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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 행정도시 반대 초강수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 행정도시 반대 초강수

    서울시의회가 강원도의회, 과천시의회 등과 함께 헌법소원을 추진키로 하는 등 정부의 행정중심도시 건설계획에 반대하는 투쟁의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의원 86명은 지난 3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앞으로 대책을 논의했다. ●당비 납부거부에서 집단 탈당까지 거론 무려 3시간 동안 계속된 이날 총회에서 의원들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특별법 합의 통과를 집중 성토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집단탈당, 당비납부 거부 등 초강수 대응을 거론하는 등 중앙당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했다. 우선 의원들은 ‘수도로서의 서울’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반대 시민운동을 펼쳐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의원들은 빠른 시일 내에 지난번 수도이전 논의때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특별위원회 대신 전체 한나라당 의원 86명이 모두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대책위 구성… 경기도 자치단체 등과 ‘연합’ 서둘러 대책위원회가 정식 발족되면 의원들은 과천시 등 경기도 시·군 가운데 행정중심도시에 반대하는 자치단체, 의회와 강원도의회, 각 지역 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반대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헌법소원 의사를 밝혔다. 조만간 최상철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대표) 서울대교수 등과 협의, 빠른 시일 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임 의장은 또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수도를 2개로 분할하는 것으로 정파적 야합에 따라 결정됐다.”며 오는 15일에는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시민궐기대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투쟁수위를 한층 높여나가고 있다. ●시민 참여 ‘열기’에 촉각 곤두세워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시민궐기대회 등 시민운동을 어떻게 이끌어낼지에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반응이 지난해 수도이전 반대집회 때와 달리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위헌판정을 이끌어낼 당시만 해도 ‘수도이전’까지는 원하지 않았던 공통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번 행정중심도시안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온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중앙당도 지난해의 경우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보였지만 이번의 경우는 사분오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연히 구심점이 약해 투쟁 열의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 의장은 “수도이전 반대운동 때보다 열기가 고조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원들이 발벗고 나서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1등도시 퇴색”…표류하는 과천시

    “1등도시 퇴색”…표류하는 과천시

    과천시가 표류하고 있다. 한때 ‘천혜의 자연환경자원 도시’,‘전국 최고의 청정주거도시’,‘높은 시민의식 수준과 튼튼한 자립기반’,‘지방자치단체의 선도적인 역할‘ 등 과천시를 지칭했던 갖가지 미사여구들이 이젠 주민들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의 심장부격인 과천 정부종합청사가 이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장 이렇다할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청사 이전에 따른 성급한 실망감은 급기야 주민들을 거리로까지 내몰고 있다. ●거리로 나온 주민들 지난 4일 오전 7시쯤 과천시민 200여명이 승용차와 화물차 등 50여대를 끌고 나와 정부청사 이전에 항의하며 과천 청사로 통하는 주요 도로에서 차량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속 5㎞ 이하로 서행운전을 하면서 ‘과천은 한반도의 심장, 심장이 멈추면 모든게 끝장’,‘정부청사이전 웬말이냐’ 등의 어깨띠를 두른 채 1시간동안 저속운행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로 서울에서 과천으로 향하는 남태령고개∼정부청사 5㎞구간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고,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단속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7일 오후에는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정부과천청사 이전반대를 위한 투쟁선포식 및 과천시민 결의대회를 개최, 투쟁의지를 다졌다. 또 국회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 서울시의회, 경기도의회 등과 연대해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범시민 반대 서명운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5개월여만에 뒤바뀐 운명 주민들의 이같은 저항은 청사이전을 놓고 두차례에 걸친 누적된 실망감이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날때까지만 해도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던 과천시민들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참담한 심정이다. 위헌결정 당시 과천시와 주민들은 정부가 그대로 물러설 것으로 단정짓지는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정부청사의 이전계획이 전면 백지화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통과되면서 정부부처 12부 4처 3청이 공주·연기지역에 이전될 것으로 발표되자 과천시로서는 당초 수도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이렇게 되면 과천 정부청사에 있는 부처 가운데 법무부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부처가 이전하는 셈이다. 게다가 법무부마저 서울로 합류할 것으로 보여 과천 청사는 그야말로 ‘빈집’이 된다. ●성에 안차는 과천청사활용방안 분노한 자치단체와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갖가지 묘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과천시와 협의해 비는 과천청사에 종합병원이나, 물류센터,IT(정보기술)벤처단지를 조성하자는 제안도 제기되고, 대학이나 군부대 이전계획도 흘러나오지만 정부 청사와 맞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와 주민들은 간간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묘안들이나 신행정수도후속대책특위에서 오가는 얘기들에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다. 과천시 인터넷사이트의 초기화면에는 국회를 통과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안’이 졸속처리됐다며 시와 의회, 정부과천청사이전반대특위 명의로 주민들의 투쟁결의를 다지고 협조를 당부하는 공문과 성명서가 연일 장식하고 있다. 또한 ‘정부청사 이전 결사반대’,‘행정도시 이전 비용 국가경제 파탄된다’,‘과천은 계획된 행정도시, 정부청사 이전 웬 말이냐’ 등 청사 이전에 반대하는 각종 플래카드가 과천시청 정문 앞, 과천 정부종합청사 건너편 등 과천시내 15곳에서 펄럭이고 있다. 최종수 과천시 문화원장은 “행정도시라는 자부심으로 과천에서 살아왔는데 다른 곳으로 옮긴다니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청사 이전 결정은 국가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십년대계도 되지 않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못박았다. ●엎친데 덮친 부동산시장 주민들은 전국 제일의 일등 도시라는 이미지가 희석될 것을 우려한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부동산가격 하락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융단폭격으로까지 불리는 현 정부의 각종 부동산정책으로 이미 가격하락의 쓴맛을 경험한 과천주민들로서는 정부청사 이전이 또다른 하락요인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눈치다. 실제로 서울 강남수준의 시세를 형성하는 과천시내 부동산 시장은 정부청사이전계획 발표 이후 혼란속에 빠져들고 있다. 아파트 가격하락은 아직은 전망수준에서 머물고 있지만, 이사철에도 불구하고 과천시 아파트의 거래는 물론 문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청사 인근 중앙동 L부동산중개업소 이중재(46)씨는 “정부청사 이전문제가 거론된 이후 매수세가 실종된 상태”라며 “과천시내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주었던 ‘행정도시 프리미엄’이 앞으로는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 큰 걱정은 상인들이다. 대부분 주민들보다는 정부청사를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먹자골목이 형성된 중앙동 일대 업소들은 가뜩이나 장기불황에 시달려오다 청사 이전계획이 발표되자 주름살이 깊어졌다. 특히 대형 음식점과 술집 등을 운영하는 업소주인들은 가게를 인수하면서 부담한 고액의 권리금 회수가 걱정이다. 장사를 잘해 이윤을 남기고 권리금은 제3자에게 가게를 넘겨 고스란히 반환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상인들은 이제 본전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문원동에서 대형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이모(50)씨는 “단골 손님들 상당수가 공무원들이었는데 청사가 이전한다고 이들을 따라 충청도로 이전할 수도 없고…, 요즘 같아선 잠도 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여인국(余仁國) 과천시장과 사회단체 대표들은 이같은 사실을 반영하듯 최근 잇단 기자회견을 통해 “삭발·혈서를 쓰더라도 과천청사 이전은 꼭 막아야 한다,” 등 격앙된 목소리들을 쏟아내고 있다. ■ 행정중심도시 추진일정 ▲2005년 5∼6월 행정중심도시 예정지역 지정고시 ▲2005년 6월 토지보상물건조사(4∼5개월 소요) ▲2005년 11∼12월 도시개발계획수립착수(2년여 소요), 토지보상완료 ▲2006년 1월 행정도시개발청(가칭)발족 ▲2007년 착공 ▲2012년 이전 시작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투쟁 앞장 여인국 과천시장 “서울시의회 의원, 경기도의회 의원 등과 연대해 조만간 헌법소원을 제기하겠습니다.” 정부청사 이전계획에 따라 잦은 인터뷰 요청으로 졸지에 ‘스타’가 된 여인국(余仁國) 과천시장이 줄곧 목소리를 높였다. 여시장은 특별법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시민서명운동과 함께 가까운 시일내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며,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얼마전에는 기무사의 과천이전 문제로 주민들과 반대운동을 벌이다 목이 쉰 여시장은 이번 정부종합청사 이전까지 겹쳐 아예 목이 잠겨버렸다. “한마디로 정치적 야합이라고 볼 수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지요. 국가 백년대계를 고려할 때 너무나 잘못된 판단입니다. 행정부처가 이전할 때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돼야 하나 이번 합의는 마치 시장에서 흥정하듯 이뤄졌습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결정과정은 더욱 잘못됐지요. 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중요 사안을 의원 전체가 모인 의원 총회가 아닌 일부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결정했어요. 번복돼야 합니다.” 행정도시특별법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여시장은 수도이전에 버금가는 정부부처의 이전 필요성과 문제점, 향후대책 등이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요 부처가 모두 충청도로 내려가고 청와대·행자부·법무부 등은 서울에 남는데, 이렇게 각 부처가 떨어져 있는데 과연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비효율과 비능률을 양산할 행정부처 이전작업이 과연 누굴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 보아야 한다.” 과천 정부청사가 이전할 경우 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정도의 반응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당초 행정도시로 도시형태가 정비된 과천으로서는 건물 용도변경하듯 변용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여 시장은 “과천시를 제외한 경기도내 30개 시·군의 자치단체장을 직접 만나 과천시의 입장을 설명하고 반대투쟁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라며 “행정도시 건설법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에게도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전재희의원“수도분할 비효율성 커 저지때까지 계속 농성”

