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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인간의 몸이 고깃덩어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질문은 인간에 대한 전일적 관점을 위반하는 데서 시작한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도발적 상상력을 끌어와 보면 이러한 점은 더 명백해진다. 인간을 꿈틀거리는 생명덩어리, 즉 고기로 표현한 그의 이미지에 기대면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이 증명할 방법을 탐구한다. 이때 우리는, 완벽한 몸이라는 정형을 벗어나 감각과 존재를 해방하고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본능의 심연까지 가 닿으려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간의 살과 고기의 살점을 저울에 달 때와 정용준의 관점은 다음 같은 문장에서 겹친다.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개들’,105쪽). 함량과 수치만을 기준으로 따지면 인간은 고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무게가 고기와 동급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다. 베이컨의 고기-인간들은 2) 육체라는 전체성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정형과 규격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뇨·혈액·타액·정액 같은 체액들,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홀쭉해진 형체들을 그의 그림은 보여 준다. 여기에 정용준의 소설은 해부하고 해체한 육체의 일부분들과 조각들,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처럼 넘치는 비만한 살들, 지문, 주민등록번호, 냄새 같은 기호들을 추가한다. 육체라는 전체로부터 일부분이 끊임없이 탈주하는 그곳에서 인간은 재정의된다. 흘러나온 육체의 일부분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설하면서 전체성으로서 육체의 허위가 무너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자가 이 지구 상에 있는 한 완결할 수 없는 질문, 그래서 우리는 반복하여 묻는다. 그 물음이 단지 존재의 물질성을 해명하려는 것이 아닌 한 실존 그 자체로서 무수한 질문을 품는다. 해부된 육체의 일그러지고 녹아내린 듯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누군가가 주문한다면 공포를 주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갈가리 찢어지거나 분해된 육체 3)의 성분들, 일부분이 지나치게 비대한 육체는 미학적이지 않으므로. 그래서 우리는 물질과 물질이 부딪쳐 상처 나고 찢어진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려 애쓴다. 완결된 육체, 곧 육체의 전체성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죽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전한 형태를 갖춘 몸이 와해될 때 인간은 이른바 고기가 되고 말 테니까. 살점 일부와 한 컵의 피, 한 바가지의 오줌으로 존재가 정의된다면 그것은 과연 한 점 얼룩일 뿐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서 정용준의 소설로 들어가보면 우리는 거기서 육체의 질곡과 해방을 동시에 경험한다. 정용준의 소설은 세계를 이루는 존재자들을 되도록 부분적으로 보여 준다. 완전체로서 육체가 아니라 그것을 쪼갬으로써 개별성과 존재다움을 드러낸다. 쪼개진 그 조각에 장식이란 없으며 당연히 아름답지도 않다. 자연 상태 그대로 인간들은 거칠고 낯설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몸의 조직에 정신을 심으면서 정용준의 소설은 국부로 전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전체성으로서보다 피 한 방울, 지문, 살점 일부분들에 압착되어 있다. 몸은 해체되면서 전체를 말하고, 부분은 전체로 나아간다. 정용준의 소설은 가족공동체로부터 발화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과 구별된다. 그는 존재를 말하기 위해 우리 삶의 작은 조직들에 주목하고, 몸을 해체하듯 관계를 해체한다. 롤랑 바르트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그러한 조직들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정용준은 ‘말한다’. 사진만이 인간의 육체를 죽임으로써 전체를 보여 준다는 바르트의 사유방식으로 말하면 정용준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 몸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일부분으로 접근한다. 미소한 부분으로부터 존재의미를 캐면서 가장 생생한 육감을 재현해 내려 한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까지도 정용준의 육감은 벋는다. 존재가 어느 한 부분의 신체조각으로 증명될 때 우리는 이 세계의 존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이해방식을 얻게 된다. 보이지만 ‘없는’ 쁘리즈락 우리 몸은 ‘근대’라는 개념이 만들어 낸 하나의 물질이다. 시간은 몸의 물기를 쥐어짜면서 흐르고, 우리의 몸은 점점 건조해지고 단단해져 간다. 시간에 휩쓸려 가는 물질로서의 육체는 점점 추악해지고, 위선 속에서만 순결성을 띤다. 이 세계는 온통 ‘금지’ 구역이자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육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육체를 무너뜨리고 분해하고서야 위선의 고리는 끊어진다. 개인을 넘어선 인류 전체의 육체에 대한 이야기가 그때 탄생한다. 그것은 어느 개인의 몸에 관한 담론이 아니며, 불멸하는 육체를 이미지화한 비개인적인 것이다. 금지에 결박된 덩어리로서 몸이 아니라, 타고난 본성을 그 몸의 일부로 자유롭게 구가하는 생명성이다. 사회의 습속을 배반하고서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몸, 자연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듯 거칠고 기이한 몸들은 그때 허위에서 해방된다. 자연의 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 이때 우리 몸은 사회라는 인위적이고 완강한 간섭보다 자연이라는 거칠고 전체적인 범주 안에서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설이란 바로 그러한 지점에 구겨 박힌 육체를 불러내는 장르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세계가 우리에게 존재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온다면 위와 같은 단언만으로는 그 답이 불충분하다. 여기에 정용준 소설의 고민이 자리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필요 없는 사회적 기호를 우리는 두 개 갖고 있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다. 전자가 개별 신체의 주소지라면 후자는 개인의 번지수다. 두 개 코드는 인간 개체에게 한편의 안정과 다른 편의 위험을 동시에 안겨 준다. 존재를 나타낸다는 것은 안전을 보호받는다는 의미와 그것이 위협당하는 현상을 동시에 내포한다. 인간의 나타남이 사회의 가시적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면, 존재의 숨김에 대한 탐문은 비가시적 공간의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닐까. 가시적이라는 분명한 현상 가운데서도 모든 타자는 불가사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비가시적 존재와 가시적 존재 간 차별성은 없다. 가시적인 존재자에 대한 탐문도 결국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474번’에서 우리는 이런 존재를 만난다. “그의 지문은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었다.” 가시적이지만 증명이 불가능한 존재를 어떻게 명명해야 할까. ‘그’라는 3인칭만이, 열다섯 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오명만이 그를 말해 준다. 살인을 한 이유도 ‘그냥’이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무존재자가 그것이 있는 존재자를 살해했으므로 사건은 실종된다. 법이 작동하는 곳은 물리적 공간인데 그것을 적용할 존재가 없다. 죄를 물어야 하지만 죄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다며 종결지으면 될 일이 아닌가. 정용준은 여기서 ‘사건 있음’과 실존재의 부재라는 현상을 넘어 하나의 알레고리를 던져 준다. ‘가해자 없음’과, 분명히 누군가가 죽어 없어진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여기에 이 소설의 발화의지가 있다. 가해자 없음으로부터 정용준은 오히려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문’ 부재현상으로부터 소설로 접근해 가자. 지문은 인간의 몸에 새겨진, 인간의 개별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기호이므로. 정용준은 이 소설에서 지문 없는 존재 곧 몸이 없는 존재와, 살인자의 ‘의도’를 추적하기보다 살인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의 ‘없음’에 대해 말한다. 살인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무심코” “거리낌 없이” 몹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러한 살인자에게 우리는 정신병력이 있는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금품이 필요했는지 등을 물을 수가 없다. 작가가 살인동기부터 이렇게 밝혀 놓고 있어서이다. 그렇다면 살인동기의 자연스러움을 그 존재의 어떤 특성과 연계해야 하는가. 살인이란 타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절멸하는 것이기에 범죄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해자 없음’과 ‘무심코’라는 두 가지 단서를 얻었다. 이에 대한 단정은 잠시 유보하고 또 다른 단서를 위해 조금 더 앞으로 나가 보자. 그 살인현상에 대해 정용준은 이렇게 해명한다. “사자가 사슴의 숨통을 끊고서 자신을 만든 창조자에게 용서를 빌지 않”고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며 포효하”듯 그가 살인을 했다고. 그는 “잔인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스스로도 정신이상에 대해 부정”한다고. 그는 죄책감이 없으며 살인을 해놓고도 용맹을 자랑하는 존재다. 이쯤에서 우리의 사고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무성無性, 이렇게 존재를 확정하고서 정용준이 보여 준 살인자의 특성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손에 잡혀 오는 것이 있다. 그의 본성의 그러함과,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부터 확보한 ‘그’라는 존재. 존재를 감추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는 탁월한 킬러다. 존재가 은닉하는 문제를 감추는 식으로 존재하는 자를 신으로 명명한 하이데거 방식대로라면 그는 최상의 존재자 4)다. 자연 이후 문명 이전의 존재자, 인간의 죄를 물으며 공격적으로 성장한 종교현상을 빗대는 존재다. 그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성’이다. 이렇게 단정하고 보면 생각의 가지는 다시 갈라진다. 정용준은 ‘그’로부터 신의 존재를 환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원적 사고를 넘어서려 한다는 것을, 그의 소설은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열린 지층이라는 것을. 단정은 그의 소설의 지층을 단면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나의 지층을 거기에 더 얹어 놓자. 그는 아버지와 누나 사이에 태어났지만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근친이다. 그래서 현실공간으로 부상할 수 없는 존재, 정용준의 표현대로 ‘쁘리즈락’이다. 가시적이므로 분명한 존재자이지만 사회의 법망에 등록할 수 없으므로 ‘없는 사람’이다. 법의 그물망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들과 달리, 정화할 수 없는 원죄의 피가 흐르는 몸, 주소지도 번지수도 없으므로 무성의 캐릭터다. 이 ‘없음’ 현상에 ‘신’이라는 비가시적 존재가 자꾸만 얹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가 자꾸 겹쳐지는데도 명징하지 않은 그 존재가. 도스토옙스키가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에게 신의 속성을 심어놓았듯 정용준은 ‘474번’의 그에게 신의 속성을 이식하지 않았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으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소재지에 신도 ‘그’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작가의 질문은 이어진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살해에 과연 의도가 있는가? 의도된 살해가 증오나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라면, 의도 없는 살해는 자연현상처럼 일상적인 것이 아닐까라는. 살해 후의 정서와 애도 행위가 죽음과 나를 관계 맺게 하지만 이때 살해에는 아무런 정감도 없으므로 죽음에 대해 내가 떠안을 책무란 없다. 살해는 일상처럼 이뤄진다. 충동·쾌락·분노 같은 격동이 없으므로 그에게는 괴로움도 없다. ‘도깨비감투’를 쓰면 자신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동화에서처럼, 존재의 사라짐과 비밀의 완전 봉인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 점을 알게 된 아이가 악행에 빠지듯 그는 ‘순수’하게 살인을 한다. 지능 높은 어린이들을 훈련시켜 체제에 반대하는 양민을 죽이게 한 폴포트 정권도 이러한 순진무구함이 더 악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았던가. 순수함과 죄책감 없음은 동류의 정서임을, 그러므로 순수하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것이며, ‘순수한 죄인’은 더 극악함을 일깨운다. 도깨비감투를 쓴 아이, 지능 높은 순수한 아이, ‘474번’의 그는 이때 최상의 존재자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 세계에 널린 ‘현상’들을 증명한다. 그의 소설의 두께는 그렇게 형성된다. 그러니 앞서 우리가 본 ‘그’가 ‘지문’ 곧 육체가 없는 존재임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설의 또 다른 문면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의 주민등록번호 부재 현상을 보자. 번호가 부여되면서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에서 번호 부재는 곧 존재 부재를 일컫는다. 정용준은 이 존재를 쁘리즈락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를 요즘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유령현상과는 구별하고 싶다. 번호가 존재를 증명하지만 그 번호가 사실은 존재를 희미하게 지워 나가는 기호임을 우리는 ‘벽’의 염전 일꾼들에서 본 바 있다. 가혹한 구타, 죽음 같은 침묵의 공간, 감정은 일체 거세된 채 오직 복종하고, 죽음에 이르러 물질이 되어 가는 그들의 몸을 보면서 우리는 21, 23, 9 같은 숫자일 뿐인 그들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어진다. 존재를 지워 존재를 드러내는 이러한 화법으로부터 우리의 생각은 다시 갈라진다. 그러면서, 번호는 우리의 육체를 알기 위해 매겨진 하나의 기호이며, 육체를 아는 것으로부터 모든 지식은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언제나 타자일 수밖에 없는 육체, 거울로서의 육체, 이 육체로부터 우리의 모든 ‘앎’은 출발한다. ‘그’의 몸이 없으므로 우리가 그를 알 수 없는 것은 그러므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건 수사관들이 ‘유령’이라며 고개를 젓고, 지문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어서 존재증명이 불가능한 그. 상대는 나를 볼 수 없으나 나는 상대를 꿰뚫어보는 일방향의 시선이 목적성을 가질 때 악의든 호의든 가장 완벽한 존재자가 되는 지점을 이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상처 충돌의 흔적-체액들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일에서부터 사유가 탄생한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로의 회귀를 꿈꾼 셰익스피어가 ‘리어왕’(1막 4장)에서 물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맥락 안에서 인류가 존재를 증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의는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수렴되는 존재증명, 그것은 결국 인간의 ‘몸’이 ‘운동’할 때부터 물질로 전락하는 때까지를 이르는 것이 아닐까. 존재에 대한 탐색은 그 무엇보다 꾸준히 정치하게 진행되어 왔고, 정용준의 소설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이른바 ‘겹치는’ 존재자들로부터 인식의 깊이를 수립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타자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우리는 언제나 바라보는 ‘시선’이었으며 동시에 ‘응시’당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이는 하이데거가 타자를 ‘함께 있음’ 즉 서로 관계하는 방식으로 본 것으로, 정용준 소설의 타자들 중에는 냉혈한의 정서로 관계망을 형성한 인물들이 제법 있다. 이를테면, 한 점 살이나 오줌 얼룩으로 존재를 말하고, 각기 다른 피들이 혼종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음습하게 그리면서 존재를 증명하는 ‘개들’, 혈액 투석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을 채워 넣는 일에 골몰하며 계란을 먹어치우는 아버지를 보여 주면서, 새 피를 보충하고 허약해진 ‘근육’을 회복하려는 남성의 고투를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그러하다. 한 점 살과 피·눈물·오줌 같은 체액들로 그가 누군지를 말하기 위해 정용준은 미소한 부분을 응시한다. 피는 수치數値라는 정확성으로 우리를 근원의 비밀로 이끌지만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과학적 접근을 위해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수치’를 따지려드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이 소설에서 피는 부패의 습격을 막으려는 살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살과 몸은 제 안에서 피를 단속할 때는 부패하지 않지만 피가 쏟아져 살만 남을 때 몸은 썩는 것. 그러므로 살아 있는 살과 몸에는 피가 방부제다. 존재는 보여 준다, 인간의 체액 중 피가 가장 원초적인 진실이라는 것을. 존재의 근원을 은폐하는 것과,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장 깊은 속성에 관계된 것임을 작가는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여기, ‘피’라는 물질만이 개별자와 가족을 묶는 준거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 있다. 타자의 피와 내 피의 원소가 겹쳐 하나의 혈맥을 이루는 양태를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으로 정의할 수 있으나,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도 정용준의 소설에는 등장한다. ‘개들’에서 ‘곰’은 동물세계의 지배자와 동격이다. ‘모란’은 그의 하인이자 아내·종업원·딸이다. 모란이 곰의 하인이자 종업원이라는 데에는 의미 부여가 달리 필요 없다. 그러나 아내이자 딸이라는 자격은 보편을 위반하는 강한 금지를 동반한다. 성생활과 혼인관계의 교차로가 가족이라면, 아내이자 딸이라는 모란의 자격은 근친상간이라는 강한 장치를 내포한다. 