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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최외교 발언과 WP의 ‘헛스윙’

    필자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된 과목을 다수 선택해 수강했고,학위 논문도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정책을 다루었다.미국의 대외정책은 19세기 고립주의를 표방한 먼로 대통령 시대를 넘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대외적으로 개입과 팽창의 방향으로 추진되었다.그러한 외교정책을 이끈 대통령이 저 유명한 제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이다.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많은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고,숀 코네리가 주연한 ‘바람과 라이언'이라는 영화에서 아프리카에까지 성조기를 나부끼게 한 그의 모습이등장하고 있다. 그는 평소 “부드럽게 말하라,그리고 큰 채찍을 들어라.”(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라는 미국 속담을 즐겨 인용했다.이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외교정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루스벨트는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육군 중령으로 참전했던 전쟁 영웅이며,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그런 루스벨트가 이 속담을 말했을 때에는 ‘부드럽게 말하라'는 전반부보다 ‘채찍' 즉,강력한 군사력에 바탕한 힘의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것이다.아니 꼭 루스벨트의 어법과는 상관없이 이 속담은‘채찍'에 비중을 두고 있다. 얼마 전 최성홍 외교부 장관이 특사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미하는 동안 그의 발언을 실은 워싱턴 포스트의 한 칼럼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최 장관은 “때때로 채찍을 드는 것이 북한을 (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Sometimes carrying a big stick works in forcing North Korea to come forward.)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최 장관이 루스벨트의 속담을 인용했음에도 이 신문이 앞부분을 생략하고 뒷부분만 부각함으로써 대화를 강조한 본래의 의미가 왜곡되어,마치 최 장관이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지지한 것처럼 비치게 되었다고 한다. 분명히 최 장관은 임동원 특사와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내용을 미국측에 전달하려는 방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진력했을 것이다.최 장관은,북한이 대화를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과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비난을 하며,여러 조건을 붙이면 대화가 어렵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미국에 알려주었다고 보도된바 있다. 비록 파월 국무장관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고위층 인사들에게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돌아왔다.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서 상견례와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대한 미국의 협조와 이해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내용은 대미를장식할 수 있는 곳에서 헛 스윙을 한 아쉬운 대목이 아닐수 없다.외교부의 해명대로 설혹 루스벨트의 ‘부드럽게 말하라.'는 표현이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위의 속담은 강경책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금의 북·미관계에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우리는 우리대로 북한에 대해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촉구하여 어렵사리 북한의 마음을 돌려놓았는데,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지금까지 취한 대북 강경책이먹혀들어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면북한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아직까지 북·미 대화는 재개를 알리는 징후들은 보이지만 정작 재개가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민족공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과거 ‘통미봉남(通美封南)'이란 말이 한때 유행했지만,남북 정상회담 이후 사라졌다.그러나 국제사회를 배척하는 민족공조가 아니라,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수반하는 민족 공조가 필수적인 것이 우리가 놓여 있는 한반도의 현실이다. 박재규 경남대 북한대학원장·전통일부장관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지게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라는 유행가 노랫말처럼,지게는 벗어날 수 없는 농사꾼의 굴레이자 멍에였다.농경시대 한 가운데 버티고 있던 이 도구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지난 60년대 이전까지는 최상의 운반수단으로 군림했다.몸으로 때워야 했던 시절에는 마누라보다 등을 대는 시간이 더 많았고 생계를 걸머진 가장의 분신이었다. 사실 지게는 자동차에 버금가는 엄청난 발명품이었다.연식을 불문하고 모델도 바뀌지 않고 오랜 세월 전국 시장을 독점했던 ‘전천후 제품’이었다.어깨와 등에 걸쳐 전신의 힘으로 무거운 짐을 질 수 있도록 허리에 무게중심을뒀다.일어설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몸무게에 두배가량 되는무게도 너끈했다.그래서 무게중심이던 지겟다리 왼쪽 허벅지는 유난히도 까맣고 번들번들했다.지고 일어설 때 왼손으로 그곳을 꽉 잡고 균형을 잡으면서 오른손 작대기에 순간 힘을 주면 지게는 곧추 세워졌다.허리가 생명인지라 허리쪽에는 푹신하게 짚으로 만든 등태를 달았다.이곳마저마찰 횟수가 거듭되면서 반들거렸다. ‘등골이 빠진다.’는 속담도 지게질에서 나왔으리라.나이들어 힘 못쓰면 젊어서 이골이 난 지게질로 몸의 진기가 빠졌기 때문이라고들 소곤거렸다.그래서 상일로 대접 받았고 품삯도 선금으로,고기반찬이 꼭 올라왔다. 아무튼 한칸짜리 오두막에 살아도 지게는 그 집 남자수대로 놓여 있었다.아랫마을 개똥이 아버지는 손에서 놓지 않던 지게와 함께 이승을 마감했다.물불 가리지 않고 일해‘그악스럽다.’는 소문이 났던 그는 소나무 가지를 한짐지고 산비탈을 내려오다 지겟발이 나무에 걸려 휘청하면서 그만 아득한 낭떠러지로 곤두박질했다.지게에 얽힌 슬픈사연은 동네마다 심심찮게 일어났다. 쌀독은 비어가고 입 식구라도 줄일 요량으로 아버지는 새벽녘이면 어김없이 지게를 지고 논둑으로 나가 풀을 한짐했다.동네에서 제일 넉넉한 집으로 들어가 말없이 내려놓고 아침밥 한 그릇을 얻어먹는 것으로 흡족해 했다.‘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절반 이상을 남겨 집으로 가져올 때도 있었다.간혹 밥상머리에서 지게질이라도 해달라는 주인의 말이 건네지는날은 운좋은 날로 쳤다.일이 끝나면 하얀 쌀 반됫박이 손에 쥐어졌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가난을 숙명으로 여겼던 아버지들은 막걸리 잔에취기가 오를 때면 속내를 드러내곤 했다.자식놈을 달래 지게에 태워 마당을 한바퀴 돌면서 “이놈아,무식한 애비 본받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라.”며 혀꼬부라지는 소리를 늘어 놓았다. 70년대 팔도에서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면서 서울역이나남대문시장에는 낯설지 않은 풍속도가 생겨났다.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든 지게꾼들.밑천이래야 몸에 익은 지게질이 전부였으니 자식이나 마누라보다 더 믿을 수밖에.공치는 날에 내뿜는 이들의 담배 연기는 따뜻한 봄날 더없이 처량하게만 보였다. 북청 물장수 물지게,영·호남의 바지게 등 온갖 지게는사실상 용도폐기되고 몇개는 박물관으로 옮겨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하지만 난데없이 ‘지게차’란 서양차가 태어나 지긋지긋한 혈통을 이어가고 있다. 남기창기자 kcnam@
  • 최규선 정국/ ‘대통령 내정 불개입’요구 파문