    전재희의원“수도분할 비효율성 커 저지때까지 계속 농성”

    “국민이 나서면 막을 수 있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4일 행정도시법 무효화를 주장하며 이틀째 맞은 단식 농성의 변(辯)을 이같은 ‘처방’으로 대신했다. 행정공무원 출신인 그는 “평생 이렇게 굶은 적은 처음”이라고 잠시 웃더니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옆 탁자엔 ‘단식 요법’이란 책과 수필집이 놓여 있었다. 행정수도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수도분할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데 그 부담은 누가 지는가. 여도 야도 아니고 저도 아니다. 국민의 부담이다. 이걸 어떻게 내버려두는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24년 근무해 봤다. 광명시장 시절 수원에 출장가면 하루를 다 보냈다. 하물며 정부 중앙부처가 여기저기 흩어지면 비효율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행정도시가 충청권에 건설된다 해도 실제 일자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땅 값만 오를 뿐이다.7조 적자예산을 편성한 상태에서 과연 정부 부담만 8조 5000억원을 투입하는 이 법안이 말이 되는가.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는데. -원래는 우리가 나서야 했는데 막지 못한 죄송함이 있다. 그러나 국민이 나서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 소원은 필연적이다. 지도부에 대해 할 말은. -제 단식은 수도분할을 막자는 것이니까 이 부분에만 집중하겠다. 훌륭한 지도자라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고집할 게 아니라 잘못된 선택에 대한 사과를 하는 게 도리다. 언제 단식 농성을 그만두나. -2∼3일이나 한두 달 걸려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행정수도법을 저지할 때까지 할 계획이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스포츠라운지] LPGA 비즈니스 코디네이터 심규민씨

    [스포츠라운지] LPGA 비즈니스 코디네이터 심규민씨

    “한국 선수 28명이 리더보드 상단을 꽉 채우면 좋겠습니다.” 미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비즈니스 어페어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심규민(25)씨의 올해 소원이다. 지난해 3월부터 LPGA에 몸을 담았으니 내일 모레면 일년 째가 된다.90명 직원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이자, 한국인. 이를테면 LPGA에서 뛰고 있는 한국의 ‘청일점’인 셈이다. 투어가 열리는 곳이면 무전기를 들고 진행 상황을 체크하며 이곳 저곳을 누비는 그는 최근에 한국 갤러리를 끌어 모으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여념이 없다. 해마다 늘어나는 한국 루키들의 적응을 돕는 것도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한국 골퍼 스코어에 가장 눈길 11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그는 대학에서 정보통신과 비즈니스 경영을 전공했고, 디즈니랜드 호텔에서 일하다가 ‘변화를 바라는 시점’에 친구의 소개로 직장을 ‘덜컥’ 옮기게 됐다. 스타들과 함께 하는 마냥 즐거웠던 일년은 아니었다.LPGA 본부가 있는 플로리다 데이토나비치가 집이지만 머무는 시간은 일년에 채 절반도 안된다. 지난해에는 28주 동안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를 돌아 다녔다. 한국 선수들이 많다 보니 한때 이런 저런 일로 새벽까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한국발 전화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솔직히 박봉에 육체적으로 고되기도 해서 “일을 계속해야 되나.”는 고민도 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라고 털어 놓았다.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해야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스코어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심씨는 “여기서도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한희원 등을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한국 골퍼의 인기가 좋다.”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이 생긴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돌풍 이상무! 유명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지만,‘고향 누나’들을 접하면서 싹 바뀌게 됐다. 객지에서 서로 돕고 격려하는 모습은 언제라도 보기 좋다. 싹싹한 성격으로 선수 부모 사이에서도 인기만점. 한국 여자 골퍼들과는 ‘누나, 동생’할 정도로 벌써 막역한 사이가 됐다.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세리 누나 같은 왕언니들은 아직도 무서워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미국 생활 5∼6년이 넘는 고참급들은 사실 신경이 덜 쓰이는 편. 하지만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루키들에게는 상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올해도 전경기 출전권자만 8명이 늘었다. 미국에서는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아 신참들이 자주 골탕을 먹는다고 한다. 올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에서도 일부 선수들은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두고서야 상금을 수령할 은행 계좌를 트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은행 계좌가 없어 지난해 12월에 끝난 퀄리파잉스쿨 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단지 선수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치열한 연습에 연습으로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일상 소사의 빈틈을 그가 채워줘야 할 부분이다. LPGA에 ‘코리안 돌풍’이 괜히 이는 것이 아니다. 한국 골퍼들만큼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는 선수들도 없다는 것.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연습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 골프 칠 생각이 싹 가시기도 한다.”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성실성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한국 돌풍은 거세게 불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 카후쿠(미 하와이주)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믿은 盜끼에…

    “아무리 돈이 급해도 어떻게 친구의 애인 집을 텁니까.” 실직한 뒤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강도짓을 한 30대가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모(34)씨는 지난 18일 오후 6시쯤 충남 태안군 소원면 김모(23·여)씨의 집에 침입해 혼자 있던 김씨의 얼굴을 때리고 현금 250만원과 휴대전화 1대를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김씨의 애인 한모(34)씨와 10년지기. 지난해 12월 초에는 한씨와 함께 김씨의 집을 방문한 적도 있었다. 박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11월 실직한 뒤 생활비가 떨어진 상태”라면서 “은행에 다니는 친구의 애인이 돈이 많을 것 같아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한씨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친구가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한숨지었다.
  • [2일 TV 하이라이트]

