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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TV 하이라이트]

    ●명사의 스승(EBS 오후 7시55분) 주요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위원장. 명창 안숙선에게는 수많은 이름들이 따라다닌다. 끊임없는 노력과 훌륭한 스승이 곁에 있었기에 가능한 별칭들이다. 명창 안숙선을 만들어준 스승을 만나본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손을 잃고 그림을 얻어 행복하다는 화가 석창우. 전기기사로 일하던 중 감전 사고로 두 팔을 모두 잃은 이야기와 그림과는 무관한 삶을 살다가 아들에게 줄 새를 그리면서 새삼 재능을 발견한 사연, 갈고리에 붓을 끼우고 투쟁한 지 한 달 만에 정식 제자로 맞아 준 스승에 대한 이야기 등을 엿본다.   ●사랑해(SBS 오후 9시55분) 영희는 영희B의 유산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 한다. 한편, 영희는 신문을 들고와서는 철수에게 만화가 안 실렸다며 궁금해 한다. 그러자 철수 역시 의아해하다가 편집장으로부터 진작 타협을 원할 때 듣지 그랬냐는 말에 못내 서운해 한다. 그러면서도 영희에게는 단행본 발행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둘러댄다.   ●이산(MBC 오후 9시55분) 청나라 군사가 무력을 썼다는 말에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송연은 태감을 만난다. 하지만 태감은 송연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그림 한 점을 전해주고, 송연은 그 그림을 산에게 보여준다. 산은 정약용이 송연의 말을 되새긴 뒤 군사들을 청나라 사신단이 있는 모화관으로 보내는데….   ●뉴스Q(YTN 오후 4시30분) IOC위원에 도전하고 있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총재(WTF)가 출연한다. 김운용, 박용성 위원의 연이은 자격 상실로 현재 국내에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유일하게 IOC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 총재가 IOC위원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과 세계 태권도계의 수장으로서의 남다른 태권도 사랑을 들려준다.   ●TV, 책을 말하다(KBS1 오후 11시30분) 지난 5일 타계한 소설가 박경리 선생을 추모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가 인생을 바쳐 써낸 작품 ‘토지’를 다시 조명해보고, 고인의 작품과 사상이 현재 우리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돌아본다. 고인이 타계하기 한 달 전, 그를 직접 만났다는 문학평론가 방민호씨의 인터뷰 내용도 공개한다.
  • 김은국 소설 ‘순교자’ 연극으로

    김은국 소설 ‘순교자’ 연극으로

    ‘무거운 연극의 부재.’ 공연계의 현재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섞여 나오는 오래된 주제 가운데 하나다. 한국 신극 100주년 및 세종문화회관 30주년 기념작인 서울시극단의 ‘순교자’(6월1일까지세종M시어터)는 바로 그 틈새를 의식적으로 파고든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형식에 대한 고민 없는 주제의 진중함’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묻게 만든다. 촛대가 드리워진 평양 중앙교회.6·25 전후의 쇠락함과 비참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 공간엔 헐벗은 노숙자만 군데군데 앉아 있다. 여기에 육군본부 정보국장 장 대령과 육군특무대로 평양에 파견된 이 대위가 등장한다. 대령은 대위에게 한국전쟁 당시 공산당에 감금된 14명의 목사를 조사하라고 지시한다.12명은 처형당했고 2명은 살아남았다. 죽은 자는 어떻게 죽어 갔으며 산 자는 어떻게 살아났는지 밝히라는 것. 당시 이들을 처형한 공산당의 정 소좌는 목사들이 “개처럼 죽어 갔다.”고 진술한다. 죽음 앞에서 신앙을 부정한 변절자였다고. 살아남은 신 목사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순교자였다고 거짓 고백한다. ‘순교자’는 1969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김은국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것. 극은 이 대위의 ‘1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전개된다. 대사로 이미 다 표현한 상황을 주인공의 독백으로 다시 설명하는 식이다. 장면당 10분 이상 끌고 가는, 영화로 말하면 ‘롱테이크’가 많아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뮤지컬과 개그쇼에 익숙한 관객들은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목사들의 죽음의 진상’ 장면이 그리 큰 파문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무거운 연극이 자립하는 길은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선보인 미국 연출가 리 바우어의 ‘인형의 집’이나 16∼18일 개막하는 아이슬란드 연출가 기슬리 외른 가다슨의 ‘변신’은 각각 고전에 뿌리를 댔다. 이 작품들은 진지한 주제에 혁신적인 실험을 가미해 관객의 공감을 얻어낸 사례로 꼽힌다. 그런 의미에서 ‘순교자´는 소설이라는 텍스트를 왜 입체적인 무대로 옮기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02)399-1114∼6.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부고] 소설가 김동인 부인 김경애 여사 별세

    ‘감자’‘배따라기’의 소설가 금동 김동인(1900∼51)의 부인 김경애 여사가 15일 오전 10시30분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97세. 평남 용강 출신인 고인은 평양에서 여고를 졸업한 뒤 열아홉살이던 1930년 열한살 연상의 김동인과 중매 결혼했다. 남편과 사별한 뒤 1995년에는 자신의 집을 팔아 마련한 기금 1억원을 동인문학상 운영위원회에 기탁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김광명 한양대 교수와 천명 전 대우 전무, 연환씨가 있다. 김 교수의 딸인 경인씨는 2001년 시인으로 등단해 지난해 첫 시집 ‘한 밤의 퀼트’를 내며 할아버지의 대를 이어 문인의 길을 걷고 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7일 오전 8시30분.(02)2290-9457.
  • “여성예술가들의 숨겨진 삶 그리려 고민”

    “여성예술가들의 숨겨진 삶 그리려 고민”

