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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고간 아테네의 보이지 않는 검은손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독당근즙)를 들어 죽음을 맞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69~BC 399). 2400년이 흐른 지금까지 많은 영역에서 그의 사상과 철학은 인용되고 회자된다. 그러나 후대의 숱한 연구와 토론에도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해석은 똑 부러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소크라테스를 향해 ‘도넛 같은 주제’라 일컫기도 한다. 도처에 자료와 흔적이 퍼져 있지만 정작 그의 참모습을 꿰뚫어 규명할 핵심의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일생과 관련해 논란이 가장 분분한 영역은 죽음이다. ‘그는 무엇 때문에 죽었고, 고대에 가장 번창했던 민주주의의 도시 아테네는 왜 그를 죽였는가.’라는 의문이 핵심이다. ‘아테네의 변명’(베터니 휴즈 지음, 강경이 옮김, 옥당 펴냄) 역시 그 ‘소크라테스의 죽음’ 논란에서 출발하는 역작이다.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성공한 저자가 10년간 발품을 팔아 관련 문헌이며 흔적을 뒤져 풀어 낸 사실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의 불편한 진실’이란 부제 그대로 저자는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고대 도시 아테네의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에 현미경 같은 시선을 쏟는다. 두 차례에 걸친 스파르타와의 전쟁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당시 아테네. 위정자들은 사회 현안을 비판하고 나선 거리의 철학자를 곱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소크라테스가 법정에 섰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제자며 일반인들은 그에게 극형이 선고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법정에서 소크라테스가 당당하게 주장했던 요구만 보더라도 당시의 상황을 엿보게 한다. ‘나에게 영웅 칭호와 평생 무료 식사를 제공하라.’ 극형을 자처한 듯한 이 요구는 결국 사형 선고로 이어졌다. 늘 그렇듯이 그의 죽음은 어수선한 상황의 돌파구로서의 ‘희생양’ 성격이 짙다는 것을 책은 촘촘히 파고든다. ‘패전의 화풀이 대상 낙점’, ‘젊은이들을 신에게서 등 돌리게 해 타락시킨 불경’…. 소크라테스를 죽게 한 ‘아테네의 변명’은 고대도시 아테네 곳곳에 스며 있음을 책은 보여 준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이 열리는 아고라를 향해 아테네 시장의 미로 같은 길을 걸어가는 장면부터 소크라테스가 교유하고 철학했던 저잣거리며 공방, 법정 배심원을 뽑는 제비뽑기의 현장들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소개된다. 특히 당시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형량을 제안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이것 말고도 최근 고고학적 발굴에서 밝혀진 사실을 활용해 실감나게 그려내는 플라톤의 대화 속 일리소스 강변과 김나시온, 향연의 풍경처럼 그리스 고전을 당대의 구체적인 사회상에서 이해하도록 이끄는 구성이 독특하다. 저자가 아테네의 불편한 진실들을 통해 드러낸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결국 이렇게 모이는 것 같다.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과 꽉 막힌 현실을 극복해 이상으로 나아 가려 했던 의지.’ 2만 8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엑스레이 필름에 100년 전 죽은 의사의 얼굴이…

    엑스레이 필름에 100년 전 죽은 의사의 얼굴이…

    10대 소년이 찍은 엑스레이에 성인의 얼굴이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13세 베네수엘라 소년이 찍은 엑스레이에 약 100년 전 사망한 의사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다. 베네수엘라 카비마스라는 곳에 살고 있는 이 소년은 최근 구토,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이며 순회의료센터를 찾아갔다. 충수염을 의심한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엑스레이를 촬영하러 갔다. 엑스레이 필름에 이상한 형상이 있는 것을 발견한 건 소년과 함께 필름을 받으려 기다리던 아버지였다. 받은 필름을 한참이나 뚫어지게 보던 아버지는 “성인의 얼굴이 있다.”고 외쳤다. 소년의 엑스레이 필름에는 베네수엘라판 슈바이처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대기실에 있던 10여 명도 필름을 보고는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의 얼굴이 맞다.”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년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성인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에 대해 깊은 존경을 갖고 있다.”면서 “고통받는 손자를 위해 어머니가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에게 기도를 한 뒤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소년의 가족들은 “엑스레이 필름을 갖고 성당을 찾아가 기이한 현상에 대한 신학적 설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면서 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돕던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는 1919년 사망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그를 성인으로 추앙하고 있다. 사진=산후안티엠포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아이폰엔 전자정부 앱 못 깐다

    행정안전부의 모 국장은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의 전자정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오늘 결재할 문서와 업무 관련 신문기사 스크랩도 읽어 본다. 하지만 내년부터 아이폰을 사용하는 공무원은 전자정부 앱을 사용하지 못할 전망이다. 행안부는 안전한 모바일 전자정부 서비스를 위한 설치허용 앱 목록(화이트 리스트)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약에 애플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13일 밝혔다. 전자정부 서비스가 가능한 앱 시스템 구축에는 주요 통신사와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제조사만 참여했다. 정부는 최근 모바일 전자정부서비스 앱의 보안을 위해 소스코드 등을 검증하겠다고 밝혔고 루팅이나 탈옥 등과 같은 플랫폼 변조 기능이 없어야 한다고 보안 기준을 설명했다. 애플은 소스코드 공개와 같은 국가정보원의 보안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와의 협약에 참여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이 보안성을 점검한 앱 목록 정보를 행안부에 제공하면, 정부통합전산센터 내의 모바일 전자정부 지원센터는 내년 1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달리 아이폰 운영체제의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는다. 아직 전자정부 앱은 시험 단계로 모든 공무원들이 사용하지는 않으며 올해 말부터 상용화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자정부 앱은 출장 중인 공무원이 업무에 필요한 전화번호가 있으면 검색해서 사용하는 수준이라 아이폰 사용으로 불편을 겪는 공무원은 극소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창덕궁 옆 북촌나래홀, 오페라 드라마 ‘굿닥터’ 16일부터 공연

     서울 창덕궁 옆에 있는 북촌나래홀은 16일부터 세계적 극작가 닐 사이먼의 ‘굿닥터’를 크로스오버 오페라 음악극으로 무대에 올린다. 재채기, 오디션, 치과의사, 작업의 정석 등 4개의 작품이 옴니버스 형태로 공연된다.  굿닥터는 오페라 음악극이다. 이 연극의 매력은 공연 전반에서 흘러 나오는 오페라 아리아. 에너지와 위트, 앙상블 연기, 환상적인 오페라 아리아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공연 도중에 배꼽 빠질 정도로 웃다가도 ‘네순도르마’ ‘여자의 마음’ ‘축배의 노래’ ‘밤의 여왕 아리아’ 등의 아리아를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다.  대학로에서 공연된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찬사를 받은 테너 이창원과 바리톤 권한준이 출연한다. 이창원은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권한준은 ‘사랑의 묘약’과 뮤지컬 ‘하얀선물’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뮤지컬 배우인 김가예는 청아한 노랫소리와 특유의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다.  공연 티켓은 북촌나래홀이 운영하는 ‘북촌아름다운비빔밥’에서 식사도 가능한 패키지 행태로 구매할 수 있어 적은 비용으로 공연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연출자 노주현씨는 “기존의 성악 틀에서 벗어나 삶의 해악과 페이소스를 웃음으로 버무려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마음에서 굿 닥터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북촌나래홀은 ‘애기똥풀’, ‘명랑토끼 만만세’ 등의 가족극과 ‘지구를 움직이는 작은 콘서트’ ‘뮤지컬 기타라’를 공연하는 북촌 지역의 문화공간이다.  공연 시간은 목·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4시다. 8세 이상 관람가. 공연가 2만원. 후원 기아대책, 북촌아름다운비빔밥, 다문화가정문화지원단. 문의 (02) 988-2258.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찰리와 초콜릿공장‘ 현실로…“먹으면 안돼요”

    ‘찰리와 초콜릿공장‘ 현실로…“먹으면 안돼요”

