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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는 사랑을 싣고’ 박영선, 과거 돌연 은퇴 선언 이유?

    ‘TV는 사랑을 싣고’ 박영선, 과거 돌연 은퇴 선언 이유?

    모델 박영선이 전성기 시절을 함께 했던 단짝 모델 친구를 찾았다. 1987년 19세의 나이에 신이 내린 모델이라 불리며 모델계를 평정한 박영선은 90년대 청춘스타 등용문인 초콜릿 CF는 물론, 드라마와 영화까지 접수했다. 그러나 1999년 돌연 은퇴 선언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모델 최초로 패션뿐 아니라 방송 활동을 병행한 원조 슈퍼모델 박영선. 어느덧 한 아이의 엄마로 50대 중년 여성이 된 박영선이 24일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 20대 전성기 시절의 단짝 모델 친구 박선희 씨와 재회를 소망했다. 박선희 씨는 박영선이 1987년부터 90년대 후반까지 톱모델로서 성공 가도를 달릴 때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곁에서 큰 힘이 돼줬던 단짝이었다. 박영선은 “올해 52세로 갱년기가 왔다. 1999년 은퇴 후 미국으로 떠나 2005년 아들을 낳고 2014년에 화려한 싱글로 한국에 복귀했으나 혼자 지내니까 무척 외롭다”면서 “갱년기로 사람이 그리운 요즘, 20여 년 전 톱모델로서 활동하던 전성기 시절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심신이 지쳐갈 때 숨통을 틔워준 친구를 찾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19세 때 ‘국제복장학원’ 차밍스쿨에서 만난 박선희와 친분을 쌓고 성인이 된 후 ‘민화투‘, ’오이 소주‘, ’무도회장‘ 등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박영선은 “별 것 아닌 일이었지만 박선희를 만나 처음 알게 된 자유였다. 바쁜 삶 속 숨 쉴 수 있는 탈출구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박영선과 두 MC는 당시 두 사람의 추억이 묻어있는 압구정으로 향해 90년대 패션의 중심이었던 압구정 문화를 소환했다. 1990년대 압구정은 일명 ‘오렌지족’이라 불리는 청년들의 집결지로 유행을 선도하는 젊음의 거리였다. 박영선은 “나와 선희 언니는 물론 모두 압구정으로 모였다. 그땐 카페에서 김치볶음밥과 콜라를 먹는 게 유행이었다”며 추억에 젖었다. 이어 박영선은 1999년 명실상부 대한민국 톱 모델로 승승장구하던 때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가 2014년 다시 복귀하게 된 심정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는 “정상에 있을 때 떠나고 싶은 배부른 생각을 했다. 은퇴 후 미국에 갔을 땐 일을 안 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특히 “15년의 공백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내 마음은 아직도 30대고 무대에서 어린 친구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사람들은 오로지 나이만 보더라”며 복귀 후 순탄치 않은 상황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박영선은 “첫 무대 복귀 후 집에서 울었다”고 고백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공장 바닥에 분식회계 증거물 숨긴 삼성바이오 직원 구속

    공장 바닥에 분식회계 증거물 숨긴 삼성바이오 직원 구속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물들을 공장 바닥 아래 숨긴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24일 삼성바이오 보안 담당 직원 안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해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 공장 마룻바닥을 뜯고, 회사 공용 서버와 직원 노트북 수십 대를 숨긴 혐의(증거인멸 등)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5일 안씨를 체포해 공용 서버 등을 숨긴 장소와 증거 인멸을 지시한 윗선을 추궁한 끝에 “공장 마룻바닥 아래에 숨겼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어서 지난 7일 삼성바이오 공장을 압수수색해 은닉된 공용 서버 등을 찾아냈다. 이튿날 구속된 안씨는 증거인멸을 지시한 윗선에 대해 대부분 실토했다. 그러나 증거인멸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한 대표이사는 세 차례 소환조사에 이어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직원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시작한 이래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직원은 안씨까지 3명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17일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 양모씨와 부장 이모씨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직원 수십 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JY’, ‘합병’, ‘미전실’ 등 검색어를 넣어 문제가 될 법한 자료를 삭제하고, 회사 가치평가가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삼성에피스가 지난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삭제한 ‘부회장 통화 결과’ 및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 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파일 상당수를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폴더 내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복구된 파일에는 이 부회장이 삼성에피스 임원과 해당 회사 현안과 관련해 통화한 내용 등이 육성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증거인멸’ 구속위기 놓인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檢 이재용 부회장 겨누나

    ‘증거인멸’ 구속위기 놓인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檢 이재용 부회장 겨누나

    24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영장심사‘이재용 승계작업 관련인지’ 질문에 묵묵부답사업지원TF 부사장 등 2명도 함께 구속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관련 증거를 인멸한 의혹을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등 삼성 임직원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4일 열렸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된다.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김 대표를 비롯해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 등 3명에 대해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오전 10시 7분쯤 가장 먼저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김 대표이사는 ‘증거인멸 지시를 직접 하신건지, 아니면 더 윗선의 지시를 받았는지’, ‘증거인멸한 내용들이 이재용 부회장 승계작업과 관련된 건지’, ‘지난해 어린이날 회의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도착한 김 부사장과 박 부사장도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진행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들이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고자 그룹 차원에서 증거인멸을 지휘한 것으로 보고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검찰 수사에 대비해 ‘부회장 통화결과’, ‘바이오젠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와 그 안에 들어간 2100여개의 파일을 삭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 수십 명의 휴대전화 노트북, 그리고 공용서버에서 ‘JY’,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문건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삭제된 파일에는 이 사건의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과 직결되는 증거들이 다수 발견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콜옵션’과 관련해 육성으로 지시한 파일도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소속 서모 상무의 신병을 확보했다. 또한 검찰은 ‘현장 책임자’로 지목된 삼성에피스 소속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도 지난 17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태한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윗선’이자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일컬어지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수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의 수사망이 이 부회장까지 향할지 주목받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김백준-MB 법정 대면 또 불발…법원 “과태료 500만원, 구인장 발부”

