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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 처음 보는 수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 처음 보는 수

    제2보(12∼26) 백12의 붙임은 최근 (참고도1) 백1과 같이 날일자로 두는 수가 유행이다. 이 수는 몇년 전에도 두어졌고, 그때 흑은 이 수에 대한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어서 고전했다. 그런데 흑2로 치받고 4로 한칸 뛰는 수가 새롭게 개발됐다. 다음 백5의 치중이 날카로운데 흑2,4가 준비한 수순은 흑6으로 잇고 8로 치받아서 이하 12까지 실리를 챙기는 것이다. 그러면 백은 13으로 상변을 전개해서 실리와 세력의 갈림으로 정석이 마무리된다. 정석이므로 이 진행이 백의 불만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배석으로 보면 흑이 기분 좋은 것이 사실이다. 좌변 흑돌의 간격이 이상적인 반면 상변은 흑이 다가서면 백의 세력이 많이 삭감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소진 3단은 백12로 붙이고 14로 치중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홍기표 2단이 수순을 비틀고 나왔다. 흑17은 처음 보는 수, 이른바 신수이다. 보통은 (참고도2) 흑1로 위쪽을 젖힌다. 백2로 끊을 때 흑3으로 백 두점을 잡으면 백4로 맞끊는다. 이하 18까지의 진행이 정석이다. 만약 흑이 이 진행이 싫다면 흑3으로는 A에 두면 된다. 그러면 백4로 맞끊는 수에 대해 좀더 강력하게 싸울 수도 있다. 실전 흑17은 상변은 약하더라도 좌변에서 좀더 강력하게 싸우겠다는 뜻, 초반부터 전운이 감돈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4국)] 2006년의 스타 온소진 3단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4국)] 2006년의 스타 온소진 3단

    제1보(1∼13) 온소진 3단과 홍기표 2단은 재작년 16기 비씨카드배에도 참가해서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모두 1회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탈락하고 말았다. 당시 두 기사는 모두 무명의 기사였기 때문에 그것이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뒤로 1년이 흘렀다. 어린 기사들에게 1년은 충분한 시간이다. 온소진 3단은 2006년이 아마 생애 최고의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바둑리그에서 한게임팀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그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고마워했는데, 그 고마움을 성적으로 갚았다.1지명자와 세번 만나서 모두 이기는 기염을 토하며(조훈현 9단에 2승, 최철한 9단에 1승) 한게임팀의 복덩이로 불리게 됐다. 그 결과 그는 1월3일에 있었던 한국바둑리그 시상식에서 5지명자의 베스트선수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한국바둑리그에서 탄력을 받은 온 3단은 GS칼텍스배에서 이창호 9단을 물리치는 등 좋은 성적으로 본선리그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좋은 성적으로 랭킹이 수직상승해서 2007년 1월1일 랭킹은 14위, 또 2006년 통합랭킹은 12위로 톱기사 대열에 합류하기 직전이다. 반면 홍기표 2단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작년 그 상태 그대로이다. 그러나 소문으로는 홍 2단도 무섭게 달라졌다고 한다. 프로기사들끼리 연습으로 두는 자체리그전에서 발군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강하다고 소문이 나면 대체로 1년 안에 큰 일을 내곤 한다. 어쩌면 2007년은 홍기표 2단의 해가 될지도 모른다. 백2의 화점에 대뜸 흑3으로 하나 걸쳐 놓고 흑5로 둔 것은 백이 우하귀에 두면 흑가로 둬서 좌변에 미니 중국식 포진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온3단은 백6으로 걸쳐서 주문을 거슬렀다. 흑7의 협공에서 11까지는 최신 정석 가운데에서도 최신 정석이다. 이 형태가 처음 등장한 것이 벌써 10년 정도 흘렀지만 최근 새로운 형태가 발견되면서 다시 각광 받고 있다. 그 최신 정석은 백12가 나에 뒀을 때 등장하는데 이번에도 온 3단이 약간 수순을 비틀었다. 온 3단이 처음부터 상대의 주문을 조금씩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 Kixx,한게임 누르고 2006바둑리그 우승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 Kixx,한게임 누르고 2006바둑리그 우승

    총보 (1∼240) 12월 17일 벌어진 한국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Kixx가 한게임을 누르고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최철한, 박정상, 홍민표, 이재웅, 최원용으로 이어진 Kixx의 선수라인은 구멍이 없는 탄탄한 전력이기 때문에 선수 선발 때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을 받아왔다. 게다가 팀선수 전원이 84,85년생으로 모두 친구들이기 때문에 팀워크도 잘 맞은 것이 우승의 비결로 보인다. 반면 한게임의 선수는 이영구, 원성진, 김성룡, 김영삼, 온소진이다.4천왕급의 강자도 없고, 어딘지 구멍도 숭숭 뚫린 듯한 선수구성이다. 그래서 선수선발식이 끝났을 때 잘해야 5∼6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영구, 원성진의 원투펀치가 8개 팀 중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떨쳤고, 전반기에서는 온소진 선수가 대활약을 해서 한동안 1위를 독주했었다. 후반기에 힘이 떨어지면서 정규리그에서는 3위에 그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힘을 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김성룡 선수가 이세돌 선수를, 플레이오프에서는 김영삼 선수가 유창혁 선수를 잡는 대수훈을 세운 끝에 계속해서 3:2의 역전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많은 바둑관계자들은 준우승도 좋은 성적이라며 축하와 위로를 건넸다. 한게임 선수들은 “우리 팀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이 분위기를 끝까지 살리지 못하고 준우승한 것이 너무 아쉽다. 약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선수구성으로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바둑리그는 매년 선수선발을 새로 한다. 같은 선수끼리 내년에도 같이 뛸 확률은 거의 없다. 한국바둑리그가 진정한 단체전으로 새롭게 태어나려면 이 숙제를 반드시 풀어야 할 것이다. 입단 1년차 새내기 기사들끼리의 대결에서 전영규 초단이 배준희 초단을 제압하며 1회전을 통과했다. 바둑내용은 신예기사들답게 시종일관 패기 넘치는 대접전이었다. 배준희 초단으로서는 중반의 우위를 지키지 못한 것과 종반의 마지막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 한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바둑인생은 길다. 이 한판이 성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95=187,198=192,203=187,206=192,209=187,212=192,217=187, 220=192,223=187,226=192,229=187,232=192,233=106,234=187) 240수 끝, 백 불계승 (제한시간 각 10분, 초읽기 40초 3회, 덤 6집반) 유승엽 withbdk@naver.com
  • 조선업 ‘잔치 끝?’

    조선업 ‘잔치 끝?’

