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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시대] 한국인 디아스포라, 그들은 누구인가/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한국인 디아스포라, 그들은 누구인가/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2000년 4월 쿠바 아바나에서 ‘호세’를 만났다. 당시 ‘77그룹’ 정상회의 대표단의 일원으로 출장길이었다. 어두운 얼굴에 왜소한 체격의 사내는 식당 웨이터로 일하는 한국인 후예였다. 20세기 초 하와이로 떠났던 사탕수수 노동자 일부가 멕시코를 거쳐 쿠바에 정착했다. 고단한 삶 속에 세대를 거치면서 현지에 동화돼 우리말은 하지 못했다.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동포를 만났지만 쿠바라는 금단의 땅에서 맞닥뜨렸던 한국인 디아스포라가 잊히지 않는다. 10여년 전 미국에서 근무할 당시 만났던 입양아는 또 다른 한국인 후예였다. 미국에서 만나는 동포 중 열에 하나는 입양아고 그중에는 장애인들도 많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이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기도 하고 양부모의 소개로 동포사회와 교류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이겨 나가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디아스포라는 조국을 떠난 해외 이주자, 난민, 노동자, 소수민족 등을 포괄한다. 역사적 또는 정치·사회적 관점에 따라 정의를 달리할 수 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720만명에 달한다. 세계화 확산으로 증가 추세다. 1910년 이전에는 해외 이주가 드물었으나 일제강점기 중 강제로 해외 노동자로 끌려갔거나 경제개발 시기에 도입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고국을 떠나기도 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이주 원인만큼 특징이 다양하다. 전 세계 170여개국에 분포하고 미국·중국·일본 및 러시아 등 강대국에 성공적으로 착상했다. 강인한 민족성을 드러내는 증거다. 다른 민족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분포다. 미국에서는 유학 후 정착하거나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떠났던 이민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자발적인 이주가 가장 많다. 중국에는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오랜 역사가 있고 근년에는 인적 교류의 확대와 탈북 주민의 증가로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일본 동포들은 식민통치와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아픔, 한·일 간 정치적 마찰을 고스란히 감내하면서도 오랫동안 정체성을 지켜 왔다. 러시아 사할린부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지역에 흩어진 한국인 후예와 그들의 상처는 살아 있는 우리의 역사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유럽에서 한민족의 신화를 일궈 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각종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버텨 냈고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국은 이들에게 버팀목이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원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냄으로써 한민족의 놀라운 단합과 정체성을 과시해 왔다. 이주는 인류의 역사다. 급속한 세계화와 기술 발달로 더 확산될 것이다. 떠나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든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세계를 연결하는 가교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은 현지에서 세대 교체를 이루면서 정체성 유지에 갈등을 겪기도 하고 주류사회 편입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유대인 디아스포라와 같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다. 미국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이스라엘정치행동위원회’(AIPAC)의 조직과 활동이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미래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같은 시각에서 살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일자리나 배우자를 찾아 한국에 온 200만 외국인들이다. 과거 우리 해외 이주자가 가졌던 꿈과 애환이 이들 가슴속에 코리안 드림으로 녹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재외동포와 함께 국내 다문화 사회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한반도 운명의 카운트다운 시작?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한반도 운명의 카운트다운 시작?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군 출신의 초강경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가장 가까이서 외교안보정책을 보좌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세계 대전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호언하는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국방정책을 총괄할 국방장관에 ‘미친 개(Mad dog)’로 불리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을 내정했다. 플린 전 국장은 김정은 체제가 더 이상은 존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해 온 바 있다. 매티스 전 사령관 역시 최근 트럼프와의 면담에서 북한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중국군 고위장성이 미국에 간 까닭? 지난 10월 31일, 중국의 서부 지역을 담당하는 서부전구(西部戰區) 사령원 자오종치(赵宗岐) 상장이 하와이에 있는 미 육군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했다. 우리 군으로 따지면 4성 계급으로 야전군 사령관에 해당하는 자오 상장은 11월 2일에는 미국 본토에 있는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방문했다. 이 방문단에는 서부전구 소속 육군소장 1명과 공군소장 1명을 비롯한 3명의 장군과 6명의 영관급 장교가 대동했다. 고위 장성이 해외 국가를 찾아 군부대를 방문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책부서에 근무하는 경우에 국한된다. 야전에서 부대를 지휘해야 하는 지휘관이 임기 중 해외 국가를 찾는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다. 더욱이 혼자 간 것이 아니라 고위 장성들은 물론 실무를 맡는 영관급 장교들까지 상당수 대동하고 외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미 육군이 밝힌 자오 상장의 방미 목적이다.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는 자오 상장의 방문단이 재난구조(Disaster relief)와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id) 문제 협의를 위해 미국을 찾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미 육군 제1군단과 중국인민해방군 서부전구는 그 어떤 하등의 접점도 없는 부대라는 점에서 의문점은 시작된다. 미 육군 제1군단은 태평양 육군 예하 부대로서 한국과 일본, 호주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서태평양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부대다. 중국 서부전구는 티베트와 신장웨이우얼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 닝샤후이족자치구(宁夏回族自治区)를 비롯해 쓰촨성(四川省), 윈난성(云南省), 간쑤성(甘肃省), 산시성(陕西省), 칭하이성(靑海省) 등 주로 서부 사막과 고원지대를 관할하는 부대다. 즉, 이들 부대 간 작전구역의 접점은 없으며, 만약 중국군이 미 육군 제1군단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훈련을 한다면 한반도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북부전구가 나서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서부전구의 고위 장성을, 그것도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과 참모들과 함께 미국에 보내 재난구조와 인도적 지원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이 협의의 배경이 11월 중순에 중국 윈난성(云南省) 쿤밍(昆明)에서 실시된 미·중 연합 재난대응 훈련의 실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매년 실시되는 훈련의 실무 협의를 위해 고위급 장성이 참모들을 대동하고 직접 미국을 찾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자오 상장은 미국에 왜 갔으며 도대체 어떤 협의를 하고 돌아온 것일까?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상 징후 자오 상장이 미 육군 제1군단을 찾은 것은 제1군단 예하의 지원부대인 제593원정지원사령부(이하 593ESC)와 모종의 협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593ESC는 헌병여단과 의무여단 각 1개, 그리고 통신대대로 구성되는데, 이 부대의 임무는 관할 구역 내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먼저 투입되어 미군과 동맹군의 군사력 전개를 지원하고, 작전구역 내 치안유지 및 의료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군 서부전구와 미 육군 593ESC 사이에는 작전구역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서부전구 최고 지휘관이 굳이 이 부대를 찾아 실무 협의를 진행할 그 어떤 현안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 이상한 점은 자오 상장과 중국군 방미단이 593ESC를 방문한 당일, 한국군 장교들도 이 부대에서 유사한 주제로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날 593ESC에는 한국군 제3야전군 사령부 소속으로 한미연합사단의 참모장 등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6명의 영관급 장교가 와 있었다. 즉, 같은 날 같은 장소에 한국과 미국, 중국의 장교들이 난민통제와 인도적 지원 등 같은 주제를 가지고 회의를 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관급 장교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는 실무 차원의 협력 사안을 조율하기 위해 개최된다. 따라서 지난 11월 2일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의 593ESC에서는 한·미·중 3국의 군 실무자들이 북한 급변사태로 대량의 난민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한 실무 회의를 가졌다고 추론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11월 2일 회의에 이어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같은 주제로 실무 회의를 가졌다. 중국 국방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회의에는 양측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으며, 다국적 연합군의 구조작업 및 재해 감소 작전, 국제적 인도주의 지원 작전 참가를 위한 절차와 시스템, 산악지형에서의 인도적 지원 작전의 주제가 논의되었다. 이들이 논의한 국제적 인도주의 작전의 대상지와 산악지형은 과연 어디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러한 회의를 전후하여 한·미·중 3국은 그동안 실시되지 않았던 유형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은 10월 29일부터 11월 6일까지 해군과 해병대 병력이 참가한 가운데 난민 통제와 수송, 의료지원 등 민사작전 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또한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강행 처리하고, 한일 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등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급히 마련하려 하고 있다. 통상 연말에 실시되는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이례적으로 한 달 일찍 실시하고, 장병들에게는 “동요하지 말고 적만 바라보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지시를 거듭 반복하고 있다. 미국은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들을 일본으로 대피시키는 훈련(Courageous Channel 2016)을 7년 만에 실제 기동훈련으로 실시한데 이어,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윈난성 쿤밍에서 미·중 재난대응 훈련(U.S-China Disaster Management Exchange 2016)을 실시하며 난민에 대한 통제 및 인도주의적 지원 절차를 훈련했다. 또한 특히 토마스 밴달 미8군사령관은 11월 8일 강연회에서 북한 안정화 작전에 대한 언급과 함께 “통일 준비가 됐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그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상 징후는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옌벤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 지역을 시작으로 북·중 접경지역의 철조망과 경계초소를 급속도로 보강하기 시작했고, 접경지역 일대에 제16집단군 예하 정규군과 무장경찰 병력을 대폭 증강하는 한편,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지린성 카이샨툰(開山屯)에 대규모 병력 주둔을 위한 군 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까지 단둥(丹東)과 신의주, 지안(集安)과 만포, 쑹장허(松江河)와 혜산, 허룽(和龙)과 무산을 잇는 4개 축선에 대한 철도와 도로 증축을 마무리지었다. 이는 유사시 군사력을 신속하게 국경 지역으로 투입해 북한 영내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고, 북한에서 대량의 난민이 발생해 중국 국경 지역으로 쏟아져 들어올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의심되고 있다. 일본 역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11월 초 일본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의 분쟁 등 ‘주요 영향 사태’를 상정, 자위대 2만 5000여 명과 미군 1만 1000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인 킨 소드(Keen Sword) 훈련을 실시하며 유사시 미군 후방 지원과 탄도 미사일 방어 절차를 숙달했다. 곧이어 11월 15일 각의에서 자위대의 해외 무력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의결했고, 17일 아베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 무려 2조원에 달하는 긴급 추경예산을 편성, 미사일 방어 능력을 대폭 보강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눈치 챈 북한의 움직임도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11월 들어서만 무려 7차례, 매주 평균 2차례씩 군부대를 방문하고 있다. 월평균 1회 군부대를 찾았던 예년과 달리 군 시찰 횟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김정은은 유사시 남한 후방에 침투해 요인암살과 테러, 소요사태 유발 등 후방교란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는 물론, 전시 후방 보급 임무를 책임지는 후방총국 예하 부대들을 집중적으로 시찰하고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했다. 또한 각 지역에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등 사적물을 유사시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한 훈련 지침을 하달하는 등 전에 없었던 이상 행보들을 보이고 있다. 10월 말부터 동북아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이상 징후들은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김정은 정권 제거에 대한 모종의 합의가 있었으며,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중대 도발을 할 경우 이것을 구실로 북한에 대한 실제 군사 작전에 나서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인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의 행정부 교체 시기마다 군사 도발을 해 왔던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후로 도발을 할 경우 미국과 중국 주도로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군사작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퍼즐들을 맞춰 구성된 시나리오는 이렇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은 이를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 예방적 자위권을 행사한다는 명분으로 해·공군력과 특수부대를 이용해 북한 지도부를 일거에 제거하는 참수작전에 나설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향해 대량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일정보보호협정으로 정보 교환이 가능해진 한미일 3국의 MD 전력이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공동으로 요격에 나설 것이다. 이후 지도부가 제거되어 권력 공백 사태가 발생한 북한 지역에는 한·미·중 3국 병력이 신속히 전개해 대량살상무기를 수거하고 난민을 통제할 것이다. 중국의 경우 공업시설과 인구가 밀집된 동북3성 지역으로의 난민 유입은 극심한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들 난민 유입으로 인한 혼란이 자칫 중국 내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운동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서부전구 통제 하에 있는 서부 사막이나 고원지대와 같은 고립된 지역으로 옮겨 별도의 수용 시설에 격리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후 중국이 북한 북부 지역을, 한·미 양국이 북한 남부 지역을 군정 통치하여 안정화 작전을 수행하되, 중·장기적으로 중국은 북한 북부 지역에 친중인사로 구성된 정부를 수립해 자신들이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 일본의 국익과 국가전략에 가장 부합한다. 미국은 핵과 ICBM을 개발해 자국 본토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을 제거할 수 있고, 중국 입장에서는 “북경과 상해를 향해 원자탄을 날리겠다”며 중국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통제 불능의 김정은 정권을 대신할 친중 위성 정권을 수립해 자국 안보를 더욱 굳건히 다질 수 있다. 일본은 대북 군사작전을 계기로 자위대의 보통 군대화는 물론 미국의 핵심 파트너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극심한 혼란과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됨은 물론 사실상 통일과는 상당히 멀어지게 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대비를 위한 안정화 작전 수행 능력이 크게 부족할 뿐만 아니라, 현재도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규모 난민 문제까지 더해질 경우 정치권은 패닉 상태에 빠지고, 경제 역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한 북부 지역에 중국의 위성정권이 들어설 경우 한반도의 온전한 통일은 사실상 요원해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변 정세가 이토록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들이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국민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한반도 전체를 휩쓴 대규모 전란 직전에는 항상 극심한 정쟁(政爭)이 있었다. 임진왜란 전에는 동인과 서인의 갈등이, 6.25 전쟁 직전에는 좌우 이념 대립이 극에 달해 서로 싸우느라 외부의 위협을 보지 못했다. 이처럼 극심한 혼란의 와중에 몰려오는 거대한 전운(戰雲)을 우리나라는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한국-미얀마 경제교류회의 개최… 미얀마에 직업학교 16개 무상 지원