    김백준-MB 법정 대면 또 불발…법원 “과태료 500만원, 구인장 발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 또 불출석했다. 지난 21일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뒤 법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라는 출석요구서를 전달받았으면서도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 끝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다시 한 번 구인장을 발부해 반드시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24일 오전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김 전 기획관이 또 출석하지 않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이날까지 7차례나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재판부는 “본인이 피고인으로 된 형사재판에는 출석하고 가장 중요한 증인으로 신청된 이 사건에는 증인 소환장을 정식으로 전달받고도 출석 의무를 회피했다”면서 “출석하지 않은 데 대해 재판부가 아무리 살펴도 정당한 사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에 따라 김 전 기획관에게 최고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초 변론을 마무리하려고 계획했던 오는 29일에 김 전 기획관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 증인신문을 갖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구인장도 발부했다. 재판부는 검찰에게도 “증인 소환을 피하면 그만이라거나 구인장 집행이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법 집행기관이자 공익의 대변자로서 엄정하게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 전 기획관을 향해 “형사소송법에 의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석하지 않으면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겠다”고 경고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학의 성접대냐 성범죄냐...일주일 안에 결판난다

    김학의 성접대냐 성범죄냐...일주일 안에 결판난다

    김학의 구속 기한, 다음달 4일검찰, 윤중천과 일괄기소 계획폭행·협박 인정돼야 강간 적용증거 없어 성접대로 끝날 수도진상조사단 조사 결과에 촉각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일괄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이 윤씨와 함께 김 전 차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뇌물수수 혐의 외에 강간치상 혐의도 적용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구속 기한은 다음달 4일까지다. 검찰은 늦어도 다음달 3일 전에 김 전 차관을 기소하면서 지난 22일 구속된 윤씨도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지난 3월 29일 이후 2개월가량 이어진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기소한 뒤 중간 수사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제 관심은 김 전 차관의 공소장에 성범죄 혐의가 포함되느냐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성접대(뇌물)를 받은 선에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윤씨와 마찬가지로 김 전 차관에게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하려면 우선적으로 ‘강간’이 입증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피해 여성 이모씨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이 윤씨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2007년 11월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 강간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김 전 차관이 현장에 있었고 이씨와 성관계를 한 것으로 봤지만 폭행 또는 협박을 한 증거를 못찾아 공범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수사단 관계자는 윤씨에게만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피해 여성이 윤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받아 그때까지도 제압이 돼 있는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 해도 피해 여성이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점을 이용해 간음했다면 준강간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지만, 검찰은 당시 피해 여성이 만취 상태이거나 약물에 취해 자고 있는 등 아예 저항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면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윤씨는 성폭행 혐의와 관련해 강력 부인하고 있고, 김 전 차관도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전날 윤씨는 구속 수감 뒤 첫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변호인 접견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 전 차관도 전날 구속 뒤 네 번째 소환됐지만 진술을 하지 않아 3시간여만에 서울동부구치소로 돌아갔다. 검찰은 이날 윤씨를 소환해 조사하기로 한 반면, 김 전 차관은 부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술을 거부한 김 전 차관을 상대로 다른 전략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남은 기간 동안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한 대질조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또 다른 피해 여성 A씨는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한 대질신문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일주일 간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발견돼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오는 27일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 진상조사단도 검찰과거사위원회에 최종 보고를 한다. 보고서에 성범죄 관련 조사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수사 권고 여부를 떠나 검찰이 참작할 만한 의미 있는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설] 노무현 10주기, 증오와 혐오의 정치 종식시키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어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와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신사 등 1만여명이 추도식장을 찾는 등 초여름 햇빛만큼이나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추도식에 참석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였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사무치는 듯한 추도사에 추모객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난무하는 지금 어제 봉하마을의 열기는 노 전 대통령 추모를 넘어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새 정치를 향한 열망을 담았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가치는 국민 참여 정치와 통합의 정신, 실용 추구로 집약된다. 그는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실천에 온힘을 기울였고, 이는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로 열매를 맺었다. 기득권 세력의 특권과 반칙을 깨려고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통합의 정치를 지향했다. 정치인일 때는 총선에서 지역주의를 허문다며 정치 1번지 종로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바보 노무현’을 감수했고, 대통령 재임 시엔 협치를 위해 권한을 야당에 나눠주는 대연정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지지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제와 외교 문제에서 실용의 정신을 발휘한 점도 계승돼야 할 가치다. 그는 진보세력의 반대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한미동맹을 위해 이라크 파병 결단을 내렸다. 부시 전 대통령이 이날 추도사에서 “중요한 동맹국이었던 한국의 기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할 만했다. 10주기에 돌아본 우리의 현실은 아쉽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이 여전히 판치고, 증오와 막말이 기승을 부린다. 대외 경제 여건은 갈수록 안 좋아지는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야는 힘을 모을 줄 모른다. 정치권이 달라져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국회로 들어가 해법을 모색하고, 여당은 야당이 들어올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지지 세력이 반대하는 정책이라도 밀어붙이길 기대한다.
  • 특검·납세자료·탄핵론… ‘사면초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세지는 금융자료 및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자료 제출 요구, 탄핵론 등으로 정치적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 대선 경합주인 플로리다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막상막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사업가 시절 금융자료가 미 의회에 제출되는 것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사업체가 ‘미 의회의 재무기록 확보를 막아달라’고 낸 소송에 이어 두 번째 패소다.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에드가르도 라모스 판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세 자녀, 부동산 개발업체 트럼프그룹이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와 미 은행 캐피털원 등 금융기관 2곳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 요청을 기각했다. 또 하원 정보위원회는 이날 뮬러 특검 보고서와 관련된 자료를 법무부가 넘겨주기로 합의함에 따라 법무부에 대한 소환장 집행을 논의하기 위해 열려던 회의를 연기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법무부가 12개 범주의 방첩 및 외국 정보 자료를 제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탄핵론이 불거지자 3분 만에 회동을 중단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민주당의 금융자료 제출과 특검 보고서 공개 등 압박이 거세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플로리다 애틀랜틱대학은 지난 16~19일 플로리다의 등록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나란히 5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부글부글 끓는 이야기 본능…스릴러 여왕의 힐링 판타지

