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원이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튀김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해고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역사 문제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민생 수사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85
  • 교사 임용시험 師大가산점 폐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인준 재판관)는 25일 교원 임용고사에서 각 지역 사범계 대학 출신과 복수·부전공 교사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정모씨가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교육인적자원부는 이에 따라 2005년부터 가산점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의 효력은 일단 헌법소원이 제기된 대전 지역에만 해당되지만,가산점 제도를 실시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동일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특히 이번 결정이 가산점을 부여한 행정행위를 문제삼은 만큼 ▲헌법소원 당사자 ▲가산점을 이유로 행정소송이 진행중인 당사자 ▲소송 청구기간(1년 이내)이 남아 있는 탈락자들이 앞으로 소송을 통해 구제될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가산점에 관해서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고 가산점을 부여하는 근거규정으로 보이는 임용고사 시행규칙 역시 법률적 근거가 매우 불분명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또 “가산점은 공직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만큼 가산점 적용대상이나 배점 등 기본 사항을 법률에서 직접 명시적으로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복수·부전공 교사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가산점도 “실제로 복수의 교과목 모두를 충분히 전문성 있게 가르칠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고 복수·부전공 교사자격증 취득 기회가 시기·출신대학별로 균등하게 제공되지 않아 형평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범계 대학에 가산점을 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려는 목적도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사범계 대학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서도 그같은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시민단체 ‘法 불복종’ 운동 확산

    “악법은 어겨서라도 고치겠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최근 개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인터넷 실명제 등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등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정 법률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한 만큼 관련 법률을 일부러 ‘어기는’ 불복종 시위에 나서는 한편 처벌이 이뤄질 경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그러나 불복종 운동의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견 무시 위헌 요소” 시민단체들은 무엇보다 지난 1일부터 발효된 새 집시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불복종 운동도 진행중이다.대표적인 단체는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연석회의·http:///jipsi.jinbo.net).전국민중연대와 참여연대,민주노총,인권운동사랑방 등 86개 시민·사회단체 등은 지난 4일 연석회의 발족식을 갖고 개정 집시법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오종렬 전국민중연대 공동대표는 “새 집시법은 국민의 의견이 무시된 채 편법으로 만들어져 탄생부터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면서 “법률이 정한 기준과 집회장소 등을 따를 경우 사실상 집회와 시위가 원천봉쇄되는 만큼 불복종 운동을 통해 집시법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6·3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해 첫 불복종 운동에 나섰으나 경찰이 집회를 허용,우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새 집시법은 대규모 시가 행진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앞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는 지난 1월부터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채 서울 탑골공원 앞에서 매주 목요집회를 벌이고 있다.조순덕 민가협 회장은 “개악된 집시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는 특히 오는 20일 이라크 전쟁 개전일에 맞춰 서울시청과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시법 불복종 반전집회를 계획중이어서 경찰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인권운동사랑방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인터넷 국가검열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국회 통과를 앞둔 인터넷 실명제 반대 캠페인 전개를 위해 홈페이지(www.freeinternet.or.kr)를 개설하는 등 인터넷 실명제 불복종 운동을 전개중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치권이 노조의 정치자금 모금을 금지하고 정치 신인의 TV토론 기회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을 추진중인 가운데 총파업 등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악법도 법’ 정서 거스를 우려 시민단체들은 불복종 운동과 더불어 헌법소원 등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중심으로 ‘집시법 대응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전면적인 집시법 개정을 요구하는 입법청원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고문)변호사는 “법률지원단에서는 실질적인 집회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집시법이 가지고 있는 독소조항까지도 일괄적으로 개선하는 새로운 집시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집시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개정 집시법은 위헌 소지가 큰 만큼 개악 집시법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는 즉시 헌법 소원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인터넷 실명제가 포함된 선거법이 만들어진다면 위헌 소송을 내고 폐지운동에 돌입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이들은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을 허위정보·비방 유포자로 전제하는 명백한 사전 검열이자 익명성을 바탕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여론형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라면서 “위헌 소송을 내고 폐지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에서는 불복종 운동에 대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의사표시 범위에서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법률안에 대해 시민단체가 불복종 운동에 나서는 것이 자칫 ‘악법도 법이다.’라는 국민 정서를 거스를까 우려된다.”면서 “헌법소원이나 입법청원 등에 주력하고 불복종 운동은 상징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
  • 50여년만에 돌아온 국군포로

    6·25전쟁 때 북한군에 의해 북으로 끌려갔다가 지난해 말 중국으로 탈출한 국군포로 김기종(72)씨가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50여년 만에 고향땅을 밟았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45분(이하 한국시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중국 지린성 옌지공항을 출발,오후 3시54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김씨는 지난해 12월 초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올 1월초 옌지의 한 민가에서 형기상(75)씨 등 남한에서 건너간 가족들을 만나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50여일 동안 억류돼 있었다. 160㎝도 안돼 보이는 단구에 깡마른 체격의 김씨는 공항 도착 후 “늘 고향에 오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뜻밖의 일에 감사하고 기쁘다.”며 “드디어 소원이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수도사단 출신으로 6·25전쟁 중이던 1952년 입대,이듬해 7월 강원도 금화전투에서 포로가 됐으며 같은 해 6월 사망처리돼 국립현충원에 위패가 봉안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열린세상] 공자(孔子)의 지방분권론/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21세기는 지방의 개성이 왕성해 짐으로써 그 생기가 온 나라에 퍼지고 솟아올라 드디어 나라 전체에 기가 충만하게 되는 시대다. 자님이 살아 계신다면 아마도 열렬한 지방분권론자로서 활약하실 것이다.지방분권은 ‘군자의 큰 나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일찍이 공자께서는 “소인 집단은 겉으로 보면 일치 단결해 있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화합하지 못한다.그러나 군자들은 서로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화합한다(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논어,子路篇).”고 했다.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말은 국토의 균형발전이 왜 필요하고 21세기의 우리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왜 지방분권이어야 하는가를 극명하고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모든 지방이 중앙의 명령에 복종하여 하나처럼 되면 겉으로는 일사불란한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그 내실은 화합하지 못하고 티격태격 다투게 된다.