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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대선주조 주인 바뀐다

    부산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대선주조㈜가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이 인수한 지 3년여만에 매각된다. 18일 부산지역 금융기관 등에 따르면 신 회장측은 한국금융지주 산하 사모(私募)펀드인 코너스톤 에쿼티파트너스와 보유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을 현재 진행 중이다. 코너스톤측은 신 회장 일가의 대선주조 지분 79만여주(98.97%)를 주당 45만원씩 총 3500억원에 매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당사자 간의 일이라 직원들은 매각 내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주조는 ‘시원소주’라는 브랜드를 통해 부산 소주시장의 92%를 장악하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 주류 업체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1997년 IMF 사태를 맞아 부도를 냈었다. 이어 2000년과 2001년에는 2년 연속 자본 잠식으로 상장폐지를 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기사회생해 지난해에는 매출 1035억원에 영업이익 230억원을 기록했다. 신 회장은 ㈜무학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시달리던 2004년 6월쯤 대선주조의 주식을 사들여 대주주가 됐지만 사돈인 대선주조 최모 전 사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 전 사장의 가·차명지분을 위장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부산지역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 신 회장측이 계약금조로 500억원을 받았으며 최근 중국에 건설중인 주상복합건물 건립에 들어가는 자금 충당을 위해 대선주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금천구, 주요 도로 5곳 24시간 청소

    시흥대로 등 5개 주요 가로에 ‘24시간 가로 청결시스템’이 적용된다. 금천구는 16일 오전 4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률적으로 청소하는 현재의 도로청소 체계는 다음 청소시간까지 공백시간이 너무 길어 ‘도로가 지저분하다.’는 민원이 자주 제기됨에 따라 이같이 청소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구 관계자는 “해당 구역 청소반을 2개조로 나눠 하루 2차례 이상 청소를 하게 돼 시민들이 쓰레기로 느끼는 불쾌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로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물청소를 통해 먼지 없는 도로를 조성할 방침이다. 특히 시민들이 지저분하게 느끼는 청소차량은 물론 재활용처리장, 가로휴지통 등 청소기반시설과 환경미화원 근무복 등도 대폭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특별 기동대 차량 2대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상시 배치해 수시로 폐기물을 수거토록 했다. 또 왕복 4차선이상 가로변 빌딩·점포·상가의 청소책임자부터 청소현황, 청소주기 등을 조사하는 한편 주민 스스로 건물이나 점포 앞을 치우는 가로변 청결봉사단을 구성한다. 한인수 구청장은 “24시간 청결시스템이 정착하게 되면 주말과 공휴일 등 야간에 금천구를 방문한 관광객에게도 아름답고 깨끗한 거리환경을 보여줘 구 이미지 개선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자장면은 왜 자장면일까?

    자장면은 왜 자장면일까?

    ‘여기 짜장면 한 그릇 갖다 주세요’하고 전화 한 통화하면 ‘짜장면 시키신 분’하고 금세 달려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얼큰한 국물이 있는 짬뽕한 그릇이면 마음속에 해가 뜬다. 학교 다니면서 졸업식과 입학식에는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으러 가는 것이 최고의 외식이었다. 직장인이 되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이 한 잔 하잖다. 돈이 궁했던 학창시절에는 덤으로 받았던 짬뽕 국물 한 그릇은 그 시대 최고의 안주였다. 그 추억을 떠올리며 골목 어귀에 있는 중국집에 가기로 했다. 양장피 한 접시에 이과두주 두어 병이면 소주를 마시는 것 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흠뻑 취할 수 있으니 여러 면에서 이득이다. 이렇게 중국음식은 우리 곁을 지켰다. 그러다 보니 너무 만만하다. 그래서 젊은 학생들은 친구가 하는 일이 이해가 안되면 ‘너 진짜 웃기는 짬뽕이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친근한 중국음식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먹나? 우리가 자주 먹는 자장면은 무슨 뜻일까? 탕수육은 왜 탕수육이라고 하지? 모두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다. 조리를 전공하는 1학년 학생들에게 자장면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요? 라고 물으면 ‘짠 맛이 나는 장이 들어가서 짜장면이라고 해요’라고 답한다. 그럼 탕수육은 무슨 뜻인가요? 라고 물으면 “탕수육은 국물이 있으니까 탕이라고 하고 고기 먹을 때 수육 느낌이 나기 때문에 수육이라고 해요”라고 자신있게 답한다. 자장면의 뜻은 장(醬)을 튀겨서(炸) 만든 면이라는 소리다. 자장면 만들 때 쓰는 장은 춘장이다. 춘장도 다른 장과 마찬가지로 콩으로 만든다. 콩에 밀가루를 넣어 만든 춘장은 처음에는 된장과 같은 갈색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짙게 변한다. 그러나 춘장의 수요가 많아지고 그 색깔이 날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워 캬라멜 소스를 넣어 검은 색이 나게 만든다. 탕수육은 왜 탕수육일까? 중국요리는 요리의 이름에 그 요리의 성격을 모두 담아 놓았다. 탕수육의 탕은 설탕당(糖), 수는 식초 초(醋), 육은 고기육(肉)이라는 뜻이다. 돼지고기를 달콤하고 새콤하게 만든 요리라는 뜻이다. 원래 중국어 발음은 탕추러우였으나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어를 따라서 하는 과정에서 탕수육이라고 변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량주의 안주로 제일인 양장피는 해파리와 같은 해물로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양장피는 고구마나 감자의 전분을 익혀서 대나무 발에 넣어 말린다. 바싹 마른 전분은 한 장의 종잇장 같아 껍질‘피’라는 의미로 피라고 부르는데 요리 한 접시를 만들 때 두 장의 피가 필요하다. 그래서 양장피(兩張皮)라고 한다. 팔보채는 얼핏 이름만 보면 여덟 가지 보물을 넣어 볶은 요리다. 보물이라고 하니까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의 보석이 떠오른다. 설마 그런 보석들을 넣어 요리를 했을까. 여기서의 여덟가지 보물은 해물이나 채소 중에서 여러 가지를 함께 볶았다는 의미이지 꼭 여덟 가지 일 필요는 없다. 오향장육도 마찬가지다. 다섯 가지 향을 넣어 만든 돼지고기 요리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하면 팔각, 산초, 계피, 진피, 정향 등 다섯가지 향을 모두 넣어야 하지만 대강 팔각, 산초만으로도 향이 진하게 나오므로 요리에서 숫자가 나오면 여러 가지 향을 넣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최근 중국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송대의 문인 소동파가 만들어 먹기 시작해서 유명해 졌다는 동퍼러우(東坡肉)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소동파가 중국 항주의 태수로 발령이 나서 내려갔더니 항주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 서호가 제방이 무너져 호수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를 본 소동파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함께 제방을 원 상태로 복구를 시켜 놓았다. 이에 고마움을 느낀 마을 사람들이 삼겹살을 선물했다. 소동파는 주민들이 선물로 준 삼겹살에 간장과 황주를 넣어 맛난 요리로 만들어 지역주민과 나누어 먹었다. 고기의 맛을 본 사람들이 소동파에게 이 요리의 이름을 물었다. 소동파는 내가 만든 요리라서 이름이 없다고 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그럼 동파께서 만들었으니 동파육이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건의하면서 이 요리를 동파육이라고 불렀다. 대학에서 나의 전공은 중국어문학이었다. 학교 졸업 후 중국요리를 업으로 삼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중국음식점 주방에 들어가서 일하기 시작했다. 손님 중에서 난자완즈를 시키는 손님이 계시면 홀에서 서빙하는 아가씨는 주방에 있는 나를 향해 소리쳤다. “언니 남자 빤스하나 만들어주세요”. 그러면 나는 “어른 빤스 만들어 줄까? 아니면 애기 빤스 만들어줄까?”라고 물었다. 난자완즈 큰 접시, 아니면 작은 접시냐고 묻는 소리다. 난자완즈는 완자(丸子)를 지지기(煎) 어렵다(難)는 소리다. 그러나 요리이름에 어려운 글자가 있으니 소화가 잘 안될 것 같아 발음이 똑같으면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南자로 바꾸어 난젠완즈(南煎丸子)가 된 것이다. 우리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 ‘지지고 볶으면서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이 두가지는 모두 음식을 요리할 때 사용되는 조리방법이다. 지짐은 빈대떡이나 생선을 지져서 익힐 때 전(煎)부친다고 하는 바로 그 전이다. 볶음은 초(炒)인데 중국집에서 먹는 볶음밥이 차오판(炒飯)이다. 탕수육 먹고 요리 하나 더 먹고 싶을 때 가장 인기 메뉴는 깐소새우(干燒蝦仁)다. 소(燒)자의 왼편에도 火자가 있으니 이 또한 ‘조림’을 뜻하는 조리법이다. 깐소새우는 양념이 새우를 좋아해서 새우의 몸에 감겨 절대로 떨어지면 안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새우조림이다. 중국요리하면 프라이팬을 휘감아 올라가는 강한 화력이 생각난다. 그래서 요리 이름 속에 불(火)이 들어간 글자가 자주 등장한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중국 요리 집에 가도 늘 요리만 먹을 수 는 없다. 가끔 물만두가 먹고 싶을 때도 있다. 중국에서 만두라고 하는 음식은 속이 없는 맨 빵이다. 그리고 우리가 물만두, 왕만두, 군만두, 찐만두로 구분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구분한다. 재미있는 사연은 물만두에 있다. 중국어로 물만두와 하룻밤은 모두 ‘수이자오’라고 말한다. 또 하룻밤과 한 그릇은 모두 ‘이완’이다. 단지 성조를 몇 성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그 뜻이 달라진다. 중국어를 갓 배우기 시작한 한 아저씨가 중국의 식당에 들어갔다. 아저씨는 아가씨 만두 한 그릇에 얼마예요? 라고 묻는 다는 것이 성조를 잘 못 발음하는 바람에 아가씨에게는 “아가씨랑 하룻밤 자는데 얼마예요?”라고 묻고 말았다. 이 말은 들은 아가씨 처음 보는 손님이 하룻밤을 자는데 얼마냐고 물으니 어이가 없다. 순간적으로 화가 난 아가씨는 아저씨의 뺨을 때리고 말았단다. 100년이 넘도록 우리 곁에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자장면, 탕수육.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고 했는데 이제 자장면과 탕수육을 알고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생활 속에서 작은 행복을 하나 더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신계숙 : 단국대중어중문학과, 이화여대 식품학 박사. 중국어문학을 전공하고 중국음식에 필이 꽂혀서 중국집 ‘향원’주방으로 들어가 요리를 시작했다. 2001년 경영자총회에서 ‘중국음식문화이해’라는 주제로 특강을 시작했다. 최근 SK, LG, 신세계 등에서 중국비지니스 성공비법에 대한 강의를 주로 하고 있다. 글 신계숙 배화여자대학 중국어통번역과 조교수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길섶에서] 낮술/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친하게 지냈던 화백을 오랜만에 만났다. 개인전 준비가 한창이다. 고흐전에 함께 가자며 시내로 나왔다. 점심을 같이했다. 소주잔을 받더니,“입에 착착 감긴다.”고 했다. 낮술은 정말 오랜만이라 했다. 그녀는 오지서 교편 잡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점심때면 동네 식당 아주머니가 음식을 배달했다. 소주 2병과 함께였단다.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이 병아리 여교사에게 낮술을 가르쳤다. 오후 수업은 늘 약간의 취기 속에 진행됐다.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영혼의 흔적’을 확인하던 시절이었다. 해질녘 느티나무 그림자를 따라 미술실로 흘러들던 은은했던 빛의 화음을 잊을 수 없다 했다. 지금 열심히 작업하고, 생활도 안정됐다. 하지만 왠지 허전하다고 했다. 그리움일까, 아쉬움일까. 떠나버린 시간에 마음이 ‘허천난’ 듯하다고 했다. 소주 2병과 맥주 1병을 이내 비웠다. 오늘 낮술은 그 시절을 되살리게 해 기분이 좋단다. 덕수궁옆 미술관 풍경이 흔들린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가슴을 찢는 지독한 갈증’이 바람결에 날린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女談餘談] 딴생각/홍희경 정치부 기자

