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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 지고 강물 흘러/이청준 지음

    꽃 지고 강물 흘러/이청준 지음

    소설가 이청준(65)의 새 소설집이 나왔다.‘꽃 지고 강물 흘러’(문이당 펴냄)는 삶과 세월의 결을 느린 화면으로 재현해 보이는 듯한 작가의 글세계를 대면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무념으로 흐르는 세월,그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는 인간(혹은 작가 자신)의 진면목을 또 한번 깊이 고민했다.늘상 그랬듯 이번 소설도 휙휙 속도를 붙여 책장을 넘기기엔 맞춤하지 않을 성싶다.소소한 신변담의 틀거리를 빌렸으되 어느결에 그 속에서 생의 비의(秘意)를 짚어내게 하는 노 작가의 신통력이 빛을 낸다. 소설집은 중·단편 6편으로 묶였다.기억의 갈피를 뒤져 ‘이해’와 ‘화해’라는 이름의 숙연한 보물들을 건져올린다.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자주 만난 덕분에 독자들에게도 은연중 ‘친척’ 같아진 어머니가 여전히 등장한다.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머니의 그늘에 가려 평생을 조역으로 살았던 형수에게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표제작 ‘꽃 지고 강물 흘러’는 어찌보면 작가의 대표작 ‘축제’의 후일담이다.‘축제’에서 어머니의 부음을 알려주었던 주인공의 형수 외동댁에 관한 이야기를 1인칭 관점에서 풀어낸다.작중 화자인 ‘나’는 매사에 무뚝뚝한데다 어머니의 시골집을 떡하니 차지한 형수가 못마땅하다.치매를 앓은 어머니를 여읜 뒤 혼자 사는 형수를 찾아간 ‘나’는,산밭에 일나간 형수를 기다리며 잠시 낚싯대를 드리우다 스스로 갈등의 짐을 풀어놓는다.애증의 관계였으되 서로의 의지처였던 어머니와 형수의 일화들을 회상하며 “형수의 안타까운 변모도 노인의 무상한 늙음과 종생의 과정이 부른 무고한 세월의 업보”라고 이해하기에 이른다. 30대 초반에 청상이 된 형수의 곤고한 인생은 ‘오마니!’편에서 이야기의 끈을 잇는다.환갑 지난 늙은 단역배우 문예조씨는 어머니의 생애를 영화로 만드는 감독에게 자신의 형수 이야기를 뚱겨준다.전쟁터에서 죽은 형의 유복자를 낳은 형수,형 대신 그녀의 젖문을 열어주었던 기억을 들추며 형수에 대한 그리움을 에둘러 은유한다. 그러나 이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형수는 어머니의 치환적 존재이기도 하다.초라하게 늙어가는 형수는 어느새 어머니와 동일시되고,그 존재를 빌려 모성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을 향한 멈출 수 없는 회귀본능을 투영했다. 작가 자신의 삶의 궤적을 원본 삼은 글쓰기는 곳곳에서 확인된다.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처로 떠난 주인공 진성(‘들꽃 씨앗 하나’)의 이야기는 자전적 소설양식을 선명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개인사에서 소실(素實)하고 담담한 소재를 끌어내는 그의 작법에 대해 문학평론가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자기라는 에고이즘의 변방에서 낮고 숨겨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밀도있게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해석했다. “삶이나 문학이나 밤 산길 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작가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자리를 확인하고 싶어” 강화에서 조용히 글밭을 일구며 산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박진숙의 새 시집 ‘혜초일기’

    박진숙의 새 시집 ‘혜초일기’

    ‘어렵게 쓴 시’를 읽는 즐거움이 있다.그런 시를 낳은 시인에게서는 향기가 난다.시인의 천착이 낳은 기이하고 아름다운 향기.박진숙의 새 시집 ‘혜초일기’(문학세계사 펴냄)는 이처럼 집요하게,그러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한사코 한 곳으로 걸음을 모아가는 탁발승의 노정 같은 시집이다. 삶을 말하지만 그의 은유는 단호하다.‘나는/태어나지도 않았고/살지도 않았다/따라서 죽는 것도 없다’(금강경에 부쳐)에서 보듯 그는 시적(詩的) 적멸을 노리는 구도자로 고행 속에 홀로 서 있다.시인 정일근이 무뇌(無腦)의 적멸을 말했듯,시인은 길의 끝을 감춘 채 길게 누운 지평선의 점 하나로 소실해 가는 존재의 의미를 불교적 이념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혼자일 뿐’인 그의 자리에서 드러내 보이는 시적 매조지는 종교적 지향을 일상적인 것으로 환원시키는 힘이 배어 있다.‘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存)’의 절대성에 함몰해 가면서도 ‘나’와 함께 ‘우리’라는 끈을 놓지 않는 그의 사회성은 시편 곳곳에서 더러는 연대의식으로,더러는 고독감으로 표출된다.인간이 가진 불가피한 현실인식의 그늘이다. 지고한 불법(佛法)을 찾아 미당이 먼저 간 ‘진달래 꽃비오는 서역 삼만리’를 마치 낙타처럼 되짚어 가는 그는 순례로 지쳐가는 자신을 향해 한사코 피학의 아포리즘을 생산해 낸다.‘천상의 선인들도/때가 되면 옷이 더러워지고/몸에선 냄새가 나고/머리에 꽂은 꽃은 시들고/악기는 낡아 노래도 목이 쉰다는/한 때뿐인 목숨’(불퇴전1-혜초일기 61)이라며 세상이 절대라고 믿는 모든 것에 회의하는 그는 이윽고 ‘불어닥친 한순간의 폭풍 속에서/가야 할 길을 실날처럼 잡고/아비발치,/아비발치,/오늘 그 상사의 지옥을 독사처럼 물어뜯는/저를,/스승이여 죽비를 들어 꾸짖기만 하시겠습니까’라며 목어처럼 우짖는다. 이를 두고 문학평론가 이남호는 “세상과 삶의 이치에 대한 ‘혜초일기’의 시적 사유들은 범접할 수 없는 진정성에 닿아 있다.거기에는 칼끝과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고 읽고 있다.시 세계에서 맨발의 혜초가 되어 천축국에 다다르고자 하는 그의 여정은 멀다.너무 멀어서 ‘살아서 다다를 수 없는 것’이지만 그는 그 길을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적어도 자신의 사유 속에서만큼은 삶이 법륜의 황금 테두리처럼 시작과 끝이 따로 없는 외길이라는 진리를 깨우치기라도 한 듯.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추석연휴 안방극장] 드라마·비디오

    ●라이방(KBS1 25일 오후 10시50분) 장현수 감독의 2001년작.각기 개성이 다른 3명의 택시 기사들의 한바탕 소동을 통해 평범한 서민들의 모습을 그렸다.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30대 후반의 택시 기사 해곤,학락,준형은 자신들이 처한 답답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다.이들은 방바닥에 억대의 현금을 깔아 놓고 산다는 동네 할머니 집을 털기로 작정한다.91분. ●똥개(MBC 25일 오후 11시30분) 곽경택 감독.정우성 주연.2003년작.경찰 아버지를 둔 지방 소도시의 어리숙하지만 용감한 청년의 이야기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철민은 자신의 별명인 ‘똥개’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시골 경찰서 수사반장인 아버지는 꿈도 없고 희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철민을 구박하며 나무라지만 철민은 여전히 빈둥거리며 게으름을 피운다.115분. ●집으로 가는 길(KBS1 27일 밤 12시30분) 장이머우 감독.장쯔이 주연.1999년작.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와호장룡’에서 무술의 고수로 등장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시골 처녀의 수줍은 사랑을 보여준 장쯔이의 연기가 돋보인다.원작 소설 ‘회상’의 작가 시 바오가 각본에도 참여했다.시골 소녀와 초등학교 선생님의 사랑 이야기가 우리나라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을 연상시킨다.88분. ●엘시드(KBS1 29일 오후 3시20분) 호세 포소 감독의 2003년작 스페인 영화.카스티야 왕국의 귀족 로드리고는 용감한 청년 기사.그는 고메즈 백작의 딸인 히메나와 사랑을 꿈꾸지만,고메즈 백작은 그녀를 왕의 사촌인 오도네즈와 결혼시키려 한다.로드리고는 무어족 족장들을 석방시켜주고 ‘엘시드’라는 영웅 칭호를 얻는다.그러나 반역죄로 몰려 히메나의 아버지이자 반대파 수장인 고메즈와 뜻하지 않은 결투를 벌이게 되고,실수로 그를 죽인다.73분. ●화성으로 간 사나이(KBS2 29일 밤 1시5분) 김정권 감독.신하균·김희선 주연.2003년작. 돌아가신 아빠가 화성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믿는 어린 소녀 소희는 아빠가 그리운 마음에 지금이라도 당장 화성으로 달려가겠다고 한다.그런 소희의 곁을 늘 지켜주는 이웃집 승재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화성에서 온 아빠의 편지를 대신 써보낸다.외롭던 소희에게 아빠의 답장은 더없이 반갑고 행복하다.104분. ●스캔들(KBS2 28일 오후 11시) 이재용 감독.배용준·이미숙·전도연 주연.2003년작.프랑스 피에르 드 라클로 원작의 18세기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생활을 배경으로 옮긴 영화.유판서의 정실 조씨부인은 호색한인 사촌동생 조원에게 남편의 소실인 소옥을 범해달라고 요구하지만,조원은 열녀문을 하사받은 청상과부 숙부인을 목표로 정한다.조씨 부인은 숙부인을 ‘함락’시키면 자신의 몸을 주겠다며 거래를 제시한다.118분. ●싱글즈(KBS2 29일 오후 11시) 권칠인 감독.장진영·엄정화·이범수·김주혁 주연.2003년작.일본의 소설 ‘29살의 크리스마스’를 원작으로,일과 사랑과 결혼 등 20대 후반 독신 남녀들의 생활과 고민을 그렸다.주연 배우들의 생동감있는 연기와 톡톡 튀는 대사,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재치있는 연출과 편집으로 세련된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미국 시트콤 ‘섹스 앤 시티’나 ‘프렌즈’가 연상되는 발랄한 작품.108분. ●책상서랍속의 동화(KBS1 29일 밤 12시45분) 장이머우 감독의 1999년작.시골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작은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한달간 자리를 비운다.촌장님은 대리 교사로 올해 열 세 살 밖에 안 된 졸업생 소녀 웨이를 추천한다.선생님은 학생들이 많이 줄었으니 더 줄어들게 해서는 안된다는 당부를 한다.웨이는 출석부를 쓰고 교실 앞을 지키며 학생들을 지도한다.그러나 장휘거라는 학생이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는데….105분. ●킬 빌2(액션) 감독/배우/등급 쿠엔틴 타란티노/우마 서먼·데이비드 캐러딘/18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결혼식장에서 뱃속의 아이와 남편이 살해당한 뒤 펼치는 한맺힌 여성의 복수,그 내막을 알고보니…/전편보다는 덜 잔혹한 영상에 전편을 비꼬는 재기발랄함.패러디 찾는 재미도 ●돌려차기(액션·드라마) 감독/배우/등급 남상국/김동완·현빈/12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만세고 주먹대장 용객은 태권도부와 패싸움을 벌이고,교장은 태권도부에 가입해 예선전만 통과한다면 퇴학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하는데…/일본 스포츠물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그래도 감동과 웃음을 적절히 버무린 괜찮은 가족용 영화 ●화씨 9/11(다큐멘터리) 감독/배우/등급 마이클 무어/마이클 무어·조지 부시/15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부시 대통령의 무능을 꼬집고 비아냥대며 부시와 빈 라덴 양가의 부적절한 유착관계 조명/통렬한 웃음과 우울함이 동시에.보수성향이라면 불쾌할 수도 ●인어공주(멜로·드라마) 감독/배우/등급 박흥식/전도연·박해일/전체 줄거리/감상 포인트 20대 딸이 엄마의 스무살 시절로 빠져들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팬터지 속에 유쾌함과 찡한 감동을 규모있게 뒤섞었다. ●내 남자의 로맨스(로맨틱 코미디) 감독/배우/등급 박제현/김정은·김상경·오승현/12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프로포즈만 손꼽아 기다리던 현주.하지만 남자친구 소훈에게 갑자기 톱 여배우가 사랑을 고백하는데…/‘노팅힐’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김정은표 연기의 결정판 ●아는 여자(멜로·코미디) 감독/배우/등급 장진/이나영·정재영/15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투수 치성은 ‘아는 여자’ 이연에게 사랑을 발견한다./계보없는 독특한 코미디에 찐한 감동까지.거친 핸드헬드 화면은 다소 신경이 거슬림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드라마) 감독/배우/등급 멜 깁슨/제임스 카비젤·모니카 벨루치/15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유다에게 배신당한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끌려오고 사형선고를 받는다./기독교인이 아니라면 고통스러울 만큼,피와 고문으로 얼룩진 이미지의 폭력 ●나두야 간다(코미디) 감독/배우/등급 정연원/정준호·손창민/15세 줄거리/감상 포인트 소설가가 조폭 두목의 자서전 대필을 맡으면서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어간다./뻔한 조폭 코미디지만 억지스럽지는 않다.어리버리한 촌놈 정준호와 점잖은 조폭 두목 손창민의 연기 대결도 볼만
  • 파월 “한국核 큰문제 안될것”

