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속담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문서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말년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반납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AI 수학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337
  • 강 건너는 임팔라 낚아채는 악어 포착

    강 건너는 임팔라 낚아채는 악어 포착

    악어가 임팔라를 공격해 잡아먹는 순간이 포착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텔레그라프는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 북동쪽에 위치한 ‘크루거 국립공원(Kruger National Park)’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한 관광객이 촬영한 영상을 함께 소개했다. 해당 영상은 ‘크루거 국립공원’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2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임팔라 한 마리가 껑충껑충 뛰며 강을 건너는 순간, 물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악어 한 마리가 임팔라를 낚아채 듯 단숨에 물어버린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악어에 잡힌 임팔라의 모습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탄성을 쏟아낸다. 누리꾼들은 “불현 듯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악어에게 잡아먹힌 임팔라 불쌍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1898년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크루거 국립공원’은 지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야생 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사진·영상=크루거 국립공원, 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차동엽 신부가 말하는 미래 노후 모델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차동엽 신부가 말하는 미래 노후 모델

    50, 60대는 100세 시대를 맞는 첫 세대로서 20~30년의 오랜 은퇴 후 삶을 살아야 한다. 수명 연장으로 제3의 인생이 주어진 것은 축복이지만, 긴 여생은 처음 맞닥뜨리는 일로 새로운 숙제이기도 하다. 베이비 붐 세대로서 줄곧 희망과 긍정의 철학을 전파해 온 차동엽 신부로부터 직장에서 퇴직한 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의견을 들어 봤다. 인터뷰는 두 차례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30일 명동 로열호텔 커피숍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 남짓 만난 뒤 미진한 것이 있어, 12월 27일 오전 10시 경기 김포시 고촌읍 풍곡리 미래사목연구소에서 1시간가량 더 시간을 가졌다. →베이비 부머는 흔히 ‘낀 세대’라고 합니다. 자식을 뒷바라지하며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베이비 부머가 살아온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요. -베이비 부머가 어린 시절을 보낸 1960, 1970년대는 암울하고 모든 것이 급격히 바뀌는 격동의 시대였지만 한편으론 바닥이 없었던 희망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좌절을 몰랐던 희망에 부푼 시대였습니다. 몸은 고달팠지만 정신은 건강했던 시대이기도 했고, 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했으니 행복한 시대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차동엽 신부도 베이비 부머 세대다. 1958년 생이니 이른바 ‘58 개띠‘다. 중학교 시절 생계를 돕기 위해 봉천동에서 연탄 배달을 하기도 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뒤늦게 신부가 됐다.) 베이비 부머는 자식, 부모를 챙기고 본인의 노후까지 책임져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지만 새로운 세대에게는 또 새로운 부담이 있을 것입니다. →베이비 부머를 포함, 우리 사회 전체가 그동안 너무 성공이나 성장, 물질의 이데올로기에 중독돼 살아오지 않았나요. -행복과 성공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성공을 추구한다고 해서 행복하지 못한 게 아니고, 반대로 행복만 추구한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성공에 경도돼 성공 자체를 행복으로 여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성공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성공, 출세에 매달리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이제는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것을 성공적인 삶이라고 규정해야 합니다. 인생의 단계마다 행복은 다를 것입니다. 젊은 사람은 성취하는 게 행복입니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정리하는 세대입니다. 즉 있는 재산, 시간, 해 오던 일에서 깊이를 느끼며 누려야 합니다. 성취보다 여가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살 만큼 살아왔으니 50, 60대는 분명 권태를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단계를 넘어서면 새로운 경지가 열릴 것입니다. 옛날보다 강도가 덜하고 에너지가 덜 소모되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베이비 부머는 100세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는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 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유럽 등 고령화 사회를 먼저 거친 선진국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화, 디지털화로 요즘 웬만한 정책은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이 때문에 국가 간 정책의 호환도 가능합니다. 공직사회가 선행 사례를 치밀하게 연구해 완성도 높은 정책을 내놓아 제도 시행에 따른 낭비 요소를 없애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노인 일자리가 체계화돼 있습니다. 도로, 환경,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니 노인들이 띠를 두르고 일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50, 60대는 삶의 경륜으로 존경받았는데 요즘에는 왜소하고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독일과 일본, 유대인은 장인을 대접하고 우대하는 사회입니다. 얼마 전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유럽을 다녀온 뒤 5~6선 의원이 장관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한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치도 장인 경지에 이르러야 실수가 없습니다. 고령화를 재산, 자산으로 삼는 지혜를 가져야지 노인들이 왜 설치냐고 해선 안 됩니다. 원로가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경험 있는 사람들의 경륜과 지혜는 사회적 부(富)입니다. 이런 것이 어우러질 때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나이를 먹어도 기가 죽지 않아야 합니다. →장인사회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세요. -독일에서는 장인이 은퇴하면 적은 월급을 받고 자문, 고문을 하며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것은 노후복지 시스템이 완비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인제도는 은퇴한 이후 새로운 직업교육을 받지 않아도 돼 훨씬 안정적이고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듭니다. 지혜가 축적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한국은 한 분야에서 그만두면 새로운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은 장인 시스템이 작동해 은퇴에서 오는 충격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선진화는 고령인구의 장인성을 평가하는 사회입니다. →경험 있는 사람들의 경륜과 지혜가 사회적 부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것이 사장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장·노년층의 채용을 꺼리는데 이런 장벽을 타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2%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갖출 것은 다 갖췄는데 뭔가가 빠져 있어 허전합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단사리(斷捨離)에 눈길이 갑니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것을 끊고 버리고 이별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사회의 주역이고 엘리트라는 인식을 벗어던지고 봉사하고 서비스하는 삶을 살도록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50, 60대가 과거의 지위나 직책에서 벗어나 급여보다 보람에서 만족을 느끼며 봉사하면 직장에서도 베테랑을 반값으로 고용할 수 있으니 효율이 향상될 것입니다. 50, 60대는 효율성 측면에선 떨어지지만 저임금에 고급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수요가 있을 것입니다. →2%가 부족하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는 정신과 물질의 부조화를 겪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다 갖췄는데 정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압축, 고도성장하면서 큰 틀에서는 따라가고 비슷해졌지만 사회 그물망 형성 등 섬세함에서는 약합니다. 보듬고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50, 60대가 기죽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두 바퀴를 잘 굴려야 합니다. 우선 자기가 가진 지혜를 극대화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장년이 젊은이들처럼 100m 달리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퇴직에서 오는 무력감, 소외감에 대해 비관할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오면서 부닥친 경험을 자산화하고 인생을 갈무리해야 합니다. 사회를 보면 틈새가 있을 것입니다. 50, 60대가 한발 물러서 우리 사회의 구멍을 메워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백발은 영광의 면류관’이라는 성경 구절에서 보듯 50, 60대는 인생 전반에 대한 지혜를 갖고 있습니다. 나이에 걸맞은 대접을 받으려면 사색과 성찰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한편으론 건강을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몸이 약하면 위축되는 만큼, 스스로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벌레’라는 별명처럼 평생 일에 매달리며, 성공과 출세 경쟁 속에서 살아온 세대들에게 사색과 성찰하라는 말이 잘 와 닿지 않습니다. -50, 60대에게 성찰하고 사색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은 갖춰져 있습니다. 은퇴하면 혼자가 되고 외롭고 고독해지지 않습니까.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습니다. 이럴 때 살아오면서 한번쯤 가졌음 직한 질문 ‘나는 왜 살지’ ‘도대체 행복이 뭐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런 것에 대해 10, 20대 때 어떻게 생각했는지 복습해 보세요. 그때의 해답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이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를 생각하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10, 20대 때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 보면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듯이 그때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깨달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삶의 목표를 다시 점검하게 되고 궤도도 수정하게 될 것입니다. 출세, 가족 부양에서 자아 구현으로 자기를 찾아가야 합니다. 인간에겐 생존 본능과 함께 생존 능력이 있습니다. 50, 60대가 퇴직에서 오는 우울증, 무력감에 매몰될 게 아니라 정신을 차려 새로운 삶의 모델을 개척해야 합니다. 베이비 부머는 역동적 삶을 살아온 만큼, 사색과 성찰의 길에서도 곧 해법을 찾을 것입니다. 필리핀에 ‘하고 싶은 일은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은 핑계만 보인다’는 속담이 있듯이 베이비 부머들은 곧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stsl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엄마가 나와야 나라가 산다/박상숙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엄마가 나와야 나라가 산다/박상숙 산업부 차장