    “몇년 전부터 역사소설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정통 역사소설을 쓰는 것은 싫었습니다. 좀 색다른 느낌이 나는 역사소설, 아니 좀더 진화된 형태의 역사소설을 쓰고 싶었죠.” 1997년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트’로 등단한 소설가 권지예(48)가 변신을 시도했다. 가부장적 질서와 여성의 억눌린 욕망을 다룬 포스트모던한 경향의 작품을 추구해온 그가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역사소설 형식의 ‘붉은 비단보’(이룸 펴냄)를 내놓은 것. ‘붉은 비단보’는 조선시대 신사임당의 삶을 모티프로 삼아 여성 예술가들의 운명을 그린다.“예술가적인 삶이라는 게 항상 현실과의 불화 속에 고뇌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삶도 즐기며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냉철하게 예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예술가상을 신사임당에서 찾아보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신사임당이 모티프로 삼았을 뿐 소설속 주인공 ‘항아(恒我)’는 상상 속에서 탄생한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이다.‘현모양처의 대명사’ 신사임당은 자식들과 남편을 위해 희생하는 이미지지만, 소설속 항아는 ‘항시 나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스스로 지은 이름 만큼이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의식이 강한 인물이다. “잘 알려진 신사임당은 사실 인물 자체로는 소설 주인공으로 매력이 없어요. 소설가는 삶의 이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니까 바깥에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면을 살피하려고 했습니다.” 소설속 세 주인공인 항아와 친구인 초롱과 가연은 신사임당과는 활동시기가 50년 가까이 차이나는 황진이와 허난설헌을 연상케 한다.“시대가 다른 사람을 한 시대로 묶었어요. 소설을 쓰는데 역사학자처럼 꼭 정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초롱은 빼어난 미모와 춤 솜씨를 지녔으나 서출인 탓에 결국 기생이 되고, 신동 소리를 들었던 사대부 자제 가연은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핍박을 받아 불행한 삶을 살다가 끝내 요절한다. 어쩌면 현실과의 불화 속에 영혼의 자유를 추구하다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허난설헌이야말로 예술가의 전형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는 “예술가는 작품으로 남아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보다 냉철할 필요가 있다.”며 허난설헌을 닮은 가연보다는 신사임당을 닮은 항아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한다. 역사적 고증이 바탕이 됐지만 허구적인 부분이 많아 평전이나 정통 역사소설과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작품 곳곳에 배치된 주인공들이 지은 한시들도 읽을거리다. 무명씨로부터 조선시대 한시, 고대 중국 여성들이 쓴 시까지 다양하게 빌려왔다. 작가는 “현실과 균형을 잃지 않고, 일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는 예술가의 경지는 어떤 것인지를 고민했다.”며 “하지만 결국 예술가란 오랫동안 작품을 남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신사임당을 연구하다 보니 한계가 많았어요. 그래서 어릴 땐 발칙할 정도로 자유스럽던 주인공들이 후반부에 가서는 시대적 현실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죠.” 그런 까닭에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많다고. 앞으로 다시 역사소설을 쓴다면 다른 느낌의 작품을 쓸 것이라는 작가는 “당분간 신변을 정리한 뒤 추리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장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1만 1700원.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쓸쓸하고 고독한 군상들의 고백

    쓸쓸하고 고독한 군상들의 고백

    중견 작가 김영현(53·실천문학사 대표)이 소설집 ‘라일락 향기’(실천문학사 펴냄)를 들고 나왔다.‘내 마음의 망명정부’를 펴낸 이후 10년 만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개구리’‘여름에서 겨울 사이’‘나는 몽유하리라’‘일영에서 보낸 나날들’‘낯선 사내와 술 한잔’ 등 7편이 실렸다. “리얼리즘적 요소와 실험적 성격이 뒤섞여 있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철학적이고 난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선지 소설집은 쓸쓸하고 고독한 ‘무언극’을 보고 있는 듯하다.‘개구리’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혼란을 겪는 헤겔주의자 주인공의 독백으로 이뤄진 실험 소설. 의식 분열을 겪는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에 피상적으로만 귀를 기울이는 간호사에게 실망한 나머지 친구인 ‘나’에게 편지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형식을 띠고 있다. ‘낯선 사내와 술 한잔’에서 주인공은 거리에서 만난 노동자 출신 한 사내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한때 혁명을 꿈꿨던 이야기와 바뀐 세상에 대한 한탄을 듣는다. 그런가 하면 ‘나는 몽유하리라’에서는 생활문제상담소에 찾아온 한 비루한 사내는 길을 걷다 머리위로 떨어지는 벽돌을 맞고 기억을 잃은 사연을 들려준다.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독백의 형식을 심심찮게 택하고 있다. 레닌의 예언과 달리 혁명도 없이 세계자본주의가 전 지구를 지배하는 시대로 변화한 과정을 해석하기 위해선 기존의 소설적 서술방식 대신 독백의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한국 대표 시인 30명 내면적 시 세계 규명

