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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얼리 어댑터와 실용주의자/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얼리 어댑터와 실용주의자/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아빠는 왜 아이폰 안 사?” 초등학생인 딸이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다. 아마도 아버지가 유행에 민감한 엔터테인먼트 직종에 종사하는 데다, 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기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연히 ‘우리 아빠’는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일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딸뿐만이 아니다. 회사 직원들도 그런 질문에 예외는 아니다. 몇몇 동료들은 18일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4 구입 예약을 하기 위해 밤을 새웠다고 했다. 그것도 즐거운 마음으로 말이다. 동료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아이폰은 새로운 시대를 구현한 기기라는 것이다. 그러한 확신을 전제한다면, 조만간 아이폰으로 고화질(HD) 단편영화를 제작했다는 말도 나올 만하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성공적인 출시를 이룬 애플의 신화를 세계적인 기업들이 분주하게 뒤쫓고 있는 모습을 보더라도 주변에서 쏟아지는 질문들을 외면하기는 왠지 불안하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지금의 정보 통신 환경이 불편하거나 답답하지 않으니 참 재미있는 노릇이다. 하기야 아이폰의 기능을 온전히 모르니 하는 이야기라 반박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early(빠른)와 adopter(채택자)의 합성어인 얼리 어댑터는 새로운 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구입하고 사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소비자 군을 말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버릿 로저스가 1957년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한 포털사이트의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되었던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개념이었지만 1995년 무렵 첨단기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현대를 대표하는 신조어로 부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얼리 어댑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몇몇 얼리 어댑터들은 준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인기를 얻음으로써 소비자와 제조사 양쪽으로부터 신뢰를 쌓고 있다. 에버릿 로저스는 그의 저서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에서 혁신수용 형태를 다섯 가지로 정의했다. 혁신 조기수용자, 얼리 어댑터, 실용주의자, 보수주의자, 혁신 지각자가 그것이다. 그의 주장을 근거로 예를 들자면, 이미 트위터를 이용해 같은 그룹의 팔로어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혁신 조기수용자나 얼리 어댑터일 것이다. 그들의 사용 동향을 살피고 그 확산의 정도를 가늠한 후에 구매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실용주의자다. 아직도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있다면 혁신 지각자인 셈이다. 필자는 실용주의자다. 140자 단문으로 소통하는 트위터는 이미 젊은 문화로 부각했다. 빠른 정보 전달을 축으로 하는 이 소통의 공간은 기존의 뉴스보다 더 빠른 전달력으로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건이 있었다. 승객이 소유한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림으로써 전 세계의 팔로어들에게 발 빠르게 퍼져나갔다. 뒤늦게 취재현장으로 몰려온 유수의 언론사보다 더 빠른 속보가 이루어진 셈이다. 국내에서도 트위터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실생활화되었다. 한 뮤지션은 트위터를 통해 140자 단문 소설을 게재하는가 하면, 사회 부조리를 공개적으로 전달해 새로운 매체의 힘으로 자리하고 있다. 정보 전달의 부작용이라는 폐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면서 새로운 장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혁신을 즐기는 얼리 어댑터 세대 뒤에는 주 사용자인 실용주의자들이 버티고 있다. 그들은 신제품의 미세한 결함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구매를 주저하는 특성이 있다. 실용주의자를 배제한 채 얼리 어댑터에 집중된 마케팅이 이루어진다면 심각한 정체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선풍적인 초기 성공을 자축하기에 앞서 실용주의자들의 속내를 읽어 내지 못한다면 불투명한 성공이다. 얼리 어댑터로 분류될 만한 동료 직원이 아이폰에 찍힌 문자를 들이대며 웃는다. 아이폰4 예약 구매에 성공했다면서.
  • ‘중간자’ 독고준의 지적 여정 읽기

    ‘중간자’ 독고준의 지적 여정 읽기

    돌아온 ‘독고준’이다. 눈썰미있는 문학 독자라면 금세 눈치챘을 주인공이다. ‘광장’을 쓴 최인훈이 1960년대에 썼던 연작 소설 ‘회색인’, ‘서유기’에서 이념과 사랑 앞에서 늘 회의하고 고뇌하는 중간자이자 경계인으로서의 인물이다. 두 작품에 걸쳐 독고준은 북한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전쟁 때 내려온 국문과 대학생이었다. 최인훈의 자전적 성장소설에 가깝다. 고종석(51)의 ‘독고준’(새움 펴냄)은 최인훈의 작품을 이어서 독고준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장년이 된 독고준과 그의 딸 원을 앞세워 미완으로 끝날 뻔했던 작품을 완결지은 셈이다. 애초 3부작을 예상했던 최인훈은 마지막 작품을 마무리짓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곤 했다. 고종석은 1993년 ‘기자들’ 이후 17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로 ‘최인훈 이어쓰기’를 택했다. ‘독고준’ 속 독고준은 ‘얼음처럼 차가운 회의주의와 수정처럼 투명한 문체’를 높게 평가받으며 소설가로서 일가를 이룬다. 그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전임 대통령이 자살하기 몇 시간 전 14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져 사회적 관심도 받지 못한 채였다. 소설은 독고준의 1주기 즈음 딸 원이 1960년 4·19부터 시작해 2007년 대통령 선거일까지 47년간 아버지가 쓴 일기를 다시 읽으며 자신의 상념을 보태는 방식으로 풀어간다. 독고준의 일기는 한국 사회가 거쳐온 47년의 격변 속 어느 한 쪽이 넘쳐나는 이념 과잉의 우리 모습을 꼬박 담고 있다. 강렬하게 투영된 독고준의 지적 여정이기도 하다. 고종석이 설정한 장년의 독고준은 흥미롭다. 유명한 소설가면서 창비(창작과비평), 문지(문학과지성) 어느 그룹에도 끼지 못하는 여전한 중간자이자 경계인이었다는 점은 익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활달하고 적극적인 화가인 이유정 대신, 순종적인 신앙인 김순임과 결혼하게 한 것, 독고준의 마지막 생을 자살로 마감지은 것 등은 고종석의 적극적 해석이다. ‘광장’의 이명준을 떠올리면 그 역시 예상할 법하긴 하지만 말이다. 고종석은 “젊은 시절 ‘회색인’과 ‘서유기’를 읽고 난 이후에 ‘독고준’이 살아갈 삶이 궁금했었다.”면서 “장년기 이후의 ‘독고준’에 대해서 상상의 놀이를 해오다 소설로 옮기고 싶은 욕망을 가졌고 결국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전작을 이어가면서도 독고준과 그의 딸 원의 관념과 생활을 그린 독립적 작품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회색인’ ‘서유기’와 같이 읽어도, 따로 읽어도, 좋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송기원, 삶과 죽음 그 경계를 노래하다