    “뜻대로 안 되는 아이랑 실랑이하다가 번쩍 정신이 들었죠. 일을 해야겠다.” 한 대기업에서 진행한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리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당당히 직장에 복귀한 A씨. 10여년 전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하다는 일념하에 미련 없이 일을 포기했다. 사표까지 낸 마당에 아이라도 잘 키워야지. 보상심리가 발동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올인’을 갈수록 부담스러워했다. 그녀가 다시 일을 하면서 모자 관계는 정상화됐다. 집으로 돌아간 엄마들은 거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자녀에게만 쏟는다. 주부로서의 존재 증명이 자녀의 성적과 대학 진학으로 판가름하는 사회 분위기가 엄마들을 학습 매니저로 만든다. 아이 때문에 수년 전 회사를 그만둔 친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100만원짜리 아동용 전집 구매였다. 외국계 화장품 회사를 관둔 후배는 집에 돌아온 날부터 3살짜리 아이의 영어교사가 됐다. 한글도 못 깨우친 아이는 매일 영어만 쓰는 엄마에 질려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이를 통한 대리만족은 반쪽짜리다. 여성들이, 엄마들이 자기가 아닌 그 누군가를 통해 성취감을 맛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선구적인 페미니스트 베티 프리단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을 더 앓는 이유가 자기 일이 없어서라고 했다. 20세기 여성들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다면 21세기 여성들에게는 자기만의 일이 필요하다. 지난해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 배출로 기대감이 높았지만 올 한 해 뚜렷하게 달라지거나 사정이 개선된 것은 없는 듯하다. 오히려 사회, 문화적으로 퇴행을 보여주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민망스럽기도 하다. 그나마 좋은 점을 찾자면 대통령이 여성인 덕에 여성 고용과 여성 임원 승진이 확대되고, 여성 친화적인 업무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우대 제도가 얼마나 영양가가 있는지 따져볼 일이지만, 어떻든 여성에 대한 금기의 빗장은 자의 반 타의 반 열리고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최근 첫 여성 은행장, 여성 검사장, 여성 치안정감 등 뉴스가 잇따르지만 여전히 일반적 여성의 사회활동은 부족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5.2%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2.3%)보다 낮다. 특히 여성 대졸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평균(82.6%)보다 무려 20% 포인트나 낮은 62.4%다. 선진국에서는 고학력 여성일수록 경제활동 참가율 및 고용률(80% 이상)이 높지만 우리나라는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올해의 히트작으로 리턴십 프로그램을 꼽고 싶다. 첫 여성 대통령 탄생과 경제민주화 바람 등에 떠밀려 나온 면이 없지 않지만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속담처럼 ‘리턴맘’(재취업 엄마)의 귀환은 제도적으로 더욱 다듬어지고 확대돼야 한다. 여성들의 개인적 성취감을 확인하고 가계 경제에 보탬이 되는 차원에서가 아니다.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국가 발전전략의 줄기가 되기 때문이다. 여성을 끌어내지 못하면 사회나 경제가 지속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북유럽 국가 중에는 여성임원이 일정한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기업해산명령과 같은 초강수를 발동하는 곳도 있다. 내년부터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더 많은 리턴맘을 보고 싶다. 아이와 엄마,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도 말이다. alex@seoul.co.kr
  • [길섶에서] SNS 신선놀음/문소영 논설위원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나무꾼이 깊은 산에 들어갔다가 복숭아 꽃이 만개한 무릉도원의 꽃그늘 아래 바둑을 두는 영감님들에게 훈수를 몇 수 두고 돌아왔다. 그랬더니 도끼 자루는 썩었고 돌아간 고향에는 나무꾼을 아는 사람이 없더라는 이야기 말이다. 요즘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노는 것이 신선놀음과 비슷하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몇 차례 누르고 좋은 글 밑에 댓글을 몇 차례 달았을 뿐인데 시간이 광속으로 지나갔다. 카카오톡이나 밴드에서 수다를 떨다 보면 역시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연말 답안지를 채점해야 할 교사들, 학회 발제문을 준비하는 학자들, 1차 마감을 놓친 번역 또는 집필원고에 대한 독촉 전화에 시달리는 작가들이 시간 낭비의 원인으로 SNS를 지목하며, 마감에 시달리는 고통을 SNS에 또 호소하고 있다. 마치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 같다. 담배 끊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고 하듯이 SNS를 끊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속담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21세기 신선놀음 끊기는 참으로 어렵겠구나.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오늘의 눈] NSA와 국정원 그리고 거짓말/최재헌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NSA와 국정원 그리고 거짓말/최재헌 국제부 기자

    올 한 해 국제뉴스의 최고 이슈메이커를 선택하라면 단연 에드워드 스노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년 5개월 남짓 국제부 기자로 일하면서 단일 인물·사건으로 스노든을 가장 많이 기사화하기도 했지만, 그의 폭로로 전 세계에 불어닥친 파문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의 전직 컴퓨터 기술자인 스노든은 지난 6월 10일 영국 가디언을 통해 NSA가 ‘프리즘’이라는 감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인 전화 도청을 시도하고 컴퓨터를 해킹, 이메일을 들여다본 사실을 폭로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가디언 보도 직후 미 정보당국은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스노든의 주장은 과대망상에서 비롯됐으며, 자신들은 합법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성명이 거짓말로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디언은 스노든의 1급 기밀문서를 인용, 전 세계 970억건의 도·감청이 이뤄진 지역과 국가별 정보 수집 빈도를 담은 ‘첩보감시 세계지도’를 세상에 공개해 버렸다. 다급해진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프리즘이 미 의회가 허가한 비밀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실토했다. 그러자 화살을 맞은 공화당은 스노든을 국가 기밀을 국외에 넘긴 ‘반역자’로 지목, 무차별 색깔론으로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는 미 워싱턴포스트와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을 통해 점점 더 확산됐다. 주미 대사관을 포함해 38개국의 외국 공관 인터넷과 팩스가 도청당한 사실이 드러났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전 세계 35개국 정상의 개인 통화도 감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메르켈이 도청당한 사실을) 알았다면 미리 말렸을 것”이라면서, 짐짓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고 변명한다. 결국 이 해명도 NSA의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NSA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불법 도·감청 행위를 시인하기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현재 진행형인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조사로 댓글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을 위한 의도적인 여론 조작’이라는 증거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개인적 일탈’이라는 변명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익을 위한 합법적인 활동’이라는 두 정보기관장의 뻔뻔한 해명에도 수법과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의도에서 너무나 판이한 두 사건을 보고 있자면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그나마 미국은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개혁의 길을 선택했다. 거짓은 숨길수록 나중에 치러야 할 대가는 더 커진다는 사실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직접 경험했던 역사적인 교훈 덕분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2013년 12월 국정원과 대한민국의 솔직한 고백이 필요한 때다. goseoul@seoul.co.kr
  • 韓·中 외교안보 고위급 대화 정례화

