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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2人의 영남잠룡’들 ‘盧心전파’ 본격 기지개

    ‘노심(盧心)의 향배는’ 여권내 친노세력의 보폭이 넓어지면서 영남후보론의 당사자인 김혁규·김두관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이 본격 활동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들은 여권내 다른 후보군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을 안고 가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고 있어 이들의 동선이 노심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당내 통합신당파에 ‘전당대회에서 선택받자.’고 경고를 보낸 것도 노심이 두 영남후보를 중심으로 작동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김혁규,“당 해체…통합 주도세력이 문제” 김혁규 의원은 1일 기자와 만나 김근태 당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등의 통합신당론과 친노진영의 ‘당 개조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 의원은 통합신당을 위한 주도세력의 문제를 거론하며 “국민의 불신을 받는 정치인들이 통합신당을 주도하면 결과적으로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고, 정계개편의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민주당’ 중심의 통합 논의를 거세게 비판하며 “정치권뿐 아니라 정당 밖의 유능한 인사를 대거 영입해 새 틀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득권을 버리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수 없다.”면서 “‘정동영+김근태+민주당’과 같은 형태로 해서는 외부인이 들어올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진행해야 한다는 친노계의 ‘당 개조론’도 도마에 올렸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이미 여러 차례 선거에서 국민에게 파산 선고를 받았다.”고 잘라 말한 뒤 “당을 해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결정하자.’는 친노계의 주장에는 동의했다. 당의 진로는 일찍 결론을 내는 게 좋기 때문에 정기국회가 끝나면 1월에라도 전대를 실시,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당 일각의 ‘노무현 배제론’에는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하고, 대통령이 중심축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대통령이 탈당한다고 해서 지지기반이 복원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김두관,“창당정신 강화…참여정부 정신 살려야” 또다른 ‘영남 잠룡’인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개혁당과 자치연대를 전신으로 한 참정연 출신으로 노사모 등 참여정부의 정통 지지세력과 가깝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당내 정계개편 논란과 관련,“창당정신인 전국·정책 정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내 통합신당론에 “호남정신과의 통합이 아니라 지역주의 회귀로 가자는 것”이라며 단호히 반대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과도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 참여정부가 정책에서 실패한 면은 있어도 정신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창당원칙을 지키면서, 예정된 일정대로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정계개편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며 조기전대론이나 통합신당을 위한 수임기구 구성론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여당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 신기남 전 당의장과 장영달 의원 등과 회동, 공통분모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민주개혁세력 진화론’과 ‘민부강국(民富强國)론’을 정계개편과 대권도전의 메시지로 내걸었다.‘개혁진화론’은 탈지역주의와 사회경제 민주화가 이론적 배경이다. 구혜영 황장석기자 koohy@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我心如秤 아심여칭

    아심여칭(我心如秤)이란 말이 있다. 저울처럼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모든 일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정치가 제갈량의 고사에서 유래됐다. 제갈량이 지은 ‘잡언(雜言)’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내 마음은 저울과 같아서 사람들의 옳고 그름이나 공과에 대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공정하게 처리한다(我心如秤 不能爲人作輕重).” 참여정부의 인사문제로 또 나라가 시끄럽다. 야당은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의 외교통상부 장관 임명을 놓고 여전히 전방위 공세를 펴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송 실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인류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미국”이라느니 “유엔에 우리 운명을 맡기면 운명을 포기하는 것”이라느니 하는 따위의 말을 했다. 일국의 외교를 우이잡다시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말치곤 정말 무책임하고 명백하게 ‘부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한 말실수라면 실수대로 소신이라면 소신대로 ‘문제적’ 발언이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이 정부의 오기인사·회전문인사의 병통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 실장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발군의 능력을 가진 외교관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제제다사(濟濟多士)라 했다. 강호엔 훌륭한 선비도 많고 재주있는 일꾼도 많다. 굳이 ‘코드’에 맞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하석상대(下石上臺)’ 인사를 하려 하기 때문에 인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인사권자가 갖춰야 할 덕목에 아심여칭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을까. jmkim@seoul.co.kr
  • [데스크시각] 공직 떠날때 몸가짐/박정현 정치부 차장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요즘처럼 공무원 되기가 어려운 적은 없는 것 같다.10만명 가까운 수험생이 몰려든 지난달 서울시 공무원 선발시험은 경쟁이 아니라 취업전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하다. 하위직 공무원은 이런 시험만 거치면 되지만, 고위 공무원이 되려면 아예 유리상자 안에 들어간다는 맘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재산·병역 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도덕한 방법으로 땅을 사뒀거나, 논문을 베꼈기라도 했다면 고관이 되겠다는 꿈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그러고도 장관급 후보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가서 전문지식이나 철학 등을 검증받는 절차를 겪어야 한다. 시대는 갈수록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어렵사리 자리에 오른 고관들 가운데 말 한마디 잘못해서 공직을 떠났거나, 떠날 위기에 처했던 이들이 숱하다. 최근에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신도시 발언으로 인천 검단지역은 투기광풍에다 해약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소신이라고 보기에는 서투르기 짝이 없었고, 말 실수라고 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겪은 혼란은 너무 컸다. 성급한 발언으로 그는 한때 교체 검토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고위 공직자의 말은 재직 시에도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지만 그만둘 때나 그만두고 나서도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오곤 한다. 방위사업청 이용철 차장은 지난주에 사의를 표시하면서 사업청에 근무하는 현역 장교들의 인사과정에서 법적 인사권자인 각군 총장과 마찰을 겪은 데 대한 책임을 이유로 들었다. 얼핏 책임있는 공직자의 자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공직자의 태도다. 이런저런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찾아가 건의를 했어야 옳았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그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진언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리는 없을 게다. 그는 공직을 그만두는 이유를 A4용지 8장 분량의 ‘사직인사’에 남기고 훌쩍 사의를 던졌다. 그가 사직의 변을 늘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배경에 억측이 끊이지 않는다. 사의를 표시한 방법에 석연치 않은 점이 계속 억측을 확대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날 불쑥 그만두겠다고 하면서, 문제점을 언론에 공개하면 진의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국민을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게다.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도 얼마전 홀연히 사표를 집어던지고 고속버스를 타고 표표히 지방으로 내려갔던 일이 있다. 사표방식이 희한했기에 뒷말 또한 한동안 무성했다. 하위직 공무원이면 몰라도 장관급 고위공무원으로서는 적절치 못한 방식이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나 정태인 동북아시대위원회 비서관 같은 이가 보여준 태도도 마찬가지다. 공직을 떠나고 나서 언론에 나서 정부의 정책을 공개 비판하는 방법은 고위공직을 맡았던 이로서는 적절치 못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의 언론 인터뷰도 물의를 빚고 있다.‘간첩단’ 사건의 외압설 등에 대해 그가 발언한 진위 여부를 떠나서 언론을 통한 그의 발언은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면 대통령을 만나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방법을 건의했어야 했다. 공직자가 공직을 그만둘 때의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열두번째 항목인 ‘해관(解官)’편에서 설명하고 있다. 다산은 공직자가 그만둘 즈음에 입조심을 들지는 않았지만 고위공직자는 공직을 떠나고 나서도 공개적인 발언에 조심해야 할 것이다.‘해관의 침묵’이라고나 할까. 어렵게 공직에 발을 들여놓고도 그만둘 때는 내 마음대로라는 식으로 불쑥 사표를 내거나, 발언을 하는 것은 고위공직자의 태도가 아니다. 박정현 정치부 차장 jhpark@seoul.co.kr
  • 윤영석 강북구 의회 의장 “14명 모두가 의장”

    윤영석 강북구 의회 의장 “14명 모두가 의장”