    기발한 상상력과 주연배우인 조니 뎁의 열연으로 호평받은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2005)이 현실에서 재현됐다. 음식사진작가 또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유명하며 실제로 ‘찰리와 초콜릿공장’ 영화제작에 참여하기도 한 칼 워너(Carl Warner)는 최근 설탕과 치즈, 초콜릿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을 선보였다. 워너가 최근 연 사진 전시회 ‘음식의 세계’(A World of Food)는 치즈로 만든 가로수와 캔디로 만든 별장, 오이로 만든 숲 등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금기’시 된 사탕은 아름다운 핑크색 시냇물과 앙증맞은 나무로 변신했고, 투박한 오이와 브로콜리는 싱그러운 숲으로 재탄생했다. 이 작품들은 그림 또는 그래픽 처럼 보이지만 모두 실제 음식 재료들로 제작한 것이다.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워너는 전 세계 아이들이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내 작업을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을 먹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삼았다.”면서 “아이들은 토마토소스를 보면 ‘맛있겠다.’를 외치지만 아스파라거스를 보면 ‘역겨운 채소’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이는 음식의 색감이 주는 편견일 뿐이다. 만약 아스파라거스로 로켓이나 성안에 있는 작은 탑을 만들어준다면 아이들이 훨씬 호감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음식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온 칼 워너는 작품성을 인정받는 한편 음식 낭비일 뿐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에 대해 워너는 “나는 내 작업이 음식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병원과 영양학자, 자선가들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내 작품을 이용한다.”면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너의 작품 전시회는 런던에서 11일까지 열린다. 사진=멀티비츠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중국요리, 제가 좀 합니다”

    “중국요리, 제가 좀 합니다”

    5일 동대문구 용두동 국제요리제과전문학교에서 열린 ‘2012 이금기 대학생 중국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한 조리학과 학생들이 이금기 소스와 호주산 소고기를 이용해 만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유명 중화요리 소스 제조사인 이금기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국내 수입판매사인 오뚜기와 호주축산공사 후원으로 열렸다. 수상자들은 상금과 함께 홍콩 요리대회 참가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경상북도 안동에 다녀왔다. 안동 하면 즉각적으로 따라붙는 하회마을은 들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거나 비교적 새로 생긴 곳들을 주로 둘러봤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반 마을을 논외로 하더라도 안동에는 볼거리가 쏠쏠했다. 물론 퇴계 이황을 배향하는 도산서원을 찾아 선생의 덕을 추모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1 신세동 벽화 마을. 생기 없던 마을은 3년 전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한결 밝아졌다 2 벽화 마을 초입의 마싯타 카페. 원래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에 두 달 전 문을 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벽화로 거듭난 마을 점심 무렵, 안동에 도착했다. 허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이 출출했다. 어디를 가나 배꼽시계는 근면하고 성실했다. 안동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구시장에 들어섰다. 서문 부근에 찜닭 전문 식당들이 많았다. 그중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하는 분이 ‘순한 맛, 보통 맛, 매운맛’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매운맛을 먹고 싶었으나 “정말 맵다”는 아주머니의 반응에 보통 맛을 주문했다. 조언 한 가지.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운맛을 시켜야 한다. 보통 맛은 입속의 점막을 자극하지 않는다. 토막 난 닭고기와 당면, 감자 등이 수북하게 쌓인 접시가 상에 올랐다. 매콤하고 달콤하고 간간한 찜닭은 익숙한 맛이었고, 익숙해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구시장에서 신세동까지 걸었다. 신세동은 안동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오랫동안 세월의 적막을 경험해야 했다. 택시조차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달동네였다. 변화는 3년 전 찾아왔다. 안동대 출신의 예술팀이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다. 처음에 데면데면하던 주민들도 마음을 열고 ‘마을 꾸미기’에 동참했다. 그 결과 신세동은 화사한 얼굴로 거듭났다. 몇몇 주민은 벽화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복덩이 할머니’로 불린다는 김화순 할머니와 손자, 그리고 옆집 여자아이가 옥탑방 건물 벽면의 대형 초상화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철가방을 든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동네 중국집 배달원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오르막길의 흰색 담장에서는 중년 혹은 초로의 사내가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다. 동네에서 마주친 한 어르신께 “할머니 얼굴은 왜 없어요?‘라고 여쭈자 ”저기 아래로 내려가서 모퉁이를 돌면 내 얼굴도 볼 수 있다“며 수줍어하셨다. 벽화 마을 초입, 그러니까 동부초등학교 바로 앞에는 손바닥만한 카페가 자리했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인도풍의 그림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이곳은 원래 30여 년간 구멍가게가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외모의 카페 주인은 과자나 라면 등을 올려놓던 가게 선반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여기에 자신이 갖고 있던 소품들과 추억의 물건들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그랬더니 창업에 드는 비용이 150만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월세는 겨우 10만원이다. 하지만 제일 부러웠던 것은 그의 눈썰미와 인테리어 감각, 그리고 여유로운 삶의 태도였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땀도 식히고 다리쉬임도 할 겸 맘모스제과의 문을 열어젖혔다. 맘모스는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가 별 세 개를 부여하면서 새삼 화제를 모았지만 이미 40년 가까이 안동 시민들의 ‘궁금한 입’을 책임졌던 전통의 빵집이다. 세월의 흐름과 사람들의 기호에 복속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생각보다 세련된 외부 모습과 내부 분위기는 좀 아쉽기도 했다. 단팥빵, 블루베리 파이, 맘모스 빵 등을 사서 한 입씩 베어 물었더니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동네 제과점의 풍경이 떠올랐다. 제과점을 나올 때 마음속에 따뜻한 물이 차올랐다. 학문의 길이 막히면 길을 걸었다 도산서원은 학창 시절 단골 시험 문제였다. 출제자들은 도산서원이 세워진 내력과 사액서원으로서의 의의, 퇴계 이황의 발자취 등을 무던히도 물어봤던 것 같다. 문화해설사의 꼼꼼한 설명을 길라잡이 삼아 도산사원의 안팎을 차분하게 들여다보았다. 강당인 전교당, 기숙사인 농운정사, 서고인 광명실, 한석봉이 썼다는 편액, 퇴계가 유난히 아꼈다는 매화나무 등은 시간 여행을 위한 매개물이었다. 도산서원은 익숙했지만 예던길은 낯설었다. 예던길은 퇴계가 도산서원과 청량산을 오가면서 걸었다는 오솔길이다. 강변을 끼고 있는 개인 소유의 땅에 접근할 수 없어서 길은 현재 온전하지가 않다. 길의 허리가 뚝 끊긴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을 돌아가는 산길을 새로 놓았지만 예전 강변길의 운치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퇴계는 학문의 이치를 구하다 ‘생각의 길’이 막힐 때마다 예던길을 소요했다고 한다. 후학 양성에 진력했던 성리학의 대가는 일평생 자문자답을 멈추지 않았다. 하루해가 저물었다. 밤이 찾아오면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월영교로 차를 몰았다. 안동댐 아래 물길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교각은 콘크리트로, 상판은 나무로 되어 있었다. 다리가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나름 운치 있었다. 사람들은 다리 중간쯤에 놓인 팔각 정자 월영정에서 살랑바람을 맞았다. 그날 밤 영월교의 낭만을 더욱 북돋워 줄 밤안개는 끝내 피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문어숙회로 갈음했다. 문어 내장이 별도로 제공됐다. ‘먹물 맛’이 고소했다. 울진 후포항에서 올라온 쫀득쫀득한 문어를 적당하게 썰어 소주 몇 잔과 함께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이튿날 아침, 안동에 산재한 다양한 박물관 가운데 산림과학박물관을 노크했다. 문패에 걸맞게 나무와 숲, 생태계에 관한 자료들이 꼼꼼하게 전시돼 있었다. 화요일 오전, 박물관은 적막했다. 거대한 박물관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박물관 주변을 산책했다.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었다. 이름 모를 나무들과 야생화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연못은 물낯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많은 연잎을 들쓰고 있었다. 성곡동의 온뜨레피움은 열대식물과 허브의 천국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적합해 보였다. 안동을 떠나기 전 운흥동의 갈비 골목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생갈비의 맛도 준수했지만 고기를 다 먹을 즈음 나오는 두 가지의 찌개가 인상적이었다. 갈비뼈에 김치와 감자를 넣고 끓여낸 갈비김치찌개와 우거지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는 ‘고기 먹은 후 냉면’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전혀 생각나지 않게 해주었다. 김치찌개는 달착지근한 반면 된장찌개는 구수하고 시원했다. 밥 한 공기 반을 후딱 해치웠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내내 배가 든든했다. 1 매표소에서 도산서원으로 이어진 길 2 아이들이 창밖을 내다보는 신세동의 벽화 3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세 개를 받아 화제를 모았던 맘모스제과 4 간고등어, 헛제삿밥과 더불어 안동이 자랑하는 구시장의 찜닭 5 운흥동 갈비 골목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찾아가기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먹거리 안동찜닭을 먹은 곳은 구시장의 위생찜닭(054-852-7411)이다. 2~3인용 2만5,000원, 4~5인용 3만8,000원. 옥동의 오렌지향기(054-852-3559)는 문어숙회와 굴, 두 가지 메뉴만을 취급한다. 굴은 겨울철에만 내놓는다. 문어는 간장과 고추장, 두 가지 소스에 찍어 먹는다. 2만3,000원. 운흥동에 자리한 백조숯불갈비(054-859-4988)의 생갈비는 1인분에 1만9,000원. 밑반찬도 정갈하다. 숙박 안동호반자연휴양림(054-855-8687)을 추천한다. 한옥과 초가집 형태의 숙박 시설에 종갓집, 처갓집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방 세 개가 있는 처갓집은 비수기 기준으로 1박에 6만원이다. 각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어 편리하다. 주변 환경도 고즈넉하다. * 9월28일부터 10월7일까지 탈춤공원과 하회마을 일대에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www.maskdance.com)이 열린다. 세계 각국의 탈춤 공연을 비롯해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곁들여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Weekend inside-’대선 풍향계’ 여론조사 해부] 100여곳 난립… 상위 10곳 매출 60% ‘독식’

