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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과 대화하는 TV 나온다

    사람과 대화하는 TV 나온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리모컨 없이 사람이 직접 말을 하거나 손짓을 하는 대로 거의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 신개념 TV를 곧 내놓는다. 이는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가 깜짝 놀랄 것”이라고 운을 뗀 제품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오감을 활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TV에도 적용한 것으로, 출시되면 올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2012’에서 공개되는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처음으로 음성 및 동작 인식 시스템이 탑재돼 음성과 영상, 문자 등을 통해 사용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설계됐다. 가령 사용자가 소파에 앉아 TV 채널을 바꾸고 싶다면 TV를 향해 채널 번호 또는 방송국 이름을 말하거나 허공에 손가락으로 TV 화면을 넘기는 제스처를 하면 된다. 화면 일부분을 확대하려면 “화면을 크게 보여 달라.”고 말하거나 TV 쪽을 향해 양손을 벌리는 동작을 하면 된다. “오늘은 왠지 우울하다.”고 말하면,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TV가 기분을 달랠 수 있는 영화나 음악 등을 직접 찾아 제안한다. “한국의 수도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인터넷을 검색해 화면에 ‘SEOUL’(서울)이라고 보여 준다. 청소년 자녀가 심야에 TV 앞에 앉으면 자동으로 성인물을 차단하고 EBS 등 평소 그 시간에 자주 보던 채널로 전환해 준다. 다만 이런 기능을 원치 않으면 기존처럼 리모컨으로만 작동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용자가 TV로부터 2~3m 떨어져 명령을 내리는 만큼 지금껏 구현되지 않았던 진일보한 음성·동작 감지 기술들이 총동원됐다.”면서 “아이폰4S에 탑재된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처럼 사용자와 TV가 긴 문장의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기능도 조만간 추가로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녀석이 톱밥 속으로 숨어들었다. 녀석은 밀크셰이크처럼 어감이 달콤한 밀크스네이크 종이다. 먹이 줄 것과 따뜻하게 해 줄 것, 간단한 러시아 단어로 적어 놓은 메모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반이 출항하기 전 남긴 글이다. 이반은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 선물처럼 케이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한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이반은 러시아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이라니, 나는 검정 바탕에 노랑, 빨강 줄무늬가 있는 이국의 낯선 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뱀은 집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고 생각해. 녀석을 보고 놀란 나에게 위로라도 하려는지 이반은 한국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명자, 이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입으로 휘이휘이 휘파람 부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집안이 텅 비게 돼, 녀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종종 휘파람을 불던 내게 이반은 러시아 속담을 빗대 말했다. 나는 멀찍이 녀석을 내려다보며 이반의 익살에 웃음을 내보였었다. 이반을 만난 것은 클럽 로즈에서였다. 로즈는 P시에서 속칭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외국인 거리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이 드나들었는데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날도 나는 로즈에서 맥주를 마시며 립스틱이 번지지 않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젊은 러시아 청년 하나가 보드카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담 장 앞에서 한국 얘기를 듣던 선원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실 때 거울을 보면 안 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귓불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그가 속삭였다. 흔한 작업멘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반이라고 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열차가 끝없이 달리는 드넓은 숲과 초원을 떠올렸다. 그에게 러브 오브 시베리아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손을 허공에 올려 내 얼굴을 길게 그려보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 손목에 새겨진 푸른색 돛이 펄럭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그린 얼굴이 허공에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러시아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이국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개 영화 속 지명이나 주인공의 이름을 들먹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러시아말로도, 한국말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가 턱을 괴고 조용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여행지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음악이 흘렀고, 클럽 로즈는 마치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품고 있는 대합실 같았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푸른 돛 때문이었을까, 나는 문득 그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좋아요, 월요일 여행은 불행하거든요, 러시아 속담이에요. 느닷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는 벽면에 붙은 러시아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손을 잡고 아무 손님도 잡지 못한 나타샤를 지나쳐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만국기가 꽃잎처럼 나풀거렸고 만국기의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두 블록 떨어진 내 숙소로 걸어올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이반이 러시아 속담을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출 것만 같다. 시계가 밤 아홉시를 넘겼다. 녀석은 원색의 몸을 감춘 채 아직 기척이 없다. 나는 열선을 펴서 케이지 크기만큼 접었다. 그 위에 타월을 깔고 케이지를 얹었다. 사람 옷 입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매원이 열선 까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겨울철,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열선은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했다. 녀석에게 25도의 체온으로 이국의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행일 수 있었다. 나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케이지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거실의 불을 낮추고 이반이 남긴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주방 창가로 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북향으로 나 있는 주방에서 밖을 보면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 ‘홍루’의 뒤꼍이 훤히 보였다. 홍루 뒤꼍에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새들었다. 쥐라도 쫓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자락을 타고 지나간다. 지난봄,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서 홍루(紅樓)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홍루는 붉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 사는 화교들은 늙은 기생의 방이라는 별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변두리 사거리의 허름한 중국집 이름 홍루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빛이 꺼져 가고 휑하니 바람만 몰아 불었다. 멀리 텍사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로 손을 넘겨 자주색 민소매 드레스의 지퍼를 올렸다. 목선이 등 뒤로 깊게 파인 드레스였다. 이반을 만났을 때 이 드레스를 입었다. 이반이 긴 허리를 굽히고 마른 등에 입술을 댈 때면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간지러움을 참아내곤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빨강 립스틱을 덧바르고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구제를 구입해 수선한 밍크를 꺼내 걸치고 자투리로 만든 밍크 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히 얹었다.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장갑을 꼈다. 은색 스팽글이 촘촘하게 박힌 카우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텍사스촌에 접어들자 겨울 내내 공중에 걸려 있던 해진 만국기가 바람에 나풀댔다. 그 아래, 술에 취한 러시아 선원 두 명이 러시아 혁명가 스텐카 라진을 부르며 지나갔다. 나는 시애틀 노래주점을 지나고 캄차카 노래방을 지나 클럽 로즈로 걸음을 옮겼다. 로즈에는 러시아 민요인 백만 송이 장미가 흐르고 있었다. 낮고 고혹적인 중년 여가수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와 흐린 불빛에 섞여 들었다. 손님이라고는 한국 선원 두 명과 러시아 선원 두 명이 전부였다. 마담 장이 표정 없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한국 선원과 함께 있던 나타샤가 다가와 서툰 한국어로 언니, 마셔? 라고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러시아 닭 꼬치인 샤실릭을 시켰다. 담배를 피워 물고 천천히 로즈 안을 둘러보았다. 마담 장이 무료하게 하품을 해댔다. 필리핀에서 온 구잘은 러시아 선원과 섞여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날 무렵 나타샤가 보드카와 샤실릭을 내왔다. 나는 담배를 끄고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목까지 치닿았다. 이반은 보드카를 마시는 순간이면 고향을 떠났다는 것도, 추운 바다 위를 떠돈다는 것도 모두 잊는다고 했다. 나는 열기가 되뿜어져 나오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실릭 꼬치에서 닭 가슴살 한 점을 빼 마요네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였다. 러시아 선원들이 골목을 차지하고 거리의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짐을 꾸려서 떠났다. 고작 러시아 선원의 비위나 맞추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마담 장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여자였다. 나는 미군 대신 러시아 선원을, 맥주 대신 보드카를,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몸에 익혔다. 이 거리에 나타샤와 구잘이 찾아들었다. 나타샤는 러시아에서 발레리나였고 구잘은 필리핀에서 가수였다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꿈을 찾아 이곳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좇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텍사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좀체 이 거리를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마담 장이 러시아 민요 대신 빠른 행진곡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선원들이 경쾌한 해군의 노래에 맞춰 무릎과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드카 병이 순식간에 비어 갔다. 