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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책 안 읽는 사람 기업에도 쓸모없다/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열린세상] 책 안 읽는 사람 기업에도 쓸모없다/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가을이면 늘상 여러 군데에서 개최하던 독서 캠페인도 금년에는 눈에 잘 안 뜨인다. 각종 스캔들, 대선정국 등 소설보다 재미있는 일이 하도 많으니 독서한다고 캠페인 해봐야 헛수고이기 때문일까? 작년 실시한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해 동안 책을 한권도 안 보았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4분의 1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주당 독서시간은 3시간 정도로 세계에서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통계는 없지만 청년층의 독서량은 아마 더욱 한심할 정도일 것이다. 주5일제 근무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독서량은 좀처럼 늘지 않고 인터넷 서핑이 늘어난 여가시간을 꿰차고 있다.‘먹고살기 힘든데’,‘취직시험 공부도 바쁜데’ 등 독서를 모면하고자 하는 변명은 100가지도 넘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취직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보아야 한다. 책은 삶의 지혜를 준다. 현명하게 먹고사는 방법도 책 속에 있다. 책 읽을 시간에 인터넷 가십에 천박한 댓글 올린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동남아의 청년들도 우리보다 책을 더 가까이한다. 요즘 취업의 관건은 면접이다.“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연상되는가.”하는 질문에 “물입니다.”하는 ‘물’ 같은 답을 하는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면접관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최소한 ‘팥빙수’는 나와야 되고 ‘지구온난화’까지도 나와야 된다. 이처럼 기업에서는 상상력과 창의력, 또 다양한 지식으로 연결된 이야기 구성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같은 능력들은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지구온난화’를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취업 후에도 기획부서, 개발부서 등 핵심부서에서 쓰여지고 승진도 고속이다. 요즈음 CEO 등 기업 간부들의 독서량은 만만치 않다. 이미 이 시대의 기업경영은 ‘지식경영’이고 ‘창조경영’이기 때문에 간부가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빈곤하고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진다. 그래서 그들은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책을 읽을 시간이 없으면 독서클럽 같은 데라도 가입하여 화제가 되는 저서의 요약설명이라도 듣는다. 이는 앞서가는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기들이 못 미치는 분야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이를 기업경영으로 연결시키려고 든다.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직원들이 인터넷 검색으로 도저히 찾아주지 못한다. 다양한 책을 보아 자기한테 축적된 지식의 조합을 통해서만 녹아나올 수 있다. 또 책을 찾지 못하는 변명 중의 하나로 “너무 책이 많아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또는 “습관이 안 돼 있어서 책장 넘기기가 힘들다.” 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다 서점에서 이책 저책 뒤적거리다 결국 들고 나오는 책은 ‘혁신의 길’,‘유능한 CEO가 되는 길’,‘재테크 이 책 한권으로’ 등과 같은, 처음엔 공감도 안 가고 재미도 없는 트렌드 서적들이기 쉽다. 한권으로 교양과 부를 사려는 욕심은 결국 독서를 생활에서 밀어내고 그 책은 서가에서 정물화가 된다. 만화도 좋고 추리소설도 좋고 수필도 좋고, 재미있고 읽기 쉬운 책부터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기 TV드라마와 영화를 각색한 책도 좋다. 우선 책과 친해져야 하며 무엇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고 무엇을 상상할 때 가장 생각이 꼬리를 무는지 파악해 이런 분야에 맞는 책을 고르면 된다. 그리고 차차 독서의 레벨을 높여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한 1년만 책을 읽으면 언젠가 자기가 문득 상당한 지식의 소유자가 되고 자기 말에 책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취업준비자는 어떠한 면접에도 전방위적 대응이 되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기업은 이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 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 [Local] 토지문학관 인근에 작가마을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 선생이 거주하는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토지문화관 인근에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작가마을이 조성될 전망이다. 박경리 선생의 정신과 업적을 계승하고 국내외 작가의 창작활동 지원과 예비작가 양성을 위해 64억여원을 들여 4만 7500㎡ 규모로 조성된다. 시는 사업 예정지 일대에 대한 기초 조사를 마친 데 이어 박경리 선생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2012년쯤 완공할 예정이다. 작가마을은 최대한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해 문학을 비롯해 음악·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게 된다. 이곳에는 테마가 있는 전원택지도 함께 조성된다.원주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이주의 책갈피]

    ●유레카 2008대입논술 파이널 유레카엠앤비(www.eurekaplus.co.kr)가 수능 이후 짧은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논술고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출시한 패키지 상품. 주요대의 모의 논술과 예시문제를 심층 분석한 ‘2008대학별 모의 논술고사 해설집’, 논술시험에 나올 만한 40개 핵심 쟁점을 정리한 ‘유레카논술 엄선 논술쟁점40’, 유레카 논술 실전첨삭지도 2회 이용권 등으로 구성됐다. 인문계형과 자연계형이 있다.●엄마의 쪽지편지 소설가로서 10여년간 세 아이에게 편지를 써 온 저자의 편지 340편을 가려 모았다.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 내용이 실리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부모 자식간 대화가 부족한 시대, 엄마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창해.9800원.●‘가르쳐 주세요’시리즈 초등학생을 위한 과학 교양서.‘노벨상 수상자와 채팅합시다´라는 부제처럼 수학·물리·화학·생물 등 분야별로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과 사회에 미친 영향, 성장 과정 등을 만화와 그림 등으로 재미있게 알려준다. 아인슈타인과 아레니우스 등이 출간됐다.80권까지 나올 예정이다. 일출봉. 각권 1만 1000원.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100년뒤 기온1.1~6.4℃ 상승 해수면 최소 18㎝ 오른다

    100년뒤 기온1.1~6.4℃ 상승 해수면 최소 18㎝ 오른다

    |파리 이종수특파원|‘지구 기온 최고 섭씨 6.4도, 해수면 최소 18㎝ 상승’기후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금세기 말에 맞닥뜨릴 지구의 자화상이다.2020년에는 아프리카 인구 2억 5000만여명이 사막화의 증가로 물부족에 직면하고 아시아 지역은 해안가 삼각주들이 범람할 전망이다. 올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위원회(IPCC)는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4차 보고서를 채택하고 폐막했다. 지난 6년 동안의 연구를 총정리한 이번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인간이 방출한 온실가스로 초래되고 진행되는 현상임을 지적했다. 또 1900년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0.8도 상승했고, 해수면은 10∼20㎝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산업혁명 이후 3분의1가량 늘어났고 1990년부터 2004년까지 28%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1970년을 기준으로 하면 2004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0%가 늘어나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인류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일부 동·식물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를 방치하면 금세기 말 지구 표면의 온도는 1.1∼6.4도까지 상승하고, 해수면도 최소 18㎝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자연계에 미치는 온난화의 피해는 이미 공상 과학소설에 나오는 것만큼이나 섬뜩한 정도”라며 “각국 정부는 IPCC 보고서의 제안대로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vielee@seoul.co.kr
  • 중국 소설가 류전윈의 ‘핸드폰’