    韓·中 외교안보 고위급 대화 정례화

    한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실무를 총괄하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의 고위급 대화가 18일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열렸다. 한·중 고위급 간 상시적인 위기관리 대화 체제 구축이 본격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장수·양제츠 대화’에 앞서 양 국무위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두 나라의 신뢰 관계, 유대를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우리 속담을 인용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3통(통신·통관·통행) 문제 등에서 신뢰를 보여야 더 큰 문제에서 신뢰를 갖게 될 수 있다”며 실질적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양 국무위원은 “한·중 관계는 공자가 말한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이 있는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반드시 이웃이 있다)과 비슷하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가까운 장래에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메시지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김장수·양제츠 대화’에서는 북핵 해법과 한반도 정세, 일본의 군사적 보통국가로서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기류, 중국이 주시하는 미국 미사일방어(MD) 문제 등 양국의 이익이 투사되는 동북아 역내 현안이 폭넓게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과 양 국무위원은 ‘북핵 불용’이라는 공동 인식을 재확인하고,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양국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 측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양 국무위원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한·미·일 3국의 군사적 공조 강화 기류에 대한 우려를 우리 측에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 체제’를 활성화하기로 뜻을 같이하고, 김 실장이 양 국무위원의 초청에 따라 내년 중 중국을 방문해 후속 대화를 갖기로 했다. 한편 중국 대표단 일원인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9일 김규현 외교부 1차관과 한·중 인문교류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데스크 시각] 닭의 새끼가 발 벗었다고…/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닭의 새끼가 발 벗었다고…/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기억이 오롯하다. 1983년 요맘때다. 어느 여자대학교에 갔다. 비탈진 곳이었다. 꽤 많은 계단을 세며 올라갔다. 그러나 즐거웠다. 금남(禁男)의 철문을 뚫었다는 생각에 더했다. 이른바 도강(盜講)을 하러 옮긴 발길이다. 딴 여대에 몸담은 L 교수가 강사였다.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 불렸다. 행동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따랐지만 나중에 문화장관까지 지냈다. 강의는 ‘덤’을 실마리로 풀어갔다. 우리 전통적 정서엔 ‘덤 문화’가 깊숙이 자리했다고 운을 뗐다. 그래서 정(情)이 그득한 민족이란다. 하나라도 더 얹어주려는 마음 씀씀이다. L 교수는 사례도 손꼽았다. 백화점 사탕 판매원 얘기다. A는 됫박에 불룩하게 담았다가 덜어냈다. B는 조금 적은 듯하게 담았다가 채웠다. 실제론 같은 양이다. 저울로 달아야 한다. 그런데 매출이 사뭇 달랐다. B가 손님을 더 모았다. 더 퍼줬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다. A는 거꾸로다. 올렸다가 깎은 셈. 고약한 이미지만 안겼을 터다. 당시 언론엔 기초질서 문제가 불거졌던 듯하다. 군사정권이 국민을 길들이느라 ‘질서, 질서’ 외쳤다. L 교수는 칼날을 세웠다. 짜맞춘 듯한 질서는 아예 우리네에겐 없단다. 적당한 무질서 또한 ‘덤 문화’가 가진 장점이라고 했다. 눈치껏 사정을 살펴 서로 양보하는 마음가짐, 웬만한 것엔 융통성을 발휘하는 여유를 사례로 들었다. 뾰족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덤 문화’가 나랏일에 얽히면 매우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공(公)과 사(私) 구분에 커다란 걸림돌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L 교수 얘기를 불러낸 까닭은 이렇다. 엊그제 취재원을 만났다. 식사하러 가는 길이었다. 낯선 교량인데 새로 지었냐고 물었다. “우리나라 높은 사람들은 예로부터 표시를 남기려고만 해요” 돌아온 대답이다. “무슨 뜻이죠” 되물었다. “글쎄, 바로 옆에 다리가 있는데 또 만들었지 뭡니까. 그러니 돈이 남아나지 않죠. 역대 대통령도 마찬가지예요. 자기 이름 석 자 새기려고, 돈을 마구 쓰니 결국 국민만 딱해집니다. 미래 대비는 헛말입니다. 복지를 둘러싼 난리 보세요.” 속담에 “닭의 새끼가 발을 벗으니 오뉴월만 여긴다”고 한다. 병아리가 맨발로 다니니 따뜻한 때로 안다는 뜻이다. 세상물정에 어둠을 뼈아프게 꼬집는다. 정부에선 경제가 좋다지만 국민 체감은 전혀 아니다.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이나 예산 편성이 빚는 폐해는 덤 문화 때문에 생기는 개인적인 비리에 견줘 한층 크다. 심각성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정책 최일선인 기초지자체마다 심각한 재정난을 앓는다. 그런데 정부 예산은 광역자치단체로, 광역단체에선 기초단체로 흐르지 않는다. 따로 노는 꼴이다. 자신들의 이름을 빛내려는 것인가. 무엇이 불요불급하며 무엇이 필수불가결인지 순위를 잘 매겨야 함은 물론이다. 진짜 국민을 웃게 하려면 일만 벌일 게 아니라 정책을 잘 알려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 기왕 벌인 일을 잘 갈무리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다(興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800년 전 몽골 제국의 한 재상이 남긴 말이다. onekor@seoul.co.kr
  • [기고] 창조형 에너지경제와 한·영 신뢰증진/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기고] 창조형 에너지경제와 한·영 신뢰증진/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영국은 전통적으로 세계의 에너지 선진화를 이끌어 왔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20세기에는 북해의 거친 파도와 강풍 속에서도 해발 수백m 아래 원유와 가스를 시추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으며, 지금은 해상풍력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1956년 세계 최초 상업용 원전을 만든 이래 지속적인 원전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1990년대 전력산업 민영화 이후 에너지 분야 외국기업의 점유율이 높아져 수급 불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 대한 해외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의 금번 영국 국빈방문은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산업을 창조형 에너지 경제로 전환하고 그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WEC) 기조연설에서 대통령께서는 “에너지 산업은 창조경제의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이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창조형 에너지 경제로의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영국 국빈방문 둘째 날, 대통령께서는 양국 최초 장관급 ‘경제통상공동위’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앞으로 ‘경제통상공동위’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의체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무역투자, 금융, 에너지, 문화, 보건, 정보통신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향후 양국 및 제3국 시장에서의 상업용 원자력 에너지 분야 협력을 증진하겠다는 내용의 포괄적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영국은 세계적 수준의 원전해체 기술 이전, 원자력 안전 및 국민 수용성 관련 정책을 한국과 공유하고자 하였으며, 한국은 장기적으로 영국과 제3국 원전시장 진출에 대비하여 영국 기업과 협력을 위해 매년 원자력 대화협의체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러한 성과물은 당장은 가시적이지 않더라도 양국 간 점진적 신뢰 구축을 기반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영국 원전시장에 한국형 원전의 수출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국은 에너지 민간 부문 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해상풍력, 원전분야, 스마트그리드 등 전력 효율성 분야에 대해 정기 교류채널을 통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필자도 에너지기후변화부(DECC) 에너지담당 부장관을 별도로 만나 안전하고 경제적인 한국형 원전을 소개하고 향후 제3국 원전건설 공동 진출을 통해 양국이 윈윈할 수 있도록 에너지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또 원자력산업협회(NIA) 회장과는 양국 간 원전분야의 신뢰를 쌓아가면서 상호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잔잔한 바다는 능숙한 선원을 만들지 못한다’(A smooth sea never made a skilled mariner)는 영국 속담이 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면서 국가적 역량을 키워온 한국 유수의 기업들이 영국 원전시장에 대해 준비된 자세를 보여야 할 때가 머지않았다고 본다. 한·영 수교 130주년이 되는 올해다. 금번 영국 국빈방문을 통해 확인된 양국 간 신뢰의 파트너십을 토대로 창조형 에너지 경제의 빛을 밝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 태풍 ‘하이옌’ 필리핀 강타 ‘전과 후’ 사진 충격