지역의 특성이 무시되고 모든 지역이 강자의 논리에 따라 하나의 모델로 균질화되기 때문이다.이러한 나라에서 지방이 추구하는 정책은 똑같은 내용을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달성하는 것이 소원이다.전국은 어디를 가나 개성이 없어 결국 같은 모양을 하게된다. 이웃과 똑같다면 작은 것은 큰 것에 질 수밖에 없다.그러므로 중앙집권체제에서는 중앙정부가 아무리 균형발전을 외쳐도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집중은 멈추지 않는다.서로 다르지 않은 존재가 같은 이익을 좇을 때는 다툼도 그치지 않는다.백화점의 모든 진열대에서 똑같은 품목의 상품을 팔면 점포 주인들의 사이가 좋을 수 없는 것과 같다.중앙 부처마다 관할권을 장악하고 지방을 할거적으로 통치하는 집권체제에서는 자신의 지방이 잘 살지 못하면 그 모든 책임은 네 탓이 된다.자연히 지역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으로서 지역감정이 아니라 모든 책임을 중앙에 전가하는 원망의 지역감정만이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나라의 어디를 가더라도 똑같은 모습이라면 그 나라는 작은 나라이다.온 나라의 어디를 가 보아도 새롭고 다양한 풍경이 있다면 그 나라는 큰 나라이다.작은 나라인 집권체제에서 지방이 추구하는 것은 ‘남보다는 큰 것’(Number One)이다.그러나 지역의 개성과 특징을 중시하는 군자의 나라에서 지방은 ‘유일함’(Only One)을 추구한다.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유일한 존재(Only One)이다.따라서 이러한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해야 하며,이러한 사회로 구성된 지방 또한 화이부동(和而不同)해야 한다. 우주의 대원리는 화이부동에 입각하고 있다.인간이 만든 기계도 화이부동의 원리로 움직인다.자동차는 2만 5000여개의 서로 다른 부품으로 그리고 컴퓨터 시스템은 100%가 화이부동의 원리로 구성되고 있다.기계와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는 그 구성원이 서로 다른 개성과 특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동의 목표를 향해 화합하면서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물에 물을 탄 것은 동(同)이라고 한다.가야금의 같은 줄만을 두드리는 것이 동(同)이다.남이 하는 대로 따라만 하는 것을 부화뇌동(附和雷同)이라 한다.부화뇌동하는 소인들은 자기의 개성과 생각이 없으므로 비록 사회에 존재하나 양적으로 하나를 부가했을 뿐,자신의 사상이나 기능으로 사회의 창조적 존재로서 참여하지는 못한다.이것이 ‘동이불화’(同而不和)하는 우리 국토의 모습이다. 화(和)란 물에 물을 더하는 것처럼 성질이 같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화합이란 물,간장,소금,고기,양파,마늘이 조화를 이루어 맛있는 요리가 되듯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맛을 내는 것이다.이렇게 볼 때 조화란 개성과 특질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큰 목표를 위해 협조하는 것이다. 21세기는 지방의 개성이 왕성해 짐으로써 그 생기가 온 나라에 퍼지고 솟아올라 드디어 나라 전체에 기가 충만하게 되는 시대다.우리는 지방분권으로 국토의 모든 지역이 서로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모든 단위에서 혁신이 일어나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협력하는 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공자님 살아 계신다면 지방분권을 이래서 강조하실 것이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 대학가 또 ‘등록금 마찰’

    등록금 인상 문제로 올해도 대학캠퍼스가 시끌시끌하다.7∼10%를 올리겠다는 학교측 계획에 학생들은 지난해 물가인상률 3.6%에 비해 인상폭이 너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일부 대학에서는 단과대 학장들도 뛰어 들어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단과대 학장들도 등록금 투쟁에 뛰어들어 중앙대 예·체능계 단과대 학장 4명은 지난달 22일 등록금 인상분과 별도로 예·체능계의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이들은 결의문에서 “침몰된 재단과 형평성에 발목 잡혀 있는 현 체제에서 교육 목적을 달성하는 길은 우리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교수들은 일부 학생들의 서명도 받았다.이 대학 안산캠퍼스 총학생회장 송상훈(21)씨는 “방학 중에 학장들이 학생들을 한명씩 불러 인상요구안에 서명하도록 요구,교수들과의 관계 때문에 할 수 없이 서명한 경우가 많다.”면서 “제자들을 대변하고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이 등록금 인상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일 서울대·부산대 등 전국 15개 국·공립대총학생회단은 기자회견을 갖고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했다.이들은 국공립대 투쟁본부를 결성,지속적인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특히 서울대 학생들은 학교측이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면 헌법소원이나 납부거부운동 등 실력행사도 불사할 태세다.학교측은 재학생과 신입생의 기성회비를 8∼10%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이에 대해 서울대 단대학생회장 연석회의측은 “기성회비 납부가 강제적이고 운영이 불투명해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재산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3월 중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모집,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 “물가 인상률 비해 인상폭 너무 높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학 170여곳 가운데 등록금 인상이 확정된 곳은 20여곳에 불과하다.그나마 신학계열 대학이 대부분이다.나머지 150여개 대학에서는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9%의 인상안이 제시된 고려대에서는 학생회가 등록금을 대신 받거나 납부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학생들은 등록금인하와 함께 사용내역 공개를 주장했다.학교측은 “고정비용과 임금인상,신임교원 충원,강사료 인상,장학금 확대 등 모든 요소를 감안한 인상률”이라고 설명했다. 7.5%의 인상을 추진 중인 경희대는 지난달 27∼30일 학생들이 부총장실을 점거하는 등 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총학생회측은 4일 등록금고지서가 발송되면 서명과 납부거부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연세대·한양대·한국외대 등에서도 7.5∼9.5%의 등록금 인상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지원 확대·사용내역 공개가 해결책” 해마다 등록금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교육예산 7% 확보,기여금 입학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은 불투명하다.교육부 사학정책과 관계자는 “등록금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고 교육부도 강제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강정운 대학지원실장은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 “대학측이구체적으로 1년 살림을 공개하면서 어떤 요인에 의해 예산증가가 필요한지 설명하면 소모적인 논쟁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유영규기자 taecks@
  • 어벙한 버스 기사 앞 못보는 그녀와 사랑에 폭 빠지다/30일 개봉 안녕! 유에프오

    각박하고 힘든 세상에 꽃피는 순박한 사랑.UFO가 소원을 이뤄준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만큼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30일 개봉하는 ‘안녕!유에프오’(제작 우리영화)는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착하기만 한 심야버스 운전기사 상현(이범수)과 약간 맹랑하고 쌀쌀맞지만 속은 부드러운 시각장애인 경우(이은주)의 쓰고 달콤한 사랑이야기다.그 배경에,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을 포근하게 깔아놓는다. 경우는 실연의 아픔을 잊고,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UFO를 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꿈도 찾을 겸 154번 시내버스 종점이 있는 은평구 구파발로 이사한다.자신의 버스에 탄 경우에게 한눈에 반한 상현은 우연히 만난 그녀에게 얼떨결에 전파상 주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또 얼치기 DJ 솜씨로 자신이 편집한 음악방송을 교통방송의 ‘뛰뛰 빵빵’처럼 버스에서 틀어준다.영화는 잇단 ‘선의의 거짓말’이 가져오는 해프닝 속에 닫혔던 경우의 마음이 조금씩 열려가는 모습을 다룬다.그 과정에서 지지고 볶고 정을나누며 살아가는 산동네 주민들의 일상을 스케치한다. 영화는 한겨울의 따스한 볕을 곳곳에 뿌려놓았다.경우의 사랑을 얻으려는 상현의 순수한 마음과 헌신적 사랑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한다.장애아인 경우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도 훈훈하다.UFO에 대한 경우의 믿음을 점차 이해해가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도 소탈한 공감을 자아낸다. 이범수는 어벙벙하면서 순진함이 함께 어린 코믹 연기가 물에 오른 듯 자연스럽게 자기 몫을 해낸다.또 충무로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른 이은주도 발랄한 연기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장애인 역할을 잘 소화한다.여기에 상현의 동생으로 나온 봉태규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동네 부동산주인 역의 변희봉 등 조연들이 도시빈민의 정감어린 캐릭터로 합류해 영화의 분위기를 더 포근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뭔가 아쉽고 모자라는 느낌을 받는다.인상적인 반전 없이 잔잔하게만 이어가다 보니 따스함이 어느덧 나른함으로 바뀐다.상현과 경우의 사랑이 그렇고,경우가 산동네에 퍼뜨리는 UFO에 대한 꿈도 너무 조용하다.잘만들면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오래 남는다.‘품행제로’의 이해준·이해영 작가와 ‘인디언썸머’의 김지혜 작가가 함께 시나리오를 쓴,김진민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농촌경제 비상구가 없다](3)노모와 이별하는 농촌가장-아기 울음 끊긴 농촌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3일 새벽,대구의 한 재래시장.채소가게 한 모퉁이에 짐꾼 서너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옷도 제대로 입지 못해 무척 추워 보이는 4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지난해 2월 인근 농촌에서 빚 때문에 이곳으로 피신해 온 김모(49)씨였다. “참,뭐라고 말할 수가 없죠.