    송기원, 삶과 죽음 그 경계를 노래하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송기원(63)의 네 번째 시집 ‘저녁’(실천문학 펴냄)은 첫 쪽에 적힌 ‘죽음을 힘들어하는 너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로 시작한다. 첫 시편을 읽기 전부터 괜한 고민에 빠진다. ‘너’는 누구를 일컫는 것인가. 가까운 어떤 친구일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일까. 아니, 그에 앞서 ‘죽음을 힘들어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인가. 비루한 삶에 연연해하는 모질지 못함인가, 아니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삶에 대한 연민인가. 아니면 그저 죽음 자체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진 모습인가. 2006년 16년 만에 시집 ‘단 한 번 보지 못한 내 꽃들’을 낸 뒤 그의 말마따나 “살아생전 다시는 시를 쓰는 일이 없을 거라고 믿었”기에 이번 시집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화제다. 1974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소설과 시가 동시에 당선되면서 등단한 송기원은 ‘문학인 101인 선언’, 김대중 내란음모’ 등 숱한 시국사건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내내 감옥 안팎을 오갔다. 신동엽창작기금,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았건만 이후에는 글쓰기보다 수행에 더욱 골몰했다. 새 시집에 실린 65편의 시는 대부분 지난 4, 5월 강원도 원주 토지문학관에 머물렀을 때 쓴,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쏟아진 것들이다. 시는 일관되게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노래 불러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죽음 너머에 자신을 갖다 놓고 인간 삶의 풍경들을 지그시 응시한다. 현실에 발을 딛고서 ‘삶에 대한 끈적한 애정을 드러내는 죽음’이라는 역설의 미학을 구현해낸 것이다. 18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송기원은 “죽음은 늘 우리 곁에 들어와 있는 것인 데도 우리가 외면하거나 부정하고, 공포스러워할 뿐”이라면서 “죽음을 제대로 직면하면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더욱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10여년 동안 중앙대에서 문학을 가르치다 지난 2월 그만뒀다. 시편들은 언뜻 부처의 가르침과 맥이 맞닿는다. ‘불생불멸(不生不滅)하고 불상부단(不常不斷)하며 불일불이(不一不異)하고 불래불거(不來不去)한다.’ 삶과 죽음, 영속과 단절, 같음과 다름, 오고 감 등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팔부중도(八不中道·8가지 그릇된 견해를 부정함으로써 얻는 중도의 경지)다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강렬한 깨우침을 호출하는 것은 부사어 ‘가령’이다. ‘가령 아무도 찾아낼 수 없는 깊은 골짜기에서, 내가/ 시체로 누워 있다고 하자.’(‘육탈’)거나 ‘가령, 여기가 이승이고 저기가 저승이라면’(‘눈’), ‘썩을수록 따뜻한 두엄에서, 내가/ 잘 썩고 있다고 여기자.’라는 식으로 무심한 듯 자신의 죽음을 가정한다. 죽음의 경계를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심상은 점점 깊어지며 나아가 ‘…너의 눈길은/ 영정 안에 들어 있는 나의 웃음을 어루만진다.’(‘영정’)라거나 ‘그런대로 향기롭구나/ 내가/ 내 죽음의/ 절차를 견디는 일’(‘임종’) 등에서 자신을 아예 망자(亡者)로 취급한다. 때로는 ‘죽어서도, 나를 지우는 일은 힘들구나.’(‘때’)라고 푸념하거나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없는 지구여,/ 영원히 거룩하여라!’(‘2100년, 호모사피엔스의 유언’)라고 성찰하지 않은 인류에 대한 묵시록적인 계언을 남기기도 한다. 시인 손택수는 송기원 시에서 드러나는 죽음의 이미지를 “상상된 죽음이 아니라 숨 쉬는 죽음이며, 생과 사는 찰나에 서로를 관통하는 빛”이라고 평했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초미니 지자체’ 양구군 장학기금 61억원 돌파

    인구 2만 1400여명에 불과한 중동부전선 초미니 지방자치단체인 강원 양구군이 운영하는 장학기금이 61억원을 돌파했다. 17일 양구군에 따르면 지난 1996년 설립한 양록장학회의 장학기금이 최근 61억 1200만원을 돌파해 배움에 목마른 산골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소설가 이외수(64)씨가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212명이 1억 3850만원의 장학금을 전해왔다. 양록장학회는 설립 이후 2293명의 산골 학생들에게 17억 7215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강원도 내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학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양구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요코이야기 여전히 교재로 쓰여”

    “요코이야기 여전히 교재로 쓰여”

    “‘요코이야기’가 끝나기는커녕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70세 일본인 저자가 아직 미국 학교를 순회하며 강연을 하고 있고요.” 4년 전 요코이야기 퇴출 투쟁을 시작한 재미동포 아그네스 안씨와 셰일라 장씨, 두 사람의 힘겨운 투쟁을 돕고 있는 김민정 매사추세츠 주립대 교육대학원 교수가 17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인 대다수가 ‘요코이야기’가 다 끝난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과 한국교육원 주최로 ‘요코이야기’ 교재 퇴출 성공 축하 기념회가 열렸지만, 매사추세츠를 비롯한 다른 지역 학교에서는 여전히 이 엉터리 역사 교재가 나돌고 있다. ‘요코이야기’는 일본계 미국인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의 자전적 소설로 일본인 소녀와 가족들이 2차 대전 직후 한반도를 떠나는 과정을 그리면서 조선인들이 일본 부녀자들에게 강간과 폭력을 일삼았다는 등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다. 장씨는 “매사추세츠는 각급 학교에서 이 책을 교재로 활용하고 있고 아이들도 좋아한다.”면서 “이 책을 퇴출하기 위해 한인 학부모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책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이유는 살인과 강간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지난 6월 김 교수와 두 사람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매사추세츠 주립대 교육대학원의 미국인 교수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코리안 스터디 워크숍’을 열었다. 이들은 워크숍에 참석한 현지 교사 27명과 함께 토론을 갖고 ‘요코이야기’가 왜 잘못됐는지를 지적하며 대책을 협의했다. 김 교수는 “워크숍 이후 동료 교수들이 ‘요코이야기’가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의견서를 내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안씨와 장씨, 김 교수의 이같은 노력은 작은 결실을 예고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교육부가 올가을 새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교재목록을 바꾸기로 한 것. 장씨는 “주 교육당국이 권장도서 목록을 거의 20년만에 처음 바꾸려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문제는 교육부가 목록에서 요코이야기를 제외해도 일선 학교에서는 이 책을 계속 교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 [세대공감]수능 석달 앞둔 수험생 풍속도

