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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부채 합의안’ 하원 통과…나라 위해 개인 던진 두 여성의원의 결단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 상한 인상 법안이 1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했다. 표결을 앞두고 격렬한 반대가 표출됐지만,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건강과 소신을 뒤로 한 두 여성 의원의 결단이 찬성표가 대세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관련 법안이 2일 상원을 통과하면 미국의 정부 부채 상한 인상은 최종 확정된다. ■ ‘총상치료’ 기퍼즈 의원 한표 “표결 불참으로 경제붕괴 부를 수 없기에…” 이날 저녁 7시쯤 미국 하원 본회의장. 정부 부채 상한 합의안 표결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중 갑자기 회의장이 술렁였다. 지난 1월 괴한으로부터 머리에 총격을 받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민주당의 개브리엘 기퍼즈 의원이 나타난 것이다. 의원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이었다. 민주·공화당 구분 없이 일제히 일어나 기퍼즈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는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그녀는 아직 완쾌되지 않은 듯 야윈 얼굴이었지만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회의장엔 잠시나마 삭막함이 가셨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퍼즈 의원에게 표결 참석을 권유하지 않았으며 그녀 스스로 판단해 참석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퍼즈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표결 참석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퍼즈는 성명을 통해 “나의 표결 불참으로 행여 우리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기게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그녀는 “그동안 부채 상한 문제를 놓고 중앙정치에서 벌어진 일들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국민을 위한 초당파적 협력이 당내 정치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오랜만에 본 의사당이 아름다웠다.”면서 “오늘 밤 나의 본분을 수행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찬성표 펠로시 민주원내대표 “사탄의 샌드위치라도 나라 위해선 삼켜야” 지난달 3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정부 부채 상한 협상 타결 사실을 발표한 직후 여야 지도부 대부분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오바마의 든든한 지지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그녀는 “동료의원들과 합의안을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하겠다.”고만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펠로시가 막판 협상과정에서 소외됐으며, 따라서 그녀가 반대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1일 동이 트자 민주당 의원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모두가 리더인 펠로시의 입을 주시했다. 이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펠로시는 ‘시류’에 정면으로 맞서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매뉴얼 클리버 민주당 의원이 합의안을 ‘꿀 발린 사탄의 샌드위치’라고 혹평한 데 대해 펠로시는 “그의 말이 맞다. 사탄의 감자튀김까지 곁들여진 사탄의 샌드위치다.”라면서도 “디폴트(국가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표결을 앞두고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민주당의 가치를 담고 있지 않은 이 합의안이 달갑지 않지만 나라를 위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합의안은 찬성 269표, 반대 161표로 통과됐다. 공화당 의원 66명이 반대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찬성 95표, 반대 95표로 팽팽했다. 만약 펠로시가 반대로 기울고 의원들이 동조했다면 법안이 부결되면서 미국이 디폴트에 빠졌을 수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완구 前 충남지사 “내년 총선 출마할 것”

    이완구 前 충남지사 “내년 총선 출마할 것”

    2009년 말 세종시 수정론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한 이완구(한나라당) 전 충남지사가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지사는 1일 충남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전·충남은 행정구역상 금이 그어져 있을 뿐 역사적으로나 기능적으로 하나”라며 대전지역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충남지사 이전 홍성·청양에서 15·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있어 내년 총선에서도 홍성·예산, 부여·청양 등 충남지역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이 전 지사는 자신을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임을 못 박은 뒤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충청권이 세종시 수정추진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붙잡아줬다. 때가 되면 그가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란 사실을 내가 앞장서 충청인들에게 조목조목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사후생 인정할 때 완성되는 삶

    ‘인간의 도덕이 성립하려면 사후 생의 존재가 요청된다.’ 순수이성비판으로 유명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성에 의존한 합리주의의 정점에 있었던 칸트의 사상에선 조금 비켜난 듯한 이 말은 지금의 생이 전부가 아니며 죽음 뒤의 또 다른 생을 인정하는 파격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서도 ‘잘 죽는 법’(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고 실천의 움직임이 요란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죽음의 순간, 즉 임종까지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그에 비해 인류는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생을 알고 대비하기 위한 연구이며 노력을 끊임없이 해온 역사를 갖는다. ‘티베트 사자의 서’며 스베덴보리의 ‘천국과 지옥’은 그 부문에서 걸출한 텍스트로 여겨진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사랑과 영혼’ ‘식스 센스’ ‘디 아더스’ 같은, 죽음 이후의 영역을 다룬 책과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을 보면 사후 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고민의 정도가 어떤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관심과 천착의 흔적들은 대부분 종교적, 혹은 집단의 성향에 눌려 객관적이고 실천적인 지침과 가이드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 점에서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가 내놓은 ‘죽음의 미래’(소나무 펴냄)는 사후 생을 인정하고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방법을 소신있게 제시한 독특한 책이다. 사학자이면서 미국 템플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딴 종교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한국죽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국내 죽음학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 책은 그간 나왔던 관련 저술이며 학술 논문, 예술작품을 비교해 죽음 직후 가게 된다는 , 영계(靈界)를 중심으로 한 사후 생을 소개하는 구성이다. 이미 발표되고 소개됐던 결과물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제시하는 접점들을 요약 정리하고 있지만 죽음학, 특히 사후 생에 대한 그의 학문적 관심과 노력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 준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임종의 순간부터 몸을 벗고 영계에 진입하는 모습, 그리고 영계에서 또 다른 생을 준비해 환생하는 과정을 임사체험이며 최면을 통해 비교적 사실적으로 짚어낸다는 점이다. 영계 또는 사후 세계로 표현되는 죽음 너머의 삶과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 안내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책에서 또렷이 드러나는 메시지는 역시 ‘사후 세계를 이해해야 지금 우리의 삶이 진정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사후 생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앎의 문제이며, 앎을 바탕으로 죽음 뒤의 생을 설계하라.” 1만 3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낮은 한의학’ 출간 이상곤 박사