    |도쿄 이춘규·워싱턴 이도운 특파원·서울 이지운기자|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준비한다는 징후를 포착하고 있으나,북한이 실제로 실험을 할지 안할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날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반 장관과 함께 북한측의 미사일 실험 중단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수행중인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이 전했다. 이와 관련,일본 아사히 신문은 미 정부당국자가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노동’(사거리 1300㎞)의 발사준비를 끝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보도했다.신문에 따르면 당국자는 정찰위성과 통신도청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라며 “북한은 지금 당장이라도,언제라도 발사하고 싶을 때 발사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NHK “발사준비 미사일은 신형” 반면 일본 NHK는 시험발사 준비중인 미사일이 노동미사일이 아니라 신형미사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NHK는 미군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북한은 구 소련이 제조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SN6을 지상발사용으로 개조한 신형 탄도미사일의 엔진 연소실험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2500㎞ 이상이다. 앞서 파월 장관은 뉴욕 외신기자 클럽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한다는 보도에 “관련 정보는 보았다.”며 “그러나 그같은 움직임의 징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한국의 핵물질 실험과 관련,“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1월 정기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중요하지만 이번 문제가 더 큰 문제로 번질 것이라고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軍훈련 가능성… 北·日회담 예정대로”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은 24일 북한 미사일 기지 주변의 병력 증강은 미사일 발사 준비라기보다는 군사 훈련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호소다 장관은 회견에서 “미사일 발사를 위해서는 많은 준비들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그같은 종류의 상황이 포착된 것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 베이징에서 열기로 한 북·일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설이 사실이라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taein@seoul.co.kr
  • [산박사 홍순섭 산산산] 춘천 오봉산

    [산박사 홍순섭 산산산] 춘천 오봉산

    산이 있어 오른다.하지만 가을산은 독특하다.더위에 지쳐 더욱 가을을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가을을 마중하기 위해 오르는 맛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달려오는 가을을 맞으러 오봉산에 올라보자.오봉산(779m)은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 사이 소양댐 옆에 위치해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멋스러운 산이다.산과 호수가 함께해 벌써 가을의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왼쪽의 마적산과 오른쪽의 부용산과 봉화산 등 형제산들의 아름다움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다.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기 전,오봉산의 옛 이름은 경운산이었다 한다.바위산으로 나한봉(1봉),관음봉(2봉),문수봉(3봉),보현봉(4봉),비로봉(5봉) 등 다섯개의 걸출한 봉우리가 있어 오봉산으로 불리게 됐다.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멋진 자태를 하고 있는 오봉산에 오르니 암릉에서 능선 사이로 소양호의 푸른 물이 눈에 들어온다.“여기가 어딘가?” 혼잣말이 나올 지경이다.또 하얀 바위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울창한 숲지대도 또 다른 볼거리다. 3∼4개 코스가 있는데 대부분 3시간 소요된다.가장 흥미로운 능선은 쇠줄이 걸린 관음봉과 문수봉 2봉∼3봉구간의 바위지대다.평평한 바위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그만이다.또 하나는 홈통바위가 있는 구간이다.이 근처의 암릉은 변화가 심하다.부용산 쪽은 깎아지른 벼랑이고 소양호쪽의 조망은 물론 선동계곡을 내려다보는 전망도 아주 좋다. 홈통바위,일명 산부인과 바위는 폭이 불과 50㎝밖에 되지 않아 배낭을 메고 통과할 수 없을 정도다.배낭을 벗었다.앞서 간 젊은 남녀그룹이 자연스러운 스킨 십으로 높은 웃음소리가 막 긴장을 벗어난 내게 위로를 준다. 오봉산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명찰 청평사를 품고 있다.고려 광종(973년)때 승현선사가 세웠다는 절은 구광전과 사성전 등이 소실되고 현재 보물 제164호인 청평사 회전문과 극락보전만 남아 있다. ●가는 길:오봉산은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과 46번 경춘국도를 이용해서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청평사 선착장에서 배후령쪽으로 넘어가는 등산코스가 좋다.그러나 배후령 쪽은 춘천행 버스가 하루에 4번밖에 다니지 않아 불편하다.차를 몰고갈 때에는 경춘국도를 타고 소양댐 주차장앞에서 좌회전,배후령을 거쳐 간척교 사거리에서 우회전,백치고개를 지나 청평사 주차장까지 간다. 그래서 청평사를 기준으로 하는 원점 회귀 산행이 좋다.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는 30분 간격.왕복 4000원(033-242-2455).청평사 입장료 2000원.소양댐 선착장 주차료 1일 4000원.청평사 주차장 1일 2000원. ●산행코스 :청평사 경내를 거쳐 칼바위,688봉을 지나서 홈통바위를 통과해서 5개의 봉우리를 지나 배후령으로 내려 오는 5.6㎞ 코스는 3시간 정도면 된다. 교통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3봉 정도까지 갔다가 다시 홈통바위를 지나 선동골쪽으로 해서 청평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3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산행팁:오봉산은 4계절이 다 좋지만 겨울에는 위험하다.암산인데다 눈이 오면 미끄러워 사고가 많다.또한 칼바위로 오르는 길은 암벽지대로 쇠줄이 설치되어 있지만 노약자는 통과하기가 쉽지 않고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kss1708@korea.com < ‘실전 명산순례 700코스’ 중에서 >
  • 금강산 신계사 복원 11월 대웅전 낙성식

    금강산 신계사 복원 11월 대웅전 낙성식

    조계종이 올해부터 4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중인 금강산 신계사 복원사업중 1단계인 대웅전 복원이 11월 중순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2일 조계종에 따르면 16일부터 24일까지 대웅전 1차 조립공사에 들어가 10월1일부터 2차 조립공사를 진행하며 10월12일쯤 복원공사를 총괄 진행할 현지 상주 스님을 파견할 계획이다. 대웅전 낙성식은 11월18일부터 20일 사이 법장 총무원장을 비롯한 스님과 신도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한편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비구니회 대표단이 현장을 방문해 공사의 원만한 진행을 비는 기원법회를 열 예정이다. 대웅전 복원 공사는 초석다짐부터 시작해 기둥조립 대웅전 지붕 밑 나무로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는 부분인 포,지붕,처마,기와,단청의 순서로 진행된다.단청은 소나무의 송진이 빠지는 1년 후에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대목과 석수,와공,미장,소목 등 17명이 공사에 매달려 있으며 모든 공사는 문화재수리기능공 제1521호인 대목수 최현규씨가 총괄하고 있다.최씨는 여주 신륵사 심검당 중창 공사와 아산 고성사 대웅전 신축을 담당한 베테랑으로,현재 분당 열반사 무량수전 공사를 맡고 있으며 지명입찰을 통해 신계사 대목수로 선정됐다. 대웅전 공사에 이어 올해 말까지는 삼층석탑이 복원되며 내년에는 만세루가 복원돼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 조계종은 지난 3일부터 25일까지 신계사에 대한 2차 발굴조사를 벌여 대웅전 남쪽에서 일제강점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방형(方形)의 부석(敷石)시설을 확인했다.이와 함께 조선 말기에 건립된 만세루는 일제강점기의 만세루에서 북쪽으로 1.2m,동쪽으로 3m가량 떨어진 곳에 세워졌으며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만세루는 정면 5칸,측면 3칸의 15칸 건물인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 신계사는 신라 법흥왕 5년(519) 보운 스님에 의해 창건된 이후 여러 차례 중수·중건됐으며 광복 이후 화재로 소실되어,현재는 석탑과 1929년에 세워진 만세루의 돌기둥(石柱) 몇 개만 남아 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건강칼럼] 볕많이 쬐면 光노화 온다