    [세대공감]수능 석달 앞둔 수험생 풍속도

    오는 11월18일 치러지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달 남짓 남았다. 여름방학이지만 고3 수험생들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인구직포털 알바몬이 고3 수험생 797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22.3%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잠과 휴식(18.9%), 족집게 예상문제(18.1%), 시간(17.3%)이 뒤따랐다. 시간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자신감’에 있다는 것을 수험생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래를 위해 임시로 이별을 결심한 고3 커플부터 여학생이 따라 준 백일주를 마시려고 백방으로 돌아다녔던 학력고사 세대, 자식의 건강과 무탈함을 기도하는 어머니까지 세대별 수능에 얽힌 풍속도를 들여다 봤다. 글 사진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엄마들 “탈 없이 건강하게” 언제부턴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핑계로 술을 마시는 수험생들이 생겨났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시험일을 앞두고 재충전의 기회를 얻고 수능 시험에 맞서기보다, 음주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잠시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서울 독산동에 사는 여순희(49·여)씨는 “요즘 학생들은 수능시험이 100일 남은 것을 핑계로 죄책감 없이 술을 마시는 것이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3인 딸 은교(가명·18)도 며칠 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밤늦게 집에 들어왔다. 볼이 붉은기로 얼룩덜룩해져 있었고, 혀도 꼬여 있었다. 화가 난 여씨는 혼을 내려 했다.하지만 딸은 오히려 “평생에 한 번인데 이해도 못해주냐.”며 되레 왈칵 성을 냈다. 쾅 하고 방문을 닫아버리는 어린 딸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다음날 저녁 그는 딸의 얘기를 최대한 진지하게 들어 보려 했다. 그러다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었다.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 ‘백일주를 마실 때 더 많이 마실수록, 점수가 더 잘 나온다.’, ‘네 종류의 술을 마셔야, 수능 네 영역을 모두 잘 본다.’, ‘백일주를 쉬지 않고 한 번에 마셔야 한 번에 대학 간다.’는 등 말로 안 되는 소문들이 퍼져 있었던 것이다. 여씨는 “학생들이 그런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시험 당일까지 건강하기를 바라는 엄마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줬으면 한다.”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수능시험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마음을 쏟아 함께 준비하는 시험이다. 특히 어머니들은 공부하느라 수척해진 자식의 얼굴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정성껏 기도를 드리는 것도 자식의 바람이 꼭 이뤄지기를 응원하는 한 방법이다. 서울 면목동에 사는 최미순(48·여)씨는 요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다니는 교회에서 ‘수능시험 특별 새벽기도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직장에 다녀 밤늦게 집에 들어오기 일쑤지만,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이 기도회에 참석한다. 고 3인 딸아이의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 이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 그는 “경민(가명·18) 이가 고생을 많이 하는데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해서 기도를 시작했다.”며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갔으면 하고 기도를 하기도 했지만, 탈 없이 건강하게 시험을 치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학력고사 세대 백일주의 추억 학력고사 세대도 ‘백일주’에 대한 추억은 있다. 1989년 대입학력고사를 치렀고 현재 서울에서 정보기술(IT) 관련 회사에 다니는 장경민(40)씨는 선풍기 한 대도 없었던 무더운 교실에서 50여명이 넘는 남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공부했던 고 3 여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학력고사가 정확히 백일 남은 날 아침 담임 선생님이 손수 붓글씨로 ‘학력고사 백일 전’이라고 한자로 써 교실 뒷벽에 붙였다. 장씨는 당시 긴장감을 “시간은 달려들고, 준비한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댈 때처럼 아찔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장씨와 친구들은 백일주를 마실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이성이 따라주는 술을 마셔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면서 “함께 백일주를 마실 여학생들을 모셔오느라 꽤 고생했다.”고 돌이켰다. 장씨는 숫기가 없어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생각 끝에 초등학교 6학년 때 짝을 했던 여학생을 찾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던 친구다. 6년 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장씨는 늦가을 홍시처럼 얼굴이 빨개져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사정을 설명했다. “안 되는데. 나 공부할 게 많아서.” 하지만 여학생은 무뚝뚝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를 등진 채 여학생이 떠나가자 당시 장씨는 ‘내 대학 운도 저렇게 떠나가는구나.’하고 진지하게 걱정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장씨는 여학생 파트너는커녕 “시커먼 친구놈이 따라주는” 소주를 종이컵으로 한 컵 마시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래도 남들 술병 나서 고생하는 시간에 공부해서, 여학생이 따라주는 술 한 잔 안 마시고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며 껄껄 웃었다. 또 “괜한 고생하지 말고 묵묵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좋은 결과를 맺더라.”고 덧붙였다. ●고3 커플의 눈물 나는 ‘임시이별’ “저희 헤어지기로 했어요.” 서울 구로동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최승민·한서연(각각 가명·18) 학생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다. 고 1 여름방학 때 학원에서 만나 커플이 된 이들은 지난달 30일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조촐하게 ‘사귄 지 2주년’ 기념식도 치렀다. 하지만 수능 시험일이 두 자릿수 앞으로 다가오자, 이들은 “후회 없이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도 가고 서로에게 더 떳떳해지기 위해” 잠시 떨어져 있기로 했다. 부모님들의 설득도 이유였다. 처음에는 교제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던 부모님들이 차선으로 수능시험을 볼 때까지만이라도 떨어져 있으라고 설득했다. 성적도 문제였다. 지난해 서울지역 중위권 학과에 지원 가능했던 한양의 모의고사 성적이, 이제는 서울지역 대학에 지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것이다. 먼저 말을 꺼낸 건 한양이었다. 그는 “말 꺼내는데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어요. 승민이가 이해 못 해주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고요.”라고 말했다. 다행히 최군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전화나 문자도 하지 않기로 한 이들은 커피 한 잔을 끝으로 ‘고난의 시간’을 각자 견디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최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양은 받지 않았다. 최군이 안쓰러웠다. 무수히 많은 할 말들이 목에 걸렸지만 꾹꾹 눌렀다. “그날 밤 전화만 수십 통이 왔어요. 문자도 오고….” 눈물이 한양의 양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집에 찾아온다기에, ‘약속했잖아 잠시만 참기로 내 맘 변하지 않아.’라고 답문만 보냈어요.” 한양은 눈물을 닦고 “수능시험 잘 봐서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게 승민이한테 용서받는 유일한 길인 거 같아요.”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수능 끝나도 인생의 시험은 계속된다” 인천 주안동에 사는 조민철(32)씨는 교육대학원을 다니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수능시험도 3번 봤던 조씨는 지금은 임용고시만 네 번째 도전하고 있다. 자주 시험을 보면서 조씨는 가족의 기대와 걱정을 한몸에 받고 있다. 모든 시험을 끝까지 함께해 주는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들이 없었다면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고맙고 사랑한다. 올해는 꼭 합격해서 가족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그러면서 “수험생들이 ‘시험 몇 일 전’이라면서 큰 의미를 부여해 잠시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늘 자신을 지켜주는 가족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인생에 시험이 이번 한 번뿐이라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 수능이 끝나도 인생에 시험은 계속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을 안 보고 대학가서 콤플렉스” 인천 송림동에 사는 고민정(29·여)씨는 남들하고는 조금 다른 대학입시 얘기를 들려줬다. 고씨는 2000학년도에 문학특기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평소 시를 써서 공모전이나 백일장을 찾아다니던 그는 한 전국 글짓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덕에 1학기가 다 지나기도 전에 서울의 모 대학 국문과 입학을 확정지었다. 더운 여름, 다른 친구들은 모두 교실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보충수업·자율학습을 할 때, 그는 독서실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시를 썼다. 음악을 들으면서 시상을 떠올리고, 좋아하는 소설을 베껴 써내려갔다. 당연히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11월 수능시험은 “경험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치렀다. 하지만 그에게 수능시험을 보지 않은 것은 일종의 콤플렉스로 남았다. “직장동료들끼리 지리나 과학 상식 얘기를 하다 보면 나만 답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남들처럼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 말했다. 또 “여고 동창들을 만나면 힘들었던 수험생 시절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잘 끼지 못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연극리뷰] ‘하얀 앵두’

    [연극리뷰] ‘하얀 앵두’

    연극 ‘하얀앵두’(배삼식 작·김동현 연출)에서 유의해서 볼 것은 무대 오른쪽에 배치된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덤불이다. 사람 마음에 가꿔 보겠답시고 이리저리 가지도 쳐 가며 모양을 내 보려 하지만 ‘흐드러지게’라는 표현이 그걸 용납하던가. 아무렇게나 잘라서 땅바닥에 툭 꽂아 놓아도 쭉쭉 뻗어나오는 판에 말이다. ‘꺾꽂이’, 바로 그거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뿌리 없이 꽂혔으나 결국은 꽂힌 곳이 제 땅인 줄 알고 삶을 피워내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작품은 한때 잘 가꿔진 꽃밭이었으나 이제는 삭막해진, 이번에 다시 한번 꽃밭으로 변해가는 강원도 산골의 어느 집 앞마당을 배경으로 삼았다. 등장인물 모두 꺾꽂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인생사를 내비친다. 이젠 ‘끗발’ 떨어진 소설가 반아산은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가 요양 삼아 낯선 강원도 땅으로 날아온 인물. 부인 하영란 역시 크게 인정 받지 못해 언제나 삶이 불안한 배우다. 딸인 고등학생 지연이는 어느날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른다섯 윤리선생 윤조안을 끌고 들어온다. 주변인물들도 마찬가지. 반아산을 ‘형님, 형님’하며 따르는 지질학자 권오평은 스웨덴에서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일주일만에 귀국한 뒤 어디 하나 뿌리내릴 곳 없이 흔들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반아산의 집터에 얽힌 비밀을 아는 칠십 중반 늙은이 곽지복 역시 간첩으로 몰린 과거 때문에 뿌리가 뽑혀 나간 채 살아온 인물이다. 연극은 우연히 얻게 된 5억년 전의 삼엽충 화석을 두고 권오평이 하영란에게 ‘설’(說)을 풀어 대는 것으로 시작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거슬러 간 뒤 당시 환경을 조금 건드리고 돌아왔더니 지금 현재가 엄청나게 변해 있더라는 공상과학(SF)물처럼, 수억년이라는 시간의 더께를 두고 권오평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것. 연극의 주제의식이 극 초반 권오평의 대사에서 거의 다 던져진다는 점에서 다소 싱겁고, 후반부가 지겨워지는 면이 있다. 때문에 극은 권오평의 그 ‘썰’이 5억년 전 얘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소동극으로 달려간다. 반아산네 개 원백이의 곽지복네 암캐 복순이 겁탈사건, 권오평을 마음에 두고 있는 대학원생 이소영의 주정 한마당, 딸이 데려온 늙수그레한 선생 사위 등이 서로 얽히고설킨 뿌리들처럼 펼쳐진다. 때문에 다소 추적하니 젖어들 수 있을 만한 극진행을 곽지복, 이소영, 윤조안이 끊어 주는 맛이 좋다. 특히 곽지복 역을 맡아 걸쭉한 강원도 사투리를 소화해 낸 배우 박수영, 이소영 역으로 술주정뱅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주인영이 눈에 띈다. 소설가 김숨이 캐릭터에다 물성(物性)을 부여해 서사를 끌고 나간 소설 ‘철’과 ‘물’을 선보인 것처럼, ‘하얀 앵두’ 역시 각 캐릭터에 꽃이나 나무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한번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지난해 극찬 받은 초연작으로 이번은 앙코르 공연이다. 29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02)708-500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소설 ‘성균관… ’ KBS 드라마로

