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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균형자’ 역할 중국도 기대안해/정종욱 아주대 교수·前 주중대사

    요즈음 우리 언론에는 국가안보에 관한 험악한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동북아 중심론에서 시작해서 탈진영 균형외교론에 이르기까지 모두 따지고 보면 국가안보의 기본구도를 바꾸겠다는 엄청난 함의를 지닌 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국민들이 낡은 생각에 매달려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는 안보구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몰라 그런 것이 아니다.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은 정부가 새로운 안보구도의 분명한 청사진도 없이 지금의 구도를 흔들어 대는 게 아닌지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서 추정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구도의 핵심은 중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국방장관도 한·중간의 안보협력을 적어도 한·일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안보협의를 정례화해서 국방장관 회담은 매년 열고 실무자 회담은 1년에 두 차례 개최한다고 한다. 문제는 과연 한·중간의 군사협력의 목적과 한계가 무엇이며 한·미동맹과 한·중 군사협력은 어디까지 같이 갈 수 있을 것인지가 논의의 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호불위적 동당풍험(互不爲敵 同當風險)’이란 말이 있다. 서로를 적으로 보지 않고 위험을 같이했다는 뜻으로, 대외관계에서 전략적 동맹국가와 경제적 협력상대를 구분할 때 흔히 사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북한은 중국의 동맹국가이지만 한국은 경제적 협력상대에 지나지 않는다. 북·중관계는 경제분야에서는 한·중관계에 비교가 되지도 않을 정도로 중요성이 낮지만 안보분야에서는 반대로 한·중관계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중요성을 갖는다. 과거 한때 우리가 한·미동맹을 사활적 관계라고 표기한 적이 있었지만 북·중관계야말로 사활적 관계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언제나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있어 최우선 고려 대상이었고 이런 사정은 세월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오래 전부터 위험을 같이해왔다.1930년대 중국공산당 당원으로서 만주에서 항일 게릴라 운동을 벌였던 김일성은 2차대전 이후 국공내전이 벌어졌을 때 북한을 중국 해방군의 후방기지로 제공했고 한국전쟁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구해 주었다. 한·중 수교로 관계가 소원해지기 전에 김일성은 39번이나 중국을 방문했다. 한·중 수교를 하면서도 중국정부는 북한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단계적·점진적으로 관계를 개선해 나갔고 매번 북한의 양해를 구했다. 북한의 반대가 심할 때에는 한국과의 협상속도를 늦추기도 했고 정상이 직접 나서 북한을 설득하기도 했다. 한·중 수교 이후에도 북·중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지극한 정성을 쏟았다. 물론 필요하면 유엔동시가입 때처럼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언제나 북한의 입장에서 북한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을 경우에 한했다. 중국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한·중관계가 북·중관계를 대치하는 것이 아니다. 한·미관계보다 한·중관계를 중시하거나 한국이 동북아에서 전략적 균형자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에는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더 중요한 국가이다. 미·일동맹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의존할 정도로 약하거나 어리석지도 않다. 한국이 미·중 협력관계에 방해가 되는 상황은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는 미국이 북한이나 타이완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할 경우 이를 견제해주는 보조적 역할이다.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전략적 신축성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보도가 바로 이런 중국의 입장을 시사해준다. 한·중협력의 강화는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와 상대의 능력과 전략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냉철한 외교정책을 수립해서 추진해 나가는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새 친구는 물론 옛 동지마저 잃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前 주중대사
  • [씨줄날줄] 배아의 헌법소원/육철수 논설위원

    종교가 인간에게 정신적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과학은 육체적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 종교와 과학은 독립적인 동시에 그 중심에는 모두 인간이 자리잡아 서로 겹치는 건 필연이다.19세기 영국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신과 부처는 증명할 수 없다. 증명하면 과학이 된다.”는 말로 종교와 과학이 다른 세계임을 역설했다. 그런가 하면,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라며 상호보완적 관계를 강조했다. 종교와 과학이란 이렇듯 대문호와 대과학자도 시각에 따라 달리 정의할 정도로 알쏭달쏭한 관계이던가. 종교적 관점과 과학적 시각이 충돌해 헌법재판소의 법정으로 비화되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졌다. 법학교수·윤리학자·의사·대학생 등 11명이 올해부터 시행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생명윤리법)’의 일부 조항(잔여 배아의 연구범위 인정)이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최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원고인단에 배아(胚芽) ‘2명’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원고인단은 “인간은 수정됐을 때부터 생명이 시작되기 때문에 배아는 헌법의 보호를 받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생명공학계가 배아를 단순한 세포군(群)으로 정의해서 연구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생명공학계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배아연구는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불치·난치병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그런 연구는 국제적 추세라고 맞선다. 일반적으로 정자와 난자의 수정 후 14일 이전에는 ‘전배아’,14일부터 장기(臟器)가 형성되는 8주까지의 상태를 ‘배아’라 하며,8주 후부터는 ‘태아’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배아는 기관분화 마무리 단계의 세포이며, 인간배아복제 논의에서 배아라 함은 대부분 ‘전배아’를 일컫는다. 전배아는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실험을 가능토록 하고, 그 이상은 안 된다는 일부 국가의 배아연구 제한적 허용 때문에 ‘14일 논쟁’이라는 말도 생겼다. 한마디로 배아를 단순 세포조직으로 보느냐, 아니면 생명체로 보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의학적 발전과 인간의 존엄성은 그 가치의 경중(輕重)을 가리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 텐데, 법은 과연 종교와 과학 중 어느 손을 들어줄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인간배아 세포규정 생명윤리법은 위헌”