성생활의 특권을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근친상간이 꽃피는 두려운 비밀의 세계, “불가결의 접합부로서 끊임없이 환기되고 거부” 5) 되면서 관계의 틀 안으로 수렴되는 욕망이 곰의 아내이자 딸인 모란에게서 발산된다. 그러나 모란이 손님들로부터 ‘연변아가씨’라고 불리는 데에 이르면 또 다른 소격현상에 우리의 의식이 밀린다. 모란이 곰과 혈연관계가 아니며, 원시공간 속 여성 대명사로서 문명 이전 세계에서 가족이 형성되는 양상을 보여 주는, 아직 자연으로부터 미분화한 존재라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가 앞서 본 ‘474번’의 그가 실정법에 매이지 않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과 같은 정서를 몰아온다. 곰과 모란을 이해하기 위해, 이 부부와 동거하는 고아인 ‘나’를 보자. ‘나’에게서 풍기는 다소 불쾌한 징후들, 이를테면 ‘나’는 곰의 아들이라는 자격으로 한 집에 살지만 곰의 아내인 모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지금이야. 비가 오면 여자들은 마음이 부드러워지거든. 모란의 방에 찾아가. 마음을 고백하고 결혼하자고 말해. 모란도 원하고 있을 거야. 병구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정말.”(‘개들’, 120쪽) ‘나’는 욕망의 자연스러운 발현에 충실하다. 노련한 ‘나’가 병구를 꼬드기지만 그것은 불가능을 주문하는 것이고, ‘나’도 그 점을 잘 알기에 모란을 두고 병구와 경쟁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경쟁 상대가 아니기에 사실은 어떤 주문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능이 모자란 병구가 사랑을 위해 고투하는 어수룩한 형태의 결말은 빤하고, 모란을 향한 병구 마음의 경사도와 실패 가능성 또한 비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니까 모란에게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근육’을 단련하는 냉혈한이다. 이렇게, “이두박근, 승모근, 상박근, 하박근 등 근육”을 키우며 “내 근력은 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은밀하게 확인해 나간다. ‘곰’은 원시자연의 지배자이므로 나는 곰이라는 법을 뛰어넘기 위해, 즉 모란을 얻기 위해 근육을 단련한다. 곰의 근력에 근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야 할 욕망의 저장고, 그곳은 근육을 단련함으로써만 채워질 것이다. 어머니이자 누나인 모란의 육체와의 연속성과 경계 없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곰처럼 완력을 갖춰야 한다. 어머니-누나의 경계가 없는, 있다 할지라도 나와 비혈연인 모란과는 피차 내재적 질서가 없는 관계이므로, 우연과 외면성으로 정해진 관계이므로 ‘곰’과 ‘나’에게 모란은 혈연이라는 필연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두 인물은 이 세계에 유일한 하와, 곧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모란에게 똑같이 집중하는 것이다. ‘개들’의 인물 중 우리는 ‘병구’를 지나칠 수 없다. 곰과 ‘나’가 근육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명한다면, 병구는 근육들의 세계로부터 일찍이 소외된 자로서 또 다른 신체의 일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것도 죽음으로써. 모란의 방문이 열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곰”을 보았고, 그 뜻을 알았고, 아는 순간 세계가 열리는 그 지점으로부터 병구를 들여다 보자. 그리고 그 순간 침묵하는 병구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모호함이 순간적으로 벗겨지면서 충격을 가하는 인식세계, 병구는 곰의 건장한 몸을 보고 있었고, 성을 인식했고, 그 순간의 눈뜸은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입사식과 같다. 새로운 세계의 도래는 ‘앎’이라는 충격파가 이전세계의 인식을 부수는 것이다. 곰과 모란이 아프로디지아(aphrodisia, 어떤 형태의 쾌락을 제공해 주는 행위·몸짓·접촉 ; 푸코, 같은 책, 55쪽)를 누리고 있는 그때 수다쟁이인 그가 말이 없어지고, 울보가 울지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고, “멍하니 어둠의 한 지점을 응시”하면서 “무엇인가 깨닫”는 그곳이 ‘앎’의 정곡이다. 그의 시각을 충격하는 것은 미학적인 감정이기보다 본능에 대한 자극이며, 지식에 대한 충동이 그 대상과 맞닥뜨린 순간이다. 병구가 본 곰은 나체였고, 곰의 몸 중 일부분이었으며, 그 조각만으로도 세계의 비밀은 누설되었을 터, 곰의 벗은 몸으로부터 흘러나온 비밀이 그를 충격한다. 일부분이 세계 전체의 환유일 때 그 조각은 본래 체적을 초과하여 팽창하는 게 아닐까. 좁은 문틈으로 바라볼 때도 바깥세계의 면적은 팽창하는 이치대로. 벌거벗은 ‘곰’처럼 ‘개들’은 고깃덩어리 같은 육질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어떤 덩어리가 툭, 이 세계를 흔드는 것을 감지한다. 병구가 곰의 나체를 응시하는 한 몸에 대한 의미생산은 이어진다. 남녀 상호 간 본능적으로 생산되는 몸의 기호들이 상대의 감각을 지배할 때 거기서 비밀이 탄생하고, 그것에 휘어잡히고, 사로잡힌 자는 몸이 부단하게 발설하는 비밀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비밀은 ‘복종’하지 않는다. 주인인 몸을 언제나 벗어난다. 탈주를 노릴 때만 비밀은 자신의 신분을 확정한다. 그러니 절대성을 갖는 비밀은 없다. 모란의 몸이 생산하는 기호들이 병구에게 와 닿자 세계의 비밀은 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누설된 비밀 때문에 병구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죄인으로서 스스로 그 비밀이 선고한 사형수가 된 셈이다. 성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언어는 세속화라는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 과정은 수습 불가능한 자기 증식력을 동반한다. 그러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한 노골적 담론화는 죽음으로 가는 직행통로다. 나타나는 순간 폭발하는 속성 때문에 성은 자신을 숨기는 대가로서만 유지된다. 병구의 죽음은 이렇게 그것의 나타남을 몸소 덮어버린 철저한 제의다. 성을 버리는 것, 그것은 죽음처럼 깊고 캄캄하지만 가장 분명한 가시성이다. “이십 년을 살다 죽은 병구의 사체는 십 개월을 산 도사견보다 작아 보였다”는 지점에는 세계의 비밀을 보게 된 자신을 폐기해 버린 왜소한 몸과, 삶의 마지막 기표인 “오줌으로 변색된 면바지가 까”맣게 남는다. 경련이 일고, 감각이 빠져나가고, 몸은 굳어간다. 이때 흘러나온 오줌은 산 자를 해체하는 마지막 운동의 징표다. 죽음 직전 감각이 마지막으로 운동한 흔적이며, 인간이 물질화되는 바로 직전 현상이다. 병구는 오줌 얼룩을 남기며 이 세계의 비밀로부터 도망쳤고, 그 얼룩은 성이라는 불경스럽고 속된 것으로부터 병구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 육체의 기호일 것이다. 욕망하면서도 수치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안타깝게도, 병구가 스무 살 성년의 문턱을 막 넘어서다 직면한 세계는 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인식의 빛은 병구가 눈을 뜨는 순간 번쩍임과 사그라짐이 동시에 진행되고 만다. 병구는 발설되어서는 안 될 것을 싸안고 캄캄한 죽음 속으로 투신한다. 억압되었으므로 알 수 없었으나 억압을 통해서만 검토되는 성에 대해 허용된 그 시각, 병구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동시에 죽었다. “나를 죽여 주세요”라고 자신의 서투른 삶 같은 글씨를 써놓고서. 베이컨의 그림 한 컷처럼, 그의 가장 강렬한 경험과 인식, ‘지식애’(피터 브룩스)의 흔적은 오줌 얼룩으로 남는다. 그의 몸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액체인 오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어난 격렬한 경련의 징표다. 그가 죽음으로써 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염려도 무화되었다. 부재하고 비표명되도록 숨겨야만 성은 생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의 본성은 오래도록 은밀하게 유지되어 왔을까. 죽음처럼 절대적인 침묵은 없으므로 차라리 죽음으로써 입을 다물어 버린 병구, 자신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저 세계의 문을 죽음으로써 영원히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말해져서는 안 될 세계는 폐기되고, 병구의 목숨도 그 비밀처럼 폐기된다. 변하는 살 냄새에 존재 묻기 정용준 소설의 인물들에게서는 눅눅한 냄새가 난다. 이 또한 ‘존재’에 접근하기 위한 후각의 발현으로 보인다. 죽은 것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므로. 시각에 의존하는 문명인과 달리 정용준의 캐릭터들은 원시 인간처럼 퇴화하지 않은 후각으로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원시공간에서 막 생성된 존재가 바닷물로부터 비릿함을 감아올릴 때처럼 개 냄새, ‘모란’ 냄새, 곰팡이 냄새, 비린내, 게 냄새 등으로. 하층계급과 중간계급의 관심사에서 보이는 중요한 차이가 냄새에 대한 태도에 있다는 지적 6)대로라면, 정용준 소설에서는 소외계층의 냄새가 불유쾌한 조짐들을 몰고 온다. 하층민일수록 그들의 습관은 냄새에 더 잘 실려 있다. 이웃은 그들의 습속을 냄새로 타자에게 실어 나르고, 냄새는 이웃에게 번지면서 생명에서 비생명으로 진행한다. 이때 ‘썩음’이라는 현상을 동반하는데, 냄새를 맡는 일은 사멸할 것에 대한 불쾌한 감각의 마지막 쏠림이다. 부패 현상의 끝과 죽음은 같은 지점에 있으며, 죽음이 가까울수록 냄새도 강렬하다. ‘개들’에서의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된 곳은 개가 도륙당하는 도축장이다. 죽음 냄새가 음습하게 번지면서 불쾌함이 주조를 이룬다. 오래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 기분을 바꾸려고 다른 데로 신경을 써도 여전히 붙들리는 냄새. 악취도 오래 맡다 보면 휘발되기 마련이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선가 지속적으로 살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오래 씻지 않은 하층민의 삶처럼 눌어붙은 냄새, 고질화된 고통, 그것은 썩어가는 살의 증표다. 생명체는 예외 없이 부패하고, 부패선상에서의 피 흘림과 절규는 살이 단단해지고 건조해질 때까지 진행된다. 그때까지만 우리의 몸은 냄새를 풍긴다. 살 냄새, 즉 우리가 살아 있다는 냄새를. 비가 싫다. 마당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되고 냄새는 진해진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개 냄새. 주변을 장악하고 오염시키는 우울한 기운들. 마르지 않은 오줌 위에 누워 철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노랗고 빨간 눈들. 플라스틱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 팔이 끊어지도록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도 불쾌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개들’, 100쪽) 우울하고 물기 마를 날 없고 갈망으로 충혈된 “노랗고 빨간 (개의) 눈들”. 개들처럼 인물들도 습도 높은 공간의 음습함에 지배당한다. 찌든 ‘개 냄새’가 어두운 기운에 섞인 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질감, 그것은 곧 도축될 짐승의 살 냄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우울한 정서가 깔린 공간에 떠 있는 개들의 처절한 눈빛에서 예정된 죽음을 본다. 질척한 죽음의 세계를 눈에 핏발이 서도록 바라보는 개들. 전망 없이 하강하는 비, 그 빗금들을. 소설 읽기는 해석학의 유혹 7)을 동반한다. 표층 의미가 견인해 내는 숨은 의미를 찾아 들어갈 때 느끼는 쾌락이 없다면 독서행위를 지속하기란 어렵다. 비평은 독서행위의 연장인 만큼, 소설 읽는 즐거움의 다른 표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용준 소설의 존재들은 눅진한 그림자처럼 천천히 몸집을 불렸다가 작아지며 이렇게 소설 공간으로 편입된다. 어둠의 한쪽을 잠시 떼어낸 듯한 그 그림자들은 인간의 살이 흘러나온 것처럼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아래 예문의 ‘비린내’는 핍진한 생명의 냄새를 풍긴다. 나는 수도꼭지를 꽉 잠그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삶은 계란 두 개를 꺼내들었다. 열려 있는 창문에서 습한 바람이 들어왔고 어디에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났다. 나는 창문을 닫고 탁자에 걸터앉아 계란껍데기를 깠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팠고 현기증이 났다. 하얗고 부드러운 계란을 반으로 나누고 한쪽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65쪽)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 그것은 생명의 발원지로부터 확산하는 냄새다. 투석 환자인 아버지가 과도하게 식탐을 부려 다른 환자들보다 계란과 치즈를 더 많이 먹고, 다시 혈액에 독이 쌓여 삶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되지만 생명의지는 죽음을 거부한다. 예문에서 보듯 이러한 생명의지가 ‘나’ 또한 존속게 한다. 인류가 출현하던 그때, 바다에서 시작된 생명이 비린내를 몸에 내장하고 나온 후 우리들 세포에 그대로 삼투된 냄새, 체액을 품은 살이 비린내를 풍기고, 땀을 많이 쏟을수록 생명체는 냄새를 더 짙게 풍긴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의 살은 냄새의 진원지가 되는 것,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썩어가면서 살고 있고, 냄새를 풍기고 살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살이 내장한 액체들이 다 마르기 전까지만 우리는 생명체인 것이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렇게 인간의 살 냄새와 피 냄새를 그리워하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또는 ‘사이’의 문학이다. 다시 ‘474번’으로 돌아가 누나가 사갖고 들어온 꽃게에서 풍기는 ‘진짜’ 냄새를 맡아 보자. 그 냄새는 이제까지 먹어 온 가짜 게맛살과 달리 생경하다. 지금까지 ‘나’는 게맛살이 가공식품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고, 누나는 누나로서 존재했으므로. 그러나 누나가 꽃게를 사들고 와 ‘진짜’ 모성을 풍김으로써 비극이 불거진다. 몰라도 상관없을 세계를 ‘나’가 알아버린 것이다. “누나가 어머니라는 사실”처럼 가짜 냄새와 진짜 냄새가 겹치고, 이제 진짜가 출현함으로써 자아 탐문이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나’가 누구인지는 ‘가짜’가 규정해 왔지만 진짜를 아는 순간 나를 충격하는 세계, 끝까지 누나여야 할 존재가 ‘진짜’ 어머니가 된 이때부터 게는 썩은 냄새를 풍긴다. ‘나’가 누나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게의 부패현상, 이는 정용준이 ‘개들’에서 병구를 통해 보여 준 인식의 자국을 따라간다. 앎으로써 세계는 열리지만, 앎이 죽음을 몰고 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어머니/누나, 진짜 냄새/가짜 냄새로 나뉘는 세계, ‘나’의 존재는 진짜 꽃게 냄새와 게맛살 냄새처럼 섞인다. 어느 쪽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를 겹침 현상이다. 꽃게는 점점 썩어가고, 냄새는 확산되고, 존재는 죽어간다. 죽음 뒤에는 냄새를 풍기지 않을 존재,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살아 있는 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를. 존재를 규정하는 데 완벽한 준거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정용준은, 육체의 일부분들을 열어놓고 그 조각들을 비개인적 욕망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풀어나간다. 피와 눈물과 오줌의 물기가 번들거리는 살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것으로도 존재는 증명되고 해방된다. 정용준 소설에서의 ‘부분’들은 비천함의 육체적 표지이기보다 욕망의 현실적 드러남이다. 근대의 합리와 원칙과 정형을 따르지 않고 결합·분해·해체하여 인류의 근원적 욕망을 그 조각에 실어낸 표식이며 현상이며 증상이다. 그곳에 근접해 보면 고귀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작은 조직들에 박힌 ‘존재’가 보인다. “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깃덩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살피” 8)는 화가의 역설적 심미안에 정용준의 소설은 다시 중첩된다. ‘나’가 ‘곰’을 죽인 후 “손목을 타고 피와 내장이 그리고 그의 생명이 바닥으로 쏟아지”(‘개들’, 128쪽)는 여기, ‘나’는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모란을 포함하여 모든 부권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몸에서 빠져나온 몸의 일부분이 ‘개의 간식’으로 먹히는 현장에서 벌이는 아들의 저항과 투쟁이 보이는가. 과연 지금,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다. 그것은 ‘중량’의 문제가 아니며, 존재가 거부되거나 수용되는 경계에서 육체의 일부분들이 뭉치거나 녹아내리거나 해체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장에 다다른 생명체들에서 오히려 인류의 영속적인 생명의지를 반어법으로 만나면서 ‘존재’를 재확인한다. 소설이 반드시 미의식을 표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정용준 소설 속 원시의 육체를 바라볼 때 우리는 의도 없는 듯 냉담한 그곳으로부터 낮게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남성들조차도 중성 코드를 띠는 곱다란 사회에서 정용준의 소설은 다소 거칠게 인간 육체의 일부를 들어낸다. 전체성에 대한 해체와 저항, 부분으로 해석되는 육체들은 그때도 욕망한다. 전체로부터 흘러나온 조각과 살 냄새로부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그 물질들의 전일적 주체인 인간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재증명된다. 나.는.누.구.인.가. ■각주 1)정용준 창작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 2015), ‘가나’(문학과지성사, 2012)를 참조하였다. 이 글은 이 작품집에 실린 ‘개들’, ‘474번’, ‘벽’,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대한 고찰이다. 2)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고독·공포·절규가 가득하며, 흘러넘치는 비가시적인 힘들이 잔뜩 뒤틀린 채 표현된다. 프랑크 모베르, 박선주 옮김, ‘인간의 피 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그린비, 2015, 117쪽. 3)노태훈은 “인간 근원의 존재론적 탐색을 지속하는 여러 작가들과 (정용준이) 변별되는 중요한 지점이 바로 ‘몸’이라는 실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이는 정용준 소설의 지향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훈, ‘문학성을 회복하는 방법-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문학의 오늘’, 2015, 겨울호, 216쪽. 4)엠마뉘엘 레비나스, 김도형 외 옮김, ‘신, 죽음, 그리고 시간’, 그린비, 2013, 9쪽. 5)미셸 푸코, 이규현 옮김, ‘성의 역사 1’, 나남, 2015, 126쪽. 6)슬라보이 지제크, 이현우 외 옮김, ‘폭력이란 무엇인가’, 난장이, 2014, 232쪽. 지제크는 이웃을 “냄새 풍기는 자”로 정의한다 7)위의 책, 118쪽. 지제크는 이를 보다 깊은 의미나 숨겨진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8)데이비드 실베스터, 주은정 옮김,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디자인하우스, 2016, 161쪽. 저자와 베이컨의 대담 부분.
  • 쌍둥이 쿠팡맨 “설날에도 ‘로켓 산타’ 갑니다”

