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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매값/노주석 논설위원

    어린 시절 새로 도배한 집 벽에 낙서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결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모님은 거짓말을 한다는 죄목까지 덧씌워 혼을 냈다. 얼마 후 예상치 못했던 범인이 밝혀지자 부모님은 사과와 함께 위로금으로 일원짜리 다섯개를 손에 쥐여 주셨다. 당시 5원은 왕눈깔 사탕 5개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입안 이쪽에서 저쪽으로 굴리면서 볼이 볼록하도록 사탕을 문 달콤함은 그 순간 아픔을 잊게 했다. 그렇지만 훗날 오랫동안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매값’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재벌 2세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한 탱크로리 운전기사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1대에 100만원이라며 때렸다. 국내 굴지 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이 2세는 운전기사가 살려달라고 매달리자 1대당 300만원으로 단가를 올려 더 때렸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매 맞은 값”이라며 1000만원짜리 수표 2장을 건넸다. 탱크로리 가격 5000만원은 통장으로 입금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행해진 가해자의 구속을 청원하는 서명에 이틀 만에 2만명의 누리꾼이 가담했다. “돈이면 다냐.”라는 게 누리꾼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재벌의 비뚤어진 물신주의와 인격모독, 인권유린을 질타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뿌리째 부인했던 3년여 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의 재판(再版)이다. 조폭행태는 그때 그대로다. 김 회장 건은 그나마 밖에서 맞고 온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복수극이었다지만, 이번 폭력행사는 인간을 지배하려고 휘두른 야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류의 역사는 폭력의 역사였다고 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2005년에 제작한 ‘폭력의 역사’라는 미국영화는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라는 폭력의 본질에 대해 정면으로 얘기하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볼프강 조프스키는 ‘폭력사회’에서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인 존재인지를 입증했다. 폭력이 가져올 신체상의 고통을 막으려고 인간이 서로 협력해 사회, 종교, 국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본래 매값이라는 단어는 이청준의 중편소설 ‘매잡이’에서 주인공 곽돌이 쌀 한말 값에 매를 잡혀 술을 사 먹는 대목에 등장한다. 말 그대로 매 한 마리의 값이다. 지금 회자되는 매값은 사람이 몽둥이찜질을 당한 값을 이른다. 폭력의 대가인 셈이다. ‘매 맞은 값’이라는 용어는 그만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젊은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 천기누설’

    젊은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 천기누설’

    찬바람이 불어친다. 바야흐로 신춘문예 계절이다. 창작과비평, 실천문학, 문학동네 등 내로라하는 문예지들도 신인작가를 뽑고 있지만 신춘문예가 지닌 묵직한 무게감은 예비 문인들에게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심한 가슴앓이를 하는 예비 문인들을 위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3명의 젊은 스타작가로부터 ‘신춘문예 천기누설’을 들어봤다. ●심사위원과 역대 당선작 눈여겨보라 ‘나쁜 피’,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등을 펴낸 소설가 김이설(35)은 당선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출산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날아온 당선 소식은 산모의 힘겨움은 물론, 10년간 이어졌던 낙선의 막막함도 훨훨 날려 보냈다. 그는 “아직도 이맘때가 되면 가슴이 아련해진다.”면서 “요즘같이 감각적인 것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문학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 경이롭고 숙연해질 따름”이라고 말했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한국 문단의 팔방미인 김경주(34)는 신춘문예에 도전한 지 두 번 만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그 역시 “한국의 문청(문학청년)이라면 이 계절에 속앓이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역대 심사위원과 경향을 꼼꼼히 살펴본 뒤 희곡과 시에 함께 응모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예술의 영역을 점수로 객관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심사위원들의 개별적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역대 심사위원들의 성향과 그들의 작품을 꼼꼼히 읽어 보는 것도 한 요령이 될 수 있다고 김경주는 조언한다. ●‘신춘문예 스타일’ 따로 있다? 중복 투고하지 않는 것은 필수다. 간혹 이러한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응모 분야를 정확히 기재하는 것과 분야별 원고 분량 및 투고 편수를 차지도 넘치지도 않게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원고지 80장 안팎의 단편소설 분야에 150장짜리 원고를 보낸다거나, 시 분야에 10편 남짓씩 ‘물량 공세’를 펼치는 것도 곤란하다. ‘신춘문예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 말도 경계해야 할 함정이다. 예컨대 ‘첫 문장은 단문으로 짧게, 시작과 결말의 구성 및 인물은 서로 대응하게, 너무 튀는 주제보다는 보편적인 주제를 선택해야’ 등의 얘기다. 오랜 분석을 통해 나온 공식인 만큼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신봉할 금과옥조는 아니라고 김이설은 말한다. 그는 “응모작이 수백 수천편 되다 보니 아예 새로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원고에 (심사위원의) 눈길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춘문예 당선 자체를 목표 삼지 마라 장편소설 ‘재와 빨강’ 등으로 유명한 편혜영(38)은 “당선 뒤 3년 동안 작품 청탁이 오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신춘문예 당선 자체를 목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충고다. 그는 “물론 지나고 보니 개성 있는 주제의 작품을 쓰면 될 뿐,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면서도 “그때를 돌이켜 보면 자칫 화려하게 등단한 뒤 남모를 속앓이와 방황의 시간에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예비 당선자들에게 조언했다. 김이설도 “당선 이후 목표를 상실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습작 시절이나 당선 뒤나 ‘좋은 소설’을 쓰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흔들림 없이 작품 활동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신춘문예에) 도전 중인 후배들을 떠올리면 함부로 내뱉기 힘든 푸념일지 모르지만 평생을 함께할 문학임을 명심하고 작품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순두 해째를 맞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이들 세 사람 외에도 하성란(1996년 ‘풀’), 백가흠(2001년 ‘광어’), 우승미(2005년 ‘빛이 스며든 자리’), 황시운(2007년 ‘그들만의 식탁’) 등 이미 문단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젊은 작가들을 대거 배출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경남, 오페라 ‘대장경’ 공연

    경남도와 사단법인 한국음악협회 경남도지회는 29일 다음 달 창원·진주·김해시에서 오페라 ‘대장경’을 공연한다고 밝혔다. 공연은 2일과 3일 오후 7시 30분 창원 성산아트홀에 이어 5일 오후 7시 30분 진주 경남도문화예술회관, 9일 오후 7시 30분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한다. 오페라 대장경은 조정래 작가의 소설 ‘대장경’을 각색한 것으로 프롤로그와 2막 3장, 에필로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시간은 120분이다. 고려 고종 때 대장경 제작 과정에 참여한 필생(붓으로 농사를 대신한다는 뜻으로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인 장균과 호부상서(고려 시대 호부의 으뜸 벼슬)의 딸 가화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장경 제작 과정을 담고 있다. 오페라는 도비 2억 5000만원과 문예진흥기금 1억원을 지원받아 제작됐다. 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해 열리는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은 ‘살아있는 지혜’를 주제로 내년 9월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해인사와 인근 주행사장, 창원컨벤션센터 등에서 열린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세계경제 운명 손에 쥔 사람은 저우샤오촨”