빚 때문에 가정이 산산조각났고,정든 고향 친구와 선후배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요.돌아가신 어머니를 제 손으로 모시지도 못….” 김씨는 지난 2년여간의 처참했던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의 짐꾼생활은 빚 독촉을 이기지 못해 야반도주한 뒤부터 시작됐다. “하늘이 캄캄했어요.당장 먹고 잘 곳이 있어야 말이죠.막무가내로 시장을 찾았지요.” 김씨는 2∼3년전만 해도 부자는 아니었지만,어머니를 모시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인건비를 줄이려고 농협에서 영농자금을 빌려 거액의 농기계도 구입했다.그러나 태풍으로 농사를 연거푸 망친 데다 빚보증 때문에 전 재산을 날렸다.아내와다툼이 잦아졌고,술로 날을 지샜다.그렇게 보낸 허송세월이 1년.아내와 이혼도 했다.결국 빚 독촉을 이기지 못해 남몰래 고향을 등졌다.자신의 빚 5000여만원 전액을 보증서 준 고향 친구들에게 떠넘긴 채.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할머니와 함께 살던 고등학생 딸은 가출했다.아들은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지만 연락할 길이 없다.지난 여름에는 어머니가 숨졌으나,고향 사람들 뵐 면목이 없어 장례식에도 못갔다.“어느 날 한밤중에 어무이 산소를 찾아가 목놓아 울었어요.못난 자식이라 그 옆에 계신 아부지도 뵐 면목이 없었어요.”라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하루 수입 3만∼4만원으로 끼니를 때우며,쪽방에서 근근이 산다는 김씨는 “제발 고향 사람들에게 내 소식을 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특별취재팀 대구 김상화 대전 이천열 광주 남기창기자 ■한마을 46명중 44명 환갑넘어 농촌에서 희망과 미래를 뜻하는 갓난 아기 울음소리가 멎은 지 오래다.대신 상여꾼들의 구슬픈 소리는 더 높아만 간다. 농촌이 출산율 급감과 노령·사망률 증가로텅 비어가고 있다.적은 수나마 농촌을 지켜왔던 젊은이들도 폐농으로 정처없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농촌은 이제 풍전등화다. ●26년째 아기 없어 27세가 막둥이 2002년 말 기준 주민 평균연령이 44.8세로 전국 최고령 지자체인 경북 의성군의 구천면 청산2리는 아기울음 소리가 사라진 지 벌써 26년이 넘었다.이 마을 박종하(55) 이장은 “우리 마을에서 태어난 막둥이가 올해로 27살이 됐다.”고 말했다. 군위군 산성면 무암리도 신생아 출생이 20여년 전의 까마득한 일이 됐다.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00여명이 넘던 주민이 해마다 줄어 지금은 46명만 남았다.그것도 노인들밖에 없다.50대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60대 이상이다. 지난해 말 현재 인구 2만 9762명인 군위군의 주민 사망자 수는 연간 411명으로,출생 143명을 3배 가까이 웃돈다.이런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박영언 군수는 “계속되는 농촌 인구 감소로 지자체의 존립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농촌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축사·사육하던 소까지 경매 인구 감소에다 빚을 감당하지 못한 농촌 일꾼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 일용직 근로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그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극단의 야반도주를 택한다. 의성군 점곡면 김모(50)씨는 빚으로 2개월 전 자신의 축사와 먹이던 소들이 몽땅 경매처분되자 가족과 함께 마을을 몰래 빠져 나가 지금은 도망자 신세로 살고 있다. 김씨는 한때 알부자였다.1995년 축협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아 축사를 짓고 소도 들여왔다.빚을 추가로 내 소를 계속 불려 나갔다.소가 새끼를 낳으면서 금세 50여마리로 늘었다.남부러울 게 없었다.그러나 98년부터 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소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락했다.결국 6억원의 빚더미에 깔려 신음하다 보따리를 싸고 말았다.군위군 효령면 박모(34)씨도 2년전 어느날 갑자기 도시로 사라졌다.1000여평에서 오이 시설농사를 짓던 그는 면내 지인들의 대출보증을 섰다 전재산을 날렸다.보증서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야반도주해 버렸기 때문이다.자신의 빚 5000여만원에다 이들의 빚 1억여원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농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 그는 정든 땅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이런 이유로 지난 한해 동안 의성·군위·고령군에서만 고향을 등진 농민회원만도 2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충남 청양군 비봉면 한모(48)씨도 쌀농사와 돼지 등을 기르며 진 빚 2억원이 부도로 이어지자 연대보증을 서 함께 망가진 장인을 남겨둔 채 사라졌다.‘농촌의 보루’라는 영농후계자들도 속속 농촌을 떠나고 있다.80년대 중반 농민후계자로 선정됐던 이모(44·군위군 군위읍)씨는 2년 전부터 농사를 포기했다.의성군 금성면 김모(50)씨도 마늘 등 복합영농을 하면서 진 빚으로 전재산을 날리고 대구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때 귀농인 다시 도시로 IMF사태 이후 농촌으로 몰려 들었던 도시 실직자들도 다시 농촌을 떠나고 있다.경북도에 따르면 97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도시근로자 1028가구가 농촌으로 돌아왔다.그러나 영농 경험부족에다 영농비 폭등,농산물 가격 하락 등 열악한 농촌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재이농 행렬을 이루고 있다. 4년 전 고향인 영양군 석보면으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고추,배추,벼 등 복합영농을 하던 전모(47)씨는 지난해 가을 다시 대구로 돌아갔다.기상이변과 농산물값 하락으로 2년 연속 ‘쭉정이 농사’만 지었다.경북도 및 군 관계자들은 “도시 귀농인들이 정착에 실패,지난해 하반기부터 농촌을 떠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군위군의 한 관계자는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는 농민들이 삶의 터전인 농촌에 머물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주고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취재팀 ■‘나홀로 농사' 팔순의 母情 “큰 아들이 도회지로 달아나다시피했지.제발 잘 살아 줬으면 해.여기 일은 하루빨리 잊고….” 경북 의성군 금성면에 사는 박분순(83) 할머니.돈 때문에 곁을 떠난 아들식구 생각에 자나깨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그래서 언제부턴가 늘 염주를 손에 들고 다닌다.노령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의 매일 절에도 간다.아들(50)이 잘 되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고 또 빈다. 박 할머니의 기도생활은 1년 전부터 시작됐다.함께 살던 큰 아들 부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대구로 도망치듯 떠난 뒤부터다.애지중지하던 손자·손녀도 ‘할머니,할머니…’라고 울먹이며 따라갔다. 할머니는 농사짓는 것 밖에 모르던 아들에게 빚이 그렇게 많아진 게 못내 답답할 따름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농산물 개방이니,농가부채 탕감이니 하는 말은 잘 몰라.하지만 농사지으면 빚만 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늘 재롱을 피우던 손자·손녀들이 아른거리는지,할머니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할머니를 더 안타깝게 하는 건 연락이 뜸한 나머지 세 아들과 딸들.울산 사는 둘째 아들 내외도 지난 추석 때 잠깐 얼굴 본 게 마지막이다.구미에 사는 딸도 생활이 어려운지 좀처럼 기별이 오질 않는다.모두들 살기가 바빠 그런 줄 알지만,섭섭한 속마음은 헤아릴 수 없다. 할머니는 아들이 넷이나 돼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최소한의 생계비도 지원받지 못한다.살기가 고달플 땐 면사무소에 가서 기초생활수급자로지정해 달라고 떼도 써 보지만 ‘그저 알았다.’고 할 뿐 별 소식이 없다.매월 교통비로 나오는 8400원과 이웃들이 틈틈이 도와주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고 있다.손수 밥을 지어 먹는 일도 고달프기만 하다.병마와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신경통,고혈압,위장병….병이란 병은 다 달고 다닌다.그래서 요즘엔 자신이 어찌될까봐 늘 불안하다. “이웃들 보고 매일 아침 우리 집에 와서 내가 죽었는지,살았는지 봐 달라고 하지….” 할머니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최근 들어 부쩍 자식들보다 이웃들이 소중하다고 말한다.그래도 할머니는 큰 아들 내외,손자·손녀와 다시 오순도순 사는 게 소원이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하루빨리 농사꾼들이 잘 사는 세상이 돼 큰 아들이 돌아와 같이 사는 게 내 마지막 소원이야.” 특별취재팀
  • “남 위한 좋은일은 내게 더 좋은일”/‘나눔’ 실천하는 한승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변호사로 활동할 때나 모금 단체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지금이나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인권변호사로 민주화 투쟁의 외길 인생을 걸어온 한승헌(69) 전 감사원장은 요즘 서울시청 앞에 세워진 대형 온도계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다.강영훈 전 총리,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에 이어 국내 최대 민간모금 및 배분기구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3대 회장을 맡은 그는 ‘사랑의 체감온도’를 올리는 일에 여생을 바치고 있다. ●성금 모일때마다 올라가는 ‘사랑온도' “아직 5도밖에 안돼요.빨간 온도계가 100도를 넘어 허공으로 뻗을 때까지 사람들을 만나는 일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어요.” 지난 13일 서울 미근동 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만난 한 회장은 연말연시를 맞아 많은 사람들을 나눔을 실천하는 데 끌어들이느라 시간이 모자란다고 했다. “나눔이란 참 역설적이에요.남에게 많이 나누어줄수록 자신도 더 많이 가지게 되거든요.고사리 손에 들린 돼지저금통부터 대기업까지 소중한 분들이 주신 성금에 사랑을 담아 배달하다 보니 우리는 택배업이라고 표현합니다.” 마른 몸매에 강직한 인상으로 긴장된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하던 그는 모금 캠페인으로 화제를 돌리자 금세 소년처럼 환한 웃음을 짓는다. “올해는 서울시청과 6개 광역시에 사랑의 체감온도탑을 세웠어요.전국적으로 9억 2000만원이 모아질 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데 아직 5도예요.경제도 어렵고 국민의 참여가 저조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지만 4년째 사랑의 체감온도가 100도를 넘었습니다.따뜻한 마음을 믿습니다.