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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oom in 서울] 세운상가 재개발 1년만에 ‘원점’

    [Zoom in 서울] 세운상가 재개발 1년만에 ‘원점’

    청계천을 빛내기 위해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세운상가 4구역(종로구 예지동 85 일대) 재개발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보도한 설계비 논란이 단초가 됐다.<서울신문 5월14일자 1면> 서울시는 설계비 문제로 사업이 난항을 겪자, 지난 8일 세운상가 4구역 재개발사업 신탁사인 대한토지신탁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결국 1년 동안 사업은 한 걸음도 진척되지 못한 채 설계비 문제로 옥신각신하다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서울시는 대한토지신탁과의 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대한토지신탁이 투자한 금액을 전액 보상해줘야 할 입장이다. 현재 구체적인 액수는 알 수 없지만 수십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설계비 과다계상 논란 서울시는 외국 설계회사가 포함된 세운상가 4구역 설계 컨소시엄에 275억원 정도의 설계비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평당 30만원이 넘는 것으로, 설계 컨소시엄에서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최고 설계비가 평당 10만원 안팎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금액이다. 대한토지신탁은 그러나 토지 등 소유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160억원 이상은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대한토지신탁보다 100억원 이상 설계비를 높이 책정하고 있다. 세운상가 4구역 재개발과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마포 신공덕동 1-5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설계비가 평당 8만 9000원인 점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게 사실이다. 시는 이에 대해 세운상가 4구역은 청계천에 인접해 있어 설계비를 많이 주더라도 제대로 된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마포 신공덕동’을 설계한 회사가 세운상가 4구역 설계 컨소시엄에 포함된 M건축회사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같은 회사가 설계했는데도 한쪽은 10만원 안팎에서 결정되고 다른 쪽은 30만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외국계 회사가 포함됐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 관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설계비를 감안하더라도 160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면서 “서울시가 주장한 대로 설계비가 책정될 경우 이 지역 재개발에 대한 이익은 외국 회사가 다 가져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신탁방식 이해부족” 서울시가 대한토지신탁과의 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시는 이 기회에 신탁사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개발신탁’ 방식을 포기하고,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官)이 주도해 추진하는 재개발 방식이 처음이어서 ‘신탁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을 시인한다.”고 말해 사업 표류의 원인이 서울시에 있음을 고백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사람들은 영세 상인들과 세입자들이다.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치만 잔뜩 높아지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재개발된다는 소문에 장사도 제대로 안된 탓이다. 한편 대한토지신탁이 주도하던 사업이 서울시로 넘어오면서 세운상가 4구역 설계비는 275억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쌍용화재 대표이사 양인집씨

    쌍용화재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양대 주주의 합의에 의해 양인집(48)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쌍용화재는 이로써 이창복 대표이사 회장과 양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양 사장은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외국계 금융회사인 BCCI에서 근무했던 국제금융 전문가다. 쌍용화재는 최근 1대 주주인 세청화학컨소시엄과 2대 주주인 대유컨소시엄이 공동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어왔다.
  • 도청내용 공개범위 ‘칼자루’ 다툼

    도청내용 공개범위 ‘칼자루’ 다툼

    옛 안기부(국정원)의 불법도청 진상규명 방법을 놓고 여야의 해법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4당이 9일 각각 특별법과 특검법안을 제출했다. 두 법안을 다룰 임시국회 소집과 관련, 열린우리당 김부겸·한나라당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이틀 동안 회담을 갖고 시기를 논의했으나 실패했다. 따라서 법제사법위에서 실질적 심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고, 여야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노동당은 따로 특별법을 단독 발의키로 했다. 각 법안의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여야의 입장을 비교해본다. 열린우리당의 특별법은 도청내용 공개 여부를 제3의 민간기구인 ‘진실위원회’(진실위)로 정했다. 수사 주체는 법안에 담고 있지 않지만 현재 수사 중인 검찰이 맡는다. 반면 야 4당이 공동 합의해 제출한 특검법안은 도청 행위 수사와 내용 공개 모두 특검이 맡도록 했다. 특별법이 도청내용 공개를 진실위에 맡긴 것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국가기관이 도청테이프 등 불법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과 검찰이 공개범위를 정할 경우 불공정 논란이 제기될 것에 대비한 것이다. 또 진실위에 조사권을 줄 경우 특검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제3의 기구를 내세운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반대한다. 검찰이 수사한 내용의 공개 여부를 민간기구에 맡기는 것은 3권분립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수사내용의 공개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인데 이를 민간기구에 맡기는 것은 국가운영의 틀에 맞지 않는다는 명분이지만, 내심 진실위가 여권의 의도대로 자의적으로 공개범위를 결정할 가능성도 우려한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여당 특별법의 공개범위가 추상적이어서 사실상 공개를 막고 있다.”며 자체 특별법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에 따르면 특검법 제정시는 특별검사, 특검법을 제정하지 않을 때는 ‘보유기관의 장’(검찰총장)이 도청내용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두 법안 모두 현행법으로는 수사한 도청 테이프 내용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또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 등은 모두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이에 바탕하여 특별법은 범죄 사실이 확정이 되지 않아도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은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안위 관련 내용은 예외다. 특검법은 한걸음 나아가 위법 사실이 밝혀진 경우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도청파문] 내용수사 ‘차단막’