시계는 벌써 열한 시를 넘겼다. 한국 선원이 나타샤의 뺨을 비비며 등줄기를 훑었다. 선원 하나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그녀가 마담 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담 장이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아가씨가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클럽 안을 빠져 나갔다. 손님은 이제 러시아 선원만 남았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살집이 많은 러시아 선원 하나가 보드카를 마시며 계속 나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선원은 보드카 병을 쥐고 일행을 벗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구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틀거리는 선원보다 구잘이 먼저 내 테이블 앞에 와 선다. 러시아 선원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말로 이번에도 손님을 채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원이 멈칫거리는 사이 구잘이 밖으로 나갔다. 선원이 내 앞에 앉는다. 그는 잔에 보드카를 따르며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에게 이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추켜올리며 자신이 이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주색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슬쩍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해군의 노래가 끝나고 러시아 혁명가가 시작되었다. 구잘이 필리핀 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구잘의 친구가 러시아 선원의 팔을 꿰찼다. 멍청이! 저 언니 나이 많아, 주름 많아, 구잘이 선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구잘의 말에 선원이 내 앞에 앉은 선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동료가 만류하는 손짓을 무시하듯 선원이 지갑을 꺼내 보드카와 샤실릭 값의 두 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구잘이 거칠게 다가왔다. 언니 년 나빠! 그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놀란 선원이 성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의 돈을 챙겨 일행 쪽으로 가버렸다. 망할 년! 어린 년이! 마담 장이 구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언니 년, 나빠! 구잘이 악다구니 끝에 손을 풀었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샤실릭 꼬치가 꾸들꾸들 말라갔다. 러시아 혁명가가 끝나고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러시아 년들을 한국 놈들에게 붙이고 필리핀 년들은 러시아 놈에게 붙이고, 이렇게 갈보 년들 불러대는 것도 신물이 난다구!” 그녀가 보드카를 마시며 넋두리를 해댔다. 쿨럭쿨럭, 천식 때문인지 잔기침이 뒤따랐다. “그래도 옛날에 이 바닥에서 명자, 하면 알아줬는데, 사내들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그 시절에는 먹물 튄 년이 드문 때였으니…….”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흐릿한 불빛을 타고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거에 혹해서 사내놈들이 많이 찝쩍댔지…… 그때 한 놈 잡아 떠나지, 무슨 미련이 있다구…….”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홀로 앉은 재즈가수의 독백처럼 한없이 낮았다. “너나 나나, 진즉에 이 바닥을 떴어야 하는데……, 사나운 팔자는 이래도 저래도 막히니…….” 그녀는 마치 거울을 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코트를 걸쳤다. 카우치 백을 열어 계산을 마치고 조용히 로즈를 나왔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홍루 앞에서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보드카 때문인지 속에서 열이 올랐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아직도 톱밥 속에 파묻혀 있다. 녀석에게 다가가 케이지 밑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댔다. 따뜻했다. 월요일에 길을 떠나면 여행이 불행하게 된다고 했던 이반은 정작 월요일에 떠났다. 이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그가 월요일에 떠났기 때문이리라. 나는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드레스를 벗었다. 거울에 깡마른 몸이 드러났다. 이반이 명자, 라고 이름을 부른 뒤 커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이면 나는 러시아 회화 책을 뒤지듯 그가 허공에 그려낸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이반은 종종 그렇게 자신이 탈 배가 지나갈 곳을 손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손목에 새긴 푸른 돛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깡마른 몸에 샤워기의 물을 뿌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것은 녀석 때문이었다. 문득 녀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케이지에서 멀찍이 떨어져 톱밥 위를 보았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은 줄곧 톱밥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까, 나는 케이지 안을 살폈다. 톱밥의 곡선이 흐트러짐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이반이 사 놓은 먹이를 하나 꺼냈다. 먹이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포장된 먹이를 그대로 담갔다. 재스민 차를 우려내 창가로 간다. 눈이 흩날렸다. 홍루 지붕에는 엘피 가스통 4개와 물탱크,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복과 면장갑, 깨진 그릇이 나뒹굴었다. 그 낡은 지붕 아래 자장면과 짬뽕 옆으로 적힌, 익숙하나 한 번도 맛을 본 적 없는 횡서 끝자락의 낯선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남자가 만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감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메뉴 밑으로 삐뚤삐뚤하게 적힌 러시아 음식들. 흑빵과 함께 홍루의 남자는 육개장과 비슷한 쌀단까나 빈대떡과 비슷한 블린 같은 러시아 음식도 만들었다. 종종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 음식 중에 끼어 있는 러시아 음식을 주문하였다. 눈이 내려앉는 홍루 뒤꼍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을 보이고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남자의 등이다. 남자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양파를 깠다. 넓은 고무 대야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물에 붇고 있는 양파 껍질을 벗겨 낸다. 인조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에 가려진 남자의 양 옆 어깨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껍질과 뒤섞인 혼탁한 물에 한 쪽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남은 양파 알을 찾는 남자의 기울어진 어깨를 본다. 언뜻언뜻 삐져나오는 남자의 붉고 물에 불은 손. 남자는 허리를 펴고 위를 올려다보는 법이 좀체 없다.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나타샤가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익살스럽게 굽히고 남자의 등 뒤에 몰래 다가섰다. 나타샤가 두 손으로 남자의 눈을 가린다. 남자가 양파 껍질이 묻은 젖은 손을 차마 나타샤 손에 포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나타샤가 손을 풀었다. 나는 뒤돌아보고 멋쩍어하는 남자의 표정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찻잔을 볼에 대고 눌렀다. 나타샤가 남자 앞에 턱을 괴고 앉는다. 분홍색 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클럽에서와는 달리 앳돼 보였다. 남자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을 멈추었다. 나타샤가 일어서더니 뒤꿈치를 모으고 양발을 벌려 발레의 폴리에 자세를 취한다.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발 앞굽을 세워 잔걸음으로 뒤꼍을 옮겨 다녔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백조의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타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뒤꼍을 돌아 남자 앞에 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나타샤를 보며 식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개수대에 던져놓은 녀석의 먹이가 녹았다. 먹이를 건져서 접시에 담고 알루미늄 포장지를 벗겨냈다. 손가락 한 마디를 좀 넘긴 연한 핑크색 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쥐가 녀석의 먹이라니. 처음 기지촌에 왔을 때처럼, 처음 러시아 선원을 만났을 때처럼 무섭고 낯설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집게로 새끼 쥐를 집어 올려 녀석에게로 갔다. 톱밥 위는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케이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먹이를 내려놓았다. 휘파람을 분다. 녀석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휘파람을 분다. 어릴 적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는 집 마루에 앉아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곤 했다. 설령 어른들의 말처럼 뱀이 나온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휘파람을 불면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무서움이 가셨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어서 집이 비었는지 집이 비어서 휘파람을 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 앉아 여행자를 위한 러시아 회화 책을 폈다. 90쪽 ‘거리’에서부터 120쪽 ‘모자 가게’까지는 이반이 떠나기 전 러시아어로 읽어주었다. 151쪽 기차여행 편을 한글로 따라 읽는다. ‘그제야 마구 쎄스츠 나 보예즈제?’ 어느 기차에 타야 합니까? 홍루 뒤꼍으로 함박눈이 쌓였다. 나는 눈을 밟으며 홍루로 갔다. 홍루에는 나타샤와 한국인 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주방 안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이반이 즐겨 먹었던 쌀단까와 흑빵을 주문했다. 종업원 대신 나타샤가 내 쪽을 힐금거리며 주방 입구로 갔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주문을 받아 전해준다. 나는 낮은 선반 위에 펼쳐진 러시아 회화 책을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도 틈틈이 회화 책을 뒤지며 러시아 말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폴리에 자세로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나타샤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고개를 돌렸다. 쌀단까와 흑빵이 나왔다. 이반은 홍루의 쌀단까 맛이 고향의 맛과 같다고 했지만 홍루의 쌀단까 맛은 육개장과 별반 다름없는 맛이었다. 천천히 흑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흑빵이 입안에서 거칠게 씹혔다. 나는 반쯤 뜯어 먹은 흑빵을 남기고 홍루를 나왔다. 케이지 안에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먼지떨이를 거꾸로 찔러 넣어 천천히 톱밥을 휘저었다.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막대기로 커다랗게 원을 그은 뒤 안으로 조금씩 좁혀가며 톱밥을 감아 올렸다.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반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내가 휘파람을 불어 모든 게 텅 비어버린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이 녹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지 일주일째, 부두에 배가 들어왔다.