    소설가 황석영과 김훈이 기자들 몇몇과 술자리에 앉았다.8일 전북 전주의 한 호텔에서였고,‘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11월7∼14일) 개막식을 마친 밤이었다. 황석영은 중국에서 참가한 한 소설가 이름을 거명했다. 황석영은 “모옌과 더불어 중국 최고의 작가”라며 그를 극찬했다.“중국 문화혁명세대 작가들에게 서구가 환호하는 것은 문혁을 질타하고 중국시장을 개방하려던 의도와 일맥상통한다.”면서 “반면 그의 소설은 바로 오늘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인의 생활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석영이 문혁세대 작가들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한 ‘그’는 바로 류전윈(劉震雲·49)이다. 황석영은 3년 전 국내에서 처음 출간된 그의 ‘닭털 같은 나날’(소나무)에 발문을 쓴 바 있다. 최근 류전윈의 2003년작 ‘핸드폰’(황매)이 번역·출간됐다. 소설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1969년 탄광 생활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 옌셔우이의 어린 시절(1부)은 옌셔우이가 유명 토크쇼 사회자로 활동하는 2003년(2부)으로 점프하고, 다시 1927년 옌셔우이의 가계도 안에서 벌어진 에피소드(3부)로 ‘플래시백’한다. 소설 소재 ‘핸드폰’은 발전한 시대상의 표징이다.‘옌셔우이 아버지 시대’와 ‘핸드폰의 시대’는 말의 양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하루에 열 마디도 하지 않고도 일상 생활에 무리가 없던’ 옛날에 비해, 오늘날 핸드폰으로 유통되는 엄청난 양의 말(言)은 진실과 거짓이 구분되지 않는다. 작가의 문제의식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류전윈은 중국 ‘신사실주의’ 작가의 대표주자다.1990년대 이후 중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일컫는 신사실주의는 “있는 그대로의 생활이 예술보다 더 힘이 있다.”고 믿는다. 황석영이 “지금까진 잘 빠져나갔는데 앞으론 중국 당국이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할 만큼 문학을 통한 류전윈의 사회비판엔 늘 서늘한 날이 서 있다.‘닭털 같은 나날’만큼 직설적이진 않으나,‘핸드폰’ 또한 환경파괴와 사회양극화라는 중국 경제성장 이면을 꼬집는 류전윈 문학의 기본 맥을 잇는다. ‘핸드폰’은 중국 출간 한 달 만에 22만부가 팔렸다.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고, 소설과 영화를 본 부부의 이혼율 급증은 ‘사회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조만간 그의 또 다른 소설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조경란 장편소설 ‘혀’

    바람이었다. 빽빽한, 틈 없는, 짙은 안개 같은, 인간 내면을 가만가만한 언어로 헤집어온 글에선 늘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글이 지나가며 만들어낸 여백으로 바람은 불어들었고, 마음 흔들려 생긴 여백 안에 독자들은 ‘조·경·란’(38)이란 소설가를 새겨 기억했다. 다시 바람이다. 여자와 남자, 그리고 남자의 새 애인. 사랑과 미움, 그리고 복수. 진부한 구도다. 진부한 구도로 설계한 장편소설에서 또 바람이 끓는다. 제목이 ‘혀’(문학동네 펴냄)다.12일 책 출간기념 낭독회(서울 홍대입구 ‘이리카페’)에 모인 독자들 앞에서 조경란은 거듭 물었다.“‘혀’란 제목이 엽기적인가요?” 소설 ‘혀’가 엽기적이진 않다. 지나간 사랑으로 처절했던 이들에게, 소설은 애써 봉합한 생채기를 지독하게 후벼댈 뿐이다. 그 가만가만한 언어가 이번엔 무척 따갑다. 가슴 속 엉킨 실타래를 차분히 풀어내는 ‘조경란 표’ 글, 그 잠잠함을 기대한 독자들은 ‘혀’를 통해 ‘새로운 조경란’을 만나고, 충격 받고, 가슴 먹먹해하며,‘혀’ 이후의 ‘또 다른 조경란’을 기다리게 됐다.‘사랑 후’를 집요하게 포착한 ‘혀’에선 이전보다 더 메마른 바람이 분다. 사용한 도화지는 진부하지만, 조경란이 그려낸 풍경화는 생경하다.‘음식=식욕=성욕=사랑’이란 등식의 물감을 칠한 까닭이다. 먼저 음식. 소설 ‘혀’는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2001, 문학과지성사) 이후 6년 만의 장편이다. 단편집 ‘국자 이야기’(2004, 문학동네)가 나온 지도 3년이 지났다. 그는 “글이 써지지 않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슬럼프를 극복하려 가장 쓰고 싶은 글감을 생각했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아우성들을 누르고 음식 이야기가 솟아났다. 주인공은 요리사 지원이다. 지원의 입에서 언급되는 음식과 식재료는 웬만한 요리전문가 아니면 듣도 보도 못한 이름들이다. 티라미수, 래디시, 카망베르, 살라미, 카프레세, 락사, 타르트, 브레첼…. 지원은 감정도 음식으로 표현(“고독은 눈을 침침하게 하고 정신을 흐리는 바질” “슬픔은 먼 데까지 향이 퍼지는 까슬까슬한 오이”)한다. 어쩌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음식일 듯싶다. 다음 식욕과 성욕.“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지원이 자신을 떠나는 남자 석주에게 한 말이다. 지원에게 사랑은 따뜻한 음식 한 끼 해먹이는 것과 같다.“위로받고 치유받고 쾌락을 얻기 위한 행위란 점에서 음식을 먹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같다.”고 작가는 말한다. 음식을 감각하는 기관인 혀는 연인의 몸을 감각하는 성기다. 혀는 두 개의 욕망을 잇는 통로다.“내 혀의 돌기들”은 곧 “수천 개의 미각유두들”이다. 작가는 소설 내내 식욕과 성욕의 이미지를 중첩시킨다.“그의 잘 말린 자두처럼 쭈글쭈글한 음낭” “포도주에 절인 복숭아같이 둥글고 붉은 빛이 도는 그녀 엉덩이”…. 석주와 그의 새 애인 세연의 섹스 장면은 마치 질긴 고기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 고단한 저녁식사 같다. 마지막으로 사랑.“한 사람은 변하고 한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면 그 사랑은 비참하고 항구적이며 잔인해진다.”고 조경란은 썼다. 석주에게 만들어주는 지원의 마지막 요리는 ‘송로버섯 곁들인 혀 요리’다. 지원은 요리재료 ‘싱싱한 암홍색 혀 150그램’을 세연의 입안에서 구했다. 오래 앓는 사랑은 독이다. 조경란이 요리한 ‘글의 성찬’에선 이빨을 쪼개는 굵은 모래 알갱이가 씹힌다. 사랑이 끝나고 또 바람이다. 몹시 분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책꽂이]