    조선업 경기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내·외 분석기관들은 선가(船價) 하락 가능성을 들어 업황 하강을 경고한다. 그러나 일선 조선소 현장에서는 수주가 넘쳐나는데 배값을 깎아가며 출혈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맞선다. 이 때문에 조선업체 주가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환율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는 자동차 업종을 대신해, 조선업은 내년 우리 경기를 떠받칠 버팀목이어서 향배가 주목된다. ●분석기관들,“주요 지표 약세 돌아섰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해운 시황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매주 발표하는 ‘선가 지수’(모든 선박의 가격을 평균 내 산정)는 지난 주말 168이었다. 전주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올 6월부터 꾸준히 상승하다가 하락세로 반전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증가율도 이달 들어 평균 3.7%로 10월(5.6%),11월(5.0%)에 이어 계속 하락세다. 굿모닝신한증권 장근호 연구위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선가지수 등 주요 지표들이 약세로 전환했다.”며 “전반적인 시황이 약세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선박 발주자들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해 발주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하강론에 맨처음 불을 댕긴 곳은 영국 로이드사다. 지난달 초 런던 국제회의서 “선박 공급 증가로 앞으로 선박 건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초 모건 스탠리는 “조선 경기 사이클이 최고점에 임박했다.”면서 “신규 선박 주문이 내년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거들었다. ●일선기업들,“현장 분위기 모르는 소리”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분석기관들이)현장의 분위기를 많이 간과한 것 같다.”면서 “예컨대 국제기준 변경에 따른 선박 대체수요만 해도 풍부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은 올 4월 이중 선체(후판을 겹으로 대는 것) 의무화에 이어 이달 8일 선박 도장(塗裝) 두께를 강화한 신규 규약을 발효시켰다. 이 기준에 맞춰야 하는 신규 선박들이 꾸준히 쏟아져 나와 최소한 몇년간은 조선경기 호황이 지속되리라는 게 강 회장의 진단이다. 조선공업협회 한종협 상무는 “올해 선주들이 투기에 가까울 정도로 앞다퉈 발주를 냈기 때문에 수주 물량 자체는 내년에 다소 감소할 수 있지만 이것이 곧 선가 하락과 업황 둔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가 여전히 많고 국내 업체들이 이 부문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어 시황은 견고하다는 주장이다. 한 상무는 “국내 조선소들이 앞으로 4년치 물량을 확보한 상황에서 누가 가격을 깎아가며 출혈 수주경쟁을 벌이겠느냐.”며 “몇년 전 저가 수주했던 선박 물량들조차 내년 1분기면 거의 소진돼 오히려 채산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국내 조선소들의 올해 신규수주 물량은 2000만t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수주잔량도 올 9월말 현재 4290만t이나 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청소년 휴대전화 과다요금 걱정 ‘뚝’

    청소년의 과도한 이동전화 요금 부과 사례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청소년의 과도한 통화요금은 자살 등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정보통신부는 13일 청소년 전용 가입계약서(그린계약서) 제도를 도입하고 상세 요금고지서를 발행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이동통신 3사와 협의, 내년 상반기에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우선 내년부터 성인용과 구분된 그린계약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그린계약서에는 과다요금 관련 안내 사항이 상세히 제공된다. 이통사들은 또 사용내역을 상세히 안내하는 요금고지서를 발행해야 한다. 예컨대 데이터정보료의 경우 지금은 2만원으로 포괄적 안내를 하지만 새 고지서엔 도로교통, 증권, 게임이용 정보료 등으로 상세히 적시한다. 정통부는 이와 함께 성인콘텐츠 유통방지 등을 규정한 ‘청소년보호 약관규정’을 이통사의 이용약관에 신설토록 했다. 한편 이통사는 청소년의 부가서비스 부당가입 여부를 본인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해피 콜(Happy Call)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 제도는 부가서비스 가입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인에게 가입 내역을 SMS로 통보해주는 방식이다. 현행 청소년요금제는 상한요금(1만 2500∼3만원)에 도달하면 음성·SMS 발신, 무선인터넷 접속 등을 차단하고 있으나 상한요금이 소진될 경우 부모의 동의없이도 요금을 재충전(1만 5000∼2만 5000원)받을 수 있어 청소년요금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중국인의 삶과 일상을 엿본다

    우리와 문화가 가장 비슷하다는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화와 무역의 커다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있다. MBC는 11일부터 15일까지 매일 낮 12시40분에 다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중국을 소개한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진솔하게 중국인들의 삶과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중국 TV프로그램 주간’을 만들었다. 11일 ‘북방에서’는 상해에서 호텔 주방장을 하던 소진이 마약중독으로 세번이나 중독자 감호소를 다녀온 뒤 마약을 끊기 위한 노력과 마약을 여전히 끊지 못한 그의 형을 통해 마약의 폐해를 담담하게 그렸다. 12일 ‘절집 아이들’은 중국의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버려진 여자 아이들을 돌보는 비구니 명수 스님의 헌신과 사랑을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13일 방송되는 ‘후방으로’는 1937년 7월 중일전쟁이 터지자 피란간 상해 시민들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공장기계와 도면을 들고 철수한 사업가, 부인과 함께 중경으로 가 전시 연합대학에 간 교수, 자신이 설계해서 완공한 항주 전당강의 다리를 폭파해야 했던 엔지니어 등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4일은 ‘왕씨 할머니’편으로 시골에서 살아가는 할머니의 평범한 삶을 소개한다. 장수성 서주 근처 가난한 시골 팔양촌에 사는 왕계영 할머니는 얼핏 보기엔 보통 할머니 같지만 중국 전통공예인 ‘종이 오리기’의 달인이다. 몸져 누운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며 농사를 짓고 남은 시간에는 전지 공예품을 만들어 판다.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중국 보통사람의 삶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15일 방송되는 ‘교도소 사람들’은 한번의 실수로 감옥에 들어왔지만 예술단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찾는 남녀 죄수들의 이야기를 다뤘다.1901년에 건립된 상해시 제남교 교도소엔 장기수들로 구성된 예술단이 있다. 최소 5년 이상의 남녀 장기수로 구성된 신안예술단은 관현악은 물론 무용극을 소화할 정도로 실력이 우수하다.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그들의 눈물나는 삶의 현장을 찾는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염주영 칼럼] 허무주의 유령

    [염주영 칼럼] 허무주의 유령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었다.1970년대의 대학가에서 즐겨 불렸다. 군사독재의 암울한 시대에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젖어 이리저리 어울려 다니며 불렀던 노래다. 노랫말 대로 본업인 학업은 뒷전이었다. 허무주의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런 허무주의가 지금 우리 사회 도처에서 느껴진다. 맞벌이 7년째인 어느 부부는 “저축하나 마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신혼초의 약속대로 부부는 함께 직장에 나가며 출산도 미룬 채 알뜰살뜰 저축했다. 하지만 집값은 저축한 돈의 다섯배가 올라 내집 마련 꿈을 접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맞벌이 안하고 집보러 다닐 걸. 저축하지 말고 빚내서 아파트나 사둘 걸. 수년째 취업을 못하고 있는 어느 청년 실업자는 “취업하나 마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지방에서 올라와 남들이 선망하는 번듯한 대학을 나왔다. 지금까지 100여장의 이력서를 써 냈지만 모두 실패했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이곳 저곳 알바로 전전하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입으로 매달 방세와 식대, 교통비를 제하면 간신히 똔똔이다. 취업도 제대로 못할 걸 비싼 등록금 내며 대학은 왜 다녔는지.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만 믿고 한푼 두푼 모았던 사람들은 집장만을 포기하고, 겁 없이 뭉텅이 은행빚 내 아파트 산 사람들이 떵떵거리는 요즘 열심히 저금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살 맛이 안난다. 허무주의의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들에게 더 열심히 살아 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이내믹 코리아의 자신감과 활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제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지친 모습으로 남아 있다. 한국은행은 한술 더 떴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나 마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지난 주 ‘3·4분기 국민소득’을 집계해 보니 경제성장률(GDP증가율)은 4%를 넘었으나 국민총소득(GNI)증가율은 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경제가 성장했는데 소득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득 없는 성장은 왜 하는 것인지.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왜 안 늘어나는지. 서민들의 삶은 왜 갈수록 고달프기만 한지. 기업들은 “투자하나 마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심각한 투자기피증을 앓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과 모험의식이 사라졌다. 기업 하려는 의욕을 잃었다. 그 결과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이자놀이만 하고 있다. 정상적인 경제에서는 기업은 투자의 주체이며, 가계는 저축의 주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다. 기업이 저축하고 가계는 그 돈을 빌려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고 있다. 가계는 눈이 뒤집혀 절제력을 잃고 있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계의 소비여력이 고갈되고, 경제활력은 소진되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06 사회통계조사’에는 의욕상실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국민의 절반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없다고 믿고 있다.10명 중에 1명은 자살충동을 느낀다. 청소년의 거의 절반은 창조와 도전정신이 필요한 직종보다는 안전하게 정년을 마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대로는 미래가 어둡다. 우리들의 처진 어깨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새로운 비전은 없는가.2006년 말 사회 저변에 허무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환율 장중 930원 붕괴 ‘비상’