    [저자와 차 한 잔] ‘낮은 한의학’ 출간 이상곤 박사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배가 아파 보채던 아기가 엄마 등에 엎히면 이내 곤히 잠이 드는 원리는? 정월 대보름에 마시는 귀밝이술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시험 볼 때는 왜 엿을 먹으라고 하는 걸까? 개업 한의사인 이상곤(47) 박사가 쓴 ‘낮은 한의학’(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한번쯤 품어 봤을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한의학의 핵심 논리를 근거로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다. 책은 시공을 뛰어넘어 허준의 명저 ‘동의보감’이 탄생한 배경을 찾아 조선시대 재야 철학자들의 서재 속으로 찾아가기도 하고, 조선시대 왕들과 대신들을 치료하는 역사적 임상 현장으로도 안내한다. 25년간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임상 경험과 내공이 느껴지는 동양적 사유의 경계를 넘나들고 한의학적 진단과 처방을 현대인의 논리로 해석하기도 한다. 익숙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적 해석을 내놓는가 하면, 극히 전문적인 문제를 단순한 논리로 풀어낸다. 한의학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기습 폭우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고 뒤숭숭했던 지난 27일 그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 서초동의 갑산한의원에서 저자를 만났다. “한의학은 고리타분한 학문이라거나 보약 달이기, 혹은 관념과 미신에 빠진 민간 요법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몸의 지혜를 계승·발전시킨 진정한 의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필요합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소통,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낮은 한의학’이라고 했다. 저마다 자신의 우월성이나 권위를 드러내고 싶어서 안달하는 요즘 세상에 굳이 자신을 낮추려는 이유는 뭘까. 그는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우월하다고 고집부릴 것이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결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전문가적 오만을 버려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 박사는 “서양과학의 기준에서 본다면 한의학의 접근 방법이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의학은 합리적인 근거가 분명한 학문”이라며 “한의학의 과학적 합리성을 현대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이해시키는 방법을 찾다 보니 자연히 눈을 대중의 높이에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한의학의 출발은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전통에서 기인한 음양오행이다. 하늘과 땅이 어떻게 생명을 낳고 그것을 기르며 다시 자연의 품으로 안고 순환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논리적 도구가 바로 음양오행이다. 인간의 본질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개념과 논리는 수천년 동안 철학자, 과학자, 기술자들을 거치며 고도로 발달해 왔고 여기에 임상 경험이 보태진 것이 우리의 한의학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그 논리와 체계에 대한 이해는 사라지고 효능과 결과에 대한 겉핥기식 얄팍한 이해만 남았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많은 지식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기본 개념과 논리 체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낮은 한의학’이 지난 수천년간 계승발전돼 온 한의학의 지혜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대구한의대) 시절 학보사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는 이 박사는 국내 한의학계에서는 이명과 비염 치료의 권위자로 이름 높다. 저서로는 ‘코, 음기로 다스려라’, ‘코박사의 코 이야기’ 등이 있다.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 2013학년도 대입 수시 ‘묻지마 지원’ 5회로 제한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이 치를 2013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수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 지원 횟수가 5회로 제한될 전망이다. 또 수시 합격자의 연쇄 이탈을 막기 위해 정시 지원도 엄격하게 금지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 시안’을 발표한 뒤 한양대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이란 대입에서 대학들이 공통으로 지켜야 할 내용을 담은 가이드 라인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들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시안에 따르면 수시모집에서 무제한 지원에 따른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4년제 대학(산업대,전문대 제외)의 경우 지원 횟수를 5회로 제한한다. 학생들이 소질·진로에 상관없이 무조건 지원부터 하고 보는 ‘묻지마식 지원’과 이에 따른 수험생의 시간 낭비, 학부모의 과다한 전형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수시모집 합격자(최초·충원 합격자 포함)의 정시·추가 모집 지원도 할 수 없다. 2012학년도에는 수시 합격자 가운데 최초 합격자만 정시 지원을 금지했지만 2013학년도부터는 충원 합격을 포함, 수시 합격생은 누구도 정시에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수시 합격자에 대해 일괄적으로 정시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해야 수험 기회의 형평성에 맞고 소신 지원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원서접수일 이전에 전형일정과 시험시간을 명확히 공지해 대학 간 일정이 겹쳐 응시하지 못하는 사례를 방지하는 등 수험생 편의 제공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교 교육이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 전형의 원서접수 시작 일정을 늦춰 2013학년도에는 8월 16일부터 시작한다. 2012학년도는 8월 1일부터다. 또 ‘대입의 기본 방향과 원칙’에는 대학 자율화 안정과 고교 교육 활성화를 위해 대입 전형의 급격한 변화를 지양하고, 각 대학은 복잡한 전형으로 인한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도록 전형 단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대교협은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대학입학전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달 말 2013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국민 한명 한명이 외교관으로… 컨트롤 타워 필요하다

    국민 한명 한명이 외교관으로… 컨트롤 타워 필요하다

    21세기 한국 국가전략으로서 ‘공공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공공외교는 외국 ‘정부’가 아닌 ‘국민’과 직접 소통해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로 그 때문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에 둘러싸여 군사력 경쟁의 한계가 분명한 한국의 생존전략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많은 국내외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국이 21세기 국가전략으로서 공공외교를 적극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4대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부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에 즈음해 초당파 원로그룹이 ‘스마트파워’를 주창하고 세부 전략의 하나로 공공외교를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공공외교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외교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고,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전략도 부재한 실정이다. 공공외교의 핵심 정부부처라 할 수 있는 외교통상부는 문화외교국을 두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공공외교국으로 확대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외교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당장 문화외교라는 용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가 중복될 소지가 있다.”면서 “북미국 등 지역·국가 중심 조직인 외교부 안에서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공외교는 무형적 가치 추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국제정치뿐 아니라 문화와 제도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정권에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과 교수는 “공공외교를 위한 예산이 절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각 부처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기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급증 전략부재는 단기적 실적에 집착하는 조급증을 부른다. 최근 정부가 K팝 등 ‘한류’ 확산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는 것이 단적인 예다. 지금도 ‘다이내믹 코리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맞아 국제사회에 한국을 상징적으로 알릴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 2001년 12월 확정돼 참여정부까지 광범위하게 쓰였던 ‘다이내믹 코리아’는 한국의 역동적 발전상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다이내믹 코리아’는 자취를 감춰 버렸다. 회사 이름이나 로고조차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 홍보의 기본인데, 이 원칙이 이전 정부 흔적 지우기에 휩쓸려 버렸다. 국가대표 슬로건조차 몇 년 쓰다 바꾸면 된다는 안일함과 조급함이 깔려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생기고 나서 자문위원으로 가보니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민간 전문가는 나밖에 없었다.”며 정부가 이전 정부의 노력을 모조리 무시해 버리는 것이 조급증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그는 “공공외교는 5년짜리가 아니라 최소 수십 년짜리가 돼야 하는데 정부는 거목은 심지 않고 작은 나무만 여러 개 심는다.”고 꼬집는다. 김태환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은 “‘지도 그리기’ 작업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결국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과 행동계획을 하나의 그림처럼 연결시켜야 한다.”면서 “그건 상당한 조사연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난방 현재 한국에서 공공외교 관련 기관은 외교부 문화외교국,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교류재단,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문화홍보원, 국가브랜드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국제문화교류나 재외동포 관련 업무 등은 서너 개씩 업무가 중복된다. 공공외교라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조정기구가 없다 보니 ‘중구난방’이 한국 공공외교의 특징이 돼 버렸다. 국정홍보 업무를 하다 은퇴한 전직 공무원의 증언은 ‘큰 그림’ 없는 공공외교가 가져오는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공공외교 관련 예산 자체가 모자란다. 다른 예산 항목에서 전용하거나 온갖 편법을 쓰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을 열심히 할수록 감사에서 더 많은 지적을 받는 구조다. 시킨 일만 하면 그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소신을 갖고 노력하는 공무원들은 예산 따는 것도 고생이고 집행하는 것도 고생이요, 지적 받는 것도 고생이다. 공공외교가 발전하려면 정책결정과 행정집행 전반에 걸쳐 교통정리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경제적 이익 집착 한국 공공외교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현실적인 덫은 지나친 경제적 접근이다. 지나치게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현재의 접근법은 장기적인 공공외교 정책 수립을 막고 단기적인 실적 내기에 급급하게 만든다. 이는 결국 시류에 영합하는 조급증과 중구난방을 낳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밝힌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우리 경제력의 30%에 그치고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기업 브랜드가 상승하면 이익이 확대된다는 인식 틀을 국가 차원의 소프트파워에 그대로 단순히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공공외교에 주도적인 구실을 해야 할 외교부와 문화부조차 2009년도 업무계획을 경제 살리기 외교 강화와 국가브랜드 확립으로 각각 설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브랜드를 높여 수출 늘리고 국민소득 높이자는 발상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출범 직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내놓은 우선추진 10대 과제 중 첫번째는 “한국과 함께하는 경제발전”이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애초 목적 자체가 단기적 경제 이익에 있다는 점은 국가브랜드위원회의 태생적 한계”라고 꼬집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毒? 藥? 손학규 대표 ‘한진重 시국회의’ 불참… 대권 가늠자 되나

