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시
    2026-07-31
    검색기록 지우기
  • 불면
    2026-07-3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1,424
  •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또 한 해를 보내며/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또 한 해를 보내며/박홍기 논설위원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 앞에 섰다. 큰 칼 옆에 찬 늠름한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고, 성군 세종대왕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다.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분향소와 유족들의 천막이 있다. 나눔과 온정을 가리키는 사랑의 온도탑 눈금도 올라가고 있다. 세종대왕 동상 너머에는 조선왕조의 경복궁이 건재하다. 광장의 안팎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은 성탄절과 함께 연말을 한껏 즐기고 있다. 눈에 비치는 풍경은 작년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때문인지 교보빌딩 벽에 걸린 ‘두 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므로 너는 아름답다’라는 시구가 왠지 어색하다. 을미년도 저물어 6일밖에 남지 않았다. 끝자락이다. 광화문광장은 올 한 해 역사를 품었다. 호오(好惡), 경중을 떠나 많은 일을 겪었다. 일어났던 일들, 계속되는 일들, 크고 작은 하나하나가 사건이고 역사다. 소설가 최인훈의 표현을 빌리자면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다. 개방과 소통, 화합의 공간인 것이다. 반대로 가치와 노선이 갈등을 겪고 충돌하는 장소다. 그래서 광장은 조용하기보다는 시끌벅적하다. 간결하기보다는 어수선하다. 때로는 분노의 절규가, 때로는 기쁨의 함성이 뒤덮는다. 광화문광장도 그랬다. 메르스가 전국을 휩쓸 때 광장은 텅 비었다. 간혹 나온 시민들은 정부의 초동 대응에 항의하려는 듯 ‘불신의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재앙이었다. 광화문광장에는 감격의 함성이 있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빛(光)이 된(化) 곳에 시민들이 나와 경축했다. 대형 태극기가 만들어지고 파도 타기 이벤트가 펼쳐졌다. 멋진 공연도 진행됐다. 모두 어울려 축제를 즐겼다. 광복 70년, 한·일 수교 50년, 한·일 관계는 아직도 과거사에 막혀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반 논쟁도 치열했다. 촛불이 켜졌다. 집필 거부도 잇따랐다. 정부는 계획대로 교과서 집필에 착수했다. 그런데 국정·검인정을 떠나 정작 가르치는 주체인 교사가 공론장에서 제외됐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했다. 광화문광장은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차벽을 쳤고,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은 경찰 버스를 밧줄로 끌어내려 했다. 복면이 등장했다. 물대포가 발사되고 참가자가 쓰러졌다. 싸움판으로 바뀌었다. 광장은 찢기고 부서졌다. 날 선 주장만 난무했다. 귀를 기울이는 쪽이 없었다. 볼테르의 “부싯돌은 부딪쳐야 빛이 난다. 서로 다른 견해가 부딪칠 때 진리가 스스로 드러난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광화문광장은 병신년 새해를 맞는다. 풀리지 않은, 풀었어야 할 일도 또 한 해를 넘는다. 지난 일들을 돌아보는 이유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도 햇수로 세야 할 지경이다. 미수습자 9명과 선체는 아직도 바닷속에 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첫 청문회는 큰 성과 없이 끝났다. 기업의 탐욕이 부른 인재에서 비롯돼 행정의 무능이 부른 관재(官災)임에도 “잘못했다”는 공무원은 없었다. 이 때문에 진상 규명이 이뤄지거나 약속되지 않는 한 광장에서의 분향소 존치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광화문광장에 45.815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둘러싼 국가보훈처와 서울시의 다툼도 끝나지 않았다. 보훈처는 국무총리실에 행정협의조정을 요청했다. 태극기의 상징성, 정체성은 크기와 규모가 아닌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높이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광화문광장에는 정치가 있다. 제20대 4·13 총선이 치러진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광장에서 지지와 함께 선택을 호소할 것이다. 광장은 정치의 장이 된다. 청년실업률 9%, 가계빚 1200조원, 임금불평등,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갖가지 민생 현안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세종대왕이 바른 정치로 여긴 백성을 편안케 하는 안민(安民)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좋은 정치란 국민의 이해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책임지는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또 협상과 타협이 있는 감동의 정치다. 광장에는 벽이 없다. 누구든 접근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통로인 까닭이다. 을미년 세밑에 혼돈이 아닌 질서가, 절규 아닌 함성이 있고, 소시민적 권리가 보장되는 활기찬 광장을 그려 본다. 광화문광장의 삶은 찾는 시민의 몫이다. hkpark@seoul.co.kr
  • 미래에셋 박현주, 창업 18년 만에 증권업계 왕좌 등극 눈앞

    미래에셋 박현주, 창업 18년 만에 증권업계 왕좌 등극 눈앞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미래에셋그룹을 일군 박현주 회장이 창업 18년 만에 증권업계 왕좌 등극을 눈앞에 뒀다. 증권업계 2위인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권을 따내 세계적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할 채비를 갖췄다. 미래에셋발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을 통해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산업은행은 24일 여의도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미래에셋 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자산운용)을 선정했다. 미래에셋이 인수하는 지분은 최대주주 산은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와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다. 장부가로는 1조 8335억원 규모다. 미래에셋은 내년 1월 4일까지 입찰가의 5%를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다음달 중 산은과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월부터 상세실사와 최종 가격 협상을 통해 상반기 내 계약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미래에셋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조 4000억원대로 경쟁자인 한국투자금융과 KB금융지주를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현 산은 정책기획부문장은 “매각 가치 극대화, 조속한 매각,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라는 3대 기본 원칙과 국가계약법상 최고가 원칙에 따라 내부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결정했다”며 “미래에셋이 최고 입찰가를 제시한 것은 물론 자본시장 발전과 자산관리, 자산운용 등 비가격 측면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가진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9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3조 4620억원으로 업계 4위다. 자기자본 4조 3967억원인 대우증권과 합치면 7조 8587억원으로 업계 1위가 된다. 현재 1위인 NH투자증권(4조 6044억원)과 3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번 인수전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을 제치고 승자가 된 박 회장은 뚝심 있는 베팅으로 승부사 기지를 다시 한번 발휘했다. 1997년 미래에셋벤처개피탈을 세운 뒤 현재 2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박 회장은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미래에셋을 아시아 제일의 IB로 키워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증권 인수가 성공하면 일본 노무라증권(자기자본 28조원)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다이와증권(14조원) 등과 겨룰 만큼 몸집이 커진다. 대우증권은 채권운용과 투자금융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 증권사 중 국내에 가장 많은 102개 점포가 있고 위탁매매와 해외 네트워크 등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박 회장이 넘어야 할 관문은 아직 남아 있다. KB금융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대우증권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고 미래에셋에 융화시켜야 한다. 이자용 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미래에셋의 인수 저지를 기치로 다음달 4~6일까지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도 불거진다.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대우증권 인수에 나선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미래에셋 측은 “아시아 금융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글로벌 IB와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IB 역량이 뛰어난 대우증권과 자산관리 및 해외투자에 강한 미래에셋이 합치면 확고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규제 뽑고 7개월 만에… ‘차이나머니’ 잡았다