    KBS 2TV는 새 월화드라마로 ‘성균관 스캔들’을 선보인다.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원작이다. 조선시대 국학기구인 성균관에서 일어나는 유생들의 에피소드와 풋풋한 성장기를 다뤘다.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해 성균관에 들어간 김윤희, 조선시대 엄친아 이선준, 통제불능 반항아 문재신, 천하제일 바람둥이 구용하 등 4명의 인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4명 역에는 박민영, 믹키유천(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 유아인, 송중기가 각각 캐스팅됐다. 첫 방영은 30일.
  • ㈜다하미 커뮤니케이션즈, 아이패드용 e-book ‘무서운 이야기’ 출시

    ㈜다하미 커뮤니케이션즈, 아이패드용 e-book ‘무서운 이야기’ 출시

    올 하반기 아이패드의 한국 출시를 앞두고 출판계가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다하미 커뮤니케이션즈(www.dahami.com)가 아이패드용 e-book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다하미 커뮤니케이션즈는 세계 최초 온라인 지면 신문 스크랩 솔루션인 ‘스크랩마스터’를 비롯해 동영상 광고를 구현한 디지털 신문 ‘T-Paper’, IPTV용 미디어 컨텐츠 등을 제공하고 있는 미디어컨텐츠 전문 중견벤쳐기업이다. 다하미 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5일 아이패드용으로 e-book 어플리케이션 ‘무서운 이야기’를 출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앱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무서운 이야기’는 출판사인 ㈜씨앤톡(www.seentalk.co.kr)에서 2008년부터 매 해 시리즈로 발행하고 있는 책으로, 한 권당 약 50화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포 소설물이다. 다하미 커뮤니케이션즈는 씨앤톡과 제휴를 맺고, 그림이 포함된 e-book 타입으로 제작했다. 총 10화를 수록, 업데이트를 통해 이야기를 추가할 계획이다. 책보다 훨씬 선명하고 생생한 색감과 프로그램 실행부터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표지와 책장이 노출, 공포물이 각광받는 휴가와 방학시즌에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 80여일 만에 300만대를 판매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패드는 종이책을 보는 듯한 터치감과 어디든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휴대성으로 인해 출시 전부터 출판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점쳐졌다. 실제 미국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는 e-book 판매가 양장본 종이책 판매를 앞질렀다고 보도될 정도다. mp3가 음악계를 변화시켰듯 전자책 역시 출판계에 엄청난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하미 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e-book의 기본은 컨텐츠지만, e-book을 단순히 ‘종이책’의 디지털 형식으로의 변환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BGM, 음향효과, 애니메이션 등을 추가해 전혀 새로운 콘텐츠로 개발할 수 있고, 바로 여기에 이 서비스의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출판사와 새로운 미디어에 대응할 기술력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의 협력은 필수다.”고 말했다. 또 “향후 출시할 ‘무서운 이야기’ e-book 어플리케이션에는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배경음향과 애니메이션 효과로 상상이상의 오싹함을 제공,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다하미 커뮤니케이션즈의 e-book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 ‘무서운 이야기’($0.99)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출처 : 다하미커뮤니케이션즈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야한여자’ 유니나, 샤이니 종현 팬 악성댓글 ‘고소’

    ‘야한여자’ 유니나, 샤이니 종현 팬 악성댓글 ‘고소’

    마광수 원작소설을 연극화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배우 유니나가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의 일부 팬들을 고소했다. 유니나 소속사 측은 17일 “유니나가 샤이니의 종현의 일부 팬들로부터 악성댓글에 시달려 왔다. 해당 네티즌들에 대한 조사 의뢰를 서울 성북경찰서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는 “종현의 일부 팬들이 유니나가 유명해지기 위해 종현을 이용하고 있다는 등의 악플을 인터넷에 올리며 당사자를 2년 넘게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니나가 그룹 자자 멤버가 되기 전에 몸 담았던 그룹 리솔의 멤버 중 한 사람의 이름이 종현이다”며 “유니나가 1년 전 개인 홈페이지에 두 사람이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샤이니 종현의 팬들이 이를 무단으로 다운받아 말도 안 되는 루머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리솔 멤버 종현과 샤이니의 종현이 이름이 같다는 것과 공교롭게 사진 속 이미지가 닮았다는 점 때문에 유니나가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안티 팬들의 지속적인 테러와 헛소문들로 인해 유니나가 심각한 우울증과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어 법적대응까지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그룹 자자의 멤버로 활동 중인 유니나는 현재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서 플레이보이 모델 이파니와 함께 주인공 사라 역에 더블 캐스팅 돼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유니나 미니홈피,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구하라, 개미허리 노출 화보 공개...’아바타’ 나비족 연상▶ 피서지 女몰카, 공공시설 이용시 주의당부 ‘적나라’▶ ’강남여자’ 허가윤, 명품 치장 공항패션 진실 공개▶ 나영석 PD ‘1박 2일’ 조작의혹 3가지 적극 해명▶ 쌈디, 닮은꼴 홍수..’진짜 쌈디를 찾아라’ 폭소▶ ’내조의 여왕’ 김남주, 속편 ‘역전의 여왕’으로 컴백▶ 수암골 명물 삼식이 구타당해 요양중
  • 미국 로 스쿨 교육과정은