    볕 볼 일이 별로 없는 도시인들은 대체로 피부가 희다.항상 볕과 가까이 해 피부가 검게 탄 시골 사람들과는 이런 점에서 대조적이다.그러나 피부색이 검고 흰 것이 단순히 색깔의 차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햇볕에 탄 피부는 빨리 늙는다.자외선이 피부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바로 ‘광노화 현상’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늙는 자연노화와 달리 지나치게 자외선에 노출돼 나타나는 광노화는 그 정도가 자외선 노출 시간과 비례한다.주로 자외선 B가 DNA와 결체조직에 손상을 입혀 광노화를 일으키지만,자외선 A와 적외선도 광노화를 촉진시켜 햇볕은 피부에 무척 위험한 존재다.특히 고령일수록 광노화에 의한 피해는 더 심각하다.노년을 즐기려다 노화를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단 피부가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건조해지면서 거칠어지고,굵은 주름이 나타난다.또 피부가 탄력을 잃으면서 늘어지게 되고,침착이나 소실 등 색소 변화와 함께 모세혈관이 확장돼 쉽게 멍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조금만 신경쓰면 광노화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으며,필요하면 치료도 가능하다.가장 좋은 예방법은 햇볕에 피부를 드러내지 않는 것.노출이 불가피하다면 SPF(자외선 차단지수)15이상의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챙 넓은 모자나 양산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그러나 이런 방법이 자연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광노화의 심술인 주름까지 막아주지는 못한다.이때는 피부과를 찾아 비수술요법인 서마지리프트 치료를 받으면 쉽게 고민을 덜 수 있다.여기에 IPL퀀텀을 병행하면 피부 탄력은 물론 색소질환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얼굴의 주름처럼 세월의 빠름을 절감하게 하는 것도 없다.그러나 그런 우울함을 떨치고 다시 시작하자.피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몸의 건강을 위해 단백질은 물론 보습을 돕는 견과류,생선과 과일 등을 자주 먹고,여기에 적당한 운동과 ‘즐겁다’는 생각을 더하면 이보다 나은 피부건강법이 따로 있을까.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8) 생태계의 小우주, 습지의 재발견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8) 생태계의 小우주, 습지의 재발견

    탐사활동이 어느덧 중반을 넘은 6월12일 낮,취재팀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운금리 야산을 올랐다.산 기슭엔 엔진이 모두 제거 된 중형 미군 트럭이 녹슨 채로 방치돼 있었다.벌집처럼 뚫린 수 백군데 총상으로 성한 데라곤 없었다.앞 유리창마저 기관총과 소총 세례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초여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인적없는 곳에서 트럭은 음산한 괴물같은 모습이다. 이곳엔 취재팀이 탐사기간 중 찾아낸 내륙 습지 가운데 생태학적으로 거의 완벽한 습지가 펼쳐져 있다.트럭은 민통선 내에서도 민간인 출입이 철저하게 금지된 민통선 사격장내 피탄용 타깃이었다.수십년 동안 습지 위론 포탄과 총알이 금속성 굉음을 내며 과녁을 향해 날았을 테고,습지에 터잡은 개구리와 잠자리는 그때마다 머리를 물속으로 박고 몸을 떨었을 것이다. 습지는 ‘Danger-불발탄 위험지역’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경고판을 문패삼아 300여평 모나지 않은 사각형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상수리나무·아카시나무·신나무·버드나무 군락과 산딸기가 자라는 야산을 양 옆에 끼고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깊이 50㎝ 남짓한 습지 수면엔 개구리밥이 떠 있고,줄·고랭이와 함께 부들·창포·갈대·수련 등 수생식물이 절묘한 배치를 이루고 있다.습지에 한발을 디디고 올챙이와 소금쟁이·잠자리를 살피고 있는 사이 습지옆 풀숲에서 까투리 한마리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 올랐다. 이 지역 관할 육군 OO사단 관계자는 “꾀꼬리·호반새·뻐꾸기·딱따구리 등 조류는 물론이고 산돼지와 고라니·산토끼 등이 많이 모여산다.”면서 “6월 하순부터 늦여름까지는 요즘은 잘 찾아보기 힘든 반딧불이가 집단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광경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탐사대장인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더 할 나위없는 완벽한 생태공원 그 자체”라면서 탄성을 질렀다.자칭타칭 ‘습지 마니아’인 그는 쉴 새 없이 경탄할 뿐이었다.그러나 습지를 포함한 인근 지대는 온통 ‘불발탄 지역’이어서 취재팀은 발걸음을 쉬 내딛지 못했다. 탐사대는 이곳 습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토리사격장 내에 있다는 사실을 철책 출입문을 되돌아 나온 후에야 확인했다.파주시 파평면 금파리의 임진강 북진교를 넘어 민통선으로 들어선 뒤 비포장 군사도로를 달리다 차량을 잠시 세우고 야산 소로길을 따라 들어간 곳이 바로 스토리사격장이었던 것이다.사격장에 둘러쳐진 철책 출입문 팻말을 다시한번 유심히 보았다.‘대규모 대포 및 소총사격지역’이란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나란히 적혀 있다.미군 관계자에게 전화를 넣으니 “불발탄 투성이라 출입할 수 없는 곳인데 어떻게 들어갔느냐.”며 경계를 하면서도 “사격장 경계지역 안쪽으로 그런 습지가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주변 여건으로 미뤄 그가 말하는 습지의 상당수는 오랜 세월 경작이 포기된 전답이 습지로 변한 곳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김귀곤 교수는 “미군에 의해 출입통제된 곳이니 민통선 지역내 비무장지대인 셈”이라며 “반드시 사격장내 다른 습지도 조사해야 하고 사유지라면 매입해 ‘생태계의 소우주’를 눈으로 보는 교육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은 당장 현실화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스토리사격장은 본래 우리 정부가 땅주인의 동의와 보상도 없이 미군에 공여한 땅이고,사격장내 출입경작을 일부 허용해 왔으나 미군과 주민사이의 마찰과 안전을 이유로 지난해 사유지 모두를 정부가 매수했다.미군은 이곳에 총연장 5.4㎞의 철책을 세우는 공사를 불발탄 제거작업과 함께 시작했다.미군측은 고라니·멧돼지 등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철책을 따라 50m에 한 곳씩 설치하기로 했지만,환경단체에선 인공구조물에 워낙 의심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통로 이용을 기피해 사격장이 군사적 용도로만 쓰여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철책이 세워진 이후 ‘마음놓고’ 계속될 사격 훈련에 동물이든 습지든 온전하리란 보장도 전혀 없다. 탐사대는 스토리사격장 외에도 강화도 북부 해안 구등곶 등대 인근과 연천군 중면 횡산리,강화대교 하류 3㎞ 지점 해안도로 옆,임진강 지천인 연천의 사미천 하천변 등 DMZ 인근 지역에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는 내륙습지와 여러번 마주쳤다.김귀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엔 국제적으로 인정된 습지가 20곳을 넘지만 서해∼한강하류∼임진강하류∼사천을 따라 이어지는 남방한계선 주변에도 학술적으로 가치있는 다양한 미확인 내륙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된 것만도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연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전문가 칼럼 DMZ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습지는 우리의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이다.이처럼 DMZ 습지가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으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DMZ에는 희귀 동·식물과 그들의 서식처가 있다.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물과 수려한 자연경관도 있어 세계자연유산의 지정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계(視界)청소를 위한 화공작전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지나간 계곡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51년 동안의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역사경관이 습지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그야말로 역사의 흐름이 자연에 배어져 나타나는 문화자원이 된 것이다.DMZ에서는 양구 대암산 용늪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이탄지로 추정되는 곳들이 발견된다.수 백년 혹은 수 천년 이상 썩은 식물의 뿌리와 줄기,잎,꽃과 종자가 쌓인 습지들이다.그래서 이탄지는 수 백∼수 천년 전의 환경생태를 파악하고,당시의 기후나 문화 등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땅이다.평야지의 묵논에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소택형 습지는 농경문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경관도 연출하고 있다. 습지는 생명의 원천이다.DMZ를 찾는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그리고 여름철새인 왜가리와 백로류와 같은 물새류의 주요 서식처는 습지이다.멧돼지·고라니·산양과 같은 대형포유류의 서식처도 직·간접적으로 습지와 연결되어 있다. 귀중한 유산이 된 이들 DMZ 습지의 가치가 국·내외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는 가운데 이 같은 귀중한 습지가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사라져 온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이제는 DMZ의 ‘습지 총량유지’ 정책이 요구된다.DMZ 내에 있는 전체 습지의 면적을 더 이상 소실시키지 않고,관리해 나가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DMZ의 습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현황 조사와 유형 분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세계유산이나 유네스코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 혹은 람사사이트로 지정,관리토록 하자.습지는 유역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DMZ 5대 강에 대한 습지 통합관리를 통해 남북 환경협력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 김귀곤 서울대교수 환경생태계획학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8) 생태계의 小우주, 습지의 재발견