    한국-미얀마 경제교류회의 개최… 미얀마에 직업학교 16개 무상 지원

     한-미얀마 민간 경제교류단체(KOMYSO)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얀마 양곤에서 2차 회의를 열고 경제·교육분야 지원계획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교류단체는 2018년까지 미얀마 14개 시에 직업학교를 각각 1곳씩 지어주고 운영도 돕기로 했다. 직업학교에서는 봉제기술과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는 동시에 의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교류회는 지금까지 미얀마에 민간학교 2곳·직업학교 2곳을 무상으로 지어주고 운영자금·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우나이옥 미얀마 교육부 장관과 한인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황성일(오른쪽부터) 우리토지 대표, 백봉현 코세스코리아 회장, 우나이옥 장관, 우에보 미얀마 국회의원, 사카마이 미얀마 소수민족 장관, 이무수 한인회 부회장, 전창훈 파크타운 회장, 꽁에 미얀마 NLD정책위원, 박준호 황막사 회장 등이 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부시 前 대통령의 선거전략가가 보는 관전 포인트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가 8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실시된다. 이날 무엇을 눈여겨봐야 할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선거 캠프 수석전략가였던 칼 로브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대선 당일 출구조사와 투표 속보 등을 챙겨 보면 대선 결과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출구조사를 살펴본다. 당일 투표가 진행되는 중에도 방송들은 출구조사를 언급할 것이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출구조사가 빗나갔지만 여전히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백인 표심을 어느 정도 끌어모았는지의 여부다. 출구조사에서 트럼프가 2012년 밋 롬니처럼 대졸자의 51% 지지율을 얻었을지 주목된다. 대졸 백인들이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왔지만 트럼프는 이 계층에서 지지를 얻는 데 고전하고 있다. 트럼프가 롬니를 크게 웃도는 59% 이상의 백인표를 얻는 것을 필승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소수민족과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의 표심을 얼마나 공략했는지도 관심거리다. 클린턴이 당선되려면 2012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 대한 이들의 지지가 재현될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 가운데 흑인 비율은 13%로 이 중 93%가 오바마에게 표를 몰아줬다. 히스패닉계는 10%로 이 중 71%, 밀레니얼 세대는 19%로 이 중 60%가 오바마에게 한 표를 던졌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은 플로리다주다. 여섯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은 18개주와 워싱턴DC에서 항상 승리했다. 클린턴이 이들 전통적인 ‘텃밭’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 242명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플로리다에서 29명을 확보하면 단숨에 백악관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반드시 이겨야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플로리다주의 투표 속보와 사전투표 결과가 주요 지표가 된다. 18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한 오하이오주는 두 번째로 중요한 주다. 지금까지 이 주에서 패배하고 대통령이 된 공화당 후보는 없다. 세 번째로 중요한 곳은 선거인단 28명이 걸린 노스캐롤라이주(15명)나 버지니아주(13명)다. 트럼프가 플로리다와 기타 경합주에서 이겨도 클린턴이 전통적인 텃밭과 이 두 개 주에서 승리하면 승부는 끝난 셈이다. 일부 카운티의 개표 결과도 주목된다. 1956년 이후 인디애나주 비고 카운티에서 승리한 후보가 모두 대통령이 됐다. 오하이오주의 오타와 카운티와 우드 카운티도 각각 1964년과 1976년 이후 모두 대통령 승자를 맞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 도대체 왜?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 도대체 왜?

     무장괴한의 경찰초소 습격으로 촉발된 미얀마군의 잔당 토벌작전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으로 변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구호단체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 북부에서 지난 보름여 간 최소 1만 8000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난민 대다수는 불교도 중심의 미얀마에서 차별과 박해를 받아 온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으로 알려졌다.  미얀마군은 이달 9일 괴한의 습격으로 경찰관 9명이 숨진 사건의 배후에 로힝야족 400여명으로 구성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이 있다고 보고 이 지역을 봉쇄한 채 대대적인 잔당 토벌작전을 벌여왔다.  라카인 주 마웅토 지역의 한 주민은 “지난 23일 군경들이 로힝야족 2000명을 마을에서 쫓아내고 집 40채를 불태웠다”고 전했다.또 다른 주민은 “임시거처를 세우는 것도 허락되지 않아 군과 경찰을 피해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로힝야족 인터넷 방송 매체와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주민 수백 명이 즉결처형됐고 곳곳에서 군경과 불교도들에 의한 고문과 약탈, 성폭행이 벌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인권 특별조사관은 성명을 통해 “집과 이슬람 사원을 불태우고 특정한 신상의 주민을 모아 총살한다는 소식은 우려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군과 경찰이 로힝야족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자우 흐타이 미얀마 대통령실 대변인은 “군과 경찰은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서 “로힝야족들은 쫓겨난 것이 아니라 군경이 도착하자 스스로 달아난 것이고 방화 역시 증거를 인멸하려는 테러 용의자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라카인주에서는 2012년에도 불교도와 무슬림 간에 대규모 유혈충돌이 벌어져 200여명이 사망하고 14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한 바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70) 여사는 기대와 달리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탄압을 묵인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실망을 낳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대통령 연설문 조언한 최순실은 러시아 요승 라스푸틴?

    대통령 연설문 조언한 최순실은 러시아 요승 라스푸틴?

    국내 정치권과 해외 매체로부터 대한민국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거론하며 러시아의 그리고리 라스푸틴(Grigori Rasputin)에 비유한 최순실씨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사과 방송을 통해 최씨의 관계와 역할에 대해 밝힘으로써 라스푸틴이라는 수도승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이날 오전 “발표를 앞둔 대통령의 연설문이 민간인에게 수시로 열람되고 첨삭까지 되어왔다는 보도내용은 충격을 넘어 엽기적”이라면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음에도 자리를 지키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롯해 최순실과 최씨를 후원한 재벌들의 모습은 봉건시대 괴승 라스푸틴과 함께 몰락한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24일 서울발 보도를 통해 국내 언론에서 최씨를 라스푸틴과 비슷한 인물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리 라스푸틴은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를 몰락시킨 장본인으로 차르 니콜라이 2세의 막후 실세였다. 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의 황제는 차르 니콜라이 2세였지만 그 배후엔 라스푸틴이 있었다. 라스푸틴은 시베리아에서 말을 훔치다가 마을에서 쫓겨난 뒤부터 수도원을 전전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승려였다. 최면술을 쓰는 신흥종교에 빠져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신통력을 발휘했다고 전해진다. 라스푸틴이 페테르부르크에 정착한 뒤부터 사교계 유명인사로 떠올랐고 결국 황후 알렉산드라까지도 사로잡으며 권력의 핵심이 된 것이다. 라스푸틴이 황후의 아들 알렉세이의 혈우병을 최면술로 치유하면서 더욱 막강한 권력을 얻게 됐다. 니콜라이 2세는 유약했고 황후는 그를 좌지우지했지만 실제 권력은 라스푸틴에게 있었다. 유대인 등 소수민족 박해와 언론·사상 통제,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된 1905년 1월 22일 ‘피의 일요일’을 총칼과 대포로 짓밟은 권력의 배후도 라스푸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대중들의 시위는 점점 격해졌고 병사들의 동요도 일어났다. 자본가들 사이에서는 황제를 퇴위시키자는 움직임도 보였다.위기를 느낀 황실 측근들은 라스푸틴을 죽여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다. 독이 든 술과 과자를 먹은 라스푸틴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쓰러지지 않는 라스푸틴에게 한 측근은 총을 쏘고 강으로 던져버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일은 자랑스러운 한글날… 20년 넘게 소수민족에게 글자 제공한 한글의 힘