    26일 여론조사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많게는 100여곳 정도의 여론조사기관이 있다. 이 가운데 53개 업체가 한국조사협회(KORA)와 한국정치조사협회(KOPRA)에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한국조사협회는 마케팅·시청률·정치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 41곳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정치조사협회에는 사회정치 분야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12개 업체가 속해 있다. 협회에 가입되지 않은 군소 업체도 30~50곳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케팅과 정치 분야 등을 망라해 한해 여론조사 시장의 매출액 규모는 4000억~5000억원쯤 된다. 여론조사 업체 사이에도 양극화 현상은 있다. 상위 10개사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상당수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체 양극화는 직원 규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닐슨컴퍼니코리아의 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410명이다. TNS 코리아 297명, 입소스코리아 265명, 한국리서치 260명, 한국갤럽 150명, 엠브레인이 128명에 이른다. 하지만 직원 수가 채 50명을 넘지 않는 업체도 많다. 매출액도 상위 업체의 100분의1도 안 되는 업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선전화보다 휴대전화가 확산되면서, 비싼 통신료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도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직원 숫자가 여론조사의 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직원 수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마케팅 조사 업체가 선거 등 정치 전문 조사업체보다 사정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조사가 업계 전체 매출액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정치 이벤트가 많아야 1~2년에 한번꼴로 이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희소성 탓에 조사 비용은 정치 조사가 마케팅 조사보다 최대 5배까지 비싸다. 마케팅 조사는 1회에 100만~200만원이지만, 정치사회 조사는 1회에 700만~1000만원에 육박한다. 1000명 대상 여론조사면 응답자 1명당 1만원에 해당하는 셈이다. 현재 사회정치 분야 여론조사를 주로 하는 업체 가운데 ‘빅5’로는 한국리서치,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 TNS코리아, 한국갤럽, 엠브레인이 꼽힌다. 영세 업체들은 선거 시즌에 반등의 기회를 노린다. 이때면 각 언론사와 정당, 정치 관련 단체들의 여론조사 의뢰가 빗발친다. 특히 올해는 ‘초 성수기’로 통한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초미의 관심사인 데다, 여야 후보 간 양자 구도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헉! 쓰레기더미 곁에 40년 된 관이…

    헉! 쓰레기더미 곁에 40년 된 관이…

    남미의 한 지방도시에서 쓰레기더미 곁에 놓인 관이 발견돼 한바탕 소동이 났다. 관에는 실제로 유골이 들어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지방 라 리오하에서 최근 벌어진 사건은 시립공동묘지 노무자의 무책임한 행동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문제의 관은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공터에서 발견됐다. 주민들이 쓰레기가 나오면 은근슬쩍 갖다 버리는 곳이다. 한 주민이 공터 옆 길을 걷다가 우연히 관을 보고 기겁, 경찰에 신고했다. 황당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뚜껑을 열자 관에선 유골이 나왔다. 관에는 ‘라몬 마시아스’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경찰의 추적 끝에 관은 시가 운영하는 공동묘지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을 버린 사람은 묘지에서 잡일을 하는 노무자였다. 공동묘지는 최근 플로렌티노 파소스라는 사람의 가족들로부터 “화장하게 유골을 파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묘지 관리자는 관을 파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노무자는 1971년 사망한 라몬 마시아스라는 엉뚱한 사람의 묘에서 삽질을 시작했다. 실수로 관을 잘못 파낸 걸 알게 된 작업이 끝난 뒤였다. 다시 관을 묻기 귀찮아진 문제의 이 노무자는 슬쩍 관을 버렸다. 묘지 관계자는 “화장을 위해 관을 파다가 실수로 다른 사람의 관을 파낸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관을 버린 건 분명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공동묘지는 사건에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사진=인포바에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전주, 이번 주말 입맛을 훔친다

    전주, 이번 주말 입맛을 훔친다

    ‘맛의 고장’ 전북 전주시에서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음식의 뿌리를 찾는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18~22일 닷새간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와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다. 이 축제는 한국 방문의 해(2010~2012년)를 기념해 진행되는 이벤트로 우리 민족 고유의 맛을 이어 온 한식의 전통과 우수성,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화두를 담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시대별 밥상 변화를 통해 살펴본 우리 식문화의 변천과 기획전시 ‘한국의 밥상’, 반세기 넘게 음식에 대한 열정과 정성으로 가업의 맥을 이어 온 ‘대를 잇는 맛집’이 소개된다. 대를 잇는 맛집은 77년간 3대째 운영되는 익산 황등육회비빔밥, 59년간 2대째 이어 온 전주 한일관 콩나물국밥, 57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순창 토종순대 등이다. 또 속 깊은 이야기가 공개되는 음식 명인들의 푸드쇼 ‘맛의 비밀을 찾아서’, 장 담그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며느리도 모르는 장맛의 비밀’, 동네를 떠들썩하게 했던 추억을 찾아주는 ‘내 손으로 만드는 잔치음식’ 등 다양한 ‘한국의 맛’이 현장에서 펼쳐진다. 한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명성 높은 6명의 길거리 음식 달인들이 호떡, 떡볶이, 순대, 만두, 강정, 꿀타래 열전을 펼치는 ‘생활의 달인 열전’, 세계를 대표하는 거리 음식에 우리 소스와 재료를 과감히 내세운 ‘세계를 요리한 K-드레싱’이 진행된다. 축제 현장 곳곳에서는 맛 공식을 셈해 보는 어린이 체험 ‘맛있는 놀이터’, 행사장 곳곳을 온몸으로 느끼는 ‘KFF 런닝맨’, 젓가락질을 뽐내 보는 ‘젓가락 달인을 찾습니다’ 등의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린다. 함께 개최되는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는 올해 10회째를 맞아 ‘생명을 살리는 발효’라는 슬로건으로 기획됐다. 지식경제부 국제인증전시회, 대한민국유망전시회에 선정된 발효식품엑스포에는 20개국 350여 업체가 참여했다. 국내외 3000여 상품들이 식품산업관, 수산발효관, 친환경식품관, 식품판매관으로 각각 나뉘어 전시 운영된다. 대륙별 특별 프로모션 이벤트와 와인, 사케 아카데미가 진행되고 세계 석학들이 참여하는 국제발효콘퍼런스, 발효마을연대회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또 18~21일 한옥마을 등 전주 시내 일원에서는 비빔밥축제와 술축제가 열린다. 비빔밥축제에서는 6000인분 비빔밥 비빔 퍼포먼스, 전국 요리 경연대회, 명인 명사 비빔밥, 셰프의 비빔밥, 이야기가 있는 만찬 등 비빔밥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한옥마을에서 열리는 ‘만추 만취 한옥마을 술축제’에서는 국선생 선발대회, 한·일 전통주 포럼, 주도락 향연, 술품평회, 전통주 체험 행사 등이 열린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케이윌 ‘와인 갈라 디너’

    케이윌 ‘와인 갈라 디너’

     가수 케이윌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낭만적으로 수놓는다.  이달 31일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미드 오텀(Mid-Autum) 와인 갈라 디너’를 선보인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대표 남성 보컬로 자리잡은 케이윌은 이번 공연에서 ‘눈물이 뚝뚝’,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등의 히트곡은 물론 최근 발매된 3집 앨범의 타이틀곡 ‘이러지마 제발’ 등 신곡도 들려줄 예정이다.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로 진행된다. 1부는 DJ가 선곡한 음악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만찬을 즐기는 시간이다. 헤이즐넛 맛의 홀랜다이즈와 발사믹 와인 소스의 소고기 안심스테이크, 마늘향의 으깬 감자 등이 주 요리로 구성된 주방장 특선 6가지 코스로 마련된다. 여기에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해 인기를 끈 ‘까사마따 로쏘’ 등 소믈리에 추천 와인 2잔도 곁들여진다. 8시 30분부터 약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되는 2부에서 케이윌의 열띤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이 끝난 후 아코르 앰배서더 호텔 숙박권 등이 선물로 주어지는 푸짐한 경품 행사도 준비됐다. 입장권 16만원(부가세 포함). (02)2270-3123.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당신, 연암’ 펴낸 문학박사 간호윤