    쌍둥이 쿠팡맨 “설날에도 ‘로켓 산타’ 갑니다”

    같은 부대서 나란히 운전병 복무 “늦은 밤 취객 항의전화” 고충도 “안녕하세요!”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 있는 쿠팡 물류거점인 ‘송파2캠프’에서 만난 쿠팡맨 이주원·이승원(26)씨는 한 사람처럼 인사했다. 두 사람은 배송업계에서 보기 드문 일란성 쌍둥이 형제다. 주원씨가 1분 먼저 태어났다. 인터뷰 내내 가슴에 붙어 있는 이름표를 거듭 확인해야만 했다. 두 사람은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제대한 뒤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집안 어른의 일을 도왔다. 1년 정도 지나 지인의 소개로 쿠팡맨을 알게 됐다. 군대도 같은 부대에서 함께 운전병으로 근무한 두 사람은 2014년 12월 나란히 ‘쿠팡맨’이 됐다.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1위(2015년 매출 기준·1조 1338억원) 업체인 쿠팡은 2014년 3월부터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서비스하겠다고 선언하고 배송 담당 직원인 쿠팡맨을 직접 채용하고 있다. 현재 쿠팡맨은 3600명이다. 형 주원씨는 “입사 초기 같은 지역을 맡았는데 동생이 일이 먼저 끝나 물량이 많았던 집에 함께 배송한 적이 있었다”면서 “고객이 저희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 회상했다. 현재 주원씨는 송파 지역, 승원씨는 강동 지역 담당이다. 온라인쇼핑이 보편화되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 같은 집에 가는 경우도 있다. 승원씨는 “지난해 겨울 자주 배송 가던 집 어린이한테 풍선과 사탕을 준 적이 있는데 다음번에 가니 어린이가 나한테 사탕을 줬다”고 기뻐했다. 어려운 일도 있다. 배송 당일에 주소지를 바꿔 보내 달라는 고객도 있고 밤 10시가 넘어 술 취한 목소리로 전화해 다짜고짜 물품 어디 있냐고 화를 내는 고객도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고객이 친절하게 대해 주면서 더욱더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두 사람은 “배달 물품을 선물이라 생각하고 배송 물량이 급증하는 설 명절에도 산타 같은 기분으로 일하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한방으로 잡는 건강] 한약 대부분 도핑 문제 없어…마황·마인 등 미리 상의하세요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땐 매번 선수들의 도핑 문제가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최근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러시아의 소트니코바가 도핑 의혹에 휩싸여 금메달 박탈 위기에 놓였으며, 한국 수영의 영웅 박태환 선수도 도핑 문제로 한동안 자숙 시간을 가진 바 있다. 도핑이란 운동선수들이 경기력을 향상하려고 부정하게 약물을 복용하거나 특수한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기를 높이려고 마시던 돕(dop)이란 술에서 명칭이 유래됐는데 스포츠에선 이 도핑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많은 운동선수는 도핑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한의약 치료를 꺼린다. 실제로 국내의 한 여자 배구선수는 도핑 검사에 걸렸을 때 한약을 복용했다고 거짓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한약에서 검출 될 수 없는 성분들이 도핑검사에서 발견됐고, 얼마 뒤 다이어트 양약을 복용한 사실이 밝혀져 은퇴했다. 물론 도핑 금지성분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한약재도 있다. 중마황, 마인, 반하 등이다. 하지만 경기 중에만 주의하면 되며, 매우 미량을 넣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하면 문제 될 소지가 적다. 다이어트나 감기 치료에 주로 사용하는 마황에는 흥분제인 에페드린 성분이 들었지만, 1~2%에 불과하고 단기간 복용하면 3~7일 정도면 99% 이상 배출된다. 변비에 주로 쓰는 마인은 카나비놀이 들었지만, 경기력 향상과는 무관하고 시합 일주일 전에 복용하지 않으면 괜찮다. 그렇다면 운동선수들이 자주 받는 한의약 치료는 도핑에 정말 안전한 걸까. 2009년 운동선수의 한약 섭취 실태와 도핑 안전성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엘리트 선수의 절반 이상이 한약을 섭취했다. 무작위로 한약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모두 도핑에 문제가 없었다. 운동선수들이 발목을 접질렸을 때 주로 받는 봉독약침 치료도 도핑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발표하는 금지약물은 매년 변경될 수 있어 진료를 받을 때는 반드시 자신이 운동선수임을 알리고, 한의사들도 처방 전 도핑에 안전한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도움말 이승훈 경희대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침구과 박사
  • 만취 상태로 이륙 시도했던 인니 조종사...결국 해고