    한국 대표 시인 30명 내면적 시 세계 규명

    “지난 32년 동안 시와 소설에 대한 평론을 써오다,4년전 한국 현대소설 비평서를 냈지요. 그러다 보니 한국 현대시 평론집도 한번 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평론 생활을 총정리한다는 의미도 있구요.” 문학평론가 이태동(69) 서강대 명예교수가 한국 현대시의 내면을 들여다본 비평서 ‘한국현대시의 실체’(문예출판사 펴냄)를 내놓았다. 한용운부터 이성복까지 한국의 대표 시인 30명의 시 세계를 다룬 이 책은 현대시를 평면적으로 서술한 시사(詩史)가 아니라, 작품의 문맥을 통해 그 실체를 규명한 깊이있는 연구서다. “시에는 나름의 성격이 있는데, 그동안 시 평론은 대부분 수박 겉핥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그런 문제의식에서 현대시 100년 시사에 커다란 자취를 남긴 시인들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밝혔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수영의 시 ‘공자의 생활난’에 대한 분석이다.“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었을 때/너는 줄넘기 장난을 한다/나는 발산한 형상을 구하였으나/그것은 작전 같은 것이기에”(‘공자의 생활난’중에서) 평론가들은 그동안 이 시에 대해 해석 불가능한 시로 뒷전에 물려놨지만, 이 교수는 명쾌한 논리로 시의 속내를 밝힌다. 이 교수는 이 시를 존재의 구조적인 모순을 패러디한 것으로 해석한다.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줄넘기를 하고 작전을 펼치지만,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금방 내려와야 하는 인간 존재의 구조적 모순을 ‘줄넘기’‘작전’이라는 시어를 통해 풍자한 것으로 풀이한다. 요컨대 인생의 모순과 부조리를 시의 형식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훈의 ‘승무’에 관한 해석도 눈여겨볼 대목. 이 교수는 “이 시를 여승이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육체적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춤이라는 영(靈)과 육(肉)의 조화를 통해 선(禪)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한다. 단순히 비구니가 춤을 추는 모습이라거나, 시어가 세련됐다는 정도의 기존 해석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다. 이 교수는 “이것으로 글쓰기를 마감할 생각은 없다.”면서 “미처 다루지 못한 중요 시인들에 대한 해석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2만 5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목신의 어떤 오후(정영문 지음, 문학동네 펴냄) 1996년 작가세계에 ‘겨우 존재하는 인간’을 발표하며 등단한 작가의 네번째 소설집. 표제작 등 7편의 단편과 ‘동물들의 권태와 분노의 노래’ 연작 3편을 묶었다. 죽음과 구원 등 인간 본연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1만원.●불안의 꽃(마르틴 발저 지음, 배수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극한의 행복과 불행의 절정을 모두 경험하는 노인의 이야기. 독일 노벨상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와 쌍벽을 이루는 작가는 간결하고 명쾌한 사고, 유머가 넘치는 문체로 독자들을 빨아들인다.1만 5000원.●밤과 요람(강석경 지음, 책세상 펴냄) 1983년 출간됐다 절판된 작가의 첫 작품집을 해설을 덧붙여 다시 내놓았다. 미군 부대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그린 표제작 ‘밤과 요람’을 비롯해 ‘낮과 꿈’‘거미의 집’‘저무는 강’‘맨발의 황제’ 등 12편을 수록.1만원.●유부남이 사는 법(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지음, 조일아 옮김, 문학동네 펴냄) 아르헨티나 문단의 기대주인 작가가 내놓은 3권의 ‘유부남’ 시리즈중 8편을 골라 묶었다. 권태로운 삶을 살던 주인공이 달콤한 일탈을 감행하지만, 소심한 이들의 일탈이란 그다지 영리하거나 치밀하지 못해 방황을 거듭한다는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그렸다.1만원.●운명의 그림자(손채주 지음, 청문사 펴냄) 변두리 인생인 폭력배와 술집 여자간의 사랑 이야기. 이 시대의 아웃사이더들의 삶이 어떻게 철저히 파괴돼 가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후계자’로 등단한 작가의 아홉번째 장편.9800원.●열두살 소령(아마두 쿠루마 지음, 유정애 옮김, 미래인 펴냄) 내전에 휩싸인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부 아프리카에서 어른들의 싸움판에 내동댕이쳐진 아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렸다.2000년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르노도상 수상작.9000원.
  • [일요영화]비포 선셋

    [일요영화]비포 선셋

    ●비포 선셋(SBS 영화특급 밤 1시25분)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6개월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진 두 남녀는 어떻게 됐을까. 후속편인 ‘비포 선셋’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9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다시 만났고, 무대는 빈에서 파리로 옮겨졌다. 연출을 맡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비포 선라이즈’ 제작 당시엔 이들의 재회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정확히 9년 뒤에 영화를 제작했고 80분간의 제한된 만남을 화면에 담았다. 장장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전편의 주인공인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은 외모부터 환경까지 모든 것이 변했을 수밖에. 제시는 네 살짜리 아들이 있는 뉴욕의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됐고, 셀린은 열혈 환경운동가로 사귀는 애인도 있다. 영화는 제시가 출판 홍보차 유럽을 여행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과 셀린의 만남을 소재로 소설을 쓴 제시는 파리의 한 서점에서 한 독자로부터 소설의 결말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불현듯 셀린을 떠올린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소설의 한 장면처럼 셀린이 서점 한 귀퉁이에서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순간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이들은 80분간의 파리 일주에 들어간다. 두사람 사이엔 9년이란 긴 시간이 지나갔건만 빈의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순수했던 그 감성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둘은 깨닫는다. 그런데다 9년 전의 약속이 셀린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더 큰 아쉬움을 느낀다. “결론은 당신이 현실주의자인지 낭만주의자인지에 달려 있다.”는 제시의 극중 대사처럼 감독은 관객들을 향해 진정한 사랑의 가치가 현실과 타협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카메라 한 대로 롱테이크 촬영된 화면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관객들은 드라마 주인공의 사랑에 감정이입되고 만다. 떠나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또 다시 헤어질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사로잡힌 두 사람. 마지막 부분에 셀린이 기타를 치며 제시에게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고백하는 시퀀스는 오래오래 코끝 시큰한 감동으로 가슴에 돋을새김된다. 할리우드의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와는 차별점을 찍는, 신선한 매력의 영화이다. 전작의 다소 ‘찜찜한’ 결론에 아쉬웠다면, 이 속편으로는 짜임새 좋은 단편소설을 읽은 듯한 개운함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특히 남녀 주인공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직접 각본에도 참여한 덕분에 로맨틱 드라마의 질감이 한결 더 생생히 살아났다.80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Metro] 청계9가에 문화사랑방 개설

