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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상상의 영토를 위하여/황수정 문화부 차장

    [데스크시각] 상상의 영토를 위하여/황수정 문화부 차장

    얼마전 별 기대 없이 중국 청소년 소설 한 권을 잡았다가 단숨에 읽어 내렸다. 중국 작가 창신강의 ‘열혈 수탉 분투기’라는 별난 제목에 일단 눈길이 갔다. 만만하게 책갈피를 들췄건만 ‘요것봐라’ 싶게 여간 재미가 쏠쏠하지 않았다. 주인공 수평아리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신통력을 가졌다. 평범한 고기닭이 되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수평아리의 활약상은 유쾌했다. 하지만 책의 진짜 매력은 딴 데 있었다. 무한경쟁 사회를 풍자하는 주인공 분투기에는 등장인물 캐릭터나 소재가 뿜어내는 상상의 힘이 무엇보다 셌다. 최근 빠른 속도로 독자층을 포섭하는 중국 동화작가들이 몇 있다.‘빨간 기와’‘바다소’ 등의 차오원쉬안, 황베이자 등이다. 출판시장의 극심한 불황에도 그들 책은 고정팬을 확보해 가며 꾸준히 읽힌다. 출판가의 여러 얘기들을 조합하면 답은 나온다. 그들의 저력은 먼 데 있지 않다. 영미권 문학에서 좀체 맛보지 못했던 참신한 상상의 여지를 펼쳐 보인다는 것이다.‘열혈 수탉’처럼 요즘 한창 주목받는 중국산 청소년 소설들의 풍자적 상상력은 영미권의 신화적 판타지에 싫증난 독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이쯤 되면 우리 작가들도 한번쯤 진지하게 자기반성을 해 봐야 한다. 시장불황 탓만 할 게 아니라 얼마나 창의적인 이야깃감을 내놓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책 장사용’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이 있음에도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은 앞다퉈 문학상을 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굵직한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의 얼개는 거기서 거기다. 교육이나 가족 문제를 소재로 성장통을 그리는, 엇비슷한 감상포인트의 성장소설들이다. 상상의 힘이 아쉬운 쪽은 물론 문단만이 아니다. 몇년 새 전례없이 시장기능이 왕성해진 미술계의 상상력은 되레 동맥경화에 걸린 듯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비밀병기 삼아야 할 신인작가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발빠르게 주류 미술시장에 편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름길로 눈독들이는 카드가 메이저 화랑들이 운영하는 입주작가 제도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신인들에겐 작업공간을 비롯한 제반여건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언감생심 꿈도 못 꿀 대형화랑에 정기적으로 전시마당을 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신인들을 혹하게 만드는 대목. 콜렉터들이 캠퍼스를 돌며 싹수 있는(?) 예비작가들을 선점하는 풍경은 이미 익숙하다.‘졸업작품전에서 낙점되지 못하면 10년이 늦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만도 하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한창 창의정신을 빛내야 할 젊은 작가들이 대형 화랑의 우산을 쓰고 안주하는 현실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큰손 콜렉터들이 남다른 감식안으로 신인들의 번뜩이는 상상력을 잽싸게 나꿔채 무대를 열어주는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작가들은 화랑 입맛에 맞는 팔리는 작품을 ‘입도선매’ 당할 수밖에 없다. 상상의 기제는 봉쇄되고 마는 셈이다.“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경매시장에 작품이 나올 판”이라는 자조섞인 얘기들은 그래서 나온다. 작가도, 그들의 잠재력을 일궈내야 할 화랑도 모두 생산조급증에 걸려 있는 건 딱한 노릇이다. 상상의 우물이 곳곳에서 말라가는 징후들은 안타깝다. 국내 간판급 미술대학의 교수인 중견작가는 얼마전 푸념을 했다. 그 대학에는 요즘 추상화를 그리는 학생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고 했다. 너나없이 사실화, 그것도 사진인 양 베껴 그리는 극사실화만 붙들고 있다며 혀를 찼다. 어느 분야를 따질 것도 없다. 문화시장의 성패 관건은 앞으로도 영원히 ‘상상의 힘’에 있을 것이다. 말라 버린 상상의 영토를 되돌려 놓을 시간이다. 황수정 문화부 차장 sjh@seoul.co.kr
  • “첫날밤 신부처럼 긴장되고 떨려”

    “시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가슴이 벌렁벌렁거렸습니다. 마치 첫날밤 보내는 신부처럼 긴장이 되기도 하고….”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시집 ‘허공’(창비)을 펴낸 고은(75) 시인은 1일 기자들과 만나 “등단 반세기가 지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제 막 시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1958년 현대문학에 ‘봄밤의 말씀’이 추천돼 등단한 시인은 시는 물론 소설, 산문, 평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글쓰기 작업을 벌여왔다. ●후반기 詩作도 질풍노도 될 것 표제시를 비롯해 ‘추억 하나’‘여생’‘응애응애’ 등 107편이 실린 이번 시집에는 시작활동 반세기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시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시인의 초심이 그대로 녹아 있다.“나의 미래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예측할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시작 활동은 이제 후반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죠. 이 후반기가 아마도 내겐 또 다른 질풍노도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그 같은 맥락에서 시인은 허공과도 같은 시의 시원(始原)으로 되돌아가려는 재출발의 의지를 불태운다.“보게/저 지긋지긋한 시대의 거리 지나왔거든/보게/찬물 한모금 마시고 나서/보게/그대 오늘 막장떨이 장사 엔간히 손해보았거든/보게 백년 미만 도(道) 따위 통하지 말고/그냥 바라보게/거기 그 허공만한 데 어디 있을까보냐”(‘허공’ 중에서) 허공의 텅빈 충만, 그것은 정형화된 것은 죄다 거부하고 모든 것을 근원으로 되돌린다. 그리고 이내 백지처럼 하얀 공간에서 새 출발의 몸짓을 취한다. 시적 후반생을 시작한 시인의 다음 시집 제목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시인은 직접 ‘멧비둘기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라는 이름을 붙였다.“여름에 많이 우는 멧비둘기 소리는 처음엔 너무 듣기 싫었어요. 소리가 탁하고 뭔가를 토해내는 것같아 찝찝했던 거지요. 그런데 여러번 들어 보니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게 되더군요. 어머니의 소리 같기도 하고 할아버지가 남긴 뜻 같기도 하고…. 향토의 피가 녹아들어 있다고 할까요.” 멧비둘기가 울 때마다 글이 잘 써져 그냥 다음 시집 제목을 그렇게 정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림에도 도전… 4일부터 전시회 시인은 시작활동 외에 그림 그리는 일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해 볼 참이다. 그 첫 무대가 바로 4일부터 서울 순화동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그림전 ‘동사를 그리다’다.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 35점과 글씨 19점이 출품된다.“그동안 화가 ‘천경자론’과 이중섭 평전 등을 써왔는데, 어느 순간 내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더군요. 사실 어릴 때 나의 꿈은 화가였어요. 그림을 통해 모든 끼를 발산하고 싶었던 거지요. 지난 여름 그림의 포로가 돼 17일동안 정신없이 그린 것을 이번에 선보이는 것입니다.” 시인은 1986년 첫 출간한 한국문학 최대의 연작시집 ‘만인보’도 내년초 30권 분량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문필활동에 그림작업까지, 그 멈출 줄 모르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느냐는 물음에 노(老)시인은 이렇게 답했다.“한마디로 ‘신명’이지요.”신명이 나면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닌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웃는얼굴] 지금 웃지 않는 자, 유죄