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다. 나는 클럽 문을 열었다. 로즈도 러시아 선원들로 북적였다. 여전히 러시아 음악 백학이 흘러나왔고 조명은 더 흐려 있었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앉았다.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카우치 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언니 머? 구잘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샤실릭을 주문했다. 마담 장이 새로운 선원들을 앞에 두고 예전 텍사스 거리에 몰려들었던 미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선원들이 이야기를 채근하듯 마담 장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시절 마담 장의 사랑을 구하려는 한 미국 병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백만 송이 장미를 사다가 거리에 뿌렸노라고 말하자 선원들이 속았다는 듯 몸을 털며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백만 송이 장미에 얽힌,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이야기란 것을 이내 알아챈 모양이었다. 마담 장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선원들은 이국의 낯선 이야기에 자신들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든 것을 알아채자 긴장이 풀렸는지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마담 장이 의자를 돌려 몸을 반쯤 틀고 있는 러시아 선원들을 달래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다독였다. 선원들이 다시 마담 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타샤는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이미 취해 보였다. 한국인 선원이 길고 곧은 나타샤의 등줄기를 더듬어 내려가다 허리를 감싸 안고 일어섰다. 마담 장이 재빠르게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타샤와 한국인 선원이 계산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홍루의 남자가 클럽에 들어선 것은 내가 두 번째 담배에 막 불을 붙일 때였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소 들뜬 표정으로 구잘에게 주문을 했다. 그의 테이블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올려졌다.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마담 장이 음악을 바꿨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러시아 선원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러시아인들의 춤은 마치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무릎과 팔이 절도 있게 꺾어졌다. 격렬하면서도 율동 사이사이에 강한 매듭이 있는 러시아 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춤이 격렬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나는 선원들이 원무를 이뤄 추는 가팍을 보며 이반을 떠올렸다. 이반도 어디선가 함성을 지르며 저들처럼 가팍을 추고 있을까, 나는 보드카를 마시고 샤실릭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에 앉아서 계속 몸을 흔들고 있던 마담 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육중한 그녀의 몸이 빠른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선원들의 함성이 추임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춤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잘이 나타샤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여 분주히 움직였다. 마담 장은 점점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갔다. 가끔 이렇게 마담 장이 흥에 취해 선원들과 춤을 추면 그녀가 어김없이 해 오던 일, 러시아 아가씨를 한국 선원에게 붙이고 필리핀 아가씨를 러시아 선원에게 붙이는 일을 잊었다. 더불어 나의 존재도 잊었다. 그녀가 잊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천식처럼 오래된 이 거리의 모든 것들, 그녀를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익숙한 모든 것들, 그녀의 생 모두를 잊을 것이었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면 무언가 텅 비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텅 비어가는 것이리라. 원무에 끼어 점점 격렬하게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한줌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할 듯 깡마른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홍루의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릎 사이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줄곧 나타샤를 찾았다. 나는 마지막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남자가 취했는지 점점 고개를 떨궜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처럼 녀석을 찾은 것은 소파 밑에서였다. 환전소에 가기 위해 러시아 동전을 지갑에 넣는 중이었다.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간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노랑 빨강 검정 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소파 안쪽 벽 틈에 일자로 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 따뜻한 물에 담근 다음 물기를 닦아 소파 입구에 놓았다. 집게를 들고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숨을 삼켰다. 먹이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녀석이 고개를 들며 혀를 날름거렸다. 녀석의 여린 혀가 재빠르게 입속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녀석이 먹이 앞으로 다가가 먹이를 덥석 무는 순간 집게로 녀석을 집어 케이지에 넣었다. 녀석의 입에는 삼키다 만 새끼 쥐의 여린 몸이 반쯤 물려 있었다. 로즈 앞에는 며칠째 클로즈라는 안내판만 달려 있었다. 겨울이면 도지는 마담 장의 천식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나타샤도 가끔씩 목욕탕이나 환전소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 선원을 따라 이곳을 떠났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을 해서 로즈에서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텍사스 거리는 다 해진 만국기를 걷어내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나는 만국기가 끝나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반을 처음 만났던 날, 이반의 달콤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던 순간, 나는 내 여행이 이대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만국기가 걷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표 판매소를 지나 환전소로 갔다. 마지막 남은 먹이를 녀석에게 넣어주었다. 녀석이 조심스럽게 먹이에 다가간다. 잠시 목을 추켜세우더니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또 먹이를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온수에 목욕을 시키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수의사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방을 내렸다.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상적으로 탈피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대야에 온수를 받아 케이지 옆에 놓았다. 케이지 뚜껑을 열고 널브러지듯 몸을 길게 풀고 있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집게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녀석의 외피에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녀석의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천천히 선을 그으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녀석의 입을 지나 턱쯤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녀석이 감미로운 몸동작으로 손에 감겨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무언가 몸속으로 울려들었다. 나는 녀석을 안듯 들어올려 온수에 담갔다. 녀석이 천천히 물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보다가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비켜나가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손을 저어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녀석이 점점 생기를 찾은 듯 작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작은 수건으로 민첩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는 녀석을 떠내 마른 수건을 깔아놓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녀석을 재빨리 수건 위에 굴린 뒤 케이지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명자, 아주 잘했어, 이반이 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홍루를 지나고 로즈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수족관으로 갔다. 파충류 먹이 있음. 간판 옆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햄스터 케이지를 열다가 내 쪽을 본다. “뭘 드릴까요? 손님.” 점원이 케이지 안에서 햄스터를 꺼내며 물었다. “밀크스네이크 종인데……먹이 좀 사려고요.” 나는 나무토막을 기어오르는 비단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뱀을 키운 지 오래되셨나 봐요. 처음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든요.” 점원이 손에 쥔 햄스터를 비단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한창 클 때는 녀석도 산 먹이를 찾아요, 그래야 탈피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나무막대를 기어오르던 녀석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며 혀를 날름거렸다. 케이지에 던져진 햄스터가 꾸물꾸물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녀석도 먹이를 견준 채 꼼짝 하지 않다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물어 삼켰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속담이 있었나요?” 점원은 손에 묻은 햄스터 털을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냉동 쥐로 드릴까요?” 점원이 물었다. 나는 햄스터의 하얀 몸이 비단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점원은 케이지에서 꿈틀거리는 분홍색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들이 종종 냉동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탈피를 하려고 그럴 겁니다. 제대로 크고 있다는 증거죠.” 나는 점원에게서 새끼 햄스터를 받아 골목으로 돌아왔다. 날이 풀리고 있었다. 곧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문이 닫힌 로즈를 지나 홍루에 들러 쌀단까와 흑빵을 시켰다. 남자는 여전히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해진 러시아 회화 책과 비닐도 뜯지 않은 발레 슈즈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흑빵을 뜯어 쌀단까에 적셔 먹었다. 맞은편 거울에 흑빵을 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거울을 보면 안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이반이 내 귓불 뒤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일 것 같았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 바람핀 남친 ‘응징’ 위해 피켓들고 생방송 나온女