    “배아(胚芽)도 헌법이 보호하는 ‘인간’이다.” “난치병 치료목적의 배아 연구는 허용해야 한다.” 뜨거운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배아 연구가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선다. 헌재는 국내 법학교수와 윤리학자, 의사, 대학생 등 11명이 올해부터 시행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생명윤리법)이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난달 31일 헌법소원을 냈다고 5일 밝혔다. 원고인단에 남모·김모씨 부부로부터 채취된 정자와 난자가 인공수정돼 생성된 ‘배아’도 포함돼 있다. 원고들은 청구서에서 “수정 후 생명이 시작되기에 인간 배아는 헌법의 보호를 받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면서 “인간배아를 단순한 세포군으로 정의, 배아와 체세포복제 배아를 생명공학 연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생명윤리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임신 후 남은 잔여 배아 연구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위임, 사실상 제한 없는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배아의 생명권 침해에 면죄부만 부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고인단은 또 “불임 탓에 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부모도 남은 배아를 연구에 이용하도록 동의할 수밖에 없어 평등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인공수태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연구기관에 노출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아복제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배아세포 연구는 난치병 치료의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연구자는 실험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법은 일반적으로 권리 주체인 자연인을 세상에 태어난 사람으로 본다. 어머니 체내에 있는 태아는 물론이고 분만 중인 태아도 온전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반면 형법은 어머니가 진통을 느껴 분만을 시작하면 자연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분만 중인 영아를 살해하면 ‘살인죄’로 처벌받는다. 정은주 홍희경기자 ejung@seoul.co.kr
  • 학교용지 주민부담 위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31일 지방자치단체가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입주자에게 학교용지 부담금을 부과토록 한 ‘옛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헌법은 국민 모두가 초등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부담금 등 별도의 재정수단을 동원해 특정 집단에 의무교육 비용을 충당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의무교육이 아닌 중등교육에 관한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면서 “분양입주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학교용지 부담금은 2001년 처음 제정된 이후 위헌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학교용지 부담금을 100가구 이상으로 하향조정하고, 부담 주체도 개발사업자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날 헌재가 학교용지 부담금 자체가 위헌이라고 인정함에 따라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학교용지 부담금을 고지받은 뒤 90일 안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에 따르면 전국의 지자체는 2001년부터 2004년 6월까지 3370억원의 부담금을 징수했고,2431억원을 사용했다. 인천지법은 2003년 인천시 서구청으로부터 학교용지 부담금을 부과받은 인천 서구 P아파트 등 3개 아파트 주민 150명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인권위, 軍단체기합 금지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31일 올해 초 발생한 ‘육군훈련소 인분사건’과 관련, 군대의 인권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을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부하의 시정 건의와 상부보고 의무화 ▲단체기합 금지와 위반했을 때 처벌 명문화 ▲장병의 인권상담과 지도를 담당하는 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아 ‘군인복무규율’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장병의 인권침해 행위를 예방·적발할 수 있도록 감찰·기무·헌병 등 내부통제장치를 적절히 운영하고 소원수리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지난 1월 10일 육군훈련소에서 화장실 청결교육을 강조하면서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이 묻은 손을 입에 넣도록 강요했고, 정훈장교 등이 이를 알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윤락업소 취업시켜도 처벌 못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31일 ‘공중도덕상 유해한 업무’에 취직하게 할 목적으로 근로자 공급을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직업안정법 46조 1항 2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으로 관련법 조항의 적용을 받아 기소된 피고인들은 무죄를 선고받게 되고, 이미 형이 확정됐으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중도덕’ 자체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공중도덕상 유해한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해당 조항은 헌법상 죄형 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김모씨는 2002년 8월 생활정보지에 ‘월수 400만원 보장, 선불가능’이라는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김모양 등을 P단란주점에 소개해 주고 100만원을 받는 등 같은 해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800만원을 받고 여성들을 윤락업소에 소개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헌법소원을 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시론] 북한 주권국가론의 함의/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북한 주권국가론의 함의/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3국 순방에 이어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여 경제협력과 6자회담 등 현안문제를 협의했다. 아직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진전된 소식은 없지만 조건과 명분 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북한이 지난 2월10일 ‘핵보유선언과 6자회담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1기 때와 다름없이 강경 일변도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에 핵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면 또다시 4년동안 승산 없는 고통스럽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월18일 미 국회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고 지칭하면서 부시 2기 행정부에서도 대북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 3월3일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서 “미국에 의하여 국가주권자체를 부정당한 우리가 무슨 명분으로 미국과 마주앉아 회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회담개최의 조건과 명분은, 미국이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해 사죄하고, 북한체제 전복을 노리는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으로 나아갈 의지를 명백히 밝히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 중 일본과 한국에서 밝힌 ‘북한 주권국가론’은 북한이 요구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과 명분의 일부를 충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북한을 주권국가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의 함의는 북한을 공존과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북한 주권국가론’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체면과 명분을 세워주기 위한 미국의 고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부시 1기 행정부의 ‘반테러와 비확산’이란 대외정책 목표가 ‘자유의 확산’으로 바뀌고,‘북한 불량국가론’이 ‘북한 주권국가론’으로 대북인식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북정책 목표가 바뀌었다기보다는 포장이 바뀐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부시 2기 행정부는 힘을 통한 패권안정정책과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외형상 인류보편가치인 자유, 민주, 인권을 표방하면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unipolar system) 구축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 도전할 ‘잠재적 적’은 중국과 러시아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가 ‘북한위협론’으로 활용되면서 미사일방어체제 구축과 일본 군사대국화의 빌미로 활용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강화하면서 북한위협론이 미래 중국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껴안기를 본격화할 것이다. 박봉주 북한 총리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북한경제를 중국경제권으로의 편입을 촉진시켜 경제난을 덜어주려고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6자회담 장소 제공국이자 중재자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회담재개를 강하게 촉구할 것이다. 조만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방문이 이뤄지면 북핵해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중국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고 남북관계의 정체가 지속되면 북한의 체제위기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해야 할 것은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올 경우 6자회담 참여국가들의 대북 무시정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5)중앙대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5)중앙대

