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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쇄신파, 靑·野 강경대치에 역풍 우려 침묵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장기 표류하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여야 쇄신파의 소신 있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치 파행 국면에서 당의 공식 입장에 반론을 펴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새누리당 내 쇄신파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단독 처리 후폭풍, 선관위 디도스 공격 여파 등 당의 위기 상황이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등 고비 때마다 고언을 아끼지 않으며 ‘당이 죽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조직법 파행 국면에서는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새 정부 초기에 청와대와 야당이 ‘강대강’(强對强)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 봤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지도부 경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잠행하는 편이 낫다는 공감대도 의원들 사이에 퍼져 있다. 내부적으로는 새 정부 출범 및 당 지도부 교체기에 구심점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쇄신파의 좌장 역할을 했던 남경필 의원을 비롯, 재선의 황영철·홍일표·김세연·박민식 의원 등을 제외하고는 주도적으로 나설 ‘새 얼굴’이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이들은 국회에서의 법안 강행 처리를 원천 차단한 국회선진화법 입법을 주도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에선 당내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민주당 쇄신을 바라는 의원모임’(쇄신모임)이 최근 외연 확대를 위해 ‘새정치실천네트워크’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이들이 당내 현안이나 정부조직법과 관련한 당 지도부의 협상 내용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당내에서 ‘계파정치’를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파벌 정치로 오인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쇄신모임 소속 의원은 7일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당내 현안, 안철수 전 교수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이라면서 “개인의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피력할 수는 있지만 집단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기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수사는 속도 아닌 완성도 중요”

    “수사는 속도 아닌 완성도 중요”

    “수사의 본질적인 가치는 속도가 아니라 공정성과 완성도입니다. 꼼꼼하고 정확하게 사건을 처리한 경찰을 매달 ‘으뜸조사관’으로 선발해 포상하겠습니다.” 현직 경찰간부가 자비로 포상금을 내걸고 부하 경찰관들의 사기 진작에 나섰다. 주인공은 지난달 서울 강남경찰서에 수사과장으로 부임한 황정인(45) 경정. 황 경정은 2005년부터 ‘죽림누필’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경찰에 관한 소신 발언을 해 유명한 인물이다. 도봉서에서 강남서로 옮긴 지 한 달여. 6일 만난 황 경정은 “일에 치이는 경제팀을 보며 격려 차원에서 ‘으뜸 조사관제’를 생각해 냈다”면서 “매달 사건을 완성도 있게 처리한 팀원 한 명을 뽑아 기프트카드(10만원)를 주겠다”며 웃었다. 이날 현재 강남서 경제팀원 1인당 보유사건은 평균 42건꼴. 수사관은 45명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사건이 쉼없이 밀려들기 때문에 완성도보다는 신속함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 경정은 “척박한 근무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직원들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싶어서 포상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첫 번째 ‘으뜸 조사관’으로는 경제5팀 소속 황인후 경위가 선정됐다. 공소시효 만료를 며칠 앞둔 사건을 꼼꼼하게 수사해 송치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북핵·정전협정 파기 대책은” 질문에 “장관되면 말하겠다”

    “북핵·정전협정 파기 대책은” 질문에 “장관되면 말하겠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법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한반도 프로세스 정책’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특히 북한이 전날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최근 3차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류 후보자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류 후보자는 소신 없고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해 질타를 받았다. 그는 ‘후보자’라는 신분을 들어 “장관이 돼서 말하겠다”며 대다수 질문에 즉답을 피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발표한 상황에서 대북 정책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꿸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류 후보자는 “안보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 통일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류 후보자는 민주통합당 박병석 의원의 “이산가족상봉이 계속돼야 하나”, “북한과 대화 창구를 마련할 것인가”라는 등의 질문에 연이어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안홍준 위원장이 나서서 “‘원칙적으로’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류 후보자는 “장관이 아닌 장관 후보자로 왔기 때문에 정책 노선을 말씀드리는 차원이다.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라고 표현했다”고 답했다. 다만 북한의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영유아 취약계층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우선한다는 대전제를 갖고 있다.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핵 해법에 대해 밝혀 달라”는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의 질문에는 “장관 후보자로서 북핵 해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원 의원이 재차 “그러면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갈지에 대해 답변해 달라”고 묻자 류 후보자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청문회 단골질문이 된 5·16에 대한 입장은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군사정변이라는) 교과서의 표현은 인정한다”고 정정했다. 학술지 논문 중복게재 의혹에 대해서는 “학자 시절에 그런 관행이 있었다. 그렇게 이해해 달라”며 시인했다. 한편 류 후보자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가 채택돼 이날까지 장관 후보자 17명 가운데 9명이 청문 절차를 통과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정부 재벌개혁 용두사미, 되풀이 말아야”

    “정부 재벌개혁 용두사미, 되풀이 말아야”