    ‘삼성그룹의 2인자’로 불리는 이학수 부회장이 9일 검찰 조사에서 1997년 대선 때 삼성의 불법대선자금 지원 내용이 담긴 ‘안기부 X파일’에 대해 예상했던대로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난관에 부딪쳤다.●테이프 내용 전면 부인 이 부회장은 이날 검찰에서 97년 홍석현 주미대사와 100억원에 가까운 불법 대선자금 지원을 논의했는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런 말한 사실이 없다.”고도 했다.이 부회장은 재미동포 박인회(58·구속)씨에게서 99년 9월 도청테이프를 대가로 금품 요구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진술했지만 정작 관심이 집중된 테이프 내용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한 것. 테이프 내용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부당함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협박받을 당시 국정원에 신고를 했는데도 언론에 지금 보도돼 다른 국가기관인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를 이용해 수사할 수 없다는 이른바 ‘독수독과론’까지 친절하게 제시했다. 이 부회장이 X파일 내용을 부인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검찰은 274개의 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X파일 내용을 인정해 수사의 빌미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였다.더욱이 이 부회장이 혐의를 인정할 경우 수사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으로까지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은 “기억이 없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관한 것으로 풀이된다.●도청테이프 내용 수사 막히나 이 부회장이 이처럼 테이프의 내용에 대해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검찰의 테이프 내용 수사도 큰 어려움에 처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추궁할 마땅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초 이 부회장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이 회장과 홍 주미대사 소환 여부를 결정키로 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발인들에 대해 원론적으로 소환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데 실제 소환할지는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라면 이 회장의 소환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이건희회장 소환 미지수 하지만 이 부회장이 이날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이 회장 소환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X파일에 나오는 ‘회장님’이 누군지 말을 하지 않을 경우 이 회장을 소환하기 어려운 마당에 대화에 대한 기억이 없다며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는 이 회장을 소환할 근거가 더욱 약해진 셈이다. 그렇지만 검찰로서는 수사를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이 딜레마다. 가뜩이나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이라는 비야냥까지 듣고 있는 마당에 검찰이 수사를 중단한다면 더 큰 비판을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같은 난관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이천수 ‘월드컵본선까지 쭉~’