    규제 뽑고 7개월 만에… ‘차이나머니’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 화성시 신외동 송산그린시티 유니버설스튜디오 조성사업(조감도)이 확정됨으로써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 관련 산업 발전이 기대된다. 다만 5조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확보하는 게 과제로 남았다. 이 사업은 2009년 ㈜롯데자산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했으나 외국인투자기업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2012년 9월 토지 매매 계약도 성사되지 않아 무산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단순히 비싼 가격으로 부지를 매각하는 데만 신경 썼고 사업 참여자 역시 싼값에 부지를 매입하려는 욕심을 부리다가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 하지만 정부가 2014년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국제테마파크 유치를 다시 추진한 데 이어 지난 5월 테마파크 사업부지 계약에 제약이 따랐던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도 개정, 사업자 참여를 끌어냈다. 공공기관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은 초기 사업 추진을 공공기관이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사업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를 갖는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USK 컨소시엄에는 중국 기업이 최대 주주로 참여한다. 두 기업이 23.5%를 출자해 최대 지분을 쥐고 있다. 이 밖에 유니버설코리아, 수자원공사, 국책은행 1곳,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2016년 문을 여는 상하이디즈니(1.16㎢)보다 부지가 4배 가까이 넓다. 다른 유니버설스튜디오와 달리 이곳에는 한류테마센터가 건립된다. 케이팝, 한류드라마 등을 주제로 공연, 이벤트 등이 이뤄지는 엔터테인먼트장으로 내국인은 물론 한류 팬을 끌어들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워터파크와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을 지어 즐기고 떠나는 관광지가 아닌 체류형 관광단지로 조성되는 것도 특징이다. 경제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수자원공사는 중국 기업이 참여함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현재보다 약 10%(연 140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건설기간 동안 약 7만 6000명, 운영기간 동안 연간 약 4만 8000명이 예상된다. 생산유발 효과는 건설기간 동안 15조원, 운영기간 동안 연간 약 6조원이 기대된다. 1700여만평에 이르는 그린시티 부지 매각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추진을 위한 자본 확보가 과제로 남는다. 1단계 사업에 3조 3000억원 등 모두 5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관이 확보한 자금은 8500억원, 나머지는 금융기관과 기관 등의 추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최계운 수공 사장은 “추가 참여 의사를 비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이 늘고 있다”면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화성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별 사업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한국도 유니버설스튜디오 2020년 화성에 들어선다

    한국도 유니버설스튜디오 2020년 화성에 들어선다

    2020년까지 경기도 화성 송산그린시티에 4.2㎢(서울 여의도 면적의 1.45배)에 이르는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들어선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22일 송산그린시티 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USK(Universal Studios Korea)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국제테마파크가 개장되면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중국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유니버설스튜디오 조성 국가가 된다. USK 컨소시엄은 중국 국영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 (CSCEC)와 중국 국영 최대 여행사인 홍콩중국여행유한공사(CTS), 대우건설 등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컨소시엄에 수자원공사를 비롯해 화성시·국책은행 1곳 등 공공기관도 참여해 사업 추진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이곳은 유니버설스튜디오와 함께 한류테마센터,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도 들어서 체류형 관광단지로 조성된다. 수자원공사는 국제테마파크가 건설되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0%(연 140만명) 늘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해마다 일자리 4만 8000개 창출, 6조원의 생산 유발효과, 첨단영화산업 등 관련 산업의 발전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한방으로 잡는 건강] 콩팥이 제 기능 못한다고요? 한약 한번 먹어 보세요

    최근 만성 콩팥병 분야에 새로운 한의학적 치료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단순히 전통만 따르는 게 아니다. 현대적인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한약의 만성콩팥병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신장병 환자는 무작정 한약이 자신의 병에 해로우리라 생각한다. 10여년 전 아리스토로킥산에 의한 신부전 발생 사례가 일부 유럽국가에서 보고된 것이 속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속한 국제적 협조를 통해 이런 약재의 사용은 중단됐고 이후 발표된 많은 연구가 신장질환에 대한 한약의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약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확실히 바로잡아 줄 연구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이웃 나라인 대만에서 건강보험에 등록된 신규 만성 콩팥병 환자 2만 5000명을 대상으로 만성 콩팥병의 진행, 악화에 한약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봤더니 한약이 콩팥 기능의 상실을 의미하는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비율을 60%가량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방치료는 6년간 이뤄졌다. 만성 콩팥병에는 여러 치료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진행을 어느 정도 늦출 뿐 아직 완벽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만성 콩팥병 치료에 쓰는 한약은 신장을 손상할 수 있는 유해산소와 염증 반응을 직접 차단하거나, 신장조직의 섬유화를 막아 신장기능을 보존한다. 다양한 목표에 대해 다양한 치료 효과를 종합적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기존의 치료와 다르다. 또 다른 최근 연구에서는 혈압을 관리하면 만성 콩팥병 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음이 확인됐다. 따라서 침 치료나 한약 치료로 혈압을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물론 모든 한약이 신장병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뇨 작용을 하거나 통변 작용을 하는 일부 약재는 오히려 신장병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약물의 상호반응 역시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전문 한의사의 처방 없이 함부로 한약이나 민간약재 등을 복용해선 안 된다. 만성 콩팥병을 예방하려면 금연, 금주, 정기적인 운동 등 건강수칙을 준수하고 저염식을 하는 등 식생활을 관리해야 한다. ■도움말 한의사 정창운
  • 162개 기업·단체, 숲 가꾸기 동참… ‘숨 쉬는 도시’ 만들었다

