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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여성 CEO/임태순 논설위원

    시장에 가서 콩나물 한 봉지, 두부 한 모를 살 때 한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게 여성들의 모습이다. 소액신용대출을 해주는 그라민 은행의 창시자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는 무담보로 돈을 빌려줘 가난한 사람들의 자활을 도왔다. 그는 이러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그의 무담보대출은 일반적인 금융논리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대출을 해줄 때 남자가 아닌 여성에게만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그가 여성에게만 돈을 빌려준 것은 상환율이 남자에 비해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하기야 가정경제의 최후 보루인 주부이자 어머니가 자녀가 배고파 울고, 등록금을 주지 않으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데 어떻게 돈을 허투루 쓰겠는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에서 유래했다. 집을 나타내는 ‘오이코스’(oikos)와 관리를 뜻하는 ‘노미아’(nomia)를 합쳐 ‘집안 살림하는 사람’, 바로 주부가 경제의 어원이라는 것이다. 아끼고 모으는 것이 체질화된 여성들에게는 유전적으로 경제인자(因子)가 있는 듯하다. 부동산 투기를 하는 ‘복부인’, 알뜰살뜰 살림을 잘하는 ‘또순이’라는 말은 있어도 이에 대칭되는 남자들을 가리키는 단어는 없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으로 문호를 넓히면 여성의 진출은 빈약하다. 국세청이 지난 2008년 매출 100억원 이상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만 2203명 가운데 여성 CEO는 4.8%인 1074명에 그쳤다. 상위 50대 기업에는 한 명도 없다. 그나마 20~30대 영파워에서 여성 CEO의 비율이 8.6%로 평균을 넘어서고, 정보기술(IT)분야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 위안을 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엊그제 여성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도 최고 경영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이길 수 있고 이겨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보면 단순한 공치사는 아니다. 힘과 생산력이 뒷받침되는 산업사회에서는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훨씬 더 능력을 발휘하기가 좋았다. 하지만 무한복제가 되는 디지털 시대에는 힘은 그다지 필요없다. 오히려 섬세한 여성들의 소프트파워가 더욱 궁합이 맞을 것이다. 얼마 전 통계청 자료를 보니 올해 서울에서 가사 및 육아를 담당하는 남성이 3만 6000명으로 6년 만에 2.3배 증가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현명한 남자들의 생존법인지도 모르겠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이슬람의 마음을 사라:미국

    [이제는 공공외교다] 이슬람의 마음을 사라:미국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의 가장 큰 교훈은 군사적 성공이 승리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미국처럼 친구만큼 적이 많은 국가도 드물다. 냉전기 경쟁자였던 소련이 1991년 붕괴한 뒤 국제 사회의 독보적 패권을 쥐면서 세계 곳곳에서 반미 감정이 들끓기 시작했다. 미국을 향한 반감은 2001년 ‘9·11 테러 공격’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미 행정부가 한동안 박물관에 넣어두었던 ‘공공외교’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건 이때부터다. 특히 중동을 비롯한 ‘이슬람권 껴안기’에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효과는 냉전 때만큼 커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소통’을 전제로 한 공공외교를 펼 때조차 “말하려고만 할 뿐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비아냥을 듣곤 한다. 로스앤젤레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미국의 공공외교는 역사적으로 눈앞에 ‘적’이 등장할 때 활발해졌다.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며 공공외교가 꽃을 피운 것도 이 때문이다. 9·11 테러는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미 본토에 행해진 최악의 외부 공격이었던 터라 미국인이 느낀 충격은 전란만큼 컸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 정책연구소장은 “당시는 미국이 패권을 독점한 ‘1극 체제’였던 탓에 세계에 어떤 문제가 터져도 비난이 미국을 향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국제 사회의 반미 감정은 극에 달했고 그 중심에 아랍사회가 서 있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등을 상대로 한 즉각적인 군사 작전에 돌입하면서 ‘제국의 독선’에 등을 돌린 아랍권 시민들의 마음 얻기에 힘을 기울였다. 바로 공공외교를 통해서다. ●학자 등 초청해 ‘미국가치’ 교육 냉전 때 공공외교의 통합 본부 역할을 했던 미국 해외공보처(USIA)는 1999년 국무부에 흡수 통합됐다. 공공외교를 미국의 중심 외교 정책으로 키우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소련의 해체로 ‘적’이 사라지자 국제 사회의 마음을 살 이유가 줄어들어 USIA를 없앴다.”는 풀이가 힘을 얻었다. 한 해 평균 9억 달러(약 9648억원)가 투입되는 ‘애물단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9·11 이후 아프간전을 개전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미국은 ‘30세 이하 중동 지역 청년층’을 공공외교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미국이 우선 신경 쓴 분야는 공보 프로그램이었다. 청년들의 귀에 박힐 만한 미국 팝송과 현지 음악을 적절히 섞어 틀어주며 사이사이에 뉴스를 끼워 넣었던 아랍어 라디오 방송 ‘알사와’가 9·11 이후 생겨난 대표적인 미국의 국제 방송이다. 또 알자지라 등 아랍권 방송에 맞서 미국 시각의 뉴스를 22개 중동국에 전하는 ‘알후라’ 방송도 이때 선보였다. 하지만 시청률은 대체로 저조하다. 필립 셉 남가주대(USC) 공공외교센터 소장은 “아랍권의 소식을 알자지라처럼 ‘아랍에서 아랍으로’ 전달하는 것과 ‘미국에서 아랍으로’ 전달하는 것은(근본적 신뢰도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동국과의 교류프로그램도 크게 늘려 나갔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교류 프로그램 운영에 강점을 보이며 ‘친미파 육성’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교류 제도는 공보 프로그램과 함께 공공외교의 한 축이다. 학자·학생을 중심으로 한 ‘풀브라이트 제도’와 전 세계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국제 방문자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오피니언 리더나 차기 지도자급 인재들을 자국으로 불러 미국의 가치를 익히도록 해 아랍인의 마음을 얻으려 애썼다. ●“아랍에 직접 가 무슬림 배워라” 지적도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공외교를 미국 외교의 전면으로 끌어냈다. 오바마 행정부가 공을 들이는 ‘스마트파워’(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결합) 정책의 5개 전략에 공공외교가 포함됐다. 무엇보다 중동지역 청년층에 미국의 이해관계와 가치를 알리려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 뉴미디어를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알렉 로스 미 국무부 장관 혁신 담당 수석 자문관은 “미국이 중동 지역의 민주화를 유도하기 위한 IT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쏟아부은 돈은 2800만 달러(약 3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공공외교가 여전히 ‘대화’보다는 ‘독백’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9·11 테러 직후 공공외교를 전담했던 샬럿 비어스 전 국무부 차관도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를 경계하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이 ‘무엇을 듣느냐’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한 외교 전문가는 “아랍인은 미국이 자신들을 본토에 불러 가치를 설파하려고만 하지 말고 미국인이 아랍지역으로 연수를 와 무슬림의 문화와 입장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초 본격화한 아랍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반미 감정이 다시 고개를 드는 등 미국의 10년간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여전히 일방주의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 [이제는 공공외교다-세계인 좌우하는 미디어] (3회) 시선을 사로잡아라:미디어 외교