    이천수(24·울산)가 돌아왔다. 빠른 발과 정확한 공 컨트롤, 날카로운 돌파력과 과감한 슈팅으로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며 한국 축구의 차세대를 책임질 ‘밀레니엄 특급’이라 불렸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7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동아시아연맹축구 운명의 한·일전. 이천수는 전반 10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툭 치고 들어가다 골키퍼를 스쳐 왼쪽 포스트를 살짝 벗어나는 강한 왼발 스핀슛을 날렸다.14분 뒤에도 같은 자리에서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따돌리더니 낮게 깔린 강슛으로 오른쪽 그물을 출렁이며 일본 수비진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이밖에도 이날 4차례의 날카로운 전진패스로 김두현(23·성남)과 함께 중원을 지배하며 전성기의 기량을 선보였다. 이천수는 2002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막내의 자리에서 전 경기에 출장하며 소금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듬해 K-리그에서 6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겨 같은 해 7월 레알 소시에다드와 계약했다. 한국인 최초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거. 이때만 해도 특유의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빅리그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누만시아로 임대되는 수모까지 겪다가 결국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올해 초 국내로 유턴했다. 부평고 시절부터 탄탄대로를 겪던 이천수에겐 축구인생 첫번째 시련이었다. 돌아온 이천수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던 머리칼은 차분한 검은색으로 바꿔 그을린 피부와 조화를 이뤘고 때마침 터진 결혼 스캔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4개월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한 공백을 딛고 지난달 피스컵에서 몸을 조율하더니 동아시아대회에서 부활의 몸짓을 한껏 과시했다.2006독일월드컵에서 어느덧 대표팀 중견의 위치에 오를 이천수의 부활은 시련을 겪고 있는 한국 축구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내용수사 신호탄? 여론 무마용?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의 9일 소환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번 사건 피고발인 중 첫 소환이라는 점에서 참여연대가 고발한 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한 본격수사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내용수사 부진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여론무마용’ 소환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피고발인인 동시에 참고인” 검찰은 이 본부장의 신분에 대해 “피고발인이자 참고인 신분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발언의 무게는 참고인 쪽으로 약간 쏠려 있다.이 본부장에 대한 조사를 공안2부 김병현 검사가 주로 맡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따라서 검찰은 일단 재미동포 박인회씨가 이 본부장을 상대로 도청테이프를 공개하겠다고 공갈, 협박한 부분에 대한 보강 조사를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고발인’이기도 한 이 본부장의 신분을 감안하면 테이프 내용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아직까지도 ‘독수독과론(毒樹毒果論)’ 등 도청테이프 내용 수사를 둘러싼 법리검토를 완전히 끝마치지 못한 상태여서 조사의 강도 등은 다소 약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형적으로는 ‘고발인 조사-피고발인 조사’ 등 전형적인 고발사건 처리 국면에 접어들었다.검찰 내부에서는 “그동안 검찰이 삼성그룹에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는 안팎의 곱지 않은 시각이 있었던 만큼 조사가 의외로 강도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면죄부’ 수사 아닌가” 하지만 이 본부장의 소환 시기가 너무 이른 점은 좀 석연치 않다. 주변 조사를 마친 후 핵심인물을 소환하는 것이 보통의 수사절차다. 현재까지 ‘X파일’과 관련, 아직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또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다고 해도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고 뇌물죄라고 해도 당사자들의 진술을 제외한 물증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본부장의 소환이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해석을 경계하면서 “조사를 해봐야 추가로 소환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이 본부장에 대한 조사가 서둘러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여운은 남겼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서민금융산업 활성책 세워라/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IMF위기 이후 정부가 추진해 온 금융산업 구조개편작업의 결과, 한국의 금융산업이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금융당국의 홍보 논리대로 한국의 금융산업은 투명성과 안정성을 얻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금융회사의 지배권을 외국자본에 내주었다. 시중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은행까지 외국인 주주가 6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은행업만 그런가. 증권, 보험 모두 외국자본의 먹잇감이 됐다. 결국 한국의 금융산업 개편은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장악을 위한 기반정비였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졌다. 물론 오랜 악습과 타성에 젖어 있던 한국의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투명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해간다는 기대는 무리였을 것이다. IMF 위기라는 외부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변화가 가능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투명성과 안정성이 강화돼 금융기관들이 한국경제의 돈줄 역할을 제대로 하고 또 금융의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산업발전에 필수적인 기업대출은 축소되고 가계대출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수익창출의 근거를 따져보면 여전히 제멋대로 올린 수수료와 예대마진, 독점적 지위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융권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외국자금의 투자와 수익확보를 위한 안전장치 이상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내외의 조건에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자본력이 취약한 서민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소매거래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금융자본의 영업기반을 넓혀주기 위해 각 지역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고 있는 서민금융기관을 정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1차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의 결과를 보면 전혀 터무니없는 기우는 아니다. 문제는 어떤 목표와 내용을 갖고 서민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당국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기준에 못 미치는 서민금융기관을 퇴출시키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의 규모를 축소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은 1차 금융기관의 실패한 구조개편 작업을 되풀이할 뿐이다. 정부정책의 기본기조는 동반성장이고 양극화 해소다. 그런 정부의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조치만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자는 발표도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부실이 심각한 서민금융기관을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 법적 책임을 묻고 부실해소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부실서민금융기관을 정비한다는 관점만으로는 서민금융산업의 위축으로 귀결될 뿐이다. 서민금융산업의 위축은 서민경제의 위축을 불러오고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서민금융산업의 활성화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과의 수신금리차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취약한 공신력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각종 교육훈련과 객관적인 평가, 부실방지를 위한 정기적인 외부감사와 투명성 공개 등의 조치를 통해서 한국경제의 실핏줄 같은 서민금융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감독기능의 적극적 역할과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서민금융산업의 위축을 방지하고 활성화하려면 기존 금융기관의 잣대, 관점으로는 안 된다. 토착금융자본의 기초인 서민금융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태도변화가 시급하다. 이 공신력 확보에 제일 중요한 것은 시중은행처럼 자기앞수표발행 등의 업무를 보장하는 것이다. 서민 금융기관들이 금융결제원에 가입하면서 송금거래 등 상당 분야를 허용했으면서도 유독자기앞수표 발행을 금지하는 조치는 설득력이 없다. 신협·새마을금고 등의 연합회에서 자율적으로 통제하면 된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 4野 “9일 특검법 발의”… 與 ‘특별법’ 맞불