    [저자와 차 한 잔] ‘당신, 연암’ 펴낸 문학박사 간호윤

    나직이 읊조려 본다. “당신, 연암” 열한 개 목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온다. 말본새가 다 다르다. 청문회에 불려나온 증인이나 참고인이 각자의 처지에서 한 인간을 그려보는 것 같다. 쌍따옴표만 홀따옴표로 갈음한 연암 박지원(1737~1805)의 평전 ‘당신, 연암’(푸른역사 펴냄, 1만 5000원)을 쓴 간호윤(51)씨를 하늘색 맑았던 지난 11일 만났다. 오후 6시 만나 그날의 어스름을 배경으로 한참 차를 나눴다. ●저서엔 손자·청지기·부인 등 다양한 인물 등장 그의 책은 똑 청문회장을 옮긴 르포르타주다. 먼저 연암을 향해 수굿하지 않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다. 묫자리를 다투며 그의 죽음을 앞당기는 데 일조한 유한준, 소설을 끔찍히 경계해 많은 소설을 낸 그에게 자송문을 권할까 고민한 정조, ‘연암집’을 펴내 할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없다는 손자 박규수가 등장한다. 다음으로 연암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이들이다. 마님이 눈을 감은 다음 날 이승을 떴다는 기록이 전하는 청지기 김오복, “문 앞엔 빚쟁이가 기러기처럼 줄 섰고”란 남편의 글을 인용하면서도 애틋한 부부애를 전한 부인 이씨, 미물에도 다사로웠던 부친이 뜻밖에 ‘개를 키우지 마라’고 했던 이유를 되새기는 장남 박종채가 그들이다. 다음은 평생 우의를 나눈 벗들. 처남이자 ‘열하일기’를 국제정치적으로 접근할 정도로 깊이가 있었던 이재성, TV 드라마로 소개돼 낯익은 제자인 무사 백동수, 끼니를 거르는 게 일이었던 연암의 살림을 부축한 유언호 등이다. 마지막으로 ‘연암집’이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고 다소 뜨악한 주장을 남긴 연암과 저자다. 연암은 “나는 냄새나는 똥주머니로 이 땅에서 예순아홉 해를 산 조선의 삼류선비”라고 되뇌고, 저자는 “백지에 조선의 달빛 같은 글이 떨어진다.”며 평생의 사표로 삼은 옛 스승을 흠모한다. 책을 읽는 내내 연암의 불면증과 우울이 산마루에 걸린 달빛마냥 아프게 여겨졌는데 그러고 보니 저자가 연암을 빼닮았다. 노론 벽파로서 보장된 출셋길을 마다하고 과거 시험지에 시화만 그려 놓던 일이나 가난을 가학(家學)으로 삼은 점, 글 쓰는 것을 전쟁처럼 여겼던 것이 그렇다. ●이번 책이 벌써 열아홉 번째 순천향대 국문학과를 졸업해 고교 교사로 10년 일하다 뒤늦게 한국외국어대에서 석사를, 인하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시간강사로 여러 대학을 나가는 틈틈이 경기 부천의 서재 ‘휴휴헌’에서 책을 쓰는데 이번이 열아홉 번째다. “학력이 변변찮아서인지 교수 임용에 낸 이력서만 100여통이 넘고, 어느 날은 부친 빈소의 병풍 뒤에서 이력서를 꾸민 아픔도 겪었어요. 한때 극단적인 생각도 했고요. 그러다 ‘논어’의 한 대목 ‘힘이 부족하다고? 예서 그만 두려는구나. 지금 네 스스로 선을 긋는구나’를 읽고 정신을 차렸지요.” 자신의 서가(書架) 대여섯 칸을 채울 만큼 연암을 다룬 저작들은 세상에 널렸다. “2005년에 ‘개를 키우지 마라’를 내면서 전공인 고소설만으로, 내 얘기만으로 연암을 얘기해선 안 되겠다, 그의 인물됨을 대중에게 쉽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곰삭여 책을 내게 됐습니다.” 지금은 178㎝에 80㎏ 나가지만 한창 공부할 때는 50㎏ 정도 나갔다고 한다. “어느 날 딸의 몸이 제 팔에 스치게 됐는데 소스라치게 놀라더군요. 그만큼 아비 노릇을 못했습니다.” 신선한 필체만으로 책의 가치를 가둘 순 없다. 쪽마다 오롯이 새겨야 할 우리말이 그득하다. 그 많은 말들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고 묻자 “책에 글항아리란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퍼뜩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적어둡니다.”라고 답한다. 몇년 전 학회에서 “당신 논문은 학문 발전에 0.00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험구를 들었다며 허허로이 웃은 그는 “평생 책을 낼 겁니다. 권세가들로부터 문둥이란 비난을 듣고도 ‘그래 난 문둥이다’라고 당당했던 그분처럼 뭇 사람들에 연암의 인간다움이 역병(疫病)처럼 돌게 만들었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글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세계서 가장 이국적인 맥도날드 메뉴들

    세계서 가장 이국적인 맥도날드 메뉴들

    전 세계에 3만 3천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맥도날드에서 각 나라의 특색에 맞게 선보이고 있는 이색 메뉴가 해외 언론을 통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8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맥도날드에서는 빅맥 등의 정형화된 메뉴가 있지만 세계 각국에는 저마다 특별한 메뉴가 존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한 라이스 버거나 맥모닝은 물론, 쇠고기가 아닌 재료를 넣어 만든 버거들도 있어 눈에 띈다. ▲인도: 빅스파이시 파니르 랩(BigSpicy Paneer Wrap) 인도에서는 종교적으로 쇠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파니르라는 인도식 치즈를 넣은 매운 스낵랩을 즐겨 먹는다. 이 치즈는 잘 녹지 않아 직접 튀기거나 구울 수 있다고 한다. 이에 튀긴 파니르와 양배추, 케이준 소스를 넣은 또띠아로 감싼 음식이다. ▲터키: 쾨프테버거(Kofteburger) 터키에서는 다진 고기에 각종 양념과 야채를 넣어 완자로 만들어 굽거나 튀긴 전통요리인 쾨프테를 넣어 만든 햄버거를 즐겨 먹는다. ▲멕시코: 맥모예떼(McMollete) 멕시코에서는 아침식사로 즐겨먹는 머핀처럼 생긴 전통 빵인 ‘모예떼’로 만든 메뉴가 인기다. ▲중국: 프라스페러티 버거(Prosperity Burger) 우리나라처럼 음력 설(춘절)을 새는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명절 상품으로 행운의 비프버거가 매년 출시된다. 이 버거에는 후추 맛이 나는 소스가 사용된다. ▲타이: 사무라이 포크 버거(Samurai Pork Burger) 사무라이라고 하면 일본의 전통 무사를 뜻하지만 타이(태국)에서는 돼지고기로 만든 이 햄버거가 유명하다. 이 버거에는 데리야끼 소스가 사용된다. ▲일본: 에비 필레오(Ebi Filet-O) 해산물을 즐겨먹는 일본에서는 새우의 순살을 빵가루에 입힌 버거로 메뉴 중 인기가 가장 높다. ▲싱가포르: 맥라이스 버거(McRice Burger) 우리나라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싱가포르와 같은 동남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서는 빵 대신 쌀로 만든 번에 닭고기나 쇠고기 패티를 넣은 버거가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리아에서 라이스 버거라고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네덜란드: 맥크로켓(McKroket) 네덜란드 특유의 크로켓을 넣어 만든 버거다. 크로켓은 감자 등을 으깬 뒤 볶아둔 고기와 야채를 섞어 기름에 튀긴 것을 말한다. ▲프랑스: 크로크 맥도(Croque McDo) 프랑스에서만 파는 아침 메뉴로, 햄과 치즈가 들어간 클래식한 샌드위치를 말한다. ▲캐나다: 맥랍스타(McLobster) 육류를 주로 먹는 캐나다와 같은 서양의 일부 국가에서는 랍스타를 패티로 사용한 버거가 있다. 맛은 게맛살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집트, 모로코: 맥아라비아(McArabia) 이집트와 모로코 등의 중동 국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로, 아랍인들이 즐겨 먹는 닭고기나 양념 쇠고기에 아랍식 둥근빵을 곁들인 메뉴다. ▲폴란드: 비스맥(WiesMac) 폴란드인들이 좋아하는 서양 고추냉이와 머스타드 소스가 들어간 비프 버거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맥팔라펠(McFalafel) 향신료로 맛을 낸 병아리콩을 기름에 튀긴 팔라펠을 타르타르소스와 중동식 피클과 함께 또띠아에 싸먹는 음식이다. 고기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노르웨이: 맥락스(McLaks) 연어 생산량이 세계 50%에 이르는 노르웨이에서는 연어를 구워 야채와 함께 호밀빵에 얹은 피시 버거를 먹는다. 비린내에 약하다면 삼가하는 게 좋다고 한다. 한편 맥도날드의 이색 메뉴를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은 저마다 먹고 싶거나 먹어 본 메뉴에 대해 호응을 보인 반면, 한 네티즌은 “거의 모든 메뉴의 이름 앞에 ‘맥’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이국적이라는 생각을 못하겠다.”고 말해 가장 많은 공감을 사고 있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언론사가 ‘즉석만남’ 창구역 하는 꼴…정부 산업진흥만 관심 ‘클린’ 뒷전”