    점심 때마다 습관처럼 들르던 테이크아웃 커피집이 있었다. 또래 여자주인의 친절한 미소가 인상적인 곳인데, 소문을 듣자 하니 ‘투잡족’이라고 한다. 근처 직장에 다니면서 커피집을 내고, 점심·저녁에만 짬을 낸단다. 올해부터 삼십대에 접어 들었으니 좀 달라져 보라는 말을 부쩍 많이 듣던 기자의 귀가 솔깃해졌다. 이거, 뭐라도 하나 더 해야 하는 거 아닌가.‘딴생각’을 몇 개 해봤다. 커피집에서 시작한 생각이 멀리 가지 않는다. 커피집은 많으니 다른 것을 팔아볼까. 퍼뜩 생각이 떠오른다. 폭탄주 테이크 아웃점! 메뉴는 ‘양주+맥주’나 ‘소주+맥주’로 정하고,“딱 한잔만”이라는 홍보문구를 정하고, 흥청망청 음주문화를 바꾼다는 나름의 철학을 내세우면 될 것도 같다. 빠르게 흘러가는 생각에 자조적인 내면의 소리가 제동을 건다. 그거 누가 먹지?수요라고 해봤자 기자와 공무원 정도일까. 게다가 아무리 봐도 건전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킬. 그래도 몇 년동안 글쟁이로 살았는데, 책을 써볼까. 학문은 짧고 말은 번지르르 해졌으니 실용서가 좋겠다. 꽤 오래 법조 기자를 했으니, 관련 책을 써야겠다. 다시 퍼뜩 제목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당신도 합의해’ 제목이 정해지니 내용이 따라온다. 억울하거나 권리를 침해 당했더라도 그 권리를 되찾는 과정에서 더 상처를 입지는 말지어라. 그러려면 합의하라. 다시 내면에서부터 제동이 걸린다. 그거 누가 읽지? 불이익을 당한 사람에게 그저 참고 합의하라는 게 충고나 도움이 될까. 킬. 단순한 것인지, 간사한 것인지. 이십대의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무엇인가 조바심이 난 데 비해, 막상 서른이 되니 편하다.20대 때와 다를 것 없이 시시한 생각을 하다가 금방 접거나,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만회할 30대가 10년이나 남지 않았나. 나이 서른. 돌아보기에도 시작하기에도 썩 괜찮은 때인 것 같다. 홍희경 정치부 기자 saloo@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14) 전남 구례군 문척면 동해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14) 전남 구례군 문척면 동해마을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부산 사상 서부터미널에 구례까지 가는 버스가 있고, 기차는 전라선 구례구역을 이용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IC,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IC,88고속도로 지리산IC 등에서 남원으로 간 다음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로 진입한다. 남해고속도로는 하동IC를 경유해 구례로 갈 수 있다. 구례에선 사성암 이정표를 따른다. 구례 문척면 오산(530.8m)을 출발, 자래봉∼둥주리봉을 거쳐 광양 백운산까지 내달린 남도 산줄기 한쪽에 동해 마을이 앉았다. 오산부터 치자면 5.5㎞, 둥주리봉에서는 4.5㎞ 지점이 된다. 능선 틈에 껴 있는 터라 볕이 드는 시간보단 그늘에 잠긴 시간이 훨씬 더 긴데 요즘 같은 계절엔 오전 11시쯤 해가 진다. 하루 종일 볕을 쬘 수 있는 시간은 딱 두 시간뿐이다. ●국군·빨치산 맞서 싸운 싸움터 동해는 여름철에도 모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가 제법 재미있다. 강감찬 장군이 전국을 순찰하다 동해(당시 동구점) 정자 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하나 섬진강 여울소리와 모기 때문에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해 물소리는 오산 절벽으로 보내고 모기는 다른 마을로 쫓아버렸다고 한다. 근래 들어 어쩌다 한두 마리씩 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여느 곳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당에 나와 맨몸으로 누워도 말짱하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저 ‘물이 차가워서’일 거라 짐작할 뿐. 마을엔 대략 45∼46호가 있지만 빈집이 더러 있어 실 거주 호수는 그보다 훨씬 적다. 주로 농사를 짓는데, 순천시와 경계가 되는 곳인 데다 마을엔 농사 지을 땅이 없어서 대부분 순천시 황전면에다 밭을 일군다. 농사철이면 잠만 구례에서 자고 일은 순천에서 하는 셈이다. 가뜩이나 추운 데다 볕까지 짧으니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겨울 한나절을 보내곤 한다. 할머니들은 아랫목에 자리를 펴고 누웠고, 할아버지들은 동태찌개에 소주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 올해부터 시행된 ‘못마땅한’ 가족관계등록부 이야기,“해가 넘어가도 모자랄 판”인 전쟁 이야기 등등…. 반세기도 더 전 ‘지리산 대장’으로 통했던 정씨의 딸이 다행히 아버지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한다. 정지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말하는 모양이다. 소설 속에 등장했던 반내골은 동해 마을과 능선 하나로 이웃한 옆동네다. 소위 ‘물든 사람’이 마을에 두세 명은 있던 터라 주민들까지 몰살당하는 일이 허다했다. 동해 마을은 국군 12연대와 반란군 14연대가 맞서 싸운 싸움터였다. 옆 간전이나 비촌 쪽은 피해가 어마어마했지만 용케 동해는 온전했다. 신월리 제비재(연치)를 파면 아직도 유해 몇 구는 나올 것이다. 그때는 여우와 까마귀떼가 시체 주변에 들끓기도 했다. 이제는 모두 잊혀진 이야기다.“누가 적지 않으면 몰러. 후손들은 몰러.” 말끝을 흐리는 마을 노인들의 눈매엔 여전히 쓸쓸함이 가득하다. ●“TV도 안 나와 겨울밤이 더 길어요” 이미 폐지된 호적제, 묻힌 과거사보다 더 괴로운 고충은 사실 다른 곳에 있다.TV 난시청 지역이란 또 다른 그늘에 묶여 20년을 살아온 것. “노인네들 사는 곳이라 TV 보는 게 낙인데 그게 쉽지 않아요. 안테나 없이는 TV를 볼 수 없는데 그것도 개인이 설치해야 하는 데다 바람이라도 크게 불면 넘어갑니다. 최근엔 구례읍에서 유선을 끌어다 보지만 1년에 호당 3만원씩 내야 하고 채널도 고작 서너 개가 전부예요.” 난시청 지역임을 면에 알렸는데도 시설 지역에서 누락된 것이 못내 아쉬운 이병용(70) 이장의 간절한 소망이다. 볕도 적은 긴긴 겨울,60대 미만의 젊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동해 마을 주민들에겐 TV가 친구고 가족이고 이웃이다. 마을을 온통 뒤덮은 그늘을 벗어나 도로변으로 나서니 그제야 환하게 볕이 보인다.‘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동해 벚나무 가로수에 꽃이 필 날은 아직 멀었고, 비온 뒤 쏘가리 포인트로 유명하다는 동해의 강물도 지금은 한적하다. 다만 섬진강 짙푸른 물빛 끝으로 눈을 덮어쓴 노고단과 종석대만 겨울답게 아름답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기자(www.emountain.co.kr)
  • 키위소스 샐러드를 밥반찬으로 먹어본 적이 있니?