그 기적은 시민들의 힘이에요.” 그가 말하는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아직 저변이 넓지 못하다.전체 기부액의 70%가 개인 기부에 이르는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매년 모금액의 70%를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기업 기부마저도 매년 줄고 있어 걱정이다. 그는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고 배분위원회를 설립,투명한 배분 전략을 세우는 등 성금 집행의 전문성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배분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귀한 성금이 기부자의 뜻에 맞게 쓰이고 관리까지도 투명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이 가동돼야 합니다.국민의 신뢰가 밑천이기 때문이죠.” ●한국형 기부문화 확립 앞장 월급에서 일정액을 공제해 이웃을 돕는 한국형 직장모금 캠페인을 시작하고 엔젤복권 사업과 기부전문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한국형 기부문화를 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4월 가정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외국동전모으기 캠페인을 벌여 6억여원의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한 회장은 기부문화의 확산을 막는 현행 제도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제도가 기부문화를 따라가지 못해요.모금행사를 하려면 행정자치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모금경비는 모금액의 2%를 넘을 수 없는 규제도 문제죠.” 모금에 열성을 쏟고 있으면서도 한 회장은 정작 재물과는 인연이 없다고 한다.“나는 돈을 사랑하는데 돈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변호사 시절 전세방에서 살다가 큰집에서 좀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은평구에 집을 장만해 이사가던 날 검찰에 구속됐어요.감옥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니 ‘큰집 큰집’ 노래를 했더니 살게 해준 것 같아요.” 연전에 테니스 라켓도 놓았다는 한 회장은 ‘운동은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변호사니까 석방운동하지.”라면서 “억울한 사람이 풀려나면 엔돌핀이 생긴다.”고 웃음을 지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감옥살이의 고초를 겪고 인혁당 사건 등 인권재판의 변론에 앞장선 그는 자신의 삶을 “역사가 나로 하여금 그런 삶을 살도록 강요한 것”이라며 회고했다.“이름없이 신명을 바친 분들에 비하면 용기나 정의감도 부족했어요.역사의 대열 후미를 쫓아간 것이지만 지나고 보니 참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사는것은 관념이 아닌 행동” 그의 꿈은 원래 아나운서였다.시험을 봤지만 떨어졌다며 아직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나처럼 개성있는 목소리가 그 시대에는 안 맞았나 봐요.” ‘국민의 정부’ 첫 감사원장으로 공직생활을 했던 그에게 요즘 정국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정권 초기라서 그런지 미숙하고 불안한 점이 있어요.뭐랄까.아마추어리즘이 갖는 순수성과 미숙함이 혼재됐다고 할까요.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죠.” 그는 이어 “민주정부에서 대통령의 지위가 강하지 못한 건 나쁜 일은 아니에요.하지만 다수당에 밀려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지 못하는 건 위험합니다.한나라당도 절반의 책임이 있어요.공당으로서 비전을 제시해야지 트집만 잡아선 안됩니다.”라고 주문했다.그는 “‘선악(善惡)이 개오사(皆吾師)’라는 논어의 한 구절은 씹을수록 맛이 난다.”면서 “선과 악이 모두 나의 스승이라는 뜻인데 악에서도 얻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 양반,이 뜻을 꼭 전해주오.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더 행복해요.더불어 사는 의미는 관념이 아니라 실천이에요.” ‘사랑의 온도’는 구세군 자선냄비,언론사 성금모금을 통해서도 올릴 수 있으며 자동응답전화 060-700-1212나 02-360-5995로 ‘사랑’을 더할 수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1934년 전북 진안 출생 ▲57년 전북대 정치학과 졸업,사법시험 합격 ▲65년 변호사 개업 ▲72년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위원회 창립이사 ▲75년 반공법 위반 구속 ▲79∼80년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 전무 ▲80∼81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관련 복역 ▲90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94년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98∼99년 감사원장 ▲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변호사,사단법인 바른경제동인회 회장,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 고건총리 당사 방문/ 민주 쓴소리 봇물 우리 극진한 환대

    고건 국무총리가 9일 민주당을 찾아가서는 국정운영과 관련해 쓴소리만 들은데 반해 열린우리당에서는 극진한 환대를 받아 대조를 보였다.고 총리는 민주당 지도부의 쓴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자 “쓴소리도 계속해 주시고 가끔은 단소리도 해주세요.”라고 당부,곤혹스러움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고 총리는 이날 오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지방분권 3대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 여의도 민주당사를 방문,조순형 대표와 추미애·김경재·김영환 상임중앙위원 등으로부터 시종 파상적인 쓴소리 공세를 당했다. 조 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을 중용하는 데가 아니라 엘리트로 채워야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 정리를 안했다.”면서 “역대 대통령의 실패를 들어 측근이나 가신은 한 사람도 데리고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걸 안듣더라.”고 몰아붙였다. 또 “쓴소리를 하면 메아리가 돼 돌아오기 때문에 노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는 그만두겠다.”고도 했다. 조 대표는 “대선에서 국민이 민주당을 집권당으로 만들어줬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헌법소원이라도 하면 어쩌지…”라고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을 경계하면서 “노대통령 잘못하는 게 국정현안을 오래 끄는 것인데 재신임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이냐.”고 추궁했다.아울러 장관 총선징발론이나 특검법 대처 등에 대해 비판하자 고 총리는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추미애·김영환 상임위원 등도 부안 사태에 대한 정부 대책을 따지며 답변할 틈도 주지 않고 “참여정부의 참여정치 실종”이라고 거세게 몰아쳤다. 반면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고 총리의 방문시각에 맞춰 진행중이던 상임중앙위원 회의장을 잠시 나와 고 총리와 면담을 가졌고,이호웅 공동의장 비서실장을 당사정문까지 내려보내 고 총리를 맞도록 하는 등 극진하게 대접했다. 김원기 공동의장은 비공개 면담에서 고 총리가 부안사태에 대한 주민투표 전제조건을 설명하자 “정부에서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정동채 홍보위원장이 전했다. 이춘규기자
  • 憲裁 재신임투표 각하 안팎/ 재판관 5명 “정치제안일뿐 법적구속력 없다” 재판관 4명 “신임투표는 국민투표 대상안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각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다. ●왜 각하됐나 ‘각하’는 헌법소원의 요건이 미비하여 판단의 대상이 아닐 때 내리는 결정이다.위헌이 아니라고 청구를 ‘기각’하는 것과는 다르다.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는 노 대통령의 국회 본회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제안’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헌재측은 설명했다.즉,구체적인 ‘액션’이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구상을 밝힌 것만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 ‘액션’으로 국민투표법 49조의 공고 규정을 들었다.대통령이 국민투표 실시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해도 적어도 이를 ‘공고’해야만 법적인 효력을 갖춘다는 것이다.법적 행위 이전에 정치적 제안을 하거나 내부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일종의 준비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변경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고 헌재는 보고 있다.따라서 헌재는 국민투표안이 공고되기 전에 재신임 국민투표 발언이 위헌인지 여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소수 의견은 그러나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은 이번 헌법소원이 적법하다는 의견을 냈다.나아가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 발언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헌법 72조뿐이며,국민투표 대상은 외교·안보·국방·통일·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한정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재신임 국민투표는 집권자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악용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때문에 국민투표의 대상을 ‘정책’으로 규정한 헌법 72조는 사실상 신임투표를 그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홍지민기자 icarus@
  • 산업폐수 재활용 ‘기쁨두배’

    ‘누이좋고 매부좋고.’ 울산시 온산하수처리장(장장 정경옥)은 인근 삼성정밀화학에서 나오는 산업폐수를 하수 처리과정에 활용해 연간 1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온산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폐수는 주로 공장폐수로 이를 처리하기 위해선 탄소원을 넣어야 한다. 폐수엔 고농도의 질소 등이 포함돼 있어 미생물 분해를 도와주는 탄소원이 필요하다. 온산하수처리장은 삼성정밀화학 폐수에 고농도의 탄소원이 포함돼 있는 것에 착안,지난해 6월부터 실험한 결과 미생물 증식에 좋은 영양원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처리해 바다로 내보내는 방류수 수질도 항목마다 모두 기준치 이하여서 아무 문제가 없다. 이에 따라 온산하수처리장은 하루 삼성정밀화학 산업폐수 100∼150t을 탄소원으로 투입해 7만t의 하·폐수를 처리하고 있다. 온산하수처리장은 연간 탄소원 구입비용 등 1억여원을,삼성정밀화학은 폐수 처리비용 2억여원을 아낄 수 있어 행정기관과 산업체사이의 ‘윈-윈(Win-Win)’ 사례로 꼽히고 있다. 탄소원으로 연간 8억원의 메탄올을 사 쓰고 있는 부산 장림하수처리장에서도 삼성정밀화학 폐수를 활용하기 위해 시설공사를 하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