    ‘정중동(靜中動)’ 로스쿨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중앙대 법대의 최근 모습이다. 중앙대가 로스쿨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기보다 조용히 내실을 쌓고 있는 것이다. 학교내에 14층짜리 법대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외형적인 준비라면, 강좌 및 교재개발을 위해 프로젝트팀을 만든 것은 내부적인 준비에 해당한다. ●국내 최대 법대 건물 신축중 중앙대내 교수연구동 맞은편에는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바로 지난해 착공한 7000평 규모의 법대건물 공사장이다. 지상 14층으로 법대 단일건물로는 전국 최대다. 2006년 완공되는 법대 신축건물에는 모의법정, 정보화시설, 국제회의실, 어학실습실 등의 교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형식당과 카페테리아, 휴게실 등 후생복지시설도 만들어진다. 지상 1∼2층에는 2000평 규모의 첨단 멀티미디어 법학도서관이 들어선다. 중앙대는 필요한 공간만큼의 법대건물을 추가로 짓지 않고 아예 초대형 규모의 법대건물을 짓기로 했다. 로스쿨에 대한 중앙대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랄 수 있다. 임중호 법대 학장은 “로스쿨은 하나의 건물에서 연구하고, 가르치고, 세미나를 해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국내 최대로 짓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좌 및 교재개발 연구팀 발족 중앙대는 로스쿨의 성패가 강좌 및 교재개발에 있다고 지적한다. 로스쿨에 입학한 비법대생들을 3년 동안 이론과 실무를 모두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강좌 및 교재가 부실하면 로스쿨도 함께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4년동안 이론만 가르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강좌 및 교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필수라는 설명이다. 중앙대는 변호사 출신인 전병서 교수를 중심으로 4명의 전임교수가 연구팀을 꾸렸다. 이들은 우리와 법체계가 비슷하면서 지난해부터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 사례는 물론 로스쿨의 본고장인 미국 교과과정을 철저히 벤치마킹했다. 중앙대는 우선 통합교재를 만들 계획이다. 실체법인 형법과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을 합쳐 ‘형사법 연습’ 교재를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살인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과, 살인범이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 살인범에 대한 공소장 작성 요령 등을 형사법 연습 교재를 통해 가르친다는 구도다. 이같은 방법으로 민법과 민사소송법을 합쳐 ‘민사법 종합연습’ 교재 등을 만들 예정이다. 헌법과 행정법을 합친 ‘공법종합’ 등의 교재개발도 연구중이다. 전 교수는 “이론은 물론 법률문서작성, 재판실무를 한꺼번에 가르쳐야만 진정한 의미의 로스쿨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교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본이 충실한 법대 요즘 웬만한 법대는 졸업하기 전까지 모의재판을 1∼2차례 한다. 모의재판을 위한 모의법정도 설치된 학교가 많다. 중앙대는 이같은 모의재판을 1954년 국내대학 가운데 처음 실시했다. 그때부터 이론과 실무를 합친 법학교육의 중요성을 파악한 것이다. 모의재판의 역사만도 50년이 넘었다. 중앙대는 1955년에는 법대 학술지인 ‘법정논총’을 창간했다. 법대 교수와 중앙대 법대생들의 논문을 실은 학술지다. 법정논총의 자리가 잡히면서 저명한 외국교수들의 논문이 소개되기도 했다. 상법학회의 태두라 할 수 있는 최태영 교수가 심혈을 기울인 ‘사권(私權)의 상대성’,‘사권(私權)의 규범적 범신론’ 등의 논문은 지금도 훌륭한 논문집으로 분류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모의재판이나 학술지 등의 역사가 바로 기본이 충실한 중앙대 법대를 설명해주는 지표”라고 자랑했다. ■ 임중호 법대학장 “대중문화·예술 소송 특화 계획” “변호사자격시험 합격률 1위의 로스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임중호 중앙대 법대 학장은 어떤 분야를 특화시킨 로스쿨을 만들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특정 분야를 특화시키는 것보다 기본을 튼튼히 하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본이 충실하면 변호사자격시험 합격률도 1위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 학장은 “사법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법학관내 학습센터를 만든 것도 장기적으로는 로스쿨 유치에 대비한 것”이라면서 “사법시험 1·2차 합격생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무형 교수의 충원계획도 내비쳤다.“현재 21명의 전임교수 가운데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교수는 2명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올해에만 법원·검찰 등 재조경험이 있는 실무형 교수를 5명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전임교수를 30명까지 늘리고, 이중 실무형 교수를 10명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전임교수가 아니더라도 현재 초빙교수로 있는 김진세 전 대전고검장 등 내로라하는 법조인들을 초빙교수·겸임교수·객원교수 등의 명목으로 강의에 투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중앙대는 기본교육에 충실하면서도 중앙대만이 갖고 있는 예술적인 기질은 충분히 살린다는 복안이다. 임 학장은 “최근 급증하는 소송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중문화와 관련된 소송”이라면서 “중앙대 출신 문화·예술인이 많은 것을 감안, 앞으로 만들 문화예술법센터를 중심으로 대중문화 소송을 전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상경 헌재재판관등 200여명 배출 중앙대가 지금까지 배출한 법조인은 200여명에 달한다. 규모로는 전국 대학 가운데 10위권이다. 이 대학 법대 초대 법조인은 1954년 제6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길기수(50학번) 변호사다.2년 뒤 제8회 고시 사법과에는 4명이 합격했다. 김형준(51학번)·강달수(52학번)·송병철(52학번)·박태운(54학번) 변호사 등이다. 64학번인 이상경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은 중앙대 출신 법조인의 대표주자 격이다. 제1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 재판관은 대구지법원장, 부산고법원장 등 법원내 요직을 거쳐 헌재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전국민의 관심사였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헌법소원 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인 이기문(71학번·사시 24회)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로서 무료변론 활동 등을 해오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입법활동을 하기도 했다. 재조에는 모두 34명이 포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판·검사가 각각 17명씩 근무 중이다. 법원에는 79학번인 이경철 남부지법 부장판사와 김성곤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필두로 중앙대 출신 최초의 여성 판사인 한숙희(87학번) 서울가정법원 판사가 있다. 검찰에는 79학번인 이동호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비롯해 권성동(80학번) 대검찰청 범죄정보담당관, 이정만(81학번) 의정부지검 부부장검사 등이 활약하고 있다. 90학번은 지금까지 18명이 사시에 합격, 가장 많은 동기 법조인을 배출했다. 당시 입학정원이 110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합격률이다. 법대 출신 정·관계 인사로는 노동부장관과 제15·16대 국회의원으로서 민주당 사무총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한 유용태(58학번) 법대 동창회장, 김효은(57학번) 전 경찰청장, 백인호(59학번) 광주일보 사장, 박중배(61학번) 전 충남도지사, 손정수(72학번) 농업진흥청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규약에 발목 잡힌 여자축구 기대주 박은선

    [스포츠 라운지] 규약에 발목 잡힌 여자축구 기대주 박은선

    “뛰고 싶어요.” 봄은 왔건만 그의 마음은 아직 겨울이다. 지난해 6월 아시아여자청소년(U-19)축구선수권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시키며 사상 처음으로 ‘만리장성’ 중국을 무너뜨리고 여자축구 불모지인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던 기억은 오래된 사진처럼 빛이 바랬다. 세 번째 골을 넣고 생애 처음 세리머니를 했던 사실도 꿈인 것 같다. 박은선. 남자 축구에 박주영이 있다면, 여자 축구를 짊어질 대들보는 바로 박은선이다. 공과 함께 그라운드에 있노라면, 웃음과 수다가 떠나지 않던 그의 얼굴에는 요즘 그늘이 가득하다.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섰기 때문. 문제는 고교 졸업을 앞둔 지난해 말 진로를 결정하면서 터졌다. 여자축구 사상 최고의 대우를 받고 신생팀 서울시청에 입단했지만 한국여자축구연맹의 내부 규약에 발목이 잡혔다. 연맹 규약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들은 대학에 입학,2년간 뛰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고, 이를 어길 경우 ‘2년 동안 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제재 조치가 따르게 된다.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한 규정이라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하지만 규정에 따르자면 박은선은 올해 예정된 각종 국내 대회 7개 가운데 4개를 연맹이 주최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을 뛸 수 없는 셈이다. 더욱이 박은선이 출전하면 그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실업팀도 있어 그마저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은선은 “경기를 뛰지 못한다면 차라리 다른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정말 축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후회가 되네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경기 출전에는 무리가 없다고 장담하며 영입을 제안하던 다른 실업팀이나 6개월만 뛰고 실업으로 보내주겠다던 대학팀도 있던 터라 더욱더 속상하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돈을 벌어야 했기에 대학이 아닌 실업을 선택했다. 도와 달라.’며 인터넷 게시판 이곳저곳에 글을 띄웠다가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이 ‘돈만 보고 축구를 하냐.’며 비난한 것. 박은선은 “고생하시는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고 싶다고 했던 말인데…. 정말 돈 때문이라면 지금까지 축구를 할 수도 없었을 거예요.”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려서는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던 사고뭉치였지만 중학교 2학년 때 공을 차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축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몰두하던 삶에 위기를 맞은 요즘, 잠이 오지 않아 밤새 뒤척거리는 일도 잦아졌다. 아팠던 오른쪽 무릎을 수술한 뒤 몸 상태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지만, 목적을 상실한 하루하루 훈련은 신명이 나지 않는다. 이달 초 호주-완도-광주-화천으로 이어지는 오랜 전지훈련 사이에 잠시 휴가를 얻었지만 집에 가지 못했다. 자신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어서다. 그는 “그래도 끊임없이 격려하고 관심을 가져 주는 팬들이 있어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신세는 말할 수 없이 처량하다. 나는 그라운드에서 쓰러질 때까지 달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어느덧 자신에게도 봄이 찾아와 녹색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축구 실력을 꽃피우고 싶어하는 박은선. 먼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작은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머금고 있었다. ■ 박은선은 ●1986년 12월25일 서울 출생 ●181㎝ 70㎏ O형 ●1남 2녀 가운데 막내 ●옥정초교-창덕여중-위례정보산업고-서울시청 ●포지션-포워드(FW) ●2003 아시아여자축구선수권 3위(7골) ●2003 미국여자월드컵 출전 ●2004 아시아청소년여자축구 우승·MVP(8골) ●2004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출전(여자 축구 최초 세계청소년 대회 득점·스페인전) 글 사진 화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KBS 뉴스 앵커서 ‘라디오 DJ’ 변신 정용석 분당FM 사장