    “언론사가 ‘즉석만남’ 창구역 하는 꼴…정부 산업진흥만 관심 ‘클린’ 뒷전”

    음란성 광고가 온·오프라인에 넘쳐나고 있다. ‘정론직필’을 추구하는 언론사들 역시 그들의 기생을 돕는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뿌리 뽑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아이건강국민연대 등 시민단체 11곳은 400여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지킴이 연합회’를 결성, 지난 6월부터 사이버 클린에 나섰다. 하지만 근절은 요원하다. 지난 24일 오후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을 만나 현장의 어려움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사이버 지킴이 연합회’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나. -인터넷 사이트, 웹하드, 스마트폰 등 월별 모니터링 대상을 정해 음란물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수집한 불법·유해정보는 사이버 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한다. →‘사이버 지킴이 연합회’ 회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대부분 평범한 학부모들이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도 있지만 일부다. 학부모들이 음란성 광고에 대해 가장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한 회원은 어느 날 초등학생 아들이 기사를 검색하다 비뇨기과 광고를 보고 “여긴 뭐하는 곳이야. 긴 밤을 지새우는 게 무슨 뜻이야.”라고 물어봐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이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모니터링 요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사이버 환경이 많이 오염된 상태인가. -심각하다. 음란물 광고 척결에 나서야 할 언론사들이 오히려 비뇨기과 등 자극적인 광고를 올려놓고 있다. 이용자들이 비자발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공부하려고 기사를 읽으려 접속했다가 원치 않게 보는 경우가 많다. 언론사가 즉석만남 채팅 사이트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도 상식적인지 되묻고 싶다. →애로사항은 없나. -아이건강국민연대 감시단이 10명인데 절반은 두 달도 못 버티고 나간다. 대부분 사명감으로 시작했다가 반복되는 음란물 모니터링으로 “대한민국 청소년 구하려다 내가 더 망가지겠다.”면서 그만둔다. 이에 비해 음란물 사이트, 예를 들면 ‘섹스XX’이라는 사이트는 주소(URL)가 100여개에 달한다. 우리가 적발해 URL을 막아도 나머지 99개 URL로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음란성 광고 근절을 위한 방안은 뭐가 있을까. -정부가 사이버 클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스마트 교육 등 정보산업 진흥에만 관심을 쏟았다. 시민단체와 함께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옳은지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언론사 홈페이지는 당장 음란성 광고를 없애고 아동·청소년의 학습을 위한 보다 안전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깔깔깔]

    ●이혼 이혼을 하러 온 부부에게 판사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고! 당신은 지금 아내의 잔소리 때문에 이혼을 하겠다는 겁니까?” “네!” “그럼 이 사건의 바른 판단을 위해, 당신 부인이 하는 잔소리를 하나도 빼지 말고 다 말해 보시오.” 그러자 남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판사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재판장님! 진짜로 5시간이나 되는 얘기를 다 들으실 수 있겠습니까?” ●난센스 퀴즈 ▶산타할아버지가 제일 증오하는 커피 이름은? 산타페. ▶명란젓이 드디어 여자친구가 생겼다. 과연 그녀의 이름은? 명란젓깔. ▶복숭아가 결혼하면? 웨딩피치. ▶클래지콰이 호란이 병에 걸리면? 병자호란. ▶해가 울면? 해운대.
  • [Weekend inside-웹툰의 세계] 웹툰에 빠지다, 초딩부터 직딩까지 ‘드르륵’… “내 얘기랑 똑같네” 공감