    ●대추나무 사랑걸렸네(KBS1 오후 7시30분) 밤골에 젊은 이장이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호암 중리 사람들은 ‘우리도 이번 기회에 마을 이장을 젊은 사람으로 바꾸는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상훈 등은 유력한 후보자로 동철을 지목하고 분위기를 몰아간다. 현욱은 구판장에서 마을 사람들의 여론을 듣는데….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노인들의 활력있는 인생을 위해 이제 여가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 사회에서 컴퓨터를 배우고자 하는 노인들의 욕구도 늘어나고 있다. 노인들의 여가생활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보고, 컴퓨터를 선택한 노인들의 달라진 생활에 대해 말한다. ●YTN개국 10년특집 3부작‘자원 그리고 미래’(YTN 오전 10시25분) 고유가와 원자재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 문제의 뿌리는 빈약한 우리 자원의 현실에 있다. 엄청난 에너지 소비량과 함께 심각한 에너지 자원부족은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국내·외 입체 취재를 통해 다양하게 조명한다. ●책, 내게로 오다(EBS 오후 10시50분) 헌법학자이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등 인권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상범씨를 만나 ‘살아있는 우리 헌법이야기’를 들어본다. 우리 헌법의 얼룩진 역사부터 헌법에 보장된 인권과 법조문 뒤에 숨겨진 권력 구조의 내용까지 헌법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기회. ●와!e-멋진 세상(MBC 오후 7시20분) 미국 필라델피아의 머리 붙은 샴쌍둥이 로리와 리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만은 일심동체라는 그녀들의 삶과 애환을 들어본다. 태국의 한 마을에 끼니때만 되면 동네에 나타나 밥을 먹고 사라지는 뱀. 이 뱀이 나타나기만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소원을 빌고 또 빈다는데…. ●용서(KBS2 오전 9시) 형우는 친자 포기각서를 찢어버리며 절대로 수민이와 수형이를 포기할 수가 없다고 말하지만, 재훈은 당신이 수민이를 사랑할 자격이 있느냐고 되묻는다. 호영과 승주가 수민이 집을 찾아간 사실을 안 형우는 호영의 카페를 찾아가 자신에게는 어떻게 대해도 상관없지만 수민이만은 그냥 놔두라고 말한다.
  • 졸업·입학 선물 광고도 폼나지!

    졸업·입학 시즌을 겨냥한 선물 광고가 새로워지고 있다. 광고 하단에 경품 내역 등 행사 내용만 한줄 추가하던 예년 스타일과는 다르다.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통해 신제품을 권하거나 행사 내용까지 알리는 식이다. 삼성전자 애니콜 ‘선물 본능편’의 컨셉트는 ‘휴대전화=선물’이다. 주인공 권상우가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 모델과 마주 보며 사랑을 표시하기 위한 선물인 목걸이를 한 손에 들고 자신있게 웃는다. 반면 여자의 속마음은 반대 방향 쇼윈도에 있는 애니콜을 원하는 듯 뒤돌아 제품을 주시한다.‘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은 애니콜’이란 메시지와 함께 각종 애니콜 휴대전화 제품들이 그림 하단에 나열돼 있다. 레인콤의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는 김태희를 기용해 최근 나온 전자사전 겸용 MP3플레이어 ‘딕플’을 광고 중이다. 사진에는 도서관 책꽂이 앞에 이어폰을 끼고 앉아 한가롭게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모습을 담았다. 대학에 가면 딕플 하나쯤은 있어야 폼이 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졸업·입학 선물로 제품과 경품 두 개를 다 가져라고 권하는 광고도 많다. 삼성전자 노트북 센스는 임수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트로피 대신 삼성 센스 노트북을 상으로 거머쥐며 환하게 웃는 사진을 썼다. 삼성전자는 3월 말까지 판촉전 ‘센스 아카데미 페스티벌’을 펼친다. LG전자는 난세의 영웅 이야기를 담은 광고를 통해 컴퓨터 제품 판촉전 ‘골드 엑스 아카데미 세일’을 홍보 중이다. 정우성의 얼굴을 확대한 사진과 황야를 배경으로 무사의 옷을 입고 서 있는 그의 모습 하단에는 3월 말까지 이뤄지는 경품 제공 행사 및 제품 할인 내역이 게재돼 있다. 올림푸스는 재미있는 상상에 빠진 듯한 표정의 전지현이 교복을 입고 있는 사진 위로 ‘졸업·입학 선물로 이런 소원을 빌면 너무한 건가? 디카도 사고 경품도 받는 꿈….”이란 카피를 적고 있다. 한편에 경품 내역을 소개하고 있다. 관계자는 “컴퓨터, 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 등 전자제품 광고는 졸업·입학을 겨냥해 요즘 가장 집행이 활발하다.”면서 “시즌 광고이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나름대로 스토리를 담은 새 광고로 독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점이 예년과는 차별된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철도공사 “합류거부 공무원 징계”