    ●노동을 거부하라(크리시스 지음, 이후 펴냄) 책을 쓴 크리시스는 독일 뉘른베르크를 거점으로 활동한 좌파 그룹. 소비사회에서의 노동이란 노동하지 않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 행해야 하는 것이 됐으므로 책은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코페르니쿠스적 시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상품생산 체제에서의 노동을 거부하고 노동을 삶 자체로 재통합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자고 제안한다.1만 5000원.●색맹의 섬(올리버 색스 지음, 이마고 펴냄) 미국 컬럼비아대학 메디컬센터 임상신경학ㆍ임상정신의학 교수로 재직 중인 지은이가 어떤 부분을 상실한 인간이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를 탐색했다. 그 접근법이 소설처럼 흥미롭다.‘리티코 보딕’이란 특이 풍토병을 앓는 환자들의 사연, 사라져가는 원시생명들의 이야기가 수려한 자연풍광을 병풍삼아 펼쳐지는 ‘맛있는’ 책이다.1만 4000원.●대단한 책(요네하라 마리 지음, 마음산책 펴냄) 일본인 러시아어 동시통역가가 죽기 직전까지 읽은 책 이야기를 186편의 글에 나눠 실었다. 소개되는 책은 390권. 책의 부제(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처럼 지독한 다독가였던 저자의 책읽기 열정이 게으른 독서습관에 죽비를 내려친다.“새로운 언어를 익히기 위한 가장 고통이 적은 수단 역시 독서”라고 주장하는 책이다.2만 7000원.●유럽의 미래(알베르토 알리시나·프란체스코 지아바치 지음,21세기북스 펴냄) “조만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유럽은 경제적·정치적 몰락을 피할 수 없다.”는 단언 아래 전개되는 책이다. 개방을 통한 무한경쟁을 지향하는 미국식 자유주의에 주목하고, 유럽이 살아남으려면 우선 미국의 시장자유주의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주장한다.1만 8000원.●아버지가 없는 나라(양 얼처 나무·크리스틴 매튜 지음, 김영사 펴냄) ‘여인국’이라 불리는 중국 윈난성 오지의 모쒀족 이야기. 모쒀족의 딸로 태어나 미국 일본 등에서 가수, 모델로 활동해온 작가가 서양인류학자와 함께 책을 썼다. 사랑과 가정경제 등에서 여자가 주도권을 쥔 모계사회의 독특한 문화를 통해 현대 가족제도의 기반을 되돌아봤다.1만 1000원.●뉴 소사이어티(피터 드러커 지음, 현대경제연구원북스 펴냄)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1950년 저작이나, 국내에는 처음 완역돼 나왔다. 책이 주장하는 새로운 사회란 대량생산 혁명이 가져온 산업사회로, 드러커 사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드러커는 새 사회에서 경영자뿐 아니라 말단 근로자까지 모든 공정을 숙지하는 관리자적 안목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2만원.●뒤샹, 나를 말한다(마르크 파르투슈 엮음, 한길아트 펴냄) 기성제품을 전시장으로 옮겨놓는 혁신적 기법으로 미술개념의 본질을 뒤흔든 마르셀 뒤샹의 전기.1913년 미국 아모리쇼에 ‘계단을 내려가는 나체’를 내놓아 뉴욕 화단을 뒤흔든 사연 등 전위미술의 선구자로 살았던 뒤샹의 발자취를 그의 발언과 미술사가이자 평론가인 저자의 해설을 곁들여 꼼꼼히 더듬었다.1만 7000원.●백범 어록(김구 지음, 돌베개 펴냄) ‘백범일지’ 주해본을 낸 창원대 도진순(사학과)교수가 사진 100여장과 함께 엮었다. 귀국 회견, 우파 청년과의 담화, 임정 환영대회 답사,3·1절 경축사, 남북연석회의 축사 등 백범의 어록과 관련 언론기사들을 통해 만년의 백범 행적을 읽을 수 있다. 분단과 통일문제를 다룬 어록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1만 3000원.
  • 김려령씨 ‘창비청소년 문학상’

    창비는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으로 김려령(36)씨와 그의 장편소설 ‘완득이’를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창비는 “그동안 청소년 문학에서 아쉬웠던 활력 만점의 소년 주인공을 잘 그려내 청소년 독자는 물론 젊은 독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김씨는 이번 수상으로 올해 마해송 문학상,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등 주요 아동문학상 3개를 석권하게 됐다. 시상식은 내년 2월 열린다.
  • [내 책을 말한다] 스토리 철학 18/들녘 펴냄

    큰 출판사와 작은 출판사의 차이라면 기획의 방향, 자금력, 저·역자의 인맥, 마케팅 전략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기준이 있다. 이를테면 책을 ‘제품’으로 부르냐 아니냐다. 대형 출판사는 대개 책을 제품으로 여긴다. 하긴, 한 달에 10여 권씩 책을 발간하는 출판사라면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책도 제품인 건 분명하지만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될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고리타분한 엄숙주의 때문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말해도 책은 대체재가 없다. 이 과자가 싫으면 저 과자를 먹으면 되고, 이 식당의 비빔밥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저 식당으로 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책의 경우에는 원하는 내용의 책이 없다고 해서 다른 책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을 읽고 싶은데 그게 없다고 ‘전쟁과 평화’를 읽을 수는 없으니까. 모든 책은 고유하다. 책을 ‘제품’으로 총칭하기 어려운 이유다. ‘남경태의 스토리 철학 18’이라는, 저자의 이름을 내건 책을 준비할 때 나는 고유성을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잡았다. 철학을 알기 쉽게 풀어낸 책들은 시중에 꽤 나와 있다. 고유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책들과의 차별성이 필요하다. ‘대중철학서’라고 뭉뚱그려지는 책들의 공통점은 철학과 생활을 결부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현상에서 철학적 실마리를 끌어내고 그것을 먹기 좋게 가공해 독자들에게 먹여주려 한다.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기 쉬운 철학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좋은 방법일지는 모르지만, 그럴 경우 철학은 도덕이나 종교와 다를 게 없어진다. 실제로 종교의 시대인 유럽의 중세에는 교회가 철학·신학을 일반 대중에게 그런 방식으로 풀이해 주었다. 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많은 비유도 마찬가지다. 흔히 철학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답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와 더 관련이 깊다. 대중철학서라고 해서 철학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철학적 상황’을 연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가 이 책에 수록된 열여덟 가지 상황인데, 실은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순전히 철학적 사유를 훈련하기 위한, 어떤 면에서는 매우 작위적인 상황들이다. 우선 철학적 주제들로 주체, 언어, 무의식, 이념 등의 개념들을 선택하고, 각 주제와 연관된 상황들을 창작했다. 투명인간도 나오고, 악마와 계약한 자도 나오고, 마르크스와 레닌도 가상의 대화를 나눈다. 이것이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스토리’다. 그런 다음에 각 스토리에 맞는 철학적 해제를 붙였다. 작가가 되려는 꿈조차 꾸어본 적이 없었기에 창작의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으나 보람은 있다. 독자들에게 생각의 즐거움을 맛볼 놀이터를 제공했고(제품!), 콩트, 대화, 일기, 심지어 SF의 형식까지 차용하는 다양한 창작의 고통과 즐거움을 누려 봤으니까. 남경태 번역가
  • 韓·美·日·英 국민들의 휴대폰 사용문화는?

