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설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주부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손님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상실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사진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4,816
  • 동아시아 패권 지형 바꾼 ‘국제戰’

    조선을 거쳐 명을 치고 멀리 인도까지 정벌하겠다는 야망에 불탄 일본 실권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수십만 군사를 파견해 조선을 침략했다. 1592년 일이다. 일본군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한양을 점령하고 평양을 함락했다. 의주로 몸을 피한 선조가 명에 구원을 요청했다. 명과 일본은 조선을 배제하고 긴 기간 휴전 협상, 화의 교섭을 진행했다가 결렬했다. 재침략한 일본군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면서 본국으로 철수했다. 이때가 1598년이다. 긴 전쟁이었지만 임진왜란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단편적이다. 이순신이 활약했고, 거북선이 제작됐으며 곽재우·사명대사와 같은 의병이 활약했다는 정도. 인구 3분의1이 죽어나갔고 건축물·서적·미술품 등 문화재가 소실됐다. 경제 파탄과 관료 부패가 횡행하면서 조선 역사를 10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단순히 ‘임진년에 왜놈이 일으킨 난리’쯤으로 인식하기에는 영향이 상당하다. 고 김성한(1919~2010) 작가의 대하역사소설 ‘7년 전쟁’(전 5권·산천재 펴냄)은 임진왜란을 ‘동아시아의 패권 지형을 변화시킨 국제전’으로 이해한다. “이 사건을 한국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동양 전체의 입장에서 조감하고 인간의 운명, 민족의 운명을 다시 생각하여 보고자 한다. 원래 이 전쟁은 무대가 한국·일본·중국으로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화전(和戰)의 내막도 복잡다기 이를 데 없었다.(중략) 가능한 범위에서 3국의 사료들을 상고하여 당시의 참모습을 그려 볼까 한다.” 작가가 1984년 동아일보에 이 소설을 연재하면서 쓴 말이다. 첫 연재 때 제목은 ‘7년 전쟁’이었지만, 일부 독자들이 ‘왜란’이라고 하지 않은 데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면서 1년 뒤 ‘임진왜란’으로 바뀌었다. 1990년 단행본도 같은 제목으로 나왔다가, 최근 원제를 달고 복간됐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이 소설의 서술은 마치 선조실록을 한 줄 한 줄 따라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실증에 굉장히 충실해 소설의 수준을 넘어 2차 역사서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195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무명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제1회 동인문학상, 아세아자유문학상 등을 받았고 사상계 주간,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을 지낸 언론인이기도 하다.
  • 사랑스러운 살인마… 핏빛 끝장액션…상상 그 이상

    사랑스러운 살인마… 핏빛 끝장액션…상상 그 이상

    전 세계 장르영화의 축제인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가 오는 19일 개막한다.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47개국에서 총 231편의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매해 여름 오감을 자극하는 도발적이면서도 잔혹한 스타일의 영화를 선보여 온 PiFan이 올해는 어떤 영화들을 선사해 줄까. 박진형·유지선·홍보미 등 이번 영화제 프로그래머 3인과 함께 올해 PiFan의 경향과 프로그램 섹션별로 꼭 봐야 할 추천작 12편을 꼽아 봤다. 금기에 도전하다 올해는 PiFan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시켜 주는 금기에 도전하는 강력한 영화들이 부쩍 늘었다. 무제한으로 성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정신과 신체를 넘나드는 극단의 폭력, 영화 내내 유혈이 낭자한 고어 영화 등 어느 분야든 끝을 보고야 마는 치밀하고 치열한 영화들이 영화제를 장식한다. ▲인브레드<금지구역 섹션>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들이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변종 인간들의 고문을 피해 사투를 벌인다. 한 편의 핏빛 오페라를 보는 듯 한 웰메이드 액션 고문 퍼포먼스.(박진형) ▲클립<금지구역> 질풍노도의 성장기를 겪는 야스나는 좋아하는 소년을 위해서라면 말 그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당돌한 소녀다. 소녀의 성장기와 세르비아 사회의 역동성이 하드코어에 가까운 대담한 영상에 펼쳐진다.(박진형) ▲인간지네2<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 ‘인간지네’ 영화에 푹 빠져 인간지네를 만들고 싶어 하던 마틴은 사람들을 납치해 검은 욕망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14회 PiFan ‘인간지네’의 속편으로 이번에는 10명이 지네로 둔갑한다.(박진형) ▲어느 프랑스 가족의 섹스 연대기<금지구역> 프랑스 소도시에서 3대가 오손도손 살아온 가족에게 찾아온 위기란 바로 섹스. 이제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섹스에 대한 세대별 비밀일기가 펼쳐진다. 프랑스 판 19금 전원일기?(박진형) 장르와 장르의 결합 PiFan이 장르영화제이지만 화제작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장르 교범에 충실하던 영화를 넘어 호러와 코믹을 섞거나 스릴러의 소재들을 잘 결합해 독특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코미디, 호러, 퀴어, 판타지, 로맨스, 가족드라마, 사회물 등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섞였지만 오히려 장르적인 쾌감은 더욱 커졌다. ▲그래버<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을 습격한 치명적인 괴물, 그래버. 괴물의 약점이 알코올인 것을 알아낸 섬 주민들은 그래버를 죽이기 위해 뱃속과 물총을 독한 술로 잔뜩 채우고 출격한다. 할리우드 괴수물에 비해 아일랜드 특유의 정서가 가미된 색다른 재미가 있다.(홍보미) ▲잠자는 에디를 조심하세요<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잘나가던 예술가 라스가 얼떨결에 맡게 된 덩치 큰 자폐아 에디에게는 위험한 비밀이 있다. 바로 잠들면 사람 먹는 살인마가 되는 몽유병에 걸린 것. 유혈이 낭자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밝고 경쾌한 코미디 톤으로 사랑스러운 식인마를 보여 준다.(홍보미) ▲레드 주식회사<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영문을 모른 채 지하 회의실에 갇힌 여섯 사람, 그리고 그들을 고문하는 인사 담당. 업무수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절단의 문책이 뒤따른다. ‘쏘우’와 ‘큐브’를 잇는 완성도 높은 밀실 호러.(박진형) ▲좀바딩 제1탄:레밍턴의 저주<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시골청년 레밍턴은 어느 날 갑자기 게이로 변하고 마을에서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는데. 퀴어, 판타지,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비벼 놓은 이 작품은 필리핀에서 비평과 흥행 모두 성공한 수작.(유지선) 원작의 무한변신 이제 소설이나 만화, 영화, 게임은 서로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유명 만화는 영화로, 소설은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여 원작의 재해석은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원작보다 더욱 더 짜릿하게 찾아온 영화들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영화제의 재미. 또한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에서는 올해 ‘원 소스 멀티유즈’ 포럼을 통해 웹툰 등 다양한 원작이 영화화되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 고찰한다. ▲아이와 마코토<폐막작> 아이는 마코토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하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한 마코토의 방황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녀를 위한 마코토의 싸움이 시작된다. 동명의 만화를 영화로 옮긴 미이케 다케시의 사랑과 진실에 관한 지극한 헌사.(유지선) ▲제25제국<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고전 SF 소설 ‘내일은 5만년 후’가 원작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5만년 전 과거로 향하는 세계 2차대전 연합군 특공대의 모험을 그렸다. 나치, 타임머신, 괴물, 로봇, 동성애 등 장르영화의 애장품이 모두 나오는 B급 장르영화 종합선물세트.(홍보미) ▲프로디지 3D<애니판타> 남들과 다른 능력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진 짐보는 자신과 같은 영재들을 모으지만, 사회의 편견에 분노한 아이들은 세상을 뒤엎을 음모를 꾸민다. 1981년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3D 애니메이션.(박진형) ▲자살가게 3D<스트레인지 오마주> 삶에 대한 의욕도 희망도 없는 우울한 도시에서 자살에 필요한 용품을 파는 가게 주인이 아기를 갖게 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파트리스 르콩트가 선사하는 환상의 애니메이션.(홍보미)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둘의 만남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달드리는 데뷔 이후 작품마다 소재를 달리하면서도 일관된 주제를 유지해 왔다. 그가 다루는 주제 중 하나는 세대가 다른 인물들이 맺는 관계를 통해 인물의 성장이나 사회의 바탕을 읽는 것이다. 사프란 포어는 전작 ‘모든 것이 밝혀졌다’에 이어, 각별한 감성을 지닌 젊은 세대가 우연히 습득한 열쇠로 앞 세대와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또 한 번 창조했다. 그러므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포스터는 하나의 이미지로 족하다. 소년의 경이로운 얼굴. 사프란 포어의 베스트셀러는 영화로 옮겨와 미국 평단의 환호를 들었다. 그 힘으로 올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엄청나게 시끄럽고’는, 그러나 한국에서는 개봉되지 못하고 홈비디오로 직행하고 말았다. 오스카는 9·11 테러로 아빠를 잃었다. 친밀한 가장이었던 아빠가 죽자 엄마는 정신을 놓아버렸고, 소년은 엄마의 품에서 점점 멀어진다. 1년이 지난 후, 용기를 내 아빠의 방으로 다시 들어간 오스카는 물건을 뒤지다 열쇠가 든 봉투를 발견한다. 봉투에는 ‘블랙’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열쇠가 아빠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연장해 줄 마법의 도구라고 생각한 소년은 틈나는 대로 모험의 길을 떠난다. 뉴욕에서 블랙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한 명씩 찾다 보면 언젠가 열쇠에 맞는 상자를 구하리란 믿음으로. 그런데 소년의 기대와 반대로 수많은 블랙들은 자기 이야기를 소년에게 들려줄 따름이다. 여기에 할머니 집에 세든 낯선 노인이 도움을 자청하면서 오스카의 뉴욕 모험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사프란 포어의 작품은 영화화하기에 쉽지 않은 상대다. 소재는 분명 역사의 한 지점에서 얻은 것인데, 그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종종 동화적인 면도 불사한다. 그 사이에서 적정한 선을 잘못 선택하면 영화가 길을 잃는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를 영화화한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의 경우, 못 만든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이미지밖에 남지 않은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게다가 사프란 포어가 끌어들이는 역사의 한 장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도 아니다. 전작에서 한 청년이 2차대전과 유대인의 비극으로 진입한다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 소년은 9·11 테러에다 유대인의 슬픔까지 슬쩍 얹은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소년은 인간의 증오가 낳은 거대한 역사 가운데로 난 길을 가야 하는 거다. 양 어깨에 놓인 무게를 버티기엔 소년과 영화의 힘이 부친다. 할리우드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수의 9·11 테러 관련 영화를 만들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국의 역사가 안겨 준 숙제에 답한다고 여기리라. ‘엄청나게 시끄러운’은 그 비중에 상응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한다. 특급배우들이 포진하고 일류 스태프들이 참여한 ‘엄청나게 시끄러운’이 감동적인 드라마의 결실을 거두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훈훈한 미담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는 9·11의 본질 가까이 도달하지는 못했다. 살아남은 사람이 귀 기울일 만한 말씀일지는 몰라도 피와 고통으로 얼룩진 역사 앞에선 순진한 문구에 불과해 보인다. 사실주의자 달드리는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느라 온 힘을 다했으나 원작의 기발하고 아기자기한 면 이상을 전달하진 못했다. 요즘 들어 계속 헛발을 디디는 중인 그가 어서 본령을 되찾기를 바란다.
  • [12일 TV 하이라이트]