    강북구 의회는 실천하는 의회다. 말로만 구민복지를 논하지 않는다.“뭐든지 피부에 와 닿도록 현장에서 뛰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윤 의장의 자신감은 의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비롯됐다. 자신을 포함한 14명의 의원 모두가 소외계층을 위해 발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4명의 의원 각자가 의장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의원들이 하나로 뭉친 성과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윤 의장은 “월급에서 조금씩 떼서 매달 독거노인을 위한 후원금으로 보태고 있는데, 의원들이 단합이 잘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부터는 직접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의원들이 조를 짜 매주 돌아가면서 현장에서 불우이웃의 손발이 되고 있다. 윤 의장은 “실제 봉사활동을 나가 보자는 의견이 모여 시작하게 됐다.”면서 “현장에 나가 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도 느끼게 되고 복지에 대한 고민도 더 깊이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5기 의회는 참신과 관록이 조화를 이루고, 의원 구성도 어느 때보다 조화롭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의회 구성을 보면, 임원진의 당적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으로 골고루 포진돼 있다. 게다가 부의장과 위원장 3명의 남녀 비율도 2대2로 딱 맞아떨어진다. 윤 의장은 “의원 14명 중 9명이 초선인데, 위원장 3명이 모두 초선”이라며 “참신성을 위해 새롭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의 참신성으로 활기를 더하고, 현장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윤 의장은 특히나 의회의 과제로 공약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선거 때의 공약사항을 모아서 각 분과마다 배당했다.”면서 “예산이 수반돼야 가능한 일들이지만 주민과의 약속이 이뤄지도록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5기에서는 각 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면서 “주민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간첩왔다고 포용실패 아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31일 통일부 국정감사는 ‘간첩단 사건’과 민주노동당 의원의 방북 허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작심한 듯 거침없는 답변으로 소신을 피력,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가정보원이 민노당 방북에 반대했는데도 통일부가 승인한 이유를 캐물었다. 김무성 의원은 “민노당이 남북 정당교류를 하겠다고 방북한 조선사회민주당은 조선노동당 중심의 1당 독재를 숨기기 위해서 만든 가짜 당”이라면서 “간첩단 사건이 터졌고, 국정원이 불허 의견을 냈음에도 가짜 정당과의 교류에 의의를 두고 민노당의 방북을 허가해준 통일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진 의원은 “지난주에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가 신청한 방북은 법률적인 하자가 없었음에도 한반도 정세를 이유로 불허했다.”면서 “그런데 왜 이번 민노당 방북은 승인했는가. 만일 문제라도 생기면 장관이 책임을 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갑 의원도 “방북 신청시 국가보안사범, 실정법 위반자에게 그냥 남북교류라는 차원에서 마구 승인을 해 준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진영 의원은 “지난해부터 올 9월까지 법무부가 38건 368명에 대해 방북 불허 의견을 통일부에 제시했지만, 통일부는 이중 205명에게 방북을 허가했다.”면서 “법무부의 부적합 판정에도 대부분 방북 허가를 해준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반면 여당은 간첩단 사건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며, 대북 포용 정책과는 바로 연결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은 “핵실험이 있었다고 그간의 모든 포용정책의 공과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성 의원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북핵 폐기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서라도 남북 정상회담이 시급하게 개최돼야 한다는 의견이 76.9%나 나왔다.”며 초당적으로 여야 대표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장관은 “국정원이 방북을 불허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은 맞지만, 방북단 가운데 (간첩단 활동)혐의가 있는 사람을 알려 달라는 통일부의 요구에는 답이 없었다.”면서 “민노당이 (간첩단 사건에)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거부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종일관 자신있는 태도로 답변했다. 이 장관은 답변 도중 한나라당 의원이 말을 끊으면 “아직 답변이 안 끝났다. 더 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간첩이 왔다고 해서 포용정책이 실패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동맹국 간에도 간첩은 오간다. 포용정책으로 (간첩의) 숫자가 줄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하층민도 佛국민” 긴장감속 평화행진

    ●“경찰도 희생자다” 오후 2시부터 100여명의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방화는 그만’ 회원들과 이들의 취지에 동참하려는 청년들이다. 녹색당원,‘반(反)자유주의’ 블록을 형성한 급진 좌파 멤버 등도 참가했다. 차도르를 쓴 라피카 방게라(21)에게 소감을 물었다.“전국 어디서나 반응이 좋아 힘들지 않았다. 주택·고용·불평등·차별 등 대도시 빈민가의 문제점은 똑같았다.” 해맑은 미소와 소신에 찬 대답. 이 파리지앵의 얼굴 어디에도 ‘소요 재발’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옆에는 모하메드 메시마시 회장이 기자들에게 에워싸여 질문 공세를 받고 있었다. 기자도 잠시 끼어들어 결사체를 만든 배경,‘프랑스 장정’에서 느낀 점 등을 물어봤다. “몽펠리에·그르노블·리옹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돌았다. 어디서나 지난해 파리 외곽지역의 소요 사태가 잠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그러나 폭력적 방법은 반대한다. 경찰도 희생자 아닌가.” 미국 억양의 한 기자가 순회 목적을 물었다.“차를 불태우기보다는 현명한 대안을 찾고 싶었다. 일시적 방안이 아니라 본질적 해법을…. 지도자 그룹은 우리가 전국을 누비며 담은 2만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윽고 2시30분이 되자 시위대가 대오를 정비했다. 대형 오디오를 실은 트럭에 오른 사회자가 외쳤다.“전진합시다.” 약간의 긴장감 속에 시위대는 첫 발을 내디뎠다. 전위대열은 어깨를 겯었다. 그 뒤를 ‘가장 위대한 정당은 국민’ 등의 플래카드를 든 회원들이 따라갔다. 시위대는 사회자의 구호 제창에 따라 “자유·평등·박애, 모두 연대를….”을 연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대 규모는 늘어났다. 어림잡아 300명은 넘었다.●“교육·노동의 평등한 기회를 원한다” 오후 4시. 갑자기 몇명이 대열에서 뛰쳐 나갔다. 기자를 비롯, 몇몇 취재진도 뛰어갔다.“무슨 일일까.” 알고 보니 이들은 협회의 대표단으로 상원에 ‘2만 청원서’를 전달하러 가는 길이었다. 안도의 숨을 돌리고 있는데 저 멀리 시위대가 보였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시위는 이어졌다. 거리의 시민들도 환영했다. 사회자가 다시 외쳤다.“하층민도 프랑스 국민이란 걸 보여줍시다.‘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합시다. 진격하자…진격하자….” 선동적 가사가 비장한 멜로디를 타고 울려 퍼졌다. 시위대는 끝까지 질서정연했다.1시간이 더 흘렀을까. 폴리스 라인이 보였다.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시위대는 정리에 나섰다.“우리가 준비한 청원서는 협회 대표들이 상·하원에 전달했다. 이제 집회를 마치고 차분하게 집으로 돌아갑시다.”(나중에 신문을 보니 상원은 청원서를 접수했지만 하원은 국회의장인 장 루이 드브레가 거부했다. 대신 협회 대표들은 4개 정당 대표들을 만났다.) 귀가를 준비하는 한 회원에게 “올해 소요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던데?”라고 넌지시 물었다. 피해 의식 때문일까. 이브라힘(22)은 “성은 밝히지 말라.”며 “이번 행사로 교외지역 젊은이들의 뜻이 전달됐고 상황도 차분하기에 소요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경찰이 우리를 ‘악(mal)’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미워하는 건 경찰이 아니라 그들의 관행이다. 우리는 교육과 노동의 기회를 원할 뿐이다.”●파리 교외서 버스 방화 잇따라 한편 이날 밤 이후 두 건의 버스방화가 잇따라 당국을 긴장시켰다. 지난 22일 방화에 이어 세번째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쯤 파리 서쪽 낭테르에서 청소년 6∼10명이 버스를 세운 뒤 인화성 액체가 담긴 병을 던졌다. 승객 10여명은 대피했다. 다음날 새벽엔 파리 동쪽 교외 바뇰에서 흉기를 들고 복면을 한 청소년 10여명이 승객들을 하차시킨 뒤 버스를 근처로 몰고 가 불을 질렀다.vielee@seoul.co.kr
  • [오늘의 눈] 고질민원에 시달리는 구청장