    바람핀 남친 ‘응징’ 위해 피켓들고 생방송 나온女

    바람핀 남자친구를 향한 ‘대담한 복수극’(?)을 벌인 여성이 화제에 올랐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에서 열린 그린베이 페커스의 미식축구 경기중 관중석에 있던 한 여성이 NBC 카메라에 잡혔다. 응원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는 일반 관중들과 달리 이 여성의 피켓에는 경기와는 상관없는 다소 황당한 문구가 씌여져 있었다. ’바람 핀 전 남친은 소파에서 (경기를) 시청중이겠죠.’(My cheating EX boyfriend is watching from couch instead) 이 경기는 당시 미국 전역에 생중계 중이었으며 다음날 이 여성은 일약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언론을 통해 확인된 이 여성의 이름은 애니 와그너로 복수의 대상인 남자친구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남자친구는 와그너가 피켓에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할 것” 이라며 “만약 썼다면 아마도 다시는 이 경기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복합상영관수 50% 늘고 1인 관람횟수 줄고… ‘특화경쟁시대’ 영화관들의 생존법

    복합상영관수 50% 늘고 1인 관람횟수 줄고… ‘특화경쟁시대’ 영화관들의 생존법

    특화관 혹은 특수관. 압도적인 입체감을 구현한 스크린과 전후, 좌우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음향 등 시청각 쾌감을 극대화한 상영관을 뜻한다. 좌석 간 거리를 넓히거나 ‘사장님 소파’처럼 편한 좌석을 만드는 건 기본. 요즘 추세는 첨단 영사시스템이나 음향공학을 강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2005년 158개(스크린 수 1269개)에 불과했던 복합상영관 수는 5년 만에 237개(스크린 수 1853개)로 50% 늘었다. 국민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2007년 3.22회까지 올라가더니 지난해에는 2.92회로 뒷걸음질쳤다. 남다르지 않으면 극장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얘기다. ●스위트스폿 실현… 진화하는 음향시스템 영화관 음향은 5.1 혹은 7.1 채널이 보통이다. 스크린 앞쪽에 3개, 상영관 좌우에 2개의 스피커를 설치한 게 5.1 채널. 여기에 뒤쪽 좌우에 2개의 채널을 보강한 게 7.1 채널이다. ‘소리 전쟁’을 촉발한 건 2007년 CGV가 ‘프리미엄 상영관’을 표방한 시네드쉐프(서울 압구정동)에 11.1채널을 설치하면서다. 뒤질세라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서울 청량리와 경남 창원에 세계 최초로 13.1 채널을 도입했다. 사각지대였던 극장 모서리와 천장에까지 스피커를 설치한 것. 곧 반격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황해’를 개봉하면서 CGV는 스타리움(영등포·센텀시티)관에 16채널을 설치했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지난달 공개된 CGV의 3차원(3D) 입체음향 시스템이다. 스크린 후방, 벽면, 천장까지 84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모든 좌석에서 소리의 왜곡이 없는 ‘스위트스폿’을 실현했다. 5.1이나 7.1 채널보다 비용이 6~7배 더 든다. 소리에 관한 한 메가박스 이수도 빼놓을 수 없다. 극장 한 곳의 사운드를 갖추는 데는 통상 8000만~1억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수에는 9억원이 투입됐다. 롤링스톤스가 공연 때마다 사용하는 미국 일렉트로 보이스(EV)사의 명품 앰프와 스피커를 사용했다. 스피커 케이블만도 1m에 100만원짜리다. 귀가 민감한 관객을 위한 상영관도 생겼다. CGV청담씨네시티의 2개 관에는 힙합가수 닥터 드레가 제작에 참여한 ‘비츠 바이 닥터드레’의 42만원짜리 헤드폰이 좌석마다 설치돼 있다. 옆 좌석의 희희덕거리는 소리나 팝콘 부스럭대는 소리에 방해받지 않아도 된다. 나뭇잎 밟는 소리, 바람 소리, 귓가를 자극하는 숨소리까지 포착하기 때문에 멜로 영화 관람에 적격이다. ●시장 포화…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하라 ‘다크나이트’나 ‘아바타’ 개봉 당시 아이맥스(IMAX) 티켓을 확보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아이맥스란 시각적 극대화(Eye Maximum)의 줄임말로 인간이 볼 수 있는 한계까지 영상으로 채운다는 의미다. 수평으로 60도, 수직 방향으로 40도까지 볼 수 있도록 시계(視界)를 조절했다. 1985년 서울 여의도 63시티에 가장 먼저 들어섰다. 상업영화에 적용된 것은 2005년 CGV용산이 시초다. 스크린 크기 경쟁도 치열하다. 메가박스가 2005년 신촌에 M관이란 이름으로 가로 20m, 세로 10m 스크린을 선보였다. M관의 스크린은 시네마스코프(가로 세로 비율이 통상 2.35대1로, 대부분의 블록버스터가 이 사이즈로 촬영된다)를 충족하기 때문에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2009년 CGV가 부산에 아시아 최대 스크린(27m】11.5m)을 내놓으면 주도권이 뒤바뀌었다. 같은 해 CGV영등포에는 세계 최대 스크린(31.38m】13m)이 설치됐다. 옛 대한극장의 스크린이 가로 22m였던 점을 떠올리면 그 위압감을 짐작할 만하다. 영화관을 놀이기구로 만들어 놓은 4D 상영관도 계속 진화 중이다. 좌석이 전후좌우 움직이는 것은 물론 물이 튀고 바람 불고 향기까지 난다. 4D관 구축 비용은 일반관의 약 1.5배. 최적화된 콘텐츠는 블록버스터다. ‘트랜스포머3’의 4D 상영관 평균 객석점유율은 70%를 웃돌았다. 공포영화도 어울린다. 암표까지 나돌았던 ‘블러디 발렌타인’은 2009년 개봉 당시 91.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투자회수 오래 걸리지만 만족도 높아 특화관은 투자비용 회수(페이백) 기간이 길어 아직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새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CGV의 경우, 특화관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 수준이다. 5년 안팎의 짧은 역사를 감안하면 빠르게 정착한 셈이다. 최유환 CGV 전략기획팀장은 “과거에는 극장을 깔아만 놔도 장사가 됐기 때문에 차별성을 둘 이유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2007~2008년을 기점으로 인구 100만명당 스크린 숫자가 40개를 넘어서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영화 소비를 늘리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화관은 유행에 민감한 관객과 마니아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극장 이미지를 고급화시키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꾸준히 투자를 늘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죽은 자가 말한다, 앞만 보며 살지 말라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죽은 자가 말을 한다. 그것도 죽은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많은 것을 말한다. ‘웃는 동안’(문학과지성사 펴냄)은 윤성희(38)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주인공들에게 웃는 동안만이라도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갔다 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주로 노인이거나 죽은 사람이다. 그들은 딴짓을 하고 유머를 가장한다. 타인에게 자신이 가한 위해의 기억 때문에 그 모두를 이해하게 될 뿐이다. 올해 나온 첫 장편 ‘구경꾼들’에서 장편 소설 작가로서의 역량을 확인시켜 준 윤 작가이기에 4년 만의 소설집에 대한 반가움이 더하다. 조카는 ‘나’의 소식을 친구들에게 알렸다. 세 친구는 라면을 먹다가 혹은 화장실에 있다가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꼬박 사흘을 장례식장에서 보낸 친구들은 발인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그 길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그들의 인연을 더듬어 본다. 영화를 보러 간 극장에서 세 친구는 소파를 훔쳤다. 마치 소파 수리공인 양 당당히 소파를 들고 나섰던 게다. 서로 소파를 갖겠다고 승강이를 벌였지만 결국 내 차지가 되었다. 이제 내가 없으니 세 친구는 이 소파를 어디에 둘지를 고민한다. 무거운 소파를 이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결국 소파의 거처를 정하고 난 뒤 세 친구는 웃다가, ‘웃는 동안’ 먼 여행을 떠난다. 각자 미래의 자기 모습을 만난다. 그들 중 하나는 나를 만나 자신이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을 알게 된다. 그래도 웃는다. 현실로 돌아온 그들은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웃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공중부양도 할 수 있을 듯 자신감이 생긴다. ‘웃는 동안’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한다. 죠스바를 먹다 죽은 귀신,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억, 소매치기를 하는 세 자매, 가짜 자서전을 쓰는 여자…. 씁쓸한 상황이거나 비참한 상황에 놓인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행동하며 웃는다. 그들을 만나는 동안 소설은 지금 내 모습은 어떤가를 생각해 보도록 이끌어 준다. 죽은 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앞만 보며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웃는 동안’을 포함해 열 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소설마다 우연히 혹은 전부터 쓰겠다고 생각했던 것들, 문장이 된 후에도 떠나지 않았던 사람들이 소설 안에 모여 있다고 했다. 작가 자신이 소설을 쓰는 동안 자주 웃었고 즐거웠다고 고백했듯 독자들도 소설을 읽는 동안 삶을 돌아보며 웃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동반성장 현장을 가다] 핀란드 게임社 ‘프로즌바이트’

    [동반성장 현장을 가다] 핀란드 게임社 ‘프로즌바이트’

    헬싱키 중심부에서 지하철로 10분 남짓 떨어진 반하탈 비티에 거리. 구로디지털 단지 격인 이곳은 지난 몇 년 새 세계적인 게임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핀란드 최대 전산 솔루션기업 티에토도 들어와 있다. 러시아풍의 빨간 아파트형 공장 건물들이 즐비한 속에 섀도그라운드란 게임으로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업체 프로즌바이트도 이곳에 있다. 200여평 남짓한 사무실. 10여명의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편한 옷차림으로 컴퓨터작업을 하면서 게임프로그램을 만들고, 이곳저곳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 2009년 10년 가까운 와신상담 끝에 섀도그라운드1이 미국 시장에서만 수백만 달러어치 팔리며 성가를 올렸다. 지금은 연말 연초를 겨냥해 버전2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말고는 나가는 돈도 거의 없다. 이 회사는 청년들의 도전을 사회가 어떻게 뒷받침해 꽃피울 수 있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스무살의 고졸 출신 로리 히베리넨이 1년간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2000년 선택한 길은 게임 만들기. 히베리넨은 자타가 공인하는 게임광. 그는 “무작정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등 5명의 친구들이 뜻을 같이했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차고가 그들의 공장이자 모태였다. “실패만 거듭했다. 되는 게 없었다. 시장도 냉담했다.” 히베리넨과 친구들은 소소한 게임 소프트웨어로 얼마간의 돈을 손에 쥘 때마다 이를 몽땅 제품 개발에 퍼부었다. 2003년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혁신기금 테케스가 개발 자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좌절은 계속됐고, 프로즌바이트는 창업자와 몇몇의 친구들로만 몇년 동안이나 유지해야 했다. “좋아하는 일을 했고, 사회보장 덕택에 굶어 죽을 염려는 없다.”는 생각이 히베리넨을 계속 게임 개발에 몰두하게 했다. 공공펀드의 청년창업지원과 테케스 등에서 받은 소프트론(떼이면 돌려줄 필요 없는 기술지원자금)도 버티는 데 한 힘이 됐다. 이 회사는 섀도그라운드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게임산업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히베리넨과 친구들은 영화 같은 느낌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스토리와 예술성을 중요시하고, 핀란드 전설이나 풍광을 넣어 게임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중년 및 노년층에까지 게임이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이들은 믿고 있고, 이런 확신과 기대감이 더 큰 힘을 준다. 프로즌바이트는 직업훈련을 위한 전문대학 폴리텍과의 정보 교류와 인적 충원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대외 담당 미카엘 하베리는 “회사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지역 폴리텍에 가서 학생 및 교수들과 프로그래밍 과정을 비롯해 게임 소재, 제작 방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견을 교환한다.”고 소개했다. 지역 폴리텍에서는 매 학기 학생들을 인턴으로 보내고 이들 가운데 채용이 이뤄진다. 사장은 고졸이지만 하베리는 네덜란드에서 경영대학원을 마친 인재다. 대기업들의 스카웃 제의도 마다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도 미래를 믿기 때문이다. 청년 인구 비율이 높고, 다양성과 유연함을 존중하는 문화, 긴 겨울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 생활 조건도 핀란드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조건이 됐고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지형 코트라 헬싱키 무역관장은 “핀란드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게임산업의 빠른 성장 뒤에는 실용적이고 단단한 중등교육의 성과와 도전을 북돋는 다양한 청년창업 및 벤처 지원 등 치밀한 지원시스템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헬싱키(핀란드)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함께 잠자던 남친에 깔려 질식사한 여자