    “세계경제 운명 손에 쥔 사람은 저우샤오촨”

    미국과 중국의 중앙은행 총수 가운데 누가 세계 경제에 더 영향력이 큰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서슴지 않고 중국의 중앙은행장 손을 들었다. 포린폴리시는 29일 인터넷판에 올린 ‘올해의 사상가’ 순위에서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을 벤 버냉키(5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을 제치고 4위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포린폴리시는 1위에 버냉키를 선정했었다. 포린폴리시는 저우 행장이 “세계 경제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그는 지난해 미국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통화를 제안한 데 이어 올해도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점을 인정하도록 미국을 끊임없이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게이츠·버핏 공동 1위 포린폴리시는 이날 최신호(12월호)에 ‘올해 세계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상가 100명’을 발표하면서 “2010년은 냉전이후 미국 유일 체제가 끝난 결정적인 해로 역사가들이 기록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공동 1위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뽑았다. “이들은 힘든 시기에도 위대한 새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중국, 인도 등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부호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는 운동을 펼쳐 지금까지 40명을 동참시켰다. 포린폴리시는 “게이츠는 각국 정부와 유엔 같은 국제기구들이 지구촌 현안 앞에서 움츠리고 있을 때 기업가들의 혁신 정신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2위에는 세계 금융위기의 격랑 속에서 ‘소방관’ 역할을 해온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선정됐다. 이들은 선진국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IMF와 세계은행을 신흥경제국들의 요구와 부상에 더 초점을 맞추도록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3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랐다. 포린폴리시는 오바마 대통령이 더딘 경제회복과 아프간전 상황 악화 등으로 고전 중이지만 선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라고 밝혔다. 포린폴리시는 올해가 중국의 자신감에 찬 글로벌 행보와 함께 브라질, 터키 같은 신흥국가들의 독자외교 행보가 두드러진, ‘선진국 아닌 다른 지역’의 부상이 현실로 나타난 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브라질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화시킨 셀소 아모링(6위) 브라질 외무장관과 국제사회에서 터키의 위상을 높인 아흐메트 다부토글루(7위) 터키 외무장관을 상위에 올려놓았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8위)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미군 개혁을 주도한 로버트 게이츠(9위) 미 국방장관, 유럽의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선 앙겔라 메르켈(10위) 독일 총리 등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중국인 6명 뽑혀… 한국인은 없어 중국의 부상을 반영하듯 저우 행장을 비롯해 중국인은 6명이 100명 가운데 뽑혔다.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16위), ‘중국의 평화부상론’을 펼쳐온 정비젠(鄭必堅·44위) 전 중앙당교 교장, 중국경제의 대표적 이론가인 판강(樊綱·60위) 국민경제연구소 부소장 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비판적 언론인 후수리(胡舒立·82위) 전 차이징 편집인, ‘소통의 블로거’ 한한(韓寒·86위) 소설가 등이 포함됐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한국인은 100위 안에 한 사람도 들지 못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29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병치레가 잦아지면서, 1년 전 그리웠던 가족들이 있는 남당리 바다로 다시 돌아온 미선씨. 늘 아끼고, 견디기만 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던 둘째 딸 미선씨지만 어느새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 가족의 가게’를 갖고 싶고, 고향에서도 성공하고 싶다는 남당리 바다 아가씨, 미선씨를 만나본다. ●매리는 외박중(KBS2 오후 9시 55분) 매리가 방 실장과의 계약을 정인에게 부탁해 무효화한 걸 알게 된 무결은 곧바로 정인에게 달려가 자신의 일에 관여말라며 화를 내고 돌아선다. 그때 들리는 정인의 기타연주에서 무결은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정인에게 음악적 열정과 진정성이 있음을 알게되고, 다음 날 무결은 JI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게 된다. ●역전의 여왕(MBC 오후 9시 55분) 더 이상 준수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태희는 호텔을 빠져나온다. 한 상무는 준수에게 홈쇼핑 미션에서 뒤로 물러나 다른 사람들을 도우라고 지시하고, 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준수와 태희는 서로 차갑게 스쳐 지나간다. 한편 준수와 술을 마신 목 부장은 취한 준수를 데리고 용식의 집으로 향하는데…. ●감성여행 내안의 쉼표(SBS 오후 6시 30분)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그 뒤를 쫓는 포수의 대결을 그린 장편소설 ‘밀림무정’으로 인기몰이 중인의 김탁환 작가가 개그맨 남희석과의 우정을 과시한다. 김 작가가 남희석을 안내한 곳은 고향 진해가 속한 경상남도 창원시. 작가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소설 ‘불멸’의 초고를 완성했던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한다. ●다큐 인생2막(EBS 오후 10시 40분) 용인시 고속국도변의 한 비닐하우스. 지역에서 인기있는 꽃집으로 자리잡은 ‘초록공간’의 주인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 박재벌이다. 해태 타이거즈에서 외야수로 활약했던 그는 팀에서 주전의 공백이 생길 때마다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선수로 기억된다. 꽃과 나무를 만지고 있는 박재벌, 그의 인생2막 속으로 들어가 본다. ●경찰 25시(OBS 오후 11시 5분) 주차해 놓은 차가 통째로 사라졌다며 황당한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사건이 접수됐다. 개인사정으로 인해 한동안 차를 운행하지 못할 것 같아 차량 번호판을 떼어놓고 주차를 해 두었다는 것.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차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차를 훔쳐간 것일까. 차량절도단 검거현장을 공개한다.
  • ‘더 멋진 신세계’를 맞는 우리의 자세

    ‘더 멋진 신세계’를 맞는 우리의 자세

    2차 세계 대전 후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 새로운 서문을 추가 한다. 이 서문은 이전의 ‘멋진 신세계’에서 자신이 놓쳤던 결점을 집어내는 형태로 쓰여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족스럽지 않았던지, 그는 1958년 ‘다시 찾은 멋진 신세계’라는 비평집까지 발간한다. 어찌 보면 이는 작가로서 꽤 위험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작가가 던지는 끊임없는 질문들은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여지없이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멋진 신세계’가 SF형식으로 쓰여져 있다는 점, 더 정확히 말해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의 행동은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는, 그 이야기 안에 심각한 결점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편으로 작가의 오만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은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불러오던 우리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는 어떤 작품도 절대 ‘공상’에 기대 있지 않다. 다른 문학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는 SF 또한 결국은 ‘지금-여기’라는 현실에 기초해 쓰여 졌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사회, 특히 미래사회를 디스토피아로 그리고 있는 SF는 지금의 현실에 만족해하며 인간들이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경우 맞닥뜨리게 될 극한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 그러니 따지고 보면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는 작품들은 오히려 우리가 리얼리즘이라 부르는 작품들보다도 더 리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작품들 대부분의 결말이 디스토피아라는 것은 여간 씁쓸한 일이 아니다. 간혹 암울한 결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SF작품들을 외면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장밋빛 미래를 살기 위해선 현재의 악몽을 직시해야 한다. 악몽을 잊기 위해 다시 단잠을 청해서는 곤란하다. 한시라도 빨리 끔찍한 악몽에서 화들짝 깨어나 현실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 ‘한국인 주인공’ 약속지킨 베르베르 신작