    “걸핏하면 집무실을 박차고 들어오는 민원인 때문에 일상업무를 처리하기 힘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26일 광주시 A구청장의 푸념 섞인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상전인 ‘주민’을 박대했다간 갖가지 험담과 모함에 시달리기 일쑤이다. 구청장들이 겪는 고질민원 가운데 으뜸은 불법 주정차 단속과 관련된 것.B구청장은 “‘딱지’를 떼인 주민이 찾아와 생떼를 쓰거나 막말을 하는 상황에 이골이 났다.”고 털어놨다. 설득을 거듭 해도 먹히지 않아 과태료 4만원을 대납해 준 경우도 많단다. 실제 최근 한 주민은 불법 주정차 단속에 항의하기 위해 휘발유병을 들고 한 구청장실을 찾았다. 그는 실랑이 끝에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런 소동은 보도가 되지 않을 뿐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현상이다. 어느 기초자치단체나 사정은 비슷하다. 이 때문인지 광주시(광산구 제외) 견인차량 대수는 2002년 7만대에서 지난해 3만 9000여대로 감소했다. 스티커 발부건수도 지난해 15만 6374건으로 전년보다 5%나 줄었다. C구청장은 요즘 ‘노인요양병원’ 건립을 놓고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공사장을 한달째 점거하고 있다. 구청장을 향해 인신모독에 가까운 험담도 내뱉고 있다. 그는 “표현하기에 낯뜨거운 각종 욕설을 들을 땐 구청장을 당장 그만두고 싶다.”고 전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도를 넘는’ 행위가 행정의 일선에 선 자치단체장의 ‘집행능력’을 무력화시킬 지경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기초질서·청소·보건복지·환경 등 모든 민생분야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다음 선거를 의식한 민선 자치단체장의 무소신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주민들의 지나친 행동에 대해 맞대응할까 망설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포기하게 된다.”고 한 자치단체장은 말한다.11년을 훌쩍 넘긴 지방자치제가 완전히 뿌리내리기엔 아직도 멀었다는 씁쓸함이 느껴진다.cbchoi@seoul.co.kr
  • 소요사태 1년 앞둔 프랑스 가두시위 동행기

    소요사태 1년 앞둔 프랑스 가두시위 동행기

    |파리 이종수특파원|“자유·평등·박애, 모두 연대를….” “프랑스 만세! 공화국 만세!” 파리 소요사태 1주년을 이틀 앞둔 25일(현지시간) 오후 2시30분.300여명의 파리 빈민가 청년들이 파리 14구 당페르 로슈로 광장에서 거리 시위에 나섰다. 목적지는 프랑스 상원과 하원이었다. 주최자는 ‘방화는 그만(A.C.LEFEU:원뜻은 ‘자유·평등·박애, 모두 연대를…협회’인데 약자를 발음하면 ‘방화는 그만’이란 뜻)’ 회원들. 이들의 손에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프랑스 12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받은 2만명의 서명이 담겨 있었다. 이 협회는 지난해 소요 사태의 발원지인 클리시 수 부아 지역 청년들이 ‘악몽’이 끝난 직후인 11월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고자 만든 결사체다. 이날 가두시위는 협회 회원 70여명이 두 대의 미니버스로 ‘프랑스 장정’을 실시하면서 담은 생생한 민심을 정치인들에게 전달하는 행사였다. ●“경찰도 희생자다” 오후 2시부터 100여명의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방화는 그만’ 회원들과 이들의 취지에 동참하려는 청년들이다. 녹색당원,‘반(反)자유주의’ 블록을 형성한 급진 좌파 멤버 등도 참가했다. 차도르를 쓴 라피카 방게라(21)에게 소감을 물었다.“전국 어디서나 반응이 좋아 힘들지 않았다. 주택·고용·불평등·차별 등 대도시 빈민가의 문제점은 똑같았다.” 해맑은 미소와 소신에 찬 대답. 이 파리지앵의 얼굴 어디에도 ‘소요 재발’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옆에는 모하메드 메시마시 회장이 기자들에게 에워싸여 질문 공세를 받고 있었다. 기자도 잠시 끼어들어 결사체를 만든 배경,‘프랑스 장정’에서 느낀 점 등을 물어봤다. “몽펠리에·그르노블·리옹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돌았다. 어디서나 지난해 파리 외곽지역의 소요 사태가 잠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그러나 폭력적 방법은 반대한다. 경찰도 희생자 아닌가.” 미국 억양의 한 기자가 순회 목적을 물었다.“차를 불태우기보다는 현명한 대안을 찾고 싶었다. 일시적 방안이 아니라 본질적 해법을…. 지도자 그룹은 우리가 전국을 누비며 담은 2만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윽고 2시30분이 되자 시위대가 대오를 정비했다. 대형 오디오를 실은 트럭에 오른 사회자가 외쳤다.“전진합시다.” 약간의 긴장감 속에 시위대는 첫 발을 내디뎠다. 전위대열은 어깨를 겯었다. 그 뒤를 ‘가장 위대한 정당은 국민’ 등의 플래카드를 든 회원들이 따라갔다. 시위대는 사회자의 구호 제창에 따라 “자유·평등·박애, 모두 연대를….”을 연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대 규모는 늘어났다. 어림잡아 300명은 넘었다. ●“교육·노동의 평등한 기회를 원한다” 오후 4시. 갑자기 몇명이 대열에서 뛰쳐 나갔다. 기자를 비롯, 몇몇 취재진도 뛰어갔다.“무슨 일일까.” 알고 보니 이들은 협회의 대표단으로 상원에 ‘2만 청원서’를 전달하러 가는 길이었다. 안도의 숨을 돌리고 있는데 저 멀리 시위대가 보였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시위는 이어졌다. 거리의 시민들도 환영했다. 사회자가 다시 외쳤다.“하층민도 프랑스 국민이란 걸 보여줍시다.‘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합시다. 진격하자…진격하자….” 선동적 가사가 비장한 멜로디를 타고 울려 퍼졌다. 시위대는 끝까지 질서정연했다.1시간이 더 흘렀을까. 폴리스 라인이 보였다.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시위대는 정리에 나섰다.“우리가 준비한 청원서는 협회 대표들이 상·하원에 전달했다. 이제 집회를 마치고 차분하게 집으로 돌아갑시다.”(나중에 신문을 보니 상원은 청원서를 접수했지만 하원은 국회의장인 장 루이 드브레가 거부했다. 대신 협회 대표들은 4개 정당 대표들을 만났다.) 귀가를 준비하는 한 회원에게 “올해 소요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던데?”라고 넌지시 물었다. 피해 의식 때문일까. 이브라힘(22)은 “성은 밝히지 말라.”며 “이번 행사로 교외지역 젊은이들의 뜻이 전달됐고 상황도 차분하기에 소요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경찰이 우리를 ‘악(mal)’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미워하는 건 경찰이 아니라 그들의 관행이다. 우리는 교육과 노동의 기회를 원할 뿐이다.” ●파리 교외서 버스 방화 잇따라 한편 이날 밤 이후 두 건의 버스방화가 잇따라 당국을 긴장시켰다. 지난 22일 방화에 이어 세번째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쯤 파리 서쪽 낭테르에서 청소년 6∼10명이 버스를 세운 뒤 인화성 액체가 담긴 병을 던졌다. 승객 10여명은 대피했다. 다음날 새벽엔 파리 동쪽 교외 바뇰에서 흉기를 들고 복면을 한 청소년 10여명이 승객들을 하차시킨 뒤 버스를 근처로 몰고 가 불을 질렀다. vielee@seoul.co.kr
  • “민주당 재도약 알리는 횃불 될 것”