    162개 기업·단체, 숲 가꾸기 동참… ‘숨 쉬는 도시’ 만들었다

    산림청이 ‘숨 쉬는 도시’를 조성하고자 추진 중인 ‘도시녹화운동’에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도시숲에 대한 국민 수요와 선호도를 반영한 사회공헌활동의 형태로 이뤄진다. 게다가 일정 규모(0.05㏊) 이상의 숲 조성을 통해 탄소배출권 확보와 거래 등이 가능해지면서 적극적인 투자가 기대되는 등 민관 협력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관심을 끄는 ‘숲 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숲 관리’에는 소홀해 향후 숲의 조성과 관리가 연계되는 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0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도시녹화운동에 참여한 기업은 162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56곳이 도시숲을 조성(16.9㏊)했고, 106곳은 숲 관리(126.8㏊)에 참여했다. 도시녹화운동으로 첫 사업이 이뤄진 2014년 36곳(조성), 88곳(관리)에 비해 참여 기업이 각각 55.6%, 20.5% 늘었다. 산림청은 올해 기업과 시민·사회 단체의 녹화운동 참여로 1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도시숲을 조성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는 전체 도시숲 예산(국비 583억원)의 17.1%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에서는 2005년 70여개 기업·단체와 5000여명의 시민이 기금을 모아 조성한 서울숲과 ㈜SK에너지가 1020억원을 투입한 울산대공원(2006년), 대전의 유림공원(2009년) 등이 대표적인 기업 참여숲으로 꼽힌다. 산림청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갖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조성비용 지원과 수목·편의 시설 기증, 기부채납 등 다양한 참여방안을 마련하고 기업명칭과 기념 표지물 설치 등도 허용한다. 지난해에는 산림탄소상쇄 유형에 도시숲과 가로수 등을 추가했다. SK 사회공헌팀 김정용부장은 “한 기업이 아닌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면서 “기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등의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시숲에 대한 기업 참여가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이와 맞물려 실효성에 대한 관심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올해 기업들이 조성한 숲 규모는 평균 0.3㏊, 조성비용은 3460만원이다. 생활 속에서 휴식과 산책 등을 즐기고 기후조절 같은 환경 기능 개선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규모로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조성된 도시숲의 관리 문제도 심각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유지·관리가 예산 문제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시숲이 환경 개선 효과를 넘어 ‘녹색 자산’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지 비용을 부담하기보다 인근 아파트나 기업이 주변 숲의 일정 구역을 직접 관리하는 사례도 있다. 다만 산림청은 도시숲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단계에서 규모화나 관리 문제를 거론할 경우 기업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용숙 생명의숲 더불어숲팀 국장은 “기업들은 숲 조성이라는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시민단체 등과 협약을 통해 유지관리에 참여하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91%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 지역에서는 인구 증가와 고밀도 개발로 갈수록 녹지가 사라지고 있다. 12월 현재 국민 1인당 생활권의 도시숲 면적은 8.32㎡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9㎡)에 미달한다. 특히 서울은 4.35㎡로 런던(27㎡), 뉴욕(23㎡), 파리(13㎡)와 비교해 격차가 크다. 1인당 도시 숲 면적을 1㎡ 늘리려면 약 2조원의 조림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도시숲 조성 투자는 2011년 1654억원에서 올해 1131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해 예산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시의 높은 땅값을 고려할 때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창재 산림청 산림자원국장은 “국가가 국유지를 제공하고 기업이 숲을 조성하면 지자체는 관리를 맡는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올해 도시숲 조성이 가능한 국유지 현황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독자의 소리] 금연 또다시 도전하자/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금년은 담뱃값 80% 인상과 함께 시작됐다. 대폭적 인상 시기가 새해 아침과 맞물리면서 많은 흡연인구가 금연 결심에 나섰지만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채 또다시 연말을 맞았다. 금연이 어려운 건 니코틴의 강한 중독성 때문이다. 잘 분해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는 니코틴은 혈관을 타고 이동하다 혈관에 전착되면서 고혈압과 심장질환, 뇌질환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강한 중독성과 더불어 우리 뇌에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에 담배 끊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흡연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미국 버펄로보건대학원 연구진은 담배 끊기 가장 쉬운 방법으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라고 권한다. 과일과 채소에 든 풍부한 섬유질은 사람에게 포만감을 주면서 흡연 욕구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채소와 과일은 담배의 맛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과채류를 섭취하는 식습관의 변화 역시 인간의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입맛은 길들이기 나름이기 때문에 과채류 섭취를 통한 금연은 가장 추천할 만하다. 의도적인 생각이나 의지 없이도 자동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습관으로 정착되려면 66일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영국 런던대 제인 워들 교수팀의 실험 결과가 있다. 금연 습관이 몸에 밸 때까지 작은 실천을 지속하는 시도가 중요하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 카카오는 은행권의 ‘적’이자 ‘동지’

    카카오는 은행권의 ‘적’이자 ‘동지’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인 카카오를 바라보는 은행권 기류가 심상찮다. 3900만명의 회원을 가진 카카오가 금융권으로 영역을 확장해 오면서 금융권 속내도 복잡해졌다. 함께하면 ‘동지’인 반면 다른 은행과 손을 잡으면 ‘적’이 되는 분위기다. 1년 전 모든 시중은행과 사이좋게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앱)인 ‘뱅크월렛카카오’(뱅카)를 출시하며 ‘동지애’를 과시하던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 와중에 카카오는 내년 간편 외화 송금 서비스 출시를 위한 은행 측 파트너 선정을 두고 한창 ‘밀당’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1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카카오톡에서도 내년 2월부터 외화 송금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한 은행과 단독으로 하지 않고 뱅카처럼 모든 은행을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카카오뱅크 주주)과 함께 외화 송금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과 달리 은행권 전부를 대상으로 ‘러브콜’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짝짓기’ 과정처럼 여러 은행들이 앞다퉈 ‘카카오 잡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에서 카카오의 입지가 커진 만큼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을 견제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지난달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직후 카카오가 간편결제, 중금리대출 외에 주택담보대출 등 기존 은행권 영역에도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A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 수준의 상품을 취급하려면 고객 자료(DB)와 대출 관리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성공 가능성에 회의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에서 취급하는 상품 범위에 제약을 둬야 한다는 날 선 반응도 있다. 은행들의 견제가 카카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뱅카 출시 과정에서도 시중은행과 ‘힘 겨루기’를 한 결과 뱅카의 충전 한도가 50만원까지 오그라들어서다. 전자금융거래법 기준 최고 한도인 2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카카오가 뱅카 활성화를 위해 올해 온·오프라인 결제, 전자고지서 발급 업무 등 사업 확대를 추진했지만 “은행 고유 업무를 침해하지 말라”는 은행권 반발로 끝내 무산됐다. 다만 외화 송금 시장에서는 시중은행도 ‘적(카카오)과의 동침’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외화 송금은 수수료가 제법 짭짤한데 카카오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시장 자체를 몽땅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태 금감원 지급결제감독팀장은 “내년 외화 송금 시장의 빅뱅이 예상된다”면서 “은행권이 각개전투로 맞서서는 회원 기반에 계좌 기반(인터넷은행)까지 갖춘 카카오에 대항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공급 뜸했던 지역 귀한 새아파트 ‘대소IC 웰메이드타운’ 18일 오픈

    공급 뜸했던 지역 귀한 새아파트 ‘대소IC 웰메이드타운’ 18일 오픈

    지방 시군 부동산 시장 훈풍, 공급 뜸했던 지역 새 아파트에 수요자 관심 쏠려충북 음성, 서울-세종고속도로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혀세정건설,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대소IC 웰메이드타운 분양 지방 시군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들썩이고 있다. 충북 음성군, 충남 부여군 등에서는 한동안 뜸했던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면서 새 아파트를 기다렸던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수도권 및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시군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물량은 총 9569가구다. 마산, 창원, 진해 946가구 등 경남권과 천안, 아산 1509가구 등 충청권에서도 새 아파트 공급이 이어진다. 충북 음성군에서는 6년 만에 새 아파트가 분양돼 이 지역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주)세정건설은 이달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대소IC 웰메이드타운’을 분양한다. 충북 음성 지역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단지는 지하 2층, 지상 20층, 8개 동, 전용면적 74~84㎡ 총 409가구 규모다. 전용면적별로는 △74㎡ 131가구, △84㎡ 278 가구로 구성된다. 3베이를 적용하며 채광, 통풍을 고려해 단지를 남향 위주로 배치했다. 단지 전면부와 중앙에 공원을 조성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대소IC 웰메이드타운이 들어서는 충북 음성군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평택제천고속도로 및 중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대소 IC 및 대소 분기점과 접근이 용이한 지역에 위치해 있어 수도권 및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기 쉽다. 또 대소산업단지•음성대풍일반산업단지•음성유통단지 등 12개에 달하는 산업단지와 가까이 있어 출퇴근이 편리하다. 단지 인근에 어린이집을 비롯한 대소초등학교, 대소중학교, 대소금왕고등학교 등이 있어 교육여건이 우수하다.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다목적체육관인 대소국민체육센터도 가까이 있어 생활환경이 좋다. 대소시외버스터미널도 인근에 있어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도 쉽다. 세정건설 분양관계자는 “대소IC 웰메이드타운은 인근 12개의 산업단지와 인접해 있어 출퇴근이 가능한 직주근접 아파트다”면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 오픈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견본주택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 태생리 508-1번지에 마련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 팔십평생 놀아본 적 없는 김노인은 왜 가난해졌나

