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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도는 지금 ‘독서 삼매경’

    마라도는 지금 ‘독서 삼매경’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마을도서관이 생겼다. 네이버는 지난 11일 사단법인 ‘작은도서관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마라도 내 가파도초등학교 마라도 분교에 ‘네이버 마을도서관’을 개관했다. 네이버 마을도서관은 동화, 사전, 소설, 시집 등 2000여권으로 채워졌다. 교장과 마을 이장이 사서로 일한다. 오후 10시까지 연다. 마라도 분교 전교생 3명과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이용한다. 네이버는 2005년 11월부터 전국 산간벽지 초등학교에 마을도서관 개설 사업을 하고 있다. 강원 영월 안미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이번이 59번째다. 올해 말까지 20개를 더 만들 계획이다. 최휘영 NHN 대표는 마라도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포털의 정신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지만 정보는 기본적으로 책에 다 있다.”면서 “학생은 물론 연간 15만명의 마라도 관광객과 책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일요영화] 천국의 책방­-연화

    [일요영화] 천국의 책방­-연화

    ●천국의 책방­연화(KBS 명화극장 밤 12시 50분)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청순한 매력을 선보였던 일본 여배우 다케우치 유코가 열연한 작품. 일본에서 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스테디셀러 소설 ‘천국의 책방’ 시리즈 가운데 첫번째와 세번째를 영화화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2006년 개봉했다. 점원이 낭독 서비스를 하는 천국의 서점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한국과 홍콩, 타이완 등 아시아 각국에서 번역됐으며, 일본에서는 연극무대에도 올려져 인기를 모았다. 피아니스트인 겐타(다마야마 데쓰지)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오케스트라에서 갑자기 쫓겨난다. 더이상 피아노를 칠 의미를 상실하고 술에 취해 누워 있던 어느날, 낯선 곳에서 눈을 뜨게 된 겐타.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남자가 지키고 있는 이곳은 다름아닌 100년의 생을 채우지 못하고 죽은 자들이 모인다는 ‘천국의 책방’이다. 이곳에서 책을 읽어주는 일명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겐타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피아니스트 쇼코(다케우치 유코)를 만난다. 폭발사고로 청력을 잃은 쇼코는 연인 다키모토(가가와 데루지)에게 선물할 피아노 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생을 마쳤다. 한편 지상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가나코(다케우치 유코)는 12년전 숙모 쇼코가 세상을 떠난 뒤 불꽃놀이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숙모와 함께 불꽃놀이를 즐겼던 기억이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나코는 “불꽃을 함께 본 남녀는 깊은 사이가 된다.”는 촌로의 이야기를 듣고 불꽃놀이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 ‘사랑의 불꽃’을 만드는 다키모토 역시 화약 폭발 사고로 연인 쇼코가 청력을 잃은 뒤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같은 시각 천국에서는 쇼코에게 받은 10번째 미완성 조곡 ‘영원’을 받아든 겐타가 자신이 천국에 있는 동안 이 곡을 완성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지상에서는 사랑의 불꽃놀이가 다시 시작된다. 이 작품은 천국과 지상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노하라 데쓰오 감독은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묘사, 마치 천국에 와있는 듯 아름다운 영상으로 원작이 지닌 감동을 그대로 살려냈다.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판타지로 만들어내는 일본 멜로영화 특유의 감수성은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천국과 불꽃놀이를 통해 이승과 저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죽은 피아니스트와 그녀의 조카 역를 맡은 다케우치 유코의 1인 2역 연기가 눈길을 끈다. 또한 마쓰토야 유미가 7년만에 영화 주제가를 불러 당시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111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장편 ‘귀족’ 출간 앞둔 마광수

    장편 ‘귀족’ 출간 앞둔 마광수

    “힘든 일을 여러번 치른 탓에 이제는 자기 검열을 하게 됩니다. 요즘 시중에 나가보면 내 것보다 야한 작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 데도, 오로지 내 작품만 보면 불령한 눈초리로 자꾸 검열을 하려고 들어요.”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광수(57·연세대 국문과 교수)씨. 장편 ‘귀족’의 출간을 앞두고 문화비평집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에이원북스)를 먼저 펴냈다. 비평집은 1980년대 후반에서부터 최근까지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과 미공개 비평 등을 한데 묶은 것. 곧 출간될 ‘귀족’은 변변찮은 대학에 다니지만 준수한 외모의 남자 대학생과 30대 여성의 섹스 이야기. 등록금을 벌기 위해 웨이터 등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결국 호스트바로 흘러들어 몸을 파는 3류대 남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나나 그녀나 모두 몸을 파는 똑같은 신세인 데도, 그녀는 부자에게 몸을 팔아 돈을 많이 받으니 ‘귀족’이고 나는 몸 파는 여자에게 또 몸을 파는 처지이니 ‘천골’로 여기는 것이지요.”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의 요즘 대학생들의 삶의 정황을 살폈다는 마 교수는 “‘귀족’의 원고가 이미 출판사에 넘어가 있다.”고 귀띔한다. 마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숱한 곡경(曲境)을 치러야 했다.1989년 수필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펴내 강의권이 박탈됐고 1992년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가 출간되자 외설이라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재임용 탈락 위기와 이에 따른 정서불안증, 제자의 시 표절로 인한 폐강…. 이런 파란곡절을 겪다 보니 그의 가슴 속에는 불만의 응어리가 칭칭 똬리를 틀고 있다.“‘즐거운 사라’가 나올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소득은 높아졌지만 문화의 민주화는 한참 멀었습니다. 내가 책을 펴내려면 자기 검열, 출판사 검열, 서점 검열, 간행물윤리위원회 검열, 검찰 검열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게 무슨 민주화가 된 나라입니까.” 마 교수는 여전히 의기소침해 있다.“내 책에는 이미 ‘주홍글씨’가 박혀 있어요. 출판사는 출판하기를 꺼리고, 설사 출판사를 찾더라도 검열을 거쳐야 하고….” 그는 ‘즐거운 사라’와 같은 작품을 쓰고 싶지만 검열에 걸리는 탓에 “안 걸리면서 야한 작품을 쓸 수 없을까 하고 목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시·소설·평론·수필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마 교수는 시를 쓰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시는 짧으니까 아무래도 함축적이어서 가장 예술다운 예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고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우리 문단에는 ‘문학은 교양을 줘야 한다.’는 계몽주의적 사고가 팽배합니다. 그러다 보니 ‘문학 신성주의’에 빠져 너무 어려운 글들만 판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소설은 논문이 아닌 만큼 재미있고 쉬우며 리듬감이 있는 게 잘 쓴 글입니다.” 소설 ‘해저 2만리’의 작가 줄 베르느와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애드거 앨런 포를 좋아한다는 그는 “‘귀족’이 나온 뒤에는 또 다른 장편소설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제 시집이나 소설이 야한지 야하지 않은지는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나 욕하세요.”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책꽂이]