    휴대폰으로 주로 뭐하세요? 최근 중국의 한 리서치 회사가 세계 각국의 휴대폰 사용용도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인터넷 시장 조사 기관인 ‘아이리서치’(ireseach.com.cn)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각 나라의 휴대폰 사용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다음은 ‘아이리서치’가 조사한 세계 각국의 휴대폰 문화. 1. 한국 최근 한국 고등학생 500여명을 상대로 ‘휴대폰 사용의 습관 및 태도’를 조사한 결과 고등학생 중 33%이상이 매일 휴대폰을 이용해 벨소리를 다운로드 하거나 SMS(단문메시지서비스)를 90개 이상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평균 10분에 한번씩 휴대폰을 이용하며 상대방에게 곧바로 답장메세지나 응답이 없을 경우 심리적인 불안감과 조급함을 나타내는 등 잘못된 휴대폰 사용습관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지난 6월 한달 동안 한국인이 사용한 SMS는 총 20억개가 넘어 SMS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로 뽑히기도 했다. 2. 미국 미국인들은 휴대폰으로 SMS를 보내는 비율보다 이메일을 보내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92%의 사용자가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매우 익숙하다.”고 답해(2007년 8월 조사) 미국인들에게 휴대폰이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주요 통신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있다. 3. 영국 15세이상 65세 이하의 휴대폰 사용자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77%가 단 한번도 휴대폰을 이용해 벨소리를 다운로드 하거나 MMS(컬러메일과 같은 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대폰에는 단지 통화, 문자서비스, 알람, 카메라등 4가지 기능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영국인들의 관념에 많은 영국 이동통신 회사들이 눈물을 머금고 있다. 4. 일본 최근 ‘모바일 소설’이 베스트 셀러 10위안에 드는 등 휴대폰을 이용해 소설을 읽는 것이 젊은 층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고등학생에서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이 같은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휴대폰 소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 사이트에서는 지난 7년 동안 100만부 이상의 소설이 휴대폰으로 다운로드 되는 등 ‘휴대폰으로 소설 읽기’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문화마당] 눈 떠라, 눈 떠. 참담한 시대가 온다/송기원 소설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더군다나 정치의 꼭짓점이라고나 할 대권을 향한 마지막 일분일초이다 보니, 여권이나 야권을 불문하고 어디에서든 그 열기가 지나쳐 자칫 흉흉한 살기마저 감돈다. 대권을 잡겠다고 나선 얼굴들의 어디에도 일말의 여유라고는 없이 정말로 너 죽고 나 살자는 막가파식이다. 기왕에 얼굴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한 마디 하자면, 기이하게도 누구든지 대권을 잡겠다고 나서기만 하면 그날부터 하나 같이 전혀 다른 얼굴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내가 아는 사람마저도 어어, 저 사람이 저런 얼굴이었나, 싶게 얼굴이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도저히 그런 얼굴이라고는 만들 것 같지 않은 새로운 사람마저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철판 같은 얼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으로 굳어져 차라리 인성(人性)마저 상실해 버린 얼굴, 대권을 향한 감출 수 없는 욕심만이 비지처럼 더덕더덕 겹을 이룬 얼굴, 금방이라도 대권이 손안에 들어올 듯한 착각으로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얼굴, 맙소사, 바로 그런 얼굴로 소위 한 표들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저마다 분장사까지 두고 분장을 한 채 길거리의 싸구려 여인처럼 억지웃음을 흘리는 얼굴. 그 얼굴들이 대권 경쟁의 막바지에 이르자 이제는 애오라지 혼자만이 살아 남기 위하여 흉흉한 살기마저 더 이상 감추지 않은 채 무슨 인플루엔자처럼 한반도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 얼굴들을 볼 때마다 나는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시인 황동규의 ‘삼남에 내리는 눈’이란 시의 한 구절을 소리 내어 읊는다.‘눈 떠라, 눈 떠. 참담한 시대가 온다.’ 그리고 보면 문민정부에서 국민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에 이르는 동안이 그래도 행복했다. 그 시절에는 그나마 어딘지 모르게 자신들이 잡고자 하는 대권, 그리고 소위 정치에 대한 코딱지만한 순정이라도 있었다. 대권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을 쓰러뜨리려 하지만 적어도 오늘 같이 흉흉하고 인성마저 상실해 버린 막가파식은 아니었다. 벌써부터 그런 코딱지만한 순정이라도 그립다. 대중도 그렇다. 이미 저 얼굴들에게 더 이상의 무슨 순정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풀풀 썩은 냄새가 나는 얼굴이라도 ‘잘 살게만 해준다면 그까짓 썩은 냄새는 얼마든지 참는다.’는 식이다. 무슨 떼기로 뒷돈거래를 했던 이도 ‘어차피 믿을 놈 없는 세상에 그 정도야 어때?’ 식이다. 어차피 이루어지지도 않을 무슨, 무슨 공약 따위는 더 이상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옆에서 형제가 굶주리든, 병들어 죽든 간에 퍼주지 말고 바로 나만 더 퍼주면 된다. 역설적으로 보면 오늘날의 흉흉한 살기는 저 세 정부를 지나면서 이미 싹튼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저 정부들이 오늘의 살기를 만들어낸 원흉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다. 세 정부를 지나면서 보다 확실해진 것은 정치가 더 이상 다른 분야의 상위개념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누구도 더 이상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식으로 가름하지 않는다. 유신시절, 군사깡패시절, 오로지 정치만이 한반도 위에 우뚝 서서 독야청청 군림하며 독재하던 시대는 사라졌다. 그렇다. 누가 뭐래도 사람들은 더 이상 정치를 상위개념으로 믿지 않는다. 이제는 문화야말로 상위개념이다. 문화, 경제, 사회, 정치 순이다. 누가 대권을 잡고, 그리하여 어떤 식으로 사탕발림을 해도 이제 정치는 하위개념이다. 정치는 마지못해 맨 마지막에 놓이는 지지리도 못난 집안망신감일 뿐이다. 단언하건대, 이번에 대권을 잡는 이는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이가 될 것이다. 욕으로 하루해가 뜨고 욕으로 하루해가 저무는 악몽의 나날이 시작될 터이니, 지금부터 미리 그이에게 한 마디 한다.‘눈 떠라, 눈 떠. 참담한 시대가 온다.’ 송기원 소설가
  • [사고] 2008 서울신문 신춘문예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신문 신춘문예가 한국 문학의 미래를 열어갈 참신한 문재(文才)를 찾습니다. 모집 분야는 단편소설·시·시조·희곡·문학평론·동화 등 6개부문입니다. 문학을 향한 열정과 패기로 가득찬 예비 문인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 모집 부문 및 상금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시조(3편 이상) 20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동화(30장안팎) 150만원 ※장 수는 200자 원고지 기준 ■ 마감 2007년 12월14일 금요일(우편접수는 14일자 소인까지 유효) ■ 보내실 곳 100-745 서울시 중구 태평로1가 25 서울신문사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 앞 ■ 당선작 발표 2008년 1월1일자 서울신문 지면 ■ 응모 요령 -응모작은 기존에 어떤 형태로든 발표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같은 원고를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투고하거나 표절로 인정될 경우 당선을 취소합니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원고는 반드시 A4용지로 출력해 우송하십시오. 팩스나 이메일 원고는 받지 않습니다. -겉봉투에 ‘신춘문예 응모작’이라고 붉은 글씨로 쓰고, 원고 끝에 이름(필명인 경우는 본명), 주소, 연락처(집·직장 전화, 휴대전화)를 적어주십시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 문의 서울신문 문화부 (02)2000-9192∼6
  • [부고] 퓰리처상 두번 받은 美작가 노먼 메일러 사망