    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9)의 신작 장편 ‘카산드라의 거울’(전 2권,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이 출간됐다. ‘카산드라의 거울’은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한국인으로 설정됐다는 사실 때문에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은 베르베르는 “‘카산드라의 거울’의 남자 주인공은 한국인 김예빈으로 한국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며 썼다.”고 밝혔다. 엄밀히 살펴보면 김예빈은 대한민국 남성이 아니라 어린 시절 난민으로 프랑스에 흘러들어 간 탈북자 출신의 컴퓨터 천재다.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미래를 예언하는 17세 소녀 카산드라다. 그가 프랑스 파리 쓰레기처리장에 사는 네 명의 노숙자와 함께 미래의 재앙에 맞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과거는 전혀 모르는 소녀 카산드라는 미래를 보는 능력과 함께 아무도 그 예언을 믿지 않는 저주까지 함께 받은 고대 트로이의 예언자 카산드라와 닮은꼴이다. 고아 기숙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교장의 귓바퀴를 물어뜯어 버린 뒤 탈출한 카산드라는 왕년의 외인 부대원, 전직 에로 영화배우, 아프리카 흑인 주술사 등 괴짜 노숙자들과 만난다. 베르베르의 책을 독점적으로 출판해 온 출판사 열린책들 측은 “프랑스, 한국, 러시아에서 베르베르의 인기가 높은데 어떤 책은 프랑스 현지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는 일도 있다.”며 “베르베르의 책은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지만 그 상상력이 과학과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한국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산드라’은 파리에 실제로 있는 초고층 빌딩 몽파르나스 타워, 몽수리 배수지, 고대에 건설된 지하 터널 등 실제 공간을 도입, 환상성에 기댄 예전 작품에 비해 긴박하고 강렬한 액션 영화와 같은 현실을 담아냈다. 특히 지하 터널 카타콤은 작가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답사해 사실적 묘사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어판에는 만화가 홍작가의 강렬한 삽화가 실려 한 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의 현실감을 더해 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독점시장 뒤흔든 일본판 다윗 경영기

    인터넷 쇼핑을 한다.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해 서핑을 하다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구입한다. 그런데 아뿔싸!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다 보니 통신요금이 물건 값을 훌쩍 넘어 버렸다. 지금 같으면 말도 안 될 얘기가 1980년대 일본에서는 실제 벌어지고 있었다. 원인은 단 하나. ‘전전공사’(일본전신전화공사·현 NTT)가 통신사업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아나모리 가즈오(현 JAL 사장)가 교토의 벤처 사업가로 이름을 알리던 시절. 당시 미국에 비해 10배나 비싼 일본의 통신요금을 끌어내릴 방법을 고민하던 그에게 1983년 기회가 찾아 왔다. 일본 정부가 전전공사에서 독점하던 통신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밝힌 것. 이듬해 가즈오와 19명의 기술자들은 ‘제2전전’을 설립하고 통신사업 시장에 뛰어든다. ‘이나모리 가즈오 도전자’(시부사와 가즈키 지음, 이춘규 옮김, 서돌 펴냄)는 ‘일본의 전화요금을 내리겠다.’는 순수한 열정이 기적을 일궈낸 과정을 좇아간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책이면서도 추리소설처럼 시종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도 기적 같은 과정들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무지 성립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제2전전의 상대는 100년 동안 전기통신사업을 독점해 온, 사실상 일본의 전기통신 그 자체와 다름없는 회사다. 직원수만 32만명. 언론인들 제2전전의 편이었을까. 거대 기업들이 만든 컨소시엄만이 대안인 듯 써댔다. 사면에서 초나라의 노랫가락만 들리는 형국. 하지만 10년 후 그들은 보란 듯이 거대 독점기업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일본의 통신 역사를 새로 썼다. 그 기업이 바로 일본 최대 민간 통신회사로 성장한 KDDI다. 그나저나 통신요금은 어떻게 됐을까. 책은 “제2전전이 일으킨 자유경쟁 체제로 전화요금은 크게 하락한 반면, 시장규모는 세 배 이상 커졌다.”고 전한다. 일본 사회 또한 고도정보화사회로 빠르게 이동했다. 책이 한 영세 전화회사의 성공담이 아닌, 사회 전체를 변화시킨 도전기로 평가받는 이유다.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부잣집 개의 보모가 된 뚱뚱이 미스 장

    2008년 ‘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 이경희의 첫 소설집 ‘도베르는 개다’(실천문학 펴냄)는 도망치고 싶은 현실에서 고통스럽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일곱 편의 중단편을 모았다. 표제작인 ‘도베르는 개다’는 주인공이 생계를 위해 부잣집 개 ‘도베르’의 보모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미스 장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채우지 못하는 거구의 여자다. 취업 면접을 볼 때마다 자기관리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은 그녀는 살빼는 약값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잣집 개를 책임지게 된다. 여주인공의 끔찍한 사랑을 받는 늙은 개 도베르는 꺼림칙한 마초의 시선을 뿜어내는 듯하다. “놈은 산책보다 목욕을 더 좋아했다. 장식장 안에는 놈의 목욕 제품과 미용 제품들이 가득했다. 놈은 물이 차오르고 있는 욕조 안에 벌렁 누워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것은 놈이 아니라 나였다. 개를 목욕시키는 일인데 마치 낯선 남자의 등판을 밀어주러 들어온 것처럼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이처럼 소설은 개와 인간의 위계가 전도된 질서 속에서 생계를 위해 치욕을 감수해야 하는 주인공을 담담하게 뒤쫓는다. 개에게서 뚱뚱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읽고 열등감을 느끼는 미스 장. 그런데 이때 역전의 순간이 온다. 바로 그 개의 주인이 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작가의 어조는 좀처럼 울분이 섞여있거나 흥분하는 법이 없다. 주인공과 개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사람과 개의 지위고하가 뒤바뀐 서글픈 상황을 치밀하게 뒤쫓아 갈 뿐이다. 특히 관계의 전환점을 만들어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작가의 상상력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밖에도 ‘도망’에는 아들을 연인으로 여기고, 자신을 돌보는 손녀를 연적으로 생각하는 치매 노인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노인의 아들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직장도 그만두고 5년간 할머니의 배설물을 치우고 살면서 도망을 꿈꾼다. 이처럼 이경희는 도망과 탈주, 해방을 꿈꾸던 인물들을 통해 자신을 억누르는 타인의 시선이 곧 ‘자아’라는 괴물임을 깨닫고 자신의 존재를 다스리는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7일 李小龍 탄생 70주년…중화권 뜨거운 추모열기