    “대통령이 곧 중대발표를 한다는데요, 아마 금융실명제 관련인 것 같습니다. 지금 빨리 스튜디오로 나와 주세요.” 1993년 8월 12일 저녁 조교들과 식사를 마치고 연구실에 돌아온 고려대 경영학과 이필상 교수에게 방송국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예상대로 김영삼 대통령은 그날 오후 8시 TV에 나와 금융실명제 실시 긴급명령을 공표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의 발표 직후 TV에 나와 금융실명제란 무엇이고 앞으로 일상에 어떤 변화가 올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정책연구위원장이었고, 금융실명제는 그가 10년 이상 정권과 기업의 반대를 무릅쓰고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경제정의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 진보 시민운동의 대표적인 학자였던 이 교수가 새 학기부터 서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다. 올해 66세인 그는 지난달 28일 고려대에서 정년퇴직하고 명예교수가 됐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대학(서울대 금속공학과)을 졸업할 때쯤 되니까 집(경기 화성)에 땅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됐어요. 가난한 농군이었던 아버님께서 땅을 팔아 저를 가르치셨던 거죠. 천신만고 끝에 미국 유학(뉴욕 컬럼비아대)까지 마쳤는데, 가족의 희생을 바탕으로 공부했으니 정말로 소신껏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제가 사회 참여에 관심을 갖게 된 근본적인 동기였지요.” 그는 1982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곧바로 정경유착과 재벌 경제력 집중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교수 부임 직후 한 경제단체의 강연회에 강사로 나서게 됐어요. 대기업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행사가 끝나고 저를 섭외했던 직원이 엄청난 질책을 받았다더군요. 그 이후 지금까지 저를 연사로 초빙하는 기업들은 없었지요.” “개혁을 하려면 특정 이슈를 공론화해 이를 여론으로 이끌어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여론이 커지면 사회적 동력이 생깁니다. 그러면 입법도 쉬워집니다. 국민에게 알리고 도움을 얻고 힘을 결집시켜 국민의 힘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와 역량입니다.” 그는 “선거 전에는 대선 후보들마다 재벌개혁을 강하게 주장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면 일자리와 투자를 대기업에 부탁하고, 그로 인해 개혁이 흐지부지되는 용두사미의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다”면서 “그간의 과정을 볼 때 박근혜 정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균 기자 windsea@seoul.co.kr
  • [사설] ‘目的 기부’가 전관예우 면죄부 될 수 없다

    전관예우 논란이 일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급여’의 사회 환원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고검장으로 퇴임한 뒤 대형 로펌에서 17개월 동안 16억원을 받은 황 후보자는 국회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전관예우로 논란이 된 급여의 일부인 1억원을 기부했는데, 기부할 용의가 있느냐”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그럴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평균적인 국민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는 물리고 싶다고 해서 물릴 수 없는 것이 얼마든지 있다. 명예는 특히 그렇다. 황 후보자가 대형 로펌에 자리잡은 것은 다시 공직에 나서겠다는 마음을 접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본다. 한 달에 1억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으면서 훗날 전관예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 대형 로펌이 고위공직자 출신을 영입해 상상을 초월하는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정부를 상대로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렇게 받은 돈의 일부를 내놓는다고 엄연한 전관예우의 사실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 총리의 기부 역시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전관예우 논란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총리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결과 비슷한 사안에 소신을 피력하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정 총리는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말 그대로 책임총리다.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맞춰 국정수행 능력이 없을 경우 해임건의권을 행사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음에도 총리의 적극적 역할이 있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한번 명예를 버리고 돈을 택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세상 순리이다. 이치를 거슬러 장관이 된 사람에게는 퇴임 이후 누군가 다시 접근해 기부한 돈을 상쇄하고도 남을 보수를 제시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기부가 전관예우에 면죄부를 주는 관행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사설] 악성 결격사유 잘 걸러내는 청문회 되길

    박근혜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시작됐다. 안전행정부와 문화관광부,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첫날 검증 대상이 됐다. 정부가 출범하고 이틀이나 지났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게다가 정부조직개편안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신설 내지 개편 부처인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그리고 적격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무회의도 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정부는 청문회의 신속한 마무리를 바란다. 물론 청문회가 새 정부의 정상 출범을 늦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증의 강도가 느슨해져 결격사유가 뚜렷한 후보자를 그대로 장관 자리에 앉게 하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후보자들이 검증대를 통과하면 새 정부가 제시한 140대 국정과제를 실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 그러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장관이 대 국민 설득이 필요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인물은 국민에게 인내를 요구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문회 첫날부터 논문표절과 병역기피 논란에서부터 위장전입, 다운계약서나 임대수입 축소신고에 따른 세금 탈루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래도 비교적 문제가 적다는 후보자들이었다. 앞으로의 청문회에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 보이는 후보자들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명예를 버리고 돈을 택해 외국 무기중개 브로커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사람이 국방부 장관이 되겠다는 것은 낯 두꺼운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강조한 ‘깨끗하고 유능하고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과 관계없이 장관의 임명을 강행해도 법률적으로는 잘못이 없는 제도적 허점에 기대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장관 후보자가 해당 부처를 이끌고 갈 능력이 있고, 결격사유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일차적 기능이다. 하지만 ‘명예를 얻으려면 포기해야 할 것도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런 만큼 국회는 철저한 검증으로 국민의 상식에 못 미치는 후보자는 반드시 걸러내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높여가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 日銀총재에 ‘금융완화론자’ 아베노믹스 가속페달 밟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25일 일본은행 총재에 ‘금융완화론자’로 알려진 구로다 하루히코(68)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내정했다. 대담한 금융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아베노믹스’가 강력한 ‘원동기’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대담한 금융완화 ▲2% 물가 상승 목표 ▲디플레이션 탈피 등을 위해 자신과 노선이 같은 인물을 일본은행 총재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구로다 총재의 내정 소식에 이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도쿄증시는 지난 주말에 비해 276.58포인트(2.43%) 급등해 1만 1662.52를 기록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4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도 오후 4시 현재 전날보다 0.93엔 떨어진 달러당 94.21엔에 거래되고 있다. 도쿄대 법대,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 출신인 구로다 내정자는 영어 구사 능력이 탁월한 국제통이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재무성에서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대규모 엔 매도에 나서는 등 시장 개입을 주도해 ‘엔고 파이터’로 불렸다. 당시 엔화 약세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총 14조엔을 투입했다. 일본은행에 물가 목표 도입을 요구하는 등 금융완화에도 적극적이다. 관료 최고위직인 사무차관(차관보)에 오르지 못한 채 퇴임했고 2005년부터 ADB 총재로 일해 왔다. 그가 일본은행 총재에 취임하면 재무성 출신으로는 15년 만에 중앙은행 수장이 되는 것이다. 사무차관까지 승진하지 못한 재무성 출신 인사가 중앙은행 총재가 되기는 처음이다. 구로다 내정자가 취임하면 일본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구로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일본은행 총재라면 일본은행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고 자산 종류를 회사채나 주식으로 늘리겠다”며 금융완화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또 2년 안에 2% 물가 상승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명의 부총재에는 이와타 기쿠오(70) 가쿠슈인대학 교수와 일본은행의 나카소 히로시 국제담당 이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내각은 이번 주 내 중·참의원에 이 같은 인사안을 넘겨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한편 임기를 4년 가까이 남긴 구로다가 조기 사임할 경우 ADB 다른 회원국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후임 총재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세 대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비로소 이념의 굴레 벗어나 재조명… 더 많은 관심을”