    ‘야4당은 특검제법 공동발의, 여당은 제3기구 특별법 나홀로 발의.’ 불법도청 사건의 진상규명 방법론을 놓고 여야가 원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4당은 9일 특검제 도입법안을 공동발의하기로 하는 등 대여 공동 전선을 구체화했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도청테이프 공개를 위한 특별법안을 9일 중 확정, 단독 발의절차를 밟기로 했다.●합의내용과 처리 전망야4당이 합의한 특검법안에 따르면 수사 대상은 ▲93년 2월25일 이후 안기부, 국정원의 불법도청 실상 전모와 불법 도청자료의 보관·관리·활용 실태 및 이의 유출·유통과 관련된 실정법 위반 사건 ▲위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각종 불법 도청자료의 내용 ▲안기부, 국정원, 국가기관, 정당, 기업, 언론사 및 개인 등의 실정법 위반 사건 등이다. 야4당은 사건의 중요성과 방대함을 감안해 특별검사팀은 특검 1명과 특검보 6명, 수사관 60명을 두는 사상 최대 규모로 구성하기로 했다. 특검의 활동기간은 준비기간 20일을 거쳐 최대 180일(90일,1차 연장 60일,2차 연장 30일)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특히 야4당은 현재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도청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관련한 국정조사 등의 대책에 공감하고 대상과 시기 등을 계속 논의하기로 하는 등 여권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야4당은 9일 발의하는 법안의 처리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합의했다.●테이프 공개범위 논란 잠재하지만 야4당은 이날 합의한 특검법안에 공개 범위를 담지는 못했다. 민주노동당이 위법 사실 말고도 테이프 발언 중 여당이 추진중인 특별법에 적시한 위법 내용이 확인되고 혐의만 있어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 논의도 병행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이날 회담에서는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도 수사결과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결과를 공개한다는 내용만 법안에 담기로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9일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가칭 ‘구 안기부 도청테이프의 처리에 관한 진실위원회법’을 추인받는 대로 입법절차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야당이 특검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을 끌어 사건을 흐지부지하게 하려는 의심을 사게 한다.”며 특별법 논의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문병호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는 “공소 시효가 지난 사건을 수사하고 위법 사실을 공개토록 한 것은 위헌여지가 있고 불법도청 자료 유출·유통도 검찰이 수사 중이니 특검이 맡을 필요는 없다.”면서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특별법 제정 논의에 참여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종수 박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도청 특별수사본부 추진

    도청 특별수사본부 추진

    검찰은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사건 수사 범위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수사팀을 보강,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7일 “국정원 발표로 수사의 큰 덩어리가 새로 생겼다.”면서 “공소시효와 관련없이 모든 의혹을 규명하려면 수사팀 보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도 8일 중 대검에 수사팀 보강, 특별수사본부 설치 등을 건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를 전담 부서로 정해 검사 8명으로 수사팀을 구성, 이번 사건을 수사해왔다. 검찰은 수사팀이 재구성되면 이르면 이번주 중 천용택 전 국정원장을 소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천씨를 상대로 미림팀장 공운영(58·구속)씨로부터 도청테이프 등을 회수한 뒤 즉각 폐기하지 않고, 자신의 집무실에 보관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도청 파문] 공소 시효는 물증 있을까 ‘입’ 안연다면