    한국철도공사 합류를 거부하고 있는 옛 철도청 공무원에 대한 해결방안이 표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철도공사가 3월 중 무단 결근자 처벌을 위한 징계위원회를 연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철도공사에 따르면 김모(45)씨 등 공사 직원 11명이 공무원 임용을 요구하며 두 달 넘게 결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또 공사에 출근은 하지만 공무원 잔류를 희망하는 직원도 7명이나 된다. 김씨 등 13명은 지난달 소청심사위원회에 ‘철도공사 강제임용 처분 등 취소’ 등을 청구했다. 선택이 아닌 부당한 신분 박탈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31일로 날짜를 못박아 알아서 자리를 찾아가라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며 “철도공사 직원 강제 임용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공무원 신분보장과 직업선택권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청심사와 별개로 정치권과 청와대 등에 대한 탄원 및 행정소송,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고 잔류시킬 근거도 없기에 임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공사법 시행령에 별도정원 조항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공사 직원 임용은 이들에 대한 ‘구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강력한 태도는 향후 전개될 공공부문 구조개혁에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여기에 잔류를 희망했다 공사로 합류한 직원들(100여명)과의 형평성 문제도 잠복해 있다. 그동안 ‘선 복귀 후 특채 지원’안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던 철도공사는 잔류 희망자들이 거부의사를 굽히지 않자 징계 방침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타 직원들과의 형평성 및 조직의 안정 등을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복귀만 이뤄지면 서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타결가능성이 열어놨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그곳엔 특별한 ‘숲’이 있다. 천년 세월이 숨쉰다. 모진 비바람, 크고 작은 전쟁을 무수히 겪었음에도 그저 묵묵히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일까. 태고의 정적에 금방 압도당한다. 미묘한 향에 취한다. 부드럽다. 청정해진다. 일념(一念)의 문턱에 선다. 숲이 말했다.‘알면 얼마나 안다고, 네가 알고 있는 것, 죄다 비워버려.’라고. 1300여년 전이었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중국불교의 최고 성지인 산시성(陝西省)의 오대산을 처음 다녀오면서 역사는 시작됐다. 이윽고 강원도 오대산, 동·서·남·북·중대 오대(五臺)가 생겼다. 바로 ‘문수(文殊)성지’다. 맞다. 월정사(月精寺)…. 산사(山寺)는 일반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기댈 숲이 있기에 바람쐬러 가기도 하고, 속세의 풍진을 씻어내기 위해서 발길을 옮긴다. 지난주 초였다. 월정사 입구에는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살을 에는 바람, 영하의 차가운 날씨였지만 정월대보름을 맞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월정사에서 예불한 뒤 한결같이 상원사로 연결되는 20여리의 숲길을 걸었다. 다름아닌 천년의 숲길, 양 옆에는 하늘높이 솟은 전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문득 생각해본다. 사노라면 소원이 있을터, 나름대로 절박하고 소중하지 않을까. 월정사 안으로 들어갔다. 정념(正念·50) 스님. 월정사 주지로 취임한 지 1년째. 국내 처음 속세인을 대상으로 ‘단기 출가학교’를 열어 기대 이상으로 ‘출가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불교계는 물론 그를 주목하는 세인들이 많다. 지난해 5월 ‘오대산 천년의 숲길 걷기 대회’를 시작으로 ‘산사영화제’(달마야 서울가자),‘월정사 주지배 평창군민 족구대회’, ‘오대산 불교문화축전’ 등 파격행사를 연이어 열었다. 이때마다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 호황을 이루었다. 이뿐만 아니다. 올 상반기 중 월정사 산문 안의 모든 도로포장을 뜯어낼 작정이다. 숨쉬는 땅, 살아 있는 미생물, 빼앗긴 자연의 권리를 자연에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파격’과 ‘개혁’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천년의 고요를 한꺼풀씩 걷어내겠다는 의욕이다. 지난해 여름 그는 중국의 최고 불교성지인 오대산을 방문, 한·중 오대산 불교끼리 만나는 역사적 장을 열었다. 이는 자장율사 이후 천년을 뛰어넘는 ‘대사건’으로 불교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몇달 뒤에는 중국 고승들이 한국의 오대산을 답방, 양국간의 불교문화 교류를 재차 다짐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눈이 하얗게 쌓인 절간 앞마당이 보이는 주지 집무실에서 정념스님과 2시간동안 마주앉았다. “스님, 요즘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가요.” “만사천래막강구(萬事天來莫强求)” “무슨 뜻입니까.” “만가지 일을 억지로 구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억지로 하면 일도 잘 안 풀릴 뿐더러 세상도 어지러워져 결국 다사다난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꼴이지요. 평상심과 심청사달(心淸事達)의 맑은 한 생각이 시비장단의 모든 일들을 가지런히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만사를 순리에 의하지 않으면 사회는 양극화로 치닫게 되며 결국 투쟁과 대립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시대일수록 오직 지혜만이 필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일등능제천년암(一燈能除千年暗) 일지능멸만년우(一智能滅萬年愚)라는 말처럼 한 등불이 천년의 어둠을 다 걷어버리듯, 한 지혜가 우리의 우매함을 한순간에 타파해버릴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지혜란 일심(一心)이 청정해야 하며 이는 곧 다신(多身)이 청정해지고 ‘시방세계’가 청정해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스님, 정월대보름입니다. 다들 소원을 빌곤 합니다.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목계(木鷄).” “무슨 뜻이지요.” 스님은 장자(莊子)의 ‘달생편’에 나오는 이야기 한토막을 들려준다. 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紀誠子)가 있었다. 그는 왕의 부름을 받아 싸움닭을 조련시킨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다 되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기성자는 “닭이 지금 한창 허장성세를 부리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다. 기성자는 “아직 덜 됐습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를 칩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반복되길 40일째 되던 날, 왕이 묻자 마침내 기성자는 “이젠 됐습니다. 나무로 만든 닭과 같습니다. 망지사목계의(望之似木鷄矣), 기덕전의(其德全矣). 다른 닭들이 감히 대응하지 못하고 도망쳐버립니다.”라고 대답했다. 스님의 설명은 계속된다.‘목계’는 이기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재능이 있어도 ‘무심(無心)’으로 살아 사람들을 감화시키기 때문이란다. 이는 곳 ‘덕(德)’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덕이란 무엇입니까.”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주역의 첫장에 나옵니다. 선행이 쌓이면 반드시 집안에 경사가 온다는 뜻이지요. 인간은 각자 살아가는 팔자가 정해져 있습니다.60살에 죽는 팔자,80살까지 살 팔자, 그러나 이 팔자가 아무리 기구해도 선행이 쌓이면 운명이 바뀝니다. 일찍 죽을 팔자도 80∼90살로 바꿀 수 있지요. 살면서 화(禍)가 적어지고 축복받는 삶의 최선은 선행입니다.” 화두를 떠올릴 때 벽산(碧山)을 생각한다고 했던가. 스님이 뱉어내는 화두는 거침없었다. 깊은 수행의 내공, 일심(一心)과 즉심(卽心)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았다. 월정사 관계자에 따르면 정념 스님은 좌복에 앉은 지 10년만에 공부의 묘한 경계를 맛봤다. 평소 즐겨 독송하던 원각경이 온몸에 전율로 다가왔다. 이후 개미 한마리까지 환희로 보이고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넘쳐났다고 귀띔해줬다. 정념 스님은 이른바 불교계의 개혁파로 꼽힌다. 그는 올해로 법랍 26년. 경남 고성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18살에 출가했다. 이후 종교계에서는 처음으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탄허 스님의 맏상좌(세속의 맏아들격)인 만화희찬 스님을 은사로 모셔 승려가 됐다. 월정사 주지를 맡기 전 그는 12년 동안 상원사에서 주지 소임을 맡았다. 그가 상원사 주지를 맡을 때 아직 젊고 공부의 묘미에 푹 빠져 있어 처음엔 거절했지만 소임과 수행, 이판과 사판이 따로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에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는 지난해 2월 나이 마흔아홉에 현해 스님이 동국대 이사장으로 떠나면서 제4교구 본사 주지로 발탁돼 주목을 끌었다. 월정사 문중서열상 여전히 젊은 편이지만 어른 스님들은 “시대적 흐름에 맞게 젊고 유능한 사람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삶과 수행은 일치돼야 합니다. 과거의 수행은 정태적이었지요. 이젠 대중의 가치와 열심히 호흡해야 합니다. 종교는 역사를 주도하고 문화를 창달하는 것이 본질이며 예언자적 길을 걸어야 합니다.21세기의 문화가 놓여 있습니다. 수행자적 삶을 살 수 있다면 사회 전체가 행복해집니다. 출가학교를 개설한 것도 바로 이같은 취지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단기 출가학교 졸업생은 165명. 평균 10대1의 경쟁률에 이를 만큼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올 4월에 여는 제4기 출가학교 응모자만 하더라도 60명 정원에 현재 400여명이 몰리고 있다. 정념 스님은 다음달 14일 기존 졸업생들과 함께 미얀마 등 남방불교 순례를 떠난다. 그는 “지금까지 ‘출가’라는 어휘 자체가 부정적이었지만 이제는 무상(無想)의 경험을 통해 인생을 슬기롭게 사는 길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올해에는 웰빙타운(명상센터)과 생태·문화마을을 조성해 대중들과 더욱 친숙하게 만나겠다.”며 문수동자처럼 환하게 웃었다. km@seoul.co.kr
  • 전경련 3不