    키위소스 샐러드를 밥반찬으로 먹어본 적이 있니?

    역시나 사람은 먹고 살아야 하는 동물인지라 식생활에 있어서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식사를 한마디로 하면 ‘기사식당 백반스타일’이다. 나물 몇 가지와 두부조림, 어묵 볶음, 그리고 된장찌개만 있으면 만화에 나오는 며칠 굶은 그지 마냥 잘 먹는다. 이런 식습관은 굉장히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우리 엄마는 내가 아직 어렸던 시절 피아노 학원을 경영하셨고 그런 이유로 나는 항상 혼자 밥을 먹었다. 엄마는 가끔 라면을 사두고 끓여먹으라고 하기도 했지만 보통은 삼천 원을 주면서 사먹고 오라고 하곤 했다. 당시에 삼천 원이면 롯데리아에서 배터지게 햄버거를 사 먹을 수 있던 돈이었고, 물론 분식집에 가려면 친구를 두세 명쯤 더 데리고 가도 끄떡없는 돈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항상 햄버거나 먹고 떡볶이나 돈가스만 먹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어린 마음에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새로운 외식문화를 개척하기로 마음먹고 시장 한복판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선지국과 순대국을 발견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갓 일고여덟 살 정도 밖에 안됐을 꼬맹이가 시장 국밥집에 앉아 신문 펴들고 순대국밥을 기다리는 광경은 좀처럼 상상이 안 되지만 일단 떠올리고 나면 정말 웃긴다. 옆에는 아저씨들이 대낮부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고…. 여튼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그만 둘 무렵 나는 고등학생으로 지방에서 자취를 했다. 당시의 우리 집 식습관에 어떤 일대기적 혁명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고등학교 시절 서울에 있는 본가에는 분기에 한번 꼴로 다녀오곤 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상에서 일어났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후 대학시절을 저녁엔 술 마시고 아침은 굶고 나갔으므로 패스한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기억이 생긴 후 처음으로 엄마가 차려준 밥을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첫 기회인 것이다. 물론 중간 중간 얻어먹은 적은 있지만 가끔이니까 그냥 참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틀리다. 이젠 정말 엄마가 차려준 ‘집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이 엄마가 차려준 밥이라는 게 정말 미친 노릇이다. 군에 있던 시절, 동료들은 항상 엄마가 차려준 집밥이 최고라며 짬밥은 너무 맛이 없다고 불평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밥이 어쨌다고? 집밥? 그거 맛없거나 화났을 때 외치는 형용의성어 같은 거 아니야? 박세회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집밥’의 활용 * 비가 오고 땅에 물기가 있을 때 :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참 땅이 참 ‘집밥집밥’하구만. * 음식점에 가서 밥이 맛없을 때 : 이거 그냥 ‘집밥’ 아냐? * 군대에서 고참이 아주 화났을 때 : ‘집밥’ 아 정말 우리 집의 집밥을 설명하기란 너무 어렵지만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면 어제도 우리 집에서는 느타리 한 팩이 죽어서 나갔다. 얼마 전에 우리 집 냉장고에는 느타리가 두 팩 있었다. 그래서 나는 왜 느타리를 볶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야채는 익히면 영양소가 다 빠져나간데, 그거 그냥 초장 찍어먹을 거야” 그래서 나는 한 팩을 꺼내서 맛있게 볶아서 고추장에 비벼먹고 나갔다왔더니 내가 볶아 놓은 남은 느타리는 엄마가 다 먹었다. 그리고 오늘, 그때 남은 느타리 한 팩이 죽어 있길래 내가 버렸다. 사건의 흐름이 이해가 안 되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엄마는 느타리를 볶으면 맛있다는 걸 알았지만 가만 놔두면 내가 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냉장고 근처에 가지 않았다. 마치 내 잘못 같다. 그저께 먹었던 알탕에는 알밖에 없었다. 마늘과 고추장 그리고 알과 소금이 그 알탕에 들어간 전부였다. 역시 야채는 익히면 안 되는 거라는 변명이지만 호박이랑 감자 써는 게 그리 귀찮은가? 나는 대체 이놈의 웰빙 바람이 어디서 불어온 건지 모르겠다. 어떤 놈이 우리 엄마에게 야채를 익히지 않아야 더 좋다는 정당성의 칼을 쥐어 준 것인가? 나보고 맛없는 음식을 자꾸 먹다가 스트레스로 일찍 죽어버리라고? 신선한 샐러드에 키위소스를 뿌린 걸 밥반찬으로 내놓는 집에서 영양소가 중요할 것 같은가? 아니 그러면 엄마 대체 이번 추석에트랜스유가 잔뜩 들어간 피자와 치킨을 시켜먹은 이유는 뭐야? 고기는 익혀야 되니까? 난 지금 수사적인 의문문을 잔뜩 늘어놓고 있는데, 정말 두려운 건 우리 엄마가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의문문들에 ‘응 그렇지 잘 알고 있네’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나는 요리를 잘 한다. 사실 자기가 먹어서 맛있으면 되는 게 일반인의 기준이지만 나는 물론 레스토랑 주방에 있을 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인들 중에선 좀 하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을 가서 내가 소테를 잡으면 친구들이 항상 대체 어디서 그런 요리를 배웠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뭐 도와줄 거 없어? 근데, 너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친구야 너도 우리 집에서 삼 년만 살면 이 정도는 금방이야. 거기 있는 고추 좀 줄래?” “이거? 여기 있어. 근데, 왜? 어머니가 요리를 아주 잘하시나 보지? 좋겠다. 우리 엄마는 항상 간이 좀 안 맞는데” 이쯤에서 내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이 자식 그냥 해주는 것이나 먹고 조용히 있을 것이지 가슴 아픈 과거는 왜 건드려. “응, 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길게 설명하려면 내 정신 건강에 안 좋으니까. 너 혹시 키위소스 샐러드를 밥반찬으로 먹어본 적 있니?” 박세회 : 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후 진로 탐색을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음악활동(sunstroke.co.kr)과 영화감상에 매진하고 있는 보헤미안 백수입니다. 모든 이의 정신연령을 자신처럼 10살쯤 낮추는 것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오바마·허커비 돌풍 이어질까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끝남에 따라 지구촌의 관심은 오는 8일(현지시간)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당원들만 참여하는 아이오와 코커스와는 달리 일반 유권자들도 참가하기 때문에 대선 초반 판세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 특히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공화당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 주지사가 대반전 드라마를 연출함에 따라 뉴햄프셔주에서는 양당 후보들간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아이오와의 승자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도 이긴 경우는 지난 1972년부터 2004년까지 13번의 경선에서 3번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에선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꿈꾸는 오바마가 ‘검은 돌풍’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전국 지지도에서 앞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이번엔 설욕할지도 관심거리다. CNN과 뉴햄프셔대학의 최근 여론조사에선 힐러리가 지지율 34%로 1위를 차지했다. 오바마가 30%로 그 뒤를 이었고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17%에 머물렀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허커비는 누구