    국정원의 불법 도청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곧 착수될 예정이지만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불법 도청의 공소시효는 대부분 지났고, 도청이나 기밀유출 사실을 입증할 물적 증거는 대부분 폐기됐다. 관련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도청 2000년 8월 이후만 처벌 가능 수사의 가장 큰 장애는 공소시효 문제. 통신비밀보호법은 2002년 3월 개정돼 도청행위 처벌의 공소시효가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났지만 국정원의 도청 행위는 개정전의 통비법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2000년 8월 이후의 도청행위만 처벌할 수 있다. 다만 도청 내용 유출의 경우 국정원직원법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공소시효가 7년으로 늘어나지만 이 경우도 1998년 8월 이후의 것만 처벌할 수 있다.●증거를 어떻게 찾을까 증거확보도 난제다. 공소시효 범위 내에 있는 전직 국정원장은 DJ정권 시절의 임동원·신건 전 원장이다. 조사는 불가피하지만 국정원 설명대로라면 물증이 남아 있지 않다. 국정원은 2002년 3월 불법 도청을 전면 중단하면서 도청에 쓰인 장비는 모두 폐기됐고 과거 감청 자료도 제작한 지 1개월 내에 매번 소각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과거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여야 대선 후보 누가 어떤 도청을 당했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승규 국정원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을 용의도 있다.”고 말한 것은 뒤져봐도 안 나올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관련자들이 입을 다문다면 관련자들의 ‘입’을 여는 것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문제는 국정원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관련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회피했다. 미림팀 부활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오정소 전 차장도 ‘상부라인’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내가 다 안고 가겠다. 더 이상 묻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는 물론 오씨의 상부라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원종 전 청와대정무수석과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도 묵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도청수사 전면 확대…천용택씨 집 압수수색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는 1999년 5∼12월 국정원장을 지낸 천용택씨를 금명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천씨 소환은 국민의 정부 시절 자행된 국정원의 불법도청 행위에 대한 수사착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의 일부 도청 행위는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면서 “국정원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도청행위 전반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으로는 불법도청 행위의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이는 2002년 3월 개정 때 반영된 것이어서 개정 전 통비법상의 공소시효 5년을 적용하면 2000년 8월 이후의 불법도청 행위만 처벌할 수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천씨를 상대로 미림팀장 공운영(58·구속)씨에게서 도청테이프 등을 회수하게 된 과정과 재임기간에 불법 도청을 지시 또는 묵인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국정원 자체조사 결과 가운데 “공씨가 테이프를 반납하면서 천씨 관련 테이프 2개도 같이 보냈다.”는 대목을 중시, 천씨가 이를 건네받는 대가로 공씨를 처벌하지 않는 뒷거래를 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또 “천씨가 공씨에게서 회수한 테이프 중 상당수를 당시 정권실세들에게 전달했다.”는 세간의 의혹도 규명키로 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4일 천씨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 각종 문건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또 오는 9일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본부장을 상대로 재미동포 박인회(58·구속)씨로부터 도청테이프 제공 대가로 5억원을 요구받게 된 경위와 함께 참여연대가 고발한 불법 대선자금 제공 혐의도 조사키로 했다. 한편 검찰은 박씨로부터 도청테이프 등을 넘겨받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를 이날 오후 소환, 박씨와 접촉하게 된 경위와 보도경위 등에 대해 조사했다. MBC 기자회는 “검찰이 거대비리를 고발한 언론사 기자를 불러 사법처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 “검찰이 국민의 뜻을 저버린다면 국민과 역사가 검찰을 심판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악마의 씨(EBS 오후 11시40분) 신비주의 또는 초자연주의,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집단 등으로 상징되는 오컬트 영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후 ‘엑소시스트’(1973),‘오멘’(1976) 등이 줄을 이었다. 깊은 산속이나 외딴집 등 무언가가 튀어나올 법한 곳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도시를 배경으로, 그 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공포를 다뤄 관객들을 더욱 스산하게 만들고 있다. 피 튀기는 장면 없이도 긴장감을 점점 고조시키는 로만 폴란스키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세계에서 존경받는 영화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고 있는 폴란스키는 2002년 ‘피아니스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로버트 레드퍼드, 제인 폰다의 대타로 출연한 미아 패로와 존 카사베츠의 연기도 훌륭하다. 개봉 이듬해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이자 배우였던 샤론 데이트가 이 영화의 광팬이자 연쇄살인마인 찰리 맨슨의 추종자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돼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로즈마리(미아 패로)는 배우인 남편 가이(존 카사베츠)와 함께 평화로워 보이는 뉴욕 맨허튼 중산층 아파트로 이사한다. 이웃 노부부와 친분을 쌓아가던 로즈마리. 어느날 로즈마리가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났던 여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악몽에 시달리다 임신을 하게 된 로즈마리. 이후 주변에서 불길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는데….1968년작.147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얼굴없는 미녀(KBS2 오후 11시15분) 춘사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에 이어 지난달 대종상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휩쓴, 김혜수의 파격적인 연기가 번뜩이는 작품이다. 과감한 노출 장면도 화제가 됐다. 1980년 동양방송의 TV 시리즈물 ‘형사’에서 납량 특집으로 내놓았던 같은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최면에 걸린 여주인공이 죽어서도 최면을 건 정신과 의사를 찾아온다는 내용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장미희와 이순재가 열연했다. 경계선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유부녀 지수(김혜수)는 자살을 기도했다가 정신과를 찾는다. 그곳에서 정신과 의사 석원(김태우)을 만나게 된다.1년 뒤, 더욱 불안정한 상태가 된 지수를 만나게 된 석원. 자살한 아내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석원과 항상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지수는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석원은 치료를 위해 지수에게 최면을 걸었다가 육체적 관계를 갖게 된다. 지수는 석원을 떠나 남편 민석(윤찬)과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하지만, 석원은 지수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매주 한 번씩 자신을 찾아오게 최면을 거는데….2004년작.97분.
  •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톰 호지킨스 지음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톰 호지킨스 지음