    술에 취한 상태로 154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륙을 시도했던 인도네시아 저비용항공사 소속 조종사가 해고됐다. 이 회사 최고경영진 두 명도 사임했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30일 앨버트 부르한 시티링크 대표이사와 하디노토 수디그노 상무가 사임했다고 1일 밝혔다. 시티링크는 인도네시아 국영 항공사인 가루다 항공의 국내선 자회사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5시 15분경(현지시간) 자바티무르(동자바) 수라바야 주안다 국제공항에서 자카르타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시티링크 QG800편은 조종사 테카드 푸르나(32) 기장이 만취 상태로 조종대를 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승객 전원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처음에 시티링크 측은 테카드 기장의 음주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그가 소지품까지 흘려가며 비틀비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 TV(CCTV) 영상이 공개되자 해고 조치했다. 부디 카리야 인도네시아 교통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면서 “항공 관련 규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6년 마지막 날] 보수단체 맞불 집회서 “박정희는 공산당” 아수라장

    [2016년 마지막 날] 보수단체 맞불 집회서 “박정희는 공산당” 아수라장

    친박·보수단체가 31일 오후 중구 대한문 앞에서 벌인 맞불집회에서 한 시민의 돌발 발언으로 행사가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7차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지던 오후 9시 20분쯤 한 중년 남성이 무대에 올랐다. 본인을 ‘천안에서 온 민족주의자’라고 소개한 남성은 갑자기 “박정희는 공산당이며 돈을 챙겼고 이 나라를 군사 독재했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놀란 사회자는 황급히 마이크를 빼앗아 이 남성을 무대 뒤로 보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경찰까지 투입돼 경찰은 이 남성을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참가자 30여명은 경찰과 남성을 쫓아 중앙일보사 앞까지 잠시 ‘추격전’을 벌였다. 앞서 오후 8시10분쯤에는 한 20대 남성이 ‘박근혜 탄핵 무효’ 라고 적힌 피켓을 찢어 참가자들이 몰려와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낮 광화문광장 근처에서는 활을 소지한 20대 남성이 근처 파출소로 임의동행 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양궁 동호회 운영자라는 이 남성은 양궁장에 가던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안전을 이유로 활을 이튿날 오전에 찾아가도록 한 뒤 이 남성을 귀가 조치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외교부, 부산 日영사관 앞 소녀상 “국제 관행 측면에서도 생각”

    외교부, 부산 日영사관 앞 소녀상 “국제 관행 측면에서도 생각”