    마이크 허커비(52) 전 아칸소 주지사는 아이오와 공화당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일약 백악관 입성을 넘보는 전국적인 유력 정치인의 반열에 뛰어올랐다. 기독교 종파 중 가장 보수적인 침례교 목사 출신인 허커비는 뛰어난 유머감각과 화려한 언변, 직설 화법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낙태와 동성애, 총기규제 등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정통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강조함으로써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1955년 8월24일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 꼽히는 아칸소주 호프에서 태어나 콰치타 침례교 신학대와 남서 침례신학대(석사)를 졸업했다. 집안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이 허커비가 처음일 정도로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까지 10여년간 침례교 목사로 목회활동을 하면서 라디오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1993∼96년 아칸소주 부지사를 지낸 뒤 주지사에 선출돼 지난해 1월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때까지 주지사로 재직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개성, 사무치게 그리웠다…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개성, 사무치게 그리웠다…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유년기를 보낸 시골마을, 기억나십니까. 포장도로라고는 달랑 신작로뿐, 대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길은 이내 흙먼지 폴폴 나는 흙길로 바뀌지요. 때에 전 옷차림의 개구쟁이들이 겨울이면 비료포대로 눈썰매타던 마을 고샅길이며, 아버지 읍내 나가시던 둑방길이 그랬습니다. 버스를 타고 돌아 본 고려 500년 도읍지 개성의 풍경이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마을 공동우물에서 남바위 비슷한 털모자를 쓴 아낙네가 물을 길어 등지게에 지고 나릅니다. 선죽교 부근의 냇가에서는 시린 손 호호 불어가며 빨래 방망이를 휘두르는 여인네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버스가 마을을 지날 때 제법 용감한 개구쟁이는 언덕 위에서 늠름하게 폼을 잡고 손을 흔드는 반면, 수줍음 많은 녀석은 담장 뒤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손짓합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세계가 교차하는 듯한 풍경이었지만, 참 정겨웠습니다. 버스를 함께 탔던 관광객 누구에게서도 잘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상대적 우월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금강산 일대가 처음 개방됐을 때와 비교하면 주민들의 표정도 놀라울 만큼 변했습니다. 버스가 지나는 길목마다 군인들이 지켜서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예전처럼 외면하거나 심지어 등을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웃고 손을 흔들며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전혀 인위적인 모습이 아니었지요. 박연폭포, 선죽교 등 고도(古都) 개성의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았지만, 주민들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더욱 좋았습니다. 개성에서의 체류 8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남짓한 거리지만, 그 사이엔 이념과 체제의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지요.60년 세월을 에둘러 돌아왔기에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을 훔쳐보는 묘한 즐거움도 각별했고요. 시간대별로 개성관광의 묘미를 소개해봅니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흔히 출입국사무소로 알고 있지만, 서로 두 개의 국가로 인정하지 말자는 뜻에서 ‘국’자를 뺐다)에서 개성관광증을 받는 등 수속을 마친 다음 버스에 올라탔다. 5분 정도 달린 버스가 개성표시판을 지날 즈음 전신주 가운데 테두리 색깔이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뀐다. 북한 지역으로 들어섰다는 뜻이다. 버스 행렬을 에스코트하기 위해 북한군 지프차가 등장하는 것도 이때쯤이다. 경계근무를 서는 앳된 얼굴의 북한군 병사 몇 명을 지나면 곧바로 북측 출입사무소. 간단하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버스에 동승한 북한 안내원 2명과 함께 개성으로 향했다. 개성공업지구를 지나기 전까지는 여전히 낯익은 남측의 풍경이 이어진다. 공장 건물 사이로 24시간 편의점도 있고,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버스가 출근길의 북한 근로자들을 실어 나른다. 개성공업지구를 지나 15분쯤 경의선 철길과 나란히 달리면 개성의 초입 송남동에 닿는다. 고려를 세운 왕건이 거란에서 보낸 낙타 50마리를 굶겨 죽였다는 약대다리가 있는 곳이다. 개성 주민들에게는 ‘야다리’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개성에서 경의선 열차가 매일 한차례 와닿는 봉동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야다리를 건너야 한다. 송남동을 지날 무렵, 느닷없이 머리 위로 고가도로가 나타났다. 안내원은 장차 서울과 평양을 연결할 고속도로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개성과 평양을 오가는 데 이용된다. 고기남새, 세거리 사진관, 리발관 등 개성시내 건물에 내걸린 간판들이 마치 1960∼70년대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을 보는 듯하다. 슬그머니 사진을 찍고도 싶었지만, 안내원의 경고대로 ‘피곤한 여행’이 될 듯해 꾹 참고 말았다. 시내는 거의 무채색이 지배하고 있다. 주민들의 옷이며, 건물들이 검고 어두운 색깔 일색이다. 거기에 낮게 깔린 안개까지 더해지며 무채색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간밤에 무척이나 추웠던 듯, 주민들 대부분이 두툼한 옷차림이다. 목도리를 머리까지 칭칭 동여맨 여인네의 얼굴이 시선을 붙잡았다. 차가운 날씨 탓에 볼에서 귀밑머리에 이르도록 빠알갛게 얼어 있다. 개성에서 박연폭포까지는 40분 남짓 소요된다. 개성시 외곽의 고갯길에 서면 개성을 둘러싸고 있는 송악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만삭이 된 여인이 두 팔 벌려 개성을 보듬고 있는 형상이란다. 그래서 개성 시민들은 송악산을 어머니 산이라 부른다. 태조 이성계가 고려의 멸망을 재촉하기 위해 고려 왕조에 정기를 불어넣어 주던 송악산의 여신을 임신시켰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개성시내를 벗어나자 처녀의 젖가슴처럼 봉긋한 산자락이 겹겹이 다가섰다. 나긋나긋한 느낌, 박연폭포에 가까워지면서부터 산세가 우람해지기 시작했다. 고봉준령은 아니지만 바위산답게 흰 눈을 이고 선 모습이 당당하다. 길도 제법 험하다. 좌우로 휘어지는 모양새가 설악산 한계령에는 못 미쳐도, 속리산 말티재에는 버금갈 듯하다. 마침내 박연폭포 앞에 섰다. 서경덕, 황진이와 더불어 송도삼절의 하나로 꼽히는 곳. 북측에선 천연기념물 제388호로 지정해 놓았다. 천마산과 성거산 사이 38m 높이 암벽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겨울이라 가늘어지긴 했지만, 금강의 구룡폭포와 설악의 대승폭포 등과 더불어 국내 3대폭포를 이룰 만한 자태다. 이쯤에서 관광안내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오래전 박연폭포를 찾은 기생 황진이는 폭포 아래 고모담에 훌쩍 뛰어들어 목욕을 즐깁니다. 목욕을 마친 황진이는 폭포 바로 옆 룡바위에 올라 젖은 머리에 먹물을 묻혀 초서체로 시 한 수를 적습니다.‘비류직하 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의시은하 락구천(疑是銀河落九天)’이란 내용이지요.1957년 이곳을 처음 방문한 김일성 주석께서 그 문장을 ‘날아흘러 곧추 아래로 떨어진 물이 삼천척이나 되니,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지 의심스럽구나’라고 해석해주셨습니다.” 