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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민의 노견일기] 첫 이별을 준비하다

    [김유민의 노견일기] 첫 이별을 준비하다

    일주일 전 나이 든 시츄 꼬비의 사연을 받았다. 15년을 함께 한 꼬비와의 이별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진다는 내용이었다. 사진 속 꼬비는 기운이 없는지 눈을 반쯤 뜨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낯익은 모습, 해줄 수 있는 말이 길지 못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최대한 많이 사랑해주자고, 스스로의 다짐과 다를 바 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꼬비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이 사연이 꼬비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됐네요. 많이 슬프지만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룰 수만 있다면 영영 미루고 싶었던 이별의 순간. 애써 외면했던 ‘언젠가’의 슬픔은 내일이 되었다. 너와의 첫 이별 준비 전문가들은 반려견이 노령이 되는 10살이 넘으면 이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반려동물과의 이별 뒤 심한 무기력함,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문을 열면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고, 실수했을 때 마지못해 혼냈던 기억이 생각나 후회가 밀려온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서 더 슬퍼진다.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의 저자 세르주 치코티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와 같은,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분석했다. 가족으로 함께한 반려동물이었기에 느끼는 슬픔이다. 복실이와 함께한 지 16년이 됐지만, 늙은 반려견과의 생활은 매 순간이 처음이다. 소파 위로 가뿐히 뛰어오르던 개가 마룻바닥에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물을 마시려고 몇 걸음 내딛던 어느 날은 다리에 힘이 풀려 ‘쿵’ 하고 바닥에 몸을 세게 찧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할머니 요양병원에서 파는 초록색 미끄럼방지패드를 사다 마루 위에 깔았다. 잘 가리던 오줌도 눈이 잘 안보이니 조준에 실패한다. 그래도 힘겹게 몸을 일으켜 패드 근처로 간 녀석이 기특해 ‘잘 했어’라고 쓰다듬는다. 여전히 패드 위에 쌌다고 믿고 있는 희끗한 눈망울. 늙어가는 것, 그래서 실수가 늘어나는 것은 개의 잘못이 아니다. 혼내지 않고 ‘네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라고 느낄 수 있게 말해주고 안아주기로 했다.복실이와 같은 나이, 비슷한 이름을 가진 복슬이 가족도 매번 사료를 물에 불려주고 있다. 이가 많이 빠진 데다 소화 기능이 떨어져서 건식 사료를 물에 불리거나 부드러운 습식 사료를 주고 있다. 식욕이 많이 떨어져 고기를 잘게 썰어 넣어준다. 그러면 평소보다는 밥에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반려인은 내게 노화의 증상을 알고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조차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해주었다. 경험에서 오는 따뜻한 당부들은 큰 힘이 된다. “가슴 속에 새로운 예쁘고 따뜻한 집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연습을 해요.”, “가고 나니 그 하루가 너무 소중해요. 딱 하루만 품에 데리고 있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옆에 있는 순간순간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하고,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는 것. 늙은 개와의 첫 이별 준비. 우리의 시간은 얼마나 남아있는 것일까. 그동안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시간,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을지 모른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노견·노묘의 기준 - 보통 소형견을 기준으로 8살 이상이 되면 노견으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노화 시기가 늦춰져 10살 이상을 노견으로 본다. 고양이는 평균 12살이 넘으면 노묘로 간주된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보다 세밀한 관심을 가지고 이상 증상을 보이면 수의사를 찾아 확인해봐야 한다.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 -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반려동물의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 반려동물의 죽음의 원인(질병, 사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슬픔의 결과로 오는 우울증 등이 있다. 무기력함, 심할 경우에는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노견일기]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 ‘도깨비’ 공유 김고은, 무릎베개부터 꿀 떨어지는 눈맞춤까지 ‘달달 데이트’

    ‘도깨비’ 공유 김고은, 무릎베개부터 꿀 떨어지는 눈맞춤까지 ‘달달 데이트’

    ‘도깨비’ 공유와 김고은이 분위기 있는 데이트를 즐긴 모습이 공개됐다. 13일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 측은 공유와 김고은의 달콤한 데이트 현장 스틸을 공개했다. 사진 속 공유와 김고은은 야외에서 둘만의 바비큐 파티를 하는가 하면, 소파에서 서로의 등을 기대고 앉은 채로 다정하게 책을 읽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공유가 김고은의 무릎을 베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서로 눈을 맞추고 손으로 서로의 얼굴로 쓰다듬는 모습에서는 달달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 두 사람의 꿀 떨어지는 데이트 장면이 어떻게 방송될지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는 이날 오후 8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도깨비’ 공식 페이스북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가정집 CCTV에 저절로 움직이는 인형 포착 ‘소름’

    가정집 CCTV에 저절로 움직이는 인형 포착 ‘소름’

    ‘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초자연적 현상들’ 1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해 9월 해외의 한 가정집 CCTV 카메라에 이상한 초자연적 현상들이 포착된 영상을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9월 16일 인형을 가지고 노는 어린 소녀가 있는 거실. 한쪽 구석에 또 다른 인형 하나가 앉아 있다. 소녀가 인형에 정신이 팔려 노는 사이, 앉아 있던 인형의 고개가 움직이더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똑같은 현상은 한 차례 더 반복된다. 이번엔 9월 20일 같은 장소의 소파 쪽 공간. 소녀가 테이블 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잠시 뒤, 테이블 위 가만히 있던 종이가 강한 바람에 의해 펄럭이며 움직인다. 소녀가 놀란 나머지 뛰쳐나간다. 호기심에 다시 테이블로 다가온 소녀 앞에 더욱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진다. 더욱 강한 바람이 일며 종이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책상 위 집기들도 어떤 힘에 이끌려 내팽개쳐진다. 곧이어 테이블마저 더욱 강한 힘에 의해 밀쳐진다. 해당 영상이 어느 나라에서 찍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동의 아버지는 “딸을 무엇인가가 괴롭혔다는 말에 CCTV 카메라를 집에 설치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 570만여 건, 좋아요 3만 2천여 건, 댓글 2만 4천여 개를 기록 중이다. 사진·영상= La Otra Dimensión facebook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포토] ‘침대 위 치명적 눈빛’…아만다 사이프리드, 패션 화보 공개

    [포토] ‘침대 위 치명적 눈빛’…아만다 사이프리드, 패션 화보 공개

    할리우드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패션 매거진 ‘보그(VOGUE)’ 오스트레일리아 2월 호를 통해 화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화보에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침대와 소파에서 포즈를 취하며 섹시하면서도 매혹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보그’ 오스트레일리아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젊은 작가 4인의 시선 ‘송은미술대상전’

    젊은 작가 4인의 시선 ‘송은미술대상전’

    송은미술대상 대상자를 가리기 위한 최종 심사 과정에 해당하는 ‘제16회 송은미술대상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전시에는 김세진(45), 염지혜(34), 이은우(34), 정소영(37)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해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① 정소영作 비닐하우스 안 ‘빛 온도 바람’ 정소영 작가는 설치물 ‘빛 온도 바람’을 발표했다. 철제 조형물에 비닐과 방풍막, 차광막을 씌워 비닐하우스가 연상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강원도 철원에서 머물다 본 비닐하우스를 소재로 한 구조물이다. 비닐하우스 안은 미로다. 열려 있으면서도 닫혀 있고, 닫혀 있으면서도 열린 듯한 이 공간에서는 빛, 온도, 바람이 차단된다. 설치물 안에서 빛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밀랍으로 만든 양초 ‘오리산’과 작가 본인이 돌을 끌고 가는 모습을 촬영한 ‘돌’을 만나게 된다. ② 염지혜作 바이러스 실체 담은 영상물 이어지는 공간에선 염지혜 작가의 영상 작품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머물던 중 말라리아에 걸린 적이 있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신작 ‘그들이 온다. 은밀하게, 빠르게’에 녹였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때로는 언론과 소문으로 공포와 혼란이 과장되는 ‘바이러스’의 실체를 탐구한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바이러스의 역사를 한데 엮은 이 작업은 빠른 전개 속도와 몽환적인 이미지가 결합해 한 편의 영화 같다. ③ 김세진作 자본주의 계급·개인 가치란 동양화를 전공한 뒤 다양한 미디어 작품을 선보이는 김세진 작가는 국가라고 하는 시스템과 개인의 관계, 그리고 그 시스템 안에서 규정되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관찰자적인 시선에서 풀어낸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근무하는 건물 미화원의 일상을 담은 ‘도시은둔자’는 자본이 만들어 낸 계급 구조와 그 안에서 소외되는 개인의 가치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④ 이은우作 구조·공간적 입체작품 선봬 이은우 작가는 구조적이고 공간적인 입체 작품을 선보였다. 철판을 자르거나 구부려 만든 조형물에 붉은색 페인트를 칠한 ‘붉은 줄무늬’는 거실에 일반적으로 놓이는 소파나 의자, 테이블 등을 간결하게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가공한 스티로폼에 페인트를 뿌려 원재료가 돌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작품도 있다. 송은미술재단은 전시 기간에 수상자 한 명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가 주어진다. 전시는 오는 2월 25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코 고는 반려견에 소리 녹음해 들려줬더니

    코 고는 반려견에 소리 녹음해 들려줬더니

    “이게 제 코 고는 소리라고요?” 자신의 코골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는 반려견이 화제에 올랐다. 이스라엘의 코미디언 탈 솔로몬(Tal Solomon)은 지난 2일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코골이 멈추게 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공개된 영상 속 솔로몬은 소파 위에서 드르렁거리며 코를 고는 자신의 반려견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이내 곧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그는 전에 촬영했던 반려견의 코 고는 영상을 재생한다. 반려견은 휴대전화 속 자신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이 깨더니 솔로몬을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마치 “제가 코를 골았다고요?”라고 묻는 듯한 반려견의 표정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솔로몬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영상=Tal Solomon/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오~재밌는데~!’ 로봇청소기 타고 노는 애완견