    27일 李小龍 탄생 70주년…중화권 뜨거운 추모열기

    영화배우이자 유명 무술인이었던 리샤오룽(李小龍·미국명 브루스 리) 탄생 70주년을 앞두고 중화권의 추모 열기가 뜨겁다. 리샤오룽 탄생 70주년을 이틀 앞둔 25일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과 그의 생가가 있는 홍콩 등에서는 그의 소년기를 그린 영화 ‘리샤오룽’이 일제히 개봉됐다. 친동생 리전후이(李振輝)의 동명소설 ‘리샤오룽, 나의 형제’를 각색한 영화 ‘리샤오룽’은 출생부터 18세 때인 1959년 단신으로 홍콩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갈 때까지의 일화를 그렸다. 메가폰을 잡은 홍콩의 유명감독 예웨이민(葉偉民)은 “가족 및 친지들의 증언 등을 통해 80%는 사실을 담았다.”면서 “리샤오룽 팬들에게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았던 그의 소년기 진면목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샤오룽의 아버지 리하이취안(李海泉)의 고향인 중국 광둥성 포산(佛山)시 쑨더(順德)구 쥔안(均安)진의 ‘리샤오룽 공원’에는 지난 23일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높이 18.8m의 리샤오룽 동상이 건립되는 등 중국 내에서도 리샤오룽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200만위안(약 3억 4200만원)이 투입된 동상에는 ‘쿵후의 왕’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쑨더구 정부는 거리 이름을 ‘샤오룽루’로 명명하는 등 리샤오룽을 브랜드화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1960~70년대 전설적인 무술 스타였던 리샤오룽은 미국 태생이지만 어린 시절 홍콩에서 자란 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대스타가 됐다. 홍콩과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 ‘용쟁호투’, ‘정무문’ 등 불과 5편의 주연 영화만을 남긴 채 1973년 7월 20일 서른둘의 짧은 생을 마쳤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주말 데이트] ‘세시봉 디너쇼’여는 포크계의 살아있는 전설 송창식

    [주말 데이트] ‘세시봉 디너쇼’여는 포크계의 살아있는 전설 송창식

    피리를 부는 사나이다. 언제나 웃는 멋쟁이다. 고래사냥을 갈 때도 피리 하나 불고 간다. ‘한번쯤 돌아보겠지’라고 불러도 ‘바람따라 떠도는 떠돌이’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갈 길 멀어 우는 철부지야, 나의 피리 소릴 들으려무나 삘릴리 삘리리’라고 한다. 무정타. 못마땅해 칭얼대면 ‘왜 불러, 왜불러,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불러 토라질 땐 무정하더니 왜 왜 왜~’라고 답한다. 특유의 ‘히죽 웃음’과 함께. 에궁, 고래잡으러 3등 완행열차나 타는 게 훨씬 낫겠다. 살아 있는 포크계의 전설이다.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다. 가수 송창식(63). 지난 22일 인디 밴드 대표주자 장기하가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송창식의 ‘왜 불러’를 불러 인기를 끌었다. 며칠 앞서 같은 프로그램에 1970~80년대 우리나라 음악계를 대표했던 가수 네 명이 출연,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당시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유명한 음악 감상실 ‘세시봉’에서 만나 매일 노래를 부르던 멤버, 즉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던 한가지. ‘역시 송창식이구나’. 왜? 항상 홀리듯 다가오는 미소가 여전했고. 떨리듯 가슴 속을 후벼파는 울림의 목소리가 그랬다. 송씨의 음악 인생은 올해로 43년째. 1967년 데뷔 당시에는 베이스 기타리스트 이익균, 윤형주 등과 함께 ‘트리오 세시봉’으로 시작했고 이듬해 이익균이 군대에 가자 윤형주와 ‘트윈 폴리오’로 바뀐다. 여기에서 잠깐 팁. 세시봉은 1958년 사업을 하던 이흥원(1975년 작고)씨에 의해 시작됐다. 이후 1960년까지 충무로1가와 소공동, 종로 YMCA 세 군데를 거친다. 1964년 무교동에도 생겨났다. 1969년 TV 보급에 밀려 문을 닫을 때까지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 통기타에 열광하면서 젊음을 한껏 발산했으며 ‘통기타 가수의 산실’ ‘청바지 문화의 원조’라는 말도 여기에서 생겨났다. 당시 100여평의 ‘세시봉’에는 입장료 30원을 낸 청춘남녀들로 연일 성황을 이뤘다. 여기에서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이 함께 무대에서 섰고 이백천, 이상벽씨 등이 사회자로 나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송씨는 ‘세시봉 시절’에 ‘나는 너’ ‘하얀 손수건’, ‘웨딩 케이크’, ‘축제의 노래’ 등을 히트시켰다. 1970년 솔로로 전향한 이후 그는 특유의 음악적 천재성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한다. ‘고래사냥’, ‘왜 불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담뱃가게 아가씨’, ‘맨 처음 고백’, ‘피리 부는 사나이’, ‘가나다라’, ‘푸르른 날’, ‘한 번쯤’ 등을 쏟아내면서 200여곡이 넘는 자작곡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로 솔로 전향 40주년을 맞는 데다 다음달 21~22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세시봉 친구들’이라는 제목으로 모처럼 디너쇼를 갖는다기에 데이트를 요청했다. 지난 23일 저녁 경기 구리시에 있는 송씨의 연습실. 늘 그랬던 것처럼 양 팔을 가볍게 벌리는 동작에다 ‘히죽 웃음’으로 맞이한다. 어째서 그런 미소가 나왔을까. 고등학교 시절이다. 교실에 남학생이 5명, 여학생이 50명이 있었다.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약간 지각한 것이 미안해 슬쩍 웃기 시작했는데, 그게 평생 습관이 돼버렸다. 연습실은 꽤 넓어보였다. 40년된 LP판들이 수백장 정도 진열돼 있었고 벽에는 머리숱이 많을 때(50살부터 머리가 빠졌다고 한다)의 큰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사진 앞에 마주 앉았다. “여기에서 요즘 무슨 연습을 하나요.” “요즘뿐만 아닙니다. 365일 저녁 8시면 여기에 옵니다. 기초연습을 하지요. 아~ 하는 발성과 음정 연습입니다. 노래부를 때 음정 틀리면 곤란하거든요.(웃음)” “다음달 디너쇼 준비는 잘 돼갑니까.” “잘되고 안되고 뭐 있겠어요. 늘 연습하는 것처럼 하면 되니까.” 이때 김세환씨와 윤형주씨가 들어온다. 디너쇼 멤버들이다. 윤씨는 “레퍼토리나 정해보자고 오늘 만난다.”고 했다. 아니 불과 20여일 남기고? 하긴 선수들이니깐…. “디너쇼에는 왕년의 세시봉 시절 이상벽씨도 함께합니다.” 순간, 엄청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얘기를 더 이상 해본들 무슨 소용있으랴. 화제를 돌렸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입니다. 운동은 어떤 거 합니까.” “제자리 돌기합니다. 자고 일어나서 두 시간동안 제자리에서 도는 것이지요. 기마 자세로 눈을 감고 온몸의 힘을 쭉 빼고 있으면 저절로 몸이 돌아갑니다. 이렇게 팔을 가볍게 벌리고….” 여기서 잠시 그의 일과 정리. 늘 아침 6시에 자고 오후 2시에 일어난다. 40년째 낮과 밤을 거꾸로 사는 셈이다. 일어날 때 화장실에서 꼭 한 시간동안 책을 읽는 버릇이 있다. 잡지든 고전 소설이든 닥치는 대로 읽는다. “연말이 다가오는데 술 약속이 많습니까.” “40년 전에 술을 끊었습니다. 간혹 마실 때도 있는데 새로운 술이 나왔을 때 입술로 살짝 맛만 봅니다. 그렇게 맛본 것 중에 마오타이주(茅台酒)가 가장 기억에 납니다.” “퇴촌 집이 수상가옥이라고 하던데요.” “집 없이 살다가 16년 전에 하나 마련했는데 그저 개울가 옆에 있는 집일 뿐입니다. 수상가옥을 지으려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들겠습니까. 집사람이 물을 좋아해요. 더울 때 8월에 태어났거든요(웃음). 제가 직접 설계했습니다. 부엌을 좀 크게 했지요.” 그는 어릴 때 가수가 아니라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 작곡을 선택하려고 했으나 가난해서 성악으로 전환했다. 그것도 독학. 처음에는 클래식을 공부했다. 그럴 때 우연히 찾아간 ‘세시봉’에서 팝송을 부르는 조영남을 보고 팝송과 대중음악에 빠지게 됐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저는 원래 계획이 없어요.. 늘 하던 대로 이렇게….” 이때 윤형주씨가 옆에서 “내년 10월에 세종문화회관 공연 있잖아. 트윈 폴리오 공연….” 하고 거든다. 다들 소리내어 웃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연극’에 대한 연극-다르면서 같은 두 무대… 공통분모는 재미!