    [Weekend inside-웹툰의 세계] 웹툰에 빠지다, 초딩부터 직딩까지 ‘드르륵’… “내 얘기랑 똑같네”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리트위트와 공유가 넘쳐난다.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장그래’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등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연습생 출신으로 입단에 실패한 장그래는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에 낙하산으로 입사한다. 사회생활 경험도, 관련 공부도 해본 적이 없는 그의 회사생활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이끼’로 이름을 날린 윤태호 작가는 장그래의 회사생활과 인생을 그가 가장 잘하는 바둑에 비유해 보여준다. 장그래는 회사생활을 하는 내부인이자, 회사를 바둑판처럼 내려다보는 외부인이기도 하다. 장그래가 억울한 일을 겪으면 독자들은 흥분하고, 멋지게 일을 해결하면 모두 환호한다. ‘곤마’ ‘복기’ 등 전문적인 바둑 용어들도 술술 읽힌다. 직장인 정명기(39)씨는 “처음엔 바둑에 인생을 비유하는 것이 현학적으로 느껴졌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내 스스로가 세상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면서 “가끔은 소름이 끼치고 전율을 느낄 정도로 몰입해 읽게 된다.”고 말했다. #김문학 과장은 가우스전자에 다니며 가우스아파트에 산다. 가우스모터스의 차를 타고, 가우스카드로 결제하며 가우스생명에 가입해 있다.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의 첫회는 ‘그렇다면 김 과장은 가우스의 직원인가 고객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국적 문어발 기업’의 기치를 내건 가우스전자 마케팅3부 직원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착하지만 능력이 달리는 주인공 이상식씨를 중심으로 존재감이 없는 나무명씨, 기러기 아빠인 위장병 부장, 능력은 있지만 지나친 성형으로 표정이 사라진 성형미 과장 등 주변인물이 끊임없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가우스전자의 가장 큰 라이벌인 ‘와플’(애플의 패러디)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재되는 가우스전자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은 ‘현실풍자’에 대한 곽백수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직장인 원은지(31·여)씨는 “다소 과장돼 있지만 등장 인물들이 겪는 일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아침에 출근하면 곧바로 가우스전자부터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웹툰 전성시대다. 네이버 140편, 다음 60편 등 포털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는 웹툰은 현재 수백건에 이르고 웹툰으로 생활을 꾸리는 전문작가도 500명을 헤아린다. 웹툰은 정보기술(IT) 인프라와 만화의 결합으로 탄생해, 대표적인 한국산 콘텐츠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언제 어디서나 웹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웹툰에 또 다른 도약의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웹툰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맹목적이다. 네이버의 경우, 영화 콘텐츠 중 관객평점 9점(10점 만점)을 넘는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웹툰은 연재되는 대부분의 작품이 9점을 넘고 9.9점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한 회라도 연재를 거르거나 하면 곧바로 평점이 뚝 떨어진다. 그만큼 연재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수치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매달 방문자 수가 700만~1000만명, 페이지뷰는 8억~10억건 수준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모바일 이용자를 포함하면 수치는 최소한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웹툰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특별한 타깃이 없다는 점이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원래 만화계에는 순정잡지는 소녀팬, 성인잡지는 성인 남성 등으로 독자 중심의 타깃을 설정했다.”면서 “하지만 웹툰은 접하기만 하면 독자 누구나 자신에 맞는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하루 최소 3~4시간은 접속하기 때문에 접근 장벽도 아예 없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웹툰의 다양성은 결국 소재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직장인들이 미생과 가우스전자에 열광한다면 젊은 여성들은 정다정 작가의 ‘역전! 야매요리’를 기다린다. 특별한 조리법 없이 작가가 내키는 대로 만드는 요리가 가끔은 제대로 만들어지고, 때로는 ‘참사’에 가까운 결과물을 낳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부쟁이’, ‘갓 오브 하이스쿨’ 등은 전형적인 중·고등학생용 작품이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폭넓은 독자층을 자랑한다. 이 밖에 야구만화인 ‘라이징 패스트 볼’, 판타지인 ‘신의 탑’과 ‘아스란 영웅전’ 등 웹툰 속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르가 어우러져 있다. 최근 몇 년 새 웹툰은 영화나 드라마 등 ‘스토리’의 보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사례다. ‘움비처럼’과 ‘그린스마일’ 등을 그린 권혁주 작가는 “웹툰이 공짜였기 때문에 급성장하기 시작했지만, 콘텐츠로서 장점이 없었다면 10년이 넘도록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 영화화의 대표주자는 강풀이다. 현재까지 ‘이웃사람’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바보’ ‘아파트’ 등이 개봉했고 현재 ‘26년’이 제작되고 있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도 큰 인기를 모았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저승편’,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 훈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10여편은 현재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 만화평론가 서찬휘씨는 “웹툰 영화화 초창기에는 서술형식인 웹툰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기려고 해 관객들이 낯설어하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학습효과가 생기고, 웹툰의 주제들에 무게가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박인하 교수는 “특화된 작품들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그게 영화화되거나 출판만화로 나오면서 선순환 구조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작품은 해외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호랑 작가의 ‘봉천동 귀신’이 이미 지난해 미국 만화사이트에 번역 게재됐고, 상당수 작품이 해외 네티즌이 번역해 게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만화계 입장에서는 웹툰의 인기를 무턱대고 좋아할 수 없다. 우선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이 양날의 칼이다. 웹에서는 아주 인기가 많아도 단행본으로 나오면 판매량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와 접근은 용이하지만 결국 2차적 활용은 성공하기 힘든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규모의 추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화계 일각에서는 웹툰 시장 규모가 1000억원 수준으로 출판시장을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수백명이 넘는 웹툰 작가들의 원고료도 아주 낮다. 박 교수는 “현재는 극히 일부 잘나가는 작가들은 괜찮지만, 그 아래를 떠받치고 있는 신인들은 고료가 형편없는 피라미드 구조”라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즐겁게 하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문화마당] 왕노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문화마당] 왕노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근래 TV에서건 영화관에서건 왕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TV에서야 사극은 어느 방송사건 적어도 한 군데는 꼭 편성하는 관계로 늘 있어 왔지만, 영화의 경우 한 해에 사극이 올해만큼 집중되는 것은 1960년대 사극영화의 전성기 이래 드문 현상이다. 알다시피 ‘가비’(장윤현), ‘후궁: 제왕의 첩’(김대승), ‘나는 왕이로소이다’(장규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김주호),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가 개봉했고, ‘관상’(한재림), ‘전령’(권종관)이 올해 제작에 들어간다. 최근 사극은 그 모양새가 다양해졌다. 이전의 사극이 주로 역사적 정보를 전달하고 충실하게 재현하는 정통사극이었던 데 비해 근래에는 ‘퓨전사극’ 이라는 이름 하에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과감히 섞고 여기에 판타지적 요소까지 버무림으로써 전혀 새로운 유형의 사극을 만들어냈다. 어찌 보면 퓨전사극에서 역사는 배경으로 내려앉고 현재의 이야기를 과거(역사)의 시간과 공간에 가서 풀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서 정통사극은 중장년 남성을 중심으로 시청자·관객층이 형성되어 있지만, 퓨전사극은 젊은 남녀와 중년여성의 충성도가 높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만화 등 스토리산업은 역사라는 좋은 자양분을 획득했지만 역사와 상상, 팩트와 픽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뒤섞여 버림으로써 역사학계의 우려 또한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비등하고 있으니 오히려 잊혀지고 박제된 역사보다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재해석되는, 살아 있는 역사가 더 낫지 않겠는가. 사극에서의 재해석 작업은 주로 인물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부분 왕이 있다. 사극에서 수많은 왕들이 다루어지지만 가장 인상적인 경우는 연산군이나 광해군, 세조나 태종과 같은 ‘문제적 인간’ 그리고 세종이나 정조와 같은 성군 혹은 개혁군주로서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왕일 것이다. 또 그간 주로 조선의 왕들이 사극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제는 고려·신라·고구려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넓어졌다. 이 왕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연산군은 ‘왕의 남자’(이준익)를 통해, 세종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정조가 드라마 ‘이산’과 영화 ‘영원한 제국’ 그리고 선덕여왕, 태종 무열왕 등 신라의 왕들이 드라마 ‘선덕여왕’과 ‘대왕의 꿈’에서 나왔거나 다루어질 예정이다. 왕의 등장은 폭넓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과거 역사가 왕조시대였으니 왕이란 존재는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자인 동시에 가장 외로운 존재라는 상대성, 그리고 정치와 인간에 관한 풍부하고 원초적인 에피소드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궁궐이라는 공간은 외양의 화려함과 늪과도 같은 음험한 공간으로 제시되니 볼거리로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왕을 통해서 백성·민초의 현실을 말할 수 있고, 현재의 정치 지형과 현실을 대입할 수 있으니 왕이란 존재는 이야기의 원천 소스로서 꽤 특장이 많다. 이병헌의 1인2역 연기가 인상적인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유곽에서 광대놀음을 하는 이야기꾼 하선이 일종의 ‘가케무샤’(影武者)로서 왕을 대신하여 왕의 자리를 지킨 15일간의 이야기이다. 왕과 꼭 닮은 외모로 왕을 연기한 천민, 그리고 그가 천민의 삶을 살았기에 백성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대동법)나 정책(친명배금이 아닌 등거리 외교)을 펴게 되었다는 스토리는 영화적 상상이지만 현실의 반영이고 희망과 기대의 선언이다. 대체로 왕은 태생적으로 결정되나, 제왕의 품격과 자질을 갖추기까지에는 부단한 공부가 필요했던 터. 왕 노릇을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평생 궐문 한 번 들어서지 못했을 하선이 진짜 왕보다 더 왕 노릇을 잘한 것은 그가 핍박받는 천민이었고 그렇기에 백성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선도 이제 채 석 달이 남지 않았다. 우리의 ‘왕’은 누가 될까? 누구든 제대로 ‘왕 노릇’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 국내 인기 만화 반지 시리즈, 한중 합작 애니로

    국내 인기 만화 반지 시리즈, 한중 합작 애니로

    국내 인기 어린이 만화가 한·중 합작 TV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에이아이더블유는 5일 어린이 만화 ‘반지의 얼렁뚱땅 비밀일기’가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이르면 올해 연말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대원씨아이와 에이아이더블유, 중국의 ERA카툰이 공동제작한다. 모두 26부작(회당 15분)이다. 에이아이더블유 등은 애니메이션 방영과 동시에 캐릭터를 활용한 각종 라이선스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한중 합작 애니메이션은 이전에도 ‘스페이스 힙합덕’(2002) ‘꼬마신선 타오’(2009) ‘뛰뛰빵빵 구조대’(2010) ‘두리뭉실 뭉게공항’(2012) 등 꾸준히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내 인기 원작 만화를 옮긴 합작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과 시나리오, 콘티 등 프리프러덕션 과정은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본작업은 중국에서 진행하고 믹싱 등 포스트 프러덕션 과정은 다시 한국에서 맡아 마무리 한다. 현재 국내 지상파 편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방영 일자에 맞춰 중국 선전(深圳) 방송국에도 편성된다. 기존 애니메이션 시장이 유아나 남자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반지의 얼렁뚱땅 비밀일기’는 여자 어린이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원작은 어리버리하지만 귀여운 여중생 반지와 반지의 멋진 남자친구 호용이, 반지의 단짝 친구 냠냠이와 응심이 등 개성 강한 아이들이 펼치는 일상과 학교 생활을 담고 있는 반지 시리즈(대원씨아이 발행) 가운데 다섯 번째 작품이다. 여성 만화가 종이(필명)가 그리고 있는 반지 시리즈는 2002년 ‘반지와 와글바글 친구들’로 첫 선을 보였으며 이후 ‘반지와 봉봉클럽’, ‘데굴데굴 반지네집’, ‘반지꿈은 방울방울’ 등으로 이어졌다. ‘반지의 얼렁뚱땅 비밀일기’는 현재 6권까지 나왔다.지난 10년 동안 반지 시리즈의 누적 판매부수는 90만권에 달한다. 국내 만화계에서는 반지 시리즈를 ‘명랑만화의 새로운 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지 시리즈는 캐릭터성이 강하다. 앙증 맞고 귀여운 캐릭터 때문에 팬시 상품으로 더 인기가 있다. 영어교육만화 ‘반지의 삐까번쩍 뉴욕’과 아이폰·아이패드용 스티커 놀이 애플리케이션 ‘반지의 스티커 놀이 HD’ 등 돤련 상품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또 포털형 애플리케이션과 카카오톡 이모티콘 서비스, 모바일 게임 출시를 앞두는 등 원소스멀티유즈의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김태진 에이아이더블유 대표는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의 좋은 콘텐츠를 찾고 개발하고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공동제작을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Broome브룸 & Pinnacles피너클스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Broome브룸 & Pinnacles피너클스