    ●홀소리 여행(김길나 지음, 서정시학 펴냄) 1995년 시집 ‘새벽 날개’로 등단한 시인의 네번째 시집. 한글의 닿소리와 홀소리를 시의 모티프로 삼아 아름답고 순결한 사랑과 영혼을 노래했다.6000원.●소녀, 소년을 만나다(알리 스미스 지음, 박상은 옮김, 문학동네 펴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가운데 소녀를 사랑한 소녀 이피스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소년으로 변신한다는 이피스 신화를 재해색한 장편소설. 스코틀랜드 출신의 레즈비언인 작가는 소설을 통해 성적 소수자들의 사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남아선호 사상을 에둘러 비판한다.9500원.●카카오 80%의 여름(나가이 스루미 지음, 김주영 옮김. 비플 펴냄) 17세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꿈과 욕망을 다룬 청춘 미스터리 소설. 사이버 친구, 노인 대상 범죄 등 녹록지 않은 사회문제를 다뤘다. 섬세한 감정 묘사와 긴박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인다.9500원.●사월의 마녀(마이굴 악셀손 지음, 박현용 옮김, 문학동네 펴냄) 스웨덴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을 수상한 작가의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 장애와 입양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스웨덴 복지 정책의 이면을 살핀다.1만 5000원.●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카슨 매컬러스 지음, 이소영 옮김, 열림원 펴냄)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에 비견되는 작가의 일곱가지 색깔 사랑 이야기.‘놀랍고 두렵고 슬픈’ 7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소외와 고독, 열망 등 인간관계와 감정의 실체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싼다.9000원.
  • 이지민 첫 소설집 ‘그 남자는… ‘

    이지민 첫 소설집 ‘그 남자는… ‘

    2000년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으로 등단한 여성작가 이지민(34)씨. 장편소설 ‘좌절금지’를 낸 지 4년 만에, 그동안 틈틈이 써온 단편들을 묶은 첫 소설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문학동네)를 펴냈다. 표제작 등 아홉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자신의 삶이 세상의 기준보다 떨어진다고 여기는 서울 30대 부부들의 삶의 절망과 고독을 주조음(主調音)으로 삼는다.“내 또래인 서울 30대 중산층 부부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 박탈감을 가감없이 그리고 싶었어요.” 이런 맥락에서 주제의식이 잘 드러난 ‘키티 부인‘‘오늘의 커피’‘서른 살이 된 롤리타’에 작가는 특히 애착을 보였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속물적이고 물질적이며, 세속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다 보니 상실감과 박탈감이 점점 깊어지는 것이죠.” ‘키티 부인’에서 헬로키티에 집착하는 아내는 언제부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런가 하면 ‘오늘의 커피’에서 주인공은 동업으로 차린 카페가 크림색 조명이 있는 예쁜 카페’가 아닌 무례한 단골손님의 술자리나 불륜의 현장으로 변해버린 것을 보고 절망한다. “자기 기준을 만들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런데 세상의 기준에 못미친다고만 생각하다 보니 좌절하고 실망하고 허무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호락호락 무너지지도 않지요.” 작품 속에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그는 이런 문제들을 수동적으로 바라보지만 말고 당당히 맞서면 새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삶의 작은 기술 같은 것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이태준·장용학 등 지난 세기 작가들의 작품이나 소설 ‘소립자’의 작가 미셸 우엘벡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현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한다.“다음 작품은 현실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될 겁니다.” 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토요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토요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25분) 대학생 쓰네오(쓰마부키 사토시)는 동네 사람들에게서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정체불명의 할머니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쓰네오는 우연히 길에서 이 유모차와 맞닥뜨리는데, 그 안에는 뜻밖에도 한 소녀가 앉아 있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이 소녀의 이름은 조제(이케와키 지즈루)다. 조제에게 쓰네오는 자기도 모르게 끌리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집안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조제를 쓰네오는 거의 매일 찾아간다. 그들 사이에는 어느덧 사랑이 싹튼다. 그리고 떠나는 둘만의 여행. 하지만 이즈음부터였다. 그들의 사랑이 지쳐가기 시작한 것도…. 쓰네오는 어느새 학교 친구 가나에(우에노 주리)를 만나고 있다. 2004년 가을 마치 안드로메다에서 날아온 낯선 생물체처럼 우리 곁에 안착했던 영화, 일본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낯섦의 매력과 감정이입의 마력을 동시에 지닌 이 영화는 국내 개봉 첫해 5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잔잔한 화제를 일으켰다. 이후 연장 상영과 재상영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영화 인기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영화는 유명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조제’라는 이름은 여주인공이 좋아하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왔다. 제목 속 ‘호랑이’는 조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이며,‘물고기’는 자유롭게 세상을 헤엄치고픈 조제의 소망이 투영된 존재다. 일본 청춘영화를 대표하는 기대주로 성장한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워터보이즈’‘69’에 출연한 쓰마부키 사토시는 이 작품을 통해 한층 성숙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했고, 우에노 주리는 이후 ‘스윙걸즈’‘노다메 칸타빌레’ 등으로 명실상부한 아이돌 스타로 부상했다. 조제 역의 이케와키 지즈루는 지난해 방한해 한국팬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누도 잇신 또한 ‘메종 드 히미코’와 ‘황색눈물’ 등으로 국내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일본의 대표 감독이다. 영화는 한때 열정을 바쳤지만 결국 ‘ESC’키를 누르고 만 사랑에 대한 송가다. 이별을 감행했으나 잊혀지지 않는 추억 속 연인에게 건네는 축배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쓰네오는 나직하게 독백한다.“이별의 이유는 여러가지 댈 수 있지만, 사실은 단 하나다. 내가 도망쳤다.” 2003년작.116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미국 작가 무어 소설 ‘더티 잡’