    세계 각국이 국제방송을 설립하는 것은 미디어를 통한 공공외교가 공공외교의 기본 목표인 상대국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직접 얻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BBC와 CNN을 시청하고 이 채널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영국과 미국의 입장이나 의제를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학습할 개연성이 높다. 중국이나 러시아, 아랍권, 남미 등이 새로운 국제방송을 설립하는 것은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국가가 세계인의 머리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미디어 공공외교’의 경쟁을 추적했다. 베를린·파리·런던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한 인도주의 지원의 하나는 유니세프가 단 3주 만에 700만명의 어린이에게 예방 접종을 실시한 것이다. 이는 BBC 월드서비스가 파슈툰어(아프간의 공용어) 방송의 인기 있는 드라마를 통해 예방 접종의 중요성과 목적에 대해 홍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프간 예방접종 외교 모범 답안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이사는 아프간에서 일어났던 기적 같은 일을 사례로 들며 BBC 월드서비스의 효과적인 정보 확산 역할을 미디어 외교의 모범답안으로 꼽았다. BBC 월드서비스는 30년 동안 파슈툰어 방송을 해왔다. 아랍어방송은 1938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동 지역 BBC월드서비스 청취자는 주간 1000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16%는 사우디아라비아, 18%는 요르단, 12%는 시리아에 거주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오래 전에 해가 져 버린 제국’으로 불리는 영국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몇 안 되는 것이 바로 BBC 월드서비스이다. 전 세계 대중의 마음 속에서 BBC 월드서비스가 누리는 품격과 신뢰는 곧 영국의 자산이다. 193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BBC 월드서비스는 100% 영국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라디오방송이다. 전 세계에서 1주일 평균 1억 8800만명이 27개 언어로 송출되는 이 방송을 청취한다. 특히 BBC 월드서비스가 제공하는, 검열받지 않은 정보는 정보통제가 심한 저개발국 애청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영국이 20세기에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격찬했을 정도다. 영국 정부가 BBC 월드서비스에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2억 4100만 파운드(약 4223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영국 정부가 재정 감축을 밀어붙이면서 BBC 월드서비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지출을 16% 삭감해야 하는 처지다. 2014년부터는 외무부 예산지원이 없어지고 TV수신료에서 일부를 할당받게 된다. 결국 BBC 월드서비스는 앞으로 3년간 매년 20%씩 지출을 줄이고 알바니아어, 세르비아어, 마케도니아어 등 5가지 언어의 방송을 중단 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서 3000만명가량이 방송을 듣지 못하게 됐다. 또 전체 인력의 4분의1인 650명이 정리해고될 예정이다. ●독일·프랑스 등 후발 매체 주목 BBC 월드서비스의 예산 삭감과 서비스 축소에 많은 전문가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AFP통신은 “예산삭감은 영국의 소프트파워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BBC 월드서비스가 주춤한 틈을 노리는 곳은 독일의 도이체벨레(DW)와 프랑스의 프랑스24이다. 두 매체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공정 보도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BBC 월드서비스의 계승자라 할 수 있다.
  • 국민 한명 한명이 외교관으로… 컨트롤 타워 필요하다

    국민 한명 한명이 외교관으로… 컨트롤 타워 필요하다

    21세기 한국 국가전략으로서 ‘공공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공공외교는 외국 ‘정부’가 아닌 ‘국민’과 직접 소통해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로 그 때문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에 둘러싸여 군사력 경쟁의 한계가 분명한 한국의 생존전략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많은 국내외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국이 21세기 국가전략으로서 공공외교를 적극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4대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부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에 즈음해 초당파 원로그룹이 ‘스마트파워’를 주창하고 세부 전략의 하나로 공공외교를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공공외교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외교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고,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전략도 부재한 실정이다. 공공외교의 핵심 정부부처라 할 수 있는 외교통상부는 문화외교국을 두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공공외교국으로 확대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외교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당장 문화외교라는 용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가 중복될 소지가 있다.”면서 “북미국 등 지역·국가 중심 조직인 외교부 안에서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공외교는 무형적 가치 추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국제정치뿐 아니라 문화와 제도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정권에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과 교수는 “공공외교를 위한 예산이 절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각 부처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기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급증 전략부재는 단기적 실적에 집착하는 조급증을 부른다. 최근 정부가 K팝 등 ‘한류’ 확산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는 것이 단적인 예다. 지금도 ‘다이내믹 코리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맞아 국제사회에 한국을 상징적으로 알릴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 2001년 12월 확정돼 참여정부까지 광범위하게 쓰였던 ‘다이내믹 코리아’는 한국의 역동적 발전상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다이내믹 코리아’는 자취를 감춰 버렸다. 회사 이름이나 로고조차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 홍보의 기본인데, 이 원칙이 이전 정부 흔적 지우기에 휩쓸려 버렸다. 국가대표 슬로건조차 몇 년 쓰다 바꾸면 된다는 안일함과 조급함이 깔려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생기고 나서 자문위원으로 가보니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민간 전문가는 나밖에 없었다.”며 정부가 이전 정부의 노력을 모조리 무시해 버리는 것이 조급증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그는 “공공외교는 5년짜리가 아니라 최소 수십 년짜리가 돼야 하는데 정부는 거목은 심지 않고 작은 나무만 여러 개 심는다.”고 꼬집는다. 김태환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은 “‘지도 그리기’ 작업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결국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과 행동계획을 하나의 그림처럼 연결시켜야 한다.”면서 “그건 상당한 조사연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난방 현재 한국에서 공공외교 관련 기관은 외교부 문화외교국,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교류재단,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문화홍보원, 국가브랜드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국제문화교류나 재외동포 관련 업무 등은 서너 개씩 업무가 중복된다. 공공외교라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조정기구가 없다 보니 ‘중구난방’이 한국 공공외교의 특징이 돼 버렸다. 국정홍보 업무를 하다 은퇴한 전직 공무원의 증언은 ‘큰 그림’ 없는 공공외교가 가져오는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공공외교 관련 예산 자체가 모자란다. 다른 예산 항목에서 전용하거나 온갖 편법을 쓰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을 열심히 할수록 감사에서 더 많은 지적을 받는 구조다. 시킨 일만 하면 그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소신을 갖고 노력하는 공무원들은 예산 따는 것도 고생이고 집행하는 것도 고생이요, 지적 받는 것도 고생이다. 공공외교가 발전하려면 정책결정과 행정집행 전반에 걸쳐 교통정리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경제적 이익 집착 한국 공공외교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현실적인 덫은 지나친 경제적 접근이다. 지나치게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현재의 접근법은 장기적인 공공외교 정책 수립을 막고 단기적인 실적 내기에 급급하게 만든다. 이는 결국 시류에 영합하는 조급증과 중구난방을 낳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밝힌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우리 경제력의 30%에 그치고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기업 브랜드가 상승하면 이익이 확대된다는 인식 틀을 국가 차원의 소프트파워에 그대로 단순히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공공외교에 주도적인 구실을 해야 할 외교부와 문화부조차 2009년도 업무계획을 경제 살리기 외교 강화와 국가브랜드 확립으로 각각 설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브랜드를 높여 수출 늘리고 국민소득 높이자는 발상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출범 직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내놓은 우선추진 10대 과제 중 첫번째는 “한국과 함께하는 경제발전”이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애초 목적 자체가 단기적 경제 이익에 있다는 점은 국가브랜드위원회의 태생적 한계”라고 꼬집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제니퍼 박 美국무 부차관보 “공공외교 첫걸음? 청년층과 소통하라”

    제니퍼 박 美국무 부차관보 “공공외교 첫걸음? 청년층과 소통하라”