    탐사활동이 어느덧 중반을 넘은 6월12일 낮,취재팀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운금리 야산을 올랐다.산 기슭엔 엔진이 모두 제거 된 중형 미군 트럭이 녹슨 채로 방치돼 있었다.벌집처럼 뚫린 수 백군데 총상으로 성한 데라곤 없었다.앞 유리창마저 기관총과 소총 세례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초여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인적없는 곳에서 트럭은 음산한 괴물같은 모습이다. 이곳엔 취재팀이 탐사기간 중 찾아낸 내륙 습지 가운데 생태학적으로 거의 완벽한 습지가 펼쳐져 있다.트럭은 민통선 내에서도 민간인 출입이 철저하게 금지된 민통선 사격장내 피탄용 타깃이었다.수십년 동안 습지 위론 포탄과 총알이 금속성 굉음을 내며 과녁을 향해 날았을 테고,습지에 터잡은 개구리와 잠자리는 그때마다 머리를 물속으로 박고 몸을 떨었을 것이다. 습지는 ‘Danger-불발탄 위험지역’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경고판을 문패삼아 300여평 모나지 않은 사각형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상수리나무·아카시나무·신나무·버드나무 군락과 산딸기가 자라는 야산을 양 옆에 끼고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깊이 50㎝ 남짓한 습지 수면엔 개구리밥이 떠 있고,줄·고랭이와 함께 부들·창포·갈대·수련 등 수생식물이 절묘한 배치를 이루고 있다.습지에 한발을 디디고 올챙이와 소금쟁이·잠자리를 살피고 있는 사이 습지옆 풀숲에서 까투리 한마리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 올랐다. 이 지역 관할 육군 OO사단 관계자는 “꾀꼬리·호반새·뻐꾸기·딱따구리 등 조류는 물론이고 산돼지와 고라니·산토끼 등이 많이 모여산다.”면서 “6월 하순부터 늦여름까지는 요즘은 잘 찾아보기 힘든 반딧불이가 집단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광경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탐사대장인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더 할 나위없는 완벽한 생태공원 그 자체”라면서 탄성을 질렀다.자칭타칭 ‘습지 마니아’인 그는 쉴 새 없이 경탄할 뿐이었다.그러나 습지를 포함한 인근 지대는 온통 ‘불발탄 지역’이어서 취재팀은 발걸음을 쉬 내딛지 못했다. 탐사대는 이곳 습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토리사격장 내에 있다는 사실을 철책 출입문을 되돌아 나온 후에야 확인했다.파주시 파평면 금파리의 임진강 북진교를 넘어 민통선으로 들어선 뒤 비포장 군사도로를 달리다 차량을 잠시 세우고 야산 소로길을 따라 들어간 곳이 바로 스토리사격장이었던 것이다.사격장에 둘러쳐진 철책 출입문 팻말을 다시한번 유심히 보았다.‘대규모 대포 및 소총사격지역’이란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나란히 적혀 있다.미군 관계자에게 전화를 넣으니 “불발탄 투성이라 출입할 수 없는 곳인데 어떻게 들어갔느냐.”며 경계를 하면서도 “사격장 경계지역 안쪽으로 그런 습지가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주변 여건으로 미뤄 그가 말하는 습지의 상당수는 오랜 세월 경작이 포기된 전답이 습지로 변한 곳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김귀곤 교수는 “미군에 의해 출입통제된 곳이니 민통선 지역내 비무장지대인 셈”이라며 “반드시 사격장내 다른 습지도 조사해야 하고 사유지라면 매입해 ‘생태계의 소우주’를 눈으로 보는 교육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은 당장 현실화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스토리사격장은 본래 우리 정부가 땅주인의 동의와 보상도 없이 미군에 공여한 땅이고,사격장내 출입경작을 일부 허용해 왔으나 미군과 주민사이의 마찰과 안전을 이유로 지난해 사유지 모두를 정부가 매수했다.미군은 이곳에 총연장 5.4㎞의 철책을 세우는 공사를 불발탄 제거작업과 함께 시작했다.미군측은 고라니·멧돼지 등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철책을 따라 50m에 한 곳씩 설치하기로 했지만,환경단체에선 인공구조물에 워낙 의심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통로 이용을 기피해 사격장이 군사적 용도로만 쓰여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철책이 세워진 이후 ‘마음놓고’ 계속될 사격 훈련에 동물이든 습지든 온전하리란 보장도 전혀 없다. 탐사대는 스토리사격장 외에도 강화도 북부 해안 구등곶 등대 인근과 연천군 중면 횡산리,강화대교 하류 3㎞ 지점 해안도로 옆,임진강 지천인 연천의 사미천 하천변 등 DMZ 인근 지역에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는 내륙습지와 여러번 마주쳤다.김귀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엔 국제적으로 인정된 습지가 20곳을 넘지만 서해∼한강하류∼임진강하류∼사천을 따라 이어지는 남방한계선 주변에도 학술적으로 가치있는 다양한 미확인 내륙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된 것만도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연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전문가 칼럼 DMZ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습지는 우리의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이다.이처럼 DMZ 습지가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으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DMZ에는 희귀 동·식물과 그들의 서식처가 있다.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물과 수려한 자연경관도 있어 세계자연유산의 지정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계(視界)청소를 위한 화공작전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지나간 계곡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51년 동안의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역사경관이 습지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그야말로 역사의 흐름이 자연에 배어져 나타나는 문화자원이 된 것이다.DMZ에서는 양구 대암산 용늪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이탄지로 추정되는 곳들이 발견된다.수 백년 혹은 수 천년 이상 썩은 식물의 뿌리와 줄기,잎,꽃과 종자가 쌓인 습지들이다.그래서 이탄지는 수 백∼수 천년 전의 환경생태를 파악하고,당시의 기후나 문화 등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땅이다.평야지의 묵논에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소택형 습지는 농경문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경관도 연출하고 있다. 습지는 생명의 원천이다.DMZ를 찾는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그리고 여름철새인 왜가리와 백로류와 같은 물새류의 주요 서식처는 습지이다.멧돼지·고라니·산양과 같은 대형포유류의 서식처도 직·간접적으로 습지와 연결되어 있다. 귀중한 유산이 된 이들 DMZ 습지의 가치가 국·내외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는 가운데 이 같은 귀중한 습지가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사라져 온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이제는 DMZ의 ‘습지 총량유지’ 정책이 요구된다.DMZ 내에 있는 전체 습지의 면적을 더 이상 소실시키지 않고,관리해 나가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DMZ의 습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현황 조사와 유형 분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세계유산이나 유네스코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 혹은 람사사이트로 지정,관리토록 하자.습지는 유역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DMZ 5대 강에 대한 습지 통합관리를 통해 남북 환경협력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 김귀곤 서울대교수 환경생태계획학
  • [Doctor & Disease] 서울 상계백병원 박상근 원장

    아직도 뇌는 신(神)의 영역이 넓다.그만큼 뇌 질환은 치명적이다.특히 ‘중풍’으로 불리는 뇌졸중은 죽음에 가장 근접한 질환이거니와 다행히 죽음의 터널을 벗어나더라도 남은 삶이 오로지 힘겨워서 더욱 무서운 질환이다.오죽했으면 다른 병처럼 ‘걸린다.’는 말 대신 ‘중풍을 맞았다.’거나 ‘중풍이 왔다.’고 할까. 뇌졸중에 관해 국내 최고의 임상 사례와 치료이론을 축적한 서울 상계백병원 원장인 신경외과 박상근(56) 박사는 “뇌졸중이야말로 개인과 사회가 함께 병을 부르는 대표적 질환”이라고 말한다.‘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식의 무차별 육식과 운동기피 등 분별없는 생활습관,병원더러 환자의 장기입원을 꺼리게 하는 보험 수가,중환자 요양시설 하나 없는 복지정책이 어우러져 ‘뇌졸중의 시대’를 열었다는 뜻이다. 뇌졸중의 의학적 정의는 무엇인가. -뇌졸중은 뇌 혈류장애에 의한 의식소실,반신마비,언어장애 등 신경장애를 유발한 상태를 뜻한다.운좋게 회복되어도 대부분 행동·언어장애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겪는다.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뇌출혈)으로 나누는데,허혈성은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뇌동맥 및 경동맥의 혈전 및 색전과 심인성 색전류,출혈성은 고혈압에 의한 뇌출혈과 혈관 기형,뇌동맥류 파열 등 혈관 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98년 이후 국내 사망원인 1위 우리나라의 발병 추세는 어떤가. -최근들어 국내에서 허혈성 뇌졸중이 급증,서구 패턴을 보이고 있다.서구형 식생활과 고령화가 원인이다.국내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5명으로 해마다 6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현재 20만명이 넘는 환자가 영구적인 뇌손상으로 고통받고 있다.98년 이후 국내 사망원인 1위다.무서운 질병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역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육류 및 가공식품의 무절제한 섭취와 이에 따른 비만,음주와 흡연,과로와 운동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원인질환도 짚어 달라. -고혈압과 심장병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뇌경색 환자의 50% 이상,뇌출혈 환자의 60∼90%는 고혈압이 동반된다.또 뇌졸중 환자의 75%는 심장병을 갖고 있다.당뇨병과 고지혈증,비만도 간과할 수 없다. ●전조증상 무시… 더 큰 위험 초래 증상은 주로 어떻게 나타나나. -사실,증상을 체감할 정도면 늦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증상마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혈압,동맥경화 등 원인질환이 있지만 이것도 환자 자신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또 증상이 있더라도 평소에는 ‘이게 무슨 문제가 될까?’하고 여기기 십상이다.그러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더 구체적으로 보면,뇌출혈은 갑자기 두통,현기,구토 등으로 시작해 뇌의 병변 위치에 따라 시력 및 시야장애,반신 혹은 신체 일부의 마비나 언어장애,안면신경장애,운동장애와 경련,의식장애 등을 보인다.뇌경색은 뇌의 일과성 허혈 발작을 빼면 뇌출혈과 비슷한데,이걸 방치하면 40% 정도가 뇌졸중으로 진행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크게 문진과 이학 및 신경학적검사,특수검사법이 있다.최근에는 CT(컴퓨터 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장치),SPECT(단일광자방출 전산촬영),PET(양전자 단층촬영) 등 첨단 진단장비가 많이 보급돼 병증의 위치와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자가진단도 가능한가. -뇌졸중은 뇌혈관 장애가 원인이기 때문에 미처 감지하지 못하더라도 발병 전에 신체 특정부위의 부자연스러움이나 시력장애,두통과 언어장애 등 다양한 조짐이 나타난다.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전조 증상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치료 방법도 함께 소개해 달라. -발병 원인이나 병기,증상에 따라 약물치료냐,수술치료냐를 결정하는데,판단 기준이 다양해 일률적인 설명이 어렵다.중요한 것은 약물이든,수술이든 적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최근 효과가 좋고 부작용을 줄인 약제가 많으나,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이다.간혹 뇌수술이 위험하다며 그릇된 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존해 병을 키우기도 하는데,그건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국가차원 중증환자 관리대책 절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뇌졸중 환자를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복지시책 부재를 꼬집었다.“위험도에 비해 의료수가가 턱없이 낮아 전공의도 많지 않습니다.게다가 질환 특성상 장기입원 환자가 많아 병원 고충도 말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이 정도면 이제 국가에서 중증환자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직도 일반의 뇌졸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예방책을 소개해 달라. -위험인자의 조절이 중요하다.비만관리와 함께 고혈압,심장병,당뇨병,고지혈증 등의 착실한 치료가 필요하다.금연은 필수고,폭음도 경계해야 한다.필요하다면 약물 사용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적절하게 항응고제 등을 사용하되 규칙적인 운동과 싱거운 섭생 등 생활요법을 곁들이면 좋을 것이다. ●“평가는 신의 몫 아니겠습니까” 박 박사는 인터뷰 도중 스스로 오래 살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푸념했다.“뇌혈관 질환을 다루는 의사들은 평생 긴장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응급상황이 많아서죠.혼신을 다해 수술을 마치고 나면 마치 혼이 빠져나간 듯 탈진하곤 하는데,평생 이 일을 하면서 어떻게 오래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 얼핏 우수가 어렸다.항상 병증과 그 병이 주는 고통을 열린 가슴으로 품어 온 그였지만,어느덧 초로에 접어든 지금 어찌 일말의 소회가 없을까.“누군가 해야 될 일이라면 내가 하자고 다그치며 열심히 살아왔고,평가는 신의 몫 아니겠습니까?” ■ 박상근 박사 ▲연대의대 및 대학원,고대의대 대학원(박사) ▲연대의대 및 인제의대 교수 ▲미국미네소타의대 신경외과 연구강사 ▲대한뇌종양학회 회장,대한뇌종양연구회 회장,대한의학레이저학회 학술이사 및 이사장,대한 신경외과학회 상임이사 등 역임 ▲대한신경외과 학회,대한뇌혈관질환연구회,대한 뇌종양연구회,미국신경외과학회 및 미국뇌종양·뇌혈관질환 분과학회 정회원 ▲현,상계백병원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오정식기자 oosing@seoul.co.kr ˝
  • [창간 100주년-창간주역 5인의 발자취] 배설(裵說·1872∼1909)