    “비로소 이념의 굴레 벗어나 재조명… 더 많은 관심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이제 고령이라 10년 후만 돼도 얼마나 남아 계실지 알 수 없습니다. 잊힌 역사로만 치부하지 말고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 특별 초청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1960~1970년대 당시 파견 광부 모임인 고창원(59) 재독 한인 글뤽아우프회 회장과 윤행자(70·여) 한독간호협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는 광부 파독이 처음 시작된 지 꼭 50년 된 해이기도 하다. 이들은 “파독 광부, 간호사에 대한 고국의 관심과 인식이 최근 들어 많이 좋아진 것 같아 깜짝 놀랐다”면서 “오랫동안 갇혀 있던 박정희 프레임에서 마침내 해방된 기분”이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간 이념 논쟁 속에 산업화의 주역인 파독 광부, 간호사들의 성과가 가려지고 잊혀 왔지만 비로소 이념의 굴레를 벗고 조금씩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설명이다. 고 회장은 “과거에는 산업화 인사들을 조명하면 민주화 인사가 가려진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두 세력 모두 서로 성과를 인정해 가며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는 등 가정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각각 1969년, 1977년 서독행 비행기에 오른 윤 회장과 고 회장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고생 끝에 정착해 자녀도 훌륭히 키워 냈다. 윤 회장은 “지난 50년을 기념하는 것은 과거 역사를 더듬어 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면서 “유럽 이민 1세대로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심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절 애환을 같이 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일종의 동료의식을 느낀다는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윤 회장은 “첫 여성 대통령이라 더욱 반갑다”면서 “섬세함과 어머니 같은 자상함으로 소신껏 국정을 이끌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장점은 이어 가면서 동시에 단점을 고쳐 간다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鄭 “얻어맞아 아프다” 野 “국민, 더 아프다”

    鄭 “얻어맞아 아프다” 野 “국민, 더 아프다”