    부글부글 끓는 이야기 본능…스릴러 여왕의 힐링 판타지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한국의 스티븐킹’ 소설가 정유정(53)을 알린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정유정을 어두운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기억한다면? 틀렸다. 등단작인 ‘내 심장을 쏴라’, 이어 출간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세상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다. 정유정을 어두운 소설을 쓰는 어두운 사람으로 상상한다면? 더 더 틀렸다. 그의 노래방 18번은 하이디의 노래 ‘진이’다. 노래방에서 “이~ 시~ 간이간이간이~”를 부르는 사람의 활력을 떠올리면, 딱 맞다. 신작 제목이 ‘진이, 지니’인 이유다.지난 22일 서울 합정동 은행나무출판사 사옥에서 만난 작가는 ‘부글부글 끓어오른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진이, 지니’는 속에서 이야기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작가가 한달음에 써내려간 작품이다. 줄거리와 개요, 주인공의 이름과 제목까지 한자리에서 정해졌단다. 소설은 침팬지 사육사 ‘진이’가 야산에서 보노보를 구조하는 데서 시작한다. 자신의 이름을 변주한 ‘지니’라는 이름마저 지어준 보노보를 품에 안고 산길을 빠져나가던 그 순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웬걸, 깨어나 보니 손처럼 발을 쓰고, 얼굴엔 털이 부숭부숭하다. 보노보 ‘지니’의 몸에 사람 ‘진이’의 영혼이 들어간거다. 사고 현장 근처에서 노숙을 하던 청년 백수 민주의 도움을 받아 제 몸으로 돌아가려는 진이의 사흘이 이야기의 골자다. 스릴러 작가가 뜻밖에 판타지를 만났다. 이는 ‘20세기 대표 지성’ 버트런드 러셀의 문장 ‘시간의 어떤 순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를 만난 데서 시작한다. 그 문장은 30년 전, 중환자실에서 암투병을 이어가던 어머니의 마지막 사흘로 자신을 소환시켰다. 그 시각 어머니는 의식 없이 심장만 뛰었다. “간호사복 입고 옆에 앉아서 사흘을 꼬박 지켜봤어요. ‘엄마, 어디 가 있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 같으면 어디로 갈까. 저는 제 과거나 미래가 아닌, 인류의 태고적 조상들이 살던 사바나 밀림으로 가보고 싶었어요.” 상상 속 영장류들의 밀림에서 만난 게 ‘보노보’다. 친숙한 침팬지가 아니라 왜 보노보일까. “침팬지는 수컷 중심 사회에, 서열 중심이에요. 근데 보노보는 모계 중심에 연대에 의존하는 사회예요. 제가 상상한 사육사 진이 캐릭터랑 잘 맞더라고요.” 보노보의 DNA가 인간과 98.7%가량 일치한다는 설명에 이르러서는 흡사 소설가가 아니라 동물 연구자와 얘기하는 느낌이다. 그가 이렇게 ‘보노보 박사’가 된 데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의 힘이 컸다. 그의 전작을 재밌게 읽었다는 최 교수는 메일 한 통에 일본 교토대 영장류 센터, 구마모토 보노보 생추어리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렇게 취재에 쏟은 기간만 6개월이다. 소설의 시작도 어머니였듯, 소설의 한복판에도 어머니가 담겼다. 소설 속 진이와, 진이 엄마의 대화는 작가와 생전 어머니의 모습 거의 그대로란다. 어머니는 진이 엄마가 그렇듯, 당신보다 딸의 삶을 더 사랑해서 무서울 수 밖에 없었던 ‘보노보 맘’ 그 자체였다. 그랬던 어머니의 죽음은, 작가가 평생을 죽음의 의미에 매달리는 계기가 됐다. “사육사 진이를 통해서는 인간 죽음의 의미를, 보노보 지니를 통해서는 생명의 의미를, 백수 청년 민주를 등장시켜서는 삶의 의미를 짚어보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요.” 소설을 쓰면서 당장에 상실의 트라우마가 치유될 순 없지만, 적어도 견딜 수 있는 힘은 얻었다는 그다. 막판 딴지 몇 가지. “그래도 독자들은 정유정에게서 스릴러를 기대하지 않을까요?” “저는 문단도 독자도 의식하지 않아요. 의식하는 순간 ‘변한다’고 생각하고요. 대신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가 좋아하게 써야죠. 소위 말하는 ‘어그로’라 할까요?” “단편을 쓸 계획은 없나요?” “현재로선 없어요. 거기 쏟을 에너지를 장편에 쏟아요.” 칼처럼 날아드는 우문현답. 작가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야기를 담기에, 아무래도 단편이라는 그릇은 좁아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검찰, 증거인멸한 삼성전자 수뇌부 소환…‘이재용 파일’ 복원

    검찰, 증거인멸한 삼성전자 수뇌부 소환…‘이재용 파일’ 복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 부사장 2명을 소환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안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과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포함한 삼성 수뇌부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모여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을 모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임원급 실무자들은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이재용 부회장을 지칭하는 ‘JY’, ‘VIP’,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관련 문건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바이오와 에피스가 회계자료와 내부 의사소통 과정이 기록된 회사 공용서버 등을 직원 자택과 공장 바닥 등지에 은닉한 사실도 최근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핵심 사안들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은 삼성에피스가 지난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삭제한 ‘부회장 통화 결과’ 및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 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파일 2100여개 중 상당수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폴더 내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회장 통화 결과’ 폴더에서 복구된 파일에는 이 부회장이 삼성에피스 임원과 해당 회사 현안과 관련해 통화한 내용 등이 육성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대전시티즌 부정 선수선발 개입의혹 김종천 대전시의장 소환을 보며

