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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프리뷰] ‘리미트리스’

    [영화프리뷰] ‘리미트리스’

    에디 모라는 인생의 패배자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지만 곧 이혼을 당했고 직장에서도 해고당했다. 작가랍시고 끼적거리지만 단 한 문장도 완성하지 못한다. 급기야 애인에게도 버림받던 날 길을 걷다가 한때 마약 딜러였던 전처의 남동생을 만나 NZT란 알약을 건네받는다. 뇌의 기능을 100% 쓸 수 있도록 돕는 기적의 신약이란 게 처남의 설명. 한 알을 먹었을 뿐인데 십수 년 전 들었던 지식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해진다. 안 써지던 소설도 일필휘지, 쭉쭉 써진다. 약이 더 필요해진 모라는 처남을 찾아가지만 이미 총을 맞고 숨진 터. 집 안을 샅샅이 뒤져 알약 한 봉지를 찾아내면서 모라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리미트리스’는 아일랜드 소설가 앨런 글린의 데뷔작 ‘더 다크 필드’(2001)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뇌를 10%쯤 활용하고 아인슈타인이 15%를 활용했다고 한다. ‘리미트리스’는 두뇌의 100%를 쓸 수 있게 만드는 약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필립 K 딕 원작의 철학적 공상과학(SF)물과는 거리가 멀다. 만화적 발상에서 출발한 영화는 숨 쉴 틈 없이 빠른 전개와 경쾌한 편집으로 재미를 전달하려 애쓴다. 약물의 힘을 빌려 두뇌를 100% 활용하게 된 모라가 순식간에 외국어 서너 개를 익히고 피아노를 하루 만에 뚝딱 배운다든지, 주식 메커니즘을 꿰뚫고 인수 합병(M&A) 시장의 거물인 칼 밴 룬(로버트 드니로)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반까지는 제법 흥미진진하다. 평범한 고교생에서 하루아침에 슈퍼히어로가 된 ‘스파이더맨’ ‘크로니클’의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닐 버거 감독은 길을 잃은 듯 보인다. 두뇌의 활용 능력이 높아진다고 해서 육체적 능력까지 업그레이드된다는 발상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불량배들에게 포위당한 모라가 브루스 리 영화의 몇 장면과 격투기 중계 화면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상대를 때려눕히는 장면에 이르면 쓴웃음을 참기 어렵다. 모라가 특별한(?) 존재로 뒤바뀌는 결말은 만화적 발상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리미트리스’는 지난해 3월 북미 개봉 당시 ‘랭고’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등의 화제작을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 세계에서 제작비 2700만 달러의 6배에 육박하는 1억 618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상당 부분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배우로 꼽히는 브래들리 쿠퍼(에디 모라 역) 덕일 것이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백수 작가와 상원의원 후보자를 한결같이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는 배우는 쿠퍼를 빼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반면 말년에 다작 배우가 된 로버트 드니로의 선구안은 다소 실망스럽다. 7월 12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9) 소설가 성석제

    [만화는 내 사랑] (9) 소설가 성석제

    “제게 고우영과 도스토옙스키, 베토벤은 동급이죠.” 소설가 성석제(52)에게 인생의 책을 꼽으라고 했더니, 고전 명작을 제쳐 두고 고우영의 ‘삼국지’를 골랐다. 고등학생 때 갓 개통한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싣고 등교하며 스포츠신문을 통해 접했던 고우영의 ‘삼국지’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고 했다. “이전까지 읽었던 만화나 무협지는 모두 제 눈높이였어요. 그런데 고우영 삼국지는 경지가 달랐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 있었고, 밀도가 높고 문학적이고 창의적이었어요.” 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날 얘기를 듣는 것도 쉽지않던 어린 시절, 누이가 빌려온 만화책은 성석제에게 세상을 향한 통로가 되어 주었다. 다섯 살 즈음으로 기억한다. 집안 곳곳에 숨겨져 방치됐던 돈 꾸러미들이 귀신이 돼 사람을 괴롭히는 내용의 만화였다. 글도 만화책으로 익혔다. 아홉 살 위 형이 이정문의 ‘설인 알파칸’을 사갖고 왔다. 국내 SF만화 초창기 작품이다. 그림은 알겠는데, 글을 모르니 약이 바짝 올랐다. 오기 때문이었는지 한나절 만에 글을 깨우쳤단다. 초등학교 때는 만화보다 무협지에 빠져 살았지만 곧 만화를 벌컥벌컥 들이켤 기회가 찾아왔다. 중학교 입학 무렵 가족이 경북 상주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다른 형제들은 먼저 가고 성석제만 1년을 더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 남았다. 읍내 만화가게를 싹쓸이하던 시기였다. 10~20원에 하루 종일 만화를 볼 수 있었다. 무협지로 단련한 속독 솜씨를 발휘해 앉은 자리에서 수백권을 읽어 젖혔다. 당시 재미있었던 만화로 2차 세계대전 소재 전쟁물을 주로 그렸던 이근철의 작품 등을 꼽았다. “돈 몇 푼 내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 만화가게 주인에겐 밉상이었겠죠. 한 번은 쓰러져 가는 아파트에서 서민들 사이에 일어나는 소동을 다룬 만화를 보다가 큰 소리로 웃었더니 ‘여기가 너네 안방이냐’며 쫓겨날 뻔한 적도 있어요.” 어른이 된 뒤에도 김수정, 허영만, 박재동, 주완수 등의 작품을 만나며 만화의 진화를 계속 확인할 수 있었다. “만화 걸작들을 보면 다른 예술 장르와 견줘도 뒤질 게 없어요. 만화가 갖고 있는 힘과 특성, 이런 게 완성됐다고 봐야 하니까 우열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죠.” 바둑을 좋아하는 그에게 박수동의 ‘만방 아저씨’, 일본의 ‘고스트 바둑왕’ 등 바둑 소재 만화를 읽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그러나 무협 만화들은 아무리 봐도 만족스럽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무협만큼은 만화로 봤을 경우 환상이 덜한 적이 많았다는 것. 50세가 넘은 지금도 성석제는 여전히 만화를 본다. 좋은 만화가 있다는 소문이 산 넘고 물 건너 끊임없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만화를 볼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여동생 집은 ‘만화 아지트’ 역할을 한다. 만화를 워낙 좋아하는 매제가 폐업을 앞둔 만화 대여점에서 ㎏당 가격을 매겨 만화책을 수천 권 넘게 구입했다. 무엇이 계기가 되든 한 번 발동이 걸리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읽는다. 최근 인상 깊었던 것은 굽시니스트의 작품. 함부로 흉내내지 못할 자기만의 문법으로 풍자를 넘어서 철학에 가까운 관점을 보여 주는 게 인상 깊다는 설명이다. 그의 소설은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화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그의 작품이 만화로 그려진다면 어떨까. “그럴 만한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의가 들어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정말로 감사할 일이죠.”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시도 때도 없이 욱하는 내 안에 ‘그놈’이 산다