    ‘베스트셀러 제조기’로 불리는 미국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51)는 ‘문학의 요리사’로 불린다. 삶의 부조리를 유머로 절묘하게 요리해내는 빼어난 재주를 갖고 있는 까닭이다. 죽음과 같은 묵직한 주제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스스로 그 무거움을 극복하게 만든다. 무어의 대표작 ‘더티 잡’(Dirty Job, 황소연 옮김, 민음사 펴냄)이 번역돼 나왔다. 죽음에 관한 블랙 코미디라 할 이 소설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죽음을 비웃을 수는 없어도 죽음 앞에서 크게 웃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죽음도 출생, 성장, 결혼 같은 삶의 과정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일인 만큼 특별히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꽃미남이고 능력도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남성에 주눅이 든 소심하고 나약한 남성 찰리가 소설의 주인공. 그는 우연히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아내를 맞아들인다. 하지만 행운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내는 딸 소피를 낳다가 숨을 거둔다. 이때 소심한 남성 특유의 피해의식이 작동한다.“누군가 날 가지고 논다.”는 생각이 엮어내는 상황들은 익살스럽기 짝이 없지만 연민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소시민적 행복이 깨질까 전전긍긍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정면으로 맞서게 하는 또다른 동력이 된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의 ‘영혼의 그릇’을 수거해 윤회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더러운 직업’ 종사자 찰리의 눈을 통해 죽음은 새롭게 다가온다.“이런 일은 언제든 일어나게 마련이죠.”라며 담담히 받아들일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두려운 것을 적극 끌어안을 때만이 내 영혼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패러독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주는 교훈”이라고 이 소설을 평했다.1만 4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시론] ‘당선자 없음’으로 할 순 없지 않은가/심상대 소설가