    태풍 ‘하이옌’ 필리핀 강타 ‘전과 후’ 사진 충격

    지난 8일(현지시간) 필리핀을 강타한 초강력 태풍 ‘하이옌’의 가공할 위력을 짐작케 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최근 미국 상업용 위성사진업체 디지털글로브는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인 레이테주(州) 타클로반시(市)의 피해 전과 피해 후의 사진을 비교해 공개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우리 속담을 단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버린 하이옌의 위력에 초록으로 물들어있던 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회색으로 초토화됐다. 특히 사진에는 사라진 부두와 항구, 납작해진 해안가 빌딩, 육지로 올라와 버려진 보트들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현지시간 13일)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1,774명으로 총 1만여 명 이상이 이번 태풍으로 숨졌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 정부는 전체 인구의 10%인 약 965만여 명이 이번 태풍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한국서 티몬 따라갈 수 없어 인수”

    “한국서 티몬 따라갈 수 없어 인수”

    “이길 수 없는 적이라면 동지로 만들어라(If you can’t beat them, join them).”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의 에릭 레프코프스키 대표가 국내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티몬)를 인수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든 미국 속담이다. 그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티몬 운영 계획 및 아시아 진출 전략에 대해 털어놨다. 2008년 사업을 시작한 그루폰은 북미에서 세 번째,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전자상거래 업체다. 48개국에 진출했으며 분기당 매출이 6억 870만 달러(약 7358억원), 회원수가 2억명에 이른다. 레프코프스키 대표는 “그루폰은 유독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서 “시장에 늦게 진입하기도 했지만 티몬처럼 경쟁업체들이 마법을 부리듯 앞서 나갔기에 후발주자로서 따라잡기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최대의 적을 동지로 만들려고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는 레프코프스키 대표는 티몬을 한국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티몬 경영진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1위 소셜커머스 업체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그루폰은 부채가 없고 11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는 등 재무 상태가 건전해 티몬을 지원 사격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레프코프스키 대표는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티몬 인수를 통해 아시아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고 본다”면서 “앞으로도 아시아에서 티몬과 같은 유망한 소셜커머스 기업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루폰 한국 법인의 운영 방향에 대해 “M&A 절차가 마무리되면 신현성 티몬 대표와 그루폰코리아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시너지를 키울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투자 방향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 극대화이지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사업 통합 등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사설] 野 특검 주장 빌미 안 되게 檢 공정수사해야

    외줄 타기하듯 위태로웠던 정국이 이번 주에는 아예 극한 충돌 양상으로 번져갈 모양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회의록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편파성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기관의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특별검사를 임명해 일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 도입과 법안·예산안 처리를 연계할 수 있다는 방침까지 시사하며 여권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러다간 국회에 수북이 쌓여 있는 민생 현안의 조기 처리는커녕 새해 예산안 처리마저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검찰의 책임이 크다. 국민 정서가 극단적으로 양분화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한 수사는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반응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수사 결과의 편파성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참고인 신분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소환 조사하고, 피고발인 신분인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서면 조사한다는 방침을 밝혀 야당의 반발을 샀다. 뒤늦게 새누리당 김무성·정문헌·서상기 의원을 소환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의 눈길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국민이 검찰에 요구하는 것은 응당 권력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정치적 중립성이다. 더불어 검찰이 갖춰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미덕은 세련된 정치적 판단이라고 본다. 권력의 눈치를 잘 봐야 한다는 주문이 아님은 물론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속담이 이에 해당한다. 아무리 검찰이 공정하려 노력해도 대상이나 시기를 잘못 택하면 특정 세력의 정치적 목적에 부응하는 수사로 오해받는 게 현실이 아닌가. 하물며 청와대가 ‘공무원 단체의 정치적 중립’을 언급하자마자 검찰이 부랴부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은 균형잡힌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 민주당의 특검 주장은 정치세력화를 노리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민주당과 안 의원의 이른바 ‘신(新)야권연대’는 말할 것도 없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다. 가뜩이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치권을 벌써부터 지방선거판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검찰의 미덥지 못한 처신이 한몫한 것이다.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도 아쉬울 판에 또다시 온 나라가 정치 구호에 휩싸이면 고통은 결국 힘없는 서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서민 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혼란의 빌미를 더 이상 정치권에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의 심기일전한 공정수사를 기대한다.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풍수 (하)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풍수 (하)