    독고단은 아이큐가 152이다. 천재적 두뇌와 피아니스트 뺨치는 피아노 연주실력을 갖췄다. 의붓아버지의 바이올린 줄을 훔쳐다가 치명적인 무기 아이템을 만들고 의붓남동생을 마구잡이로 팬다. 고등학교 1학년인데 180㎝에 115㎏의 거구다. 정신과로부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 게임중독중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독고단은 자신이 ADHD나 게임중독증 탓에 학교에서 말썽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그놈’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놈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과격하게 행동하도록 하고 점점 자라 통제하기 어려워졌다.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다 싶으면 물건을 때려부수거나 무례한 행동으로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를 경기에 이르게 한다. 독고단이 문제가 아니라 ‘그 놈’이 문제다. 박선희의 장편소설 ‘그놈’(자음과 모음 펴냄)을 읽다 보면, 그놈은 독고단 속에서만 자라는 놈이 아니다. 우리의 ‘욱하는 성질머리’가 바로 그놈과 아주 똑같은 행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린 ‘명왕성 134340’처럼 우리는 자신의 좌표를 잃고, 이름을 잃고, 정글 속에서 홀로 살아가야 할까. 청소년 소설답지 않은 결론, 타협하지 않는 결론을 내주어 좋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신춘추전국시대’ 두 성인이 말하는 治世의 길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소원이 있다면 환자로 죽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작가로 죽겠다. 원고지 위에서 만년필로 한마디 쓰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침샘암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을 오갔던 몇달을 빼고는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던 소설가 최인호(67)는 그의 다짐처럼 투병 중에도 여전히 ‘집필 중’이다. ●대하소설 ‘유림’ 단행본으로 정리 200자 원고지 6500여장에 이르는 대하소설 ‘유림’(儒林·전 6권)을 샅샅이 살피고 추려 각각의 단행본으로 정리했다. 바로 ‘소설 공자’와 ‘소설 맹자’이다. ‘유림’은 2004년 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한 대작으로, 중국 춘추시대를 산 노나라의 공자부터 전국시대의 맹자, 노자, 순자 등 여러 사상가들과 조선의 조광조, 율곡 이이, 퇴계 이황에 이르는 유교와 유학의 대가들을 소설로 형상화했다. 작가는 ‘유림’을 출간한 뒤 여러 차례 인물에 집중한 단행본을 펴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작가는 이런 의지가 왜 그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는지 소설 말미에 붙인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유림’의 일관된 주인공은 인물이 아닌 ‘유교’인 셈”이고 “소설은 사람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단행본 출간을 고려했지만 “병마와 싸우느라” 뜻을 쉽게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작가는 가톨릭 주보에 쓸 글에 참고하려고 ‘공자’와 ‘맹자’를 다시 읽다가 “갑자기 가슴에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게 지난봄이다. 결국 무리를 하면서 ‘공자’와 ‘맹자’를 따로 뽑아내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책을 펴냈다. ‘소설 공자’는 공자의 유명한 말인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가 나온 일화로 시작한다. 기원전 517년 35살이던 공자가 제나라로 나선 길에 한 말로, 공자의 심정이 절묘하게 드러나 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면서 이성적 인격과 질서를 가진 군자에 의해 통치되는 이상국가 실현을 꿈꾸었다. 그러나 현실 정치 속에서 공자의 사상은 너무나 이상적이었고 결국 14년 만에 귀향해 가르침에만 정진했다. ‘소설 공자’는 이 기간 동안 공자가 겪은 일화와 제자들의 문답을 긴장감 있게 풀어내고, 작가만의 시각으로 공자의 행적에 해석을 곁들였다. 공자가 죽은 지 100여년이 지난 뒤에 태어난 맹자는 공자를 숭상하며 스스로를 공자의 후계자로 생각했다. ‘소설 맹자’는 혹세무민의 암흑기, 전국시대 한복판에서 맹자가 힘을 잃어가던 유가를 일으켜 세우고 어떻게 사상을 재해석하고 계승했는지 살핀다. 이와 함께 작가는 맹자가 이어온 유가 사상을 현실에 적용할 가능성도 진단한다. ●유가사상 현실 적용 가능성 모색 왜 공자와 맹자인가. 작가는 이들이 살던 춘추전국시대가 “오늘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이 신춘추전국의 어지러운 난세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으련만.” 출판사 열림원의 김도언 기획실장은 신간에 관해서 언론 등과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작가를 대신해 “현재 작가는 병세가 나아지지도, 악화되지도 않은 채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알렸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백석문학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다

