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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준 정치비평] ‘친박 복당’ 문제의 실천적 해법

    [김형준 정치비평] ‘친박 복당’ 문제의 실천적 해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탈당한 친박 당선자들 복당 문제에 승부수를 던졌다.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 “당권을 위한 7월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을 테니 친박 인사들을 전부 복당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당 일각의 선별 복당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잘못된 생각”이며 “공당에서 미운 사람 고운 사람을 골라 받을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의 요구에는, 친박 인사들의 복당을 반대하는 것은 공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 복귀를 내걸고 국민 심판을 받은 이상 복당 거부는 민심을 거역하는 것이라는 논리이다. 한편 강재섭 대표와 주류인 친이명박계는 “국민이 만들어준 총선 결과를 인위적으로 변경해서는 안 되며, 오로지 권력투쟁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집안으로 들여서 계파싸움을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복당 불가’ 입장을 고수한다. 어느쪽 논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국민과 민생은 안중에 없고 오직 계파정치와 당권경쟁에만 몰두하는 한나라당에 배신감과 절망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친이·친박간의 소모적인 계파싸움은, 결국 정권이 교체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마치 2년이 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솔직히 국민 눈에 친박 복당 문제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나라당판 오만과 무능으로 비춰진다. 한나라당은 언제까지 칙칙한 친박 복당 논란을 벌일 것인가?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를 살리고 집권당의 위상과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계파 해체를 선언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대통령은 “친이도 친박도 없다.”고 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분명 이번 총선 공천과정과 수도권 압승을 통해 한나라당을 명실상부한 ‘MB당’으로 전환시켰다. 박 전 대표는 “계파정치를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에게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용기를 주고, 친박 당선자 복당에 앞장서는 모습은 계파 수장으로서의 행보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대통령이 계파가 없다고 강변하고,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불참한다고 선언해도 있는 계파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금은 득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끝내는 독이 되어 돌아올 추악한 계파정치의 늪에서 벗어나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버림의 미학’을 몸소 실천해야 한다. 지금은 무엇을 얻을지 생각할 때가 아니라 무엇을 버릴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뜻이다. 계파해체 선언과 함께 두 사람은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합과 화합의 장으로 만드는 데도 합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도록 당헌 당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당 대표는 원내인사에 구애받지 말고 화합형 인사로 합의 추대하고, 최고위원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출함으로써 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선출된 당 대표는 최우선 과제로 친박 복당 문제를 해결하면 보다 완벽한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성공의 길을 걷고, 박 전 대표는 국민에게 사랑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의원들을 계파가 아니라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의원들이 계파에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줄을 서서 소신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제는 그들을 놓아줘야 한다. 이때만이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동등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회에 구속력 있는 법을 제정하는 회의체’인 국회가 정상화되고 한나라당의 공멸을 막을 수 있는 길이 비로소 열릴 것이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씨줄날줄] 김명자 의원의 소신/구본영 논설위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은 노무현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 비준동의안 처리가 1년째 표류중이다. 정치권 다수가 한국이 미국시장을 선점, 중·일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야 할 필요성을 내심 인정하고도 발길을 쉽사리 그 쪽으로 떼지 못하는 형국이다. 참여정부의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통합민주당은 아직 원내 제1당이다. 당시 야당으로서 당론으로 찬성했던 한나라당이 이제 집권당이 되었지만, 비준안은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이는 여야 의원 중 한·미 FTA 비준에 드라이브를 거는 의원이 드물다는 얘기다. 그제 열린 국회 FTA 포럼 토론회는 이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날 포럼 대표이기도 한 통합민주당 김명자 의원은 “17대 국회는 한·미 FTA를 비준해 선진 통상 국가로 가는 길을 터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작 ‘총대’를 메야 할 한나라당이나 친노계 의원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신 발언’인 셈이다. 특히 “18대 국회로 넘기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김 의원의 지적처럼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미 FTA 발효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미 의회가 소극적인 데다 민주당 대선후보들도 모두 부정적이지 않은가. 물론 일부 여야 의원들이 몸을 사릴 만한 이유는 있다. 농업분야의 희생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농촌이나 도농(都農) 복합지역 출신 지역구 의원들은 표심(票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여야 수뇌부도 6월 재·보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사람 이외에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에게 진취적 자세로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길 이외에 다른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나 싶다. 그런데도 소신이 아니라 표 계산 때문에 한·미 FTA에 대한 입장 표명을 미루는 의원들이 많다면 더 큰 문제다. 속마음을 감추는 의원이 많은 상황에서 비준안 처리를 질질 끌기보다는 크로스 보팅(교차 혹은 자유투표)에 맡기는 방안도 대안이 아닐까.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당·정 주요 현안 찬반 상황

    당·정 주요 현안 찬반 상황

    정부가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로 추가경정 예산 편성 논의를 유보하면서, 당·정간 이견을 보인 사안 가운데 가장 큰 현안이 27일 일단 해결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감세 법안 등에 대해 당·정의 시각차는 여전하다. 한나라당이 추경 편성 문제에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두고도 반색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은 다음 당·정 협의에서 갈등상을 어떻게 조절할지에 대한 연구 과제도 떠안게 됐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도 양측의 견해차는 여전했다. 한나라당이 대선 공약이던 장애인 LPG 특소세 면제 법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한나라당이 영세 음식점과 숙박업소에 매체세액 공제비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아 제출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에도 정부는 반대한다. 규제개혁 관련 법안의 하나로 한나라당이 제출한 ‘낙하산 인사 금지’ 조항을 담은 공공기관운영 관련법 개정안도 정부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당측에서 강력 추진해 온 문화산업 관련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문제나 저소득층·근로 장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법안 등 일부 법안에 대해서만 당·정 협의가 이뤄졌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법안 제·개정은 국회의 일이고 일부 법률안에 대해 여·야 협상이 끝났다.”며 당·정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 의장의 강경한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 의장의 소신이 좀 강하다.”라고 평가하고 “앞으로는 사전에 조율한 뒤 당정협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두언 의원은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당·정 모두 내부조율 과정에 소홀했다.”고 자성했다. 이에 이 의장은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할 때 내건 핵심 공약이 ‘작은 정부’와 ‘감세’였고, 이는 당내에서 합의된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홍희경 한상우기자 saloo@seoul.co.kr
  • 강만수 재정부 장관 주요 쟁점 관련 지론 되풀이