    毒? 藥? 손학규 대표 ‘한진重 시국회의’ 불참… 대권 가늠자 되나

    24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지도부는 몽땅 부산으로 달려갔다. 정리 해고 논란으로 파행이 거듭되고 있는 한진중공업을 찾아 ‘시국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온 종일 서울에 머물렀다. 서울 영등포 당사에도 출근하지 않은 채 지인들을 만나며 하루를 보냈다. ‘희망 시국회의 200’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날 행사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크레인 고공 투쟁을 벌인 지 200일째를 맞아 열렸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김진표 원내대표를 비롯,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권과 시민사회, 학계, 종교계 279명이 집결했다. 손 대표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에 이름만 올렸을 뿐 현장에 가지 않았다. 수권 정당이 되려면 균형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며 한중 사태에 거리를 둬 온 지론을 굽히지 않았다. 손 대표의 핵심 측근은 “한진중공업 문제는 현장에 가고 안 가고가 아닌 해법을 내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소신’은 야권 내에서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시국회의 불참에 따른 파열음은 다른 때보다 더욱 거세다. 기존 노사 문제,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넘어 야권 통합과 노동정책 연대, 해법 모색을 함축하는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당장 손 대표의 ‘한진 대처법’을 대권 주자로서 자격을 평가하는 가늠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손 대표가 야권 최우선 쟁점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범야권 단일후보 위상에서 보면 독(毒)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재벌 문제에 견줘 노동 문제는 아직 사회적 연대가 미약한 상황에서 제1 야당 대표가 이 문제를 경원시하는 것은 대선 주자로서 득이 될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정체성 논란이 따라붙는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사회적 약자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충고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 진보개혁 진영의 확실한 도장을 받지 못한 손 대표가 갈등 해결을 소수자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손 대표의 비급진적인 행보가 외연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이런 쪽에서는 (대선) 본선 확장력을 생각하면 중도와 진보를 아우르는 행보가 약(藥)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노총을 방문하고 한진중공업 노사 양쪽을 세 번이나 만나는 등 실질적인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안팎의 논란을 되받아쳤다. 오히려 시국회의 불참 논란을 정치적으로 몰고 간다는 의구심이 섞여 나온다. 또 다른 측근은 “한진중공업 문제에 수수방관하는 여권을 노려야지, 왜 엉뚱하게 손 대표를 겨냥하는지 모르겠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차별화 전략에 빠진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정세균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성과 없는 대통합 말고 가능한 쪽이라도 선도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성찰과 준비 없는 ‘민주당 486’

    한때 ‘386’이라는 이름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엄혹했던 군사 독재 시절, 최루탄 자욱한 거리에서 함께 손을 잡았고 뒷골목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을 겪은 뒤 각 분야에서 조직 활동가로 일하며 그렇게 시대를 건넜다. 일찌감치 정치적 훈련을 받았고 기존 6·3세대나 4·19세대에 견줘 집단화된 세대이기도 하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이 등장했다. 386세대에 대한 기대였다. 물론 세대 교체 바람으로 자민련을 압박하고 내각제 논의를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었다. 386세대들이 전면에 나선 후부터 정치권 지형 개편 때마다 세대 교체 슬로건이 나부꼈다. 40대 기수론 등이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정계 개편이라는 힘의 논리에 빠졌다. 386정신은 정치에 투영되지 못했다. 오히려 계파 정치에 얽매여 행동대장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0년 4·13총선 당시 ‘권노갑 장학생’ 명단엔 386정치인들의 이름이 줄줄이 올랐다. 지난 정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철회를 외쳤지만 끝까지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 이쯤 되니 수혈이 아니라 흡혈이라는 말마저 나왔다. 민주당 486그룹인 ‘진보행동’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복수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운영위원장인 우상호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는 총선의 얼굴이다. 구태의연한 사람은 안 된다.”면서 “한나라당 지도부에도 486 정치인이 3명이나 들어갔다.”고 말했다. 씁쓸했다. 한나라당의 세대 교체는 잇단 선거 패배와 지도부 공백 등 위기 타개책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황이 다르다. 세대 교체가 필요한 배경부터 어긋난다. 프랑스 6·8혁명 세대들은 이후 녹색당을 통해 생태, 환경 등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만들었다. 세대 교체에 걸맞은 비전과 콘텐츠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 486그룹은 10여년 동안 정치 중심부에서 주류로 있었다. 성찰과 준비 없이 뛰어드는 당권 경쟁은 패거리 정치와 다를 바 없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부자 삶 지겨워” 학교경비로 돌아온 ‘복권 당첨자’