    [웃는얼굴] 지금 웃지 않는 자, 유죄

    화창한 일요일 오후 여섯 시, 잠실 석촌호수 수변무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잠시 후 그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슬며시 짓는 미소도, 웃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 실없이 배어나오는 실소도 아니다. 폭발하듯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 그야말로 폭소다. 허허허. 하하하. 호호호. 다양한 연령대와 생김새만큼 소리도 제각각이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저렇게 박장대소, 가가대소하는 거지? 행인들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본다. 걸음을 멈춘다. 아예 그들 주변에 자리 잡고 앉은 구경꾼도 있다. 그래도 이 사람들, 배짱 한 번 좋다. 누가 쳐다보든 말든 훈수를 두든 말든 호수가 떠나가도록 웃기만 한다. 여기는 대한민국 최초의 웃음클럽, ‘잠실 웃음클럽’이다. 웃음, 비밀을 푸는 열쇠 웃음클럽에 가입한 지 2년이 되었다는 신진숙 씨는 초등학교 교사다. 동료 교사의 권유로 이곳 회원이 된 그녀가 웃음클럽에 나온 최초의 동기는 소박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것. 신진숙 씨의 바람은 실현되었다. 그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선생님, 지루하지 않게 수업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학급 홈페이지에 우스운 퀴즈를 올리고 아이들이 수업하느라 힘겨워할 때 유머 한 토막 들려주고, 그러면서 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그러나 신진숙 씨가 말하는 웃음의 체험담은 그것만이 아니다. “저는 몸이 많이 약한 편이었어요. 20대에 폐렴에 걸려 한쪽 폐를 잘라냈는데 그 후 늘 힘들었죠. 그런데 웃음클럽에 나온 다음부터 몸이 가뿐해지고 피로도 가시는 걸 느껴요. 그래서 웃음이 운동이고 명약인 거죠.” 심신이 건강한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웃음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었다는 그녀는 “웃음이 기적을 만들었어요”라고 말을 맺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한편 잠실웃음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배광수 씨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부터 웃음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배광수 회장만이 아니다. 우리는 웃음이 사람을 얼마나 기분 좋게 하는지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풍문 같은 이야기를 듣곤 한다. 웃음은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심장병과 돌연사 예방에 효과가 있다, 인터페론 감마의 분비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키워준다, 웃음의 운동량은 에어로빅 5분의 효과가 있다, 등등. 그러나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웃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랴. 배 회장에게 웃음클럽은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지식을 실천하는 첫걸음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더 팍팍해지고 마음은 쉬 황폐해집니다. 웃음은 그것을 치유하지요.” 그러고 보니 그를 비롯한 웃음클럽 회원들의 얼굴이 참 밝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책 《시크릿(Secret)》의 주제는 거창한 데 있지 않다. 긍정적 사고와 간절한 바람이 만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 원하는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시크릿》이 전하는 놀라운 비밀이다. 그렇다면 웃음은 시크릿의 핵심 키워드가 아닐까. 자주, 또 크게 웃는 사람에게 불만스러운 일이 많을 리 없다. 그런 사람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에 침몰당할 리 없다. 윈스턴 처질은 말했다. 웃음이라는 명약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은행에 백만 달러를 저금해 두고 꺼내 쓰지 않는 자와 같다고. “웃음과 행복은 한 집에 삽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 함께 웃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 감사합니다.” 웃음을 실천하면서 사업도 인간관계도 잘 풀리기 시작했다는 배광수 회장. 그의 말처럼 우리는 알지만 행하지 못해 수많은 우울과 불운을 형벌처럼 받고 있는지 모른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웃고 나니까 웃긴 것 최규상 유머전략연구소 소장이 잠실웃음클럽을 시작한 건 5년 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웃음클럽의 시작 뒤엔 최 소장 자신의 역경이 있었다. 2002년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후배의 보증을 섰던 일이 잘못되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극심한 스트레스의 나날을 회상하며, 그는 웃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웃음밖에 방도가 없었던 지난한 삶 속에서 그는 웃음의 진가를 발견했다. 웃음만이 근심을 이길 수 있다, 가난의 이면에 부유의 상징인 웃음이 있다. 그가 발견한 평범하지만 놀라운 이 깨달음은 웃음클럽 회원들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유머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유머코치, 웃음치료사, 웃음전략연구소 소장……. 그를 수식하는 몇 가지 직함만으로도, 유머가 가진 다양한 영역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기업체 강연을 나가는데요, 조직에 유머가 들어가면 얼마나 막강해지는지 몰라요. 매출이요? 물론 올려줄 수 있죠.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단순히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좋은 물건을 좋은 사람에게 사고 싶어 하거든요.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웃음 띤 사람, 고객을 웃게 하는 사람이죠. 그리고 유머는 조직을 단합시키기도 하지만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머마케팅이라는 분야도 있고요.” 유머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그의 말처럼 누구나 좋은 사람과 대화하기 원하고 친해지고 싶어 한다. 좋은 사람은 웃는 사람, 웃게 하는 사람이다. 웃음을 장착해야 하는 이유는 이토록 명백하다. 왜 모르겠는가, 웃음이 좋다는 것을.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다. 웃고 싶어도 세상사는 힘겹고 고단하다. 웃을 일이 없는 것이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웃고 나면 웃을 일이 생긴다니까요.” 최규상 소장과 유머클럽 회원들의 역발상 속에는 먼저 웃는 사람이 이긴다는 철학이 있다. 인생은 고통을 지배하느냐 고통에 지배당하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고통의 우위에 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웃어버림으로써 웃을 일을 만드는 것이다. 웃음을 통해 승자가 된 그들은,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웃어’서 ‘버리’세요. 고통도, 슬픔도, 아픔도.” 유머는 휴머니즘이다 몇 년 전 김제동이라는 남자가 텔레비전에 등장했을 때, 대중이 그에게 매혹당한 것은 화려한 언변이나 연예인답지 않은 소탈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는 눈이 작습니다. 눈이 작아서 좋은 점이 참 많아요. 일단 아폴로눈병에 걸려본 적도 없고요….” 그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비하도 미화도, 연민도 과시도 없다. 오직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 나아가 자신을 도구로 가지고 노는 내공이 있을 뿐이다. 그가 대중의 호감을 산 건 콤플렉스를 벗어던진 바로 그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 최규상 소장에게도 같은 힘이 느껴진다. “저는 혀가 짧습니다. 혀가 짧으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남들처럼 혀를 깨물어본 적이 없다니까요. 그리고 저는 혀가 짧기 때문에 겸손합니다. 제 혀를 가지고 발바닥처럼, 남을 밟아본 적이 없어요. 제 혀는 오히려 손바닥을 닮았습니다. 키워주고 토닥여주고 쓰다듬어주는 데에 사용합니다.” 누구나 콤플렉스는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콤플렉스 때문에 슬퍼하고 절망한다. 유머가 가진 강력한 힘은 여기에서 발휘된다. 관점을 변화시켜 열등감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내 키가 작은 게 아니라 남의 키가 큰 것이다. 내가 못생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잘생긴 것이다. 스스로의 결점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즐거움은 유머감각을 소유한 자의 몫이다. 그래서 최규상 소장은 유머러스한 사람은 유머리스트(Humorist)가 되고 유머리스트는 휴머니스트(Humanist)가 된다고 말한다. “유머라고 하면 단순히 남을 웃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일차적인 단계예요. 유머의 가장 큰 힘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일찍이 수많은 현자와 철학자들이 웃음에 대해 역설했다. 웃는 사람은 웃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 웃음은 참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참을 만한 것으로 더 나아가 희망적인 것으로 바꾸어놓는다, 웃음은 마음의 치료제이자 몸의 미용제이다……. 그러나 웃음의 효과에 관해 아무리 많은 상식과 아포리즘을 알고 있어도 소용없다. 이 순간 웃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노희경 식으로 이렇게 말하자. ‘지금 웃지 않는 자, 유죄’라고. 잠실 웃음클럽·다음 카페 “유머발전소”
  •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어째서 인간은 폭력을 휘두를까