    프로축구 대전시티즌 선수 부정선발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천(51·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회 의장이 23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 시티즌 선수선발 공개테스트 때 지인인 현역 중령 A씨의 부탁을 받고 그의 아들을 당시 고종수(41) 감독에게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2차 테스트 과정에서 특정 선수 점수가 조작됐고, 중령의 아들은 최종 후보 15명 안에 들어갔다. A씨는 경찰 조사 때 “김 의장에게 시계와 양주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둘 간에 다른 거래 정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면서 “좋은 선수가 있어서 추천한 것 뿐이다”고 부정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김 의장은 일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수행비서가 시계와 양주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직접 받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념품과 군납 물품으로 고가가 아니고 대가성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시민구단인 시티즌의 예산 편성 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인 김 의장의 추천이 곧 압력으로 보고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 의장이 고 전 감독은 물론 당시 선수선발 심사위원 등에게 압력을 행사했는지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김 의장의 진술과 달리 대가를 노린 정황을 일부 포착하고 뇌물수수 부분을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전시장이 검찰 수사 끝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중도 퇴진한 것을 지켜본 시민들은 이날 또다시 대전 지방의회 최고 권력자가 경찰에 불려가는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선출직 공직자로서 균형감각을 잃은 행태여서 더욱 그렇다. 다행히 대전시티즌은 이 사건을 계기로 개혁의 속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한달 여 전 최용규 신임 대표가 취임한 대전시티즌은 지난 21일 고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성적 부진도 있지만 이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최 대표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는대로 추가 징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오는 29일 대전시티즌의 쇄신 및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개혁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이번 사건이 대전시티즌이 지역 유력 인사나 이른바 ‘토호(土豪)’세력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시민들한테 사랑 받은 구단으로 거듭 나는 밑거름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노무현 10주기’ 불참 박지원 “노무현 서명운동에 불참 의원들 많았다”

    ‘노무현 10주기’ 불참 박지원 “노무현 서명운동에 불참 의원들 많았다”

    “DJ, 盧 전 대통령 검찰 수사에 의원 서명운동 지시”“안과 치료 중이라 봉하 못가…노 대통령 명복 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인 23일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을 위해 의원 서명운동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갖은 모욕을 당할 때 (서거할 것을) 감지해 동교동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면 큰일 난다’, ‘딸과 권양숙 여사를 소환하면 이것은 (노 전 대통령이) 견딜 수 없다’고 하니 김 전 대통령이 ‘의원들이 서명운동을 해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그래서 서명을 받아서 검찰에 제출하도록 했는데 서명운동 중에 서거를 해 참으로 애석한 마음을 지금까지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그때 보니 정치라는 것이 참 매정했다. ‘나는 서명할 수 없다’고 한 분들이 많았다”며 “그런데 서거 후 김 전 대통령이 ‘내 몸의 절반이 무너졌다’는 표현을 하니 서명을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김 대통령이 서명부 공개하지 말고 봉하 영전에 바치라고 지시했다”며 정치무상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2009년 5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김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언급하며 “엄청나게 우셨다”며 “그 땡볕에서 권양숙 여사를 붙들고 오열하고, 그 후 건강 회복을 못하고 같은 해 8월 18일 함께 가셨다”고 회고했다. 박 의원은 또 “김 전 대통령은 생전 노 전 대통령과 ‘3·1 구국 선언’ 같은 것을 준비했다”며 “그러다가 그렇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니 망연자실해 하시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반추했다. 한편 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내일(23일) 봉하에 못간다. 죄송하다. 권양숙 여사께 더욱 죄송하다”며 “병원에서 안과 치료를 받는다. 내일까지는 활동을 자제하라 해서 어제 오늘 투약하고 쉰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유시민 이사장 모친 상가에 조문하며 노 대통령을 추모하겠다. 거듭 노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동의 넘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동의 넘어

    국회의원도 국민들이 소환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촉구한 청원글이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 기준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달 24일에 올라온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청원글은 22일 밤 ‘30일 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기준을 넘어섰다. 청원글을 올린 이는 “국민인 나를 대신해 제대로 의정 활동을 하라며 권한을 위임했는데,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며 마땅히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 발목잡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국민이 우습고 하찮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쓴이는 “국회의원의 권한은 막강하고 견제받지 않는다”면서 “자정 능력도, 반성이나 책임감도 없이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으면서 혈세는 꼬박꼬박 챙긴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국민이 탄핵하고, 국민이 선출한 지자체장을 국민이 소환해 파면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만 예외로 국민이 소환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국회의원의 무능과 잘못에 관해 책임을 물을 권리 또한 국민에게 있다”면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는 단순히 국민이 국회의원을 파면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국회의원 스스로 윤리 의식과 책임감 등 자정 능력을 키우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가 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률방송뉴스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국민소환제 법안은 3건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박주민 의원,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들이다. 법안마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이 헌법을 위반하거나 직권 남용, 심각한 위법·부당한 행위 및 국회의원의 품위에 맞지 않는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으니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국민이 임기 중에 해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안들은 지역구 의원의 경우 해당 지역구 유권자의 15% 이상 서명으로,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해당 총선 전체 투표자 수를 국회의원 전체 숫자로 나눈 투표자 수의 15% 이상 서명으로 국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국민소환투표에서 찬반을 물어 해당 의원의 자격 박탈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법안들이 발의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이번 국회 내에 법안이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을 견제할 법안을 스스로 통과시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7대, 18대, 19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이 발의됐지만 전혀 처리되지 않고 모두 자동폐기됐다. 한편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구’ 청원은 22일 183만 1900명 동의 기록을 남기고 종료됐다. 이 청원은 지난 10월 올라온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감경 반대’ 청원(119만 2049명)이 세운 역대 최다 동의 기록을 경신했다. 청와대나 담당 부처는 청원이 마감된 뒤 30일 안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대한 답변은 오는 6월 20일까지 작성될 것으로 보인다. ‘맞불 놓기’식으로 올라온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 역시 20만명을 넘은 만큼 이에 대한 답변도 30일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盧대통령 말·글 속에 산 지 15년 만에 ‘탈상’… 그분 소환 더 없었으면”