    환율이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의 강세가 계속돼 일본 수출기업 및 국내 관광업이 타격을 받더니 원·달러 환율마저 동반 추락하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말보다 4원이나 떨어진 928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오전 한 때 927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저가인식에 따른 매수세 유입으로 930원대를 회복,930.6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 저점은 1997년 10월23일 종가 921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모든 수출업체에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최악의 경우 900선 붕괴까지 염두에 둔 대기업과는 달리 환율 하락에 무방비 상태인 중소기업들이 큰 위기를 겪을 전망이다. 문제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는 최근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3.1%로 0.5%포인트 낮췄다. 국내에서는 달러화 매도세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수출업체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387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95억달러 많다. 또 은행들이 선물환 매입과 대출용 재원 마련에 나서며, 금융기관을 통한 해외자금 순유입 규모는 올들어 10월까지 41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 급증했다. 그러나 마냥 급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에 형성된 달러화 강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정부의 시장개입 및 은행권에 대한 외화대출 감독 강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가 하락 압력을 완화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27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환율 하락 등으로 일시적 경영난을 겪는 수출중소기업에 대해 정책자금 상환 기간을 최대 1년 6개월까지 유예해 주기로 했다.또 당초 연말까지 지원키로 했던 3000억원 규모의 수출중소기업 특별자금대출(기업은행)의 지원 기간을 자금이 소진될 때까지로 연장하고, 지원대상도 현재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 50% 이상 기업에서 20% 이상 기업으로 확대했다.이창구 이영표기자 window2@seoul.co.kr
  • 지리산 반달가슴곰 생포용 트랩에 걸려 죽어

    지리산에 방사돼 있는 반달가슴곰 14마리 중 1마리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전파발신기 교체를 위해 설치한 생포용 트랩에 걸려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4일 “2005년 10월 지리산에 방사한 연해주 반달곰 ‘울카’(만 2살·암컷)가 7일 오후 5시40분쯤 공단에서 설치해 놓은 트랩에 앞 발목 관절부위가 걸려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단측은 11월1일 울카에 부착한 귀발신기(전파발신기) 배터리가 소진돼 배터리 교체작업을 위해 생포용 트랩을 울카가 자주 다니던 길목에 설치했고 울카가 트랩에 잡혔으나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약 1년 주기로 마취총을 이용해 반달곰을 생포, 귀발신기를 교체해왔으나 울카의 경우 배터리가 소진돼 소재 확인이 안 되자 생포용 트랩을 설치했다. 공단 관계자는 “반달곰이 생포용 트랩에 걸리면 발신음이 울려 포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나 발신기 시스템의 문제로 발신음이 울리지 않아 반달곰 포획 사실을 늦게 확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검은 황금’ 아프리카 잡아라

    ‘검은 황금’ 아프리카 잡아라

    ‘지구촌의 마지막 성장 동력’ 아프리카 대륙을 둘러싼 외교 각축전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차 한·아프리카 포럼. 외교통상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아프리카 5개국 정상과 20개국 27명의 각료를 불러들인 이 포럼은 한국 외교사상 최대 규모의 아프리카 관련 행사다. 미국과 유럽이 수십년간, 중국·일본이 수년전부터 유대의 지평을 넓혀온 아프리카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의미도 있지만, 냉전시기 북한과 치열하게 ‘한 표’를 얻기 위해 경쟁해온 ‘비동맹 그늘 외교’를 벗어 던지는 외교사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이날 참석자들은 미래지향적 실질협력을 지향하는 ‘한·아프리카 서울 선언’을 발표했다. 한·아프리카 포럼은 지난 4·5일 베이징에서 치러진 중국·아프리카 포럼의 규모와 비교가 되면서 우리 외교역량의 현주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00년부터 중국은 ‘제국주의 시도’란 견제를 받으면서 에너지원 확보와 시장개척을 위해 아프리카에 엄청난 물적·인적 투자를 해왔다. 당시 포럼에는 아프리카 53개국 중 48개 나라 정상들이 참석했다. 모두 3000여명이 아프리카에서 날아왔다. 중국측은 100억달러란 어마어마한 부채탕감안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우리는 5개국가의 정상만 초청했다. 한정된 빠듯한 외교행사 비용에 규모 와 시기를 맞춘 탓이다. 정상들의 참석을 편하게 하려는 실용적 측면도 있지만 항공료 절감도 감안한 애로요인이 숨어 있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주변 강대국 외교에 외교력의 대부분이 소진되고 있는 우리 외교의 단면이다. 일본의 진출역사는 깊다.1993년부터 아프리카 개발회의라는 회의체와 막대한 공적개발자금(ODA)을 통해 밑바닥부터 착실히 다져오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원유(세계생산량의 10%) 등 자원의 보고이기 때문. 끊이지 않는 내전과 극심한 빈곤·질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유가상승과 선진국의 부채탕감 등으로 근래 6%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은 출발이 늦었다.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을 찾아 향후 3년간 ODA를 3배로 확대하겠다고 공표, 아프리카 외교의 시동을 걸었지만,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의 순방이었다.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의 마지막 행사로 직접 이 행사를 꼼꼼히 챙긴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반 장관은 지난 8∼9개월 동안 아프리카를 8차례나 방문하며 공을 들였다. 그는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보다 늦었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이 간절히 원하는 성장의 진정한 모델이라는 강점이 있어 활용할 수 있다.”며 직원들을 독려해 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北 6자회담 복귀] 맥빠진 일본 힘받은 중국