    KBS 뉴스 앵커서 ‘라디오 DJ’ 변신 정용석 분당FM 사장

    종군기자와 해외특파원을 두루 거친 퇴역 방송기자가 자그마한 동네 라디오방송국을 만들었다. 마이크를 계속 붙잡으려는 ‘관성의 법칙’이 직업병처럼 작용한 탓이다. 뉴스 앵커로 낯설지 않은 정용석(61)씨는 이달 30일부터 시험방송이 시작되는 분당FM방송의 신규 프로그램 준비로 무척 바쁘다. 정씨는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지역사회에 되돌려 주고 싶었다.”면서 “방송기자 34년의 경험과 ‘두드리면 열린다.’는 신념을 밑천으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3∼30일에는 이미 십여년 동안 동네 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30일부터 시험방송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당찬 자세로 유력 정치인들에게 질문을 쏟아붓는 정치부 기자에 마음을 빼앗겼다. 군복무를 마친 1967년 동화통신 수습으로 기자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1970년 KBS에 경력기자로 채용돼 자리를 옮겼다. 그의 기자 경력은 화려하다.‘방송기자의 꽃’인 9시 뉴스 앵커를 비롯, 특파원 11년, 정치부 기자 10년, 시사프로그램 MC 등 선망의 자리를 거쳤다. 다들 축복받았다고 했지만 여기에는 그의 숨은 노력이 짙게 배어 있다. “일본어를 배운 세대가 아니어서 1979년 도쿄특파원으로 파견됐을 당시에는 일어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NO’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못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히라가나’부터 익히려고 일본 현지에서 고군분투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부산 출신이어서 발음에 스며있는 경상도 억양을 근성으로 씻어냈다. 매일 신문을 또박또박 읽으며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했다. ●‘히라가나’부터 시작한 도쿄특파원 그의 기억속에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인상 깊은 정치인으로 남아 있다. 그는 이 전 의장을 서슬이 퍼렇던 독재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반대를 외친 집념의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이 전 의장은 공화당 비례대표로 의원생활을 시작했다. “당론을 따르지 않아 그는 10년이 넘게 공화당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3선 개헌을 추진할 당시 처음에는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의원총회를 가졌는데 대부분이 포섭됐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반대한 사람이 있었다. 지금도 기자들은 문에 귀를 대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엿듣는다. 당시 총회장 밖에서 도둑취재를 하는데 이만섭 의원의 목소리만 들렸다는 것이다. 주일특파원이던 1982년, 도쿄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사건도 기억이 또렷하다.“주일특파원은 조간신문을 살펴보고 아침 방송에 적합한 기사거리를 찾기 위해 항상 일찍 일어납니다. 새벽 5시면 TV가 자동으로 켜지도록 해놓았는데 그날은 일장기가 화면에 나오지 않고 그냥 벌갰어요. 뉴재팬 호텔의 화재 현장이 나오고 있었던 거죠.” 뉴재팬호텔은 시내에서 가깝고 예전에는 주일 한국대사관이 들어 있던 곳이어서 한국인에게 친숙했다. 한국 사람들이 그 곳을 즐겨 찾았다. “그런 호텔에 불이 났고 ‘한국인이 죽었다.’는 소리가 들려서 서울에 전화를 했습니다. 아침 6시 뉴스와이드에 ‘뉴재팬 호텔 화재 한국 사상자 있을 듯’이라는 1보를 냈습니다. 당시 김태동 과학기술처장관을 대표로 27명의 무역 사절단이 그 호텔에서 투숙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사망하는 등 취재기자에게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현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중앙방송의 ‘사각지대’ 채우는 방송 “라디오는 시선과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친밀한 매체입니다. 자본금은 십시일반으로 마련 중이며 매체의 성격상 운영자금은 적게 들기 때문에 문제 없습니다.” 지난해 6월 지역사회단체인 분당정나눔실천연대 등과 함께 공동으로 분당FM방송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장비는 방송위원회, 소요 경비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지원받기로 했다. “무엇이 분당 사람들에게 가장 피부에 와닿을까 고심했습니다. 이들의 관심사는 정치나 중앙뉴스가 아니라 노인이나 아줌마들에게 필요한 생활뉴스입니다. 분당 어느 백화점에 가면 무엇이 새로 들어왔는데 얼마만큼 싸다. 이런 정보에 날씨, 교통문제, 행사, 구청정보 등이 아닐까요.” 지난해 11월 일본 방문때 도쿄도(都) 세타가야구(區)와 무사시노시(市)에 위치한 소출력 라디오방송국 두 곳을 찾았다.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1995년 6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고베지진 때 사람들은 동네방송의 위력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중앙방송이 개인의 안부까지 속속들이 방송할 수 없었던 ‘사각지대’를 소출력 방송이 파고든 것이죠. 이후 소출력 방송국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현재 일본의 172개 FM방송국 가운데 절반이 흑자를 내고 있다.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광고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 등으로 수지를 맞춘다. 초창기 출력범위가 1W에서 지난 1999년에는 20W로 확대될 만큼 방송국의 외형도 커졌다. ●“마지막까지 마이크 안 놓으렵니다” “기자는 흥미를 가지고 작은 사건도 집요하게 파헤쳐야 합니다. 사소한 대화에서 1면 기사가 나올 수 있어요. 또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도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최근까지 시사정보 프로그램의 MC를 맡았던 그는 기자의 리포트와 방송 진행에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리포트는 규격된 틀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반면 돌발상황이 많은 생방송 진행자는 지식과 경험,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년여 도쿄·런던 특파원을 하면서 외국의 본받을 점을 기획이나 특집으로 엮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서울의 오늘 뉴스만을 쫓다 보니 깊이 있는 기사를 만들지 못한 것 같아요. 또 쫓기다 보면 ‘다음 번에 와서 보자.’고 물러서는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죠.” 그는 영국이란 나라는 묵직한 무엇이 느껴지는 ‘권위 있는 국가’, 일본은 갑자기 부자가 된 나라로 평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좌충우돌하며 국제정세에 어둡다는 느낌을 준단다. “제 소원은 마지막까지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입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걸어온 길 ▲1943년 부산 출생 ▲1965년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1968년 동화통신 수습기자 입사 ▲1973∼1979년 KBS 정치부 기자 ▲1979년∼1986년 도쿄특파원 ▲1986∼1990년 뉴스파노라마 앵커, 특집3부장, 방송위원 ▲1996∼1999년 도쿄총국장 ▲1999∼2004년 11월1일 해설위원 ▲현재 분당FM방송 사장
  • 행정도시법 ‘헌법소원 일보전’