    강만수 재정부 장관 주요 쟁점 관련 지론 되풀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추경예산 편성과 금리인하, 환율인상의 필요성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복안’도 드러냈다. 한나라당과 한국은행, 은행권 등과의 불협화음을 의식했지만 거침없는 ‘왕장관’식 직설법은 그대로였다. 시장에 성장 지상주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강 장관은 이날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 최근 논란이 된 쟁점들에 대한 지론을 되풀이했다. 추경예산 편성 논란과 관련해선 “세계잉여금은 민간부문을 압박하는 요인”이라고 전제했다. 따라서 감세나 추경 편성으로 해결해야(민간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경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세금을 환급할 수도 있으나 전통적인 방법은 정부가 지출하면서 성장동력과 인프라 등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다수의 의견이라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재정정책을 긴축에서 확대쪽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추경 편성을 놓고 한나라당과 설전이 오가자 강 장관이 직접 ‘공격수’로 나섰다고 볼 수 있다. 금리 문제에는 조심하면서도 할 말은 다했다. 강 장관은 “우리나라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했다.(한·미간)내외 금리차도 2.75%까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은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세간의 논란 때문이라고 하지만 ‘금리 인하’를 염두에 뒀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환율 문제는 ‘팩트’만 얘기하겠다고 했다. 지난 5년 사이 엔화는 14.5% 상승했지만 원화는 45%나 올랐다고 말했다. 그 사이 일본의 경상수지는 계속 좋아졌지만 한국은 반토막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음 발언부터는 팩트를 넘어 ‘소신’이 반영됐다. 강 장관은 “환율이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는 기대가 공존해야 시장이 건전한데 우리는 떨어질 것이라는 하향 메커니즘만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시스템에 정부가 방관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나아가 “환율 문제는 상품 수출뿐 아니라 서비스 수지 개선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야 한다는 기대감이 배어 있다. 강 장관은 앞서 환 헤지를 부추긴다며 은행을 ‘S기꾼’으로 질책, 은행권으로부터 반발을 산 바 있다.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는 민간차입제도를 제시했다. 인수위 시절 논의되던 내용이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할 때 예산상의 문제로 사업이 지체되면 민간이 시장에서 자금을 빌리고 정부가 보증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보증은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과 다름없어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앞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3일 “혈압(물가)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출혈(경기 침체)부터 막아야 한다.”고 금리인하 압박론에 동참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문화마당] ‘문화 프렌들리’ 정책은 없는가/정준모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문화마당] ‘문화 프렌들리’ 정책은 없는가/정준모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사이비 진보주의자들의 이상을 실험하기 위한 ‘실험용 쥐’가 되어야 했던 문화예술기관과 단체들의 지난 10년간의 시련과 몰락이 그렇게 쉽게 정리되고 복원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니 이미 복원력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설상가상이라고 행정안전부 쪽에서는 작은 정부를 위해 지난 10년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해 운영해 온 극립극장과 국립현대미술관을 민영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그들은 펄쩍 뛸 것이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해 본 것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이렇게 관료들의 실적을 위한 개혁과 혁신의 희생물은 언제나 힘없는 문화예술 기관이었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 문화예술분야가 힘이 없었다거나 ‘빽’이 없었다는 말에 선뜻 동의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참여를 허용 받았던 실세들은 그 ‘빽’을 자신의 입신과 양명에 사용했을 뿐 관료들에 의한 비문화적인 문화예술개혁에는 철저히 구경꾼으로 일관했다. 이들이 철저하게 함구와 방관으로 일관할 때 실적주의와 새로운 정부의 코드에 입맛을 맞추려는 관료세력들은 오직 자신들의 실적과 개혁의 기수로서 거듭나기 위해 문화예술을 낭떠러지에서 밀기에 바빴다. 사실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나 철학도 없이 새로운 정책들을 남발한 것은 지난 10년간 좌파 문화권력들이 일 벌이고 자리차지하면서 문화예술계를 피폐화시킨 것보다 그 폐해가 더욱 크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개혁이란 이름과 ‘배 째 드리겠다.’는 엄포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문화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문화부의 높은 곳, 힘 있는 부처 눈치 보기는 여전하다. 인수위 시절부터 나오기 시작한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의 관람료 폐지 정책은 제대로 된 검토나 고민 없이 이미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전히 인수위 시절 대통령님의 말씀을 그저 실천에 옮기겠다는 권위주의 시대에 영혼 없는 충성심(?)으로 무장된 관료들의 무소신이 낳은 결과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행정안전부는 작은 정부를 실천하기 위해 현재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는 국립기관들의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어 더욱더 얼떨떨하다. 참여정부는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더니 이명박 정부는 문화예술정책에 있어 민영화라는 우회전과 입장료 폐지라는 좌회전을 동시에 시도함으로써 그 정체성을 스스로 상실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는 서로 상반된 문화예술정책을 미술관과 박물관, 미술관과 화랑, 도서실과 독서실도 구분 못하는 관료들이 각 부처별로 각각 동시에 추구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입장료 폐지는 실용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민영화와 함께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지 별개로 다루어질 일은 아니다. 입장료 폐지가 시행된다면 민영화 이후 어떤 방법으로든 국고지원은 지속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영화된 기관들은 이름만 민영화일 뿐 달라질 것이 거의 없다. 이렇게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사안을 한 정부에서 각 부처가 서로 경쟁하듯 검토하고 시행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문화정책,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까지 의심받기에 이른 것이다.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는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에게 개혁의 칼을 쥐어 준 것과 문화권력자들을 양산한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직보호를 전제로 실적을 위한 개혁을 서둘렀다. 그리하여 문화예술 기관들은 책임운영기관으로 전락하고 대한민국 공연문화의 상징인 국립극장은 대관수입 증대에 내몰려야 했다. 이는 문화인들이 입을 옷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문외한들에게 주문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라도 기업에만 프렌들리하게 할 것이 아니라 관료들의 조직보호와 실적을 위한 ‘총알받이용’이 아닌 문화인들이 ‘을’에서 ‘갑’이 되는 문화 프렌들리 정책을 기대해 본다. 정준모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 “자원외교는 치밀한 전략 세워 조용하게”