    [北 6자회담 복귀] 맥빠진 일본 힘받은 중국

    |베이징 이지운특파원|‘6자 테이블’이 1년여 만에 다시 차려졌으나 그간 손님들의 처지와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우선 호스트 격인 중국은 자신감이 넘쳐보인다.2차 핵실험을 막아내는 성과를 보여줬다. 한때 중국 내부에서조차 ‘사망 진단’이 거론된 6자회담 테이블을 다시 차려낸 공로가 크다. 이 때문에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입김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늘 의심의 눈초리만 보내던 미국으로부터 인정도 받고 사이도 한층 좋아졌다.“이번 합의가 중국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한 AP통신 등 외신들의 반응도 반갑다. 물론 상처도 있다. 미사일 발사에 이어진 핵실험으로 북한에 연달아 뒤통수를 맞으며 자존심에 큰 상흔을 남겼다. 미국은 일단 상황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이 손실이다. 북핵 실험을 막지 못했다. 핵 비확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정치적 부담이 뼈아프다. 대신 대북 유엔 제재결의안이 손에 남았다. 언제든 ‘조커’로 만지작거릴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어쨌거나 ‘핵 실험’을 챙겼다. 경색 국면을 흔들며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핵실험이라는 ‘최종 카드’까지 소진했다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목에 둘린 사슬이 더 옥죄오는 상황을 자초했다.‘큰형’ 중국을 궁지에 몰면서 나빠진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그럼에도 6자회담 복귀와 함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계좌를 풀 단초도 마련, 실리와 명분 모두를 챙길 여지가 넓어졌다. 북핵 실험 국면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일본은 갑작스러운 국면 전환으로 맥이 빠지게 됐다. 북핵 실험의 최대 피해국의 하나이면서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유엔 안보리에 재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려다 중국의 외교전에 막혀 ‘결의 1695호’로 주저앉는 수모를 겪었다.“핵 개발 완전 포기 때까지 계속 제재는 유효하다.”는 말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종 팔짱만 낀 ‘관찰자’의 위치 언저리에서 손익을 셈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북한이 일을 내기 전에 중국보다 러시아에 먼저 통보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은 제재와 대화 사이를 오가다 ‘주체적’ 위치를 찾지 못한 측면이 크다. 역할이 제한적임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라는 결과를 낳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jj@seoul.co.kr
  • 신도시 역효과

    신도시 역효과

    집값이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에 두 개 신도시를 추가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집값 불안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검단 신도시 후보지 주변은 때아닌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인천 지역 미분양 단지는 일거에 해소됐다. 멀리 인천 소래 논현지구의 2000여가구 대규모 분양도 첫날 1순위에서 전 평형 마감되는 대박이 났다. 부동산 시장이 북핵 소식 이후 소강상태에 빠지는 듯싶더니 정부의 설익은 신도시 발언으로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신도시 예정지 주변 투기장으로 변모 인천 검단 지구 원당동 2차 금호어울림아파트 32평형은 2억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랐다. 매물도 사라졌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추가 신도시 조성 발표 하루 만에 팔자 물건이 자취를 감췄다.”면서 “호가를 떠보기 위해 32평형을 3억 3000만원까지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마전동에서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모조리 거둬들였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기 위해 밤샘 줄서기도 이어졌다. 인천 서구 왕길동 동남디아망 아파트와 불로동 신명스카이뷰 아파트 미분양도 이날 모두 소진됐다. 대곡동 삼라마이다스는 지난 20일 청약 당시 1건도 접수되지 않다가 선착순 분양 소식을 듣고 전날 밤부터 200여명이 몰려들어 모델하우스 앞에서 밤을 새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신도시 효과는 인천 소래 논현지구에도 불었다. 한화건설이 이날 2920가구의 시범 분양을 실시한 꿈에그린 월드 에코메트로(총 1만 2192가구)는 모든 평형에서 1순위 마감됐다. 경쟁률이 최고 15대1(39평형), 평균 9대1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도 신도시 추가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강남구 잠실주공 5단지 34평형은 추석 전 10억 5000만원을 호가했으나 25일에는 12억 5000만∼12억 6000만원을 부른다. 개포주공5단지 13평형 호가도 지난주 7억 1000만원이었으나 신도시 발표와 무관하게 1000만∼2000만원 올랐다.15·17평형은 2000만원 상승했다. ●시기 잃은 정책 + 우왕좌왕 정부 탓 신도시 추가 발표 등 대책이 먹히지 않는 것은 정부대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기 적절한 종합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을 내놓는데 전전긍긍할 뿐이다. 안일하게 시장원리를 무시한 가수요 억제, 장기적인 공급 확대를 도외시한 채 정치권 눈치만 보다가 시장이 더욱 꼬였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급 확대를 반대하다가 발등에 불이 붙은 뒤에야 허겁지겁 신도시 추가 개발 대책을 꺼내든 것은 스스로 정책 실패를 자인한 꼴이다. 그나마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며칠 뒤면 확정될 신도시 계획을 투기 방지대책도 없이 사전에 누설한 것은 투기 바람에 선풍기를 달아준 격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종부세와 양도세 등 세금 중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던 탓이 크다.”면서 “세금 폭탄은 이미 집값에 반영이 끝난 상태여서 집값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27일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신도시 위치와 면적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중단될 듯

    ‘퍼주기 논란’을 무릅쓰고 지난 6년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2000년 6·15 선언 이후 대북 화해·협력 기조의 최대 시련기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부도 이 마당에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긴 어려운 문제”라면서 “과거처럼 인내하고 양보하고 북한이 어떤 것을 하든 수용하는 것은 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표정은 참담해 보였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핵정책 원칙을 ‘북핵 불용’,‘한국의 주도적 역할’,‘외교·평화적 해결’ 등 세 가지로 삼았다. 한반도 안보에서 한국이 제외돼선 안 된다는 논리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우리 정부의 간곡한 설득을 대부분 무시했다. 특히 정부가 외교력의 대부분을 소진하며 만들어낸 ‘포괄적 방안’, 즉 새로운 ‘대화동력’조차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야권에선 벌써부터 “정부는 대북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공식 선언하고 통일안보 라인의 책임자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북한으로부터 이용만 당한 뒤 뒤통수를 맞았다는 대정부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대북 지원액은 무려 3조 970억원. 결국 얻은 게 뭐냐는 1차적 국민적 반감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대북정책 남북관계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건 경고이자, 상황에 대한 예측”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이미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이 나왔을 때 지지를 표명했다.9일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나서 유엔차원의 조치를 촉구했다. 제재에 소극적으로 따라가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모양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엔 대북 교역 거래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극적인 해결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이상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의 전면 보류 또는 중단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시간적인 완급조절과 강도조절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북한의 입장에서 ‘달러 박스’ 구실을 한 두 사업에 대해 우리 정부의 논리가 먹혀들기 힘든 상황이고 정부도 이미 이를 받아들인 분위기다. 그러나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열정으로 시작한 금강산관광 사업,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이란 평가를 했던 개성공단 사업의 운명은 당분간 전면 중단되기보다는 ‘잠정 중단’ 또는 ‘보류’ 판정을 받을 것 같다. 정부는 1차로 이날 쌀과 시멘트 등 대북 수해지원 물자의 추가 출항을 일단 보류했다. 지난 7월5일 미사일 발사 이후 쌀 지원과 비료추가 제공을 중단한 데 이은 조치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금융상품 백화점] 외환은행,추석맞이 ‘큰기쁨예금’

    외환은행은 지난 2일부터 추석맞이 ‘큰기쁨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예금금리는 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5.0%까지 제공되고 가입금액은 1000만원 이상, 예금기간은 1년제인 상품이다. 이번 사은판매는 5000억원 한도로 개인 및 개인사업자, 비영리법인에 한해 판매된다. 다만 한도 소진시 조기에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 외환은행은 추석을 맞아 대여금고 무료이용, 정액 자기앞수표 발행수수료 면제, 카드고객 무이자할부 등 한가위 대고객 서비스도 실시한다.
  • ‘유엔총장 반기문’ 굳히기