    ●역사스페셜(KBS1 밤 10시) 중국 첩보원 사세용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분할통치안’을 저지하며 조선의 운명을 바꾼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한·중·일을 넘나들며 정보전을 이끌었던 첩보원으로, 일본의 기밀정보를 제공해 선조의 환대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데 전쟁의 막판에 그의 태도가 돌변해, 적국 일본과 내통하며 승기를 잡은 조선에 치명타를 입히고 만다. ●TV소설 사랑아 사랑아(KBS2 오전 9시) 다미울에 내려온 노경(오창석)은 승희에게 진심을 호소하는 태범의 모습을 보고, 승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접기로 결정한다. 말년은 의주가 예민해진 이유를 알게 되고, 의주를 혼내려는 삼추를 말린다. 한편 서울로 돌아온 노경은 명주에게 승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일일시트콤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시완은 가지고 있던 남산티켓을 소민에게 들킬 뻔하자, 대충 야구장 티켓이라고 둘러댄다. 경표는 시완이 자신과 화해하기 위해 야구장 티켓을 준비해 두었던 거라고 착각한다. 한편 여름휴가를 책임진다는 내기를 걸고 닭싸움 대결을 앞둔 준금, 진행, 석진은 이번만은 이기리라 결의를 다져 보지만 대결에서 지고 만다. ●700회 특집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첫방송 시작 이후 14년 2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하루하루 기적의 숫자를 만들어 가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700회를 맞아, 더 특별한 초특급 스토리를 이어간다. 특명 9만 2300여건의 제보 가운데 방송 아이템을 찾아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현장속으로 MC 변기수와 함께한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0분) 밧줄 하나에 몸을 맡기고 나무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들의 이름은 아보리스트. 조금은 생소한 이 직업의 다른 이름은 수목관리 전문가다. 이들은 나무 위에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한다. 그리고 우수한 형질의 산림종자 채취, 위험목 제거, 보호수의 치료 등 수목관리 작업이 주요 활동인데…. ●100회 특집 건강버라이어티 올리브(OBS 밤 11시 5분) 100회를 맞아 스타들과 함께 유쾌한 건강대결을 펼친다. 개그맨 김경민, 장미화, 전환규, 이국주를 비롯해 곽현화, 이재훈, 아비가일, OBS 유형서 아나운서 등이 출연한다. 출연자들은 ‘올리브’와 ‘뽀빠이’ 두 팀으로 나누어 ‘건강상식 스피드퀴즈’를 시작으로 총 4라운드의 건강대결을 선보인다.
  • “시나리오 쓰며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시나리오 쓰며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개봉 5일 만에 관객 150만명 돌파 기록을 세우며 흥행세를 이어 가고 있는 재난 영화 ‘연가시’는 한국국제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 5년 전에 쓴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국제대학교는 10일 올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연가시는 한국국제대학 관광일어학과 3학년 조동인(26)씨가 2007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인기를 끌었던 소설 ‘네마토모프’(연가시 등을 포함한 기생충의 학명)를 영화로 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국제대와 조씨에 따르면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조씨가 ‘한국장르문학’, ‘유령의 공포문학’이라는 웹사이트에서 활동하던 2007년 KBS 1TV의 문화지대라는 프로그램 ‘스토리텔링클럽’ 코너에 ‘로드 킬’이라는 소설을 공모해 방송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조씨가 방송에 출연했을 때 영화 ‘연가시’ 감독인 박정우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감독은 방송녹화를 마친 뒤 ‘로드 킬’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계약을 했으나 제작이 무산됐고 대신 네마토모프를 영화로 제작하게 됐다. 영화제작 당시 조씨는 군 복무 중이어서 박 감독이 대신 각본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영화사 측에서 영화가 성공하면 작가 중심의 회사를 설립해 주기로 약속해 앞으로 소설보다는 시나리오를 쓰게 될 것 같다.”면서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조씨의 한 작품이 영화로 제작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개봉된 연가시는 개봉 첫 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제치고 132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 가고 있다. 영화 연가시는 치사율 100% 변종 살인기생충 연가시의 감염 공포를 다룬 가족 영화다. 진주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민주주의 이후 세계 열려면 프랑스혁명 이해해야”