    AUSTRALIA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머드 & 버블은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샴페인을 마시는 에코 비치의 투어 프로그램이다 Broome브룸 & Pinnacles피너클스 서호주Western Australia는 여전히 생소한 여행지다. 얼마 전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방송에서 벙글벙글과 카리지니 국립공원이 소개됐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호주에서도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서호주. 이번에는 브룸Broome과 피너클스Pinnacles에 다녀왔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 서호주관광청 http://kr.westernaustralia.com 브룸에서 찾은 ‘진주’들 우리로 따지면 작은 시골 마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브룸Broome은 엄연히 서호주 제2의 도시다. 서호주에서도 북서부 지방의 중심도시 역할을 담당하는 브룸이 도시로 태동한 시기는 1861년 브룸의 로벅 베이Roebuck Bay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핑타다 맥시마Pinctada Maxima·백엽조개’가 발견되면서부터다. 핑타다 맥시마는 진주 굴조개 중 한 종류인 백엽조개다. 이때부터 세계 각지의 진주잡이들이 브룸으로 찾아들었고, 브룸은 단순한 미사여구를 너머 ‘북방의 진주Pearl of the North’가 됐다. 도시로서의 브룸은 킴벌리 아웃백 여정의 출발지다. 벙글벙글과 같은 킴벌리 아웃백으로 여정을 꾸리는 이들은 브룸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아웃백으로 떠난다. 브룸의 ‘진주’로는 케이블 비치Cable Beach가 있다. 색과 모양을 달리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진주처럼 케이블 비치는 시시각각, 때에 따라 색과 모양을 달리한다. 아름다운 케이블 비치의 석양은 브룸을 유명한 휴양 도시로 만들었다. 브룸에서 차로 1시간 30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에코 비치Eco Beach는 브룸의 숨은 진주다. 세상과 절연絶緣하며 또 다른 작은 세상을 이룬 에코 비치에는 아웃백이나 케이블 비치와는 다른 매력이 흐른다. 에코 비치에는 ‘에코 비치’라는 이름의 리조트가 있는데 이름 그대로 에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우선 리조트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태양에서 얻는다. 빌라와 텐트에 마련된 집열판에서 태양열을 모으고, 이렇게 모인 태양열은 시스템을 통해 분배된다. 직접 모은 전력만을 사용하는 까닭에 객실 안에는 텔레비전도 헤어드라이어도 없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전력을 아끼려는 의도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철저하게 이뤄지며 닭과 채소도 직접 길러 소비한다. 스스로 생산해서 소비하는 ‘절연’은 세상과는 또 다른 작은 세상을 만든다. 서쪽 바다 한 귀퉁이로 해가 떨어지는 소박한 일몰이 끝나면 에코 비치에 밤이 깃든다.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시간이다. 객실에서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은 재활용품을 활용한 에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못 쓰는 플라스틱 병에서 탄생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나뭇결을 그대로 지닌 길이 정갈하다. 최소한의 조명을 밝힌 길은 어두운 사위에 묻혔다가 나타나길 반복하지만 적당한 어둠에 눈은 금방 적응한다. 레스토랑에서는 매일 밤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리조트에서도 단 하나뿐인 레스토랑이라 객실에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 이상 리조트에 묵는 모든 이들이 밤이면 한자리에 모인다. 왠지 모르게 들뜬 분위기는 레스토랑 한 켠의 캠프파이어로 이어지고 밤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마지막 맥주를 주문해야 하는 밤 9시경, 이미 밤하늘의 별은 쏟아질 것만 같다. 네온사인과 절연한 밤에는 자연의 빛이 한층 빛난다. 에코 비치에서는 일출도 일몰과 같다. 서쪽 바다를 품듯 동쪽 바다를 품은 에코 비치에서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해가 소박하게 뜬다. 해가 완전히 하늘로 떠오르는 아침 7시, 에코 비치의 드래곤플라이 생추어리Dragonfly Sanctuary에서는 요가가 시작된다. 요가로 여는 아침은 드래곤플라이라는 이름처럼 상쾌하다. 잠자리가 많은 시기, 에코 비치에는 모기가 사라진다고 한다. 에코 비치의 낮은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즐기면 된다. 수영장과 해변을 오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도, 객실 침대에서 온종일 뒹굴어도 좋다. 불통不通인 휴대전화 또한 세상과의 절연을 도와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온전한 휴식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머드 & 버블Mud and Bubbles은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샴페인을 마시는 프로그램.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누워 눈을 감으면 에코 비치의 바다 내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잭스 크릭 익스피리언스 투어Jack’s Creek Experience Tour는 차를 타고 에코 비치를 신나게 달리며 시작된다. 차가 도착한 곳은 호수처럼 잔잔한 에코 비치의 끝. 낚싯대를 담그면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물 반, 고기 반의 바다다. 문의 +61 8 9193 8015 www.ecobeach.com.au 1 하늘에서 바라본 서호주 북서부의 모습 2 에코 비치를 바라보고 선 에코 비치 리조트 3 에코 비치의 머드 & 버블 투어 프로그램 4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에코 비치의 일몰 5 뷰캐니어 군도의 수평 폭포. 바다가 만들어 내는 폭포는 하늘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6 앤더슨 스테이션에서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낙타 경비행기와 낙타의 묘한 조화 경비행기를 타고 서호주의 하늘을 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서호주는 때로는 쓸쓸할 정도로 광활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다. 브룸에서 더비Derby 방면으로 날아 바다를 만나기 전까지 서호주의 북서부는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 서호주의 북서부를 붉게 물들이는 것은 땅이다. 태양에 그을린 것처럼 붉게 물든 땅은 간신히 풀과 나무를 길러내며 생명을 유지한다. 호주 원주민들은 이 땅을 터전으로 살아왔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척박한 땅에서도 그들은 가축을 쳐 가죽과 먹거리를 얻었다. 더비에서 동남쪽으로 126km 지점. 마운트 앤더슨 스테이션Mount Anderson Station에는 전통적인 양털 깎기 공장을 운영하는 호주 원주민들이 살아간다. 원주민의 우두머리는 해리 왓슨Harry Watson. 지금은 때묻지 않은 호주의 자연을 감상하고 원주민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여행자들을 맞고 있다. 원주민 마을에서는 낙타를 탄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 봉착. 있는 힘껏 다리를 벌려 낙타의 등에 오르니 평소에 쓰지 않던 두 다리 아래 근육이 먼저 놀란다. 놀란 근육을 추스르고 몸을 한껏 뒤로 젖혀 자세를 잡으면 낙타가 일어설 차례. 생각보다 큰 낙타의 키에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터진다. 재미보다는 공포가 앞서는 이 순간만큼은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낙타도 사절이다. 1 퍼스를 대표하는 쇼핑 거리인 헤이 스트리트. 거리 악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 퍼스의 볼거리 중 하나인 벨 타워 3 피너클스 투어의 사륜구동 트럭형 투어 버스는 사막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4 1만5,000개의 석회암 기둥이 서 있는 남붕 국립공원의 피너클스 5 석양 무렵 란셀린의 모래 언덕 타닥타닥. 낙타는 수풀을 헤치며 잘도 나아간다. 등에 탄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거침 없는 전진에 반바지를 입은 다리가 다 쓸린다. 낙타를 이끄는 원주민들은 이런 길을 반바지에 맨발로 걷는다. 수백 번은 걸었을 이 길, 이 땅에 적응한 그들의 발에는 낙타처럼 단단한 발굽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낙타 사파리의 종착점은 붉은 돌산 앞 동굴이다. 동굴에는 원주민들이 그린 벽화가 여럿 있는데 뱀 그림도 있다. 지금도 동굴에는 뱀이 살아간다. 벽화나 뱀보다 흥미로운 건 원주민 아주머니가 구워 낸 빵이다. 순수 밀가루만 사용해 만들었다는 빵은 특별한 손맛 덕분인지 우리네 쌀떡처럼 맛있다. 뜨거운 날씨가 무색할 만큼 따뜻한 홍차와도 잘 어울린다. 경비행기가 더비로 접어들면 하늘 아래의 색은 푸르게 물든다. 푸른빛의 정체는 바다. 깊이를 달리하며 저마다의 푸르름을 보여주는 바다는 섬과 섬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뷰캐니어 군도Buccaneer Archipelago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뷰캐니어 군도에는 섬과 섬이 만들어 내는 바다의 폭포가 자리했다. 이름하여 수평 폭포Horizontal Waterfalls. 두 개의 커다란 바위섬 사이로 비집고 흘러내리는 파도의 포말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비로소 폭포의 모습을 보인다. 원주민 마을에 이어 진주 양식장인 시그닛 베이 펄 팜Cygnet Bay Pearl Farm에 들른 경비행기는 이후 쉬지 않고 브룸으로 날아간다. 해안선을 따라 붉은 땅과 푸른 바다의 향연이 이어져 서호주 북서부를 두 가지 색으로 기억하게 한다. 문의 경비행기 킴벌리에비에이션 www.kimberleyaviation.com.au 아주 가까운 아웃백 피너클스 서호주 제1의 도시는 퍼스Perth다. 서호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퍼스와 연결되고, 퍼스에서 가장 손쉽게 갈 수 있는 아웃백은 피너클스다. 피너클스는 퍼스에서 북쪽으로 250km 떨어진 남붕 국립공원Nambung National Park에 자리한다. 퍼스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라 투어 프로그램으로 찾는다 하더라도 꼬박 하루를 투자해야 한다. 투어 프로그램에는 ‘캐버샴 와일드라이프 파크Caversham Wildlife Park’와 ‘란셀린Lancelin 샌드 보딩’이 포함된다. 퍼스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자리한 캐버샴 와일드라이프 파크는 열린 동물원이다. 울타리 없는 동물원에서는 코알라, 캥거루 등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들과 금세 친구가 된다. 손에 먹이를 놓으면 오물오물 잘 받아먹는 캥거루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처럼 친근하다. 곰 같기도 하고 돼지 같기도 한 웜뱃Wombat도 캐버샴의 인기 동물 중 하나다. 사육사 품에 안긴 웜뱃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이들이 많다. 점심식사는 로브스터 섹Lobster Shack에서 해결한다. 투어 프로그램에는 로브스터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로브스터를 맛보려면 따로 주문해야 한다. 로브스터에 관한 영상물을 보거나 로브스터 섹을 한 바퀴 돌며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일은 덤이다. 투어 버스는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 피너클스에 도착한다. 그렇지 않아도 노란 모래사막은 피너클의 그림자 외에 그늘이란 그늘은 모두 감춘 채 뙤약볕을 한아름 안고 샛노랗게 익어 있다. 이름처럼 사막 위, 석회암 기둥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는 피너클스는 가보지 않은 외계의 행성을 떠올리게 한다. 피너클스의 석회암 기둥은 조개껍데기에서 유래됐다. 세월을 보내며 부서지기를 거듭한 조개껍데기는 모래가 돼 내륙으로 날아왔고 높은 모래언덕을 형성했다. 모래 속에 섞여 있던 석회석 성분은 빗물에 녹아내리며 단단한 석회암 덩어리로 굳었고, 나무뿌리에 의해 균열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이 든 나무는 생명을 다해 사라지고, 석회암은 다시 가루가 돼 바람에 날아갔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석회암 기둥이 1만5,000개나 되는 ‘피너클스’다. 사람의 일생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기나긴 세월. 그렇게 탄생한 피너클스는 지금도 바람에 제 모습을 바꾸고 있다. 퍼스로 돌아오는 길, 란셀린의 모래언덕에 이르면 사륜구동의 트럭형 투어 버스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모래언덕의 정상부에 올랐다가 급하강하는 일명 ‘듄 드라이빙Dune Driving’은 바이킹의 하강만큼 짜릿하다. 나무 보드를 타고 모래언덕을 내려오는 샌드 보딩까지 마무리하자 란셀린 사막은 노을을 배경으로 실루엣이 되었다. 문의 +61 8 9417 5555 www.pinnacletours.com.au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See in Broome 펄 러거스Pearl Luggers 로벅 베이Roebuck Bay와 가까운 차이나타운에 자리했다. 브룸의 진주잡이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진주잡이 초기에 사용되던 배 두 척을 복원해 전시한다. 상당한 무게의 다이빙 헬멧과 부츠를 신어 보거나, 고가의 진주를 구경하고 만져 볼 수 있다. 쇼룸에서는 몇십 달러에서 몇천 달러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대의 진주 액세서리를 전시, 판매한다. 문의 +61 8 9192 0022 www.pearl luggers.com.au Stay in Broome 케이블 비치 클럽 리조트 & 스파Cable Beach Club Resort & Spa 브룸의 진주 케이블 비치를 온전히 즐기려는 이들 덕분에 22km에 달하는 백사장 주변에는 수많은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케이블 비치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해거름 즈음. 해변을 걷는 낙타의 행렬이 해변에 반영되는 시간이면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한다. 케이블 비치 클럽 리조트 & 스파는 잘 가꾼 정원과 동양적인 데코레이션이 돋보이는 리조트. 네 개의 레스토랑과 스파, 두 군데에 마련된 수영장 시설도 훌륭하다. 문의 +61 8 9192 0400 www.cable beachclub.com Eat in Broome 맷소스 브룸 브루어리Matso’s Broome Brewery 1997년에 미술관, 카페와 함께 선보인 맥주 양조장. 건물 자체는 1910년에 세워진 것으로 브룸에서는 역사적으로도 꽤 의미가 깊다. 맷소스는 브룸은 물론 서호주 일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맥주. 여행자들에게는 생강 맛이 은은하게 퍼지는 진저 비어Ginger Beer가 인기다. 캥거루, 악어 고기를 소스와 함께 내어 놓는 아웃백 플레이트, 어육 완자 요리인 차이나타운과 같은 메뉴는 안주는 물론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문의 +61 8 9193 5811 www.matsos.com.au ▶travie info walk in perth 헤이Hay & 머레이 스트리트 몰Murray Street Mall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는 헤이 스트리트 몰과 머레이 스트리트 몰은 퍼스를 대표하는 쇼핑 거리다. 의류와 기념품 가게를 비롯해 카페, 레스토랑도 꽤 있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에 좋으며, 거리 한 켠에서는 무명의 연주자나 여행자들의 공연이 이어져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트리트에서 뻗어나간 골목에는 작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아케이드가 형성돼 있다. 그중 런던 코트London Court는 영국 튜더 왕조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유명하다. 주의할 점은 쇼핑 거리의 가게들은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 금요일에는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walk in perth CATCentral Area Transit 고양이가 그려진 CAT는 퍼스 시내를 순환하는 무료 버스다. 빨강, 파랑, 노랑색의 세 가지 노선으로 운행되며, 퍼스 다운타운을 비롯해 스완강, 킹스 파크 등 주요 지점에 정차한다. 다운타운에서 스완강까지는 걸어서 20분 이내의 거리이므로 10~2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CAT는 그보다 조금 먼 거리로 이동할 때 유용하다. fly to west australia 항공 캐세이패시픽, 싱가포르항공 등 항공사마다 홍콩, 싱가포르 등지를 들러 퍼스로 가는 항공편을 운항한다. 한국에서 바로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브룸 국제공항은 국제 노선이 없는 국제공항. 퍼스에서 브룸까지는 콴타스 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2시간 20분 가량 소요된다. www.qantas.com.au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공무원들 국어 공부 ‘삼매경’