    [시론] ‘당선자 없음’으로 할 순 없지 않은가/심상대 소설가

    0.1점이 당락을 결정하는 대학입시만이 아니라 취업시험에서도 고용자는 자신이 요구하는 피고용자의 능력과 가능성에 따라 합격 불합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때로는 정원에 미달하더라도 선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쓸 만한 인재나 쓸 만한 작품이 없을 때에는 ‘해당자 없음’이나 ‘당선작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그런 ‘당선자 없음’이란 결론이 가능하다면 속 시원할지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으나 싫으나, 능력이 있건 없건 법적요건을 갖춰 입후보한 후보 가운데 한 명은 뽑아야 한다. 그의 당선이 실격되는 경우에는 또다시 선거를 치러서라도 국회의원 숫자를 맞춰야 한다. 입맛에 맞는 후보가 없더라도 뽑긴 뽑아야 의회민주주의의 조건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유권자의 품격이 더욱 요구된다. 그렇다면 유권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적의 인물이 아니라면 차선의 인물이라도 선발해야 한다. 뒤돌아 앉아 정치판이 썩었네, 찍을 사람이 없네, 지지하는 정당이 없네 하는 푸념은 시민으로서 자신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꼴이다. 어쩌면 그러한 유권자가 있기에 정치판의 꼬락서니가 이 지경인지도 모른다. 21세기 한 가운데로 달려가는 시기적 중요성에 비춰보면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밝은 눈과 냉철한 머리가 요구된다. 각 지역마다 개발계획과 경제여건에 따라 적합한 일꾼을 뽑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정치발전과 사회화합의 필요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대체로 네 가지의 기준이 필요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성과 품격, 지역 일꾼으로서의 역량, 입법의원으로서의 자질과 경륜, 그리고 한반도 미래를 위한 정치철학을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절대 기권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오늘 치러지는 18대 총선에는 두 개의 투표용지에 각각 지지하는 후보와 지지하는 정당을 기표하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낸 정당은 13개에 이른다. 그러므로 유권자는 13개 정당 중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입후보한 정당후보와 무소속후보 가운데 필요한 후보를 가려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국회의원감이 없다면 될 성싶은 후보를 찍어 장래를 도모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54명에 이르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은 정당투표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낸 정당은 15개, 유권자는 그중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기표하면 된다. 물론 그 많은 정당의 정책과 공약이 무엇인지 일일이 공부하기는 수월치 않다. 그 정책과 공약을 수행할 비례대표 후보가 어떠한 인물인지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하지만 뽑아야 하는 걸 어쩌나. 그나마 내가 골라 뽑지 않으면 나보다 더 어리석은 이가 고른 더 못한 후보가 국회의원 노릇을 하며 나라를 더 어지럽히게 된다. 그래서 투표를 해야 한다. 세상에 가만히 앉아 되는 일이 어디 있나.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새벽녘, 논물 보러 가는 농부의 심정을 사랑하라. 땡볕에 나앉아 지지대에 고추포기를 묶는 노파의 진정에 손을 얹어보라. 밥을 먹기 위해서도 식탁 앞에 앉아야 하고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도 컴퓨터 전원을 켜야 하지 않는가. 귀찮더라도, 바쁜 일이 있더라도, 뽑을 후보가 없더라도 가능한 한 현실을 최선의 미래로 이끌고자 하는 나의 실천이 잘먹고 잘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심상대 소설가
  • ‘톨레랑스’ 佛의 굴욕

    ‘톨레랑스’ 佛의 굴욕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최대의 전사자 묘지에서 6일(현지시간) 148기의 무슬림 묘가 집단 훼손된 것으로 밝혀져 프랑스 및 유럽 무슬림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번 묘지 훼손 현장에는 무슬림 출신의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을 욕하는 내용의 슬로건과 독일 나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이 묘비에 칠해져 인종 갈등 양상으로 번질 기세다. 이번 사건은 최근 네덜란드에서 극우파 정치인이 제작한 반(反)이슬람 영화가 이슬람 세계의 반발을 사고, 독일에선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가 연극으로 공연돼 긴장이 고조되는 등 유럽에서 이슬람 혐오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것이어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북부 아라스 지역 노트르담 드 로레트 묘역은 프랑스 최대의 전사자 묘역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수만명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극우 네오 나치들이 무슬림 묘비 52기를 상대로 나치의 문양을 붉은 색 페인트로 그려 훼손한 적이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용납할 수 없는 인종차별 행위”라며 “프랑스의 모든 무슬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1차대전 참전 용사 모두를 모욕하는 가증스러운 공격”이라고 덧붙인 뒤 즉각 수사에 착수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 100여명이 대거 투입돼 묘역 일대의 증거를 수집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종교 갈등을 민감성을 감안,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조기 수습하자는 태세다. 아라스 지역 검찰 관계자는 “묘비에 쓰인 낙서는 이슬람 교도들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북아프리카 이민자 가정 출신의) 다티 법무장관을 모욕하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vielee@seoul.co.kr
  • 한국미술 100년 드로잉으로 읽는다

    한국미술 100년 드로잉으로 읽는다

    근현대 한국 미술 100년의 발자취를 드로잉 작품으로 더듬어 보는 ‘한국 드로잉 100년전:1870∼1970’이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참여 작가는 구본웅 이인성 하인두 김환기 김종영 변관식 이상범 이우환 이중섭 박수근 이쾌대 등 50여명. 국내 드로잉 작품 전시 사상 최대 규모이다.‘국민 화가’ 박수근과 이중섭의 스케치 작품은 물론이고 구본웅의 드로잉 10점, 조선 후기의 백묘화(白描畵), 청전 이상범의 신문 삽화, 건축가 김수근의 1971년 드로잉, 소설가 이상의 시 ‘오감도’ 한글초고(복제판) 등이 출품됐다. 특히 구본웅의 작품은 일반에 첫 공개되는 것들이다. ‘소묘’나 ‘데생’으로도 불리는 드로잉은 대개 습작이나 완성작의 보조수단쯤으로 여겨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창작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기술보다는 ‘개념’을 중시하는 최근 미술계 동향에 주목해 이번 전시는 기획됐다.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수집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작가의 창작의지를 가장 생생히 담아내는 매체로 인식되면서 최근 드로잉은 그 자체로 독립적 미술작업으로 위상이 재정립되는 추세”라면서 “그러나 우리나라 근대 작가들의 드로잉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너무 허술하게 보존되고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연대별로 정리된 드로잉 작품들을 통해 작가들이 주목했던 대상이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도 읽어볼 수 있다.“소 그림 하면 무조건 이중섭을 떠올리지만,1940년대 중반에서 50년대까지는 진환, 권진규 등 많은 작가들에게 소 그림이 인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양 교수는 설명했다. 전시는 6월1일까지 이어진다.(02)410-1066.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길섶에서] 세상은 만판 봄/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며칠 전 친구가 고향소식을 전했다. 경주 남산의 삼릉골 소로는 벚꽃 터널이란다. 지난해 남산자락 용장사터를 찾았던 기억이 새롭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썼다는 곳이다.‘가없는 땅덩이에 이 한 몸 붙였더니…/가슴가득 예악(禮樂)쌓이고/세상은 만판 봄이로구나.’ 천하 주유하던 무봉(無縫)의 심상이 벅차게 전해온다. 매월당은 앉은 자리서 수십 수의 시를 나뭇잎에 써, 강물 혹은 바람에 띄우고, 날렸단다. 그에겐 자연이 시였고, 시가 자연이었다. 얼마 전 한 교수가 평론집을 냈다. 매월당을 강력한 지적욕구의 천재적 우울증 환자였다고 했다. 조카 왕위를 찬탈한 세조에 대한 불만보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상받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단다. 하기야 후대 잣대로 재단받는 인물이 매월당뿐일까. 어쨌든 이문구의 소설 속 이 구절만큼 매월당 삶을 더 적확하게 축약할 수 있을까.“그나마 그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고 다독거려 주는 것은, 집도 아니고 절도 아니고, 길이고 광기고 글이었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씨줄날줄] 프랑켄슈타인 실험/육철수 논설위원

