 지지 선언도 우리 정부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11조 추경’ 일자리 창출 결과로 보여 줘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우여곡절 끝에 그제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지난달 7일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이다. 애초 정부안(11조 1869억원)에서 1536억원가량 줄어든 11조 333억원 규모다. 뒤늦게나마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지만 2008년 이후 추경안 처리에 가장 긴 시간이 걸려 추경의 생명인 신속성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번 추경 처리 과정을 보면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찮다. 야권이 한시가 급한 추경안을 장관 인사 청문과 결부해 처리 적기를 놓친 것은 딱한 일이었다. 막판까지 하반기 공무원 추가 채용을 위한 예산 80억원을 둘러싸고 기 싸움을 벌인 것도 소모적이다. 여당은 추경 원안 처리만 고집할 게 아니라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일찌감치 타협안을 내놔야 했다. 특히 그제 본회의 표결 처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26명이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추경 처리가 무산될 뻔한 일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소속 의원들 하나 단속하지 못한 여당 지도부의 무능이나 의원들의 안일함, 불성실한 행태는 한심할 뿐이다. 추경 통과는 제1의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재정적 투입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실질적 효과도 작지 않을 것이다. 추경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은 이제 정부 몫이다. 정부는 올해 당장 중앙공무원 2575명을 새로 충원할 수 있게 된다. 대도시 파출소와 지구대 순찰 인력이 크게 늘어난다. 지방교부세로 사회복지공무원·소방관·재난안전 관련 지방공무원도 7000명 넘게 뽑는다. 추경이 제대로 집행되기만 하면 치안이 더 좋아질 것이다. 물론 공무원 증원에 따른 추가 재원 조달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이제는 속도와 실천의 문제만 남았다. 정부는 부처별로 최대한 빨리 예산을 배분해 그 예산이 곧바로 집행되도록 해 줘야 한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무려 25%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속도전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행정절차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한 달에 두세 번씩이라도 집행 상황을 점검하고 감독하고 독려해야 한다. 국민들은 일자리 창출의 실질적 결과물을 최대한 조속히 보길 원한다. 정부는 일자리환경을 개선하고 소득과 성장률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민간기업의 하반기 채용이 집중되는 추석 전에 전체 추경의 70%를 집행하겠다는 건 잘한 일이다. 재계도 일자리 말들기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오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하지만 경기여건이 안 좋고 고용을 늘릴 형편이 못되는 기업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작금의 실업난은 재난 수준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서 일자리 창출이 확산되도록 하자는 게 이번 추경의 핵심이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 청년실업 해소에 조금씩이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
  • “군사회담 제의 27일까지 유효”

    일각 “ICBM 속도전 北 흥미 못 느껴” 북한이 우리 측이 제안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에 대한 반응을 21일까지 결국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국방부는 “오는 27일(정전협정일)까지는 대화 제의가 유효하다”며 북측이 그 전에라도 호응해 온다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행위 전면 중단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문상균 대변인을 통해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안 관련 국방부 입장’을 밝히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군사 분야에서 대화채널을 복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시급한 과제”라며 북측의 조속한 호응을 거듭 촉구했다. 통일부도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면서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북측의 공식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추가 제안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북측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한 걸음씩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의 당시 국방부는 북측에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해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북측은 우리 측이 회담일로 제안한 이날까지 전통문을 보내지 않았다. 24시간 북측의 전통문을 기다리며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지킨 우리 측만 머쓱해진 양상이다. 북한 공식매체들도 우리 측 제의에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는 “머리를 쳐드는 추악한 보수 역적 무리들을 씨도 없이 모조리 박멸해 버려야 한다”며 보수 세력에 대한 비난을 이어 갔다. 북한이 이날까지도 우리의 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 제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자 한쪽에서는 북한 역시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중단을 논의할 수 있는 군사회담은 나쁘지 않은 기회다. 일각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까지 시간표를 짜 놓고 지속적으로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측으로서는 또다시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경우 언제든 파탄 날 수 있는 우리 측과의 대화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정부의 진의가 뭔지 등을 재면서 협상 국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한 시간 끌기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文정부 100대 국정과제] 적폐청산 - 공수처 설치 - 검·경 수사권 조정 ‘5개월 속도전’

    [文정부 100대 국정과제] 적폐청산 - 공수처 설치 - 검·경 수사권 조정 ‘5개월 속도전’