    외교부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과 관련해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 예양 및 관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30일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위안부 합의 1주년 계기에 언급한 바와 같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나간다는 우리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우리 정부와 해당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당국자의 발언은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들어간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과 유사하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허가 결정이 국제 관행상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고 간접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항공사고서 구사일생 살아남는 법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항공사고서 구사일생 살아남는 법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안전협회(NSC) 통계부에 따르면 1년 사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100만분의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전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인 34만분의1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는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95.7%에 달하는 것으로,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는 전체 항공기 사고의 90%에서 생존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비행기는 교통사고 위험과 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이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매우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것인데, 여전히 전 세계에서는 ‘전원 사망’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끔찍하고 안타까운 항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난기류부터 새까지… 항공사고의 원인 비행기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비행기를 타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난기류’다. 난기류가 심하게 발생하는 지역을 지나갈 때면 안전벨트를 매 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갑자기 비행기 전체가 진동모드 휴대전화 100만대가 함께 울리는 것처럼 떨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제작 단계부터 난기류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고, 최신 항공기는 난기류로 기체가 급하강 하더라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에 이로 인한 항공사고는 흔치 않다고 설명한다. 최근 들어 부쩍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진 사고 원인은 바로 ‘버드스트라이크’다. 비행기가 상공에서 비행하는 중 새와 부딪치는 이 사고는 생각보다 훨씬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5일 가장 최근에 발생한 비행기 사고인 러시아 국방부 항공기 추락사고 역시 그 원인 중 하나로 버드스트라이크가 제기된 상황이다. 비행기 사고에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생존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2016)에도 유사한 사고가 등장한다. 2009년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한 US에어웨이스 1549편이 이륙 2분 만에 불시착한 사고인데, 버드스트라이크로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진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반적으로 시속 300㎞ 이상으로 나는 비행기와 무게 1㎏의 새 한 마리가 부딪칠 경우 항공기는 무게 약 5t의 충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해 조종실에 특수 유리를 설치하지만, 위의 사고처럼 엔진 등 주요 부품과 충돌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 항공사고 전문가들은 비행기 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사고의 횟수가 아닌 사고 경위라고 말한다. 발견된 잔해의 양도 많지 않아, 원인은커녕 사고기의 공중분해 혹은 침몰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고도 있다. 블랙박스가 있긴 하지만 블랙박스 자체를 찾을 수 없거나 사고 원인을 규정할 만한 정보를 다 담고 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비행기 사고 중 일부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발생했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카리브해의 버뮤다와 미국 플로리다,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형 범위 안의 해역을 일컫는데, 1945년 12월 미국 로더데일 공군기지에서 해군 폭격기 5대가 비행훈련에 나섰다가 해당 지역에서 승무원 14명과 비행기가 모두 자취를 감춘 사고가 발생했다. 사라진 비행기를 찾기 위해 나선 다른 비행기도 함께 행방불명됐다. 이 지역에서는 비행기뿐만 아니라 배도 자주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는데, 지구 자기장이 불안정해서 이 주위를 지나는 선박이나 비행기가 바다로 빨려 들어간다는 추정은 있지만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2014년 239명의 탑승자와 함께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사고 역시 지금까지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사고 발생 당시 실종된 여객기를 찾기 위해 주술사까지 초청하는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헛수고였다. 약 2년이 지난 올해 초 태국 남부 등지에서 기체 일부로 추정되는 잔해가 발견되긴 했지만, 여전히 사건은 미결로 남아 있다. ●탑승객이 사고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리 승객이 사고 예방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수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를 당했을 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2007년 미국의 한 항공전문가는 1971년 이래 미국에서 발생한 20건의 비행기 추락 사고를 조사했다. 비행기 좌석을 네 구역으로 나눈 뒤 각 구역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앞좌석보다 뒷좌석에 앉은 승객의 생존율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등받이를 세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영국 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보잉 727기를 이용한 더미(마네킹) 실험을 한 결과 등받이를 세운 경우가 생존율이 가장 높고 부상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벨트만 했을 경우엔 머리 부상이 심했으며, 등받이도 세우지 않고 벨트도 하지 않은 경우엔 즉사할 확률이 높았다. 이 밖에도 소지품을 버릴 것, 기동성을 높이는 간편한 옷을 입을 것, 어린 탑승객이나 가족을 돕기 위해 자신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될 것, 안내방송에 주의를 기울일 것 등이 비행기 사고 생존법으로 꼽힌다. huimin0217@seoul.co.kr
  • 가짜 총 들고 은행 털다가 진짜 총에 제압된 강도

    가짜 총 들고 은행 털다가 진짜 총에 제압된 강도

    가짜 총을 들고 은행을 털러 온 강도가 진짜 총을 발사하는 경비원에 호되게 당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최근 브라질 루카스 두 리우 베르드 지역의 한 은행을 급습한 강도 도스 산토스가 경비원에 제압되는 순간을 담은 영상을 소개했다. CCTV 영상을 보면, 강도 산토스가 총을 들고 은행 입구를 들어서자 경비원이 그를 막아서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다. 이때 또 다른 공범이 은행 안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경비원은 그를 향해 실탄을 발사한다. 놀란 공범이 은행 밖으로 도망을 치자 손에 총을 들고 있던 산토스 역시 줄행랑을 친다. 산토스가 소지한 총은 장난감 총으로 알려졌다. 한편 산토스는 경비원이 쏜 총을 맞고 체포됐다. 현지 경찰은 산토스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도주한 공범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사진·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소 안에 꿈틀대는 말의 본성’…암소 ‘라일락’ 화제

    ‘소 안에 꿈틀대는 말의 본성’…암소 ‘라일락’ 화제

    1000만 마리 소의 본고장인 뉴질랜드에 특이한 소 한 마리가 눈길을 끈다. 남쪽 해안 도시 인버카길 근처 한 농장에 사는 어린 암소의 특기는 장애물 넘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을 말이라고 생각하는 소 ‘라일락’의 사연을 소개했다. 올해 6살인 라일락은 브라운스위스종에 속하는 젖소로, 겉으로는 영락없는 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인이 라일락에 올라타는 순간, 거대한 몸집을 휘날리며 말처럼 변신한다. 속보나 보통 구보로 조절해서 달리고 때로는 전속력으로 질주하기도 한다. 1.5m 높이의 장애물도 막힘없이 넘고, 때로는 강에서 수영도 즐긴다. 그녀의 주인 한나 심슨(18)은 "라일락은 정식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부모님이 어렸을 적 조랑말을 사주지 않아 오빠를 따라 11살에 라일락을 타기 시작했다"며 "그때 라일락이 생후 6개월이었다"고 말했다. 항상 뛰는 걸 좋아했던 심슨은 어릴 때 소 우리에서 뛰쳐나오는 라일락을 보면서 자신과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라일락이 말과 다른 점은 안장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슨은 안장 없이 라일락을 타야했기에 여러 차례 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라일락은 자주 움직이는 편이지만, 여전히 게으른 데가 있다고 한다. 심슨은 "라일락이 매우 느긋한 본성을 지니고 있어서 약간의 자극을 주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끝으로 "라일락은 소지만, 내가 말처럼 탈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헤어지는 일은 절대 없다"고 덧붙였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독일 검찰, 한국 정부 수사공조 “들어온 바 없다”

    독일 검찰, 한국 정부 수사공조 “들어온 바 없다”

    독일 검찰이 ‘한국 정부로부터 수사공조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요청이 들어온 바 없다“고 답변했다고 JTBC가 29일 보도했다. JTBC는 이날 헤센주 프랑크푸르트 검찰과의 e-메일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며 이같이 전했다. 매체는 “검찰 뿐만 아니라 법무부, 외교부 등을 거치기 때문에 수사공조요청 절차에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 정유라(20)씨의 돈세탁 혐의를 수사하는 프랑크푸르트 검찰은 “정유라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정씨의 주소지로 여권반납명령서를 보냈지만 수령하지 않자, 2차 발송 없이 직권무효화 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공시절차가 다음 달 19일 완료돼 이튿날인 20일부터 여권은 무효화 되고 정씨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정유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유죄 판결 땐 5년 이상 징역형

    [단독] 정유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유죄 판결 땐 5년 이상 징역형

    정씨 獨 현지 5억원대 자택 소유… 도피액 50억원 넘으면 무기 가능 이대 崔 전 총장 자택 등 압수수색 정씨 여권 직권무효화 조치 돌입… 새달 20일부터 불법체류자 신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0)씨에 대한 체포영장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아울러 특검팀은 독일 검찰이 수사 중인 정씨의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도 사법공조 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 20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정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지만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법령을 위반해 대한민국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했을 때 적용된다.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에는 5년 이상 징역, 50억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특검팀은 정씨의 재산 국외도피와 관련된 유력한 단서를 확보,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독일 현지에 5억원 안팎의 본인 명의 자택을 소유하고 있다. 자금의 불법성이 인정되면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다. 재산 국외도피를 정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긴 어려운 만큼, 특검팀은 최씨의 관련 혐의도 조사 중이다. 다만 독일 검찰에는 아직 최씨에 대한 수사공조 요청은 하지 않은 상태다. 특검팀은 이와 더불어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서도 이날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정씨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은 이날 최경희(54) 전 이대 총장의 연구실과 자택, 김경숙 전 이대 체육대학장을 포함한 관련 교수들의 주거지 등에서 입시·학사 관련 서류와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한편 외교부는 정씨의 주소지로 여권반납명령서를 보냈지만 수령하지 않자, 2차 발송 없이 직권무효화 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공시절차가 다음달 19일 완료돼 이튿날인 20일부터 여권은 무효화되고 정씨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봉은사에서 31세 여성 분신…“과대망상 증세로 진료 받은 적 있어”

    봉은사에서 31세 여성 분신…“과대망상 증세로 진료 받은 적 있어”

    30대 여성이 29일 오후 3시 29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경내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숨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모(31·여)씨는 봉은사 경내 관음보살상 앞에서 몸에 인화성 액체를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숨졌다. 경찰은 김씨가 미리 20ℓ 통에 인화성 액체를 준비해온 것으로 확인했다. 김씨는 자신의 핸드백과 지갑, 겉옷 등은 옆에 내려놓은 후 분신했다. 다른 인명과 재산 피해는 없었다. 김씨는 과거 과대망상 증세로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분신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유서 혹은 그에 가까운 기록이 있는지 소지품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브렉시트에서 트럼프 당선까지…2016년 세계 정치 이슈 5가지