    노벨 문학상 단골후보로,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인 노먼 메일러가 10일(현지시간) 숨졌다.84세. 지난달 폐 수술을 받았던 메일러는 급성신장 질환으로 숨졌다고 가족들이 밝혔다. 메일러는 미 뉴저지주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1948년 2차 세계대전 당시 군 복무 경험을 소재로 한 첫 소설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를 펴내 일약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1968년엔 베트남 전쟁반대 시위를 하다 잠시 구속됐던 경험을 토대로 쓴 ‘밤의 군대’로 처음 퓰리처상을 받았다.1979년엔 미국 대법원이 1976년 사형제도를 처음 도입한 뒤 최초로 처형된 살인범 개리 길모어의 삶과 죽음을 다룬 ‘사형집행자의 노래’로 생애 두번째 퓰리처상을 거머쥐었다. 한때 시대정신의 대변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상 시즌마다 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됐지만, 카프카처럼 결국 마지막까지 수상의 영예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는 좌파 주간지 창설에도 관여했으며 뉴욕 시장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회고록 ‘고백’ 출간 원로배우 최은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회고록 ‘고백’ 출간 원로배우 최은희

    문득 ‘여자의 일생’이 떠오른다. 이미자가 불렀다.‘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산전수전을 다 겪은 70대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노래다. 그랬다. 슬퍼도 여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달래어가며 살아왔다.1950년대 간통죄 1호라는 비난 속에 이혼과 재혼을 거듭하면서 두 아이의 입양과 남편 외도로 낳은 자식 둘을 키웠다. 그리고 목숨을 건 두번의 납북과 탈출, 망명생활…. 정말이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멸의 영화배우라고 한다. 영원한 은막의 스타 최은희씨. # 장면1 1978년 1월 어느날, 최은희가 홍콩 여행 중 바닷가를 구경하려고 항구에 정박 중인 보트에 탔다. 이때였다. 보트의 주인이라는 건장한 남자가 시동을 걸더니 “최선생, 지금 우리는 김일성 장군님의 품으로 갑니다.”고 했다. 몸부림치는 최은희를 밧줄로 묶고 항구밖에 정박 중인 화물선에 강제로 옮겨졌다. 8일 후, 최은희를 실은 배가 남포항에 도착했다. 안경을 낀 한 남자가 마중을 나왔다. 그는 “오시느라 수고했습네다, 내레 김정일입네다.”고 했다. 이어 김정일과 최은희는 리무진에 나란히 동승했다. # 장면2 1983년 3월 어느날. 최은희는 김정일이 베푸는 연회에 초대를 받았다. 이때였다. 회색양복을 입고 머리를 짧게 깎은, 아! 전 남편인 신상옥 감독이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망설이는 순간,“포옹 좀 하지, 왜 그러고만 서 있소.” 김정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동무들, 신 선생은 이제부터 내 영화 고문이오. 최 선생은 조선의 어머니요. 이번 4·15 위대한 수령님의 생신을 기해서 두분의 결혼식을 여기서 올립시다.”라고 했다. # 장면3 1986년 3월13일.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했던 신상옥·최은희 부부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외신기자들과 기자회견을 앞두고 일본 교도통신의 에노키 기자에게 ‘미국대사관으로 망명을 하려 하니 협조바람´이라는 쪽지를 슬쩍 건넸다. 다음날 이들 부부는 에노키와 함께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미 대사관으로 향했다.3명의 남자가 탄 또다른 택시가 뒤를 쫓았지만 따돌리고 미국 대사관으로 진입했다. 이때 대사관 직원은 연분홍 장미 한송이를 불쑥 내밀며 “Welcom to the west”라고 했다. 이 밖에도 영화같은 장면은 수없이 많다. 최씨는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자서전을 펴냈다. 화려한 인기여배우로서뿐 아니라 한 여자로서의 치부와 평탄치 않았던 인생길 등을 솔직하게 털어놔 눈길을 끌고 있다.6·25때 헌병대장에게 겁탈당했던 아픔 등을 비롯해 광복과 전쟁, 분단, 군사정권 등 격동의 세월속에 온몸이 던져졌던 생활을 담담하게 고백했다.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집약한 한편의 다큐멘터리 그 자체였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강대교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최씨를 만났다.“노년이 된다는 것은 많은 굴레로부터 자유를 얻었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른다.”면서 “여자의 치부까지 드러내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자서전 발간소감을 피력했다. 직접 쓴 육필원고냐고 했더니 “글쓰는 전문가에게 일부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대부분 내가 직접 썼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글쓰는 사람들은 겨울에는 따뜻한 온돌에서,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편하게 쓰는 줄 알았는데 직접 써보니까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며 웃는다. ●고해성사 하는 마음으로 자서전 집필 “북한에는 9년 동안 있었는데 5년 동안 연금상태에서 혼자 지내다가 신 감독과 재결합하면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탈출하기 직전까지 2년 3개월 동안 모두 17편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북한영화에 출연자와 해설자막을 넣은 것이 우리가 처음이었지요.‘불가사리’나 ‘임꺽정’은 최근에도 TV에 나온다고 전해들었어요.” 최씨는 이어 납북됐을 당시에는 겁이 나고 북한당국이 미웠지만 나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침체된 북한의 영화산업을 잘 부흥시켜달라는 진심어린 주문을 받았을 땐 기분 나쁘지마는 않았다고 술회했다. 또한 연회에 초대될 때마다 자신이 기쁨조에 동원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웠지만 김 위원장은 그런 기색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건강을 묻는 등 예우에 신경을 써줬다고 부연했다. 하루는 김 위원장 생일에 초대를 받았을 때 아들 김정남과 부인을 직접 소개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매주 금요일에 연회가 자주 열리는데 여러번 참석하면서 김 위원장 여동생 김경희·장성택 부부, 당시 김영남 외교부장 등과도 합석했다. 