    ‘유엔총장 반기문’ 굳히기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탄생의 ‘꿈’ 실현이 한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3차 예비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 대세 국면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내달 2일 실시될 4차 예비 투표에서는 거부권이 있는 상임이사국(파란색)과 비상임이사국(하얀색)의 투표용지를 구분한다. 여기서도 3차 투표의 기세가 지속되면 안보리는 15개 이사국 모두의 동의를 구해 곧바로 투표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선출된 후보는 안보리의 유엔 총회 권고와, 총회의 추인 절차를 거쳐 차기 총장으로 확정된다. ●늘어난 진심 담긴 표심 정부 당국자는 “3차 투표는 1·2차 투표 때 찬성·반대 몰표를 던진 성향에서 개별 후보에 대해 차별화된 투표를 했고 그 결과 반 장관이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후보들에 던진 표에서 전반적으로 찬성표가 줄고 반대표가 늘어나면서 판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 장관의 성적은 찬성 13표, 반대 1표, 기권 1표다.2차 때보다 기권표를 하나 더 얻긴 했으나,2위인 인도의 샤시 타루르 유엔 사무차장(찬성 8, 반대 3, 기권 4)과의 격차를 더 벌렸고,7명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사무총장이 되기 위한 9표 이상의 찬성표를 획득했다.2차 때는 3명이 9표 이상 득표를 했다. 샤시 후보의 경우 유엔 내부 인물이어서 유엔 개혁을 하기가 쉽지 않고, 인도가 핵보유 강대국이란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 1표는 누구일까… 완전 비공개로 진행된 세 차례 예비투표에서 반 장관에게는 계속 반대표 1표가 나왔다. 우리 정부가 이사국을 일일이 만나 의중을 떠보면, 모든 이사국들이 “반 장관을 지지했다.”고 답한다고 한다.1차 때는 비상임이사국 가운데 유럽국가로 파악하고 있으나,2·3차 때는 상임 이사국이 연달아 반대표를 찍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영국이라는 관측도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29일 우리 정부의 아프리카 원조 등에 대해 “한국인들이 반 장관을 위해 안보리 이사국들에 공격적인 지원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페루에 그랜드 피아노까지 사줬다.”고 보도했다. 다른 후보들의 네거티브 견제구가 터지는 분위기다. 워싱턴 포스트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이 신문은 “근거없는 것”이란 반 장관의 반론을 싣고,“그(반 장관)는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안보리이사국을 방문하려 노력했다.”고 균형 잡힌 보도를 했다. ●부시,“반, 적임자(the right man)’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 연임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그만큼 미국의 의중이 사무총장 선출에 결정적이다. 지난 1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반 장관에게 행운을 빈다고 하면서 “당신이 적임자”란 말을 했다고 한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 대사도 최근 “현 시점에서 출마를 생각 중인 사람은 시간을 소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첫 장편소설 ‘백치들’ 펴낸 김숨

    첫 장편소설 ‘백치들’ 펴낸 김숨

    중동 건설현장에서 6년을 일하고 돌아온 아버지는 할 일이 없었다. 프라이팬에 식빵을 구워 먹거나 양은대야 속 물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거나 옥상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마친 아버지는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월북한 큰할아버지 때문에 꿈이 좌절되자 사막으로 떠났다. 대낮에 할 일이 없기는 동네 아저씨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지방신문사 기자였던 소진 아저씨는 재개봉관에서 하루종일 영화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도배장이 만우 아저씨는 시도때도 없이 잠에 빠져들었고, 설암으로 아내를 잃은 도식 아저씨는 엄청난 식욕에 사로잡혔다.1980년대 대전시 한 귀퉁이에 모여살았던 이들은 백수였고, 백치였다. 김숨(32)의 첫 장편소설 ‘백치들’(랜덤하우스코리아)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무력하고, 안일하기까지 하다.“해방과 함께 태어나거나 해방 이후에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에 6·25전쟁과 4·19를 겪은” 이들은 “청년이 되어서는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사막의 건설현장으로 가거나, 군인이 되어 월남의 전쟁터로 가거나, 광부가 되어 서독으로 날아가야했다”(28쪽). 그러나 고도 압축성장 시대에 한순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밀려나면서 옥상에 올라가 술이나 마시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어릴 때 대전에서 살았는데 동네 어른들 대부분이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많았어요. 그때는 ‘왜 저렇게 살까’하고 경멸했는데 지나고 나서야 그들이 게으르거나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워낙에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기 때문이란 걸 알았죠.” 소설 속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아버지도 중동 근로자였다. 휴가차 서울에 올 때면 양탄자며, 소니 라디오며, 크레파스 같은 외제 물건들을 한보따리씩 풀어놓았다.“남들이 못 가진 걸 가지니까 좋았지요. 그런데 아버지가 귀국해서 직업 없이 힘들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것들이 허상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면서 아버지에 대한 거리감이랄까, 원망 같은 것들도 생겼고요.” 살아남으려는 의지와 욕망조차 상실해버린 아버지 세대를 원망과 경멸 대신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언젠가 소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작가는 “백수일 수밖에 없었던 그 분들이 나를 소설가로 키웠다.”고 말했다.“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던 백치들에게 소설에서나마 ‘빛나는 것’들을 하나씩 안겨주고 싶었다.”는 것. 아버지 세대를 대놓고 ‘백치들’이라고 부르는 건 작가 나름의 애정의 표시다.“어리숙하고 서툴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순하게 살아온 그들은 천사 같은 사람들”이라면서 “백치는 그들에게 보내는 찬사의 의미”라고 말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지난해 첫 소설집 ‘투견’을 낸 바 있는 작가는 “내 소설이 잔혹하고,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은 독자들과 소통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장에 다니며 틈틈이 글을 쓰는 그는 소설가 부부다. 남편 김도언도 최근 소설집 ‘악취미들’(문학동네)을 냈다.“소설 경향이나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서로 무관심한 편”이라는 작가는 “집필할 때도 그렇고, 발표된 작품도 안 읽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6자 마지막 설득 새달 亞순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26일 북한의 금융제재 철회 요구와 관련,“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북한의 불법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인 만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는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1년째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거론,“현 상황은 수용할 수 없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의 시한이 거의 소진돼 가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녀는 또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마지막 설득 노력이 필요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향후 6주동안 아시아 지역을 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 이견에 대해선 “한국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한국 입장은 명확하며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추가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남북 관계가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점을 감안, 추가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일본과 협의를 진행중”이라며 “다음달 아시아 지역을 방문,6주쯤 머물며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는 마지막 노력이 필요한지 여부를 살피고, 주변상황도 파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dawn@seoul.co.kr
  • 29일 ‘한국상고사의 쟁점’ 대토론회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유영렬)는 29일 ‘한국상고사의 쟁점’ 대토론회를 벌인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계기로 거세게 일고 있는 한국 상고사에 대한 관심을 수렴하기 위해 국사편찬위가 직접 나선 셈이다. 재야사학자로 유명한 서영수(단국대)·성삼제(교육부 공무원)·박병역(한국정신문화선양회 대표)·이중재(한국상고사학회장)·소진철(원광대) 등이 발제자로 나서 고조선·고구려·백제를 둘러싼 여러 쟁점을 살핀다.
  • 내 꿈은 그대를 꿈꾸게 하는 것