    “부자 삶 지겨워” 학교경비로 돌아온 ‘복권 당첨자’

    영국의 50대 중년 남성이 복권당첨으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돼 직장을 떠났으나 3년 만에 다시 학교 경비로 돌아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남성은 “풍요로운 삶보다 열심히 사는 삶이 더 즐거웠다.”고 이유를 밝혔다. 영국 일간 메트로에 따르면 켄트 주에 사는 아더 라이트(51)는 2008년 3월 유럽에서 발행되는 내셔널로터리(National Lottery)에 당첨, 290만 파운드(49억 6000만원)을 거머 쥐었다. 뜻밖의 횡재에 라이트는 “복권 당첨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즐거워했다. 공장 근로자로 20여년 일했던 라이트는 당첨된 날 바로 직장을 떠났다. 침실 3개짜리 좁은 주택에서 두 아들 내외와 살던 라이트는 꿈에 그리던 큰 집을 샀고 낡은 차를 버리고 고급차도 사들였다. 또 가족을 모두 데리고 미국 디즈니월드로 호화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3년 간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던 라이트는 최근 켄트 주의 한 고등학교의 경비원으로 취업했다. 그는 “일을 하지 않으니 몸은 편했지만 무기력했다.”면서 “부유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돈 쓰는 재미에 빠졌던 적도 있지만 이젠 지겹다.”고 이유를 밝혔다. 라이트는 더 이상 복권을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첨 뒤에도 복권을 계속 사들였던 그는 “더이상 돈이 나의 모든 행복을 책임져 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치열하게 일하면서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대의 행운”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이슈 인터뷰] ‘환율 주권론자’ 최틀러의 고백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환율주권론자로 불린다. 고환율 정책에 대한 확고한 소신 때문에 ‘최틀러’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두 차례 환율 문제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03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시절,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가 물러난 뒤 2008년 기획재정부 차관으로 복귀했으나 다시 4개월 만에 환율에 발목이 잡혀 퇴진했다. 이런 최 장관이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환율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 재정경제원 장관비서관으로 일하면서 ‘800원대의 환율을 900원대로 올려 달라’는 직물업계와 가구업계 등의 진정서가 매일 봇물을 이루는 것을 봤다.”면서 “당시 나를 비롯한 재경원 공무원들은 10% 생산성 향상 운동을 벌이면서 적정환율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돌이켜보면 반성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료들은 업자들이 우는 소리를 한다고 이해했으나 이듬해부터 연간 150억 달러 적자로 돌아서면서 외환위기를 불러 온 한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관찰 횟수가 증가할수록 예측의 확실성이 증가한다는 ‘대수의 법칙’까지 거론하면서 환율 인하는 곧 중소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려 공장폐쇄점을 앞당길 것이란 주장도 펼쳤다. 그는 “환율을 내리고 금리를 올리면 물가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고 얘기하는 교수들이 있지만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한 것”이라며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닫으면 불행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자존심 상한 패리스 힐튼, 인터뷰 도중 뛰쳐나가

    자존심 상한 패리스 힐튼, 인터뷰 도중 뛰쳐나가

    ‘할리우드 악동’ 패리스 힐튼(30)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기자와 가벼운 언쟁을 벌이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새 리얼리티쇼 ‘월드 어코딩 투 패리스’(The World According to Paris)에 출연 중인 힐튼은 최근 LA자택에서 진행된 ABC방송 저널리스트 댄 해리스와의 인터뷰에서 “출연한 리얼리티쇼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 아닌가.”란 질문을 듣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해리스가 “라이벌인 킴 카사디안보다 인기가 밀리는 것 같다. 불안한가.”라고 민감한 질문을 던지자 힐튼은 일그러진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전혀 아니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가 한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 뒤 다시 돌아온 패리스는 침착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다시 참여했다. 카사디안을 다시 거론하진 않았지만 힐튼은 “15년 동안 방송을 했고, 방송 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 계속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 이후 힐튼은 홍보 담당자를 통해 자신의 돌출행동 영상을 내보내지 말 것을 방송사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BC방송은 힐튼이 당황하며 자리를 뜨는 장면을 최근 그대로 공개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힐튼이 인터뷰 도중 자리를 뜬 건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그녀를 질책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질문이 지나치게 무례했으며, 이런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 역시 출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방송사를 비난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이슈 인터뷰] ‘기름값 종결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듣는다