연회 참석때에는 입구에 코냑잔을 쭉 늘어놓는데 빈속에 두어잔씩 들이키도록 해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신 감독은 매사에 치밀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북한에 있는 동안 하루 2∼3시간 자면서 영화제작에 몰두했지요. 탈출 시나리오도 전적으로 신 감독이 짰지요.” 이래저래 최씨의 삶은 굴곡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는 경기도 광주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화국에 다니는 공무원이었다. 고달픈 그의 인생길은 1947년 ‘새로운 맹세’로 영화계에 데뷔하면서 시작됐다. 미모와 연기력으로 이름이 점차 알려지면서 구애하는 남자가 많았다. 결국 18세때 영화촬영기사와 결혼했다. 하지만 가난과 성격차이 등으로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던 6·25때 최씨는 정훈공작단원으로 전장에 참가했으며, 인민군에 의해 강제 납북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 최씨는 이같은 일로 부역혐의를 받았고 헌병대장에게 조사받던 중 권총협박으로 겁탈까지 당하는 일생일대의 수모를 겪는다. 악몽같았던 전쟁은 끝났지만 평화는 오지 않았다. 남편의 잦은 폭력 등으로 별거생활에 들어갔다. 그러던 1954년 3월, 신상옥 감독한테 “우리 평생, 영화를 같이 합시다.”는 거듭된 프러포즈를 받고 서울시내의 허름한 여인숙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이때 전 남편이 간통혐의로 고소하게 되자 언론매체에서는 ‘간통죄 1호’라는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다뤘다. 최씨는 신 감독과의 결혼생활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자 아이 둘을 입양해 키운다. 그러던 1977년 어느날, 신 감독이 후배 영화배우 오수미와 사이에 아이 둘을 낳았다는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는 결혼 23년 만에 이혼도장을 찍었다. 최씨 부부는 미국 망명생활 때 이들 네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가 1992년 오수미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마지막 가는 길까지 지켜주었다. 이들 부부는 1999년 영구귀국하면서 국내에서 재기를 하는 듯 했으나 C형 간염을 앓아오던 신 감독이 병석에 드러눕자 최씨는 병간호에만 전념했다. 안타깝게도 신 감독은 2006년 4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여생 신감독이 못 다한 일에 바칠 것” 최씨는 요즘 신 감독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욱 절절하다. 재혼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서로 교환한 18K금반지를 자꾸 만지작거린다. 그의 가운데 손가락에는 신 감독의 반지까지 나란히 끼워져 있다. 현재 최씨에게는 비록 배아파 낳지는 않았지만 자식 넷이 있다. 큰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화계에서 일하고 있고 둘째아들은 미국에서 경찰이 됐다. 큰딸은 네 아이의 엄마로, 둘째딸은 연극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평범한 주부가 됐다. “여생을 신 감독이 못다한 것에 바쳐야죠. 기념사업회도 만들고, 또 신 감독이 오랜 세월 간직해 왔던 대본이 있으니 누군가 영화제작을 해줬으면 좋겠고요….”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0년 경기도 광주 출생 ▲43년 경성기예학교 다니던 중 극단 ‘아랑’입단 ▲47년 ‘새로운 맹세’로 영화계 데뷔 ▲51∼53년 극단 ‘신협’ 배우로 ‘마의태자’‘햄릿’ 등 다수 출연 ▲53∼76년 신상옥 감독과 ‘신필름’설립, 영화 ‘무영탑’‘여자의 일생’ 등 130여편 출연 ▲64∼66년 영화 ‘민며느리’ 등 다수 감독 ▲69년 안양예술학교 교장 ▲78년 납북 ▲83∼86년 북한에서 영화 ‘돌아오지 않는 밀사’‘소금’ 등 17편의 영화제작에 참여 ▲86년 북한탈출 및 미국망명 ▲2001년 극단 신협대표 취임 ▲02년 뮤지컬 ‘크레이지 포유’ 제작
  • 퓨전사극 CF 효과 있을까

    퓨전사극 CF 효과 있을까

    최근 ‘사극 열풍’을 타고 고전소설과 사극 드라마를 패러디한 광고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은 친숙한 스토리를 모티브로 따와 주목도를 높이고 있지만, 자칫하면 드라마의 성패에 따라 광고효과가 반감할 수도 있어 위험부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극 형식을 띠는 작품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이마트’ 김치냉장고편. 정준호와 현영이 각각 왕과 왕비로 분한 이 광고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가행렬에서 현영이 내시에게 눈길을 주는 장면을 코믹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내시와 왕비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왕과 나’를 연상케 한다.소망화장품 ‘다나한’도 ‘왕과 나’에서 폐비 윤씨역을 맡은 구혜선을 모델로 내세워 드라마를 연상시킨다.“왕후의 자리를 내놓으시지요.”라는 대사와 “여자의 피부는 권력이다.”라는 카피를 통해 ‘왕과 나’에서 성종의 총애를 받는 왕후로서의 이미지를 빌려 쓰고 있다. 문제는 ‘왕과 나’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이같은 광고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과거 ‘대장금’‘용의 눈물’‘주몽’ 등을 본딴 광고들이 드라마의 성공이 확실해졌을 즈음인 끝물에 나온 반면, 요즘은 드라마와 처음부터 연계전략을 펴는 CF가 많은 것 같다.”면서 “사극의 인기에 기대는 광고들은 사극이 하락세를 보이면 같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전을 현대적으로 패러디한 광고들은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적다. 원작이 이미 작품성을 공인받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 대우캐피탈의 신용대출 상품인 ‘내게론’은 오리발을 낀 채 인당수에서 살아 나오는 심청이를 보여 준다. 또 낙농자조활동자금관리위원회의 ‘우유 소비촉진 캠페인’은 춘향이 대신 우유를 마신 향단이가 이몽룡과 맺어진다는 새로운 ‘춘향전’을 선보인다. 이들은 잘 알려진 고전소설을 재현하면서도 반전을 꾀하거나 전복적인 코믹함을 가미함으로써 극적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챙긴다. 이에 대해 김헌식 씨는 “이 CF들은 고전을 정통사극이 아닌 멜로와 우스개를 가미한 퓨전사극 스타일로 표현해내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면서 “이런 퓨전스타일은 남성들은 물론 여성과 젊은 층까지도 포괄적으로 공략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다빈치 ‘최후의 만찬’에는 진혼곡이 흐른다