    공무원들 국어 공부 ‘삼매경’

    지난달 27~29일 경기도 수원시 지방행정연수원에서는 5~6급 공무원 52명이 모여 국어 공부를 했다. 이들 공무원은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바른 국어 사용으로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전문과정에 참여했다. 귀책사유(불이익 부과 요건), 봉입(물건을 넣고 봉함), 불비(갖추지 않음), 익일(다음 날) 등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와 외국어 대신 쉽고 정확한 언어로 국민과 소통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교육의 목표였다. 국립국어원은 2009년부터 ‘공공언어지원단’을 꾸려 공무원의 국어사용능력 증진과 공문서 표현 개선을 위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황용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는 지난달 31일 “새로 발령받은 모 부처 고위공무원이 장관 보고자료에 있는 외국어의 뜻을 알지 못해 곤경에 처한 적도 있다.”면서 쉽고 정확한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어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용어로 꼽은 것은 원소스멀티유스(OSMU) 킬러콘텐츠, 라이선싱 페어, 탄소 캐시백, 죄악세, 마이크로 크레디트, 잡 셰어링, 배드 뱅크, 개인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 자활인큐베이팅, 패스트 트랙, 뉴스타트 프로젝트, 바우처, 데이케어센터 등이다. 국어원에서는 정부 각 부처의 어려운 용어를 정리해 쉬운 정책용어 사용 협조공문을 보낸다. 올해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농촌어메니티체험과정’ ‘도네이션 스쿨’ ‘브레인리턴500’과 여성가족부의 ‘레인보우스쿨’, 고용노동부의 ‘스토어365’, 외교통상부의 ‘해피플라이트’, 지식경제부의 ‘모바일-K오피스’ 등에 대해 쉬운 언어로 바꿔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교과부의 ‘필통톡’처럼 정체불명의 합성어도 있다. 미국에서는 의회에서 2010년 쉬운 글쓰기 법이 통과됐다. 이를 통해 민원이 줄어 퇴역군인청은 연간 4만 달러의 예산을 절약하고, 미국 애리조나 국세청은 공무원의 업무시간이 늘어 연간 3만건의 민원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었다. 공공언어지원단의 황용주 학예연구사는 “공무원들이 쉽고 정확한 국어를 쓰면 5년간 570억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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