    내 꿈은 그대를 꿈꾸게 하는 것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에요. 우연한 기회에 교회에서 추수감사절 기념 연극을 하게 됐지요. 친구들 왈, 형이 연극을 하니 이 중 네가 제일 낫다, 한 번 앞장서 봐라, 하는 거예요. 그렇게 ‘돌아온 탕아’를 연출했지요. 그 때 그 교회의 분위기와 정서가 아직도 내게 남아 있어요. 생각해봐요, 전구에 마분지를 말아서 조명을 대신했던 그 소박한 풍경들을. 한젬마 어떤 아이였나요, 어렸을 때에는. 유인촌 숫기 없고 얌전하고 소풍가서 나서지도 않았고.... 평범했지요. 한젬마 그 아이가 자라서 이런 멋진 배우가 되었네요. 유인촌 무언가가 잠재되어 있었겠지요. 안으로 정열을 숨겨 놓는 ‘배우’가 그래서 내게 맞는 거 같아요. ‘배우’ 얘기가 나온 김에 잔소리 좀 합시다. 내가 95년 이후 방송 안 하고 연극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 이유가 이런 겁니다. 닫힌 화면 속과 열린 무대 위의 연기는 달라요. 앞사람은 표정으로 말하지만, 뒷사람은 온몸으로 제 속의 것을 토해내는 겁니다. TV는 현실의 자연스러움을 구하지만, 연극은 자연스러움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필요로 해요. 안으로 힘이 쌓여서 밖으로 우러나오는 또 다른 이미지를 요구하는 거지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요즘 등장하는 많은 연기자들은 그저 자기가 가진 재주를 소진해버리고는 온다 간다 말없이 사라져버리잖아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꾼다고 해도. 한젬마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응어리를 토해내시는 군요. (웃음) 대표님의 현재의 꿈도 알고 싶어요. 사람은 늙을 때까지 꿈을 꾸잖아요. 유인촌 내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언제부턴가 ‘돈키호테’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꾼다고 해도, 물리칠 수 없는 적과 싸워야 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참아야 해도....” 겉으로 읽어서는 이 구절을 찾을 수 없어요. 구석구석 숨어 있던 것을 내가 찾아낸 거지요. 그게 벌써 2, 30년 전의 일이고, 돈키호테가 나한테 준 이런 삶의 태도와 자세를, 현실에서 실행하기 어렵다면 무대에서라도 한번 이뤄보자 한 것이 내 평생의 숙제가 되었지요. 아, 참 현재의 꿈이 무엇이냐는 게 질문이었지. 그런데 말이에요. 꿈을 낮에 꿀 수는 없고 잠 든 밤에 꾸는 것 아닙니까. 또 꿈은 현재의 삶을 되비추는 것인데 현실이 어두울 때 내 의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솔직히 나는 조금 두려워요.... 한젬마 얘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흘러가네요. (웃음) 유인촌 잘 생각하면 다른 얘기가 아닐 겁니다. 꿈을 잡을 수 없는 불확실한 실체라고 할 때 우리 예술가들의 역할은 바로 이 부분,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배우가 뭐고 작가가 뭡니까. 무당 곧 영매(靈媒) 아닌가요? 결국 몸을 태워서 자신을 팔아서 중생을 살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 누가 예술가를 그렇게 보겠어요. 이건 이른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계층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말로는 예술이 사회를 정화시킨다 하지만,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예술을 너무 가볍게 봐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지요. 결국은 예술가들이 그들을 각성시켜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그 역할을 못하고 오락을 제공하는 광대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한젬마 문화의 최전방에서 몸으로 부딪쳐 일하시기 때문에 더욱 절절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유인촌 내가 돈키호테 구절을 여러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자, 이길 수 없는 대상과 싸워 이기자.... 이것, 바보 같은 짓이지요. 요즘 세태에 어울리지 않으니까. 질 게 뻔한데 누가 도망가지 않고 싸우겠어요. 간단히 정리해서, 괴롭고 마주 대하기 싫은 것들을 자꾸 얘기해서 일깨우는 게 우리 배우들의 꿈이라고 해둡시다. 한젬마 사람들을 꿈꾸게 만드는 게 나의 꿈이다, 멋진 말이네요. 그럼, 꿈꾸기 싫어하는 사람들과 싸웠을 때 그 결과는 어땠나요. 유인촌 피바다가 되지. (웃음) 그러거나 말거나, 성패에 관계없이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인간이 할 일이고, 인간은 또 그렇게 살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인생은 비극! 한젬마 어느 사이에 꿈을 정리해 주셨네요. 그래도 아직 대표님께서 지금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시진 않으셨어요. 유인촌 야, 참 질기다. 요즘에 누가 이런 얘기해요. 누가 꿈 얘기하면서 현실을 다그쳐요? 오히려 사람들은 내게 이런 얘길 합디다. 유별나게 굴지 말고 편하게 살라고. 뭐 대단한 일 한다고 방송 접고 극단 만들고 극장 짓느냐고. 사서 고생하고, 돈 들어가는 일이니까 틀리지 않은 말이지요. 물론 지금이라도 당장 사는 방식을 바꿀 수 있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요? 결핍되었기 때문이지요.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뭔가가 날 자꾸 긁는 거지요. 한젬마 그 결핍을 표현할 때 가장 가까운 단어는 무엇일까요.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일까요. 유인촌 그건 알아서 판단하세요. (웃음) §물리칠 수 없는 적과 싸워야 해도, 한젬마 이런 얘기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우리에게 제일 큰 적은 역시 내면에 존재해요. 누구나 다 약점이 있고 콤플렉스가 있을 텐데.... 유인촌 내 콤플렉스요? 재미없고, 개성 없고, 무미하고.... 자질이, 재료가 뛰어나지 못하다는 생각을 늘 해요. 하지만 그런 평범함 덕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겠지요. 너무 두드러지거나 개성이 강하면 쓰임새가 한정되니까. 문화재단 일만해도 그래요. 내가 대표직을 맡는다니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저 인간이 어떻게 규칙적인 일에 적응 할 수 있을까, 하고. 하긴 나도 조금 낯설기는 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젬마 그렇담, 가장 두렵고 힘든 일은 무엇인가요. 유인촌 우선 내부적으로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역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해야겠지요. “예술가는 말이야,” 난 이런 원론적이고 재미없는 표현을 자주 써요. 되게 보수적이죠. 나는 선배들한테 조건 없는 희생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나 역시 후배들한테 내리사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구닥다리 인생을 살아왔으니 사람들에게 “왜 예술가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는 거요?”라는 듣기 싫은 소리를 자꾸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또 마음에 맞는 동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거지요. 한젬마 외로우신 거군요. 유인촌 강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약해요. 고집 센 것 같지만 내 생각을 끝까지 강요하지도 않아요. 완성도를 요구하는 연극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그 외의 일에는 너무 약해요. 한젬마 외부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거창하게 말해서 사회의 공공 권력에 맞섰던 고민과 갈등은 없었나요. 유인촌 사실 나는 성향으로는 시민운동을 할 사람이죠. 소외되고 핍박 받는 사람 쪽에 마음이 가 있으니 이마에 띠 두르고 목소리 높이는 일이 딱 어울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내 나름의 방법을 연극에서 찾았습니다. 그 부당성을,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고발하는 데 연극만큼 적절한 도구도 없을 겁니다. 내가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는 게 ‘홀스또메르 말馬을 의인화해서 인간사의 모순을 풍자하는 내용의 작품’라는 톨스토이 원작의 연극입니다. 흥행도 안 되고 교훈적이기만 한 따분한 작품이라고, 사람들이 아무리 찧고 빻아도 난 그걸 합니다. 그 연극 본 사람들은 막이 내려오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 해요. 야, 이거 어떻게 살라는 거야, 내가 영 잘못 살고 있는 거야? 마음이 무거워서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극 중에서 ‘말’이 ‘인간’을 이렇게 평합니다. ... 