안내원은 또 “황진이가 적은 글씨를 곧바로 도공들이 새겨 오늘까지 전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연폭포의 전경을 감상하기에는 고모담 오른쪽의 범사정이 으뜸이다.‘박연폭포가 안개 위에 떠있는 듯하다’는 뜻의 정자. 범사정에 앉아 쉼을 청한 이옥임(81·하남시)할머니의 눈가에도 옅은 물방울이 괸다.“70년 전 개성에서 소학교 다닐 때 걸어서 소풍왔던 곳이야. 아침나절 개성을 출발하면 저녁 무렵 도착하지. 여기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구경한 다음 다시 개성으로 돌아갔지.” 범사정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대흥산성 북문이 나온다. 고려때 개성 방위를 위해 천마산과 성거산 등의 봉우리를 따라 쌓은 석성이다. 황진이의 연인 서경덕도 산성 동쪽 성거산에 터를 잡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산성 왼쪽의 박연(朴淵)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박연폭포란 이름의 유래가 된 못이다. 폭포 위쪽에 있다. 박씨 성 가진 사람이 폭포 앞에서 피리를 불었는데 그 소리에 반한 용녀가 그를 유혹해 결국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고모담(姑母潭)은 아들이 용녀를 따라 죽자 그의 어머니가 몸을 던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대흥산성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관음사에 닿는다.970년 조성된 사찰. 작고 화려한 대웅전의 뒷문 장식에 슬픈 전설이 숨어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관음사 조성공사에 동원된 조각 신동 운나(당시 11세)는 뒷문 장식물 조각에 열중하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전갈을 받는다. 곧바로 하산하려 했으나, 공사 진행이 늦어질 것을 우려한 공사 관리자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왼손잡이였던 운나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도끼로 자신의 왼팔을 자른다. 결국 뒷문 왼쪽은 완성됐지만, 오른쪽은 미완으로 남게된 것. 그는 왼쪽문에 왼팔이 잘린 자신의 모습을 새겨 놓았다. 박연폭포를 출발한 버스는 50분쯤 걸려 개성시내 중심부의 통일관에 도착했다. 앞으로는 개성 시내와 개성 남대문, 뒤로는 자남산과 김일성 동상이 펼쳐져 있다. 낡은 벤츠 승용차 뒷좌석의 흰 드레스 입은 신부, 파란색 복장의 교통보안원, 삼삼오오 걸어가는 주민 등 모두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관광객들을 관찰하고 있다. 시간이 느린 화면처럼 더디게 흐르는 느낌이다. 그들과의 물리적 거리는 겨우 수m 쯤. 하지만 말을 걸 수도, 더더욱 손을 잡을 수도 없다. 통일관의 자랑은 닭곰탕과 장지단(계란조림), 이면수 조림 등으로 구성된 ‘개성 13첩 반상기’. 쌀밥에 13가지 반찬이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개성지역 토속요리다. 여기에 입에 불이 날 만큼 독한 송학소주가 곁들여진다. 개성시 문화회관 뒤편의 숭양서원은 정몽주와 서경덕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1573년 정몽주의 생가터에 지어졌다. 입구 알림판에 따르면 ‘특별한 장식없이 간소하게 지었으나 이 곳 지형조건을 효과적으로 리용하여 크고 작은 집들을 합리적으로 배치하고 조화시킨 우수한 건축물’이다. 정몽주의 영정과 저잣거리에 버려진 정몽주의 시신을 수습한 친구 우현보, 서경덕 등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선죽교앞에 섰다.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피살당한 곳으로 너비 2.54m, 길이 6.67m의 자그마한 돌다리다. 일제 강점기에 만든 인공수로가 물길을 대신하기 이전엔 송악산에서 발원한 로계천이 선죽교 아래를 흐르고 있었다. 선죽교를 지난 로계천은 사천강, 예성강 등과 차례로 만나 서해로 흘러 들어갔다. 원래 선지교(善地橋)라 불리던 것을 정몽주가 흘린 핏자국이 없어지지 않고 충절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돋았다고 해서 선죽교(善竹橋)라고 고쳐 부르게 됐다. 자세히 보면 다리가 두 개인데, 난간이 있는 멋진 다리가 진짜다. 1780년 이곳에 부임한 정몽주의 후손 정호인이 선조할아버지의 피가 묻은 곳을 사람들이 그냥 지나다니자 원래 다리에 난간을 만들고 그 옆에 새 다리를 놓았다고 전해진다.‘문제의’ 핏자국은 화강암의 철분이 산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개성 출신의 명필 한석봉이 썼다는 비석 맞은 편에 두 채의 비각이 서있다. 하나는 변을 당하기 직전 마지막 만난 친구 성여완의 것이고, 또 하나는 피습을 눈치챈 정몽주가 도망치라고 했음에도 끝까지 그와 함께한 하인 김경조의 것이다. 선죽교 건너편에는 표충비가 있다. 거북이 두 마리가 정몽주 충정을 찬양하는 비석을 이고 섰는데, 각 각 조선의 21대,26대 임금이 만들었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마지막 일정은 고려박물관. 성균관 건물을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균관은 992년 고려시대 국자감으로 창설됐다가, 이후 성균관으로 개칭한 국내 최초의 대학이다. 서울의 성균관보다 500년을 앞선다. 원래 건물은 임진왜란때 모두 불타 없어지고,17세기 초에 개축했다. 노거수(老巨樹)들의 집합소라고 할 만큼 넓은 뜰에 심어진 1000년된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등이 인상적이다. 국보로 지정된 곳인데도 건물 내부를 들고 남이 자유롭다. 성균관 내 4개의 전시관에 고려청자, 금속활자 등 1000여점의 고려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헌화사 7층탑 등 북측의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개성을 빠져 나오는 길에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오전에 비해 몇 배는 많은 숫자다. 때는 이미 땅거미지는 시간. 전력이 부족한 마당에 어두컴컴해 진 건물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을 게다.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보일 듯 말 듯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개성 시내 한 쪽을 가로지르는 경의선 철길 위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기차가 자주 지나지 않으니 무서워할 것도 없을 터. 어른들도 무시로 지나다닌다. 은행나무도 마주 봐야 열매를 맺는다던가. 등돌리고 있었던 겨레가 금강산과 개성 등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서서히 간극을 좁히려 하고 있다. 그것은 곧 열매를 거둘 날도 머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글·사진 개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가는 길 :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오전 6시 전후 서울 계동, 광화문 등에서 출발한다.5000원. 자가용의 경우 임진각까지 간 다음, 임진각에서 셔틀버스(6시40분∼7시20분 운행)로 출입사무소까지 가면 된다. 예약은 현대아산의 개성관광 홈페이지(www.ikaesong.com)에 링크된 전국의 개성관광대리점에서 할 수 있다. 현대아산 02)3669-3000, 도라산사무소 031)954-3940,950-5195.1일관광 요금은 18만원이다. ▲신분증 : 현지에서의 신분증은 개성관광증이 대신한다. 관광증 발급에는 여권 사진 2장이 필요하다. 관광증을 훼손하면 벌금을 물 수도 있다. 국내 출국 수속을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중 하나는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화폐 : 개성에서는 미국 달러 외 원화나 카드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출발 전 환전해 가는 것이 좋다. 개성 북측 출입사무소 출구에서도 환전할 수는 있다. ▲휴대 금지 물품 : 필름 카메라는 반입 금지. 디지털 카메라는 허용되지만 초점거리 160㎜ 미만 렌즈, 광학 기준 24배줌 미만일 경우만 가능하다. 남측의 신문·잡지, 휴대전화(배터리 등 관련 용품 포함),MP3와 GPS, 내비게이션, 소형 라디오, 녹음기 역시 반입금지. 해당 물품은 현대 아산측이 보관, 관광 후 돌려준다. ▲국내 반입금지 물품 : 북측에서 구입한 뱀술, 령정술 등 동물을 재료로 만든 주류와 비아그라·우표·불온 서적 등은 들여올 수 없다. ▲남측출입사무소 1층에 설렁탕 등 간단한 아침 식사를 파는 매점이 마련돼 있다.
  • 섹시하고 도도한 소주모델 ‘한태윤’