    19세기 여류작가 메리 셀리가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인간괴물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창조에 몰두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터득한다. 어느날 밤, 그는 죽은 사람의 뼈로 거인을 만든다. 그런데 실험의 실패로 괴물을 탄생시키고 만다. 괴물은 자신의 추한 모습에 불만을 품고 프랑켄슈타인의 아내와 동생을 살해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복수심에 괴물을 쫓다가 결국 자신도 파멸한다는 줄거리다. 이 소설은 1931년 미국에서 공포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지금 유럽은 ‘프랑켄슈타인의 실험’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이 소의 난자와 인간의 유전자를 결합한 사이브리드(Cybrid·세포질 교합배아)를 만든 게 발단이다. 소의 난자에서 유전물질을 제거한 뒤, 여기에 인간 피부세포에서 떼낸 유전물질을 집어넣어 배아 형성에 성공한 것이다. 사흘간 생존한 이 배아는 99.9%는 사람이고 0.1%는 소라고 한다.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며, 프랑켄슈타인의 실험과 뭐가 다르냐?”고 발끈했다. 반인반우(半人半牛)나, 켄타우로스처럼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출현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불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라지만, 뭐가 잘못돼서 진짜 소나 말 같은 인간이라도 나오면 어쩔 건가. 다행히 지금까지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2세(F2)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계·문·강·목·과·속·종(界門綱目科屬種)의 생물 분류체계에서 과(科) 이하로 가까울 경우, 염색체가 비슷하면 F2가 나올 수 있다. 말과 당나귀(말科), 호랑이와 사자(고양이科), 개와 늑대(개科) 사이에 F2가 나오는 것은 부모(F1)가 ‘같은 科’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분류상 ‘∼포유綱-영장目-사람科∼’로 이어진다.‘사람科’엔 사람밖에 없어 사람끼리가 아니고는 2세의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명공학의 진전 속도로 미루어 실험실에서는 이런 자연의 섭리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윤리규정으로 철저히 통제한다지만, 정신나간 과학자가 짐승같은 인간이나 키메라(머리는 사자, 몸은 염소, 꼬리는 뱀)라도 만든다면 그건 단순한 기우가 아닐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아프리카 음악과 우리 춤의 어울림

    아프리카 음악과 우리 춤의 어울림

    아프리카 음악의 원시성과 요즘 우리 젊은 안무가들의 춤 사이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하다면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오는 23·26일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서 여는 특별무대를 눈여겨보자. 각 민족의 음악을 한국의 춤에 연결해온 ‘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 춤’ 시리즈 11번째 무대.1998년 스페인을 시작으로 동유럽·호주·브라질·일본·아랍·인도·그리스·멕시코·핀란드를 돌아 아프리카에 닿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유전인자 속 원시성을 끈삼아 음악의 소통을 해나간다면 한국의 젊은 안무가들은 각각의 몸짓을 코드삼아 세상의 단단한 벽과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한 대화의 무대를 창출해낸다. 이번 무대는 바로 그 원시성의 음악과 현대사회 속 대화의 몸짓을 연결하는 자리. 23일 변소연(현대무용단 푸름 단원)·이인수(LDP무용단원)·한선미(지구댄스씨어터 단원)가 작품들을 보여준 뒤 26일 김설진(무브먼트 랩 단원)·신창호(LDP무용단원)·우현영(포즈댄스시어터 예술감독겸 상임안무가)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첫 무대는 현대무용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열린 몸짓들을 시도하는 안무가로 주목되는 변소연의 ‘아겔다마(피밭)’. 박상륭 소설 ‘아겔다마’속 주인공 유다의 복잡한 심리를 해부, 사회 구성원이자 독립된 자연인인 ‘나’의 속성을 무대 위에 풀어놓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두번째 무대는 국내외에서 폭넓게 활동하며 두각을 보여온 이인수의 ‘자극(刺戟)’. 인간의 동물적 본능과 이성을 대비해 보여준다. 한선미의 ‘뽈레 뽈레(Pole Pole)’는 스와힐리어로 ‘천천히’라는 의미를 가진 ‘뽈레 뽈레’를 우리의 ‘빨리 빨리’에 연결한 춤. 쫓기며 살아가는 요즘 세상에 필요할 수 있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족의 근성이자 느림의 생활철학을 소개한다. 26일의 첫 무대는 현대무용뿐 아니라 뮤지컬,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김설진의 ‘순화:무거운 하늘’. 나와 남이 다르지만 서로 만나가는 과정, 즉 소통을 신체의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이 밖에 유럽 무대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신창호는 ‘Long Slow Distance’를 통해 아프리카와 우리의 역사, 문화적 차이를 좁혀가며 우현영은 한때 악마의 사자로 찍혀 대량 포살됐던 변종의 새 ‘흑조’를 통해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해낸다. 부대행사로 공연장 로비에서 아프리카 도서와 음반, 조각 등의 전시회도 열린다.23일 오후 7시30분,26일 오후 5시.(02)3216-1185.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일요영화]비스마르크호를 격침하라