    ‘다짐1-삼경련 안된다. 다짐2-정부와의 대립 안된다. 다짐3-친목단체 안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른바 ‘3불(不) 노선’을 걸을 모양이다. 재계의 단합과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한 ‘새틀짜기’ 움직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한 강신호 회장이 버티고 있다. 손길승 전 회장의 ‘대타’로 나선 1기에서 재계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목소리를 낮춘 강 회장이 이번 2기에서는 전경련 내부를 향해 목청을 높이고 있다. 회원사간 단합을 이끌어 전경련의 옛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회장 취임 일성으로 “재계 단합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힌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경련 내부적으로 친(親)삼성 노선을 빗댄 ‘삼경련’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재계 단합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재계 ‘빅3’ 가운데 소원해진 LG와 현대차그룹을 의식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현명관 상근 부회장의 퇴진이 예견된다. 삼경련의 시작은 사실상 삼성 출신인 현 부회장이 전경련에 입성한 뒤부터 줄곧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전경련의 ‘재계 대표’ 위상이 손상됐다는 지적과 함께 전경련의 행보에 적잖은 부담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강 회장도 이런 점을 의식해 현 부회장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경련의 ‘재계 대변인’ 역할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그동안 재계를 대변하면서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각을 곧추세웠던 전경련이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나선 것. 강 회장은 최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전경련의 방향을 설정할 때 정부의 협조 없이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의 친목단체 성향에도 ‘메스’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친목모임의 성격이 강한 전경련 회장단은 큰 틀의 방향을 잡는 기구로 일선에서 비켜서고, 업무는 회원사 실무진들이 참여하는 업종별 위원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시선이 집중되는 회장단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일하는 전경련을 만들기 위한 역할 분담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군대동원해 막고 싶은 심정” 이명박 서울시장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하는 등 강력 발발하고 나섰다. 이명박 시장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경기도 과천시와 시 의회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정부청사 이전을 둘러싼 헌재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시의회는 24일 열린 제153회임시회 본회의에서 ‘행정중심도시건설특별법제정반대결의안’을 채택하고 이같이 결의했다. 시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이번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신행정수도 후속조치는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충청권의 표밭을 의식한 결과로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정부가 12부4처2청으로 이전을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총 180개의 산하기관이 이전하게 되는 수도이전의 개념으로 해석돼 헌법재판소의 지난해 위헌결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시의회 의원들은 이날 한나라당사를 항의방문한데 이어 다음달 2일로 예정된 관련법의 국회통과를 저지하기로 했다. 이명박 시장도 이날 행정도시 건설과 관련,“행정수도 이전을 못하게 하려면 군대라도 동원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이 시장은 이어 “이 정권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집권했는데,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천시와 시의회도 이날 특별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고, 국민투표 실시를 건의하는 한편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범시민 집회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동구 이유종기자 yidonggu@seoul.co.kr
  • 정월대보름달 휘영청 소원 빌고 지신 밟고

    정월대보름달 휘영청 소원 빌고 지신 밟고

    정월대보름을 맞아 서울시내에서 달집태우기, 연날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된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인 23일 오전 10시부터 ‘보름달에 빌어보는 소원성취 한마당’이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오후4시 서울광장에서 시민대동제를 연다.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50명이 동제와 줄다리기, 놋다리밟기 등을 선보인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참석해 시민들에게 덕담을 전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24일 남대문과 명동에서도 펼쳐진다. 자치구도 제각기 특색있는 행사를 개최한다. 강북구는 23일 오전10시부터 ‘우이동∼신설동 지하경전철’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는 지신밟기 행사를 갖는다. 송파구는 오후4시부터 시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송파 다리밟기를 재현한다. 한편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는 정월대보름 폭죽·쥐불놀이 등에 의한 화재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행사장 주변에 소방차를 배치하는 등 특별경계근무에 나선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정월대보름 전후 3일간 안양천변 잔디에 불이 붙는 등 총 29건의 화재가 발생해 2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신문법 헌법소원 제기

    정인봉 변호사와 환경건설일보 강병진 대표이사는 18일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 5개 조항이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헌법상 언론의 자유 및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21일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부시, 유럽순방 성과 있을까

    |파리 함혜리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일 저녁(현지시간) 브뤼셀에 도착해 5일간의 유럽순방에 나섰다.2기 취임 후 첫 해외방문인 이번 유럽 방문은 이라크전 이후 소원해진 대서양 양안 관계를 개선하는 주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란 핵개발과 중국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 등 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유럽순방과 관련,“미국과 유럽 우방간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대서양 양안의 지도자들은 세계 평화에 대한 희망이 자유국가들간 단결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풍자만화에서처럼 이상주의적인 미국과 냉소적인 유럽간 분열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기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20일자 사설에서 “이란 핵문제, 중국의 무기금수조치 해제문제, 온실가스 배출 방지 노력 등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유럽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일방주의를 포기하겠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야만 진정한 관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88개 인권ㆍ환경ㆍ평화운동 단체들은 21일 브뤼셀 주재 미국대사관 부근,22일엔 EU본부 근처에서 대규모 연대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lotus@seoul.co.kr
  • 왕우렁이 ‘제2의 황소개구리’ 우려

    왕우렁이 ‘제2의 황소개구리’ 우려

    에일리언이 꼭 우주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국경이나 대륙과 섬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특정 지역의 고유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들이 나라마다 넘쳐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수그러들었지만 한때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다시피 한 황소개구리가 대표 격이었다. 붉은귀거북과 블루길(파랑볼우럭), 큰입배스 등은 전국의 하천이나 호수를 무대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위해외래종 지정 10종에 불과 현재 법으로 지정된 생태계 위해외래종은 황소개구리를 비롯, 동·식물을 합해 모두 10종. 그러나 이는 위해성이 확인된 사례일뿐 국내에 들어온 다른 외래종들이 해롭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등의 폐해도 국내 도입 후 20∼30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태계 내에 많은 위해종들이 잠복해 있을 공산도 크다. 현재 황소개구리는 한창 때의 3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는 감소원인에 대한 외부용역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데, 원인규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들린다. 근친교배로 인한 열성유전이 원인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환경부는 “미국 본토의 황소개구리의 유전자와 비교해 본 결과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국내 생태계의 새로운 교란종으로 떠오른 것은 왕우렁이다. 남미 아열대지역이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1980년대 초 동남아에 유입된 이후 토착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중이다. 채소와 수초, 연한 풀 등 대부분의 식생을 먹어치우는데다 번식력도 뛰어나 필리핀에서는 총 논면적(300만㏊)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동남아보다 상대적으로 추운 우리나라는 자연상태에서 번식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이 빗나갔다.20일 환경부가 발표한 ‘왕우렁이 생태계 위해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전남 일부 지역의 논농사에 피해를 일으켜온 왕우렁이의 월동지가 전북 정읍지역까지 북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환경연구원 김원명 박사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 월동 메커니즘을 터득해 앞으로 월동한계선이 점차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1년에 1000여개의 알을 낳는 왕성한 번식력을 감안하면 황소개구리에 이은 새로운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될 것이란 예측도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유해 가능성 외래종도 거래중” 국내 침입외래종은 ‘의도적’으로 도입된 이후 ‘관리미비’ 때문에 자연생태계로 퍼져 나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황소개구리나 왕우렁이, 블루길 등은 식용이나 농가소득용으로, 붉은귀거북은 방생이나 애완용으로 유입됐었다. 현재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각종 애완·감상용 동·식물들이 언제 위해종으로 돌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는 이미 외국에서 위해종으로 판명되거나 이와 비슷한 종으로 분류되는 동물들도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방상원 박사는 “일부 국내 애완동물 수입업자의 판매목록에 일본이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한 몽구스 등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애완동물로 수년 전부터 다량 수입되고 있는 다람쥐과의 프레리도그를 비롯해 페릿, 햄스터, 고슴도치 등도 생태계 교란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무역절차 규제완화와 애완동물에 대한 소유 및 과시욕구가 커지고 있어 외래종의 의도적 유입이 더욱 증가될 전망”(방상원 박사)이지만 유해 외래종을 차단하기 위한 국내 인프라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방 박사는 “외래종과 관련한 국내법이 19개에 이르지만 이미 지정된 10종의 위해종만 수입 금지될 뿐 나머지 외래종은 국경 단계의 감시기능이 없다. 생태계위해성평가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거미와 전갈, 지네, 거머리 등도 유해성 여부에 대한 판단없이 수입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외래종(2002년 9월 현재)은 동물 223종, 식물 281종 등 모두 504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외래종 가운데는 봉숭아나 망초, 달맞이꽃, 코스모스 등 우리에게 친숙한 종들도 많다. 척박한 환경에 자리잡아 토양침식을 방지하는 등 유익한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래종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사전평가제도나 사후 관리제도가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방 박사는 “생태계 외래종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한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외래종 관리에 관한 한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탑골의 따뜻한 맛집들