인간은 늘 뭔가를 소유하려고 해. 하지만 인간은 자기 늘 자기 땅이라고 얘기하면서도 한 번도 밟아보지 않아. 인간은 늘 “넌 내 여자야!”라고 말하면서도 그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와 살아.... 말년의 톨스토이는 동양사상에 심취했답니다. 누릴 수 있는 부귀와 명예를 다 누린 사람인데, 어느 날 문득 자다가 뛰어나와서 기차 타고 모스크바 외곽 어딘가의 외양간에서 얼어 죽었답니다.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한젬마 아까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고통을 빼놓고 할 수 없잖아요. 가장 컸던 고통의 순간을 기억하실 수 있나요. 연극에서는 고통을 쉽게 얘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작은 고통이 엄청난 좌절과 상처를 주잖아요. 유인촌 어차피 내 삶이란 게 연극을 떠나서는 별 의미가 없으니 세상살이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은 논외로 합시다. 이걸 고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난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실 때 두 번 다 임종臨終을 못 했어요. 두 번 다 공연 중이었어요. 어머니 때는 그래도 공연을 마치고 장사라도 치를 수 있었는데, 아버지 때는 독일 본에서 공연 중이라 그조차 할 수 없었지요. 자유 극단이 유럽 현지에서 햄릿을 올렸는데, 막이 오르면 햄릿이 독살된 아버지의 유령과 만나는 첫 장면이 나옵니다. 햄릿이 계속 아버지를 부르고 쫓아다니는데, 그때 같이 출연했던 동료들이 내가 무대에서 아버지 유령을 좇는 모습을 보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지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참아야 해도, 한젬마 배우의 숙명처럼 들리네요.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제가 오늘 대화를 갖기 전에 몇몇 분들에게 평소의 유 대표님은 어떤 사람이냐, 물어봤는데 한결같은 대답이 진솔하고 씩씩하고 남자답다는 거예요. 어떠세요, 이 사람들의 평가가 맞는 건가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은, 실제 자기 모습은 자기가 가장 잘 안다는 거예요. 남들 봐주는 모습과 다르잖아요. 그런 거 분명히 느끼시지요? 실제의 자기 자신과 남들이 보는 혹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의 적지 않은 틈을 어떻게 메우시나요. 그런 것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나요. 유인촌 잘못하면 정신병원 가는 거지.(웃음) 역할에 빠졌다가 제 때에 나오지 못해서 망가지는(?) 연기자들 많아요. 조폭의 두목 역을 맡았던 사람은 극이 끝난 후에도 어깨에 힘주고 다니고, 신분 높은 인물을 연기했던 사람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으로부터 늘 대접받아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어떤 연기자든 현실과 극 사이의 혼란스러운 거리감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되는데 나도 아주 예외는 아니겠지요. 그런데 나는 어떻게 보면 무척 감성적인 사람이에요. 그 감성이 내면의 균형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비교적 잘 참고 이겨내기도 했고. 의외이겠지만, 우선 나라는 사람이 남 앞에 나서고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요. 한젬마 아니, 유인촌이라면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데도요? 유인촌 허, 참. 그런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예를 하나 들까요. 배우들은 연극 포스터에 민감해요. 내가 누구 이름보다 앞에 있다, 뒤에 있다 이런 것들에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나는 늘 뒤쪽에 내 이름을 넣으라고 해요. 한젬마 그건 어떤 여유 같은 것 아닌가요. 유인촌 일일이 설명하자면 끝이 없고... 아니, 내 이름이 마지막에 들어간다고 햄릿이 단역 되겠어요? 물론 조금 삐딱하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게 겉으로 꾸미는 거라면 사람들이 금방 알 거 아니에요. 저 인간 ‘쇼’ 한다고.... 흔한 말로 잠깐 속일 수 있어도 끝내 속일 수는 없잖아요. 그런 눈에 보이는 거짓말 안 되거든요. 균형 감각을 갖고 진정성으로 만나야지. 그리고 보세요. 실제로 내가 이것저것 안 하고 연기 하나만 하지 않았습니까. 돈 벌수 있는 데 밤무대도 안 나갔고. 가끔 광고는 찍었지만.... 한젬마 그럼 딴 일 하신 거잖아요. (웃음) 유인촌 이거 진땀나네. 변명 한 번 더 합시다. 아마 연극을 안 했으면 광고도 안 했을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연극 하려면 돈이 들어가요. TV 출연료로는 도저히 안 돼요. 그런데 연극에서 적자를 내면, 이번에 2억쯤 엎어졌다(?) 하면 다행히 그 순간 광고가 들어와요. 이렇게 지난 10년을 끌고 왔다 이겁니다. 쑥스럽지만 서울시문화재단 대표직을 수행하는 기간 중에도 사실은 광고를 두어 번 찍었어요. 그 돈이 2억7천만 원쯤 되는데, 내가 안 갖고 재단에 기부했어요. ‘조건부 기부금’이라고 기부자가 쓰임새를 정해서 재단에 위임하는 제도가 있어요. 나는 예술 분야의 전문이론서를 쓰는 사람에게 주라고 한정 지어서 기증했어요. 그런 책은 내봐야 팔리지 않으니까. 그 결과물이 무대미술에 관련된 책도 있고 봉산탈춤의 악보를 정리한 것도 있어요. 얘기 하다 보니 자기자랑이 됐네, 음. 한젬마 그런 자랑은 괜찮아요. (웃음) 그런데 서울시문화재단의 대표로서 업무를 수행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아무래도 행정가는 현장예술가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하잖아요. 유인촌 예술을 대한 이해가 다른 사람들과 일한다는 건 사실 힘들지요. 왜 적자냐, 독립경영을 해라, 시 관계자들이 늘 하는 얘기가 이런 거였는데, 그때마다 내 대답은 명쾌했어요. 예술 하는 사람이 무슨 돈을 벌어! 문화재단의 예산 3분의 1은 벌어서 쓰라는데 여기가 돈 버는 데는 아니지요. 건물 세 주고 임대료 받아서 예산 줄인다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 들어오면서 보셨겠지만, 이 문화재단 건물을 3층까지 비워놓았어요. 문화생활의 공간으로 시민들이 마음껏 활용하시라는 뜻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의 본연의 업무는 서울시민들이 질 높은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립, 시립 이런 이름 붙은 곳에서는 민간이 못하는 걸 해야지요. 문화적 주체성, 도덕성을 고양하는, 큰 규모의 대작을 담당해야지요. 어떻게 영세한 민간 극단이 20명, 30명 나오는 연극을 합니까. 한젬마 듣다보니 서울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규모가 궁금하네요. 유인촌 현재 외형으로는 3천5백억 원인데 그 중 1천억 원은 오페라 극장 건립을 위해 적립 중이고, 나머지 2천5백억 원이 실제 가용금액입니다. 서울문화재단의 연간 예산은 1백5십억인데 여기에서 경상비 33억 빼면 1백2십억 원이 남지요. 이 돈 가지고 1천만 명이 넘어가는 대도시에서 ‘문화’를 한다는 건데.... 글쎄요. 많고 적음에 관한 판단은 시민들이 알아서 하시겠지요. 한젬마 이제 대담을 마무리하지요.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향후 계획은.... 유인촌 특별한 것은 없어요. 강원도의 ‘봉평예술극장’을 좀더 친환경적인 예술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고.... 참, 강남에 있는 ‘유씨어터’는 그간 연극만을 위한 공연장이었는데 앞으로는 예술계 전반의 ‘사람’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켜나가려 해요. 결국 사람이 중요한 건데, 지금은 문화예술계가 지나치게 분화되어서 발전적인 교통이 잘 안 되는 감이 있어요. 예전에는 모두가 함께 어울렸어요. 문득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그때 명동 엘리자베스 다방에 가면 문학, 영화, 미술, 사진 하는 분들이 모여서 설전을 벌였어요. 말이 되든 안 되는, 대화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았던 거지요. 문학이 미술에서 한수 배우고, 미술이 연극에서 영감을 얻는 거죠. 그렇게 내면적으로 상향조정되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사람들을 모을 수 환경과 공간을 갖고 싶어요. 모여서 의논도 하고 작품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의 작품을 봐주기도 하고....그런 것들을 준비하고 싶어요. 전시 한 번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역량 있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공간도 내주고... 그게 선배된 사람들의 의무인 동시에 내 작은 꿈이기도 하겠지요. 한젬마 대담을 마치려하니 마치 짧은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관객을 꿈꾸게 하는 진짜 배우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아주세요. 월간<샘터>2006.08
  • 연차휴가 늪에 빠진 샐러리맨들