    “자원외교는 치밀한 전략 세워 조용하게”

    “자원 확보가 목표라면 리스크(위험)가 있다고 해서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23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2008년도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에 앞서 22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만난 하찬호(55) 주 이라크 대사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에너지·자원외교에 대한 소신을 이렇게 밝혔다.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는 지난 2004년 9월 자이툰부대가 파병돼 활동 중이다. 이라크는 또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서로 유전 개발에 외국기업을 끌어들이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 대사는 “최근 이라크 중앙정부의 유전·가스전 개발에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하게 된 것은 파병과 직접 관련은 없다고 본다.”며 “그러나 자이툰부대에 대한 평이 좋고, 치안이 불안한 바그다드에 한국대사관이 유지되는 것에 이라크 정부가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월 쿠드르 자치정부의 유전 개발에 참여,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소탐대실’ 우려도 있었으나 최근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정부가 외국업체 계약에 대해 서로 인정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며 “석유공사가 당시 쿠르드 정부의 유전 개발 사업에 입찰하지 않았더라면 기회를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대사는 당시 정부 및 기업들이 쿠르드 정부 유전 사업 참여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하며 주저했으나 쿠르드 유전 개발 시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설득했으며, 그 결과는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 컨소시엄을 지역별로 나눠 접근함으로써 양측 모두 참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너무 조심하기보다 남들이 하지 않을 때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며 “그러나 에너지·자원외교가 뜬다고 해서 청와대와 총리실, 외교부, 지식경제부 등 모두가 나선다면 오히려 단가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조용히 실익 위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원외교의 목표를 치밀하고 내실 있게 이루려면 행사성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대사는 이라크 대사로 재임 중이던 지난해 말 귀국,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투자·에너지 태스크포스(TF)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최근 다시 이라크 대사로 발령을 받는 해프닝을 겪었다. 그는 “다른 지역으로 나갈 수도 있었으나 이라크 내에 쌓아놓은 인맥을 활용, 자원외교를 위해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라크 유전 및 건설 사업이 이제 시작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미경기자 사진 정연호기자 chaplin7@seoul.co.kr
  • ‘보디숍’ 창업주 전재산 기부 화제

    ‘보디숍’ 창업주 전재산 기부 화제

    “돈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은 돈을 모아 쌓아두려는 탐욕입니다.” 이런 소신으로 유명한 친환경 화장품업체 ‘보디숍’의 창업주 고 애니타 로딕 여사가 64년 일생에서 모은 재산을 두 딸에겐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모두 기부했다. 환경운동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 ‘녹색의 여왕’(Qeen of Green)으로 불렸던 로딕은 하늘에 가서도 소중한 사랑의 싹을 틔웠다. 작은딸 샘(45)은 “어머니가 핏줄에게 돈을 남겼다면 평소 내리신 사랑과 유산을 따지며 갈등도 빚었을지 모른다.”면서 “동생 저스틴도 유지를 받들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로딕 여사는 지난해 말 뇌출혈로 사망하기 전 5100만파운드(약 1000억원)를 로딕재단에 남겼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7일 보도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씨줄날줄] 박근혜의 외출/ 오풍연 논설위원

    18대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될까. 한나라당 박근혜·이재오·정몽준 의원, 통합민주당 손학규·정동영 후보 등 정치거물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모두 대권·당권을 염두에 둔 이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느긋한 사람은 박근혜 의원이다. 본인의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고,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쇄도했다.“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면서 지역구인 대구달성으로 내려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공천불만을 표출하는 무언의 시위를 한 셈이다. 그랬던 그가 엊그제 대전에 나타났다. 같은 당 강창희 후보 사무실에 들른 것이다. 신세를 많이 져서 개인적인 빚을 갚으려고 왔다는 설명이다. 그러자 이 지역 후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난리법석을 피웠다.‘박근혜 마케팅’을 통해 한 표라도 더 얻고자 하는 심산이 읽혀진다. 이른바 ‘친박연대’측과 한나라당측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의원과 대전은 인연이 깊다.2006년 지방선거 당시 피습을 당하고도 “대전은요?”라는 한마디에 박성효 현 시장을 당선시켰다. 박 의원은 1998년 4월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지금 3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량감은 어느 정치인에 못지않다. 물론 고(故)박정희 대통령의 후광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인간적인 면이 강하다.2000년 10월 박 의원과 3시간가량 반주를 곁들이면서 저녁을 함께한 적이 있다. 당시 부총재였던 그는 이회창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며 절치부심하던 때다. 그럼에도 의연하게 소신을 피력하고 종종 썰렁(?)한 농담도 했다. 그때 역시 ‘신의와 원칙’을 강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많은 정치인들이 인간 박근혜에게 매료되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인기는 사이버스타증권인 ‘엔스닥’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기에는 가수, 개그맨, 스포츠스타, 연기자, 정치인 등이 망라돼 있다.7일 현재 주식가격은 1만 6000원으로 종합 8위다. 장윤정, 박지성, 이승엽, 손호영, 박태환, 김연아 등 대중스타들이 앞에 있을 뿐이다. 박 의원의 장중 최고가는 3만 8000원이었다. 지난해 6월30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일 때다. 주가등락도 재미를 더해 줄 것 같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자신감 없으면 장관 하지 말아라”

    “자신감이 없으면 아예 장관을 하지 말아라.” 전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장관으로 임명되자마자 일할 수 있는 준비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전임 장관들이 현직 장관들에게 보내는 조언들이 ‘장관 직무가이드’에 부록으로 수록돼 눈길을 끈다. 조언의 상당수는 장관으로서의 위상과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강조한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은 “장관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쥐고 있는 중요한 자리다. 적당하게 자리를 지키는 그런 위치가 아니다. 소신을 갖고 최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의 행정이나 정책 하나하나는 연습이 아니다. 모든 것을 진검 승부한다는 생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부(현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하루만 하고 장관을 그만두더라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한다는 일념으로 중장기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성 장관에 대한 ‘훈수’도 있다.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일반 국민들은 여성 장관을 개인으로 보지 않고, 여성으로 본다.”면서 “여성 장관은 더더욱 도덕적·전문적으로 잘 해야 하고, 전문성을 가지기 어렵다면 건전한 상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인물 평 좋았는데 일찍 낙마한 이유는?