    브렉시트에서 트럼프 당선까지…2016년 세계 정치 이슈 5가지

    대통령 탄핵과 촛불 정국에 휩싸인 2016년의 대한민국. 눈을 세계로 돌려보면 국내 상황 못지 않게 올 한해는 유난히 굵직한 국제 이슈가 많았다. 세계 정치·경제계를 뒤흔들었던 국제 이슈를 돌아봤다. ●영국, 유럽연합 탈퇴 지난 6월 영국에서 진행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국민투표가 찬성 51.89%, 반대 48.11%로 마무리되면서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영국의 일부 보수 세력은 EU에서 영국에 부과하는 거액의 재정 분담금, 금융·안전에 관한 EU의 각종 규제, 이민자 및 난민 유입 등에 불만을 품고 EU탈퇴를 주장해왔었다. 이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5년 총선에 앞서 수년 내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브렉시트 찬성파 유권자의 표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총선에 압승한 뒤 캐머런은 EU잔류로 노선을 변경했고, 브렉시트 논의가 다시 부상하자 영국의 EU 잔류를 위한 요구조건을 EU 상임의장에 전달했다. 영국이 건넨 요구는 금융규제나 이민자 문제 등 영국내 브렉시트 EU에 가지는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EU는 이들 대부분을 수용했으나 브렉시트 투표에 대한 영국국민들의 요구는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공약대로 진행된 투표는 잔류 측이 우세하리란 여러 예상을 뒤집고 탈퇴 쪽으로 기울었다. EU잔류에 노력하던 캐머런 총리는 이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새로 임명된 테레사 메이 총리가 2년에 걸쳐 EU측과 탈퇴 협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탈퇴 이후 영국이 EU시장과 거래하기 위해선 기존과 달리 신규 무역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영국의 EU시장 접근성이 이렇듯 약화됨에 따라 EU출신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감소 또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영국 외 EU가입국들의 탈퇴여론이 형성돼 EU의 안정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부동산 재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다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돼 세계 정계에 일대 파란이 일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숱한 도덕적·정치적 논란거리를 낳았던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트럼프는 이를 뒤엎고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부동산 재벌이자 사업가인 도널드 트럼프는 경선기간 내내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무지, 여성비하, 외국인 차별, 막말 등 무수한 스캔들로 비난을 받았으며 대중국 보호무역, 난민 추방 등 국제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강경 정책을 주장하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에도 이러한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으며, 대선 결과 발표 이후 각지에서 젊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당선 무효화 시위가 펼쳐지기도 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대선 이후 자신이 내세웠던 공약 중 가장 논란이 될 만한 것들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내거나 아예 무효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는 듯했던 태도 또한 철회하고 사과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장 강화, TPP 폐기 등 다른 문제적 사안들에 있어서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의 검은 돈, 파나마 페이퍼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에 위치한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 Company)의 기밀 문건을 공개한 폭로 프로젝트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uddeutscheZeitung)은 익명 제보자로부터 모색 폰세카의 1977~2015년 자료를 입수한 분석을 위해 이를 ICIJ측에 건넸고, 한국 뉴스타파, 프랑스 르몽드, 영국 BBC와 가디언 등 세계 80여 국가의 107개 언론사가 함께 분석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난 2016년 4월 3일(미국시간) 문서를 최초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는 이른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파나마 및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지에 설립한 역외 회사 및 주주 리스트가 공개돼있으며 여기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등 세계 각국 지도자를 포함해 정치인, 스포츠·연예계 유명인사, 무기상, 기업가 등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계적인 충격파를 일으켰다. 역외회사 설립 자체가 항상 불법인 것은 아니며, ICIJ 측 역시 문서에 포함된 인물이 모두 절세나 탈세 등 비윤리적 행동에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등 일부 인사의 경우 명백한 자금 세탁의 정황이 포착됐으며 아이슬란드 귄뢰이그손 총리도 역외회사를 통해 은행채권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한편 해당 문서에서 ‘Korea’를 키워드로 검색된 파일은 총 1만 5000여 건이며,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 195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작극 논란’ 실패한 터키 쿠데타 7월 15일(현지시간) 밤 터키군 일부 세력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반발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약 6시간 시간 만에 실패한 사건. 터키 군부는 역사적으로 세속주의(정교 분리)를 중시해 정부가 이슬람주의 회귀 조짐을 보일 때마다 이를 막기 위한 쿠데타를 일으켰던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이번 쿠테타 또한 군부 내 세속주의 세력인 전(前) 공군 사령관 아킨 외즈튀르크와 아뎀 후두티 육군 2군 사령관, 에르달 외즈튀르크 육군 3군 사령관 등이 에르도안의 친 이슬람 정책에 반발해 일으킨 것이다. 7월 15일 밤 쿠데타군은 탱크와 헬기 등을 동원해 이스탄불 국제공항과 앙카라의 방송국을 장악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휴가 중이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SNS를 통해 국민들에게 쿠데타군에 대항해줄 것을 요청했고 수적으로 열세인 쿠데타군은 결국 정권 장악에 실패했다. 실패한 쿠데타 시도로 총 265명이 사망, 140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가담 군인 2839명이 체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가 세속주의 옹호와는 관련이 없으며 터키 정치인 펫훌라흐 귈렌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슬람 학자이자 종교 지도자인 귈렌은 본래 에르도안의 동료였으나 에르도안과 대립 끝에 1999년 미국으로 망명한 정치인이다. 반면 귈렌은 당시 쿠데타를 반대파 숙청 및 통치권 강화를 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했다. 귈렌은 쿠데타 발발 이후 영국 언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에 대해 제기하는 혐의를 세계가 믿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번 쿠데타가 기획됐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나와 나의 추종자에 대한) 더 심한 탄압을 의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이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4만 5000여 명의 법조인, 교육계 인사, 공무원, 경찰들에게 반란군 누명을 씌워 투옥 및 해고시키는 등 무차별적 반대파 숙청에 나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 ●6개월의 투쟁…프랑스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 프랑스 정부의 친기업적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프랑스 국민들의 시위가 올해 초부터 약 6개월 넘게 진행됐다. 지난 3월 경 중도 좌파인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높은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명분으로 기업의 해고 요건 완화 및 근무시간 35시간 근무제도를 주된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3월부터 프랑스 노동자 조합과 학생단체들은 전국적으로 반발 시위에 나섰으며 공무원들도 파업을 벌였다. 4월부터 폭력 시위가 발생하면서 국민과 경찰이 물리적으로 대치했으며, 최루탄·물대포 등 강도 높은 진압 수단이 사용됐고 경찰과 시위대 양쪽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전국적인 반대 시위에 더불어, 프랑스 하원의 야당의원들은 물론 여당 일부 의원들 또한 개정에 반대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자, 지난 5월 프랑스 정부는 헌법 제 49조 3항의 ‘긴급명령권’을 발동, 노동법 개정안을 하원 표결 없이 상원에 넘기기에 이른다. 프랑스 헌법 제 49조 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경우 각료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의회 투표 없이 총리가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후 상원은 법안을 수정해 하원에 내려 보냈으나 하원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프랑스 정부는 상하원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7월에 다시 한 번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노동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가결시켰다.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에 프랑스 국민들은 9월까지 시위를 이어나갔으나 결국 노동법 개정을 철회시키지는 못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사설] 1조원대 퀄컴 과징금, 한·미 통상 갈등은 경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전화 칩셋 특허권 보유사인 미국 퀄컴에 이동통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시정 명령과 함께 1조 300억원의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린 것은 ‘특허 공룡’의 갑질 횡포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에서일 것이다. 퀄컴이 그간 절대적인 칩셋 시장지배력을 내세워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자사의 칩셋 관련 특허권을 일괄 제공하는 대가로 이들의 이동통신 관련 필수특허를 무차별적으로 끌어모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조사들은 휴대전화에 꼭 필요한 퀄컴의 칩셋을 공급받으려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특허권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퀄컴은 또 휴대전화 제조사들로부터 단말기 가격의 5%에 해당하는 특허권 사용료를 받아 챙겼다. 국내 제조사들이 퀄컴에 지급하는 특허 사용료는 연간 1조 5000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십년 묵은 체증 내리듯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이 통신제조업계에서 나오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퀄컴 측은 “수십 년간 문제가 되지 않았던 라이선스 관행에 대한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 모바일 통신산업과 무선인터넷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면서 “국외 기업의 지적 재산권을 규제하려는 결정이 국제법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예정된 수순으로,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글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퀄컴 측의 횡포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에 과징금 폭탄을 때리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 또한 제재 결정이 원칙대로 이뤄진 만큼 문제의 소지는 없다고 본다. 아직 한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상 갈등을 점치는 것은 지나친 기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측에서 이번 제재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만에 하나 불필요한 통상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는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련 조항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미리 갖춰야 할 것이다.
  • [새해 달라지는 것] 최저임금 시간당 6470원 소득세 최고세율 40%로…유출된 주민번호 변경 가능 노후경유차 서울 운행 제한