    ‘아! 5분만 더’ 요란한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가 다시 이불속에 들어가 맛보는 잠 만큼 달콤한 게 있을까. 하지만 시간에 매여 사는 현대의 소시민들 중 그 달콤함을 만끽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시간이 되면 어차피 열릴 눈꺼풀을 어거지로 벌리기 위해 냉수로 세수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크게 틀기도 한다. 만일 이불속에서 계속 뭉그적거리다가는, 결국 게으름이란 ‘적’에게 패한 뒤의 씁쓸함만 맛볼 뿐이다.‘아! 나는 안돼’ ●5분 더 자는 아침잠을 만끽하라 하지만 꼭 이래야만 하는가. 사람들은 왜 나태한 습관이 주는 쾌락과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평생을 살아야 할까. 현대의 문명사회는 여가와 휴식 등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겠다고 약속을 늘어놓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은 스케줄에 얽매여 노예처럼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언제부터 이렇게 게으름이 죄악시되었으며, 이를 유독 강조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영국에서 잡지 ‘아이들러’(Ideler)를 발행하는 톰 호지킨스는 이같은 물음과 함께 시간에 떼밀려 사는 현대인의 삶에 정색하고 반기를 든다. 자칭 ‘게으름을 피우느라 늘 바쁘다는 게으름꾼’인 그가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남문희 옮김, 청림출판 펴냄)이란 책을 냈다. 게으름에 대한 찬사이자,‘아침형 인간’이 판치는 현대사회를 정면으로 비웃는 책이다. 저자는 게으름을 죄악시하는 인식의 뿌리로 오래전부터 인간을 지배한 성경을 지목한다.‘…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눕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잠언 6장). 근면 지상주의로 통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어떤가. 그는 청교도적인 이상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사람은 일찍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건강하고 부유하고 지혜로워진다는 투의 금언들을 대중에 보급, 장려했다.1830년대 낭만주의 여류 시인 해너모어는 ‘일찍 일어나기’란 시에서 나태함을 ‘조용한 살인자’로, 잠은 ‘중대한 죄악’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저자는 반박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그들이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묻는다. 어릴 때부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튀어나가 뭔가 유익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속에 살아온 사람들은, 지금 과연 얼마나 부유하고, 얼마나 행복한가? 이른 아침, 런던·도쿄·뉴욕 등 거대도시들의 지하철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그렇게 건강하고, 부유해 보이는가. 그는 지난 3000년간의 철학, 소설, 시, 역사서에서 게으름과 관련된 내용을 추려내 게으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본보기로 엮어낸다. 잠꾸러기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서 위대한 이원론을 완성시켰고, 시인 월트 휘트먼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빈둥거리며 살았으며, 빅토르 위고는 2층 버스에 올라 몇시간이고 한가로이 세상 구경을 즐겼다고 한다. 이같은 게으름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들은 독창성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으름은 무기력이나 나태와 다르다 저자가 말하는 게으름은 무기력이나 나태와는 다르다. 흔히 말하는 소위 ‘느림의 미학’과도 다르다. 저자는 일상의 순간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즐기라고 조언한다. 이를 테면 몸이 아플 때 독한 약을 한 줌씩 먹고 병을 내쫓으려 하지 말고 그 몽롱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라고 권한다. 목적지를 향해 지루하게 발걸음을 놀리지 말고 배회하듯 거리풍경을 즐기면서 산책하라고 조언한다. 너도 나도 짐싸들고 뛰쳐나가는 바캉스철에 결코 여행하지 말고, 북적대는 곳을 피해 허름한 선술집에서 대화의 기쁨을 누리라고 외친다. 물질만능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저자의 주장과 논리는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좀더 세심히 귀기울여보면 그의 진심이 새록새록 가슴에서 살아난다. 최소한 남과 비교하면서 상처받고 절망하며 사는 일중독자들에게, 게으름은 ‘인생의 시계바늘을 여유롭게 조정함으로써 내 삶의 주인이 되게하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9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공소시효 지난 사건도 3野 “특검서 조사해야”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자민련 등 야 3당은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도록 특검법을 추진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3 당은 특검 규모와 수사시기와 관련, 사건의 방대함과 중대성을 고려해 특검 규모를 기존의 3배로 해 특검 1명과 특검보 6명, 수사관 60명 이내로 하고 수사기간도 최장 180일(1차 90일,2차 60일,3차 30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그러나 도청테이프 공개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특검에 맡기자는 견해와 특별법으로 대상과 범위를 정하자는 의견이 맞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서울디지털大 학생모집 금지

    전임 부총장의 교비 횡령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서울디지털대학이 내년도 신입생 및 편입생을 뽑을 수 없게 됐다.1년 안에 학교를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4일 원격대학인 서울디지털대의 운영 전반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1년의 말미를 주고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강제 폐교시키는 대학 설치인가 계고 조치와 학생모집 중지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갑래 인적자원개발국장은 “서울디지털대가 설립 이후 인가 조건을 전혀 지키지 않았고, 전 부총장이 교비를 횡령하는 등 법령 위반이나 부당 운영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디지털대는 내년도 신입생 3000명과 2·3학년 결원에 따른 편입생을 모집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현재 원서 접수를 받고 있는 올해 후기 신·편입생 모집 전형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학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사 결과 드러난 서울디지털대의 불법 행위는 크게 세 가지다. 황인태 전 부총장이 학생들의 등록금인 교비 35억여원을 횡령하고, 자신이 대표로 있던 M사에 일괄 용역계약을 맺었다. 또 M사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학생 등록금 12억원을 멋대로 담보로 제공했으며, 이사회 승인 없이 외상을 갚는데 30억여원 어치의 어음을 발행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말 인가를 신청할 때는 당초 인가 장소인 부산 동아대 대신 서울 강남의 건물을 빌려 사용하다가 적발되자 시정한 것처럼 교육부에 허위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황 전 부총장은 지난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교육부는 평생교육법 제29조에 따라 내년도 신·편입생 모집을 중지하고 채권 및 채무 관계에 따른 불안한 학사운영을 1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학교설립 인가와 법인 이사장 취임 승인을 취소할 계획이다. 또 황 전 부총장을 비롯한 교직원 13명에 대한 중·경징계와 이사 해임, 황 전 부총장이 횡령한 35억여원을 회수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하 국장은 “현재 원격대학에 대한 사항은 평생교육법에 규정돼 있어 사립대처럼 관선이사를 파견할 수 없는 대신 설치인가를 취소하거나 운영중지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원격대 전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늦어도 이달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디지털대는 동아대를 비롯한 35개대와 1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지난 2001년 3월 문을 열었다. 전체 17개 원격대 가운데 최대 규모로 총 정원 9400명에 재학생만 8500여명에 이른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장지동 유통단지 민간사업자 공모