    ‘항일언론의 선봉’ 대한매일신보가 고고(呱呱)의 성(聲)을 울린 지 100년이 됐다.대한매일신보의 법통(法統)을 이은 서울신문은 배설 초대 사장,양기탁 초대 총무,박은식 초대 주필,신채호 주필,장도빈 주필 등 5명의 초창기 주역들이 활동한 영국과 일본,중국,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족적을 추적하는 특집을 마련했다.특별취재팀은 영국의 런던·브리스틀,일본 고베,중국의 상하이·다롄·뤼순·리양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 등 주역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유적지를 탐사했다.특히 중국·러시아 지역 취재에는 양기탁 선생의 외증손이자 박은식 선생의 증손자인 본사 경제부 박지윤 기자가 합류해 의미를 더했다.신문 운영과 논조를 좌지우지한 양 거두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이 100년 뒤 서울신문 기자의 신분으로 선대의 족적을 찾아간 역사추적이었다. |런던·브리스틀 함혜리특파원|인구 80만에 이르는 영국 남서부의 항구도시 브리스틀.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40분 거리에 있는 브리스틀에서는 일찍부터 해상무역이 발달해 노예시장과 설탕 수입항으로 번성했다.지금은 대학도시로 유명하며 항공·건축·IT 등 영국의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도시로 꼽힌다. 어네스트 토머스 베델(한국명 배설)은 브리스틀에서 1872년 11월3일 태어나 일본 고베로 떠나기 전(1887년)까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그러나 15세에 가족과 함께 고베로 떠난 그가 37세에 서울에서 숨을 거두었기에 브리스틀에는 그에 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브리스틀 중앙도서관의 지역·가족사 자료실에서 그의 아버지(토머스 핸콕 베델)가 1872∼1888년 거주한 곳을 더듬어 보는 방법으로 배설이 산 집들을 찾아보았지만 주소가 불명확한 탓에 생가인 ‘어거튼 빌라’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출생신고서에는 배설이 어커튼 로드의 어거튼 빌라에서 태어났다고만 적혀있을 뿐 주소는 나와 있지 않다.브리스톨시 거주자 기록부에도 어거튼 빌라로만 적혀 있다. 어거튼 로드에 있는 124채의 집을 일일이 확인하고 오래 된 집 앞에서는 혹시나 하면서 문을 두드려 주인에게 물어보았지만 “어거튼 빌라는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5∼10세때 거주지인 ‘브롬프턴 빌라’의 위치도 버컬리 로드라고만 적혀 있어 역시 찾지 못했다.다행스럽게도 도일 직전까지 살던 타인 로드 20번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배설이 살던 세 곳의 거주지는 모두 브리스틀 시내 북서부의 호필트 지역에 있는데 이 일대는 오래 전부터 중산층의 주택가로 정평이 난 곳이다.배설은 10세부터 15세까지 타인 로드 20번지에 살았고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시청 옆의 머천트 벤처러스 스쿨 고등부 과학 과정에서 수학했다. 1595년 브리스틀 머천트벤처러스협회가 설립한 이 학교는 영국 최초의 상업·기술 교육기관으로 웨스트잉글랜드대학(UWE)의 모체가 됐다.배설이 다니던 당시의 학교 건물은 4층 높이의 빨간 벽돌 건물로 종합기술대학·상과대학이 차례차례 캠퍼스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쓰이지 않고 방치돼 있다. 배설의 손녀인 수잔(49)과 손자 토머스(46)를 만난 곳은 런던 북부의 에지웨어 지역에 있는 하트랜드 클로즈 3번지.이 집은 수잔이 어머니(배설의 며느리 도로시·2002년 작고)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영국 중산층 주택답게 아담하고 깔끔하다.현관 오른쪽에 활짝 핀 보랏빛 무궁화가 눈길을 끈다.수잔은 할머니 마리 게일(1873∼1965)을 “무척 강인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경보시스템 전문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는 토머스는 “할아버지는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끝까지 투쟁한 용감한 영국인이었다.”면서 “언론의 정도를 걷다 젊은 목숨을 바친 할아버지의 뜻이 살아 남아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lotus@seoul.co.kr |고베 이춘규특파원|도쿄에서 신칸센 고속열차를 타고 고베로 향했다.배설 선생의 16년간 일본생활의 발자취를 단 하나라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사전 취재를 통해 그가 고베시의 사단법인 고베스포츠·사교클럽,약칭 KRAC의 사무국장을 역임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게 유일한 단서였다.KRAC는 1870년 국제교류 확대를 위해 40여명의 외국인 회원으로 출범한 국제사교모임이었다. 고베에 도착해 배설이 살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외국인 집단거주지인,고베항이 눈아래 보이는 언덕 위의 이인관(異人館·외국인집)지역을 찾았다.그러나 선생의 자취는 찾지 못했다.만나는 시민·당국자 누구도 배설을 몰랐다.결혼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사진관도 지금은 없었다. 오후에 KRAC를 찾아갔을 때도 “모른다.”는 대답만 들었다.설상가상 취재에 응하기로 사전 약속한 직원도 급한 일로 자리를 비웠다.대신 히라다 아키토시 사무국장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어쩌면 전화위복이었다.히라다 국장은 배설을 모르며,클럽에서도 선생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기록은 전쟁때 모두 소실됐다고 되풀이했다.대표들의 이름 정도만 남아있다는 것이었다.낙담이 컸다.하지만 히라다 국장이 안내한 2층 ‘바’ 벽면에 색바랜,100년 넘은 사진 몇장을 보고 “이 사진들의 원본은 있을 것 아닌가.”라고 물은 게 시작이었다.잠시 후 히라다 국장은 “너무 낡아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누더기가 된 사진첩 3권을 가져왔다.사진 제목과 깨알만한 주인공 이름을 일일이 대조해 나갔다.그런데 수백장의 사진 중에 하나에서 ‘E.T.Bethell’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사진 속 얼굴은 배설과 일치했다.1897년에 선생이 속한 고베선발 축구팀이 요코하마선발과의 연례 ‘항구도시간 친선축구’에서 4대0으로 이겼다는 내용도 있었다. taein@seoul.co.kr ■ 특별취재팀 ●영국(런던·브리스틀) 함혜리 특파원 ●일본(고베) 이춘규 특파원 ●중국·러시아(상하이·다롄·리양·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 노주석 이언탁 박지윤 특파원˝
  • 英 현대미술대표작 100여점 전소

    |런던 연합|영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던 주요 작가들의 대표작 100여점이 예술품 창고에서 발생한 초대형 화재로 잿더미가 됐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26일 예술품 전문 보관창고인 ‘모마트’에서 24일 발생해 이틀째 계속된 화재로 세계적 현대 미술품 컬렉터 찰스 사치의 소장품들이 전소됐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국 현대 미술사의 최대 비극”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모마트 예술품 창고에는 트레이시 에민,채프먼 형제,데미언 허스트,사라 루카스,게리 흄 등 1980년대 이후 혜성같이 등장해 영국 현대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창조했던 작가들의 대표작들이 대량으로 보관돼 있었다. 찰스 사치의 대변인은 “화재 현장에서 터너상에 빛나는 에민의 ‘텐트-내가 잠자리를 같이 했던 사람들 1963∼1995’ 등이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피해 규모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사치는 큰 충격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마트 창고는 찰스 사치 이외에 내셔널 갤러리,테이트 모든,테이트 브리튼 등 영국 유명 박물관들이 소장한 현대 미술품들을 보관해 왔다. 헤이스팅스는 영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이른바 ‘젊은 영국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비롯해 다양한 미술품들이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 술따라 맛따라-금산 ‘인삼주’