    [단독]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 팔십평생 놀아본 적 없는 김노인은 왜 가난해졌나

    노년의 가난은 도둑같이 찾아온다. 269만명까지 늘어난 국내 노인 빈곤층 중에는 평생 가난을 달고 살았던 사람도 있지만, 평범했거나 한때는 풍족했던 사람도 많다. 예고 없이 닥친 ‘사건’을 겪으면 한순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노인 빈곤을 남의 얘기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국내 노인 빈곤의 현실을 조명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 ‘누가 김 노인을 죽였나’를 연재하고 있는 서울신문은 16일 복지·재무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황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로를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병환, 이혼·사별, 이른 재산 증여, 조기 은퇴 및 연금 공백, 자기 집에 대한 집착 등 5가지 키워드로 유형화됐다. 서울신문은 또 5가지 빈곤의 경로가 실제로 개인의 자산이나 소득 규모를 얼마나 감소시키는지도 각종 통계를 이용해 수치로 계량화했다. 노년 빈곤의 원인 및 변화 추이에 대한 종합적인 실증 분석은 처음이다. 분석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와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등 민·관·학의 관련 분야 최고 권위기관들이 참여했다. 유정미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이 한국노동패널 자료(2001~2012년)를 바탕으로 65~84세 노인들을 분석한 결과 노년 가구는 가족이 장기 요양하는 악재를 겪으면 2년 내 자산의 4분의1 이상을 잃는 것으로 분석됐다. 식구 중 한 명 이상이 2년 넘게 장기 요양을 한 경험이 있는 가구는 자산이 상황 발생 2년 내 27%나 감소(조사 대상 평균 2억 1448만원→1억 5726만원)했다. 또 남편의 사망을 경험한 가구는 자산이 2년 내 17%(1억 3083만원→1억 878만원) 줄었고 연소득은 29%(2004만원→1421만원) 감소했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이 가구주인 경우에는 남편이 사망하면 2년 내 자산이 34%(1억 1370만원→7546만원), 연소득이 36%(1408만원→907만원) 줄어 타격이 컸다. 한번 빈곤층으로 추락한 노인들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타기는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었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이봉주 교수팀이 한국복지패널 자료(2005~2013년)를 분석한 결과 빈곤 노인 가구가 1년 만에 중산층 이상으로 이동한 비율은 2013년 9.8%로 2011년 15.0%, 2012년 11.7%보다 줄었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부산항 유조선 화재… ‘하마터면’

    부산항 유조선 화재… ‘하마터면’

    지난 14일 오후 9시 20분쯤 부산 동구 부산항 5부두에 정박 중인 유류저장용 바지선 Y호(721t)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자 부산 항만소방서가 진화하고 있다. 불은 Y호를 전소시키고 1시간 20분 만에 꺼졌지만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처로 큰 피해를 막았다. 부산 항만소방서 제공
  • [골프 프리즘] 긴 팔·큰 손이 만든 ‘시속 105마일’ 장타

    [골프 프리즘] 긴 팔·큰 손이 만든 ‘시속 105마일’ 장타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성대하게 끝낸 ‘장타왕’ 박성현(22·넵스)이 사흘 전 중국 하이난섬에서 끝난 2016시즌 개막전까지 접수하며 내년 흥행의 ‘블루칩’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한국여자오픈이라는 묵직한 대회에서 우승한 뒤 이후 대회 때마다 팬들의 뇌리에 차츰 각인됐던 박성현의 이미지는 남자 선수 못지않은 ‘시원한 장타’다. 250m는 가볍게 넘기는 그의 폭발적인 장타에 국내 선수들은 물론, 미여자프로골프(LPGA)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스타들까지 깜짝 놀랐다. 그는 지난 1년 사이 상전벽해를 일궈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박성현은 상금 랭킹 34위에 평균타수 55위의 평범한 선수였다. 24개 대회에서 컷 탈락만 10차례였다. 우승은 고사하고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1년 뒤 박성현은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을 비롯해 3번이나 우승하고 상금 랭킹 2위에 평균타수 8위에 올랐다. 17개 대회에서 ‘톱10’은 8차례나 된다. 무엇보다 그는 ‘장타여왕’이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며 전인지(21·하이트진로)와 함께 가장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흥행 스타로 거듭났다. 박성현은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 미셸 위, 렉시 톰슨과 함께 경기했다. 놀랍게도 박성현은 둘을 압도했다. 특히 비거리에다 정확성까지 갖춰진 장타를 구사하며 1라운드에서만 10언더파를 몰아쳤다. 이벤트 대회였던 챔피언스 트로피와 4개 투어 대항전인 ‘더 퀸즈’에서는 각각 박인비(27·KB금융그룹), 우에다 모모코(일본) 등 LPGA 스타들까지 제압했다. 비결은 단연 ‘박성현표 장타’였다. 박성현의 키는 172㎝, 몸무게는 60㎏이다. 골프 선수로서 빠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훌륭한 체격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긴 팔과 큰 손은 골프에 잘 맞는다. 장타에 유리한 조건이다. 박성현은 키에 비해 팔이 길다. 팔이 길면 그만큼 스윙 아크가 커진다. 아크가 커지면 스윙 스피드도 빨라진다. 스피드가 빠르면 자연스럽게 비거리도 늘어난다. 박성현은 손가락도 길다. 장갑을 남성 골퍼들의 치수인 23호를 낀다. 큰 손은 어깨에 힘을 빼고도 그립을 견고하고 단단하게 잡을 수 있다. 임팩트 때 클럽을 신속하게 낚아채 더 빠른 스윙 스피드를 만들 수 있다. 박성현의 평균 스윙 스피드는 시속 97~100마일이다. 105마일까지 나올 때도 있다. 국내 남성 프로골퍼들의 평균인 105~100마일과 큰 차이가 없다. 빠른 스윙 스피드는 박성현 스스로가 밝힌 장타의 비결이기도 하다. 골프에서 비거리를 결정짓는 요소는 간추리면 세 가지다. 타구의 스피드와 발사각, 그리고 스핀의 양이다. 볼 스피드는 빠를수록 좋고, 타구 각은 로프트보다 +3도가 이상적이다. 백스핀의 양은 2500∼2800RPM이 적정 수준이다. 박성현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장비에도 장타를 뒷받침하는 비밀이 숨어있다. 드라이버는 핑골프의 ‘G30 LST’다. 그런데 이 제품은 낮은 스핀으로 비거리를 증가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드의 크라운(덮개) 부분에는 ‘터뷸레이터’라는 기술도 탑재돼 있다. 스윙 도중 공기 저항을 감소시켜 스윙 스피드를 향상시킨다.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공을 정확하게 때리는 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박성현의 스윙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스매시 팩터’(Smash Factor) 수치가 1.5다. 볼 스피드를 스윙 스피드로 나눈 값인데, 값이 1.5배(스매시 팩터 1.5)가 되면 가장 정확하고 이상적으로 임팩트를 한다는 의미다. 이변이 없는 한 2016년 시즌은 박성현의 해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올 시즌 박성현은 장타를 내보이고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이달 하순 미국 샌디에이고로 출국, 내년 기아클래식과 ANA인스퍼레이션을 치르고 귀국하는 장기 전지훈련 일정을 짰다. 주 3회 실전 라운드와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강도 높은 훈련 계획이다. 부치 하먼 골프 아카데미에 개인교습도 예약해 놨다. 스스로 약점이라고 진단한 어프로치샷과 벙커샷까지 완벽하게 갖춰지면 국내 상금왕은 물론, 자신만만하게 LPGA 투어까지 넘볼 수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방산 비리는 매국… 공소시효 없애야”