    “민주주의 이후 세계 열려면 프랑스혁명 이해해야”

    “유럽 문명을 넘어서는, 민주주의 이후의 가치를 아시아인들이 열어 가려면 프랑스혁명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사토 겐이치(44)는 ‘소설 프랑스혁명’(한길사 펴냄)의 1차분 4권이 한국에서 번역·출간된 것을 기념해 10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총 12권 분량… 내년 완간 목표 사토는 “프랑스혁명은 인류에게 자유, 평등, 박애라는 근대 민주주의 가치를 제창했지만, 결코 성공한 혁명이었다고 할 수 없다.”면서 “박애를 바탕에 깔고 평등을 선택한 공산주의체제나, 자유를 선택한 서방국가나 모두 인류를 행복하게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인류는 큰 문제를 겪고 있고, 민주주의 이후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완간을 목표로 하는 총 12권 분량의 ‘소설 프랑스혁명’ 중 작가는 8번째 책을 집필하고 있고, 7권은 일본에서 막 출간됐다. 대학원에서 서양사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던 1993년 ‘재규어가 된 남자’라는 소설로 등단한 사토는 그 후 자퇴를 하고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유럽사를 공부한 그에게 프랑스혁명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였다고 한다. 일본인 작가가 프랑스혁명을 소설로 프랑스인들도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프랑스인들은 프랑스혁명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지만, 찬란한 문화와 전통을 부정했다. 혁명을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한다.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약점도 있지만 그래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볼 수 있는 강점도 있다. 일본에 있는 프랑스 친구들이 내 소설을 읽고 너무 재밌다고 한다.” ●“아시아에선 자유·평등 양립 가능” 그는 소설에서 부르주아 혁명에 철저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귀족이면서 제3신분 대표였던 오노레 미라보(1749~1791)와 공포 정치의 냉혈한으로 비난받는 로베스 피에르(1758~1794)에게 듬뿍 사랑을 주었다. 사토는 “1791년 미라보가 죽지 않았다면 프랑스도 영국처럼 입헌군주제로 가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면서 “‘단두대의 정치’를 편 로베스 피에르도 자유, 평등의 양립을 시도하고자 엄청나게 갈등하는 인간적 모습을 보여 주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자유와 평등의 양립이 서양에서는 어렵지만 동양, 아시아에서는 구현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유교를 바탕으로 한 아시아적 가치에는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는 전통이 오랫동안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방대한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를 통해 프랑스혁명이 일어나던 1789~1794년의 프랑스인이 되고자 했던 그는 “미래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믿는다.”며 활짝 웃었다. 사토는 1999년 ‘왕비의 이혼’으로 대중 소설가에게 주어지는 일본의 나오키상(121회)을 수상했으며, 1993년 등단 이후 다작(多作)을 내고 있는 작가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영화프리뷰] ‘에브리씽 머스트 고’ 버려야만 채울 수 있는 그런 게 바로 인생이야

    [영화프리뷰] ‘에브리씽 머스트 고’ 버려야만 채울 수 있는 그런 게 바로 인생이야

    닉은 잘나가는 대기업 중견 간부다. 넓은 잔디밭과 수영장이 딸린 주택은 그의 성공을 대변한다. 하지만 어느 날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과거 알코올 중독 경력과 성추행 의혹 때문이다. 설상가상 집에 와 보니 아내는 이별을 통보하는 편지만 남긴 채 사라졌다. 자물쇠는 모두 바뀌었고, 닉의 물건은 마당 밖에 쌓여 있다. 신용카드마저 정지되고 은행계좌 역시 아내가 인출을 못 하도록 막아 놨다. 빈털터리가 된 닉은 마당의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잔디밭 수도로 샤워하는 노숙자 신세가 된다. 하지만 시(市) 조례에 따르면 자신의 집이라도 마당에서 거주하는 건 불법이다. 다만 쓰던 물건을 마당에 내놓고 파는 ‘야드 세일’(yard sale)은 5일 동안 할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닉은 동네 소년 케니를 고용, 정들었던 사인볼과 LP 디스크, 손때 묻은 폴라로이드 카메라, 낚싯대, 그릴, 믹서기 등을 팔기 시작한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는 미국 단편 문학의 거장 레이먼드 카버의 ‘춤추지 않으시겠습니까’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카버는 로버트 올트먼 감독의 ‘숏컷’의 원작자로도 유명하다. 각본·연출을 맡은 덴 러시 감독은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야드 세일’이란 소재를 통해 버리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채울 수 있는 인생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인종과 나이, 신분을 떠나 친구가 되는 흑인 소년 케니, 만삭의 몸으로 이웃에 이사를 온 사만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고교 동창 딜라일라 등 주변의 새 인물들로 닉은 인생을 돌아보고 뒤늦게 철이 든다. 필름이 끊긴 닉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던 여성은 결국 ‘꽃뱀’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복직된다든지, 아내가 돌아온다든지 하는 해피엔딩은 없다. 진짜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러시 감독은 말하는 듯하다. 닉 역을 맡은 윌 페럴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한 영화다. 인기 TV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를 통해 이름을 알린 페럴은 현재 미국에서 빌리 크리스털, 로빈 윌리엄스, 짐 캐리의 뒤를 잇는 코미디의 황제다. 배우로서 강점은 코믹 연기뿐 아니라 심각한 얼굴에서 비롯된 페이소스(동정과 연민) 넘치는 연기에 있다. 직장과 가정, 친구에게 버림받은 닉 역할이야말로 장기를 발휘하기에 적절한 캐릭터인 셈. 사만다로 나오는 레베카 홀은 우디 앨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국내에선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로 개봉)에서 비키 역을 맡았던 배우다. 최근 제시카 차스테인 대신 ‘아이언맨 3’에 합류가 확정될 만큼 할리우드에서 상종가를 찍고 있다. 북미에서는 지난해 5월 개봉했다. 흥행 수익은 제작비의 절반 수준인 271만 달러에 그쳤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작품의 신선도를 75%로 평가했다. 페럴의 진지함과 주제 의식은 호의적인 평단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관객에겐 이도 저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12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박한별 “차갑고 서늘한 느낌이라 공포영화에 딱이라고요? 알고보면 엄청 털털해요”

    박한별 “차갑고 서늘한 느낌이라 공포영화에 딱이라고요? 알고보면 엄청 털털해요”