    >>> 치산치수·종묘사직 보전 위해… 풍수도 성형 인공산·연못 만들고 돌 하나 나무 한 그루까지 통제 풍수학의 고전 ‘청오경’에 “명당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도 있고 인위적으로 조성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완벽하지 않은 땅을 사람과 환경이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비보(裨輔)라고 한다. 장승을 마을 어귀에 세우거나 물새를 앉힌 솟대를 물가에 꽂거나 물길이 흘러 나가면서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돌탑을 쌓거나 마을이 외부로 훤히 트여 있으면 나무를 심는 당숲 등이 우리가 흔히 보는 신앙 비보 사례다. 물에 관련된 수구(水口) 비보와 연못을 파거나 해태상, 돌거북을 설치해 불길을 누르는 화기(火氣) 비보, 땅의 힘이 부족하거나 훼손되기 쉬운 곳을 가다듬는 산천(山川) 비보, 이름을 바꾸는 지명(地名) 비보 등을 통틀어 비보풍수(裨輔風水)라 이른다. 한국의 비보풍수는 도선 국사(827~898)에게서 비롯됐다. 고려는 산천비보도감, 조선은 관상감이라는 관청을 두고 국가 차원에서 운영했다. 우석대 김두규 교수는 “비보풍수는 국토의 지형 지세를 살펴서 부족한 것을 보완하고자 하는 일종의 국역 조경”이라고 평가했다. 한양은 풍수지리학상 완벽한 도읍이 아니었다. 결점을 보완하고자 나무를 심고 인공산(가산)을 쌓고 연못을 팠다. 한양은 중세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였다. 인구가 개국 초기 10만명에서 후기 20만명까지 늘어나면서 주택 공급, 생활 하수 처리, 산림 녹지가 급선무였다. 그래서 풍수는 승려나 풍수학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왕과 성리학자들이 풍수서를 읽고 연구했다.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인 치산치수와 종묘사직의 보전이 곧 비보풍수였기 때문이다. 사산금표도(四山禁標圖)란 소나무를 베거나 돌을 캐거나 무덤을 쓰거나 사찰을 짓는 행위를 금한 영역표시 지도이다. 문을 폐쇄하고 소나무를 심고 민가나 사찰을 철거했다. 지맥과 수맥을 보호하기 위해 법제화한 강력한 통제책이었다. 현대적 시각에서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라고 볼 수 있지만 훨씬 적극적인 개념이다. 금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철거하거나 공사를 해 보존했다. 삼각산(백운대, 만경봉, 인수봉)~보현봉~백악(북악)으로 이어지는 주맥(主脈)을 보호하는 데 힘을 쏟았다. 숙종과 영조에 이어 정조 때도 보현봉에 흙을 쌓았다. 김정호는 ‘수선전도’에서 보현봉 아래를 ‘보토소’라고 표기했다. 북한산 여러 봉우리 중에서 구준봉(구봉) 뒤쪽의 잘록한 고개를 보토고개(보토현)라고 부르는데 이곳이 삼각산~보현봉~백악을 잇는 급소라 하여 중점적으로 관리한 것이다. 사산금표도를 보면 한양의 행정구역이 보인다. 금표 지역과 사대문 밖 성저십리(城底十里) 지역이 거의 일치한다. 성저십리는 도성으로부터 정확하게 10리는 아니었다. 5리도 있고 10리가 넘는 지역도 있었다. 대개 우이동~장위동~석관동~중랑천~전농동~살곶이다리~옥수동~용산~마포~망원동~성산동~역촌동을 잇는 선이다. 남쪽은 한강, 북쪽은 북한산이 경계다. 행정구역상 한강 이북의 6분의5에 해당하며 강남 개발 이전의 서울 면적과 비슷하다. 금산과 금표는 조선 전기 엄격했고 연산군대에 최고조에 오른 이후 느슨해졌다. 왕권과 신권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영향을 미쳤다. 성종실록에는 임금과 신하 간 풍수 기 싸움에서 임금이 패한 이색적인 대목이 등장한다. 성종 12년 창덕궁 뒤편 응봉산 남쪽 기슭에 세도가의 가옥 100여채가 들어서 궁궐을 억누르고 있다는 상소가 올라왔다. 왕이 철거를 명했으나 신하들의 반대가 빗발치자 흐지부지됐다는 내용이다. 오늘날 혜화동쯤인데 이 지역에 사는 권신과 유생들의 조직적 반대에 왕이 한걸음 물러난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관문에 얽힌 풍수 이야기도 흥미롭다. 서울성곽을 축조할 때 4개의 대문과 4개의 소문을 두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새 통로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물자와 사람이 가장 많이 오가는 한강나루(한남동)에서 도성 안으로 들어가려면 남산을 빙 돌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세조 3년 숭례문(남대문)과 광희문 사이에 남소문(南小門)이라는 길을 열었다. 장충단길 국립극장과 반얀트리호텔(옛 타워호텔) 사이쯤이다. 13년 후인 예종 1년에 남소문 폐쇄론이 제기됐다. 황천살(黃泉殺)이 열려 세자가 요절하고 임금도 시름시름 앓는다는 풍수설이었다. 그 후 200여년간 폐쇄된 남소문이 당쟁의 대상이 됐다. 남소문을 열면 남인이 득세하고 닫으면 서인이 권세를 잡는다며 개문파와 폐문파로 나뉘어 다퉜다. 태종 13년 돈의문(서대문)을 경희궁이 있던 남쪽 언덕으로 옮기면서 이름을 서전문(西箭門)이라고 고쳤다. 풍수 최양선이 경복궁의 지맥 보전에 필요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세종 4년 백성의 통행 불편에 대한 원성이 잇따르자 본래 자리로 옮기고 이름도 되돌렸다.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앞이다. 최양선은 도성의 북쪽 큰 문인 숙정문(숙청문)과 작은 문인 창의문(장의문, 자하문)도 경복궁의 양팔에 해당하므로 지맥 보호를 위해 폐쇄할 것을 건의해 관철했다. 숙정문은 원주 가는 길이지만 산이 높고 길이 험해서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었고 주로 혜화문을 통했다. 숙정문을 폐쇄한 이설(異說)이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전해진다. “이 문을 열어두면 성 안에 음풍(桑中河間之風)이 불어댄다 하여 폐했다”라고 기록돼 있다. 한양의 세시풍속에 ‘정월 보름 이전에 부녀자들이 숙정문을 세 번 다녀오면 액운이 없어진다’고 하여 부녀자들의 북문 나들이가 성황을 이루자 남자들이 모여들었고 급기야 ‘사내 못난 것 북문에서 호강받는다’는 속담이 생겼다는 것이다. 풍기 문란 탓에 북문을 걸어 잠그게 됐다는 얘기다. >>> 물 확보 위해 ‘공사다망’ 했던 조선의 왕들 광화문 해태상·숭례문 세로현판으로 불기운 막아 조선의 역대 왕들은 물을 얻으려고 끊임없이 공사를 일으켰다. 풍수학의 고전 ‘금낭경’에서 ‘풍수지법(風水之法) 득수위상(得水爲上) 장풍차지(藏風次之)’라 하여 장풍보다 득수를 중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경복궁에 물이 부족한 것이 흠이므로 도랑을 파서 물을 끌어들이고(태종), 소격서 골짜기에 못을 조성하고(세종), 숭례문 밖에 못을 파고(세조), 흥인지문 안에 인공산 3개를 조성하고(성종), 동지를 파고 인공산을 쌓고(명종), 관왕묘를 흥인지문 밖에 짓고(선조), 흥인지문 밖에 못을 파고(광해군), 두모포(옥수동)의 채석을 금지(인종)했다. 특히 동지(연지동), 서지(천연동), 남지(숭례문), 북지(삼청동 소격전) 등 4개의 큰 연못을 조성했다. 동지(東池)와 서지(西池), 남지(南池)는 물론 경회루와 성균관 연못, 광화문 앞 해태상, 숭례문의 세로 현판이 모두 불을 막기 위한 풍수 장치였다. 숭례문 밖 남지에 대한 기록은 1629년 이기룡이 그린 ‘남지기로회도’에 잘 나타나 있다. 연못에는 연꽃이 무성했고 버드나무가 보인다. 남지는 지금의 서울역 광장과 대우빌딩 자리쯤으로 어림된다. 1899년 일제가 서울역을 확장하면서 메워 버렸다. 동지는 흥인문 밖과 경모궁 밖에 있는데 두 곳 다 연꽃을 심었다고 ‘동국여지비고’에 기록돼 있으며 김정호의 ‘수선전도’에는 경모궁 앞, 연동 앞, 흥인문 앞 등 3곳에 연못이 그려져 있다. 돈의문 밖 지금의 영천시장 자리에 서지가 있었다. 태종 및 세종실록에는 ‘길이가 100m, 폭 122m의 네모진 못에 낮은 담을 쌓고 버드나무를 심었다’라고 적혀 있다. ‘한경지략’에는 ‘돈의문 밖 서지가에 천연정이 있는데 꽃이 무성해서 여름철 성안 사람들이 연꽃 구경하는 곳으로 제일’이라고 적었다. 경복궁의 명당수 역할을 위한 삼청동 북지(北池)를 제외한 동·서·남지가 백성의 출입이 잦은 큰 문 앞에 자리한 것은 화재 방지용 방화수는 물론 경관 조성을 통한 유희용 등으로 두루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풍수 개념상 내(內) 명당수인 개천(청계천)을 둘러싼 풍수 논쟁도 끊이지 않았다. 명당수냐 아니면 도시의 배수구냐의 다툼이었다. 세종 26년 집현전 수찬 이선로가 “개천물에는 더럽고 냄새나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게 하여 물이 늘 깨끗하도록 해야 하겠나이다”라는 상소를 올렸다. 세종은 중신들과 논의한 끝에 한성부(서울시)가 나서서 개천에 오물을 버리지 못하도록 하고 어기는 자는 사헌부로 하여금 엄벌토록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집현전 교리 어효첨이 개천의 오염은 지리적인 특성과 도시 생활 하수 배출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풍수 논리를 잘못 적용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세종은 하수구를 잃게 된 백성의 원성을 대변한 어효첨의 손을 들어 줬다. 세종은 “풍수서라는 것은 다 믿을 것이 못 되나 옛 사람들이 다 풍수서를 알고 있으니 이런 사람들에게는 풍수설을 자문할 것이고 어효첨 같은 자는 마음으로 풍수설을 그르게 여기니 그것에는 일하지 말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풍수대왕’ 세종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눈물을 머금고 태조가 정한 명당수를 하수구로 판정한 것이다. 항상 열려 있어야 할 개천(開川)이 복개와 복원을 반복한 통한의 과거사를 상기시키는 문답이다. joo@seoul.co.kr
  • [기고] 일상에서 채워가는 힐링의 시간/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기고] 일상에서 채워가는 힐링의 시간/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하지만 직업을 구함에 있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보다는 개개인의 형편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직장 생활 외에 다른 좋아하는 일을 찾으며 힐링의 시간을 보낸다. 다양한 생활체육을 즐기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취미가 같은 사람들을 만나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취미 생활에 깊이가 더해지면서 나중에는 전문가 수준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매년 ‘근로자문화예술제’를 열어 근로자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벌써 서른네 번째다. 지금까지 참여한 근로자 수는 13만명에 이른다. 가요제, 연극제, 미술제, 문학제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예술제를 통해 근로자들은 평소에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인다. 정말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보이는 참여자도 적지 않다. 취미로 시작했던 일에서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면서 얻은 결실일 게다. 4개 부문 중 첫 번째로 지난 4월 가요제가 열렸다. 참가자 중에는 어릴 적 가수를 꿈꾸며 무대에 오르기를 열망했던 분, 노래가 좋아 사무실에 연습실을 따로 만들어 놓으신 분도 있었다. 젊었을 때 홍대에서 밴드 활동을 했거나 직접 사내 동아리 분들과 자작곡을 만들어서 참여한 팀도 있다. 그분들은 상을 받기보다는 무대에 서는 것에 만족하면서 함께 한 시간을 즐겼다. 연극제에는 37개 팀이 참가했다. 회비를 걷어 연습할 공간을 마련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호흡을 맞췄을 것이다. 그분들은 오로지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모였고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자잘한 소품에서 대도구까지 직접 단원들이 만들어 가면서 내면의 끼를 열정적으로 표출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분들이다. 얼마 전에는 미술제와 문학제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미술제 수상작 중에는 장애를 입은 산재근로자의 작품도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다리를 잃었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장애를 극복한 의지가 느껴진다. 문학제의 작품들은 근로자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녹아 들어간 작품들이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경험과 현실에 대한 문제를 끄집어낸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예술제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80년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근로자를 위한 최고의 문화 축전으로 견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예술제 수상자들은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매년 발표회를 갖고 활동을 계속 이어간다. 예술제에 참여한 작품에는 근로자의 현장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또 우리 주변의 일상을 편하게 그려낸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에게 더 쉽게 다가가고 공감을 이끌어 낸다. 바쁜 일상에서 놓친 것들을 스스로 채워가는 노력은 지친 삶을 굳건히 지켜주는 새로운 에너지가 될 것이다. 장년을 바라보는 근로자문화예술제가 우리의 생활에 활력을 주고 지친 일상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 [길섶에서] 검은 팥/문소영 논설위원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얼마 전 텃밭에서 ‘검은’ 팥을 얻었다. 팥은 원래 붉은색으로 12월에 동지팥죽을 쒀 먹는 풍습은 팥의 붉은색이 귀신을 쫓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은 팥이라니. ‘도시촌놈’을 위해 설명을 보태자면, 검은 팥은 야생팥이나 ‘돌팥’이라 불리는데 예전에도 키웠다고 한다. 가격은 보통 팥의 두 배 정도로 맛이 한결 좋단다. 껍질이 검은색일 뿐 성질은 팥 그대로다. 검은 팥의 탄생에 짐작 가는 데가 있다. 텃밭 한쪽에 콩 두 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수확해 보니 하나는 검은 콩인 서리태였고 그 옆에 찰싹 붙어 자란 다른 것은 꼬투리가 길쭉한 것이 영락없는 팥이었다. 그 팥이 수분할 때 검은 팥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인공교배도 아니고 자연에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르면 검은 팥의 2세들은 붉은 팥일 가능성이 절반 이상이다. 내다 팔 것도 아닌 검은 팥에 관심이 깨알같이 쏠리는 이유는 아마도 귀해서겠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현대판 늦깎이 ‘참봉’/정기홍 논설위원