    “盧대통령 말·글 속에 산 지 15년 만에 ‘탈상’… 그분 소환 더 없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년이 되는 날이 오늘, 23일이다. 경남 진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는 부인 권양숙 여사와 유족을 비롯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정당 대표, 지방자치단체장, 참여정부 인사, 시민 등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이 열린다. 이번 10주기의 캐치프레이즈는 ‘새로운 노무현’이다. 추모 행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자라나는 세대들, 새로운 깨어 있는 시민들이 정말로 노무현 정신이 어떤 것인지를 되새기고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 캐치프레이즈를 ‘노무현의 입’이었던 윤태영(58) 전 청와대 대변인이 고안했다. 지난해 추모 행사의 캐치프레이즈였던 ‘평화가 온다’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참여정부의 탄생과 국정 운영을 이끌었던 사람들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노무현의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대한민국을 이끄는 핵심권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인간 노무현’과의 친밀도를 따지면 윤태영만 한 사람이 없다. 윤 전 대변인에게 노무현은 어떤 존재일까. “제 인생의 절반입니다. 30대에 정치권에 들어왔는데 정치인 보좌관과 멘토, 40대에는 노 대통령의 측근 보좌관, 50대에는 노 대통령의 말을 기록하고 알리는 기록자로 일해 왔습니다. 근 30여년 동안 노 대통령과 함께 산 셈이죠.” 윤 전 대변인은 1988년 이기택 전 통일민주당 총재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당시 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정치인 노무현을 만났다. 1994년 잠시 여의도를 떠나 새터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할 때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노 전 대통령의 자전적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 집필 작업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가 2000년 말 노무현 대선캠프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무현 사람’이 됐다. 2002년 노무현 대선후보 홍보팀장이었던 그는 2003년부터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연설담당비서관과 대변인, 제1부속실장, 연설기획비서관 겸 대변인을 차례로 맡으며 노무현의 ‘복심’(腹心)으로 통했다. 특히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정도의 세월을 ‘노무현의 말’과 함께 살았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대통령인 그의 말을 받아 적는 게 직업이었다. 노무현의 말에 관해 뜨거운 찬사와 차가운 비난을 함께 듣는 분신이었다.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대통령을 뵙니다. 물론 꿈속에서지요. 달변이셨던 대통령은 말씀을 많이 하시지는 않아요. 저와의 추억에 대한 회고를 하시는 건지 제 곁에 한참 동안이나 계시다가 묵묵히 가십니다.” 2008년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봉하 집필팀’을 이끌며 노무현의 말과 글을 기록하는 데 참여했던 윤 전 대변인은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사라졌다. 최측근 참모로서 대통령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책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아픔을 달래느라 잘 못 마시는 술로 버티다가 병을 얻었다. 2011년 2월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2주일가량 입원했다. 퇴원 이후에도 뇌압이 심해 후유증을 앓았다. 그 후유증을 이겨내느라 파주의 산 밑에 가서 2013년까지 세상과 등진 채 살았다. “노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컸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 자체가 두려웠어요.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노 대통령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책감이 들어 누구도 만나질 않았습니다.”윤태영을 다시 일으킨 사람은 역시 노무현이었다. 2014년 노 전 대통령 이야기를 담은 책 ‘기록’을 펴내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후 지금까지 6년 동안 ‘대통령의 말하기’, ‘바보, 산을 옮기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등 7권의 책을 펴냈다. 이들 중 ‘대통령의 말하기’는 6만여권이나 판매됐다. 지난 17일에는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위즈덤하우스)을 출간했다. 좋은 글은 한 시간을 썼으면 세 시간을 다듬어야 한다는 지론을 내세운 첨삭 지도 책이다. 글을 잘 쓰는 방법, 그중에서도 문장 다듬기 기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쓰고 다듬는 과정은 결국 ‘나와 세상을 바꾸는 여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처럼 윤 전 대변인의 책의 주제는 ‘노무현’ 아니면 ‘글쓰기’다. “노 대통령은 책을 읽고 사법시험을 치고 인권변호사가 되다 보니, 책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글로 쓰인 것에 굉장한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정치는 돈과 권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말과 글로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수시로 하셨습니다. 이런 노무현의 말과 글을 다듬으며 책을 쓰는 데 몰입하면서 병을 치유했습니다. 책을 쓰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말씀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죠.” 윤 전 대변인은 노무현의 말을 500여권에 달하는 휴대용 포켓수첩과 100여권의 업무수첩, 1400여개의 한글파일로 담아 놓고 있다. 자신이 기록한 노무현의 말을 하나씩 풀어 책과 기록으로 남겨 놓는 작업을 묵묵히 해 왔다. 지금은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마지막 저술 작업이라고 여기는 ‘노무현 평전’ 집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탈고를 목표로 마지막 정성을 쏟고 있다. 내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에 맞춰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노무현 평전’ 집필이 끝나면 “적극적으로 강연도 하는 등 대중과 접할 기회를 자주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과 2017년 대통령 취임사 초고를 다듬기도 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명 연설문을 그가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관계를 묻자 정치적 동지 이상이라고 했다. “원칙과 소신을 갖고 있던 노 대통령이 마지막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기대고 의지했던 분이 바로 문재인 변호사”라고 회고했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를 고려했다. 주위에서 “청와대 대변인도 두 번이나 해 얼굴도 많이 알려졌으니 총선에 출마하라”는 권유가 끊이질 않았다.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전해들은 노 전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을 따로 불렀다. 그리고 다짜고짜 “진짜 정치할 생각인가. 출마하지 말게. 내가 글쓰는 걸 도와주는 게 훨씬 잘하면서도 나라를 위한 일일 거야”라며 윤 전 대변인의 출마의지를 꺾었다. 노 전 대통령은 워낙 험난한 정치 역정을 걸어서인지 주변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3월 4일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인 ‘사람사는세상’에 “정치하지 마라”는 글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의 참모들은 서거 두어 달 전의 글에 대한 진의를 놓고 아직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를 두고 윤 전 대변인은 “정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쓴 ‘역설적 표현’이다”라고 해석했다. 내년 4월 21대 총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그동안에는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기회를 열어 놓고 생각하려 한다. ‘노무현 평전’이 끝난 뒤에…”라며 여운을 남겼다. ‘노무현 평전’의 탈고가 올해 말이면 공천 작업이 끝날 수도 있다고 하자 “그럼 할 수 없지요”라는 알 듯 말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2004년부터 시작한 윤 전 대변인의 노무현 글쓰기 작업은 15년 만에 막을 내린다. 그에게는 ‘탈상’(脫喪)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이 지난한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소원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았잖아요. 책을 쓰면서 더이상 노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소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말과 글을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삼지 않는 그런 분위기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jrlee@seoul.co.kr
  • ‘김학의 의혹 핵심’ 윤중천 6년 만에 재구속