    다빈치 ‘최후의 만찬’에는 진혼곡이 흐른다

    伊음악가, 4년 연구끝에 숨겨진 음악 찾아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숨겨진 레퀴엠(진혼곡)을 찾았다.” 이탈리아의 음악가이자 컴퓨터 전문가인 죠반니 M. 팔라(45)가 2003년부터 4년 동안의 연구 작업 끝에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였던 다빈치가 그렸던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음악을 찾아냈다고 AP 통신이 10일 전했다.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벽화인 이 작품은 다빈치가 1494∼1498년 기간에 그린 것으로 예수가 체포돼 처형되기 전날 12제자들과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는 장면으로 유다의 배반이라는 극히 한정된 순간을 그렸다. 이탈리아 남부 레체시 인근에 사는 팔라는 2003년 한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빈치가 그 작품 속에 ‘악곡’을 숨겨놓았을 것이라는 연구진들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껴 그러한 수수께끼를 푸는 데 본격적으로 달라 붙었다. 9일 출간된 저서 ‘숨겨진 음악’에서 그는 기독교 신학에서 상징적 가치를 지닌 회화의 요소들을 음악적인 실마리로 어떻게 해석해 냈는 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맨 처음에 팔라는 이 그림 전체에 걸쳐 다섯 줄의 평행선인 보표(譜表)를 그려 넣게 되자, 예수와 12제자들의 손들 뿐만 아니라 식탁 위에 놓인 빵 덩어리들도 각각 하나의 음표(音標)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것은 그리스도의 육체를 상징하는 빵과, 빵을 정화하는데 사용되는 손들 간의 관계에 대한 기독교 상징주의의 설명에도 들어 맞는다고 팔라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음표들은 다빈치의 독특한 필법에 따라 그 음값들을 오른 쪽에서부터 왼 쪽으로 읽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음악적으로는 어떠한 의미도 지니지 못한 것들이었다고 그는 털어 놓았다. 팔라는 또한 자신의 저서에서 ‘최후의 만찬’ 그림 속에서 느린 리듬의 악곡과 각 음표의 길이를 드러내는 다른 실마리들을 어떻게 찾아 냈는지도 소개했다. 그 결과 드러난 것은 파이프 오르간으로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40초 짜리 “찬송”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파이프 오르간은 다빈치 시대에 영성 음악을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던 악기이다. 이에 대해 다빈치 전문가인 알레산드로 베초지는 팔라의 가설이 “그럴 듯 하다”면서, ‘최후의 만찬’에서 “공간들은 조화롭게 나눠져 있음이 확실하며, 조화로운 비례들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라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한 새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는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이단적이지 않고, 하느님을 믿는, 진정으로 하느님을 믿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예수와 관련한 인기소설 ‘다빈치 코드’의 음모설을 반박했다. 한편 나중에 이 벽화를 본 독일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화가(다빈치)가 고요한 만찬을 흐트러 놓는 기폭제로 사용한 것은 스승인 예수가 ‘너희 중에 배반자가 있다’고 한 말이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동요했고 예수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네바=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도연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소를 끌고서가 아니라 소와 ‘함께’ 하는 여행은 구도적이면서도 조금은 기행적이다. 이런 대화의 느낌은 어떤가.“소와 함께 어디로 가는 중이지?”“그냥… 여행 중이야.”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낸 김도연의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열림원 펴냄)이 나왔다.‘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름을 알린 김도연은 김유정에 견줄 만한 익살과 넉살, 의뭉스러운 능청을 인정받은 이야기꾼. ‘나’는 외양간 쇠똥 치우기가 죽기보다 싫은 산골 총각이다. 그러던 ‘나’가 봄날 스물거리는 춘정에 그만 반쯤 넋이 나갔을까. 홧김에 체중이 500㎏은 족히 넘을 암소를 끌고 횡성 우시장으로 향한다. 소 팔아 홀가분하게 꽃구경이나 하며, 한바탕 세상을 휘젓고 올 심산이었다. 그런데 소값이 똥값이라 너무 억울해 다시 고삐를 거머쥔다. 그 소와 함께 하는 길,‘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소와 함께 하는 여정은 불가에서 말하는 ‘견성(見性)에 이르는 과정’과 흡사하다.‘나’는 소의 잔등에 기대어 생각없이 걸으면서 차츰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심안을 밝힌다. 이를테면 깜깜해 어둠 같은 자신의 본성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소를 팔아치워 한번 걸판지게 제껴보려 했던 ‘나’와 소, 그리고 아버지의 관계는 서서히, 그러나 견고한 성찰의 단계로 접어든다.‘한때는 아버지의 힘이 월등해 내가 왼쪽으로 끌려가는 형국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어느 기점을 통과하자 상황은 역전돼 버렸다. 세월의 냉정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한계가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급변하는 시대의 속도에서 탈락한 소 자체의 몰락도 관계 속에 숨어 있었다.(중략)소는 자신의 명예를 완성시켰던 논밭이 아니라 차량들이 질주하는 도로의 갓길에서 날카로운 경적에 깜짝깜짝 놀라며 서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엔 제법 듬직한 재산이었을 소는 이제 날렵하고, 빠르며,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디지털시대, 그 정신의 집적체인 서울이라는 차거운 도시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못하는 애물단지다. 꼭 소만 그런 게 아니었다.‘나도’, 아버지도 정도의 차이일 뿐 디지털시대의 미아처럼 세상의 한 쪽에 서서 부조화한 풍경을 그려낸다. 한바탕 방황의 여정은 결국 집으로 향한다. 귀소성(歸巢性)의 확인이다. 작품은 ‘여정’의 궁극을 ‘귀가(歸家)’라고 정의한다. 소설가 윤대녕의 해석처럼 작가는 ‘세상 길은 다 집으로 가는 길’임을 에둘러 말하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읽어낸 ‘나’와 아버지와 소는 입을 맞춘 듯 이렇게 말한다.“이제 그만 지지고 볶으러 집으로 가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토요영화] 스파이더