    백석문학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다

    “정거장에서 60리/60리 벌길은 멀기도 했다.//가을 바다는 파랗기도 하다!/ 이 파란 바다에서 올라온다-/민어, 농어, 병어, 덕재, 시왜, 칼치…가// 이 길외진 개포에서/나는 늙은 사공 하나를 만났다./이제는 지나간 세월//앞바다에 기여든 원쑤를 치러/어든 밤 거친 바다로/배를 저어 갔다는 늙은 전사를.!//멀리 붉은 노을 속에/두부모춰럼 떠 있는 그 신도라는 섬으로 가고 싶었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시인 백석(그림·1912~1995?)이 1957년 9월 19일 북한의 문학전문 주간지 ‘문학신문에 발표한 시 ‘등고지’다. 이번에 새로 발굴된 이 시는 ‘앞바다에 기여든 원쑤를 치러’의 이념성이 강한 대목만 빼면 백석 시의 특징인 한국적 서정성과 정취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석이 북한에 머물면서 1950~60년대에 쓴 시 3편과 ‘문학신문 편집국 앞’ 등 산문 4편, ‘고요한 돈 1·2’ 등 번역소설 2편 등이 새로 발굴됐다. 이번에 발굴된 백석의 시와 산문, 번역소설은 1948년 분단 직전으로 한정됐던 백석 문학의 지평을 넓혀 주고, 북한에서의 문학 활동의 단초를 밝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에 발굴된 자료는 중국 베이징국가도서관, 옌볜도서관, 북한의 조선국립중앙도서관, 레닌도서관, 통일부 산하 북한자료실, 일본 도쿄에 있는 여러 도서관 등에서 꼼꼼히 찾은 것이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백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펴낸 ‘백석문학전집 1·2’(서정문학 펴냄)에 발굴 자료를 모두 담았다. 최 교수는 “백석 문학의 전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작품을 하나하나 원본과 대조해 정본화하는 작업까지 거쳤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에 나온 백석전집이 2012년 6월 20일 현재까지 유일한 정본”이라고 선언한 뒤 “출간기록은 있지만 발굴되지 않은 ‘테스’, ‘고요한 돈 3’, 행방이 묘연한 1960년대 시집 등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주 영남대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시는 ‘등고지’ 외에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조국의 바다여’ 등으로 분단 이후에도 이념적 색채가 없이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백석의 색깔을 유지한 부문들이 확연하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1962년 4월 10일 발표한 ‘조국의 바다여’가 흥미로운데 당성이 강한 ‘붉은 작가’로 단련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부정적으로 써놓았다.”고 말했다. 백석답지 않게 이런 식이다. “…바다여 잠잠하지 말라, 잠자지 말라/세기의 죄악의 마귀인 미제,/간악과 잔인의 상징인 일제/박정희 군사 파쑈 불한당들을/그 거센 물결로 천 리 밖, 만 리 밖에 차던지라” 그러나 백석의 이런 노력에도, 그는 평양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백석은 1958년 당성이 약한 인민들을 지방 생산현장으로 보내는 ‘붉은 편지’를 받고,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로 내려가 양치기로 살면서 생애를 마쳤다. 이번에 발굴된 ‘문학신문 편집국 앞’(1959년 1월 18일)과 ‘관평의 양’(1959년 1월 14일), ‘가츠리섬을 그리워하실 형에게’(1961년 5월 21일), ‘체코슬로바키야 산문 문학 소묘’(1957년 3월 28일) 등에서는 백석이 ‘붉은 편지’를 받고 관평리로 내려가는 과정과 그곳의 삶이 드러난다. 특히 ‘문학신문 편집국 앞’에서 백석은 “이 속에서 어찌 제가 당이 기대하는 붉은 작가로 단련되지 않겠습니까. 맡겨진 일에 힘과 마음 다하여 훌륭한 조합원이 되여 앞으로 좋은 글을 쓸 것을 다시 한 번 맹세합니다. 1월 10일 삼수 관평에서”라고 쓰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숄로호프의 장편소설을 번역한 ‘고요한 돈 1·2’(1949~1950)도 흥밋거리다. 러시아의 혁명 전후를 다룬 이 번역소설은 한국전쟁 때 북한군의 배낭에서 발견되곤 했단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작품해설에서 “세계문학의 반열에 들어 있는 작품을 매개로 한국어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있다.”면서 “번역문학이지만 토속어·토착어의 보고이자 아름다운 시적 창조물들을 감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자아냈다.”고 분석했다. 백석이 1957년 1월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간행해 아동문학가로 활동한 이유도 관심사다. 김 교수는 “원래 백석은 외국문학분과위에 있다가 아동문학분과위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간다. 자유롭지 못한 북한 상황 탓에 아동문학을 했을 것으로 추정해 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1956년 북한 공산당은 소설가 등 작가들에게 ‘장르를 불문하고 아동문학에 투신하라.’고 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번 발굴로 백석 문학의 총체성에 한걸음 다가갔다.”면서 “본래 백석문학이 어느 지점에서 균열했는지를 연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최 교수 등이 속한 한국비평문학회는 오는 30일 서울여대에서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도 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신(新)노인/주병철 논설위원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52년에 발표한 중편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산티아고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하는 노인이다. 84일째 고기 한 마리를 잡지 못하다 85일째 1500파운드나 되는 큰 상어를 발견하면서 밤늦게까지 사투를 벌인 뒤 무사히 귀항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40대도 부럽지 않은 힘을 가진 이 노인의 나이는 얼마나 됐을까. 당시 기대 수명이 남자는 50대 초반, 여자는 50대 중반이었으니 50대 안팎쯤일 것이다. 노인 같지 않은 노인이었다. 평균 기대 수명이 50세 미만이던 19세기에 태어나 여든한 살까지 산 미국 시인 헨리 롱펠로(1801~1882)는 백발이 되어서도 정열적인 시를 끊임없이 발표했다. 감탄한 한 청년이 “선생님은 노인이신데 어떻게 그처럼 시를 잘 쓰십니까.”라고 물었더니 “저 나무처럼 양분을 잘 섭취하면 저렇게 푸르게 자라 열매를 맺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식생활 개선과 의학의 발전으로 고령층이 늘고, 평균 수명도 연장되면서 노인의 개념을 숫자만으로 정의하긴 어렵게 됐다. 사회 규범에 따른 사회적 연령, 외모 등 기능적 연령, 건강 등 생물학적 연령, 심리적 성숙 등 심리적 연령 등을 고려해야 한다. 19세기 후반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가 노인의 기준으로 정한 65세는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만 65세 이상 1만 1542명을 대상으로 ‘2011년 노인 실태조사’를 해 봤더니 응답자의 59.1%가 노인의 연령기준을 70~74세로 꼽았고, 75~79세를 노인으로 본 응답자도 11.3%였다. 70대 이전에는 ‘노인’ 소릴 듣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80대 노인이 친구 아들인 60대가 경로당에 나타나는 걸 보고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근데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대로 바꾸자고 하면 정작 반대하는 사람은 노인들이라고 한다. 180여만명에 이르는 65~69세 노인들이 각종 복지혜택에서 사각지대로 남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법은 만 60세 이상, 노인복지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65세로 규정돼 있다. 또 노인복지회관은 만 60세 이상, 경로당은 만 65세 이상이다. 물론 유엔 인구통계도 65세 이상을 고령인구로 구분하기 때문에 우리만 노인의 연령 기준을 덜렁 바꿀 수는 없겠다. 하지만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급증하는 복지지출 예산 등을 고려할 때 일관성 있는 노인복지 혜택을 위한 연령 기준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계적인 접근도 가능할 것 같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주말 영화]

    ●킹스 스피치(KBS2 토요일 밤 1시 25분) 조지 5세의 차남 버티(콜린 퍼스)는 말을 심하게 더듬는 콤플렉스가 있어 여러 의사에게 치료를 받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다. 말을 더듬는 증세 때문에 대중 연설조차 번번이 해내지 못하자 아내 엘리자베스 왕자빈은 수소문 끝에 라이오넬 로그라는 언어 치료사를 찾아낸다. 처음부터 왕자에게 신뢰와 평등을 요구하며 파격적인 태도를 보이던 라이오넬은 버티와 심한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독특한 치료법으로 효과를 얻자 결국 버티는 그를 신뢰한다. 그러던 중 1939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버티의 형 에드워드 8세가 유부녀 심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버리고 만다. 그렇게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버티가 왕위에 오른다. 권력과 명예, 모든 것을 다 가진 그는 대중 연설을 두려워해 왕위에 오르는 걸 누구보다도 꺼렸다. 게다가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중으로, 불안한 정세 속에 새로운 지도자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들 앞에 서야만 했는데…. ●군번없는 용사(EBS 일요일 밤 11시) 영훈(신성일)은 6·25전쟁 중 인민군 보위부 부관으로 훈장까지 달고 고향에 돌아온다. 가족들은 그를 반가워하긴 하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형 영호(신영균)는 마식령 산맥 일대에서 반공 유격대 대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아버지(최남현)는 이들을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위부 마부장(허장강)이 이들의 활동을 눈치채고 의심하던 중 수송물자가 반공유격대에 의해 거듭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편 영훈의 생일날, 영호가 찾아오지만 마부장이 그를 의심하자 영호는 마부장의 아내 유리(문정숙)를 인질로 삼아 도망친다. 그들은 오래전에 사랑하다 헤어진 사이로, 영호는 그녀를 놓아준다. 영훈의 부모를 체포한 마부장은 영호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들을 고문하고 결국 영훈의 손으로 부모를 죽이게 만든다. ●베스트셀러(OBS 토요일 밤 11시 25분) 10여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군림해 온 백희수. 하지만 발표한 신작 소설이 한 공모전에서 자신이 심사를 맡았던 작품을 표절한 것이라는 혐의를 받게 된다. 그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회적 명성을 잃고 결혼 생활마저 순탄치 못하게 된다. 이 일로 2년 동안 창작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 있던 희수는 오랜 친구인 출판사 편집장의 권유로 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딸 연희와 함께 시골의 외딴 별장으로 내려간다. 그들이 찾아간 별장의 굳게 잠겨 있는 2층 구석방에서는 간헐적으로 집 안 전체를 울리는 기괴한 진동소리가 들려 온다. 게다가 딸 연희는 ‘언니’라고 불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한편 창작에 목말라 있던 희수는 점차 연희가 들려주는 별장에서 벌어지는 섬뜩한 이야기에 집착하게 된다.
  • “춤에 미쳐 살았던 세월 이젠 오래된 연인 졸업해요”

    “춤에 미쳐 살았던 세월 이젠 오래된 연인 졸업해요”