    ‘오~재밌는데~!’ 로봇청소기 타고 노는 애완견

    지난해 11월 21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Youtube)에는 로봇청소기 룸바를 타고 노는 애완견 영상이 게재됐습니다. 영상에는 새끼 프렌치 불도그 한 마리가 거실 청소 중인 룸바에 올라타 이동 중입니다. 프렌치 불도그는 룸바의 이동에 약간 겁을 먹은 표정을 짓네요. 룸바가 소파에 부딪히자 놀란 불도그가 룸바를 탈출합니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웃음을 터트립니다. 사진·영상= MrFsalt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신년기획] 사람은 닭을 키울 자격이 있는가

    [신년기획] 사람은 닭을 키울 자격이 있는가

    민수씨의 어린 아들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일요일 점심 무렵의 일이었다. 함께 식탁에 앉아 라면을 먹다가 문득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눈꺼풀이 반쯤 내려와 있었다. 어쩐지 얼굴빛도 불그스레해 보였다. 민수씨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아들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 시절 집으로 들어와 제일 먼저 손을 넣어보던 안방 아랫목처럼 아들의 이마와 등, 겨드랑이가 펄펄 끓고 있었다. “아니, 얘가 왜 이러는 거지?” 민수씨는 다용도실 안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고 있던 아내에게 큰 목소리로 물었다. 아내는 젖은 빨래를 한 아름 안고 부엌으로 나왔다. “감기인가 본데…? 어제 잘 때도 살짝 뜨끈하더니….” 아내는 찬 손으로 아들의 이마를 짚어보면서 말했다. 민수씨는 조금 부아가 일었다. 아니, 아이가 어젯밤부터 그랬는데, 라면을 끓여주었다는 거야? 하지만 민수씨는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자신 또한 조금 전까지 늦잠을 잤기 때문이었다.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닐까?” “조금 쉬면 나아지겠지, 뭐… 일요일인데 여는 병원도 없고….” 민수씨는 스마트폰으로 일요일 진료 병원을 찾았다. 조금 멀긴 했지만 아동병원 한 곳이 휴일에도 진료를 한다고 떴다. 민수씨는 겉옷을 챙겨 입고 거실로 나왔다. “뭐하려고?” 아내가 건조대 앞에 앉아 있다가 물었다. “병원에 가야지. 요즘 독감이 대유행이라는데.” 민수씨는 아들을 데리고 현관문을 나서다 말고 다시 거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직장 나간다고 해도 아들부터 챙겨야 하는 거 아니야? 뭐 그렇게 대단한 일 한다고!” 민수씨는 아내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쿵, 현관문을 세게 닫았다. 아들은 그런 민수씨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대기실 소파에 빈자리 하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환자만 78명, 예상 대기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었다. 민수씨는 할 수 없이 아들과 함께 대기실 창턱에 기대앉았다. 대부분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민수씨는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내가 ‘경단녀’의 신분을 벗고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것은 이 개월 전의 일이었다. 한 작은 출판사의 편집 디자이너 인턴으로 채용된 것인데, 그때만 해도 민수씨는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인턴이 다 뭐야, 인턴이? 당신 편집 디자이너 경력만 7년이잖아?” 민수씨의 말에 아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걸 누가 인정해 준다고… 써주는 것만 해도 황송한 처지인데.” 슬쩍 물어보니 월급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 델 뭣하러 나가냐고, 민수씨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그냥 속으로 삼키고 말았다.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방과후수업이다, 영어학원이다, 합기도다, 다녀야 할 학원이 많았다. 거기에다가 대출받은 아파트의 거치 기간도 모두 끝이 났다. 이젠 원금도 같이 상환해야 할 처지였다. 민수씨의 월급은 삼 년째 오르지 않고 제자리이니, 아내 스스로 일자리를 알아본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민수씨는 서운한 것이 많았다. 아내는 저녁 여섯 시 퇴근 시간을 매번 지키지 못했는데, 어느 땐 나흘 연속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기도 했다. 아내가 저녁 식사를 제때 차려주지 않았다고 서운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야 그렇다고 쳐도 아이는, 아이는 어쩌란 말인가? 민수씨는 그동안 몇 번 아내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하던 일을 다 마치지 못한 채 퇴근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아들과 함께 짜장면을 시켜 먹곤 했다. 한 번 두 번은 그러려니 넘어갔는데, 횟수가 많아지니 적잖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래도 월급은 내가 훨씬 더 많이 가져오는데, 이게 뭔가? 민수씨는 아내와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난 팔 년 넘게 아이 밥을 차렸다구. 당신은 몇 번이나 했는데?’ 하고 물었다. 민수씨는 가만히 아내를 노려보기만 했다. “A형 독감이 맞네요. 당분간 학교에 보내지 마시고 푹 쉬게 해주세요.” 의사는 아이의 키트를 확인해보고 나더니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학교도 보내면 안 될 정도예요? 그 정도로 심각한 거예요?” 민수씨가 그렇게 묻자 바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어디 얘만 문제인가요? 얘가 학교 나가면 다른 친구들한테도 다 옮기게 돼요.” 민수씨는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받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사위는 이미 어둑어둑해진 상태였다. 내일 어쩌지? 민수씨는 바로 차를 출발시키지 않고 고민했다. 아내도 내일 출근해야 하고, 자신도 마찬가지 처지였다. 안동에 살고 있는 어머니나, 서산에 사는 장모님이나, 이 저녁에 갑자기 서울로 올라오시라고 부탁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이라도 바로 회사 부장한테 전화를 걸어야 하나? 눈치가 보이더라도 내가 출근하지 않는 게 맞지 않나? 민수씨는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뭘 얼마나 번다고…. “아빠….” 한참을 그렇게 운전석에 앉아 있는데 아들이 불렀다. “저, 내일 학교 안 가는 거예요?” 아들은 조수석 등받이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물었다. “응, 그래야 한다네…. 괜찮아, 약만 잘 먹으면 금방 낫는대.” 민수씨는 아이의 이마를 한 번 더 만져본 후 차를 출발시켰다. 병원에서 잰 아이의 체온은 39도였다. “아빠….” 차가 사거리에 정차했을 때 다시 아이가 말을 꺼냈다. “근데 왜 닭들은 독감에 걸리면 다 땅속에 묻어 버려요?” 민수씨는 잠깐 아들의 질문에 머뭇거렸다. “으응, 그건 그냥 놔두면 옆에 있는 닭들한테도 다 옮겨서 그러는 거래.” “옮겨서요? 그럼 닭들한테도 주사 놔주고 약 주고, 그러면 되잖아요? 근데 왜 다 묻어요?” 민수씨는 어떤 대답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그는 그 문제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닭은 많고, AI가 어떻든,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실대로 아들에게 말해주었다. “묻는 게 더 돈이 덜 들어서 그런 걸 거야….” 민수씨의 말에 아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빠….” 잠시 후 아들이 다시 말을 했다. “우리 반에도 결석하는 애들이 많아요…. 성주도 독감이고, 지민이도 독감이래요….” 민수씨는 아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계속 내일 일을 걱정했다. 오늘은 내가 병원에 갔으니, 내일은 아내가 출근하지 않는 게 맞으리라. 그렇게 말하리라. 민수씨는 그렇게 결심했다. “아빠… 저, 사실은요….” 아들이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성주네 집에 갔었어요…. 성주가 결석한 날에요….” 민수씨는 뚱하니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길 왜 갔어?” “성주가 심심할 거 같아서요…. 같이 마인크래프트하려고요….” 아들은 몇 번 기침을 했다. “그리고 사실은요… 제가 성주한테… 기침 좀 해달라고 했어요… 제 얼굴에 대고….” 민수씨는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는 그저 묵묵히 아들의 이야기만 들었다. “저도 독감 걸리면 아침부터 성주한테 갈 수 있잖아요….” 사거리를 벗어나자 도로는 막힘 없이 원활했다. 모두 각자의 집에서 내일을 준비 중인 듯싶었다. 민수씨의 아들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빠… 저는 닭들이 너무 불쌍해요….” 민수씨는 가만히 앞차의 후미등만 바라보았다. ■ 소설가 이기호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개코 광희 오혁, 새로운 아이돌 탄생? ‘자신감 폭발’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개코 광희 오혁, 새로운 아이돌 탄생? ‘자신감 폭발’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광희가 다이나믹 듀오 개코와 혁오밴드 보컬 오혁과 함께한 인증샷을 공개했다. 광희는 31일 오후 MBC ‘무한도전’이 방송된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세 사람은 소파에 앉아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세 삶의 자신감 넘치는 포즈가 눈길을 끈다. 이날 세 사람은 ‘무한도전’ 힙합X역사 프로젝트 ‘위대한 유산’에 참여해 윤동주 시인의 시를 주제로 한 ‘당신의 밤’ 무대를 선보이며 집중을 받았다. 한편 방송직후 공개된 ‘당신의 밤’은 각종 음원사이트 정상을 석권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등장인물 노대복 69세, 마을버스기사 양옥화 67세, 노대복의 아내 노운수 45세, 노대복·양옥화의 아들, 택시기사 노만석 22세, 노운수의 아들, 퀵서비스맨 때어느 가을 토요일 저녁 장소한눈에도 오래되고 허름해 보이는 집의 거실이다. 거실 벽은 얇은 나무합판으로 둘러쳐져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거나 나무합판이 삐져나온 곳이 보인다. 가구나 테이블, 가전제품, 주방의 싱크대 등에도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대 뒤쪽은 주방이다. 싱크대와 냉장고 등이 있고, 냉장고 앞에 식탁으로 사용하는 원목 탁자가 있다. 주방 오른쪽으로는 미닫이문이 있고, 이 문을 나가 좁고 긴 복도를 따라가면 현관문이 나온다(객석에서 현관문은 보이지 않는다). 미닫이문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걸려 있고, 그 바로 옆은 노만석의 방이다. 주방 왼쪽으로는 뒷마당으로 바로 연결되는, 스테인리스로 된 문이 있다. 뒷마당에는 양옥화가 가꾸는 텃밭이 있다. 파나 고추 같은 것들을 키운다. 바로 옆에 방문이 있고(노운수의 방), 그 옆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이곳은 욕실 겸 화장실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하나의 방문이 있다(노대복, 양옥화의 방). 방문이 마치 이 집 인테리어의 전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외의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다. 흔한 액자조차 벽에 걸려 있지 않다. 무대 앞쪽에는 온 가족이 앉을 수 있는 패브릭 소파가 객석을 향해 디귿자로 배치되어 있고 담요 같은 것들이 걸쳐져 있다. 왼쪽 소파에는 마른 빨랫감들이 아무렇게 놓여 있다. 가운데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꽃병이 있다. 테이블은 나무의 밑동을 잘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역시 오래돼 보인다. 무대 밝아지면 대복,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잠시 후 뭘 찾는지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기억이 났는지 서랍장을 뒤져 손톱깎이를 찾아 소파 쪽으로 온다. 소파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자신의 발을 불만스러운 듯 이리저리 살피는 대복. 한참을 들여다보다 깎기 시작한다. 통증이 있는지 간간이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한다. 동작을 반복하다 신경질이 나는지 손톱깎이를 옆 소파에 던져 버린다. 대복 빌어먹을! 발가락을 뽑아내든가 해야지. 소파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손톱깎이를 찾는다. 다시 발톱을 깎기 시작하는 대복. 곧바로 미닫이문이 열리고 휘파람을 불며 운수 등장한다. 무스로 정돈한 올백 머리, 알이 큰 선글라스를 쓰고, 동선운수라고 쓰인 택시회사의 제복을 입고 있다. 거울을 보며 한껏 폼을 잡는 운수. 그런 모습을 한심한 듯 쳐다보는 대복. 잠시 후 둘의 눈이 마주친다. 과장되게 인사를 건네는 운수. 운수 그간 옥체 건강하셨습니까? 대복 누구? 운수 저는 그러니까, 아들입니다. 대복 그런 이름은 내 머릿속엔 없는데. 여긴 어떻게? 분명 문을 걸어 잠갔는데. 운수 수척해 보이십니다, 아버님. 들어가서 쉬시지요. (혼잣말처럼, 하지만 대복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큰일이야, 빨리 기억이 돌아와야 할 텐데. 