    민주당 채일병(59·해남·진도) 국회의원 당선자는 25일 “민주당 재도약을 알리는 횃불이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꺼져 가는 민주당의 불씨를 살리는 데 한몫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채 당선자는 “최후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친 박양수, 설철호 후보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승자의 여유’를 내보였다.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이유에 대해서는 “지역의 낙후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희망찬 해남·진도 건설 계획을 수립, 실천하라는 군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선거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잦은 선거로 서로 반목하고 분열돼 있는 주민들을 상대로 소신을 밝히며 지지를 호소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채 당선자는 해남 출신으로 광주일고, 국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행정고시에 합격해 행정자치부 소청심사위원 등을 거쳐 참여정부에서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냈다. 현 대불대 석좌교수.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자녀교육 고민’ 부모가 함께 풀어요

    ‘자녀교육 고민’ 부모가 함께 풀어요

    ‘우리 아이가 문제인가. 내가 문제인가.’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갖고 있는 고민 가운데 하나가 자녀와의 갈등이다. 예전에는 부모 말이라면 잘 듣던 아이들도 반항하기 시작하고, 대화를 해도 겉도는 얘기 뿐이다. 특히 각 가정마다 자녀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양육 경험이 없는 부모들의 가슴앓이는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른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부모들이 공부하는 것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아∼그래.” 지난 11일 오전 서울 방이동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4층의 한 강의실. 어머니 90여명이 빼곡히 앉아 강사의 유도에 따라 “아∼그래.”를 연습하고 있었다.“엄마, 나 대학 안갈래.”,(멈칫거리다가)“아∼그래.”,“엄마 학교 그만두고 검정고시 볼까봐.”,(다시 주춤하다가)“아∼그래.” 강사가 던진 얘기에 부모들은 머뭇거리면서도 어색한 듯 “아∼그래.”를 연발했다. 한 엄마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인 듯 입을 좀처럼 열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강의는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가 마련한 ‘제13회 좋은부모학교’ 강의 두번째 시간.‘소신있는 부모, 꿈을 키우는 자녀’라는 큰 주제 아래 ‘마음의 문을 여는 사랑의 대화법’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 이날 강의에 나선 유수정 강사는 일단 자녀의 얘기를 말하는 그대로 받아줄 것을 강조했다.“연습이 필요합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일단 아이의 생각을 받아줘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대화의 기본은 대화가 통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강사의 말에 엄마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받아 적었다. 수강생은 20대 초반 초보 엄마에서부터 고교생 자녀를 둔 40대 엄마까지 다양했다. 엄마들은 강의 도중, 마치 자기 아이의 문제인 것처럼 진지하게 강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좋은부모학교는 한국지역사회협의회가 마련한 말 그대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학교다. 지난달 27일 개강한 뒤 매주 수요일 오전 이 곳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연다. 대부분 자녀를 둔 엄마들이 평소 고민하면서 끙끙 앓는 문제들이다. 모두 8차례 강의로 이뤄지는 좋은부모 학교는 자녀와의 대화법을 비롯해 자녀의 삶과 교육, 비판적 사고 기르는 법, 진로지도 방법, 자녀의 성격유형 파악하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참가비는 5만원. 협의회 회원은 3만원으로 수강료도 싼 편이다. 좋은부모 학교에 참가한 유영주(41)씨는 “평소 관심이 있었지만 자녀교육의 다양한 부분을 배우기 어려웠는데 좋은부모 학교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좋은부모 학교는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가 마련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부모에게 약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10개의 과정이 준비돼 있다. 부모·자녀의 대화법을 비롯해 자녀 교육관 정립, 자녀 학습 도와주기, 자녀 진로지도, 감성지수(EQ) 개발, 성 교육, 양성평등의식 교육, 건강한 가정을 위한 자기 혁신 프로젝트, 성공한 부모들의 7가지 습관, 글쓰기·독서지도 등이다. 모두 5∼6주씩 매주 세 차례 강의가 이뤄지며 앉아서 듣는 강의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 얘기도 털어놓으면서 토론하고 해결책을 서로 나누는 워크숍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강으로는 좋은부모 학교를 비롯해 신학기 학부모 강좌, 예절교육, 아버지·어머니학교, 부부학교, 좋은아버지 교실 등 가정 내 갈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강좌가 마련돼 있다. 정규강좌나 특강 모두 수강료는 1시간에 5000원 정도로 싸다. 신학기 학부모 강좌의 경우 학교에서 새 학기에 학부모들을 위한 강의를 요청하면 전문 강사가 원하는 주제로 강의를 해준다. 자녀 문제로 함께 고민하다 보니 아예 부모끼리 공부 모임을 만들어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좋은부모 학습동아리와 자녀함께 키우기 모임이 대표적이다. 모두 정규 강강좌나 특강을 들은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것들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만나서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고 함께 경험과 해결책을 찾는다. 좋은부모 학습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자(64)씨는 “부모 공부라는 것이 체득하지 않으면 강의를 들은 뒤에는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부모 훈련을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자식들이 다 컸지만 후배 엄마들을 위한 봉사 차원에서 조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함께 키우기모임에서 활동 중인 박정희(51)씨는 “정규 강좌에서는 개인의 문제를 일일이 다 들어주기 어렵지만 이 모임에서는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면서 “얘기를 하다 보면 우리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고, 해결책을 찾는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자녀 문제가 생기면 아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부모교육을 받은 뒤로는 나부터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부모교육 홈페이지(www.bumocafe.net)에 들어가 각 지역별 지부로 연락하면 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새 틀 짜는 외교안보라인] 통일 이봉조·김하중·김형기 물망

    [새 틀 짜는 외교안보라인] 통일 이봉조·김하중·김형기 물망

    외교안보팀이 마침내 북핵실험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동안 야권의 교체 공세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던 청와대가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개편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당초 청와대는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차기 유엔 사무총장 당선에 따른 개각 요인만 채우는 선에서 인사를 준비해 왔던 터였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23일 윤광웅 국방부장관에 이어 24일 이종석 통일부장관까지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들의 사의를 모두 수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 참여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라인의 최대 개편을 위한 판짜기에 들어갔다. 외교·국방·통일부장관을 축으로 청와대 안보실장까지 한꺼번에 교체 대상에 올라있다. 국정원장의 교체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북핵실험 이전이 아닌, 이후를 대처하기 위한 포석이다. 반 외교부장관의 후임에는 송민순(외시 9회) 청와대 안보실장이 현재로선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명환(외시 7회) 외교부 1차관 기용설도 있다. 물론 송 실장의 기용이 보다 유력시되지만 변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송 실장을 곁에 두고 외교안보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길 바라는 탓이다. 따라서 송 실장을 대체할 적격의 인물이 떠오르지 않으면 송 실장은 자리를 옮기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송 실장이 장관으로 발탁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후임에는 윤 국방장관과 김하중 주중대사 등이 거명된다. 서주석 청와대 안보수석의 승진 가능성을 점치는 참모들도 없지 않다. 통일부장관에는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과 김하중 주중대사 등 관료 출신들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이 차관과 함께 김형기 통일부 전 차관과 신언상 현 차관도 물망에 오른다. 청와대 측은 ‘정치권과 학계’도 기용 범위에 넣고 있다. 때문에 열린우리당 배기선·문희상·신기남·임종석 의원, 당 고문인 이재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 정치권과 함께 제3의 인물 기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국방부장관에는 김종환(육사 25기) 전 합참의장과 이남신(23기) 전 합참의장의 양강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김장수(27기) 육군참모총장도 부상하고 있다. 권진호(19기) 전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하마평에 올랐다. 특히 ‘문민장관’ 기용 여부도 여전히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여야 대표와의 조찬 때 “전장에서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면서 “긴박한 상황을 정리한 뒤 부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국면전환용 개각이 없다.’는 평소 소신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북핵실험 이후 분명히 새로운 안보상황에 맞닥뜨렸다.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데다 정치적 논란을 확산시켰다. 기존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책임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외교안보 관련 부처들 사이에서는 대처방안에 대해 불협화음, 혼선마저 일어났다. 결국 노 대통령은 ‘긴박한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외교안보라인의 쇄신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차적으로 장관들의 사의 표명이 개각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야당) 정치공세가 상당히 강해 장관들이 원만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장관직을 더 수행하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 다른 개편 배경을 밝혔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오늘의 눈] 국방장관의 소신과 처신/김상연 정치부 기자