    ‘얼짱’이란 정체불명의 단어가 알려진 건 2002년쯤이다. 안양예고 학생증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데뷔 전부터 유명세를 탄 박한별(28)이 중심에 있다. 2003년 7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의 주연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10년. 배우란 수식어보단 ‘(가수) 세븐의 여친’ ‘패셔니스타’ 같은 수식어가 먼저 붙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파파라치샷은 수없이 많지만, 정작 속마음을 내비친 인터뷰는 드물었다. ‘두 개의 달’(12일 개봉)로 돌아온 박한별이 궁금했다. 지금껏 출연한 다섯 편의 영화 중 ‘여고괴담’과 ‘요가학원’(2009)에 이어 세 번째 공포물을 찍었으니 ‘호러퀸’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두개의 달’은 ‘링’(1999), ‘레드아이’(2004)를 연출한 김동빈 감독과 공포소설을 쓰는 이종호 작가가 뭉친 공포영화 전문제작사 고스트픽쳐스의 창립작이다. 영문을 모르는 채 숲 속 외딴집에서 깨어난 공포소설 작가 소희(박한별), 대학생 석호(김지석), 여고생 인정(박진주)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헤매는 미스터리 호러 영화다. →시사에서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영화 내내 기자분들이 너무 조용하셔서 걱정을 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의 VIP 시사에서는 뜨거웠다. ‘으악~’ ‘으흐허허~’ 같은 신음 소리, 비명 소리도 나고 지인들도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기자분들은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할까를 고민하다보니 그러셨던 모양이다(웃음). →영매(혹은 퇴마사) 역할을 하는 소희가 부적을 붙이고 주문을 외우는 건 좀 구식 아닌가. -출연을 결정한 순간부터 막막하고 어려웠던 장면이다. 처음 받은 시나리오는 만화 같았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귀신과 영매 사이에 검은 기운이 감도는 걸 표현하고 내가 손을 가운데 모아 주문을 외운다고 돼 있더라.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현실에 있을 법한, 그래서 더 소름끼치고 무서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촬영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공포영화만 세 번째다. 이전보다 촬영 현장은 무난했을 것도 같은데. -해가 떨어지고 저녁 7시부터 새벽 5~6시까지 찍으면 해가 뜬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 장면은 아침부터 찍을 때도 있다. 밤샘 촬영과 낮 촬영이 뒤죽박죽되다 보니 생활리듬이 엉켰다. 로케이션 장소가 바뀌면 활력소가 될 텐데 한 곳에서 한 달 반쯤을 찍다 보니 영화 속 주인공들이 숲 속 외딴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 상태가 됐다. →하룻밤의 상황을 다루다 보니 단벌로 나온다. 생경한 경험일 텐데. -빨간색 트렌치코트와 셔츠, 바지를 똑같은 걸로 두 벌씩 준비했는데 실제론 한 벌만 입었다. 먼지 구덩이에서 뒹굴고 넘어지고 했는데 깔끔을 떠는 편은 아니라서 그런지 편했다. 세트장에서 밥 먹는데 주먹만 한 쥐도 다녔다고 하더라. 전작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선 화려한 역할이었는데,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단벌로 찍는 편이 더 좋다. 편한 게 최고다(웃음). →원래 공포 장르를 좋아했나. -어릴 때는 좋아했는데 이제는 보는 것도 힘들다. 영화 끝나면 어깨도 뭉치고, 근육이 다 굳은 느낌이다. 옛날에는 그 맛에 봤는데 나이 들어서 그런 건가. →힘들다면서 또 찍었다. 공포영화 감독들은 왜 박한별을 원할까. -글쎄, 서늘한 느낌이 있나 보다. 주위 사람들한테 ‘이렇게 털털한 줄 몰랐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내 첫인상이 새침하고, 차갑고, 도도하고, 싸가지도 좀 없어 보이고 이런 건가. 어쨌든 털털하고 친근한 이미지는 아닌가 보다(웃음). →젊은 여배우에게 이미지가 굳어지는 건 손해일 수도 있다. 호러퀸 이미지가 싫지는 않나. -나란 사람이 ‘다음 영화에서 이미지를 어떻게 바꿔 볼까.’ 하고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끌리는 대로 지르는 충동적인 유형이다. 억지로 바꾸려고 애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싶나. -그걸 생각하는 순간 스트레스다. 어차피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 대중들이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상관없다. 흠… 너무 생각 없어 보이면 어떡하지(웃음)? 행복해지려고 사는 건데 아등바등할 필요가 있나. 일 덕분에 행복하지 않다면 돈벌이밖에 안 된다. 그건 너무 싫다. 다만, (나에 대한) 선입견만 없으면 좋겠다. 왠지 새침하고 못됐을 것 같은…. →지금은 일 때문에 행복한가. -스물셋, 넷까지는 불행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큰 관심을 받았고, 욕도 한참 먹었다. 하지도 않은 말과 행동이 입에 오르내렸다. 모두 날 싫어하는 것만 같았다. 친구도 못 만나고, 인터넷도 외면했다. 드라마 ‘다함께 차차차’(2009)를 할 무렵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그 무렵 행복할 시간도 모자란데 이렇게 허비할 순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란 생각을 버렸다. 촬영장에 일하러 가는 게 아니고 놀러 가는 기분이 들더라. →‘세븐의 여친’이란 수식어보단 배우 박한별로 먼저 불리고픈 욕망도 있을 텐데. -아니라면 문제지만, 팩트가 맞으니까 어쩔 수 없다(웃음). 내가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얼짱이란 수식어도 듣기 싫었는데 이젠 편안하다. 나중에 할머니가 돼서도 나 때문에 사람들이 그 단어를 알게 된 거라는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10년차 배우다. 곧 서른이다. 지금 고민은 뭔가. -고민은 없는데 (슬쩍 눈치를 보면서) 하나쯤 있어야 하나. ‘두 개의 달’ 흥행이 잘 됐으면 좋겠다. ‘여고괴담’은 180만명이 들었다. 이 영화도 소박하게 세 자리 숫자(100만명 이상)는 넘었으면 좋겠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랑켄슈타인 실존?…서로다른 시체 조합한 유골 발견

    ▶사진 보러가기 영국의 여류작가 메리 셸리가 쓴 괴기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괴물은 실존했던 것일까. 스코틀랜드에서 발굴된 약 3000년 전 남녀의 유골이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처럼 다른 사람의 시체를 조합해 만든 것으로 드러나 해외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유골들은 지난 2001년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 아우터헤브리디스제도 사우스유이스트섬에 있는 선사시대 마을 ‘크레드 할란(Cladh Hallan)’에서 출토됐다. 발굴 현장은 11세기 저택 지하였으며, 두 유골 모두 손발을 몸쪽으로 끌어 당긴 채 둥글게 한 태아같은 자세로 묻혀 있었다. 연구진은 최신 동위원소 연대 측정과 DNA 분석을 시행한 결과 두 유골은 모두 6명의 사람 유골을 조합해 만든 미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테리 브라운 교수는 “연구 결과, 여성의 유골을 조사 중 턱이 두개골과 맞지 않아 DNA 검사를 시행하게 됐었다.”고 말했다. 유골의 턱뼈와 두개골, 팔, 다리, 몸통은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또 여성의 유골은 어머니가 같지 않은 동시대 사람들의 조합이었으나 남자 미이라의 경우 수백년 차이를 두고 숨진 사람의 뼈를 조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브라운 교수는 “우연히 머리가 떨어져 다른 사람의 두개골을 올렸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결합했을 수도 있다. 다양한 혈통을 그대로 ‘일체화’하는 상징적인 조상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은 아닐까라고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에 의하면 칠레의 안데스 산맥에서 발굴된 ‘친초로 미이라’의 경우, 막대와 잔디, 동물의 체모, 심지어 해표(바다사자) 피부까지 이용하여 사체의 보강과 복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망한 개인보다 모습이나 이미지가 중요했던 것이다. 즉, 특정한 단일 인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상징하고 있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다. 또 연구진은 유골의 상태와 구조를 연구한 결과, 저택 지하에 매장되기 전 토탄 늪에서 약 300~600년간 묻혀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토탄 늪에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억제되기 때문에 피부와 연조직이 남기 쉽고 칼슘을 기반으로 하는 뼈는 오랜세월이 흐르면 손상을 입는데 그 전에 꺼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고고학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8월호에 상세히 실렸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도종환 글 ‘교과서 삭제’ 권고 일파만파