대복 뽑아낼 게 있는데 뽑아낼 수가 없네요. 어째야 합니까, 하나님. 운수 하나님은 바쁘셔서 그런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대복 쑤욱, 하고 뽑혀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세상에 있는 건 다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마음에 평안을 찾으시지요. 대복 실수를 하셨습니다. 아주 큰 실수를 하셨어요, 하나님. (발톱에 통증을 느끼는지 인상을 찡그린다) 운수 병원엘 가세요. 왜 가만히 두고 병을 키워요? 대복 내 병을 키우는 건 네놈이다,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또, 또 그러신다. 혈압도 높은 양반이. 대복 어디 가서 뭘 했기에 이제야 기어들어오는 거냐? 운수 뭘 하긴요, 일했죠. 대복 네놈이 야간조인 건 너만 모르고 우리 가족이 다 알아. 운수 일 끝나고 피곤해서 그냥 회사 근처에서 잤습니다. 대복 걸어서 이십 분이면 오는 너의 회사 말이냐? 운수 밤새 운전만 하면 다리가 부어요. 천근만근입니다. 대복 그래, 알지 알아. 나도 사십 년을 운전만 해서 발톱이 이 모양이지. 보이냐? (발을 들어 운수 쪽으로 내민다) 얼빠진 놈.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리려고. 운수 그만하세요. 저도 낼모레면 오십이에요. 대복 아유,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겨우 칠십밖에 처먹지 않아서. 운수 먹을 만큼 먹었다는 거죠. 대복 어디서 같잖게 나이 타령이야? 운수 조심하세요. 곧 터집니다, 제 인생에 잭팟이. 뒷일,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대복 감당 못해도 좋으니 제발 좀 터져다오 그놈의 잭팟. 운수 두고 보세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다) 대복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발톱을 깎기 시작한다) 어디 이름 모를 강에 가서 돌 껴안고 뛰어들든가 해야지. 운수 (소파에 앉으며) 그 의사 새끼 그거 돌팔이였나봐요. 수술한 지 얼마 됐다고 또 그래요? 대복 내성발톱이란 게 원래 그렇다. 운수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대복 내 자식도 내 맘처럼 안 되는데, 뭔들 되겠냐? 운수 이 자식새끼는 자나깨나 아버님, 어머님 생각뿐입니다. 대복 자나깨나 노름 생각뿐이겠지. 운수 노름이라뇨. 친, 목, 도, 모. 남들이 오해하겠어요. 대복 그래. 하룻밤에 몇 백만 원이 오가는 친목도모. 운수 전 아니에요. 그런 돈도 없고. 대복 얼마나 다행이냐, 네놈이 개털인 게. 운수 총알만 있으면. (대복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 농담이에요, 농담. 대복 네 엄마 한 번 더 쓰러지면 네 귓구멍에 총알을 박아주마. 운수 말씀 한번 살벌하십니다. 대복 이 집의 절반이 아직도 은행 거라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응? 내가 평생을 일해 장만한 이 집 말이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51-23번지! 운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느낌이 와요. 운의 바람이 저한테 불어오고 있다고요. 대복 여기 죄 많은 노름꾼 하나가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회개할 수 있게 정수리에 번개라도 내리쳐 주세요. 운수 요즘엔 말이죠, 상대가 어떤 패를 들었는지가 보여요. 대복 세 치 혀로 거짓을 일삼는 죄인입니다. 지옥의 문을 잠깐 열었다 닫아주실 순 없으신가요? 그 틈으로 살짝 밀어 넣고 싶습니다만. 운수 진짜라고요. 앉아서 딱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놈이 지금 땡을 쥐고 있구나, 삼팔따라지를 쥐고 구라를 치고 있구나, 하는 게 보입니다. 대복 그거 정말 놀라운 일이구나. 어찌나 놀라운지 전혀 믿기지가 않아. 운수 열에 여덟은 정확하게 맞힙니다. 이제야 빛을 보는 겁니다, 그간의 세월 동안 쌓인 경험과 그리고. 대복 돈과 빚이. 운수 네, 그렇죠. 정말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터집니다, 빰빠라밤~. 대복 내 속이나 터지게 하지 마라. (사이) 그런데. 운수 네, 존경하는 아버님. 대복 상대 패가 보이는데 왜 돈을 못 따는 거냐? 운수 중요한 지적이십니다. 대복 이유가 뭐냐? 운수 제 패가 그놈들 패보다 낮아서죠. 대복 아! 그렇구나. 그렇지, 그래. 그걸 몰랐네. 내가 몰랐어. (사이) 어떤 패를 들었는지는 보이는데, 그 패를 이길 수 없는 개패만 들어온다 이거지. 그렇지? 운수 환장할 일이죠. 한 끗으로 밟히고 족보로 밟히고 땡으로도 밟히고. 대복 그러니까, 재수가 없는 놈이구나 너는. 운수 기다리세요. 아스팔트는 깔렸습니다.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대복 노름꾼에 거짓말쟁이에 재수까지 없는 아이입니다. 하나님 곁에 자리가 남아 있나요? 운수 정말, 미치겠다니까요. 대복 정신 빠진 놈. 발톱을 정리하고 대복이 뒷마당으로 나가자 운수는 피곤한지 소파에 깊이 몸을 묻는다. 잠시 후 안방 문을 열고 옥화 등장. 손에 쥔 기저귀를 주방 쪽에 있는 휴지통에 버린 후 소파 쪽으로 와 잠든 운수를 본다. 옆 소파에 걸쳐진 담요를 들어 운수의 몸에 덮어주는 옥화. 뒷마당에서 들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복, 가만히 서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소파에 앉아 이불을 개기 시작한다. 운수 (깜짝 놀라 일어나며 잠꼬대한다) 야 이 개새끼야, 이 씨벌놈아. 내 돈이야. (허공의 한 점을 응시하며 씩씩댄다. 뜨악해하는 옥화와 눈이 마주치자 태연한 척한다) 언제 나오셨어요? 옥화 미칠 거면 저 산골 오지 같은 데 가서 미쳐다오. 내가 못 찾아갈 곳에. 운수 며칠 만에 본 아들이 조금은 반갑지 않으세요? 옥화 그럴 리가. 전~혀 반갑지가 않단다. 운수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십니다 또. 옥화 네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별일 없었어요? 옥화 없었다. 운수 정말요? 옥화 어제도 없었고 오늘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거다. 하긴, 그런 게 너한테 뭐 중요하겠니. 한 달에 반을 밖에서 자는 애가. 운수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옥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날 도와주는 거다. 운수 그럴까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청하게 손가락만 빨고 집안에 처박혀 있을까요? (사이) 빌어먹을. (일어난다) 옥화 혹시, 여자 생겼냐? 운수 무슨 소리에요? 옥화 정희 엄마가 봤다더라, 네가 어제 젊은 여자랑 시장 입구 족발집에 있는 걸. 운수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 그분. 평생을 남 얘기로 입을 털어오신 분이죠. 옥화 그래도 없는 얘긴 안 턴다. 누군데? 운수 아무 사이 아니에요. 옥화 말해봐. 어떤 사람인데? 운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옥화 너 갔다 온 거 알아? 운수 나 참. 그냥 아는 다방 여자애예요. 옥화 다방? 운수 (실망한 듯 보이는 옥화를 보며) 대체 뭘 생각했던 거예요? 아직도 저한테 무슨 기대 같은 걸 갖고 계세요? 옥화 그런 거 없다. (사이) 좀 제대로 된 여잘 만나면 세상이 무너지냐? 운수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옥화 알아서 하기는. 알아서 해서 이 모양 이 꼴이지. 운수 어머니! 불편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아기 울음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온다.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운수 저거 아직도 안 갖다 버렸어요? 옥화 말 좀 예쁘게 해라. 저거라니. 운수 만석인 어디 갔어요? 옥화 씻는다. 운수 이 자식은 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옥화 이따 데려다주기로 했다더라. 운수 그래요?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되겠냐? 운수 누구요? 옥화 우리! 운수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만석인 절대 안 된다는데, 네가 얘기 좀 잘 해봐. 운수 나도 싫어요. 그리고 그게 그럴 수가 없어요. 대복 (목소리) 여보, 이리 좀 들어와 봐. 옥화,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소파에 기대서 거실을 둘러보는 운수. 욕실 문이 열리고, 바지와 러닝만 입은 만석이 머리를 털며 등장. 운수 여, 아들. (모른 체하는 만석을 향해) 인사 좀 하지. 만석 오셨어요. 운수 그래. (방으로 곧장 들어가려는 만석을 멈춰 세우며) 아들아. 이리 좀 앉아봐라. 만석 바쁩니다. 운수 나도 바빠. 딱 일 분만 얘기하자. 만석 (앉으며) 왜요? 운수 (무심하게) 너, 뭐하는 놈이야? 만석 뭐가요? 운수 (주방 쪽에 있는 종이상자를 가리키며) 저거 말이야. 만석 저게 뭐예요? 운수 저거 말이야, 저거. 벌써 며칠째야? 열흘 정도 되지 않았냐? 만석 (알아차리고)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운수 밖에는 뭐가 밖에야? 그 일주일 새에 저 방 안에 뭐가 채워졌는지 모르냐? 젖병에 딸랑이에 인형에. 그것만으로도 한 살림이다. 만석 오늘 데리고 갈 겁니다. 담당자 만나기로 했어요. 운수 그런 건 바로바로 처리했어야지. 만석 제가 알아서 합니다. 운수 아니지, 아니지. 이건 우리의 문제라고. 네가 저걸 이 집 안에 들여놓았던 순간부터 말이야, 우리 가족은 모두 공범이 된 거라고. 만석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담당공무원과도 이미 다 얘기가 됐거든요. 운수 공무원? 이 자식 순진하게. 걔네들이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누가 알아? 다짐을 받아 놔야지 서면으로다. 만석 믿을 만한 사람들이에요. 애 있는 동안 매일 찾아와서 체크하고. 운수 (말 자르며) 확실하게 하란 말이다. (사이) 여자는? 연락은 됐고? 만석 아뇨. 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어요. 운수 처음 몇 번은 받았잖아. 만석 받았죠. 운수 뭐라고 그랬댔지? 그 남자 애가 확실하니까 잘 키우든, 아님 고아원에 버리든 알아서 하라고? 만석 그랬죠. 운수 망통 같은 년. 애가 무슨 쓰레기야? (사이) 남자는? 만석 여전히 연락 두절. 출입국 기록을 보면 필리핀 쪽으로 간 것 같다던데. 운수 하긴 나라도 웬 여자가 네 애 낳았으니까 네가 알아서 키워 했으면 외국으로 떴을 거다. 만석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해결되겠죠. 운수 뭐, 하든 말든.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이해를 못 하겠어. 대체 어떤 강심장이면 애를 박스에 담아서 퀵으로 보낼 수 있나? 대단해, 대단해. 졸라게 놀라워. 안 그러냐? 만석 전 별로. 어렸을 때부터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 본인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운수 넌 누굴 닮아서 그렇게 비아냥이 수준급이냐? (말이 없는 만석을 향해) 됐고. 정말 네 애 아니지? 마지막 기회다. 지금 말하면 다 용서해주마. 만석 대체 몇 번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요? 운수 근데 너도 생각을 해봐. 퀵으로 물건을 받았어. 물건을 받았는데 수취인이 없어. 수취인도 없고 돈도 착불이라 못 받고. 다시 연락을 하니까 전화기가 꺼져 있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가져왔는데, 짜잔. 램프의 요정처럼 아이가 튀어나왔네? 너라면 이게 이해가 가냐? 만석 이해가 안 가면 이해를 하지 마세요. 어차피 관심도 없잖아요. 운수 네가 이 애빌 가다마사, 띄엄띄엄 보는, 아주 건방진 경향이 있는데. 만석 (말 자르며) 됐어요. 내 애 아니고, 오늘 데려다줄 거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러니 더는 아무 말 마세요. 운수 (곰곰이 생각하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경우엔, 뭔가 보상금 같은 거 안 주냐? 일주일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했는데. 만석 안 줍니다. 버려진 애 돌봐주고 무슨 돈을 바래요? 양심도 없어요? 운수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양심이 무슨 소용이라고. 그러다 손가락 빨고 사는 거야. 손해만 보다 빚더미에 올라앉는 거고. 만석 우리 집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죠. 누구 덕분에. 운수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반색하며) 그러니까, 뭔가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들아. 그런 의미에서, 총알 좀 있냐? 이번에야말로 빚에서 좀 벗어나보게. 만석 (어이없어하며) 없어요. 운수 갚는다, 갚아. 이번에 한꺼번에 갚는다. 얼마지 이제까지 빌린 게? 한 백만 원 되냐? 만석 이백십팔만 사천오백 원이요! 운수 거짓말하지 말고. 만석 이자 빼고 원금만! 운수 그렇게 많았냐? 사천오백원은 뭐야? 대복 지난주에 가져간 담뱃값이요. 운수 아, 그래, 백 원짜리랑 십 원짜리 말이지. 집 앞 편의점 알바애가 실실 쪼개더라. 십 원이 남네요, 하면서. 그 뒤로 내가 거길 못 가요. 만석 능력 없으면 끊으세요. 운수 담배까지 못 피우면 이 엿 같은 세상을 어떻게 견디겠냐? 만석 그래서, 얼마요? 운수, 비굴하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인다. 만석,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만석 여기요. 운수 (지폐를 보며) 뭐냐 이게? 만석 담배 네 갑은 살 수 있을 겁니다. 운수 (손가락 두 개를 힘차게 펴며) 이 두 개를 말한 거지, (손가락을 굽혀서 내보이며) 이 두 개가 아니라. 만석 없어요. 