    권력기관 개혁·司正 드라이브문재인 정부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제시한 100대 과제 중 첫 번째 과제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꼽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 개혁 등을 통해 강력한 부정부패 청산에 나설 전망이다. 검찰에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 주체인 동시에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당분간 검찰 주도 사정 정국이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 스스로 권한 축소를 감행해야 하는 셈이어서, 두 가지 과제가 동시 실행되며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점쳐진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날 5개년 계획을 통해 개혁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사안별로 제시했다. 공수처 설치,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형태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탈검찰화 등은 더이상 ‘논쟁적 과제’가 아니라 연내에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됐다. 대부분은 공약에 포함된 것이지만 구체적인 시간표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위 공직자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 관련 법령은 올해 안에, 다시 말해 남은 5개월 내에 제·개정이 완료된다. 국정기획위는 공수처 신설 근거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이 훼손되어 왔던 검찰을 개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동시에 검찰의 인지·직접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고 검찰은 기소·재판에 전념하며 경찰 수사를 보충하는 2차 수사만 하게 하는 형태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동시에 이뤄지면 검찰의 사정 역할 대부분이 훼손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올해 안에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검찰 외 다른 권력기관의 개혁도 단행된다. 중앙집권화된 경찰을 광역 지자체별 단위로 쪼개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는 올해 안에 법령 정비, 내년 시범 실시, 2019년 전면 실시된다. 올해부터 감사위원회의 의결 공개가 실시되고 성과감사를 매년 20%씩 확대 실시해 공직사회 적극 행정 지원 강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감사원도 투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탈바꿈된다. 국가정보원은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된다. 이 중 감사원·국정원 개혁 방향이 공적 영역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는 쪽으로 설계됐고 ‘광역단위 자치경찰제’가 수사권을 쥘 경찰권을 견제하기 위한 대안적 성격임을 감안하면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이 검찰 개혁에 쏠린 형국이다. 다만 공수처 등이 설치되기 전 당분간 적폐 청산을 전담하는 국가기관은 명실상부 검찰이다. 국정기획위가 강조한 국정농단 공소 유지, 최순실씨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환수 등의 노하우를 지닌 곳도 검찰이다. 검찰은 최근 전 정권의 방위산업 관련 수사에 나서며 사정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서 발견된 전 정권의 국정농단 관련 문건을 토대로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의 효율성 등이 부각되면 공수처 신설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데, 실제 참여정부 당시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게 검찰개혁 동력을 떨어뜨린 하나의 요인이 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완전한 적폐청산, 文정부 1호 과제로

    완전한 적폐청산, 文정부 1호 과제로

    최순실 부정축재 재산 환수 추진연내 공수처 설치·檢개혁 마무리사병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의 첫 번째 과제로 형사판결 확정 시 최순실 부정 축재 국내외 재산의 환수 추진 등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를 존재하게 한 마중물인 ‘촛불민심’은 권력의 사유화와 부정부패, 민주주의 파괴와 각종 사회경제적 적폐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의 설계도이자 로드맵 역할을 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19일 발표됐다.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가 담겨 있다. 연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 마련(2018년 시행) 등 검찰개혁을 속도전으로 일단락 짓는 한편 사병 복무기간은 18개월로 단축하고 50만명으로 군병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2020년 새로운 비핵화 합의 도출을 위한 포괄적 비핵화 협상 재개를 추진하고 올해 안에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을 마련키로 했다. 대선 전부터 ‘임기 내 전환’으로 못박았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는 최종 단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조기 전환’으로 수정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공동성명을 보면 조건에 기초한(Conditions-based) 전작권 전환을 조속히 추진한다고 돼 있다. 조건이 이행되면 임기 내가 됐든 후가 됐든 환원이 이뤄진다는 의미”라며 ‘공약 후퇴’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고조된 한반도 안보위기와 북핵·미사일 대응체계 구축 등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한발 물러선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간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아 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60일간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토대로 완성,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국민 발표 행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이을 것”이라면서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국민의 나라, 모든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일소하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위는 5대 국정목표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적폐 청산, 반부패 개혁, 과거사 해결, 권력기관 개혁), 더불어 잘사는 경제(일자리 창출,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재벌총수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의료공공성 확보, 교육 공공성 강화, 미세먼지·탈원전 정책),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도시재생뉴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전작권 조기 전환, 국방 문민화, 방산비리 척결, 북핵 평화적 해결)를 제시했다. 국정목표와는 별도로 총력 대응할 과제를 ‘4대 복합 혁신과제’로 추렸다. 불평등 완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경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 교육·복지·노동체계 혁신으로 인구절벽 해소,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으로, 새 정부의 국정비전을 부각할 수 있는 과제라고 국정기획위는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국공립대 “전형료 인하”… 교육부는 사립대 실태조사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 입학전형료 인하를 촉구한 지 나흘 만에 국공립대학교들이 “올해부터 전형료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가 주요 사립대를 대상으로 전형료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등 9월 입시철을 앞두고 전형료 인하를 위한 속도전을 시작했다.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는 17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가진 오찬 회동에서 전형료 인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서울대 등 전국 41개 4년제 국공립대는 올해 9월 11일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수시모집부터 전형료를 자율적으로 낮춘다. 인하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 5월 발표한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에 공지한 전형료보다 소폭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입시에서 국공립대 수시·정시모집 평균 전형료는 3만 3092원으로 사립대(5만 3022원)보다 조금 낮았다. 교육부는 또 연세대와 고려대 등 전형료 수입이 큰 25개 사립대에 대한 실태조사에도 나선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직무대리)은 “전형료는 수입·지출이 투명해야 하는데 관련 훈령에는 (산정기준 등) 대학의 전형료 수입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은 지원자가 3만명 이상인 국·공·사립대 가운데 전형료 수입이 많은 25개 대학이다. 각 대학이 전형료 지출의 절반가량인 인건비(평균 33%)와 홍보비(평균 17%)를 적정 수준으로 쓰고 있는지 점검하고,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 대학별 전형료 산정기준도 적절한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전형료 관련 정책연구를 하고, 수입·지출에 대한 훈령을 내년 3월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광장] 문 대통령, ‘무엇’보다 ‘어떻게’를 고민하라/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 대통령, ‘무엇’보다 ‘어떻게’를 고민하라/진경호 논설위원