    도종환 글 ‘교과서 삭제’ 권고 일파만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작품을 삭제하도록 해당 출판사에 권고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평가원 측은 ‘교육의 중립성’을 내세웠지만 출판계는 물론 소설가, 시인 등은 일제히 반발했다. ●도의원 “잘못된 정치적 편견” 평가원은 지난달 26일 검정심사를 받은 중학교 국어교과서 16종 가운데 도 의원의 시와 산문이 실린 교학사, 금성출판사, 창비 등 8종의 교과서에 대해 작품 교체 등을 요청했다. 해당 교과서에는 도 의원의 대표작 ‘담쟁이’, ‘흔들리며 피는 꽃’, ‘종례시간’, ‘여백’, ‘수제비’ 등 5편의 시와 2편의 산문 등 모두 7편이 수록돼 있다. 도 의원은 1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평가원 측은 “수정 권고는 교과서 검정 심사기준에 따라 원칙을 지킨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평가원 관계자는 “교과서 검정 심사원칙은 교육의 중립성 유지를 위해 현역 정치인을 포함해 현존 인물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영화 ‘완득이’에 출연한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의 사진을 실은 교과서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어교과서 검정 절차는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의회가 평가원의 ‘교과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에 따라 심사한 뒤 통과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평가원은 도 의원과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관련 자료를 교과서에 싣는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인지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답변을 받은 뒤 검정심의회를 다시 열어 최종 처리방안을 심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정기준 중 ‘교육의 중립성 유지’ 항목은 ‘교육 내용은 특정 정당, 종교, 인물, 인종, 상품, 기관 등을 선전하거나 비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가원의 해명에도 불구, 반발은 거세다. ‘중립성 유지’라는 기준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결국 판단은 평가원장이 임명한 심의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평가원 “선거법 위반여부 선관위에 질의” 도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자유발언을 통해 “단지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교과서에서 작품을 빼도록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아닐 수 없다.”면서 “정치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일에 교육 당국이 앞장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작가회의 등 문인단체 등도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은 도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발표한 것으로, 정치적 편향성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반박에 나섰다.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권고 조치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시영 작가회의 이사장은 “교과서에 실린 도 시인의 작품은 철저한 문학적 검증을 거쳐 수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문인협회 정종명 이사장도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작품을 삭제하라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도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문재인 대선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정치 행위를 했으므로…(교과서에 실린) 작품 모두를 추방해 달라.”고 반발했다. 현재 초·중·고 교과서에는 10여편에 이르는 안 시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슈퍼 버라이어티 리믹스 콘서트-청춘나이트 8월 11~1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김건모, 구준엽, 그룹 쿨, R.ef, DJ DOC 등 199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스타들이 총출동해 공연을 꾸민다. 7만 7000~9만 9000원. (02)3143-5156. ●인피니트 콘서트-그 해 여름 8월 8~12일 서울 광장동 악스 코리아.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가 소규모 공연장에서 관객과의 거리감은 좁히고 라이브의 강점은 최대한 살린 ‘신개념 감성 콘서트’를 선보인다. 9만 9000원. 1544-1555. 국악·클래식 ●이주용 피아노 독주회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피아니스트 이주용 리사이틀. 브로톤스의 ‘쇼스타코비치의 죽음에 대한 애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2번, 쇼팽의 환상곡 등 연주. 2만원. (02)581-5404. ●이주연의 소리놀이 2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 해금·타악기·전자밴드 연주와 그림자극 ‘별주부전’으로 꾸며 아이들에게 국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2만~3만원. (02)515-9227. 연극·뮤지컬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8월 28일부터 10월 7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 파리혁명 당시 파리와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처절하고 숭고한 사랑 이야기. 5만~12만원. 1577-3363. ●연극 ‘허탕’ 9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남자 수감자 2명이 지내던 감옥에 임신을 한 미인 여성이 입감되면서 3명의 예기치 않은 동거가 시작된다. 3만 5000원. (02)747-5885. 미술·전시 ●‘김종영 그 절대를 향한’ 특별전 26일까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 우성 김종영 서거 30주년을 맞아 조각, 회화, 소묘, 서예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 전시다. (02)3217-6484. ●‘맵핑 더 리얼리티즈’전 8월 19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전의 하나로 1970년대 모노크롬 회화와 실험미술을, 19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작들을 다 함께 선보인다.(02)2124-8800.
  • 노벨문학상 마르케스 치매 투병

    노벨문학상 마르케스 치매 투병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85)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BBC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르케스의 동생 하이메는 최근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시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형은 육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오랫동안 치매를 앓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병”이라면서 “형은 이미 집필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유머와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미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인 마르케스는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1967) 등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최근 수년째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인천공항 매각 강행 ‘광분’ 이상득의 검찰 출석 ‘광클’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인천공항 매각 강행 ‘광분’ 이상득의 검찰 출석 ‘광클’

    7월 첫째주의 검색어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정치·사회 이슈에 얼마나 큰 관심을 쏟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1위는 예상대로 ‘인천공항 매각 강행’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오늘 할 일을 (다음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면서 주요 정부 현안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 대다수가 “세계공항평가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인천공항을 왜 팔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마당에 다시 매각을 추진하려하자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됐다. MB정부에서 권세를 누린 ‘대통령 형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상득 검찰 출석’이 2위에 올랐다. 이 전 의원은 구속기소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저축은행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3위는 ‘인화학교 행정실장 징역’이다. 소설이자 영화인 ‘도가니’의 실제 인물인 광주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김모씨는 2005년 학교에서 청각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이를 목격한 학생을 음료수병으로 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 형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선고받았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추정 입자를 발견하면서 전 세계 과학계를 흥분시킨 소식이 4위를 차지했다. 지난 4일 영국 과학기술시설위원회는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어내는 핵심인 힉스 입자로 추정되는 새 소립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5위는 지난 4·11 총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이석기 의원의 득표 수 중 58.8%가 중복 아이피(IP)로 투표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뉴스이다. 이어 ‘피겨 퀸’ 김연아 선수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퇴하고, 이후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고 전한 소식이 6위에 올랐다. 7위는 수원 20대 여성 살인범 오원춘이 호송버스 안에서 다른 수감자와 벌인 몸싸움, 8위는 많은 축구팬을 잠 못 이루게 했던 ‘유로 2012’의 ‘스페인 우승’이 차지했다. 9위는 지난달 말 부산에서 강도를 검거한 용감한 여학생, 10위는 반삭 머리로 돌아온 2NE1의 멤버 산다라박이 밝힌 스타일 변신 이유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실연의 아픔 서로 공유하면 치유될까요?

    실연의 아픔 서로 공유하면 치유될까요?