    조선시대에 호랑이를 잡는 ‘착호갑사’(捉虎甲士)란 직책의 말단 관직이 있었다. 호랑이가 민가에 자주 출몰하자 나라에서 호랑이 사냥꾼을 둔 것이다. 경국대전에는 440명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맡은 일이 매우 위험해 출세의 길도 좋았다고 한다. 조선후기 들어 호랑이가 줄어들자 그 자리는 없어졌다. 임금 행차 때 “주상전하 납시오”라고 외치는 ‘중금’(中禁)도 비슷한 말단 직책이었다. 정년이 아주 짧았다는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목소리가 낭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15세 아래의 나이에 임용돼 변성기 이전인 16세쯤이면 자리를 옮겼다고 전한다. 이외에도 외국어 통역관인 ‘통사’(通事), 법을 어기는 자를 잡는 ‘소유’(所由), TV 사극 대장금을 통해 잘 알려진 ‘의녀’(醫女), 말을 관리하는 ‘마의’(馬醫), 장부 관리와 측량을 맡았던 ‘산원’(算員)도 최말단 관리였다. ‘조선의 9급 관원들’의 저자 김인호는 이들을 ‘하찮으나 존엄한’ 존재로 기록하고 있다. 요즘엔 조선시대의 말단 관리를 ‘참봉’(參奉)으로 통칭하고 있다. 이는 18개 품계의 최말단직인 종9품의 문과 벼슬에 속한다. 지금의 9급 공무원과 가까운 직급이다. 참봉 가운데 왕릉을 관리하는 일을 관장하는 ‘능참봉’은 직위는 낮았지만 그 권위는 남달랐다. ‘나이 칠십에 능참봉을 하니 하루에 거동이 열아홉 번씩이라’는 속담은 늙은 나이에 능을 찾는 고관대작들을 모시기 바빴다는 뜻이 담겼다. 종9품의 ‘녹봉’(祿俸)에 관한 기록도 있다. 나라님으로부터 한 해에 쌀 9석과 보리 1석, 콩 2석, 옷감 두 필을 받았다고 한다. 정승이 쌀 64석에 보리 10석, 콩 23석, 옷감 12필을 받은 데 비해 너무 초라해 근근이 살 정도였다. 이는 지방 관리의 잦은 수탈과 무관치 않다. 남명 조식 선생이 “이서(吏胥·아전) 때문에 망한다”고 개탄한 데서도 그 폐단을 짐작할 수 있다. 참봉 아래 아전(衙前)이지만 정식으로 품계를 받지 않은 직책이다. 57세(1956년생)인 임모씨가 경기 연천군의 사회복지직 9급 공채시험에서 최종 합격했다고 한다. 2009년 공무원시험 응시연령 상한을 없앤 뒤 최고령자다. 연천군은 “지역에 노령자가 많아 임씨의 다양한 경험이 상담과 안내에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며 뽑은 이유를 밝혔다. 최근 몇 년간 40~50대 중·장년층의 공시 응시자가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이들의 합격률은 2009년 4%(98명)에서 지난해 7.9%(159명)로 크게 올랐다. 임씨가 공직에서 근무할 햇수는 공무원 정년이 만 60세이니 몇 년 안 된다. 그의 인생 이모작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쫓기는 꿈이 치매 조짐?…꿈을 살피면 건강이 보인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꿈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때가 많다. 이러한 꿈은 실제로 사람의 건강 상태를 나타낸다고 서양의 수면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꿈이 아무 원인없이 꾸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태에 따라 다양한 꿈을 꾸게 된다는 의미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최근 꿈을 꾸게 하는 다양한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다. 평소 꾸는 꿈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한번 살펴보자. 1. 악몽을 꾼다(가능원인: 베타차단제, 심장질환, 편두통, 수면부족) 베타차단제는 악몽을 꾸게 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고 한 수면전문가는 말한다. 이는 혈압약으로 널리 쓰이지만, 악몽을 유도하는 특정 뇌화학물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네덜란드의학저널(NJM)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심장질환은 악몽과 연관된다. 부정맥일 경우 악몽을 꿀 확률은 3배며, 가슴 통증은 7배였다. 이는 숨 쉴 때 뇌로 전달되는 산소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편두통 역시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편두통 환자들이 주로 분노와 폭행에 관한 악몽을 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수면 부족도 마찬가지다. 우리 뇌가 깨어 있는데 몸이 아직 자고 있어 흔히 가위눌렸다고 하는 수면마비 상태를 경험하고 이를 악몽을 꿨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2. 평소보다 꿈을 많이 꾼다(가능원인: 너무 춥거나 덥게 잘 때, 호르몬, 만성통증, 항우울제 중단) 밤에 너무 춥거나 덥게 자면 꿈을 많이 꿀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자다가 수차례 깨면서 그때마다 꿈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수면에 적합한 온도는 18도다. 여성의 호르몬 변화 역시 많은 꿈을 꾸게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불면증이나 팽만감, 근육경련과 같은 만성통증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우울증 치료를 중단한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항우울증제는 급속안구운동(램) 수면을 감소시켜 꿈을 덜 꾸게 한다. 3. 습격당하는 꿈을 꾼다(가능원인: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누군가에게 습격당하거나 쫓기고 혹은 추적하는 긴장감 넘치는 꿈을 자주 꿀 때에는 뇌신경 질환인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을 의심해야 한다고 한다. 또 수면 중에 몸을 부르르 떠는 사람은 꿈속의 행동에 몸이 이끌려 가지 않도록 제어하는 뇌의 스위치가 손상된 ‘램수면 행동 장애’라는 병으로 10년 이내에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증 초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4. 일찍 일어나는 꿈(가능원인: 고지방 음식 섭취, 비만, 스트레스, 우울증) 고지방식은 뱃속에 오래 남기 때문에 위와 식도 사이에서 부담을 느끼고 위산이 역류해 가슴쓰림 등을 일으킨다. 이런 증상은 일반적으로 잠들자 마자 발생하기 때문에 한밤중에 깨는 원인이 된다. 또한 산성 역류는 체내에 여분의 지방을 모아두고 있는 비만인 사람에게 잘 일어나므로 뚱뚱한 사람일수록 자주 깨기 쉬우며, 우울증이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5. 기억이 잘 나거나 이상한 꿈(가능원인: 술, 감염, 말라리아예방약, 갱년기) 과음한 상태에서 자면 이상한 꿈을 꿀 수 있고 일어났을 때 꿈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날 수 있다고 한다. 수면 시 알코올이 빠지기 시작하는 데 그에 따라 뇌에서 분비하는 화학물질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자는 동안 만일 벌레로부터 공격받을 경우에도 우리의 면역체계가 감염을 막기 위해 싸우면서 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말라리아예방약을 투여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 호르몬 균형의 변화로 폐경 전후의 여성에게도 이러한 꿈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6. 야한 꿈(가능원인: 창의력 증대) 야한 꿈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꿀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횟수가 늘어나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자주 꾸게 될 수 있다고 한 심리학자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에게 꿈의 내용과 실제의 성생활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창의력이 증가하는 경우 등은 성과 관련한 꿈을 자주 꾸게 된다고 한다. 은퇴하고 새로운 꿈을 찾는 사람들이 이런 꿈을 꾸기 쉽다고 한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바라만 보던 CCTV, 알아서 분석도 한다