    서울 송파구 장지동 동남권유통단지 개발사업에 민간 사업자도 참여하게 됐다. SH공사(옛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동남권유통단지 개발 사업에 공공-민간 합동형 프로젝트 투자 방식을 도입키로 하고 10∼11월쯤 사업자를 공모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15만 6000여평 규모의 동남권유통단지는 2008년 12월까지 물류 단지·활성화 단지(편의지원시설)·전문상가 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물류단지가 공공 민간 합동 투자 방식으로 건설·운영된다. 물류단지는 물류·건설·금융 분야의 전문 민간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공사와 함께 법인을 설립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 시행과 운영, 관리는 민간 컨소시엄이 맡게 된다. 공사는 토지를 제공하는 대신 전체 소요자금의 20%만 부담한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현대車 사업확장 ‘브레이크 없다’

    현대車 사업확장 ‘브레이크 없다’

    ‘브레이크가 없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사업확장이 거침없다. 주요그룹들이 분가나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전문화의 길을 걷고 있는데 반해 현대차그룹은 ‘사방팔방’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말 107개에 불과했던 국내외 계열사는 7개월여 만에 130개로 급증했다.2000년 계열분리 당시 재계 5위에서 올해 2위로 뛰어오른 기세답게 16개이던 국내 계열사는 현재 34개로 늘어났다. 현대 특유의 ‘뚝심’이라는 평이 많지만 ‘비전공’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쇳물에서 완성차까지 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매물로 나온 자동차부품회사 만도의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다. 만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삼촌인 정인영 회장이 분가한 한라그룹 계열사였지만 한라가 어려워지자 1999년 UBS캐피털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선세이지가 72.3%의 지분을 갖고 있고 정인영 회장의 아들인 정몽원 회장, 한라건설도 각각 9.27%씩 지분을 보유 중이다. 현대차는 “관련 규정상 인수제안서 제출 여부는 밝힐 수 없지만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현대모비스를 통해 제동장치 생산업체 카스코(구 기아정기)를 인수했고 최근 독일 지멘스와 공동으로 자동차 전장업체인 현대오토넷 인수에도 성공했다. 현대가 만도까지 인수하게 되면 부품부터 완성차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갖추게 된다. 만도의 현대차그룹 매출 의존도가 70%에 달해 현대차로서는 당초 매각 예정가 20억달러보다 훨씬 낮게 만도를 인수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만일 만도가 외국계 경쟁업체에 넘어갈 경우 만도 비중을 줄이고 카스코를 집중 육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기업이 만도 인수전에서 현대차를 제쳤다 하더라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인수하고 철강 계열사인 현대INI스틸을 통해 연산 7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립공사를 2007년 착공키로 하는 등 철강사업에도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 ●금융·서비스도 ‘현대식’으로 수직계열화외에 금융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일 계열 금융사인 현대카드 지분을 미 GE캐피털에 매각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했다. 현대캐피탈도 이미 GE소비자금융과 제휴를 맺었다.GE는 가전과 항공기 등 제조업과 금융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독특한 사업구조로 눈길을 끌고 있는데 대표적 제조업체인 현대차그룹은 이번 제휴를 통해 GE를 ‘벤치마킹’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확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벌인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동적으로 계열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룹경영에는 필수적인 사업이어서 ‘문어발식 확장’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사설] X파일 수사, 신속 공정이 관건

    옛 안기부 X파일에 대한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검찰의 공언과는 달리 시민단체 등에서는 수사가 미온적일 뿐 아니라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고발의 핵심이 유출된 테이프로 확인된 삼성그룹의 불법대선자금 전달 의혹임에도 테이프 유출자 수사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삼성 봐주기’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에만 얽매여 압수된 테이프 274개와 녹취록에 담긴 불법내용에 대한 조사를 미적거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도 있다. 물론 검찰의 입장에서 보자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되고 공소시효도 확실한 도청테이프 유출부분부터 수사한 뒤 비밀도청조직 ‘미림’팀 부활, 도청테이프 제작, 활용, 보고라인, 국민의 정부 시절 뒷거래 등을 조사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 특히 미림팀 부활 이후의 대목은 국가정보원의 협조가 필수요건인 만큼 국정원의 조사가 먼저 마무리돼야 하고, 조사자료를 넘겨받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한 것도 국정원과의 업무 협조를 감안한 조치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검찰이 특별법과 특검법 제정으로 맞서고 있는 정치권의 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등 여론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검찰은 정치권의 논란에 상관없이 최대한 신속하고도 공명정대하게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 정치권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도청테이프에 담긴 주요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공통분모가 확인된 이상 테이프에 대한 내용 분류를 미리 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합법성만 뒷받침된다면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속하고도 공정한 수사를 통해 특검 논란을 잠재웠던 대선자금 수사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검찰 수뇌부가 외풍을 온몸으로 막고 수사팀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진상에 접근한다면 검찰 수사가 불신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X파일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 “산모 4명중 1명만 젖준다”