운수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 지나면 바로 준다니까, 진짜로. 만석 없습니다. (사이) 다음주 할머니 병원 가는 거 알고 있죠? 운수 벌써 한 달이 지났냐? 만석 이번엔 몇 십만 원이라도 좀 내세요. 할아버지도 나도 이제 돈 나올 데가 없어요. 목구멍까지 찼다고요. 운수 알았어, 알았어. (혼잣말처럼) 그러니까 내가 신약으로 하자니까. 만석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운수 네 할머니이기 전에 내 엄마야. 어디서 돼먹지 않은 소리야? 만석 똑바로 하시라고요, 그러니까.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게 다예요. 운수 필요 없어, 새끼야. 보자 보자 하니까 지 애비를 허수아비 짚단으로 알아. 싸가지 없는 새끼.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다시 나와 지폐를 챙기고 욕실로 향한다) 두고 봐,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네놈 얼굴에 뿌려줄 테니까. 만석 이백이십오만 사천오백 원입니다. 운수, 가만히 노려보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세차게 닫는다. 멍하니 지갑을 들여다보는 만석. 한숨을 쉬다 옆에 놓여 있는 빨랫감을 발견하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빈 분유통을 들고 나오는 옥화. 분유통을 싱크대에 넣은 후 소파로 와 앉는다. 옥화 저녁은 어떡할래? 만석 바로 나가봐야 해요. 옥화 뭐가 급하다고 밥도 걸러. 찌개 끓여 놓은 거 데우면 되니까 한술 뜨고 가. 만석 담당 직원이 곧 전화할 거예요. 준비하고 있다 바로 나가야 해요. 옥화 그 사람은 주말에도 일한다니? 만석 그 사람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겠죠. 옥화 여기 있는다고 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뭘 그리 야박하게. 전화해서 월요일에 데리러 오라 그래라. 만석 이미 끝난 일이에요. 더이상은 안 돼요. 아까 얘기드렸잖아요. 옥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야. 애를 데려가면 재울 데는 있대? 분유는 탈 줄 알고? 이제야 겨우 적응 좀 했는데, 또 이렇게 다른 데로 보내면 애가 놀라. 월요일에 오라 그래. 만석 그 사람들은 그게 직업이에요. 버려진 애들 보살피는 거. 옥화 버려지다니. 만석 빨리 가야 적응을 하죠. 여기서 계속 살 수 없잖아요? 옥화 왜 못 살아? 그냥 살면 되지. 아버지가 아무 얘기 안 하던? 만석 (얼버무리며) 별말 없었는데요. 옥화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사이)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만석 뭘요? 옥화 우리가 키우는 거 말이다. 만석 (단호하게)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옥화 네가 말한 그 절차라는 것만 해결하면 키울 수 있는 거잖냐. 만석 그냥 들은 걸 얘기한 거예요. 저도 잘 몰라요.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옥화 그 애 얼굴을 봐서 알잖니? 큰 눈망울, 둥근 콧잔등에 숱도 무성하고. 사랑받으며 크면 이쁘게 자랄 거야. 천벌받아, 그런 애 버리면. 만석 천벌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요. 애가 어떻게 되든 말든 버리고 도망간 사람들이죠. 옥화 이 할미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싶다. 만석 자식을 버리는 게 이해가 가요 할머닌? 그래요? 옥화 (당황하며) 그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게 다 인연 아니겠나 싶고. 만석 여긴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에요. 길어지면 불행한 인연이 될 뿐이죠. 옥화 애 생각을 해봐라. 어디 멀리 외국에 보내져서 소젖 짜고 양털이나 벗겨내게 할 셈이냐? 만석 누가 그래요? 옥화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어. 티비에서 다 봤다. 만석 팔려 가는 게 아니에요, 입양이죠. 외국 가서 더 잘 먹고 좋은 교육받고 더 사랑받고 클 거예요. 그리고 아무려면 어때요. 내 아이도 아닌데. 옥화 우리 손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어졌을까. 민달팽이 집이 없다고, 불쌍하다고 울던 우리 착한 손자는 어디 갔을까. 응? (사이, 달래듯) 그러지 말자. 어디 보내지 말고 우리가 키우자. 만석 우리 형편을 좀 생각하세요. 옥화 입 하나 는다고 당장 내일 굶어 죽는다니? 제 먹을 건 타고나는 거야. 만석 다 있는 사람들 이야기에요. 옥화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만석 무슨 생각이요? 옥화 그 절차라는 거, 내가 하면 되지. 만석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왜 말이 안 돼? 만석 할머니는 안 돼요. 옥화 내가 왜 안 돼? 만석 암 환자가 무슨 애를 키워요? 옥화 (당황하며) 그게 무슨. 암 환잔 애를 못 키운다니? 만석 입양도 못 할 거예요. 옥화 이 집에 나 혼자뿐이냐? 너도 있고, 운수도 있고, 네 할아버지도 있고. 만석 전 빼주세요. 도와 드리지 않을 거니까. 옥화 그래, 그럼 넌 빠지고. 나랑 네 애비랑, 아니 네 할아버지랑 키우지 뭐. 만석 맘대로 하세요. 근데 애는 오늘 데리고 갈 거예요. 그렇게 하기로 했고요. 얘긴 끝났습니다. 옥화 안 된다. 그렇게 안 둘 거야, 이 할미가. 만석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하셔야 해요. (방으로 향한다) 옥화 (혼잣말처럼) 커갈수록 지 애비를 닮아가는 건지. 만석, 옥화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멍하니 앉아 있다. 잠시 후 대복 안방에서 나온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다. 욕실 문을 열고 깜짝 놀라는 대복. 대복 아이고 깜짝이야. 뭔 짓이냐,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목소리만) 뭐가요? 대복 왜 그러고 섰냐고? 운수 (목소리만) 하루에 삼사 분씩 이렇게 물구나무를 서줘야 뇌경색에 안 걸린답니다. 대복 옷이나 처입고 해라. 운수 (목소리만) 아버지, 여긴 욕실이라고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는 대복. 주방으로 가 대충 손을 닦고 거실 쪽으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대복 애새끼가 갈수록 이상해져. (사이, 혼자 웃으며) 아, 고놈, 참 여자애라서 그런지 애교가 장난이 아니네. 눈웃음치는 게 어찌나 이쁜지. 안 그래? (옥화가 반응이 없자) 뭐해? 옥화 응? 왜요 왜? 대복 어따 정신을 팔고 있어? 옥화 뭐라고 했어요? 대복 밥 먹자고. 옥화 아, 그래요, 그래야죠. 대복 (일어서는 옥화를 말리며) 이 사람이 나사가 빠졌나. 있어 그냥. 저녁은 무슨. 연씨네 상갓집 가기로 했잖아. 옥화 어디요? 아, 그랬죠, 상갓집. 대복 약 때문에 그래? (문득 생각난 듯) 아, 애는 만석이가 보나? 옥화 (힘없이) 조금 있다 데려다주기로 했대요. 대복 (실망한 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래. 오늘? 뭔 사람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나. 옥화 만석일 잘못 키웠나 봐요. 대복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옥화 엄마 없는 손자새끼, 기 안 죽이고 번듯하게 키우려고 어르고 달래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어른 되더니 인정머리도 없고, 고집불통에, 저밖에 모르고. 대복 헛소리하지 마. 만석이만 한 놈이 요즘 세상에 어디 있다고. 내가 살면서 유일한 자랑거리가 있으면 만석이 놈이 내 손자라는 거야. 옥화 나도 그런 줄 알았죠. 대복 맘고생을 하면서 커서 그런지 어린놈이 어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옥화 친구도 하나 없는 거 아니겠죠? 대복 헛소리 지껄일 거면 가서 옷이나 챙겨 입고 나와.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될까요? 대복 누굴? 옥화 저 애요. 대복 어허, 이 사람. 물이나 줘. 옥화 왜요?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대복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무책임한 일이지. 옥화 (물을 가지러 가며) 풍족하게 키우진 못해도 부족하게 안 키우면 되잖아요. 딴 집에 가서 어떻게 클지 누가 알아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대복 당신이 신경쓸 일 아니야 그건. 옥화 그럼 난 뭘 할까요? 왜요? 당신도 암 환자가 뭔 소릴 하나 싶은 거예요? 대복 이 사람, 할 게 왜 없어? 옥화 뭐요? 대복 (무심하게) 잘 보내줘야지. 둘 다 잠시 말이 없다. 잠시 후 물을 떠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옥화. 대복, 마신다. 대복 (곧바로 잔을 내려놓으며) 찬물 없어? 옥화 따뜻한 거 드세요. 대복 사십 년 동안 내가 따뜻하게 마시는 거 봤어? 옥화 배 아프다면서요. 대복 그런 적 없는데. 옥화 지난밤에도 배 붙잡고 끙끙댄 거 다 알아요. 대복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돼. 살던 대로 살아야지. 옥화 살던 대로 살아서 이 모양 이 꼴이잖아요. 대복 우리 꼴이 어때서? 이만하면 잘살았지. (냉장고 냉동칸에서 얼음을 꺼내 컵에 담아 휘젓는다) 옥화 거기 찬장 위에 좀 봐요. 대복 왜? 옥화 만석이가 무슨 비타민인가 사왔다고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했어요. 대복 (찬장을 뒤적여 약통을 꺼내 읽는다) 아쿠알렌? 이게 뭔데? 옥화 몰라요, 몸에 좋대요. 대복 당신이나 먹어. 옥화 드세요. 대복 아, 안 먹어. 내가 평생 약이란 걸 먹고 살았던가. 당신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어, 까먹지 말고. (약통을 다시 찬장에 넣는다) 옥화 난 다른 약 못 먹어요. 의사가 그랬어요, 치료하는 동안 다른 약은 먹지도 말라고. 대복 (찬장 문을 닫으며) 아, 몰라. 그럼 낫고 나서 먹든가. (그냥 물만 마신다) 옥화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척이라도 좀 해봐요. 따뜻한 물도 싫다, 약도 싫다, 그놈의 고집은. 대복 칠십 년을 이렇게 살았어. (소파 테이블로 잔을 가져온다) 옥화 앞으로 반백년은 더 살 텐데, 지금부터라도 건강 챙겨야죠. 대복 시답지 않은 소리. 오늘내일하는데 새삼스럽게 뭔 건강 타령이야. 요즘엔 아주 귀가 따가워, 하도 몸 여기저기가 곡소리를 내서. 운전도 그만해야 할까봐.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젠 내가 겁이 나. 차 몰고 가다 승객들 얼굴을 보면 이 사람들, 다 내 저승길에 데려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요즘엔 정말이지 제발 곱게만 죽었으면 하는 게. (시무룩해하는 옥화를 보며) 괜찮겠어? 상갓집엔 나 혼자 가도 돼. 옥화 아니에요, 같이 가요. 연씨네가 남도 아니고. 대복 인생 참 허무하지. 그 양반이 그렇게 갈 줄 누가 알았어? 옥화 그러게요. 그렇게 시간 아깝다고, 바쁘게 살아야 한다더니 정말 바쁘게 가버렸네요. 대복 그러니까, 뭐든 적당히 하며 살아야 해. (사이) 몸은 어때? 옥화 그냥 그래요. 대복 그냥 그렇다고? 옥화 그냥 그렇다고요. 대복 그냥 그런 게 어떻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옥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대복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그러니까 그게 뭔 말이야? 옥화 아휴, 그냥 그런 줄 알아요. 대복 (멋쩍은 듯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이, 자꾸, 화가 늘어. 옥화 피곤해요. 좀 누워 있다 나올게요. 대복 전기장판 켜놨어. 옥화 벌써 무슨 전기장판을 켜요, 돈 아깝게. 대복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면서 오들오들 떠는 거 보기 싫어. 이불도 깔아놨으니까 가서 누워 있어. 옥화 (문득 생각난 듯) 애들 밥을 차려줘야 하는데. 대복 내가 차려줄 테니까 들어가. 옥화 당신이 무슨. 대복 어허, 들어가. 나도 다 할 줄 알아. 옥화 (머뭇거리다) 그럼, 좀만 누울게요. 대복 들어가, 들어가. 옥화 방으로 들어가고 홀로 남은 대복.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간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매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지 번번이 실패한다. 욕실 문을 나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운수. 대복이 포기하고 소파로 걸어 나오자 헛기침을 하며 소파로 다가오는 운수. 욕실로 들어갈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운수 아, 개운하다. 대복 (시계를 보고, 운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제대로 씻기나 한 거냐? 운수 진정한 신사는 항상 한결같아야 합니다. 대복 네가 한결같이 얼간이긴 하지. 운수 또 그러신다. 하나뿐인 아들이 얼간이면 퍽도 좋으시겠네요. 대복 이럴 줄 알았다면 줄줄이 낳을 걸 그랬지. 운수 그러시지 그랬어요? 대복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그랬다. 네놈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울 것 같아서. 운수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대복 (놀란 얼굴로) 네놈 태어났을 때 우리 전 재산이 얼마였는 줄 아냐? 수중에 칠만 원이 있었다, 칠만 원! 자장면 한 그릇에 삼십 원이었는데, 그걸 못 사먹었다, 돈이 아까워서. 운수 귀에 인이 박이겠어요 그 얘긴. 대복 부탁이니 제발 그 쓸모없는 귀에 좀 박아 놔라. 어디 구멍이라도 뚫린 거냐? 왜 맨날 듣고 흘려, 흘리긴? 운수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사이) 어머닌요? 대복 방에 누워 있다. 운수 밥 먹고 바로 일하러 가야 하는데. 어머니! 대복 네가 차려 먹어라. 