    내일은 자랑스러운 한글날… 20년 넘게 소수민족에게 글자 제공한 한글의 힘

    “1443년(세종 25년) 세종대왕은 말과 글이 달라 뜻을 펼칠 수 없는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죠. 말만 있고 글이 없는 세계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전파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볼리비아·페루 등 남미의 토착 민족인 아이마라족 언어의 한글 표기법을 만들었죠.” ●남미 토착민족 아이마라족 한글 표기법 만들어 지난 6일 만난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한글 전도사’로 통한다. 그가 이끄는 서울대 연구팀과 사단법인 훈민정음학회는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지난해 볼리비아와 페루 일대에 살고 있는 남미 토착 민족 아이마라족 언어의 한글 표기법을 내놓았다. ‘가미사기’는 우리말 ‘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간단한 인사말이다. 아이마라족은 자신들의 인사말을 문자로 기록하고는 뿌듯해했다. 그럼 ‘미안합니다’를 이들은 어떻게 한글로 표기할까. ‘바ㅁ바ㅈ띠다’다. ‘들어오세요’는 ‘마ㄴ다니ㅁ’으로 쓴다. 원어의 발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자음을 따로 떼어 쓰는 ‘파격’이 동원됐다. 이 밖에 종이는 ‘라피’, 돼지는 ‘쿠치’, 숫자 100은 ‘바다가’, 머리는 ‘삐긔’로 변환됐다. 남미 토착 민족인 아이마라족은 280만명 정도 되지만 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쓰는 스페인어 대신 여전히 아이마라어를 쓴다. 글은 주로 로마자를 빌려 표기하는데 언어학적,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한글 표기법이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권 교수는 “볼리비아까지는 비행기로 왕복 4일이 걸릴 정도로 먼거리인데 제한된 현지 조사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음성 자료를 확보하느라 진땀을 뺐다”며 “자음 중 현재 한글로 표현이 어려운 면이 있어서 ‘ㄹㄹ’, ‘△’ 등 새로운 기호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 연구팀은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글 입력기도 개발했다. 현재는 보급을 두고 조심스럽게 현지 의사를 타진 중이다. 한글을 보급하는 이유에 대해 권 교수는 “자신들의 말을 기록할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이렇게 좋은 게 있으니 한번 써 보지 않겠느냐’는 취지”라며 “한글을 우리나라에만 가둬 두는 것은 훈민정음 창제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훈민정음학회는 2010년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거주하는 나나이족의 한글 표기법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1만 7000명의 나나이족 중에 중국어나 러시아어를 쓰지 않고 자신들의 고유어를 쓰는 경우는 1000명이 채 안 된다. 이 말은 지금 기록할 문자조차 없다. 이대로 두면 흔적도 없이 사멸될 수밖에 없다. 학회는 이 말에 대한 한글 표기법과 한글 입력기를 개발해 놨다. 지난 8월 러시아 하바롭스크시 인근에서 나나이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교육에 참여했던 고동호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글을 배워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곧잘 글자를 소리 그대로 읽어 냈다”고 전했다. ●1994년부터 태국 라후족 등 6개 지역 한글 전파 한글의 전파는 1994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라후족(태국), 로바족(중국), 오로첸족(중국), 어웡키족(중국), 찌아찌아족(인도네시아), 솔로몬제도 과달카날주·말라이타주 등 6개 지역에 한글 표기법이 전달됐고 아이마라족, 나나이족, 피그미족(아프리카) 등 3개 지역 언어가 연구되고 있거나 보급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문자가 없는 해외 소수민족에게 처음 한글을 보급하기 시작한 사람은 서울대 이현복 명예교수다. 그는 1994년 이 사업을 시작해 2003년까지 해마다 2~3차례씩 태국 고산 지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라후족’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그는 5년간 현지 언어 조사를 한 다음 한글에는 없는 콧소리를 반영해 라후어의 한글 표기법을 만들었다. 2000년대에는 중국의 소수민족 언어에 대한 한글 표기법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전광진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2002년 로바족, 2004년 오로첸족, 2008년 어웡키족의 언어에 대한 한글 표기법을 완성했다. 하지만 연구 비용, 외교적 마찰 등을 이유로 전면적으로 보급되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한글이 뿌리를 내리는 데 50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며 “당장 열매를 따려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뿌린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어는 ‘한글 수출 1호’ 2009년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에 주로 거주하는 찌아찌아족이 언어 표기 수단으로 한글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은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불렀다. ‘한글 수출 1호’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2012년 현지 세종학당이 철수하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승인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세간에는 ‘실패로 끝난 한글 보급’이라는 평가가 돌았다. 이현복 교수의 제자로,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인 ‘바하사 찌아찌아’를 편찬한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찌아찌아족은 자신들의 말을 기록할 수 있는 문자가 생겼다는 사실에 굉장히 만족한다”며 “공식 승인이 논란이 되다 보니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한글 보급을 문화 제국주의로 인식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간의 평가와 달리 훈민정음학회는 지금도 찌아찌아족과 교류를 하고 있다. 이문호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은 “세종학당은 우리말을 교육하던 곳으로 한글 표기법의 보급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한글 보급 사업은 변함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는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입력하는 자판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2012년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는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했다. 1978년 영국에서 독립한 솔로몬제도는 공용어인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구가 1∼2%에 불과했고 토착어를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무엇보다 교육이 문제였다. 이호영 교수팀과 훈민정음학회가 만든 한글 표기법은 원래 한글의 특징처럼 무엇보다 배우기 쉬웠다. 자음과 모음을 모아 글자를 하나씩 만들 수 있고,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또 소리 그대로를 기호로 나타내기 때문에 로마자나 아랍어로 적을 수 없는 소리도 표기가 가능했다. ●“언어 사멸은 민족 정신·문화가 사라지는 것” 실제 솔로몬제도의 현지 교사 2명은 5개월 정도 한글 표기법 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13년 7월 교과서 제작과 현지 교사 연수 등에 드는 2억원 정도의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잠정 중단됐다. 이호영 교수는 “인원이 적은 소수민족이라도 그들의 기록 수단으로 한글을 보급하는 게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목표인데 솔로몬제도의 경우는 너무 안타깝다”며 “문자가 없는 언어는 사멸할 수 있고,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민족의 정신과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학자들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언어를 기록하거나 사멸을 막는 데 한글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한글은 보편성을 지닌 문자로 전 세계의 소수 언어를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 함부르크대학의 베르너 사세 교수도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대지’를 쓴 소설가 펄 벅은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칭했다. 현재 훈민정음학회와 연구자들의 기조는 아무리 적은 수가 쓰는 말이라도 한글을 통해 그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돕되 ‘문화 침략’이나 ‘문화 제국주의’로 비치지 않도록 무리한 보급은 자제하는 것이다. 권재일 교수는 “보급은 한글을 직접 써 본 소수민족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하지만 한글 표기를 원한다면 교재 제작 등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訪美 수치, 꽉 막힌 미얀마 자금줄 풀어내나

    美산업계도 제재 해제 요구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70)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이 지난 3월 말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지난달 미얀마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닷새간 방문한 지 한 달 만이다.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치 자문역은 14일부터 약 2주간 미국에 머문다. 야당 의원이던 2012년 이후 4년 만에 미국을 다시 찾는다. 11일 영국에 도착한 그는 런던에서 이틀간 머물며 유럽과 서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대사들을 소집하고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을 접견한 뒤 이날 미국으로 향했다. 수치 자문역은 워싱턴DC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과 면담하고 미 의회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뉴욕에서 열리는 제71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예방한다. 수치 자문역의 핵심 방미 목적은 미국의 대(對) 미얀마 경제제재 추가 해제에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의회 관계자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거나 전면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인 무기 및 광물 거래 금지 등을 골자로 다양한 방식의 경제 제재를 가해 왔다. 지난해 미얀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291달러로 아시아 지역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하자 미얀마 국영은행과 기업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왔다. 미국 산업계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경제 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미얀마 군부통치 종식에 있었던 만큼 수치의 방문으로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 대부분이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그에게 미얀마 내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신자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불법 이민자 취급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수치도 이들에 대한 탄압을 묵인하고 있어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英 인도인·흑인 지역 조심” 에어차이나, 인종차별 뭇매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가 기내 잡지에 인종차별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안내 문구를 넣어 영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에어차이나의 기내 월간잡지 ‘윙스 오브 차이나’에는 “런던은 대체로 안전한 도시지만 인도인, 파키스탄인, 흑인이 주로 사는 지역에 들어갈 때 조심해야 한다”면서 “특히 여성들은 이런 곳에 혼자 다니면 안 된다”는 안내 글이 영어와 중국어로 실렸다. 이 문구는 에어차이나를 타고 영국으로 가던 미국 CNBC의 한 프로듀서가 트위터에 올려 순식간에 퍼졌다. 당장 다민족 사회인 영국에서는 소수민족을 헐뜯는 인종차별로 해석돼 공분이 일었다. 영국 하원의원 두 명은 류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대사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아시아계가 인구의 39%를 차지하는 일링 사우설 선거구를 대표하는 비렌드라 샤르마(노동당) 의원은 류 대사에게 “뻔뻔한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샤르마 의원은 “에어차이나가 신속하게 사과하고 문제의 잡지를 모두 폐기하도록 하라고 대사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남아시아인이 많은 투팅 지역구의 로제나 앨린 칸(노동당) 의원은 문제의 경고가 소수민족뿐 아니라 런던 주민 전체를 모욕했다고 지적했다. 칸 의원은 “중국대사를 모든 인종이 나란히 함께 사는 투팅에 초대하려고 한다”면서 “그러면 얼마나 다양하고 멋진 공동체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계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도 이번 사안과 관련한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모든 민족이 평등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에어차이나에서 관련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미얀마의 ‘목이 긴 여성들’…카얀족에 대한 오해와 진실

    미얀마의 ‘목이 긴 여성들’…카얀족에 대한 오해와 진실

    목이 길수록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한 소수민족 여성들의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9일(현지시간) 미얀마 동부 카야주(州)에 있는 팬팻 마을에 사는 카얀족 여성의 일상을 촬영한 사진을 소개했다. 이 마을을 비롯해 카야주에 사는 카얀족은 여성들이 목에 놋쇠로 된 무거운 고리 십여 개를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이들에게 ‘긴 목’이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얀족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목에 놋쇠 고리를 착용해 나이를 먹을수록 고리 수를 늘려간다. 우크라이나의 사진작가 드미트로 길리투카(28)가 최근 촬영한 일련의 사진에도 할머니와 성인 여성은 물론 아직 어린 소녀들까지 목에 놋쇠 고리를 착용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목을 늘린 듯한 모습에서 일부 사람들은 만일 이같은 고리를 풀면 목이 부러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놋쇠 고리로 목을 늘린다기보다는 놋쇠의 무게로 쇄골을 비롯해 상반신의 근육과 갈비뼈를 눌러 내린다는 것이다. 작가는 “고리의 무게로 인해 쇄골과 갈비뼈가 내려앉아 몸에 변형이 시작된다”면서 “이같은 고리는 목이 길어 보이게 하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가는 일행과 함께 놋쇠 고리를 푼 한 여성을 봤다고 말했다. 처음 고리를 풀게 된 그 여성은 기분이 좋다고 말했으며 3주 뒤에는 목이 정상 상태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또한 작가는 이들 여성이 왜 놋쇠 고리를 착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가설로는 이들이 스스로 다른 소수민족과 구분하기 위해 고리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부터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이나 사회적 지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 가이드는 과거에 놋쇠 고리를 착용했던 이유가 이들이 사는 곳이 산악 지대여서 출몰한 야생 호랑이로부터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가이드의 말을 인용해 “남자들이 숲으로 사냥을 갔을 때 여자들은 집에 남아 있었고 이때 맹수들이 가끔씩 마을로 들어와 사람들을 공격했다”면서 “이 때문에 놋쇠 고리를 착용해 맹수의 이빨로부터 여성이나 아이의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날에는 누구도 진짜 이유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일부 마을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같은 전통문화를 따르고 있다. 작가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한 광경이지만, 다른 문화를 아는 것은 너무 매력적인 것이므로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사진=드미트로 길리투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시진핑 측근 속속 지방 수장으로 …정계 지각변동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시진핑 측근 속속 지방 수장으로 …정계 지각변동