    서울문화재단은 16일 서울 동대문구 청계9가에 있는 재단 건물 1층에 ‘문화사랑방’을 개설했다. 오가는 시민들이 차를 마시며 자유롭게 독서를 할 수 있는 북 카페인 ‘책다(茶)방’과 문화예술 강좌를 할 수 있는 세미나 공간인 ‘책사랑방’으로 꾸몄다. 책다방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창작프로그램인 ‘개천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6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넷째주 수요일에 열린다.‘청계천에는 누가 살까´,‘방학에 뭐 할래?’ 등 책을 주제로 한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책사랑방에서도 오는 21일 소설가 박범신을 초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11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문학인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한다. 참가신청은 재단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보영 홍보마케팅팀장은 “재단 설립 4주년을 맞아 시민에게 더욱 친숙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문화사랑방이 탄생됐다.”면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문화강연으로 서울을 문화예술도시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한 여자로서 재조명한 위안부 할머니의 삶

    15세 위안부로 살았던 악몽을 증언하며 일본 정부에 사죄를 요구하던 고 강덕경 할머니.1997년 세상을 뜬 강 할머니가 새삼 책을 밟고 걸어나왔다. 자신을 ‘유령(대필) 작가’라 밝힌 배홍진씨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멘토프레스 펴냄)는 일종의 팩션 다큐멘터리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한 여자의 삶을 연민하며 적어나간 상상 속의 다큐멘터리”라는 지은이의 설명처럼 책은 강 할머니를 위안부가 아닌 한 여자로서 다시 기억했다. 정치와 역사의 담론에 파묻혀버린 ‘여성성’에 대한 연민을 마치 소설처럼 상상력 넘치는 글쓰기로 풀어냈다. “나는 이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한 장의 흑백사진, 마이크를 단단히 쥔 손…당혹감에 젖어 갑자기 늙어버린 소녀처럼 보이는 한 노파의 지친 얼굴로부터.” 이렇게 운을 떼는 책은 할머니가 그린 그림 12점을 근간삼아 여자로서, 인간으로서의 삶에 윤곽을 부여했다. 타계하기 3년 전에 고향을 추억해 그린 그림 옆으로 지은이는 취재담을 생생히 엮어놓는다. 할머니가 소학교를 다녔던 진주의 골목길을 구석구석 뒤진 노고가 읽힌다. 교육을 중시하는 할머니 덕분에 그 시절에도 소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사연 등 강 할머니의 사변적 이야기들은 그대로 현대사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물흐르듯 전개되는 책은 할머니가 1944년 일본 마쓰시로 위안소로 끌려가는 대목쯤에서 긴 한숨을 절로 터뜨리게 만든다. 한 여자의 삶에 되돌릴 수 없는 생채기가 나고 만 쓰린 역사의 현장을 다시 한번 생생히 증언했다. 할머니의 그때 나이 열다섯 살. 비행기 공장에서 도망치다 붙잡혀 젊음이 묶여버린 위안소 풍경을 할머니는 작고 1년 전에까지 그림으로 남겼다. ‘위안부 소녀’로 멈춰버린 한 인생의 궤적을 쫓아 지은이는 전국을 떠돌았다. 저자가 의뢰받지 않은 대필을 자임한 이유는 책의 갈피갈피에서 선명하다. 바로 잡히지 못한 역사를 고민하자는 뼈아픈 자성, 그 하나이다.1만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영어고수는 영어고전을 읽는다(전2권)(조중걸·정태균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 시대적 문제의식이 담긴 고전을 골라 전체 내용을 소개한 뒤 실제 영문 텍스트를 제시하고 문법적인 설명까지 덧붙였다.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에릭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 등이 소개됐다. 각권 1만 3000원.●서사의 숲에서 한국영화를 바라보다(박유희 지음, 다빈치 펴냄) ‘소설과 카메라의 눈’을 펴내는 등 영화평론가로 왕성하게 활동해온 저자가 한국영화의 서사구도와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했다.‘디워’‘괴물’‘음란서생’ 등 평단의 쟁점이 됐던 최근 국내 대표작들의 사회적 함의를 짚었다.1만 2000원.●우주인 이소연 그 끝나지 않은 도전(박희범 지음, 전자신문사 펴냄)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우주인 만들기 프로젝트’를 밀착취재한 과학전문기자가 700여일 동안의 취재일지를 생생한 사진자료와 함께 공개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이 우주를 다녀오기까지의 모든 기록들을 한권에 다 모았다.1만 2000원.●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오창익 지음, 삼인 펴냄)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인 저자가 한국사회 곳곳에서 인권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짚었다. 재소자에 대한 흡연 금지조항,0.18%에 불과한 형사사건 무죄율, 법무법인들의 행태,24시간 영업하는 가게주인들과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인권, 무노조주의를 내세우는 기업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1만 1000원.●윤광준의 생활명품(윤광준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사진가이자 오디오칼럼니스트가 자신을 둘러싼 생활용품 60가지를 소개하며, 시간의 켜가 쌓일수록 쓸모와 가치를 더해가는 사물의 이치를 새삼 돌아봤다. 몰스킨 수첩, 빌링햄 카메라백 등의 진짜 ‘명품’은 물론이고 전기장판, 골뱅이 무침, 포스트잇도 얼마든 생활의 명품으로 자리잡는다.1만 2000원.●고대 세계의 70가지 미스터리(브라이언 M. 페이건 엮음, 남경태 옮김, 역사의아침 펴냄) 인류가 풀지 못한 70가지 고대 문화유산들의 비밀을 천연색 사진을 곁들여 설명한 화보집. 에덴동산이 실제 있었는지, 투탕카멘은 어떻게 죽었는지 등의 해답을 고고학, 인류학, 역사학, 종교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 28명을 통해 찾아봤다.4만 5000원.
  • “내게 요리는 잃어버린 것 찾는 열쇠”

    “내게 요리는 잃어버린 것 찾는 열쇠”