    인삼은 오래전부터 쓰여온 고급 약재다.그래서 인삼주도 인삼 재배와 함께 자연스럽게 빚어마셨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삼주 하면 소주에 인삼을 통째로 넣어 오랫동안 우려낸 술을 떠올리게 마련이다.하지만 이는 편리함 때문에 익숙해진 방법일 뿐이다.전통적인 인삼주 빚기는 발효를 이용하는 것이다. 16세기 실학자였던 서유구가 지은 ‘임원십육지’ 제5권에 보면 인삼주를 ‘찹쌀,누룩,물,인삼으로 빚은 약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이로 미루어볼 때 이미 16세기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선 인삼주를 빚어 마셨음을 짐작할 수 있다.다만 인삼은 예나 지금이나 고급 약재이기 때문에,서민층보다는 양반층에서 즐겼을 것으로 보인다. 인삼발효주는 현재 충남 금산군 금성편 파초리에서 김창수(55)씨가 빚고 있다.충남도 무형문화재(19호)로 지정돼 있는 금산인삼주 제조기능 보유자인 그는 사육신중 한 사람인 김문기의 후손.김문기 공이 김씨의 18대조다. 김문기 공은 지금의 금산읍 상옥리 자택에서 처음 인삼주를 빚어,대대로 집안 제사와 결혼 등 잔치에 가양주로 사용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6·25때 집안 족보 등 모든 문건이 소실돼,가양주 내력이 잊혀졌던 것을 김씨가 우연한 기회에 숙모님으로부터 집안의 인삼주 이야기를 듣고 재현에 나서 성공했다고 한다. “‘18세 되던 해 김령 김씨 집안에 시집을 오니 시가에서 인삼주를 빚어 제사와 명절에 쓰고 있었다.’고 숙모님이 말씀하시더군요.이후 1972년 양조장을 사들여 막걸리를 생산하면서 인삼주 재현에 나섰지요.빈약한 문헌을 바탕으로 제조와 시험에 들어갔는데,실패를 거듭하다가 8년만에 제대로된 인삼주를 빚게 되었습니다.” 김씨는 그동안 체계화한 양조법으로 인삼주를 생산해 금산지방의 ‘칠백의총 추향제’,‘금산 인삼제’ 등 각종 행사에 주류를 제공하고 있다.지난 2000년엔 아셈 회의에서 건배주로 사용돼 주목을 끌기도 했다. 발효 인삼주와 소주에 인삼을 넣은 인삼주와의 차이는 무얼까.김씨는 “소주에 인삼을 통째로,또는 썰어서 넣어 우려내면 인삼의 향 및 좋은 성분과 함께 몸에 해로운 불순물이나 섬유질까지도 술에 섞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조금만 과음하면 숙취 때문에 두통이 오기 마련이라고.하지만 발효 인삼주는 발효 및 여과 과정에서 불순물은 제거되고,섬유질도 걸러져 숙취가 전혀 없다고 한다. 김씨가 술을 담글 때 넣는 인삼은 4,5년근.6년근을 쓰면 더 좋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4,5년근도 맛과 향기면에서 6년근과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인삼은 쌀 대비 6.5%의 비율로 쓴다.인삼의 향과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수년간의 노력끝에 얻어낸 김씨만의 ‘황금비율’이다. 인삼주는 고두밥과 누룩가루에 인삼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이때 인삼은 수삼을 톱밥처럼 분쇄해 쓴다.통째로 쓰면 발효가 되기 전에 썩어버리기 때문이다.또 수삼을 써야 향이 가장 좋다고 한다.빚은 술은 실내 온도 20도 정도에서 40일 정도 발효돼야 익는다. 김씨는 이렇게 빚은 13도의 인삼 약주와 함께 43도의 인삼 증류주도 생산한다.약주는 식당 등 업소에,증류주는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에 주로 나간다.대부분의 민속주가 명절 선물용으로 90% 이상 나가는 통에 평상시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반면,금산인삼주는 업소용 비중이 절반을 넘어 계절을 덜 탄다고. “금산인삼주뿐만 아니라 민속주는 명절이 아닌 평상시 즐기는 술이라야 합니다.위스키나 맥주를 찾는 사람중 10분의1이라도 전통 소주나 약주를 찾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 따라 빚어 보세요 재료:밀누룩,찹쌀,인삼 1.찹쌀 1말로 고두밥을 짓는다.고두밥을 찔 때 바닥에 솔잎을 깔면 술에서 은은한 솔향이 난다. 2.고두밥을 식혀 누룩가루 3되,인삼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섞은 뒤,물 12ℓ를 부어 잘 젓는다.누룩은 통밀을 빻아 띄운 것을 사용하고 인삼은 4,5년근을 톱밥처럼 분쇄해 쓴다. 3.20도 정도의 실내에서 약 20일간 1차 발효시킨다.이때 항아리는 삼베보자기로 덮어둔다. 4.1차 발효가 끝나면 항아리를 완전히 밀봉해 40일가량 2차 발효시킨다.다 익은 술은 항아리 안쪽으로 골이 지면서 테가 생기는데,이때 술을 떠내거나 보자기 등을 이용해 짜내야 한다.약주 10ℓ 정도가 생산된다. 5.증류 인삼주를 만들려면 증류기를 이용해 약주를 증류하면 된다.증류 초기엔 60도 이상의 술이 나오다가 마지막엔 19도 정도의 소주가 나오는데,이를 적당히 섞어 40도 정도로 맞춘다. 글 금산 임창용기자 sdragon@˝
  • 근대기상 100년 어제와 25일

    25일은 우리나라에서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날.1904년 3월 일본에 의해 부산과 목포 인천 용암포 원산 등 5곳에 관측소가 설치됐고,같은달 25일 목포관측소가 처음으로 기상관측을 실시한 것이 우리나라 근대 기상의 첫기록으로 남아 있다. 1907년 2월1일 대한제국이 농상공부 소관으로 측후소 관제를 제정·공포했으나,1910년 8월 대한제국의 기상업무는 막을 내리고 조선총독부관측소로 옮겨진다.일제시대에는 일본의 대륙 진출을 위한 항공기용 상층기류 관측이 주요 업무였다. 해방 직후인 45년 9월 군정청 문교부 기상국장 겸 국립중앙관상대가 설립됐고 이듬해에 국제기상전보식에 따라 독자적인 기상업무가 개시됐다.한국전쟁 직후 90일간 국립중앙관상대 본대의 업무가 중지된 데 이어 인천상륙작전 때는 연합군의 함포사격으로 국립중앙관상대가 전소돼 각종 기상 통계자료가 소실됐다. 민간항공에 대한 기상지원 업무는 59년 11월 김포국제공항관측소의 신설로 시작됐다.정부 출범 당시 문교부 산하였던 국립중앙관상대는 62년 7월 교통부,67년 7월 과학기술처로 소속이 바뀐다.명칭도 국립 중앙관상대에서 63년 2월 중앙관상대로 개칭됐다. 1939년 9월부터는 기상관측자료를 전보로 송수신하기 시작했고,77년 한국전기통신공사의 회선을 전용으로 대여받아 직통전화망을 구성했다. 82년 1월1일자로 중앙관상대가 중앙기상대로 이름을 바꿨다.80년 최초로 정지기상위성(GMS) 수신장비를 도입해 기상장비 현대화를 추진했고,예보분야에서는 광역위주에서 벗어나 시·군 단위의 71개 구역으로 세분한 육상국지 예보를 실시했다. 중앙기상대는 90년 12월 기상청으로 승격했다.94년에는 전국 400곳에 집중호우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96년에는 기상정보의 인터넷서비스가 시작됐고,99년에는 슈퍼컴 NEC SX-5가 도입돼 예보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2002년 3월 최악의 황사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황사특보업무가 기상청으로 일원화했다.안명환 기상청장은 “100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라면서 “근대 기상 100주년을 맞아 국민에게 한발 더 가까이 가는 기상서비스를 실천,국민이 만족하는 예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
  • 속초 산불… 주민 6800명 긴급대피

    1996년,2000년 대형 산불을 겪었던 강원도 속초·강릉·고성지역에 또다시 산불이 잇따라 수십채의 집이 불에 타고 수천명의 주민들이 대피했다.처음 산불이 난 곳은 속초시 노학동 국립공원 설악산 인근 청대산 중턱으로,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속초시 조양동 일대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 주택 밀집지역을 덮쳤다.이 불로 이재민 118명이 발생하고,주택 등 64채와 도심주변 야산 10㏊가 소실됐다.아파트 밀집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6800여명이 한때 긴급 대피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10일 오후 1시22분쯤 속초시 노학동 청대산 변전소 인근에서 고압선 절단에 의한 전기불꽃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했다.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송전선이 아닌 배전선이 끊어졌으며 화재가 발생한 뒤 단선됐다고 주장했다.불길은 순간 초속 28m의 강한 바람을 타고 설악산 국립공원 경계지점인 청대산을 넘어 발화지점에서 7∼8㎞ 떨어진 조양동·대포동 일대 해안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번졌다.오후 5시쯤 가랑비가 내리면서 큰 불길이 잡혔다.동해안 일대에는 이날 폭풍경보와 함께 강풍경보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불길이 번지자 속초시는 가두방송을 통해 긴급 대피방송을 하면서 부영·성우·주공 등 아파트 밀집지역 주민 6800여명을 인근 조양·청대초교,조양동사무소 등으로 대피시켰다.주민들은 주택가로 날아드는 연기 속에 대피하느라 심한 고통을 겪었다.속초상고와 조양·청대초교는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 3500여명을 집으로 돌려 보냈다. 불이 나자 속초소방서와 속초시청 공무원 등 유관기관 5547명이 헬기 17대와 소방차 53대,군장비 등을 긴급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강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다행히 낮시간에 산불이 발생,바람이 해변 쪽으로 불어 국립공원 설악산 쪽으로는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9분쯤에는 고성군 간성읍 금수리 고성산 인근 고성경찰서 뒷산에서도 산불이 발생,금수리 주민 30여가구가 긴급 대피했다.오후 6시32분쯤에는 강릉시 사천면 속칭 구라미마을 뒷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했으나 40여분만에 진화됐다. 속초 조한종 김효섭기자 bell21@˝
  • 제주 산방산에 불