    행정도시법 ‘헌법소원 일보전’

    청와대 등 중앙정치권이 국가적인 논쟁을 자제하고 싶어하는 행정중심도시특별법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반대투쟁의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최상철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대표 등 재심의 청원 임동규 서울시의회의장은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행정중심도시특별법의 재심의를 요구하는 청원에 국회에 접수했다.”고 23일 밝혔다. 국회 청원은 최상철(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대표)서울대교수, 전기성 전 한양대 겸임교수 등 3명의 이름으로 접수됐다. 국회에 법률안의 재심의를 요구하는 청원은 헌법재판소 위헌신청에 필요한 전 단계다. 위헌신청은 다음달 15일을 전후한 시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위헌을 이끌어낸 수도이전반대 투쟁과 똑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재심의 요청은 국회내 한나라당 수도분할반대 투쟁위원회의 “다음달초 행정도시특볍법 폐지안 제출 방침”과 맞물려 힘을 받고 있다. 임의장은 “수도분할을 정파적·정략적으로 결정한 특별법은 인정할 수 없다.”며 계속적인 반대투쟁을 천명하고 있다. ●4월1일 수도분할저지 범국민궐기대회 다음달 1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리는 ‘수도분할저지 범국민 궐기대회’가 예정돼 있다.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공동대표 최상철 서울대교수)의 주최로 열리는 집회지만 서울시의회는 측면지원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난 15일 열린 ‘수도분할저지 범국민 궐기대회’가 서울시민뿐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집회에서도 시민들의 참여열기를 더욱 확산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집회는 조만간 제기될 ‘헌법소원’에 앞서 시민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시민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시의회내에 구성된 ‘수도분할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25개 자치구 의회에 지역별 홍보활동 등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방침이다. 또 소형 트럭을 개조한 홍보차를 만들어 가두 홍보를 강화하고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서울시의회 투쟁속보’를 발간, 배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울러 지난 15일부터 전개되고 있는 1000만명 서명운동에도 많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지자체 공공기관 유치전] 공공기관 분위기는

    “거래 업체들은 서울에 있는데 우리만 지방으로 가면 비효율적이지 않습니까.”(A공사 임원) “얘들 교육문제를 생각하면 혼자 지방으로 내려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B공사 노조 부위원장)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3만여명의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어차피 이전을 해야 한다면 서울에서 가까운 충청·강원권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토지공사는 사업장이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행정도시건설에 참여하는 만큼 수도권 인접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 근교는 이전 대상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은근히 충주시를 원하고 있는 눈치다. 주택공사 역시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대규모 택지개발에 참여하는 만큼 가급적 수도권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는 원주 등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여러곳의 ‘구애’를 받고 있는 한국전력은 “후보지가 확정되면 노조와 협의해 내부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전력을 조정하는 주요 설비를 지방으로 옮기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며 이전 자체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수도권에 모여 있는 관련 업체들과 협조하는 데에 시간·비용이 낭비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해외 유전 개발 사업에 주력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외국계 기업과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을 벗어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직원들은 자녀 교육 문제를 가장 큰 고민거리로 여겼다. 농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지방의 교육환경이 하루 아침에 나아지겠냐.”며 “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공기관을 옮기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공사 등 9개 공공기관이 속해 있는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공공노련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오면 지방이전 반대투쟁을 본격적으로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산업부
  • [시론]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젊은 파우스트들/김명곤 국립극장장

    [시론]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젊은 파우스트들/김명곤 국립극장장

    대학을 졸업한 어느 젊은이가 인터넷에 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일을 하고 싶다.”라는 글이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오십대 초반인 내 주변에도 명예 퇴직한 ‘중년의 젊은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아직 오십도 안 된 ‘새파란’ 후배들마저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퇴직 준비를 하고 있는 터에 그들 모두의 속마음을 그 젊은이가 강렬한 한마디의 말로 대변했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을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는 일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리를 위해 계약을 한다. 악마는 노예가 되어 모든 소원을 들어주되, 만약 파우스트가 어느 순간 향락의 극치를 맛보고 거기에 만족하면, 그 순간에 그의 영혼을 빼앗는다는 계약이 피로 쓴 계약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파우스트를 타락시키고 영혼을 빼앗으려는 메피스토와, 악마를 노예처럼 부리며 학문으로 도달하지 못한 인간과 우주의 근본 진리를 얻으려는 파우스트의 싸움이 전개된다. 우리 사회에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젊은 파우스트와 중년의 파우스트들은 진리가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서 악마를 필요로 한다. 고귀한 영혼을 살찌우기 위한 계약이 아니라, 그와 가족들의 세속적 삶을 유지하기 위한 계약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절실한 건 한조각의 빵만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이 사회에 증명하기 위한 ‘직업’이다. 자신이 무능하거나 패배자라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줄 조직적 보호막이 필요한 것이다. 나처럼 자유롭게 살며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직업을 가진 예술가나 프리랜서들은 일반 직장인보다는 실업 상태로 지내는 상황에 훈련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직업의 사람들도 실업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난폭해지거나, 이혼을 하거나, 자살을 결심한다. 하물며 취업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지도 못한 채 가고 싶은 직장 근처를 서성이거나, 평생 몸담아 왔던 직장으로부터 강제로 쫓겨나-명예퇴직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도 강제이긴 마찬가지다-직장이 있던 쪽 하늘도 바라보기조차 싫어진 사람들에게 그 상황을 혼자서 해결하라고 하는 건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노동의 종말’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2003년 동아시아 공동체 초청으로 한국에 왔을 때 “현재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실패했다. 세계인구의 5분의1이 주도하면서 나머지 5분의4를 소외시키고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세계화는 부당하며, 장벽 없는 세계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이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그는 “노동 시간 감축과 정부의 지원 증대, 세금 이전을 통한 불량기업 규제 및 우량산업화 유도, 시민 사회 영역의 경제적 활용 및 사회적 통화의 창출, 에너지 소외 계층을 없애기 위한 에너지 혁명”등을 들었다. 기존의 시장 모델을 시민사회 네트워크 모델로, 시장 자본을 사회적 자본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울분에 찬 학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천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세계의 힘은 ‘부당한 세계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고 악순환의 고리는 더욱더 커져 가기만 한다.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명제도 경제의 효용성이라는 명제에 가려 더 이상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듯하다. 사회적 복지와 고용의 유연성을 고려하지 않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온 이 부작용을 치유할 묘약은 없는 것인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는 수많은 한국의 파우스트들과 피로써 계약을 맺어 줄 악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영화속 수능잡기] 밀리언달러 베이비