    ■청와대·민주당 반격-“검찰 엄정수사…진실 밝혀질것” 청와대와 여당은 22일 한나라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 비리의혹 등과 관련,내각 총사퇴와 대통령의 국정일선 퇴진을 요구한 데 대해 “헌법에도 어긋나고 국익에도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의 주장은 헌법이나 법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경제를 회복시켜야 하고 월드컵 등 막중한 국사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그와같은 정치공세로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헌법상 대통령의 탄핵을주장할 만한 사유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탄핵사안에해당되지 않는 것을 이유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 대행이 ‘김 대통령이 외교·국방 등을 맡고 국정 현안은 비상내각이 담당케 해야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초헌법적 발상의 정치공세에지나지 않는다.”면서 국헌문란 행위라는 시각을 보였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추락한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의도적인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전 총재의 인기가 추락하니 이를 만회하려고 ‘막가파식’의 막말을 하고 있다.”며 “그같은 주장은 지금과 같은민주화시대에 국민에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의 정치공세가 위험수위를 넘어 헌법을 무시하는 태도마저 보이고있다.”며 “이렇게 위험하고 무책임한 공세는 자제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과 관련,“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 만큼 야당도 수사를 지켜봐야 옳다.”면서 “개개의 문제에 대해 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가며 처리되고 있는데도 이를 빌미로 도를 넘는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고,한나라당의대통령후보 경선 실패와 인기하락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밀항 권유’ 의혹 논란과 관련,이 대변인은“당사자가 부인하고 있고 청와대가 조사 중이므로 이 문제도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그에 따라 응분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박관용 총재대행 “권력비리 책임져야”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대행은 22일 당사에서기자회견을 갖고 “권력비리와 실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국정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다음은 일문일답. ▲김 대통령이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는데 ‘하야’를 요구한 것인가. 모든 권력비리에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그 비리를 엄격히 파헤치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중립 내각’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행사 중단을 요구하는 것인가, 탄핵소추를추진하겠다는 것인가. 중립적 비상내각을 구성하면 (내정을) 공정하게 추진할 수있기 때문에 우선 그것을 요구한다.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대통령이 내정에 대해 의사결정을하지 말라는것인가. 그렇다.현재 권력 비리를 파헤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정에 손을 못 대게 하자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발의는 의원 재적 과반수로 돼 있는데 한나라당은 과반수가 안 된다. 당에서는 여러가지 대정부 투쟁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헌정 중단도 불사하는가.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까지 손 떼라는 것은 아니다. 헌정중단을 원치는 않는다. 조승진기자 redtrain@ ■한나라 총공세 “투쟁수위 더욱 높여갈것” 한나라당이 연일 대여(對與)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급기야 22일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향해 ‘내정불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굳이 청와대나 민주당의 반박을 들지 않더라도 헌법에 저촉되는 발언이다.그만큼 공세수위가 극한을 향해 치닫고 있는 셈이다. ◆대여 공세=한나라당의 공세는 오전 9시 박관용(朴寬用)총재권한대행의 기자회견,9시40분 총무단의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 항의방문,10시 의원총회 등으로 이어졌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미국도피와 관련,“대통령 아들들의 비행을가장 잘 아는 최씨를 빼돌리기 위해 경찰 등 국가기관이고의적인 태업을 자행한 것”이라며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 파면과 이근식(李根植) 행자부장관 퇴진을 촉구했다. 오경훈(吳慶勳) 부대변인은 “이재만(李在萬) 청와대 행정관의 대통령 근황 정보유출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 그대로”라며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을 문책 경질하라고 주장했다. ◆설훈 의원실 항의방문=설 의원의 폭로에 반발하며 농성에 들어간 윤여준(尹汝雋) 의원과 이재오(李在五) 총무 등 총무단 10여명은 오전 국회의원회관 설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문제의 녹음테이프를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설의원은 외부에 있어 대면하지는 못했다.이에 이 총무는 설 의원 수행비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자 수행비서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이 총무는 “지금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서를 갖고 왔으니설 의원도 사퇴서를 써서 정균환(鄭均桓) 총무에게 맡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윤 의원 말이 거짓이면 윤 의원이,설 의원 말이 거짓이면 설 의원이 의원직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의원총회 안팎=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총재대행은 “이 정권이 처참한 말로의 길을 가고있다.”며 “앞으로 투쟁수위를 더욱 높여갈 것이다.의원들도 일사불란한 투쟁을 위해 개인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전의(戰意)를 다졌다.이재오 총무는 “이제 여당과의대화나 설득의 시간은 끝났다.”며 “앞으로 모든 경선대회가 끝난 뒤 10∼20분간 규탄대회를 가질 테니 의원들도가급적 전원 경선에 참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의원들은 이어 ▲총체적 부정부패에 대한 대통령 사과 ▲특검제·TV청문회·국정조사 즉각 실시 ▲야당파괴공작 중단 ▲대통령 국정일선 퇴진 ▲내각 총사퇴,중립비상내각구성 등을 촉구하는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진경호 조승진기자 jade@
  • 책/ 오타쿠, 가상세계의 아이들