    “좋은 평가를 받았던 신임 장관이 일찍 물러나는 이유를 아십니까?” 대한민국 장관은 법이 정한 자리지만, 장관직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등장하지만, 불명예스럽게 퇴임하는 사례가 적잖은 것도 이 때문이다. 7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장관 직무가이드’라는 한 권의 책(200쪽) 속에 그 해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장관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처세서’라고 할 수 있다. 직무가이드는 장관이 될 수 있는 요인과 성공한 장관의 요인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돌출 발언이나 파격 행동 등은 장관으로 발탁되는 요인 중 하나이지만, 장관 임용 후에는 장관직 수행을 방해하거나 좌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직무가이드는 “장관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갖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것”이라면서 “성공한 장관이 되려면 충분한 재임기간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신뢰와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직무가이드에는 장관으로서 따르고 지켜야 할 사안들이 과거 유사사례와 함께 꼼꼼히 정리돼 있다. 우선 단계별로는 임용 즈음의 경우 부처 입장과 다른 개인적 소신 발언에 주의하고, 가족 등의 윤리적 측면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 임용 후 3개월 이내에는 사적인 인간관계를 주의하고 조직문화를 파악하며, 언론과 협조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임용 후 6개월 이내에는 부처의 정책방향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해관계를 본격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성공적인 장관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국회·언론 등 분야별 관리전략도 체계화돼 있다.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을 자주 만날 수 없는 만큼, 핵심을 짚은 ‘보고’는 곧 능력으로 간주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행동에 따라 우군 또는 적군도 될 수 있어 철저한 사전준비와 물밑작업을 통한 설득작업이 필요하고, 상임위원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 언론에 대해서는 좋든, 싫든 늘 가까이에 있음을 인식하고, 성실하고 침착한 대응을 주문한다. 시민사회단체는 국정의 동반자로 간주하고, 이익단체에 대해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등 선을 그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직무가이드는 2002년 처음 제작된 이후 2년마다 수정판이 나왔으며, 이번 직무가이드는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총망라한 완결판 성격”이라면서 “역대 장관들의 경험이나 관련 자료, 언론 보도 등에 기초해 제작했기 때문에 실질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직무가이드에는 ▲장관의 역할과 리더십 ▲임용단계별 관리전략 ▲분야별 관리전략 ▲제언 등 모두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와이드 인터뷰] “건보공단 쪼개 분란 일으킬 생각 없다”

    [와이드 인터뷰] “건보공단 쪼개 분란 일으킬 생각 없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감명깊게 봤다. 장애가 있으면서도 계속 달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고 싶다고 했다.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첫 국무위원이란 아픔을 겪었지만, 새 정부 첫 복지부 장관으로서 보건·복지·가족을 아우르는 화합형 정책을 꿈꾸고 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등 뜨거운 감자를 떠안은 그는 “떠날 때만큼은 나눔문화를 확산시키고 기쁘게 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사랑’‘이해’‘가족’ 등이 많이 오르내렸다. ●보건·복지·가족 아우르는 ‘화합´ 노려 ▶건강보험 개혁안은 언제쯤 구체화되나.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겠다. 건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절감을 꾀할 것이다. 의료정책은 의료산업화쪽에 집중할 것이다. 장애인·노인을 위한 의료기구 개발, 생명과학기술단지 조성, 연구개발(R&D)강화, 의료관광 활성화 등이다. ▶지역별로 건보를 분할하나. -절대 아니다. 쪼개서 분란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 지금 시스템으로 가되,(지역별로) 성과 평가시스템을 만들겠다. 분리개념은 아니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시는데 안심해도 좋다. ▶민영의보가 활성화되면 보험사에 건보가입자 개인자료를 그대로 넘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개별 자료는 절대로 내줄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합의했나. -같은 공직자라도 일하는 자리에 따라 시각의 차이가 날 수 있다. 국민건강에 중심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부처간 견해 차이가 생길 수 있지만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대통령과 핫라인은 있나. -물리적인 해석보다 (장관의)소신과 열성을 봐달라. ●소외층 일자리 찾아주는 ‘능동 복지´ 꿈꿔 ▶김근태, 유시민 등 정치인 출신 장관은 이전 복지부의 좋은 바람막이가 됐다.(대통령과의 관계가) 돈독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은 합리적으로 일하는 분이다. 내게 거는 기대도 ‘소신껏 일하라.’는 것이다.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보다는 어떤 일을 제대로 수행해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다른 부처에서 국민연금을 활용한 신용불량자 구제나 민영의보 활성화 등 다소 정제가 덜된 정책을 발표해 혼선을 빚었는데. -보건복지 정책만큼은 주도적으로 펴나간다. 민영의보 연구는 다양한 기관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현재 복지부 내에도 건보의 재정안정화, 국민건강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일하고 있다. 대통령은 “소신을 갖고 집행하라.”고 하셨다.(건보정책)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민영의보 활성화나 의료 양극화는 없다고 봐도 되나. -TF에서 연구하는 팀이 따로 있다.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과거와 앞으로의 행정 차이는 ‘투명성’이다. 어떤 정책이든 국민참여가 우선 보장될 것이다. ▶복지부TF에 대해 설명해 달라. -목적이 모두 다르다. 주요 정책·공약 수행을 TF가 주도한다. 앞으로 부처간 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도 “장관이기 이전에 국무위원”이라고 하셨다. ▶새 정부의 ‘능동적 복지’는 장관 작품인가. -입안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소외된 국민도 가족구성원이란 생각을 갖고 도와야 한다. 책임지고 보호하되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겐 일자리를 줘야 한다. 단순한 소득보장이 아닌 자아실현의 문제다. ●복지예산 OECD의 3분의1 수준…대폭 늘려야 ▶새 정부는 과거 10년을 좌파정권으로 규정지었다. 복지정책에서 차별성이 있다면. -과거 정책보다 ‘업그레이드’한다고 이해해 달라. 이전 ‘보편적 복지’에 ‘일하는 복지’를 더했다.1998년 복지부 예산이 3조원이었는데 지난해 12조원으로 4배나 늘었다. 과연 국민의 만족도도 4배로 커졌는지 의문이다. 내실을 갖자는 것이다. ▶예산문제 탓인지 대선·인수위·업무보고를 거치며 새 정부 복지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근본 취지는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각 부처에 분산된 복지예산을 통합하고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겠다. ▶적정한 복지예산은. -학자로서 ‘적정선’이란 개념은 통용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가야 한다. 지금 우리는 OECD의 3분의1 수준이다. ▶최근 산하공단 이사장이 나가면서 독설을 내뱉었다. 앞으로 공단인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산하단체는 나름의 사명을 갖고 있어 전문가가 맡는 것이 옳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총선에서 낙선한 인사가 산하단체의 장으로 내려온다면. -난 정치는 잘 모른다. 소신대로 행동하겠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6년전 이전받은 아파트에 ‘가처분’