    ‘연극’에 대한 연극-다르면서 같은 두 무대… 공통분모는 재미!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르는 ‘경성스타’(이윤택 연출, 연희단거리패 제작)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오르는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김동현 연출, 극단 코끼리만보 제작)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금기로 통용되는 자기 얘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연극에 대한 연극’이다. ‘경성스타’가 일제시대 연극사를 소재로 삼았다면, ‘우리 말고’는 연극의 이야기성 그 자체에 집중한다. 과거와 현대에 대한 얘기인 셈이다. 스타일상으로도 대조된다. ‘경성스타’가 서사극으로 연대기적 서술을 선보인다면, ‘우리 말고’는 시공간이 파괴된 곳에서 뚜렷한 서사 없이 극을 전개한다. 유일한 공통점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말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세상 -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우리 말고’는 딱 어떻다고 설명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서사구조를 갖추지 않아서다. 한 배우가 뚜벅뚜벅 걸어나와 당신은 도대체 어떤 얘기를 기대했기에 지하의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 들어와 있냐고 되물으면서 시작된다. 그 뒤 차례로 등장하는 20여명의 배우들이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는다. 개명해서 이름이 두 개인 덕분에 두 명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남자, 뛰어난 스턴트맨이지만 “괜찮습니다.”만 연발할 뿐 이름은 가질 수 없는 남자, 13년 연기하는 동안 박수받은 순간을 합쳐 보니 단 24시간에 불과하지만 그 맛에 한다는 무대중독 여자, 엄마에게 서운한 게 있었는데 매운 낙지를 같이 먹으며 눈물 흘리다 보니 어느 순간 다 풀려버렸다는 여자 등 온갖 사연들이 다 나온다. 작품 자체가 크로키 화집 같다. 극의 리듬도 소설적이라기보다 시적이다. 공연이 끝난 뒤 극장 밖을 나설 때 잠시 발길을 멈춰 밤하늘을 올려다 보길. 그 밤하늘에 단지 20여명의 배우가 아니라 지구상 수십억명이 뱉어낸 말, 차마 뱉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 삭인 말, 입이 아니라 표정이나 행동으로 건넸던 말들이 떠돌아 다닐는지 모른다. 그 말들이 그렇게 허공을 맴도는 것은 그 말들에게 쉴 곳을 만들어주지 않았던 우리 자신 때문 아닐까. 연극 마지막, 무대를 텅 비운 채 침묵 속에서 무용수의 낯선 몸짓만 번득이는 것은, 가슴을 연 우리들에게 마침내 반짝이며 다가온 별무리였을지도. ‘세상 밖, 극장 안’을 넘어 ‘극장 밖, 세상 안’으로 달려가는 미래 연극의 풍경이 아른거린다. ●우리는 집 나간 ‘노라’요, 순결 잃은 ‘카추샤’가 아니었을까-‘경성스타’ ‘경성스타’는 일제강점기 극작가 임선규(김용래)의 삶을 통해 한국 연극사를 재구성한다. 임선규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나중에 ‘홍도야 우지마라’로 널리 알려졌다)라는 신파극으로 최고 극작가로 떠오른 인물. 서양식 연극쟁이들은 임선규의 눈물 찔찔 짜대는 극을 두고 비웃지만, 그는 조선 민중의 정서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역사에 대한 얘기라 많은 세월과 인물이 거쳐가지만 무대 뒤편에 떡하니 자리잡은 회전무대 덕에 무리 없이 넘어간다. 수많은 사건을 다루는 속도감을 올려주는 데다, 서사극적 연출 덕분에 감정과잉이 자제된다. 회전무대는 연극 막판 또 다른 명풍경을 만들어낸다. 회전무대가 쉬지 않고 돌아가면서 선배 연출과 배우가 남긴 말이 임선규 팀의 막내이자 신출내기 배우 혜숙(배보람)에게 내리꽂히는 것이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의 진정한 주인공은 임선규가 아니라 퇴물 여배우 이월화(김소희), 새내기 배우 혜숙 두 인물이다. ‘인형의 집’에서 뛰쳐나간 노라의 운명은 결국 ‘부활’의 카추샤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 그런 현실 앞에서 조선 남자들은 모른 척 퉁소나 불 수밖에 없었던, 이상의 ‘날개’에 나오던 풍경. 그게 조선의 모습이었고, 신극과 친일작품의 물결에 떠밀린 당대 연극인의 모습이었으리라. 이월화는 이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낸 인물이었고, 혜숙은 그 잿더미 속에서 월화를 이어가는 새싹이다. 나무꾼이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들고 가는 장면을 남긴 영화 ‘라쇼몽’처럼, 아무리 치욕의 역사라 한들 그 시대는 이미 혜숙이란 배우를 낳아버린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마당] 화쟁(和諍), 산신각, 예배당/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화쟁(和諍), 산신각, 예배당/신동호 시인