    ▲오타쿠,가상세계의 아이들- 에티엔 바랄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나는 현실보다 상상세계가 더 좋아요.나를 인정해 주지도 않는 사회의 규약들을 지켜서 무엇해요?” 1980년대 중반 일본에 ‘오타쿠’라고 불리는 특이한 집단이 등장했다.오타쿠란 비디오 게임,만화,자동차,TV보기,인형 모으기 등 특정한 취미생활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마니아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들은 꿈속에서 만화 주인공과 산책을 하고 컴퓨터와 섹스를 하며 컴퓨터 게임의주인공이 되어 공주를 구한다.‘호모 비르투엔스’(Homo Virtuens)라고 불릴 만한 이들에게 현실은 상상을 위해 존재하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오타쿠,가상세계의 아이들’(에티엔 바랄 지음,송지수옮김,문학과지성사)은 프랑스 저널리스트가 바라본 일본의오타쿠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은이는 대학에서 동양어문학을 공부한 뒤 프랑스 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일본 특파원에 이어 아사히 신문 계열 주간지에서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일본통이다. 그는 우선 오타쿠들에 대한 직접 인터뷰를시도해 그들의특징을 찾아 냈다. 전쟁이 끝난후 서구사회를 따라잡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던 시대에 태어난 오타쿠 1세대는 “우리세대에게 자신감을 줄만한 사회적 가치는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성공은 오직 명함과 크레디트 카드로 설명될 뿐나 자신은 찾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전쟁은 수천년을 쌓아온 전통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었고 차세대 일본인들 또한 자신의 가치를 상실했다. 지은이는 사회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일본인들이 가상의 세계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이를 증명하듯이 오타구들은 하나같이 “사람들하고 있으면 신경이 너무 쓰여서 견디기 힘들어요.”라고 말한다. 이지메현상,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썩은 정치판,닮고 싶지 않은 부모,거품경제에 뒤이은 경기불황 등 문제점이 난무하는 일본 사회에 부적응증을 나타낸 오타구들은 가련한 피해자였다. 80년대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 같았던 오타쿠는 90년대이후에 들어와서도 거대한 물결로 존속한다.지은이는 이를교육과 정보, 소비 등 일본 사회의 3대 지주에 대한젊은이들의 저항으로 해석한다.‘튀어나온 못은 두드려야 된다.’는 일본 속담처럼 오타쿠는 집단의 이익을 앞세우는 일본사회로부터 배척된,혹은 혹은 스스로 이탈한 존재로 볼수 있다는 것이다. 오타쿠들은 일본의 문화수출상품인 비디오,게임,음반,연예 산업에 참여해 제품 개발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 측면도보여 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아 성추행,부모살인,옴진리교 테러 등 각종 엽기적인 사건에 연루되며 가해자의 얼굴을 보이기도 한다.가상세계의 전지구적 확장에 따라 오타쿠는 이제 일본 열도를 넘어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있다. 그 추세에서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1만2000원. 이송하기자 songha@
  • [월드컵 이야기] (12)브라질

    브라질에는 ‘남자 아이들은 축구공을 발에 달고 태어난다.’는 속담이 있다.그만큼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라는 말이다.또 ‘재무장관과 축구대표팀 감독은 누가 맡아도 상관없다.’는 조크도 있다.누가 재무장관이 되더라도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고,누가 축구대표팀 감독을맡더라도 지지않는다는 자존심이 깔려 있는 우스갯소리다. 브라질은 17회 월드컵 본선에 모두 진출한 유일한 나라다.4번의 우승(6·7·9·15회)과 2번의 준우승에다 3회 우승국에 영원히 주어지는 ‘줄리메컵’을 차지한 유일한 국가다.‘축구왕국’답게 3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장이 50개,프로축구팀이 500개 운용되고 있다.750개 축구학교에는 한국(250명)·일본(700명)·중국(300명) 등 세계각국의 ‘꿈나무’들이 선진축구를 배우기 위해 유학하고있다.반면 지난해 730명의 브라질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연간 2억달러의 외화수입을 올렸다.연간 축구산업 매출액은 150억달러로,국내총생산량(GDP) 6000억달러의 2.5%를차지한다. 브라질 축구가 세계 최강을 자랑하게 된가장 큰 이유는무엇보다도 전 국민이 열정적으로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우리나라의 85배인 방대한 국토와 다양한인종으로 구성된 브라질은 국기인 축구를 통해 국민들의일체감을 형성하고 자긍심을 고취하고 있다.도시와 농촌어느 곳에나 잔디구장이 있고,축구는 빵과 치즈처럼 생활의 일부,아니 브라질 국민들의 생활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의 독특한 리그 운영방식은 100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매년 상반기에는 전국 4대 지역간 지역챔피언리그가 열리고,3분기에 27개 주별 리그전을 통해 주별 대표팀을 뽑고,4분기에는 27개 주 대표팀간 리그전을 치러 최우수팀을 결정한다.주니어리그까지 포함해 연간 1만회 정도의 공식 경기를 통해 선수들은 풍부한 실전 경험과 개인기를 쌓고 있는 것.1902년에 창설된 파울리스타 리그(상파울루 소재·16개팀 소속)와 1906년에 창설된 키리오카 리그(리우데자네이루 소재·14개팀 소속)가 브라질 축구의 양대축 이다.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뜻밖에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9승 3무 6패의 초라한 전적,4차례의 대표팀 감독교체 등의 난맥상을 드러내며 AP통신에 의해 ‘2001년최악의 팀’으로 선정될 만큼 국제적 수모를 겪었고 국민적 실망도 컸다.이른바 상업주의에 젖은 선수들의 소극적인 플레이,과거의 영화에 얽매인 자만·방심 등 정신적 해이가 원인이라는 자성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축구황제 펠레를 비롯,가린샤 자일징요 등 전설적인 축구스타들을 배출한 브라질은 호나우두,카를로스,히바우두 등이 건재하고 있어 남은 기간동안 팀워크만 정비한다면 예선전에서의 부진을 떨치고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게브라질 국민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김명배 대사
  • 방송사 메인女앵커 ‘3인 3色’