    3년 전 ‘오네긴’ 공연에서 일어난 일이다.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아름다운 파드되(2인무)에서 황혜민이 회전을 하다가 엄재용 의상에 레이스가 엉켰다. 당황한 듯했지만, 금세 실을 풀고 태연하게 춤을 췄다. 7년째 호흡을 맞춘 터라 이런 ‘사고’는 문제도 아니다. 공연 막바지, 연인을 보내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황혜민은 눈물과 에너지를 쏟아냈다. 쓰러질듯 아슬한 황혜민을 보듬으면서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엄재용에게서 안쓰러움과 애틋함이 묻어났다. 객석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둘이 정말 잘 어울려. 근데 언제 결혼한대?” 이미 무용계에서는 유명한 ‘스타 무용수 커플’이자 ‘오랜 연인’이라 관계자들뿐 아니라 발레 애호가들에게 이들의 결혼은 관심거리였다. 그리고 드디어 ‘날을 잡았다’. 8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화촉을 밝힌다. “2년 전부터 ‘언제 결혼하느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어요. 어떤 선생님은 전화 드릴 때마다 호통을 치시는 거예요. 결혼 소식에 그만큼 많이 축하해 주시더라고요.” 19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황혜민(34)은 귀엽게 웃으면서 주변 반응을 전했다. 그가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이 발레단에 입단한 2002년, 프랑스 초청공연에서 엄재용(33)과 파트너가 되고 연인으로 발전했으니 벌써 10년이다. “그동안 서로 춤에 미쳐 살았다.”는 엄재용은 “오래된 연인이 헤어질 수 없는 것은, 그 사람만 보내는 게 아니라 동료이자 친구이자 엄마였던, 모든 것과 헤어지기 때문이라는 글귀를 읽었는데 매우 공감했다.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둘 다 내성적이라 큰 소리를 내면서 싸운 적도 없다고 했다. “큰 힘이 되면서, 일에 있어서는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는 게 오히려 고맙다.”는 황혜민은 “때로는 개그콘서트를 보고 흉내내는 모습이 유치하면서도 재미있다.”고 말마다 칭찬 일색이다. 이들이 앞둔 공연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비극인 탓에 황혜민도 “하필, 결혼을 앞두고!”라면서 깔깔댔다. “그래도 많은 버전 중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 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안무가 활기차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이어져서 관객들도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관전포인트를 묻자 황혜민은 주저없이 남성 솔리스트의 3인무를 꼽는다. 다른 버전에는 없지만, 셰익스피어 소설에서는 핵심 인물인 벤볼리오가 등장해 티볼트, 머큐시오와 역동적이면서 유쾌한 춤을 춘다. “기술적으로도 좋고, 2막에서 장난치면서 칼싸움하는 장면은 남성 무용수들이 실력과 끼를 발산하는 게 굉장히 멋있다.”고 설명했다. 엄재용이 “줄리엣이 이끌어가는 3막이 아름답다.”고 하자 황혜민은 “난 죽을 거 같다.”며 웃었다. 줄리엣이 신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약을 받아 비극으로 치닫는 부분이다. 등장인물이 거의 없고 음악도 비장하게 가라앉아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줄리엣의 에너지와 연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핵심은 역시 갈라공연에 많이 나오는 ‘발코니 파드되’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긴 키스 장면도 볼거리일 듯하다. 무려 16박자 동안 입을 맞대는 장면이다. 다른 무용수들이 “이젠 부부이니 거리낄 것이 없겠다.”면서 부러워한다고 했다. 이번만큼은 가장 아름답고 ‘사실적’인 장면이 되지 않을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폭풍의 언덕’ 미치광이 히스클리프 외로운 짐승이었을까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폭풍의 언덕’ 미치광이 히스클리프 외로운 짐승이었을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무성영화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영화화됐다. 그러나 윌리엄 와일러의 1939년 버전이 여태 정수로 남아 있을 정도로 성공적인 영화화는 쉽지 않다. 거장 루이스 브뉴엘과 자크 리베트도 영화화에 도전했으나, 그들의 다른 영화에 비해 높이 평가받지 못했다. 원작의 이야기만 따라가면 어릴 적 사랑한 여자의 변심을 복수로 되갚는 옹졸한 남자의 이야기에 그치기 십상이다. 안드레아 아널드는 고집 세고 자존심이 강했던 노예 출신 흑인 소년 히스클리프가 정념과 배신 탓에 복수에 미쳐 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를 통해 영화는 한밤에 미치도록 글을 써 나갔을 브론테의 영혼과 진심에 도달한다. 미치광이이자 악마로 묘사되는 히스클리프는 영화에서 외로운 짐승으로 그려진다. 마이크 리와 켄 로치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영국의 신예 아널드는 이번 영화에서 트레이드마크인 사회적 리얼리즘을 저만치 밀쳐 둔다. 대신 영국영화의 또 다른 미래 앤드루 쾨팅이 ‘이 더러운 땅’에서 시도한 방식을 도입한다. 18세기 초엽 요크셔 지방의 황야 가운데 자리한 집에 이르는 길은 온통 지저분하고 질퍽한 흙 천지다. 아널드의 첫 목표는 시대극이 아니라 시공간을 재현하는 데 있다. 그러한 공간을 재창조할 때, 주인공 히스클리프의 심리에 제대로 다다를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비는 맹렬하게 대지를 두드리고, 바람은 머리카락을 헤치고 지나가고, 산악지대의 청명한 공기와 비릿한 사람 냄새가 주변을 맴돈다. 물성의 전달이 이렇게 탁월한 영화는 드물다. 아널드는 이미지로 말하는 감독이다. 히스클리프가 광기 속에서 파멸하는 과정은 이야기된다기보다 강렬한 이미지들로 표현된다. 혹시 고전적인 드라마와 전통적인 이야기하기 방식을 원한다면 아널드 버전 ‘폭풍의 언덕’은 피해야 한다. 영화가 끝나면 머릿속에 남는 건 이미지뿐이다. 방황하는 소년이 대지에 누워 빗물이 귓속으로 들어가도 꿈쩍하지 않는 모습, 돌아온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정원에서 재회할 때 주변의 자연이 빚는 아름다움 등은 지워지지 않을 이미지들이다. ‘폭풍의 언덕’의 이미지는 슬픔을 자아내도록 사용된다. 연약한 짐승을 잔혹하게 대하던 소년이 어른이 되어 같은 행동을 주변인에게 되풀이하는 순간 가슴이 저려 온다. 결국 영화는, 히스클리프가 복수에 환장한 악마가 아닌 슬픔에 빠진 인간이라고 말한다. 아널드는 전작 ‘피쉬 탱크’에 이어 1.33:1 화면 비율을 설득력 있게 구사한다. 그녀는 요즘 거의 사용되지 않는 스탠더드 화면 비율이 인물 심리를 담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증명해 보인다. 스탠더드 화면 비율은 그녀 특유의 ‘들고 찍기’와 함께 인물의 코앞까지 접근해 심리를 읽는다. 온갖 신경을 곤두세워 반응하는 카메라는 나락에 떨어져 괴로워하는 두 인물의 심리 속을 파고든다.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은 21세기를 사는 여성 감독과 만나 새로운 살과 피를 받았다. 무대를 현대 캘리포니아로 옮겨 록 뮤지컬로 완성한 MTV 버전 따위는 아널드 버전의 신선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아널드의 ‘폭풍의 언덕’은 발간 당시 사람들이 느낀 충격과 놀라움의 세계로 인도한다. 고전으로의 훌륭한 초대이며, 사소한 이질감의 극복 외에 이 초대를 거부해야 할 이유는 없다. 28일 개봉. 영화평론가
  • [22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대한민국은 이제 얼마나 건강하게, 질 높게 사느냐가 화두인 시대를 맞았다. 당뇨는 증상이 심해지면 신부전, 심장발작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조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국민 건강프로젝트에서는 가톨릭대 의대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와 함께 충주시민들의 당뇨에 대한 고민을 들어본다. ●유후와 친구들(KBS2 오후 5시) 그리닛을 구하기 위해 지구모험을 시작하게 된 유후와 친구들. 유후와 친구들은 아프리카 세이셸의 알다브라 환초에 제각기 떨어진다. 유후와 패미는 공기방울 속에서 아름다운 바닷속을 구경하고, 루디와 레미는 해변가에 떨어져 코코넛 열매를 먹어보려고 토닥토닥 다툰다. 한편 츄우는 벼랑에 있는 새 둥지에 떨어지게 된다. ●MBC 스페셜(MBC 밤 11시 15분) 그리스는 2010년 4월,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로 두 번의 국가 부도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지난 5월 총선을 통한 연정구성에 실패하면서 세계를 두려움에 빠뜨렸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 탈퇴를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사상 최대의 실업률, 임금 삭감 등으로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었다. ●감성여행 쉼표(SBS 오후 5시 35분) 영화 ‘은교’의 흥행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박범신이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와 오타루의 소소한 풍경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캠핑카를 타며 일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거리의 화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유쾌한 시간을 갖는다. 또한 오타루 운하의 가스등 길을 걸으며 고즈넉한 시간을 가지는데…. ●명의(EBS 밤 9시 50분) 류머티즘은 젊은 사람도 예외란 없다. 김성애씨는 27살의 꽃다운 나이에 류머티즘을 앓기 시작했다. 그렇게 40년 동안 천형처럼 들러붙은 병이 온몸 구석구석을 망가뜨렸다. 하지만 류머티즘으로 양손은 본래 모양을 짐작할 수도 없을 만큼 변하고, 두 다리도 제 기능을 잃은 상태이지만 그녀는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려 왔다. ●해피플라이트(OBS 밤 11시 5분) 기장 승격 최종 비행을 앞둔 부기장 스즈키(다나베 세이치)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기장 하라다와 함께 호놀룰루행 비행기에 오른다. 스즈키는 시도 때도 없는 기장의 테스트에 이륙 전부터 초긴장 상태다. 한편 초보 승무원 에쓰코(아야세 하루카)도 역시 마녀 팀장을 만나 혹독한 국제선 데뷔를 치르고 있었다.
  • [문화마당] 잔인한 6월의 열대/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잔인한 6월의 열대/주원규 소설가