    [이슈 인터뷰] ‘기름값 종결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듣는다

    “우리는 문화·민족·역사를 공유하는 공동체여서 승자독식의 시장원리를 앞세우는 것이 때로는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한 시장골목 진출에 반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 21층 집무실에서 가진 박건승 서울신문 산업부장(부국장급)과의 대담에서 “정부가 시장 곳곳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기름값을 뒤집어보겠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기름값을 내렸듯이 같은 마음으로 연착륙해 달라.”며 정유업계를 압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에 내려보내는 예산을 앞세워 SSM의 출점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예를 들어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라면, 보호할 의무를 가진 곳이 정부이니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차별적 SSM 진출을) 제재하자는 것”이라며 “모두가 팔짱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부가 나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기름값 결정 구조는 사실상 독과점 상태여서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고, 이럴 때는 어느 정도 시장 가격에 개입할 수 있다. 이것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찜통 더위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마주한 최 장관은 고민이 깊은 표정이었다. MB정부의 실세 장관으로 불리는 만큼 기름값은 물론 전기요금, 물가, 환율, 동반성장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드물 정도다. 그는 “현장에 자주 다녀야 하는데 (부처 내) 의사결정할 일은 쌓여 있고 굉장히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름값을 둘러싼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겠나. -가려지리라 본다. 분명히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서울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장부를) 들춰 볼 계획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1800원대인데 수도권은 2000원대 아닌가. 전국의 주유소가 1만 2000여개인데 500개만 하면 거의 수도권으로 제한된다. ‘500+α’가 될 것이다. α의 크기는 추후 협의할 것이다. →기름값과 관련한 추후 구체적 일정은. -국제 유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유통시장이 투명해지고 공정해져야 한다. 앞서 정부의 유가 태스크포스(TF)에선 무폴 주유소를 확대하고 오피넷 등 가격 공시시스템을 강화한다는 안을 내놨다. →적정 휘발유 가격은. -그야말로 비가 와야 물을 대는 천수답과 같은 형국이다. 유가가 떨어져야 하고,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여야 한다. 현 정부 출범 때 4%선이던 자주개발률은 올해 말 14%선에 이를 전망이다. 에너지 자주국이 되는 것은 서두를수록 좋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 모두 부러워하는 (벤치마킹) 모델이다. 이런 이점이 없었다면 굉장히 답답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진심으로 가르쳐주고 그곳의 자원을 우리가 활용한다면 윈윈 모델이 된다.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에 산업자원협력실도 출범시켰다. 실장 아래 90여명의 직원이 개별 국가의 현황을 챙기고 있다.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유류세 인하는 아직 검토 단계다. 정량세로 돼 있지 않으냐.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 되어야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 할당관세를 낮추는 것은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 협의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지 않나. -그렇다. 재정수입 등 다른 것과의 형평성을 생각하지 않고 유가만 생각하면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유가가 오르면서 관련 세금인 특소세, 부가세, 관세 등은 그만큼 더 걷혔다. 물가 상황이나 유가 등을 지켜보면서 기획재정부가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 →유가가 이렇게 오르면 생계형 자영업자가 피해를 본다. -택시기사나 농사 짓는 분들에게 유류 보조금과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취약계층을 다 커버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지난번 가스 요금도 연동제로 돼 있는 것을 눌러서 못 오르게 했다. 연구해 보완하겠다.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동반성장지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적합업종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를 강제로 시행하다 2006년에 폐지한 적이 있다. 확연하게 빨간줄을 긋지 않더라도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의견이 너무 엇갈린다. -같은 제품이라도 기술적 측면에서 차등화할 수 있지 않겠나. 예컨대 두부 가운데 기능성 두부 같은 것은 상당히 가격도 높을 것이고 연구개발도 해야 하고 설비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은 작은 기업들이 하기 힘들다. 두부를 좀 더 세계화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반면 일반 순두부집의 손두부까지 대기업이 해야 하느냐, 이것은 얘기가 다르다. 골목상권에 맡겨 놓는 대신 반쯤 발효시킨 특수 두부나 기술력이 필요한 것은 대기업도 가능하다고 본다. 김치도 특수 가공한 김치,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올리브유에 볶아 캔에 넣어 대량 생산해 파는 김치 등은 중소기업으로선 한계가 있다. →적정 환율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곧 조사결과가 나온다. 균형 잡힌 사고가 필요하다. 한 측면만 보면 안 된다. 일부 학자들은 금리는 올리고 환율을 내리면 물가가 잡힌다고 하는데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 대담 박건승 산업부장 정리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올 수시 ‘학생부 비중·대학별 고사’ 합격 좌우한다