    때로는 노래 한 곡만으로도 영화가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지방 대학에 진학한 시이나는 밥 딜런의 노래 ‘블로인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부르다가 옆집에 사는 가와사키와 친구가 된다.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들은 가와사키는 시이나가 어떤 인간인지 직감한다.1960년대에 발표된 이 곡이 대표적인 반전 노래라는 사실 때문은 아니다. 시이나는 운동권도 좌파도 아니다. 시이나가 그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서정적인 정서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착하고 순진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와사키는 시이나의 노래를 듣는 순간, 그가 어떤 차별이나 편견 없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각색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는 묘한 사건으로 출발한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부탄인 도르지가 친구를 잃어 슬퍼한다며, 그를 위해 일본어 사전을 훔치자고 제안하는 가와사키를 따라서 시이나는 서점 습격사건에까지 따라간다. 그리고 가와사키가 어떤 인간인지, 왜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이게 되었는지 차츰 알게 된다. 가와사키는 부탄인 도르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여성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지만, 우연히 공원에서 동물학대범들을 만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그저 자신들이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동물들을 괴롭히고 죽이던 동물학대범들은 그들을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들은 왜, 아무런 죄도 없는 동물과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왜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것일까. ‘Blowin’ in the wind’의 가사는 이렇다.‘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흰 갈매기는 사막에서 잠들 수 있을까/얼마나 더 많이 머리 위를 날아야/포탄은 지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바람만이 알고 있지’ 어째서 인간은 계속해서 전쟁을, 폭력을 저지르는 것일까. 언제야 인간은 폭력을 멈추고,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는 우리에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알려준다. 편견 없이 타인을 받아들이고, 진정한 정의를 위해 싸웠을 때 비로소 폭력은 멈춘다는 것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는 소설의 원작자 이사카 코타로가 가장 만족스러워한 영화라고 한다.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기묘한 사건이 좌충우돌하는 속에서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소설처럼, 영화 역시 어딘가 어긋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운율이 맞아 들어간다. 시이나와 가와사키의 기묘한 관계에 과거의 이야기가 끼어들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에 따라 사건들이 변형되면서 관객을 수수께끼 속으로 빨아들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사카 코타로와 밥 딜런의 메시지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영화다.
  • [책꽂이]

    ●신음어(呻吟語)(여곤 지음, 김재성 해설, 자유문고 펴냄) 중국 명나라 학자 여곤이 지은 관리들의 지침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불안한 정치상황에 대한 대비책 등 관리들에게 특히 필요한 덕목들을 소개.1만원.●호모 부커스(이권우 지음, 그린비 펴냄) 도서평론가인 저자가 단순한 지식습득을 위한 책읽기를 넘어 사회적 소통이 가능한 독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효율적 독서법의 세부기술을 귀띔.1만 1900원.●중국모델론(전성흥 지음, 부키 펴냄) 중국 전문가 8명이 중국의 독특한 성장방식을 짚었다. 중국은 동아시아모델의 경험을 받아들이면서 세계화라는 국제환경과 국내적 특수성을 고려해 경제발전에 성공했으나, 빈부격차·환경·소수민족 문제 등은 남은 과제라고 지적.1만 8000원.●해피 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최철주 지음, 궁리 펴냄) ‘안락사’와 ‘존엄사’의 개념적 차이는 물론, 말기환자들을 지원하는 해외 사례, 죽음을 어떻게 맞을지에 대한 고찰 등 죽음에 관한 다양한 고민을 제안했다.1만 2000원.●이슈, 중국현대미술(이보연 지음, 시공아트 펴냄) 우관중, 황루이, 조우춘야, 마오쉬휘 등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중국 현대미술가 12인의 예술세계와 인물 이야기.2만 7000원.●필로소피컬 저니(서정욱 지음, 함께읽는책 펴냄)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에서부터 철학적 해석학을 창시한 20세기 독일 철학자 가다머까지 서양철학사를 소설형식으로 흥미롭게 구성했다.1만 7800원.●역사학의 함정,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하다(제임스 블로트 지음, 박광식 옮김, 푸른숲 펴냄) 막스 베버, 마이클 만,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적 역사학자들이 얼마나 유럽중심적인 시각으로 세계사를 해석해왔는지 신랄히 꼬집었다.1만 8000원.●철학의 끌림(강영계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20세기를 흔든 혁명적 사상가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의 사유세계와 행동철학을 집중 고찰.1만 4000원.●오룡골에는 여자가 없다(정목 지음, 자연과인문 펴냄) 한국정토학회 이사인 정목 스님이 삶의 깨달음, 연기의 세계관 등 불가의 가르침을 수행현장의 크고작은 경험들을 통해 들려준다.1만 2000원.●하루테크(최문열 지음, 미디어락 펴냄) 대한민국 직장인에게는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한 미국식이 아니라, 집단주의에 근거한 한국형 자기계발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1만 2000원.●이지연과 이지연(안은영 지음,P堂 펴냄)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의 저자가 쓴 소설.27세의 요가 강사와 34세의 홍보대행사 실장 등 두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20∼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심리세계를 그렸다.1만원.
  • 애장품으로 살펴본 김동리·최정희의 삶

    1930년대의 두 소설가 김동리(1913∼1995년)와 최정희(1912∼1990년)의 삶과 문학을 되새겨보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은 새달 5일부터 10월12일까지 ‘30년대 소설의 추억:김동리ㆍ최정희전(展)’을 개최한다.이번 전시에는 두 작가의 육필원고와 서예작품, 편지, 일기, 메모 등에서부터 삶의 흔적과 주변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초상화와 사진, 이들이 지녔던 문방사우, 골동품, 생활용품 등까지 두 작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된다. 김동리의 아내인 소설가 서영은씨, 최정희의 딸인 소설가 김채원씨로부터 듣는 두 작가의 기억도 접할 수 있다.이와 함께 전시기간인 6일에는 서영은씨가 ‘생활 속의 동리 문학’을 주제로,20일에는 소설가 김문수씨가 ‘최정희의 생활과 문학’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강인숙 관장은 “이번 전시회에는 1910년대 태어나 1930년대 등단하고 1990년대 작고한 두 작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사물들을 통해 부각된다.”며 “이 전시회가 30년대 문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씨줄날줄] 탈레반의 부활/우득정 논설위원