    “다음 정권에서 재협상을 할 수도 있느냐는 의문들이 있는데, 가능한가?” “자꾸 곤란한 질문을 하네….” 윤광웅 국방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 등 일각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협상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실망스러웠다. 환수작업의 총지휘자인 윤 장관에게선 이런 답이 나오기를 기대했다.“국가간 공식회담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뒤집는 것은 국가적 신의와 관련된 문제로 불가능한 일이다.” 윤 장관의 답변을 그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은, 이 정부 고위직을 누린 인물들이 정권 비판에 앞장서는 촌극이 요즘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이 이제 와 전작권 환수 비판에 열을 올리는 게 대표적 추태다. 환수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자기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하는 태도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는 몸을 사리다가 옷을 벗은 뒤 칼을 들이대는 면종복배(面從腹背)는 도저히 좋게 보아줄 수 없다. 더욱이 보신주의를 혐오하고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군 출신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환수 반대론의 자욱한 포연을 뚫고 이 지점까지 다다른 윤 장관은 그런 ‘무인같지 않은 무인’들과는 다르다고 믿고 싶다. 만일 환수 반대가 속마음이라면 지금이라도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고, 아니라면 보신에 연연하지 말고 역사의 평가에 감연히 맞서길 바란다. 그것이 무인의 길이다. 무인은 무인다울 때 가장 멋있고, 상대에게 두려움을 준다. 윤 장관이 무인다운 소신으로 무장할 때 반대론자들도 경외심을 가질 것이다. 고독하게 소신의 길을 걸어간 충무공을 새삼 그려본다. 해군 제독 출신인 윤 장관의 대선배는 이렇게 ‘혈변’(血辯)하지 않았나.“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김상연 정치부 기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혈연재벌/우득정 논설위원

    참여정부의 재벌정책 1라운드가 출자총액제한제와 재벌소유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이라면 2라운드는 순환출자 규제가 될 것 같다. 재계는 시장경제, 투자활성화 등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은 기업투명성 확보와 공정경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재벌의 존재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가 핵심 판단기준이다. 이런 가운데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그제 국정감사에서 재계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우리나라 재벌에는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한국형 재벌’의 정의를 내렸다. 외국의 대기업 집단과는 달리 기업총수 일가의 혈연에 기초한 기업집단이 한국의 재벌이라는 것이다. 취임 직후 출자총액제한제 등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췄던 강철규 전임 공정거래위원장의 시책에 “공정위의 주된 업무가 아니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권 위원장은 공정거래 관계법 최고 전문가임을 자임하면서 독과점 방지 등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규율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코드인사’가 아니어서 노무현 대통령이 불안해할 것 같아 소신껏 책임지고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진언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전임 위원장이 공언했던 출총제 연말 폐지가 앞당겨지리라는 관측이 대두됐다. 출총제 폐지와 투자활성화를 기치로 내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뉴딜’ 제안,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과감한 규제개혁, 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의 재계순회간담회 등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마침내 재벌정책에도 훈풍이 도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정 장관은 “출총제가 고통스럽다고 해서 폐지하는 마당에 그보다 더 고통을 주는 대안이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정위 TF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난기류를 서둘러 부인하곤 했다. 권 위원장은 한술 더 떠서 출총제가 폐지되더라도 대기업의 투자는 별로 늘지 않고 중소기업과 국민경제에 해악만 끼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았던 보고서나 참여연대의 주장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권 위원장의 논리처럼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는다고 재벌에 흐르는 ‘한국형 ’피까지 끊을 수 있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붉은지옥’ 다녀왔어요