    바람이 부니 파도가 인다. 파도가 일렁이니 바람 탓인 듯하지만 파도는 말이 없다. 바람도, 파도도 한때 고요한 세계에 숨죽이고 있었으니 누가 누구에겐지 모르게 이끌리고 품어버린다. 신라 고승 원효는 그래서 “파도와 바다는 둘이 아니다.”라고 했던가.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간(世間)이라고 다를 수 없다. 손을 뻗어오니 마음이 동한다. 흘리고 지나가니 줍는 이도 있다. 간혹은 뒤돌아서 가지만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에 안심한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 ‘너’가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요즘 신을 외경하는 이들이 그 숭고한 태도를 잊고 ‘너’를 부정하고 있다. 바람은 바람대로 절집의 풍경을 마구 흔들어대고 파도는 파도대로 성난 표정으로 겁을 준다. 둘이 아니었던 것들이 마주 서니 마치 한판 싸움이라도 날 듯 어깨가 곤두서 보인다. 애당초 싸움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건만 자주 불안하다. 자신이 믿는 신의 영토가 좁다고 여겨서일까. 이슬람의 정복 포교도 그런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땅 밟기’라는 행위는 자칫 그렇게 비쳐질 수 있다. 잃어버린 예루살렘을 되찾자고 벌인 십자군 전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반목의 시작일 뿐이었다. 보스니아의 거리를 보라. 소녀의 찢어진 치마가 세르비아계 군인들의 웃음 속에서 속살을 드러내며 휘날렸다. 팔레스타인의 뒷골목에 굴러다니는 운동화의 주인은 누구인가. 민족적 갈등에 종교 대립이 결합되어 낳은 불행들이다. 조금만 세월을 거슬러 가면, 같은 하나님을 믿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전쟁도 만난다. 위그노, 후스라 불리는 기득권 다툼이었다. 그들의 하나님이 서로에게 다른 마음을, 부정한 믿음을 주셨을 리 없다. 공존하지 못한 건 단지 믿음을 저버린 자들의 자기욕심 때문이다. 화쟁은 고집하지 않는다. 차가움이 있어 비로소 뜨거움을 안다고 겸손해한다. 대립하는 것들이 서로 어울리고 모순이라 여겼던 것들이 서로 기댄다. 여기서는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깨끗함과 더러움, 그도 모자라 부처와 토속신까지 한마당에서 어우러진다. 풀어서 합치고(和解) 두루 모아(會通) 화쟁이다. 원효는 이 화쟁을 중심사상으로 신라 불교를 꽃피웠고 우리 불교의 전통으로 깊은 세계관을 형성했다. 우리 땅의 모든 절집에서 우리는 원효의 화쟁과 마주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산신각이다. 산신각이 없으면 절집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통사찰에는 어디나 산신각이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자. 낯익은 얼굴의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는데, 하얀 수염의 산신령이다. 도교의 영향을 받은 산신 사상의 흔적으로, 우리 토속 신앙의 하나였다. 간혹 삼성각을 두기도 한다. 토속신인 칠성신과 독성을 함께 모시는 경우다. 이런 묘한 동거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화쟁기호학자 이도흠은 풍류도의 어울림과 아우름을 설파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소설 ‘이사부’를 통해서다. 울릉도를 정벌한 장군으로 유명한 이사부, 그는 풍류도의 우두머리로 신라사회가 불교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완충 역할을 했다. 이렇게 손을 잡은 두 종교는 긴 세월 융화되어 오늘 대립하는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절집 한쪽에 예배당을 짓자.”라고. 보통 부처를 모신 곳에는 전(殿)을, 그 외에는 각(閣)을 붙이는 전통이 있으니 ‘예배각’이란 현판을 달고 십자가를 모시는 것은 어떨까. 이사부의 어울림과 아우름을 통해 세 종교가 한 마당에서 공존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산속 깊이 경치 좋은 절집을 찾은 기독교인이 ‘땅 밟기’ 대신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장소. 더불어 보살님들의 넉넉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화쟁의 공간을 만든다면 무릇 종교의 갈등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대립과 반목도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 바람이 부니 파도가 일고, 파도가 이니 포말이 부서진다. 본디 셋으로 나눌 수 없거늘…,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때이다.
  • [제16회 서울광고대상] 올해의 광고인상 -임대기 삼성 부사장

    [제16회 서울광고대상] 올해의 광고인상 -임대기 삼성 부사장

    먼저 뜻깊은 상을 주신 서울신문 관계자분들과 광고를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夏蟲不可以語於氷(하충불가이어어빙)’ ‘여름 벌레에게 겨울날의 얼음을 말해도 깨닫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여름만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 있는 글입니다. 광고대행사와 광고주에서 29년째 광고인의 길을 걸어온 제게 올해는 제 스스로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한 해였습니다. 이제 광고(廣告)의 시대가 아니라 적고(適告)의 시대입니다. 이는 기업이 마케팅적 의도를 대중 미디어를 통해 그저 널리 알리면 되는 과거와는 달리 날로 세분화되는 미디어 환경과 각자 다른 생각과 취향으로 분중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이나 형식도 그만큼 섬세해지고 적확해져야 함을 뜻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누가 광고를 보는지, 어떤 광고를 더 믿는지, 새로운 마케팅 수단과 광고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측정할지에 대한 광고계 전반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주목했던 것은 점차 높아져 가는 광고의 사회 문화적인 영향력입니다. 마케팅과 광고의 다양한 수단과 메시지는, 실제로 집행되어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순간, 영화나 소설과 같이 대중 콘텐츠로서 사회 문화적 측면을 갖습니다. 그런데 감시나 검증 과정이 없이 쌍방향 미디어나 소셜 미디어에 노출되는 광고와, 어린이나 여성들이 활보하는 거리에 뿌려지는 전단 광고, 그 진실성이 의심되거나 기본적인 표현의 품격이 저급한 업의 프로모션 중 상당 부분이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애초에 길은 길이 아니었다. 함께 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광고계의 모든 분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광고 산업 전반의 과학적 체질 개선과 광고 표현의 윤리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되어야 함에 공감해 주실 것을 굳게 믿습니다. 이 문제는 광고 산업 당사자뿐만 아니라 언론 및 대중 문화계에까지 그 파급력을 미치는 것이므로 관련 당사자분들이나 국민 여러분 또한 이러한 논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정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는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라고 적혀 있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시장 질서와 고객의 욕구 속에서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광고 산업의 주인은 국민과 소비자라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광고주, 광고대행사, 매체사 이 삼자가 각자의 이익이나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생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각오로 머리를 맞댄다면 지금 이러한 논의는 오히려 발전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저 또한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그만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 인기 폭발 미드 속 한인 배우 ‘눈길’

    인기 폭발 미드 속 한인 배우 ‘눈길’