    번개가 번쩍이고, 벼락이 치고, 우렁차게 비가 쏟아지는 날, 그 비가 104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라고 해도 비가 이렇게 축축하게 오는 날에는 뽀송뽀송한 집안에서 말랑말랑한 소설을 읽으면서, 고구마를 구워 먹든지, 부침개를 먹었으면 하는 소망을 하게 된다. 백영옥의 새 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자음과모음 펴냄)은 우중충한 장마기간에 읽으면, 울다가 웃다가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제목부터 뭔가 시선을 사로잡지 않느냐 말이다. 토요일 오전 일곱 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근처로 보이는 곳에서 21명의 남녀가 모인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의 참석자들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실연 남녀들은 함께 아침을 먹고, 네 편의 로맨스 영화를 연이어 보고, 아직 처리하지 못한 실연의 ‘기념품’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조찬의 메뉴는 상당히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햇볕’에 말린 홍합과 ‘신선한’ 들기름에 볶은 한우를 넣어 끓인 미역국, ‘내일’의 계란찜, ‘아침’ 허브와 레몬을 곁들인 연어구이, ‘봄날’의 더덕구이, ‘달콤한’ 디저트 등등. 실연을 당해 눅눅해진 일상에도 저런 메뉴의 조찬을 앞에 두면, 인생이 해맑아질 것만 같다. 소설은 스튜어디스 윤사강과 조종사 한정수의 사랑과 파국, 신입사원 교육강사 강지훈과 고교선생 현정의 사랑과 파국을 도돌이표처럼 노래한다. 조찬 모임은 실연을 치유하기 위한 이벤트로 위장했으나 사실은 결혼이벤트회사의 커플매니저 미도와 사장의 영업전략이었다는 것이 또 다른 한 축으로 돌아간다. 이른바 20~30대 여성의 사랑과 일을 다룬 가벼운 소설 장르인 ‘칙릿’(Chick Lit)답게 젊은 남녀가 읽으면 한두 번은 겪어 봤을 실연의 아픔을 떠올리며 눈물을 살짝 쏟을 수도 있겠다. 다소 나이가 있는 독자가 읽더라도 사랑의 아픔 앞에서는 다들 허둥거렸을 테니,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실연이 주는 고통은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칼에 베이거나 화상을 당했을 때의 선연한 느낌과 맞닿아 있다.”(31쪽)라고 뼈저리게 느낀달지, “실연당한 날 아침에도 남자들은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그날의 주가 동향을 파악하고 주식 투자를 하는 걸까. 그럴지도….”(65쪽)라고 경악하거나, “어떤 놈일까? 아는 인간일까? 사내 연애? 학교 동창인 걸까? 당장 다음 날에 결혼 청첩장이 날아오는 건 아닐까?”(113쪽)라며 허둥거리거나 하는 마음들 말이다. 늙은 독자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이별을 통보할 때, 전화문자와 이메일, 트위터와 블로그 등 다양한 첨단 미디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간편해졌군.” 하고 착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이별통보를 네 차례나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부관참시만큼이나 참혹하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작가 백영옥은 2006년 등단해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세계문학상을 받았다. 트렌디한 소설로 주목받아 왔듯이 3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도 트렌디하다. 다만 작가의 말에 썼듯 40장짜리 단편소설을 800장 이상의 장편소설로 개작하는 과정에서, 군데군데 쓰는 힘이 좀 달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부분들도 있다. 잘 읽어 놓고 웬 불평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프랑스 소설 ‘슬픔이여 안녕’의 안녕은 ‘굿바이’(Good bye)와 같은 작별인사가 아니라, ‘헬로우’(Hello)라는 식의 대목은 너무 진부해서 아쉬웠다. “사람들은 어떤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무의식적으로 밝은 곳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대요. 하지만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선 생각보다 훨씬 더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야 할 때가 있다고 충고하더군요.” 등은 쓸 만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합의하지 마, 마음대로 떠들어, 그게 민주주의야

    ‘일반의지 2.0’(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현실문화 펴냄)은 독특한 디지털 민주주의론이다. 1971년생인 저자는 가라타니 고진을 잇는 차세대 사상가로 꼽힌다. 그러나 게임이나 라이트노벨(애니메이션풍의 그림이 많은, 쉽고 가벼운 엔터테인먼트 소설) 같은 일본 하위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해서 ‘오타쿠 전문가’라는 별칭도 있다. 그만큼 고전, 걸작, 정전 위주의 상위문화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의미다. 그런 반감은 디지털 세상과 친화성이 높은 측면이 있다. 책의 가장 큰 뼈대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숙의민주주의’ 개념을 비판하면서 장 자크 루소의 ‘일반의지’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태도는 단호하다. “숙의 민주주의 지지자는 약점 가운데 하나로 ‘숙의에 참가하는 비용’을 든다. 하지만 이 약점은 그중 하나로 치부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이론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그러니까 주요한 이슈에 대해 숙의하려면 너무 검토하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결국 숙의민주주의는 엘리트들이 결정하는 대로 믿고 따르라는 말밖에 되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때 다음 아고라를 두고 인터넷상의 공론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저자는 그 가능성을 부인하는 셈이다. 그러면 왜 루소의 일반의지인가. 루소의 1769년 저서 ‘사회계약론’의 한 대목에 주목한다. “만약 인민에게 충분한 정보가 주어져 숙고할 때, 시민들이 서로 어떠한 의사소통도 하지 않는다면, 작은 차이가 모여 그 결과 항상 일반의지가 생성되어 숙고가 항상 바른 것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구절을 두고 “일반의지는 집단 구성원이 하나의 의지에 동의해 가는, 즉 의견 차이가 사라지고 합의가 형성되는 것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다양한 의지가 서로 간의 차이를 내포한 채 공공의 장에 나타남으로써 순식간에 성립한다.”고 해석한다. 이런 관점에 서면 합의가 아니라 이견의 분출이,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 민주주의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딱 떠오르는 것이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다. 루소 시대에는 이견 노출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매체가 없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상에 존재한다. 해서 저자는 “모든 숙의를 인민의 무의식에 노출하라.”는 강령을 내세운다.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론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이 많지만, 읽어 나가는 내내 현실 세계를 너무 매끈한 공간으로 여기는 낙관적인 태도가 영 거슬린다. 발랄한 논의 전개를 위해 거친 현실을 너무 많이 깎아내 버리다 보니 지나치게 사변적이라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책꽂이]

    ●도연명을 그리다(위안싱페이 지음, 김수연 옮김, 태학사 펴냄) 도연명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시가 귀거래사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 초야에 파묻히는 인물의 상징이다. 도연명이 당대에서부터 존경받았던 것은 아니다. 주자 등 후대 유학자들이 추어올리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선비의 삶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중국 문학 연구의 대가인 저자는 이 도연명이 시대별로 어떻게 소화됐는지 그림을 통해 추적했다. 옮긴이 역시 한국에서는 도연명이 어떻게 소비되었는지를 첨부해 뒀다. 사실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 초야에 파묻히겠다는 다짐은 거꾸로 강렬한 정치적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면 흥미롭다. 2만 2000원. ●재벌 총수는 왜 폐암에 잘 걸릴까(김중산 지음, 나남 펴냄) 한의학과 음식 등을 기반으로 건강에 관련된 문제를 재밌게 풀었다. 소재도 영화, 역사적 사실, 소설 등에서 끌어왔기 때문에 이해가 더 빠르다. 제목은 왜 그렇게 달았을까. 저자는 나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게 많은 재벌일수록 더 많이 내놓아야 오래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1만 5000원. ●법은 왜 부조리한가(레오 카츠 지음, 이주만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저자는 시카고대 경제학 석사 출신으로 나중에 로스쿨을 거쳐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력에서 짐작하듯 저자는 경제학의 기반 위에 법학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해 논한다. 사고실험으로 가득 차 있는 책이라 소화해 내기엔 다소 버겁다. 1만 5000원.
  • 젊은 작가 8명이 말하는 고민·자기합리화