    “일반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뉴스를 전달하고 싶습니다.”(MBC 뉴스데스크 김주하 앵커). “시청자와 기자를 잇는 ‘다리’의 역할을 하는 앵커가되고 싶어요.”(KBS 뉴스9 정세진 앵커). “취재현장에서 발로 뛴 경험이 있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앵커가 될 것입니다.”(SBS 8시뉴스 곽상은앵커). 지난주 SBS 8시뉴스에 곽상은 사회1부 기자가 새로 발탁되면서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의 여성 앵커가 새로운 삼국시대를 열게됐다.지난 2000년 10월 MBC뉴스데스크를 맡게된 김주하 앵커가 최고참인 만큼 지상파 방송 3개사의 여성앵커의 신선미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MBC의 김주하 앵커(29)는 시원시원한 목소리에서 남다른기개가 느껴진다.1년 7개월째 메인뉴스를 진행하고 있기때문인지 여유로운 모습이다. “아직도 뉴스가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창(窓)인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이를 위해 구어체의 문장,잘 알려진 속담 등을 멘트에 사용한다. 그는 “결혼하는 남녀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전달하면서 ‘다행입니다.’라는 멘트를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물론 부장이 말려서 그만뒀지만요.”하고크게 웃는다.분명하고 솔직한 성격이 남다른 카리스마를내뿜고 있다. 그는 이어 “우울한 뉴스를 전달할 때는 덩달아 기분이안 좋아져요.그런데 뉴스는 안 좋은 것이 많잖아요.일부러 인터넷 유머란을 뒤지면서 기분을 풀기도 해요.”라고 스트레스 해소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제 6개월째 KBS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정세진(29)앵커는 전체적으로 선이 가늘고 단아한 느낌을 준다.차분하고이지적인 이미지가 그의 장점. “아무것도 모르고 의욕만 앞서던 처음보다는 지금이 훨씬 힘들어요.매일밤 시험을 보는 것 같답니다.” 정세진 앵커는 뉴스를 진행하면서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단다.관심이 없는 분야라도 좋은 앵커멘트를만들기 위해 억지로 책을 뒤적여봐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그는 “‘앵커멘트가 혹시 취재기자의 주제에서 빗나가면 어쩌나?’‘적절한 어휘를 다양하게 구사하고 싶는데,어디서 구할까?’하고 고민하다가 일주일을 다 보내요.황현정 선배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했나싶어 존경스러워져요.”하고 말하는 태도가 겸손하다. 정세진 앵커는 뉴스를 맡고난 뒤 살찌기 위해 매일 밤 11시에 야식을 먹는다.마른 얼굴과 몸집 탓에 의기소침해 보인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튀거나 인기를 끌기보다는 뉴스가 돋보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4월1일 첫 뉴스를 진행한 곽상은 앵커는 다소 떨려보였다. 그는 “항상 취재하는 입장이었다가 인터뷰를 하니 당황스럽네요.”하고 쑥스러워한다. 사회부에서도 힘들다는 법조출입기자를 1년넘게 했지만‘앵커’라는 새로운 직책이 아직 부담스럽다. “아나운서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발음이나 전달력이 다른 방송국의 두 앵커에게 뒤질까봐 걱정이에요.일주일에 4∼5시간씩 발음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의 현재 가장 큰 목표는 한수진 앵커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 “현장 취재기자의 핵심을 읽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드러우면서도 나만의 색이 강한 앵커가 되고 싶습니다.” 얼떨결에 앵커로 발탁돼 모르는 것이 많다고 엄살이지만열의와 포부가 다부지다. 이송하기자 songha@
  • ‘월드컵 홍보대사’ 록그룹 ‘스모키’ 내한 공연

    “아시아 국가중 가장 먼저 한국을 찾았어요.아시아에서우리 음악을 가장 이해해주는 나라라고 들었습니다.” 히트곡 ‘Living next door to Alice’와 함께 70년대부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국출신 5인조 록그룹 스모키가 27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내한공연 기자회견을 가졌다. ‘월드컵 홍보대사’로 임명된 스모키는 그룹 결성후 27년간 멤버의 사고 등으로 보컬이 3번이나 교체된 것으로유명한데 이날 “우리는 사운드를 중시하며 예전의 것을그대로 재현하려 하기 때문에 한결같다.”고 말했다. 테리 우틀리(베이스)만 원래 멤버인 스모키는 평균 연령이 50세가 넘지만 1주일 간의 휴가 외에는 1년내내 세계곳곳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음악은 열정이다.머리가 눈처럼 희어져도 가슴에는 불을 품고 있어라’는 영국 속담처럼 스모키는 음악을 사랑한다.”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면 고집을 갖고 끝까지 밀어붙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모키는 27∼28일 오후 8시 수원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뒤 29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유럽지역 월드컵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는다.30∼31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세 차례 공연한다. 김유영·채수범기자 caltlips@
  • 김병현 악몽탈출 좋은 출발

    ‘내일을 향해 쏴라.’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월드시리즈의 악몽에서 탈출,힘찬 새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김병현은 지난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아시아인으로는최초로 ‘꿈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등판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그러나 시리즈 4·5차전에서 두 경기 연속 동점홈런을 허용하며 팀 승리를 날려버렸다.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팀은 정상에 올랐지만 김병현으로서는 악몽에 가까운 시기였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올 시즌 김병현은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시범경기 11게임에등판해 1승1패 방어율 1.26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5일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김병현의 달라진 모습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화이트삭스 간판타자들이 총출동한 이날 경기에서 김병현은 3할을 웃도는 중심타자들을 상대로 삼진 2개를 뽑아내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전혀 주눅들지 않은정면대결로 메이저리그 거포들을 잠재운 것이다. 월드시리즈의 쓰라린 경험이 올시즌 김병현에겐 ‘보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페넌트 레이스에서 19세이브(5승6패)를 올린 김병현이 올시즌에는 20세이브 고지를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칭스태프도 지속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애리조나는다음달 2일 열리는 샌디에이고와의 개막전부터 기회가 오면 김병현을 투입할 예정이다. 박준석기자 pjs@
  • 韓日정상회담/ 이모저모

    22일 한·일 두 정상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라는 공동의목적을 고리로 신뢰관계를 더욱 단단히 다졌다.고이즈미 총리의 ‘파격행보’는 이날도 계속됐다. ●오후 3시30분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상암동 경기장에 도착,두 나라의 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울트라 니폰’ 유니폼을 입은 양국 어린이 2명으로부터 각각 꽃다발을 받았다.두 정상은 이어 경기장내 모형 축구공에 각각 서명한 뒤 각자의 이름이새겨진 양국 월드컵 대표팀 유니폼을 교환했다. ●오후 5시 일본측 주최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일국민교류의 해’ 리셉션에서도 고이즈미 총리는 파격적인 면모를 연출했다.고이즈미 총리는 브라운 아이즈와 소웰루 등양국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자 무대로 올라가 즉석에서 지휘를 하기도 했다.그는 사회자의 마이크를 잡고 월드컵 공동노래 ‘투게더’를 따라 불러 참석자들로부터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만찬사를 통해 “지금까지 김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성실하고 솔직한 인품,정치가로서의 품격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일본 속담에 ‘사실은 소설보다 기이하다.’는 말이 있듯 김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소설과 같다.”고 말했다.이어 “봄이 온 것은 월드컵 공동개최가초읽기 단계에 들어온 것을 의미한다.”면서 “양국 국민이마음과 마음을 합쳐 협력함으로써 월드컵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기원했다. ●오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통역 외에 임성준(任晟準)청와대 외교안보수석,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외무성 외무심의관만 배석시킨 채 밀도 있는 논의를 했다. 김수정기자
  • [네티즌 칼럼] 바람직한 진로 탐색