    필자는 수입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 밥벌이에 종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전기공사 일이다. 전공(전기공의 약어)의 직업적 특성상 보통 보름에서 한달 정도 공사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할 경우가 빈번하다. 정해진 공기(공사기간)를 맞춰줘야 하는 특성 탓인데, 현장이 필자의 주거지인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다면 꼼짝없이 합숙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필자의 6월은 이렇듯 전공의 신분으로 경남 밀양의 가로등 교체공사에 투입되어 보름 동안의 합숙생활로 시작되었다. 가로등 교체공사는 보통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진행된다. 필자와 짝을 이룬 파트너는 칠순에 가까운 베테랑 어르신이었다. 조장님으로 부른 어르신과 필자는 보름 동안을 함께 가로등 교체 공사 현장에서 보내야 했는데, 가장 견디기 어려운 악조건이 악몽처럼 우리 둘을 내내 괴롭혔다. 그건 바로 살인적인 초여름 더위였다. 꼭 이렇게 더울 때 공사해야 하느냐고 작업반장에게 따져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럼 한여름에 해야 직성이 풀리겠느냐.’라는 거였다. 일리는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전형적인 6월 날씨란 게 있으니까. 하지만 2012년 경남 밀양의 6월은 잔인할 만큼 무더웠다. 한낮 도로 위의 체감온도는 섭씨 30도대 중반에 넉넉히 육박했다. 그 혹서는 정말이지 조장님의 베테랑 일손마저 실수 연발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 둘은 온종일 가로등에 매달려 아스팔트에서 끓어오르는 지열을 참고 또 참으며 전등을 교체했다. 더위에 약한 필자도 문제지만 조장님 역시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힘들어했다. 그렇게 피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보름이 지나갔다. 6월에 찾아온 난데없는 더위를 올해에만 특별하게 나타난 이상기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때이른 더위와 급격한 추위로 대표되는 기상악화가 지구 온난화 현상과 무관하다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 때문이란 사실 역시 이젠 상식에 가까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뭐가 그렇게 거창하냐고 꾸짖을지도 모르지만 이건 필자 혼자만의 주장이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말하는 타당성 있는 과학적 견해로 알려졌다. 올해 한반도의 6월 더위 역시 지구 온난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 급격한 기후 변덕에 직격탄을 맞는 이들, 이 난데없는 열대의 습격이 슬픔으로 느껴지는 이들은 거의 길 위에 있는 것 같다. 길 위에 좌판을 깔고, 길 위에서 캔 커피를 팔고, 피켓을 들고, 전단을 나눠주고, 목청 높여 상품을 팔고, 잘 곳을 찾지 못하는 길 위의 방랑자들까지. 그들의 고단한 삶의 무게 위에 슬픈 열대는 더 한층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또렷한 적은 사라지고, 누구의 책임인지도 규명하기 어려운 모호함 속에서 해마다 가중되는 자연의 변덕 앞에 사회적 안전망을 잃어버린 우리의 이웃이 있다. 회생의 퇴로를 발견할 수 없는 비정한 도심의 한복판, 에어컨 실외기의 무더운 바람만 가득한 길 위에서 고단한 하루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삶의 조건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6월의 더위 앞에서 무엇이, 어떻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묻는 것은 공허한 푸념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의 절박한 호소인가. 공사 마지막 날, 마지막 가로등을 교체한 조장님이 필자에게 참외 한 개를 통째로 건넸다.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아 건네준 참외를 껍질째 한 입 베어 문 필자는 그만 소리죽여 울고 말았다. 온종일 그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참외는 너무나 뜨거워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참외를 다 먹을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뙤약볕 아래 서서 환하게 미소 짓던 조장님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였다. 슬픈 열대의 기억을 뜨거운 참외 속에 담아놓은 그 순간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 대형 뮤지컬 앙코르 공연 잇따라