  • ‘신용불량制’ 첫 헌법소원

    무분별한 카드빚 등으로 신용불량자 양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불량자 등록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주목된다.대구에 사는 조모(45)씨는 27일 신용불량자기록 및 신용불량자등록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개인신용정보이용법 2조,23조,24조 등이 개인의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과 인격권,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조씨는 청구서에서 “현 제도는 40만원을 2년간 연체하건 4억원을 2년간 연체하건 똑같은 제재를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지불능력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신용은 소득과 채무상황에 대한 상세한 평가를 통해 등급별로 나뉘어지고 평가는 개별기관이 할 수 있어야 함에도 현 제도는 구체적인 평가보다는 일괄적인 규제에 치우져 있다.”고 주장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집중기획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 (중)관절염 앓는 할머니 돌보는 이금미양

    충남 천안시 풍세초등학교 6학년 이금미(12)양은 요즘 다리가 아픈 할머니를 볼 때마다 눈앞이 캄캄하다.관절염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 할머니(66)마저 몸을 가누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돼서다.철없는 개구쟁이 동생 희응(10·풍세초 4년)이는 마냥 즐겁다는 표정이지만 금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아빠 이어 할아버지도 하늘나라로… 금미가 할머니,동생과 함께 외로운 가족으로 살기는 올 3월부터다.소주공장을 다니다 다리를 다친 할아버지가 길가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다. 금미는 4살때 부모와 헤어졌다.천안시내에서 살 적에 엄마는 아빠와 사소한 싸움 끝에 집을 나갔다.당시 아빠는 철물공장에 다녔고 동생은 두살배기였다.‘우유 사오겠다.’고 나간 뒤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아빠는 그 해 고혈압으로 숨졌다.할머니는 “며느리가 집을 나간 뒤 화병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며느리를 탓했다.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금미는 동생과 함께 할아버지·할머니 손에 맡겨졌다.졸지에 손주들을 떠맡은 할아버지는 집 근처 소주공장에 다니다 6년 전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전세를 전전하다가 보상금으로 한시도 차 소리가 그치지 않는 지금의 10평도 안 되는 방 2개짜리 허름한 도로변 연립주택을 장만해 보금자리를 꾸몄다. 할머니는 “면에서 매달 얼마씩 나오고 있지만 자나깨나 ‘내가 죽으면 손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사나.’하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고 말한다.할머니에게는 2남4녀의 자녀가 있다.금미 아빠는 맏아들이었다. 할머니는 “작은 아들은 알코올 중독자로 어디에 사는지 행방을 모르고,딸들도 형편이 딱해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가출한 엄마, 보고싶지 않아요 금미는 아침에 동생과 함께 400m쯤 떨어진 학교에 간다.학교생활이 재미있단다.친구들이 ‘아빠·엄마 없는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른바 ‘왕따’를 시키지는 않는다고 한다.시골 아이들이라 그렇게 영악하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하지만 가을운동회 때면 서럽다고 했다.금미는 “할머니가 오시지만 엄마·아빠와 함께 오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고 얘기한다.또 엄마·아빠와 외식하러 가거나 동물원 구경을 가는 친구를 보면 무척 부럽다고 했다. 금미는 어린 남매를 두고 가출한 엄마가 처음에는 미웠지만 지금은 “밉지않다.보고 싶지도 않고 집에 돌아오기를 바라지도 않는다.”며 엄마에 대한 애증을 애써 감췄다. 아빠에 대해서는 “보고 싶다.”고 말한다.할머니는 “우리 손주들이 에미·애비가 없어서 주눅이 조금 들어 있지만 아직까지 삐딱하게 자라지 않아 다행”이라며 대견스러워했다.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정위탁아동’들 가운데는 가출을 밥먹듯 하고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불량한 친구들과 사귀며 물건을 훔치는 어린이들도 더러 있다.도시보다 덜 하지만 극단적으로 여자 아이가 돈을 벌려고 ‘원조교제’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미 할머니와 달리 일부 할머니,할아버지는 손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당 등에 나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미취학 등 어린 아동에게는 정서불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금미는 오후 3시나 5시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숙제를 하거나 컴퓨터를 한다. ●할머니마저 누우시면 어쩌나 걱정 “집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면서도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돈이 없어 마음껏 사먹지도 못하고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사기도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은 금미에게는 엄두도 못낼 일이고 학습지 회사에서 무료로 보내주는 학습지로 혼자 공부하고 있다.동생 희응이도 마찬가지다.성적은 학년마다 한 반에 20여명밖에 안 되지만 “중간 정도”라며 웃는다. 학교 수업만 끝나면 친구들과 놀다 저녁에야 집에 들어오는 동생에 대해 금미는 “엄마·아빠 없이 커 가엽다.”며 제법 어른스럽게 말한다.금미는 돈을 벌면 동생에게 예쁜 옷과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단다.동생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소원이다. ●“가난한 아이들 가르치고파” 명절이나 아빠 제삿날이 되면 더욱 쓸쓸하다는 금미.할머니와 단촐히 지내는 아빠 제사 때면 “아빠가 더 보고싶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금미는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고아원은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장래 희망은 선생님,희응이는 경찰관이다.금미는 “우리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고,희응이는 “힘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라며 웃었다. 특별취재반 ■정부 어떻게 관리하나 위탁아동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에서 맡고 있다.현재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미 기초생활보장수급자(과거 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친·인척에 맡겨진 아이나,남에게 맡겨진 아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위탁아동은 1명당 월 31만 4000원,2명일 경우 51만 9000원의 생계·주거비를 받는다.이와는 별도로 역시 1명당 월 6만 5000원의 양육보조금도 나온다. 또 대부분 의료급여 1종대상자로 건강보험을 이용할때 본인부담금이 없고,고등학교까지는 입학금과 수업료 등 교육비가 들지 않는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금은 위탁아동에게 지급되는 돈인 만큼 보호자인 할아버지 할머니나,친·인척의 경제적인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 정부도 그러나 이런 지원금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인정하고있다.생계·주거비나 교육·의료비 등은 최소한의 지원일 뿐 실제로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이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예컨대 학원을 한번 보내려고 해도 그렇고,보험이 안 되는 의료비를 내야 할 경우 등 매달 수십만원의 돈이 추가로 들어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때문에 앞으로 지원액을 늘리고,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또 위탁아동과 관련,아이들끼리만 사는 소년·소녀가장을 친척이든 남이든 일반가정에 위탁해 키우거나,국내·외 입양을 통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대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올해부터 처음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17개(경기도만 2곳)의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여기서는 혼자사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일반가정에 위탁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선생님이 바라보는 아이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최수민(12·6년)군은 전남 화순군에서도 벽지인 한천초등학교에 다닌다.전교생이라야 33명이고 이 가운데 부모의 사망,이혼,가출로 친조부나 외조부 밑에서 다니는 아이들이 6명이다. 담임 김병수(49) 선생님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명랑하고 착하며 구김살이 없지만 한결같이 매사에 아주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덜하지만 수민이처럼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겨울옷을 여름에도 입고 다닐 정도여서 정말 안쓰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지만 자존심이 아주 강하다고 한다.그래서 자칫 ‘동정심’으로 비치지 않도록 요령있게 지도하는 게 교사의 첫번째 임무라고 귀띔한다. 집에서 돌보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숙제를 해오지 않을 때가 많지만 마음이 상할까봐 엄하게 혼내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김 선생님은 “결손가정 어린이들은 돈 1만원이 없어 컴퓨터 워드 시험을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그는 “이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라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무슨 수로 돈을 벌어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명세환 교감은 “부모와 살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수업중 ‘아빠,엄마’라는 단어를 쓰기가 어렵다.”