    인생에 있어 중요한 세가지 선택은 가치관,배우자,직업이다.사람들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가치관을 추구하며 배우자를 선택하고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된다. 가치관은 가족공동체를 통하여 형성되는데,부모의 삶이 자녀에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자녀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도 남자는 어머니와 비슷한 성품의 여성을,여자는 아버지와 비슷한 외모의 남성을 무의식적으로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직업도 아버지와 비슷한 직종을 선택하는 경우를 쉽게 볼수 있다.직업은 삶의 생계수단이자 자아실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청소년들에게 진로탐색의 중요성이 한층강조되는 까닭은 잘못된 진로선택 때문에 방황과 탈선이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정승도 저 싫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다. 예컨대 영업직에 적합한 사람에게 사무직을 맡기는 것과사무직이 적성인 사람에게 영업직을 맡기는 것은 당사자에게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다.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만족시켜주는 직업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러나 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행복이 어떤 것인지 깨닫는 기회가 바로 진로탐색의 과정이다.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내 인생은 부모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현실적 갈등에 부딪치면서 독립성이 강화되기 시작한다. 부모의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에 아이들의 특기적성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대학이나 학과 선택에도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좇아가다 보면 착한 아이는 될지언정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진로결정은 대학수학능력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초등학교에서부터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개발하고 진로를탐색하는 단계별 과정의 결과이다.이 과정에서 과학적인검사와 진로상담 기록 등을 근거로 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일선 교육현장에서 진학시기마다 단계별 진로상담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교상담실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진로상담을 위한 전문교사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진학을 결정한 후,직업을 선택해야만 진정한 인생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확신시켜줘야 할 필요가있다. 최원호 진로교육상담학회 이사 onlyyesu@bk21.pe.kr
  • [괴짜 인생 별난 세상] ‘야생화 할머니’ 조구연씨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 조구연(趙龜衍·63·여)씨는히말라야산 작은 봉우리의 정상 부근에서 길을 잃었다.진달래의 일종인 만병초가 히말라야에 세계 최대의 군락을이루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나선 지난해 9월의 일이다.10년 넘게 야생화를 쫓아다닌 조씨는 이미 이때 중국과 티베트를 한걸음에 달려갈 만큼 만병초를 탐닉하던 중이었다. 3시간여를 산속에서 헤매다 해지는 줄도 몰랐다.어둠속에 공포가 엄습해 왔다.20㎞쯤은 걸었을 듯싶어서야 산 아래의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당시 몸서리쳐지는 공포속에서조씨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다름아닌 예쁜 만병초였다. 그가 처음 꽃에 빠져든 것은 지난 80년 봄.서울에 갔다가 우연히 화원에 있는 철쭉이 너무 예뻐 사다 키우면서부터다.철쭉에 매료된 그는 남편이 출근만 하면 바람난 여자처럼 곧바로 서울행 고속버스에 오르기 일쑤였다.서초동 꽃마을에서 하나 둘씩 사들인 화분이 당시 대전 집안을 온통 꽃밭으로 만들었다. 보험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짜증을 낼 정도였지만 조씨는이미 돌아올 수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그 때 심하게 구박했던 남편도 퇴직한 이후엔 아내와 함께 꽃키우기에 열심이다. 조씨는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남편을 두고 한 말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조씨가 꽃의 기품에 흠뻑 취해 있을 즈음 그의 인생을 바꿀 또 한 차례의 전기가 찾아온다.지난 90년 한라산 등반때였다.백록담 밑에서 새근새근 숨쉬는 설앵초,큰앵초,개쪽두리풀,애기솜풀 등 10여종의 야생화를 본 것이다.당시는 야생화에 관심을 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야생화의 소박한 자연미에 마음을 단숨에 빼앗겼습니다.추위에 강한데다 끈기도 있어 마치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듯 정감이 더합니다.” 조씨는 즉시 현재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인근에 5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짓고 야생화 키우기에 들어갔다. 이같은 ‘야생화 사랑’은 조씨를 북한의 백두산에 3차례나 다녀오게 했다.백두산에서 자라는 진달래의 생태조건등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귀국할 때는 중국 옌변(延邊)대로부터 백두산 진달래 묘목을 몇 그루 얻어오기도했다.소백산·한라산 등 국내 산은 수시로 뒤졌다.해마다 2∼3차례 일본도 다녀온다.그곳 야생화 상점을 둘러보고 전시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의 비닐하우스에는 이렇게 모아놓은 야생화가 무려 3만여 포기나 된다.이가운데 그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야생화는 털진달래와 참꽃나무 등.만병초 등과 같은 고산식물은작은 돌조각을 붙여 산처럼 만든 뒤 심는다.흙과 이끼를입혀 자연상태의 생육조건과 같게 해주는 등 여간 정성을쏟는게 아니다. “화원을 차려 꽃을 팔아 보라.”는 주위의 얘기도 있지만 조씨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다만 소문을 듣고 전국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야생화를 조금씩 팔아 야생화 구입비나 여비 등에 보태고 있다. 조씨는 “반찬값을 아껴 취미생활로 해온 야생화 사랑이이제는 혈육처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며 “앞으로는 산철쭉과 제주도 참꽃나무 등 토종 진달래를 찾고 키우는데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 공주 이천열기자 sky@
  • [김성호기자가 본 종교 만화경] 스케이프 도그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개도 안물어갈 X’‘개만도 못한 X’‘개밥에 도토리’….속담이나 일상어에서 비하와 멸시를 나타내고 싶을 때 이처럼 견공(犬公)이 들먹거려진다.그럼에도 가족들이 식사할 때 똑같이 밥을 챙겨주고,겨울이 임박하면 월동준비를 갖춰주는가 하면 밖에 나가 밤늦도록 귀가라도 하지 않으면 온 가족이 찾아나서는 게 견공을 대하는 우리네 정서다. 견공 때문에 한국인의 수난이 잇따르고 있다.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견공 학대를 문제삼아 한국상품 불매운동의 첨병으로 나섰고 미국 NBC TV ‘투나잇쇼’ 진행자 제이 레노는 금메달을 도둑맞은 쇼트트랙 한국선수 김동성을 거론하면서 ‘집에 가서 자신이 기르는 개를 잡아먹었을지도 모른다’는 극언을 쏟았다.이에 우리의 음식문화에 나름대로 기여한 ‘보신탕’‘사철탕’‘영양탕’에서 야만적 도살 인상만을 왜곡과장한 문화적 간섭이며,‘또 다른 학대’라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국내의 이같은 열띤 항의는 우리 사회를 한 동아리로 묶어주는 문화현상에대한 편견을 문제삼는 것이다.따져보면 이들의 막말과 편견이 한국인에게만 쏟아지기엔 지나친측면이 없지 않다.한국인들에게 말고기를 먹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프랑스인들은 말고기 스테이크나 안심요리를 진미로 즐긴다.개고기만 해도 일본과중국의 일부 지역과 심지어는 스위스에서도 먹고 있다.‘X 묻은 개가 X 묻은 개를 나무란다’고 했던가. 힌두교도들에게 소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다.그럼에도세계 각국에서 소를 식용으로 쓰지 않는 곳은 드물다.견공의 경우만 해도 불가에선 살생을 금하는 불살생계와 함께,윤회와 인연설에 맞춰 지켜지는 생명존중의 대상이다.굳이 불교를 거론하지 않더라도,우리 사회는 결코 ‘동물학대의 왕국’은 아닐 것이다.문제는 몇몇 외국인들이 막말과제멋대로의 행동을 일삼토록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 할 수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프랑스 출신의 문화비평가 기소르망은 바르도의 보신탕 시비와 관련해 “주로 잘 모르는 나라,또는 비하해서 말하고 싶은 나라에 대해 그렇게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대 유대의 속죄일(贖罪日)에 사람들의 죄를 씌워 황야로 내쫓던 양에서비롯된 스케이프 고트(scape goat)는 욕구불만이나 불평의 파괴적 충동을 진짜 원인이 아닌 ‘애먼’ 대상에게 발산시키려고 찍은 ‘왕따’다.나치 정권하의 유대인이나 미국의 흑인들이 좋은 예다.한국인들이 ‘스케이프 고트’,아니 ‘스케이프 도그’(scape dog)쯤으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김성호기자 kimus@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참빗