    굉장히 현실적이고, ‘해본 여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에 “참 잘도 묘사하네.”라며 큭큭대다가(김애란의 ‘큐티클’), 인간관계를 이래저래 얽어 끌고가면서 말하고자 하는 지점에 명확히 독자를 데려다 놓는 구성력에 무릎을 탁 치게도 만든다(손아람의 ‘문학의 새로운 세대’). 치열하게 사는데도 비루하기만 한, 정상적인 듯한데 속내는 그렇지 않은, 아등바등 살아온 길이 허망하기만 한 현실을 작가 8명이 자신의 언어로 풀어냈다. 민족문학연구소가 선정한 작가의 소설을 한 데 묶어 낸 소설집 ‘포맷하시겠습니까?’(한겨레출판 펴냄)이다. ‘큐티클’은 소비에 대한 고민과 자기 합리화를 털어놓는다. 친하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에 가면서 9㎝ 높이의 구두를 신고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 스물아홉 살 여성의 하루를 추적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점점 더 나은 것, 좋은 것, 비싼 것을 구매하는 자신의 모습을 ‘건강한 삶’이라고 위안한다. 선배 언니의 ‘깨끗한 손톱’을 보고 네일숍에 들러 자신도 ‘솜사탕 같은 손톱’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불편하다. 9㎝만큼 삶의 질이 높아지길 바랐지만, 존재감은 “늘 반 뼘 모자라거나 한 뼘 초과”해 허망하기만 하다. 손톱 관리를 받고, 쇼핑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해본 여자들’은 아주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서로의 작품을 “어설프고 성급하다.”, “구태의연하다.”고 폄하하는 소설가 추와 평론가 정이 한 신문사 신춘문예 심사에서 맞닥뜨렸다. 심사에 동참한 소설가 셋과 평론가 둘을 불편하게 하며 우여곡절 끝에 고른 작품의 작가는 스물다섯 살 여성 ‘박’이다. “자신이 더없이 늙었음을 깨달”은 추에게서 문단의 세대교체를 말하려나 했더니 “한국 소설은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는 박의 말로 문단에 절망감을 안긴다. ‘문학의 새로운 세대’가 치밀하고 도발적이라는 느낌이 여기에 있다. 김미월의 ‘질문들’, 김사과의 ‘더 나쁜 쪽으로’, 손홍규의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염승숙의 ‘완전한 불면’, 조해진의 ‘이보나와 춤을 추었다’, 최진영의 ‘창’ 역시 독특한 언어, 흥미로운 상징으로 사회를 새롭게 조망하도록 유도한다. 민족문학연구소가 쓴 기획의 말 중 “좋은 문학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삶의 방식을 고민케 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에 이 책이 “그런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이 소설집의 매력과 역할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억눌린 학교’의 병폐·위험성 경고

    어둡고 깝깝하다.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을 소재로 쓰면서 소설가 구병모(32)는 한국사회의 병폐를 고의적으로 시커멓게 드러내기를 서슴지 않는다. 신작 ‘피그말리온 아이들’(창비 펴냄)도 마찬가지다. 가상의 학교 로젠탈 스쿨은 태생이 불우하지만 건강한 사회구성원을 키워 낸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학생들은 자율활동이 극히 제한된 채 매일 정체불명의 알약을 단체로 복용한다. 졸업생들은 행적이 묘한데 간신히 연락이 닿은 이들은 게임이나 도박중독증에 시달리고 있다. 부패한 마 PD가 어쩌다가 이 학교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작가는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 부적격자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사고와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와 어른들을 향한 냉소적인 적의를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억눌린 10대 청소년의 순수함을 되살려 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강기훈의 탄원/임태순 논설위원

    조선 중기 한글소설 구운몽(九雲夢)은 고대소설로는 보기 드문 명작이다. 꿈에서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는 중층적 서사구조에 공(空)과 선(禪), 충(忠)의 불교·도교·유교 사상까지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교중기’(轎中記) 또는 ‘일야제지’(一夜製之)와 같은 가벼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교중기는 저자인 서포 김만중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오다 소설을 사오라는 어머니 부탁을 잊고 부랴부랴 가마에서 썼다는 구전 이야기다. 일야제지는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실려 있는데 “구운몽은 서포가 귀양갔을 때 대부인의 근심을 덜어드리기 위해 하룻밤에 지었다고 세상에 전해진다.”는 내용이다. 서포가 중국에 사신으로 간 적이 없고 아무리 대천재라도 장편소설을 하룻밤에 쓸 수 없는 만큼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한 국무위원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했다는 말은 아부의 대표적 사례로 오늘날까지 회자된다. 자유당 시절 야당의원이던 유옥우(작고) 의원이 이익흥(작고) 내무부 장관이 경기도 지사 때 낚시를 하던 이 대통령이 실례를 하자 이런 말을 했다고 국회에서 폭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며, 뒷날 법정소송을 벌여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유 의원도 야당을 탄압하는 내무장관이 미워 한 방 먹였다고 실토했다. 이 장관은 다행히 명예회복을 했지만 그에겐 아부꾼이라는 오명이 평생 붙어다녔음은 물론이다. 친일 등 그의 삶의 궤적과 행태로 봐선 그가 욕을 먹는 것도 당연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강기훈씨의 변호인단이 3년째 재심 개시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는 대법원에 판단을 서둘러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이 사건은 1991년 5월 전민련 사회국 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하자 검찰이 동료였던 강씨가 유서를 대신 써줬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진위 여부는 물론 운동권의 도덕성을 놓고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왔다. 강씨는 유서는 김씨 본인의 것이라는 필적감정결과와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는 과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했다. 강씨로선 이념을 위해 남의 생명까지 이용했다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싶을 것이다. 특히 그는 암 투병 중이라고 한다. 대법원의 결정이 서둘러 내려져 명예회복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고아출신 ‘한국의 폴포츠’ 성악가 최성봉