면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학습준비가 잘 안되고 있지만 기죽지 않도록 선생님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병천초등학교 봉성분교 한진희(31·여) 선생님은 “아이들이 내성적이고 주눅이 들어 있으며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평범한 가정의 또래들에 비해 표현력이 떨어진다.”면서 “결석도 가끔 하는 등 학교오길 싫어한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최모(37) 선생님은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은 사교육에 눌려 치일 정도인 반면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방치되다시피해 학습부진과 특기·적성개발에도 한계를 드러낸다.”고 전했다. 경북 군위군 G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 박모(37) 선생님은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 김모(13)군의 일기장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며 김군의 일기 하나를 소개했다. “나는 세상에서 운동회 날이 가장 싫다.엄마가 만들어 준 맛있는 김밥도 못 먹고,아빠와손잡고 달릴 수도 없다.몸이 아픈 할머니는 온종일 눈물만 흘리셨다.할머니는 때론 엄마나 아빠가 된다.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길 매일 기도한다.” 박 선생님은 “김군은 1학기 전교 부회장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으나 뒷바라지가 안돼 학습능력이 좀 처진다.”며 주위의 따뜻한 사랑과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애태웠다. 특별취재반
  • [대한포럼] 2003년의 추석 맞이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추석 선물 얘기들이 무성하다.햇곡으로 음식을 장만해 수확의 성취감을 이웃과 나누던 농경문화의 미풍양속일 것이다.추석 선물도 세월 따라 변했다.예전엔 갈비나 대하(大蝦)가 회자했지만 요즘엔 취업 소식을 최고의 선물로 친다고 한다.집집마다 취업을 못한 아들 딸로 애를 태우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실직한 가장 때문에 속을 끓이는 집안이 한둘이 아니라는 세태를 말하는 것일 게다.2만달러 시대 격양가를 부르던 우리가 어쩌다 일자리 넋두리를 늘어 놓게 되었단 말인가. 추석은 1년중 가장 커다란 보름달이 뜬다고 한다.보름달은 우러러 볼 수 있어 좋다.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사람들은 예부터 간절한 소원이라면 둥근 달에 빌곤 했다.그러나 올 추석엔 야속하게 보름달마저 볼 수 없다고 한다.구름이 하늘을 가린다는 기상 예보다.카드빚 자살극이 꼬리를 물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민을 떠나겠다고 아우성치는 세상을 아예 가리고 싶었을 게다. 요즘 좌절의 시대를 살고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정치권은 혼돈의 늪을 허우적거리고 있다.무슨 부동산 대책이 자고 나면 하나씩 나온단 말인가.세상 사람들은 두 패로 나뉘어 사사건건 으르렁거린다.문화계는 ‘코드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문제는 현실에 대처하기는커녕 지금의 위기를 위기로조차 보지 못하는 데 있다.세상을 조각조각 분리시켜 나가는 원심력을 제어할 구심력이 없다.나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메인 스트림이 해체된 공백기의 혼란일 것이다. 시련은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착근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보여 진다.권위주의 체제의 틈새에서 일궈낸 민주화 정권이 권력형 부패의 덫에 걸려 새로운 사회적 역량으로 성장하질 못했다.신진 세력은 권력을 얻자 곧바로 기존 세력의 부정 부패 악습을 답습하고 만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열세인 민주화 세력이 도덕적 우위마저 상실하며 국민적 지지를 잃고 말았다.설상가상으로 세력 다툼마저 보태지며 국민적 실망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설픈 민주화는 기형적인 포퓰리즘을 낳았다.국가적 결정에 온 국민의 산술적 참여를 미덕의 틀로 만들었다.만인의 입에 맞는 떡을 만들지 않으면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도록 해 놨다.그러나 만인의 비위에 맞는 정책은 처음부터 있을 수 없다.좌표 잃은 세상을 만들었다.허구한 날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토론만 하다가 날을 지새운다. 토론은 제대로 써야만 약이 되는 독이다.토론은 본디 여러 경우에서 최선의 방향을 찾은 수단이지 가치를 판단하는 시스템이 아니다.옳고 그름은 토론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토론은 참여자가 동등한 역량과 소양,자질과 열정을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역가를 발휘한다.책임을 분산시키는 소모적인 토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서로 입장이 고착된 이질적 구성원의 토론은 끝내 입씨름으로 끝날 것이다.자칫 사회 역량을 쓸데없이 탈진시킬 수 있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이쯤 해서 한국판 엑소더스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예삿일이 아니다.물론 예전에도 이민가는 사람은 있었고 1998년 이후 조기 유학이 점차 늘어왔다.문제는 작금의 ‘한국 탈출’이 사회의 ‘승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지식층이요 경제적으로 유복한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조국을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새로운 꿈을 찾아 이민을 떠나는 게 아니라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그들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조국을 떠나고 있다.추석에 기상 예보가 빗나가 보름달이라도 떴으면 좋겠다. 정 인 학 논설위원 chung@
  • TRPG가 뭐야? “탁자 둘러앉아 여럿이 즐기는 역할 게임이지”

    만약 다음 사례 중 하나 만이라도 해당된다면 당신은 TRPG(Table Role Playing Game)의 묘미를 아는 사람이다. 1.자동차에 치일 뻔한 후 “내성 굴림에 성공했어!”라고 자랑한 적이 있다. 2.소원이 성취된 후 “다이스 신이시여∼”하며 감사드린 적이 있다. 3.공부,운동,용모,돈… 뭐든지 갖춘 친구를 먼치킨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4.TV 드라마에서 허준,김두한 등을 보며 가치관을 분류해본 적이 있다. 굵은 글자들은 ‘TRPG’에서 쓰이는 용어들이다(기사 하단 참조).위 네가지에 모두 해당한다면…,축하한다. 당신은 이 험한 세상을 게임처럼 즐기며 살고 있는 TRPG 골수 마니아다. ●TRPG가 뭐야? 소설 ‘E.T.’에서 주인공들이 열중하던 ‘던전스 앤드 드래건스(Dungeons & Dragons·이하 D&D)’가 기억나는가? TRPG는 글자 그대로 탁자(Table)에 둘러앉아 하는 롤플레잉 게임이다.‘발더스 게이트’ 등 일반적인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CRPG)에서 컴퓨터의 역할을 ‘마스터’라 불리는 사람이 맡았다고 생각하면 된다.실제로 해외에서는 CRPG 광고문구에서“AD&D 룰을 준수했다.”는 식의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TRPG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이 그 안에서 놀 세계를 만들고,그들이 성취해야 할 사명(Quest) 등을 정하며 게임을 진행시킨다.플레이어들은 말로 자신의 행동을 알리고,마스터는 그 행동의 결과를 계속 알려주는 형식이다.행동의 결과는 주사위를 굴려서나,마스터의 숨은 의도 또는 변덕에 의해 결정된다.D&D가 공식적인 세계 최초의 TRPG 시스템이다.74년 TSR사에서 영국 소설가 J R R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준 세계 ‘중간계’를 게임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 것.그런 만큼 TRPG는 초기에는 배경이 주로 팬터지 장르 쪽에 치우쳐 있었다.그렇지만 현재에는 만화 고인돌가족 ‘프린스톤’부터 영화 ‘스타워즈’까지 미래에서 원시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세계들이 제공되고 있다. ●왜 갑자기 ‘TRPG’인가 한국에는 70년대 후반부터 D&D와 그 후속격인 A(Advanced)D&D,D&D 3rd,소드 월드 등 게임 규칙 책이 조금씩 번역되어 나와 작게나마 마니아 층을 형성했다.이들은 90년대 초반부터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를 규합했다.현재는 회원 수 2000명이 넘는 카페 ‘TRPG가 뭐예요?’ 등 다음카페에서만 100개가 넘는 관련 카페가 개설되어 있다.요즘에는 근래의 보드게임 열풍에 힘입어 덩달아 세를 확장 중이다.TRPG를 즐기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둘러앉을 탁자(Table),즉 플레이어들이 모일 적절한 공간 확보다.짧으면 3시간,길게는 반년도 넘게 지속되는 게임 시간도 팬 층을 넓히는 데 걸림돌 중 하나.따라서 ORPG(Online RPG)의 형태로 주로 인터넷 채팅룸,이메일,게시판 등을 통해 향유되거나 대학교 동아리처럼 소모임을 통해서나 즐길 수 있었다. 그러던 TRPG가 최근에는 보드게임 카페라는 새로운 공간에 힘입어 입지를 넓히고 있다.보드게임 카페는 올초 고작 10여개에 불과했지만,지난 2월부터 서울 신림동,신촌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격히 세를 불려 최근에는 서울에만 200개에 달한다. 더군다나 보드게이머들도 새로운 놀이를 찾아 TRPG나 ‘매직 더 개더링’ 같은 TCG(Trading Card game)로 넘어가는 경향을 자주 보인다.훨씬시간이 많이 걸리고 룰도 복잡하긴 하지만,TRPG도 결국은 게임 규칙 책과 시트(Sheet),주사위,필기구 등 게임도구를 가지고 지인들과 하는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이다.보드 게임 마니아이자 TRPG 초보라는 이정문(22·대학생)씨는 “카페 옆자리에 앉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보여 호기심에 (TRPG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떤 TRPG 시스템들이 있나 현재 변용 룰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TRPG 시스템들은 30여개 정도로 추정된다.크게는 4가지로 나눌 수 있다.먼저 팬터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비롯된 TSR사의 D&D와 그 후속격인 AD&D,D&D 3rd 등 D&D 계열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넓은 게이머 층과 다양한 변용 룰들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팬터지 시스템이다. D&D 계열과 함께 한국에서 2대 주류를 형성하는 ‘소드 월드’ 시스템은 일본 SNE사에서 만들어졌다.글자 그대로 검을 들고 싸우는 전사 계열이 강화된 D&D와 흡사한 팬터지풍 세계관.