    “청년층을 사로잡아라. 나를 알리고 싶은 만큼 상대국을 알려고 노력하라.” 미국은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원조 국가’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결합한 ‘스마트파워’를 위한 5개 전략 중 하나로 공공외교를 지향한다. 지난해 9월 이후 동아시아·태평양 공공외교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제니퍼 박 스타우트(박지영·35)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략 계층을 정하고 그들이 배우고 싶은 한국의 장점을 알려 준다면 상대국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가의 전통적 대외 공보 전략인 프로파간다(선전)와 공공외교의 차이는 무엇인가. -공공외교란 미국의 외교 목표와 전략 등을 상대국에 투명하게 전달해 서로 ‘상생’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미 정부가 (상대국의)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프로파간다는 자국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공공외교와 관련해 외교관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게 있나. -클린턴 장관은 공공외교 최고의 대변인이다. 외국 방문 시 해당국 시민과 만나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타운홀 미팅을 연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공공외교를 모든 외교관의 업무로 생각한다. 미국이 어떤 관심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추구하는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똑바로 알려야 국가 간 믿음과 이해가 공고해진다. →최근 한국에서도 공공외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상대국 정부뿐 아니라 시민들과도 소통하는 것이 진정으로 외국과 소통하는 길이라는 점을 이해했다는 뜻이다. 특히 청년층에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청년층을 사로잡아 벽과 장애물을 무너뜨리는 것이 공공외교의 핵심이다. →미 공공외교 프로그램 가운데 한국에 추천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 -‘풀브라이트 장학금’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권하고 싶다.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이 제도의 주요 대상국이었다. 공공외교는 사람과 사람 간 연결 속에서 꽃핀다. (교육 교류 프로그램은) 공공외교를 막 시작할 때 특히 좋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제니퍼 박 스타우트 美국무부 부차관보 ‘혈육의 나라’ 찾다

    제니퍼 박 스타우트 美국무부 부차관보 ‘혈육의 나라’ 찾다

    증손녀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망향의 비통함에 애끓다 이국땅에서 숨진 증조부가 꿈에 그리던 그런 나라로 훌쩍 커 있었다. 제니퍼 박 스타우트(한국명 박지영·35). 미 국무부의 부차관보로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의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그가 지난 16일 미국 외교관 자격으로 ‘혈육의 나라’를 찾았다. 지난해 9월 부차관보로 임명된 뒤 처음이다. 그의 증조부는 상해 임시정부의 2대 대통령과 대한매일신보(서울신문 전신) 주필을 지낸 백암 박은식(1859년 9월~1925년 11월) 선생이고 할아버지는 광복회장을 역임한 항일무장투사 박시창 장군이다. 국무부 내 가장 젊은 부차관보 중 한명인 그는 “증조할아버지의 영향 덕에 정치·외교에 대한 관심이 내 핏속에 흐르는 듯하다.”며 밝게 웃었다. 2012년 여수 엑스포 등 한국에서 진행 중인 미국의 공공외교 현장을 점검하려고 방한한 스타우트 부차관보를 18일 서울 남영동 주한 미 대사관 공보원에서 만났다. ●워싱턴에서 태어난 임정 대통령 증손녀 스타우트 부차관보는 1976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이자 박시창 장군의 둘째 아들인 박유종(72)씨가 유학길에 올랐다가 미국에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세계 정치의 수도’에서 그는 백악관과 의회를 바라보며 자연스레 정부와 정치, 공공정책에 대한 관심을 품었다고 한다. 그가 국가 운영에 관심을 가진 것은 운명에 가까운 일인지 모른다. 스타우트 부차관보는 “부모님이 ‘너의 친지들이 한국에서 오랫동안 관직에 있거나 정치를 했기 때문에 너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조국이 일제 식민치하에 놓였던 1937년 중국에서 태어나 떠돌았던 ‘디아스포라’였다. 스타우트 부차관보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한국을 찾을 때 증조할아버지가 잠든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곧잘 들렀다. 스타우트 부차관보의 말처럼 그의 혈육에는 ‘정치의 피’가 흐르는 듯했다. 증조부 외에 큰아버지인 박유철(73) 광복회장 내정자 역시 국가보훈처장을 지내며 녹을 먹었다. 박 이사장은 “지영이가 어려서부터 영특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미 의회에서 보좌진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 정무직인 부차관보 자리에 올랐다. ‘소프트파워’(정보와 문화, 예술 등을 앞세운 영향력)를 유독 강조하는 현 정부에서 중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30대 중반의 아시아계 여성이 미국 주류사회의 심장부에 파고들며 느꼈을 고충은 컸을 듯해 어려움은 없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나 스타우트 부차관보는 “한국계로서 불리한 점은 전혀 없다.”며 “(서양계 외교관보다)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의 문화와 가치, 국민을 이해하는 데 수월해 이점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美장학프로그램 벤치마킹할 만” 어린 나이 또한 상대국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임무로 삼는 그에게 장점이라고 한다. 젊고 소탈한 성격 덕에 타국의 대학생을 만나 얘기하기가 수월하다. 또 “젊은이의 소통 도구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활용에도 익숙해 그들이 어떻게 대화하고 정보를 얻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흘간의 짧은 일정 동안에도 육군사관학교와 주한 미 대사관 한국 청년 모임 등을 찾아 의견을 듣는 등 분주하게 보냈다. 스타우트 부차관보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한국의 공공외교 정책을 위해서도 조언했다. 핵심은 “국제사회가 한국에 바라는 지원을 해 마음을 사라.”는 것. 특히 한국의 교육시스템과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를 타국에 전수한다면 국가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명성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국제장학프로그램)이 공공외교를 시작하는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균미·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日 70여년째 국제사회 지원… 88개국 앞다퉈 “日 돕겠다”