    세살 때 미국 뉴올리언스로 입양돼 미국의 인기 음식칼럼니스트로 성공한 김순애(37·미국이름 수니 김)씨. 올 초 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력지들에 사연이 소개되면서 화제에 오른 그가 자신의 지난 삶과 요리 이야기를 소설처럼 엮은 에세이 ‘서른 살의 레서피’(황금가지 펴냄)의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14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서른 살의 레서피´ 출간 맞춰 내한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남매가 빵부스러기를 따라 집을 찾듯 제겐 요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는 열쇠가 됐습니다.” 1973년 11월 인천의 한 시장. 세살짜리 그의 손에 과자를 쥐어 주며 다른 데 가지 말라고 했던 엄마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입양된 낯선 땅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사연, 연애, 요리 이야기를 새 책에 두루 소개했다.100만명이 넘는 독자를 가진 미국의 유명 생활잡지 ‘커티지&리빙(Cottage&Living)’의 요리섹션 편집장인 그는 “항상 뭔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살았는데, 음식을 통해 비로소 그것을 극복하게 됐다.”며 “아이를 버린 것도 사랑의 행위임을 이제는 깨닫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결정을 판단할 권리는 없어요. 세상의 어떤 엄마든 자식을 버리는 건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나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수 있었지요.” ●“밥·김치·매운 향기 기억”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은 그는 모국에 대한 향수를 거침없이 쏟아냈다.“밥, 김치, 매운 (음식)향기를 기억한다.”면서 “이번에 와서 개성식 보쌈김치, 순대, 떡, 수제비, 총각김치, 신선로,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며 활짝 웃었다. 또 “궁중음식 전수자를 만나 전통 한국음식도 소개받고 대추차, 모과차도 맛봤다.”는 그는 “그 요리들이 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니 감격적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인생을 어떤 음식에 비유할 수 있을지 물었다. 한때 유명 프랑스 화장품 업체 ‘록시탕’의 창업자인 올리비에 보송의 연인이기도 했던 그는 “루이지애나 주와 프랑스, 한국의 음식을 섞은 맛일 것 같다.”는 답을 들려 줬다. 스물 한 살 때 프랑스에서 열 일곱 살 연상의 올리비에를 만나 사랑에 빠진 내밀한 이야기가 이번 책에 담겼다. 국내 방송사의 사람찾기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그는 기억을 더듬어 인천의 신포 시장도 다녀 왔다.“어떤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내 오빠가 아닌지 확인해 볼 것”이라는 그는 “내 책을 읽은 세상의 많은 입양아들이 용기있게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고 창조적으로 살아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으뜸교사에 학생들 왜 감동하나

    으뜸교사에 학생들 왜 감동하나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15일)이 찾아왔다. 해마다 존폐여부가 논란이 되고는 있지만, 교육현장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키는 역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선생님들의 몫이다.15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되는 EBS 스승의 날 특집 프로그램 ‘사랑해요, 선생님’에서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으뜸교사 수상자들의 감동사례를 다큐 드라마 형식으로 꾸민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김승만(43) 선생님은 이공계를 기피하는 세태를 누구보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과학교사다. 과학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한 ‘만들면서 배우는 과학교실’, 영어로 진행하는 영재들과의 맞춤과학 수업은 과학교육에 대한 그의 남다른 열정이 일궈낸 결과다. 또 미국 버지니아 주정부 영재학교, 싱가포르 국립영재학교 등과 함께 협력지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물리 전공인 그는 학생들의 이공계 분야 진로지도를 잘하기 위해 35세에 카이스트 석사과정에까지 입학했다. 당시 옛 제자와 나란히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무급휴직을 감행하면서도 기어이 학위를 따냈다. 인천 인일여고 김양희(46) 선생님은 20년간 국내 독서논술 교육현장을 이끌어온 ‘독서교육의 달인’이다. 실업계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풍토가 상식처럼 여겨지던 1990년대 초. 그는 도서관을 꾸미고 모든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책을 읽게 하는 독서교육에 소매를 걷어붙였다.2003년 인일여고에 부임한 뒤엔 학급마다 독서부장을 뽑아 한 달에 한번씩 독후감 발표, 토론, 논술쓰기 등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그해 인일여고가 인천지역 여고 가운데 최상위권 대학에 최다 합격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서울대 사범대 부설 여자중학교 김영선(42) 선생님은 ‘선생님들의 과외선생님’으로 통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초중고 수업지원단으로 동료교사들에게 수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수업 컨설팅’을 맡는다.18년차 국어교사인 그는 놀이방식을 도입한 ‘골든벨 방식 수업’, 단편소설 속 주인공들의 감정곡선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감정곡선 수업’, 연극이나 노래 등으로 토론경쟁을 벌이게 하는 ‘토론 수업’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사해 학생들을 사로잡았다. 사교육 시장의 난립 속에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사명을 다하는 이들을 통해 우리 공교육의 희망을 찾아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佛출판계 “메르시 사르코지”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출판가가 ‘사르코지 특수’를 누리고 있다. 16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소재로 한 소설과 에세이 등 20여종이 잇따라 출간됐다. 이들 신간의 대부분은 저자가 좌파이든 우파이든, 또 장르를 막론하고 사르코지 대통령의 국정을 비난하거나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하락세의 수렁에 빠진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을 반영한 듯하다. 최근 출간된 책 가운데 사회당 소속의 프랑수아 레오타르 전 총리가 낸 소설 ‘나쁘게 끝날 거야’(그라세 출간)는 서점가에 나온 지 한달 만에 12만여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일간 르 피가로가 12일(현지시간) “‘사르코지-푸념’도 판매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사르코지의 취임 1년에 대한 이런 조롱 일색의 출판 동향은 자크 시라크의 임기 마지막 해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그라세 출판사의 편집장은 “엘리제궁을 소재로 한 소설만 불티나게 팔리고 다른 소설은 팔리지 않아 걱정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들 책은 제목부터 ‘과거와의 단절’을 주장한 사르코지 대통령의 국정 1년을 희화화하는 게 많다. 좌파 성향인 일간 리베라시옹의 로라 조프랭이 낸 책의 제목은 ‘벌거벗은 왕’(로베르 라퐁 출간)이다.또 사회당의 차기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피에르 모스코비치 의원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한 ‘68혁명 잔재 청산’ 발언을 빗대 ‘청산자’(아셰트 출간)라는 책을 냈다.이밖에 ‘곤두박질과 파산’(페이야드 출간) ‘사르코지와 돈의 왕’ 등 사르코지 대통령의 국정 1년에 대한 냉소적인 제목도 적지 않다.vielee@seoul.co.kr
  • “작품 통해 내면속 정치·사회적 억압 깨고파”