    ‘자칼의 날’ ‘오데사 파일’‘전쟁의 개들’ 등 테러리스트들을 소재로 베스트 셀러를 잇달아 내놓았던 프레드릭 포사이드는 2006년 탈레반과의 전쟁을 소재로 한 ‘아프간’을 발표했다. 그는 이 소설에서 탈레반 전사 이즈마트 칸의 성장과정을 기술하면서 탈레반의 생성 배경을 설명한다. 미국의 지원으로 소련 침공을 물리친 뒤 아프가니스탄은 수도 카불을 중심으로 한 친미정권과 지역 군벌이 발호하는 파키스탄 접경 남부지역으로 나뉘어진다. 나지불라 정권이 무너진 1994년 여름 아프간 남부 잘랄라바드 계곡 주변은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군벌 헥마티아르의 지배에 들어간다. 난민 캠프촌의 이슬람사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오로지 ‘무관용’과 ‘전쟁’이다. 계곡 곳곳을 피로 물들인다. 어느 날 칸다하르 외곽 마을에 일단의 정부군이 들이닥쳐 10대 소녀 2명을 집단강간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마을에서 종교학교를 운영하던 무하마드 오마르(뮬라 오마르)는 16정의 소총으로 무장한 제자 30명을 이끌고 정부군을 격퇴한 뒤 그 지휘관을 탱크 포탑에 목 매단다. 그 소식이 퍼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앞다퉈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 시작한다. 오마르의 제자들은 군벌과는 달리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해 12월까지 1만 2000명이 합류하면서 전투에서 한쪽 눈을 잃은 오마르를 본떠 머리에 검은 색 터번을 둘렀다고 한다. 이들이 파슈토 말로 ‘제자’라는 뜻의 ‘탈리브’, 복수로는 탈레반이다. 극단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아 이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아프간은 노래와 춤, 음악, 스포츠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들의 외부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칼’과 ‘잔혹함’,‘전쟁’이 지배하는 사회로 탈바꿈한다. 부패와 강간, 범죄가 사라진 대신 오로지 광적인 교리만 난무한다. 포사이드는 탈레반을 ‘중세의 추종자’라고 했다. 아프간에서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어린이 50명과 여자 19명 등 민간인 90여명이 사망함에 따라 반미감정이 고조되면서 탈레반의 부활 조짐이 뚜렷하다고 한다. 탈레반의 부활이 아프간인에게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결국 모든 것은 인샬라(신의 뜻대로)인가.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정부가 지난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주에는 공기업 선진화 2차 방안도 내놓았고, 다음 주에는 양도세 종부세 등을 포함해 세제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이 경제불황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나라당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본다.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인수와 가깝게 지내던 4년차 레지던트 여자친구가 보건소를 방문해 며칠 지내다 간다고 하자, 종아는 왠지 모를 소외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유미는 남자에게 여자친구란 없다며 종아를 가르치려 들고, 결국 종수와 함께 종아가 한심하다며 탓하다 들켜 시누이 올케 사이에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간다.   ●낭독의 발견(KBS2 밤 12시45분)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부분을 낭독하며 무대를 연 정훈희.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보릿고개 넘기기가 힘들었던 시절 읽은 책이다. 남북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향을 다시 일으키는 스칼렛의 강인한 모습은 그녀에게 삶의 지표가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가수 정훈희와 낭독의 무대를 함께한다.   ●극한직업(긴급 전기 보수팀)(E BS 오후 10시40분) 그저 서있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 100m의 상공에서 안전하고 밝은 밤을 만들기 위해 전기 보수에 한창인 긴급 전기 보수팀.2만 2000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만지며 늘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는 작업환경 속에서도 주어진 일에 묵묵히 매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대한민국 변호사(MBC 오후 9시55분) 잠에서 깬 민국은 자신 옆에 잠든 이경의 모습이 믿기지 않고, 이경은 여기서 뭐하냐는 민국의 말에 눈을 뜬다. 이경은 민국의 멱살을 잡고 자신의 맘을 드러낸다. 법정에 들어온 변혁이 판사에게 아파트는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하자 이경은 기가 막힌다.   ●애자언니 민자(SBS 오후 7시20분) 민자는 애자로부터 세아가 집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가워한다. 그러자 애자는 범만이 세아를 만나 설득했고, 더구나 자신이 바람을 피운 사실까지도 이야기했다고 털어놓는다. 애자는 자신이 채린을 낳은 데 대해 세아가 아직 용서를 안 했다며, 그건 앞으로 살아가면서 풀어갈 문제라고 말한다.
  • [심층 인터뷰] 전재희 “건보 당연지정제 유지… 연금공단 개편 시기 일러”

    [심층 인터뷰] 전재희 “건보 당연지정제 유지… 연금공단 개편 시기 일러”