    올 수시 ‘학생부 비중·대학별 고사’ 합격 좌우한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도 다양한 전형 요소를 활용한 특별전형에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수시모집이 증가했다. 단, 수시에 합격한 이후에는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 자신의 적 성과 희망 대학 및 학과, 미래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 본 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수시모집은 전반적으로 학생부 비중이 증가했다. 학생부를 80% 이상 반영하는 대학 수가 늘었고, 100% 반영하는 대학도 90개교로 지난해보다 6개교나 증가했다. 이들 대학은 상위권보다는 중·하위권 대학이 많으며, 대학별 고사 부담이 없어 학생 지원이 몰리는 편이다.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학생부 전형을 활용하되, 경쟁률을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부나 대학별 고사 성적뿐만 아니라 교내외 특별활동, 특기와 실적 등을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가정환경이나 가치관, 발전 가능성 등 정의적 측면에 대한 심층 분석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올해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시행하는 대학 수는 지난해 119개 대학으로 3곳이 늘었으며 모집 인원도 3만 8083명으로 4000명가량 증가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부를 포함한 서류 평가와 면접을 반영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서강대(수시 1차 학교생활 우수자)가 학생부 성적의 비중을 높이거나 경희대(수시 1차 창의적 체험활동)처럼 창의적 체험활동보고서와 포트폴리오 성적을 중요시하는 등 대학마다 반영 요소가 다르므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찾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학생부를 반영하더라도 성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교과 내용, 교내외 활동, 성적 향상도 등을 꼼꼼히 보기 때문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준비해 온 학생이 유리하다. 수시모집에서는 논술, 면접, 적성고사 중심 전형 등 다양한 전형이 시행되며 지원자 간 학생부 성적 차가 크지 않아 대학별 고사가 합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서울대가 올해 특기자 전형 인문계열에서 논술을 반영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서류와 면접, 구술고사로 선발하고 대다수 대학도 논술 100% 우선 선발 전형을 폐지하는 등 논술 비율을 축소하는 추세다. 논술 선발 인원이 줄어들면 논술에 뛰어난 상위권 학생의 수시모집 입학이 불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논술 전형만 놓고 보면 학생부 비중이 증가하더라도 여전히 반영 비율이 높고, 지원자 간 학생부 점수 차가 미미해 실질적인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부 중심 전형 학생부 성적은 좋지만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고 특기도 없다면 학생부 중심 전형에 도전해 보자. 학생부 중심 전형은 학생부 반영 방법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으므로 반영 방법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국대 학생부우수자(1차), 국민대 교과성적우수자(1차), 아주대 학생부우수자(1차) 전형 등은 모두 학생부 100%를 반영하지만 건국대는 학년별로 반영 비중이 다르고(1학년 20%, 2·3학년 80%), 인문은 국·영·수·사, 자연은 국·영·수·과 과목을 반영한다. 반면 국민대는 학년별 가중치가 없으며 아주대는 건국대나 국민대처럼 인문(국·영·수·사), 자연(국·영·수·과)으로 나눠서 반영하나 교과별로 가중치는 ▲인문(국어, 영어 각 30%, 수학, 사회 각 20%) ▲자연, 금융공학부(국어, 과학 각 20%, 수학, 영어 각 30%) 등 교과에 따라 산출 점수가 달라진다. ●논술 중심 전형 논술에 자신이 있다면 논술 우선 선발 전형에 도전해 보자. 주요대 논술 중심 전형 대부분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점수도 일반 선발보다 높은 편이다. 성균관대 일반전형(2차)에서 논술 70%를 반영하는 우선 선발은 인문계열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언어, 수리, 외국어 3개 영역 등급 합이 4 이내이지만, 일반 선발(학생부 50%+논술 50%)의 인문계열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언어, 수리, 외국어 3개 영역 등급 합이 6 이내로 우선 선발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높다. 매년 수능 성적 부족으로 탈락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본인의 수능 성적이 가능한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적성고사 중심 전형 학생부 성적도 좋지 않고, 논술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면 적성고사 중심 전형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주의할 점은 각 대학의 기출문제를 통해 반드시 문제 유형을 숙지해야 한다는 것. 적성고사 전형은 단기간에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다 입학사정관 전형이나 논술전형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아 매년 높은 경쟁률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중하위권 학생들이 무작정 도전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학별로 출제 경향이 다른 데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부족한 학생은 그만큼 합격 확률이 낮다는 점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주요대의 경우 적성고사 전형에서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므로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정보를 체크하자. ●외국어 성적 중심 전형 외국어 우수자를 선발하는 전형은 무엇보다도 지원 자격을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 전형 방법은 단순히 서류나 학생부, 면접 등이더라도 지원 자격을 보면 모집단위별로 일정 수준의 공인어학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강대 알바트로스인재(인문계열 1차) 전형은 1단계에서 영어에세이 성적만으로 2~4배수 인원을 선발하므로 영어에세이 점수가 중요하다. 수시 1차에 신설된 브레인한양 전형(인문계열)은 서류(학업계획서)와 공인어학성적을 50%씩 반영하지만, 공인어학성적을 일정 기준에 의해 상, 중, 하 3개의 등급으로만 반영하여 변별도가 크지 않으므로 철저한 서류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또 학교별로 영어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원 대학의 면접 방법 역시 꼼꼼히 살펴 준비하도록 한다. 올해는 서울시립대와 한양대(서울)처럼 TOEIC 성적을 인정하지 않는 등 인정하는 어학 성적 종류가 변경된 대학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수시 모집의 주요 전형 요소가 학생부나 대학별 고사 성적이라고 하지만,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꽤 까다로운 편으로 상위권 대학일수록 기준이 높다. 특히 논술 우선 선발 등 각 대학의 우선 선발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일반선발보다 높은 편이므로 수능 성적 부족으로 탈락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 적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하여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시 모집은 대학별로 모집 차수도 다양하고 대학마다 모집 차수별, 전형 유형별 복수 지원 가능 여부도 복잡하다. 대학에 따라 단일 모집 혹은 2, 3차까지 분할 모집을 시행하며, 같은 대학 안에서도 차수 간 복수 지원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전체 차수에서 1개 전형에만 지원하도록 제한하기도 한다. 또 동일 차수에서도 전형 간 지원이 가능하거나 전형 유형 내 2지망 학과까지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원을 희망하는 대학의 복수 지원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수시 지원 결정에 앞서 지원 희망 대학의 수시 합격 가능성과 정시 합격 가능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수시에 지나치게 안전 지원하여 합격한 후, 후회 끝에 재수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중히 결정하여 소신 지원하도록 한다. 또 올해는 12월 15~20일 6일간의 수시 모집 미등록 충원 기간을 설정하여 정시 모집으로의 이월 인원을 최소화된다. 이 기간에 각 대학은 정시 모집처럼 불합격자 중 성적순으로 미등록 인원을 충원하게 된다. 하지만 수시 모집 최초 합격자가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정시 모집에 지원이 제한되는 반면, 미등록 충원 기간에 수시모집에서 추가로 합격한 경우는 등록을 포기하면 정시 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2012학년도에는 수시 모집 선발 비율이 2011학년도보다 더 증가한 데다 정시 모집으로 이월되는 수시 모집 미충원 인원의 최소화 덕분에 수시 모집을 통해 선발되는 인원은 지난해보다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 대학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전형을 잘 살펴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하여 수시 모집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보는 것이 좋다. 수시 모집 때가 되면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지원하고 보자.’는 식의 결정을 하기 쉽다. 하지만 신중하지 못한 지원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로 이어져 학습의 리듬을 깨뜨리고 집중력을 약화시켜 다음 정시 준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수시에 지원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를 먼저 점검하는 것. 외국어 성적이나 특기 능력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닐 때는 학생부 성적을 지원 잣대로 삼아야 한다. 모의평가 성적이 떨어지고 있거나 학생부 성적보다 낮다면 수시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모의평가 성적이 상승 추세이고, 학생부 성적에 자신이 없다면 수시모집에서는 소신지원을 하고 정시를 노리는 것이 전략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도움말 유웨이중앙 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평가이사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오종운 평가이사
  • [나는 고졸이다] 울산마이스터高 손윤희양 삼성전자 취업 성공기

    [나는 고졸이다] 울산마이스터高 손윤희양 삼성전자 취업 성공기

    15일 울산 북구 효문동에 있는 울산마이스터 고등학교 실습실. 손윤희(18·자동화시스템과 3학년)양이 여름방학 중인데도 컴퓨터 앞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손양은 이미 삼성전자 천안공장의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 생산직 공채에 합격해 8월 1일부터 출근한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LCD 액정의 품질 관리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12월 기말고사에 대비해 중간고사 때의 ‘오답 노트’도 정리했다. 마지막 학교 시험이지만 마음의 부담이 없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꿈만 같았어요. 입사 원서를 냈지만, 글로벌 대기업이라 합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손양은 지난 5월 1차 서류전형과 2차 필기 및 면접시험을 잇따라 통과했다. 비공개 방침이라 입사 경쟁률은 모르지만 함께 응시했던 친구 10여명이 모두 실패한 것으로 봐서 엄청 좁은 관문을 뚫은 것이라 짐작만 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등학교(일반계고·특성화고) 졸업생 가운데 79%가 전문대 및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나머지 21%는 취업이나 재수, 군복무, 아르바이트 등에 종사한다. 손양은 특성화고 졸업생 10명 중 7명이 대학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마이스터고의 취업 맞춤형 교육의 성과로 평가된다. 지난해 전문대 이상 졸업자 53만 9996명 중 55%인 26만 7003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대학 재학생 30.4%(4년제 31.4%)가량이 휴학했다. 그녀는 “지원서를 제출하고 나서 2개월 동안 학교와 집에서 매일 면접 연습을 했다. 학교에서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세 차례 모의 면접을 한 것이 큰 힘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손양은 정보기기 기능사 3급 등 취업용 자격증을 3개나 보유한 기능인이다. 특성화고교를 선택한 만큼 자격증이 취업의 지름길이라는 소신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친구들 대부분이 고교 3년 동안 2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한다.”면서 “어떤 친구는 전공 분야 외에도 미용 등 다양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기술직 인턴으로 선발된 70명도 기능사 자격증 2~3개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한 단계 높은 산업기사 자격증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양은 취업을 앞둔 친구와 후배들에게 ‘눈높이에 맞춘 취업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좋은 회사만 고집하다 보면 어려울 수 있다.”면서 “능력과 적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취업의 벽도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면접은 자신의 장점을 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모의 면접이 실제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울산마이스터고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산학 연계 교과과정 운영, 산업체 협약, 취업 인턴제 도입, 산업 명장과의 멘토 결성, 산업현장 실습·체험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에 꼭 맞도록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고 특성화고의 변화다. 손양은 학벌 중심의 사회에서 산업현장을 지키는 기능인이 되겠다는 포부을 밝혔다. 그녀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산업현장에서 기술의 맥을 이어 가야 한다.”면서 “어렵고 힘들겠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1등 기능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졸 초임 평균 연봉은 1648만원이지만, 대기업의 경우 2300만~400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아진 취업률과 연봉에 힘입어 최근 특성화고에 대한 우수 학생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자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이력서 1만 7000건을 분석한 결과 전문대졸 구직자의 희망 연봉은 1941만원으로 고졸 이하 2021만원보다 80만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은 2263만원, 석·박사 이상은 2628만원이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감사관 자격’ 더 깐깐해졌네!