    ‘붉은지옥’ 다녀왔어요

    납북되었던 KAL기 승객중 39명이 붉은 지옥 65일만에 다시 자유를 되찾았다. 악몽처럼 지긋지긋하던 공포의 65일을 지낸 귀환승객들은 입을 모아 북괴의 만행을 규탄했다. 낯선 연포비행장에 내린 KAL기 탑승객들은 곧 함흥시 교외 함곡역 대합실에 끌려 갔다. 저녁 7시까지 영하 20도의 강추위속에서 승객들은 불안·공포에 떨어야 했다. 7시가 조금 지나 처음으로 승객앞에서 공식으로 입을 연 것은 별 3개를 단 북괴군 장교.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25년간 떨어져 있다 만나니 반갑수다. 그렇게 시무룩하게만 있지말고 웃읍시다』하며 『귀한 손님이니 좋은「호텔」로 모시겠다』고 했다. 그 괴뢰군의 인솔 아래 승객들이 끌려간 곳은 함흥 역전의 어느 여관. 북괴군들은 승객을 한 사람에 한 방씩 따로 떼어놓더니 일절 서로의 접촉을 막았다. 승객들은 북한서의 첫날밤을 뜬 눈으로 새우고 다음날인 12일 하루도 꼬박 공포에 떨며 보냈다. 13일밤 12시쯤 북괴군들은 평양으로 간다면서 한 사람씩 방에서 끌어 내었다. 평양에 도착한 것은 14일 낮 12시쯤. 승객들은 대동강 여관과 평양 여관에 나누어 수용되었다. 식사가 끝나자 북괴군들은 최초의 신문을 시작, 『함흥에 처음 와서 어떻게 느꼈느냐?』『평양 경치가 어떠냐?』『남쪽 실정은 어떠냐?』는 등 15일까지 이틀동안 계속 승객들의 집, 가족 상황과 먼 친척까지 캐어묻고 교우관계, 재산, 출신성분, 현재의 성분 등을 철저히 조사했다. 계속 승객들은 격리 수용된 채 소위 교양강좌라는 것을 받았는데 교양강좌의 내용이라는게 판에 박은 듯 상투적인 거짓말투성이. 일례로 국군파월을 강제적인 것이라고 허위조작하는가 하면 김일성의 증조부가 옛날 대동강에 온 「셔먼」 호를 격퇴시켰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거짓말 일색. 이런 교양강좌 때 승객중에서 소신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 그 사람은 그 다음날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이번에 돌아오지 못한 승객의 대부분이 젊은 지식층인 것도 바로 이 때문. 귀환승객 가운데도 박명원(朴明源)여인 같은 이는 국군파월이 지원제라고 말하자 『당신은 정부의 앞잡이냐? 남편을 잡아와야 정신을 차리겠느냐』고 협박. 또 손호길(孫鎬吉)씨는 평양에 간 뒤 며칠 안되어 갑자기 일행중에서 없어졌다. 약 20일뒤 다시 돌아온 손씨는 『날 살려달라』면서 말도 제대로 못했다. 얼굴이 상한 것은 물론 말할 수 없는 병자가 되어 있었다. 손씨의 말을 따르면 북괴쪽은 『당신에겐 이상한 점이 있으니 고쳐주겠다』면서 끌고 가더니 약을 먹이고 전깃불이 번쩍 하더니 그만 정신을 잃었다는 것. 깨어보니 자신도 모르게 주사를 맞았는데 말도 제대로 못할 정신이상자가 되어 버렸다. 또 돌아오지 못한 황원(黃元) 기자는 정월 초하룻날 『가고파』를 선창했는데 며칠뒤 어디론지 사라졌다. 붉은 지옥 65일은 이래서 살아있다기보단 오히려 죽어 지내는 편이었다. 승객들은 거의가 매를 맞고 고문을 당했는데 승객들은 한 자리에 모이는 교양강좌 시간을 이용, 서로 쪽지를 교환하며 서로가 당한 사정 얘기를 나누었다. 괴뢰군들은 항상 승객들을 감시했기때문에 한시도 마음놓고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평양에 끌려온지 며칠뒤 TV를 보여주었는데 이 때 조종사 유병하(柳炳夏)씨와 부조종사 최석만(崔石滿)씨가 TV에 끌려나와 소위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사전조작에 의한 것임이 분명했다. 이 TV 기자회견 시청은 그 뒤 또 한 번 있었다. 65일 동안 마음대로 밖에 나가 볼 시간은 물론 한 번도 없었다. 기껏 보는 것이라야 북괴가 전시효과를 노려 만들어 놓은 평양시내의 이른바 혁명박물관, 예술관, 만경대, 농장등. 이런 곳들은 평양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전시효과를 노려 마련된 것. 이번 귀환승객 중 유일한 부부 송환자인 권오집(權五執) 씨의 부인 최돈숙(崔燉淑) 여인은 부모없이 서울에 남겨져 있는 4남매 생각에 신음도 전폐, 울기만 했다. 그러자 북괴 안내원들은 『왜 울고 불고 행패를 부리느냐?』면서 위협, 그러자 최여인은 지지않고 『난 여기서 안죽겠다. 자식이 있는 대한민국에 가서 죽겠다』고 강경히 버티어 욕을 먹으며 고초를 겪기도. 연금되어 있는 여관에서 담당 안내원들과 이론으로 따지고 들면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는 것이 공식. 이들이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귀환 하루 전인 13일 저녁. 북괴안내원들이 『내일이면 돌아간다』고 말했다. 14일 하오 개성을 거쳐 4시 44분 판문점에 도착, 자칫하면 못 건널 뻔했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거쳐 다시 자유대한의 품으로 돌아왔다. [선데이서울 70년 2월 22일호 제3권 8호 통권 제 73호]
  • [세계의 싱크탱크] (10)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세계의 싱크탱크] (10)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영국은 운전대를 맡긴 뒷자리 승객으로서 미국의 대(對) 테러정책에 협력해 왔다. 미국에 대한 종속적 동맹국의 지위를 선택한 것은 영국을 테러리스트들의 공격목표로 만든 위험한 정책이었다.’ 영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www.chathamhouse.org.uk)는 지난 해 여름 테러리즘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지원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55명의 사망자와 700여명의 부상자를 낸 7·7 런던테러가 발생한 지 11일 만에 나온 이 보고서는 영국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또 다른 테러나 다름없었다. 영국 정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모든 언론과 여론은 채텀하우스의 용기있는 지적에 박수를 보냈다. 영국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깊으며, 권위를 지닌 채텀하우스를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이다. |런던 함혜리특파원|런던 시내 버킹엄궁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세인트제임스 스퀘어 10번지.18세기초 지어진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 입구에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라고 적혀있다. 국제문제와 관련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싱크탱크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The Royal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RIIA가 대외적인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채텀하우스는 건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RIIA는 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짓기 위한 파리평화회의(1919년)의 영국측 대표단을 주축으로 해 1920년 영국국제문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연구소는 1926년 특별 헌장에 따라 ‘왕립(Royal)’의 칭호를 받으면서 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정부의 영향권을 벗어났다는 얘기는 국민의 세금을 가져다 쓰지 않으며, 따라서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독립성’은 채텀하우스가 다른 영미권 국가의 싱크탱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채텀하우스의 케이트 버넷 대외협력국장은 “채텀하우스가 오늘날까지 명성을 유지할 수 있고, 연구결과 등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독립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버넷 국장은 “정부는 물론 특정 정당이나 기업, 이익단체에 귀속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국제문제와 관련해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으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0여년간 채텀하우스는 어떻게 흔들림없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빅터 벌머-토머스 채텀하우스 소장은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명정대함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성공요인”이라고 강조하고 “객관적이고 수준높은 분석은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발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사고’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채텀하우스가 발간하는 다양한 분야의 보고서와 정기간행물, 단행본 출판물들은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제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날카로운 지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문성과 객관성을 겸비한 채텀하우스의 연구원들은 정치적이나 국제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들이 믿고 찾는 취재원이다. 이같은 명성은 하루아침에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케이트 버넷 대외협력국장은 “각종 연구 간행물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채텀하우스 내부에서 자체 심사를 철저하게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경우 개인적으로 보수·진보, 좌·우 등의 정치적인 소신을 가질 수 있지만 그가 채텀하우스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연구 결과물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 공명정대하고 수준높은 연구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은 내부 규율로 정해 놓은 ‘채텀하우스 룰(Rule)’이다.1927년 정해진 이 규율의 골자는 ‘채텀하우스에서 진행되는 모든 토론 내용은 정보로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발언자, 참가자의 이름은 물론 소속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보 공유와 투명성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재정적 자립 역시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 필수적인 조건이다. 채텀하우스는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된다. 세계적인 기업체들과 국제적 금융기관, 각국 대사관, 비정부기구 등이 주축을 이루는 260여개의 협력 회원들과 1500명에 이르는 개인회원들이 내는 연회비가 운영비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채텀하우스의 영향력과 권위는 협력회원의 면면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협력 회원들은 기여금 규모에 따라 주력, 보통, 일반의 3개로 나뉘는데 가장 많은 기여금을 내는 주력 협력회원의 경우 연회비가 1만 250파운드(1850만원)다.53개 주력 협력회원은 국적, 업종을 불문하고 쟁쟁한 멤버들뿐이다. 멤버가 되면 채텀하우스가 주관하는 연 200여개의 강연회, 콘퍼런스, 포럼 등에 참여할 수 있으며 매달 발간되는 뉴스레터 외에 월간 ‘월드투데이’, 격월간 ‘인터내셔널 어페어스’를 받을 수 있다.15만권의 장서와 300여종의 정기간행물이 비치된 고색창연한 도서실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채텀하우스의 멤버가 된다는 것 자체에 개인이나 기업들은 큰 자부심을 갖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채텀하우스의 연단에 서면 일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때문에 세계의 유명 지도자들이 외교 및 국제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정책구상을 밝힌 곳으로 유명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마하트마 간디, 윈스턴 처칠, 넬슨 만델라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 미 재무장관,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연설자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 가장 관심을 모았던 연사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3월31일 영국의 블랙번에서 열린 채텀하우스와 BBC 라디오가 공동 기획한 좌담프로 BBC 투데이에 출연했다. 대회장 밖에서 반전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열린 이 토론회 내내 라이스 장관은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녀는 70여명의 기자들과 200여명의 회원들 앞에서 결국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중대한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토로했다. 당연히 이 뉴스는 다음날 아침 모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토론회를 마치면서 또 다른 실토를 했다.“채텀하우스는 정말 놀라운 곳이다.” lotus@seoul.co.kr ■ 빅터 벌머-토머스 소장 “시의적절·가치중립적 연구결과 노력”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 채텀하우스의 빅터 벌머-토머스 소장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채텀하우스의 구성원들은 독립성과 중립성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면서 “세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의적절하고 가치중립적인 연구결과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연말 은퇴예정인 벌머-토머스 소장은 남아메리카 지역 전문가로 채텀하우스가 200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게 된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채텀하우스는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싱크탱크이다. 채텀하우스가 설립 이래 지금까지 줄곧 추진하는 일은. -우리는 많은 정부 관료들, 크고 작은 기업의 사업가들과 폭넓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국제사회의 주요 핵심 어젠다와 변화를 분석하고 탐구하는 것이 우리들의 주요 임무다. ▶채텀하우스가 영국 최고권위의 싱크탱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여러 분야에 걸쳐 정부관료, 기업계, 학계, 언론계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함께 손을 잡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기관으로서의 위치를 지키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조사 분석결과를 제공한다. 우리의 업무는 학문적으로 정밀하며 우리 구성원에게도 아주 가치있는 과제를 제시하기 때문에 결과물들은 언제나 학계나 정계, 그리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채텀하우스의 정치성향은.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다. 어떤 정부나 정치적 집단, 기업과도 이해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독립성은 싱크탱크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자 우리 채텀하우스의 구성원들이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중립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정부, 정당, 기업,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등과 언제나 좋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채텀하우스와 같은 싱크 탱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늘날 비즈니스 이슈들은 중요한 국제적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증대된 국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역할은 기업과 정부들이 이런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이해를 돕는데 있다.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 채텀하우스 뭘 다루나 |런던 함혜리특파원|채텀하우스는 세계적인 이슈들에 대해 정확한 분석과 전망,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것을 목표로 현재 10개의 연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 러시아 및 유라시아 등 6개 지역프로그램과 에너지 및 환경, 국제 경제, 국제 법규, 국제 안전 등 4개의 주제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진은 상근 연구스태프 25명과 겸임 연구원 100여명. 이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연구 저술활동 외에 브레인스토밍, 컨설팅 등 다양한 학술활동을 펼친다. 지역 분쟁, 에너지 연구, 지속가능한 발전 및 환경문제, 국제적인 경제이슈, 정치적 위기 평가, 방위 및 안전문제와 같은 독립적인 연구 이슈와 함께 여러가지 주제가 복합된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이민 문제, 테러리즘, 핵 이슈, 에이즈, 기후변화와 정책,NGO의 역할, 자원고갈과 공급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 이는 시대의 흐름을 신속하게 반영해 적절한 처방을 내놓기 위해서다. 지역 프로그램 가운데서 최근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분야는 아시아 프로그램이다. 아시아 프로그램의 팀장을 맡고 있는 가레트 프라이스 박사는 “최근 중국과 인도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인해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의 경제개혁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의문점에 해답을 제시하고, 이들 국가의 발전이 다른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프로그램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영국의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대개 파키스탄 출신이며 국제적인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연구그룹은 파키스탄의 정치·경제적 발전 외에 세계 언론에 집중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딜레마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아시아 프로그램에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와 관련한 토론그룹이 구성돼 있다. 한국 관련 토론그룹의 모임에서는 북핵과 관련한 한반도 긴장문제, 대미관계, 납치문제와 관련한 북·일관계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오는 19일 열리는 정기 토론모임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1기때 미국국제개발협력처 부관장을 지낸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 패트릭 크로닌 박사가 ‘한반도의 평화구제’에 대해 강연한다. 이어 25일에는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인 문정인 연세대교수가 한·미동맹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lotus@seoul.co.kr
  • 한·일정상회담 새달 9~12일중