    함께 잠자던 남친에 깔려 질식사한 여자

    애인관계의 남녀가 함께 잠을 자다 남자에 의해 여자가 압사하는 황당한 사건이 알려졌다. 지난 4월 영국 웨스트 서식스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최근 현지 경찰에 의해 질식으로 인한 사고사로 결론지어졌다. 황당한 사건의 주인공은 로버트 트리그(47)와 수잔 니콜슨(52). 남자친구 트리그는 지난 4월 자택에서 여자친구인 니콜슨과 함께 소파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트리그는 얼굴이 창백해진 여자친구를 보고 깜짝 놀랐으나 그녀는 이미 질식해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 사건은 당시 트리그가 여자친구를 고의로 살인한 것으로 추측됐다. 특히 트리그의 체중은 82kg, 수잔의 체중은 50kg으로 잠자다 압사가 가능하냐는 논란이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실었다. 당시 경찰은 트리그를 살인 용의자로 체포했으나 특별한 혐의점을 찾을 수 없어 풀어줬으며 최근 이 사건은 단순 사고사로 판명됐다. 웨스트서식스 검시관인 마이클 켄달은 “그녀는 15초간 지속된 압력으로 얼굴을 눌려 질식사 했다.” 며 “조사결과 수잔에게서 어떠한 공격이나 폭행의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트리그는 “이 죽음은 정말 황당한 말도 안되는 사고였다.” 며 “난 소중한 여자친구를 잃었다.” 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영화 ‘백 투 더 퓨처’ 타임머신카 경매에 나왔다

    영화 ‘백 투 더 퓨처’ 타임머신카 경매에 나왔다

    영화 ‘백 투 더 퓨처’ 3탄에서 서부를 달렸던 타임머신 자동차 ‘들로리언’(DeLorean)이 경매에 나온다. 미국 옥션 하우스 프로파일스 인 히스토리는 “오는 15일부터 사흘간 ‘할리우드 영화 아이콘’ 경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물품은 ‘백 투 더 퓨처3’ 에서 실제로 사용된 ‘들로리언’. 들로리언은 최초의 미래형 스포츠카를 개발한 존 들로리언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영화에서 타임머신으로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옥션 측은 이번 경매를 통해 들로리언이 40만~60만 달러(4억 5000만원~6억 8000만원) 사이에서 낙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번 경매에는 인기 TV드라마 ‘프렌즈’에서 사용된 소파가 출품된다. 이 소파 역시 극중 주요인물들이 앉아 대화를 나누던 소품으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도 영화 ‘오즈의 마법사’ 에서 도로시가 신었던 루비 슬리퍼와 겁쟁이 사자 복장, 배우 스티브 맥퀸의 레이싱 복장등이 경매에 나온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도와주세요. 여, 여기…사람이 죽어 있어요.” 1993년 1월 말 대구시 중구의 한 4층 건물. 집주인 모자(母子)가 방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집안에선 장판 밑에 숨겨놓은 비상금 12만원이 사라졌다. 범인이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후 돈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유일한 목격자는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딸. 그녀도 인질로 잡혔지만,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딸은 “셋방을 구한다.”며 집으로 들어온 젊은 남자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셋방에 대해 꼼꼼히 묻더니 그냥 집을 나섰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돈을 요구하며 칼을 휘둘렀다. 여자 2명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되돌아온 듯 했다. 하지만 작은 방에서 잠을 자던 아들과 마주하면서 범행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었어요. 장갑은 물론이고 상하의 모두 검정 가죽이었어요.” 범인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가족들에게 이불을 덮어쓰게 했지만 딸은 간간이 드러난 모습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게 전부였다. 현장에선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지문이나 족적, 흉기 등 쓸만한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 “반장님, 이거 오래갈 수도 있겠는데요.” 수사팀이 답답한 마음으로 방을 나오는데 방안에 떨어진 노란색 메모지가 보였다. ‘이철동 956-OOOO’ 경찰은 대수롭지않게 쪽지를 들고 나왔다. 당시엔 이 한장의 쪽지가 살인범을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연쇄 살인 강도가 남긴 메모 한장 그로부터 한달 반 정도가 지난 3월 17일, 대구에서 또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한 전자회사 사무실에서 여직원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여직원과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흉기를 꺼내더니 가슴과 복부 등을 20차례 이상 공격했다. 그는 쓰러진 피해자를 소파로 옮겨놓은 뒤 책상 위에 있던 그녀의 지갑에서 현금 55만원과 10만원권 자기앞수표 5장을 훔쳐 달아났다. 사무실 통화기록과 여직원의 직장(直腸)온도 등을 통해 추정한 범행시간은 오후 2시쯤. 사무실 사람들은 평일 오후에 흉기를 든 채 회사로 들이닥친 범인의 대담함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간 큰 강도라 해도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평일 오후 2시에 사무실을 털러가는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정기적으로 이 사무실에 여직원만 있는 시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지문도 머리카락도 찾을 수 없었다. 용의주도한 범인의 꼬리가 밟힌 것은 몇일 뒤였다. 돈이 궁했던 탓인지 범인은 사무실에서 훔친 10만원권 수표 2장에 이서를 한 뒤 현금으로 바꿔갔다. 지금처럼 CC(폐쇄회로) TV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돈을 바꿔 간 사람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필적만은 정확히 남아 있었다. ‘대구시 달서구 OO2동 XXX-X 이철동’ “이철동? 잠깐, 1월에 있었던 중구 모자살해 현장에서도 이철동이란 이름이 나오지 않았나.” 경찰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찾기위해 메모지와 수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겼다. 같은 시간 경찰들은 동일수법 전과자들을 뒤져 나갔다. 그 중에서도 여직원이 피살된 사무실을 드나든 적이 있었던 사람들을 추려나갔다. 이모(당시 28세)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은 이때쯤이었다. 전과 3범인 그는 여자만 있는 집을 골라 강도를 하는 수법으로 이미 7년 6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했고, 약 1년 전 출소한 한 상태였다. 경찰은 한때 그가 여직원이 살해된 회사를 업무 때문에 수시로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스스로 물증이 없다고 자신한 이씨는 자기를 조사하는 경찰에게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느냐.”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제 남은 마지막 희망은 필적 감정. 경찰은 이씨에게 글씨를 쓰게 했다. 고의적으로 필체를 숨길 가능성을 대비해 평소가 그가 남긴 낙서와 메모 등도 수거했다.   자외선을 쬐면 잉크의 차이도 확연히 드러나 사람의 글씨체에는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고유한 습성이 반영된다. 어릴 때에는 남의 글자를 흉내내고 베끼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면 필체가 고정된다. 필적은 자획의 기울어지는 각도와 글씨를 쓰는 속도, 글자의 간격과 크기, 자간 연결방법, 펜의 이동방법, 문자의 여백, 오자, 심지어 글씨를 쓰는 압력 등 무수한 습관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등 물리적 요소 뿐만 아니라 정신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미국의 우편연구소는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 500명을 대상으로 같은 필적을 지닐 수 있는지 연구했다. 6명의 문서감정 전문가 집단이 내린 결론은 ‘비슷한 쌍둥이라도 같은 글씨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글씨를 정교하게 베끼거나 가필(加筆)을 한다고 해도 현대과학은 이를 충분히 가려낸다. 입체 현미경, 적외선 현미경, 고정밀 비교분석기 등을 통해 확인하면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잡아낼수 있다.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어도 똑같이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들어 적외선 장비를 이용하면 문서를 쓴 잉크가 서로 다른 것인지, 가필한 부분은 없는지, 덧칠한 부분은 없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과원은 둘다 같은 사람의 글씨라고 판정했다. 자획의 위치와 각도, 글씨가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 자음과 모음을 연결하는 접필상태, 필순과 특이한 습성까지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이를 통해 이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이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결정적 증거 부족’으로 판결나는 등 반전을 겪기도 했다. 2년에 걸쳐 상고와 재상고가 이어진 끝에 결국 대법원은 국과원 문서감정실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사형이 확정됐다. ※기사 내 ‘이철동’이라는 이름은 가명임을 밝혀둡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 박원순 시장 집무실 디자인한 헌책방 주인 윤성근씨