    여성 최초의 행정고시 합격, 중앙부처 국장, 민선시장. 전재희(59)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이름 앞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대선에서 제2공약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복지분야 공약작업을 주도했던 전 장관은 지난 6일 취임사에서 ▲고령화·저출산 ▲먹거리·의약품 안전 ▲건보·연금개혁 ▲저소득층 지원 ▲국민의사 반영 ▲정책 일관성 등 6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전 장관의 행정 스타일을 두고 “특유의 추진력으로 의지를 관철시킬 것”이란 긍정론과 “여당 정책위의장 출신으로 정책기조를 진두지휘했기에 규제완화(민영화)라는 큰 흐름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맞서 있다.‘성장’과 ‘복지’중 한축을 담당한 전 장관은 임기 내에 반드시 ‘능동적 복지’를 가시화시켜야 한다는 짐도 짊어지고 있다. ▶6개 과제 중 최우선으로 꼽은 것은. -고령화·저출산 문제해결이다. 이에 앞서 계획됐는데도 지켜지지 않은 정책들을 찾아 끝까지 완수하도록 하고, 부처 산하 조직이 정보를 공유해 일하도록 할 것이다. 건보·국민연금 누락자 정보공유는 물론 위험한 혈액을 미리 수혈금지시키는 시스템 등이다. 반드시 고쳐나갈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할 국가주도의 보육체계 강화 방안은. -대선공약을 ‘확행’하도록 정부 내에서 역할하면 자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국정과제 선택과 자원배분 회의가 모두 끝난 뒤 취임했다. 그런데 국가재정을 이유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엄청난 수정·보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요즘 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건보 이원화, 민영의보 활성화 등 기획재정부측에서 ‘태클’거는 부분이 많다.‘엇박자’라는 지적도 있는데. -재정부가 하는 얘기가 맞으면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복지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면 우리가 이해시켜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삶, 가족의 가치를 지키는 데 옳다고 느끼는 것은 자리를 걸고라도 열심히 설득하겠다. 결정된 것을 놓고 달리 해석하면 엇박자이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 결정되기 전까지 치열하게 토의하는 것은 사회가 민주적으로 가기 위해 필요하다. 다양성과 총체적 지혜를 모으는 기회다.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과의 의견조율은. 식사라도 했나. -함께 밥먹을 시간은 없었다.(웃음)강 장관을 1차로 만났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만나 대화할 것이다. ▶공단 박해춘 이사장이 너무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연기금의 여유자금 운용은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아울러 연기금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주식시장이나 경제에 파장을 미칠 만한 발언과 발표는 대단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 ▶박 이사장이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복지부 차원에서 제재조치가 있나. -(단호하게)나는 원칙을 지키도록 할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징수기능과 기금운용이 분리되는 반면 건보는 거대화된다. 산하조직 개편은. -너무 멀리가는 얘기다. 엊그제 온 사람이 정확한 답을 할 수 있겠나. 그때 가서 얘기해야 한다. 다만 국민연금의 경우, 기초노령연금이라는 새로운 업무가 생겼다. 기금운용은 본래 따로 조직돼 있고 이를 독립시킨 것이다. ▶새 정부 핵심 수뇌부로서 건보 당연지정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는데.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중환자나 난치환자들이 가고 싶은 병원이 과연 건보 환자를 기꺼운 마음으로 진료하겠는가. 이는 이상이지 현실이 아니다. 소신은 변함없다. ▶17대 국회에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관심있게 지적해왔는데. -약제비 절감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 전임장관이 해오던 방법을 일관성 있게 지켜나갈 것이다. 하지만 획기적 재정안정화까지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절차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것이다. ▶최근 보건의료단체장과의 만남에서 ‘약가인하와 관련해 외부에서 압력을 받는다.’고 말했는데. -최근 감사원에서 약가와 관련한 감사결과를 발표했고, 많은 언론이 (건보재정에서) 약가 비중을 좀더 낮췄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이를 단체장들께 전한 것뿐이다. 그분들은 지금 약값 내리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감사원이 약가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의약품정보관리시스템’을 올 10월부터 도입한다. 제약회사가 A라는 약을 생산해 도매상에 넘겨주면 도매상이 그 제품을 얼마에 어디에 몇개 팔았느냐를 추적하는 식이다. 보험약제인 경우에는 최종 결과가 심평원으로 오지 않느냐.2∼3년 내에 완전히 정착되면 ‘데이터마이닝기법’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의약품 처방조제지원’(DUR)시스템을 계속 추진하라고 복지부에 독촉했었다.(의료계 반대에도)계속할 방침인가. -약의 부작용을 줄이고 국민건강 보호하려는 조치다. 약을 섞어 먹으면 치명적인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을 섞어 먹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것이 국가의 기본 기능이고 책무다. ▶취임식 때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성 외에도 역사성을 강조했다. -일관성과 상통하는 얘기로 보면 된다. 전임자가 하던 일에 대해 소홀히 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부처의 고유 직능이 널뛰기해서는 안 된다. 정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후임자도 노력하고 변화가 필요할 때에는 과감히 변화하면 된다. ▶역사에 한획을 긋겠다는 뜻은 없나. -그런 거창한 것보다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계획은 안 세웠으면 좋겠다. 좋은 예가 아파트다. 옛날에 지은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고 지상주차장만 있잖은가. 자동차는커녕 사람도 못 다닌다. 복지부 일중 대표적인 게 저출산 문제다. 산아제한은 성공적이었지만 어느 시점이 오니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 전체를 보는 포괄성, 과거에 해왔던 일을 안착시키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17대 국회에서 대기업 건보료 체납 등을 지적했다. 건보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보장성을 확대할 복안은. -새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오면 상의해 조치하겠다. 복잡한 것은 안 한다.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항목을 이사장과 건보공단이 먼저 발굴하고 이후 복지부에서 조력할 것이다.‘경증질환에 대한 자기 부담을 줄여 중증질환 보장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보험료를 올려 보장성을 높일 것이냐.’이제 두 가지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 선택권 보장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만들겠다. ▶새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에서 자연스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건보재정과 관련해 취임사에 드러난 ‘국민의사 반영’을 적용한다면. -여러 ‘시뮬레이션’이 나오면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이후 국민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외부 전문기관에 ‘여론조사’를 의뢰할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한 정책결정을 뜻하나. -여론조사 방식도 해보고 전문가 의견도 들어보고 공청회도 하면 자연스럽게 공감대 형성되지 않겠나. 과거 내부과정은 국민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결정된 뒤 ‘내년에 보험료율이 몇 퍼센트가 오른다.’거나 ‘보장성은 어떻게 된다.’고 알려주기만 했다. 전 단계부터 국민에게 모두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내용을 가감없이 공개하겠다는 건가. -여론조사가 반드시 정책결정을 좌우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국민에게 저녁식사를 먹는 자리에 함께 모여 대화하고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나. ▶사회적 안전망이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능동적 복지’나 ‘일하는 복지’를 추진하면 잠재적 노숙자 등이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그것(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잘한다는 전제 하에서 앞으로 나가는 능동적 복지이고 보편적 복지이며 예방적 맞춤형 복지라는 뜻이다. 제대로 잘 다져 토대로 만들어야지 소홀히 하진 않는다. ▶(안전망 확충하려면)예산이 문제다. -예산은 투쟁이다. 대한민국을 2개의 축으로 나누면 ‘성장의 축’과 성장의 과실을 국민에게 돌리는 ‘복지의 축’이 있다. 앞쪽(성장의 축)이 제대로 안 되니 이쪽도 제약받고 있다. 경제성장과 발전이 복지와 대립각이 아니고 대단히 보완적 관계에 있다.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은 어떤 정부도 하지 않는다. 국가재정 등의 이유로 하고 있던 사업을 축소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능동적 복지’라는 새 정부 복지이념을 만드는 데 일조했나. -대선 당시 선대위에서 복지 공약을 만들었는데 이를 압축한 말이 ‘능동적 복지’가 됐더라. 기초생활 보장 대상자, 차상위 계층 등 국민가운데 선별하는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를 지향했다. 가난해지기 전에 미리 나서 도와주자는 예방적 복지도 말했다. 그때 만들었던 대표적인 게 ‘생애디딤돌 7대 프로젝트’다. 청년기, 장년기, 노인기 등 생애 전환기별로 필요한 복지수요에 맞춰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정리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프로필 ▲경북영천(59) ▲영남대 법정대 ▲노동부 직업훈련국장 ▲경기 광명시장 ▲16,17,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박 이사장 불도저식 경영 ‘경고’ ■전 장관 기금운용 언급 왜 전재희 장관은 왜 연기금 운용에 대해 지적했을까. 전 장관은 서울시 계동청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금 고갈문제를 수익률을 높여 풀어보겠다.’는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운영방식에 조심스럽게 이견을 제시했다. 복지부 안팎에선 이날 발언에 대해 민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시절의 불도저식 경영을 연기금 운용에 도입하려는 박 이사장에게 적절한 시점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풀이했다. 조기에 논란을 진정시키겠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논란은 연기금이 상반기 주식투자로 4조 3000억원의 원금손실을 본 가운데 박 이사장이 한 기자간담회에서 420조원의 연기금 가운데 40%인 160조원을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노동계, 학계, 시민단체 등은 앞다퉈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고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박 이사장의 진퇴가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조차 “박 이사장이 기금 수익을 높이면 보험료를 안 올려도 된다는 식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꼬집고 있다. 박 이사장은 복지부 내에서 조차 “청와대에서 받쳐주는 실세 이사장”으로 불린다. 사실 박 이사장의 ‘2013년 주식투자 비중을 40%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현 시점에서 이사장에게 결정권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도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이사장의 발언은 기금운용을 결정하는 기금위원회를 무시한 월권적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연기금을 어떻게 굴리느냐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라는 공적기구에서 결정토록 돼있다. 위원회 위원장은 복지부 장관이다. 게다가 시장상황이 유동적인데다 최종 결정은 2012년 기금운용위가 결정하게 돼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연기금 적립액은 228조 5000억원이며 국내와 해외주식에 40조 9000억원(18%)이 투자되고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중학생때 부터 4남매 어머니 노릇… 민선시장·3선의원서 장관직 올라 ■전재희 장관은 누구 전 장관은 비오는 날이 좋다고 했다.“빗소리에는 리듬이 있기 때문”이란다.“비가 오면 더욱 생기가 도는데,(내가)‘비오는 날의 난초’ 같지 않냐?”고도 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전 장관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유난히 좋아한다.1976년 결혼해 지금까지 1년에 7∼8번씩 치르는 제사상을 손수 준비할 만큼 인간적 면모도 남다르다.73년 24세 나이에 여성 최초로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승승장구해 온 ‘엘리트’로만 알려진 전 장관이다. 하지만 4남매의 장녀로 일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중학생 때부터 어머니 노릇도 했고, 책값이 없어 책방에서 몇시간씩 서서 책을 읽던 불우한 어린시절도 있었다. 새 정부 초기 복지부 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를 때 남다른 열정을 품고 있었다.17대 국회에서도 오랫동안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그때 (장관직)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총선 출마 전이라 당에서 경기도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준다고 만류해 결국 출마를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장관직에 대해선 “굉장히 무거운 자리라 결코 자원하고 싶은 곳은 아니다. 소명감을 가지고 부름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은 독실한 가톨릭신자로도 유명하다. 남편 김형률(전 조달청 차장)씨의 세례명은 ‘요셉’이고 전 장관은 ‘마리아’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일요영화] 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아저씨(KBS2 특선영화 밤 1시5분) 영미(하지원)는 고아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하지만 밝고 착하게 자란 영미는 누군가의 후원으로 대학까지 별 탈없이 졸업한다.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그 ‘아저씨’는 4년간 대학 등록금을 대준 것뿐만이 아니라, 그토록 꿈꾸던 방송작가가 될 수 있도록 영미를 도와 준다. 영미는 방송국에서 우연히 만난 자료실 직원 준호(연정훈)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준호는 따뜻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베일에 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남자다. 방송국 안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영미는 자신의 집 옛주인이 남기고 간 컴퓨터에서 ‘보내지 못한 편지’라는 이메일을 발견한다. 내용인즉,10년 동안의 짝사랑을 고백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죽어가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가슴아픈 사연들을 읽은 영미는 그 사랑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줘야겠노라고 마음 먹는다. 영화 ‘키다리 아저씨’(감독 공정식)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를 향한 영미의 환상을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이메일 속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녹아 있는 독특한 구조다. 고아와 익명의 후원자라는 드라마의 소재는 진 웹스터의 동명 명작소설에서 따왔다. 감성적이고 복합적인 감정의 뉘앙스를 무난히 살려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개봉 당시 영화는 큰 호응을 얻어내진 못했다. 영화평론가 홍성진 씨는 “여성관객의 취향에 정조준한 영화였으나, 기억상실과 불치병이라는 식상한 소재가 한계였다.”고 분석했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었다는 대목도 흠으로 읽힌다. 모르는 사람의 도움으로 대학을 다니고 직장과 집을 얻었으면서도 그 사실에 한번도 의문을 품지 않는 극중 영미는 고전 원작의 캐릭터보다 오히려 한참 더 퇴보한 수동형 인물로 꼬집힐 만하다. 하지만 촉촉히 감성을 건드려 주는 부담없는 팝콘무비를 원한다면 손색없는 영화다. 녹아내릴 듯 달콤한 솜사탕의 뒷맛, 핑크빛 판타지를 만끽하고 싶다면 모자람이 없다. 원작과 꼼꼼히 비교하며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순수의 절정을 보여 주는 배우 하지원의 매력, 조연으로 드라마에 양념을 뿌리는 신이·정준하의 감칠맛 연기도 즐거움을 더한다.11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시세계로 재조명한 DH로런스 삶의 궤적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쓴 영국 작가 D H 로런스. 소설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시로서도 일가를 이룬 ‘대시인’이다. 그는 1000여편의 주옥 같은 시를 남겼다.‘제대로 된 혁명’(류점석 옮김, 아우라 펴냄)은 로런스의 시세계를 한눈에 조망하게 하는 시선집이다. 그의 대표시 152편이 실렸다. 부모의 불화에 따른 유년 시절의 상처가 담긴 초기 시부터 40세에 폐병 중증이라는 사실을 알고 45세에 타계하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쓴 만년의 시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시인은 ‘난봉꾼’ 아버지와 엄격한 청교도 어머니와의 불화로 상처받은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낸다.“집안에선 목소리 두 가닥 섞여 나온다./섬망에 빠진 여인이 분노를 토하는 호리한 회초리 소리,/휘감아 생채기를 내는/가죽 허리띠의 험악한 소리. 드디어 그 소리, 선혈이 낭자한”(‘어린 시절의 상처’중에서) 늦은 밤 정적을 찢는 저주의 악다구니 속에서 빠져나오기를 간구하며 몸서리치는 어린 로런스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시인은 생명공존 사상을 에둘러 그려내는 재치도 보여준다.“한 마리 뱀이 낙수 대롱 밑으로 왔다/어느 무더운 날, 나 또한 더위에 속옷 바람으로/물을 마시러 거길 갔고./나는 물 주전자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그리고 조용히 서서 기다려야 했던 까닭은, 거기에 그가/나보다 먼저 와 대롱의 물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뱀’ 중에서) 인간과 동물의 공생을 갈구하는 ‘생명에의 찬가’로 읽힌다. 혁명은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이어서는 안 되고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고 그는 충고한다.“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그저 재미로 하라/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제대로 된 혁명’ 중에서)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완수한 사람들이 시도하는 사회적 혁명이야말로 ‘제대로 된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사랑과 저항의 시인’. 이 책은 지금 왜 로런스인가를 살뜰하게 깨우쳐 준다.1만 4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창씨개명(미즈노 나오키 지음, 정선태 옮김, 산처럼 펴냄) 창씨개명 자체의 법적 장치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 지배의 전체적 맥락에서 그 의미를 재조명했다. 창씨개명 정책 결정과정에서 일본 당국 내부의 의견대립까지 자세히 파악했다.1만 6000원.●Do-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이렌 도르니에 등 지음, 이은실 옮김, 오픈하우스 펴냄) 독일의 비행조종사이자 사진작가인 저자가 독일산 수상 비행기 Do-24를 타고 세계일주한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엮은 에세이집. 수상 비행기의 역사에 관한 모든 것.3만 2000원.●자유와 존엄을 넘어서(B F 스키너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 펴냄) 세계적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의 인간관을 압축해 보여 준다. 인류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격보다는 행동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1만 5000원.●슈퍼 토마토와 백신 바나나(마르쿠스 브라이언 지음, 김일형 옮김, 열음사 펴냄) 쏟아지는 기능성 식품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 기능성 식품과 영양섭취에 관한 오해 바로 잡기.1만 2000원.●괜찮다, 다 괜찮다(공지영·지승호 지음, 알마 펴냄) 전문 인터뷰어인 저자가 수개월에 걸쳐 인기작가 공지영을 만나 그의 삶과 사랑, 문학, 종교 등 다양한 세상의 관심사에 대해 나눈 이야기. 솔직담백한 공지영의 세계를 또 한번 대면할 듯.1만 2000원.●아이 마음 부모 생각(김환 지음, 바오로딸 펴냄) 심리학자이자 현장상담가인 저자가 자녀의 마음상태에 따라 부모가 취해야 할 태도 등을 이론과 실제사례를 들어 귀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조언 40가지도 제시.8500원.●갈릴레이 죽이기(전2권)(권순규 지음, 스토리텔링컴퍼니 펴냄) 아폴로 달 착륙에서부터 9·11 테러 등 굵직한 사건들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접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형식의 추리소설. 한국인 여성이 워싱턴을 무대로 거대 음모론을 파헤치는 줄거리. 각권 9000원.●제목 저널리즘(김지용 지음, 미디어포럼 펴냄) ‘큰 글씨로 쓰는 기사’라고 일컬어지는 신문의 제목. 수십년 신문제작 현장에서 편집을 맡았던 저자가 국내 신문 제목의 변천사, 제목달기의 노하우 등을 두루 일러 준다.1만 5000원.
  • [열린세상] NEW 민주당을 기다리며/박성민 정치평론가