    한·일정상회담 새달 9~12일중

    |도쿄 이춘규 특파원·서울 박홍기 기자|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다음달 9~12일 우리나라에서 열릴 전망이다. 청와대 당국자는 2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현재 아베 총리가 방한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대략 10월 중순,20일 이전을 염두에 두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추석 명절에 지장을 주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 아래 일본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담 성사를 위한 전제와 관련,“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그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일본 정부가 잘 알고 있다.”면서 “새 일본 총리가 왔다고 해서 입장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도통신·민영후지TV 등 일본 언론은 우리 추석명절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달 7일을 전후, 아베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하는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10개월여간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의 이유로 정상회담을 거부해온 한국이 아베 내각 발족을 계기로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자숙 요구를 계속하고 있어 정상회담을 재개해도 본격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새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소신 표명 연설을 통해 한국과 중국을 ‘중요한 이웃나라’로 규정하면서 “미래를 향해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단절된 한·중 양국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강력히 희망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북한 관계에 대해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정상화 협상이 없다.”고 단언하고 총리실에 자신이 직접 본부장을 맡는 ‘납치문제 대책본부’를 설치, 납치문제의 완전 해결에 주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세계와 아시아를 위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거론하면서 외교와 안보의 국가 전략을 신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총리실의 사령탑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총리실과 일선 성·청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또 총리실과 미 백악관간의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틀을 정비하는 한편 주일 미군의 재편도 착실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금지하고 있는 정부의 헌법 해석을 변경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hkpark@seoul.co.kr
  • 박근혜, 메르켈총리 6년만에 재회

    |베를린 박지연 특파원|유럽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8일(현지시간) 독일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났다. 그가 당 부총재 시절인 2000년 독일을 방문해 당시 야당인 기민당 당수였던 메르켈 총리와 처음 만난 뒤 6년 만에 재회한 것이다. 두 사람은 총리 집무실에서 면담을 갖고 메르켈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우파 개혁’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박 전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메르켈 총리가 ‘좋은 의미’의 개혁 정책을 펼쳐 가시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면서 “총리의 외교·경제 정책이 제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당이 추구한 노선과 같아 공감하는 바가 많았고, 메르켈 총리도 우리 두 사람이 공통점이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무엇보다 그동안은 미국과 다소 소원한 관계였던 독일이 친미 성향의 메르켈 취임 이후 ‘실리 외교’로 돌아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어가는 점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연합사 해체 등 현안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위 체제에 속해 있는 독일의 입장을 묻는 등 교감을 나눴다. 면담은 30분 정도로 짧았지만, 메르켈 총리가 독일 의회 연설 일정에다 아프간 파병연장동의안 국회 투표까지 겹쳐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흔쾌히 만남에 응한 것에 박 대표측은 의미를 부여했다. 두 사람이 그동안 서로 축하할 일이 생기면 편지를 주고받는 등 ‘우정’을 쌓아왔기에 면담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만남으로 기민당수를 거쳐 첫 여성 행정수반에 오른 메르켈 총리에 자신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내년 대선에서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포부를 내비치는 성과도 기대하는 듯하다. 한 측근은 “메르켈 총리가 총리직에 오르게 된 근원인 대연정이 깨질 위협을 느끼면서도 의연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이 과거 국보법·사학법 논란 때 반대 의견에도 끝까지 소신을 지킨 박 전 대표의 ‘고집’과 닮았다.”고 ‘해석’했다.anne02@seoul.co.kr
  • 취임1돌 곽결호 수자원공사 사장