    Q 인심도 좋지, 남편이 저 몰래 사촌시동생에게 수시로 3억원을 꾸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6년 전 시동생이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날 무렵 미안했던 지 당시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를 제 앞으로 이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채권자인 S기금이 사해행위라며 아파트에 가처분을 집행해 놓고 지금까지 이렇다할 조치가 없습니다. 그동안 가처분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계속 이렇게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지요. -정연숙(가명·48)- A 채무자가 재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채무자의 재산이라도 실질적으로는 채권자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기존채권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재산을 감추거나 기존 채권자에게 불이익한 방법으로 처분하는 것을 사해행위로 규정해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집행면탈로 형사처벌을 하기도 합니다. 민사적으로는 채권자가 사해행위의 수익자에 대해 얻은 이익, 즉 이전받은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반환청구권을 미리 보전하기 위해 부동산에 가처분 등기도 집행할 수 있습니다. 정연숙씨의 가처분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사해행위라는 점에 관해 엄격한 입증을 요구했고, 또 처분행위가 기존 채무의 변제 등 정당한 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경우에는 아예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 그 범위를 좁힌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IMF 사태를 거치면서 공적 자금을 투입받았으니 회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사해행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보증인은 주채무자에 대해 같은 금액 상당의 구상권이 있으니 채무초과상태가 아니라는 주장은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악의는 추정되는 것이니 정당한 거래임을 주장하는 자가 엄격하게 증명하라고 하고 있으며, 설령 채무의 변제로 받은 것이라도 다른 채권자 특히 금융기관에 앞서 변제받은 것은 당연히 사해행위라는 식으로까지 나아갔습니다. 정연숙씨의 경우와 같이 수시로 꾸어 준 돈에 대해 한 번에 2억원의 아파트를 받은 경우 돈이 건너간 것에 대한 금융거래자료의 확보가 어렵다면 그 자체가 의심의 눈길을 끌 것입니다. 여기에 거래 당사자들이 친인척 관계에 있는데 그 채무를 먼저 갚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점을 추가한다면, 현행 실무에 의할 때 아파트를 취득한 것이 사해행위로 이익을 얻은 것에 해당하여 반환해야 할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를 시동생에게 반환하는데 다만 꾸어 준 돈에 대하여는 정연숙씨 쪽에서도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채권자 취소권에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민법 제406조 제2항에 따르면 사해행위취소의 소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가처분을 집행해 놓았다는 것은 취소원인을 알았던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날로부터 1년 내에는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또 아파트를 이전받은 날이 6년 전이라면 법률행위일부터 5년이 경과한 것이 분명하므로 어느 모로 보나 소송제기기간이 지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처분을 해 놓았다고 이 기간이 연장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가처분은 곧 소송이 제기될 것을 전제로 하는데 막상 소송제기기간이 지났다면 가처분은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정연숙씨의 경우에는 가처분을 한 법원에 취소신청을 하여 쉽게 가처분집행을 풀고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관기 변호사가 담당하는 ‘채무상담실’의 상담신청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명화연구에 푹 빠진 원로 법의학자 문국진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명화연구에 푹 빠진 원로 법의학자 문국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이 대부분 시력장애를 앓고 있었다면 불멸의 명화들은 과연 어떻게 탄생됐을까.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해바라기’‘밤의 카페’‘자화상’ 등을 보면 온통 노란색이 깔려 있다. 평소 ‘압생트’라는 싸구려 술을 즐겨 마신 까닭에 황시증(黃視症,xanthopia)에 시달렸고 이는 오히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기기묘묘한 노랑과 파랑조의 찬란한 빛에 잔뜩 취하게 만들었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는 철저하게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다. 특히 붓놀림이 매우 빨랐으며 붓질을 시작한 첫 장소에서 그날 무조건 그림을 완성했다. 어려서부터 눈에 안개가 낀 것 같다는 증상(백내장)을 자주 호소했으며 60세 이후에는 시력이 더욱 악화돼 한쪽 눈을 수술 받았다. 그러나 수술받은 눈이 그만 ‘청시증(靑視症,cyanopsia)에 걸려 붉은색과 황색은 보이지 않게 됐다. 그의 대표작 ‘수련’의 회화기법에서 보면 잘 드러나 있다. 에드가르 드가(1834∼1917)는 1870년 보불전쟁에 참전했는데 총을 조준하다가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아 후방부대에 배치됐다. 드가의 가계에는 유전적으로 눈에 장애가 있었다. 드가는 처음에는 녹내장, 나중에는 ‘망막색소변성’‘망막결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미시간대학의 안과교수 레빈은 ‘황반변성’으로 결론지었다.‘발레시험’ 등 그가 그림들의 중심부를 여백으로 놔두면서 주변에 역점을 두었던 것도 시력장애 때문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푸른 눈의 여인’을 그린 아마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 그가 그린 인물상은 대부분 목이 길다. 당시 의사들은 심한 난시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람의 목을 일부러 길게 늘린 것이 아니라 그가 보이는 대로 그렸던 것이 오히려 예술작품이 됐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빛의 화가 르누아르가 여자를 점점 뚱뚱하게 그리게 된 것도 류머티즘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평론가나 예술가가 아닌 국내 원로 법의학자의 오랜 연구노력에 의해 이같은 내용이 책으로 소개돼 관심을 모은다. 우리나라 법의학의 개척자로 잘 알려진 문국진(83) 원로박사가 주인공이다. 팔순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강의 및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질병이 탄생시킨 명화’를 펴내 또 한번 노익장을 과시한다. 그는 1990년 정년퇴임 이후 예술가의 질병과 작품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전기와 병적(病跡)기록을 면밀하게 조사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오고 있다. 질병이 그들의 작품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등 ‘의학과 예술’을 접목시키면서 20년째 책으로 꾸준히 펴내고 있는 것. 그동안 ‘모차르트의 귀’‘법의학자의 눈으로 본 그림속 나체’‘명화와 의학의 만남’‘미술과 범죄’ 등 30권이 넘는다. 그는 강단에 있을 때는 물론 지금도 외국에 나갈 일이 있을 때면 반드시 현지 박물관과 동네 화랑까지 들러 자료도 꼼꼼하게 수집하고 좋은 그림을 법의학적 관점에서 눈여겨 보는 버릇이 있다. 