      중국 정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측근 인사들이 속속 지방 수장에 오르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까닭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明報) 등은 29일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러우양성(樓陽生) 산시(山西)성 부서기가 산시성 성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우 부서기는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浙江)성 당서기로 재임중일 때 리수이(麗水)시 당서기를 맡으면서 인연을 맺은 덕분에 그의 저장성 인맥으로 알려진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일원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산시성 성장인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맏아들인 리샤오펑(李小鵬)은 양촨탕(楊傳堂) 교통운수부장 후임으로 내정됐다고 SCMP 등이 덧붙였다. 리샤오펑 성장은 전날 뤄후이닝(駱惠寧) 산시성 당서기 등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모 부처에서 일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떠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부성장에서 승진한 리 성장은 곧 물러날 것으로 알려진 장이(張毅)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당서기 후임 내정설과 장이캉(姜異康) 산둥(山東)성 당서기 후임 내정설이 나도는 등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이에 앞서 28일 후난(湖南)성과 윈난(雲南)성,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등 지방 당서기 3명을 전격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후난성 당서기는 두자하오(杜家毫) 성장이 부서기에서 승진했고, 윈난성 당서기는 천하오(陳豪) 성장이 부서기에서 영전했다. 시짱자치구 당서기는 우잉제(吳英杰) 상무부주석이 부서기에서 진급했다. 이중 관심을 끄는 인물은 시 주석과 가까운 두자하오 후난성 당서기와 천하오 윈난성 당서기이다. 이들 두 사람은 시진핑 주석이 2007년 상하이 당서기 재임 시절에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이다.  상하이 출신인 두자하오 당서기는 44년 간 상하이에서만 줄곧 근무해 시 주석과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상하이방’(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 출신 인맥) 인사로 꼽힌다. 그는 특히 시 주석이 상하이시 당서기로 부임할 당시 요직인 상하이시 푸둥(浦東)신구 수장을 맡아 그와 친분을 쌓았다. 이후 헤이룽장(黑龍江)성 부성장, 부서기 등 거쳐 후난성 부서기로 이동해 후난성 수장에 오르는 등 고속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장쑤(江蘇)성 출신인 천 당서기는 장쑤성에서 사회생활을 출발했으나 1979년 상하이로 옮겨 잔뼈가 굵은 상하이방 인물에 속한다. 그는 시 주석이 상하이 당서기를 맡았을 때 상하이시 총공회 주석을 지낸 측근이라고 명보가 29일 전했다.  산둥(山東)성 출신으로 1974년 시짱자치구로 하방(下放·노동개조운동) 당한 이후 지금까지 생활한 ‘시짱맨’ 우잉제 당서기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인맥으로 통한다. 후 전 주석이 시짱자치구 당서기로 근무할 때 시짱자치구 교육과학위원회 실무를 담당하며 연줄을 잡아 끈끈한 유대감을 이어오고 있다. 시짱자치구를 떠나는 천취안궈(陳全國) 전 당서기는 정치국원급 자리인 신장(新疆)자치구 당서기로, 윈난을 떠나는 리지헝(李紀恒) 전 당서기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당서기로 각각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허난(河南)성 당서기 및 성장 시절 그를 지근거리에서 ‘모신’ 핵심 측근인 천 전 당서기는 시짱자치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내년 가을 제19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 때 당중앙정치국 위원 진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전 당서기는 지난 2월 “시진핑 당총서기라는 이 핵심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맹세한 지방 관리 중 한 명이다. 신장자치구는 장춘센(張春賢) 당서기와 전임 당서기 왕러취안(王樂泉)이 모두 정치국원으로 근무했다.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폭동과 테러가 빈발하는만큼 당내 핵심 권력인 정치국원을 당서기로 배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떠날 것으로 알려진 장춘셴 당서기는 중국공산당 당건(黨建)영도소조 부조장을 맡아 베이징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건영도소조는 시 주석이 과거 조장을 맡은 적 있으며 현재 류윈산(劉雲山) 당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조장을, 왕치산(王岐山)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자오러지(趙樂際) 당중앙조직부장이 부조장을 맡고 있는 핵심 요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신장자치구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무계신문(無界新聞)’에 시 주석 퇴진 요구 서한이 실린 사건의 주동자를 찾지 못한 점이 진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소멸 위기 제주語 연구 ‘외길’… 생활어 정착까지 ‘뚜벅뚜벅’

    [명인·명물을 찾아서] 소멸 위기 제주語 연구 ‘외길’… 생활어 정착까지 ‘뚜벅뚜벅’

    청나라를 건국해 한때 중국 대륙을 지배했던 만주족은 지금도 1000만명에 달해 중국 내 ‘제2의 소수민족’ 지위를 지킨다. 하지만 한족(漢族)에 동화되면서 자신들의 언어를 잃어버려 만주어는 거의 사문화됐다. 반면 뉴질랜드의 마오리부족 언어인 마오리어는 1960년대 전통 언어와 문화의 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퍼지면서 마오리족 어린이들에게 마오리어를 가르치는 ‘언어 둥지’ 프로젝트로 꺼져 가던 마오리어를 되살려 냈다. 마오리어는 현재 뉴질랜드 제2언어로서의 지위를 회복, 모든 공문서에 영어와 함께 적는다. 탐라 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제주어’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유네스코는 2010년 12월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로 등록했다. 지구촌에서 사라지는 언어 가운데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했다. 당시 유네스코는 전문가를 제주에 파견해 현장 방문과 답사, 한국어를 전공하는 전문가와 의견 교환, 각 지역 언어를 담당하는 유네스코 언어 전문가와의 토론 과정 등을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유네스코는 사라지는 언어를 1단계 취약한 언어, 2단계 분명히 위기에 처한 언어, 3단계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4단계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5단계 소멸한 언어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유네스코는 지구 상에 6700여개의 언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소멸됐거나 소멸 위기로 등록된 언어는 2473개다. 제주어는 추자군도를 제외한 제주 지역 전역에서 쓰는 제주 사람들의 언어로 타 지역과는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을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제주어의 주요 화자는 제주도에서 1950년대 혹은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또 전통 고유 어휘가 많이 보존돼 있어 제주어는 ‘고어의 보고’로도 불린다. 이런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 ‘제주어 명인’이 나섰다. 강영봉(67·제주대 명예교수) 제주어연구소장이다. 평생을 제주어 연구에 몰두해 온 그는 이달 초 제주시 영평동에 제주어를 조사·연구하고 교육할 제주어연구소를 설립했다. 강 소장은 21일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로 등록한 것은 부정적인 의미보다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해 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이며 더 발전적인 제주어 정책을 펼쳐 나가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어를 지켜내는 것은 제주의 정신과 문화를 지켜내는 것이며 연구소가 앞으로 그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삼양동 토박이인 그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언어학에 관심이 높았다. 제주대 초대 총장이자 제주어 연구의 선구자인 고(故) 현평효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스승의 뒤를 이어 평생 제주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2004년 현평효 선생 유족들로부터 선생이 평생을 바친 귀중한 제주어 연구 자료들을 넘겨받으며 스스로 제주어 보존에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꼈다. 강 소장은 곧바로 선생의 ‘제주도 방언연구’를 초고 삼아 1만 3800여 어휘의 제주어사전 제작에 들어갔다. 이후 10년 가까운 기나긴 작업 끝에 2014년 ‘표준어로 찾아보는 제주어사전’을 내놨다. 이 책은 제주 지역 학생, 교사, 일반인뿐 아니라 제주어를 모르는 외지인들에게 유용한 제주어사전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4년 10월부터 제주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주 사람들의 생활사를 제주어로 채록하는 작업을 시작해 올해 초 ‘제주어 구술 채록 보고서’ 24권을 발간했다. 지난해 2월 제주대를 정년퇴임한 이후에도 제주어 보존 기초 자료 구축을 위해 12개 읍·면을 돌며 채록 작업을 하고 있다. 연말에는 제주어 구술 채록 보고서 12권을 추가로 발간할 예정이다. 그는 “제주어를 일상에서 구사하는 1950년대 이전 출생한 시골 어르신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제주어는 정말 소멸 위기를 맞게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구술·채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어연구소는 앞으로 언어권에 초점을 맞춰 제주어를 체계적으로 수집·연구하고 더 나아가 제주어 교육을 통해 제주어가 생활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언어권이란 자신의 언어를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강 소장은 “제주어를 사용하는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표준어를 쓰라고 강권하는 것도 언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언어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제주어 보존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KT가 2004년 제주 지역 고객 콜센터를 폐지하고 전남에 통합하려 했지만 전남 지역 콜센터 직원의 제주어 소통 문제로 제주 콜센터를 존속시켰다”며 “이는 바로 제주 어르신들이 제주 언어를 사용할 권리, 언어권이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제주어를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다시 한 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되살리는 데 연구소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제주 사투리나 제주 방언이라는 말 대신 제주어라고 표기하는 것도 그의 일관된 노력이다. 강 소장은 “제주학 연구의 선구자인 석주명 선생이 제주 방언, 제주 사투리 대신에 제주어라는 표기를 처음 사용했다”며 “이는 제주어의 자존감, 나아가 제주의 정신과 문화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 사람들이 제주어로 제주정신을 탐색하고 제주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제주어가 사라진다면 본연의 제주정신은 퇴색할 것이며 전통적인 제주문화 또한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로 귀농 귀촌한 이주민들이 제주어 소통에 애로를 겪는 것과 관련, 강 소장은 “프랑스는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을 프랑스인으로 정의한다”며 “제주 이주민들도 제주어를 접하려고 노력하면 제주 토박이들과 마음을 열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제주어 보존을 위해 제주도가 2008년 마련한 ‘제주어 육성 보존 조례’가 형식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다”며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관심을 갖고 제주어 보존에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월드피플+] 20년 돌 깎아 ‘판타지 캐슬’ 세운 老석공