    ●비스마르크호를 격침하라(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 40분) 출항 2주 만에 침몰한 세계 최강의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호에 관한 실화를 다룬 전쟁영화. 당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이 전함의 침몰에 대해서는 아직도 격침이냐 자침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완고한 영국 해군 장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거대 전함 비스마르크호의 격침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흥미롭게 재구성해 화제를 모았다. 1941년 영국 해군은 독일군이 수송로를 장악하는 바람에 군수품을 전달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그해 5월, 영국 정보국은 독일 비스마르크호가 북대서양으로 출항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조너선 셰퍼드 함장(케네스 무어)에게 비스마르크호를 격침시키라는 임무를 내린다. 함정을 잃은 상실감으로 아내와 함께 괴로워 하던 셰퍼드 함장은 새로운 임무를 맡고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한다. 대적할 인물이 예전에 자신의 함정을 파괴한 독일 제독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필승의 각오를 다진다. 한편 영국은 대서양의 해군력을 총동원해 비스마르크호의 출항을 저지하려 온힘을 쏟아 붓는다. 전함과 순양함 등 가용가능한 전력을 집결시키고 철통같은 레이더망을 동원해 비스마르크호의 항로를 추적한다. 몇 번의 교전으로 영국군 거함 후드호를 격침하고 순양함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비스마르크호는 영국군을 더욱 긴장시키고, 영국군은 어떻게 해서든지 비스마르크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C.S. 포레스터의 원작 소설 ‘비스마르크호의 마지막 9일’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함내에서의 함포 조작, 정교한 전함의 실루엣 등 최대한 고증에 충실한 역사적 장면들이 볼거리다. 또한 셰퍼드 대령이라는 냉정한 캐릭터와 그의 비서 앤이 벌이는 갈등과 결말이 재미를 더한다. 연출을 맡은 루이스 길버트는 ‘007 두 번 산다’‘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007 문레이커’ 등 007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영국 출신 감독.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그는 미국에서 ‘그린게이지의 여름’을 히트시키면서 인기 감독 대열에 올랐다.1966년 ‘알피’로 아카데미 5개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원제 Sink The Bismarck.97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책꽂이]

    ●배꼽(문인수 지음, 창비 펴냄) 1985년 불혹을 넘긴 나이로 등단한 시인이 2년만에 내놓은 시집. 평범한 일상 소재를 모티프로 삼아 삶의 내면을 포착해냈다. 표제작 ‘배꼽’과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식당의자’ 등 모두 59편의 시가 실렸다.6000원.●보이지 않는 도시(에밀리 로살레스 지음, 정동섭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18세기 스페인 계몽군주인 카를로스 3세의 신도시 계획을 현재와 연결시켜 살핀 역사 소설.2005년 산 조르디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18세기 베니스·마드리드 등 유럽의 도시 건축물과 회화 속에 숨겨진 정치적 음모와 모험, 러브스토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1만원.●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신달자 지음, 민음사 펴냄) 결혼생활에서 겪은 아픔과 절망 속에서 건져낸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산문집. 결혼 9년만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이 정신적ㆍ신체적으로 불편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들려준다.9500원.●공포의 제국(전2권,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김진준 옮김, 김영사 펴냄) ‘쥐라기 공원’‘스피어’ 등으로 유명한 작가의 신작 테크노 스릴러. 지구 온난화 위기의 허구를 파헤쳤다.‘환경’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무리들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한다.9800원.●스타일(백영옥 지음, 예담 펴냄) 2006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장편.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서른한 살 여기자를 주인공으로 패션잡지 제작자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펼친다.1만원.●의사 생태도감(이노우에 히로노부 지음, 오근영 옮김, 대교베텔스만 펴냄) 병원 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복잡미묘한 사건들을 다룬 장편소설. 보험사원 출신인 작가는 ‘부정입학’ 등 4편의 얘기를 통해 `가짜 환자´를 만드는 의사 등 의사들의 빗나간 사생활을 엿본다.9000원.●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클레르 카스티용 지음, 윤미연 옮김, 문학동네 펴냄) 도발적 작품 성향으로 ‘악의 꽃’이라고 불리는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표제작을 비롯해 ‘고공비행’‘쥐약’ 등 23편의 단편이 실렸다.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현실 속의 사랑, 지극히 이기적이고 치졸한 사랑을 건조하고도 위트 있게 묘사했다.9500원.
  • 류점석 연구서 ‘생명공동체를 향한… ’