    최근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는 단연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다. 한국계 배우가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연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워킹 데드’는 좀비를 소재로 한 호러 드라마다. 로버트 커크먼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매드 멘’, ‘브레이킹 더 배드’ 등 최근 에미상 수상작을 여럿 배출한 미국 케이블 채널 AMC를 통해 지난달 31일 핼러윈데이 때 첫 방송 됐다. 당시 530만 가구가 시청했다. AMC 역대 드라마 가운데 최고이자, 올해 방송된 미국 케이블 TV 드라마 중에서도 최고 시청률이다.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 등 스티븐 킹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기며 명성을 쌓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첫 에피소드를 연출했고, 총괄 프로듀서로 나섰다. 이야기의 출발은 이렇다. 한 시골 마을의 보안관보로 일하는 릭은 총격 사건에 휘말려 부상을 당한다. 한참 뒤 병원에서 깨어났더니, 세상은 황폐화된 상태다.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가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릭은 가족을 찾기 위해 좀비로 가득 찬 세상을 향해 길을 나선다. 좀비 세상이라는 이야기는 자주 접하는 얼개다. 그럼에도 ‘워킹 데드’가 인기를 끄는 까닭은 영화를 뛰어넘는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좀비 특수 분장은 웬만한 영화 못지않게 완성도가 높다. 좀비 군집 장면을 찍기 위해 수백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하기도 했다. 잔혹한 장면도 많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심리, 극한 상황에 빠진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열에도 초점을 맞추어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러브 액추얼리’ 등으로 얼굴을 알린 앤드루 링컨이 주인공 릭 역할을 맡았다. 화제의 한인 배우 스티븐 연(27)은 1화 마지막 부분에 목소리만 등장했다가 2화부터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친다. 좀비 무리에 포위된 릭을 구해주는 한편,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쾌활한 청년 글렌 역할이다. 글렌은 원작 만화에서도 한인 캐릭터였다. 스티븐 연은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다. 미시간 주 캘러머주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늦깎이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워킹 데드’는 한국에선 미드 전문 채널인 폭스채널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에 현지와 1주일 시차를 두고 방송하고 있다. 오는 27일 시즌1 4화가 나간다. 시즌1은 6화로 마무리되지만, 시즌2는 13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기고] 한반도에 더 이상 비극은 없어야/김용희 서울사이버대 교수

    “사람을 한두 명 죽이면 살인이지만 수백만을 죽이면 통계에 불과하다.” 소련공산당 혁명을 주도한 스탈린의 말이다. 전쟁에서 혹은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인권론은 얼마나 사치한 개념인가, 인간 존엄성은 빈 메아리일 뿐이다. 안정된 국가, 안정된 사회에서는 중요한 가치며 최고의 목적인 ‘인권’의 의미가 전쟁이나 혁명시대에는 얼마나 사치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들은 너무도 많다. 사회면에 대서특필되는 극악한 살인범의 피해자는 단지 몇 사람이다. 그러나 허구적 사상과, 가면의 종교는 개념을 넘는 만행을 자행한다. 종교와 정치, 사상이 폐쇄적이거나 독선적이 되어 제어장치 없이 질주, 수많은 제노사이드(집단살해)가 이루어져 왔음을 역사는 전해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약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였다. 소련공산당은 노동자·농민의 이름으로 공산혁명의 완성을 위하여 수백만명의 인민을 학살하였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 당시 1000만명 이상을 숙청하였다. 폴포트는 서민을 위한 평등사회 건설과 ‘마오쩌둥식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1인 200만명을 학살하였다. 조찬선 목사는 ‘기독교죄악사’에서 서구문명과 서구종교의 가식과 위선을 조명했다. 신대륙을 발견하고 유럽인들이 이주하면서 300년 동안 1800만명 이상의 원주민이 교황의 지지를 받는 식민지배에 의해 학살되었다. 신대륙의 발견과 개척의 역사는 유럽인에게는 개척정신이 일구어낸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지만 원주민에게는 약탈과 강탈과 역사적 패자로서의 기록일 뿐이다. 포르투갈은 교황청의 묵인과 동조 하에 브라질을 식민지화하면서 원주민의 95%를 학살하였다. 400만명이던 원주민은 고작 20만명만 남았다. 북한에서는 200만명 이상이 아사하거나 아사 위기에 놓여 있다. 남북 분단은 우리 민족에게 그 원인이 있지 않다. 일본의 점령과 강대국 간의 이념대립이 유독 우리민족에게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통을 가져다 주고 있다. 분단된 국가에서 우리는 아직도 국방비에 예산의 30%를 쏟아붓고 있다. 청년들이 젊은 시절 국방을 위해 보낸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은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희생되는 젊음은 화폐가치로 환산되지 않는다. 예상할 수도 없었던 황당한 사건이, 예측과 상식적 인식의 범위를 넘는 변괴가 발생했다. 민간인에 대한 포격,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군인들 간의 교전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이렇게 시작되면 이념과 체제가 가져오는 극단적 폐쇄와 관념에 머물던 한반도에서의 냉전이, 그리고 좌·우파의 논쟁이 그 논쟁자의 존재에 관한 문제로 변해 버린다. 이념보다도 앞서는 것이 인명의 소중함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적인 책무이다. ‘사람의 생명이 통계 자료일 뿐’이던 숱한 역사적 사건들은 소설이 아닌, 지난 시절의 현실이었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비극은 없어야 한다. 단호한 대처가 극단으로 가면 대안은 없다. 상대방의 내심과 의도, 동기는 서로 관심도 두지 않으면서 단호한 대처만을 강조하면 결과는 한곳으로만 치닫는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존엄성 운운은 사치가 된다.
  • 올해 출판계 대표 키워드는 ‘자기구원’

    올해 출판계의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어려운 책이 잘 팔렸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정치철학책 ‘정의란 무엇인가’(왼쪽)는 인문서로는 이례적으로 출간 여섯달 만에 60만부 이상 팔렸다.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23개 코드로 설명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오른쪽)도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는 ‘기획회의’는 이 같은 현상의 해답을 ‘자기구원’에서 찾았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 현실에 분노한 대중이 책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와 해결책은 무엇인지 스스로 찾고자 했다는 것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23일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했던 2008년에 독자들은 자기 치유에 천착했고, 지난해에는 소통을 꿈꿨다.”면서 “반면, 올해는 근본을 찾으며 스스로 구원받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정의란’이나 ‘그들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자기구원’과 일맥상통한다는 게 한 소장의 설명이다. 기획회의는 자기구원 외에 ▲자기계발서의 몰락 ▲88만원 세대인 20대 당사자의 활발한 담론 ▲법정 스님 열반 뒤 스님의 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법정 파동’ ▲소셜 네트워크와 책의 결합 ▲전자책 충격에 대한 대안 ▲온라인 서점 간 경쟁 격화 ▲소설 ‘엄마를 부탁해’ 국외 판권 수출 등을 올해 출판계 10대 키워드로 꼽았다. 10대 키워드에는 끼지 못했지만 국내 최대 전자책 업체인 북토피아 파산, 소설과 드라마로 동시 성공한 ‘성균관 스캔들’ 붐, 현실참여형 만화 등도 출판계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솔로인데 아직도 ‘다윗의 막장’을 모르니?”(인터뷰)