    [월드피플+] 20년 돌 깎아 ‘판타지 캐슬’ 세운 老석공

    20년의 세월을 오롯이 바위와 돌을 다듬어 평범한 산골짜기를 ‘환상의 성’으로 변화시킨 한 석공의 이야기가 중국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꾸이양(贵阳)의 외진 산골짜기, 화씨예랑구(花溪夜郎谷)의 주인 송페이룬(宋培伦·76) 이야기다. 그가 이곳에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것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 4명의 두상이 바위에 새겨진 러쉬모어(Rush more) 산을 방문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미국 대통령의 두상이 아니라, 근처 블랙힐즈에 새겨진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의 조각상이다.‘크레이즈 호스(성난말)’는 인디언의 전사 영웅으로 인디언들이 “인디언에게도 위대한 영웅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게 해달라”며 ‘성난말’의 조각을 코자크에게 부탁한다. 코자크는 러쉬모어 산의 미국 대통령 조각상에 참여했던, 당시 미국의 최고 조각가였다. 코자크는 1947년 5월 러시모어산에서 27㎞ 떨어진 블랙힐스에 러시모어보다 10배 큰 두상 조각을 시작한다. 그의 작업은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3대에 걸쳐 현재까지도 진행중이다. 송페이룬은 인디언들의 ‘우공이산(愚公移山)’ 이야기에 크게 감명받으며, 중국 꾸이저우(贵州)의 소수민족 문화를 지켜야 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침내 1996년 그는 대학교수직도 버리고, 명성 높은 ‘여미(旅美)예술가’ 및 ‘만화가’의 직함도 버리고, 일체의 모든 세속적인 것들을 뒤로 한 채 꾸이양의 가장 외진 산골짜기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그의 나이 56세, 그는 모든 열정과 인생을 바쳐 후대에 남길 작품을 만들고자 자녀를 키우듯 땅 위에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판타지 세계’를 세우는 재료로‘돌’을 선택했다. 나무는 산림 파괴가 불가피했고, 부패하기도 쉬었다. 금속은 녹이 슬고, 광석은 오염물질을 만들어 냈다. ‘예랑구’는 전형적인 카르스트지형으로 도처에 돌들이 널려 있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자연적이며, 가장 오랫동안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재료였다. 그가 생각한 ‘대지의 예술 작품’은 당연히 자연과 환경과 땅이 어우러져야 했고, ‘돌’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이 완성되면서 주변에서는 조속하고, 유치하다는 비방을 일삼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는 예술의 최고경지는 ‘적자지심(赤子之心·갓난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이요, ‘도법자연(道法自然·도는 자연을 닮는다)’이며, ‘반박귀진(返璞归真·애초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다)’에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흔들림 없이 순수하고, 자연을 닮은 작품들을 완성해갔다. 그는 돌로 만든 성을 ‘블록쌓기 놀이’라고 부른다. 그가 20년 전 이곳에 왔을 당시 마을 사람들은 바위산에서 채석한 돌을 내다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석공기술을 가졌고, 그가 그려준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돌을 쌓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과 함께 ‘블록쌓기’ 놀이를 20년 간 해오며, 마을 사람들을 ‘대지의 설계사’로 키웠다. 송페이룬에게 급여를 받아가며 일하던 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대가 없이 ‘예술작업’에 참가하며,‘영혼이 담긴 화원’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평범했던 골짜기는 꿈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판타지 캐슬’로 변화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는 돌로 만든 집에서 20년간 살아오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나이 아흔이 넘은 노모에게 인사를 올리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리고 조용한 산속을 거닐며, 다람쥐와 새들과 인사를 나눈다. 지난 20년간 세상과 동떨어진 이 곳에서 은거하며 살아왔지만, 최근에는 도시화의 진행이 이곳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6년부터 그의 영혼이 담긴 야랑구는 올해로 20살이다. 어느덧 석공장인이 된 그는 “야랑구를 20년은 더 보호해야 한다”면서 “20년 후면 야랑구도 40세가 될 것인데 야랑구가 스스로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 때까지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환상의 성은 영원히 완성할 수 없다”면서 "그의 모든 작품은 창작이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자연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텅쉰신원(腾讯新闻)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중국인도 혀를 내두르는 中 혐오음식