    22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마지막 인사청문회는 다소 싱겁게 출발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이날 아침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 “과락을 겨우 면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보고서 채택 가능성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 눈높이와 바람을 뛰어넘지 못했고, 책임총리로서 소신 있는 모습을 찾기도 어렵다. (정 후보자는) ‘얻어맞아 아프다’고 했는데, 전관예우와 위장전입, 아들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를 지켜본 국민은 더 아프다”고 총평하면서도 낙제 점수를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최민희 청문위원은 “박 원내대표와 청문위원들의 시각은 차이가 있다. 낙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대목도 적지 않다”며 강공 의지를 다졌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 아들 재산에 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적격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과 전관예우 의혹 등 그간 해명이 미진해 보였던 의혹에 대한 검증이 집중됐다. 정 후보자의 아들이 1997년 4월 신체등위 1급으로 현역병 입영 대상으로 판정받은 뒤 대학원 재학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다가 2001년 11월 허리디스크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된 점에 대해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정 후보자의 아들은 (현재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탁구동호회 활동을 활발히 한다”며 허리디스크 증상의 심각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치료를 맡았던 자생한방병원의 신준식 이사장은 “(탁구나 테니스는) 절대로 안 한다. 디스크가 완치돼도 무리한 운동은 삼가길 권한다”고 말했으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교수는 “요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치료다. 근육이 강하면 디스크에 좋다”고 말해 전문가들도 이견을 보였다. 당시 5급 판정을 했던 심의위원 중 한 명이었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박철기 교수는 “만장일치로 5급 판정을 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가 공직 퇴직 후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24개월간 10억원가량(세전 기준, 세후 6억 70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에 대해 당시 로고스 대표변호사였던 양인평 변호사는 “적게 받은 편이다. 다른 변호사에 비하면 많은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가 국민 눈높이에 비춰 많다는 위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국민이 보기에 적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정정했다. 정 후보자가 로펌에 간 뒤 후배 검사에게 전화한 적이 있다고 전날 청문회에서 진술한 것과 관련,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이 “선임계를 안 하고 변호하는 것이 위법 아니냐”는 질문에 법무법인 청맥의 최강욱 변호사는 “위법”이라고 답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관가 포커스] 윤성규 환경장관 후보 안팎서 주목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국립환경과학원장과 기상청 차장을 지낸 윤성규씨가 지명되면서 직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부에서 20년 넘게 함께 생활해 그의 성품을 익히 잘 알기 때문이다. 환경부 본부 과장과 국장 시절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 탓에 보고서를 올리면 그냥 통과되는 법이 없었다. 오랜 시간 윤 후보자를 상사로 모셨다는 본부 한 간부는 “으레 여러 번 고칠 것을 각오하고 결재를 올렸기 때문에 무던한 인내가 필요했다”면서 “항상 책상에 새로 깎아 놓은 연필이 여러 자루 대기중이었던 게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냉정함에 일부 후배들은 ‘독일병정’이란 별칭도 붙여 줬다. 우여곡절 끝에 장관으로 복귀하는 그에 대한 내부 평가는 무작정 폄하가 아닌 무언가 내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리더십을 갖췄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환경 분야에 대한 소신을 가졌기 때문에 부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본부는 인사청문회 준비가 발등의 불이 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가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주 들어 본부 주요 실·국 과장들은 장관 후보자에게 브리핑하기 위해 번갈아 서울로 출장을 다녀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는 아픔을 경험한 터라 이번 인사검증 준비는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윤 후보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혹이 불거지지 않아 장관 후보자 가운데 가장 이른 27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 무사 통과가 예상된다는 게 인수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후보자를 유독 아꼈던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19일 한마디로 ‘준비된 환경부 장관’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김 전 장관 재임 시절 윤 후보자는 수질정책과장을 맡았었다. 김 전 장관은 그의 똑부러진 업무 스타일을 높이 사 얼마 안 돼 이례적으로 본부 수질보전국장으로 수직 승진시켰다. 김 전 장관은 “일부에서 오해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그를 잘못 보고 하는 소리”라며 “강직함과 소신, 그리고 항상 공부하는 성실함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비전 제시와 함께 환경 현안을 통합적 관점에서 조율하고 환경복지 정책에도 지혜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자에 대해서는 환경단체들도 강단과 뚝심을 가진 사람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환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후보자가 땅에 떨어진 환경부의 위상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이명박 정부 5년 명암] 4대강 사업 ‘총체적인 부실’ 논란…韓美FTA·美소고기 수입 등 갈등

    MB정부가 5년간 추진한 주요 정책도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며 국론분열을 겪었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 분야다. 이 대통령은 대선공약인 한반도 운하는 결국 포기했지만 대신 총 22조원이 들어가는 4대강사업을 강행했다. 이를 놓고 임기말 감사원은 ‘총체적인 부실’ 판정을 하고 국무총리실은 이에 반발하는 등 정부 내에서조차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19일 퇴임연설에서도 “국내 일부에서 논란도 있지만 해외전문가 그룹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지역갈등으로까지 번졌던 신공항사업도 결국 백지화로 끝났지만 큰 논란을 겪었고, 세종시 수정안도 무산되면서 원안으로 실행되기까지 국력낭비가 극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제주 해군기지 건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은 결국 실행되긴 했지만 정치 이슈에서 벗어나 국민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국정운영을 올스톱시키는 ‘블랙홀’이 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단과 오찬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 “세계에 수천억 달러를 파는 우리가 미국 소고기를 안 먹겠다고 하고 우리는 물건을 팔겠다고 하면 상식적으로 안 맞는 것”이라면서 “초등학교 애들도 게임할 때 그 정도 룰은 지킨다”고 소신을 밝혔다. 임기 말에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등 친인척·측근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도덕성에 결정적인 흠집을 남겼다. 김성수 기자 sskim@seoul.co.kr
  • [서울광장] 박수받고 떠나는 김황식 총리/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수받고 떠나는 김황식 총리/최광숙 논설위원