    ①한발 앞선 ‘공공외교’ 비록 지난해 중국에 추월당해 ‘넘버3’로 내려앉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초경제대국이다. 초유의 국가적 재난을 당했지만, 경제력만으로 따지면 어느 나라보다 강한 복원력을 지닌 나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88개 국가가 일본을 돕겠다며 앞을 다투고 있다. 적어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86개국은 일본보다 경제력이 뒤진다. 그중에는 아프가니스탄처럼 오랜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지원 대열에 줄을 선 것은 바로 일본이 지닌 국제적 위상, 그리고 소프트파워의 힘이다. 일본이 수십년 동안 펼쳐온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이번 지진·쓰나미 위기 속에 도움의 손길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일본 ‘공공외교’의 힘이다. 그동안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온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쓰촨 대지진 때 보여준 그들의 행동이 고마워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신속히 일본을 지원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일본은 중국과 긴장 관계 속에서도 쓰촨 대지진 구호뿐 아니라 1979년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중국에 도움을 줬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유상자금협력이 3조 3160억엔, 무상자금협력 1544억엔, 기술협력이 1704억엔 등에 이른다. 지난해만 해도 인재육성 장학계획이란 이름으로 4억 9200만엔을 지원했다. 기존 외교가 전문외교관 대 전문외교관 중심이라면 공공외교는 장기적인 국가이익을 목표로, 정부를 포함한 상대국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수행 주체도 외교관이 아니라 정부, 개인, 비정부기구 등을 포괄한다. 공공외교에는 국제사회 대중의 요구를 이해하고, 자국의 관점을 제시하고, 자국과 국민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 국제사회의 공통된 대의에 참여하고, 리더십을 키우는 일과 같은 광범위한 영역이 포함돼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에 즈음해 미국의 ‘소프트파워위원회’가 제시한 5대 전략목표 가운데 세 번째가 바로 공공외교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프트파워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외교의 목적은 “한 나라의 ‘정부’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공공외교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다양한 노하우를 자랑한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34년 국제교류진흥회를 세우고 해외 문화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일본을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시작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체코 프라하에 일본 정보문화원을 개설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70년대에 골격이 형성됐다. 개발도상국의 문화와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 원조가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1978년 아세안(ASEAN) 문화기금을 설립하고 대규모 지원을 시작했고, 1980년에는 아세안 국가의 차세대 젊은이들을 후원하는 청년장학금제도도 마련했다. 1980년대부터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을 중심으로 일본어 보급 사업도 본격화했다. 1990년대부터는 NHK 월드 등을 통한 미디어 공공외교로 확장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②‘메이와쿠’는 없다 사재기·새치기·울부짖는 사람 거의 없어 지진이나 태풍, 화재 등 국가 재난이 발생하면 흔히 범죄와 약탈, 무질서와 폭동이 횡행한다. 사재기도 판을 친다. 하지만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지난 11일 이후 일본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자신에게 순서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새치기를 하거나 다른 이를 밀치는 사람도 없다. 실제로 지진 이후 신오쿠보에서 목격된 장면은 일본인의 질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코리아타운 내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24·여)은 “11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놀라서 모두 밖으로 몰려 나가는데, 계산대에 있던 일본 사람들은 끝까지 기다리다 계산을 마치는 모습이 특이했다.”면서 “우리 같으면 계산이고 뭐고 일단 바구니 던지고 뛰쳐나갈 텐데 참 대단했다.”고 말했다. 사재기가 없는 것도 ‘이방인’의 눈에는 특이했다. 대지진 첫날에는 주택가나 사무실 주변 슈퍼마켓 등에서 라면과 빵 등 비상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4일째인 14일에는 그런 모습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주택가 슈퍼마켓에는 다시 라면과 빵, 음료수가 쌓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의 질서의식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밴 ‘메이와쿠(迷惑) 회피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메이와쿠는 ‘남에게 끼치는 폐’를 뜻한다. 일본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수시로 교육한다. 이런 뜻인 ‘메이와쿠 가케루나’를 아예 가훈으로 삼는 집도 적지 않다. 또 일본 학교에는 ‘인내하는 힘’(耐える力)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단체생활을 위해 개인은 참고 순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일본인들은 꾸준하고 일관된 재해 대처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받는다. 책상 옆에는 늘 재해에 대비한 방재 두건이 걸려 있다. 이러한 철저한 재해 예방 교육은 메이와쿠 정신과 함께 대형 재해에 침착하게 대응하게 하는 비결이 된다.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이 크게 흐느끼거나 울부짖는 일도 거의 없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나보다 더 큰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이 제한 송전에 나선 14일 예상치보다 전력 수요가 많지 않아 오전 6시 2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송전을 제한하려던 제1그룹에 대해 송전 제한 계획을 취소한 것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전기를 아껴 쓰겠다는 일본인의 고통분담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본이 초토화되고 있지만 일본인들이 무서울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려 정신의 발로인 셈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③세계 최고 지진경보 체제 세계 1000개 관측소 연계 “전국민에 지진 1분 전 경보” 지난 11일 일본을 강타한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막기엔 너무나 무시무시한 재앙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이 입은 피해는 재앙의 크기에 비해서는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철저한 사전 대비를 제도화한 시스템의 힘으로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셈이다. 차분한 준비와 침착한 대처에 세계 외신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AP통신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비를 한 덕분에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지난해 아이티 지진 때보다 피해가 훨씬 적었다.”고 보도했다. 규모 7.0이었던 아이티 대지진 사망자는 30만명이 넘었고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망자는 약 23만명이었다. 일본의 지진 경보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이마저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이었던 점도 있었다. 일본 기상청이 동북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린 것은 11일 오후 2시 49분. 높이 10m의 쓰나미가 해안을 덮친 건 오후 3시 정각 무렵이었다. 해안가 주민들은 대피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기상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재난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 지진경보가 늦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외신에서도 일본의 사전 경보 시스템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AFP통신은 “일본 국민 수천만명이 지진경보 시스템을 통해 진동이 발생하기 약 1분 전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이는 전 세계 1000여곳의 지진관측소와 연계된 일본의 정교한 재해경보 시스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철저한 준비 덕분에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지진이 잦았던 도쿄 남서부를 중심으로 지진 대비책을 준비하고 별다른 지진이 없었던 도호쿠 지역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평소 쓰나미에 대한 경계심과 대피 훈련 덕분에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슈 추적] 공자학원·24시간 영어뉴스로 ‘中華 세계화’

    ‘슈퍼파워’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소프트파워 확산 노력이 발 빠르다. 특히 ‘중국어 배우기’ 열풍에 맞춰 자국어의 공세적 보급이 두드러진다. ‘말’을 앞세워 친중국 정서를 퍼뜨린 뒤 다양한 문화와 중국적 가치를 세계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어 보급을 위해 중국어 및 중국문화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을 첨병으로 앞세웠다. 2004년 중국어 세계화를 도맡을 ‘국가 대외 중국어 교육 영도 조소’를 국무원 산하 기관으로 세운 뒤 자국어 확산 작전에 돌입했다. 같은 해 문을 연 ‘서울 공자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7년 사이 세계 96개국에 322개 기관을 만들었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자교실’도 세계 전역에 369개가 생겼다. 두 교육기관에 등록한 외국인 수는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26만명. 전년(13만명)보다 2배가량 늘었다. 중국은 공자학원을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의 언로(言路)를 장악하려는 중국의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2000년 9월 CCTV-9을 통해 24시간 영어뉴스 채널을 처음 시작했고 2010년 1월부터 ‘CCTV NEWS’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 됐다. 중국 정부는 또 CCTV와 신화통신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또 다른 24시간 영어 채널인 ‘CNC 월드’를 2010년 7월에 출범시켰다. 중국의 문화·예술 분야 확산책은 걸음마 단계지만 활기차다. 2007년 12월 국가대극원을 개관하고 세계 투어에 나서고 있다. 피아니스트 랑랑(郞朗·28)과 윤디(28) 등 ‘바링허우 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 예술가들의 국제 무대 활약은 중국의 문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올해부터 5년간 추진되는 ‘12차 5개년 계획’에서 소프트파워 확산을 핵심 정책으로 잡아 놓은 상태다. 강국진·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중동혁명과 소프트파워] 알자지라에 치이고 CCTV에 밀리고 힐러리 ‘미디어 공공외교’ 자아비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정권 초부터 외교방향을 ‘소프트파워’ 구축으로 정했다. 군사력을 앞세운 하드파워 시대가 저물고 정보·문화와 같은 소프트파워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됐음을 간파한 것이다. 하지만 임기 후반에 접어든 지금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진단이 다른 누구도 아닌 힐러리의 입을 통해 나왔다. 2일(현지시간) 힐러리가 의회에서 내뱉은 진단을 곱씹어 보면 미국 외교의 위상과 고민을 확인하게 된다. 힐러리는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돈을 앞세운 ‘초청 외교’ 앞에서 갈수록 초라해지는 미국의 현주소를 전했다. 그는 “중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피지나 파푸아뉴기니에 국제개발처(USAid·미국의 국제원조기관)의 깃발을 꽂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힐러리가 정보 전쟁에서 졌다고 자인한 것도 충격적이다. 돌이켜보면 튀니지 민주혁명 이후 중동에서 미국이 보인 행보엔 결함이 있었다. 처음부터 사태의 향배를 제대로 예견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다 뒤늦게 민심을 좇기에 바빴다. 민심에 밀착하지 않고 기존 관행에 안주하다 정보전에서 쓴맛을 본 것이다. 힐러리가 아랍권의 CNN으로 불리는 알자지라를 극찬하면서 미국 방송을 혹평한 것은 귀를 의심할 정도다. 알자지라는 9·11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 등을 인터뷰하면서 명성을 떨친 탓에 미국인에게는 사실상 적국의 매체로 각인돼 왔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진지한 뉴스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알자지라에 경박하기 짝이 없는 미국 상업방송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힐러리 장관이 지적한 것은 결국 미국이 추진해온 ‘미디어 공공외교’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밀리고 있다는 자아비판이나 다름없다. 상대국 정부뿐 아니라 상대국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의 이념과 호감도를 높이는 일은 외교관뿐 아니라 각 정부기관, 개인, 비정부기구 등을 포괄한다. 특히 미디어 역할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미국이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한 것에 대한 위기의식을 토로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 민주·공화를 아우르는 원로들로 구성된 스마트파워위원회는 스마트파워 활성화를 선언했지만 이라크·아프간 전쟁에 경제위기까지 겪으면서 이의 해결에 몰두하느라 결과는 답보 상태다. 힐러리의 토로는 최근 들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확산시킬 미디어의 전쟁에서도 밀리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규모에서나 활동력에서나 중국의 CCTV, 신화통신 등에 이미 따라 잡힌 상태다. 힐러리의 문제 제기가 지금의 외교·정보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일신시킬 계기가 될지 아니면 단순한 자괴감의 표출일지 주목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서울 강국진기자 carlos@seoul.co.kr
  • 中 톈안먼광장에 공자像 세운 까닭은