    해마다 4만여명의 법조인을 배출하는 미국 로스쿨은 2~3학년 재학생이 다양한 선택과목을 들으며 전문성을 쌓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 이른바 ‘소크라테스식(Socratic method)’ 문답법 등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소크라테스식 수업과 ‘사례분석 방식(Case method)’은 미국 로스쿨에서 유명한 교수법이다. 하버드대 로스쿨의 랑델 교수가 창안했으며,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문답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교수가 던지는 질문에 학생이 답을 하면, 그 답에 대해 교수가 또 다른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계속한다.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게 목표다. 이런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더욱 많은 판례분석과 함께 독서가 요구된다. 소설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유명해진 이 방식은 학생들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교수들도 학생들과 함께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공부하고, 원고·피고·판사 등의 위치에서 재판 진행과 배심원 설득 능력을 기른다. 미국 로스쿨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3년 과정이며, 85~9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 중 35학점가량이 필수과목으로 돼 있다. 한 학기에 12~15학점 정도 강의를 듣거나 세미나에 참석하고, 이와 별도로 모의법정(Moot Court)에 참가해야 한다. 1학년은 법률문서 작성(Legal research and Writing)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모의법정은 1학년 2학기 필수과목인 경우가 많다. 모의법정은 현직 법관이나 변호사가 초빙돼 재판부를 만들며, 로스쿨생의 준비서면 작성과 구두 변론 능력 등을 평가한다. 필수과목 위주로 진행되는 1학년과 달리 2~3학년은 상사법·형사법·환경법·지적재산권법·국제법 등 다양한 선택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또 세미나와 상담과목(Clinic Program), 실습과목 등 실무중심의 과목이 많이 개설된다. 상담과목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교수의 감독 아래에 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무수습(인턴십)은 1학년 여름과 2학년 여름으로 나뉘는데, 2학년 여름은 사실상 취업과 동일하게 다루어질 정도로 중요하다. 로펌이나 공익단체, 정부기관 등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다. 또 봉사활동(Pro bono)이 필수 과정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으며, 하버드대나 컬럼비아대 로스쿨은 40시간을 필수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기말시험은 재판보조원(Law clerk)이 판사에게 제출하는 연구보고서 형태로 출제되며, ‘쟁점(issue)-일반법(rule)-포섭(apply)-결론(conclusion)’의 단계를 충실히 지켜야 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갤럭시S ‘통화중 녹음’ 등 기능 추가한다

    앞으로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로 통화를 하면서 통화 내용을 즉시 녹음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에 ‘통화 중 녹음’과 ‘스와이프’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통화 중 녹음’ 기능은 국내에 출시된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처음으로 제공된다. 또한 스와이프는 기존의 자판을 하나씩 입력하는 게 아니라 손가락을 떼지 않고 그림을 그리듯 한번에 영문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인터넷 주소나 영문 문서 등을 작성할 때 편리하다. 여기에 메모리를 한번에 정리하고 최적화하는 ‘메모리 정리’와 3세대(G)망 데이터 사용 여부를 위젯에서 간단하게 설정 가능한 ‘3G 데이터 위젯’ 등의 기능이 탑재됐다. 컴퓨터의 동영상·음악 등을 갤럭시S에서 원격으로 볼 수 있는 ‘올 셰어’ 기능도 강화됐다. 업그레이드는 삼성모바일닷컴이나 삼성 서비스센터에서 가능하다. 다음주 초부터 출시되는 제품에는 기본으로 적용된다. 한편 교보문고에 따르면 갤럭시S를 통해 교보문고가 제공하는 전자책을 다운받은 건수가 7월 한 달간 1만건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전자책 단말기를 통한 다운로드 건수보다 17배 정도 많은 수치다. 갤럭시S가 전자책 활용 수단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갤럭시S를 통한 전자책 수요 급증은 디스플레이가 4.0인치 슈퍼아몰레드(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로 화면이 크고 화질이 선명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려받은 전자책 종류는 소설류, 주 이용층은 30대(43%)가 가장 많았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새영화]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새영화]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국내 극장판 애니메이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한때 곧잘 만들어지던 토종 애니메이션은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췄다. 미국 할리우드와 일본 애니메이션에 사실상 시장을 완전히 내준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말 천계영 작가의 인기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오디션’이 극장에 걸렸다. 2007년 3월 ‘빼꼼의 머그잔 여행’ 이후 2년 9개월 만에 토종 애니메이션이 국내 극장가에 등장한 것. 일반 상업 상영관에서의 대규모 개봉이 아니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의 단관 개봉 형식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관객 953명. 제작기간이 자금 문제로 워낙 오래 걸렸고, 개봉 시기도 늦춰져 시의성을 잃은 탓이 컸다. 올여름 토종 애니메이션이 다시 도전장을 던진다. 19일 개봉하는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이다. 잔뜩 움츠러든 국내 출판 만화시장에서 그나마 활기를 띠고 있는 ‘에듀테인먼트’ 교육만화의 신화를 쓴 ‘마법천자문’(이하 마천)이 원작이다.마천은 중국 고대 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을 비롯한 일부 캐릭터를 빌려오고 새로운 캐릭터를 보태며 각색한 모험담이다. 여기에 한자 마법이라는 설정을 버무려 넣어 한자를 쉽게 익힐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바람을 불게 하는 마법을 부릴 때는 ‘불어라 바람풍(風)’하고 외치는 것이다. 20권 완간 예정으로 2003년 첫선을 보인 원작은 현재 18권까지 발간됐으며 1200만부가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게임과 뮤지컬로 만들어지며 원소스멀티유스 콘텐츠로도 자리매김한 상태. ‘마천 열풍’이 스크린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대마왕의 부활을 위해 천자문을 모으고 있는 혼세마왕은 어느날 원숭이들이 살고 있는 화과산을 찾아와 마법천자문 조각을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원숭이들의 두목인 손오공은 화과산을 지키기 위해 한자 마법을 배울 결심을 한다. 보리선원에서 마법소녀 삼장, 저팔계 손녀 돈돈과 함께 한자마법을 익힌 손오공은 혼세마왕과 결전을 치른다. 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역동적인 액션 장면도 수준급. 하회마을, 불국사 등 한국적인 공간을 녹인 점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할리우드나 일본 애니로 한껏 높아진 국내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부분도 있다. 이따금 캐릭터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배경 음악이 너무 커 시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1권부터 6권까지를 집약적으로 담았다는 이야기는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기는 느낌이 많다. 제작사 측은 사운드의 경우 일부 보정을 거쳐 개봉한다고 설명했다. ‘원더풀 데이즈’(2003)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담당했던 윤영기 감독이 총감독을 맡았다. 전체관람가. 86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8·15 광복 65주년] 다시 열린 ‘빛의 문’ 우리가 日보다 더 빛나야 하는 이유