    ‘김학의 의혹 핵심’ 윤중천 6년 만에 재구속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구속됐다. ‘별장 성접대 사건’이 불거진 2013년 7월 구속됐다가 풀려난 후 6년 만이다. 김 전 차관에 이어 윤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성범죄 수사에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윤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면서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윤씨는 곧바로 수감됐다. 앞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지난 20일 윤씨에게 강간치상, 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공갈미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지난달 19일 윤씨의 영장이 ‘별건 수사’ 등의 이유로 한 차례 기각된 뒤 보강 수사에 나선 검찰은 윤씨의 혐의에 이 사건 본류인 성범죄(강간치상) 혐의와 과거사위가 수사 권고한 무고 혐의 등을 추가했다. 법원이 이날 영장을 발부하면서 성범죄의 공소시효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 수사와 관련해 가장 큰 걸림돌은 특수강간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나는 2007년 12월 21일 이후의 범죄 사실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범행 시점이 2007년 12월 전이라도 상해가 발생한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계산되는 강간치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검찰은 2006~2007년 발생한 성폭행 범죄와 2008년 이후 피해 여성 이모씨가 진단받은 정신적 상해 간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봤다. 또 윤씨 영장에도 강간치상 관련 범죄사실 3건을 적시하면서 김 전 차관과 관련된 1건도 포함시켰다. 윤씨는 최후 변론에서 “물의를 일으킨 부분은 반성한다”는 뜻을 재판부에 밝히면서도 혐의 전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 전 차관도 이날 검찰에 세 번째 소환됐지만 진술을 거부해 3시간여 만에 조사가 끝났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檢, 김태한 삼바 대표 구속영장… 분식회계 수사 이재용 향하나

    ‘부회장 통화’ 파일 삭제 등 보고 정황 포착 李부회장 최측근 정현호 사장 소환 임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상황을 직접 보고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2일 김 대표이사,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김모씨, 삼성전자 부사장 박모씨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19일 김 대표이사와 김·박 부사장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경기 수원시, 서울 서초동, 인천 송도에 있는 이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3일 만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3일 만에 김 대표이사 등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미뤄 증거인멸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에 대한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검찰은 조만간 증거인멸 의혹을 넘어서 ‘본류’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의혹도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삼성에피스가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일들을 대거 삭제한 사실도 확인했다. 삼성에피스 양모(구속기소) 상무가 지난해 7월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재경팀 직원들에게 회사 공용서버에서 ‘부회장 통화 결과’ 및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등의 폴더와 그 안에 담긴 2100여개 파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확인한 것. 검찰 관계자는 “삼성에서 ‘부회장’은 곧 이 부회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삭제된 폴더에는 ‘부회장’과의 통화 내용을 정리한 문서와 함께 ‘삼성에피스 상장계획 공표 방안’, ‘상장 연기에 따른 대응방안’, ‘바이오젠 부회장 통화 결과’, ‘상장 및 지분구조 관련’ 등의 파일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삼성에피스와 삼성바이오가 상부와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콜옵션 고의 누락 등 분식회계 작업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에피스가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에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등 기업가치와 관련된 문건을 조작해 제출한 정황도 확인했다. 당시 삼성에피스는 변호사와 상의해 작성자를 ‘미전실 바이오사업팀’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수정하고 작성 날짜도 2011년 12월에서 2012년 2월로 바꿨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삼성에피스 기업가치 평가에 관여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국민이 주역” 盧의 정신…시민참여 정책·엘리트 정치 타파 밑거름

    “국민이 주역” 盧의 정신…시민참여 정책·엘리트 정치 타파 밑거름

    시민참여형 주민소환·주민투표제 정착 지방분권법 제정… 중앙정부 권력 이양 ‘노사모’ 새로운 정치인 팬덤의 힘 보여줘 공수처 설치·자치경찰제 도입은 ‘미완’ 전문가 “盧의 정신 계승 文정부 성공 달려 대탕평 인사·타협의 문화 정착시켜야”“국민은 더이상 정치의 관객이 아니라 주역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정치의 수준을 하루아침에 일류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대한 정치혁명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이 정치혁명을 성공시키겠습니다.”(2002년 12월 18일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자회견 중 한 발언) 역사상 첫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가 되고 시민들이 모은 돼지저금통으로 선거를 치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의 핵심은 시민 참여였다. 스스로를 ‘시민 혁명’의 수혜자로 여긴 그는 제도권 정치에서 시민의 뜻을 실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신념 때문에 정책 기조도 시민의 힘을 강화하는 데 모였다. 그가 뿌린 참여 민주주의와 탈권위주의의 씨앗은 지금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유산’으로 남긴 대표적 시민 참여형 정책으로는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가 꼽힌다. 시민이 권력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의 시행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중요 정책사항을 주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할 수 있게 됐고, 주민이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단체장을 소환해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참여정부 때 확립된 ‘주민 참여’ 기조는 이후 보수 정부로도 계승돼 주민참여예산제 시행(2011년 9월) 등으로 이어졌다. 소수 권력자가 결탁해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갖던 예산을 일부나마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원하는 것에 집행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참여정부는 또 장관에게 인사운영 자율권을 부여해 책임행정을 강화했고 지방분권특별법을 만들어 청와대로 쏠렸던 권력도 각 부처와 지방으로 넘겼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급격한 변화를 두고 정권 초기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고 정권 후반부에서는 피로감이나 실망이 겹치기도 했지만, 그가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씨앗을 뿌린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치 문화도 노 전 대통령의 등장을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 일부 엘리트들이 권력을 독점하던 ‘정치 카르텔’을 깼기 때문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라고 하면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한 자리씩 차지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바꿨다”면서 “기존의 정치 신화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평범한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정치인 팬덤을 보여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노무현 정신 속에서 등장했다.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 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을 희망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정치인이야말로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권력 분산과 사회 개혁 비전 중에는 여전히 열매를 맺지 못한 것도 많다.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에 들어 있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수처) 설치와 국가 경찰 기능 중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자치경찰제 도입 등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신’의 핵심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을 거치며 권위적 문화로 회귀하는 등 노무현 정신은 그동안 진전과 후퇴를 반복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입법·사법부의 균형 등 권력기관의 분권화에 초점을 맞춰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대탕평 인사나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만들려던 특권과 차별 없는 세상은 결국 문 대통령의 과제”라며 “이것이 성공하려면 단지 눈에 보이는 권위주의 타파뿐 아니라 진짜 권력을 내려놓고 자신의 지지층 이외의 사람들과도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국민이 주역” 盧의 정신… 시민참여 정책·엘리트 정치 타파 밑거름