운수 왜요? 대복 내 마누라가 네놈 종이냐? 앞으론 네가 차려 먹어. 운수 나 참, 계속하실 거예요? 그만하시죠. 대복 밥솥 안에 밥 있고, 냄비 안에 찌개 있다. 그 손 노름할 때만 쓰지 말고 이젠 네 엄마 좀 도와라. 운수 아니, 밥을 나만 먹어요? 숟가락 하나만 얹자는데, 그것도 못마땅하세요 이젠? 대복 (넥타이를 살피면서) 네 엄마랑 난 초상집 갈 거다. 운수 무슨 초상집을 하루건너 하루씩 가요? 대복 난들 아냐? 줄줄이 하나님 품으로 가는 걸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운수 또, 또 흥분하신다. 대복 봐라. 네 애비 꼴을 봐. 나도 곧 간다. 차에 치여 가고, 산책하다 심장마비 걸려 가고, 자다 가고, 내 친구들 다 그렇게 갔어. 나도 멀지 않았다. 운수 아버진 오래 사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대복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물어보자. 운수 묻지 마세요. 대복 너, 나 가고 네 엄마 가면 뭐하고 살래? 그냥 지금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동네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면서 주인 없는 강아지마냥 떠돌면서 살고 싶냐? 운수 퍽도 좋겠습니다. 대복 정신 좀 차려라. 네 나이가 벌써 오십이야. 운수 오십이 뭐 어때서요? 대복 뭔가 대단한 건 못 해냈어도 대단한 척은 해야 할 나이 아니냐. 내가 딱 네 나이 때 이 집을 샀다. 빚 하나 없이. 너도 기억하지? 운수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그때 결혼했잖아요. 대복 (당황하며) 그랬냐? 운수 말 나온 김에 저도 하나 물어볼까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대복 (말 자르며) 묻지 마라. 운수 그 여잘 왜 그렇게 싫어하셨어요? 대복 그런 적 없다. 운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근본도 알 수 없는 고아여서? 술집에서 니나노 하던 여자라서? 셋 중에 골라보세요. 아니면, 주관식으로 하셔도 되고요. (대답 없는 대복을 향해 채근하듯) 네, 네? 대복 이상한 아이였다. 음침하고 말도 없고 늘 남의 눈치만 살피고. 병 걸린 사람처럼. 운수 멀쩡할 리가 있습니까? 평생을 비바람 속에서 살아가보세요. 누구라도 이상해집니다. 하지만 절 사랑해줬습니다. 저도 사랑했고요. 대복 나는 네가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길 바랬다. 운수 거짓말 마세요. 아버진 그냥 그 여자가 싫었던 겁니다. 아님, 제가 싫었던 건가요? 대복 그 시절 우리 대 부모들은 다 그랬다. 어떤 부모라도 그랬을 거야. 우린 옛날 사람이다. 운수 심지어 만석일 낳고 나서도 변하지 않으셨죠.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복 그 애가 도망간 게 우리 탓이라는 거냐? 운수 (어이없어하며) 그럼, 누구 잘못일까요? 두 분 말고 그 여잘 싫어한 사람이 또 있었나요? 대복 그만하자. 이십 년도 지난 얘기. 운수 그러죠. 그러니까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세요, 아버지도. 대복 (분노하며) 쓸데없는 얘기?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개차반처럼, 한량처럼, 동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받으면서 살겠다고? 운수 제 인생입니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써요. 대복 신경써라 써. 이 지옥불에 빠질 자식아. 이 동네에서 사십 년을 살았어. 모두가 우릴 안단 말이다. 운수 아버지를 아는 거죠. 어머니를 아는 거고. 대복 너는 뭐 어디서 날아 들어왔냐? 네가 우리 집안 골칫덩이인 것도 다 알아. 운수 그렇게 부끄러우시면 나가 드릴까요? 대복 안 되지, 안 돼. 그럴 수야 없지. 나가서 또 무슨 사골 치려고. 수작 부릴 생각 마라. 운수 아, 그렇죠. 이 집이 아직까지 반은 아버지 거죠? 대복 (정색하며) 더는 안 된다. 한 번 더 사고 치면 그땐 정말 너랑 나랑 갈라서는 거다. 운수 갈라서는 게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라서. 대복 돈은 어떡할 거냐? 운수 무슨 돈이요? (황당해하는 대복을 향해) 갚을 테니 기다리세요. 대복 원금은 바라지도 않으니 은행이자라도 내놔라. 운수 갚습니다, 원금까지 다. 십 원짜리 하나 빼놓지 않을 테니까 두고 보세요. 대복 말했다. 이자. 운수 알았다고요. 갚는다고요. 이때 방문이 열리고 만석이 거실로 나온다. 외출복 차림이다. 운수 여, 아들아. 아버지 밥 좀 차려다오. 주방으로 향하는 만석. 밥을 차리려 하는 줄 알고 득의만만해하며 대복을 향해 웃음 짓는 운수. 만석이 박스를 살펴보고 소파 쪽으로 가져오자 실망한다. 운수 아드님? 제 말 귓구멍에 들리셨어요? 만석 차려 드세요. 바로 나가봐야 돼요. 운수 뭐 어려운 일이라고. 밥 푸고 찌개 데우고 반찬 꺼내놓으면 되지. 만석 그렇게 하시면 되겠네요. 운수 캬아, 아버지. 보셨죠. 제 아들이 저렇게 자기 소신이 있고 싸가지가 없습니다. 대복 차려 먹어라 네가. 만석아,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라. 운수 아버지, 우리 집안에 언제부터 예의범절이란 단어가 사라진 거죠? 대복 넥타이를 못 매겠어. 만석, 대복 목에 건 채로 넥타이를 매보다가 안 되자 벗겨내 거울 앞으로 가져가 자기 목에 걸고 매듭을 맨다. 운수 하긴. 원래 대단한 집안은 아니죠 저희가. 족보도 없고. 대복 상놈의 집안이라서 미안하구나. 운수 상놈까지는 아니고. 농민이나 소작농, 그 정도 아니었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은. 대복 내 십이대손 할아버지께선 정오품 정량 별좌 교리셨다. 네놈의 십삼대손 할아버지 말이다. 운수 처음 듣는 얘기네요. 대복 그럴 리가. 삼십 원짜리 자장면 얘기 다음으로 많이 해줬을 텐데. 만석 (넥타이를 대복의 목에 걸어주며) 잠깐 봐요. (정리를 해준다) 됐어요. 운수 아들아, 너는 이 얘기 들어봤냐? 우리 조상 중에 정오품 정, 뭐, 아무튼, 그런 분이 계셨다는데. 만석 근데 이거 너무 낡았어요. 대복 괜찮다. 아직 쓸 만해. 운수 아주 개가 짖는구나, 개가 짖어. 내 말은 다 씹어 드셔들. 만석 이거밖에 없어요? 여기 실밥도 다 터지고. 다른 거 하세요. 대복 괜찮다니까. 운수 손자분 말 들으세요. 온 동네가 영감님을 아신다면서요. 만석 제 거 있는데 가져올게요. 대복 (만류하며) 됐다. 상갓집에 요란하게 하고 가는 거 아냐. 이 정도가 딱 좋아. 만석 할머니랑 같이 가세요? 대복 그래. 저녁 같이 챙겨 먹어라. 만석 저도 바로 나가봐야 해요. 운수 차리고 가라. 네 아버진 배고프다. 대복 밥은 먹어야지. 운수 그래, 밥은 먹어야지. 만석 약속 있어요. 대복 그러냐? 제대로 된 거 먹고 다녀라. 운수 난 약속 없다. 밥 차려줘라. 만석 할머닌요? 대복 방에. 슬슬 깨워야겠다. 만석 제가 들어갈게요. 애도 데리고 나와야 하고. 운수 찌개 데우고 들어가라. 밥 퍼놓고 데리고 나와. 반찬도 꺼내고. 만석 그만 징징대세요. 운수 뭐, 징징? 오냐오냐하니까 이 새끼가 정말. 만석 이젠 제발 철 좀 드시죠. 운수 아유, 그래요. 철이 일찍 들어서 몸이 무거우시겠어요 우리 아드님은. 만석 가족은 안중에도 없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생을 하든 말든 그냥 아버지 편한 대로 살면 그만이죠? 운수 핏대 세우지 마라. 한 대 치겠다 그러다? 만석 할머니 치료비도 그렇고. 할아버지 발톱 수술 못 하는 거 돈 없어서인 거 알고나 있어요? 대출이자가 한 달에 얼만지나 알고 있냐고? 운수 다 아니까 침 튀기지 마라. 만석 아시면 아는 만큼 내놓으세요. 운수 퍽이나 많이 내놓나 보지? 오토바이 그거 타서 얼마나 버냐? 백? 이백? 만석 다른 사람한테 손 안 벌릴 정도는 버니까 걱정 마세요. 운수 아주 그거 돈 조금 빌려줬다고. 만석 모범을 좀 보이시라고요. 운수 왜? 내가 못 미덥냐? 너도 네 엄마처럼 도망갈래? 대복 (엄하게) 그 입 다물어라. 네 귀방맹이 날릴 힘은 나도 아직 있으니까. 운수 좋아요! 한번 해볼까요, 오늘? 삼대가 진하게 한번 엉켜볼까요? 만석 그만하죠. 운수 왜? 막상 하려니까 쫄려? 어이, 아들, 와 봐. 와보라고. 운수, 자리에서 일어나는 만석을 따라가며 뒤통수를 톡톡 친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뒤통수를 때리자 만석이 되돌아서 운수의 양손을 잡아챈다. 바닥에 떨어지는 지폐. 곧바로 만석의 멱살을 쥐는 운수. 운수의 팔목을 강하게 쥐는 만석. 대복, 테이블에 있는 컵을 그들을 향해 던진다. 대복 나가라.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네놈들 둘 다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마. 적막이 흐르고, 잠시 후 옥화가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차분한 옷차림,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다. 바구니 안엔 아이가 잠들어 있다. 운수와 만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옥화.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올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대복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는 옥화. 옥화 아, 또 왜 그 넥타이를 했어요. 버렸어도 벌써 버렸어야 할 걸. 대복 이 사람 버리긴 왜 버려 이걸. 옥화 멀쩡한 넥타이를 두고 왜 자꾸 그것만. 대복 다 자기 몸에 맞는 게 있는 거야. 난 이게 편해. 옥화 그놈의 고집은.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만석 통화한다. 통화가 끝난 후 옥화에게 다가오는 만석. 옥화의 눈치를 보다가 바구니에 손을 뻗는 만석. 옥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 만석 가야 해요, 할머니. 옥화 알았어. 안 보내겠다는 게 아니야. 여기, 이것만 좀 하고. (바구니를 정리한다) 대복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거기, 거기. 바람 안 들어가게 잘 좀 욱여넣어 봐. 옥화 알겠어요, 있어 봐요. 대복 한 번 더 포대기에 싸야 하지 않겠어? 옥화 그럴까요? 바람이 차니까 아무래도. 만석 그 사람이 집 앞까지 차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대복 그렇다는데? 옥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계속한다) 운수 (상자를 발로 툭 차며) 야, 이것도 같이 가져가. 여기다 담아왔으니 여기에 담아가야지. 옥화 저 상잔 두고 가라. 저기에 또 이 애를 가둘 수는 없어. 그럴 순 없어. 만석 알겠어요 할머니. 그렇게 할게요. 대복 어이쿠. 깼는데? 여보, 깼어. 옥화 (바구니 안을 보며) 간다고 또 인사한다고 깬 거야, 기특하게? 그런 거야? 대복 우루루루루, 까꿍. 웃는다 웃어. 고놈 참. 옥화 한 번 더 해봐요. 대복 그럴까? 우루루루루, 까꿍! 옥화 (만석을 향해) 아가, 방에 파란색 가방 하나 있어. 그거 좀 갖고 나와. 대복 뭔데? 옥화 애한테 필요한 것 좀 쌌어요. 대복 딸랑이도 넣지 그랬어. 그거 좋아하던데. 옥화 넣었어요. 대복 잘했네. 운수 (빈정거리듯) 참, 재미나게 사십니다, 두 분. 알콩달콩, 보기 좋네요. 대복 아직도 안 나갔냐? 운수 나가야지요. 이 집에 제가 있을 곳이 없는데. 대복 밖엔 있고? 운수 글쎄요. 정말 이제부터라도 찾아볼까요?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만석과 눈이 마주치지만 서로 외면한다) 돈도 생겼겠다. 옥화 밥 한 숟갈 뜨고 가. 너 좋아하는 꽃게찌개 끓여놨어. 잠시 침묵. 운수 됐어요. 약속 있어요. 옥화 그럼 냉장고에 넣어 놓을 테니까 낼 아침에 들어와서 먹어. 운수 그냥 드세요. 얼마 된다고 그걸 남겨요. 갔다 올게요. (나간다) 옥화 (밖에서 들리게 큰소리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알았지? 알았지? 대복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만석에게) 왜 그러고 섰어? 앉아. 만석 집 앞에 와 있대요. 대복 벌써? 만석 네. 옥화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잘살아라. 사는 게 제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모 원망 말고 운명이려니, 팔자려니, 누구 탓할 것도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세월 가고 세월 가면 언제 이만큼 왔나 싶을 테니 하루하루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 네 세상도 한세상, 내 세상도 한세상, 결국 한세상 사는 거니, 그러니까 너는 멀리멀리, (떨리는 목소리) 발길 닿는 데까지 멀리 가렴. 대복 (꽃병에서 꽃을 꺼내 바구니 옆에 감는다) 꽃바구니 타고. 옥화 그래, 꽃바구니 타고. 어디,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겠니? 대복 그래. 오늘만 같을라고. 전화벨이 울리지만 받지 않는 만석. 그런 만석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옥화. 천천히 바구니를 내어준다. 만석 갔다 올게요. 늦을지도 몰라요. 먼저 주무세요. 대복 그래. 얘기 잘하고 와. 만석 네. 저 가요, 할머니. 반응 없는 옥화. 대복 손짓으로 만석을 보낸다. 만석 밖으로 나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에 다가가 밖으로 나가는 만석을 지켜보는 대복.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온다. 그사이 옥화 역시 일어서 서성이다가 가운데 소파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대복 그 옆에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대복 갔네. 옥화 갔네요. 대복 그래. (사이) 어떡할까? 우리도 가야지? 옥화 가야죠. 대복 안 가면 안 되겠지? 옥화 안 되겠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잖아요. 대복 그래. 가야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니까. 옥화 네. 대복 그럼 갈까? 옥화 그래요, 가요. 대복 그래. 가자구. 옥화 가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두 사람.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 실종된 주브라질 그리스 대사, 부인과 불륜 경찰이 공모 살해