    ‘참빗 얼레빗 가슴에 품고 가도 제 복 있으면 잘산다.’ 가난한 시절,입던 옷과 쓰던 빗만 딸려 시집보내야 했던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이 절로 묻어난 속담이다.대나무로손재주 부려 만든 참빗.지난 60년대 말까지 우리 여인네들의 필수품이었다. 어른 손바닥 크기로,가운데 대나무 양편으로 부챗살처럼촘촘하게 빗살을 박았다.3년된 참대만을 골라 육질부는 버리고 겉쪽만을 써 빗살 하나하나가 탄력성이 좋고 부러지지 않는다.집안 식구들이 수십년동안 쓰지만 고부(姑婦)간에 대물림할 정도로 단단했다. 70년대 화두인 ‘잘살아 보세’라는 종소리가 봄날 들불번지듯 하면서 잘나가던 참빗이 뒷방 신세로 전락했다. 뒤통수에서 땋아 틀어올려 비녀를 지른 쪽머리가 ‘거추장스럽다.’며 앞다퉈 잘라내면서부터다.미장원에서 연탄불에 달군 쇠로 지져 구불구불 라면가락으로 모양을 낸 퍼머는 빗질안해도 몇달동안 머리가 풀어지지 않았다. 지난 시절 참빗과 머릿니는 실과 바늘 같은 불가분이었다. 할머니는 고추달린 손주 녀석만을 불러 참빗질을 하면서 거리감을 좁히려 애썼다. 어머니가 쓰는 참빗은 빗살이 100여개로 좀 성긴 편이다.일에 파묻혀 닷새장 나들이가유일한 즐거움으로 경대 앞에서 동백기름을 손바닥에 부어 머리에 바르고 이마에서 정수리로 가르마를 탄다.참빗으로 긴 머리를 양편으로 빗어 내리면 반질반질 윤기가 돌았다. 물과 함께하는 참빗질은 비누나 샴푸를 대신했다.이때 빗살 사이사이에 끼어 있던 비듬이나 때도 말끔히 씻겨 나갔다.또 머릿니나 서캐를 잡는 참빗은 빗살이 130개로 촘촘히 박혀 실 한오라기 들어갈 틈밖에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전남 영암에서 조상대대로 참빗만을 만들어 참빗장이 된무형문화재 제15호인 이식우(李植雨·60)씨는 “60년대에한달에 1000개 이상 참빗을 팔았는데 우리집에서 참빗을떼다가 시장에서 참빗 좌판을 하던 할머니도 서너명이나됐다.”고 회고한다. 남기창기자 kcnam@
  •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뚱보면 어때…내눈엔 퀸카”

    ‘제 눈에 안경’.피터 패럴리,바비 패럴리 형제가 연출한 로맨틱 코미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Shallow Hal·23일 개봉)에 딱 어울리는 우리 속담이다.영화는 ‘성격나쁜 여자, 과거있는 여자는 봐줄 수 있어도 못 생기고 뚱뚱한 여자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외모 지상주의에 유쾌한 상상력으로 딴지를 건다.이 작업에 할리우드의 대표 미녀 기네스 팰트로가 기꺼이 140㎏의 ‘뚱녀’로 망가지겠다고 나섰다. 그 자신도 별 볼품 없건만 할(잭 블랙)은 ‘쭉쭉빵빵’미녀를 기필코 여자친구로 삼고 말겠다는,야무진 환상을갖고 산다.심리상담사 로빈슨이 그런 그에게 희한한 최면을 걸면서 그의 눈에는 그만 콩깍지가 낀다.강철 의자를찌그러뜨릴 만큼 엉덩이가 육중한 여자 로즈마리(기네스팰트로)가 팔등신 미녀로만 보인다. 기네스 팰트로는 뚱녀로 변신하느라 촬영때마다 4시간씩특수분장을 했다.그녀가 다이빙 한번으로 수영장의 물을반쯤 날려버리거나 1ℓ짜리 콜라를 단숨에 들이키는 장면등은 엽기 코미디 그 자체다.패럴리 형제는 ‘덤 앤 더머’‘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 마이셀프 앤아이린’ 등으로 코미디의 일가를 이뤄왔다. 황수정기자
  • [2002 길섶에서] 개떡, 찰떡