    “국민은 더이상 정치의 관객이 아니라 주역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정치의 수준을 하루아침에 일류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대한 정치혁명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이 정치혁명을 성공시키겠습니다.”(2002년 12월 18일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자회견 중 한 발언) 역사상 첫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가 되고 시민들이 모은 돼지저금통으로 선거를 치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의 핵심은 시민 참여였다. 스스로를 ‘시민 혁명’의 수혜자로 여긴 그는 제도권 정치에서 시민의 뜻을 실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신념 때문에 정책 기조도 시민의 힘을 강화하는 데 모였다. 그가 뿌린 참여 민주주의와 탈권위주의의 씨앗은 지금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유산’으로 남긴 대표적 시민 참여형 정책으로는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가 꼽힌다. 시민이 권력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의 시행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중요 정책사항을 주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할 수 있게 됐고, 주민이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단체장을 소환해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참여정부 때 확립된 ‘주민 참여’ 기조는 이후 보수 정부로도 계승돼 주민참여예산제 시행(2011년 9월) 등으로 이어졌다. 소수 권력자가 결탁해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갖던 예산을 일부나마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원하는 것에 집행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참여정부는 또 장관에게 인사운영 자율권을 부여해 책임행정을 강화했고 지방분권특별법을 만들어 청와대로 쏠렸던 권력도 각 부처와 지방으로 넘겼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급격한 변화를 두고 정권 초기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고 정권 후반부에서는 피로감이나 실망이 겹치기도 했지만, 그가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씨앗을 뿌린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치 문화도 노 전 대통령의 등장을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 일부 엘리트들이 권력을 독점하던 ‘정치 카르텔’을 깼기 때문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라고 하면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한 자리씩 차지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바꿨다”면서 “기존의 정치 신화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식 코스를 밟은 권력 엘리트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의 틀을 깼다”며 “평범한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정치인 팬덤을 보여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노무현 정신 속에서 등장했다.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 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을 희망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정치인이야말로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권력 분산과 사회 개혁 비전 중에는 여전히 열매를 맺지 못한 것도 많다.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에 들어 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국가 경찰 기능 중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자치경찰제 도입 등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신’의 핵심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을 거치며 권위적 문화로 회귀하는 등 노무현 정신은 그동안 진전과 후퇴를 반복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입법·사법부의 균형 등 권력기관의 분권화에 초점을 맞춰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대탕평 인사나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만들려던 특권과 차별 없는 세상은 결국 문 대통령의 과제”라며 “이것이 성공하려면 단지 눈에 보이는 권위주의 타파뿐 아니라 진짜 권력을 내려놓고 자신의 지지층 이외의 사람들과도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서거 10주기를 맞아 최근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에는 학벌, 파벌 사회에 대한 그의 고뇌와 언론에 대한 적개심, 개혁 정책 추진 과정에서 느낀 답답함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2일 “우리 사회가 학벌, 네트워크, 연고 이런 게 있는데 연고를 중심으로 움직여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분이 대통령까지 됐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보니 ‘깜이 아니다, 자격이 없다’는 논란이 1년 내내 계속되는 걸 보고 절박한 느낌을 많이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외로이 떠 있는 대통령’이란 메모를 남긴 것에 대한 해석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21일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해 노 전 대통령이 작성한 266건의 친필 메모를 공개했다. 친필 메모에서 노 전 대통령은 학벌 사회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힘을 쏟았으며 이런 고민은 탄핵 정국에서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탄핵안 처리 직전인 2004년 3월 기자회견을 앞두고 작성된 메모에서 노 전 대통령은 “학벌사회, 연고사회, 외로이 떠 있는 대통령”, “예측을 깨고 당선된 죄, 지역구도 극복 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학벌과 연고 없이 당선된 대통령으로서의 외로움을 독백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자신을 향해 집요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던 보수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도 드러났다. 그는 임기 말이었던 2007년 3월 수석보좌관회의 중 남긴 메모에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또 “식민지 독재하에서 썩어빠진 언론”, “그 뒤를 졸졸 따라가는 철없는 언론”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대통령 이후, 책임 없는 언론과의 투쟁을 계속할 것”,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정부를 방어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 밖에도 노 전 대통령의 메모에는 국정 운영 과정에서 느낀 고뇌의 흔적이 나타나 있었다. 임기 초반인 2003년 9월 대통령 주재 시도지사 회의를 하면서 “결단은 상황의 제약을 받는다”, “되게 하는 지혜를 모아보자”라고 적었다. 2005년 규제개혁 추진 보고 회의 도중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 참 느리다는 느낌”이라며 개혁 추진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임기 중반인 2006년 제4기 국민경제자문회의 도중에는 “정부 뭐하냐? 똑똑히 해라”라고 메모했으며 2007년 대학 총장 토론회에서 작성된 메모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강자의 목소리가 특별히 큰 사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열린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도중에 노 전 대통령은 조세와 국민 부담을 줄이지 못한 부분과 교육, 부동산 정책이 미완으로 끝난 게 스스로 아쉽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각종 업무보고나 대통령 참여 행사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바로 생각나는 아이디어나 느낌을 메모지에 써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롭게 공개된 266건의 메모는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정상회담과 부처 업무보고, 수석보좌관회의를 비롯한 각종 회의 도중 직접 작성한 메모로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필 메모 266건을 주제별로 분류하면 정책·행정 92건, 경제·부동산 53건, 외교·안보 41건, 교육·과학기술 33건, 언론·문화 12건 등으로 구성됐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깨어 있는 시민 사람 사는 세상