    [새해 달라지는 것] 최저임금 시간당 6470원 소득세 최고세율 40%로…유출된 주민번호 변경 가능 노후경유차 서울 운행 제한

    내년부터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된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7.3% 오른 6470원이 된다. 또 소득세 과세표준에 ‘5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면서 최고세율 40%가 적용된다. 출산 전후의 휴가급여 상한액이 15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빈병 보증금이 소주 100원, 맥주 130원으로 올라가고 6월부터 신용카드로 과태료 납부가 가능해진다. 새해부터 달라지는 각종 제도를 들여다본다. [금융·재정·조세] ●신성장 산업 세제 지원 확대 신성장동력·원천기술로 지정된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최대 30%의 공제율로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대상 기술은 ▲미래형 자동차 ▲지능정보 ▲차세대 소프트웨어(SW) 및 보안 ▲콘텐츠 ▲차세대 전자정보 디바이스 ▲차세대 방송통신 ▲바이오 헬스 ▲에너지 신산업·환경 ▲융복합 소재 ▲로봇 ▲항공·우주 등 11개다. ●청년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율 상향 창업 후 최초 소득발생 과세 연도와 그 후 2년간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75% 감면한다. 이후 2년간은 50%씩 깎아 준다. ●신고세액 공제 축소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이 10%에서 7%로 낮아진다. ●노후 경유차 교체 때 개별소비세 감면 2006년 말 이전에 신규 등록된 노후 경유차를 폐차 또는 수출 목적으로 말소등록하고 신차를 구입하면 개별소비세를 70% 깎아 준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최대 143만원까지다. 내년 6월 말까지 시행한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종합소득 및 양도소득 과세표준에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해당 구간의 세율을 40%로 정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 기한 연장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적용 기한을 2018년 12월까지 연장한다. 단, 총급여액 1억 2000만원 초과 근로소득자에 대한 공제한도를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인다. 총급여액 7000만원 초과 1억 2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경우 2018년 1월부터 3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축소된다. ●출산·입양 세액공제 확대 기존에 일괄적으로 30만원이던 세액공제 규모를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70만원으로 차등 확대한다.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 확대 학자금 상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든든학자금 원리금 상환액을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한다. ●난임 시술비 세액공제율 인상 출산 지원을 위해 난임시술비 의료비 세액공제율을 20%로 상향한다. ●주택임대소득 세제 지원 적용 기한 연장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 수입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적용 기한을 2018년 12월까지 연장한다. ●내국법인의 벤처기업 출자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내국법인이 2019년 12월까지 벤처기업 등에 출자하면 출자금액의 5%를 법인세에서 빼 준다. ●경차 연료 개별소비세 환급 특례 연장 1000㏄ 미만 경차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돌려주는 특례제도를 2018년 12월까지 연장한다. ●늑장공시 제재금 최대 10억원 상장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제멋대로 공시를 지연하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을 물게 된다. [교육] ●실업자 내일배움카드제 자기 부담률 개편 훈련비 개인부담 비율이 훈련 직종의 취업률에 따라 적게는 5%에서 많게는 80%까지 확대된다. ●공동·복수학위 외국 대학의 학점인정 범위 확대 국내 대학이 외국 대학과 공동·복수학위의 교육 과정을 운영할 경우 반드시 국내 대학에서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기존의 2분의1에서 4분의1로 줄어든다. 예컨대 우리나라 학생이 외국에서 3년을 공부하고 국내 대학에서 1년을 공부해도 두 대학에서 모두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보건·사회복지] ●모든 사업장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가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경찰·소방공무원 등 법령에 별도의 계급 정년을 정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올해까지는 300인 이상 사업장만 ‘60세 정년’이 의무였다. ●최저임금 6470원으로 인상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 오른 6470원이 된다. 8시간을 기준 일급으로 환산하면 5만 1760원이고, 월급으로 계산하면 주 40시간제의 경우(유급 주휴 포함·월 209시간 기준) 135만 2230원이다. ●학교 우유 급식 저소득층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고등학생에게도 초·중학생과 동일하게 우유 급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임신부·조산아 건강보험 확대 임신부의 외래 본인부담률이 의료기관별로 각각 20% 포인트 인하된다. 1인당 평균 44만원에서 24만원으로 낮아진다. 쌍둥이·삼둥이 임산부에게 지원하는 국민행복카드 지원액은 7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오른다. 조산아나 저체중아가 외래 진료를 받을 경우 출생일로부터 3년간 본인부담률이 10%만 적용된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 지원 확대 기초생활보장 급여 선정의 기준점이 되는 중위소득이 4인 가구 기준으로 439만원에서 내년 447만원으로 1.7% 오른다.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도 중위소득 29%에서 30%로 확대된다. ●청소년증으로 교통카드 사용 가능 만 9~18세 청소년은 1월 11일부터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새로운 청소년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새로운 청소년증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읍·면사무소, 동주민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여성·육아·복지] ●출산 전후 휴가급여 월 최대 150만원 출산 전후 휴가 또는 유산·사산 휴가를 사용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 상한액이 기존의 월 13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육아휴직 지원금 월 30만원 증액 우선지원 대상에 선정된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지원금이 1인당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어난다. 대기업 지원금은 폐지된다. ●저소득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강화 저소득 한부모 가족이 지원받는 아동양육비가 1인당 월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오른다. 지원 대상도 만 12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확대된다. 만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의 경우 자녀 1인당 월 17만원으로 올해보다 2만원 더 준다. ●아이돌봄 서비스 영아 종일제 36개월까지 아이돌봄 서비스의 영아종일제 지원 대상이 기존 3∼24개월에서 36개월까지 확대된다. 비용도 임신·출산·보육에 모두 사용하는 국민행복카드로 편리하게 납부할 수 있다. [국방·병무·보훈] ●병사 급여 9.6% 인상 병사 급여를 전년 대비 9.6% 인상한다. 2012년 대비 2배 수준인 월 19만 5000원(상병 기준)을 지급한다. 병장은 19만 7000원에서 21만 6000원으로 오른다. ●전체 병영생활관과 전체 동원훈련장 에어컨 설치 여름철 복무환경 향상을 위해 병영생활관과 동원훈련장에 에어컨이 설치된다. 현재 군부대 에어컨 설치율은 45%인데, 이를 상반기까지 100%로 확대한다. ●제주 거주·근무 병사 항공권 지원 제주 지역에 거주 혹은 근무하는 병사가 부정기 휴가를 갈 때 선박 경비만 지원됐으나 내년부터는 항공권이 지원된다. 항공권은 병사 1인당 1년에 2회 범위에서 지원된다. ●5~6년차 예비군, 동원지정 대상에서 제외 지금까지 5∼6년차 예비군(병) 중 동원이 지정된 대상자는 소집점검 훈련(4시간)을 했지만 동원지정 없이 향방 예비군훈련(6시간)으로 변경된다. ●군인 육아휴직 기회 확대 남군의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자녀 1인당 1년 이내에서 여군과 동일하게 자녀 1인당 3년 이내로 확대한다. [공공안전·질서] ●재난 취약시설 보험가입 의무화 1월 8일부터(기존 운영시설은 7월 7일까지) 주유소, 장례식장, 1층 음식점, 15층 이하 아파트 등 19종 시설의 손해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위해 우려 제품의 안전·표시기준 강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일종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과 ‘메틸이소치아졸론’은 모든 스프레이형 제품과 방향제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 살생 물질과 유해화학 물질이 ‘위해 우려 제품’에 사용되면 농도와 관계없이 성분 명칭과 첨가 사유, 용도, 함유량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쓰이는 인쇄용 잉크·토너, 옷 구김 방지용 다림질 보조제, 실내외 물놀이 시설 등에 미생물 억제를 위해 사용하는 살조제도 위해 우려 제품으로 지정된다. ●지진 문자 자동 전송 내년 하반기부터 지진이 일어났을 때 기상청이 자동으로 긴급 재난 문자를 휴대전화로 보내준다. [공공행정] ●부동산 허위신고 자진신고 과태료 감면 부동산 실거래가를 허위 신고한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면 과태료가 전액 면제된다. 신고 관청의 조사 개시 이후 증거 확보에 협력하면 과태료의 절반을 깎아 준다. ●주거급여 수급자 지원 확대 소득 인정액이 4인 가구 기준 192만원의 43% 이하면서 부양 의무자가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 주거급여를 준다. 주거급여의 임차료 지급 기준은 최근 3년간 평균 주택임차료 상승률을 반영해 올해보다 2.54% 상향 조정한다. ●공공 임대주택 입주·재계약 기준 개선 영구·매입·전세 임대주택은 금융자산을 포함한 총자산이 1억 5900만원 이하, 국민임대주택은 2억 1900만원 이하일 때에만 입주할 수 있다. 재계약하려면 소득이 입주자격 기준액의 1.5배 이하이고, 자산은 입주자격 기준액을 넘어서는 안 된다. ●과태료 신용카드 납부 허용 6월 3일부터 과태료를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과태료 가산금 부과비율은 체납된 과태료의 100분의5에서 100분의3으로 줄여 준다. ●자동출입국 심사대 사전등록 절차 생략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국민은 내년 3월부터 사전에 지문 등록을 하지 않고도 인천공항 등에서 자동출입국 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 시행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행정자치부에 설치된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심의를 거쳐 5월 30일부터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다. ●빈 병 보증금 인상 22년간 유지된 빈 병 보증금을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올린다. [환경] ●서울시 노후경유차 운행 제한 서울시에서 2005년 이전에 등록한 경유차 중 종합검사 불합격 차량과 검사 미이행 차량의 운행이 전면 제한된다. 위반 차량에는 과태료 20만원(최대 200만원)을 부과하고 단속도 강화한다. ●울산 연안 해역 오염총량관리제 도입 내년 상반기까지 울산 연안 특별관리해역에 중금속 물질 배출 총량을 제한하는 ‘연안 오염총량 관리제도’를 처음 도입한다. 카드뮴(Cd)과 구리(Cu), 수은(Hg) 등 중금속을 관리하고 배출 허용량을 설정한다. [국토개발·산업·에너지·자원] ●과학기술유공자 예우·지원 강화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사람을 ‘과학기술 유공자’로 지정해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헌액과 과학기술 관련 행사 초청·의전상의 예우, 공훈록 발간 등 혜택을 준다. ●전기매트 관련 제품 전자파 기준 적용 내년 6월부터 장시간 사용하는 전기매트 관련 제품의 적합성을 평가할 때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전자파 강도 측정 기준)을 적용한다. ●‘TV대역 가용 주파수’ 민간에 개방 디지털TV 대역(470∼698MHz) 중 사용하지 않고 비어 있는 채널(TVWS)을 민간이 무선인터넷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지상파 방송과 방송 업무에 유해한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 조건으로 방송 제작이나 공연 지원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서비스 업종 지원 확대 소매업·음식업·숙박업·여가 관련 서비스업종이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다. ●수도권·광역권 지상파 UHD 방송 도입 내년 2월 수도권에서 세계 최초로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시작하고 내년 12월까지 광역시권과 강원 평창·강릉 일대로 확대한다. UHD는 기존 고화질(HD)보다 4배 선명한 화질의 생동감 넘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농림·해양·수산] ●가축전염병 발생국가 출입국 관리 강화 내년 6월부터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발생 국가에 체류하거나 해당 국가를 경유해 입국하는 축산 관계자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입국 사실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출국 때 어기면 300만원 이하, 입국 때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원산지 표시 상습 위반자 처벌 강화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했다가 적발되면 위반자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원산지 거짓 표시 등으로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또 원산지를 속였다가 적발되면 1~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쌀 등급표시제 개선 내년 10월부터 쌀 등급에 ‘미검사’ 표시를 할 수 없다. ‘특’, ‘상’, ‘보통’, ‘등외’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무면허 동물진료에 대한 벌칙 강화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동물 진료를 하면 동물 학대로 간주된다. 기존에는 현행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았지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칙이 강화된다. ●중국 불법조업 근절을 위한 처벌 강화 우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적발되면 부과되는 벌금 성격의 담보금이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오른다. 한국과 중국 어느 쪽에서도 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양무(兩無) 어선’의 경우 불법 조업으로 걸리면 어선을 의무적으로 몰수한다. 부처 종합·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비행기가 가장 안전? 참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

    [송혜민의 월드why] 비행기가 가장 안전? 참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안전협회(NSC) 통계부에 따르면, 1년 사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100만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전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인 34만분의 1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는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95.7%에 달하는 것으로,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는 전체 항공기 사고의 90%에서 생존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비행기는 교통사고 위험과 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이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매우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것인데, 여전히 전 세계에서는 ‘전원 사망’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끔찍하고 안타까운 항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난기류부터 새까지…항공사고의 원인 비행기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비행기를 타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난기류’다. 난기류가 심하게 발생하는 지역을 지나갈 때면 안전벨트를 매 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갑자기 비행기 전체가 진동모드 휴대전화 100만대가 함께 울리는 것처럼 떨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제작 단계부터 난기류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고, 최신 항공기는 난기류로 기체가 급하강 하더라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에 이로 인한 항공사고는 흔치 않다고 설명한다. 최근 들어 부쩍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진 사고 원인은 바로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다. 비행기가 상공에서 비행하는 중 새와 부딪히는 이 사고는 생각보다 훨씬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5일, 가장 최근에 발생한 비행기 사고인 러시아 국방부 항공기 추락사고 역시 그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가 제기된 상황이다. 비행기 사고에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생존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2016)에도 유사한 사고가 등장한다. 2009년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한 US에어웨이스 1549편이 이륙 2분 만에 불시착한 사고인데, 버드스트라이크로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진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반적으로 시속 300㎞ 이상으로 나는 비행기와 무게 1㎏의 새 한 마리가 부딪힐 경우 항공기는 무게 약 5t의 충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해 조종실에 특수 유리를 설치하지만, 위의 사고처럼 엔진 등 주요 부품과 충돌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 항공사고 전문가들은 비행기 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사고의 횟수가 아닌 사고 경위라고 말한다. 발견된 잔해의 양도 많지 않아, 원인은커녕 사고기의 공중분해 혹은 침몰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고도 있다. 블랙박스가 있긴 하지만 블랙박스 자체를 찾을 수 없거나 사고원인을 규정할 만한 정보를 다 담고 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비행기 사고 중 일부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발생했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카리브해의 버뮤다와 미국 플로리다,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형 범위 안의 해역을 일컫는데, 1945년 12월, 미국 로더데일 공군기지에서 해군 폭격기 5대가 비행훈련에 나섰다가 해당지역에서 승무원 14명과 비행기가 모두 자취를 감춘 사고가 발생했다. 사라진 비행기를 찾기 위해 나선 다른 비행기도 함께 행방불명됐다. 이 지역에서는 비행기뿐만 아니라 배도 자주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는데, 지구 자기장이 불안정해서 이 주위를 지나는 선박이나 비행기가 바다로 빨려 들어간다는 추정은 있지만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2014년 239명의 탑승자와 함께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사고 역시 지금까지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사고 발생 당시 실종된 여객기를 찾기 위해 주술사까지 초청하는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헛수고였다. 약 2년이 지난 올해 초 태국 남부 등지에서 기체 일부로 추정되는 잔해가 발견되긴 했지만, 여전히 사건은 미결로 남아있다.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는 법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리 승객이 사고예방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수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를 당했을 때 생존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2007년 미국의 한 항공전문가는 1971년 이래 미국에서 발생한 20건의 비행기 추락 사고를 조사했다. 비행기 좌석을 네 구역으로 나눈 뒤 각 구역의 생존률을 분석한 결과 앞좌석보다 뒷좌석에 앉은 승객의 생존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등받이를 세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영국 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보잉727기를 이용한 더미(마네킹) 실험을 실시한 결과, 등받이를 세운 경우가 생존율이 가장 높고 부상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벨트만 했을 경우엔 머리 부상이 심했으며, 등받이도 세우지 않고 벨트도 하지 않은 경우엔 즉사할 확률이 높았다. 이밖에도 소지품을 버릴 것, 가동성을 높이는 간편한 옷을 입을 것, 어린 탑승객이나 가족을 돕기 위해 자신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될 것, 안내방송에 주의를 기울일 것 등이 비행기 사고 생존법으로 꼽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13월 보너스’ 황금 비율, 신용 25%·체크 75%