    [김문이 만난사람] 고아출신 ‘한국의 폴포츠’ 성악가 최성봉

    참으로 기구한 ‘남자의 일생’이 있다. 살아온 흔적과 기억, 경험이 어디로 갈까. 영화보다, 소설보다 더 진하다. 3살 때 이름도 없이 누군가에 의해 고아원에 맡겨졌다. 그리고 2년 후 구타와 학대를 못 이겨 고아원을 탈출했다. 갈 곳이 없어, 정처 없이 걷다가 다다른 곳이 대전 용전동 유흥가의 중심지였다. 처음 만난 사람이 ‘껌팔이 형’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유흥가에서 껌과 박카스를 팔았다. 떠돌이 유기견처럼, 길고양이처럼 살았다. 잠은 주로 나이트클럽 건물 계단에서 잤다. 그것도 무슨 죄인지 나이트클럽 삐끼형한테 걸리면 얻어맞기 일쑤였다. 이럴 때면 버스 터미널로 피신해서 잤다. 이마저도 직원한테 들키면 공중화장실에서 잤다. 껌이 팔리지 않는 날이면 쓰레기봉투를 뒤져 먹다 남은 족발이나 통닭조각에 붙은 살점을 뜯어먹으면서 허기를 겨우 채웠다. 어쩌다가 껌을 팔아 모처럼 컵라면을 사서 공중화장실에서 먹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날이면 17~19살 된 형들에게 매맞는 경우가 허다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놓으라며 두들겨 팼다. 그래서 아무리 껌과 박카스를 팔아도 늘 주머니는 비고 퍼런 피멍이 가시지 않았다. 어느 날 포장마차 아줌마가 지어주는 ‘지성’이라는 이름으로 지내다가 14살 때 경찰서에 붙들려 갔다. 이때 지문조회를 해 보니 ‘최성봉’이라는 것이었다. 서글펐다. 스스로 인간이고 싶었다. 이후 어릴 때 꿈이었던 성악을 배우고 싶어 야학을 했다. 그리고 검정고시 시험을 치렀다. 대전예술고에 진학하면서 성악공부를 하게 됐다. 최성봉(23)씨. 지난해 tvN ‘코리아 갓 탤런트’ 프로그램에 출연,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연이 알려졌다. ‘한국의 폴 포츠’,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의 주인공에 비교하며 CNN, ABC, CBS, 뉴욕타임스, 타임,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영국 로이터통신, 독일의 슈피겔 등 전세계 언론에서 그를 주목했다. ●14세때 경찰서 붙들려가 이름 ‘최성봉’ 처음 알아 요즘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전히 바쁜 공연과 불우 청소년을 위한 희망의 전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최씨는 일주일에 4~5회 이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연습을 한다. 만나자마자 그는 “오늘 연습하려고 했지만 어제 늦게 자는 바람에 좀 피곤하다.”고 말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라이온스 세계대회에서 공연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관객이 3만여명 모인 공연장에서 ‘넬라 판타지아’를 불렀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관객들을 상대로 또 한번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11일 런던올림픽 출정 한국 대표단 결단식 행사 때에는 애국가를 단독으로 부를 예정이다. 9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제1회 유튜브페스티벌 행사에 참가해 영국의 폴 포츠와 함께 역사적인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서 그는 릭 애슬리와 폴 포츠에 이어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하기로 돼 있다. 그만큼 예우를 해 주는 무대여서 벌써부터 설렌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서전 ‘무조건 살아 단한번의 삶이니까’를 펴냈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한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씨가 구술하고 작가가 썼다. 자연스럽게 책 얘기부터 나왔다. 얘기는 솔직하면서도 달변 수준이었다. “글은 15살 때 처음으로 더디게 배웠습니다. 글쓰는 게 지금도 너무 힘들어요. 문장으로 이어 나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고급단어를 좀 배우고 있죠. 책은 홍보가 덜 돼서 그런지 많이 안 팔린 것 같아요.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되기는 했지만…. 저는 외국에서 인기가 더 있으니까 영문판을 내면 더 팔리겠지요.(웃음) 유학도 가야 하고….” ●자신보다 안타까운 삶에 위로 받기도 지난 6월 21일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주최하는 ‘나눔 톡 콘서트’에서 불우 어린이를 상대로 ‘그대 아직 절망할 때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호스피스병원에서도 여러 차례 강연했다. 기구한 삶, 아픈 상처를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그를 초청하는 일이 많아졌다. “제가 강연할 때 마음이 약한 사람은 막 울어요. 대장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분이 저를 보면서 ‘이런 아이도 살았는데 나는 신세한탄만 했구나’라고 말씀하셨을 땐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죽고 싶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살려고 산 것이 아니라 죽지 못해 살았거든요.” 강연 요청은 기업체 등에서도 많이 온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에서 가서도 인생 역정을 강연했다. 그의 강연 만족률은 항상 1위로 기록된다. 아무런 메모나 원고도 없이 살아온 얘기만 솔직하게 늘어놓은 다음 ‘넬라 판타지아’로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강연과 공연을 하면서 돈은 얼마나 모았을까. “서초동에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를 아껴 주시는 분들이 마련해 준 공간이지요. 돈요? 솔직히 강연 나가면 돈받기 미안해요. 불우 청소년, 호스피스 병동 같은 데서 몇십만원 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받으면 거기에 그냥 돈을 놓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대신 미국이나 스페인 등 해외공연할 때에는 개런티를 제대로 받는다고 했다. 사전에 출연료가 맞지 않으면 거절할 정도다. 이 대목에서 고민 하나를 털어놓는다. 국내외 공연을 할 때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혼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속사나 매니저를 두고 활동하고 싶은데 선뜻 결정할 수가 없다고 했다. 왜냐 하면 어릴 때부터 어처구니없이 당한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해서 부인이 매니저하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주변에 있는 여자팬들은 대부분 연륜이 많은 분들이다.”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힘겹게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부연한다. “거친 세상에 내던져져 생존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 저는 나쁜 짓도 많이 했고 제가 상처받은 만큼 남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살아왔습니다. 막장 인생, 하류 인생으로 살아온 제가 하루아침에 다른 얼굴을 하고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한다는 게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인생과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희망을 말하려고 합니다.” ●어릴적 당한일 수없이 많아 매니저 두기 결정 못 내려 고아 껌팔이에서 여러 매체에서 오르내리는 유명인이 된 지금, 다른 사람들이 ‘행운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는 지금도 소박한 희망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은 희망의 전도사, 음악으로 세상과 교류하고 싶을 따름이란다. 잠시 피아노를 친다. 복잡한 클래식 악보는 못 읽지만 자신이 즐겨 부르는 노래, 성악 곡은 대부분 칠 수 있다고 했다. 15살 때 피아노를 처음 구경했다.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다가 어릴 적 어떤 노래를 좋아했느냐고 물었다. “어린 시절 껌을 팔다가 들었던 노래가 있습니다. 요즘도 혼자 부르고 있습니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입니다. ‘여자 친구가 전화 안 받아 삐졌네’라는 노래는 공감이 안 되는데 ‘사랑으로’는 지금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라는 가사가 말입니다.” 나머지 노래도 이어진다.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음악을 통해 다리 하나를 건넌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절망이 있는 곳을 찾아가 노래를 부르는 일뿐입니다.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듯이….”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노래하고 희망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걸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최성봉은 누구 신인발굴 프로 출연… 동영상 사상 최단 5000만회 조회 서울 출생이다. 5살 때 고아원에서 도망 나와 10년 동안 대전 유흥가에서 껌팔이를 하면서 살았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유흥가 계단에서 잠을 잤다. 주변의 어른은 조폭, 양아치, 노점상인 등으로 말보다 욕을 먼저 배우면서 자랐다. 낮보다 주로 밤에 활동했다. 폭력을 견디며 유년기를 보냈다. 조폭에 쫓겨 야학으로 숨어들었고 기초 수급자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14살이라는 것, 이름이 최성봉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야학에서 한글을 익혔고 껌팔이 시절 들었던 성악에 매료돼 지금의 은사 박정소 선생을 만나게 됐다. 이때부터 신문팔이, 공사장 잡부 등으로 밥벌이를 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까지 마친 다음 대전예술고에 진학했다. 친구들처럼 성악 레슨을 받고 싶어 밤샘 아르바이트로 레슨비를 벌었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내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다가 2011년 tvN ‘코리아 갓 탤런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첫 방송 동영상이 최단 기간 500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많은 공연과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2년 제9회 촛불상을 수상했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무조건 살아 단 한번의 삶이니까’라는 자서전을 펴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