    박원순 시장 집무실 디자인한 헌책방 주인 윤성근씨

    ‘심야식당’이라는 일본드라마가 있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작은 식당을 배경으로 주인과 다양한 손님들과의 교류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매개체는 음식이다.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책이 음식을 대신하면 안 되는 걸까? 안 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너무 잘 어울린다. 단, 반질반질한 새책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헌책이라야 한다. 각자의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으슥한 밤에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저마다 사연이 담긴 책을 찾는다. 이름하여 ‘심야책방’이다. 이곳에서 책은 소통의 도구가 된다. ●조용한 것 좋아하는 사람 위한 ‘동네 사랑방’ 그런 곳이 실제로 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는 매달 둘째, 넷째 금요일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책방 문을 열어 둔다. 상상만 해도 궁금증이 솟구치는 이 범상치 않은 책방의 주인장은 윤성근(36)씨. 얼마 전 인터넷 취임식을 통해 공개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집무실(아래 사진)을 디자인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근 ‘심야책방’(이매진 펴냄)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을 낸 윤씨를 만났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89-2. 너무나 평범한 이 건물의 지하 1층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있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후미진 곳에 왜 책방을 냈는지가 궁금하다. 간판도 없이 안내문 한장 달랑 붙어 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갈 만한 데가 없잖아요. 특히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들이 조용하게 책을 보고 사색할 공간이 없어요. 도심에는 불가능하지만 주택가에서는 이런 공간이 가능하지요.” 그가 좋아하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책방 이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곳에는 약 30평의 공간에 중고서적 5000여권이 빼곡하다. 북카페처럼 한가운데에는 테이블을, 그 뒤에는 소파를 두어 편히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 책장 뒤편 구석의 책상을 이용하면 된다. 한쪽에는 조그만 무대와 프로젝터가 설치돼 있다. 심야책방이 열릴 때면 그곳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하고 매달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는 동네에 사는 영화전공 대학원생의 안내로 고전영화 감상회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못할 게 없다. 동네 골목 살리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이 책방은 ‘동네 사랑방’이다. ●“대형서점에 쌓인 새 책들은 공산품같아” 그렇다면 왜 헌책일까. “대형서점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은 왠지 공산품 같아요. 반면 손때가 묻은 헌책은 그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가치의 재생산’이 이뤄지는 거죠.” 그가 말하는 헌책방의 매력은 여러가지다. “일반 서점은 원하는 책만 팔 수 없는 반면 헌책방은 주인이 좋아하는 책을 컬렉션하고 고객들에게 추천할 수 있어요. 내가 읽은 책만 취급한다는 영업철칙을 지킬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정을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어서 훨씬 진지하죠. 책이 사람을 만나고,사람이 책을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입니다.” ●朴시장 삐딱책장 양극화된 사회·조화 바람 담아 그가 책방을 통해 맺은 인연 중에 박원순 시장도 포함된다. 박 시장은 동네골목 살리기와 마을 공동체에 관심이 많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주소를 들고 묻고 물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찾아왔다고 한다. 윤 대표는 “사랑방 같은 이곳의 분위기가 좋았는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집무실 책 정리를 의뢰받은 데 이어 이번에 서울시장 집무실까지 디자인하게 됐다.”면서 “삐딱하게 서 있는 두개의 책장을 책이 이어주는 것처럼 양극화된 이 사회도 책을 소통의 도구로 삼아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 ‘심야책방’에는 그가 모은 책과 그렇게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담았다. 도스토옙스키 전집(열린책들) 중 초판보다 2002년에 나온 2판이 더 가치있는 이유, 살수도 팔 수도 없는 이오덕과 권정생의 서간집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한길사, 2003년), 한하운의 시집 ‘보리피리’에 얽힌 사연, 수집가들이 열광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빨간책시리즈(해문출판사),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한 손님이 찾았던 구라다 하쿠조의 ‘사랑과 인식의 출발’(창원사, 1963년), 행방불명된 친구를 그리워하며 찾아 달라던 장용학의 ‘원형의 전설’(사상계사, 1962년) 등. 소개된 책 중 그가 특히 좋아하는 책은 존 케네디 툴의 퓰리처상 수상작 ‘저능아들의 동맹’(범욱, 1981년)이다. 남들이 보기에 저능아에 비정상인 주인공. 모두들 그를 쓸모없다고 여기지만 그로 인해 결국 사람들은 좋은 변화를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부터 ‘활자중독’이었다는 그는 “책에서 길을 찾고, 지혜를 구하고,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책이 삶 자체인 그가 가는 길, 그가 하는 일과 비슷해 보였다. “우리 사회는 모두들 대세를 따라가도록 강요하고 있어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서 멋진 일을 하는 것이 대세이다 보니 아이들은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죽도록 공부해야 하거든요. 비정상이고 비주류여도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각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제는 소개된 책들의 대부분이 이미 절판됐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 그는 “읽고 싶은 책을 애써서 찾아 읽으면 의미가 다르다.”면서 “경험에 의하면 정말 읽고 싶은 책은 언젠가는 구해지더라.”고 귀띔했다.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인터뷰 동영상은 인터넷 서울신문 (www.seoul.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을 헌책방으로 만들어준 그 사람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을 헌책방으로 만들어준 그 사람

    ‘심야식당’이라는 일본드라마가 있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작은 식당을 배경으로 주인과 다양한 손님들과의 교류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매개체는 음식이다.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책이 음식을 대신하면 안 되는 걸까? 안 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너무 잘 어울린다. 단, 반질반질한 새책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헌책이라야 한다. 각자의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으슥한 밤에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저마다 사연이 담긴 책을 찾는다. 이름하여 ‘심야책방’이다. 이곳에서 책은 소통의 도구가 된다. 그런 곳이 실제로 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는 매달 둘째, 넷째 금요일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책방 문을 열어 둔다. 상상만 해도 궁금증이 솟구치는 이 범상치 않은 책방의 주인장은 윤성근(36)씨. 얼마 전 인터넷 취임식을 통해 공개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집무실을 디자인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근 ‘심야책방’(이매진 펴냄)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을 낸 윤씨를 만났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89-2. 너무나 평범한 이 건물의 지하 1층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있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후미진 곳에 왜 책방을 냈는지가 궁금하다. 간판도 없이 안내문 한장 달랑 붙어 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갈 만한 데가 없잖아요. 특히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들이 조용하게 책을 보고 사색할 공간이 없어요. 도심에는 불가능하지만 주택가에서는 이런 공간이 가능하지요.” 그가 좋아하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책방 이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곳에는 약 30평의 공간에 중고서적 5000여권이 빼곡하다. 북카페처럼 한가운데에는 테이블을, 그 뒤에는 소파를 두어 편히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 책장 뒤편 구석의 책상을 이용하면 된다. 한쪽에는 조그만 무대와 프로젝터가 설치돼 있다. 심야책방이 열릴 때면 그곳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하고 매달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는 동네에 사는 영화전공 대학원생의 안내로 고전영화 감상회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못할 게 없다. 동네 골목 살리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이 책방은 ‘동네 사랑방’이다. 그렇다면 왜 헌책일까. “대형서점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은 왠지 공산품 같아요. 반면 손때가 묻은 헌책은 그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가치의 재생산’이 이뤄지는 거죠.” 그가 말하는 헌책방의 매력은 여러가지다. “일반 서점은 원하는 책만 팔 수 없는 반면 헌책방은 주인이 좋아하는 책을 컬렉션하고 고객들에게 추천할 수 있어요. 내가 읽은 책만 취급한다는 영업철칙을 지킬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정을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어서 훨씬 진지하죠. 책이 사람을 만나고,사람이 책을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입니다.” 그가 책방을 통해 맺은 인연 중에 박원순 시장도 포함된다. 박 시장은 동네골목 살리기와 마을 공동체에 관심이 많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주소를 들고 묻고 물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찾아왔다고 한다. 윤 대표는 “사랑방 같은 이곳의 분위기가 좋았는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집무실 책 정리를 의뢰받은 데 이어 이번에 서울시장 집무실까지 디자인하게 됐다.”면서 “삐딱하게 서 있는 두개의 책장을 책이 이어주는 것처럼 양극화된 이 사회도 책을 소통의 도구로 삼아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 ‘심야책방’에는 그가 모은 책과 그렇게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담았다. 도스토옙스키 전집(열린책들) 중 초판보다 2002년에 나온 2판이 더 가치있는 이유, 살수도 팔 수도 없는 이오덕와 권정생의 서간집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한길사, 2003년), 한하운의 시집 ‘보리피리’에 얽힌 사연, 수집가들이 열광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빨간책시리즈(해문출판사),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한 손님이 찾았던 구라다 하쿠조의 ‘사랑과 인식의 출발’(창원사, 1963년) 등. 소개된 책 중 그가 특히 좋아하는 책은 존 케니디 툴의 퓰리처상 수상작 ‘저능아들의 동맹’(범욱, 1981년)이다. 남들이 보기에 저능아에 비정상인 주인공. 모두들 그를 쓸모없다고 여기지만 그로 인해 결국 사람들은 좋은 변화를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부터 ‘활자중독’이었다는 그는 “책에서 길을 찾고, 지혜를 구하고,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책이 삶 자체인 그가 가는 길, 그가 하는 일과 비슷해 보였다. “우리 사회는 모두들 대세를 따라가도록 강요하고 있어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서 멋진 일을 하는 것이 대세이다 보니 아이들은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죽도록 공부해야 하거든요. 비정상이고 비주류여도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각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제는 소개된 책들의 대부분이 이미 절판됐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 그는 “읽고 싶은 책을 애써서 찾아 읽으면 의미가 다르다.”면서 “경험에 의하면 정말 읽고 싶은 책은 언젠가는 구해지더라.”고 귀띔했다.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 “한여름 찜통차 타기 좋아해 기절할 뻔”