    ‘감사관 자격’ 더 깐깐해졌네!

    ‘기업회계 2급 이상, 컴퓨터 활용능력 1급’ 앞으로 감사원 직원이 되려면 최소 이 같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 감사원은 올 들어 신규·전입 직원에 대한 교육을 크게 강화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양건 원장이 취임한 후 직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따른 조치이다. 양 원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비리적발은 물론 정부정책에 대한 감사를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능력과 식견이 필요하다.”면서 “관심분야에 대한 기초소양을 꾸준히 기르고 자신만의 주특기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감사관 교육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종전 5주 동안 실시하던 기초직무교육을 12주로 늘리고 전산교육과 회계교육을 4주씩 편성키로 했다. 이를 통해 실지감사를 나가기 전에 감사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자세와 감사처리절차 등을 충분히 배우도록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방침이다. 특히 감사원은 행정업무 전반이 전산화되고 정부 회계에 복식부기가 도입되는 등 감사대상 업무가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신규 및 전입자 교육과정에 컴퓨터 활용능력 1급, 기업회계 2급 자격증 취득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3월 21일부터 교육을 받은 올해 첫 신규·전입 직원 38명은 이 같은 강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38명의 신규·전입 직원 가운데 32명(84%)이 교육기간 동안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공인회계사 8명을 포함해 19명(50%)이 기업회계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감사원 관계자는 “올 하반기 신규·전입자를 비롯해 앞으로 직원교육은 직무·전산·회계 이론과 실무기초를 튼튼히 하고 전문성과 객관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2012학년도 수시모집] 묻지마 지원·합격자 연쇄이동 등 혼란 우려

    201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부터는 미등록 인원 충원이 가능해지고 같은 대학 안에서도 복수 지원이 허용되는 등 수험생의 지원 기회가 대폭 늘면서, ‘일단 붙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지원’이 대거 늘어나고, 합격자 간 연쇄 이동에 따른 대학의 입시 업무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쉬운 수능 피하고 보자” 올해 수시모집에 수험생이 몰릴 조건은 다양하다. 첫 번째로 ‘쉬운 수능’에 따라 정시를 피해 우선선발을 노리는 상위권과 재수생의 지원이 예상된다. 이어 수시 미등록 인원 충원으로 선발인원이 대거 늘어나면서 추가 합격을 노린 중위권의 지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대학에서도 모집 차수별, 전형 유형별로 복수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소신지원과 안정지원을 조합한 중복 지원도 증가할 전망이다. ●“수시 불합격은 재수” 마지막으로 수시 총 모집인원 증가와 추가 합격자의 정시모집 지원(미등록자에 한정)이 가능해지는 새로운 변수까지 가세하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 ‘수시 불합격=재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제한이 없는 ‘무제한 지원 가능’ 카드를 가진 수험생이 막연한 기대를 하고 수십장의 지원서를 남발할 경우, 가·나·다 세번 지원으로 끝나는 정시모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이사는 “수시 복수지원금지 조항이 사라지고 올해부터는 추가합격자에 한해 정시 지원 기회까지 주면서 지원자가 대거 늘어나겠지만, 한편으로는 최초 합격자 간에 형평성 문제도 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게다가 시행 첫해이다 보니 대학별로 추가 합격자에 대한 발표 방식도 제각각으로 통일되지 않아 합격자 연쇄 이동에 따른 입시 업무 혼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교육평가연구소 이사는 “수시 중복합격자의 미등록 충원에 따라 선발인원이 늘면서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려 성적과는 무관하게 무조건 지원하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신중하지 못한 수시 지원은 수능을 앞두고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 학습 리듬을 깨뜨리고 집중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지원자격과 합격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신중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어떻게

    ■美의회, 이행법안 초안 채택…구속력은 없어 미국이 의회의 여름 휴회(8월 6일) 이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할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상원과 하원이 7일(현지시간) 한·미 FTA 이행 법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한 지 몇 시간 만에 표결을 통해 이행법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실직 노동자 지원제도인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연장 법안을 연계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이견이 거듭 확인돼 향후 비준 절차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의 재무위는 한·미 FTA와 미·콜롬비아 FTA, 미·파나마 FTA 이행 법안에 대한 ‘모의 축조심의’를 거친 후 표결로 법안을 채택했다. 이 법안에는 TAA 연계가 포함됐고, 이를 반대한 공화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의 세입위는 TAA를 배제한 FTA 이행 법안만을 놓고 모의 축조심의를 거쳐 표결로 법안을 채택했다. 물론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채택된 법안은 단지 의회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며 구속력은 없다. 행정부는 이를 참고해 실제 이행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게 되고, 의회는 하원과 상원의 순차적 표결로 비준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리게 된다. 이제 관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TAA를 연계한 이행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지 여부다. 오바마 대통령이 소신대로 TAA를 FTA에 연계함으로써 TAA 반대 입장인 공화당에 FTA까지 부결시켜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지우는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과 이번엔 FTA 법안만 제출하고 나중에 TAA 연장안 처리를 보장받는 쪽으로 공화당과 정치적 타협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갈린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與 “우리도 하자”… 野 “안돼”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다음 달 안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 비준 동의안 처리를 놓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오전 ‘한·미 FTA 여·야·정 협의체’ 2차 회의에 참석해 “미국 하원이 오는 18일부터 휴회하게 돼 있지만, 이를 반납하고 계속 개회해 (비준 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9월 전에 처리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미 의회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이달에 미 정부가 의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면 상원은 상원대로, 하원은 하원대로 표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우리도 비준 동의안을 하루속히 국회에 상정해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시한을 못 박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첫 회의에서도 조속히 비준하자는 한나라당과 재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민주당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난 데 이어 이날 역시 비준을 위한 선행 조건 등을 놓고 여야가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또 이날 오후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한·미 FTA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등 반대 토론에 나설 예정이었던 참석자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반쪽짜리’가 됐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공청회는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박재완의 소신