    바라만 보던 CCTV, 알아서 분석도 한다

    범죄꾼들의 치밀한 준비와 실행을 그린 케이퍼 무비(caper movie)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대형 금고 등을 지키는폐쇄회로(CC)TV를 무력화시키려는 범인들은 CCTV에 영상장비를 연결한다. 미리 준비한 화면을 틀면 경비용 모니터 화면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금고의 모습이 나간다. 이렇게 시간을 버는 동안 본진은 감쪽같이 금고를 털고 빠져나온다. 이런 수법은 실제에서도 가능할까. 답부터 이야기하면 ‘아니요’다. 최신 CCTV에는 외부에서 접근하는 다양한 디지털신호를 감지해 경고를 보내는 기능(DIO 알림)이 있기 때문이다. 범죄와 보안기술은 창과 방패의 관계다. 서로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며 생존을 위한 진화를 거듭한다.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의 경합 속에 발전 중인 시스템 보안 기술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 일상 속에 자리잡은 CCTV가 처음 개발된 것은 2차세계대전 때이다. 1942년 독일의 지멘스 사가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 과정을 안전하게 관찰하기 위해 발사대 주변에 CCTV를 설치한 것이 효시였다. 전쟁용 장비를 보안용으로 용도를 변경한 것은 미국이다. 20여년 후인 1968년 미국 뉴욕 주 올린 시는 범죄자 식별과 범죄예방을 위해 도로 곳곳에 CCTV를 설치했다. 이후 CCTV는 전 세계에서 공공기관의 범죄 예방, 기업체의 출입 통제, 원자력발전소 모니터링, 교통관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용됐다. 하지만 초기 CCTV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흑백 화면인 데다 화질이 떨어져 범죄 장면을 찍더라도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요즘처럼 줌(Zoom) 이나 팬(Pan)의 기능조차 없어 멀리서 넓은 범위를 촬영하다 보니 실제 촬영된 화면의 효용성이 더욱 떨어졌다. 약점이 알려지면서 경험 많은 범죄꾼은 CCTV 앞에서도 보란 듯이 얼굴을 드러내놓고 범행을 하는 일까지 나왔다. 자기 테이프에 영상을 저장하는 시스템도 문제였다. 촬영된 영상에서 문제의 장면을 찾는 시간도, 테이프를 사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런 문제점들을 조금씩 해결해 줬다. 이제 테이프에 영상을 녹화하는 곳은 없다. 얼마 전까지 40만 화소에 머물던 상업용 CCTV 화소 수도 현재 200만 화소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인력에 의지하는 감시체계는 여전히 한계로 지적됐다. ‘열 사람이 한 도둑 못 막는다’는 옛 속담은 실제 과학적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업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한 사람이 2대 이상 모니터를 동시에 모니터링하면 12분이 지났을 때 45%, 22분이 지나면 95%까지 중요한 장면을 놓쳤다. 아무 일도 없는 영상을 오래 보다 보면 자연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를 황망하게 만드는 실험 결과였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보안인력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덕분에 등장한 것이 지능형 영상관제솔루션으로 불리는 ‘SVMS’(Video Management System)다. 이 기술은 24시간 모니터를 주시해야 하는 경비요원 대신 카메라 영상신호를 입력받아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하고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실제 보안업체인 에스원은 총 64개 CCTV에서 보내온 화면을 한꺼번에 분석하는 영상을 감시 감독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CCTV마다 필요한 감시 기능을 골라 설정만 해놓으면 이상징후가 있을 때 바로 보안인력에게 정보가 전달된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는 탑승자가 다른 이에게 흉기를 휘두르거나 납치를 하려 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은 학교 옥상 등에서 학교폭력을 막는 데도 이용된다. 침입이나 화재 등을 감시하는 기존 기능 외에도 특정구역 안에서 일정시간 이상을 배회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동으로 경비원에게 침입 징후가 있음을 일러준다. 공항이나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에선 수상한 물건이 오랜 시간 방치될 때 경보를 울릴 수 있도록 기능을 설정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군사용 기술도 보안시장에 속속 도입된다. 광대역 주파수를 이용한 일종의 레이더 기술인 UWB(Utra wide Band)가 대표적이다. UWB는 고주파 무선신호가 물체에 반사된다는 특성을 이용해 탐지 영역 내에 침입자가 들어왔는지를 자동 감지해 낸다. 감지를 피할 목적으로 기계 앞에 우산이나 가림막, 장애물을 설치한 뒤 숨어도 소용없다. 고주파 무선신호가 장애물 넘어 숨어 있는 누군가를 바로 찾아내기 때문이다. 또 군사용으로 먼저 개발된 최신 적외선 영상기술은 최대 100m나 떨어진 곳의 피사체도 식별할 수 있다. 감지기의 전원을 끊거나 부숴 버리는 방법도 안 통한다. 기계에 이상이 생기면 즉각 상황실로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 탑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엔 CCTV를 피하려는 범죄자들이 모자나 마스크를 쓰는 일이 빈번하다. 이 때문에 연구 중인 것이 3차원 스캔을 통한 용의자 식별기술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개발해 상용화 단계인 기술로 눈과 귀, 코 등 얼굴의 일부만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마스크를 쓴 채 총 21명을 살해한 유영철을 검거하는 데도 이용됐다. 에스원 관계자는 “CCTV와 영상저장장치 등 영상감시 관련 시스템은 국내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지능형 영상인식 기술 분야는 해외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결국 영상감시 시스템에 지능형 감시 기술이 얹어질 때 시너지 효과가 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아베 정치 파트너 “한국과 관계 개선 원해”