    대형 뮤지컬 앙코르 공연 잇따라

    6월, 연극·뮤지컬 등 무대 공연이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뮤지컬의 경우 이미 수차례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작품성을 검증받은 라이선스 대형 뮤지컬 작품의 앙코르 공연이 이달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관객을 위한 신선함도 준비했다. 새로운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작품에 새 옷을 입혔다. 배우 조승우, 정성화 등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바 있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오는 22일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 무대에서 2005년 초연 이후 5번째로 포문을 연다. 작품은 원작인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데일 와서맨이 재구성해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가 자신이 쓴 희곡 ‘돈키호테’를 감옥 죄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극중극’ 형식을 취한다. 영화, 뮤지컬 등 분야를 넘나들며 연기파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진 16년차 배우 황정민, 지난 6년간 노래 부를 장소만 생기면 ‘맨 오브 라만차’의 주요 넘버(뮤지컬 노래) ‘임파서블 드림’을 불렀을 정도로 배우 인생에서 ‘맨 오브 라만차’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서범석, 노래만큼은 국내 뮤지컬 배우 중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홍광호가 이번 공연에서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역에 캐스팅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6만~13만원. 1588-5212.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성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가 2012년,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시카고 무대에 서며 한국의 벨라 켈리라 불리는 인순이와 최정원이 이번 무대에도 참여했다. 사랑스러운 여자, 록시 하트 역에는 가수 아이비와 배우 윤공주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스태프들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더블 캐스팅됐다. 눈에 띄는 건 여느 뮤지컬과 달리 1920년 보드빌 무대를 콘셉트로 한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무대 중앙에서 박칼린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14인조 빅밴드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 무대를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무대 위 간간이 작품에서 카메오 배우로서 활력을 불어넣는 박 감독의 활약을 엿볼 수 있다. 10월 7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4만~11만원. (02)2211-3000. 3년 만에 관객을 다시 찾은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도 배우 공형진,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에서 성우로 맹활약한 안지환 등 새로운 배우 캐스팅으로 무장했다. 또한 영화 ‘써니’에서 풀 쌍꺼풀을 열심히 만들던 배우 김민영도 다시 ‘헤어스프레이’ 무대에 오른다. 뚱뚱하지만 그보다 더 큰 마음을 가진 10대 소녀 트레이시가 TV 댄스경연대회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헤어스프레이’는 신나는 음악과 경쾌한 댄스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2만~9만원.(02)2230-6600. 한편 연극계에서도 신작과 재공연 작품이 잇따른다. 2008년 공연족들의 심금을 울렸던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의 작가 정의신이 2012년 신작으로 야심 차게 준비한 연극 ‘봄의노래는 바다에 흐르고’가 7월 1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되고, 1999년 정재영, 신하균, 정규수, 임원희 등 걸출한 배우들을 발굴한 장진 연출의 초기작 연극 ‘허탕’이 13년 만에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9월 2일까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소설 ‘소나기’속 들꽃·풀 신약 특허 300여건 담겨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등장하는 10여종의 들꽃·들풀이 300여건의 신약 특허를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청이 소나기에 등장하는 들풀·들꽃의 천연물 의약 특허출원을 분석한 결과다. 소녀가 조약돌을 던지고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사라지던 갈꽃 밭의 ‘갈대’는 2000년 이후 비만 치료제 등으로 11건이 특허출원됐다. 소년이 징검다리에서 소녀를 흉내내다 달아나던 메밀밭의 ‘메밀’은 혈전치료제 등으로 38건이 개발됐다. 소년이 소녀에게 한 움큼 꺾어준 ‘들국화’(60건)는 항암제와 고혈압, 알레르기 치료제 특허를 갖고 있다. ‘도라지꽃’(136건)은 고지혈증과 당뇨 치료제로 다수 출원됐다. 소녀가 양산으로 흉내낸 ‘마타리꽃’(7건)은 아토피와 심혈관계 질환 및 염증 치료제 등으로, 서울 학교의 등나무 꽃 같다고 생각한 ‘칡’은 치매 치료제 등으로 24건이 활용되기도 했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특허등록된 천연물 신약은 2488건이다. 특허청은 들풀·들꽃 전담 심사파트를 설치하는 등 고품질 천연물 신약 특허 획득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내가 쓰는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사회약자 위해”

    “내가 쓰는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사회약자 위해”

    그도 한때는 지독한 문제아였다. 이혼 후 집을 나간 어머니를 원망하며 마냥 삐뚤어져 있었다. 걸핏하면 친구들과 싸웠다. 20대 초반, 시각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마음마저 어두워졌다. 숱한 싸움, 노숙, 수십 차례의 자살기도…. 아무 이유 없이 행인을 때려 법정에 서기도 했다. ●한센병 환자 돌보며 새 삶에 눈 떠 판사의 선처로 징역형 대신 받게 된 80시간의 사회봉사. 그 죗값이 한줄기 빛이 됐다.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새 삶에 눈을 떴다. 글쓰기 재능을 발견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8년 처음 발표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는 곧 영화화된다. 영화 ‘비스티보이즈’의 원작인 ‘나는 텐프로였다’의 작가 소재원(29)씨 이야기다. 그는 “올여름 촬영이 시작되는데 개봉후 관객 한 명당 50원씩 받기로 한 러닝개런티를 아동성범죄 피해자에게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 일을 계기로 나영이 아빠와 부자(父子)의 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출판사 측도 50%의 인세를 보태기로 했다. 지난해엔 나영이 아빠와 ‘13세 미만 아동·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운동’에 나서 개정을 이끌어 냈다. ●조두순 사건 모티브 소설 올 여름 영화로 올해 중으로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할 계획인 소씨는 “재단이 만들어지면 직접적으로 아동과 장애인 등을 도울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는 왕십리 세왕병원과 협의해 무료로 생활보호대상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소씨는 도가니 사건을 계기로 아동성범죄에 관심을 가지며 올 2월 여고생 지수의 사연을 알려 후원자를 찾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서울신문 2월 2일자 1면> 그는 스스로 ‘쓰레기’였다고 고백했다. 작가가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사과’였다. 괴롭혔던 친구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돈 벌고 나면 제일 먼저 너부터 죽이러 가려고 했어.”라며 응어리졌던 분노를 쏟아내던 친구들이 어렵게 마음을 열었다. 그 후 사회활동과 기부, 봉사에 뛰어들었다. 소설의 인세 대부분을 성폭력 아동과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하고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봉사와 아동 성범죄 지킴이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아가 재능기부 작가로 인생 역전한 셈이다. ●흐릿해지는 눈… “아직 지켜볼 일 많아” 소씨는 “특수렌즈로 교정한 시력 0.1의 눈은 점점 흐려지고 있지만 봉사로 새 삶에 눈뜨게 됐다.”면서 “세상을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쓰는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사회 약자를 위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영욱 사건을 보면서 아직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법부 판단이 미흡하면 1인시위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인기작가 “고영욱 사법처리 미흡하면 내가…”

    인기작가 “고영욱 사법처리 미흡하면 내가…”