    중국인도 혀를 내두르는 中 혐오음식

    자고로 중국의 음식문화는 다양하고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독특한 재료, 희한한 요리법, 요리사의 상상력이 더해져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을 창조해 내곤 한다. 가끔은 이해 불가능한 재료들로 만들어 낸 ‘별종 음식’들도 눈에 띄는데, 최근 중국 온라인 매체‘미식미언(美食美言)’에 보도된 ‘별난 재료, 별난 음식’들을 소개한다. 1. 자혈육(紫血肉) 첸동난(黔东南) 동족(同族) 음식인 ‘자혈육’의 주재료는 돼지고기와 돼지피다. 여기서 쓰이는 돼지피는 반드시 복강혈(腹腔血)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요리시 피가 쉽게 응고되기 때문이다. 요리법은 매우 간단하다. 익힌 돼지고기에 돼지피를 섞어 먹는다. 우리나라에도 소나 돼지 피로 만든 선지 음식이 있지만, 고체 상태라 먹기에 그다지 역겹지가 않다 그러나 자혈육은 돼지피를 액체 상태 그대로 돼지고기에 부어 먹는다. 2. 변변어(便便鱼) ‘변(便)’은 대변(大便)의 ‘변’으로 배설물을 의미한다. 어려서부터 인간의 배설물을 먹고 자란 물고기를 뜻한다. 첸동난(黔东南) 지역에서 주로 먹는다. 3. 량반계혈(凉拌鸡血) 꾸이양(贵阳)의 유명한 간식으로 명칭 그대로 닭피에 조미료, 야채, 땅콩 등을 넣어 버무려 먹는다. 현지 훠궈(火锅·중국식 샤브샤브) 음식점에서 판매되며, 양혈작용 및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닭피는 반드시 깨끗하게 세척해야 하며, 청결하지 않은 경우 인체에 해롭다. 4. 찹쌀생고기(糯米生肉) 꾸이저우성(贵州省) 창순현(长顺县)의 별식요리다. 찹쌀에 생고기와 조미료를 섞어 항아리에 넣어 한달 간 밀봉한 뒤 꺼내 먹는다. 일반적으로 술안주로 즐겨 먹는다. 5. 취산(臭酸) 과거 냉장고가 없던 시절 먹다 남은 음식을 모아 밀봉한 뒤 효모로 만들었다. 한달 뒤 음식을 꺼내 다시 먹었다. 음식 모양새는 물론이요, 냄새 또한 심한 악취를 풍겨 중국인들조차 먹기를 꺼려하는 음식이다. 6. 자오씽 쥐구이(肇兴烤鼠) 꾸이양(貴陽) 자오씽(肇兴)에서는 가을 수확기가 되면 들에 나가 들쥐를 잡아 구워 먹었다. 들쥐를 불에 굽거나, 기름에 튀기거나, 간장에 삶는 등의 방식으로 요리해 먹는다. 7. 소똥훠궈(牛粪火锅) 이름만 보고 소의 분비물을 먹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음식은 소의 위에서 소화된 약초를 꺼내 훠궈(火锅)에 조미료로 사용해 먹는다. 8. 구붕장(狗蹦肠) ‘개고기 소시지’로 꾸이저우(贵州) 소수민족의 가정식 별미요리다. 9. 방귀벌레 볶음(炒放屁虫) 곤충을 먹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방귀벌레는 좀 특이하다. 그러나 ‘본초강목’에는 ‘구향충’이라 하여 신경성 위병, 신경우울증, 기력부족 등의 병에 큰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우선 방귀벌레는 온수물에 담궈 ‘냄새’를 제거한 뒤 말려 기름에 튀겨낸다. 여기에 고추, 산초열매, 미나리, 생강채, 박하채 등을 곁들여 먹는다. 중국 최고 잔인한 음식 한편 현재 중국에서는 금지된 ‘잔혹 음식’들도 있다. 동물들을 식재료로 삼는데, 동물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해서 현재는 금지된 음식이다. 중국에서 가장 잔인하기로 손꼽히는 음식은 싼쯔얼(三吱儿), 원숭이뇌(猴脑), 탄카오루양(炭烤乳羊), 카오야장(烤鸭掌) 등이 있다. ‘싼쯔얼’은 갓 태어난 새끼쥐를 산 채로 먹는 요리다. ‘쯔얼(吱儿)’은 새끼쥐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다. ‘싼쯔얼’이니 새끼쥐가 세번 ‘찍’하며 운다는 의미다. 막 세상에 태어난 새끼쥐가 접시에 담겨 나온다. 젓가락으로 살아있는 쥐를 잡아 올리는 순간 ‘쯔얼(吱儿)’, 쥐를 들어 조미료에 담그는 순간 ‘쯔얼’, 마지막으로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쯔얼’, 이렇게 세번 운다고 해서 ‘싼쯔얼’이다. ‘원숭이뇌’ 요리는 중간에 구멍이 뚫린 탁자에 2~4명이 둘러 앉아 구멍을 통해 원숭이 뇌를 들어올려 금속 테두리로 결박한다. 날카로운 칼로 두개골을 자르면 연두부 같은 원숭이 뇌가 보인다. 여기에 펄펄끓는 기름을 붓고, 다진 파를 얹어 수저로 젓는다. 계속해서 뜨거운 기름을 부으며 먹는다. 요리를 먹는 내내 원숭이의 참혹한 비명이 들린다. ‘탄카오루양’의 ‘루양(乳羊)’은 말 그대로 젖먹이 양을 뜻한다. 껍질은 바삭하고 고기는 부드러워 맛좋기로 유명한 음식이다. 그러나 이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끔찍하고, 잔인하다. 우선 출산에 임박한 어미양을 숯불에 올려 굽는다. 숯불이 어미양의 전신에 붙으면 칼로 배를 갈라 어미양을 꺼낸다. 이렇게 자궁에서 막 꺼내든 어린양으로 만든 요리다. 말은 젖먹이 양이지만 어미젖을 맛보기도 전에 인간의 식탁 위에 올라오는 것이다. 카오야장(烤鸭掌)은 오리발바닥 요리다. 조미료를 칠한 철판에 열을 가한 뒤 산 오리를 올려둔다. 오리는 뜨거운 열기에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오리 발바닥이 불에 익으면 오리는 산 채로 발목이 잘린다. 잘린 오리 발바닥이 식탁 위에 오른다. ‘미식’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라지만, 생명을 지닌 동물을 이토록 잔인하게 희생해 가며 만들어낸 음식이 과연 얼마나 ‘맛’과 ‘영양’을 주는지 의문이다. 지금은 ‘금지된 음식’이지만, 애초에 존재해선 안되는 음식이었지 않나 싶다. 사진=미식미언(美食美言), 바이두바이커(百度百克)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해외여행 | 타이완-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해외여행 | 타이완-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화려하지 않은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아름다운 것을 잘 발견해 내는 사람. 그런 당신이라면 타이동을 쉽게 사랑하게 될 테니. 타이동은 타이베이 송산 공항에서 비행기로 50분,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4시간 40분 소요된다. 평일의 경우 당일 예매가 가능하지만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타이동까지 가는 동안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항공은 오른쪽 창가에, 기차는 왼쪽 창가에 앉는 것이 좋다. 누가 타이동台東에 가야 할까?당신이면 좋겠다. 낮은 담 꽃길 사이로 걷는 오후의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어린 고양이 앞에서 발걸음을 오래 멈추는 그대. 핸드폰으로도 예쁘게 사진을 찍고, 가이드북의 형식적 추천보다 골목의 우연한 발견을 더 사랑하는 사람. 야시장의 생기로움과 한 잔의 맥주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 늦은 아침의 자전거 여행을 사랑하고 두렵도록 푸른 바다 앞에 서면 어느 순간 가슴까지 함께 일렁이는 그대. 걸음을 멈추고 문득 누군가를 그리워할 줄 아는 사람. 물들어 가는 노을과 바람에 눈과 귀 기울이고, 흔들리는 수천 개 등불에 마음 빼앗기는 사람. 풍경은 쉽게 잊어도 사람은 오래 기억하는 그대. 그런 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그렇다면 당신도 나처럼 타이동을 쉽게 사랑하게 될 테니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만나기 전부터 사랑할 것 같은 느낌 기내식을 주식처럼 먹을 정도까지 자주는 아니어도, 여행 좀 다녀 봤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감이 있다. 풍경에 대한 감각이다. 이곳을 내가 사랑하게 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직관적 느낌. 공항 문을 열고 낯선 곳의 첫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 택시 기사의 웃음과 마주쳤을 때, 햇살을 가리려고 경례하듯 손 그늘 만들며 도심 멀리 바라볼 때, 현지인의 그릇과 소품들에 마음 빼앗길 때, 그 느낌은 그냥 온다. 여행의 감이 오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감이 있다. 나의 경우 화려하고 높은 빌딩과 쇼윈도 속 명품 가방을 보고 감이 온 적은 없다. 호텔 앞 24시간 편의점을 보고 감이 온 적도 없다. 뉴요커와 파리지엥도 크게 나를 현혹시키진 못했다. 나의 감은 오히려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에게서 왔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 아이들의 웃음소리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잎들. 작지만 예쁜 카페의 불빛들. 조금 쓴 커피와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들. 그런 것들에게서 나는 여행의 감을 얻었다. 하지만 타이동은 조금 특이한 경우다.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로펠러가 달린 조그만 비행기를 타고 타이베이 공항을 출발했을 때, 오른쪽 창가에 앉은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눈부신 해변이었다. 크기를 짐작할 수도 없는 태평양이었다. 아름다웠다. 파도의 흰 거품이 맥주처럼 해안에 밀려와 넘치는데, 목마른 모래톱이 그걸 다 받아 마시고 있었다. 멀리 생각보다 웅장한 타이완의 산맥과 그 중턱의 마을들. 한 뼘 위의 구름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내가 곧 타이동을 사랑하게 될 것임을. 하늘로 오르는 등불 짐을 내리고 숙소를 나와 타이동의 길을 처음 걸을 때, 먼저 나를 반겨 준 것은 수천 개의 등불이었다. 멀리 하나씩 보이던 등불이, 광장 쪽으로 걸어 나오자 곧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고, 다시 골목을 하나 더 돌아 티에화춘鐵花村에 들어서니, 그곳은 이미 등불의 군락이었다. 열기구 모양의 등불은 각각의 무늬와 색깔 속에서, 마치 티에화춘 전체를 공중으로 몇 미터쯤 들어 올린듯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폐허였던 기차역과 주변을 완벽하게 문화의 중심지로 변화시킨 곳. 금요일마다 예술가들의 수공예품 마켓이 열리고 또 어떤 요일엔 달콤한 음악 공연이 열리는 곳. 오후의 햇살이 길게 비출 때 선로 위를 가만히 걸어 보거나 오래된 역사의 나무의자에 앉아 오지 않을 기차를 조금 기다려 보는 일. 어느 담벼락의 무늬를 배경으로 찰칵 사진을 담아 보는 일. 티에화춘의 낮 시간은 그렇게 사소한 일들로 한적하게 흐르고, 드디어 밤이 오면 온통 등불과 사람들로 반짝인다. 당신이 언젠가 티에화춘에 간다면, 그저 그 등불 아래에서 마음이 쉽게 흔들릴 수 있도록 경계의 벨트를 가만히 풀어 두면 된다. 섬세하게 만든 은반지와 고양이 모양 조각 비누를 하나쯤 사고, 예쁜 엽서와 노트를 구경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를 배경음으로 다시 수천 개의 등불 아래 앉으면 그뿐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당신의 안쪽에서 등불처럼 빛나는 어떤 얼굴 하나를 떠올려 봐도 좋다. 그것은 그리움일까 연민일까 고민하다가 남아 있는 미련을 조금 덜어 내 등불과 함께 날려 보내면 어떨까. 늦은 밤 그 시간이 되면 어차피 등불이 티에화춘을 날아 오르게 할 테니까. 당신의 마음도 함께 날아가고 있을 테니까. 티에화춘鐵花村옛 철도 역사와 인근 부지를 예술촌으로 만들어 보존했다. 옛 역사와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철로를 걸어 볼 수도 있다. 매일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며 주말에는 예술 수공예품 마켓도 열린다. 밤에는 수천 개의 등불이 아름답게 불을 밝힌다. No. 26, Lane 135, Xinsheng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비에 젖은 꽃잎, 맑은 웃음, 좁고 예쁜 골목 택시를 타고 갈 때 볼 수 없었던 풍경을, 걸으면서 다 보았다. 속도의 눈속임 속에 숨겨져 있던 타이동의 모습들이었다. 사람 손길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들은 구두 수선집 낮은 지붕 위에 자리를 잡았고, 과일 가게 옆에는 귀 접힌 어린 강아지가 졸고 있었다. 작은 카페들이 조화를 이루며 골목을 채웠다. 어디와 비슷하다고 말하면 좋을까. 북적이기 전의 서촌과 비슷하고 합정역 어느 골목과 닮았을까. 줄무늬 천막으로 비를 겨우 가린 노점의 작은 식당이 있고, 옆으로 간판이 예쁜 베이커리가 있는데 둘 다 각자의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어울렸다. 오후의 소나기와 만나라고 화분을 밖으로 내어 놓은 상점들과 손으로 우산을 든 채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타이동의 풍경이었고, 길을 물으면 친절히 알려 주는 웃음들이 또한 그대로 타이동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라면 타이동과 어울릴 것이라고. 화려하지 않은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아름다운 것을 잘 발견해 내는 사람. 공산품보다 수공예품을 더 좋아하며 일상에 아무리 바빠도 한나절의 여유로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주말이면 가방에 책 한 권쯤 담고 떠나는 사람. 그저 사람들 몰려가는 곳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을 오래 지켜 가는 사람. 경주와 군산, 통영의 골목을 천천히 걷다 돌아와도 참 좋은 여행이었다고 추억하는 사람. 그날 오후에 걸었던 타이동의 거리는 내게도 충분히 그런 곳이었다. 무심코 찾아 들어간 카페에서 나눈 간단한 대화는 정겨웠고, 커피는 향긋했으며, 망고 케이크는 입에서 모음처럼 부드럽게 녹았다. 그날 짠맛 아이스바를 물고 투명한 햇살 아래서 걸을 때, 타이동이 내게 다시 한 번 알려 줬는지도 모른다. 바빠지려고 여행을 온 게 아니라,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여행을 온 것이라고. 그러니까 여행에선 바쁘지 않아야 하는 법이라고. 진팡빙청津芳冰城40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완 전통 빙수집. 팥빙수를 닮은 다양한 빙수와 짠맛이 가미된 아이스바를 맛볼 수 있다. 타이동 야시장 입구 근처에 있다. No. 358, Zhengqi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886 8 932 8023 아이스바 TWD35(한화 약 1,300원) 나무 그늘 아래 쌀국수 한 그릇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오후에 그냥 걷는 것. 두 번째 날의 전체 일정이었다. 타이동은 그렇게 느긋한 계획에 어울리는 여행지다. 좌표를 찍듯 어딘가를 찾아 가서 인증하고 높이와 면적을 자랑하는 건물에 줄 서서 들어가는 일은, 적어도 타이동에서는 필요 없는 일이었다. 멀리 시외로 나서면 계곡이 있고, 바람이 높게 불어 여름마다 열기구 축제가 열리는 언덕도 있다 했지만, 시내는 그저 낮고 한가로울 뿐이었다. 쌀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설명이 있었고 여행자라면 한 번쯤 들러 간다는 쌀국수집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보리수나무 아래 쌀국수집’. 우리말로 풀어 쓰면 그 정도 이름인 곳. 수십년 전 어느 나무 아래 노점의 작은 국수집으로 시작하여, 이제 번듯한 식당이 된 곳이다. 한적한 골목 사이로 걷고 도로를 두 개쯤 건너 식당에 도착했을 때, 조금 놀랐다. 오전 11시가 막 지났을 뿐인데, 이미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 쪽으로 주방의 풍경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 바쁜 손놀림이었다. 성성한 흰쌀면을 다발처럼 담아 국물로 적신 후 싱싱한 가츠오부시를 가득 얹어 끝없이 식탁으로 날랐다. 쌀이 좋고, 가츠오부시가 좋아서 더 맛있는 쌀국수가 된다는 설명이다. 생각보다 국물이 시원했다. 식탁 위의 고추소스를 조금 덜어 국물에 풀자 매콤함이 면에 부드럽게 스몄다. 짧고 쉽게 부서지는 면은 숟가락으로 떠서 마시듯 먹기 좋았다. 한국인의 속도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이마의 땀을 닦고, 그제야 식당을 살펴보니, 현지인들은 한 손에 신문을 들고 천천히, 아이와 눈 맞추며 천천히, 친구와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이 타이동의 속도였다. 나는 그 속도로 천천히 오후의 골목을 걷기로 했다. 타이동에서는 타이동의 속도를 지키는 것이 도리이므로.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롱슈시아 쌀국수榕樹下米苔目· Rong Shu Xia Rice Noodles타이동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 맑은 국물과 가쓰오부시 속 희고 투박한 쌀국수면이 특징이다. 건면과 탕면이 있다. 탕면을 먹을 경우 식탁 위에 있는 고추소스와 식초를 적당히 넣으면 매콤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No. 176, Datong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950 +886 963 148 519 09:30~15:00, 17:00~20:00 (15:00~17:00 Break Time) 탕면 기준 TWD40(한화 약 1,500원) 가난하지만 풍부한 사람들 얼마 전까지 타이동 아이들의 소원은 맥도날드를 먹어 보는 것이었다. 매일 바닷가재만 먹는 가난한 생활이 싫어 부모님께 투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타이완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문명의 상점은 멀고 바다에서 오는 풍성한 선물은 가득하다. 물론 지금은 맥도날드와 나이키, 5층짜리 백화점도 들어와 있지만.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수백만년 동안 서로를 밀어내면서 저절로 깊은 계곡과 산맥이 형성된 곳. 울창한 삼림 아래로 모래 해변이 끝도 없이 이어지다가 어느 곳에서는 바위로 절경을 보여 주는 곳. 태평양과 가장 가깝게 닿은 기차역이 있고 빈랑槟榔 열매를 오래 씹어 이가 모두 붉게 물든 노인들이 많은 곳. 해안의 기괴한 바위들과 산호초들이 명품이며, 인근해의 난류 속에 어자원이 풍성하여 마치 줍듯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산에서 무너져 내려온 암석들에서 쉽게 옥과 보석이 발견되는 곳. 코로 피리를 연주하고, 꽃무늬 전통 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이 고산지역에서 옛 풍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으며 낙농업이 발달하여 전국의 우유를 책임지는 곳이 타이동이다. 타이완 일주여행의 마지막 코스. 휴가 때 정말 쉬려고 현지인들이 찾아오는 현지인의 여행지. 진한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땅. 부처의 머리 모양을 닮은 과일 석가로 유명하고 야자수 나무들이 인가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고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많고 태평양을 손으로 만질 수 있으며, 야시장에서 현지인들과 앉아 과일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잊을 수 있는 곳이 타이동이다. 그리고 타이동은 자전거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도로들과 길고 먼 삼림과 호수, 멀리 바다로 고기잡이 떠난 남자를 기다리다 반쪽의 꽃이 됐다는 처녀의 전설이 있으며 그 꽃 뒤로 먼 수평선이 끝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내가 만난 타이동, 내가 들은 타이동은 그렇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방식으로 타이동을 만나게 될 터. 타이동에서 당신의 골목과 당신의 사람은 당신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당신도 쉽게 타이동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 일종의 확신으로 말하는 것이다. 자전거 하나로 행복한 길 숙소에서 전기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보니, 좋았다. 어디선가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 보기로 결심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츠샹池上을 권했다. 기차와 버스로 쉽게 갈 수 있는 곳. 유명한 쌀 생산지로, 타이완 사람들이 쌀의 고향이라 부른다 했다.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하여 몇 시간쯤 자전거를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치샹에 닿으니 역 앞으로 몇몇 자전거 대여점이 보였다. 3시간쯤 달릴 수 있다는 전기자전거를 택했다. 도시락도 구입했다. 그 지역 최고 품질의 쌀로 만든 도시락, ‘츠샹판바오’를 앞 바구니에 실었다. 달리다 느끼는 허기를 채워 줄 것이다. 목적지는 완안萬安 지역의 바이랑따다오伯朗大道로 정했다. 푸른 논 사이로 곧게 뻗은 도로가 아름답고, 영화배우 금성무가 광고를 찍은 덕으로, 타이완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지역이었다. 조금은 낯선 전기 자전거의 작동 방법을 시험해 본 후 지도를 보고 출발했다. 몇 미터쯤 비틀거렸다. 그러나 이내 나는 라이더가 되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한참 달리니 온통 들판이었다. 푸른 논 사이사이로 잘 닦여진 도로가 곡선과 직선으로 길게 펼쳐졌다. 이제는 익숙해진 핸들로 그 사이를 달렸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니, 그저 풍경과 자유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은 타이완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지만, 그곳에는 나와 내가 탄 자전거 하나만 있는 듯 느껴졌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현실에서 멀리 떠나와 낯선 곳을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 여행이라는 자유와 자전거라는 자유가 함께 만나, 모든 것을 잠깐 잊게 해주는 것. 때마침 비도 내렸다. 비가 왜 두려우랴. 비닐 우비를 꺼내 입고 즐겁게 소리 지르며 달렸다. 자전거로 달렸다. 누군가가 그때 내게 물었다면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최고의 순간이라고. 여행이 최고이며, 자전거가 최고라고. 만약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물었다면 답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들이 그곳에서 최고였다. 츠샹池上 자전거 도로 끝없이 펼쳐진 논 사이를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츠샹역에 내려 바이랑따다오伯朗大道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계절에 따라 푸른 녹색과 황금들녘, 만발한 유채꽃이 펼쳐진다. 곧게 뻗은 일직선 도로와 ‘금성무 나무’로 불리는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타이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타이동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으며 반나절 코스로 선택하면 좋다. 도시락과 비닐 우비까지 챙겨 가면 완벽. No. 259, Zhongxiao Rd, Chishang Township,Taitung County 노랑 고양이의 하품, 옥빛 조약돌의 ‘샤르륵’ 뜻밖의 장소에서 기대하지 않던 최고의 순간을 만날 때도 있다. 그것이 여행이다. 가고 싶은 곳만 갔을 때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일. 타이동 여행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내키지 않은 채 출발했던 ‘샤오예류小野柳’와 ‘산시엔타이三仙台’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난 것. 모래 암석들이 경관을 이룬 샤오예류는 수만년의 시간이 응축된 곳이었다. 해안에 가득한 기묘한 바위들은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감탄을 주진 않았다. 어느 나라에선가 더 큰 바위를 만났던 적도 있었고, 그런 풍경도 쉽게 잊힌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내가 그곳에서 받은 선물은 오후의 고양이었다. 지질학 체험관 뒤에서 늘어지게 한숨 자고 있던 타이동의 노란 고양이. 손으로 가만히 등을 쓸어 주니 친근한 태도로 내 손등에 머리를 비볐다. 온전한 기대와 신뢰의 표현이었다. 어느 날 당신 앞으로 그 고양이가 걸어와 손등에 머리를 기댈지도 모른다. 저 멀리 암석들과 열대의 나무들과 태평양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고양이와 나누는 잠깐 동안의 공감. 여행에 있어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산시엔타이는 오래된 전설이 드리운 곳이다.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가면 먼 태평양과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꼭 가보라 했다. 의미가 풍경을 형성하고, 전설이 더해질 때 더 아름다워지는 곳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내게는 오히려 와 닿지 않았다. 전설의 의미를 잘 알 수 없었고, 공감이 생기지 않았다. 실망하여 되돌아가려는데 어디선가 ‘샤르륵샤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아름다운 소리였다. 해안에 수많은 옥빛 조약돌들을 태평양의 파도가 밀어서 적시고, 다시 되돌아갈 때 물과 돌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파도가 한번 밀려오면 조약돌이 옥빛으로 물들고, 파도가 건너가면 일제히 ‘샤르륵’ 소리를 내는 것. 물속에서 수십만 개의 조약돌이 내는 합창, 아니 물과의 협연. 가만히 해안에 앉아 오래도록 그 소리를 들었다. 타이동에 오길 잘했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느긋한 속도와 연한 간지러움 같은 기분들. 순박한 사람들. 초록의 잎과 붉은 꽃들. 물렁한 과일들. 풍성한 해산물과 정겨운 골목들. 지붕들. 타이동에 오길 잘했다. 나의 감이 적중한 것이다. 이제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tourtaiwan.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한국계 호주인 임다미 유로비전 준우승 쾌거