    참으로 오래 전 일이다.30대 초반의 중학교 체육교사였던 친구가 맹장 수술로 입원한 적이 있었다.겁이 많기도 했던 그는 담당 간호사에게 ‘주사 좀 살살 놔달라.’고 부탁했다.간호사는 청을 흔쾌히 들어주었다.주사기 바늘이다 들어갈 때까지 천천히 찌른 것이다.그러지 않아도 아픈 주사기 바늘이 한동안 엉덩이를 파고 들었으니 크게 혼이 났음은 물론이다. 얼마 전에 한 경제 각료가 우리의 교육 문제를 지적하면서 ‘차라리 일제(日帝) 교육정책이 낫다.’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여기저기서 그렇다면 일제의 교육을 찬양하는 것이냐고 정색을 하고 따진 것이다.주사를 살살 놔달라는 부탁에 주사 바늘을 살살 찌른 간호사를 연상시킨다.어른이 엄살을 떠는 게 얄미워 말 뜻을 의도적으로 곡해했을것이다.그렇다면 ‘일제 교육’ 해석도 짐짓 곡해해본 것일까.일제 교육이 낫다는 의미는 분명 아니었다.개떡같이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는 속담이 있다.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이다.다른 이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할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 [데스크 칼럼] ‘학력란 폐지’ 바통은 건네졌다

    이상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30일 새로 취임했다.이번 정권들어 7번째 교육수장이다.지난 4년간 교육수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8개월가량이다.이런 잦은 교육수장의 교체는 과거부터 그랬다.이 결과 대입제도는 광복 이후 크게 10여차례나 바뀌었다.소소한 것까지 합치면 거의해마다 대입제도가 달라졌다.대입제도의 변화만은 ‘빛의속도’에 버금갈 만큼 빠른 셈이다. 대입제도가 이처럼 자주 바뀐 것은 대학,즉 학생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였다.좀더 나은 교육환경을 조성함으로써,학생의 총체적인 실력을 국제수준으로 높이자는 데 뜻이있었다.그러면 과연 수 십년간 추구한 이 숭고한 목표가제대로 달성됐는가.아쉽게도 모든 사람이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이 신임 부총리는 개각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나쁜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면모를 보여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는 출입기자들과 만나 “학벌타파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이는 전임자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무조건 방향 바꿔갓.”하고 구령을 내린 것과 영판 다르다. 더욱이 한완상전 부총리가 “무모하고 사고방식이 틀렸다.”는 욕설에가까운 비난을 샀음에도 그런 의지를 내비친 것은 웬만해선 쉽지 않은 일이다.일부 언론의 경우 이전까지 지면을통해 한 전 부총리의 인식과 유사한 맥락의 기사를 실어놓고서도 정작 한 전 부총리의 발언에는 거세게 반발했었다.‘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 보고 달걀같다고 나무란다’는 속담대로 무작정 한 전 부총리가 미웠던 것일까.이 부총리는 ‘학벌타파론’에 내재된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악역’을 선뜻 맡음으로써 교육개선 및 인적자원 개발육성에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쥐는 기회를 갖게 됐다. 사실 한 전 부총리의 말뜻은 상당히 왜곡돼 있다. 한 전부총리를 구설수에 올린 ‘기업체 입사원서의 학력란 폐지권고’는 그의 독단만은 아니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인사담당자들은 “능력 위주로 사원을 뽑고 싶은데 회사간부들 사이에서 ‘우리 회사 신입사원이라면 적어도 어느 대학졸업 정도는돼야지.’라는묵시적인 압력이 있고,수천명의 원서를 보다보면 편의상 어쩔 수 없이 학교명을 첫번째 기준으로 삼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는 것이다. 한 전 부총리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학력란 폐지 권고’라는 ‘돌출발언’을 하게 됐다는 게 거의 정확한 사실관계이다.이는 교육문제의 해법을 ‘학교에서부터’라는귀납법에서 ‘취업에서부터’라는 연역법으로 바꾸는,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의미한다.교육문제란 결국 취업문제라는 점에서 이런 접근법은 설득력을 갖는다.기업의 고민부터 해결하다보면 대학의 서열화,인문계 고사 및 사시 광풍으로 대변되는 특정학과 편중,지방대의 고사위기,중등교실의 황폐화,사교육 열풍 등 얽히고설킨 교육문제를 풀어나갈 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부총리가 한 전 부총리가 점화시킨 문제의식을 잘 살펴 문제해결의 싹을 틔우고,다음 장관이 꽃피울 수 있는토양을 마련한다면 이들 두 부총리는 성공한 부총리로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교육당국자도 웃고 기업도 웃고 대학과 학생도 웃는 웃음의 3중주가 연주될 날을기다려 본다. 박재범 사회문화 에디터
  • [2002 길섶에서] 시선 두기

    사람과 마주 앉았을 때,특히 상대가 윗사람일 경우 시선을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면 결례가 되고 그렇다고 외면하면 뭔가 기피하는 것 같고….기성세대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눈을 빤히 쳐다보는 서양사람들을 만나면 당혹스럽지만 서양사람들은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리면 뭔가 숨기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단다.하지만 서양 속담에도 ‘성직자 얼굴을 바로쳐다보는 것은 개밖에 없다’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신분이 높은 사람을 바로 쳐다보는 것을 금기시했던 모양이다.시선이 점차 상대방 눈을 향하는 것은 평등사상의 발달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우리나라도 요즘 신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정면응시형이늘어나고 있다고 한다.최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더러 말을 받아 적지 말라고 했더니 장관들이 시선을 어디에둘지 몰라 곤혹스러웠다던가? 대통령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면서 토론할 정도가 되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도 사라질 텐데…. 강석진논설위원
  • [데스크 시각] ‘기형 벤처’ 키운 온실정책