    [영화속 수능잡기] 밀리언달러 베이비

    3년 전쯤 TV에서 ‘성덕 바우만의 결혼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세 살 때 미국에 입양된 바우만씨가 미국 공군사관학교 재학 중 백혈병으로 파일럿의 꿈을 접었다는 이야기가 한국에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 결국 그는 1997년 골수를 기증받아 새 삶을 얻었다. 그런 그가 미네소타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게 된 것이다. TV에 비친 바우만씨의 신부 머피씨 몹시 뚱보였다. 평범한 얼굴이었고, 나이도 바우만씨보다 8살이나 많은데다 전 남편 사이에 12살과 10살의 두 딸을 두고 있는 이혼녀였다. 솔직히 TV를 보면서 바우만씨가 ‘왜 저런 여자와 결혼하려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우만씨는 피로연에서 “가족이란 혈연만이 아니라 강한 유대감이자 사랑 자체”라고 말했다. 머피씨의 딸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한가족이다.”라고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장면은 어떤 영화보다 가슴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바우만씨에 대한 미국의 양부모의 사랑이 어찌나 극진한지 친부모라고 해도 과연 저렇게 두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 프랭키는 한때 잘 나가던 권투 트레이너였지만,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 때문에 스스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늙은 트레이너다. 그는 은퇴 복서인 유일한 친구 스크랩과 낡은 체육관을 운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관에 매기라는 여자 복서 지망생이 찾아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매기의 가족들은 매기가 유명선수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녀를 천덕꾸러기로 취급한다. 이런 처지에서 매기는 힘겹게 하루하루 식당일을 하면서 밤에는 샌드백을 두드린다. 샌드백만이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녀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존재는 다름아닌 프랭키와 스크랩이었다. 매기는 뼈를 깎는 노력을 훈련에 바친다. 자신을 버린 부모와 가난에 대한 분노, 그 분노의 에너지로 그녀는 샌드백을 두드린다. 그녀의 노력은 승승장구로 보답을 받는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영원한 승자로 놓아두질 않는다. 훈련의 고통보다 가혹한 시련이 그녀를 기다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다. 고통의 순간 우리는 버릇처럼 가족을 찾는다. 어려운 순간 내 곁에 있는 존재가 가족이다. 그러나 피를 나누었다고 해서 모두 가족은 아니다. 아이를 버리는 부모도 있고 부모를 버리는 자식도 있지 않은가. 매기의 가족들도 꼭 그런 식이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치고받고 피가 튀기는 권투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가 살벌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우만씨가 말하는 강한 유대감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가족애가 있기 때문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가족애가 혈연에 기초한 가족애보다 훨씬 더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힐러리 스웽크, 클린트 이스트우드, 모건 프리먼 주연.2004년작.
  •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4)이화여대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4)이화여대