    취임1돌 곽결호 수자원공사 사장

    한국수자원공사는 정부기관 평가에서 늘 1∼3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정받던 공기업이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꼴찌 수준으로 떨어져 기관경고까지 받았다. 물공급 전문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환경부장관에서 수자원공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곽결호(60)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대전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해 기관평가에서 꼴찌 점수를 받게된 사연부터 물었다. 곽 사장은 “장기간 CEO 부재, 노조의 윤리문제,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사기저하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굳이 치부를 숨기지 않았다. 수자원 개발·관리를 둘러싼 사회갈등을 치유하지 못하고 갈등을 야기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수자원 개발·관리, 물공급 독점 기업이라는 자만심으로 무사안일에 빠졌던 수공이 요즘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국민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강도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곽 사장은 취임 이후 조직부터 손댔다. 의례적인 조직개편이 아니라 확 뜯어고쳤다. 공급자 위주의 조직을 현장 중심의 서비스 기능으로 바꿨다. 필요없는 조직은 과감하게 메스를 댔다. 인사 관행도 뒤집었다. 주요 보직에는 직종에 따른 장벽을 없애고 개방형 공모를 통해 적임자를 앉혔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어리둥절하고 불만을 내비쳐 걱정했는데, 혁신 차원의 인사라는 점을 이해해줘 무리없이 단행할 수 있었다.”고 뒤돌아봤다. 공기업 경영의 방향에 대한 곽 사장의 소신은 뚜렷했다.“청렴과 혁신, 수익과 공공서비스, 보존과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직원들의 윤리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는 어느 기업 못지않게 엄격하다. 모든 직원은 청렴서약을 하고 만(萬)의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부조리를 막기 위해 전국 사무소마다 ‘청렴지키미’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문제를 일으켰던 인사비리 연루자 18명을 한꺼번에 중징계한 것은 유명하다. 곽 사장은 투명한 업무 처리와 고객중심의 경영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19.5%인 부채비율을 더 낮춘다는 계획이다. 모든 부서장과 ‘경영계약제’를 맺고 변화와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찾는 데 매달리고 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수공의 미래 모습을 담기 위해 지난 7월에는 열린토론회도 열었다. 수자원개발 수출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곽 사장은 최근 한명숙 국무총리를 수행, 중앙아시아 4개국을 방문해 물관리 기술 수출과 수자원 분야 협력을 다졌다. 캄보디아에는 우리 수자원 개발 기술을 그대로 전수키로 했다. 공기업의 보편적 서비스도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업이 지방 상수도 보급을 늘리는 일이다. 사업성만 따진다면 별볼일 없는 사업이지만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마을에도 깨끗한 상수도를 보급하자는 취지로 추진하는 역점사업이다. 충남 논산시를 비롯해 9개 지방자치단체가 수공에 상수도 사업을 맡겼다. 수공은 35개 지자체와 기본협약을 맺었다. 곽 사장은 “수돗물 서비스는 어디에 살든, 누구든지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수질과 시설이 열악한 지방 상수도 사업을 맡아 경영효율화와 수도산업의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구의 10.2%인 520만명 정도가 수돗물 혜택을 아직 받지 못한다.”면서 “‘사랑·희망·생명의 물’사업을 적극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물은 자연재해나 재난으로 물 부족을 겪는 주민을 위해 대형 급수차나 대형 병에 물을 담아 긴급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집중호우를 입은 강원지역에는 대청댐 수돗물병을 보내기도 했다. 희망의 물은 지하수를 먹는 초등·중·고등학교에 정수시설을 설치해주는 일이다. 현재 100개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2007년까지 500개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생명의 물은 식수원이 없는 외딴 섬 등에 해수 담수화시설을 맡아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물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곽 사장은 지난 여름 집중호우 때 가장 긴장했던 사람이다. 다목적 댐 관리를 맡고 있는 최고 책임자로서 며칠밤을 새웠다. 과학적 댐관리로 홍수 피해를 크게 줄였다. 민감한 사항이라서 그런지 구체적인 수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방향만큼은 확신에 차있다. 환경부장관 출신이지만 “한쪽의 주장을 고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발과 보전이 공존하는 수자원개발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 수요가 늘고 있는데 지표수 개발을 억제하면 결국 지하수 이용을 증가시켜 나중에 더 큰 환경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부족 주장과 관련,“수자원은 전기·통신·에너지처럼 전국 네트워크가 어려운 만큼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물 부족이 심각하지 않다는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강우량은 많지만 집중호우로 이용할 수 있는 물이 한정돼 언제나 물부족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댐을 짓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는 댐 건설에 대한 방향에 대해 “지역 실정에 맞는 친환경 중소형 규모 댐이어야 한다.”며 “대규모 댐은 환경파괴와 지역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원가 절감으로 물값을 안정시키는 일도 관심사다. 그는 “올해 상수도 요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묶어뒀다.”면서 “내년에도 기술개발과 댐 운영관리 혁신으로 값싼 양질의 수돗물을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전액 국고로 지원되던 광역 상수도건설 비용의 70%, 댐건설 보상비의 100%를 수공이 부담키로 했다. 곽 사장은 1973년 기술고시에 합격,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건설부 상하수도과장·국장, 환경부 수질보전국장·기획관리실장·차관·장관을 지낸 누구나 인정하는 ‘물 박사’이자 환경 전문가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곽결호 사장 프로필 ▲60세 ▲1974년 영남대 토목공학과 졸업 ▲1980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1998년 미국 컬럼비아대 환경공학 박사과정 ▲2002년 한양대 환경공학박사 ▲1973년 기술고시 9회 합격 ▲1976∼96년 건설교통부 상·하수도과장, 상하수도국장 ▲1996∼2003년 환경부 수질보전국장, 기획관리실장 ▲2003∼04년 환경부 차관 ▲2004∼05년 환경부 장관 ▲기술사 자격 4종(상하수도, 토목시공, 건설안전, 토목품질시험) 취득
  • 노대통령 “분양원가공개는 거역할수 없는 흐름”

    노대통령 “분양원가공개는 거역할수 없는 흐름”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첨예한 논란을 빚어온 아파트 분양원가의 공개 문제와 관련,“지금은 제가 분양원가 공개제를 반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믿고 있고, 많은 시민사회에서 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MBC ‘특집 100분 토론’에 출연,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뿐만 아니라 민간아파트까지 원가 공개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부터 모든 아파트 모든 평형에 대해 땅값 건축비 인건비 등 아파트의 세부적인 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내역도 공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여러 의견들이 엉켜 있기 때문에 ‘원가 공개에 대해 좀 신중하자.’고 (예전에는)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면서 “지금은 국민들이 제 생각과 달리 다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또 바라니까 그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6월9일 민노당 지도부 초청만찬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다.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 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 원가공개 반대는 경제계나 건설업계의 압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소신”이라며 열린우리당의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총선 공약을 반대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더라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면서 “만일에 개인 사업자들이 그런 제도하에서는 집을 못 짓겠다고 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 분야에서, 소위 주택공사라든지 토지공사라든지 이런 쪽에서 대대적 주택공급을 할 수 있는 그런 계획을 지금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민간 부문까지 세부적인 원가공개도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반대할 수 없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것 하라고 지시할 형편도 또한 아니다.”면서 “건교부와 경제보좌관실에서 좀 더 연구해서 최종적인 결론을 가져오면 그때 판단하겠지만, 가급적이면 많이 공개하는 쪽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홍기 주현진기자 hkpark@seoul.co.kr
  • 국세청장의 ‘당근과 채찍’

    “성실납부자는 대우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탈세는 범죄행위입니다. 국방의 의무는 엄격해 지키고 있지만 납세의 의무는 다소 온정주의에 치우친 점이 있습니다. 시정할 것입니다.” 전군표 국세청장이 26일 중소기업인들을 향해 ‘당근성 채찍’ 발언을 쏟아냈다.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강연회에서다. 그는 당근성 발언을 더 많이 했다. 성실납세자로 인정되면 5년간 세무조사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많아야 3년이었다. 기업으로서는 세무조사 면제는 적잖은 혜택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뒤에는 기업인이 있었다.”고 추켜세운 전 청장은 “납세자의 입장에서 세무조사에 임하는 ‘따뜻한 세정’을 펴겠다.”는 다짐도 했다. 고용창출에 앞장서는 기업에도 따뜻한 세정의 느낌이 가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도 곁들였다. 최근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 회의에서도 해외 현지기업들의 애로점을 듣기 위해 미국·중국 국세청장과의 별도 회담을 통해 기업을 위한 국세청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채찍도 빠뜨리지 않았다. 어눌한 말투지만 새겨듣기에 따라서는 뼈있는 말들이었다.“외국에는 성실납세자에 대한 예우가 없습니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바로 명예라고 생각합니다.”논란이 되고 있는 보유세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종합부동산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사회안전망을 보다 견실히 구축하고 우리 사회의 계층간 통합을 촉진한다면 우리 모두의 삶의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에둘러 말했다.“종부세는 우리 국민중 선택된 소수만이 부담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 사회 지도층이 ‘아름다운 되돌림’을 실천한다는 자긍심으로 승화될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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