    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는 소주 광고를 통해 뭇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신인모델 한태윤의 스타화보 촬영현장이 공개되었다. 11월에 촬영한 이번 화보는 추운날씨에도 제주도의 해변, 승마장, 거리, 리조트를 배경으로 비키니를 입고 진행했다. 또 국내 유일하게 2대뿐인 최고급 럭셔리 자동차와 1억 이상을 호가하는 백마와 함께 촬영해 스타화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섹시하고 도도한 한태윤의 스타화보는 1월 3일 SK텔레콤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다. 글 /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영상 / 손진호기자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02일 TV 하이라이트]

    ●그여자가 무서워(SBS 오후 7시20분) 경표는 외근 나갈 준비를 하고, 은애는 경표에게 혹시 자신 몰래 영림을 만났느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경표는 백회장에게 물어보라는 말과 더불어 애써 대답을 회피하자 은애는 화가 나고 만다. 이에 은애는 백회장에게 이를 물어보지만, 백회장은 자기는 은애와 경표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만 한다.   ●천인의 선택(EBS 오후 9시50분) ‘사회통합’ ‘통일’ ‘교육’ ‘복지’ ‘경제’. 총 5개 분야의 주요 이슈를 직접 선정, 설문 조사 및 깊이있는 진단을 통해 우리 국민의 인식을 살펴본다. 삶의 현장에서 듣고 온 민심을 모아 전문가들과 스튜디오에서 집중 진단해보고, 우리 국민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소망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당분. 하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에서 당뇨까지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기 쉽다. 당분은 섭취하지 않으려고 해도 알게 모르게 음식물에 첨가돼 있기 때문에 하루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기 일쑤인데…. 당분, 어떻게 섭취해야 효과적인지 당분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신년 특집 ‘가자, 선진경제로!’(YTN 오전 10시30분) 4년 연속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킨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 그러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그리고 각종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반격에 나선 일본 사이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연 두 나라 사이에서 ‘영원한 1등’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래도 좋아(MBC 오전 7시50분) 조여사와 효은은 석경의 유산이 준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명지는 효은에게 전화를 걸어 서회장이 정희와 재혼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효은은 그렇게 경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불안한 생각이 든다. 누리제화는 효은이 디자인한 신상품을 출시하지만, 갑자기 돌아온 어음 때문에 부도 위기를 맞는다.   ●인간극장(KBS2 오후 7시30분) 모텔에서 나와 숲을 헤치고 가면 이웃집이 나온다. 순박한 이웃 원주민들은 이협씨가 요청할 때면 두말 않고 달려온다. 울타리를 만들 때에도 열매를 딸 때에도 이협씨 가족이 이곳에 모텔을 지을 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이웃이다. 이협씨는 가끔 한국에서 공수해온 소주를 이웃 원주민에게 나누어 준다.
  • [2007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진로 ‘참이슬 fresh’

    [2007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진로 ‘참이슬 fresh’

    ‘참이슬fresh´는 기존 참이슬 특유의 깨끗한 맛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저알코올화 요구를 잘 반영한 천연 알칼리 소주다. 지리산과 남해안의 청정지역에서 자란 3년생 대나무를 1000도에서 구워 만든 숯으로 정제했다. 이 제품은 선보인 지 2개월여 만에 1억병이 판매된 데 이어, 출시 후 1년간 총 6억 9000만병(360㎖ 30본입 기준)이 팔려나갔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는 기존 360㎖보다 40% 정도 용량이 많은 500㎖ 병과 PET 용기 제품이 새롭게 선보였다. 진로는 ‘조이캡을 잡아라´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이벤트를 통해 축제, 체육대회, MT 등의 각종 행사장에 다목적 특수 영상 차량, 전문 사회자, 도우미, 소주, 안주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 [이명박 시대-진보·신당 어디로] 위기의 진보세력 “성찰 기회”

    20일 출근길에 나선 회사원 김모(44)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1987년 ‘6월항쟁’을 지켜 봤던 김씨는 지난 밤 대통령선거 개표를 지켜 보며 대학 동창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세월의 흐름 탓일까.‘동지들’ 중 절반은 한나라당 집권을 당연시했고, 김씨를 비롯한 나머지는 무력감을 곱씹으며 고개를 숙였다. “분배와 복지를 말하면서 세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쓰는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렸어야 했는데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거죠. 정책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설득해 가는 과정이 중요했는데….” ●평범한 386들의 자괴감 자신을 ‘왼쪽’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보통 시민들, 특히 87년 민주화운동과 2002년 대선의 흥분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이번 대선을 지켜 보고 느낀 자괴감은 자못 컸다. 현 정부의 실정과 대안 부재로 이명박 당선자의 승리가 예상됐지만,“솔직히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것이다.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386세대에게 진보는 정치적 자율성의 획득과 억압에 대한 항거이지만, 시민들에게 진보는 행복추구권 등 다양한 권리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도적 위치에 오른 386세대들이 정치적 민주화의 노스탤지어에서 깨어나 후배 세대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 선거”라고 지적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번 연속 집권한 진보세력은 정책의 당위성만 강조했지 실정에 대해 사과할 줄은 몰랐다. 민주노동당 역시 여론과는 동떨어진 이데올로기를 강조했다.”면서 “진보세력들이 민심을 읽는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반부패운동으로 새 출발 “머리로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만 마음으로는 쉽지 않다.” 이 당선자의 압도적 승리에 대한 진보진영의 솔직한 속내다.19일밤 서울 모처에서 열린 전국시민사회단체 비상대책회에서는 허탈감과 함께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선거무효와 불복종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되 BBK사건 등 당선자의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만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거짓이 교란한 선거라도 국민의 심판은 분명하다.”면서 “현실정치의 진보세력이 대안으로 선택될 만큼 신뢰를 얻지 못했고, 시민사회단체도 유권자들의 판단이 오염되지 않도록 후보자의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진보진영이 충분한 비판과 견제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면서 “삼성비자금을 비롯,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끊기 위해 반부패운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386정치세력의 맏형 격인 대통합민주신당 이인영 의원은 “서민들의 삶에 와 닿는 사회개혁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개선된 효과를 국민들이 느끼게 하지 못했다.”면서 “깊이 자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새출발하겠다.”고 말했다. 임일영 이재훈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새 대통령 선택,각자 자신의 자리로/ 차동엽 신부·천주교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열린세상] 새 대통령 선택,각자 자신의 자리로/ 차동엽 신부·천주교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그어느 때보다 말 많았던 대선에서 대한민국은 17대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동안의 흐름을 보건대 우리는 꼭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대선을 치러오지 않았나 싶다. 마치 대통령이 모든 것의 구원자인 것처럼 말이다. 올해 역시 그러했다. 투표를 선동하는 캐치프레이즈도 이에 걸맞게 절실했다.‘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날’,‘당신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든다’,‘새 대통령에 모든 희망을’ 등 하나같이 ‘새로 모실 그분’에 모든 것을 걸고,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호소했다. 하나 냉정히 말해서 그것은 정치선진국의 모습은 아니었다. 필자는 결코 냉소주의자가 아니다. 필자는 늘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그 에너지를 곳곳에 전하고 다니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치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것은 대한민국 정치가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단 정치뿐이랴. 한 개인에 불과한 구국 영웅의 지휘 아래 국민 모두가 발맞춰 행진하는 사회는 이미 전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래 가지고 우리가 만족을 누려본 적이 도대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막말로 엉터리 대통령이 뽑혀도 나라가 끄떡없이 최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정치는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 여러 면으로 확실히 검증된 대통령만이 선출될 수 있는 그런 정치 풍토는 정말 요원한 것일까. 얼마전 국가 청렴도 1위인 덴마크의 정치인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슴에 묻어두었던 소망들이다. 이 나라에서는 모든 영역의 역할이 철저하게 분담되어 각자의 충실한 직무이행이 유기적으로 이상국가(理想國家)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그의 시절, 조국 이스라엘로부터 대통령직을 제의받았었다.“국회는 만장일치로 당신을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했습니다. 조국을 위해 봉사해주십시오.” 아인슈타인은 이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물리학을 가르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렇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자리다. 일전에 필자는 전직(轉職)의 개념이 거의 없는 독일권 장인제도에 대하여 언급한 적이 있다. 그네들 문화에선 학자가 정치에 뛰어드는 일이 없다. 각자 고유분야 전문가로서의 명예를 더 중요시한다. 이는 경륜이며 안목이다. 국가 저력의 비밀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이번에도 틀림없이 새 대통령을 중심으로 아첨꾼들이 모여들 것이다. 반복되는 이 오류는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 것일까. 불현듯 행복한 바보 성자라 일컬어지는 ‘물라 나스루딘’의 일화가 생각난다. 그는 항상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이집트 콩과 빵으로 식사를 했다고 한다. 반면 자칭 똑똑한 사람이라는 그의 이웃은 어마어마한 대저택에 살면서 황제가 내린 진수성찬을 먹고 살았다. 어느 날 그 이웃이 나스루딘에게 말했다.“나처럼 황제에게 아첨하고 황제의 비위를 맞추는 법을 터득하면, 그 이집트 콩과 빵으로 연명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안됐구먼.” 그러자 나스루딘이 이렇게 대답했다.“나처럼 이집트 콩과 빵을 먹고 사는 법을 터득하면, 황제에게 아첨하거나 비굴하게 그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될 텐데…, 안됐군요.”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의 주체적 삶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꾸려나가는 각자의 행복이다. 이제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자. 대통령은 단지 그 중의 한 사람일 따름이다. 바라건대 대통령 하나에 전 국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지 않았으면 한다. 대통령에게 목을 매지도 무서워하지도 않되, 대통령직을 존중할 줄 아는 국민들이 되었으면 한다. 차동엽 신부·천주교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 [Let’s Go]포항 구룡포 3味 여행