    “제 작품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우리 내면속에 잠재해 있는 금기사항, 즉 정치적·사회적 억압 구조 등을 하나둘 깨뜨리는 것입니다.”(오르한 파무크) “문학의 책무는 보편성이라는 이름 아래 서구 문학이 일방적으로 던져준 형식과 화법에 얽매이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황석영) 국제출판협회(IPA) 서울총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56)와 소설가 황석영(64)씨가 12일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경계와 조화’란 주제로 공개 대담을 가졌다.2시간 동안 진행된 대담에서 두 작가는 경계를 뛰어넘는 문학의 기능과 전통과 서구의 조화, 디아스포라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사회는 문학평론가인 김동식 인하대 교수가 맡았다. ▶사회 한국과 터키는 모두 전통과 서구의 충돌을 극적으로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양국 지역에 기반한 민족주의가 큰 문제가 된 동시에 두 나라 모두 강렬한 서구지향성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파무크의 ‘내 이름은 빨강’과 황석영의 ‘손님’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데, 지역성에 근거한 민족주의 문제와 서구사회에 대한 동경 사이의 갈등, 경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파무크 터키에서도 전통적인 것을 얼마나 유지해야 하고 서양을 얼마나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나는 처음 서양 것을 터키의 전통적인 스타일과 함께 버무리겠다고 생각했는데,‘검은 책’의 형식이 바로 그런 형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35년간 작가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은 지역적인 것일 수도 있고 국제적인 것일 수도 있다. ●황석영 얼마전만 해도 한국 사회가 민족주의적 억압이 심했다. 난 남북의 국가주의로부터 다 ‘환영받지 못해’ 무국적자 신세를 경험했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실체를 본 셈이다. 그래서 난 세계시민이라고 말하곤 했다. 최근에는 작가는 국경, 민족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이고 작가의 조국은 모국어라고 말한다. 이후 세계적 현실을 우리 양식에 담는다는 결심을 했고 그 이후에 쓴 작품들에 그런 결심들이 담겨 있다. ▶사회 터키인들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 많이 이주해 있고 미국 등지에 있는 한국인들도 많다. 디아스포라와 자국내 소수자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석영 디아스포라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주 노동자, 난민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하는데 애매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난민을 이야기할 때 간과하는 것이 탈북자들이다. 중국에 20만명의 탈북자가 떠돌아다니고 있고 유럽, 미국쪽에 흩어져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하고 다른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파무크 유럽 기자들과 인터뷰하면 ‘독일에 있는 터키인들은 왜 우리처럼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독일내 터키 사람들의 문제는 독일 문제다. 마찬가지로 터키에 사는 소수민족의 문제는 터키의 문제다. 문제는 인종주의와 정치적인 민족주의다. 다른 나라에 이주해 살면서 억압받는 사람들은 문화가 열등한 탓에 압력받는 것이 아니라 인종주의 때문에 억압받는 것이다다. ▶사회 자신의 문학이 태어나고 성장한 문학적 고향이 있다면. ●파무크 이스탄불이다. 지금까지 이스탄불에 살고 이스탄불에 대해 썼다. 문화와 언어와 문명이 바뀌어도 탁월한 작가들이 있지만 나의 경우 그런 작가가 아니다. ●황석영 난 고향이 없는 사람이다. 만주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 영등포로 이사왔다. 영등포는 일제가 산업도시로 만든 곳이라 일본 집들이 많았다.1980년대 초 일본에 갔을 때 도쿄 외곽의 작은 도시에 머물렀는데 풍경이 영등포 거리와 똑같아 향수를 느꼈다. 선대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하는 ‘토박이 이야기꾼’이 있고 떠돌아다니며 들은 이야기를 전파하는 ‘외곽 이야기꾼’이 있다면 난 후자다. 앞으로도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닐 것 같다. 개인적으로 파무크 작품 중 ‘내 이름은 빨강’과 ‘하얀 성’을 봤는데 서술이나 구성법이 우리 민담과 비슷해 낯설지 않았다. 우리 젊은 작가들도 프랑스나 독일, 미국 소설 흉내내고 그럴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언어, 방법론을 개발해야할 것 같다. ▶사회 오늘날 문학의 위상, 운명, 장래에 대해 많이들 걱정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황석영 그렇게 엄살 부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지만 출판 부문에서 세계 7위다. 문학이 활력이 있고 무엇보다 독자들이 살아 있다. ●파무크 동감이다. 문학은 절대 죽지 않는다. 종이와 연필, 그리고 무엇인가를 설명하고자 하는 사람은 인류가 계속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할리우드 ‘가족영화’ 쏟아진다