    중국의 심장인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바로 옆에 대형 공자 동상이 세워졌다. 지난 11일 낙성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된 공자 동상은 1.6m의 석조 기단을 포함, 9.5m 크기의 대형 청동 전신상으로, 톈안먼 광장 동쪽 국가박물관의 북문 광장에 들어섰다. 톈안먼 위에 걸려 있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대형 초상화와 창안제(長安街)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형상으로 배치됐다. 문화대혁명 기간에 철저하게 공자사상을 탄압했던 마오 전 주석과 공자의 ‘톈안먼 동거’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중국식 사회주의와 함께 민족주의 및 소프트파워(연성 권력)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오늘을 상징한다. 중국 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미국에 버금가는 슈퍼파워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경제력·군사력 등 하드파워 못지않게 문화적 역량 등 소프트파워가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그동안 전 세계를 상대로 수천년 중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공자와 중국어 같은 ‘문화 아이콘’을 소프트파워 확장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04년부터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설립하기 시작해 현재 84개국 300여곳에서 공자사상과 중국어를 전파하고 있다.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曲阜)를 사실상 성역화하고, 지난해 초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공자’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시절부터 주력해 온 애국주의· 민족주의 고취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중국 내 56개 민족은 모두 염황(炎黃·중국인들이 시조로 내세우는 염제와 황제)의 후손이고, 중국은 공자사상을 비롯한 전 세계 정신문화의 태동지라는 논리로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데 주력해 왔다. 동상 제작자인 중국예술연구원 미술연구소 우웨이산(吳爲山) 소장도 공자상의 형상과 관련, “중화 문화의 유구찬란한 역사와 기상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시의회와 충돌…오세훈 시장 인터뷰 “미래 걸린 일 절대 타협 안해”

    시의회와 충돌…오세훈 시장 인터뷰 “미래 걸린 일 절대 타협 안해”

    “앞으로 남은 임기가 3년 반인데 시의회에 결코 끌려다닐 수는 없다. 서울, 대한민국 미래를 건 문제를 놓고 타협은 절대 하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단단히 화났다. 시의회가 30일 새벽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단독 증액 편성해 처리한 데 따른 반응이다. 기준 없는 퍼주기식(무상급식) 복지는 단호히 거절하고 대신 소신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서울형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쨌든 2011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시정 운영방향과 핵심정책을 설명해 달라. -일자리 창출과 도시경쟁력 강화,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애쓰겠다. 그런데 4년 넘도록 다진 사업을 보복으로 깎아내렸다. 서민을 위한 시프트(장기전세주택)를 앞으로 4년간 2만 5000가구 공급한다. 보육·복지에는 과거에 견줘 더 투자한다. 서울형 어린이집도 3000개까지 늘린다. 복지 혜택을 주기 위해 지금까지 정책을 가다듬었다면, 새해엔 복지전달체계에 열쇠를 쥔 전담인력(동사무소 사회복지사) 인건비를 8% 올려 공무원 수준에 맞출 계획이다. 박봉에 시달리며 열정적으로 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사기 진작 차원이다. →무상급식은 어떻게 되나. -서울형 복지 시스템이 정착단계를 맞았는데, 전면 무상급식 조례안이라는 덫에 걸리고 말았다. 시의회 민주당 측이 주장하는 무상급식은 포장만 했을 뿐이다. 돌출적인 복지는 전체 복지 정책을 깨뜨리는 행위다. 중앙정부가 주지 않은 혜택을 론칭해서 저소득층 삶의 의욕을 북돋는 방향으로 체계화시켰는데, 다른 가치를 강요당하고 있는 꼴이다. 서울시 그물망 복지가 갑자기 된 게 아니다. 오늘 단행한 간부 인사도 1기 때 출발한 저소득, 아동청소년, 노인, 여성, 장애인 등 복지분야 5개 영역의 사업을 다듬자는 뜻이다. →대권 주자들이 앞다퉈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다. 바람직한 복지정책의 방향은. -복지에 출산과 양육까지 넣겠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복지관은 진일보해 눈에 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시행할 것이냐에 대한 구상은 빠졌다. 총론수준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복지는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립형 복지, 보편적 복지, 참여형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서울형 그물망 복지를 뛰어넘는 청사진을 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퍼주기’식 복지엔 도덕적 해이가 따른다. 반드시 증세 문제와 연결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자립형 복지는 자립의지가 강한 만큼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다. 가난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표적인 게 희망플러스통장이다. 보편적 복지는 시프트라든가 교육복지 형태로 시작한 학교폭력·학습준비물·사교육비 없는 ‘3무 학교’와 서울형어린이집 등이다. 녹지 확충과 공기질 개선 등 건강복지, 무료나 저가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촘촘하게 영역별로 만들어 놓겠다. 참여형 복지는 세금만으로 복지정책을 펴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 내실을 다져 많은 혜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디딤돌사업이 그것이다. →국방을 앞세우는 대권주자도 있다.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울 분야가 있는지. -‘품격’이라고 하겠다. 21세기엔 소프트파워가 중요하다. 중국·일본과 경쟁해 이기려면 어떤 가치가 필요하고,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품격 넘치는 나라로 가꾸기 위해 경제도 발전하고, 안보에도 신경을 쓰고, 문화나 디자인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청렴과 창의력 위에 제대로 된 문화자본을 증진시킬 때 진정한 선진국으로 우뚝 서 국제사회 리더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국운 상승의 여건이 되는 기간과 그렇지 않은 기간이 있다. 중요한 것은 생산가능 인구와 소비가능 인구가 최정점에 있다가 10년 뒤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1인당 국민소득 3만~4만 달러로 치고 올라갈 기회는 10년 정도이다. 그러나 위기상황에 놓여 안타깝다. 강한 경종을 울리지 않으면 고통만 맞이할 것이다. 그런 얘기를 계속하겠다. →의회에 초강경으로 맞서는 게 (조기 사퇴의 빌미로) 대통령 선거를 향한 행보라는 주장도 있다. -전혀 사실 무근이다. 그래서 더욱 시의회 예산항목 신설에 동의할 수 없다. 대선 행보를 하려면 무상급식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되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시의회가 굵직한 사업 예산을 3000억원 넘게 깎았는데 사업을 1년쯤 늦추는 것보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작금의 사태를 계기로 복지 포퓰리즘의 위험을 알리는 게 우선이다. →지나친 갈등으로 시민생활과 직결된 일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적잖다.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에 앉았지만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의회와 공존 기간이 3년 6개월이나 남았다. 이 기간에 보다 더 효율적인 시정을 펼치기 위한 분수령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 지금대로라면 시의회와의 효율적인 시정 협의가 불가능해진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다시 시의회에 경고한다. 시민들께는 정말 죄송하다. 역량을 발휘해 시의회를 설득했어야 했는데, 예산이 현안으로 떠오르다 보니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 제 능력의 한계라고 본다. 이런 일이 줄어들도록 힘쓰겠다. 송한수·문소영·장세훈기자 onekor@seoul.co.kr
  • [글로벌 시대] 지도자의 도량과 국가 품격/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글로벌 시대] 지도자의 도량과 국가 품격/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중국이 뿔 났다. 국가 안위를 저해하는 범법자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것은 주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서방의 저강도 공격이라고 보고 결기를 다진다. 즉각 주중 노르웨이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 동시에 양국 어업협상을 중단했고 추가 보복경고도 잊지 않았다. 중국이 앞으로 무슨 제재를 가할지는 알 수 없으나, 북유럽의 작은 나라를 상대로 한 위협은 격에 맞지 않다. 대국의 행동치고는 품격이 한참 낮다. 흔히 말하는 대국 기질과 최소한의 포용력도 보이지 않는다. 타국의 주권침해가 가장 큰 인권침해라고 보는 중국의 처지에서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더구나 류샤오보가 중국정부에 대항하다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중국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고 보편적인 인권에 대해 주권을 앞세우고, 노벨상마저 서방의 음모로 보는 것은 협량한 도량을 드러낼 뿐이다.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특수한 조건에서만 성립된다는 논리는 ‘보편가치의 상대화’와 ‘국가주권의 절대화’를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 국가는 그 구성원들로부터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는 존재이다. 그래서 비판의 자유는 국가의 품격과 민주화의 척도가 된다. 특히 권력에 대한 지식인의 비판은 더욱 그러하다. 중국도 여느 나라처럼 역사적으로 지식인의 비판이 자유로울 때 융성했고, 지식인의 입을 막았을 때 쇠락의 길로 내달았다. 영토가 넓고 다수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전통적으로 포용력이 큰 제왕을 숭상해왔다. 적장을 받아들이고 비판하는 사람을 측근으로 임명한 제왕 때 나라가 발전했고 문화도 융성했기 때문이다. 제나라 환공(桓公)은 자신에게 화살을 쏘아 맞힌 관중(管仲)을 재상으로 삼아 춘추 5패의 위업을 이뤘다. 당 태종은 자신을 죽이려던 형의 참모였던 위징(魏徵)에게 직언을 담당하는 간의 대부를 맡겨 중국에서 가장 찬란한 당나라 초석을 놓았다. 한나라 유방(劉邦)은 배신을 일삼던 옹치(雍齒)를 제후로 봉하는 도량을 보여 천하의 민심을 수습하고 최초의 문명국가 기틀을 마련했다. 이들은 모두 도량이 크고 비판을 겸허히 수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포용력이 있었기에 한나라가 지금까지 중국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왕조로 인식될 수 있었고, 중국인은 차이나타운을 당인가(唐人街)라 부를 정도로 당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다시 고금을 비교해 보자. 약육강식과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던 춘추전국시대에 도덕과 인의로 군왕들을 질책하던 공자와 맹자는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멀리하지만 공경하는 태도를 보였을 뿐 감히 공맹(孔孟)을 핍박하지는 못했다. 그 당시가 살생이 일상화된 시기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 기반을 뒀기에 그 시기의 사상이 가장 발전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군왕으로서 공맹의 논리는 국가를 위태롭게 할 수 있었기에, 오늘날 류샤오보의 행동이 국가안위를 위협한다는 주장보다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공자를 부활시켜 부상하려는 국가전략을 세운 중국 지도부의 도량이 자꾸 과거 군왕들과 비교되는 것이다. 봉건왕조 시대와 세계화 시대의 가치관 차이를 뛰어넘어서 봐도 이번 노벨평화상에 대한 중국 당국자의 반응은 너무 속이 좁아 보인다. 조화사회 구현이라는 정책목표나,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다(以人爲本)는 통치철학도 유교전통의 재현이다. 중국의 핵심 소프트파워 전략은 유교의 현대화를 통해 ‘평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 공자학원을 세워 공자를 ‘평화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노벨상 수상에 대한 반응에서는 공자의 질책을 수용하지는 않을지라도 겸허히 들었던 군왕의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무늬만 공자인가?
  • 中, 세계 언론패권 장악 나서나