    [Let’s Go]포항 구룡포 3味 여행

    경북 포항의 구룡포는 겨울에 찾아야 제격이다.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수도했던 고찰 오어사 앞바다에서 아홉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곳. 바닷가 마을 어디서나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가는 과메기와 만날 수 있다. 겨울철 꽁꽁 언 몸만큼 얼어붙은 입맛을 돋우기에 과메기만 한 것이 있을까.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것이 입맛. 기름기 많은 청어로 만든 것이라야 제맛이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살집 많아 포실한 원양산 꽁치가 낫다는 이도 있다. 과메기는 김, 미역, 쪽파 등 거섶맛에 먹는다 했다. 긴긴 겨울밤을 보내기에 가족, 친구, 연인보다 좋은 ‘거섶’은 없을 터. 이들과 더불어 과메기를 먹고 즐긴다면 싸늘한 바닷가의 겨울밤이 정겹고 도타워지지 않겠는가. # 겨울의 맛이 익어간다 반도의 동쪽 끝자락 구룡포. 바닷가 마을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린 과메기가 시린 겨울바람을 맞으며 살랑대고 있다. 한적한 마을 풍경을 뒤로하고 과메기 덕장 안으로 들어서면 불난 시장통처럼 분주한 모습과 마주한다. 꽁치의 머리와 내장을 떼어 낸 이른바 ‘배지기’를 만드는 광경이다. 한 편에서 꽁치의 배를 갈라 물에 헹구고 나면, 또 한 편에선 20마리를 한 두름으로 묶어 부지런히 밖에 내건다.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다. 손질한 꽁치를 ‘대차’라는 틀에 걸던 김숙자(38)씨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과메기 제조과정을 풀어냈다. “바닷물과 민물로 번갈아 헹궈야 기름이 엉기지 않아 맛이 좋지예. 꽁치 껍질은 벗기지 않는데, 나중에 먹을 때 벗겨야 불그스레해져 보기 좋고 꾸덕꾸덕하게 씹히는 맛도 살게 되는 기라예. 그래가 바닷바람에 3일 정도 말리면 맛있는 과메기가 된다 아입니꺼.” 과메기란 이름은 관목(貫目:물고기 눈을 끈으로 꿰어 여러마리를 묶는 것)에서 관메기-과메기로 변천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현지 주민들은 새끼줄을 꼬아 만들었다는 ‘꼬아메기’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예전엔 청어로 만들었지만, 청어들이 산란장이었던 영일만 인근에서 자취를 감춘 이후 말리기 쉽고 영양가가 높은 꽁치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산 꽁치마저 어획량이 줄어 거의 일본 홋카이도 등 북태평양에서 잡아온 꽁치로 대신하고 있다. # 과메기 맛은 ‘팔할이 바람’ “사실 국내산 꽁치는 잘고 기름기가 적어 원양산보다 맛이 덜합니다. 어획량도 적고, 대부분 횟감용으로 팔려 나가죠. 잡은 꽁치를 손질하지 않고 그대로 말린 ‘통마리’가 맛으로는 더 윗길입니다. 말리는 과정에서 내장의 고소함이 살점에 배기 때문이지요. 값도 쌉니다. 배지기에 비해 좀 더 비릿하지만, 요즘엔 통으로 말린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병포리에서 바다목장 해원을 운영하고 있는 유동기 사장의 설명이다. 유 사장은 또 “통으로 말리는 과정은 황태 건조 과정과 비슷합니다. 보름에서 한달 정도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꾸덕꾸덕하게 익어 가죠.”라고 덧붙였다. 요즘처럼 맑고 건조한 데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때가 통으로 말리기 딱 좋은 시기란 얘기다. 최근 들어 청어가 영일만 인근에서 조금씩이나마 모습을 비치고 있다고 한다. 서해바다가 검은 죽음의 띠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 동해바다는 생기를 회복하는 듯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과메기 맛을 좌우하는 것은 차갑고 건조한 겨울바람. 코끝이 얼얼할 만큼 겨울이 매섭게 익어갈 때라야 과메기도 농익는다. 영일만을 지나며 습기를 머금었던 북서 계절풍이 구룡포 뒤쪽 산자락을 타고 넘으며 건조하고 차가워진다. 이 건조한 내륙풍이 과메기를 기름지게 말리고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은 맞춤하니 간을 배게 하는 것. 구룡포 과메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맛이 좋은 이유다. 구룡포항은 울진 등과 더불어 대게잡이의 전진기지다.12월로 접어들면서 과메기와 대게를 찾아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도 과메기 맛이 알려지면서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 맛도, 영양도 만점 김 위에 물미역과 쪽파, 마늘 등을 가지런히 얹고, 초고추장 듬뿍 찍은 과메기를 더해 입에 넣기 좋을 만큼 한 쌈 만든다. 쌉싸래한 소주 한 잔 입안에 털어 넣고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과메기 오물오물 씹는 맛이라니. 과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겨울 식도락의 정수라 할 만하다. 주당들이 과메기만 보면 반색을 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실제 과메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면 잘 취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숙취 해독 물질인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과메기가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까지는 사실 맛보다 참살이(웰빙) 열풍에 힘입은 바 크다. 구룡포읍 등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칼슘은 쇠고기에 비해 5배나 많다. 밥이 주식인 한국인이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 트레오닌, 리신 등도 상당량 함유하고 있고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요한 아르기닌과 메티오닌도 많다. 노화와 체력 저하, 뇌 기능 쇠퇴 등을 막아주는 한편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영양소들이 듬뿍 들어 있다. 피부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탁월하다는데, 미용에 많은 신경을 쓰는 여성들이 귀를 쫑긋 세울 대목이다. # 오징어와 멸치도 한창 바닷가 마을에 널려 있는 것은 과메기만이 아니다. 흰 속살 드러낸 채 겨울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오징어와 멸치도 바닷가 풍경을 그려내는데 톡톡히 한몫한다. 마치 ‘나도 예 있소!’라며 목청을 높이는 듯하다. 특히 수천마리 오징어가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어우러지는 광경은 겨울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오징어는 10월 말∼1월이 제철. 햇살 가득한 해변에서 5일 정도 제 몸을 태워 쫄깃한 건오징어로 변신한다.20마리 한 축에 1만∼3만원선. 멸치의 경우 김장철을 앞두고 젓갈용으로 쓰이는 굵은 녀석들이 잡히는 것이 보통. 올겨울엔 조류와 수온 등의 영향으로 다소 늦어졌다. 소금 뿌린 멸치를 끓는 물에 2분 정도 삶은 다음, 햇볕에 꼬박 하루 동안 말린다.2㎏ 한 상자에 1만 2000원 선. 글 사진 포항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대구-포항고속도로→포항→31번 국도 구룡포 방면→925번 지방도→구룡포항(서울∼포항 336.5㎞) ▲ 먹거리 구룡포에서 영덕에 이르는 바닷가 식당 어디서든 과메기를 맛볼 수 있다.5마리 1만원선. 택배도 가능하다. 집집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배지기 15마리 1만 5000원, 통마리는 20마리 6000원쯤 받는다. 구룡포항 못미쳐 병포리에 위치한 바다목장 해원(054-276-2445)은 입맛과 손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집. 관광객들이 직접 낚시로 잡은 참돔, 감성돔 등을 즉석에서 회로 떠 준다. 바닷가 인접한 양식장에 풀어 놓은 고급 어종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기 무섭게 달려든다. 여성이나 어린이도 손쉽게 낚을 수 있다. 낚싯대는 무료 제공. 참돔 1마리 2만원, 감성돔 1만 5000원 선. ▲ 주변 명소 운제산 자락에 기대 선 오어사는 오어지란 저수지를 끼고 있어 풍광이 독특하다.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와 절 사이로 난 작은 길은 산책을 즐기기 그만. 한반도 지도에서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호미곶은 해맞이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상생의 손, 등대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20분간의 해안도로 드라이브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 코스다.
  • [오늘 선택의 날] “이번 선거서 금품살포 사라졌지만 정치 냉소주의로 최저 투표율 걱정”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국민들의 정치 냉소주의로 볼 때 역대 대선 최저투표율을 기록할 것 같습니다.” 17대 대선 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난 박이석(52) 홍보과장은 개표참관인들의 참석여부와 투·개표함 설치 등을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낮은 투표율을 우려했다.13대 대통령선거운동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선관위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년 동안 선거문화 혁신에 앞장 선 그의 얼굴은 사상 최저 투표율 걱정에 그리 밝지 않았다. 박 과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선거가 실종되다보니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유권자들이 늘었다.”면서 “다음 대선에서는 각 정당들이 훌륭한 지도자를 내세워 투표장으로 국민들의 발길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과장의 선관위 생활 20년은 한국 선거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돈 선거’와의 싸움이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된 87년 대선만 해도 선관위는 아예 부정선거 단속권한이 없었다”면서 “당시 각 정당들이 ‘50만·100만 집회’등 대규모 군중대회를 개최하면서 일당과 차비 등 대규모 금품을 살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1994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통합선거법)이 제정돼 돈 적게 쓰는 ‘미디어 선거’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돌아봤다. 박 과장이 생각하는 대통령 선거 혁신의 1등 공신은 역설적으로 200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모 정당이 특정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수수했던 이른바 ‘차떼기 파문’. 더 이상 돈선거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면서 지금의 개정 선거법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충격이 워낙 컸던 탓에 최고 5억원에 달하는 신고 포상금과 받은 금액의 50배를 물어내야 하는 과태료 제도 등이 담긴 개정 선거법이 국회의원들의 저항없이 통과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현장 행정] 송파구 ‘친환경 연말나기’