이른바 ‘예술의 의학적 탐색’이자 ‘과학으로 명화의 진실을 벗기는’ 작업인 셈이다. 한강이 바라다 보이는 서울 여의도의 자택에서 노(老)박사를 만났다. 실내에는 미술작품들이 몇 점 걸려 있었다. 때마침 ‘해바라기’ 그림이 보여 자연스럽게 고흐 얘기로 시작됐다. “알다시피 고흐는 압생트 중독으로 인해 노랑에 집착하게 됩니다. 원래 프랑스 의사가 환자 치료용으로 처방한 것이 주류업체로 흘러들어가 ‘악마의 술’로 둔갑했지요. 당시 수많은 예술가들이 오후 5시 정도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 압생트를 즐겼습니다. 불후의 명작 ‘해바라기’도 압생트 중독의 결과였지요. 고흐는 또 귀를 자르게 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합니다. 다행히 ‘레이’라는 좋은 레지던트 의사를 만나게 되는데 사후에 명작이 된 ‘의사 레이의 초상’도 이 때 탄생됩니다.” 법의학자의 분석이 흥미진진하다. 어떻게 해서 이같은 경지에 올랐을까. 그도 처음에는 예술과 과학은 서로 교감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작품 속에는 화가의 능력, 기술, 문화적 상황 등이 담겨 있으며 특히 같은 소재의 그림이라도 화가가 지닌 질병과 정신건강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의 설명은 거침없이 계속된다. “미술작품과 화가의 질병은 얽히고 설켜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질병이 명화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는 것은 명화 탄생의 내막을 이해하는데 유익한 도움이 됩니다. 그림에 표현된 불안, 공포, 슬픔, 분노 등 인간의 아픔에 대한 기전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해석하고, 또 반대로 의학적인 지식과 노력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의학적인 설명 이상으로 잘 표현돼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의학과 미술은 한 곳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태고적 인간이 동굴에서 수렵생활할 때 주술과 기원이 함께 이루어졌으며 주술이 ‘의학’이라면 기원은 곧 ‘미술’이라고 했다. 동굴안에 짐승 등의 벽화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법의학과 미술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법의학은 임상의학과 엄연히 다르지요. 예를 들어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보십시오. 작가는 난시인 줄 모르게 한결같이 자신이 보이는 대로 목을 길게 표현했습니다. 화가들은 천재성과 예리한 감수성도 있지만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무서운 집착이 있습니다. 주위의 도덕적 좌표와는 상관없이 화가는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됩니다. 제가 요즘도 후배들한테 강의할 때 이같은 점을 예로 들며 지성만이 아닌 감성과 예술적 마인드를 가지라고 강조합니다.” 그가 법의학에 관심을 두게 된 데는 4·19혁명때 마산 앞바다에서 떠오른 김주열 군의 시신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작용했다. 시신을 훼손하는 것은 두번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 하여,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법의학과 과학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1976년 고려대 김상협 총장의 배려로 우리나라 처음으로 법의학 교실을 열게 됐다. 하지만 법의학을 공부하겠다는 후학들이 없자 대법원장을 직접 찾아가 사법연수원 강의를 자청했다. 검사들의 태도가 이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어려웠던 당시를 잠시 회고했다. ▶우리나라 법의학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대학인 경우 현재 13개학과가 설치돼 있으며 선진국과 네트워크도 잘 되고 있지요. 하지만 정작 필요한 ‘법의관’ 제도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대부분 법의관을 두고 있는데 말입니다.” ▶법의관은 어떤 일을 하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변사체가 발견되면 검사나 경찰관이 가고 동네의사(공의)를 불러 적당히 검시를 합니다. 미국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변사체일지라도 전문 법의관이 현장에 출동, 사건발생 시각과 차량 각도와 속도 등을 정확히 판단한 뒤 경찰에 뺑소니 차량의 도주로의 위치와 혈흔이 앞바퀴에 있는지 등을 상세히 알려줍니다. 검거율이 훨씬 높지요. 법의관이 할 일은 바로 초동수사의 단서확보입니다. 안양초등학생 사건도 그렇고, 초동수사를 소홀히 해서 미궁에 빠지는 사건이 얼마나 많습니까.” ▶미제사건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제도마련이 시급하지 않을까요. “대학에 학과가 있으니 이미 바탕은 마련된 셈입니다. 전문의 자격따고 나서 법의공부 2년정도 하면 됩니다. 현재 검시에 참여하도록 돼 있는, 즉 검사, 경찰, 의사들 중에 검시가 잘못돼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는 얼마 전 ‘얼굴표정의 심리와 해부’라는 책을 펴냈다. 각종 테러범을 예방하고 찾아내는 데에는 무엇보다 ‘표정분석’이 중요하다는 소신과 철학에서 비롯됐다. 법의학의 개척자답게 ‘늙을 틈도 없는’ 연구열정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5년 평양 출생. ▲55년 서울대의대 졸업. ▲65년 서울대 의학박사. ▲55∼70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 ▲70∼90년 고려대 교수, 법의학연구소 소장. ▲73년∼현재 미·영 법의학회 회원. ▲87∼현재 학술원회원. ▲90∼현재 고려대 명예교수. ▲91∼2000년 대한법의학회 회장. ▲94∼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주요 저서 법의검시학, 사회법의학, 간호법의학, 생명논리와 안락사, 보험법리학, 모차르트의 귀, 법의학자의 눈으로 본 그림속의 나체, 명화와 의학의 만남, 질병이 탄생시킨 명화 등 수필집 포함 40여권.
  • [공직자 재산공개-행정부·지자체] 669명 존·비속 미공개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의 3분의1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 취지가 빛을 잃었다. 특히 힘있는 일부 기관의 경우 고지거부비율이 더 높아 빈축을 사고 있다.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변동내역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경우 재산공개 대상 1739명 가운데 29.7%인 515명이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10명 중 3명은 고지를 하지 않은 셈.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의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30.8%인 92명과 사법부 133명 중 46.6%인 62명도 고지를 거부했다. 행정기관별로는 기획예산처가 46.2%로 고지거부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검찰청 45.6%, 감사원 42.1%, 국무조정실 38.1%, 재정경제부 36.9%, 법무부 34.7%, 국세청 33.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중앙부처 평균 고지거부율이 28.6%인 점을 감안할 때 ‘힘’있는 부처로 인식돼 있는 기관들이 공개를 더 꺼리고 있는 것.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의 직계 존·비속 등이 피부양자가 아니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재산신고사항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고지를 거부한 997명 중 불허가 비율은 9.5%(95년)에 그쳤다. 공직자들의 고지거부신청이 대부분 받아들여진다는 얘기다. 지난해 부실·축소신고로 징계나 정정을 요구받은 공직자는 4300명이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총선 D-13] 용퇴 선배 2인의 고언