    그도 한때는 지독한 문제아였다. 이혼 후 집을 나간 어머니를 원망하며 마냥 삐뚤어져 있었다. 걸핏하면 친구들과 싸웠다. 20대 초반, 시각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마음마저 어두워졌다. 숱한 싸움, 노숙, 수십 차례의 자살기도…. 아무 이유 없이 행인을 때려 법정에 서기도 했다. ●한센병 환자 돌보며 새 삶에 눈 떠 판사의 선처로 징역형 대신 받게 된 80시간의 사회봉사. 그 죗값이 한줄기 빛이 됐다.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새 삶에 눈을 떴다. 글쓰기 재능을 발견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8년 처음 발표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는 곧 영화화된다. 영화 ‘비스티보이즈’의 원작인 ‘나는 텐프로였다’의 작가 소재원(29)씨 이야기다. 그는 “올여름 촬영이 시작되는데 개봉후 관객 한 명당 50원씩 받기로 한 러닝개런티를 아동성범죄 피해자에게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 일을 계기로 나영이 아빠와 부자(父子)의 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출판사 측도 50%의 인세를 보태기로 했다. 지난해엔 나영이 아빠와 ‘13세 미만 아동·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운동’에 나서 개정을 이끌어 냈다. ●조두순 사건 모티브 소설 올 여름 영화로 올해 중으로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할 계획인 소씨는 “재단이 만들어지면 직접적으로 아동과 장애인 등을 도울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는 왕십리 세왕병원과 협의해 무료로 생활보호대상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소씨는 도가니 사건을 계기로 아동성범죄에 관심을 가지며 올 2월 여고생 지수의 사연을 알려 후원자를 찾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서울신문 2월 2일자 1면> 그는 스스로 ‘쓰레기’였다고 고백했다. 작가가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사과’였다. 괴롭혔던 친구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돈 벌고 나면 제일 먼저 너부터 죽이러 가려고 했어.”라며 응어리졌던 분노를 쏟아내던 친구들이 어렵게 마음을 열었다. 그 후 사회활동과 기부, 봉사에 뛰어들었다. 소설의 인세 대부분을 성폭력 아동과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하고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봉사와 아동 성범죄 지킴이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아가 재능기부 작가로 인생 역전한 셈이다. ●흐릿해지는 눈… “아직 지켜볼 일 많아” 소씨는 “특수렌즈로 교정한 시력 0.1의 눈은 점점 흐려지고 있지만 봉사로 새 삶에 눈뜨게 됐다.”면서 “세상을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쓰는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사회 약자를 위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영욱 사건을 보면서 아직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법부 판단이 미흡하면 1인시위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공연리뷰] ‘블랙메리포핀스’

    한국뮤지컬대상, 더뮤지컬어워즈 등 뮤지컬 시상식에서 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해 이름을 널리 알린 ‘설록홈즈’가 보여준 대학로 창작뮤지컬의 힘을 2012년 ‘블랙메리포핀스’가 이어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홍수 속에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무대장치,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원작 소설이나 시나리오도 없는 100% 순도의 한국 창작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불행한 기억은 잊고 살아야 행복하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란첸 슈워츠 박사의 대저택에 화재사건이 발생한다. 박사는 숨졌지만, 박사에게 입양된 4명의 아이들이 보모이자 박사의 연구 조교였던 메리 슈미트의 극적 구조로 구출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다음 날 메리 슈미트는 실종됐고, 4명의 아이는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사건은 단순 화재사건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12년 뒤 어느 날, 네 명의 아이 중 맏형 격인 한스 시몬에게 박사의 수첩 한 권이 전달되면서 각기 다른 집에 입양됐던 아이들이 한데 모이고, 12년 전 그날 밤의 진실에 대해 파고든다. 아이들이 박사에게 입양된 데에는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나치 정권하에서 박사는 독일이 전 세계를 점령했을 때 식민지의 국민에게 독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최면을 통해 지울 수 있는지를 실험하려 했고, 그 실험 대상으로 아이들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흘러간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조나스 역을 맡은 김대현의 공황장애 연기 및 다양한 팔색조의 연기는 인상적이며 탁월하다. 한스 역을 맡은 장현덕, 안나 역의 송상은 등도 안정된 연기력을 보이며 극의 몰입을 돕는다. 대극장이 아닌데도 조명장치, 무대 장치 등은 대형 뮤지컬 뺨치게 완성도가 높다. 특히 1막의 첫 장면인 ‘1926년 그란첸 박사 대저택 화재사건’ 장면은 조명과 커튼 막, 배우들의 몸동작 및 그림자를 잘 활용해 완벽한 영상미를 만들어낸다. 또 회전 무대를 중심으로 겹겹이 싸인 진실의 비밀을 상징하는 무대 위 사각의 턴테이블 모서리는 네 명의 아이들이 배치되고, 그들이 서로 가진 기억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훌륭한 무대 장치로 활용된다. 음악은 단순한 멜로디 라인을 이용, 적절하게 긴장도를 높였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7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4만 5000~6만원. (02)548.0597~8.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전통음악에 연극·문학·재즈를 맛있게 버무렸다…여우樂 페스티벌

    전통음악에 연극·문학·재즈를 맛있게 버무렸다…여우樂 페스티벌

    7월 3일부터 19일간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서 독특한 음악여행이 시작된다. 한국 전통 음악을 뿌리로 삼아 그 위에 연극을 심고 문학을 덧대거나 재즈와 맞댄, ‘여우(락) 페스티벌’이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2010년 첫선을 보였다. 올해 ‘여우락’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은 다양한 음악을 소개한다. ●7월 3일부터 19일간 국립극장서 독특한 음악여행 15일 국립극장에서 출연진과 함께 설명회에 나선 안호상(53) 극장장은 “여우락은 중독성 강한 한국음악을 어떻게 재미있고 즐겁게 만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목적에서 나왔다.”면서 “올해 축제는 앞으로 20~30년 동안 우리 음악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예술가를 만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출연진으로 페스티벌에 참가한 음악인 양방언(52)은 올해부터 3년간 예술감독으로 나선다. “지난해 전통과 그 이외의 것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축제를 보면서 신선하다고 느꼈다.”는 그는 “예술가는 전통과 다른 장르의 접점을 찾고, 관객은 그 예술가들과 접점을 만나는 자리가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축제는 전통음악과 재즈를 조합한 미연&박재천 듀오의 ‘조상이 남긴 꿈’(3~4일)으로 시작한다. 안숙선·김청만·이광수 명인이 각각 소리와 북, 꽹과리로 즉흥연주를 시도하면서 흥을 절정으로 이끈다. 소리꾼 이자람은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7~8일)로 관객과 만난다. 영국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 ‘사천의 선인’을 판소리로 풀었다. 인간의 자격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담고 2시간 동안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매번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는 수작이다. 정가악회의 낭독음악극 ‘왕모래’(12~13일)도 기대된다. 황순원 소설 ‘왕모래’를 국악 선율과 함께 읽어내는 공연으로, “먹먹한 그리움과 아릿한 슬픔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은 가야금, 해금, 대금, 기타, 피아노, 판소리 등이 어우러진 ‘그린 서클’(14~15일)을 공연한다. 자연을 담은 치유음악부터 전통 굿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을 선사한다. ●장르의 경계 뛰어넘어… 우리음악의 다변화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하게 하는 노름마치는 신명과 열정이 가득한 ‘풍’(18~19일)으로, 해금연주자 꽃별은 ‘숲의 시간’(10~11일)으로 무대에 오른다. 홍대 클럽에서 활동하는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의 토크콘서트 ‘당신의 이야기’(13~14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피리 연주자 3인방의 ‘피리, 셋’(20~21일)도 준비돼 있다. 야외 문화광장에서는 7일에 민속악회 수리의 ‘신명, 하늘에 닿고’와 월드 뮤직밴드 억스의 ‘억스 인 춘·향’이, 14일에는 연희집단 더 광대의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과 자유국악단 타니모션의 ‘새굿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모든 연주팀이 함께하는 여우락 콘서트가 열린다. 양 예술감독과 스즈키 마사유키(베이스), 쓰치야 레이코(바이올린)가 출연하는 1부에 이어 야외광장에서 2부가 펼쳐진다. (02)2280-4114.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재인 vs 안철수… 한국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