    [뒷골목 맛세상] 탑골의 따뜻한 맛집들

    지난 해 11월에 열린 민족문학작가회의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약간 색다른 공로상이 발표되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한 술집 주인에게 공로상을 주기로 한 것이었다. 이 공로상은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아 끝내 시상을 하지 못하고 말았는데, 기념식에 참석한 문인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운 빛이 역력했다. 공로상의 주인공은 한복희라는 이로 탑골이라는 카페의 주인이었다. 카페 탑골은 이름 그대로 탑골공원 뒤편 골목에 자리해 있었는데,1980년대부터 주로 문인들을 위시한 예술인들이 마치 제집 안방처럼 무람없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탑골을 드나들던 문인들로는 위로는 시인 신경림·민영·김지하, 작가 황석영을 비롯해서 시인 이시영, 작가 박범신·김성동이며 나를 거쳐 아래로는 시인 강형철·이영진·박철·김사인, 작가 김영현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작가회의에 적을 둔 문인들로서는 한두 번 이곳을 드나들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술집 주인에 공로상… 한가닥 미안한 마음 달래 미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인들이 드나들었다고 해서, 작가회의가 굳이 탑골 주인에게 공로상까지 마련한 것은 아닐 터이다. 지금에 와서도 1980년대의 탑골시절을 돌이키면, 저 암흑 같은 시절을 과연 탑골이 없이 제대로 견딜 수 있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고는 한다. 이를테면 탑골이야말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허우적대는 문인들에게는 참으로 제집 안방처럼 아무 때나 무람없이 찾아들어 술이며 안주로 배를 채우고, 더 나아가 지친 몸을 기대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15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문인들이 한낱 술집 주인에 불과한 한복희씨에게 기꺼이 공로상을 주기로 한 데에는, 너나없이 그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한 가닥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한 문인들이 얼마든지 외상으로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게다가 술청의 아무데나 쓰러지는 식으로 잠자리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곳은 탑골 말고는 달리 없었으리라. 탑골이 문을 닫은 후에, 오죽하면 문인들 때문에 결국 탑골이 망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1980년대의 탑골 풍경에 대해서는 시인 이시영이 ‘김사인의 흰고무신’이라는 산문시에서 다분히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날 밤은 모든 것이 예정된 것처럼 보였다. 폭우 속을 뚫고 김사인이가 왔었고 흰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새로 막 시작된 술자리가 새벽으로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천둥소리 속에 밖에서 누가 희미하게 나무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설연이가 귀를 쭝긋 세우고 달려가 문을 열었더니 송기원과 나의 처가 거센 빗줄기 속에서 기세등등 들이닥치고 있었다.“복희년 나오라고 그래!” 바로 그때였다. 나와 송 사이에서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있던 사인이가 갑자기 일어나 문밖으로 내빼는데 흰고무신 신은 발이 비호처럼 빨랐다. 그리고 빗속을 번개처럼 가르며 사라졌다. 복희씨가 졸린 눈을 뜨기도 전에, 송과 나의 처가 시퍼렇게 걷어붙인 팔을 풀기도 전에 일어난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1980년대라면 개인적으로는 30대에서 40대로 접어든 언저리의 나이이다. 그리고 이미 살아낸 삶은 물론이려니와 또한 앞으로 살아내야 할 적잖은 부피의 삶이 너무 무거워서 비단 술에 취하지 않아도 거의 날마다 어쩐지 걸음이 비틀거리던 나이이다. 그렇듯 비틀거리는 걸음은 때로는 지극히 퇴폐적인 행태로, 때로는 황폐한 스캔들로 나타나 탑골 주변에 숱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그러나 스스로 돌이켜보면 그렇듯 퇴폐적이고 황폐한 나이에 내가 그나마 사람냄새를 풍길 수 있었다면 그것은 순전히 탑골 덕분이었다. 나의 사람냄새 속에는 분명히 탑골의 따뜻하고 넉넉한 분위기와 주인되는 이의 너그러운 품성이 깃들어 있을 터이다. ●골목 어느집이든 2000~3000원이면 한끼 해결 기이하게도 탑골공원 주변에는 카페 탑골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들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돈을 버는 장사라고 여기기에 앞서, 우선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앞서는 식당들이다. 탑골공원 담벼락을 끼고 돌아 낙원상가가 시작되는 어름에서 카페 탑골로 들어가는 바로 입구에 있는 유천식당(02-764-2835)은 아예 간판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영업합니다’ 하고 무슨 구호처럼 써놓았다. 식당에 들어가서 한 그릇에 2500원짜리 설렁탕이나 돼지머리국밥을 시켜보면 그 구호가 결코 빈말이 아닌 것을 알 수가 있다. 설렁탕이며 돼지머리국밥은 양도 양이지만 맛 또한 여느 5000원이나 6000원짜리 식당보다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한 그릇으로 양이 부족한 이라면 시쳇말로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밥보다 술이 우선인 손님이라면 한 접시 수북이 쌓아올린 3000원짜리 돼지고기에 소주 한 병이나 막걸리 한 주전자면 충분하다. 이 유천식당이 탑골공원 뒷골목에 한 그릇에 1500원짜리 추어탕의 소문난추어탕집이나 2000원짜리 황태해장국의 황태식당이나 2000원짜리 선지해장국의 고향집 등을 있게 한 원조격이다. 유천식당의 주인되는 문용춘씨는 80이 가까운 나이인데, 여전히 정정한 몸으로 주방을 맡고 있다. 벌써 4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설렁탕과 돼지머리국밥만으로 식당을 해온 그이는 평안남도 덕천에서 1·4후퇴때 월남한 피란민 출신인데, 어릴 적부터 하도 배고프게 자라서 자신만이 아닌 남들까지 실컷 배불리 먹이는 것이 소원이었고, 그 소원이 자연스럽게 식당을 하게 했다. 일찍이 할아버지로부터 비롯하여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들까지 벌써 4대째 독실한 천도교 집안인 그이는 자신이 만드는 음식 속에는 ‘사람이 하늘이다’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사상이 들어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이로서는 식당을 처음 열었을 때 한 그릇에 500원이었던 설렁탕 값이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2500원으로 오른 것이 못내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한 모양이었다. 그런 그이는 평생토록 집 한 채 마련해본 적이 없이 지금도 일산의 백석동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10년동안 가정식 백반 한상에 2500원 고수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려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쪽으로 20m쯤 걸어오면 길 건너편에 낙원장모텔과 세느장모텔 골목이 있다. 이 낙원장모텔 골목을 굽어돌면 수련집이니 찬미식당이니 남양식당이니 하는 난데없는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끝에 바로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이 있게 한 원조격인 부산집(02-744-2331)이 숨어 있다. 부산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집인 것은 마찬가지다. 가정식백반에는 병어조림이며 조기조림에서부터 미역무침, 김, 콩나물, 갓김치, 배추김치 같은 반찬들이 수북수북 나오고 미역국에 고봉밥까지 곁들여 한 상을 이루는데, 이 푸짐한 한 상에 2500원이라는 사실이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이 집 또한 밥이며 반찬이 손님의 양에 따라 얼마든지 리필이 된다. 부산집에는 가정식백반 이외에도 3000원짜리 돼지갈비탕이 있는데, 만일 몸은 물론 마음까지 함께 허한 이라면 마땅히 돼지갈비탕을 권하고 싶다. 돼지갈비탕도 반찬은 가정식백반으로 나오는데, 주인의 인정이 함께 전해 와서 허한 마음이 저절로 채워질 터이다. ●국수보다 해물이 더 많이 들어간 칼국수 얼핏 주방을 올려다보면 전통 한옥의 대청마루에 떠억 하니 자리잡은 주방 한 가운데에서 주인되는 이영자씨가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뭐 좀 더 드려?” 환갑 언저리에 이른 그이의 넉넉한 자태와 반말 비슷한 말투가 어쩐지 마음 한 쪽에 따뜻하게 스며오는 것을 느끼며 수저를 들면, 자칫 목이라도 멜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만다. 그이는 10년 전에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을 차린 후에 단 한번도 값을 올린 적이 없이 그대로 지켜내고 있는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모르기는 해도 단골손님들의 이제 그만 밥값을 올리라는 주문은 한마디로 내칠 것이다.“올려서 뭐하게?” 역시 지하철 5호선의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앞으로 오면 건너편에 희망상회가 있는데, 바로 그 골목에 찬양집(02-743-1384)이라는 칼국수집이 있다. 찬양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주인되는 김옥분씨는 환갑 언저리에 이른 고운 자태인데, 어쩌다 반가운 단골손님이라도 오면 처녀같은 수줍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진한 표정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카페 탑골 시절부터 비롯하였으니 20년 가까운 단골이기도 한데, 나보다 오랜 단골손님들 중에는 800원부터 시작한 칼국수값이 지금 3500원으로 올랐다는 것에 대해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이가 없다. 오히려 칼국수 한 그릇에 국수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듯한 갖은 해물들을 대하다 보면, 이것을 정말로 3500원만 받아도 장사가 될까 하는 걱정을 앞세울 뿐이다. ■사랑의 칼국수 ‘찬양집’ 찬양집에 가면 1990년대 초에 내가 어느 일간지 칼럼에 썼던 이 집에 대한 기사가 그대로 스크랩되어 벽에 걸려있다. 이제 노랗게 빛이 바래 글씨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기사를 힐끔거리다 보면, 비틀거리던 40대 언저리의 내가 그대로 되살아오는 기분이기도 하다. ‘종로3가에서 낙원상가로 빠지는 한옥 뒷골목에 내가 잘 가는 칼국수집이 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살리느라고 벽을 빙 둘러가며 송판을 붙여 탁자를 대신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에까지 탁자를 마련하였다. 내가 이 칼국수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도 5년 남짓 되었다. 주로 몇 십년을 다니는 이 집의 단골들의 경력에 비하면 나는 어쩌면 단골이랄 수도 없을지 모른다. 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병적인 감정 중의 하나로, 이따금씩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싫어서 못 견디는 순간이 있다. 한편으로는 어디 발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에라도 정을 쏟고 싶은 마음 여린 순간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 칼국수집을 찾는다. 그리하여 칼국수가 마련되는 동안 주인아주머니가 밀가루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마침내 칼국수를 먹는다. 그렇게 칼국수를 먹으면서 이따금씩 한두 방울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언제 그렇듯 못견뎌 했냐 싶게 기분이 좋아져 있다. 스스로는 역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칼국수 만들기에 바쁜 주인아주머니는 손님에게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터럭만큼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나 혼자서 칼국수 한 그릇에 그렇듯 감동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집이 지니고 있는 선의(善意)이다. 자, 우선 칼국수 한 그릇에 들어가는 재료 좀 보아라. 화학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은 채 멸치를 끓여 우려낸 국물에는 커다란 대합 한 마리에, 맛살조개에, 미더덕에, 미역에, 호박에, 감자에, 깻잎에, 김가루에… 이런 건더기들이 오히려 수제비보다 많을 지경이다. 그리고 2000원만 내면 양은 먹을 수 있는 한두 그릇도 좋고 세 그릇도 좋다. 독실한 신앙인인 주인아주머니는 살아가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을까 하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예수님이 나타나 바로 칼국수집을 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라고 일렀다는 것이다. 나 같은 무신론자 비슷한 사람에게도 이런 경우 예수는 참 재미있는 분이다.’
  • 문신, 예술이냐 혐오행위냐