    할리우드 ‘가족영화’ 쏟아진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총공세가 시작됐다. 통상 여름 시장을 겨냥해 5월말부터 시작되던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이 올해는 한달가량 앞당겨졌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아이언맨’이 개봉 9일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5월 한달간 할리우드 화제작 3편이 잇따라 개봉된다. 지난달 국내 영화 관람객수는 총 744만명(CGV집계)으로 2003년 4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극장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연이은 개봉으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피드 레이서’‘인디아나 존스’등 잇따라 개봉 5월 개봉하는 할리우드 화제작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꿈과 상상력, 모험을 강조한 ‘가족영화’가 많다는 점.8일 전세계 동시 개봉한 ‘스피드 레이서’는 ‘달려라 번개호’(마하 고고고)라는 이름으로 국내에도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가수 비를 캐스팅해 만든 첫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시속 640km로 질주하는 레이싱카의 곡예를 담기 위해 최신 촬영기법과 컴퓨터 그래픽에만 약 3억 달러(3000억원)를 들였다. 만화와 실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스피드 레이서’가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의 왕자’(15일 개봉)는 판타지적 상상력을 강조했다. 전편에서 하얀 마녀에 맞섰던 네 남매는 이번엔 캐스피언 왕자와 함께 미라즈왕의 폭정에 시달리는 나니아를 구한다.C S 루이스의 동명 소설 시리즈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1600컷에 이르는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과 원격 제어 장치로 조종하는 캐릭터 모형으로 나니아 생물은 물론 대규모 전투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한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해리슨 포드가 18년만에 만나 만든 모험영화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2일 개봉)은 최대한 컴퓨터 그래픽을 자제한 ‘아날로그식’ 액션으로 승부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화려한 그래픽이 아닌 액션과 특수효과를 최대한 실감나게 살릴 것”을 주문했고, 배우와 스턴트맨들은 실제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액션을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극장가 “불황 타개 기대” 이처럼 가족영화를 앞세운 외화의 공세에 극장가는 내심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영화의 관람 등급은 대부분 전체관람가나 12세 관람가로 가족 단위의 관객들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족영화는 단순하고 탄탄한 작품성을 바탕으로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성인관객층까지 흡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를 중심으로한 달라진 관람 형태도 한몫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의 김윤정 대리는 “‘어거스트 러시’나 ‘식객’ 등은 지난해 11월 비수기에 개봉했지만 가족단위 관객들이 끊임없이 몰려 큰 성공을 거뒀다.”며 “쇼핑센터와 인접해 접근성이 뛰어난 멀티플렉스는 최근 자녀들의 현장학습 등 가족 중심 여가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규 롯데엔터테인먼트 과장도 “이제는 부모가 된 30∼40대 TV세대가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가족영화를 중심으로 한 관객 몰이가 여름시장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책꽂이]