    [열린세상] NEW 민주당을 기다리며/박성민 정치평론가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다. 그 당에 속한 대통령이 ‘나도 사실은 진보’라고 아무리 우겨 봐도 한나라당의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자유선진당도 조금도 의심받지 않는 보수정당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 신당은 이름에서부터 냄새를 물씬 풍기는 진보정당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소속 국회의원들의 면면이나 그들의 말, 그리고 내놓는 정책을 갖고는 도무지 소속이 어딘지 알 길이 없다. 하기야 민주당 내에서조차 끊임없이 자기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판이니 말해 뭣하겠는가. 트랜스젠더도 남들이 당황스러울 뿐이지 자신은 자기의 정체성을 분명히 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인화의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식으로 표현해 보자면 민주당이야말로 ‘우리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그 답이 여전히 혼란스럽다면 민주당의 위기는 거기로부터 출발한다. 정당은 정체성과 리더십의 두 다리가 굳건해야 혹 다운을 당하더라도 벌떡 일어나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둘 다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사실 둘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다. 혼란스러운 당의 노선을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는 통찰력, 설득력, 결단력 있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 정체성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어차피 방법은 둘 중의 하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나와서 당의 노선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식이거나 아니면 2004년 총선 이후의 한나라당과 같이 백가쟁명의 집단적 논쟁을 통해 당의 노선을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지금의 민주당 상황으로는 후자의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또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솔직히 그 길밖에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내의 개혁파 의원들이 ‘진보개혁정치포럼’을 결성하기로 한 모양이다. 당의 정체성을 진보 쪽으로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논쟁의 끝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논쟁의 시작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만으로도 크게 환영할 일이다. 민주당은 좀 더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국민 앞에 낱낱이 드러내야 한다. 이러한 논쟁을 통해 젊은 정치인들이 새로운 지도자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리더십과 정체성의 위기는 따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극복되는 것이다. 논쟁을 주도하는 정치인이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 정당도 확실한 자기만의 ‘맛’과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 동안의 모든 노선을 백지 상태에 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과거에 좀 팔렸던 제품에 집착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예컨대 어정쩡하게 ‘서민과 중산층’의 당이라고 하지 말고 ‘서민의 당’이든지,‘중산층의 당’이든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진보, 중도, 보수 모두의 지지를 받으려다가는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당을 완고한 보수에서 중도 쪽으로 이동시키는 ‘NEW’ 한나라당 노선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사실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지난 90년대 이래로 세계의 거의 모든 집권당은 기존의 실패한 노선을 고집하지 않고, 심지어는 상대의 강점을 과감히 수용한 ‘신노선’으로 집권한 역사적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좋은 기업은 좋은 제품을 판다. 더 좋은 기업은 CEO를 판다. 최고의 기업은 꿈을 판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좋은 정당은 좋은 정책을 내놓는다. 더 좋은 정당은 좋은 지도자가 많은 정당이다. 최고의 정당은 꿈을 주는 정당이다.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더 나은 정책, 더 좋은 지도자, 더 많은 꿈을 주는 정당이 될 때 집권의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면 누구든 지금 당장 논쟁의 불을 붙이시라! 박성민 정치평론가
  • 보성 ‘태백산맥 문학관’에 국내최대 벽화