    제주도 산방산에 불이나 천연기념물 제376호로 지정된 암벽 희귀식물지대가 소실될 위기에 있다.. 18일 오후 3시40분쯤 제주도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중턱에서 발생한 불이 암벽을 타고 정상부로 번지고 있으나 밤이 깊어 속수무책인 상태다.불이 나자 남제주군 공무원,소방대원,경찰,군인,주민 등 1380여명과 소방차 등 장비 22대,펌프 200대가 동원돼 진화작업에 나서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소나무 임지의 불은 1시간여 만에 일단 진압했다. 그러나 10여일째 이어진 건조한 날씨 속에 바닷바람을 타고 50∼100여m 높이의 암벽지대로 옮겨진 불씨는 동서로 계속 번지며 희귀 식물지대를 삼키고 있으나 산의 경사가 워낙 급한데다 어둠까지 짙어 진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산방산 인근의 사찰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다 발생한 것으로 보고 사찰 관계자를 대상으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귀포 김영주기자 chejukyj@˝
  • '臟器복제’ 난치병 치료길 열어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胚芽)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동물 난자나 인간의 냉동 수정란이 사용돼 환자 치료때 바이러스 감염 및 면역 거부반응이 있어왔다.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복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암,당뇨,파킨슨씨병,치매,뇌졸중,관절염 등 각종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새 장이 열렸다.그러나 인간 복제로 이어질 소지도 있어 윤리적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황우석(수의대)·문신용(의대) 교수팀은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핵이식을 통해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12일 발표했다. ‘복제기술의 꽃’으로 불리는 인간간(間) 핵이식 기법은 여성의 난자에서 일단 핵을 제거한 뒤 환자의 체세포를 이식,장기 배양을 통해 배아 줄기세포로 키운 뒤 환자의 몸에 재이식하는 기술이다.배아 줄기세포는 근육이나 신경,심장 등 어떤 조직으로도 분화가 가능해 환자가 필요로 하는 장기를 얻어낼 수 있다. 종전에도 외국 연구팀에 의한 인간간 핵이식이 성공한 적이 있으나 초기 세포분열 단계(8세포기)에서 발육이 멈춰,배아 줄기세포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국내 연구팀은 배아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필수단계인 ‘배반포’(64세포기 이상)까지 발육시키는데 성공했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이병천 교수는 “난자의 핵을 바로 떼내지 않고 핵 옆에 구멍을 뚫어 밀어내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난자에 손상을 덜 줄 수 있었다.”면서 “이것이 배반포 단계로까지 발육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 비결”이라고 설명했다.동물 난자와 달리 인간 난자는 쉽게 파열돼 핵을 떼내는 것 자체도 고난도 기술을 요구한다.연세대 의대 박국인 교수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인간 배아 줄기세포 생산에 성공함으로써 난치병 치료에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성과가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는 “배아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필요한 조직으로 자유자재로 분화시킬 수 있는 기술 진전이 필요하다.”면서 “한사람의 여성에게서 한 달에 10∼15개밖에 배출되지 않는 미수정 난자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도 과제”라고 지적했다.여성의 동의가 필수적이다.이번 연구에는 자발적으로 실험에 참여한 여성 16명의 정상난자 242개가 사용됐다.실험을 주도한 황우석 교수는 “동물복제 경험에 비춰볼 때,뇌수종증 등 치명적 장기결손 사례가 적지 않았다.”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간복제’ 논란도 시빗거리다.연구팀은 세계 각국의 윤리규정을 참고해 인간복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연구방침을 세운 뒤 순수 ‘치료용 복제’ 수준까지만 연구를 진행했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치료 목적의 배아 복제가 생식 목적의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논쟁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실험과정에서 수많은 난자가 훼손되거나 소실된다는 점도 윤리논쟁을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는 연구용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체세포 배아복제를 허용하고 있다. ●배아 줄기세포란 뼈나 혈액,심장 등 구체적인 장기로 자라기 직전의 수정 초기단계의 세포다.기술만 확보되면 시험관에서 사람에게 필요한 조직으로 얼마든지 배양시킬 수 있다. 심재억 안미현기자 hyun@˝
  • 관록이냐 패기냐/새달 2일 NFL ‘슈퍼볼’

    관록과 패기가 정면 충돌한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결정전인 제38회 슈퍼볼은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관록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가공할 공격력을 갖춘 패기의 캐롤라이나 팬서스의 한판 대결로 판가름난다.두 팀의 ‘빅뱅’은 다음달 2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릴라이언트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두 팀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강호 뉴잉글랜드-새별 캐롤라이나 대결 아메리칸콘퍼런스(AFC) 챔피언 뉴잉글랜드는 전통의 강호.지난 1960년 창단돼 올 시즌을 포함,통산 네 차례나 슈퍼볼에 진출했다.정상에 오른 것은 36회 슈퍼볼(2002년 2월)이 유일하다.창단 후 우승까지 무려 42년이 걸린 셈이다. 뉴잉글랜드는 80년대부터 기지개를 켰다.86년(20회)과 97년(31회)에 슈퍼볼에 진출,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강호로 자리매김했다.특히 올 시즌엔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정규리그 14승2패로 전체 최고승률(.875)을 올렸고,콘퍼런스 결승전까지 14연승을 내달렸다. 뉴잉글랜드는 90년에는 1승15패의 최악의 성적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 탈의실에서 여기자에 대한 성추문 사건이 발생해 팀 이미지에 막대한 손상을 입기도 했다.그러나 96년 콘퍼런스 결승전에 오르면서 부활에 성공했다.뉴잉글랜의 힘은 철벽수비에 바탕을 둔다.올 시즌 정규리그 16경기에서 총 238점을 실점,한 경기 평균 14.9점으로 NFL 32개팀 가운데 최소실점을 기록했다.홈경기 평균실점도 5.1점으로 역시 최소.상대에게 완봉패를 안긴 것도 세 차례나 된다.‘거미줄 수비’로 대변되는 든든한 방어막을 바탕으로 한 역습 능력도 돋보인다. ●쿼터백 브래디-델롬의 맞대결도 볼거리 쿼터백 톰 브래디로부터 시작되는 공격은 다른 팀에 견줘 전혀 손색이 없다.특히 브래디는 2002년(36회) 슈퍼볼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최우수선수로(MVP)로 뽑혔고,다시 한번 영광을 꿈꾸고 있다. 95년 창단된 캐롤라이나는 첫 슈퍼볼 진출로 분위기가 고조돼 있다.내친 김에 정상까지 오르겠다며 결전의 날만 기다린다.96년 시즌에 콘퍼런스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 최고의 성적.이후 바닥권을 맴돌았다.2001년 정규리그 1승15패,2002년 정규리그 7승9패로 2년 연속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쿼터백 제이크 델롬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송곳 패스가 돋보인다.공격은 스티븐 데이비스,수비는 신예 리키 매닝이 핵.특히 매닝은 필라델피아 이글스와의 콘퍼런스 결승전에서 상대 쿼터백의 패스를 세 차례나 가로채 NFC 챔프전 개인 최단 가로채기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뉴잉글랜드에 조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역대 세 차례나 슈퍼볼에 오른 경험이 있고,공수 짜임새에서도 한발 앞선다는 것. 그러나 캐롤라이나가 정신력에서 앞서고 부담없이 달려들 가능성이 높아 승부가 쉽게 가려지지는 않을 듯하다.그리고 단판승부로 정상이 가려지는 만큼 경기 당일 컨디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석기자 pjs@
  • 부안 시위대·경찰 격렬 충돌