    연평도 전사자 1주기 추모식에서 우산도 물리치고 장대비를 맞으며 흐느끼던 남자. 직원들과 함께 1박 2일 강원도 여행을 떠나 가수 김창완의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를 멋들어지게 부르던 소탈한 남자.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이슬비 총리’가 된 것 같다. 조용히 땅속에 스며드는 이슬비처럼 김황식 총리 또한 2년 5개월이라는, 1980년대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며 국민들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능력이 출중하면 인품이 부족한 듯하고 인품이 좋으면 능력이 모자라는 지도자들이 많은 세태에서 김 총리는 드물게 인품과 능력, 정무감각까지 갖췄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총리로 임명된 지 한 달 뒤쯤 ‘김황식 총리께 드리는 편지’라는 칼럼을 쓴 것을 계기로 그의 진면목을 남보다 먼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칼럼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행정규제의 피해구제 및 형평보장을 위한 법률’이 “기존 법령을 무력화하는 말도 안 되는 법이니 법 제정을 막아달라”는 당부를 했었다. 김 총리로부터 즉각 피드백이 왔다. 당시 총리실에서 규제 업무를 담당하던 규제개혁실장(1급)을 두 차례나 보내 필자로부터 칼럼에 다 담지 못한 법안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듣도록 하고 자료 등을 챙겨갔다. 그리고는 법안을 손질하도록 했다. 그게 다가 아니다. 며칠 뒤 차관급 인사를 통해 수정 법안이 불가피하게 국무회의에 상정된다는 사실까지 알려왔다. 총리로 부임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에 법안의 ‘진도’가 너무 많이 나가다 보니 법 제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뜻으로 이해됐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언론의 지적에 최선을 다해 애쓰는 김 총리의 열성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 법안은 2010년 11월 중순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날 총리는 자신의 양복 저고리에서 직접 쓴 메모를 꺼내 읽었다고 한다. 법 시행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부작용이 우려되니 관련 부처에서 잘 챙기라는 내용이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보통 안건이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국무회의에서 총리가 보충 발언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상임위에서 폐기됐다. 이 같은 김 총리의 ‘피드백 행정’은 유명하다. 조손(祖孫)가정 방문 등 민생 현장을 다니면 그 이후 어떤 행정 조치가 이뤄졌는지 꼭 챙긴다고 한다. 그에게는 무엇보다 ‘경청 리더십’이 돋보인다. 감사원장 시절 얘기다. 한 과장이 5분이면 족할 업무보고를 두서없이 한 시간가량을 하는데도 묵묵히 다 들었다고 한다. 배석했던 간부가 “후배 교육을 잘못시켜서 죄송하다”고 하자, 그는 “저 사람이 보고를 위해 얼마나 애를 썼겠는가. 보고를 잘 듣는 것도 감사원장이 할 일이라네”라고 했다고 한다. 바로 ‘소통의 출발은 경청’이라는 김 총리의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의 이런 태도는 ‘따뜻한 리더십’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랫사람들에게는 물론 각종 회의의 참석자들에게 빠짐없이 발언 기회를 주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인 것도 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서다. 그렇다고 그는 결코 무르지 않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강단을 보여준 것도 그다. 며칠 전만 해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 야당의원의 일방적 정치 공세에 “이 정부에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다”며 소신 발언을 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결코 이명박 대통령과 ‘각’(角)을 세우지도, 적절한 ‘선’(線)을 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통령제에서 총리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그는 자신의 직분 내에서 최선을 다한 총리로 오래오래 기억될 듯싶다. 곧 맞이하게 될 새 총리 역시 국민들과 가까이하는 총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bori@seoul.co.kr
  • [사설] 靑 비서진, 대통령에 쓴소리 할 수 있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비서실장과 3개 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일부 명단을 발표했다. 나머지 6개 수석비서관의 인선도 잇따를 테지만 대통령을 보좌할 핵심인 ‘3실장’(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경호실장) 체제는 일단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도 참모 진용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참모진은 청문회 대상이 아니긴 하나, 막중한 청와대 업무의 인계인수를 고려할 때 인선이 너무 늦었다. 더구나 이번 인선에서 참모진 4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같은 대학 출신이다. 이는 개개인의 능력·경력과는 별개로 출신학교 등에 대한 안배가 고위직 인사에 세심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비서실장으로 기용된 허태열 전 새누리당 의원은 오랜 행정 경험을 갖고 있으며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중반까지 11년간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한 적도 있다. 이런 점에서 행정과 정무적 감각을 겸비한 비서실장으로서 정부·국회와의 원활한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특히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박 당선인과는 당대표-사무총장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고, 정치적 비전을 공유하고 있어 안정지향적 인선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허 내정자가 대통령에게 국민의 뜻을 가감 없이 전달해 확실한 국정 개혁 의지를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허 내정자는 상명(上命)을 받들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는 대통령에게도 때론 ‘No’라고 말해 일각의 기우(杞憂)를 씻어내 주기 바란다. 허 내정자를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의 역할과 책무는 중요하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다, 경제·외교·안보·국방 등에서 국가가 총체적으로 위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허 내정자는 인사위원장을 겸해 장·차관급 등 정부 고위직 인사에도 관여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통이다. 허 내정자는 “비서는 귀는 있는데 입은 없다”고 했다. 물론 겸양의 뜻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비서실장은 참모진이 국민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게 해야 하며, 내부적으로 활발한 토론과 소신 있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해야 한다. 본인은 물론이고 참모진의 입까지 막으면 그 순간 국민과 대통령의 소통로는 차단되고 만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청와대에 들어갈 생각부터 접어야 할 것이다.
  • [인터뷰]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의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지방분권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작은 대한민국’으로 불리는 서울시의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서울시의회 김명수(54) 의장은 14일 “지방자치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22년이 됐지만 오히려 중앙정부에 예속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올해는 지방의회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뛰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을 맡아 서울 시정을 살피는 것과 함께 지방자치 발전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지방정부의 전체 예산 151조원 가운데 경상비와 국고보조사업비, 법적·의무적 경비 등을 빼고 나면 자율예산은 전체 9%인 14조원에 불과하다”면서 “근본적으로는 8대 2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적인 비율을 재조정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서는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는 과감히 지방이양을 추진하고,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정책보좌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한강르네상스 등 전시성 토건사업을 반대하고, 무상급식 시행을 주장하며 오세훈 전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전시성·토건중심’의 시정을 ‘시민·복지 중심’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8대 시의회는 시민이면 누구나 누려야할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5대 영역에 걸쳐 시민복지기준을 제정해 위기의 빈곤층을 구하고, 양극화를 해소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 노력했다”면서 “그동안 59만명의 아이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공했으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고용환경 개선을 위한 조례 발의,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고졸자 고용촉진 조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로 부채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토건중심의 시정으로 인해 서울시 채무는 2.9배 증가했다. 2011년 기준으로 약 20조원, 하루에도 채무 이자만 약 20억원이 넘는다”며 “이 문제는 서울시와 시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를 8대 시의회 추진사업을 마무리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역점 추진사항으로 복지정책 확대와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자영업자 지원을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 세외 수입 확대를 통한 재정건전성 마련, 지방분권과 자치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을 꼽았다. 그는 “올해 전체예산의 약 30%인 6조원이 복지예산으로 국가 필수 예방접종 무료시행, 서울시 기초보장제도 도입,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복지정책이 실행에 옮겨지면서 조금씩 시민의 삶이 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날로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는 시정을 감시·견제하려면 정책보좌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서울시의원은 31조원의 예산과 기금을 심의하고 의원 1인당 9만여명의 시민을 대표하고 510건의 조례, 승인, 의견 청취, 행정 감사를 처리하는 등 업무가 복잡하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정책보좌관제는 결국은 시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광역시의회와 미국뉴욕시의회 등에서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개인 보좌관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의회정치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그는 소속 정당의 입장을 떠나 원칙과 소신에 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복지와 사람, 현장을 중시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에 공감하기 때문에 소통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에 대한 관계설정에 좀 미숙한 점이 없지 않다”면서 “앞으로 시의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소통해 1000만 시민의 행복도가 한층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장 속으로, 시민 곁으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그는 현장의 소리를 정책에 담아내기 위해 전국 최초로 민원접수 전자 신문고인 ‘U-신문고 키오스크’를 의회 로비에 설치했다. 그는 “의회는 시민과 늘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각 구청과 경찰서, 세무소 등 민원실과 협조해 시의회 신문고의 거점 지역을 점차 넓여 시민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함께 고민을 나눠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朴 “인사청문 인격 상처 없이 능력 밝힐 기회를”