    이화여대 법대는 명실공히 ‘여성법조인의 산실’이다. 지난 1950년 개설된 이후 211명의 여성법조인과 23명의 법학교수를 배출해 냈다.사법시헙 합격자 규모 전국 6위, 법대 종합 순위 전국 5위라는, 겉으로 드러난 지표도 자랑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여느 남녀공학 법대 못지 않은 탄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10년 전부터 로스쿨 준비” 로스쿨을 향한 이대의 도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태윤 법대 교학부장은 “이대는 로스쿨 도입방안이 처음 논의되던 지난 1995년부터 로스쿨 도입이 대세라고 판단, 이미 10년 전부터 로스쿨로의 전환을 준비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대는 이미 지난 1999년 연면적 2400여평의 법대 독립건물을 마련, 전용 모의법정과 법대 도서관을 설치했다. 함께 완공된 초현대식 법대 전용기숙사인 ‘솟을관’도 일반 기숙사와 차별화된 동영상강의실, 세미나실, 정보학습실 등을 갖춰 최고의 법대 기숙사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2의 법학관도 완공을 1년여 앞두고 있다.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최첨단 대형강의실 4개와 실제 법정과 동일한 모의법정, 법학도서관 등을 갖춘 신관을 현 법학관 옆에 신축하고 있다. 또한 법대 전용 기숙사를 내년에 추가로 세운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고수준의 교수진 무엇보다 이대의 자랑은 국내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다. 실무형 교수진을 포함한 30여명의 교수진 모두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법학자들이다. 대표적으로 신인령 총장은 총장이기에 앞서 노동법 분야의 독보적인 학자다. 현재 법제처장으로 재직 중인 김선욱 교수는 내로라하는 법여성학자다. 형법의 이재상 교수도 손꼽힌다. 검사출신인 그를 빼놓고 형법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이 교수의 교과서는 사시 수험생들에게 ‘바이블’로 통하고 있다. 민법의 송덕수, 상법의 오수근 교수, 행정법의 김유환 교수 등은 이대에서 최우수 교수로 선정돼 법학자로서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헌법의 김문현 교수는 학계에서 존경받는 헌법학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국제법 교수진도 탄탄하다. 최원목 교수는 외무고시 출신으로 외무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한 실무가다. 최 교수는 특히 행정고시에도 합격한 이력을 자랑하며 미국 변호사 자격까지 갖추고 있다. 김영석 교수 역시 외시에 합격, 외교통상부 근무 경력을 갖고 있는 등 이대 국제법 교수진은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전문가들이다. 최희경 헌법 교수는 “이대는 헌법·민법·형법 등 기본법은 물론, 세법·법여성학·국제통상법·도산법 등 개별법 역시 분야별 최고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는 로스쿨 도입에 대비해 실무경험을 갖춘 교수진을 10명 정도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판·검사 평균임용률 25% 넘어 이대 출신들의 활동도 활발하다.44회 합격자 39명 가운데 올해 판·검사로 신규임용된 연수원 수료생은 12명으로 임용률이 30%를 넘는다. 역대 사시 합격자 210명 가운데 판·검사는 모두 53명으로 평균 임용률이 25%를 넘는다. 사시합격자비율은 전국 6위지만, 판·검사 임용률은 단연 톱이다. 특히 한때 ‘금녀구역’이었던 검찰쪽 진출이 활발해졌다. 올해 임용된 신규검사 85명 가운데 이대출신은 10명에 달한다. 서울대 33명에 이어 연세대(10명)와 함께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더욱이 여성신규검사만 따로 놓고보면 35명 가운데 이대출신이 30%를 육박하는 등 최근 법조계에 불고 있는 여풍을 이끌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양명조 법과대학장 “세법·국제법 국내 최고 수준” “전문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법학교육을 추구합니다.” 양명조 이대 법과대학장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대 법학교육의 좌표를 이같이 밝혔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로스쿨이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전문적인 법학교육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양 학장은 “로스쿨이 다양한 전공지식을 기반으로 한 법률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이라면서 “현재의 학부 4년 과정을 로스쿨 2년동안 집중적·집약적으로 교육시킨 뒤 3년차부터 실무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 법대가 전문성과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양 학장은 “현재 이대 법대는 기본법 과목에서도 법조계 내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세법·국제법·도산법·노동법 등의 전문분야에 있어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 분야 빠짐없이 최고의 교수진이 포진해 있다는 설명이다.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커리큘럼도 이대 법대의 강점이다. 이대 법대의 자신감은 지금까지 이대가 배출한 법조인과 법학자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에서도 비롯된다. 양 학장은 “국내 여성법학교수는 모두 50여명인데 이 가운데 50%에 육박하는 23명이 이대 법대 출신”이라며 “이대출신들은 법조인뿐만 아니라 법학자의 층도 두텁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에 최고의 교육시설까지 마련돼 있어 이대 법대의 전망은 밝다는 것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전효숙 헌재재판관등 법조인 211명 배출 이화여대가 배출한 법조인은 여성 최초의 사법고시 합격자인 고(故) 이태영(1936년 졸업) 박사를 필두로 모두 21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6명의 판사와 27명의 검사를 배출했다. 이들 이대 출신 법조인들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최초 여성법조인인 이 박사는 1952년 제2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 최초의 여성변호사로 활동하며 여성 법조인의 문을 열었다. 전효숙(69학번) 헌법재판관에게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1975년 제17회 사법시험에 역대 네번째 여성법조인으로 합격했다. 사법고시가 사법시험으로 바뀐 1963년 이후 이대가 배출한 사시 합격자 210명 가운데 최초이기도 하다.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 2003년 여성 최초로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다. 그는 특히 탄핵심판과 수도이전 헌법소원 등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이선희(69학번·사시 20회) 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1년 친일파 후손의 토지반환소송에 대해 “헌법정신으로 볼 때 반민족행위자가 반민족행위로 취득한 재산의 보호를 구하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어긋난다.”며 기각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선욱(71학번) 법제처장은 여성으로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법여성학자로 손꼽힌다.82학번인 금덕희(사시 20회) 판사와 노정희(사시 29회) 판사는 각각 대전지법과 광주지법에서 활동 중이다. 김은미(82학번) 변호사는 33회 사시 수석합격자다. 같은 학번의 이명숙 변호사는 사시 29회로 가정법률 전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이명숙 변호사의 가정법원’이란 라디오 방송 진행과 저서 ‘딸들아 일어나라 깨어라’로 대중과도 친숙하다. 이들 외에 사시 32회에 합격해 현재 대구고등법원에 재직 중인 이영숙(87학번) 판사도 이대 출신이다. 검사로는 서울북부지검 노정연(86학번·사시 35회) 검사가 대표적이다.‘이대 출신 첫번째 검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천사표 검사’로 유명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최정숙(86학번·사시 33회) 검사는 올해 초 폭력혐의로 입건된 불우 청소년에게 처벌 대신 온정을 베풀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이밖에 차정일 특검팀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이영희(90학번) 변호사 등 88명이 연수원 졸업 직후 개업해 변호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박동섭 가족클리닉 행복 만들기] 재혼 후 딸아이 성(姓) 바꾸고 싶은데

    저는 1999년 12월 전 남편과 이혼하고 지금은 재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이 아이의 성은 ‘김(金)’이고 새로운 남편의 성은 ‘이(李)’입니다. 딸의 성을 바꿀 수 없나요. 조금 있으면 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하는데, 가능하면 빨리 아이의 성을 바꾸고 싶습니다. -홍명희(가명)- 명희씨, 지금의 법률로는 불가능하지만,2008년 1월1일부터는 가능하게 됐습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민법에 따라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동시에 자녀의 성(姓)과 본(本)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신고 시에 부부의 합의에 따라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성과 본을 아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되었어요(제781조 제1항). 이는 남자 중심의 우리나라 전통 가족제도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라고 말할 수 있지요. 예를 들면, 홍길동과 이영자가 혼인하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성은 이(李)로 본은 인천(仁川)으로 하자.”고 합의한 경우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아버지의 성인 홍을 따르지 않고 어머니의 성을 따라 출생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부모가 합의를 한 일이 없다면 아버지의 성을 따라 홍모씨로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버지가 외국인인 경우 자녀는 생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고,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자녀는 당연히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부(父), 모(母) 또는 자녀, 자녀의 친족이나 검사가 법원에 청구해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외도를 해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아이를 출산한 경우에도 호적에 출생신고를 할 경우, 그 아이의 성과 본은 생부모의 협의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자녀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종전의 성과 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홍길동이 성춘향과 간음하여 아들을 낳고, 생모인 성춘향은 아들의 이름을 성동식으로 지어 출생신고를 했다고 해보죠. 성동식이 성장해 성공하자, 홍길동이 나타나 성동식에게 “너는 내 아들이다.”라면서 홍길동의 호적에 출생신고 또는 인지신고를 하였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현행법에 따르면 ‘성동식’이 하루아침에 ‘홍동식’으로 바뀌어 버려요. 그래서 개정민법은 이러한 아이의 인격과 그 동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나아가 아이의 복리를 위하여 홍길동과 성춘향의 협의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그러한 협의를 할 수 없으면 자녀가 가정법원에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청구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고, 그러한 허가를 받으면 성동식은 계속 성동식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재혼한 부부의 일방이 이미 아이를 낳아서 데리고 있을 경우, 이 부부가 새로 아이를 출산하면, 데리고 있던 아이와 새로 태어난 아이는 성이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 아이의 성을 동일하게 할 수 있을까. 현행법 하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개정민법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부·모 또는 자녀가 청구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 동일한 성을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므로 2008년부터는 부자간에, 또는 형제자매 간에 성이 달라서 곤란을 겪는 경우는 이를 바꿀 수 있으니 조금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여자가 전 남편의 자녀를 데리고 재혼한 경우 그 아이를 새로운 남편의 아이로 입양할 수 있고, 이 경우 전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입양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의 성을 변경할 경우도 역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됩니다. 우리나라의 어머니처럼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엇이든지 다 해주려고 하는 어머니는 세상에 없습니다. 아이 기죽지 않게 키우려는 엄마들의 소원이 곧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식목일 서울숲에 가족나무 심으세요”