구하기도 쉽고 6면체 주사위 사용 등 비교적게임 진행이 단순해 종종 초보자용이라 불린다.그러나 ‘소드 월드’ 마니아 배창환씨는 “D&D에 비해 능력치 배분 등 기능 구성 면이 많이 다르다.”면서 “초영웅 시스템이 있는 등 먼치킨적인 요소가 강한 점도 차이점이자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마계마인전’으로 소개된 일본 미즈노 료의 팬터지 소설 ‘로도스도전기’도 ‘소드 월드’에서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요마야행’ 등으로 유명한 스티븐 잭슨 게임즈의 겁스(GURPS·Generic Universal Role Playing System)는 TRPG ‘고수’들에게 인기를 끈다.D&D에 비해 훨씬 복잡한 규칙과 세분화된 설정들로 캐릭터의 사소한 버릇도 게임 내의 중요요소로 전부 반영된다.추가 규칙을 임의대로 더해 어떤 세계,어떤 설정이라도 소화해낼 수 있는 유연성도 큰 장점.겁스 애호인 모임인 ‘겁스 컵스’의 회원 조현동(29·회사원)씨는 “필요한 규칙만 골라 쓰기 때문에 입문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오히려 재미붙이기가 쉽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열렬한 마니아들이 탄탄히 받치고있는 화이트울프사의 ‘어둠의 세계’(World Of Darkness·이하 WOD) 시스템이 있다.게임성보다 연극성이 강해 한국에서는 주로 ‘라이브 액션’ 플레이어들의 기행으로 유명해진 마니아 장르다.라이브 액션이란 게이머들이 게임내의 대사·동작·설정 등을 말로만 설명하지 않고 현실상에서 연극처럼 제대로 연기하는 방식.몰입도가 상당하지만 그만큼 준비가 필요해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시도된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열린세상] 해빙기의 아침

    광복절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내나들이를 한 나는 공교롭게도 두 집회의 가운데를 지나가게 되었다.한쪽은 예비역 군인들의 차량 행진이었고,다른 한쪽은 젊은 대학생들의 집회였다.이 두 집회는 경찰과 버스로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었다.그 장면을 뒤로 하고 지나면서 아직 여름이 한창인 그때 나는 좀 엉뚱하지만 ‘해빙기의 아침’이라는 한수산 작가의 오래 전 소설 제목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길고도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사로운 햇볕과 훈풍이 부는 봄이 온다.그러나 겨울과 봄 사이에는 해빙기라는 지나야 할 문이 있다.해빙기에는 예기치 않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겨우내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으면서 축대가 무너지기도 하고,얼음놀이 하던 아이들이 물에 빠지기도 한다.두꺼운 외투를 벗으면서 변덕스러운 날씨에 겨울보다 오히려 감기에 걸리기 쉬운 때가 해빙기이다. 세계적인 냉전체제가 해체된 지금에도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완전하게 해체되지 않고 있으며,냉전문화라는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서 재생산되고 있다.그래서 혹자는 우리 민족의역사시계는 세계사의 그것보다 늦게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역사의 시계 속에서 한반도의 냉전 상황을 극복하고 봄을 향해 가야만 한다.이와 같은 점에서 햇볕정책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였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남북관계는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상징적이나마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고,‘금강산 한번 가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은 이제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남북철도의 연결과 개성공단 사업도 현실화되고 있다.또 부산 아시안게임에서의 작지 않은 감동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있던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남북관계가 발전하는 것과 정비례해서 우리 내부의 문제들이 증폭되어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대북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일상화해 버렸고,보수와 진보 진영은 서로를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주한미군의 주둔과 철수라는 상반된 주장의 시위가 같은날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야당은 여당의 대북정책이 문제라고 하고,여당은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올바른 대북정책의 수행이 어렵다고 탓한다.보수는 진보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진보는 보수 때문에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가지는 혼란스러움과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금강산 사업을 지휘했던 한 기업인의 자살을 두고 그 이유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었다.그러나 아직도 해체되지 않은 한반도의 냉전구조와 냉전문화의 일상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 모두가 진정한 이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보·혁간 분열상이 심각한 수준을 넘고 있다고 우려한다.그러나 냉전이라는 겨울에서 민족화해라는 봄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빙기를 거쳐야 하고,지금의 상황은 ‘해빙’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로 해석되어야 한다.보·혁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두 세력간의 공존이 어렵다는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우리 스스로 화해하지 않으면서 남북의화해를 이룰 수 없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해빙기의 위험들을 잘 극복해야만 한다.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관용하는 시민사회의 노력과 언론의 진지한 고민,그리고 사회 지도층과 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냉전의 자폐에서 벗어나 정상성을 회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우리 모두는 냉전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겨울이 지나면 봄은 반드시 돌아오고,우리 역사시계의 봄도 멀지 않다.그래서 이 ‘해빙기의 아침’에 ‘성찰’이라는 단어의 진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땡~없는 노래자랑 아쉬움”‘평양 노래자랑’ MC 송해

    “북한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게 소원이라고 20년동안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 그 꿈이 이뤄졌으니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KBS ‘특별기획 평양노래자랑’녹화를 마치고 전날 중국을 거쳐 밤늦게 서울로 돌아온 MC 겸 코미디언 송해(사진·76)씨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감회를 밝혔다. 그는 “첫 멘트를 평소처럼 ‘전국노래자랑,평양시편∼’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했다.”면서 “북측 여자방송원 전성희씨가 ‘평양’을 먼저 외친 뒤 내가 뒤이어 ‘노래자랑’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11일 평양 모란봉공원 야외무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공연은 평양 시민 20여명이 참여해 노래실력을 뽐냈고,객석을 메운 3000여명의 시민들도 열띤 박수와 어깨춤으로 흥을 돋우는 등 성공리에 마쳤다. 하지만 공연 직전까지는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북측의 요구에 따라 대본이 여러차례 수정되는가 하면,송씨의 특기인 재담과 애드리브(즉흥대사)도 허용되지 않았다. 송씨는 “출연자들과 가능한 한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를 아예 안 주더라.”면서 “다행히 출연자 가운데 나보다 한살 위인 어른이 계셔서 ‘형님’하며 매달릴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평양공연은 북측과 우리 제작진의 사전 협의에 따라 ‘땡’소리 없이 진행됐다.송씨는 “출연자들이 전부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해 ‘땡’감이 아예 없었다.”고 전했다.평양 노래자랑에는 ‘근로자노래대회’등에서 노래실력을 인정받은 시민들만 참여했다. 황해도 재령출신으로 1·4후퇴때 부모님과 형,여동생을 두고 단신으로 월남한 송씨에게 평양 공연은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더욱이 지난 98년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월남했다는 이유로 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야 했던 가슴아픈 기억도 있다. “같이 사회를 본 전성희씨의 고향이 황해도랍디다.맘같아선 우리 고향집에 좀 가봐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는데 어디 그럴 수가 있나요.그냥 한참을 얼굴만 쳐다보는데 전성희씨가 그러더군요.‘아바지,건강하시라요.’.어찌나 고맙던지….” KBS1은 송씨와 출연자들간의 대화를 하나도 빼놓지않고 담아 광복절인 15일 오후 7시30분부터 90분간 방송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
  • 굿판 뛰어든지 벌써 74년째/‘풍어제’ 무형문화재 김석출·김유선씨 부부