    보성 ‘태백산맥 문학관’에 국내최대 벽화

    1980년대 분단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에 국내 최대 규모의 벽화가 만들어진다. 이 문학관은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에 최근 세워졌으며, 벽화가 완성되는 오는 10월 공식 문을 연다. 벽화는 조정래씨와 원로 한국화가 이종상(서울대 미대 명예교수 겸 한국벽화연구소 소장)씨, 건축가 김원(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씨 등 사계의 최고인 3명이 함께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높이 8m·길이 81m 옹벽에 조약돌 붙여 20일 전남 보성군에 따르면 조정래씨의 제의에 따라 이들 3명이 지난해부터 문학관 옆 대형 옹벽에 벽화를 그리는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벽화는 높이 8m, 길이 81m의 대형 옹벽에 색칠한 조약돌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이는, 일명 ‘고구려 고분벽화 기법’으로 제작된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지리산·설악산·제주도·북한 등 한반도 각지에서 3.5t 분량의 조약돌을 모았다. 이번에 제작되는 벽화는 멕시코 코요아칸의 우남대학 도서관 벽화와 크기가 비슷하고, 자연석으로 제작된 벽화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이들 3명은 벽화에 담을 내용과 소설의 주제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시로 만나고, 지리산·제석산 등 현장 답사를 통해 작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상 화백은 “태백산맥 소설이 지향하는 것과 내가 맘 속으로 바라는 것이 일치해 이번 프로젝트에 흔쾌히 참여했다.”며 “평화·상생 등 우리 민족의 염원을 역사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고구려 벽화와 독도 등 무게있는 역사적 주제를 작품에 담아온 그가 이번 벽화제작을 맡으면서 세인의 관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이 화백이 밝힌 벽화의 주제는 ‘원형상(原形像)-백두대간의 염원’이다. 백두대간과 한라산·한강·독도 등 국내 유명 산과 강이 전국 각지에서 모은 조약돌로 형상화된다. ●밑그림 완성단계… 새달부터 현장작업 벽화의 밑그림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다음달쯤부터 현장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산맥 문학관을 설계한 김원 대표도 통일을 지향하는 의미를 담아 건물을 북향으로 배치했다. 능선을 잘라내고 건물을 세우는 등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표현했다. 이 문학관은 33억여원이 투입돼 부지 4359㎡, 전체 건축면적 1375㎡ 규모로 최근 완공됐으며, 외벽 벽화 만들기만 남겨둔 상태이다. 내부엔 조정래씨의 태백산맥 육필 원고(200자 원고자 1만 6000여장) 등이 갖춰진 전시실과 작가의 방, 문학사랑방 등이 마련된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Beijing 2008] 금메달도 부럽잖은 ‘꼴찌의 꿈’

    소설가 박완서는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선두가 결승점을 통과한 지 한참이나 지난 뒤에 홀로 레이스를 펼치던, 푸른 유니폼을 입은 마라토너를 보고는 이렇게 써 내려갔다.“나는 그런 표정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꼈다. 여태껏 그렇게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심하게 두근거렸다.20∼30등의 등수를 초월해서 위대해 보였다. 지금 모든 환호와 영광은 우승자에게 있지만 그는 환호 없이도 달릴 수 있기에 더 위대해 보였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독 스포츠에서 ‘꼴찌의 미학’을 자주 논하는 건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신체와 정열이 주는 무한한 감동 때문이다. 좌절도, 끝도 없는 도전.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날지언정 그들이 하는 몸짓은 똑같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선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일 한국선수단은 처음으로 꼴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주인공은 도로사이클에 나섰던 박성백(24·서울시청)이었다. 만리장성 코스를 7바퀴 도는 245.4㎞의 고독한 질주에 나선 뒤 90명 가운데 88등으로 들어왔다. 그는 “심장이 터져 나가고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았지만 목표했던 완주는 꼭 일궈내고 싶었다.”면서 “가장 끔찍했던 건 아무도 시선 한 번 주지 않는 외로움이었다.”고 털어놓았다.다이빙의 손성철(21·한국체대)과 카누 여자 1인승(K-1)에 나선 이순자(30·전북체육회)도 고독만이 유일한 팬이었던 이들이다. 다이빙에서 유일하게 ‘나홀로 출전’을 감행한 손성철은 18일 남자 3m스프링보드 예선에 나선 29명의 선수 가운데 29등으로 경기를 마쳤다.물밖으로 나선 그는 꼴찌의 무거운 표정을 물에 씻어낸 듯 “다음 번엔 나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보드를 굴렀으면 좋겠다.”고 되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500m 예선에서 1분58초14의 기록으로 예선 탈락한 이순자 역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녀는 “꼴찌지만 만족스럽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많은 걸 배우고 가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앞서 역도 남자 69㎏에 출전,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의 투혼은 등수를 넘어선 영웅의 모습이었다. 꼴찌가 더 아름다운 건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보다 일궈내야 할 꿈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한국 수영 사상 첫 메달을 금빛으로 색칠한 박태환은 4년 전 아테네에서 등수에조차 들지 못한 실격 선수였다. 그래서 꼴찌들은 얘기한다.“오늘은 초라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고.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이렇게 소리친다.“꼴찌여, 일어나라.”베이징 올림픽특별취재단 jeunesse@seoul.co.kr
  • [문화마당] 솔제니친 문학의 유통기한/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문화마당] 솔제니친 문학의 유통기한/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얼마 전에 타계한 솔제니친의 이름 앞에는 늘 ‘반체제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30여 년 전 내가 솔제니친을 처음 접했을 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반체제’라는 단어였다.‘저항’이라든가 ‘반체제’ 같은 말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던 시절이었다. 그가 세상을 하직하자 러시아 안팎에서 씌어진 수많은 추모 기사들 역시 그의 문학보다는 반체제적 업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수용소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지식인이었고, 억압에 저항한 러시아의 양심이었으며, 조국에서 추방당한 자유의 투사였다. 그러나 이 업적은 그에게 훈장인 동시에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 되었다. 그도 독자도 끝까지 ‘반체제’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비판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구소련의 억압적인 체제를 비판했고, 서구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을 비판했고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비판했다. 일각에서 그를 한물간 ‘욕쟁이 할아버지’처럼 생각한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러나 솔제니친의 비판정신은 러시아 문학의 전통에 미루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작가는 언제나 그냥 작가가 아니라 민족과 시대를 선도하는 지도자이자 교사이자 예언자였다. 고골은 중년에 도덕가로 거듭났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살아생전에 이미 예언자로 불렸으며 톨스토이 역시 위대한 교사로 추앙받았다. 러시아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이 시대를 풍미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상과 도덕은 언제나 예술의 일부였다. 그러나 19세기 대문호들이 오늘날까지 읽히고 기억되는 것은 그들의 도덕적 업적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문학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골의 설교는 놀림감이 되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국수주의적인 정치논평은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 톨스토이의 교훈서 또한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의 문학은 지금도 읽힌다. 그러면 솔제니친은 어떤가. 그는 자기가 철학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며 다만 작가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쩌다가 정치에 말려들긴 했지만 정치를 혐오한다는 말도 했다. 그렇다. 솔제니친은 작가였다. 그의 사상과 도덕은 그러므로 그의 문학과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그것이 고인에 대한 예우다. 만년의 그는 종종 구설수에 올랐다. 러시아로 귀환한 후 그에게 맡겨진 TV 토크쇼가 너무나 지리멸렬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고 한다. 그가 KGB 출신의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한테서 국가 공로상을 받은 것은 변절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이런 이야기들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 수용소의 참상을 한 평범한 개인의 일상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묘사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절제된 문체와 심리적 깊이 덕분에 소위 ‘수용소 문학’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는다.‘수용소 군도’의 그 방대한 리얼리티에 담긴 진솔하고도 정확한 역사의 증언은 문학작품의 경계를 확장시켰다.‘제 1권’의 문학성과 휴머니즘 역시 감동적이다. 반면 그가 미국 버몬트의 시골에 칩거하며 쓴 여러 권짜리 ‘붉은 수레바퀴’는 너무 지루하고 산만해서 도저히 읽을 수 없다. 앞으로도 누가 그 작품을 읽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솔제니친 문학의 유통기한은 얼마일까. 그는 19세기 대문호들처럼 기억될 것인가. 기억된다면 그의 어떤 소설 때문일까. 판타지 소설과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그의 길고 긴 소설을 얼마나 읽을까. 수천 쪽의 행간에서 무슨 의미를 찾아낼까. 저자의 고뇌와 휴머니즘은 어떻게 해석될까.21세기의 눈으로 저항시인의 죽음을 바라보자니 착잡한 심정이 된다. 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 문학동네 신인상 이영훈·조효원씨