    실종된 주브라질 그리스 대사, 부인과 불륜 경찰이 공모 살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생한 키리아코스 아미리디스 그리스 대사 실종 사건은 대사 부인과 불륜 관계인 정부 경찰관이 공모한 치정살인으로 드러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30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수사당국은 아미리디스 대사가 현직 경찰인 세르지우 고미스 모레이라(29)에 의해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모레이라는 대사 부인인 프란소이즈 아미리디스(40)와 연인 사이로, 둘은 수일 전부터 살인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모레이라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모레이라와 프란소이즈, 그리고 이들에게 돈을 받고 시체 처리 등을 도운 모레이라의 사촌이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28일 프란소이즈는 남편이 26일 밤 이후 돌아오지 않는다고 실종 신고를 했다. 브라질 경찰은 범죄조직에 의한 납치나 살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를 하던 중 29일 리우 시내 한 지역에서 아미리디스 대사 이름으로 임대한 차량과 불에 탄 대사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대사의 집 소파에서 대사의 혈흔이 발견된 점 등으로 봐 대사가 흉기에 찔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나, 시신이 불에 타 정확한 사인을 당장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미리디스 대사는 지난 2001∼2004년 리우 총영사를 지냈다. 세르비아, 벨기에, 네덜란드, 리비아 등에서 근무하다 올해 1월 브라질 대사로 부임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 서한을 보내 대사의 피살 소식을 전하고, 유족과 그리스 국민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생후 50일된 딸 뼈 부러뜨린 비정한 친부…친모는 처벌 주장 1인 시위