    朴 “인사청문 인격 상처 없이 능력 밝힐 기회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6일 “인사청문회가 개인의 인격을 과도하게 상처 내지 않고 실질적인 능력과 소신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면서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이 이뤄지는 민주국회, 상생의 국회가 되도록 여야가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2월 임시국회가 중요하다”면서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원만하게 처리되고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업무능력이 잘 검증되도록 해서 새 정부가 출범 즉시 민생문제 해결에 바로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등 주요 인선이 난항을 겪으면서 박 당선인은 새 정부의 첫 단추를 꿰기 위한 총리 인사청문회 등에서 친정인 여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를 전후해 ‘신상털기’ 검증이 지나쳤다는 지적이 일부 제기되면서 박 당선인이 청문회가 업무능력, 정책능력 검증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이후 당 소속 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인사청문회 개선에 대해 몇 차례 의지를 밝혔지만 공개 석상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박 당선인 측에서는 “과도한 여론 검증을 꺼리는 인재들이 공직 진출을 고사하면서 조각이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 당선인의 언급은 이르면 7일 지명될 총리 후보자 및 후보자 제청으로 임명될 장관 후보자 검증과정에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그는 ‘신상 검증은 비공개, 업무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는 미국식 인사청문회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이 ‘법에 따른 절차를 통한 표결’을 강조한 것도 지난달 인사청문회 이후 2주째 표류 중인 이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연석회의 참석자들도 박 당선인과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황우여 대표는 이 후보자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고 (국회에서) 방치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인사청문특위에서 잘 논의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국회 표결이 원칙이긴 하지만 본인이 알아서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250여명에 이르는 의원·당협위원장과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 그의 연석회의 참석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8월 31일이 마지막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박 당선인 주최 오찬에 불참했던 이재오, 유승민 의원도 참석했다. 한편 유민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분과위 간사는 이 자리에서 인수위 업무 보고를 진행하던 중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를 실수로 ‘새로 출범하는 박정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d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①교육 기부 삼성 ‘드림클래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①교육 기부 삼성 ‘드림클래스’