    이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역할극도 없다. 한 달 넘게 국회에서 이어진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다 보면 처지가 뒤바뀐 여야 의원들의 능숙한 역할극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후보자가 술 먹고 운전했든, 논문을 베꼈든 감싸기 바빴다. 10년 가까이 여당으로 지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은 어떤가. 장관 후보들을 죄인 다루듯 목청 높여 질타하는 품새가 민주당 의원들의 야당 시절 활약상을 제대로 배운 모습이다.  청와대의 역할극은 더욱 농익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탕평 인사를 약속하곤 ‘코드’ 인사를 내놓았다. 부동산투기·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표절·병역비리 관련자는 데려다 쓰지 않겠다는 ‘5대 인사원칙’도 속절없이 부도를 냈다. 2012년 대선 때부터 내세웠던 공약이다. 인사검증의 관문을 통과할 사람 찾기가 정말 힘들다는 하소연까지 전임들을 빼닮았다.  ‘바쁜 대통령’의 행태는 전임들을 능가한다. 취임하자마자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고, 어느 초등학교에 가선 미세먼지 근절을 다짐했다. 요양시설을 찾아선 치매환자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탈(脫)원전’ 공약에 맞춰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중단 작업에 나섰고, 지역·학력 불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공기업 성과연봉제 폐지와 자사고·특목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전환, 그리고 ‘적폐청산’ 시리즈(국정원 정치개입, 외교부 한?일 위안부 협상,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이르기까지 ‘닥공’(닥치고 공격)의 연속이다. 하나같이 가치와 이념, 이해의 충돌을 잉태한 사안들로, 새 정부의 앞길은 삽시간에 지뢰밭이 됐다. 조만간 시동을 걸 검·경 개혁과 개헌 논의까지 더한다면 나라는 그야말로 담론의 전쟁 속으로 빠져들지 모를 판이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여, 반추의 시간이 화급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비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릇된 정치에 파탄을 선고한 민의가 새 정치를 위한 갈망을 풀어 줄 도구로 문재인 정부를 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소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탄핵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정치를 펴야 하고, 이전 대통령과는 격이 다른 대통령이 돼야 한다. 정책 뒤집기, 국정에 진보좌파적 색채 입히기 등이 국민에게 부여받은 소명이 아니라 불통과 독선, 편법과 반칙으로 얼룩진 정치를 정의와 원칙, 소통과 이해를 우선하는 정치로 치환하는 일이 소명인 것이다.  임기 초반, 유감스럽게도 징후는 좋지 않다. 국회 파행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적격 장관 후보를 붙들고 놓지 않는 불통 행태가 그렇고, 통신료 인하와 같은 포퓰리즘형 관치(官治)의 행태가 그렇다. “대입 전형료 낮추라”, “버스 추돌방지장치 서두르라” 등의 과유불급형 만기친람과 에너지 수급 대책조차 변변치 못한 상황에서 원전 공사 중단부터 밀어붙이는 독선적 자세도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심상치 않은 건 문 대통령밖에 보이지 않는 정국이다. 5년 단임의 숙명적 조바심과 높은 지지 여론이 만든 자신감 과잉에 따른 ‘닥공’형 속도전이 전임들과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무엇을 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 바꿔야 할 것은 정책보다 정치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북한만이 아니라 이 나라 정치임을 박근혜 정부 시절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몸으로 보여 줬음을 기억한다면 더더욱 어디로 가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취임했나 싶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존재감부터 당장 높여 조만간 확정할 새 정부 국정 과제를 이 총리 중심의 정부에 맡기고 문 대통령 자신은 사회 가치를 바로 세우고 이념과 정파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는 일에 매진하기 바란다. 수시로 야당을 찾아 설득하며 국정의 앞길을 순탄하게 닦아 나가는 정책 세일즈맨 역할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국정 지지율 80%의 함의는 영광스러운 ‘우리 대통령’이다.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jade@seoul.co.kr
  •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국민 심판 먼저 받아보자”… 脫원전 논란 커지자 속도전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국민 심판 먼저 받아보자”… 脫원전 논란 커지자 속도전