    “그는 한여름에도 승용차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더워서 기절할 정도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 상원의원이던 때부터 수행비서 역할을 해온 레지 러브(29)가 펜실베이니아대 편입을 위해 올 연말 백악관을 떠나기에 앞서 22일(현지시간) 스포츠채널 ESPN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불만’이다. 2006년 오바마와 인연을 맺은 러브는 처음에는 상원의원실 우편 담당 직원이었다가 수행비서가 됐고, 지금은 어떤 백악관 참모보다 대통령과 가까운 ‘오바마의 그림자’로 통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18시간 오바마의 옆을 지키는 러브는 종종 백악관 소파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대통령 옷의 얼룩을 지우는 세제와 치실까지 담겨 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여행한 거리가 140만㎞에 달할 정도로 두 사람은 늘 함께였다. 러브는 오바마에게 아이팟을 생일선물로 주고 최신 유행곡을 소개했다. 농구광인 오바마는 대선기간에도 종종 듀크대 농구팀 주장 출신인 러브에게 연습경기를 요청했고, 이 ‘라이벌전’은 지금도 백악관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러브는 오바마를 가리켜 “나를 미치게 한 건 그가 여름에도 에어컨을 끄고 승용차를 타는 걸 좋아했다는 것”이라면서 “나는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차안 온도가 올라가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릴 정도가 돼야 오바마는 ‘대통령의 권력’을 포기하고 에어컨 켜는 것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러브는 찜통 차를 타는 것 외에는 꿈 같은 직업을 가졌던 게 사실이지만 자신의 시간을 위해 떠날 것을 결심했고, 오바마에게 이를 털어놨을 때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큰 형과 같았고 또 나의 스승이었다.”면서 언젠가는 백악관에 들러 함께 식사도 하고 싶다고 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온 집안이 밀가루투성이…말썽꾸러기 두 아들에 경악

    온 집안이 밀가루투성이…말썽꾸러기 두 아들에 경악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듯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온 집안을 밀가루투성이로 만들어 버린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충격과 놀라움을 주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메리 나폴리라는 여성의 가족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아들 앤드루와 잭이 온 집안에 밀가루를 뿌려놓는 사고를 쳤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메리가 카메라를 들고 밀가루가 뿌려진 복도를 지나 거실로 들어서자 두 아이가 신 나게 밀가루를 뿌리고 바닥을 문지르고 있다. “맙소사”를 연발하던 메리가 아이들에게 “뭘 하고 있느냐”고 묻지만 아이들은 밀가루를 가지고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다. 그녀의 카메라 화면 속 거실 바닥은 물론, 소파, 조명, 액자, 벽지에까지 온 집안이 밀가루 범벅이었다. 두 아이 중 3살 된 앤드루는 엄마의 놀란 모습에 천진난만하게 “왜요? 무슨 일이에요, 엄마” 등 말을 거는 모습도 비쳐 이 모습에 혼을 내기도 난감한 부모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한편 이 영상은 지난 17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와 현재 25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감상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 두아이 밀가루 테러 영상 보러가기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카다피 차남 체포순간 “내 머리 쏴라”

    리비아 과도정부의 압델 라힘 알키브 임시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을 남부 사막지대에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한때 2인자로 군림했던 사이프까지 체포되면서 리비아 내 카다피 추종세력은 사실상 구심점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이날 알진탄 부대 사령관인 알 아즈미 알아티리는 사이프가 니제르로 도피하려 한다는 경호원 제보를 받고 예상 도주로가 보이는 언덕에 중화기로 무장한 병력 15명을 배치한 채 사이프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새벽 그곳을 지나던 차량 2대에 사이프 일행이 타고 있었고, 이들은 병사들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사이프는 체포된 뒤 현지 사령관에게 “총으로 머리를 쏴 달라. 시신은 알진탄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으며 체포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에서는 현금 4000달러와 소총 몇 자루, 수류탄 하나가 발견됐다. 목격자들은 사이프가 그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현지 방송을 인용, 사이프가 석방 대가로 20억 달러를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으나, 반군들이 “혁명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부대 관계자는 체포 당시 사이프는 사막에서 수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며 영양부족과 불안에 시달린 탓인지 두려움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자유 리비아 TV’는 구금된 상태의 사이프를 찍은 사진을 내보냈다. 그는 오른쪽 손가락 3개에 붕대를 감고 다리를 담요로 덮은 채 뒤로 젖혀지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하라 사막에 거주하는 이슬람 유목민 투아레그족 복장을 하고 있었다. 사이프의 재판 장소와 관련해 마흐무드 샴맘 과도정부 공보장관은 “리비아 법정에서 리비아 법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프를 모처에 구금한 알진탄 군부도 “그는 리비아에서 재판받아야 하며 법정이 꾸려질 때까지 그를 과도정부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P가 보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혈액 수급 비상등 켜진 ‘헌혈의 집’ 탐방

    혈액 수급 비상등 켜진 ‘헌혈의 집’ 탐방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헌혈의집. 다양한 색상의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안락해 보이는 대기실에 예닐곱 명이 앉아 있고, 채혈실에서는 여섯 명이 헌혈을 하고 있다. 이 모습만 본다면, 최근 헌혈량이 크게 줄어 혈액 적정보유량을 한참 밑돈다는 소식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하지만 실제로 병원에서는 수혈용 혈액이 모자라 수술을 미루거나 환자 가족에게 혈액을 구해 오라고 요구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직장인 황모씨는 어머니 무릎 수술을 일주일 앞두고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혈액이 없어 수술이 불가능하니 세 사람분의 혈액을 구해 오라는 내용이었다. “형제 다섯이 모두 어머니와 같은 A형인데, 그중 세 명이 약을 먹고 있거나 체중 미달로 헌혈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두 명만 헌혈을 했고, 한 명분의 혈액은 수소문해서 수혈량을 맞출 수 있었죠.” 가족끼리 헌혈을 하는 경우는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데, 혈액이 부족했던 황씨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난 14일 현재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보유량은 전국 기준 3.3일분. 적정 보유량 5일분, 목표치 7일분에 한참 못 미친다. 심지어 지난달 말에는 1.6일분까지 뚝 떨어졌다. 특히 A형과 O형 혈액은 하루치가 되지 않아, 혈액 보유 5단계 중 위급한 상태인 ‘심각’과 ‘경계’ 단계에 머물렀다. 이렇게 혈액 보유량이 바닥에 근접한 것은 헌혈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줄줄이 있었기 때문. 올 초부터 한파와 폭설이 이어졌고 봄에는 구제역이 퍼지면서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여름에는 집중호우와 수해가 발생해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들었다. 광화문 헌혈의집 김보애 간호사는 “단체헌혈의 상당 부분을 군부대에서 진행하는데, 부대 출입이 자유롭지 않고 군인들이 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바람에 혈액 확보가 수월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혈액관리본부는 헌혈 경험이 있는 A형과 O형 혈액 보유자 90만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공공기관, 군부대, 학교 등에도 헌혈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18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겨울을 맞아 비상등이 켜진 혈액 수급 현황을 짚고 연평도발 1주년 특집, 류머티즘 치료제의 바이오 복제 성공, 53세로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윤명수씨 사연을 전한다. 또 황성기 영상에디터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기부에 담긴 뜻을 곡해하는 이들을 질타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시한부 선고받고 재산 다 쓴 여성 ‘암 극복’

    자궁암 말기판정을 받고 인생의 뜻 깊은 마무리를 하려던 영국 여성이 뜻밖으로 암을 극복하는 기적을 이뤄내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워릭셔 주에 사는 간호사 수 피커드(47)는 지난해 2월 건강검진을 하는 도중 발견된 자궁의 악성종양이 이미 다른 기관에 전이돼 길어야 18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피커드는 곧바로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집을 담보로 2만 파운드(한화 3500만원)을 대출받아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단 그녀는 멋진 텔레비전과 고급 소파를 사들였다. 그리고 남편 토니(54)와 함께 매일 밤 외식을 했으며,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셨다. 해외여행의 꿈도 이뤘다. 이런 생활 때문에 살이 25kg이상 급격히 불었지만 피커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가족의 동의를 받고 그동안 참아왔던 일을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장례식에서 틀 음악까지도 골랐다.”고 설명했다. 1년 뒤 피커드에게 기적이 벌어졌다. 악성 종양이 더 퍼져있기는커녕 줄어들어있던 것.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암세포는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이유가 사라졌다. 이 모습을 지켜본 그녀의 가족과 의료진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놀라워했다. 새삶을 얻게 된 피커드는 다시 다이어트에 돌입해 건강을 되찾기로 했다. 그녀는 “암을 극복했기 때문에 다이어트 정도는 기쁘게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깔깔깔]