    [현장 행정] 송파구 ‘친환경 연말나기’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로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연시 기분을 한껏 돋우는 화려한 불빛과 장식들을 볼 때마다 에너지 과소비 걱정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와 자원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기 위해 죽어간 나무가 24만 8000그루가 넘었다.20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의 제작비는 보통 1억원을 넘으며 이용되는 전구도 10만여개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가운데 송파구가 환경을 생각하는 성탄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린 크리스마스’를 선언하고 나섰다. ●잠실사거리에 친환경 트리 설치 17일 송파구에 따르면 잠실사거리에 너비 6m, 높이 12m에 이르는 환경 트리를 만들어 그린 크리스마스의 시작을 알린다. 그린 크리스마스는 호주·뉴질랜드같이 크리스마스가 여름기간인 남반구 국가에서 쓰이던 용어로, 최근에는 성탄을 전후해 급증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자는 의미인 친환경 크리스마스로 발전했다. 환경 트리 ‘바람 나무’는 장지동 재활용선별장에서 수집한 폐비닐, 깡통, 페트병 등 폐품을 주재료로 활용한다. 파이프로 골격을 잡고 페트병 300개, 소주병 1000개, 집게와 가는 철사 200m, 전선줄 200m 등으로 꾸민다. 김영옥 건국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가 설계와 제작감독을 맡았다. 골조를 세우고 경관조명을 설치한 뒤 손질한 재료로 자원봉사자로 선정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장식할 예정이다. 점등식은 오는 21일 열린다. ●‘송파구표´ 환경소품 구입하세요 그린 크리스마스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는 참여의 공간도 마련했다. 구청 1층에는 폐품으로 만든 가방, 벨트, 장갑을 비롯해 폐현수막을 이용한 장바구니, 천연비누, 천연화장품 등 ‘송파구표 환경 소품’을 이날부터 24일까지 전시한다. 올해 서울시 환경작품 공모전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포스터 부문 입상작 18점도 감상할 수 있다. 또 20∼21일 오후 2시에는 구청 3층 기획상황실에서 ‘재활용품을 이용한 핸드메이드 강좌’를 연다. 여성환경연대의 이혜원 강사가 강의를 맡았다.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옷걸이, 헌옷, 단추 등을 이용해 정성이 담긴 트리 장식품과 선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코사지를 만들어본다. 이번 그린 크리스마스 캠페인은 여성환경연대,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 송파구주부환경협의회 등 환경단체가 동참할 예정이다. 김영순 구청장은 “환경의 중요성이 늘 화두가 되지만 연말만 되면 화려한 분위기를 꾸미느라 환경은 뒷전”이라면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재활용품으로 얼마든지 멋진 생활용품을 만들고 연말연시 느낌도 물씬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콩나물국, 정말 숙취해소 도움될까

    술 마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숙취.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숙취는 두통, 메스꺼움, 발열 등의 증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숙취를 부르는 원인과 잘못된 음주습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18일 오후 10시2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숙취의 실체와 건강한 음주습관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가톨릭의대 신경정신과 김대진 교수팀은 숙취를 일으키는 물질로 메탄올을 지목했다. 건강상태가 양호한 성인 18명에게 체중에 따라 각각 소주 1병∼1병 반을 마시게 한 뒤 13시간 후에 혈액 내 메탄올 농도를 비교했더니 그 수치가 크게 증가했다. 메탄올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독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제작진은 한국건강기능식품연구원에 한국인이 즐겨마시는 소주, 맥주, 와인, 막걸리, 위스키 등 5가지 술의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를 공개한다. 또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숙취해소 방법들을 거리 설문을 통해 알아본다. 콩나물국, 꿀물, 라면, 북어국, 녹차 중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숙취해소법은 단연 콩나물국이었다. 그렇다면, 콩나물은 과연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동국대 식품공학과 신한승 교수와 배화여대 최남순 교수가 함께 장국, 꿀물, 커피, 녹차 등 항간에 떠도는 숙취해소법의 진실과 거짓을 가린다. 가정의학 전문의 박용우 원장은 또 숙취 걱정 없는 건강한 음주습관을 제시한다. 이밖에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마시는 속칭 ‘폭탄주’와 탄산음료, 사우나 등 숙취를 배가시키는 습관과 잘못된 숙취해소법의 허와 실을 짚어본다.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책꽂이]

    ●처칠을 읽는 40가지 방법(그레첸 루빈 지음, 윤동구 옮김, 고즈윈 펴냄) 자칭 ‘처칠 광’인 저자가 영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지도자 처칠의 전기 수백권을 읽고 40가지 주제를 추려내 다시 썼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지만 실패한 정치인으로, 전쟁광으로도 기억되는 ‘인간 처칠’을 돌아봤다. 명연설가이자 재담꾼이었으나 술꾼에 울보이기도 했던 처칠의 복잡한 면모를 보여준다.1만 2800원.●기빙(Giving)(빌 클린턴 지음, 김태훈 옮김, 물푸레 펴냄) 2004년 자서전 ‘마이 라이프’를 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에 낸 두번째 책.2001년 백악관을 떠나며 클린턴 재단을 설립하고 2005년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조직해 지구촌 사회봉사에 나선 그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비영리 단체들의 현장사례를 소개한다.1만 2000원.●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에리히 프롬 지음, 최재봉 옮김, 에코의서재 펴냄) 마르크스는 과연 오만하고 독선적인 인간이었으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유물론자, 인간을 획일주의로 몰고 간 비현실적 사회주의자였을까.20세기를 대표하는 인본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마르크스 비평서. 지은이가 본 마르크스는 인간의 정신적 해방을 꿈꾼 정신주의자, 개인주의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노력한 휴머니스트였다.1만 2000원.●바이블 키워드(J 스티븐 랭 지음, 남경태 옮김, 들녘 펴냄) 성서가 그리스 문명과 함께 오늘의 서양세계를 낳은 근간이란 주장을 펴는 교양서. 구약·신약성서에 언급된 인명, 지명, 사건 등을 500여개의 소주제로 분류하고 해설을 곁들였다. 예컨대 ‘노아’란 소주제어 아래 창세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소개되고,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원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는 식이다.2만 5000원.●음모론(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 이종인 옮김, 이마고 펴냄) 지난 2004년 출간된 책에 사진자료 100장과 새로 대두된 음모론들을 추가한 개정판.9·11 사태, 알카에다, 이라크전, 힐러리 클린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인간복제 등을 둘러싼 음모론을 넣었다. 저자는 음모론의 95%는 쓰레기이지만 나머지 5%가 당신을 한밤중에도 깨어있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2만원.●힐러리 로댐 클린턴(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석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03년에 출간된 힐러리 클린턴 자서전의 한글 개정판으로, 두 권이던 것을 한 권으로 묶었다. 책 출간 후의 독자들 반응에 대해 힐러리가 쓴 글이 서문 뒤에 붙었다.“상원의원으로서 나는 현재와 미래의 모든 미국 어린이들에게 똑같은 선택과 기회와 꿈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썼다.1만 8000원.●조선인 60만 노예가 되다(주돈식 지음, 학고재 펴냄) ‘청나라에 잡혀간 조선 백성의 수난사’란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병자호란 이후의 조선인 피랍사를 다룬 역사 다큐.60만명이 넘는 조선인이 참혹하게 포로로 끌려간 상황, 효종이 10년 동안 북벌의 꿈을 갈고닦는 과정을 사실(史實) 그대로 복원했다. 가공인물 두 사람을 중심으로 역사적 상황을 재연하는 방식이 돋보인다.1만 3000원.●사해사본의 진실(마이클 베이전트 등 지음, 김문호 옮김, 예담 펴냄) 현존하는 구약성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되는 사해사본. 사해사본 발굴 이면의 감춰진 진실을 추적했다.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으며 예수의 혈통이 비밀리에 이어져 왔다는 주장을 편 ‘성혈과 성배’의 저자들이 다시 공동집필했다.1947년 사해 연안 쿰란 지역에서 발견된 사해문서가 수십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사실에서부터 의문을 제기한다.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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