    [8·15 광복 65주년] 다시 열린 ‘빛의 문’ 우리가 日보다 더 빛나야 하는 이유

    8·15 광복 65주년을 맞이하여 광화문이 145년 전 고종 중건(重建) 당시의 제 모습으로 비로소 돌아오는 것을 보며, 나는 우선 1945년 8월15일 그날의 일부터 떠올린다. 그때 내 나이 열네 살, 현 북한의 원산중학교 1학년생이었다. 원산 역 구내에서 우리네 흰 홑적삼 차림의 어른 하나가 무언가를 꺼내서 펼쳐들며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는 거였는데, 그렇게 그때 처음 본 것이 우리네 태극기였고, 그이가 소리 지른 것이 “조선 독립 만세”였었다. 바로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그 뒤 오늘까지 65년을 살아온 자취를 그냥 한 덩어리로 더듬으며, 어찌 감회가 없을 것인가. 그렇다, 이런 경우에는 엄청 무리라는 것은 알지만, 그 65년간을 한순간에 한 덩어리로 떠올려 보는 편이 차라리 시원한 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세상만사는 꼭 어느 한 기준으로만 접근해서 죄다 알아지는 것은 아니다. 금년 2010년이 바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권으로 병탄했던 때로부터 꼭 백년을 맞는 해인데, 과연 오늘의 한일 관계는 한마디로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을까. 그야 일부 설에 의하면 금년의 우리 쪽 무역 적자가 너무 높네, 어쩌네, 하는 소리도 물론 없지는 않지만,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한다면, 과연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 온 세계를 통틀어서 본 국제적 위상(位相)에서도 이제 우리나라는 일본을 뒤따르는 형편이 아니라 몇 발짝 더 앞서 가고 있다고 할 정도로 국격(國格)이 높아져 가는 것은 혹시 아닐까. 실제로 이 점을 두고서는 바로 작년 말의 어느 모임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 하나는, “현재 한국의 놀랄만한 발전의 동력은 바로 사대주의였다. 이때까지 일본 학자들이 한국을 경멸하면서 노상 써먹은 용어가 바로 사대주의였는데, 그러나 그 용어를 요즘 흔히 쓰이는 말로 바꾸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열심히 따라가려는 국가 전략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최근의 한국은 글로벌 시스템을 쫓아가는데 일본보다 앞서고 있다.”고 하고 그 구체적인 사례까지 다음과 같이 들고 있었다. 한국의 통신업체들은 일찍부터 세계 표준을 선택해 세계로 나가는 데 성공했지만 일본의 NIT는 그냥 일본 표준에만 집착하면서 국내에 고립되어 버렸고, 인천공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공항으로 올라섰지만 나리타 공항은 국내 공항으로 전락해 버렸다 요즘 일본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저렇게 매사에 다이내믹한데, 왜 일본은 정체되어 있는가.” 혹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세계로 나아가는데, 일본 젊은이들은 왜 국내에만 틀어 박혀있는가” 같은 말을 많이 하고 있다. 어떤가. 놀랍지 않은가. 광복 65년을 맞으면서 광화문도 비로소 뒤늦게 본래의 제 모습을 내보이고는 있을 망정, 당장 한일 관계 돌아가는 것들은 기왕의 종속 관계에서는 확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야흐로 우리 쪽이 한 발 앞서 갈 채비에까지 들어섰음을 알아야 한다. 모름지기 세상 흘러가는 진면목인즉 바로 이런 것이다. 바로 이점으로는 곧 9월에 발간될 저의 장편소설 ‘출렁이는 유령’도 2010년을 맞은 지난 1백년의 한일관계와 대북관계 등을 1970년대를 중심으로 하여 오늘의 시야까지 깔고 다루어 본 것임을 이 글의 사족(蛇足)으로나마 밝혀둔다.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29)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고전 톡톡 다시 읽기] (29)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어느 날 한 무리의 아이들이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그들이 타고 온 비행기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아이들을 지켜 줄 어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제 구조를 받을 때까지 제 힘으로 버텨야만 한다. 끔찍한 일이다. 더 끔찍한 사실은, 아이들이 아직 자신들의 처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능력은 누가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터득하기 마련인가보다. 어른이 없다는 사실에 은근히 기뻐하며 자유를 만끽하던 아이도, 불시착과 무인도, 구조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수영과 나무열매 따먹기를 즐기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뭔지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마침내는 살아남기 위해 해야할 일들을 아이들 스스로 해내기 시작한다. 구조를 위한 봉화를 올리고, 사냥을 위해 사냥부대를 꾸린다. 이런 일들을 도모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설프긴 해도 기특하기 이를 데 없다. 다수결이라는 민주적 절차로 대표를 선출하고, 친구의 안경을 돋보기로 삼아 봉화의 불을 붙이는 과학적 재기를 발휘하기도 한다. 처음엔 실패를 거듭했던 사냥도 경험을 통해 점점 익숙해진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뿐이다. 그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기 자신의 힘만으론 구조 받을 수 없다. 구조란 나의 한계 너머에 있는 힘의 도움이 필요한 법이니까. 아이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뱀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처음 그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린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꿈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 비웃음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 비웃음이야말로 헛된 꿈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아이들은 말문을 닫는다. 모두들 뱀을 보았다는 아이의 말로 인해 자기 내면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구조를 받지 못한 채 이 무인도에서 영원히 살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 아이들이 봉화와 사냥을 시작하고, 또 그것에 집착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이들의 힘겨운 싸움은 서로를 향해 창을 겨누는 어처구니없는 전쟁으로 돌변한다. 봉화를 지키고자 하는 아이들은 지금 즉시 구조받기를 원한다. 사냥을 원하는 아이들은 지금 당장 고기를 먹어야만 구조를 받을 때까지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아이들에게 합의란 없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려 해도 두 가지 선택 모두 적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봉화를 지키려는 아이들은 얼핏 무력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언제 바다를 지나갈지 모를 구조선에 구조 신호를 보내기 위해선 한시도 봉화 곁을 떠나선 안 되는 것이다. 반면 사냥을 원하는 아이들은 폭력에 매혹 당해버린 야만인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망각하고 있진 않다. 이들의 입장에선 언제가 될지 모를 구조를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이다. 사냥하는 아이들은 손 놓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둘의 싸움은 지극히 당연하고 또 지독히 참혹하다. 아이들의 전쟁은 당연한 수순이다. 불안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써 궁리해낸 대안을 누군가 반대한다는 건 완벽해 보였던 자신의 방법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불안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해일처럼 닥쳐오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자기를 반대하는 적을 설득시키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적을 전멸시키는 수밖에. ●1954년 발표… 약 30년 뒤 노벨문학상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이 1954년 쓴 장편소설 ‘파리대왕’이다. 첫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인 ‘파리대왕’은 그에게 1983년 노벨문학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파리대왕’이라는 소설 제목은 히브리어의 ‘베엘제버브’를 번역한 것이다. 곤충의 왕이라고 직역할 수도 있는 이 단어는 암시적으로 악마를 상징한다. 제목 그대로 소설 속 무인도에 던져진 아이들은 악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파리대왕’의 결말은 아이들이 자신의 적을 전멸시키기 전에 영국 군인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 결말을 해피앤딩으로 읽는 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이제 무인도에 갇혀 서로를 죽이지 않아도 되고, 그토록 원하던 어른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찜찜하다. 무인도라는 곳은 그 바깥의 세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바깥의 세계에는 탈출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윌리엄 골딩의 말마따나 아이들은 어른들이 구해줬을지 몰라도, 그 어른들은 과연 누가 구해줄 수 있단 말인가. 이제 탈출할 곳이 전혀 없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서로의 의견이 충돌되어 서로를 죽이는 싸움이 벌어진다면, 과연 그들에게 구원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돌이켜보면 간절히 구원받고자 하는 자들에게 구원은 어디에나 있다. 아이들의 무인도 생활 중에도 구원은 도적처럼 분명히 찾아왔었다. 처음 만난 소년들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될 때, 무인도의 곳곳을 탐험하며 까닭도 모르는 채 희열에 잠겼을 때, 그리고 봉화를 올리기 위해 큰 나무를 함께 나를 때. 하긴, 구원이라 하기에 이 사건들은 너무나 사소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사건인들 어떠한가. 구원이 나의 한계 너머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이라면, 그 구원의 힘은 바로 ‘나’의 바깥에 있는 ‘너’에게 속해 있을 것이다. 너와 함께일 때 구원은 매 순간 나를 찾아올 것이고, 내 앞의 너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구원이 아무리 사사롭다한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종영 영상글밭 사하 연구원
  • [이대통령 8·15 경축사] “공정한 사회라야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게 MB철학”

    [이대통령 8·15 경축사] “공정한 사회라야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게 MB철학”

    “‘공정한 사회’의 가치가 지켜질 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철학을 이 대통령은 늘 갖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15일 8·15 경축사의 내용에 관한 브리핑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을 맞는 이 시점에 기·승·전·결로 볼 때 앞으로 남은 ‘전’과 ‘결’까지 클라이맥스를 이런 부분(공정한 사회의 가치)이 확고히 뿌리내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가난하다고 해서 그 자제까지 교육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나라가 돼서는 희망이 없다.”면서 “가난하다고 기회를 못 갖는 사회를 시스템적으로 공정하게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는 것, 더 기회가 확대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경축사에 담긴 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통일세 언급과 관련해서는 “일부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적절하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미리 준비할 상황이고 통일 비용 등 내부적인 준비도 박차를 가하자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개헌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력을 미치는 정치 분야가 선진화돼야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이 업그레이드되지 않겠느냐는 차원”이라면서 “정치권에서 먼저 (개헌논의가) 시도돼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그런 방법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8·15 경축사는 6·2지방선거가 끝난 뒤부터 이전 2기 참모진이 원고작업을 시작했고, 새로 가세한 3기 참모진이 가필하면서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달 전부터는 원고 성안에 직접 관여했으며, 핵심 참모들과 10여차례의 독회를 통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장시간 독회가 진행될 때는 샌드위치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달 초 휴가지에 두꺼운 초안을 가져가 메시지를 다듬었고 소설가 이문열씨를 휴가지로 초청해 이틀간 시간을 함께 보내며 경축사 내용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특히 통일세 논의를 제안하는 대목은 이 대통령이 직접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이틀 전인 지난 13일 마지막 독회를 마쳤고, 14일에는 신임 참모진과 청계천을 산책한 뒤 관저로 돌아와 완성된 경축사 원고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퇴고’에 몰두했다. 경축사 원고를 확정하는 작업에는 임태희 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등이 참여했다.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과 김상협 녹색성장환경비서관 등도 관여했다. 임 실장은 이번 경축사의 키워드인 ‘공정’을 발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블랙리스트 “인공뇌사 수술 후 음악열정 충만”(인터뷰)