    “굿판을 돌아다니며 팔십 평생을 보냈지만 후회는 안해.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갈 거야.”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굿인 동해안 풍어제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 김석출(82)옹.중요무형문화재 218명 가운데 유일한 부부 무형문화재이다.김옹은 악기를 다루고,부인 김유선(72)씨는 춤을 춘다.부부 둘 다 젊을 때처럼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지만 굿에 대한 애정은 더욱 뜨겁다. 이들 노부부의 집이자 전수소인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24평짜리 아파트.김옹은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찾아온 제자 박상후(21·중앙대 국악과)군에게 호적(태평소)을 가르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김옹은 손자 나이의 제자를 맞아 연신 손바닥으로 거실 바닥을 두드리며 입으로는 “덩더쿵∼ 덩더쿵∼쿵따닥…” 박자를 맞췄다. 김옹은 “작년에 엉덩이에 생긴 욕창이 낫지 않아 외출도 힘들다.”면서 “그러나 집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은 부인 김씨도 마찬가지였다.3년 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쳐 걸음이 불편한 김씨는“넉넉지 못한 살림에 10남매를 키우느라 고생도 많았지만 예인의 삶에 아쉬움은 없다.”면서 “다리가 나으면 남편이 두드리는 장단에 맞춰 신명나게 춤을 추고 싶다.”고 했다. 김옹이 굿판을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은 8세 때인 1930년.경북 포항의 4대째 내려오는 세습 무속인 집안에서 태어난 탓이었다. 어릴 적부터 굿판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그는 14세를 전후해 백부인 호적의 명인 김범수 선생으로부터 무업(巫業) 및 악기 다루는 법을 본격적으로 전수받았다. “가락을 배울 때 회초리로 많이 맞았지.게다가 일제가 미신이라며 굿을 못하게 하던 때라 어쩌다 굿판이 발각되면 순사놈들한테 죽도록 맞았다 아이가.” 민속학계에 따르면 김옹과 같은 세습무는 신을 모시지 않아 악기를 다룬다. 광대,화랭이,사니,양중,창우 등으로 불렸다.굿판에서 태백산맥 동쪽은 세습무가,서쪽은 신내린 박수무당이 주류를 이뤘다. 김옹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부산,포항,동해,영덕,원산 등 동해안 일대를 돌며 굿을 잘해 이름을 날렸다.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부인 김씨를 만났다.신 내린 무당인 김씨는 흰 치마 저고리를 입고,머리에 흰 띠를 동여맨 채 손에 부채를 들고 김옹의 장단에 맞춰 춤을 췄다. 김옹에게서 여러가지 춤사위를 배운 부인 김씨는 아직도 김옹을 남편이라기보다 스승으로 섬긴다.부인 김씨는 12거리 굿을 전부 하지만 특히 살풀이굿에 뛰어난 것으로 국악계에서 평가되고 있다. 김옹은 풍어제가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공연을 다녔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 때는 참 좋았지.예술인으로 대접받으며 도쿄 국립공원에서 김소희,박규희 등과 여러차례 공연했지.” 지금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는 그는 다시 무대에 서면 그 때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그가 연주하는 호적은 ‘날라리’라고도 불린다.길이가 세치 정도로 화류목 등으로 만든다.소리가 크고 웅장해 길군악(행진곡) 등에 사용한다.그가 창안한 호적산조(散調)는 시나위(육자배기)나 대취타의 가락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한과 서러움이 곁들여 있다. 김옹에 따르면 풍어제는 마을 단위로 진행된다.마을별로 시기도 일정치 않다.해마다 여는 곳도 있지만 어떤 마을에서는 10년에 한번 굿판을 벌인다.또 별신은 신을 특별히 모신다는 의미이지만,들의 신이라는 뜻도 있다고 했다.즉,별신의 별은 벌판의 벌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동해안 별신굿은 서해안·남해안 별신굿과 함께 전승되고 있으며,절차와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먼저 제주(祭主)의 집에서 조상을 모시는 조상 축원굿을 시작으로,부정굿 일월맞이굿(세존굿) 당맞이굿 골맥이굿 성주굿 마당밟이 화해굿 조천왕굿 군웅굿 심청굿 손님굿 게면굿 용왕굿 탈놀음굿 거리굿 등의 순으로 전개된다.주로 1,3,5,10월에 별신굿을 많이 했다. 굿을 할 때는 보통 15∼20명이 한 팀을 이루며 무당 4∼5명이 돌아가며 춤을 춘다. 김옹은 대화 도중 ‘거지 문화재’라는 말을 간혹 썼다.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자신을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셋째딸네 집이여.” 평생 소원이 자신의 이름이 박힌 문패를 달아보는 것이었으나 이제 나이가 들어 틀렸다며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소망이 하나 있다고 했다.제자들과 함께 마음껏 노래 부르고 악기를 불 수 있도록 전수관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수영놀이 동래야유 협회 등은 전수관이 있지.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없어.” 몇차례나 문화재청,부산시,해운대구청 등에 전수관을 지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예산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고 했다. 이들 부부의 ‘재주’는 장조카인 용태(58)씨와 장녀인 영희(63)씨가 이어받고 있다. 김정한기자 jhkim@
  • 어린이 구하다 열차 치여 발목 잃어 철도원 ‘살신성인’

    “꼬마는 어떻게 됐나요,꼬마는 어떻게 됐나요….” 한 철도청 직원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이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이를 살렸다.이 직원은 열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지만,어린이의 보호자는 비정하게도 생명의 은인을 내버려두고 사라진 뒤 나타나지 않았다. 25일 오전 9시9분쯤 경부선 서울 영등포역에서 이 역 열차운용팀장 김행균(42)씨가 플랫폼 안전선 밖에서 놀던 어린이를 안으로 밀쳐 구해내고 자신은 선로로 떨어져 달려오던 열차에 치여 한쪽 발목을 잃는 중상을 입었다.김씨는 이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던 새마을호 제11호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는 순간 하행선 플랫폼 중간쯤에서 안전선 밖으로 나가 놀던 10세가량의 남자 어린이를 발견했다.김씨는 25m쯤 달려가 어린이를 품에 안고는 플랫폼 안으로 밀쳐냈다.그러나 자신은 몸이 기우뚱하면서 중심을 잃고 선로로 떨어지고 말았다.목격자 서혜림(45·여)씨는 “열차가 들어오는 순간 어린이가 안전선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김씨가 급히 달려갔다.”고 말했다. 한강성심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김씨는 몇 시간 뒤 의식을 회복했다.발목이 잘려나갔지만 김씨가 꺼낸 첫마디는 어린이가 살았느냐는 것이었다.마취가 덜깨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직장에 사람이 부족한데 빨리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쪽 다리의 발목이 잘렸고 다른 쪽 발등에 큰 상처를 입었다.신촌 연세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오후 1시15분부터 잘린 발목의 봉합수술을 받았다.수술 성공 여부를 알려면 2∼3주간 기다려 봐야 한다고 병원측은 밝혔다.수술이 성공하더라도 다리를 심하게 절 것이라고 한다.철도청은 사고 열차를 타려했던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를 찾으려고 역 구내는 물론 사고 열차가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안내방송을 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그러나 안내방송이 나가자 많은 승객들이 “철도원이 선행을 했다.”면서 “내가 증인을 서겠다.”고 나섰다. 지난 79년 국립철도고교를 졸업,부산진역 수송원으로 철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인천 간석역과 경기 시흥역 부역장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영등포역에서 열차운용팀장으로 일해왔다.평소 열차사고예방에 힘쓴 공로로 3차례나 철도청장 표창을 받았다.동료 정종현(38) 팀장은 “5년 가까이 함께 일을 했는데 항상 교대시간보다 40분쯤 일찍 나와 안전을 확인할 정도로 책임감과 사명감이 투철했고 집에서는 아내가 ‘남편은 철도에 빼앗겼다.’고 말할 정도로 일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아내 배해순(39)씨는 “남편과 함께 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오는 게 소원이었다.”면서 “일밖에 모르는 남편에게 ‘당신은 내가 아니라,철도와 결혼했느냐.’고 투정도 부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김씨 부부는 중학교 1학년,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이영표 유영규 이세영기자 tomcat@
  • 새달1일 개봉하는 ‘여우계단’ / “여우야 여우야” 피 부른 소원

    ‘1,2편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볼 만(?)하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이하 ‘여우계단’,제작 시네2000) 시사회에서 대체적으로 흘러나온,거친 감상이다.‘여우계단’은 두가지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1·2편과의 차별성과,신예 윤재연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3편이라는 딱지는 전편들의 후광에 못지않은 짐이었던 것이다. 뚜껑을 열어본 ‘여우계단’은 내용면에서 밀실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1편은 성적 만능주의 등 우리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으로,가장 환한 ‘광장’에 서 있었다. 학교풍경과 함께 동성애 등 민감한 사안을 살짝 건드린 2편에서 사적 담론으로 돌아갈 것을 예고했다면,3편은 질투와 시기라는 솔직한 내면세계로 확대경을 들이댔다. 작품의 배경은 예술고교.교내 기숙사로 가는 길에 28개의 계단이 있는데,“여우야 여우야 내 소원을 들어줘…”라고 소원을 빌면서 올라가면 29번째 계단이 보이면서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영화는 어둠 속에서 “여우야…”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함축한 이 내레이션은 고비마다 등장한다. ●첫번째 소원=우정 꿈 많고 말 많은 여고시절이니 너나없이 소원을 빌겠지만,작품을 이끄는 주요 소원은 세가지다.발레반인 소희(박한별)와 진성(송지효)은 단짝.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모차르트형인 소희는 친구들에게 ‘인기 짱’이다.그의 소원은 우정.“영원히 진성이 곁에 남게 해달라.”고 빌 정도로 진성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두번째 소원=질투 반면 노력파인 진성은 늘 소희에게 밀린다.진성의 ‘2등 콤플렉스’는 질투와 시기로 변하고,1명밖에 나갈 수 없는 콩쿠르를 앞두고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무리한 소원을 낳는다.하지만 여우계단은 그의 손을 들어준다.그와 실랑이하던 소희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입원하면서 진성은 티켓을 거머쥔다.이를 비관한 소희는 투신자살한다. ●세번째 소원=복수 세번째 주인공은 ‘뚱녀’로 불리는 미술반 혜주.그는 소희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모두 간직할 정도로 ‘소희 마니아’다.최고에 대한 동경은 병적일 정도의 집착으로 변질하고,소희가 죽은 뒤엔 “소희가 내 곁에 있게 해줘.”라고 기도한다.소희의 원혼이 그에게 씌면서 피를 부르는 복수가 시작된다. ‘여우계단’의 높이를 제일 숨가빠했던 사람은 윤재연 감독.전반부의 구성은 다소 느슨해 지루하지만,갈수록 밀도를 높여갔다.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조소실·지하작업실·기숙사 등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나,조소실에서 도망가는 진성의 발목을 잡는 소희의 원혼,계단에 묻혀 있다 살아 움직이는 원혼 등 곳곳에 배치한 ‘공포 장치’에 감독의 세심한 신경이 살아 있다. 소희의 원혼이 씐 혜주와,진성 소희 등 주요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신인답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종수기자 vielee@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