    “방산 비리는 매국… 공소시효 없애야”

    국방부는 14일 한민구 장관 주재로 ‘2015년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고 최근 잇단 병영 내 부조리로 잃어버린 군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지휘관들이 장관 앞에서 난상 토론을 벌인 것은 이례적으로, 특히 일부 장성은 “방위사업비리의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등의 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이 회의에 참석한 주요 지휘관과 직할 기관장 150여명에게 “우리는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은 군이 잘못했다고 비판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방위사업청의 한 고위공무원은 “무엇보다 국민과 소통할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국민이 알아듣기 쉽게, 정확한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한 중장급 지휘관은 “비리는 반드시 적발하고 가혹할 정도로 처벌해야 한다”면서 “방위사업 비리는 매국 행위인 만큼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강성 발언을 했다. 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정보 확산 속도가 빨라진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보다 민첩하게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내년에 핵실험과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포함한 도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모란봉 악단의 중국 공연을 돌연 취소함에 따라 북·중관계가 다시 소원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면서 “군은 북한의 전략적, 전술적 도발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평택호관광단지 조성 급물살…중앙 민간투자사업 심의 통과

    평택호관광단지 조성 급물살…중앙 민간투자사업 심의 통과

    경기 평택시의 숙원인 평택호관광단지(조감도) 조성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시는 14일 민간제안 사업인 평택호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최근 기획재정부의 중앙 민간투자사업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사업시행자 모집 공고 등을 통해 내년 4월쯤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시는 우선협상자 선정 작업과 동시에 실시설계 과정을 이행해 이르면 2017년 하반기에 착공하고 2021년 완공할 예정이다. 앞서 평택호개발사업은 2013년 1월 SK건설과 GK홀딩스, 8개 금융사가 컨소시엄으로 평택호관광단지개발㈜을 설립해 평택시에 제안했다. 이 사업은 관광단지 분야로는 최초로 수익형 민자사업(BTO)과 민간자본이 건설해 소유권을 가진 뒤 운용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BOO가 혼합된 방식으로 추진된다. 민간사업자가 1조 8000억원을 들여 평택호 주변인 현덕면 권관·기산·대안·신왕리 일대 274만 3000㎡를 국제 관광단지로 조성하게 된다. 평택호는 1977년 관광지로 지정된 뒤 2009년 관광단지로 확대 지정된 곳이다. 이곳에는 관광전문학교와 4D 상영관을 갖춘 생태체험 시티팜, 높이 110m 평택아이(대관람차), 최고급 호텔, 콘도미니엄, 디지털 아쿠아리움, 세계음식문화체험관, 삼림욕장, 아웃렛 매장 등이 들어선다. 시는 관광단지가 완공되면 4조 7000억원의 경제파급 효과와 3만 4000여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공재광 시장은 “미군기지 이전, 고덕신도시 건설 등의 개발에 이어 문화관광단지가 들어서면 평택시는 세계적인 신도시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작은 선행 베풀면 일상 속 스트레스 크게 완화된다”