    박재완의 소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 건전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발언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박 장관은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복지 공약을 ‘포크 배럴’(pork barrel·돼지고기 보관통)에 비유했다. 박 장관은 이날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복지 논쟁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포크 배럴’에 맞서 재정 건전성을 복원하고 재정 지출을 지속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등 재정규율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돼지 보관통을 뜻하는 ‘포크 배럴’은 표를 의식해 선심성 복지 정책을 남발하는 미국 의회 정치의 구태를 비난할 때 쓰이는 말이다. 참석자들은 선진국의 심각한 재정위기에 대한 공감대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해했다고 하나, 비유의 적절성을 놓고 정치적인 파장도 예상된다. ●‘의원 비유 적절성’ 정치권 파장 일 듯 박 장관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포퓰리스트로 지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가재정의 대차대조표도 생각하지 않고 균형감을 잃은 채 과도한 지출을 부추기는 정책은 표만 의식한 무책임한 논의라는 비난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복지, 맞춤형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라는 세 가지 원칙에 맞지 않는 정책들은 배격해야 한다.”며 “내년에 대선이 있지만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처럼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복지 논쟁에서)확실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취임사부터 재정부에 재정 건전성의 사수를 주문해 왔다. 취임사에서 페르시아 군대에 맞서 그리스로 통하는 관문인 테레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킨,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최정예 전사 300명을 언급해 국회의원들로부터 “우리가 페르시아 군대고 박 장관은 레오니다스냐.”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박 장관이 정치권의 반발에도 재정 건전성에 대한 강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포퓰리즘 요구를 한번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측은 끝나지 않은 유럽의 재정위기, 지난달 말로 끝난 미국의 유동성 완화 정책 등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많은 상태에서 경제의 버팀목으로 건전재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가 소규모 개방경제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측면에서 충격 완화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속도의 경제회복을 보인 것도 재정 건전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유지가 경제 버팀목” 정부는 2013년부터 세출과 세입이 균형을 이루는 건전재정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등록금 부담 완화, 의료서비스 강화 등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건전재정 달성은 물거품이 된다. 현재의 복지정책이 그대로 유지돼도 2020년 나랏빚이 국내총생산의 42.6%에 달한다는 점도 재정당국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27억 복권당첨’ 노총각, 한푼도 안 쓰는 이유?

    하루아침에 복권으로 백만장자가 된다면 평소 사지 못했던 값비싼 것들에 눈을 돌리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지난 1월 복권에 당첨된 닐 베이커(37)는 그렇지 않았다. 사치는커녕 지금껏 당첨금을 한 푼도 쓰지 않은 것. 전직 주방장 베이커는 지난 1월 동료와 함께 산 복권이 480만 파운드(81억 6300만원)에 당첨돼 백만장자의 꿈을 이뤘다. 자신의 몫으로 160만 파운드(27억 1900만원)을 챙겼지만 베이커는 이 돈을 당분간 한 푼도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베이커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돈에 대한 소신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베이커는 팔순을 앞둔 어머니와 시간을 더 오래 보내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낸 뒤 어머니의 좁은 집으로 이사했다. 10년 된 낡은 차도 바꿀 생각이 없을뿐더러 볼링장에서 일하는 여자 친구와 당분간 결혼계획이 없다고도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사치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돈이 있다고 더 큰 걸 가지려고 한다면 그 씀씀이가 커져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가난해 질 수밖에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베이커는 “멋진 스포츠카나 저택 등을 구입하는 화려한 소비 보다는 어머니와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여유를 만끽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씨줄날줄] 잉락 친나왓의 운명/김종면 논설위원

    “기업은 일종의 국가다. 국가는 하나의 기업이다. 둘은 같다. 경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태국의 전 총리 탁신 친나왓(62)은 그런 소신대로 나라를 경영한 정치 비즈니스맨이었다. 그러니 국가와 자신의 사업을 혼동했다. 돈으로 권력을 얻고, 그 권력으로 다시 돈을 벌어들인 위험한 재벌정치가. 하지만 빈민과 농민층에겐 소외받는 대중을 일으켜준 영웅으로 통했다. 엘리트 경찰에서 동남아 최고의 통신재벌로, 총리에서 마침내 극좌 혁명가가 되기까지 극적인 삶을 산 그를 빼고 태국의 정치를 말하긴 어렵다. 태국의 현재 모순과 미래의 전망이 그의 한몸에 응축돼 있다. ‘탁신의 제국’ 태국에서 지금 거대한 정치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제 치러진 총선거에서 탁신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 잉락 친나왓(44)이 이끄는 제1야당 푸어타이당이 승리, 태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하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 총리가 남긴 부(負)의 유산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외신에선 잉락에게 온갖 달갑잖은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탁신의 트로이 목마’ ‘탁신의 아바타’ ‘태국의 에바 페론’…. 이쯤 되면 ‘남매 총리’ 기록을 세운 잉락에겐 반면교사도 정면교사도 탁신일 수밖에 없다. 잉락은 과연 탁신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제2의 에바 페론 운운하는 불명예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 심각한 경제난에도 모든 농민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겠다는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으니 뒷수습이 문제다. 1940년대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 대통령의 부인 에바 페론은 ‘포퓰리즘의 대명사’였다. 잉락이 에바의 길을 가느냐 않느냐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에바와 잉락의 포퓰리즘은 뿌리가 다르다. 그런 만큼 전개 양상 또한 다를 수 있다. 가난한 농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에바의 포퓰리즘이 한맺힌 핏빛 포퓰리즘이라면, 유복한 가정의 유학파 잉락의 그것은 단순한 선거용 장밋빛 포퓰리즘일지 모른다.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래 18차례나 군부에서 들고 일어난 ‘ 쿠데타의 나라’. 어렵사리 점화된 민주화의 기운이 또다시 압사당해선 안 된다. 태국의 민주주의가 홍등가에 넘실대는 화려한 불빛만큼이나 허황한 것이란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탁시노믹스’(탁신경제) 향수 속에 봇물을 이룬 태국판 포퓰리즘을 보는 우리의 소회는 착잡하다. 포퓰리즘 망국론까지 나오는 대한민국 아닌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일이 아니다. 우리 얘기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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