    “제가 섬 출신이거든요. 바보 같지만 출신 지역 때문에 정말 열등감이 많았는데 이번에 다 떨쳤어요.”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로 참여했던 이해란(고려대 중문과 2학년)씨는 마음속의 짐을 덜어낸 개운한 표정이었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중학생 때부터 광주에서 유학생활을 했지만 왜 그런지 섬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도시로 나온 이후에도 도시 아이들이 누리고 산 교육환경이 늘 부러웠었나 봐요.” ‘동병상련’의 심정을 가지고 3주 동안 함께한 아이들로부터 이씨는 자신이 더 많이 배웠다고 했다. 영어 문법을 가르친 이씨는 수업 시간마다 자신감을 뜻하는 영어 ‘컨피던스’(confidence)를 수도 없이 외쳤다. 아이들도 별나다고 느낄 정도였다는데 이씨는 이 같은 되새김이 자신을 향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도서, 산간지역에서 왔지만 아이들은 의외로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아이들을 보며 이씨는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 연세대 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정민씨는 “졸업 전에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구조적으로 교육에서 소외돼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큰 공부를 했다”고 덧붙였다.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들은 성적만 좋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경제적으로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이어야 한다. 부족함을 알아야 채울 수 있듯 도움을 받고 주는 관계 속에서 인생과 봉사에 대한 소양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가올 여름캠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벌써부터 각오를 다지는 김문진(이화여대 국문과 2학년)씨는 대학에 들어오기까지 그 흔한 학원 한번 다닌 적이 없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고 주변의 도움도 받았다. “고등학교 때 스터디그룹을 결성해서 친구들로부터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받은 걸 되돌려준다는 생각에서 캠프에 참여하게 됐죠.” 이 같은 소신에 따라 김씨는 드림클래스에 참여하기 전에도 재능을 기부해 왔다. 인천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천성남중학교에서 1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영화 프리뷰] ‘남쪽으로 튀어’

    [영화 프리뷰] ‘남쪽으로 튀어’

    ‘남쪽으로 튀어’의 최해갑(김윤석)을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돌직구형’ 인간이다. 사회의 짜여진 틀을 거부하고, 부당한 것이 있다고 생각되면 국민임을 기꺼이 포기하는 무정부주의자다. 식당에서 올림픽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보며 열광하는 손님들을 향해 “뭔 놈의 애국심이 4년 만에 돌아오냐”며 TV를 꺼버리는 그는 괴팍하고 독특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뭔지 모를 통쾌함과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도 있다. 이처럼 ‘남쪽으로 튀어’는 이 시대의 ‘갑’을 자처하는 최해갑과 그의 가족이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 시절 별명이 ‘최게바라’일 정도로 열혈 투사였던 최해갑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아이를 세 명이나 두고 있는 가장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소신을 버리지 않는다. 전기세 고지서에 보지도 않는 TV 수신료가 들어 있어서 못 내겠다며 거부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 수 없다면서 동네 골목의 CCTV 카메라를 부수기도 한다. 초반부터 최해갑의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당연히 여기며 살았던 것에 대한 의구심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특히 그는 자녀 교육에 있어서 많이 배울 필요도 없다면서 학교에 보내지 않는 방목형 원칙을 고수한다. 사회의 정해진 틀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한다. 제멋대로 살아가던 최해갑은 어느 날 고향 후배로부터 조부가 마을 주민들에게 내놓은 땅을 국가가 국유지로 귀속시켰고,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섬 개발 허가를 내줘 섬이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개한 그는 아내 안봉희(오연수)와 가족을 모두 데리고 섬으로 향한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이야기의 설정과 캐릭터만 빌려오고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상당 부분 한국의 현실에 맞게 각색됐다. 영화 속 들섬은 제주도 강정 마을을 떠올리게 하고 돈과 권력에 물든 사회지도층과 개발만 우선으로 내세우는 자본주의에 대한 통쾌한 일침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영화에서 섬은 일상에서의 일탈과 권력에 대항하는 개인의 자유를 상징한다. 물론 철학적인 메시지는 좋지만 다소 무겁게 그려졌다는 단점이 있다. 따뜻한 가족 코미디도 아니고 작정하고 웃기는 블랙 코미디도 아닌 영화의 불분명한 색깔은 자칫 관객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최해갑의 캐릭터는 재미있지만 뒷받침하는 스토리나 에피소드가 다소 작위적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다소 몰입도가 떨어진다. 제멋대로인 남편의 열혈 팬으로서 화염병을 투척하는 아내의 캐릭터는 독특하지만 워낙 최해갑 중심으로 극이 돌아가다 보니 인물들이 서로 융합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남긴다. 6일 개봉.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사설] 직역이기주의 걸러내고 정부조직법 다듬길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그제 발의함에 따라 새 정부의 기본 뼈대가 국회 차원의 수술대에 올랐다. 개정안은 오는 4일 2월 임시국회 개회와 동시에 상정돼 상임위원회의 심의를 시작한 뒤 전문가 공청회, 법안심사소위 등을 거쳐 14일 전후로 본회의 의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개정안 제출이 이명박 정부 출범 때보다 9일이나 늦은 데다 거쳐야 할 기본적 절차가 필요한 만큼 오는 25일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조각 작업을 끝내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국회 차원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야는 당리당략은 접고 새 정부가 소신껏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은 협조하기를 당부한다. 다만 반대를 위한 반대는 없어야겠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그대로 통과시켜서도 안 된다고 본다. 현행 15부 2처 18청을 17부 3처 17청으로 확대 조정하는 내용의 정부조직개편안의 일부 내용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반대하고 있고, 여당 내부에서도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의 소관문제나 정보통신기술(ICT) 부처의 신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확보 문제가 그것이다. 통상기능의 외교부 이관이나 ICT 부처의 신설은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밖에 부작용이 우려되고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주도면밀하게 걸러낸 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수정안을 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그 과정에서 직역이기주의는 철저하게 배격해야 한다. 물론 인수위에서 제시한 안이 고정불변의 금과옥조일 수는 없다. 실제로 개정안엔 정부 부처 간 업무 분담이 뚜렷하지 않고 일부 업무를 신설 부처와 기존 부처에 협의사안으로 규정해 두거나 중복영역으로 남겨둔 부분도 적지 않다. 나중에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처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비효율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독립기관이 아닌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들어간 점은 두고두고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크다. 방송정책 진흥 외에 인·허가와 규제권까지도 미래부가 갖는다는 것도 문제다. 적절한 권력 분산과 함께 부처 간 충돌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새 정부의 골격을 제대로 다듬을 마지막 기회다. 국회는 초당파적 입장에서 새 정부가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그러려면 부처 간 개편 이견이 직역이기주의 탓인지, 예산 권한 업무영역 다툼에서 비롯된 알력인지, 아니면 논리적 문제 제기인지부터 먼저 구분해 내야 한다.
  • [의정 포커스] 제갑섭 강동구의회 의원