    문신, 예술이냐 혐오행위냐

    ‘개성을 표현하는 예술인가, 불법 의료행위인가.’온라인 상에서 문신(文身)작가 100여명이 버젓이 활동하고, 신체의 한 부위에 문신을 한 사람이 5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신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을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문신작가들의 합법화 주장과 문신에 대한 편견, 외국의 사례와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조금 아프죠.” “…아니요. 참을 만한데요.” “오른쪽 종아리에 유난히 신경세포가 쏠려 있네요.1시간만 더 하면 끝나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16일 오후 서울 시흥동 문신작가 이모(28·여)씨의 스튜디오.3시간째 ‘윙’ 하는 문신 기계 타투건의 굉음이 경쾌한 랩 음악과 함께 인체해부도와 탱화들 사이로 날아다니고 있다. 대학생 홍모(24)씨가 비스듬히 누워 있는 수술대 옆에는 잉크와 피가 섞인 검붉은 솜이 수북하게 쌓였다. 잠시 뒤,‘넓고 진실되게 살겠다.’는 뜻의 ‘진홍(眞弘)’이라는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업을 마친 이씨는 소독약과 바셀린으로 소독을 끝낸 뒤 ‘작품’을 랩으로 쌌다.“내가 몸과 마음의 주인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그럼 제가 대모(代母)가 되는 셈이네요.” 10평 남짓한 스튜디오는 홍씨와 이씨의 웃음으로 가득찼다. 홍씨가 문신을 새기기로 결심한 것은 1년 전.‘편협한 자아를 버리고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삶을 지향하겠다.’는 신조를 평생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지난해 봄에 인터넷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문신은 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문신의 형태와 시기를 조율했다. 결국 지난 연말 초안이 탄생했다. 홍씨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는 스스로의 신조와 의지를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면서 “문신이 적절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문신 인구 50만명 넘을 듯 문신은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와 의료법 제25조에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신은 이미 일반인들 가까이에 있다. 온라인에서만 100명이 넘는 문신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문신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싸이월드(cy world.com)에는 100여개의 문신 관련 미니홈피가 개설돼 있을 정도다. 문신은 몸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다. 그만큼 종류도 다양하다.▲명암의 차이를 극대화한 ‘블랙앤그레이’ ▲파란색과 주황색 등 보색의 대비를 극대화한 ‘뉴스쿨’ ▲빨강과 노랑, 파랑 등 원색을 주로 사용하는 ‘올드스쿨’ 등 10가지가 넘는다. 가격은 손바닥만 한 크기가 20만원선. 등에 하는 큰 문신은 수백만원대를 호가한다. 그러나 문신 기법이 세밀할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기간도 문신의 크기와 기법에 따라 짧게는 서너시간에서 길게는 십수년까지 걸린다. 문신작가는 보건범죄특별법으로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의료법으로는 5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정도로 과중한 형벌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검·경의 단속은 전혀 없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지난해 구속된 문신작가는 단 한 명도 없다.”면서 “대부분 구속 사안도 아니어서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법 의료행위인가 예술인가. 문신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3년 6월 김건원(본명 김유미·30·여)씨가 구속되면서부터다. 이후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 가수 신해철씨 등 많은 이들이 탄원서를 내고 ‘타투법제화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추진위는 의료법과 보건범죄특별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올해 안으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여 또다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가 주장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헌재에 낸 의견을 통해 “문신은 국소 마취한 채 색소침윤술로 색소를 피부에 착색하는 의료행위”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이에 대해 문신은 마취를 하지 않고, 색소침윤술이 의료행위라면 머리카락의 염색도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반박한다. 범죄와 형벌을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의사만이 문신을 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최경일 사무관은 “문신이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사회적 통념이 굳어지고, 헌재에서 그런 결정이 나면 모르겠지만 다른 대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합법화 전망 밝지 않아 문신이 합법화될 전망은 지금으로서는 밝지 않다. 헌재가 ‘소수’의 ‘문화적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보다는 의료계 ‘다수’의 ‘공중 보건’에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문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일반’의 통념도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많은 문신연구자들은 별다른 단속도 안 하면서 문신을 금지하기만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처럼 일정한 위생 기준을 마련하고, 자격이 있는 시술자에게 면허를 부과하는 게 표현의 자유와 공중 위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문신연구가 조현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법으로 묶어둔다고 해서 문신이 안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사들이 현재 문신 시술을 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문신 시술가들에게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게 해 양성화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외국선 어떻게 문신(tattoo)은 말 그대로 몸에 글씨나 그림, 무늬 등을 새겨넣는 행위를 말한다.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서 물감을 넣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그리기만 하는 보디페인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기능이 아닌 예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성형 문신과도 구별된다. 문신은 종교의 기원과 그 궤를 같이한다. 원래 주술적이면서도 전투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는 청동기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오래된 문신은 1991년 알프스 산에서 냉동된 채 발견된 사냥꾼에서 확인됐다. 기원전 3300여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이집트에서 번성한 문신은 크레타 섬을 통해 유럽으로, 페르시아를 통해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파됐다는 게 통설이다. 우리 민족도 예외는 아니다. 삼한시대에 문신의 풍습에 대한 기록이 있을 정도다. 문신이 부정적으로 낙인찍힌 것은 기독교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기독교는 공식화되자마자 민간 신앙에서 널리 행해지던 문신을 ‘악마의 상징’으로 배척했다. 구약성서 레위기 19장 28절에 “너희 몸에 먹물로 글자를 새기지 말라.”고 기록됐을 정도다. 이후 문신은 폴리네시아와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 노예나 중범죄자들에게나 행해지는 치욕의 상징이었다. 문신이 다시 등장한 것은 17세기 이후. 다른 대륙 ‘원주민’들과의 접촉이 계기가 됐다. 이후 직업적 타투이스트들이 등장하고,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가 문신을 받을 정도로 어느 정도 보편화됐다. 일본에서는 17세기 말 이후 범죄자들 사이에서 장식용 문신이 유행하면서 퍼졌다.‘조폭=문신’이라는 등식도 여기서 나왔다. 현재 문신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문신은 유럽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예술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에서도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오클라호마 등 2개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합법화돼 있다. 뉴욕주 등 11개 주는 면허제도와 위생 기준 등으로 규제를 하고 있고, 나머지 주들은 제한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미국공중보건부(DPH)나 미국식품의약청(FDA) 등 위생당국에서도 문신이 위생적으로 이뤄지면 에이즈나 B형·C형 간염 등에 감염될 위험이 “매우 적다.”고 밝히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레저+α]