    “솔로인데 아직도 ‘다윗의 막장’을 모르니?”(인터뷰)

    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솔로 고수들에게도 들뜬 거리 분위기는 새삼 고통이다. 그런 짝 없는 영혼들에게 프로젝트 그룹 ‘다윗의 막장’은 노래한다. “세상에 너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어. 한명쯤 있다면 그건 네 엄마야.”라고. 마음을 관통하는 직설적인 가사와 통렬한 현실감. 이상하게도 그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가슴이 아픈데도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일까. 기사 한 건 나온 적 없건만, 카이스트 재학생으로 이뤄진 ‘다윗의 막장’은 솔로들의 지지를 얻으며 일약 UCC스타로 발돋움 했다. 김강산(23 생명과학 석박사 1년)과 이종혁(24 물리학과 4학년)은 과학고를 졸업하고 공대 진학에 진학한 솔로들. 남녀 성비가 4:1인 카이스트에는 이들처럼 솔로남성이 많다. 이런 애환을 담은 ‘헛된 희망찬’은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지난해 이 대학 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헛된 희망찬’의 ‘죽기 전엔 결혼하겠지.’란 노랫말은 솔로들에게 당당해지란 메시지를 주려고 쓴 가사였어요. 하지만 오히려 솔로들의 처참한 현실을 잘 표현했다는 반응을 얻었죠. 소설로 치면 반영론적 관점인거죠. 하하” (이종혁) 통기타를 튕기는 포크적 감성과 현실적인 가사는 잘 어우러졌다. 김강산이 ‘도끼병’에 걸려 착각하는 친구를 보며 가사를 쓴 ‘세상에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역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TV만 켜면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엄친아’들이 나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경쟁에서 밀린 20대들은 스스로를 ‘루저’라고 생각하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감정을 건들이면서 묘한 쾌감을 공유하는 거예요.”(김강산) 여기에 “재수강했는데 또 C마이너스야.” 등 공대생의 녹록치 않은 학교생활을 표현한 ‘카이스트 애가’까지. 아마추어 그룹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가슴 떨리고 설레는 멋진 경험”이라고 기뻐하면서도 상업가수를 할 생각은 없다고. 대신 자신들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무료로 음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전 계속 생명공학 연구를 할 생각이에요.”(김강산),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물리학 교수가 되고 싶어요.”(이종혁) 젊은이답게 꿈은 푸르렀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이들이 여자 친구와 손잡고 맞기를 바라며 이들의 멋진 미래에 기대를 걸어본다.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영상=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상인VJ bowwow@seoul.co.kr
  • CIA 뒷마당의 수수께끼 풀어라

    CIA 뒷마당의 수수께끼 풀어라

    “미국 중앙정보국(CIA) 뒷마당에 숨겨진 크립토스(Kryptos)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버지니아 소재 CIA 본부에 있는 대형 암호 조형물 ‘크립토스’(그리스어로 ‘숨겨진’이라는 뜻)의 해석을 놓고 전 세계 해독가들의 두뇌 싸움이 치열하다. 이 조형물에 새겨진 암호 해독을 위해 수많은 전문가가 나섰으나 20년째 완독(完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조형물 제작자가 건넨 해독의 실마리를 보도해 전문가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크립토스가 CIA 본부에 설치된 것은 1990년이다. 정원 조형물 제작자로 뽑힌 조각가 짐 샌본(65)은 CIA 암호해독가의 도움을 받아 구리 조형물 안에 암호화한 알파벳 869자를 새겨넣었다. 크립토스는 이후 CIA 안팎 전문가들에게 ‘집착의 대상’이 됐다. 소설 ‘다빈치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도 자신의 소설에서 이 암호문에 대해 언급해 대중의 흥미를 돋우었다. 전 세계의 다양한 해독가들이 나선 덕분에 1999년 암호판 4개 중 3개의 뜻을 알아냈으나 마지막 4번째 판의 비밀은 20년째 풀리지 않고 있다. 샌본은 22일 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작 당시) 암호가 금방 풀릴 줄 알았다.”면서 답답한 듯 약간의 ‘힌트’를 건넸다. ‘NYPVTT’라고 쓰인 64~69번째 글자가 ‘BERLIN’을 의미한다는 것. 샌본은 그동안 암호문의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마’라고 비판받으면서도 “미스터리적 성격을 상실하면 작품의 가치까지 잃는다.”며 입을 닫아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혈기왕성 세 청춘이 무일푼으로 전국일주 거리 공연에 나섰다. 달변가에 조각 미남, 맏형 이한솔(25), 매력 만점 반달 눈웃음의 둘째 유성건(24), 자칭 타칭 재롱둥이 막내 장성봉(23)씨가 그 주인공. 노래에 미래를 걸고 길 위를 걷게 된 세 청춘. 순간순간이 좌충우돌, 예측불허인 이들의 거리 공연을 만나본다. ●낭독의 발견(KBS2 밤 12시 35분)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시로 주목받고 있는 시인 김민정과 우리나라 최고 바리스타 박이추가 운영하고 있는 강릉의 커피가게 ‘보헤미안’을 찾아 커피 한잔에 담긴 인생과 추억을 이야기한다. 바쁜 삶 속에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커피 한잔. 그 커피 한잔에 담긴 여러 인물들의 마음속 풍경들을 그려본다. ●역전의 여왕(MBC 오후 10시 50분) 레스토랑에서 준수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한 여자에게서 준수와 여진이 결혼할 사이라는 얘기를 들은 태희는 여진의 집으로 찾아가 준수와의 관계를 묻고, 준수를 좋아한다는 여진의 대답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한편 용식은 팀원들과의 단합을 위해 회식을 제안하고, 자신의 집으로 팀원들을 초대한다. ●감성여행 내 안의 쉼표(SBS 오후 6시 30분) 대한민국 독자들이 사랑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소설의 주인공 이문열이 ‘감성여행 내 안의 쉼표’를 통해 경상북도 영양, 자신의 고향집을 공개한다. SBS ‘솔로몬의 선택’의 김병준 변호사와 KBS 드라마 ‘천추태후’, ‘전우’ , ‘스타골든벨’을 통해 얼굴을 알린 탤런트 이채영이 동행한다. ●세계의 교육현장(EBS 오후 8시)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friend’와 ‘daddy’의 합성어인 ‘프렌디’라는 신조어가 주목받는 요즘 아빠들이 변하고 있다. 이런 프렌디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의 아빠들, 스웨덴에서는 아빠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스웨덴 아빠들을 만나본다. ●경찰 25시(OBS 오후 11시 5분) 시흥경찰서 강력반에 차털이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 차량은 개인택시. 여느 날처럼 지하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택시의 유리창이 완전히 파손돼 있었고, 살펴보니 그 안에 보관해 두었던 현금이 모조리 없어졌다는 것이다. 범인들의 뒤를 쫓고 사라진 피해자들까지 직접 찾아나서는 시흥서 강력반 형사들. 그 활약상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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