    중국이 신문출판산업의 국제화 등을 위해 매년 500억위안(약 8조6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자국 미디어 산업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소프트파워’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미 신화통신, 중앙방송(CCTV),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의 해외 영향력 확대를 위해 450억위안을 쏟아부은 터여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언론패권 장악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언론정책을 총괄하는 신문출판총서는 지난 3일 국가개발은행과 이 같은 내용의 ‘신문출판산업 발전 협력 비망록’에 서명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이 4일 보도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국가개발은행은 정책적 투자 및 펀드은행대출 등의 형식으로 매년 최소한 500억위안을 신문출판산업에 지원하게 된다. 투입된 자금은 중대형 미디어그룹의 자본력 확충과 해외진출, 디지털화 등 새로운 매체환경 대응에 사용될 예정이다.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 집중지원 특히 해외진출 등에 자금의 상당액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출판총서의 류빈제(柳斌杰) 서장은 “주관 부문과 은행, 미디어기업의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신문출판산업의 빠른 성장이 가능해졌다.”면서 “특히 미디어그룹의 국제경쟁력 확충과 해외진출에 대한 정책 및 금융상의 지원체계가 갖춰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문출판산업 매출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1조위안대를 돌파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12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15년까지 4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무원은 이를 위해 올초 ‘문화산업 진흥계획’을 확정했고, 신문출판산업에 대한 진흥 계획도 여기에 포함됐다. 앞서 주요 매체의 해외진출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몇 달간의 시험송출 기간을 거쳐 지난달 1일 24시간 영어뉴스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자회사인 중국신화뉴스네트워크(CNC)가 송출하는 영어뉴스는 우선 홍콩과 마카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등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2012년부터는 전 세계 시청자들이 볼 수 있게 된다. 신화통신은 또 해외지국을 186개로 늘려 사실상 전 세계를 커버할 계획이다. CCTV도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채널에 이어 지난해 아랍어 및 러시아어 채널을 추가로 개설했다. 아울러 인터넷 채널인 CNTV를 개설, 전 세계 어디서든 CC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정보 경쟁체제 구축 관영매체, 신문출판산업, 문화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은 지난해 초 ‘관영 매체의 국제 역량을 강화하라.’는 후진타오 주석의 주문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자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동시에 서방 매체가 지배해온 글로벌 정보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길섶에서] 쪽박바꿔줘/이춘규 논설위원

    5월 숲에서 온종일 휘~휘휘휘, 검은등뻐꾸기가 울었다. “옛날에 며느리가 밥을 많이 한다며 시어머니가 쪽박을 깨버렸다. 깨진 쪽박으로 밥을 하니 항상 모자라 며느리는 영양실조로 죽는다. 영혼이 새가 되어 ‘쪽박바꿔줘’라며 울었다.”는 슬픈 전설의 새. 별칭 쪽박바꿔줘다. 아침엔 숲 입구에서 야행성인 소쩍새가 울었다. “옛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살았다. 며느리를 미워한 시어머니는 솥을 작게 만들어서 밥을 하게 했다. 솥이 작으니 밥이 모자라 제대로 밥을 못 먹고 피를 토하며 죽어 소쩍새가 됐다.”는 소쩍새의 전설을 생각했다. 슬픈 새들이다. 숲의 끝 무덤가 할미꽃. 고약한 부자 큰손녀 집에 살던 할머니가 가난하지만 착한 작은손녀 집을 찾아가다 고갯마루에 쓰러져 숨진 뒤 되었다는 할미꽃. 조상들은 동·식물에도 인격을 부여하는 소프트파워가 강력했다. 전자산업이 하드웨어는 강한데 소프트웨어가 약해 문제란다. 민담, 전설, 설화로 동·식물을 대접한 선조들의 소프트파워를 되살려보자.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新 차이나 리포트] “도덕·법치·민주의식 높인다면 3대 경제체 걸맞은 국가로 성장”

    [新 차이나 리포트] “도덕·법치·민주의식 높인다면 3대 경제체 걸맞은 국가로 성장”