    ●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김달진 지음, 문학동네 펴냄) 시인이자 한학자, 승려였던 월하 김달진의 업적을 되새기는 ‘김달진 전집’의 8권. 시인의 생전에 출간된 ‘일곱 가지의 아내’ ‘불교설화’ ‘큰 연꽃 한 송이 되기까지’ 등에 수록된 불교 이야기를 한데 엮었다. 인도의 불교 사상가이자 시인인 마명이 붓다의 생애를 풀어낸 작품 ‘붓다차리타’(9권)도 시인의 번역으로 함께 출간됐다.8권 1만 5000원,9권 1만 8000원.●근대와 나의 문학(고은·모옌 등 지음, 김태성 옮김, 민음사 펴냄) 지난해 ‘근대와 나의 문학’이란 주제로 열린 한ㆍ중문학포럼에서 발표된 글들을 모았다. 고은, 김광규, 김원일, 정호승, 은희경 등 한국 작가 12명과 모옌, 장종, 수팅, 차오원쉬안 등 중국 작가 11명이 문학의 길을 걸어오면서 가진 문제의식과 단상 등이 실렸다.1만 2000원.●아미빅(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양수현 옮김, 문학동네 펴냄) 소설 ‘뱀에게 피어싱’으로 2004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일본 신예 작가의 장편소설.‘아미빅(Amebic)’의 사전적 의미는 ‘아메바의, 아메바로 인한’이라는 뜻. 이 소설에서는 ‘자기중심주의가 뇌를 침식해 일어나는 상상력의 붕괴’라는 뜻으로 쓰였다.9500원.●네 가족을 믿지 말라(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김영사 펴냄) 아빠의 취미는 가정 내 도청, 엄마 취미는 딸의 남자 친구 신원 조사, 여동생의 취미는 가족 미행….‘세상이 무너져도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진리를 유쾌하고 엉뚱하게 풀어낸 불량가족 이야기. 미국 문단의 기대주로 꼽히는 작가가 내놓은 첫 소설.1만 2000원.●날개는 언제까지나(가와카미 겐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비채 펴냄) 일본 아오모리현의 중학교 3학년생인 가미야마 히사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춘소설. 주인공이 우연히 비틀스의 노래를 듣고 느꼈던 전율과 함께 사춘기 소년이 겪은 우정과 사랑, 호기심 등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자율신경실조증 등 역경을 딛고 재기한 일본의 대표적인 청춘소설가.9800원.●멀리 있어도 사랑이다(김정한 지음, 북갤러리 펴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한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사랑의 카타르시스를 간결하게 묘사했다. 숙성된 와인처럼 때로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깊고 심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70편 시를 묶었다.6000원.●이방원전(전2권, 이정근 지음, 가람기획 펴냄)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행동을 일삼았던 태종 이방원의 생애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역사소설. 작가는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행적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피바람을 일으키며 쟁취한 그 권력을 누구를 위하여 어디에 썼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각권 1만 2000원.
  • 레트의 눈으로 다시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의 영원한 고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카피라이터 출신 작가 도널드 매케이그(68)의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로 부활했다. 이번에는 남자 주인공 레트 버틀러의 관점으로 새로 씌어졌다.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도널드 매케이그 지음, 박아람 옮김, 레드박스 펴냄)은 레트 버틀러의 고향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부터 여자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를 만난 조지아까지의 행적을 레트의 눈으로 쫓아간 작품. 이 소설에서는 원작에서 스칼렛을 떠났던 레트가 타라에서 스칼렛과 재회하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소설은 원작에 충실하지만 원작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시대 배경이 크게 확대됐다. 원작보다 앞선 1843년 레트의 어린시절부터 시작된다. 그의 뒷이야기도 1874년까지 길게 펼쳐져 20년간의 세월을 생동감 있게 재현했다. 미국의 인종문제와 남북전쟁 등을 통해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성찰케 한다. 레트의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친 아버지 랭스턴 버틀러, 스칼렛을 사랑하는 레트를 바라보며 애태우는 벨 워티링, 그녀를 임신시킨 장본인이자 레트를 곤경에 빠뜨리는 앤드루 래버넬 등 원작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레트의 주변 인물들을 상세히 그려냈다.1만 4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노루·사슴 노는 고향 땅서 편히 잠드소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고(故) 박경리 선생이 9일 고인의 고향인 경남 통영의 미륵산 자락에 영면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등 유족과 전국의 문인, 통영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통영 앞바다와 한산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양읍 신전리 양지농원의 미륵산 자락에 안장됐다. 오후 1시쯤 양지농원에 도착한 유해는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남해안별신굿 보존회의 들채굿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유족, 지인들의 큰 절을 뒤로 하관됐다. 이어 유족들과 강원도 원주, 경남 하동 문인들이 고인이 소설 ‘토지’를 완간한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옛집의 흙과 타계 전까지 살았던 원주 토지문화관 텃밭의 흙, 최참판댁이 있는 하동 평사리의 흙을 관위에 뿌리는 ‘허토’ 의식이 열렸다. 고인이 2003년 전남 함평나비축제 명예대회장을 했던 인연으로 함평에서 가져온 하얀 나비 수십마리가 하늘로 날아 오르는 가운데 고인은 양지바른 산자락에 영원히 육신을 눕혔다. 앞서 오전 통영시내 강구안 문화마당과 충렬사 주차장에서 추모제와 노제가 열렸다. 유해가 실린 꽃상여와 200여개의 만장(輓章)이 어릴 적 고인이 뛰놀던 통영시내 1㎞를 이동하는 동안 13만여명의 고향 주민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진의장 통영시장은 “선생의 타계로 문학의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것인가를 우리는 깨닫게 됐다.”면서 “이순신 장군의 독전 소리가 저렁저렁하던 한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뵈는 양지바른 곳, 선생님이 좋아하셨던 그곳은 노루와 사슴이 쉬었다 가는 좋은 땅, 평화로운 땅이다. 그곳에서 편안히 잠드소서.”라고 추모사를 했다. 한편 통영시는 지난해 12월24일 고인이 81번째 생일을 기념해 외손자 2명과 통영을 찾아 시에 전달했던 유품 수백여점을 이날 시청 강당에서 공개했다. 공개 유품에는 ‘박경리문학상 제작에 관하여’ 육필원고(23장), 본명인 ‘박금이’(朴今伊)로 된 여권, 진주여고 재학당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김약국의 딸들’ 영역본, 외손자 등과 주고 받은 엽서와 편지,‘토지’ 완간 10주년 특별대담 DVD세트, 충무시 문화상 수상패, 고인의 연필 드로잉, 액세서리 주머니, 신문 스크랩 등이 포함돼 있다. 고인이 생전에 “나의 생활이요, 나의 문학이요, 나의 예술”이라며 가장 아꼈던 3가지 물품인 재봉틀과 국어사전, 통영 소목장(小木匠·목재로 만든 세간)은 들어 있지 않았다. 통영시는 유품을 2010년 개관 예정인 통영 박경리문학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통영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토요영화]모리스

    ●모리스(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25분) 동성애가 법적으로 금지됐던 191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동성애자의 삶을 그린 영화. 민감한 소재를 멜로드라마의 화법으로 녹여 냈다는 점에서 한층 주목받았다. 작품의 원작자인 E. M. 포스터도 책을 낼 당시 “내가 죽거나, 영국이 죽기 전에는 출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당시로선 파격적인 소재였다. 결국 포스터가 죽고 난 뒤에야 책이 출판됐다. 클라이브(휴 그랜트)는 그리스 문학을 사랑하는 명문대생이다. 같은 대학에 입학한 모리스(제임스 윌비)는 매력적이지만 평범한 영국 중산층의 젊은이. 점차 대학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무렵, 모리스는 선배의 방에서 만난 낯선 인물 클라이브에게 묘한 떨림을 느낀다. 그리고 이내 그에 대한 감정이 우정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엄혹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칫 극단의 상황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는 위험한 사랑을 하게 된 두 남자. 동성애로 인해 잃게 될 너무도 많은 제도권의 혜택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성적인 인간 클라이브와, 그런 그를 향한 사랑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모리스의 갈등이 드라마의 주요 얼개이다. 원작자인 포스터의 소설은 그의 주변인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경우가 많다. 포스터는 자신의 소설 ‘전망 좋은 방’을 케임브리지대 재학 시절의 절친한 친구에게 헌사하기도 했는데, 그 친구가 결국 이 영화 속 클라이브의 캐릭터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팬이라면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개인사를 영화 속에서 확인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연출을 맡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영국 중산층의 한 평범한 젊은이가 온갖 사회적 편견을 뚫고 성적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전망 좋은 방’(1985),‘하워즈 엔드’(1992) 등 포스터의 소설 원작을 다수 영화화한 아이보리 감독은 시대극 연출에 특히 탁월한 재능을 보여 왔다. 이 작품의 백미는 억압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인물의 내면을 구사한 휴 그랜트의 연기다. 지금은 로맨틱 코미디의 왕자로 대접받고 있는 톱스타의 오래 전 모습을 대면하는 즐거움도 꽤 쏠쏠하다. 진실하면서도 사실적인 동성애자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덕분에 그는 강수연이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제44회 베니스영화제(1987년)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140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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