    생후 50일된 딸 뼈 부러뜨린 비정한 친부…친모는 처벌 주장 1인 시위

    생후 50일 된 딸의 허벅지 뼈와 쇄골을 부러뜨린 20대 아버지가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은 2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A(2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자택에서 생후 50일 된 딸의 허벅지 뼈와 쇄골을 부러뜨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신생아 체조를 하다가 뼈가 부러졌다’, ‘잠결에 아이를 소파에서 떨어뜨렸다’, ‘기저귀를 갈다가 그랬다’ 등 진술을 번복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A씨의 사전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영장 재청구 대신 그를 재판에 넘겼다. A씨의 아내는 지난 8월 말부터 한 달 가까이 전주지검 앞에서 A씨 처벌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설리, 유쾌한 송년회 현장 “벌러덩 누워..”

    설리, 유쾌한 송년회 현장 “벌러덩 누워..”

    그룹 에프엑스 출신 설리가 코믹 사진을 공개했다. 설리는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 여러 장을 업로드했다. 사진에는 유쾌한 송년회 현장이 담겼다. 설리는 술잔을 들고 소파에 벌러덩 누워 환한 미소를 지었다. 또 다른 사진에서도 우스꽝스러운 표정 등 온몸으로 흥을 방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설리는 “2016년 하얗게 불태우겠다”라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한편 설리는 내년 영화 ‘리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印 다이아몬드 재벌, 父없는 신부 236쌍 결혼식 열어줘

    印 다이아몬드 재벌, 父없는 신부 236쌍 결혼식 열어줘

    세상은 결코 부자의 부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 공공의 가치와 담을 쌓은 부자의 무책임과 부도덕을 비난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부자의 모습이라면 칭찬 세례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의 한 다이아몬드 재벌이 최근 아버지가 없는 가난한 신부 236명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열어줬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인디아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인도의 다이아몬드 재벌 마헤시 사바니는 이날 구자라트에서 236쌍을 위해 인도의 정통 결혼의식인 '카냐단' 행사를 열었다. 카냐단은 인도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순결한 신부를 신랑 측에 보낸다는 의미의 전통 혼례지만 빈곤한 계급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호화롭다. 사바니가 신부 아버지 역할을 대신해준 것. 그의 두 아들 역시 대규모 결혼행사에 참가해 사실상 238쌍이 됐다. 사바니는 신부들에게 각각 금과 소파, 침대 등 50만 루피(약 900만원) 가치의 선물을 줬다. 현지 언론 역시 이번 결혼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 방송사는 헬리콥터를 띄워 화려한 색상의 장신구로 치장한 신부들로 가득한 대규모 결혼예식장 영상을 방송했다. 특히 이번 결혼의식은 힌두교식이긴 하지만, 참가한 여성 중에는 무슬림과 크리스찬도 포함돼있어 종교적 의미를 뛰어넘은 '노블리스 오블리쥬'의 실천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바니의 이런 선행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08년부터 시작한 일이었다. 당시 그의 직원 중 한 사람이 딸의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갑작스럽게 숨졌고, 사바니가 아버지 역할을 대신해주면서 비롯됐다. 그는 그 이후 지금까지 708명의 신부들에게 대부 역할을 해왔다. 사바니는 "이 신부들에게 카냐단 의식을 치를 수 있게 해줘서 우리가 더욱 행운"이라면서 "무슬림 또는 크리스찬들에게는 그들의 종교적 의식에 맞는 결혼식을 갖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반신욕기부터 리클라이너 소파까지…‘렌탈서비스’의 진화

    반신욕기부터 리클라이너 소파까지…‘렌탈서비스’의 진화

    최근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을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렌탈 서비스’를 이용해 고가의 제품을 부담 없이 이용하는 렌탈족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탈시장은 2006년 3조원에서 2012년 10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올해는 25조 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초창기 렌탈시장은 사실상 정수기 한 품목만을 중심으로 운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품목이 지극히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증가와 합리적인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렌탈 품목이 비데, TV, 침대 등 가전 및 생활용품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생활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는 다양한 렌탈 아이템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렌탈 시장에서의 소비자 선택권도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고가로 일시불 구매 시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원적외선 반신욕기나 리클라이너 소파 렌탈 서비스까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중소기업지원기관 SBA(서울산업진흥원)의 우수기업인 ‘헬스리아’와 ‘구르메’는 각각 자사 대표 제품인 원적외선 반신욕기와 리클라이너 소파의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1위 홈사우나 전문기업 헬스리아의 원적외선 반신욕기는 물 없이 건식으로 거실에서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겨울철 히트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렌탈 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2만원대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의 경우 예약판매를 실시한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리클라이너 전문기업 구르메의 리클라이너 소파 역시 렌탈 인기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편안한 거실환경을 추구하는 신혼부부나 중장년층의 리클라이너 소파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일시불 구매고객뿐 아니라 부담 없는 렌탈구매 수요 역시 함께 높아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구르메 리클라이너 소파에서는 렌탈 시 케어서비스, 무료체험 등 다양한 혜택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정수기와 비데에서 시작된 렌탈시장이 안마의자에 이어 최근에는 건강을 위한 반신욕기, 거실가구인 리클라이너 소파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렌탈서비스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화제의 영상> 강아지 선물로 받은 소녀 ‘엉엉’

    <화제의 영상> 강아지 선물로 받은 소녀 ‘엉엉’