    블랙리스트 “인공뇌사 수술 후 음악열정 충만”(인터뷰)

    과거 힙합 여성듀오 ‘타샤니(윤미래, 애니)’가 있었다. 강산이 변해도 변했을 10여 년 전에 단 한 장의 앨범을 발매했을 뿐이지만 아직까지 그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 ‘타샤니’ 이후 11년, 감히 자신들을 ‘타샤니의 아성에 도전할 신인 힙합여성듀오’라고 소개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오호라, 이 친구들 ‘타샤니’를 다 알고 제법인데?” 기특했다. 다만 ‘타샤니 노래나 제대로 들어봤을까?’하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상반된 감정은 일단 접어두고 앳된 얼굴의 그들과 긴 대화를 시작했다. ♦ 김미화 블랙리스트? No- 가수 블랙리스트 “포털사이트에 저희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김미화 블랙리스트’만 쫙- 나오는 거예요.” 어린 소녀들은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 얼마나 이 순간을 고대했을까. 기대에 들떠 앨범을 발표한 날 하필이면 김미화의 ‘KBS 블랙리스트’사건이 터졌다. 실망이 컸을 것 같다고 위로하자 “처음엔 넋 놓고 속상했는데 의도치 않게 ‘홍보 효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툭툭 털어버리는 모습이 어른스러웠다. 문제(?)의 그룹명은 소속사에서 ‘요주의 인물’이란 뜻으로 지었단다. ‘기존 틀에서 벗어난 그룹’이란 의미가 마음에 들었고 어감도 좋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1년 6개월의 준비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온 ‘블랙리스트(이하「블리」)’는 치타(Cheetah, 본명 김은영, 20)와 루시(Lucy, 박소현, 18)로 구성된 여성 힙합 그룹. 1999년 ‘타샤니’(윤미래, 애니)를 기획했던 기획자 박준섭 씨가 ‘타샤니’ 이후 11년 만에 탄생시킨 작품이다. 이 둘은 인터뷰 초반부터 예쁘고 귀여운 걸그룹 일색인 최근 가요계에서 실력으로 부각돼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 그룹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인공뇌사 수술 후 음악에의 열정 충만 인형 같은 걸그룹들과의 ‘차별화’를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 치타와 루시 둘 다 주먹만한 얼굴에 이목구비도 오밀조밀 참 예쁘게 생겼다. ‘곱고 여리게만 보이는 이 어린 친구들에게 파워풀한 힙합음악이 과연 어울릴까?’ 기자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팀의 리더이자 루시보다 2살 언니인 치타는 17살이 되던 해,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가수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만 갖고 홀로 상경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때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이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부터 1년간 꼼짝없이 병원생활을 해야만 했다. “중환자실에서만 한 달 정도 있었는데 머리에 피가 너무 많이 차서 ‘인공뇌사’를 시켰대요. 피가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술을 했죠. 심장만 빼고 몸 전체를 마취시키는 건데 생존확률이 엄청 낮았다고 들었어요.” 언뜻 듣기만 해도 열일곱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견디기 힘든 고통과 시련. 건강한 성인 남자도 못 이겨내고 포기한다는 치료과정을 치타는 이 생각 하나만으로 버텨냈다고 했다.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그러니 꼭 견뎌야만 한다.” 1년 간 병원신세를 지는 동안 노래에 대한 갈증은 커져만 갔고 가수의 꿈은 그렇게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매일 밤 병원 옥상에 혼자 올라가 목이 쉬어라 노래를 불렀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뇌 수술한 아이가 정신이 나가 저런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사고 후 한 달 동안 인공호흡기를 목에 꽂고 있다 보니 성대에 무리가 가서 목소리가 변해버렸어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예전 목소리가 안 나와 울면서 지르고 또 질렀어요.” 죽음 문턱까지 갔다 온 경험은 치타를 성숙하게 하고 더 절실하게 만들었지만 앗아간 것도 분명 있었다. 지금 치타는 팀에서 랩을 담당하고 있다. 목소리 변화로 노래를 부르기 힘들어 리드보컬을 담당할 루시를 만나 팀을 이룬 건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루씨는 치타의 랩을 ‘신들린 랩’이라고 칭찬한다. 자신들은 네티즌들의 ‘MR 제거’에도 걱정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루시는 대구 경북예고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내신이 1등급이었을 정도로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 디자이너이셨던 할머니 뒤를 잇기를 바라는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고 결국 꿈을 향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2학년 때 성악과로 전과했어요. 부모님은 클래식을 공부하길 바라셨지만 대중음악이 하고 싶어 몰래 혼자 서울에 올라와 오디션을 봤어요. 합격해 연습생이 되니 반대하던 아버지도 결국 인정해주셨죠.” ♦ 숨소리도 음악의 일부 두 사람에게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힙합 그룹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이 나왔다. 비욘세와 리한나처럼 격렬하게 춤추면서도 노래에 흔들림이 없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것. 숨소리조차 자연스런 음악의 일부로 완성시키고 싶다고 했다. 블랙리스트가 부르는 노래는 영국 유학파 출신의 신예 작곡 팀 24K가 만든 ‘스탑’. 사우스 힙합 (South Hiphop) 스타일의 곡으로 물질 만능시대에 여자의 진실한 사랑은 돈으로 얻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사 내용에 동의하냐고 묻자, 사실 사랑을 많이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대답하며 수줍게 웃었다. 치타는 요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가사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치타는 자신의 좌우명이라며 1년 전쯤 목 뒤쪽에 새긴 문신을 보여주었다. ‘Nothing Is Forever’. 영원한 것은 없다. 좋아하는 작가 시드니 셀던의 소설제목이라고 한다. “이 말 빼고는 인기, 아름다움, 전부 다 영원하지 않다는 거잖아요. 걸그룹은 계속 끊임없이 나오겠지만 우리를 대체할 사람들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저희 노랠 들으며 기억과 추억을 함께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치타와 루시의 말이다. 설익은 신인 가수와의 만남이었지만 적어도 인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만큼은 어설프지 않았다.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닌 온리 원(Only one)이 되고 싶다는 그들에게서, 제대로 준비된 자만이 가진 건방지지 않은 당당함을 느꼈다. 사진 = 나우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오영경 인턴기자 oh@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30억대 모델’ 민효린, 명품 럭셔리 분위기 ‘물씬’▶ 16세 오웬스, 18억만장자…스티브 잡스에 자극▶ 성유리, 5년 만에 가수복귀?…팀과 ‘연인선언’ 입맞춤▶ 유세윤, UV 신곡 ‘편의점’ 뮤비 ‘십덕후’ 섭외▶ 김지훈-임정은 열애? "군대 다녀올 테니 기다려" 고백▶ 하현정 눈 성형고백 "돌출 눈 콤플렉스, 살짝…"▶ 레이디가가 변신 김희철, 망사스타킹 각선미 섹시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등장인물들의 ‘상징성’ 뜯어보니