    한국계 호주인 임다미 유로비전 준우승 쾌거

    올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호주 대표로 참가한 한국계 임다미(27)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로 61회째인 이 대회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텔레비전 행사로, 과거 인기 그룹 ‘아바’를 배출하기도 했다. 임다미는 14일 밤(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대회 본선에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를 열창해 2위를 차지했다. 임다미는 먼저 발표된 참가국별 심사위원단 점수(50%)에서는 단연 1위를 기록해 우승이 기대됐으나 시청자 점수(50%)에서 막판에 역전을 당했다. 임다미가 부른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는 파워 발라드곡으로, 호주 히트곡 제조사인 ‘DNA 송스’가 만든 곡이다. 임다미는 예선부터 참여한 정식 호주 대표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서 2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임다미는 호주 최고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경력을 바탕으로 올해 이 대회에 참가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9살 때 호주로 온 임다미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는 호소력으로 2개의 앨범을 내며 호주와 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우승은 ‘1944’를 부른 우크라이나 대표인 성악가 출신 재즈가수 자말라가 차지했다. 자말라의 자작곡인 이 노래는 이슬람 소수민족 타타르족이 1944년 소련 당국에 의해 크림반도로부터 추방당한 고통을 다룬 곡으로, 자말라는 이 민족의 후손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자레프는 3위에 그쳤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과 미국에서도 처음 생중계돼 시청자 수가 2억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사투리, 그저 불편한 언어일까요?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사투리, 그저 불편한 언어일까요?

    중국 유학시절 일이다. 현지에 도착한 뒤 텔레비전을 켜고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엄청난 수의 지역방송채널이었고, 두 번째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불문하고 모든 채널에서 자막을 병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공중파 및 각종 케이블 채널을 막론하고 우리말을 쓰는 프로그램에서 우리말 자막을 볼 수 있는 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굳이 이런 수고를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사투리 때문이다. 땅덩어리도 큰데다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에는 그만큼 다양한 언어가 존재한다. 기본적인 문법의 골자는 유사하지만, 심하게 ‘외국어스러운’ 억양과 발음, 성조의 차이 때문에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투리는 같은 국경 안에서도 의사 소통을 어렵게 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표준어에 비해 뒤떨어지는 언어형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투리는 단순히 지역 언어의 차원을 뛰어 넘어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의 언어든,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필요하다. 제2외국어가 필수로 인식되는 현대에서, 사투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사투리가 존재하지 않는 언어는 거의 없다. 사람의 목소리가 저마다 다르듯 말하는 방식에 따라 그것이 사투리로 들리기도 한다. 물론 사투리와 표준어 간의 눈에 띄는 차이점은 있다. 예컨대 영어의 경우, 사투리와 표준어의 발음을 결정짓는 것은 모음이다. 전문가들은 모음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사람일수록 표준어에 가까운 영어를 구사한다고 본다. ●상인들의 언어 필요해 생긴 말 사투리의 시 근래에 들어 유독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영국 영어에도 사투리가 존재한다. 런던 토박이들은 현지 사투리인 ‘코크니’(Cockney)를 사용하는데, 코크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표현의 차이다. 예컨대 런던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코크니어를 표기하고 있는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이 비밀번호(PIN)를 뜻하고, ‘소시지 앤드 매시’(sausage and mash)가 현금(cash)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코크니의 기원은 확실치 않지만, 오래 전 템스강 하구에 형성된 시장의 상인들은 일반 고객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하는 자신들만의 언어가 필요했고, 이렇게 생겨난 것이 코크니 사투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어 역시 일부 사투리는 단순히 억양이나 발음의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수도 없이 쓰는 단어 중 ‘무슨’ ‘무엇’이라는 뜻의 ‘什?‘는 표준어로 ‘션머’(shenme)라고 말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대명사 ’?‘를 써서 ’샤‘(sha)라고 읽기도 한다. 글자와 음은 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수도 베이징에도 공식 중국 표준어인 푸통화(普通?)와는 다른 베이징 사투리가 있다. 예컨대 혀를 아래로 말아 발음해야 하는 권설음이 강하고 단어나 문장 끝에 ‘얼’(?·er)을 자주 쓰기 때문에, 베이징 사투리를 ‘얼화’(?話)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얼화와 권설음이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 ●“사투리 자제해야 사업 성공” 구설 오르기도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해당 언어가 가진 사투리는 어렵다기보다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사투리의 ‘편의성’을 둘러싸고 다양한 인식이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구설에 오른 유명인도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2013년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예측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강한 외국인 억양을 가진 최고경영자는 ‘나쁜 징조’(bad indication)를 보인다는 것이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강한 억양을 가지고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수 있고, 관용적인(idiomatic) 영어를 사용한다면 조금 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강한 억양을 고치지 않으면 창업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현지에서는 폴 그레이엄이 강한 억양이나 사투리와 같은 ‘다른 억양’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폴 그레이엄의 ‘주장’과 달리 다양한 억양을 가진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 인지능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벨기에 브뤼셀대학교 등 공동 연구진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두 가지 방언(표준어와 특정 지방의 사투리)을 모두 쓸 줄 아는 어린이와 여러 국가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어린이는 단일 언어만 사용하는 어린이에 비해 기억과 집중력, 인지적 유연성이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 고스란히 살아있는 언어 지키려 노력을 사투리는 저마다의 매력이 뚜렷하다. 한국어의 경우, 사투리는 서울말과 달리 투박하거나 구수한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굳이 과학적, 언어학적 혹은 문화·역사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사투리만이 가진 고유의 색깔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다채롭다. 그러나 ‘사투리의 위기론’이 고개를 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배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식의 이유로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외국인 모두에게서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지역 고유의 언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꾸준히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문화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언어, 사투리를 지키려는 노력과 그에 대한 다국적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외국어, 사투리…그리고 진실과 편견