    ‘13월 보너스’ 황금 비율, 신용 25%·체크 75%

    또다시 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왔다. 과거엔 연말정산을 손꼽아 기다리는 월급생활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해 사이엔 ‘13월의 세금폭탄’에 울상을 짓는 경우도 잦아졌다. 이 때문에 방심은 금물. 자칫 놓치기 쉬운 연말정산 팁을 소개한다. 아는 만큼 돌려받는 것이 바로 ‘13월의 보너스’다. 흔히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보다 연말정산 공제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이다. 체크카드(30%)의 공제 비율이 신용카드(15%)보다 높아서다. 그렇다고 체크카드만 몰아 쓰는 것은 재테크 하수다. 신용·체크카드의 황금 비율이 존재한다. 근로소득자는 연말정산 시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의 카드(신용·체크) 사용액 또는 현금영수증 사용액에 대해 최대 300만원 한도에서 공제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연봉 3000만원이라면 750만원(25%)까지는 아무리 카드를 써도 공제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연소득의 25%까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포인트나 캐시백,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지출이 750만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신용카드보다 공제율이 높은 체크카드나 현금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신용·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 공제한도(300만원)를 모두 채웠더라도 전통시장이나 대중교통 이용료는 각각 최대 100만원까지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무기명 선불식 교통카드(T머니, 캐시비, 팝카드 등)는 카드회사 홈페이지에 실명 등록하면 등록한 날부터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공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시력 교정을 위해 구입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비용도 공제 대상이다. 총급여의 3%를 초과해 지출한 의료비에 대해선 700만원 한도 내에서 공제가 적용된다. 안경(콘택트렌즈)도 의료비에 포함되는데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단 안경 구입 비용은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서 수집되지 않는다. 따라서 안경을 장만할 때마다 영수증을 챙겨 국세청에 따로 제출해야 한다. 보청기 구입 비용, 치아보철기, 라식수술비용, 휠체어 등 장애인 보장구도 마찬가지다. 맞벌이 부부라면 소득이 적은 쪽에 의료비를 몰아주는 것이 유리하다. 의료비는 예외적으로 소득이 있는 배우자도 공제가 가능해서다. 자녀의 교복이나 체육복(중·고교생 1인당 50만원) 구입 비용이나 미취학 아동의 학원비도 영수증을 챙겨 국세청에 제출하면 된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위해 입학 전(1~2월) 지출한 학원비(주 1회 이상 실시하는 월단위 과정)도 연간 300만원 한도에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정규 수업시간 이외에 이뤄지는 실기학습 지도비, 통학버스 이용료, 기숙사비, 어학연수비, 학습지 이용료 등은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다. 월세도 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무주택 가구주로 총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85㎡형 이하 주택을 임대해야 대상이 된다. 월세 지급액(연 750만원 한도)의 10%를 세액공제받는다. 집주인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확정일자가 없어도 된다. 다만 월세 공제를 받고자 하는 근로자의 이름으로 임대차 계약을 해야 한다. 또 계약한 주택에 주민등록주소지가 이전돼 있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해 연말정산 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5년 이내’에 경정 청구를 통해 환급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국정’ 반대 여론에 밀린 고육책… 학교 현장·수능 혼란 불가피

    ‘국정’ 반대 여론에 밀린 고육책… 학교 현장·수능 혼란 불가피

    내년 1월 ‘연구학교 희망’ 조사 신청 땐 학교당 1000만원 지원 27일 교육부가 제시한 ‘국정 역사교과서 1년 시범운영 후 국·검정 혼용’ 방침은 국정 교과서 전면 시행에 대한 거센 반발을 감안한 고육책이지만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당장 국·검정 교과서 선택을 둘러싸고 일선 교육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대입 수능시험에서도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대통령령으로 돼 있는 ‘2016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40일 안에 개정, 국정과 검정 교과서를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까지 국무회의를 거쳐 이 규정을 고치면 2015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제작된 국정 교과서와 2009 교육과정 개편으로 제작된 기존 검정 교과서를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2018년에는 2015 교육과정이 적용된 국·검정을 혼용하는 체제로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줄곧 “역사교과서는 교육의 문제이며 이념이나 정권과는 상관없는 문제”라며 2017년 국정 교과서 전면 시행 방침을 거듭 피력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현장검토본 발표 이후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책 추진의 동력마저 급격히 떨어지자 결국 ‘시범운영 후 국·검정 혼용’으로 물러섰다. 여론을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와 교육부 스스로 정치적 선택을 내린 것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으로 당장 학교 현장에서는 당분간 혼란을 빚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내년 1월 연구학교 희망 수요를 조사하고, 연구학교에는 학교당 1000만원 등의 예산지원도 병행하겠다고 했으나 얼마나 많은 학교가 이에 호응해 연구학교를 희망할지는 미지수다. 일부 학교가 내년 3월 시범학교 신청을 할 경우 야권·진보 성향 교육감이나 학부모들의 반발로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대입수능 한국사 시험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국정 교과서는 새로 개정된 2015 교육과정이, 기존 검정 교과서는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정 교과서 시범학교에서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하지만 다른 학교는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 장관은 27일 브리핑에서 “수능은 공통된 학업성취도로 평가하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달라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당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단체는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했다. 2018년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중1, 고1부터 적용되는 해이기 때문에 현행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 교과서는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국·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려면 현행 검정 교과서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다시 개발해야 한다. 통상 검정 교과서는 개발기간이 최소 1년 6개월 이상이지만 교육부는 이 개발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검정 교과서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셈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랑의 힘’으로 약물중독 극복…美여성 ‘비포 애프터’ 공개

    ‘사랑의 힘’으로 약물중독 극복…美여성 ‘비포 애프터’ 공개

    사랑이 담긴 말 한마디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있나 보다. 미국의 한 여성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약물 중독을 극복하게 된 사연과 자신의 ‘비포 애프터’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애리조나주(州)에 사는 26세 여성 데쟈 홀은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약물 중독에 빠졌던 과거 모습과 이를 극복하고 나서 건강해진 현재 모습을 함께 사진으로 공개했다. 이 사진은 이후 미국 ABC뉴스와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소개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데쟈 홀에 따르면, 그녀가 약물에 손을 댄 시기는 17세 무렵이다. 당시 가족 간에 문제가 있었다는 그녀는 친구들과 파티를 하던 중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각성제 성분이 함유된 진통제 알약을 먹은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마치 비탈길에서 굴러떨어지듯 빠르게 약물에 의존하게 됐다. 급기야 그녀는 하루에 6종의 약물까지 남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약물에서 벗어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20세 무렵 그녀는 메타돈 클리닉(진통제 메타돈을 이용해 금단 현상을 치료하는 클리닉)에 참여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과 절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극을 전해듣고 그 충격에 3일간 클리닉에 빠지면서 결국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때 그녀는 어떻게든 혼자서도 약물 중독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금단 현상으로 구토 증상이 심해져 8일 뒤에는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때마침 알고 지내던 한 남성의 권유로 그녀는 헤로인에 다시 손을 댔고 결국 중독 상태는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녀는 “당시 난 마치 괴물 같았다. 사람을 다치게 해도 태연했으며 모든 것에 소홀했다”면서 “헤로인을 주사하고 나면 나 자신이 죽든 살든 아무래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을 파는 일에도 손을 댔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그녀는 2012년 4월부터 그해 12월까지 헤로인과 메스암페타민의 남용으로 몸무게가 43㎏까지 줄었다. 지금 생각하면 자살 행위와 다름없지만 당시 그런 자신이 심지어 섹시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그해 12월이었다. 그녀의 할아버지가 생신을 맞이해 찾아뵙게 됐고 자신이 얼마나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는지 말하며 생신을 축하했다고 한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있던 할아버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넌 날 아프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는 약물에 의존하기 전까지 할아버지 댁을 자주 찾고 있었다. 그런데 약물에 빠진 나머지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도 뜸해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약물 중독에 빠진 동안 할아버지는 ‘귀여웠던 손녀가 괴물로 변해버렸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에 화장실에 틀어박혀 목놓아 울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녀는 거리에서 위험 마약 소지 및 약물 사용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그녀는 ‘소중한 할아버지와 가족을 위해 자신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고 할아버지에게 전화해 “반드시 약물 중독을 극복하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그녀의 할아버지는 생신을 맞이한 지 2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맹세했던 대로 각고의 노력 끝에 약물을 끊었고 이제는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됐다. 또한 그녀는 한때 소원해졌던 가족과도 다시 가까워졌고, 대신 약을 하던 친구들과는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 현재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내 사연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어 영광이다. 약물 중독을 극복하길 원하면 절대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면서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상담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약물 의존 환자에게 가족의 지원은 필수다. 이들은 환자가 쉽게 약을 구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데쟈 홀 / 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외교부 “정유라, 여권반납명령 미수령”

    외교부 “정유라, 여권반납명령 미수령”

    외교부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국내 주소지로 여권반납명령서를 보냈지만 아직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27일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여권반납명령서가 들어있는) 등기 우편이 반송될 경우 외교부는 여권법 시행령에 따라서 재차 등기 우편을 발송하며, 반송될 경우에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공시송달 절차를 걸쳐서 해당 여권을 직권무효 조치한다”며 향후 여권법 등에 따른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차로 발송한 여권반납명령서가 또 반송될 경우,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관련 사항을 14일간 공시한다. 만약 공시 종료일로부터 7일 안에 여권을 자진 반납하지 않을 경우 외교부는 직권으로 여권을 무효화 한다. 이 절차를 따를 경우, 정씨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는 일러야 다음 달 말 가능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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