    아베 정치 파트너 “한국과 관계 개선 원해”

    일본 집권 자민당의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3일 개천절을 맞아 도쿄 주일대사관에서 열린 국경일 기념 리셉션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한국과의 교류 및 관계 개선을 하고 싶다”며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공명당은 한국과 오랜 교류가 있고 재일동포의 지위 향상에도 이해를 보여 왔다. 이런 의미를 살려 폭넓은 교류를 끊임없이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는 양국 간 의원연맹이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새롭게 정비를 하고 있다. 이런 교류가 쌓여 가는 과정에서 정부 관계도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관계를 방해하는 여러 요인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고, 양국 국민이 그런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리셉션에서 이병기 주일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한·일 양국이 정치·외교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지만 양국민 간의 상호이해와 교류는 변함없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이어 “우리 속담에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한 뒤 “양국 관계가 이른 시일 내에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저와 대사관은 양국민들의 우정을 토대로 한·일 관계 안정화라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가이후 도시키 전 총리, 가이에다 반리 민주당 대표, 센고쿠 요시토 전 관방장관, 사사키 미키오 일·한 경제협회장,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 등 일본 정·관계 요인을 비롯해 내외빈 800여명이 참석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아내가 연명치료 시작하던 날 내 육체적 고통은 해방됐지만 ‘죽음의 질’이란 고뇌는 깊어졌다”

    “아내가 연명치료 시작하던 날 내 육체적 고통은 해방됐지만 ‘죽음의 질’이란 고뇌는 깊어졌다”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환자 옆에서 오랫동안 간병을 해야 하는 가족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질병으로 인한 가족 해체도 낯설지 않다. 더구나 한번 발병하면 상태가 좋아진다는 희망이라고는 없이 악화되기만 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파킨슨병은 어찌 보면 종말을 향해 가는 ‘소모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파킨슨병에 걸린 아내를 10년이나 간병했던 김석규(77) 전 주일대사는 처음 발병 사실을 알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병원마다 다니며 진찰을 받았다. 그때마다 ‘파킨슨병 아니죠’라고 물어보곤 했다”고 말했다. 40년간 외교관으로 일하다 2000년 주일대사를 끝으로 공직을 마친 김 전 대사는 2004년 1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지난 1월 74세로 눈을 감은 아내 송혜옥씨 곁을 10년 동안 지킨 이야기를 담은 ‘파킨슨병 아내 곁에서-투병 10년의 고통, 간병 10년의 고뇌’를 최근 출간했다. 파킨슨병은 뇌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신체 기능이 점점 사라지다가 결국 죽게 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아내는 2002년 처음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났고 2006년 6월부터는 말을 전혀 못하게 됐다. 2007년부터 휠체어 신세를 졌다. 2010년 5월부터는 코를 통한 급식튜브로 영양을 섭취했고 4개월 뒤에는 음식을 위에 직접 주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파킨슨병에 걸려 몸이 점점 마비되는 아내를 간병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상당한 중노동이었다. 한밤중에 자다 일어나 환자를 부축해 화장실에 가면서 혹시라도 힘이 모자라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건강이 나빠져 아내를 돌봐 주지 못하게 될까 걱정해 건강검진도 더 열심히 받았다고 했다. 김 전 대사는 아내가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 특수연명치료를 받게 되자 “육체적인 고통에서 해방된 시간”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20개월 동안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아내를 보면서 무의미한 짓이라는 생각과 ‘그래도 사람 목숨인데’ 하는 마음이 수시로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우리는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며 ‘죽음의 질’이라는 환자 자기 결정권을 조심스레 거론한다. 물론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는 “아마도 연명치료를 할 것 같다”고 했다. 비슷한 상황을 맞은 사람에게 조언을 해줘야 할 상황이 닥치더라도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말은 차마 자신 있게 못 하겠다”고 했다. 아내를 떠나보낸 뒤 김 전 대사는 “친구들 만나서 바둑도 두고 등산도 하며”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무심한 듯 “외롭다”는 말을 되뇌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멸치 대가리’ 무시하지마, 블랙박스만큼 정교해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황선도 지음/부키/240쪽/1만 5000원 우리 연안의 물고기 가운데 옛사람들이 미역어(迷役魚)라 일컫던 녀석이 있다. 헷갈릴 ‘미’자에 시킬 ‘역’자이니 완곡하게 풀자면 ‘대체 어디다 써야 되는 물고기냐’는 뜻이다. 눈치 빠른 이는 단박에 알 터다. 흐물흐물한 살집에 둔하기 짝이 없어 어부들이 영 재수 없게 생각했던 물고기, 물메기다. 요즘엔 술꾼들 속 풀어주는 데 탁월한 효능을 가졌다 해서 귀한 생선 대접을 받는다. 숭어는 ‘출세어’라 불린다. 출세지향적인 사람에 대한 은유다. 커 가면서 이름이 수차례 바뀌는 것에 빗댄 표현이다. 지역마다 이름도 제각각이다. 크기와 형태, 습성 등 다양한 기준으로 정한 이름이 평안북도에서 경상남도까지 대략 100개쯤 된단다. 이름 많다고 소문난 명태는 도무지 댈 게 못 된다. 이처럼 연안의 물고기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었다. ‘멸치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30년간 어류를 연구한 저자가 우리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에 대한 여러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을 나눈 방식이 독특하다. 1월부터 12월까지 다달이 제철 물고기 16종을 선정한 뒤 차례로 설명하는 식이다. 1월 명태, 2월 아귀, 3월 숭어를 거쳐 11월 홍어, 12월 꽁치와 청어로 마무리한다. 각 장에서는 물고기 이름의 유래와 관련 속담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참홍어 얘기가 재밌다. 일반적으로 홍어는 여러 암컷에게 지분대는 ‘색골’로 알려져 있다. 생식기가 두 개인데다 짝짓기에 정신이 팔린 채 암수가 동시에 그물에 걸리는 장면이 종종 목격됐기 때문이다. 한데 저자는 이를 색다르게 해석한다. “삼강오륜을 지키는 일부일처주의자”라는 것이다. 심지어 “교미 후 기꺼이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수사마귀처럼 짝에 대한 마지막 작별의 애절함”이라고까지 미화한다.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다. 그 작은 멸치 대가리에 무슨 블랙박스가 있다는 건가. 답은 이석이다. 칼슘과 단백질로 이뤄진 일종의 뼈로,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 구실을 한다. 이 이석을 쪼갠 뒤 나이테 같은 무늬를 분석하면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하루에 얼마나 성장했는지 등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거다. 책은 이처럼 머리 아픈 해양학의 세계를 쉽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궁극의 목표는 단순하다. “잘 아셨습니까? 그러니 이제 보존하는 데 힘을 쓰셔야지요?”다. 우리에게 일가붙이처럼 친숙한 물고기들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점점 씨가 말라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서둘러 깨닫고 더 늦기 전에 종족 보존에 힘쓰자는 얘기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