    [송혜민의 월드why] 외국어, 사투리…그리고 진실과 편견

    중국 유학시절 일이다. 현지에 도착한 뒤 텔레비전을 켜고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엄청난 수의 지역방송채널이었고, 두 번째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불문하고 모든 채널에서 자막을 병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공중파 및 각종 케이블 채널을 막론하고 우리말을 쓰는 프로그램에서 우리말 자막을 볼 수 있는 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굳이 이런 수고를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사투리 때문이다. 땅덩어리도 큰데다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에는 그만큼 다양한 언어가 존재한다. 기본적인 문법의 골자는 유사하지만, 심하게 ‘외국어스러운’ 억양과 발음, 성조의 차이 때문에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투리는 같은 국경 안에서도 의사 소통을 어렵게 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표준어에 비해 뒤떨어지는 언어형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투리는 단순히 지역 언어의 차원을 뛰어 넘어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의 언어든,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필요하다. 제2외국어가 필수로 인식되는 현대에서, 사투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사투리와 표준어의 차이 사투리가 존재하지 않는 언어는 거의 없다. 사람의 목소리가 저마다 다르듯 말하는 방식에 따라 그것이 사투리로 들리기도 한다. 물론 사투리와 표준어 간의 눈에 띄는 차이점은 있다. 예컨대 영어의 경우, 사투리와 표준어의 발음을 결정짓는 것은 모음이다. 전문가들은 모음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사람일수록 표준어에 가까운 영어를 구사한다고 본다. 근래에 들어 유독 한국인들이 선호하기 시작한 영국 영어에도 사투리가 존재한다. 런던 토박이들은 현지 사투리인 ‘코크니’(Cockney)를 사용하는데, 코크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표현의 차이다. 예컨대 런던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코크니어를 표기하고 있는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이 비밀번호(PIN)를 뜻하고, ‘소시지 앤드 매시’(sausage and mash)가 현금(cash)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코크니의 기원은 확실치 않지만, 오래 전 템스강 하구에 형성된 시장의 상인들은 일반 고객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하는 자신들만의 언어가 필요했고, 이렇게 생겨난 것이 코크니 사투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어 역시 일부 사투리는 단순히 억양이나 발음의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수도 없이 쓰는 단어 중 '무슨' '무엇'이라는 뜻의 '什么‘는 표준어로 ‘션머’(shenme)라고 말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대명사 '啥'를 써서 '샤'(sha)라고 읽기도 한다. 글자와 음은 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수도 베이징에도 공식 중국 표준어인 푸통화(普通话)와는 다른 베이징 사투리가 있다. 예컨대 혀를 아래로 말아 발음해야 하는 권설음이 강하고 단어나 문장 끝에 ‘얼’(儿·er)을 자주 쓰기 때문에, 베이징 사투리를 ‘얼화’(儿話)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얼화와 권설음이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 ◆사투리를 둘러싼 말, 말, 말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해당 언어가 가진 사투리는 어렵다기보다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사투리의 ‘편의성’을 둘러싸고 다양한 인식이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구설에 오른 유명인도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2013년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예측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강한 외국인 억양을 가진 최고경영자는 ‘나쁜 징조’(bad indication)를 보인다는 것이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강한 억양을 가지고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수 있고, 관용적인(idiomatic) 영어를 사용한다면 조금 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강한 억양을 고치지 않으면 창업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현지에서는 폴 그레이엄이 강한 억양이나 사투리와 같은 ‘다른 억양’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업의 성공 여부를 억양으로 판가름하는 폴 그레이엄의 ‘주장’과 달리 다양한 억양을 가진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 인지능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벨기에 브뤼셀대학교 등 공동 연구진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두 가지 방언(표준어와 특정 지방의 사투리)을 모두 쓸 줄 아는 어린이와 여러 국가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어린이는 단일 언어만 사용하는 어린이에 비해 기억과 집중력, 인지적 유연성(여러 지식의 범주를 넘나들고 연결 지으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고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 상황적 요구에 탄력성 있게 대처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연구에서는 2개의 언어를 학습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정보를 습득하는 뇌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는데, 이번 연구는 더 나아가 같은 언어라 할지라도 여러 방언을 사용할 줄 안다면 뇌에 같은 효과를 준다는 것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사투리 보존의 필요성 사투리는 저마다의 매력이 뚜렷하다. 한국어의 경우, 사투리는 서울말과 달리 투박하거나 구수한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굳이 과학적, 언어학적 혹은 문화·역사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사투리만이 가진 고유의 색깔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다채롭다. 그러나 ‘사투리의 위기론’이 고개를 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배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식의 이유로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외국인 모두에게서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지역 고유의 언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꾸준히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문화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언어, 사투리를 지키려는 노력과 그에 대한 다국적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복숭아꽃 자리에 다문화

    복숭아꽃 자리에 다문화

    각국 전통 공연… 동남아 음식도 ‘복사골’은 복숭아꽃이 많이 피는 마을에 붙는 이름이었다. 경기 부천에선 소사의 옛 지명이었다. 봄이 되면 분홍빛 복숭아꽃이 만발하는 부천시에서 다음달 5~8일 ‘제32회 복사골예술제’가 열린다. 부천시는 이번 예술제 슬로건을 ‘통통’(通通)으로 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부천의 봄은 물과 길이 어디든 통하고, 통통 튕겨 오르는 봄의 리듬을 타고 함께 축제를 즐긴다는 뜻이다. 복사골예술제는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성하다. 어린이날인 5일 시청 특설무대에서 육군 17사단 군악대의 모듬북 공연이 개막을 알린다. 이어 팝페라 공연과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슈퍼주니어’ 성민의 특별공연이 열린다. ‘애인 있어요’로 유명한 가수 이은미의 열정적인 무대가 축제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다음날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종합공연세트로 연극제 ‘코미디 레시피’가 시청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7일에는 러시아 해외공연단이 출연한다.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 ‘별주부전’과, 추억의 놀이 이벤트로 딱지치기, 윷놀이도 마련됐다. 어버이날인 8일에는 각국 전통공연이 중앙공원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베트남 전통예술단의 ‘낭선가’가 소수민족의 ‘므응춤’으로 즐거움과 평화로움을 표현한다. 일본 비천팀은 홋카이도 어부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소란부시춤’을 선보인다. 시청 특설무대에선 복사골 국악제가 개최된다. 영화 ‘서편제’의 여주인공 오정해 명창 등이 출연한다. 축제의 양념인 버스킹 공연도 준비됐다. 부천북부역 마루광장 프린지무대에선 생활문화예술 동호회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예와 끼를 펼친다. 축제에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동남아를 대표하는 베트남 쌀국수와 월남쌈, 중국 왕만두·꽈배기, 태국 팟타이, 인도네시아의 전통빙수를 맛볼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바나나튀김과 인도의 케바브 등도 있다. 김만수 시장은 “복사골 예술제는 보기 드문 러시아공연 등 국내외 예술공연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먹거리 체험을 함께 즐기기에 좋은 축제”라며 “가정의 달을 맞아 어른, 아이 등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복사꽃 고운 부천서 축제의 향연 아롱지다

    복사꽃 고운 부천서 축제의 향연 아롱지다

    ‘복사골’은 복숭아꽃이 많이 피는 마을에 붙는 이름이었다. 경기 부천에선 소사의 옛 지명이었다. 봄이 되면 분홍빛 복숭아꽃이 만발하는 부천시에서 다음달 5~8일 ‘제32회 복사골예술제’가 열린다. 부천시는 이번 예술제 슬로건을 ‘통통’(通通)으로 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부천의 봄은 물과 길이 어디든 통하고, 통통 튕겨 오르는 봄의 리듬을 타고 함께 축제를 즐긴다는 뜻이다. 복사골예술제는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성하다. 어린이날인 5일 시청 특설무대에서 육군 17사단 군악대의 모듬북 공연이 개막을 알린다. 이어 팝페라 공연과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슈퍼주니어’ 성민의 특별공연이 열린다. ‘애인 있어요’로 유명한 가수 이은미의 열정적인 무대가 축제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다음날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종합공연세트로 연극제 ‘코미디 레시피’가 시청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7일에는 러시아 해외공연단이 출연한다.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 ‘별주부전’과, 추억의 놀이 이벤트로 딱지치기, 윷놀이도 마련됐다. 어버이날인 8일에는 각국 전통공연이 중앙공원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베트남 전통예술단의 ‘낭선가’는 소수민족의 ‘므응춤’으로 즐거움과 평화로움을 표현한다. 일본 비천팀은 홋카이도 어부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소란부시춤’을 선보인다. 시청 특설무대에선 복사골 국악제가 개최된다. 영화 ‘서편제’의 여주인공 오정해 명창 등이 출연한다. 축제의 양념인 버스킹 공연도 준비됐다. 부천북부역 마루광장 프린지무대에선 생활문화예술 동호회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예와 끼를 펼친다. 예술제의 마지막은 ‘이미희 필 무용단’이 장식한다. 예술제 기간에는 부천미술제도 기획됐다. 축제에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동남아를 대표하는 베트남 쌀국수와 월남쌈, 중국 왕만두·꽈배기, 태국 팟타이, 인도네시아의 전통빙수를 맛볼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바나나튀김과 인도의 케바브 등도 있다. 김만수 시장은 “부천 전통의 복사골 예술제는 보기 드문 러시아공연 등 국내외 예술공연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먹거리 체험을 함께 즐기기에 좋은 축제”라며 “가정의 달을 맞아 어른, 아이 등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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