    “세계 3대 경제체로 성장했지만 중국은 소프트파워 등을 포함한 종합국력 면에서는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중국은 아직도 발전이 필요한 국가입니다.” 중국 베이징대 문화산업연구원 원장보 겸 브랜드연구센터 주임인 왕치궈(王齊國) 교수는 10일 “중국은 종합국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생활수준은 물론 도덕관념, 법치관념, 민주적 의식 등 국민들의 종합적인 소양을 높여야 비로소 중국은 부강한 나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 소프트파워 분야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왕 교수는 중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력과 소프트파워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세계 2대 경제체인 일본이 정치·외교적으로 국제적인 영향력이 약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왕 교수는 “일본은 사실상 정치·외교적으로 미국에 ‘예속’돼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없다.”며 “반면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동맹관계를 맺지 않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가치관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유가(儒家)에 토대를 둔 중국 전통문화의 핵심은 화합과 중용이고, 모순을 용인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런 가치관이 왜 나쁘냐.”고 반문했다.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세계의 선악을 흑백논리로 양단하는 미국식 가치관의 전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문화산업 현주소에 대해 “문화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 정도로 낮고, 경쟁력이 약한 데다 규모도 작다.”면서 “게다가 대부분 국내 소비 위주로, 국제화 정도가 상당히 못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국무원이 문화산업 진흥계획을 수립한 것도 정부 주도로 이처럼 낮은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관영 언론의 국제화에 적극적인 이유와 관련, “중국의 발언권, 영향력의 확산에 주효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친구로부터 ‘아직도 중국에서는 변발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은 딸의 미국 유학 경험을 곁들여 “중국에 대한 서방의 오해를 풀기 위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서방의 시각이 아닌 동방의 시각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왕 교수는 “중국은 한국과 달리 아직도 개발도상국일 뿐”이라면서 “중국은 유가 사상의 영향으로 포용과 정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설령 굴기하더라도 세계와 평화롭게 조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stinger@seoul.co.kr
  • [新 차이나 리포트] 공자학원·장학금…돈줄로 문화도 ‘중화’ 물들인다

    [新 차이나 리포트] 공자학원·장학금…돈줄로 문화도 ‘중화’ 물들인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문화의 해외진출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라.”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문화시스템 개혁 업무 화상회의. 지난해 9월 문화산업 진흥계획을 발표한 중국 문화부가 지금까지의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이번 회의에서 차이우(蔡武) 장관은 중국문화의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차이 장관은 중화문화의 국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금 경제력, 군사력 못지않게 문화, 이념, 정책 등의 소프트파워(연성 권력)에서도 강국의 위치를 다져가고 있다. 고속성장으로 쌓아올린 경제력을 배경으로 막대한 돈을 소프트파워 확충에 쏟아붓고 있다. 벌써부터 세계인들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갈수록 높아가는 데다 중국의 굴기(崛起·우뚝 섬)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퍼져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입’ 역할을 하는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일 영어TV뉴스 프로그램의 시험방송에 들어갔다. 중국판 CNN인 중국신화뉴스네트워크(CNC)의 탄생이다. 오는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세계를 상대로 중국 시각을 과감하게 전할 방침이다. 리충쥔(李從軍) 사장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대안적인 정보 소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중국이 관영 언론의 국제화에 책정한 예산은 무려 450억위안(약 7조 6500억원)에 이른다. 신화통신은 현재 100여개인 해외 지국을 186개로 늘려 사실상 전 세계를 도맡을 계획이다. 중국중앙방송(CCTV), 인민일보 등도 신화통신 못지않게 국제화에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어와 중국문화 전초기지인 공자학원은 전세계 85개국에 282개나 개설돼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150여개국, 1만 8000여명에 달했다. 지난 2008년 서울과 프랑스 파리의 중국문화원 홈페이지 접속자는 각각 15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은 관영 언론 국제화, 공자학원 확대, 중국문화 전파 등에 대해 이미지·브랜드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중국에 대한 선입견과 무지를 자신들이 스스로 나서서 적극 바꿔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한 프랑스 청년이 프랑스 식당에서 중국인 친구를 만나 ‘중국인은 아직도 사람고기를 먹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마침 그 자리를 지나던 프랑스인 식당 주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중국인들은 아직도 사람을 먹는다. 특히 당신 같은 사람을 아주 좋아한다.’ 그때서야 그 프랑스 청년은 자신의 무지를 알아챘지요. 아직도 서방에서는 중국 및 동방국가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이 쌓여 있습니다.” 베이징대 문화산업연구원의 왕치궈(王齊國) 교수가 서방 세계의 중국에 대한 편견을 설명하며 전한 말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지난 3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특파원 여러분들이 중국에 대한 오해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영향력 확대라는 측면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의 선전담당 책임자인 류윈산(劉雲山) 중앙선전부장은 “중국이 국제 여론경쟁에서 보다 많은 발언권을 확보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관영 언론의 국제 여론시장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단순한 문화전파가 아닌, 공공외교와 대규모 원조가 동반되는 것에서도 중국의 소프트파워의 과감한 보급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지역에 대한 대대적 지원과 함께 중국적 가치를 선전함으로써 이들 지역에서 중국의 위상이 한층 커졌다는 게 소프트파워 연구자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중국은 이 같은 성공경험을 세계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1993년 중국에 소프트파워 이론을 처음 소개하면서 소프트파워의 지평 넓히기를 강조한 상하이 푸단(復旦)대 왕후닝(王?寧) 교수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시절인 1995년 중국 공산당의 중앙정책연구실로 자리를 옮겨 후진타오(胡錦濤) 현 주석 체제에서 공산당 서열 28위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맡고 있다. 중앙정책연구실은 중국의 대내외 핵심 정책을 입안하는 곳이다. 장 전 주석 시절 중국이 소프트파워를 내세우기 시작했고, 후 주석 체제가 이를 본격화한 배경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소프트파워 확충은 ‘중국 위협론’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비롯됐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굴기의 한 축으로 강화되고 있다. 경제력, 군사력과 함께 소프트파워까지 갖춘 중국이 그들의 언급대로 ‘평화굴기’를 할지, 세계의 우려대로 ‘패권굴기’를 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stinger@seoul.co.kr
  • [北·中 정상회담] 1942년생 동갑…다혈질 김정일 vs 모범생 후진타오

    [北·中 정상회담] 1942년생 동갑…다혈질 김정일 vs 모범생 후진타오

    6일 만날 것으로 보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942년생 동갑이다. 두 사람 모두 7살을 전후해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점도 우연으로 보기 힘든 공통점이다. 둘 다 머리회전이 빠르고 영리한 편이다. 특히 후진타오는 초등학교 때 월반을 했고 명문 칭화대에 입학했을 정도로 수재다. 앞으로 2년 뒤 비슷한 시기에 후진타오(임기 종료)와 김정일(아들 승계) 둘 다 권력 2선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고권력자 아들 vs 몰락한 집안 출신 하지만 두 사람의 성장과정은 사뭇 다르다. 후진타오는 몰락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낸 반면, 최고권력자의 아들로 세상에 나온 김정일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자랐다. 후진타오는 차분한 성격에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다. 반면 김정일은 다혈질에 성미가 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은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고 권력욕도 남달랐으나, 후진타오는 대학시절만 해도 수력발전 기술자가 되고 싶어했다. 후진타오는 대학 졸업 후 서북 변방의 노동자로서 현장경험을 쌓을 때 특유의 성실성과 친화력을 인정받으면서 당시 권력실세였던 후야오방(胡耀邦)의 눈에 든다. 김정일은 오랜 기간 아버지 김일성 밑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는 처세술로 인내심 있게 권좌를 기다렸다. ●권력속성 정확히 파악 ‘상통’ 후진타오는 티베트 당서기로 있던 1989년 티베트 독립운동이 일어났을 때 철모를 쓰고 진압작전을 진두지휘하면서 외유내강형의 과단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고, 이 일로 덩샤오핑(鄧小平) 등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일약 차세대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다. 결국 온화한 이미지의 후진타오이지만, 권력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김정일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후진타오는 김정일을 인간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범생 스타일에 품격을 따지는 후진타오에게 김정일은 천방지축의 ‘무례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중국 사정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5일 “후진타오는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 등 소프트파워 면에서도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말썽을 일으키는 북한을 어쩔 수 없이 편들어야 하는 상황을 피곤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축에 드는 자신한테 불쑥 방중 일정을 통보하는가 하면 핵실험을 상의도 없이 저질러서 분란을 일으키니 후진타오가 김정일을 좋아할 수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新 차이나 리포트] “美 중간선거 등 몰려 올해도 불안정”