    ●스파이더(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 겨우 잊었던 기억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벗어나려 몸부림칠수록 거미줄처럼 더욱 현실을 옭아맨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스파이더’(2002)는 이처럼 황량하면서도 끈질긴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관한 보고서다. 스파이더(랄프 파인즈)는 오랜 시간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다 드디어 사회로의 복귀절차를 밟게 된다. 병원에서 나온 뒤 그가 머무르게 된 곳은 윌킨슨 부인이 운영하는 요양소. 여기서 거리를 헤매던 그는 30년전 자신이 살던 집 앞에 당도하게 된다. 이곳에서 자신의 10살 때 모습을 맞닥뜨린 스파이더. 자신도 모르게 회상에 빠진 채 과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퉁명스러운 아버지(가브리엘 번)와 자애로운 어머니(미란다 리처드슨)가 있다. 배관공인 아버지는 가정적이지 않아 바깥으로만 떠돌고 그래서 스파이더에게는 어머니가 거의 절대적 존재이다. 그러던 중 아버지는 금발의 매춘부(미란다 리처드슨)와 바람을 피우고, 이를 어머니가 목격하면서 집안엔 돌이킬 수 없는 파란이 몰아친다. 어린 시절에 목격한 이같은 가정의 비극은 스파이더에게 치명적인 트라우마로 자리잡는다. 영화는 시종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한껏 느슨해진 동공에 긴장을 불어넣는 것은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나’가 지켜보는 스파이더의 시선이다. 이는 잉마르 베리만이 ‘산딸기’에서 구사하기도 했던 작법.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주인공과 함께 들여다보는 설정은 자아정체성의 분열을 실감있게 구현해내는 동시에 부조리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원작자 패트릭 맥그래스가 자신의 동명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한 것을 보다 영화적으로 수정보완해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렇게 해서 내놓은 결과물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는 다소 이질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작들 대부분이 신체의 돌연변이적 변형을 소재로 한 서스펜스 스릴러물이었다면, 이 작품은 특수효과를 거의 배제한 채 건조하게 직조된 심리스릴러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단은 이 영화가 개봉하자 “그의 어떤 작품보다도 세련되고 절제돼 있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랄프 파인즈의 연기는 극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는 불안하게 떠도는 눈빛으로 정신분열적 강박증을 지닌 인물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해냈다. 미란다 리처드슨 또한 정숙한 어머니와 추잡한 창녀, 요양소 소장 역할 등 1인3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유심히 보지 않으면 이들이 동일배우인지 가려낼 수가 없을 정도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문학 유럽 독점깨고 새로운 가치를 모색

    문학 유럽 독점깨고 새로운 가치를 모색

    8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2007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전주’(AALF)가 7일간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축제’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AALF가 의도하는 바는 선명하다. 한두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아픔을 아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자!’ ‘세계 문학을 지배해온 유럽의 독점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자!’ AALF의 문제의식은 60여개국 130여명(한국 60여명, 아시아·아프리카 초청작가 70여명)이 참석한 개막식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났다. 기조연설을 맡은 고은 시인은 “지난 세월 오랫동안 우리를 규정해온 제3세계라는 이름을 폐기함으로써 아시아·아프리카는 어떤 타율적 장애 없이 자생하는 생명체로 소통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집트 소설가 나왈 엘 사다위도 축사에서 “오늘날과 같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정의는 권력, 즉 군사력과 경제적 권력에 기반하고 있다.”며 두 대륙의 만남을 통한 정의의 복원을 희망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작가들은 만나자마자 서로에 대한 진한 연대의식을 표현했다. 여기엔 두 대륙 작가들이 공유하는 고통스러운 경험과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침략과 전쟁, 살육과 죽음의 역사를 거쳐 왔다. 이는 방한한 작가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소설가 루이스 응코시는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60년대에 흑인소년과 백인소녀 간의 성관계를 다룬 작품을 쓴 ‘죄’로 강제추방돼 30여년을 유랑인으로 살았고, 르완다 여성작가 욜란드 무카가사나는 1994년 100만명이 목숨을 잃은 ‘르완다 학살’에서 남편과 두 아이를 잃었다. 한국 소설가 황석영만 해도 6·25전쟁, 베트남전쟁, 광주학살, 방북과 투옥 등 아시아의 어둠 같은 역사를 송두리째 겪었다. 그간 아시아·아프리카가 유럽이란 중개자 없인 서로를 만나지 못했던 점도 서로가 각별하게 반가운 이유다. 8일 밤 자리를 함께 한 9명(한국·아시아·아프리카 작가 각 3명) 작가들의 대화 속엔 의제를 독점한 채 두 대륙간의 직접 대화를 가로막아온 유럽 문학행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기니 소설가 티에르노 모네넴보는 “유럽이 중개자를 넘어 두 대륙의 문학을 지배하는 주인 노릇을 한다.”고 지적했고, 이집트 소설가 살와 바크르는 “이번 만남을 정례화·기구화해 유럽의 가치를 넘어선 ‘우리의 가치’를 만들어나가자.”며 두 대륙이 함께 펴내는 잡지 창간을 제안했다. 종종 행사진행의 미숙함이 엿보였지만,‘2007 AALF’는 세계 문학의 변방에 머물렀던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그들의 언어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토록 이끄는 의미 있는 첫발을 뗀 셈이다. 전주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미공개 신작 ‘생얼’의 유혹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07’이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개막됐다.11일까지 열린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국내 주요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미공개 신작과 프로젝트명으로만 알려진 게임들을 만날 수 있다. ●고양시 킨텍스서 11일까지 열려 가장 많은 신작 게임을 선보인 업체는 넥슨이다. 넥슨은 참가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하고 11종의 게임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7종은 지금까지 한번도 소개되지 않은 그야말로 ‘생얼’이다. 게임 소재가 청소인 ‘우당탕탕 대청소’, 온라인액션게임 ‘마비노기 영웅전’, 개썰매 경주게임 ‘허스키 익스프레스’,X박스360(가정용 게임기)용 ‘마비노기’와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등을 내놓았다. ●버블파이터, 다오·배찌 물총싸움 특히 캐주얼 3인칭슈팅게임(TPS)인 ‘크레이지슈팅 버블파이터’는 눈길을 끈다.1인칭슈팅게임(FPS)은 게이머 자신이 움직이는 캐릭터를 볼 수 없다. 반면 TPS는 게임 속 카메라가 캐릭터 뒤에 있어 캐릭터를 직접 볼 수 있다. 기존 크레이지아케이드나 카트라이더의 인기 캐릭터 다오와 배찌가 물총싸움을 벌인다. 물총싸움을 벌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물방울에 갇히고 크레이지아케이드처럼 시간이 다하거나 상대방이 물방울을 터트리면 죽지만 우리편이 물방울을 건드리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크레이지슈팅 버블파이터의 가장 큰 매력은 쉽다는 점이다. 종전 FPS류와 달리 조준점이 아니라 조준범위라고 할 정도로 쉽게 상대방을 맞힐 수 있다. 또 벽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은폐모드가 되는 등 다양한 액션을 자동으로 할 수 있다.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에선 예당온라인의 ‘패온라인’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조선이 배경이다. 동양의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유명 무협소설가인 야설록씨가 총괄 기획했다. ●반지의 제왕 어둠의 제국 내년 상륙 북미개발사 터바인과 계약한 MMORPG ‘반지의 제왕온라인:어둠의 제국’도 한국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터바인의 총괄 개발자 제프리 스티펠은 “던전앤드래곤 등 한국에서 여러 번 실패한 것이 보약이 됐다.”며 “소설 속 중간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과 한게임의 노하우라면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성공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반지의 제왕 온라인은 한글화를 거쳐 내년에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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