    문재인 vs 안철수… 한국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

    “그대는 먼 곳에 혼자 있는 게 아닙니다. 비록 잠들어 있으나 바로 여기, 지금, 나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중략) 바람의 소리가 귓전에 들리지요?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192쪽) 계간지 ‘문학의 오늘’ 2012년 여름호에 수록된 윤대녕 작가의 신작 소설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의 한 대목이다. “한 아이가 우연히 폭력이 행해지는 장면을 목격한 뒤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이 소설을 시작했다.”는 작가는 편지 형식을 빌려 “각자가 현재 누리고 있는 ‘고통’에 대한 상대적 공감을 전제로” 소통과 위안을 이야기한다. 한 40대 여성은 이 편지에서 대학시절의 상처, 남편의 폭력, 직장에서 만난 아이가 품은 괴로움 등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여성은 대학선배이자 그에게 ‘메모 한 장’ 남기고 떠났던, 이제는 유명작가가 된 수신인에게 ‘절박한 질문’을 던진다. “그때 당신이 병원 침상에 누운 여성에게 속삭인 말은 무엇이었나요.” 여성이 기다리는 대답은, 그토록 원하던 ‘위로의 말’일지도 모른다. 함께 실린 하창수 작가의 ‘무서운 독서가’는 독서광인 주인공을 내세워 창작의 고통을 이야기는 듯하다. “읽다가 혹 실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 사건, 정황 등이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우연에 의한 것일 뿐 처음부터 끝까지 이 소설은 작가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는 작가는 그 의도를 꽤나 재미있게 풀어냈다. 여름호에는 또 ‘한국 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한 특집을 실었다. 정치, 영화, 문학 등에서 대표적인 인물들을 맞대놓고 이슈를 들여다본다. 문재인과 안철수, SM과 YG와 JYP, 봉준호와 박찬욱, 송경동과 진은영, 신경숙과 공지영을 대상으로 흥미롭게 가공했다. 박현수 경북대 교수는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과 안철수를 청와대 봉황의자로 우화해 장단점을 풀면서 의자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봉준호와 박찬욱의 영화 세계를 그로테스크와 알레고리로 소개한다. 이 밖에 고은 시인, 박선영 전 국회의원, 영화감독 변영주, ‘88만원 세대’의 우석훈 박사 등 각계의 목소리를 담았다. 조지훈의 신극평 ‘신극의 비애’는 여름호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흘러가는 삶에 대한 성찰

    은희경(53) 작가가 2년 만에 낸 일곱 번째 장편소설 ‘태연한 인생’(창비 펴냄)은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그린 작가의 경험담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작가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오래전부터 구상한 이야기를 풀어 계간 ‘창작과 비평’에 연재하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을 계속 하려는 내게 오히려 환멸과 두려움을 느껴 다른 방식을 찾았다. 환경을 바꾸고, 멍하니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때그때 주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소설 속 인물에게서 작가의 고통이 엿보인다. 작가 요셉은 정형화한 틀이나 뻔한 패턴을 혐오하지만 “신물 나도록 보아온 익숙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영화감독 이안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에 환멸을 느끼는” 인물이고, 요셉과 열렬한 사랑에 빠졌던 류는 조용히 패턴을 뛰어넘으려 한다. 이들은 각각의 서사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면서 삶의 패턴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일상에서 만날 법한 소소한 일들을 통찰과 문장력으로 정교하게 얽어내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세 번째 소설집 도시탐험 ‘1F/B1’ 펴낸 김중혁작가

    세 번째 소설집 도시탐험 ‘1F/B1’ 펴낸 김중혁작가

    “제 소설에 나온 모든 이야기는 ‘뻥’입니다.” 소설집 ‘1F/B1(일층, 지하 일층)’을 펴낸 작가 김중혁(41)은 이렇게 말했다. 유리에 알루미노코바륨를 넣어 만든 뒤 울트라소닉을 쏘이면 유리가 수축한다는 ‘유리의 도시’에 나오는 대목이 과학적 사실이 아니란다. “제 소설을 많이 읽은 분들은 소설 속 지명도, 과학적 이야기도 모두 사실 그대로 쓴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낄낄댔다. 표제작인 ‘1F/B1(일층, 지하 일층·문학동네 펴냄)’을 비롯해 소설집에는 ‘유리의 도시’, ‘바질’, ‘냇가로 나와’,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크라샤’, ‘C1+y=:[8]:’ 등 2009~2011년에 쓴 단편 8편을 모았다. “세 번째 소설집인데, 첫 번째 소설집인 ‘펭귄 뉴스’에서는 사물 수집에 관한 이야기를, 두 번째 ‘악기들의 도서관’에서는 음악과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면 이번에는 도시와 사람의 이야기를 모았다.”면서 “‘1F/B1’의 슬래시(/)가 도시와 도시 사이의 틈 같았고, 그 도시의 틈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중혁에게 도시는 매력적인 소재다. 도시에 대한 각자의 이미지가 있는데, 작은 단서를 던져주면 독자들은 도시에 대한 이미지와 상징을 덧칠하고 더 풍성하게 제멋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는 제멋대로 해석하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사람이다. 유리로 외벽을 치장한 일산의 오피스텔들이 해질녘에 오렌지색 태양빛을 반사해내는 것을 보고 그는 ‘그 유리들이 모두 다 떨어져 내린다면?’ 하는 불길한 상상을 하고, 도시의 흉포함을 독자들에게 휙 던져버리는 것이다. 공감해 같이 공포를 느끼든지 아니면 다른 코드로 해석하든지. 단편 ‘바질’의 경우를 보자. 지윤서와 박상훈은 헤어졌다. 지윤서는 이별한 직후 네덜란드로 출장을 떠나 그곳 노점의 할머니에게 바질 씨 10개를 5유로에 사서 돌아온다. 그리고 화분에 이 씨를 심었다. 박상훈은 지윤서가 출장에서 돌아온 뒤 깜깜했던 그녀의 집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것을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박상훈은 지윤서 집 주변이 무성한 덤불로 가득 싸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바질은 더 이상 향신료 바질이 아니고, 사람의 생기를 빨아먹는 괴생물체가 된다. 김중혁은 “그 단편은 쌉싸래한 바질을 좋아해서 쓴 바질에 대한 찬사”라며 “도시에는 조경으로 깔끔하고 인공적으로 정리된 자연도 있지만, 내버려둔 자연도 있다. 그 내버려둔 자연에서 도시인들은 낯선 생물체를 느끼고 섬뜩해하거나 무서워하는 것 아니냐.”고 딴청을 피운다. 겨우 인공호흡기를 쓴 채 허덕거리는 도시의 자연을 무서워할 수 있을까? 역설적이다.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남는다면, 바퀴 달린 것 중에는 반드시 스케이트보드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는 식의 문장을 읽다 보면, 소설가가 40대라는 점을 깜빡 잊는다. 20대의 감각으로 소재를 골라, 40대의 나이 먹은 감각으로 서술해 나갔다지만, 소설을 젊고 유쾌하고, 컴퓨터 게임의 어딘가에 머물게 하는 것 같다. “내 소설에서 뭔가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말고, 그런 일들이 있었네 하고 무심하게 읽어주길 바란다.”고 작가는 말했다. 잡지사 기자, DJ 등을 거쳐 그는 3~4년 전부터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라디오 PD도 하고 팔방미인처럼 살아간다. 그것이 소설적 상상력으로 숙성해서 나오는 것인지, 1만 명 이상의 두터운 고정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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