    ●대보름 음식 한마당 한국 민속촌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오는 20일 청소년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배울 수는 ‘정월 대보름 특별 체험행사’를 연다. 땅콩이나 호두를 깨먹는 부럼 깨기 행사, 보름 나물과 오곡밥 해먹기 행사 등 보름에 먹는 ‘음식 한마당’과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장승제, 볏가릿대 세우기 및 고사 지내기, 한 해의 소원을 소지에 적어 정월 보름달에 소원을 빌며 달집 태우기 행사가 대보름의 분위기를 한껏 돋군다.www.koreanfolk.co.kr. ●한해 소원 담아 하늘로 롯데월드는 오는 23일 정월 대보름을 맞아 오후 5시 이후 어드벤처 정문으로 입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호두, 땅콩, 밤 등 부럼을 나누어준다. 또한 온가족이 함께 하는 ‘연만들기’는 자신이 만든 연을 가지고 야외 매직 아일랜드에서 한해 액운을 담아 날려보내며 올해 소망하는 사연을 담은 소원지를 한데 모아 태우는 ‘소원지 태우기’ 등 특별공연이 열린다.www.lotteworld.com. ●입장객 모두에게 부럼 드려요 에버랜드는 대보름을 맞이해 옛 조상들이 대보름 때 실시하던 전통 민속놀이를 직접 체험 해 볼 수 있도록 주요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점보 윷놀이, 점보 제기차기, 투호 놀이, 널뛰기 등 다채로운 전통 민속행사를 유러피언 광장에서 열고 2m 크기의 대형 부럼 통에 가득 담긴 땅콩 호두 잣 등 부럼을 무료로 나누어준다. 또한 소원을 적은 소원지 1000매를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날려 보내는 이색행사도 갖는다.www.everland.com. ●배타고 6박7일 중국 수학여행 중국 수학여행 전문회사 테마21은 신학기를 맞아 인천을 출발해 중국 텐진에 도착하는 호화여객선 진천페리호(604명 정원)를 이용한 북경 6박7일 수학여행상품을 출시했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중국의 오늘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로 천안문과 자금성, 만리장성, 용경협을 비롯해 북경 주요 대학 및 교육시설 방문 등이 포함된다. 가격은 삼성급 호텔 2인1실 기준으로 39만 8000원.(02)544-6363. ●하와이 아트시즌 개최 하와이관광청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고유의 언어와 음악 등 독특한 문화를 자랑하는 하와이에서 오는 5월까지 ‘하와이 아트시즌 2005’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에서는 하와이 고유의 폴리네시아 민속의 문화유산을 비롯해 하와이 화산의 여신 ‘펠레’의 전설과 네오 라우치 작품 컬렉션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자세한 행사 일정은 www.gohawaii.com(02)777-0033. ●외국인 엽기 스키대회 비발디파크 스키월드는 오는 20일 발라드(초급)슬로프에서 외국인 엽기 스키 대회를 연다. 대회의 참가 자격은 외국인 중 스키실력이 초보 이상의 스키 실력을 갖추면 가능하며 스키의 실력보다는 가장 엽기적인 복장과 스타일로 나서는 개인이나 팀을 가리는 대회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재치있는 복장으로 재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팀을 뽑아 로시뇰 스키셋트 및 내년 시즌권 등 푸짐한 상품을 준다. 신청은 (033)434-8311.
  • 남산 위 둥근 달 보러가요

    정월대보름을 맞아 23일 오후 8시30분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 대보름축제 ‘남산 위의 둥근 달’이 열린다. 이 행사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서 길놀이, 다리밟기, 달집태우기, 강강술래, 대형윷놀이, 투호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민속축제다.2003년부터 시작해 평균 1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미리 배포한 ‘소원전단지’(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중구청, 서울시내 주요 공연장 전단지 비치대에서 배포)에 소원을 적어오면 달집태우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관람객 중 100가족을 추첨해 국립극단, 창극단, 무용단, 국악관현악단 등 국립극장 4개 전속단체의 정기공연 무료 관람권도 준다. ‘소원전단지’안에는 복조리 교환권과 식음료권이 들어있어 복조리를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고 행사 당일 따뜻한 음료, 어묵, 귀밝이술 등 먹을거리도 제공받는다. 관람료 무료.(02)2280-4114.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한옥마을서 23일 대보름행사

    한옥마을서 23일 대보름행사

    정월대보름날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연날리기, 달집태우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서울시는 정월대보름인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보름달에 빌어보는 소원성취 한마당’을 주제로 정월대보름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시는 특히 오후 5시30분부터 7시까지 천우각광장에서 진행되는 달집태우기 행사를 위해 높이 5.5∼6m, 바닥지름 8m 크기의 대형 달집을 행사 당일 만들 예정이다. 이밖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박영효 가옥에서는 보름 때 먹는 묵은 나물인 진채식(陳菜食)을 전시하고,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는 공동마당에서 밤·호두·땅콩 등 부럼깨기 체험행사도 열린다.(02)2266-6923.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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