    문학과 과학이 접목된 문학생태학적 관점에서 영국 작가 D H 로런스의 작품세계를 분석한 연구서가 나왔다. 비교문학자 류점석(46·연세대 강사)씨가 펴낸 ‘생명공동체를 향한 문학적 모색’(아우라)이 그것. 로런스의 문학 세계와 생태주의 이론, 철학적 쟁점들을 두루 짚었다. ‘아들과 연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 등의 소설로 잘 알려진 로런스는 소설뿐 아니라 시에서도 커다란 성과를 이뤘다. 그가 남긴 시는 1000여편에 이른다. 류씨는 “비교문학은 단순히 문학적 내용만이 아니라 과학적 관점에서도 살펴보는 것”이라며 “이 책에서는 로런스의 자연과 반기독교 입장에 초점을 맞춰 로런스 문학세계 전반을 살폈다.”고 설명했다. 로런스의 시에는 생명활동에 대한 통찰이 서려 있다.“한 마리의 뱀이 낙수 대롱 밑으로 왔다./어느 무더운 날, 나 또한 더위에 속옷 바람으로/물을 마시러 거길 갔고./검은 기운에 싸인 우람한 캐럽나무의 현묘한 그늘로/나는 물 주전자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그리고 조용히 서서 기다려야 했던 까닭은, 거기에 그가/나보다 먼저 와 대롱의 물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뱀’ 중에서) 무더운 날 타는 듯한 갈증 속에서도 뱀이 먼저 와 물을 마시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는 모습에서 뱀과 사람은 이미 동등한 생명체가 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생명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로런스의 생명을 소재로 한 시적 상상력이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1만 5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위화·쑤퉁·류전윈 대표작 잇따라 출간

    위화·쑤퉁·류전윈 대표작 잇따라 출간

    중국 현대문학을 이끌어가는 젊은 작가 3인방 위화(余華·48), 쑤퉁(蘇童·45), 류전윈(劉震雲·50). 이들이 한국 독서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위화의 ‘형제’(휴머니스트 펴냄), 쑤퉁의 ‘홍분’‘이혼 지침서’‘마씨 집안 자녀교육기’(아고라 펴냄), 류전윈의 ‘핸드폰’‘고향하늘 아래 노란꽃’(황매 펴냄) 등. 이들의 작품은 이제 우리에게 사뭇 친근하게 다가온다. 위화의 문학이 해학적이라면, 쑤퉁의 문학은 인간 본성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편이며, 류전윈의 문학은 향토색이 특히 강하다. 각자의 고유한 색깔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쑤퉁의 작품을 출판하는 아고라 출판사의 박은미 편집장은 “중국 문학이 처음 소개될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문학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선입견 탓에 그다지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여름 이후 이들의 소설이 하나둘 출간되고 나름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내면서 독자층이 두꺼워져 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특수와도 무관치 않다. 중국 자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중국 문학의 서사적 개성이 주목받으면서 중국소설은 적잖은 호응을 받고 있다. 서강대 이욱연(중국문화) 교수는 “문학의 사회적 책임을 자임하는 데서 나오는 중국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관심, 새로운 서사에 대한 고민이 중국소설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찮다. 실제적으로 독자층이 빠른 속도로 두꺼워지고 있다기보다, 중국 소설을 블루오션으로 생각한 출판사들이 중국 유명 작가를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과잉 출판’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삐딱한 예술가들의 유쾌한 철학교실/프랑수아 다고네 등 지음

    우리는 왜 철학이라고 하면 으레 플라톤이니 아리스토텔레스니 칸트니, 역사 속 철학자들의 이름을 읊어대야 하는가. 왜 본질과 속성, 감각과 인식, 현상과 사물 등 골치아픈 형이상학적 용어들을 늘어놓아야 하는가. ‘삐딱한 예술가들의 유쾌한 철학교실’(프랑수아 다고네 등 지음, 신지영 옮김, 부키 펴냄)은 이 모든 것은 늙고 성마른 노인네가 된 철학의 근엄한 가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매개로 철학의 말랑말랑한 속살을 살핀다. 예술가·과학자 등 이 책을 쓴 스물세 명의 저자들은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바칼로레아에 실제로 출제된 철학 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답한다. 책은 철학을 다루고 있고 대학 입학시험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시험에서 허용되는 형식과 조건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저자들은 “시험 보는 날 이 책을 모방한다면 낭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의식과 무의식, 시간과 존재, 죽음, 예술, 신화와 과학, 노동과 자유를 논하는 철학 문제지만 실제 논술 답안지가 갖추어야 할 진지한 말투나 일정한 형식, 분량 준수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답안은 단편소설이나, 시, 소희극, 심지어 만화로 작성됐고 문체도, 분량도 제각각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저 “영감의 원천을 얻으라.”고 말한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도 그러하듯 ‘원래의 철학’은 부활돼야 한다. 지식체계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유로서의 철학은 마땅히 복권돼야 한다. 저자들의 주장이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 자명한 현실을 ‘삐딱한’ 태도와 파격적인 스타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1만 1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아트홀릭/랜덤하우스 펴냄