    핵폐기장 백지화를 요구하는 전북 부안군 주민들이 19일 쇠파이프와 삼지창을 휘두르고 화염병과 ‘젓갈탄’을 던지며 부안군청 점거를 시도하며 밤 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주민들은 이에 앞서 서해안고속도로를 1시간20분 동안 점거해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기도 했다. ●낮엔 고속도로 점거 주민 70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부안수협 앞에 모여 집회를 가진 뒤 4시쯤 3㎞ 떨어진 서해안고속도로 부안나들목 점거를 위해 몰려갔다.이들은 경찰이 진입로를 막자 돌을 던지고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맞섰다.경찰은 3000여명의 경력을 동원,고속도로를 미리 차단했지만 오후 4시35분쯤 시위대에 밀려 고속도로를 점거당했다. 집회참가 주민 가운데 3000여명은 서해안고속도로 상·하행선을 모두 점거하고 연좌농성을 벌이다 5시 50분쯤 자진 해산했다.그러나 일부는 고속도로 옆 논두렁 곳곳에 불을 질러 시커먼 연기가 치솟기도 했다.이 때문에 고속도로 상·하행선은 차량들이 1∼2㎞나 꼬리를 물고 늘어서는 등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부안읍내 연기로 뒤덮여 고속도로를 점거했던 주민들은 오후 7시쯤 다시 부안읍 부안수협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벌인 뒤 8시 40분부터 군청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오후 9시50분쯤 군청에 도착한 시위대는 경찰진입을 막기 위해 폐타이어 수십개를 불태우고 LP가스통에 불을 붙이고 시너를 넣은 비닐봉지를 경찰에 던지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부안읍내가 매캐한 연기로 뒤덮였다. 가스통이 터지면서 폭발음으로 인근 상가 유리창이 파손되기도 했다.500여명의 시위대는 쇠파이프와 삼지창을 휘두르고 젓갈이 든 병과 화염병을 던졌다.또 집회방송용 차량으로 전경들을 밀어붙이며 군청 진입을 시도하다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의 채증을 방해하기 위해 주민들이 시위지역의 가로등 전선을 끊어 정전이 되자 경찰이 조명차를 앞세우고 시위진압을 벌였다.시위대 일부는 축협과 예술회관 앞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경찰과 주민 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자정까지 이어진 이날 시위로 군청 청소차량 5대와 예술회관 차량 7대가 불타고 예술회관내 청소년문화관 실내 100여평이 소실됐다.경찰은 집회에 참가한 주민들에게서 공기총 1정,쇠스랑 20개,쇠파이프 20개,화염병 등 시위용품을 대거 압수했다. ●고총리 “연내 주민투표 가능” 핵반대 대책위 공동대표로 정부측과의 협상에 나섰던 김인경 원불교 교무는 이날 오후 2시 부안수협 앞 집회에서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만큼 힘으로 핵폐기장을 백지화 시키자.”고 말했다.부안군의회 최서권 의원도 투쟁결의문 낭독을 통해 “핵폐기장이 백지화될 때까지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불법·폭력시위가 발생하면 그 시위의 주체와는 진행중이던 협상도 중단하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여 부안주민들의 이번 불법·폭력시위가 앞으로 정부와 부안군민들간의 원전센터 협상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전주권광역상수도 1단계사업 준공식 참석차 전주시를 방문한 고건 국무총리도 “주민투표여부는 시한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투표방법,절차 등이 문제”라며 “정부와 부안주민이 합의하면 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고 연내에 못하라는 법이 없다.”고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부안 임송학 남기창기자 shlim@
  • ‘호남의 소금강’ 순창 강천산

    ●빨갛게… 노랗게… 오색향연 절정 남녘에 단풍이 절정이다.빨갛게,노랗게 물든 산엔 능선마다 인산인해.새파란 하늘을 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이들의 뺨에도 발그스름하게 단풍이 피었다. 지난 주말엔 엄청난 단풍행렬 때문에,산엔 발도 못디디고 차를 돌린 사람이 꽤 있다고 하니,이번 주 단풍나들이 계획을 잡았다면 일찌감치 서둘러 집을 나서야겠다. 또 사람에 치이기 십상인 유명 산보다 숨어 있는 단풍 명소를 찾아보면 어떨까.전북 순창의 강천산을 다녀왔다.깊은 계곡과 맑은 물,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곳.인근 내장산의 명성에 가려 그 진면목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단풍 명산이다. 강천산(剛泉山·583.7m).이름 그대로 단단한 바위와 물이 많은 산이다.1981년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높지 않지만 주계곡인 강천계곡 양편으로 선녀계곡,원등골,분통골 등 10여개의 청정계곡을 품고 있고 병풍바위,용바위,비룡폭포 등 구석구석 비경을 갖췄다. 산행은 주차장부터 시작된다.계곡과 봉우리가워낙 많아 등산코스가 다양한데,대략 5개 코스가 있다.이중 짧으면서도 아기자기한 강천산의 비경을 두루 구경할 수 있는 병풍바위∼강천사∼구름다리∼신선봉 코스(5㎞)를 택했다.좀 더 긴 산행을 원하면 신선봉에서 하산하지 말고 선녀봉과 산성을 거쳐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11㎞)를 잡으면 된다. ●구석구석 비경 품은 그림같은 바위산 매표소를 지나 강천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비포장이지만 차량이 드나들 정도로 넓고 평탄하다.길가와 계곡은 온통 단풍 일색.불타는 듯 계곡을 물들인 애기단풍 아래로 투명한 계류가 노래하듯 정겨운 소리를 내며 흐른다. 매표소에서 10분쯤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있고,절벽 아래로 물줄기가 하얗게 부서지며 떨어진다.도저히 폭포가 있을 수 없는 곳인데….공원 관리직원인 듯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인공폭포란다.계곡물을 호스를 통해 모터로 끌어올려 암벽 꼭대기에서 물을 뿌려대는 것이라고. 폭포 아래는 자그마한 단풍나무 공원.마침 아침 햇살을 받아 일곱 색깔 무지개를 그리며 떨어지는 물줄기와 어우러진 단풍이 비단처럼 곱다. 계곡을 따라 30여분쯤 더 올라가니 강천사가 나온다.강천산이란 이름을 있게한 천년 고찰.풍수지리설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한다.한때 12개의 암자와 500여명의 수도승을 거느린 거찰이었으나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완전소실되었다가 1961년 이후 대웅전과 관음전,선방,보광전,객사 등의 건물이 복원됐다.전란 와중에도 불타지 않은 강천사 석탑만이 고찰의 흔적을 말해준다. 강천산은 산세가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형상이라고 해 원래 이름이 용천산(龍泉山)이었고,절 이름도 용천사였다고 한다.이후 조선 선조 때 학자 송익필이 절에 머물면서 ‘宿 剛泉寺’란 제목의 시를 지으면서 강천사로 불렸고,산 이름도 강천산이 되었다고 한다. ●길이 75m·높이 50m 구름다리 아찔 강천사를 지나 계곡 오른쪽으로 난 가파른 길을 10분 정도 오르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구름다리)가 나온다.길이 75m,높이 50m의 용접 철교다.다리 밑을 내려다보니 마치 번지점프대에 선 듯 아찔하다.멀리 계곡을 따라 길게 펼쳐진 단풍숲이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다. 현수교를 건너 전망대가 있는 신선봉꼭대기까지는 불과 500m 정도.하지만 온통 바위투성이라 발을 내디디기가 힘들다.노약자라면 30분 정도는 고생을 각오해아 할 것 같다. 신선봉(425m) 정상의 전망대에 오르니 지금까지 올라온 계곡과 맞은편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산자락 아래,반쯤 물든 단풍숲 가운데 강천사가 그림같이 자리잡고 있다. ●강천 제2호수·금성산성도 볼 만 현수교 입구에서 아래 계곡으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좀 더 시간을 내 강천제2호수와 금성산성까지 가보기로 했다.현수교 아래에서 계곡을 따라 20분쯤 가니 댐이 앞을 가로막는다.강천제2호수다.강천산 입구에 있는 강천호의 담수 조절을 위해 계곡 상류에 협곡을 막아 조성한 저수지.물이 가득 차면 저수지를 둘러싼 단풍숲이 수면에 비친 풍광이 황홀할 정도라고 한다.그러나 막상 댐에 올라서니 물이 거의 바닥을 적시는 정도다.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댐 한쪽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30분쯤 가니 금성산성이 나온다.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이 산성은 삼한시대에 축조되었다고 전해지며,이후 파괴와 개축이 반복됐다.특히 갑오농민전쟁 당시 농민군과 관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며,이때 동헌,민가 등이 모두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 순창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수도권에선 호남고속도로 정읍IC∼29번 국도∼21번 국도∼793번 지방도∼강천산 주차장,호남·영남권에선 88고속도로 순창IC~24번 국도∼793번 지방도∼강천산 주차장 코스를 따라가면 된다.주차장 이용료는 2500원(산 입장료 1000원 별도).서울 강남터미널에서 순창행 고속버스가 하루 6회 출발하며,광주·전주·남원에서 각각 20∼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순창읍내에선 정읍행 군내버스(20분 소요)를 타거나,택시(8000원 정도)를 이용하면 된다.강천산군립공원 관리사무소(063-650-1533). ●숙박 강천산 인근에 강천각여관(063-652-9920),구룡파크장(063-652-6767) 등 여관이 10여 군데 있다.일행이 많으면 콘도형 객실을 갖춘 강천산 휴양농원(063-652-2552)이 편리하다.요금은 5만∼6만원.주말에 방이 없으면 순창읍내 여관을 이용하면 된다. ●순창고추장 마을 검붉은 색깔에 알싸한 감칠맛이 나는 순창고추장.고려 말 이성계가 스승인 무학대사가 기거하는 순창을 찾았다가 한 농가에서 낸 고추장 맛을 못잊어 조선 개국후 진상토록 해 유명해졌다고 한다. 강천산을 나와 793번 도로를 타고 10분 정도 순창읍 방향으로 가다보면 ‘순창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이 나온다.마을 입구엔 관광객들을 위한 널찍한 주차장이 있고,주차장 한편에 널린 메줏가루 냄새가 코를 찌른다.바둑판처럼 정리된 포장도로,지붕에 기와만 얹은 몰개성의 건물들,저마다 원조를 내세우는 간판들.서정적 전통 마을을 그렸던 기대와 달리 지나치게 상업화된 모습이 실망스럽다.고추장 마을에선 전통고추장 전시판매장(063-653-4333)을 비롯,50여개의 집에서 고추장 및 고추장을 이용해 만든 장아찌류 등을 판매한다. 식후경 강천산 주차장 아래 식당과 상가들이 늘어서 있는데,그중 충장로식당(063-652-5388)의 백반이 비교적싸면서 먹을 만하다. 취나물을 비롯한 각종 산나물 무침과 야채 겉절이,꽁치구이 등 생선구이와 조림,도토리묵 무침,각종 김치류,청국장 등 밥과 함께 나오는 반찬 가짓수만 무려 25가지.음식값은 6000원. 가짓수가 많지만 허투루 만들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산나물은 강천산 인근에서 봄에 난 것을 말린 묵나물을 쓰고 도토리묵도 마찬가지.야채 몇가지를 썰어 함께 무친 도토리묵은 새콤하면서 싱싱해 특히 젓가락이 자주 간다. 순창고추장 맛을 보고 싶으면 대접을 달라고 해 나물무침과 야채 겉절이 몇가지를 밥에 얹어 고추장으로 비벼먹으면 된다.나물과 김치,야채 겉절이 종류가 워낙 다양해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고기류를 먹고 싶으면 좀 멀지만 담양쪽으로 가보자.강천산 주차장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담양 대나무골테마공원 주변에 떡갈비 전문 음식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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