    문학동네 신인상 이영훈·조효원씨

    계간 문학동네는 200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소설 부문 이영훈(사진 왼쪽·30)씨, 평론 부문 조효원(오른쪽·27)씨를 각각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수상작은 소설 ‘거대한 기계’와 평론 ‘문학의 시작, 링반데룽의 끝-김연수 소설과 함께 시작하기’. 상금은 소설 1000만원, 평론 500만원이며 시상식은 12월 말에 열린다.
  • [신경림 누항 나들이] 베이징의 승전보와 건국절

    [신경림 누항 나들이] 베이징의 승전보와 건국절

    지난 한 주 계속되는 찜통더위를 베이징에서 날아오는 승전보가 식혀주었다. 오나가나 올림픽 얘기로, 그 끝에 꼭 한마디,“역시 우리나라는 대단해”가 따라붙었다.60년 전 정부가 서던 해 런던에서 열렸던 올림픽을 떠올려 보면 정말 우리는 대단하다. 하나밖에 없는 라디오 앞에 온동네 사람들이 모여 역도와 복싱에서 각각 동메달 하나씩을 땄다는 소식에 환호작약하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콘크리트를 엉성하게 막대에 달아맨 역기를 들고, 새끼를 뭉쳐 만든 공을 차던 시절이다.60년 뒤 우리가 금메달만도 10여개를 따리라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역시 우리나라가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은 특히 그때를 살아본 사람들에게는 공통되는 정서일 터이다. 대단한 나라라는 감탄에는 일단 수긍했다가도 그것이 ‘성공한’의 이미지를 갖게 되면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통일된 나라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근거이다. 또 인권, 복지, 평등 등의 문제에 있어 선진국의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는 주장도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가 사회 불안요소로 잠복해 있는 점도 ‘대단한’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게 한다. 비록 빈부 격차가 심하지만 삶의 수준이 수백배 향상된 것만은 사실이다.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있어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인 것도 부인못한다. 적어도 우리는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뽑고 그 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한다. 가기 싫은 자리는 가지 않고 살기 싫으면 옮겨 살 수도 있다. 이것이 베이징에서 날아오는 승전보와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역사를 실패한 역사로 규정하는 논리에서 북쪽의 현실을 연상한다. 그쪽에 올바른 역사가 있다고 말할 수 없는 한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반문이 나온다. 굳이 탈북문제를 다룬 영화 ‘크로싱’(박태균 감독)이나 소설 ‘찔레꽃’(정도상)을 끌어다대지 않더라도, 북쪽의 현실은 뻔하다. 금강산을 다녀온 관광객이 200만명에 육박하는 데다 평양과 개성을 드나든 사람도 수천명에 달하니까 말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가 균형감각을 가지면서 우리 역사를 실패한 역사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막는 데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10년의 대북 포용정책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 퍼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고 정부와 여당에서 끊임없이 비판하는 햇볕정책이 역설적으로 체제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명박 정부 이후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지금 우리나라가 통일과 평화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한다. 얼마 전에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살해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될 일로 북측으로부터 당연히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방지를 약속받아야 하겠지만, 그로 해서 이산가족 상봉이며 남북 교류가 완전히 막혀 버린다면 그것은 역사의 후퇴다. 수정되어서라도 포용정책이 이어지고 6·15선언,10·4선언이 지켜질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성공한 나라,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 역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데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꾼다는 따위 정부와 여당 일부의 경박하고 생뚱맞은 발상도 한몫을 한다.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정통성 확립에 그 목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광복운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음모가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도대체 대한민국이 탄생하기 이전 우리나라가 없었다는 생각에 정서적으로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야말로 우리나라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나라요 부끄러운 역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베이징에서 날아오는 승전보를 들으면서, 우리나라가 대단한 나라요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정부 여당은 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시인 신경림
  • 문국현 “檢, 소설쓰고 있는 것 국민이 안다”

    문국현 “檢, 소설쓰고 있는 것 국민이 안다”

    “검찰이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채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증거 하나라도 국민 앞에 제시하라.” 검찰이 창조한국당 이한정 의원 ‘비례대표 공천헌금’ 의혹 수사와 관련,문국현 대표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당사자인 문 대표가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대표는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자신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이유에 대해 “본인이 잘못했다면 나가는 것이 맞지만 우리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은평 지역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검찰조사에 전부 응했다.검찰은 120일 간 이 곳을 다 훑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은 지금 당원·당직자 간에 있었던 일을 나에게 대변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 문 대표는 “직접 관련된 선거대책본부장이나 부본부장 등이 있는데,직접 관여하지 않은 일을 나에게 물어봤자 모른다는 이야기밖에 못한다.”며 공천을 둘러싼 의혹과 전혀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문 대표는 공천심사 종료 전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한정 의원을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자신이 이 의원에게 ‘비례대표 2번을 줄테니 나를 도와달라.’라고 말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많은 증인들이 있다.검찰의 주장은 완전히 날조”라며 “검찰이 억압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거짓 증언을 유도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분(이 의원)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의원의 허위 이력과 관련, “그것도 검찰이 조작해낸 일”이라고 일축한 뒤 “우리가 아는 마지막 직책은 ‘라자로 마을 지키기 운동 후원회 부회장’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추기경·현직 장관 등 기라성 같은 분들이 포함된 곳”이라고 항변했다. 문 대표는 이 의원의 전과기록 누락에 대해서는 “전과 조회서를 당과 공천위원회에 거짓으로 준 것은 정부”라며 오히려 검찰과 경찰이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친박연대 서청원 공동대표처럼 직접 검찰에 출석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서 대표는 직접 수십억원을 불투명하게 받았으니 본인이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답한 뒤 “하지만 나는 당 공식 계좌로 돈이 입금될 당시 은평에서 가장 치열했던 ‘대운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나와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 사이에 진행됐던 일”이라며 자진출석할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혔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내 인생을 뒤흔든 세 권의 책은?

    일본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작품선’, 카를 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김수영 전집’…. 러시아 출신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꼽은 자신의 인생을 뒤흔든 세 권의 책이다. 인터넷서점 YES24는 18일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를 비롯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등 인문사회 분야의 인기 작가 10인에게 ‘내 인생을 뒤흔든 책’을 주제로 각각 세 권씩 책을 추천받아 소개했다. 박노자 교수는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는 내게 인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심어준 작가”라며 “인생이라는 회색 지대에서 선과 악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는 인간의 노동·자본의 ‘소외’에 대한 개념과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는 관점에서,‘김수영 전집’은 사회의 아픔 속에서 자유를 찾는다는 측면에서 내 인생을 뒤흔든 책”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교수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 수고’와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존 롤스의 ‘정의론’ 등 다소 ‘묵직한’ 책들을 추천했다. 조 교수는 ‘그람시의 옥중 수고’와 관련,“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였던 그람시가 2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옥사할 때까지 보여준 불굴의 정신력과 지적 모험을 접했을 때 심장이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2005년 200쇄 출간기록을 세운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최근 별세한 러시아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중국의 문호 루신(魯迅)의 ‘아Q정전’을 들었다. 조 교수는 “‘난쏘공’에 심취해보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였다.”면서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정갈하고 완벽주의적이고 순도 100%에 가까운 문체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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