    ‘해바라기’‘별이 빛나는 밤에’ 등 반 고흐의 말년 그림들에는 유난히 노란 빛이 강했다. 작가의 자의적 작품경향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사실은 전혀 다르다. 정신불안, 간질, 우울증 등의 질환을 앓은 고흐는 디기탈리스라는 안정제에 의존해야 했다. 그 안정제의 부작용 증상이 ‘황색시증’.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증상이었다. ‘명작동화’의 동의어가 된 안데르센은 지독한 건강염려증 환자였다. 괴팍한 성격에 늘 병약했던 그가 여행길에 꼭 챙겼던 것은 긴 노끈. 여관에 불이 나면 노끈을 타고 탈출할 생각에서였다. 유별난 건강염려증은 극에 치달았다. 잠을 자는 동안 생매장될까 두려워 머리맡에 이런 글을 써둘 정도였다.“나는 지금 죽은 것같이 보일 뿐이오.” 정신과 전문의 정유석(미국 클리블랜드대 교수)씨가 독특한 시각으로 별난 작업을 했다.‘천재성’이란 획일적 포장지에 덮여 드러나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심리적 면모를 열어보이는 책이 ‘아트홀릭(Artholic)’(랜덤하우스 펴냄)이다. 서정주, 김지하 등 국내 유명 시인들의 정신세계를 분석하기도 한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출옥한 뒤 스스로를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공언했던 김지하 시인. 하지만 저자는 당시의 김 시인을 “극심한 정신적 외상을 겪은 후 악몽이나 플래시백으로 고통의 경험이 재생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 치열한 예술혼이 도리어 창작마비를 낳는 모순적 양상들을 짚어보이기도 한다. 데뷔작이 크게 히트한 이후 작가들이 실패의 두려움에 다음 작품을 내지 못하는 이른바 ‘둘째 소설 증후군’(Second-novel syndrome). 첫 소설 ‘처녀들의 자살’로 대성공한 이후 두번째 소설 ‘미들섹스’가 나오기까지 무려 9년이 걸린 미국 작가 제프리 유지나이디스를 사례로 꼽았다. 제프리가 ‘둘째 소설 증후군’을 극복한 과정이 실렸다. ‘앵무새 죽이기’의 하퍼 리도 너무 빨리 출세하는 바람에 창작마비를 일으킨 작가의 대표사례.1961년 퓰리처 문학상을 받은 지 4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가는 여전히 두번째 작품을 ‘진행중’이다.1만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김소희 옮김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김소희 옮김

    에릭 시걸의 소설을 바탕으로 아서 힐러 감독이 1970년에 만든 미국 영화 ‘러브 스토리’는 국내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고, 그 여운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영화는 잘 알려진 대로, 라이언 오닐이 연기한 보스턴의 명문재력가 아들 올리버와 알리 맥그로가 맡은 평범한 이탈리아 이민의 딸 제니가 그려낸 슬픈 사랑 이야기이다. 신분제의 억압에 오랫동안 시달린 한국사회에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을 이룬다는 줄거리는 매우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저항·창조적 특성 함께 지닌 주도세력 한국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도 원작소설부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무려 7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미국인들에게도 결코 진부하지 않은 현실이었기 때문이다.‘환경’이 다르다고 사랑하는 청춘남녀를 떼어놓는 신파 같은 일이 당시엔 ‘자유와 기회의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지고 있었다. 2000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보보스(Bobos)’라는 낱말을 만들어냈다. 부르주아(Bourgeois)의 야망과 성공에 대한 집착과 보헤미안(Bohemian)의 저항과 창조성이라는 특성을 동시에 지닌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미국의 기존 엘리트 계층이 관습·제도·가문 같은 주변 환경의 도움으로 성공한 것과는 달리 높은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스스로 성공한 신흥 엘리트 계층이다. 쉽게 말하면 ‘러브 스토리’와 같은 구식 멜로드라마가 여전히 존재하던 사회에서 미국이 완전히 벗어나 ‘쿨’한 주도세력이 새롭게 등장했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원제 ‘On Paradise Drive’, 김소희 옮김, 리더스북 펴냄)는 데이비드 브룩스가 ‘보보스’라는 낱말을 처음 제시한 ‘보보스-디지털 시대의 엘리트’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보보스’가 21세기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을 주도할 엘리트 계층이라는 자부심은 전편보다 한층 강화되었다. 지은이는 미국이 ‘파라다이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역사에서부터 찾는다. 미국은 열정적인 상상력 속에서 태어났는데,1497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자 유럽인들은 희망과 유토피아에 대한 꿈, 그리고 천국을 이곳에 구현하려 했다는 것이다. ●풍요 속에 태어났지만 끝 모르는 경쟁 여기에 오늘날 세계의 경제·사회·문화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보보스’는 풍요로움 속에서 태어나 다양한 기회를 통하여 동기를 부여받으며, 상상력이라는 영양분을 공급받은 존재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미국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경쟁에 내맡겨져 첫숨을 들이쉬는 순간부터 자극받고, 간섭받고, 측정되고, 평가받고, 비교된다. 고등학교에서는 법대·의대·비즈니스스쿨 진학을 목표로, 대학에서는 변호사·의사·중역이 되고자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때로는 인생 전반에 대한 상상력을 펼칠 여유가 없다. 나아가 미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민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보보스’는 미국의 엘리트 계층을 가리킬 뿐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가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에는 신문기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인터넷 시대에 등장한 환경친화적 사고의 고학력 소비계층을 가리키는 ‘에코 보보스’ 같은 표현도 이제는 어색하게 들린다. 미국의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보보스’는 ‘보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굳이 수입할 필요없이 미국 땅에 그냥 놔두면 될 것 같다.1만 35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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