    정국을 송두리째 뒤흔들어온 이른바 ‘게이트’마다 어김없이 벤처사업가들의 이름이 접두어로 붙는다.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모두 그렇다.부인을 죽인 뒤 간첩으로 몰아붙인 윤태식씨가 어엿한 벤처기업가로 나서 청와대고위관계자에게까지 접근한 일은 가장 엽기적인 사례일 뿐이다. 이 게이트들의 공통점은 힘있는 ‘기관’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됐거나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정부의 벤처 육성정책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가 특혜를 알선하거나 주가조작 등을 일삼아온 것이다. 이들에겐 기술력이나 콘텐츠 확보를 통한 수익모델 창출은애초부터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힘센’ 인사들의 힘을 빌리기 위해 로비는 필수였던 모양이다.부정을막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문지기) 역할을 했어야 마땅할동료 언론인 몇명도 윤태식 게이트에 얽혀 쇠고랑을 찬 마당임에랴. 굳이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강조한 슘페터의 주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기업가라면 자신의 선택(혁신)의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무한책임(퇴출)을 져야 한다.그러나 게이트의 주역들에게서 그러한 기업가 정신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이들은 산업화 시기의 일부 대기업들처럼 지식정보화 시대에도 여전히 특혜와 편법에 의존하는 생존 방식에만 매달려 있었을 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세태에 얼마전 우리 사회의 몇 안되는 원로 중 한분인 김수환(金壽煥) 추기경도 개탄했다.지난 8일 감사원직원 대상 강연에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은 이유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구구절절이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이 땅에 사는 기업가 모두가 청렴성으로 무장한 선비로,그것도 단박에 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결국은정부 정책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그렇다면 각종 게이트의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정부의 벤처 육성정책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었다는 데 착안해야 한다.옥석을구분하지 못한 채 국민세금을 쏟아붓고 이 과정에서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정상궤도를 벗어나 로비를 벌이도록 결과적으로 조장한 저변에 정부의 실책이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인 벤처(venture)는 이름 그대로 모험이나 모험적 사업을 가리킨다.영어권 속담에 ‘Nothing venture, nothinghave’라는 게 있다.한마디로 ‘모험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뜻으로,‘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는 뜻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우리의 벤처 인큐베이팅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내포한다.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간접지원만 할 뿐이라는 점에 비춰봐도 그렇다.캘리포니아 주정부도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우리처럼 세제나 재정지원과 같은 직접적 지원은거의 없고, 마케팅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는 등 간접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벤처 자금을 끌어대고 부도를 막아주는 일이 벤처육성정책인 양 오인되는 토양에서 정치권의 음습한 로비나연고주의가 독버섯처럼 자라난다.정부가 할 일은 직접적 자금지원보다는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그쳐야옳을 듯싶다. [구본영 정치팀 차장 kby7@
  • 제주도, 제주馬 정리 학술조사

    임오년(壬午年) ‘말의 해’를 맞아 제주도는 26일부터다음달 20일까지 제주말(馬)의 모든 것을 알아내기 위한학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제주말 사육유래와 연혁,제주목장의 변천과정,제주말의 구조와 신체적 특징,말의 털색깔 분류 및 나이 감별방법,마구종류 등이다. 과거 국마장(國馬場) 돌 울타리였던 ‘잣성’,제주말과관련된 격언 및 속담 등을 활용한 말 관광자원화 방안 등도 다룰 예정이다. 제주는 고려시대 때부터 국마 생산의 중심지였으며 조선시대에는 국마목장이 10곳에 이르는 등 국내 최고의 말 생산지로 자리잡았었다. 제주말은 농경뿐 아니라 짐운반,교통 및 전투 수단 등 다방면에 걸쳐 요긴하게 쓰여왔다. 도 관계자는 “이번 학술조사는 제주말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말 관련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내 말 사육두수는 현재 7,300여마리에 이르고 마을공동목장 81곳,기업형 목장 30곳,부업형 목장 1,000여곳,공동 조련시설 3곳 등이 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씨줄날줄] 날씨 인심

    늦게 찾아온 추위가 매섭다.전국에 폭설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강추위가 밀어닥쳤다.빙판 길에 미끄러져3명이 목숨을 잃었다.양식장의 송어며 전어가 200여만 마리나 떼죽음을 당했다.서울에서만 1,500여 곳에서 수도꼭지가얼어 터지는 사고가 속출했다.사람들은 양식 어류의 집단 폐사에 넋을 잃었고 수도관이 터지며 난방마저 끊긴 겨울 밤을 뜬 눈으로 새워야 했다. 하루하루 동분서주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한겨울에 포근한날씨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오죽하면 ‘날씨 인심’이란말이 생겼을까.쌀 한 되보다 ‘날씨 인심’이 낫다는 말이있다.좋은 날씨가 웬만한 도움보다 더 낫다는 뜻일 것이다. 원숭이를 그대로 복제하는 세상이라지만 날씨만은 아직도 하늘의 소관 사항이다.옛 사람들도 날씨는 하늘의 조화(造化)라며 천심(天心)의 표출로 여겼다.행여 날씨가 고약하기라도 하면 천심에 민심을 대입해 인간사를 경계했다. 날씨와 민심을 얘기하라면 세조의 왕위 찬탈 격동기를 살았던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의 사청사우(乍晴乍雨)라는 한시가 제격이다.맑았다 금방 비를 뿌리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세상 민심에 비유하며(天道猶然況世情) ‘나를 따르던이 나를 헐뜯고,명예를 멀리하던 이들이 공명 찾아 헤매네’라고 일깨웠다.격동기를 틈타 일신의 부귀 영화를 좇는 세태를 훈계했다. 요즘 추위가 예사롭지 않다.차갑기도 하려니와 삼한사온의주기도 안 지킨다.시베리아의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돼 온 데다가 맑은 날이 이어지면서 지표면에 그나마 남아있던 열이 속속 방출되는 복사냉각현상 때문이라고 한다.‘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있다.5일이 소한이고 보면 절기 상으로 추울 때도됐다.그러나 누그러질 줄 모르는 추위 소식을 접하노라면 불현듯 천심이 노해서 시련을 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의 노여움을 푸는 것은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하늘의뜻을 먼저 헤아려 볼 일이다.지난 한해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는 신용카드업체나 이동통신업체가 약속이나 한 듯 이웃돕기 성금은 외면했다고 한다.‘게이트’마다 선을 대는 데는남녀도,노소도,귀천도 따로 없었다.탐욕을 다스려야 한다.멀리 갈 것도 없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갖가지 ‘게이트’로곤혹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세상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여유를 가져야 한다.아마 추위도 곧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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