    “작은 선행 베풀면 일상 속 스트레스 크게 완화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여유가 사라진 날에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힘든 날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선행을 베푸는 것이 스스로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끈다. 미국 예일 의과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사소한 선행을 실천함으로써 일상 속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정신건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18~44세 남녀 77명을 대상으로 14일 동안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얻었다. 이 때 정신병 환자, 약물중독자, 인지장애자 등은 실험대상에서 배제됐다. 참가자들은 매일 밤 스마트폰을 통해 하루 동안 경험한 사건들과 자신의 정신 상태를 보고했다. 먼저 이들은 각자의 대인관계, 직장, 학습, 가정, 재정, 건강 등의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이 몇 번이나 벌어졌는지 보고했다. 그 다음엔 하루 중 타인에게 사소한 선행, 즉 문 잡아주기, 과제 도와주기, 도움이 필요한지 묻기 등을 얼마나 많이 실천했는지에 대해 응답했으며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감정상태 및 정신건강을 진단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선행이 매일의 건강을 개선시켜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우선 선행을 많이 실천한 날일수록 참가자들의 전반적 정신건강 수준이 높았다. 스트레스 저항력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보다 선행의 횟수가 적었던 날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더 많이 유발된 반면, 평소에 비해 선행을 많이 실천한 날에는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긍정적 감정이 감소하지 않았으며 부정적 감정의 증가폭은 줄어들었다. 연구를 이끈 예일 의과대학교 에밀리 안셀 박사는 “선행의 긍정적 효과가 참가자들 사이에 강하고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정신건강도 악화된다. 이럴 때 타인을 위해 작은 선행을 베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고 정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다른 인종 및 문화권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더 큰 규모의 선행을 실천한 경우에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정서 및 정신건강 개선 효과가 뒤따를 것인지 추가 연구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작년 병영 내 자살자 58%가 관심병사… 軍, 관리 허점 여전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작년 병영 내 자살자 58%가 관심병사… 軍, 관리 허점 여전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지만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내 자아와 자존감, 나의 외적인 것들, 내적인 것들 모두 싫고 죽고 싶다.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돼 간다. 후회감이 밀려오는 게, GOP(최전방 일반전초) 근무 때 다 죽여 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걸 기회를 놓친 게 후회된다.” 지난 5월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2명을 살해하고 자살한 예비군 최모씨가 사건 전날 남긴 유서의 일부분이다. 전방 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3년 8월 전역한 최씨는 현역 복무 시절 병영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관심병사’(B급)로 분류됐고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6월 집단 따돌림을 당해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육군 22사단 임모 병장 사건을 계기로 부각된 관심병사 문제가 이제 군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군 당국은 관심병사 문제를 저출산 등으로 인해 군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불량한 자원’이 입대해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만 강조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예비군 최씨가 현역 복무 시절 동료로부터 가혹행위나 집단 따돌림을 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군이 끊임없이 사고 예방을 다짐하지만 복무 부적응을 호소하는 장병들의 목소리는 높아가고, 병영 내 사고는 그치지 않아 관심병사 제도가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은 2005년부터 ‘자살 우려자’나 ‘특별 관리 대상’ 병사들을 ‘보호·관심병사’라는 용어로 불렀다. 군은 자살이 우려되는 병사는 A급, 조금이라도 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거나 한부모 가정 자녀 또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병사는 B급, 입대한 지 100일 미만의 병사는 무조건 C급 관심병사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군 전체의 보호·관심병사는 9만 6000여명에 달했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이를 도움·배려병사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로 단순화해 재분류했다. 이는 기존 관심병사 제도가 특별히 병영 생활에 문제가 없는 병사들까지 보호관심 대상으로 지정해 행정력이 과도하게 투입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병사들은 ‘도움 그룹’으로, 상담이 필요하나 교육을 통해 군 복무에 적응할 가능성이 있다면 ‘배려 그룹’으로 배정했다. 13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군의 관심병사는 4만 9841명이며 이 가운데 9503명이 도움 그룹, 4만 338명이 배려 그룹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대상자보다는 줄어든 수치나 여전히 육군 5개 사단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관심병사 판정은 해당 병사의 중대장뿐 아니라 대대장, 군의관, 상담관 등이 참가하는 병력결산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하지만 이는 정밀한 조사 대신 주관적 면담 위주로 판단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 장교들은 관심병사들이 애초 입대 전부터 문제를 안고 온 경우가 많아 관리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전에는 현역 판정률이 60~70% 수준이었지만 이제 90% 수준까지 올라와 다소 문제 있는 장병까지 입대를 하게 됐다는 이유다. 야전부대 중대장을 맡았던 한 육군 소령은 “부대에 문제가 있는 병사가 자살이나 탈영 사고를 일으키면 지휘관이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해도 본인의 앞길이 막히게 된다”면서 “그렇다 보니 지휘관들도 작전과 상관없는 부분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군에서 자살한 병사의 절반가량은 이미 자살의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군에서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군이 관리 소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자살한 병사 136명 가운데 47.8%인 64명이 사전에 자살 가능성이 있는 병사로 분류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는 전체 자살 병사 40명 가운데 23명(57.5%)이 관심병사로 지정돼 있었고,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자살한 병사 13명 중 8명(61%) 또한 관심병사로 분류돼 있었다. 하지만 군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자살을 방치한 셈이다. 특히 대다수의 병사가 자살 전에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자살한 병사의 절반 이상이 ‘자살 우려자’로 식별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관심병사 선정 과정에 여전히 허점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관심병사 제도가 단기적으로는 관리자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치유와 해결까지 갈 수 있는 데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관심병사 제도는 지휘관들에 있어서 일종의 ‘부적’과도 같아 유지하고 있으면 안심이 되지만 과학적이라거나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정도가 심한 관심병사들의 부대 적응을 돕기 위해 ‘그린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급 부대에서 복무 부적응자, 자살 우려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문 캠프에 입소시켜 2주 동안 집단 상담을 받게 한다는 취지로 육군 20곳, 해군 4곳에 설치했다. 여기서는 개별 상담 이외에 미술 치료, 음악 치료, 웃음 치료 등을 비롯한 분노 조절 교육을 실시하고 민간 전문 치료사와 군단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이 상주한다. 입소 인원은 2012년 2582명, 2013년 2657명, 지난해 3132명, 올해는 6월까지 1725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주간의 단기 교육을 갖고 성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부터 3년간 그린캠프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부대에 복귀해 자살한 병사들도 5명이다. 군의 고민은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치유됐다고 판단돼 부대에 복귀하는 인원이 올해 상반기 기준 46%에 불과하고 치유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군 복무가 적합한지를 심사하는 병역관리심사대에 입소하는 병사들도 26.9%에 달한다는 점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사실상 부적응 병사들마다 고민과 증상의 정도가 다른데 군이 전문적 관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장병 상담 치료가 우선순위라는 인식을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광장] 아시아인들이여, 인권을 자각하자/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시아인들이여, 인권을 자각하자/박홍환 논설위원