    많은 평론가들이 ‘파리대왕’을 수많은 상징적 요소들로 겹겹이 쌓여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대장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 격인 랠프는 상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성을 상징하고, 랠프에 반기를 들고 사냥부대를 이끄는 잭은 권력 지향적이고 야만적인 인간을, 그리고 랠프의 충실한 친구이자 심복 노릇을 하는 새끼돼지는 무능력한 문명을, 잭의 행동참모 격인 로저는 금기에서 해방된 파괴주의자를, 어딘가 모르게 심약해보이나 아이들의 불안을 대표적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는 사이먼은 순교자의 모습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품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아무리 어렵다고 소문난 작품을 읽더라도 기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리하는 일과 해결하는 일은 다르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가서 하나의 의미로 정리하는 일은 한 사건의 종결로서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순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그 사건이 해결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익히 알고 있는 지식들로만 하나의 사건을, 인물을, 사물을 파악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고개를 끄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사건은 ‘나의 이해’ 밖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이해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사건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파리대왕’은 작가 윌리엄 골딩이 2차 세계대전에서 경험한 수많은 이미지들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파리대왕’은 핵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장을 본 인간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다. 그러니 작품 속의 인물들이 분명 어떤 상징을 담고 있는지 파악했다고 해서 딱히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파리대왕’의 인물들과 그 상징은 2차 대전이 만들어낸 괴물이 아니다. 그들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다. 이 일상의 인물들이 바로 2차 대전이라는 잔혹한 전쟁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리고 그 끔찍한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파리대왕’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윌리엄 골딩의 질문은 책을 덮는 순간에 다시 시작인 것이다.
  • 빅뱅 지드래곤과 열애설…미즈하라 키코는 한국계 일본 모델

    빅뱅 지드래곤과 열애설…미즈하라 키코는 한국계 일본 모델

    빅뱅 지드래곤과 열애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즈하라 키코(水原希子, 20)는 한국계 일본인 모델이다. 미즈하라 키코는 1990년 10월 15일 생으로 키는 166cm, 2003년 세븐틴지가 주최하는 미스세븐틴에 선정되면서 모델로 데뷔했다. 세븐틴지 모델로 데뷔후 패션잡지 ‘ViVi’의 전속모델로도 활동하며 스캔들 없이 사생활이 깨끗하고 특히 입술이 매력의 포인트라는 평을 받고있다. 지난해 5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60)의 소설 ‘상실의 시대’(원제:노르웨이의 숲(ノルウェイの森)) 를 영화로 제작하는 데 연기경력이 전무한 모델 미즈하라가 여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델에서 배우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미즈하라는 미국인 아버지와 재일교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빅뱅이 일본 메이저 음악시장에 데뷔하며 알게된 후 연인으로 발전, 지드래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바쁜 스케줄 사이에서도 미즈하라 키코와 원거리 연애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드래곤 소속사는 “친한 사이는 맞지만 교제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빅뱅은 지난해 연말 한국인 그룹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레코드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받는 등 현재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ViVi’ 공식홈페이지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 유재석, 팬들 마련 아들 백일 포함 생일 이벤트에 감동 ▶ 양동근, 김태희의 ‘병풍남’ 변신…자상 매력 ‘눈길’ ▶ 나르샤, 13일의 금요일 ‘삐리빠빠’ 귀신분장 ‘폭소’ ▶ 화성인’에 수학강사 ‘공부의 신’ 등장…서울대 150명 입학시켜 ▶ 김연아, 애교 작렬…‘런닝맨’ 유재석에 “오빠~!” ▶ 농심 새우깡, 쥐머리에 이어 ‘쌀벌레’ 가득 충격 ▶ 앙드레김 300억원대 재산 상속자 중도씨… 네티즌 관심 집중
  • 태평양 비극의 씨앗 심은 루스벨트 항해

    태평양 비극의 씨앗 심은 루스벨트 항해

    고종 “우리는 미국을 형님과 같은 나라라고 생각하오.” 1882년 고종은 첫 서방 수교국으로 미국을 선택했다. 그는 풍전등화에 놓인 조국의 운명을 구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 국무부에 이 같은 말을 여러 차례 직접 건넸다. 1905년 9월19일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딸인 앨리스가 ‘임페리얼 크루즈’의 일원으로 서울을 찾았을 때도 황제 전용 열차, 황실 가마를 제공하는 등 깍듯하게 국빈의 예우를 다했다. 그러나 이때는 일본과 미국이 한국과 필리핀을 식민지로 맞바꾼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체결된 지 두 달 가까이 된 시점이었다. 고종은 절박하고 비장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루스벨트 “일본이 반드시 대한제국을 지배했으면 좋겠소.”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의 26대 대통령이었다. 러·일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포츠머스 강화조약을 체결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총지휘자였다. 그가 고문과 민간인 학살 등을 통한 약소국가 강점을 정당하다고 여긴 전쟁광 제국주의자이자 백인우월주의자였다는 사실 또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침략적 제국주의는 일본의 아시아 지배 야욕을 부추겼고 한국의 비극을 넘어 궁극적으로 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지구적 비극을 낳게 했다. 우리 역사 속 통절한 비극의 한 장면이다. 당시 한국은 국제 정세에 철저히 무지했고, 제국주의적 침략 야욕의 실체를 깨닫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밀약, 그리고 포츠머스 강화조약 두 달 뒤 1905년 11월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이 체결됐고, 1910년 일본은 한국을 강제로 병합했다. 그리고 꼬박 100년이 흘렀다. ‘임페리얼 크루즈’(제임스 브래들리 지음, 송정애 옮김, 프리뷰 펴냄)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있기 직전 미국이 취했던 비밀외교와 식민지 침략에 대한 정밀한 보고서다. 부제는 ‘대한제국 침탈 비밀외교 100일의 기록’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비극적 역사 관계만 담긴 것은 아니다. 미국이 쿠바, 필리핀, 하와이 등을 침략하며 저지른 잔인한 학살, 그리고 그 과정 속에 루스벨트가 행한 역할, 그 결과로 잉태된 비극의 씨앗들을 상세하게 기록해 나가고 있다. 훗날 루스벨트를 이어 27대 미 대통령이 되는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미 육군 장관을 단장으로 한 아시아 순방 외교사절단 80여명이 1905년 7월5일 샌프란시스코 항을 출발한 뒤 하와이, 일본, 필리핀, 중국, 한국을 거치는 여정을 담아냈다. 루스벨트는 이 순방단에 뉴스메이커인 천방지축 딸 앨리스를 태워 언론과 대중의 말초적 관심만을 유도하며 미국의 식민지 확대라는 비밀 임무를 감췄다. 그리고 순방단은 미국이 필리핀을 강점하는 과정에서 수십만명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선교사를 앞세워 하와이왕국을 강탈했으며, 조(朝)·미(美) 수호통상조약을 저버리고 일본의 침략과 강점을 용인하는 등 비밀 임무를 차곡차곡 수행했다. 역사는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오직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이들에게만 칼 마르크스의 얘기처럼 ‘한 번은 비극(tragedy)으로, 한 번은 희극(farce)으로’ 반복될 뿐이다. 한국은 100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폭넓은 외교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 힘의 균형이 다원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일련의 외교 관계 움직임을 보면 10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미국만 쳐다보는 우를 반복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최근 드라마, 소설 등을 통해 ‘한국의 은인이자 의인’으로 이미지화된 제중원 의사 호러스 알렌 공사가 사실은 루스벨트의 제국주의적 야욕의 구도 안에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내용도 책 속에 공개된다. 알렌 공사가 거의 대부분의 국책사업을 독점하고, 한국을 강점, 탄압한 일본을 지지하는 편지, 문서를 보내는 등의 활동을 했음을 감안하면 놀라울 것도 없다. 다만 이토록 당연한 역사적 사실조차 우리는 미화에 급급할 뿐이고 진실은 미국인이 쓴 책에서 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1만 68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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