    [총선 D-13] 용퇴 선배 2인의 고언

    “유권자 의견이 무시되는 오만한 공천, 민주주의의 엄청난 후퇴”,“국민들에게 그럴듯한 호감을 줄 수 있으나 내부발전 없이 외과수술로 목숨 연명하는 꼴”. 한나라당 김용갑(사진 왼쪽·3선, 경남 밀양·창녕) 의원과 창조한국당 김영춘(오른쪽·2선, 서울 광진갑) 의원의 4·9 총선 공천에 대한 평가다. 두 사람은 18대 총선 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당은 다르지만 정치권 행태에 대한 비판은 똑같이 날카로웠다. 한나라당 김 의원은 정당의 후보 선출방법에 대해 “무엇보다 공천심사기간이 너무 짧다.”면서 “최소한 선거 한달 전에 공천을 끝낼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정비하고 공천심사위도 절반 이상은 당의 중진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12년간 일관되게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수원조로서 의정활동을 했다.”는 그는 “남아일언 중천금인데 (새 정부에서)국방장관하라고 했을 때 불사이군이라고 하더니….”라면서 김장수 전 국방장관의 한나라당 비례대표 도전을 꼬집으며 정치인들의 소신 있는 처신을 주문했다. 창조한국당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친위부대로 만들려 하는데 그렇게 하면 한나라당은 5년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며 “당 자체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 자체를 성공이라고 말할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를 하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사익 아닌 국가이익을 위해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당 실세에게 잘 보이려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공천제도 정비가 정치개혁 첫걸음이다/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 공천제도 정비가 정치개혁 첫걸음이다/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한나라당 공천 정국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강재섭 대표에게 불공정 공천을 책임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연대 의원을 지원하지도 않겠지만 한나라당을 위한 지원 유세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맞서 강 대표는 계파 공천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와중에 한나라당 수도권 공천자 50여명은 ‘형님 공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공천을 반납하겠다고 윽박질렀다. 총선을 불과 보름쯤 앞둔 한나라당의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파국을 지켜보면 사자성어 두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순진하고 소박한 바람이 덧없음을 말하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백년을 기다려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 깨끗한 정치, 국민을 위하는 정치에 대한 소망이 그야말로 백년하청이 아닐까 싶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공천과정을 지켜보면 후안무치(厚顔無恥)란 말도 절로 떠오른다. 공천싸움 속에 그들이 입만 열면 내세우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염치는 없어진 지 오래이다. 그러고도 자신들을 믿고 밀어달라고 외친다. 참으로 뻔뻔스럽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한 태도이다. 민주정치의 기본 운영원리는 절차의 예측가능성 그리고 결과의 불확실성에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예측가능한 공천 절차를 갖추지 못해 파행을 겪었다.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했다고 하나 그 방법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한나라당의 경우 전문성, 도덕성, 의정활동 역량, 당선 가능성, 국가·지역 및 당에 대한 기여도 등이 심사기준이었다 하나,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공천자 중에는 철새 정치인도 있고, 낙제점에 가까운 의정활동 평가를 받은 의원도 있고, 지난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도 있다. 이렇다 보니 낙천자들이 순순히 승복하지 못하고 ‘친박연대’라는 희한한 정파가 생겨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민주당이 이번 공천에서 그나마 한나라당보다 후한 점수를 얻은 것은 순전히 박재승 위원장의 활약 덕분이다. 그러나 절차의 예측가능성이란 기준에서 볼 때 개인의 소신과 뚝심에 기대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다음 총선에서 또 다른 박재승을 찾기가 쉽지도 않을뿐더러 이번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같은 파행은 사실 공천 때마다 빚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경선 중에 규칙을 바꾸고 새로 정하면서 일부 후보들의 탈당 사태까지 불러왔다. 현재와 같은 공천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파행은 되풀이될 것이다. 낙천자들까지도 순순히 승복할 수 있는 공천이 되기 위해서는 공천제도 재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공천제도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 보자. 지금과 같은 공천위원회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지난 17대 총선에서 일부 시행된 예비경선 제도를 다시 도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공천위원회 방식을 채택한다면 심사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명시해야 한다. 예비경선 제도를 취한다면 경선시기, 유권자 구성방법, 표 계산 방식 등을 자세히 정해야 할 것이다. 공천제도에는 공천시기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총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후보를 결정하면서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능력과 공약을 보고 투표하라는 것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태도이다. 정책선거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선거 두달 이전에 후보자를 결정해야 한다. 정치개혁에 대한 유권자의 소망이 백년하청이 될 수는 없다. 정치개혁의 첫걸음을 공천제도 정비에서부터 시작하길 강력히 요구한다. 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 “국민연금 취지 훼손… 총선용?”