    깨어 있는 시민 사람 사는 세상

    선민 의식·보스 정치 부순 시민의 힘 풀뿌리 정치서 촛불혁명까지 이어져 시민, 통치의 대상에서 정치의 주체로 “盧, 시대에 맞는 의제 던진 첫 대통령”‘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23일로 서거 10주기를 맞은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의 묘석 아래에 간결하게 적힌 문장이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자, 그가 우리 시대에 남긴 과제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부터 5년간 나라를 이끌면서 시민의 참여와 탈권위를 국정의 뼈대로 삼았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는 엇갈리지만, 통치의 대상이었던 국민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려 했던 철학은 지금을 사는 모든 정치인이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통령 노무현은 등장부터 시민의 힘에 기댔다. 헌정사 최초로 국민이 직접 뽑는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여당 대선 후보가 됐다. 정치인 팬덤의 시초 격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자발적이고 강력한 지지는 계파와 조직을 앞세우던 ‘보스 정치’를 무너뜨렸다. 당선 뒤 정부의 이름을 ‘참여정부’로 지었고 주요 국정과제 중 첫 번째를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로 삼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선민(애초 선택받은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깨고 노력하면 누구든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 세력이 누렸던 반칙과 특권을 깨려고 했다.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에 오른 국정 책임자의 당연한 과업이었지만, 정치·언론·검찰 등 권력의 카르텔 앞에서 좌절했다. 비교적 반발이 적었던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등은 시행에 성공해 시민들이 풀뿌리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화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눈앞에 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느라 시대정신까지 제시하지는 못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에 정면으로 맞서며 처음으로 시대에 맞는 의제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이 열어젖힌 참여 민주주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뒷걸음질치는 듯했다. 시민들도 깨어 있기보다는 각자도생의 길로 달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2016~2017년 촛불 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을 거치며 깨어 있는 시민들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노무현의 ‘명제’는 재차 증명됐다. 조 교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어붙였다가 처절하게 좌절하고 실패한 노무현의 경험이 우리에겐 역사로 남았다”면서 “그의 길을 되새겨보며 새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깨어 있는 시민’ 문구의 원본 액자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관저에 걸려 있다. 1990년대부터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정의한 ‘노무현’은 이랬다. “철학과 원칙, 상식을 갖고 뜻을 펼친 정치인. 서민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함과 불의에 맞서는 분노를 동시에 지닌 사람. 수십 년 안에 다시 만날 수 없을 대통령.”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깨어 있는 시민 사람 사는 세상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23일로 서거 10주기를 맞은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의 묘석 아래에 간결하게 적힌 문장이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자, 그가 우리 시대에 남긴 과제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부터 5년간 나라를 이끌면서 시민의 참여와 탈권위를 국정의 뼈대로 삼았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는 엇갈리지만, 통치의 대상이었던 국민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려 했던 철학은 지금을 사는 모든 정치인이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통령 노무현은 등장부터 시민의 힘에 기댔다. 헌정사 최초로 국민이 직접 뽑는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여당 대선 후보가 됐다. 정치인 팬덤의 시초 격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자발적이고 강력한 지지는 계파와 조직을 앞세우던 ‘보스 정치’를 무너뜨렸다. 당선 뒤 정부의 이름을 ‘참여정부’로 지었고 주요 국정과제 중 첫 번째를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로 삼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선민(애초 선택받은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깨고 노력하면 누구든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 세력이 누렸던 반칙과 특권을 깨려고 했다.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에 오른 국정 책임자의 당연한 과업이었지만, 정치·언론·검찰 등 권력의 카르텔 앞에서 좌절했다. 비교적 반발이 적었던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등은 시행에 성공해 시민들이 풀뿌리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화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눈앞에 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느라 시대정신까지 제시하지는 못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에 정면으로 맞서며 처음으로 시대에 맞는 의제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이 열어젖힌 참여 민주주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뒷걸음질치는 듯했다. 시민들도 깨어 있기보다는 각자도생의 길로 달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2016~2017년 촛불 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을 거치며 깨어 있는 시민들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노무현의 ‘명제’는 재차 증명됐다. 조 교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어붙였다가 처절하게 좌절하고 실패한 노무현의 경험이 우리에겐 역사로 남았다”면서 “그의 길을 되새겨보며 새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깨어 있는 시민’ 문구의 원본 액자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관저에 걸려 있다. 1990년대부터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정의한 ‘노무현’은 이랬다. “철학과 원칙, 상식을 갖고 뜻을 펼친 정치인. 서민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함과 불의에 맞서는 분노를 동시에 지닌 사람. 수십 년 안에 다시 만날 수 없을 대통령.”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관련기사 3·4·5·27면
  • 윤중천, 강간치상 혐의 부인 “자유분방한 남녀의 만남”

    윤중천, 강간치상 혐의 부인 “자유분방한 남녀의 만남”

    ‘김학의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58)씨는 22일 두 번째 구속심사에서 “자유분방한 남녀의 만남”이라며 강간치상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윤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시작해 오후 1시 심문을 마쳤다. 윤씨 구속영장에 적용된 강간치상 관련 범죄사실은 모두 3건이며, 이 중 1건에 김학의 전 차관이 관련돼 있다. 윤씨는 자신의 혐의를 줄곧 부인한 뒤 “물의를 일으킨 부분은 반성한다”는 뜻을 재판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지난 20일 청구한 윤씨의 두 번째 구속영장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알선수재, 공갈 혐의와 함께 성폭행 피해를 주장해온 여성 이모 씨에 대한 강간치상 혐의와 과거 내연관계에 있었던 여성 권모 씨에 대한 무고 혐의가 새롭게 추가됐다. 2007년 11월 13일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윤씨가 이씨로 하여금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이씨를 강간했다는 내용이다. 성접대를 지시한 유명 피부과 원장과 이씨가 사적으로 만나는 것을 의심한 윤씨가 2006년 겨울 흉기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이씨를 성폭행한 혐의, 2007년 여름 원주 별장에서 이씨가 유명 화가를 상대로 한 성접대를 거부하자 머리를 수차례 욕실에 부딪히게 하고 성폭행한 혐의도 담겼다. 이씨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윤씨와 김 전 차관의 성폭력으로 2008년 3월부터 2014년 초까지 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진료기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수사단이 윤씨에게 공소시효가 15년인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한 근거다. 윤씨의 구속영장에는 과거 내연관계였던 권모 씨에게 2011년 말부터 2012년 중순까지 21억6000만원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도 추가됐다. 이 돈을 갚지 않으려고 자신의 아내를 시켜 자신과 권씨를 간통죄로 ‘셀프 고소’ 하도록 꾸민 혐의(무고·무고 교사)도 있다. 수사단은 윤씨가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될 경우 김 전 차관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으로 보고 이날 오후 2시부터 김 전 차관을 소환해 구속 뒤 세 번째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 전 차관이 폭행·협박으로 이씨가 성관계를 맺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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