    “산모 4명중 1명만 젖준다”

    모유수유가 좋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알고도 실천을 못하는 것일까. 1990년대 후반부터 유니세프를 비롯한 사회 각층에서는 모유의 우수성을 꾸준히 알려왔다. 그 덕에 많은 엄마들의 인식이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수유율은 턱없이 낮다.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소시모)이 지난해 10월 서울, 인천, 대전, 울산 등 5개 도시의 산모와 영유아를 둔 엄마 8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모유를 먹인 비율은 4명 중 1명꼴인 27.3%에 그쳤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03년도 조사 결과 16.5%보다는 높아진 수치다. 하지만 출산 전 모유수유를 계획했던 사람들이 응답자의 82.8%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매우 낮다.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출산 후 병원에서 산모와 아기가 함께 방을 쓰는 모자동실(母子同室) 비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화여대 아동간호학과 이자형 교수는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서는 아기가 출생 직후부터 엄마 젖에만 익숙해야 한다.”면서 “아기와 24시간 같은 방을 쓰지 않을 경우 아기는 자연스럽게 분유를 먹을 수밖에 없고 일단 분유에 익숙해진 아기에게 엄마젖을 물리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시모 설문조사 결과 아기와 함께 방을 사용했다는 산모는 32.3%에 그쳤다. 이처럼 모자동실 비율이 낮은 것은 병원 사정과 산모 개인의 선택 때문이다. 병원측은 모든 산모에게 1인실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즉, 2인 이상의 병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신생아실을 따로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일부 산모들은 아기를 낳은 후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긴다. 모유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모유수유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게 하거나 중도에 포기하게 만드는 이유다. 소시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3%가 가족,17.5%는 인터넷,12.3%가 책을 통해 모유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반면 의사나 간호사로부터 정보를 받는다는 사람은 9.7%에 그쳤다. 소아과 전문의 정유미씨는 “의사나 간호사들도 정규 교육과정에서 모유에 관한 지식 외에 산모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배워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결국 엄마들은 의사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묻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전달된 모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은 결국 모유수유의 또다른 장애물이 된다. 가령 모유를 먹였는데 아기가 묽은 변을 볼 때 “아기에게 모유가 안 맞는 것 아닐까.”하는 잘못된 생각으로 모유수유를 포기하는 엄마들이 많다. 분유에 대한 인식이 관대한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분유가 모유보다 낫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차이가 적다고 생각해 먹이기 편한 분유를 선택한다. 또 모유를 먹는 아기가 분유를 먹는 아기보다 체격이 작다는 이유로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처럼 분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데는 각종 이유식 광고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명희 소시모 대외협력팀장은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의 ‘모유 대체식품 판매에 관한 국제규약’을 지켜야 하는 회원국임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광고뿐만 아니라 분유회사들이 산부인과를 상대로 로비를 해 병원에서 모유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고 꼬집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도청테이프 파문] 검찰 ‘솔로몬의 해법’ 고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안기부 X파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두 현안을 놓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MBC 이상호 기자에 대한 사법처리. 이 문제를 놓고 검찰이 과연 어떤 ‘솔로몬의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압수수색, 당위성 vs 효율성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국정원 수뇌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의 의지도 확실하고 협조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압수수색의 필요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에서 하고 있는 불법도청 조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압수수색 등 국정원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자체 조사 보고의 내용이 미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검찰 주변에서는 압수수색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만이 능사가 아니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처럼 압수수색에 어려움도 있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설령 영장이 나왔다고 해도 정보기관의 특성상 국정원의 협조 없이는 압수수색 장소를 특정하기도 힘들다.●이 기자 사법처리, 통비법 vs 알권리 소환조사가 한 차례 미뤄진 MBC 이 기자의 사법처리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검찰관계자는 “일단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지만 조사를 하면서 신분이 변할 수 있다.”고 말해 사법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기자에게는 불법 도청자료에 담긴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16조 위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통비법에는 공익성과 진실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없다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달리 ‘면책조항’도 없다. 반면 시민단체와 MBC 등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이번 사건 보도로 인한 공익성 등을 이유로 이 기자의 사법처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20조 ‘정당행위’라는 게 근거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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