    “국민연금 취지 훼손… 총선용?”

    청와대가 25일 ‘뉴스타트 2008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국민연금을 담보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를 구제하겠다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신용불량자 본인이 그동안 적립한 국민연금을 활용해 금융권 채무를 상환하는 방식이라 재정에 의한 원금탕감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새달 ‘4·9총선’을 불과 2주일 앞두고 발표된 이번 대책이 ‘표’를 의식한 ‘총선용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섞인 눈초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 국민연금 운용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국민이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적립한 국민연금을 ‘특수 목적’을 위해 임시변통으로 앞당겨 사용한다는 것은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과는 정면 배치되는 ‘반시장적’접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당장 은행빚을 갚지 못해 허덕이는 신용불량자 가운데 국민연금을 체납하지 않고 제때 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면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주머니 쌈짓돈처럼 필요할 때마다 ‘땜질용’으로 건드리는 것은 관치금융의 발상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번 제도의 수혜 대상으로 신용불량자들 가운데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고, 이미 적립한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액(금융권과 협상으로 결정된 채무액)의 두 배를 넘어서는 사람들로 국한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이중적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그동안 생계곤란자 등의 “생활비로 쓰도록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달라.”는 민원을 ‘노후생활 보장’원칙을 앞세워 무시해 왔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는 ‘총선용’과 무관하며 강제성도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소외된 이후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라면서 “사회적 약자 편에서 국정을 펴나간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채권 굴레가 얼마나 가혹하고 힘든건가. 자기 돈인데 못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드냐. 이건 선택이다. 대상 신용불량자 중 원하는 경우에만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공무원이 전통시장(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공무원들을 월 1회 방문하도록 유도한다는 정책도 일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은 70년대식 사고방식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각 기관별 사정에 맞춰 특정한 날을 별도 지정해서 운영할 수 있게 하고 강제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관가포커스] 행안부는 ‘언론프렌들리’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준비한 검토안이 한 언론에 유출돼 미리 기사화되자, 문건 유출자에 대한 색출을 경찰에 의뢰했다. 이를 놓고 행안부 안팎에서는 ‘과잉대응’ 논란을 빚고 있다. 무엇보다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을 소리 높여 비판해온 이명박 정부에서, 그것도 국정 수행의 주무부처라고 할 수 있는 행안부가 ‘언론 프렌들리’ 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비춰져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 단속을 잘하면 되는 문제지, 경찰에 진정까지 넣은 것은 과잉대응”이라면서 “애 많은 집에서 돈 없어졌다고 어머니가 자식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직원들이 차례로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고, 업무자료까지 압수수색하면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면서 “행안부가 어쩌자고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민망하게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 지난주에는 언론 접촉이 빈번한 행안부 대변인실 직원 전원이 내부 조사실로 불려갔다. 문건 유출 가능성이 높은 ‘1순위’ 부서라는 판단에서다. 대변인실 직원들은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내심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대변인실에는 다른 부서 직원들도 자주 와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안부 지휘부의 이번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제시됐지만, 지휘부가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어떤 사안이든 최종 결정은 지휘부가 내린다.”면서 “언론에 대한 지휘부의 소신이 없다 보니 이말 저말에 휘둘리는 것 아니겠냐.”며 지휘부의 ‘귀얇음’을 탓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업무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서 이번 사안의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희망했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어르신, 도심서 요양하세요”

    “어르신, 도심서 요양하세요”

    강서구는 25일 내발산동 호선실버센터의 입소자 신청을 다음달 17일까지 받는다고 밝혔다. 호선실버센터는 은강복지재단의 부지에 국고보조사업비 18억원이 투입돼 지상 4층, 지하 1층, 총면적 1893㎡의 규모로 지어졌다.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와 재활프로그램 등을 받으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실버노인전문요양원이다. 상담실, 요양실, 간호실, 오락실, 프로그램실 등을 갖춘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복지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전문 인력이 제공하는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받게 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액(본인과 배우자 및 생계를 같이하는 부양의무자의 월소득 합산액.2007년 기준)이 443만 6000원 이하이며 65세 이상 치매, 중풍 등 중증 노인성질환으로 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대상이다. 시설입소신청서, 건강진단서, 본인과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확인이 가능한 서류 등을 구비해 호선실버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정원은 모두 60명으로, 입소 시에는 보증금 500만원과 월 72만 7000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이재민 가정복지과장은 “어르신들이 노인성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호선실버센터가 개관함에 따라 수발부담으로 인한 각 가정의 갈등 및 어려움 해소는 물론 한울타리 내에 있는 여성일시보호시설 샤인힐, 사무엘어린이집과 함께 세대통합의 복지시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이석연 법제처장 “기관장 사퇴 본인에 맡겨야”

    이석연 법제처장 “기관장 사퇴 본인에 맡겨야”

    “기관장 사퇴, 국민과 당사자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석연 신임 법제처장이 최근 참여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과 관련,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다. 새 정부 각료로는 처음으로 특정 현안을 놓고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한 셈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처장은 20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는 “임기제 보장 취지가 있고, 법리와 현실 사이에 상충되는 문제다. 가타부타 입장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만 ‘사기’ 육가의 신서편에 보면 ‘말 위에서 나라를 얻었다고 계속 말 위에서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고 했다. 즉 어떤 논리로 집권했다고 그 논리가 계속될 수 없다는 뜻이다. 송태조, 조광윤은 무력으로 집권했지만 문치주의를 펼쳤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이어갔다. 이 처장은 “노무현 대통령도 386과 노사모 논리로 집권했고, 그 논리로 가다가 국민과 멀어졌다.”면서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고 헌법정신에 입각한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 여권의 사퇴압박에 대해 부정적임을 내비쳤다. 특히 “국회에서 (안상수)원내대표가 말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고 생각한다. 국민과 당사자 판단에 맡겼어야 한다. 임기제가 보장됐기 때문에 각자 맡고 있는 사람이 현명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어떤 권력자라도 가다 보면 처음과 달리 판단이 흐려진다. 그때는 직언을 들어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도 어려웠을 때의 초심으로 끝까지 가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저도 소신에 따라 (직언)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 위헌소송에 대해 “기자실이 복원된다고 해 각하하면 헌재 스스로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고, 공신력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압박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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