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증권집단소송’
“2003년 발생한 분식회계를 향후 시행될 증권집단소송법에 적용될지 여부는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다만 예상 매출액을 전년 재무재표에 계상한 점은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됩니다.”(정귀호 전 대법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기업체 임원과 변호사,회계사,학계,정부,사법부 등 전문가 5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증권집단소송 모의재판을 열었다.
‘미리 가본’ 증권집단소송 재판장은 원고·피고측 변호사간 치열한 설전으로 실제 재판장을 방불케 했다.그동안 분식회계로 발목을 잡힌 기업측 주장과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본 주주들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돼 내년부터 시행될 증권집단소송의 파괴력을 가늠할 정도다.
#쟁점1 2003년 발생한 분식회계 사실이 2005년 시행되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적용대상이 되는가.
원고측은 “2005년 공시된 재무제표상에 분식회계 사실이 나타나기 때문에 당연히 적용 대상”이라고 주장했다.반면 피고측은 “분식회계가 최초로 발생한 시점은 법 시행일인 2005년 1월 1일 이전이므로 적용 대상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쟁점2 취득한 주식가액과 처분한 주식가액의 차액을 일괄적으로 배상토록 규정한 현행법을 가변적인 유통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피고측은 “당시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 등을 고려해야 하고,분식회계 공시와 소송이 제기되면서 하락된 주가는 피고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고측은 “현행법상 손해배상액의 산정이 명문화돼 있는 만큼 규정대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모의재판은 미국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투자사인 ‘해머캐피탈’의 영업소 소장 마이클(원고)이 ㈜둥글레전자(피고)의 분식회계상 ▲2003년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비용 처리하지 않고 이연시켜 재무제표를 작성 ▲2006년 매출 예정액을 2005년 재무제표에 계상한 것에 대해 둥글레전자와 대표이사,둥글레전자의 회계법인 ‘참신’과 담당회계사를 상대로 집단손해배상 청구한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재판장역을 맡은 정귀호 변호사(전 대법관)는 “연구개발비 이연은 경영상의 판단으로 회사와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매출 예정액을 전년 재무재표에 계상한 점은 일부 손해배상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전경련측은 “이번 모의재판을 계기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해석 기준이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취득한 주식가액과 처분한 주식가액의 차액을 일괄적으로 배상토록 규정한 현행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특히 “도출된 문제점에 대해 향후 정부와 사법부에 제도 보완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모의재판은 김성만 변호사(법무법인 이일 대표)와 정기돈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법률 파트너),김선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법률)가 각각 주심판사,배석판사,예비판사를 맡았다.
원고 소송대리인으로는 정주교 변호사(삼보종합법률사무소)와 조준완 변호사(법무법인 신우),피고 소송대리인으로는 이두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와 서석호 변호사(서맥법률사무소) 등 현직 법조인들이 대거 참석해 분식회계를 둘러싸고 열띤 공방전을 벌였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