    [의정 포커스] 제갑섭 강동구의회 의원

    공원에서 홀몸 노인들을 위해 6년 동안 밥을 펐다. 눈이 오면 먼저 나서서 길을 쓸었고 틈만 나면 주민들을 모아 쓰레기 수거, 자연보호 활동까지 부지런히 했다. 제갑섭 서울 강동구의회 건설재정위원장은 그렇게 봉사에 대한 열정과 체력을 바탕으로 주민들을 위한 일꾼이 됐다. 29일 제 위원장은 “봉사 잘한다고 의원으로 뽑아 주신 만큼 주민들의 뜻을 가슴에 품고 약속을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 위원장의 봉사활동은 의정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도 유명했다. ‘주는사랑공동체’ 후원회장으로서 천호공원에서 무료급식을 지휘해 왔고, 자연보호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겨울철이면 길동 일자산 등을 오르내리며 학생들과 함께하는 텃새 모이 주기 행사를 이끌었다. 또 환경보호 활동을 위해 주민들을 모아 남해안에 밀려 온 중국쓰레기를 처리하러 가기도 했다. 그가 이끈 독특한 사업 중 하나는 ‘북한이탈주민 떡 나눠주기 행사’다. 지역 내 북한이탈주민의 취업을 지원하고 이후 급여를 받으면 이것을 십시일반 적립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이나 떡을 나눠 주도록 하는 사업이다. 사회 소수자인 북한이탈주민을 ‘도움을 받는 대상’에서 ‘도움을 주는 주체’로 만들어 가자는 취지다. 그의 의정활동 원칙은 ‘오전 민원, 오후 현장’이다. 오전에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받으면 즉시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오후에 현장을 직접 돌아본다. 제 위원장은 겨울철에는 개인 차량에 염화칼슘 20포대와 장화 등을 갖고 다니며 필요한 곳에서 본인이 직접 제설작업을 할 정도로 열정과 체력이 대단하다. 제 위원장은 “구의원에게 온 민원이라면 민원인이 구청을 포함해 할 수 모든 경로로 노력해도 처리하지 못한 일이라는 얘기”라며 “내가 마지막 희망이다, 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민원 처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자신이 제안한 ‘스마트 기술을 이용한 5분 주차 예고제’ 추진에 노력할 계획이다. 주차 예고제는 주·정차 금지 구역에 주차된 차량을 단속할 때 미리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해 경고하고 5분 뒤에도 시정조치가 없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제 위원장은 “구 세외수입이 다소 줄더라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주차 민원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주민들의 가슴에 와닿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총리후보 전격 사퇴] “불통 인사 시스템 안 바뀌면 고질 반복”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잇따른 비리 의혹 속에 29일 전격 사퇴하자 시민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태의연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국민과의 소통도, 철저한 검증도 없이 이뤄진 밀실 인사의 한계라는 의견이 많았다. 대학생 류민종(25)씨는 “물밑에서 쉬쉬하며 총리 후보자를 인선한 과정부터 잘못된 것이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시스템에 의한 철저한 검증 방식을 적용해 의혹 없는 총리 후보가 나오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주부 구영숙(49)씨는 “박 당선인의 폐쇄적인 인사시스템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없으면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헌법재판소장까지 거친 사람을 국무총리 후보로 밀었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간사는 “박근혜 당선인이 민생살리기, 사회통합을 얘기해 온 만큼 낮은 자리에서 소통할 수 있는 복수의 후보를 추려 국민의 검증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부동산 투기, 병역비리, 탈세 등은 공동체 질서를 짓밟는 행위인 만큼 다음 후보는 이런 보편적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깨끗한 사람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 사람이면 법과 원칙을 지킬 수 있겠다’고 국민이 신뢰할 만한 후보를 내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주부 이익순(53)씨는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사람을 총리로 세운다면 여전히 사익을 도모하고 국민을 기만하지 않겠느냐”면서 “대통령 눈치만 살피는 측근 총리가 아니라 소신을 갖고 국민을 삶을 살피는 사람을 차기 총리로 지명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규종(30)씨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는 국민의 심정이 어떻겠느냐”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법조인 김찬규(33)씨는 “지금 상태라면 박 당선인도 MB와 다름없는 ‘불통(不通)정권’의 오명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대선 때 외치던 초심을 살려 국민의 마음을 살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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