    크리스마스 선물로 강아지를 받은 소녀의 반응이 화제다. 지난 16일 유튜브에는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소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한 소녀가 소파에 앉아 강아지 인형을 껴안고 있다. 그런 소녀에게 엄마가 다가가 예쁘게 리본이 묶은 진짜 강아지 한 마리를 건넨다. 고개를 든 소녀는 깜짝 놀라 엄마를 외치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울음을 터뜨린다. 그야말로 기뻐서 엉엉 울던 소녀는 눈물을 닦고 강아지 얼굴을 매만지며 뽀뽀를 하는 등 사랑을 표현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가 “강아지를 선물로 받고 싶었냐”고 묻자 소녀는 단박에 “내가 받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답한다. 때 묻지 않은 소녀의 순수한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현재 23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2.2m 최장신 개…간식은 ‘땅콩버터 토스트, 치킨’

    2.2m 최장신 개…간식은 ‘땅콩버터 토스트, 치킨’

    보통 사람을 능가하는 먹성과 몸집을 가진 애완견이 영국에서 많은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9일(현지시간) 큰 키와 덩치로 기네스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애완견 ‘프레디(Freddy)’를 소개했다. 영국 에식스주 레이온 지역에 사는 프레디의 키는 뒷발로 섰을 경우 228.6cm이고, 몸무게는 92.07kg에 달한다. 품종은 그레이트데인으로, 거대하고 힘이 넘쳐 독일에서는 오래전부터 곰과 멧돼지 사냥견으로 활약해왔다. 주인 클레어는 기네스 세계기록 애완견인 프레디와 프레디의 여동생 플레르에게 아주 헌신적이다. 프레디 남매에게 들어가는 비용 역시 그들의 체중만큼 거대하다. 그녀는 프레디 남매를 돌보는데 약 1년에 1만 2500유로(약1562만원)가 넘는 돈을 쓴다. 올해로 4살인 프레디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로스트치킨 한 마리와 땅콩버터를 바른 토스트다. 반면 소파에 대한 취향이 남다른데, 강아지였을 때 자신에게 편안한 것을 찾기까지 무려 23개의 소파를 망가뜨렸다. 혼자인 그녀는 프레디와 함께 킹사이즈 침대에서 함께 생활한다. 프레디를 키우는 4년간 홀로 지냈지만 이제 그녀는 프레디와 함께 사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남자를 찾고 있다. 그녀는 “아이가 없는 나에게 프레디와 플레르는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건 기분 좋은 일”라며 “그들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페이스북(@Freddy the Great-Great Dane))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단독][커버스토리] 입사하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워라밸’

    [단독][커버스토리] 입사하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워라밸’

    서울신문과 취업정보포털 사람인이 취업 준비생 4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다수는 국내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기업’으로 공기업과 정부부처 그리고 구글·다음·네이버와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이 꼽은 기업(기관)의 직원들은 대기업 직원에 비해 일과 삶을 잘 조화시키며 살고 있을까. 근무경력 3~4년차인 공무원, IT업체 직원, 일반 대기업 직원의 하루 일과를 비교해 봤다. ■IT 야근요정 강도 높지만 휴식도 확실프로그래머 “매주 4~5일씩 자정 야근도 불사” “야근 없는 회사요? 제 별명이 야근요정입니다.” 4년째 유명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박전산(28·가명)씨는 “출근 후 약 30분을 제외하면 온종일 허겁지겁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한가할 때는 7시에 정시 퇴근을 하지만 바쁠 때는 매주 4~5일씩 오후 10시나 늦게는 자정까지 일한다”고 16일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그의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회사까지 1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9시에 집을 나선다. 그는 사람들이 대개 출퇴근 시간만 보고 IT업계를 여유로운 직장으로 착각한다고 했다. 매일 정해진 업무가 있는 일반 회사와 달리,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구현하는 등 프로그램 개발 업무는 퇴근 후에도 지속된다고 했다. 그는 기획회의나 보고서 작성으로 근무를 시작해 빈틈없이 빡빡하게 일을 한다고 전했다. 불필요하거나 늘어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주어진 일을 기한 내에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 기업’을 일이 적거나 야근이 적은 회사라고 한다면, IT업계는 절대 워라밸 기업이 아닙니다. 다만 한가할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도록 회사가 배려하는 것은 있죠. 예를 들어 아이가 아프다면 특별한 대면보고 없이 사유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보내면 됩니다.” 컴퓨터 앞에서 오래 일하는 직업이라 운동은 필수다. “매주 한두 번씩 퇴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에서 필라테스를 하고 옵니다. 야근할 때도 한두 시간 운동을 하는데 회사에서 눈치를 주거나 핀잔을 하는 사람은 없죠.” 그는 과거처럼 조직에 헌신하는 기업 문화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일의 강도는 매우 높지만, 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가정생활의 양립을 독려하는 분위기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야근까지 없다면 좋겠지만, 그런 곳이 실제 있나요? 우리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은 일이 적은 게 아니라 ‘일할 땐 힘들게, 쉴 땐 확실히’가 아닌가 싶습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새벽별 보는 공무원 생활 칼퇴는 먼말7급공무원 3년차 “일주일 두번만 제시간 퇴근” “삐-, 삐-, 삐-.” 16일 오전 6시. 김공직(29·가명)씨는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3년차 중앙부처 7급 공무원인 그는 ‘공무원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통념과 거리가 먼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공식적인 출근 시간은 오전 9시지만, 이 시간에 회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회의나 업무 준비를 하려면 오전 8시에는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 도착해야 한다. “대변인실이나 비서실 등은 부서 특성 때문에 새벽 5~6시에 출근하기도 합니다. 우리 부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죠.” 회의와 업무 보고로 정신없는 오전을 보내면 어느덧 점심 시간이다. 정오부터 한 시간 동안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30분이라도 눈을 붙인다. 회의는 오후에도 이어진다. 회의 보고서 작성, 정책 관련 동향 파악, 다른 부처와 협업 조율, 민간업체의 상담 등이 끊이질 않는다. 짬짬이 민원전화를 받고 자잘한 업무까지 처리해야 한다. 김씨가 부서 막내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칼퇴근한다고 생각하시죠? 꿈도 못 꿉니다. 대기업에 비하면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적을지 몰라도, 임용 전 생각했던 ‘일과 생활의 균형’은 없더라고요.” 그는 ‘가족 사랑의 날’인 수·금요일을 제외하고 제시간에 퇴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국정감사 시즌이 되거나 정책 이슈가 불거지면 퇴근 시간은 가늠할 수 없다. “정책 현안에 대해 여러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하고, 남아 있는 업무를 처리하면 금세 밤 9시가 됩니다. 야근수당은 시간당 8000원인데, 이걸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요즘엔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누굴 위해 일했나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업무 때문에 친구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그의 카카오톡에는 ‘공무원이 무슨 야근이냐’, ‘공무원이 얼마나 바쁘다고 비싼 척하냐’는 메시지가 남아 있기 일쑤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1인당 근로시간은 연 2200시간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평균 근로시간은 연 2113시간으로 세계 3위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저녁 먹자는 상사의 권유 제일 싫어요대기업 4년차 “일주일 두번 운동만이 내 생활” “퇴근하면 잠자기 바빠요. 일·생활 균형 같은 거 잊은 지 오래예요.” 대기업 입사 4년차인 이대기(32·가명)씨의 평균 퇴근시간은 오후 10시다. 그나마 수·금요일이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되면서 일주일에 두 번은 오후 7시쯤 집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인사발령이 나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출퇴근하게 돼 그나마 기상 시간이 6시 30분이지, 서울 본사에서 근무할 때는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적어도 7시 30분에는 회사에 도착해야 하거든요.”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하지만 30분 먼저 출근해 업무 준비를 마쳐야 한다. 새벽부터 출근하는 몇몇 상관들의 눈치도 보인다. 씻는 둥 마는 둥 통근버스에 올라 사무실에 도착하면 전날 밤 클라이언트에게서 온 메일과 각종 업계 동향을 정리한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맡은 업무를 처리하면 어느새 정오.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운 뒤 안락한 소파가 있는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후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소파에 앉아 10분이라도 눈을 붙여야 버틸 수 있어요. 밥 먹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자려고 하는 편이죠.” 오후에도 서류, 전화, 메일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금세 사무실 밖이 어두워진다. “저녁 먹고 하지”라는 상관의 말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라고 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라며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이게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업계 특성상 월말이 되면 자정 넘어 퇴근하는 게 일상이죠. 매월 25일이 넘어가면 일찍 집에 가는 것은 포기합니다.” 고생한 대가로 돌아오는 건 새벽까지 이어지는 회식자리다. 이씨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내 생활이라면 수·금요일에 운동하는 정도죠. 그나마 저희 회사는 퇴사율이 동종업계에 비해 낮은 편이에요. 그만 한 보상이 나오기 때문이죠. 어쨌든 미래를 생각하면 근무시간이 좀 길어도 높은 임금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씨가 받는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6700만원 정도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별난동물] 총 쏘는 시늉하자 죽은 척하는 애완 앵무새

    [별난동물] 총 쏘는 시늉하자 죽은 척하는 애완 앵무새

    주인과 죽은 척 연기하며 노는 새의 모습이 화제네요. 최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 소개된 영상에는 브라질에서 주인의 총질 장난에 죽은 척 연기하는 앵무새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주인이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며 ‘빵’ 소리를 내자 앵무새는 소파 위에 쓰러지며 죽은 척합니다. 꼼짝없이 누워있는 앵무새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이 앵무새는 세상에서 가장 죽는 연기를 잘하는 새일 거 같네요. 사진·영상= Canal RJS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별난동물] ‘엄마 손은 약손!’ 주인에 배 문질러달라는 견공

    [별난동물] ‘엄마 손은 약손!’ 주인에 배 문질러달라는 견공

    배 문지르기를 좋아하는 애완견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네요. 최근 미국 동영상 플랫폼 주킨미디어(Jukin Media)에는 소파에 주인과 앉아 있는 불독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처럼 앉아 있던 불독은 여주인에게 자신의 배를 문질러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녀가 배를 문지르는 동안 불독은 평온한 표정을 짓습니다. 주인이 배 문지르기를 그만두자 불독은 그녀의 손을 이끌며 배를 만져달라 합니다. 이후 불독은 1분 동안 여섯 차례나 이런 배 문지르기를 주인에게 요구합니다. 정말 엄마 손은 약손인가 봅니다. 사진·영상= Jukin Media / News BLog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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