    독일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였던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은 1962년 6월 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스스로 유럽 각지의 유대인 500만명을 폴란드 죽음의 수용소로 이송했다고 자랑했던 그이다. 이런 악(惡)의 화신이 또 있을까 싶지만 1961년 4월 예루살렘의 재판정에 선 그는 그저 그렇게 생긴 평범한 중년의 게르만 남성에 불과했다. 그는 7개월간 계속된 재판에서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자신이 사지로 내몰았던 강제수용소 생존자들의 피 끓는 분노의 증언이 쏟아졌지만 그는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모르는 ‘명령수행자’였을 뿐이라고 끝까지 항변했다. 이런 그에 대해 재판을 지켜본 유대계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가 유죄인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생각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은 수많은 독일의 소시민들로 인해 보편적 인권까지도 하찮게 여기는 나치즘의 광기가 한 시대를 뒤덮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 히틀러의 무장친위대에 복무했던 사실을 2006년에야 고백한 독일의 노벨상 작가 귄터 그라스 또한 “나는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거나 거짓된 것만을 아는 데 만족했다”며 자책하지 않았던가. 이 시점에 50여년 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새삼 거론하는 까닭은 단지 엊그제가 아렌트의 40주기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편적 인권은 결국 대중들의 사유와 자각을 통해 지켜낼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기 때문이다. 그라스는 “나중에 전범 재판을 보고서야 비로소 나치 범죄의 진상을 깨달았다”며 알려고 하지 않은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스스로 사유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광기의 시대가 또 올 수 있다는 경종으로도 들린다. 유럽 못지않게 아시아 역시 지난 세기 광기에 휩쓸려 반인륜적 집단범죄가 잇따랐다. 일제의 난징대학살이 대표적일 것이다. 집단말살이 서슴없이 자행됐다. 일본군 위안부로 대표되는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는 또 어떤가. 그럼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반성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상흔은 짙게 남아 있다. 반성은커녕 ‘후손들에게 사죄의 부담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일본이다. 이런 아베 정권에 박수를 보내는 일본의 우익은 나치즘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 대중들의 무사유를 연상시킨다. 아시아에서 또다시 인권말살의 참혹한 풍경이 재현되어선 안 된다. 범죄를 범죄로 알아보지 못하고, 왜? 하고 묻지 않는 잘못을 되풀이해선 절대 안 된다. 보편적 인권 보장은 비단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시아인 전체의 책무이기도 하다. 유럽은 전후 청산과 동시에 지역 전체의 인권 보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1953년 인권조약이 발효됐고 1959년에는 유럽회의 산하에 유럽인권재판소를 창설했다. 유럽은 지금 각국의 상호 감시 및 압박을 통해 개개인의 인권까지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가 못 할 까닭이 없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 최근 독일을 방문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프라이부르크대학 초청 특강을 통해 아시아인권재판소 창설의 필요성을 밝혔다. 아시아인권재판소 창설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헌법재판회의 총회에서도 우리가 제안해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국가 간 정치·종교·문화·역사적 차이를 고려해 집단말살 금지, 여성 및 아동에 대한 보호 등 어느 국가도 반대하기 어려운 최소한의 기준으로 출발해 차츰 보편적 인권 전반을 다루는 명실상부한 지역인권보장기구로 키워 나가자는 것이다. 집단의 슬기는 집단의 광기를 물리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위안부와 같은 세계사적인 여성인권 유린 행위나 제2의 난징대학살, 제2의 킬링필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아시아인들의 악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을 경시했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시아인들이 깨어나야 한다. ‘악은 주변에 있다’는 아렌트의 경고를 허투루 흘려선 안 된다. 아시아인권재판소 창설이 절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46명만 남았을 뿐이다. 이들이 모두 세상을 등지기 전 아시아인들이 힘을 모아 인권보장의 새 지평을 열 수 있길 소망한다. stinger@seoul.co.kr
  • 지금 이순간,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지금 이순간,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잔뜩 찌푸린 하늘. 오락가락하는 안개비. 습기에 묻어 온 냉랭한 기운이 몸 구석구석에 스민다. 유럽의 겨울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날씨다. 하긴 고풍스러운 건물, 고통과 번뇌를 그린 조각들이 즐비한 곳에 모래알이 반짝일 정도로 햇볕이 쨍쨍하다면 그것도 좀 어색한 풍경이지 싶다. 도시에 스멀스멀 어둠이 내리면 파리한 낯빛의 사람들이 가로등 아래를 유령처럼 흘러간다. 발걸음의 방향은 대개 같다. 밝고 화사하고 왁자한 웃음이 있는 곳,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잿빛 도시의 탈출구와 같은 곳이다. 독일은 지금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옛 음식 함께 먹으며 정담을 나누는 자리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장 먼저 시작됐다는 옛 동독의 고도(古都) 드레스덴, ‘음악의 도시’이자 장벽 붕괴의 발원지였던 라이프치히 등을 돌아봤다. 독일은 맥주가 유명한 나라. 하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맥주를 볼 수 없다. ‘부어라 마셔라’보다는 지인들과 정을 나누며 조용하게 한 해를 갈무리하려는 뜻일 터다. 유럽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설날과 같다.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 그 매개체 노릇을 하는 게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는 장터다. 성당, 광장 등의 명소를 끼고 열려 볼거리와 먹거리, 놀거리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개 11월 말쯤 시작돼 12월 23일께 끝난다. 독일어로는 바이나흐츠마르크트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독일 드레스덴과 뉘른베르크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것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드레스덴은 동화 같은 도시다. 아름다운 엘베 강을 중심으로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뉘는데 드레스덴 성, 츠빙거 궁, 대성당 등 고풍스럽고 화려한 건물들은 대부분 구시가에 몰려 있다. 대가의 작품들로 치장된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시간을 몇 백년쯤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이 풍경을 두고 드레스덴 사람들은 흔히 ‘엘베 강 위의 플로렌스(피렌체)’라 부른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열리는 지역별로 이름을 달리한다. 드레스덴에서 가장 유명한 마켓은 구시가 초입의 슈트리첼마르크트다. 1434년 시작됐으니 올해로 581번째 장터가 열린 셈이다. 크기는 달라도 마켓의 형태는 비슷하다. 대관람차가 돌아가고 주변으로 빨간 지붕을 인 상점들이 들어섰다. 가게에서 파는 건 주로 호두까기 인형 등의 장난감과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물, 수공예품, 양초 등이다. 독일의 명물 소시지와 케이크, 구운 견과류 등 다양한 먹거리도 맛볼 수 있다. 지역과 규모는 달라도 모든 마켓에서 빠짐없이 파는 게 있다. 글뤼바인이다. 와인에 계피 등을 넣고 데운 전통 음료다. 저물녘이면 사람들이 글뤼바인 가게 앞으로 모여든다. 우리가 포장마차에서 어묵 국물을 홀짝이듯 독일 사람들은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 위해 글뤼바인을 마신다. 글뤼바인의 알코올 도수는 그리 높지 않다. 덥히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글뤼바인을 담아 주는 컵은 도시마다 형태와 문양이 다르다고 한다. 차곡차곡 모아 두면 썩 괜찮은 기념품이 될 듯하다. 글뤼바인 한 잔 마셨으면 드레스덴의 숱한 명소들을 둘러볼 차례다. 들머리는 당연히 구시가다. 바로크 시대 건축과 미술의 중심지라는 상찬을 받는 곳이다. 한데 ‘영원한 공사장’이란 마뜩잖은 별칭으로도 불린다. 거기엔 사연이 있다. 2차대전 끝자락이던 1945년 2월, 1250대가 넘는 미국과 영국의 폭격기들이 드레스덴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건물의 높낮이는 사라졌고 도시는 잿빛으로 변했다. 당시 무시무시한 폭격은 이후 ‘융단폭격’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됐다. 종전 후 독일 사람들은 폐허 속에서 벽돌 하나하나를 찾아내 복원했다. 건물 외벽에 검은빛의 옛 벽돌과 흰빛의 새 벽돌이 섞여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복원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영원한 공사장’이다. 하지만 별명 이면엔 드레스덴이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역설도 담겨 있다. 구시가에서 첫 번째로 맞는 드레스덴 성이 웅장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진주’라 불리는 건축물이다. 흰 벽돌 못지않게 많은 수의 검은 벽돌이 섞여 있다. 융단폭격의 와중에도 완파되는 비극만큼은 피했던 모양이다. 성 안의 보석박물관은 꼭 둘러보는 게 좋겠다. 여러 개의 방에 서로 다른 보물들이 전시돼 있다. 가장 알려진 건 보석방의 녹색 다이아몬드다. 크기가 무려 41캐럿에 달한다. 무굴제국 왕의 생일잔치를 묘사한 작품도 인상적이다. 5000개의 다이아몬드와 각각 500개의 루비, 에메랄드가 쓰였다고 한다. 전시된 보물들은 진품이다. 2차대전 동안 드레스덴 외곽 ‘작센의 스위스’ 국립공원에 보관된 덕에 화를 피할 수 있었다. 드레스덴 궁에서 대성당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슈탈호프다. 교통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건물 외벽엔 그야말로 압도적인 규모의 벽화가 조성돼 있다. 2만 4000여개의 마이센 자기 타일로 만든 벽화 ‘군주의 행렬’이다. 길이가 무려 101m에 이른다. 아우구스트 2세 등 35명의 작센 군주들이 말을 타고 행진하는 모습을 그렸다. 행렬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가 몰래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니 한번 찾아보시길. 도로 건너는 츠빙거 궁전이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축제의 장소’라는 이름처럼 각종 연회가 열렸던 건물이다. 1710~1729년 지어졌으나 2차대전 때 완파됐고, 이후 20년 간 복원 작업을 거쳐 옛 모습을 되찾았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루벤스, 렘브란트 등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 도자기 박물관, 역사박물관 등이 입주해 있다. 아우구스트 왕의 심장이 묻혀 있다는 대성당, 독일에서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로 꼽히는 젬퍼 오페라 하우스 등도 빠짐없이 돌아보는 게 좋겠다. 프라우엔(성모) 교회 앞 마켓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프라우엔 교회는 루터의 종교개혁부터 2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역사의 흔적이 깃든 루터파 개신교회로, 96m짜리 초대형 돔 건물이 인상적이다. 구시가의 여러 명소들 사이를 느릿느릿 걷다 마켓에 들러 독일식 주전부리로 요기를 하는 것도 좋겠다. 마켓은 엘베 강 위에 놓인 아우구스트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 노이슈타트에서도 열린다. 글 사진 드레스덴(독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인천에서 라이프치히나 드레스덴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어느 지역에선가 한 번은 경유해야 하는데, 요즘 여행가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곳이 터키 이스탄불이다. 터키항공(www.turkishairlines.com/ko-KR)이 이스탄불을 ‘유럽의 허브’로 만들겠다며 유럽의 소도시에까지 항공편을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항공은 전 세계 110개국 278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럽에서만 107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그야말로 거미줄이다. 독일에선 14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이스탄불에서 라이프치히까지는 매일 운항한다. 3시간 30분 소요된다. 인천~이스탄불 구간은 매주 11회 왕복 운항한다. →여행 정보:독일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무려 150여개에 이른다. 독일관광청 홈페이지(www.germany.travel/kr/specials/christmas/christmas.html)에서 각각의 운영 시간과 링크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엘베 강을 따라 유람선이 오간다. 드레스덴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넉넉한 주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매일 오전 11시, 오후 1시· 3시 아우구스트 다리 옆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어른 16유로.
  • [열린세상] 신뢰와 남북관계/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열린세상] 신뢰와 남북관계/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8·25 합의 이후 처음 열리는 남북 당국회담은 박근혜 정부의 안보, 외교, 대북정책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인 ‘신뢰’의 가시화라고 볼 수 있다. ‘신뢰’와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며, 호혜적으로 교류·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상대방과의 신뢰를 축적해 나가자는 것이다. 즉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 형성이 상호 이익이 된다는 점을 확신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북한의 변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신뢰’라고 했을 때 몇 가지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신뢰’는 ‘믿음’ 및 ‘확신’과 어떻게 구별되는가. 둘째, 신뢰가 쌍방향으로 작동되고 있는가. 셋째, 신뢰의 중요한 기본 목표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위협을 차단하는 것인데, 목표와 수단이 제대로 배열되어 있는가. 마지막으로, 우리 내부의 신뢰, 즉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 정부와 국회 간의 신뢰, 여당과 야당 간의 신뢰, 부처 간의 신뢰 등이 남북 간의 신뢰를 형성해 가는 데 충분한 동력을 주고 있는가 등이다. ‘믿음’은 자신이 믿는 것을 ‘옳다’고 추정하지만, 그 결과는 알지 못하는 상태인데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상충하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 간의 신뢰 형성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규범 등을 통해 강제적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확신’은 군사연습 통보, 정보교환, 상호방문, 사찰, 합동군사훈련 등의 조치가 수반되는 신뢰구축조치(CBM)를 통해 상대방의 미래 행동을 협력으로 나가게 하거나 최소한 위협이 되지 않는 상태로 만드는 것인데, 북한과의 신뢰구축 조치는 남북관계가 상당한 정도 진전됐을 때 가능하다는 ‘믿음’에 젖어 있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변화를 강제하는 ‘확신’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신뢰’는 규범만큼 강한 규제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차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상대방에게 나의 기대를 벗어나는 행위를 억제할 수 있고, 상대의 행위를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뢰’의 개념 속에는 각자 자신의 행동과 선택이 옳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신뢰를 만들어 나가는데 상대방의 행동 변화에만 초점을 둔 일방향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남북 사이에 상대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지속되는 한, 긴 과정이라는 시간을 통해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가정이다. 당국회담에서 양측이 일방향으로 내가 원하는 이슈만 던져 상대방에게 수용 여부만을 강제한다면 8·25 합의 이후 남북이 새롭게 지향하는 당국회담 개최 의의는 퇴색하게 된다. 장기간 회담이 교착되어 왔던 이유를 남북 모두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회담장에서 또 반복한다면 식상한 회담이 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악순환 되풀이로 끝날 수 있다. 회담을 통해 남북 모두가 ‘윈윈’ 하는 결과에 이를 때 당국회담의 개최 의의를 찾을 뿐만 아니라 ‘신뢰’가 가동된다고 볼 수 있다. ‘신뢰’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성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이다. 비교적 합의에 이르기 쉬운 이슈, 즉 교류와 경제 협력 및 인도주의 사안에만 회담이 집중된다면 지난 20년 넘는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불안정이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상대방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줄이기 위한 남북군사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함으로써 상호 불안정 요소를 해소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 간 신뢰가 형성되기 위한 동력은 바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온다. 남북 간의 극심한 경제력 격차와 이와는 무관한 북한의 도발 및 위협 증대 등 남북관계의 비대칭성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법 간의 충돌과 의견 대립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가 큰 힘으로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 간의 신뢰 형성은 남한만의 노력으로, 정부만의 노력으로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
  • [경제 블로그] 국회 문턱 못넘은 은행법 개정안 인터넷銀 어쩌나…