    바쁘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법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제 때 쓰기 어려운 게 직장인들의 현실. 하지만 못간 휴가를 돈으로 보상해 줘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적잖은 비용부담으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9·10월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휴가사용 촉진기간이어서 요즘 기업마다 연차휴가 소진을 둘러싸고 진통이 적잖다. 일부 기업들은 10월1일부터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근무일을 연차휴가를 떨어버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사실상 ‘강제휴가’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 때문에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자칫 휴가도 못가고 수당도 못 받게 생겼다며 볼멘 소리를 낸다. ●징검다리 근무일 무조건 써라? 국내 유명 이동통신사 영업사원 A(29)씨는 지난달 말 인사팀의 공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일요일(10월1일)-개천절(3일)-추석연휴(5∼8일) 사이에 낀 2일과 4일을 연차휴가일로 등록할 테니 무조건 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 팀장은 “대체 인력이 없으니 그냥 일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A씨는 꼬박 이틀의 연차를 쓰면서 일은 일대로 하게 됐다. 노사간 서면 합의를 전제로 징검다리 연휴에 끼인 근무일을 연차로 일괄 소진할 수는 있지만 A씨의 회사는 노조와 합의도 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의 반발로 이 공문은 취소됐지만 한참 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A씨는 “현장 일을 하면 눈치가 보여 연차 쓰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회사에서 꼼수를 쓰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여름휴가를 연차로 대체하라니… 유통회사에 다니는 B(31)씨는 연차 15일 중 6일을 여름휴가로 바꿔치기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주5일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사측은 당초 3일간이던 여름휴가를 없애고 대신 연차휴가 6일을 무조건 여름휴가로 대체하라고 지시했다. 여름에 연차로 쓰지 않으면 이듬해 대체수당은 물건너가게 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시기를 정해 연차휴가를 강제로 적용하면 불법이지만 B씨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회사 방침에 따라야 했다.“멀쩡한 연차휴가가 15일에서 9일로 줄어든 것 아닙니까. 안 그래도 업무에 바빠 연차를 쓸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정말 힘 빠집니다.” ●”나도 안가니 너희도 가지마” 유명 전자회사의 영업사원 C(34)씨는 일 욕심 많은 팀장을 만난 죄로 연차를 쓰지 못했다. 팀장은 종종 팀원들에게 농담처럼 “목표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휴가를 쓰겠나. 목표를 달성하면 그때 쓰자.”고 말해 왔다. 이 때문에 연차는커녕 정기휴가조차 겨울이 돼서야 겨우 사흘 다녀온 적도 있었다.C씨는 “팀장은 ‘나도 안가니 너희도 가지 말라.’는 식이었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를 팀장의 성향 때문에 못 가는 게 억울했지만 아무도 반항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24시간 대기조 연차는 꿈 서비스가 빠르기로 소문난 보험회사에 다니는 D(31)씨는 최근 연차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고스란히 이를 반납해야 했다. 보상을 맡고 있는 그가 담당하는 병원으로 가입자가 들어오면 1주일씩 보상 처리에 매달려야 하는 탓이다. 사고는 예고 없이 접수되기 때문에 연차 사용은 무산되기 일쑤다. 그는 “고객만족 시스템만 있을 뿐 직원들이 휴가를 쓸 수 있게 배려해 주는 시스템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일단 사원들의 복지를 강조한다. 웅진식품 정진서(36) 인사과장은 “회사로서도 연차를 활용해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의욕을 얻게 하는 게 목표다. 동료에게 연차 사용에 따른 피해를 주지 않도록 업무를 분담하고 한달에 한번, 또는 꼭 필요한 날 연차를 써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임금근로시간정책팀 김양현 팀장은 “장시간 근로가 미덕인 시대는 가고 적절한 휴가와 재충전이 필수인 시대가 왔기 때문에 사측은 최대한 연차휴가를 사용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 만약 사측이 법에 저촉되는 규정을 강요할 경우 노동부 감독관에게 권리규제요청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주5일시대 바뀐 휴가제도 ‘촉진제’ 도입 사용안해도 수당없어 올 7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주5일 근무가 확대됐지만 함께 바뀐 연차휴가제의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아 곳곳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연차휴가 일수는 종전과 비슷 개정 근로기준법은 ▲매년 근무일의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연차휴가를 주고 ▲3년차부터 2년마다 1일씩 추가하도록 규정(주5일 사업장에만 적용)하고 있다.종전에는 ▲100% 출근하면 10일,90% 이상 출근하면 8일의 휴가를 준 뒤 2년차부터 1년마다 1일씩 늘었다. ●대체수당은 종전과 큰 차이 개정법에 추가된 ‘휴가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가 매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남은 연차 일수를 공지하고 ‘10일 이내에 구체적인 연차 사용 계획을 제출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연차를 쓰지 않으면 이듬해 대체수당을 안줘도 된다고 규정한다.종전에는 연차휴가를 소진하지 못하면 이듬해 수당으로 줬다. 올 추석처럼 연휴 사이에 낀 근무일을 노사 합의하에 연차휴가로 지정하는 ‘유급휴가 대체조항’도 있다.근무 효율이 떨어지는 징검다리 근무일에 단체로 연차휴가를 쓰는 제도다. 한편 하계·동계휴가는 노사간 합의에 의해 주어지는 약정휴가로 연차와는 다른 개념이다.이 때문에 약정휴가를 연차휴가로 대체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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