    [新 차이나 리포트] “美 중간선거 등 몰려 올해도 불안정”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올 초부터 타이완에 무기 판매, 달라이 라마 면담, 위안화 절상 문제 등으로 극한을 향해 치닫던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다소 완화됐다. 후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약속받았고,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한테서 국제사회의 이슈 해결에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중국은 국내문제, 미국은 국제이슈에 방점을 찍었다. 위안화 문제는 일단 뒤로 넘겨졌다. 미국은 중국의 협조가 없이는 이란 핵 등 국제문제 해결이 난망하고, 중국은 껄끄러운 티베트 및 타이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제지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어쨌든 주고받기가 가능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임시봉합´이라는 관전평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미 주요 2개국(G2)으로 맞붙기 시작한 두 나라의 정치·경제적 계산에 따라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위안펑(袁鵬) 미국연구소장은 “중간선거 등 미국의 정치 행사가 밀집해 있다는 점에서 올 한 해 중·미 관계는 기본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중국에 대해 인권이나 무역불균형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국민들에게 ‘강한 정부’의 이미지를 심어 주려는 정치적 욕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의 류칭(劉卿) 부주임은 “중국은 가만히 있는데 미국이 흔들고 있다.”고 지금의 양국 관계를 설명했다. 협력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중국 역시 경제적 이익을 침해받는다면 여지없이 ‘발톱’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코펜하겐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은 거리낌없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미국이 중국을 이란 제재에 참여시키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군사력 강화를 통해 세계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하드파워 위에 ‘공자(孔子)학원’ 등으로 소프트파워를 강화해 명실상부한 ‘대국’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G2 간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stinger@seoul.co.kr
  • [객원칼럼]국가브랜드와 ‘우리끼리’ 증후군/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객원칼럼]국가브랜드와 ‘우리끼리’ 증후군/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지난달 24일 일본 후쿠오카의 한 호텔에서 주 후쿠오카 한국총영사의 이임 리셉션이 열렸다. 500여명의 지역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해 대성황이었다. 한 일본인 참석자는 한국의 외교관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인사말을 하던 후쿠오카 시장이 “후쿠오카 시민과 나의 진정한 친구가 떠난다.”는 대목에서 울먹이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나중에 들어 보니, 한국총영사는 재임 중 한국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말씀형’ 외교관이 아니라 주재지역에 직접 파고들어 지역민과 호흡을 함께한 ‘지방의원형’ 외교관이었다고 한다. 지역민이 좋아하는 ‘가부키’ 공연에 직접 연기자로 출연했고, 동네 축제에서 우리 눈엔 보기가 좀 민망한 ‘훈도시’를 입고 나와 시민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민들과의 신뢰가 널리 형성되어 한국을 알리는 데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요즈음 정부는 국가 브랜드 향상을 위해 열심이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헐벗었던 한국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제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고 아시아의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자리 잡았으니, 이를 외국에 적극적으로 알려 우리의 참모습을 정당하게 평가 받아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선진국을 제치고 해외 원전을 수주하고, 기라성 같은 겨울 스포츠 강국들을 따돌리고 동계올림픽에서 5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G20 정상회담을 서울에 유치하는 등 국격을 높일 희소식이 연이어 날아드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냉철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가슴 뿌듯함이 외국인들의 가슴 뿌듯함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면 외칠수록 우리에 대한 비호감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밖으로부터 호감도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우리끼리 증후군’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지나친 강조는 ‘당신네들만의 대한민국’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갖은 수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유난히 ‘우리’라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는 외국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코리아타운’이라는 높은 성벽을 쌓아 놓고 ‘우리끼리’ 잘 지내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미국 땅에까지 한글 간판이 즐비한 모습을 보고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비한국계의 입장에서 보면 한글 간판 가득한 이곳에 선뜻 들어서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렇듯 ‘우리끼리’의 만족감이 오히려 한국타운의 브랜드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일본 경제가 세계를 주름잡을 때, 마쓰시타전기의 사장은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인 MCA를 인수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앞으로 일본에 비판적인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러한 회사의 태도에 일본 국민들은 ‘가슴 뿌듯함’을 느꼈을지 몰라도 미국 현지 언론들의 뭇매를 맞아 오히려 일본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결과를 초래한 적이 있다.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한 하버드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는 일본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상당한 수준의 소프트파워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일본의 내향적인 문화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외국의 호감도를 높이려면 한국적인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형식이 아닌, 그들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함과 동시에 지나친 ‘우리끼리’ 의식을 과감히 극복하는 소통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앞서 소개한 후쿠오카 시장이 보여준 것처럼 한국에 대한 진정한 눈물의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 [열린세상] 2010년이 국격 도약의 원년되려면/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2010년이 국격 도약의 원년되려면/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2009년은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원년이었다. 연초에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출범했고, 대통령이 세 차례나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국가이미지, 국가브랜드, 국격 문제를 국가적 어젠다로 끌어올렸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경제·군사 부문에 주력해 왔다. 6·25의 폐허와 빈곤에서 하루빨리 탈출하려 경제 발전에 매달렸고, 남북 대치 속에서 국방도 키워야 했다. 국가발전의 중심을 하드파워에 둘 수밖에 없었다. 이에 힘 입어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을 단기간에 이룩했고, 공적개발원조(ODA)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우리 국민의 저력이 일궈낸 값진 성과다. 그러나 더 이상 이같은 전략을 밀고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경제와 군사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소프트파워를 함께 키워야 지속적인 번영이 가능한 시대를 맞은 것이다. 좋은 제품을 싸게 내다 파는 차원을 넘어 교역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사고 그들과 함께 번영하는 국가발전 전략을 도모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국가이미지가 곧 상품의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이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높이는 데 관심을 쏟고 투자를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국가브랜드위가 얼마 전 내놓은 향후 역점 추진사항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대규모 국제행사 활용 전략이다. 내년 11월에 예정돼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밴쿠버 동계올림픽(2월), 남아공 월드컵(6~10월)을 국격 제고의 기회로 선용한다는 내용이다. 올해가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준비기간이었다면 새해는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음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모든 프로그램이 일과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국가 이미지 관련 프로그램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다. 물론 단기 목표를 소홀히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 건 하듯이 단기성 이벤트를 하고 손을 놓아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번 시작한 일이라면 최초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철저히 챙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선진국일수록 주요 국제행사를 주관하거나 참여할 때 수년 전부터 미리미리 완벽히 준비하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내년에 개최할 여러 국내외 대형 이벤트를 국가이미지와 연결시켜 제대로 활용하려면 시간이 없다. 더 늦기 전에 과거 유사한 사례에 우리가 무슨 일을 해서 성공했고 어떤 아쉬움이 있었는지, 잘한 나라들은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보고 연초부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본의 중요성이다. 해외에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련 정보를 찾는 전문가나 여론 주도층 인사들이 여전히 주로 의존하는 채널은 외신이다. 온라인 홍보도 좋고 새로운 홍보 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은 외신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40~50년간 해외 홍보현장을 뛰어다녔고, 지금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해외홍보 원로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조언을 관계 당국자들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 안에서 외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을수록 해외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신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외신관리는 언론보도를 단순히 모니터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논조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해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내 명확한 총괄 창구와 시스템 보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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