    은행법 개정안이 결국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은행법 개정안은 은산(은행·산업자본)분리법 완화를 담고 있었죠. 내년 출범 예정인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제한을 4%에서 50%로 확대하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달 예비인가를 통과한 카카오은행(카카오 컨소시엄)과 K뱅크(KT 컨소시엄) 등은 은행법 개정 후 카카오, KT의 지분을 늘려 사업을 주도하려던 구상이 틀어지게 됐습니다. ●“지연될수록 컨소시엄내 갈등 커질 것” 물론 예비인가 사업자 두 곳과 금융당국 모두 내년에 본인가 신청 및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장담합니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주주들의 지분 소유 구조(각 4%)를 쪼개놔서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이 대목이 우려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사공이 너무 많다는 거죠. 지분은 똑같이 4%씩 소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하는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 간의 의견 차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표면적인 지배구조와 현실(지분 소유구조) 간의 괴리인 셈이죠. “은행법 개정이 지연될수록 컨소시엄 내 갈등이나 불협화음이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새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동반 상정된 핀테크 활성화법도 같은 신세 더 큰 문제는 법안 통과가 언제 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죠. 은행법 개정안과 동반 상정됐던 핀테크 활성화법도 마찬가지 신세입니다. 금융 당국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통과되도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19대 국회 회기는 내년 2월과 4월 두 차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의 관심사는 이미 내년 4월 총선으로 옮겨간 모양새입니다. 정치권이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권’을 질타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입니다. 그래 놓고는 정작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해 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금융개혁은 정치권·금융당국·업계가 ‘삼각편대’로 호흡을 맞춰야 가능한 일입니다. “관치(官治)보다 더 해로운 게 정치 금융”이라는 금융권의 한숨을 정치권이 부디 곱씹어 보길 바랍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