    ●난센스 퀴즈 ▶산소의 반대말은? 죽은 소. ▶이산화탄소의 반대말은? 저 산화탄소. ▶원숭이가 화장실을 다녀오면? 일본 원숭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비빔밥은? 산채 비빔밥. ●남편의 후회 소파에 앉아 깊은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남편을 보고 아내가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그러자 남편은 괴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가 연애할 때 당신 아버지가 내게 만약 결혼하지 않으면, 강간죄로 고소해서 20년 옥살이시키겠다고 하신 말씀 기억나지?” “그랬죠. 그게 왜요?” 그러자 남편이 한숨을 길게 쉬며 하는 말, “내가 잘못 생각했어. 그냥 감옥에 갔더라면 오늘 출감하는 날인데….”
  • 탄소경영 리더스 클럽 웅진코웨이 첫 선정

    웅진코웨이는 26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가 선정하는 ‘탄소경영 글로벌 리더스 클럽’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온실가스 저감 등 기후변화에 맞춘 친환경 경영을 훌륭히 수행한 기업들을 선발하는 것으로, 웅진코웨이는 올해 처음 리더스 클럽에 포함됐다. 이번 평가는 코스피 시가총액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체계와 전략, 온실가스 정보공개 수준 등을 조사해 이뤄졌다. 웅진 측은 지난해 협력사와의 탄소파트너십을 구축해 1000t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점과 친환경 설계 및 친환경 제품개발, 국내 최초 탄소경영보고서 발간 등의 노력을 인정받아 우수 기업으로 뽑혔다고 설명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탐욕스런 보험사

    탐욕스런 보험사

    금융업계 가운데 올해 보험업권이 금융감독원의 검사에 가장 많이 적발돼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 부당 지원부터 불완전판매, 보험료율 공시 위반, 차명 계좌 등 이유도 다양하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소비자의 민원 역시 다른 금융업권보다 월등히 많았다. 민원인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관행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업권에 외환 위기 이후 세금으로 조성해 투입한 공적자금은 무려 21조원에 이른다. 18일 금감원 제재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검사 제재 건수는 보험업권이 40건으로 저축은행(30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은행과 증권사가 각각 17건이었고, 자산운용사(6건), 카드 및 캐피털(5건) 순이었다. 이날 동양생명은 741건의 자궁소파술(자궁 내막을 긁어내는 수술)에 대해 보험금을 총 2억 2000만원이나 적게 지급하고 과도한 외화유가증권투자로 1300만 달러(약 149억원)의 추가 손실을 낸 데 대해 대표이사를 포함해 10명이 견책 및 주의를 받았다. 흥국생명·흥국화재는 골프회원권 매입을 통해 대주주에게 220억원의 신용공여를 하는가 하면 대주주의 차명 보험계좌를 운영해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특히 흥국화재는 보험대리점에 1년 4개월간 124억원의 대리점수수료를 지급한 후 일부를 돌려받아 회식비 및 계약직 직원의 급여로 사용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ING생명은 손실이 가능한 변액보험을 판매하면서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를 한 사실이, 미래에셋생명·KDB생명·하나HSBC생명 등은 보험상품의 상품요약서, 금리, 보험료 등을 공시하지 않은 것이 적발됐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인의 분쟁조정 신청에서도 보험업권(1만 9688건)이 가장 많았고, 은행·비은행(1만 5349건), 증권·자산운용(2161건) 순이었다. 그나마 금감원 수준에서 민원이 원만하게 조정되는 경우는 다행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금감원의 조정 권한은 없어진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분쟁조정 신청 중 소송으로 비화된 경우는 378건이었고 이 중 개인이 소송을 낸 것은 32건에 불과했다. 90% 이상이 손보사가 고객을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율을 담합해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공정위는 최근 12개 생명보험사에 대해 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 개인보험상품의 이자율을 담합했다면서 360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7년에는 10개 보험사가, 2008년에는 24개 보험사가 담합으로 각각 500억원, 26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고임금도 도마에 올랐다. 13개 보험사의 등기이사 평균연봉(2010년 기준)은 9억 3608만원이었다. 메리츠화재가 31억 4600만원으로 가장 많고, LIG손해보험(16억 3289만원), 삼성생명(14억 5700만원), 현대해상(10억 9900만원), 코리안리(10억 3200만원) 등도 10억원을 넘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지난 1992년 9월 어느 날, 미국 버지니아주 헨리카운티 경찰에 전화가 걸려 왔다. 마을 외곽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에서 끔찍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로니 민터 형사는 버려진 소파 아래서 침대 시트로 온몸이 싸여 있는 버지니아 비치의 선원 출신 제리 맥랜던(당시 35)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약에 취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맥랜던이 사망한 뒤 계좌에서 돈을 빼낸 룸메이트 데이비드 데사조와 그의 약혼녀를 의심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사건 발생 6년 뒤 법곤충학 전문가인 테네시대학 인류학 연구소(별칭 보디 팜·Body Farm)의 윌리엄 베스 박사가 나섰다. 박사는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을 뒤덮고 있던 구더기와 파리 등 곤충에 주목했다. 베스 박사는 맥랜던이 실종됐던 9월의 날씨를 분석해 시신이 부패하는 속도와 곤충 번식속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맥랜던의 사망일자는 9월 21일 또는 22일로 추정됐다. 경찰은 22일 당일 맥랜던의 방에서 싸웠던 데사조와 약혼녀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법원은 데사조에게 1급 살인, 약혼녀에게 2급 살인형을 선고했다. 맥랜던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 실마리는 시신에 있던 구더기들이었다. 시신 주변에서 기생하는 곤충이 사망시간과 당시 상황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 과학수사 선진국에서는 법곤충학 전문가가 현장 감식요원으로 출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법곤충학을 현장 감식에 활용할 전문가는커녕 법곤충학을 과학수사기법으로 사용한 데이터베이스(DB)도 전무하다. 갈수록 지능화·다각화되는 범죄로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국내 과학수사 수준은 법곤충학과 같은 생소한 분야는 물론 기본적인 현장보존과 발굴 등 증거분석에 있어서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법의학자가 직접 사건 현장에 나가지 못하거나 현장 보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눈앞에 있는 증거조차 놓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지난 1월 발생했던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사건에서는 최초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피해자의 혈흔 등 중요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피의자 백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은 사건현장의 증거들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백씨가 경찰관의 동행 없이 사건현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치하기도 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증거를 찾아낸 뒤에야 백씨에 대한 구속이 이뤄졌다. 과학수사는 전문인력과 첨단 장비의 결합물이다. 문제는 아직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과학수사는 1955년 세워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인력과 교육 시스템 등 미흡한 점이 적잖다.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에 흩어져 있는 사건 자료의 관리부실, 전담 인력 부족, 체계적인 조사 시스템 미비 탓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과학수사요원 인력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근무하는 32명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방청과 250여개 일선경찰서에서 뛰는 과학수사요원들은 1100여명으로 한 경찰서에 평균 3~5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학수사요원은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뿐만 아니라 현장감식이 필요한 모든 사건에 출동하기 때문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계장은 “현장 감식을 하다 보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붓을 들고 지문을 찾는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그나마 낮에는 2~3인 1조로 움직이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야간에 발생한 사건 현장에는 과학수사요원 1명만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증거와 시신의 상태가 중요한 증거가 되는 변사사건의 경우에도 일반 의료기관 의사 등이 현장에서 시신을 살펴보고 2~3일이 지나서야 국과수에서 부검을 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경찰청은 올해 안으로 법의학자를 변사현장에 배치하는 ‘현장검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인력 부족 문제로 도입이 힘든 상황이다. 현재 국과수에는 법의학자가 23명밖에 없어 밀려드는 시신을 부검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경찰 소속 검시관도 56명에 불과하다. 인력 못지않게 과학수사요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시스템도 낙후돼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수사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는 과학수사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수한 요원만이 증거물을 다룰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과학수사 분야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현장사진전문가, 지문분석전문가, 총기분석가, 문서분석가 등을 따로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과학수사요원을 뽑는 별도의 전형이 없이 일선 경찰서의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선발하고 있다. 뽑힌 과학수사요원들은 4주간의 기본 과정과 현장감식, 화재감식, 현장촬영기법 등에 대한 1~2주간의 전문교육을 추가로 받을 뿐이다. 경찰청에서는 외부전문가와 내부 과학수사요원들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자체적인 전문교육 과정을 실시할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예산문제로 쉽지 않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총 1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만들 계획이며 현재까지 6개가 구성됐다.”면서 “예산의 한계 때문에 추가 구성문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과 예산, 전문교육 등의 부족으로 국내 과학수사는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장 시신 발굴과 미세증거물 분석, 혈흔형태 분석, 일부 DB 분야가 많이 뒤떨어져 있다. 미국의 경우 시신이 묻혀 있는 현장이 발견되면 발굴 전문가가 출동해 시신과 증거물을 발굴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간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체계적인 발굴이 힘들다. 또 선진국에서 1900년대 초에 시작된 미세증거물과 혈흔형태 분석도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에야 도입됐다. DB분야에서는 지문DB 이외에 많은 선진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페인트 자국이나 카펫 섬유 등에 대한 DB도 턱없이 적다. 서중석 국과수 법의학 부장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다른 나라보다 출발점이 늦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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