    서울시는 새달 5일 식목일을 맞아 ‘뚝섬 서울숲 나무심기’행사에 참가할 가족을 모집한다. 시와 서울그린트러스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가족나무심기’는 노루·고라니 등이 살게 될 ‘생태숲’공간 중 아직 나무가 심어지지 않은 약 6000평의 ‘바람의 언덕’구역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오는 6월 중순 개장을 앞둔 서울숲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참여 가족들은 심은 나무를 지속적으로 가꿔나가면서 서울숲의 변모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하는 가족단위 시민 2000여명은 나무를 심은 뒤 그림 등을 그린 가족이름표를 만들어 달고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또 70m길이의 비닐로 만들어진 ‘바람기둥’에 소원을 써 붙이는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를 원하는 가족은 서울그린트러스트 홈페이지(www.sgt.or.kr)나 전화(02-3216-4242)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참가비는 가족당 나무 1그루를 기준으로 2만원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결혼이야기]김영욱(29·ADP엔지니어링) 이경아(29·LG칼텍스 정유)

    [결혼이야기]김영욱(29·ADP엔지니어링) 이경아(29·LG칼텍스 정유)

    2001년 1월28일, 내 남자친구와 ‘다시’만난 날입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생이거든요. 연락을 하고 지냈던 것은 아니어서 자라면서 같이 보낸 추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동창이라서인지 우연히 다시 만나는 순간부터 아주 빨리 친해지더라구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남자친구는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서로의 기준에 맞추려고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매번 먼저 이해해주는 쪽은 남자친구였습니다. 나는 사람들을 참 좋아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회사 끝나고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늦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 남자친구와 사귄 후 처음으로 늦게 집에 들어간 날짜가 바뀌었을 거에요. 화난 남자친구가 건네는 전화 속 한마디는 “앞으로 너 늦게 오는 거 신경쓰지 말까.” 하는 거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나서 건네는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들리더군요. 만남이 4년째 되는 얼마 전 팀 회식 때문에 또 늦었습니다. 내 남자친구가 다음 날 전화 통화에서 “몇 시에 들어왔어” “어… 1시 반에 집에 왔어….” “에이, 왜 그래…. 아는데 좀 더 쓰지.” 그러는 거에요. 더 늦게 온 거 아는데 왜 줄여 말하냐는 거지요. 둘 사이는 남들이 보면 시시콜콜한 것같지만 재미있지 않아요. 그런 반복되는 NG(?)속에 소중하게 지켜온 4년입니다. 우린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자, 진실한 친구, 성실한 조언자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결혼….’이젠 주위 사람들로부터 너무나 당연한 안부인사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내년 가을에 할 거에요.”라는 대답을 했더니 이젠 모두 믿지도 않더라구요. 올 가을엔 정말로 합니다. 단, 제 소원대로 차 트렁크에 푸우 인형을 잔뜩 넣어서 프러포즈를 하면 말이죠. 남자 친구가 회사 다니는 동안 공부를 해서 연애 기간동안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서, 결혼하고 나면 ‘추억 만들기 프로젝트’를 짜려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마음의 여유가 보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꾸리려 하는 결혼 이후의 ‘시간’이 그런 모습이었으면 합니다. 또한, 서로에게 남자친구, 여자친구로서의 설렘과 존중하는 마음을 항상 간직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길섶에서] 집단기원/이목희 논설위원

    미국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주인공 짐 캐리는 별 볼일 없는 방송 리포터다. 일상에 불만이 많던 그에게 어느 날 신(神)의 힘이 주어진다. 자신을 업신여겼던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때까진 좋았다. 수많은 기도 중 들어줄 것을 고르는 게 귀찮아진 그는 모든 이의 소원이 성사되게 한다. 복권 당첨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는 등 세상은 엉망이 돼버린다. 세계 인구는 60억이다. 신이 전지전능하다해도 개인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기가 쉽지 않을 듯 싶다. 그 때문인지 어느 종교모임에 가더라도 ‘집단기원’이 중시된다. 되도록 많은 인원이 한 목소리로 갈구해 신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자는 취지일 것이다. 아내는 집단기도의 힘을 굳게 믿고 있다. 아줌마들이 공통주제를 정해 함께 기도한다. 가족들에게도 기도 제목을 알려준다. 요즘은 ‘큰 아이의 장래’가 대상이다. 형과 자주 다투는 둘째에게 형을 위한 기도를 닦달한다. 둘째는 “기도는 시킨대로 했지만, 마지막에 ‘내 진심은 아닙니다.’고 고백했다.”며 엄마 눈치를 살핀다. 아내는 “솔직한 게 좋다.”고 넘어갔지만, 집단기원의 효험은 어찌 되는 건지 궁금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혼다클래식] 나상욱 “마스터스 기다려”

    ‘기다려라, 마스터스.’ 미국프로골프(PGA)의 막내둥이 나상욱(21·코오롱엘로드)이 올해 첫 메이저 무대인 마스터스를 정조준했다. “올해는 마스터스에 서는 게 소원”이라는 나상욱이 꿈의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오는 28일 열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까지 상금 랭킹을 10위 안에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그때까지 세계 랭킹 50위에 드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81위로 가능성이 적다. 시즌 초반만 해도 마스터스 출전이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지만 그동안 7개 대회에서 준우승 2차례의 ‘돌풍 샷’으로 상금 80만 4105달러를 모았고, 상금 랭킹도 12위에 올랐다. 지난해 32개 대회를 통해 거머쥔 상금 90만 달러에 근접한 수치.40만 달러 정도를 보태면 10위 진입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미 3주 연속 대회에 나섰던 나상욱은 오는 11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 미라솔골프장(파72·7158야드)에서 열리는 혼다클래식(총상금 550만달러)과 베이힐인비테이셔널(총상금 500만달러)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 등 남은 3개 대회에서 쉼없는 강행군으로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특히 혼다클래식에는 비제이 싱(피지)을 제외하곤 ‘골프 사천왕’ 가운데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이상 미국), 어니 엘스(남아공) 등이 나오지 않아 상위권 입상 전망이 밝다. 나상욱이 별들의 격전장이 될 마스터스에 당당히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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