    이르면 다음주 공론화위원회 출범…시민배심원단 선발 기준 등 결정나서‘탈원전’을 추진하는 정부가 예상을 깨고 속전속결에 나섰다.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에서 차일피일 시간을 끌기보다는 일단 신규 원전 공사를 중단한 뒤 국민 심판을 받아 보자는 태도다. 국민들이 “그래도 짓던 원전은 마저 끝내자”고 하면 공사를 재개하고, “지금이라도 접자”고 하면 공사를 완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론화를 하겠다면서 시작부터 반대 의견을 무시한 데다 일방적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밀어붙여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14일 신고리 원전 공사를 일시 중단함에 따라 신규 원전 공사는 ‘올스톱’됐다. 한수원은 전날 경북 영덕 천지 원전 건설용역도 중단시켰다. 한수원이 예상을 깨고 이사회를 기습 개최한 것은 시간을 끌어봤자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될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날 무산된 이사회를 곧바로 여는 것에 대해 (이사회 내부의) 강한 반대도 있었지만 1시간 넘는 치열한 토론 끝에 (공을) 공론화위원회로 넘기는 것이 낫다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곧 뒤따를 새 정부의 공공기관 임원진 인사를 의식해 한수원 이사들이 ‘알아서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조성진 비상임이사(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20여년간의 에너지 관련 연구와 교육에서 얻은 경험에 의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은 납득할 수 없다”며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은 물론 향후 논의될 영구 중단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단 공이 넘어온 만큼 정부는 공론화위원회 발족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위원장은 중립적 인사로, 나머지 8명의 위원은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각각 2명씩 선정한다. 분야별 관련단체들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이미 지난주에 보내놓은 상태다. 1차로 24명을 추천받은 뒤 원전 찬반 단체에 의뢰해 각각의 진영에서 반대하는 인사를 제척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중립적인 인사들을 위원으로 최종 선정한다. 이르면 다음주 공론화위가 꾸려지면 이들이 시민배심원단 선발기준과 인원수를 결정한다. 이렇게 뽑힌 시민배심원이 찬반 양측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듣고 공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전문가 토론 등을 지원한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영구 중단할지는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하는 것이다. 공론화 기간 동안 일시 중단으로 일감을 잃게 된 업체와 근로자에 대한 보상은 한수원의 예비비로 지급한다. 한수원은 3개월 동안 장비·인력 등 현장 유지관리 비용으로 모두 10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장 노무 인력은 가능한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구체적인 손실 비용 보전 및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협력사와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재개를 결정할 수도 있는 만큼 ‘공사 일시 중단’ 기간 동안에도 추후 재개에 필요한 필수적인 작업은 계속된다.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영구 중단을 결정하게 되면 계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 등 업체들에 9912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이미 집행한 사업비 1조 5693억원도 날리게 된다. 원전 공사에 고용된 1만 2800명의 일자리도 흔들리게 된다. 세종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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