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설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예산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학비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소련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4,815
  •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내 모습…이민 1.5세대 주인공들 삶에 담아”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내 모습…이민 1.5세대 주인공들 삶에 담아”

    “엄마의 나라를 보여주고 싶어 왔습니다. 딸 아이가 ‘나하고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많다’며 좋아하더군요.” 한국계 최초의 ‘마이클 프린츠상’ 수상 작가인 안나(An Na·40)가 이민 3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각각 10살, 2살인 두 딸과 함께 고향인 강원 주문진을 방문하고, 국내 외국인학교를 돌며 강연하는 등 보름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마이클 프린츠상은 영미권 최고의 청소년문학상으로 카네기 메달과 함께 세계 2대 청소년문학상으로 불린다. ●“다음엔 아이들 1년쯤 한국 학교에 보내고파” 지난 19일 서울 세종로 교보문고에서 만난 안나는 삶과 작품활동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한국 방문이 무척 두려웠다.”면서 “한국을 다녀온 다른 이민 1.5세대로부터 ‘한국인들이 (우리를) 미국인이라고 부르며 남처럼 취급하더라’는 말을 듣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과 상의해 다음 방문 때는 1년 이상 머물며 아이들을 한국 학교에 보내는 것도 고려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남편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히스패닉이다. 밝은 모습의 안나였지만 삶은 아웃사이더였다. 1972년 주문진에서 태어난 안나는 4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낯선 백인사회에서 차별과 소외에 시달렸다. 그는 “미국에선 미국인답지 못하고 한국에 와도 한국어가 서툴러 한국인 같지 않다.”며 “이곳이 좋긴 하지만 관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슬프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그의 이름은 일반적인 미국식 작명과 다르다. ‘안’이 성이고 ‘나’가 이름이지만 부모가 한국식 작명을 고집해 안나라고 이름지었다. 동부의 명문 사립인 애머스트대를 졸업했고 노위치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 전업작가로 변신, 2002년 프린츠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작품은 어느 정도 자전적이다. 프린츠상을 안겨 준 첫 작품 ‘천국에서 한 걸음’은 이민 1.5세대 ‘영주’의 가슴 시린 미국 정착기다. 미국을 천국이라고 믿던 영주는 이민간 뒤 경제적 궁핍과 문화적 갈등, 가족의 위기를 겪게 된다. 급기야 알코올 중독에 빠진 영주의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 소설은 20개 언어로 번역됐고, 출판사 미래인에 의해 국내에도 소개됐다. ●“이민작가의 한계? 필요하기에 쓴다” 안나는 “소설에는 내 얘기와 주인공 영주의 얘기가 뒤섞여 있다.”면서 “백인 동네에서 꼬집히거나 놀림을 당해 집으로 도망가던 경험과 외로움 등은 내 얘기지만 부모님은 영주와 달리 안정적이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에 출간된 두 번째 소설 ‘쌍꺼풀’은 16살 한국계 소녀 ‘조이스’가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안나는 1.5세대를 다룬 이민 작가의 한계에 대해 “쓸 수밖에 없어 쓴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썼다.”고 말했다. 한국의 다문화 사회에 대해서는 “새로운 경험에 두려움을 가지면 어떻게 풀어 가겠느냐.”면서 “열린 마음으로 의사소통하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조언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인간은 왜 그토록 탐하는가…흔적없이, 희미한 냄새만 남기고 사라지는 ‘나프탈렌’ 인생인데”

    “인간은 왜 그토록 탐하는가…흔적없이, 희미한 냄새만 남기고 사라지는 ‘나프탈렌’ 인생인데”

    “……인색한 놈, 같이 자자고 하면 난리 나겠다.”(115쪽) 이혼한 지 수십 년 만에 전 부인(남편)이, 혹은 헤어진 지 오래된 과거의 애인이 느닷없이 찾아와 ‘나, 좀, 안아주라.’고 요구하면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정년퇴임을 몇 개월 남기지 않은 백용현 교수는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첫 번째 부인 손화자가 찾아와 안아달라고 하자, 머뭇거렸다. 외로움을 서로 나누자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손화자는 “나 간다. 삐쳐서 이제 안 올지도 모른다.”하고 표표히 떠나 버렸다. 65살이 되는 늙은 남자는 자궁암으로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과거의 부인을 안아주지 않았다. 그것은 도덕의 문제였을까, 관행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소설에 쓰여있는 대로 한 줌의 권력을 이용해 여제자들을 성희롱하며 늙은 여자와는 동침해 보지 않았던 백용현의 결벽증이었을까.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12년차 소설가 백가흠(38)의 첫 번째 장편소설 ‘나프탈렌’은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사랑이 소유욕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질문하고 있다. 희미한 냄새를 남기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나프탈렌이야말로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는 인간의 삶과 닮았나 보다. 백가흠은 각각의 인간이 타인과 구체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을 전면에 드러내 놓고 이런 거창한 철학적 문제를 물어보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머리가 복잡하지 않은 채 이런 고민을 해 볼 수 있다. 이야기꾼이다. 소설의 주된 공간은 전주 만공산(萬空山) 하늘수련원이다. 만 가지가 비어 있는 산기슭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육체와 마음의 병으로 허허롭게 비어 있다. 비어서 채울 수 있거나, 채우려고 비워 버리거나 해야 한다. 주요한 인물은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하늘수련원에 요양 온 이양자와 그녀의 엄마 김덕이 여사, 백용현과 그의 첫째 부인 손화자, 백용현이 욕망하는 20대 중반인 조교 공민지, 공민지의 여동생으로 이양자의 남편이자 지방대학교수인 민진홍의 불륜 파트너이자 맹랑하게도 이양자를 찾아와 남편을 양보해 달라고 요구하는 공민정 등이다. 탈북해 자본주의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최영래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 중 주인공은 아무래도 소설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 김덕이 여사다. ‘작은 엄마’의 딸로 태어나, 자신이 낳은 딸에게도 같은 운명을 물려주게 된 김덕이 여사는 30살이나 많은 유부남의 곁을 과감히 떠나면서 운명을 개척했다. 말기 폐암으로 죽어가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살려놓는 대신 자신이 죽음을 떠맡는다. 불완전한 삶을 온전하게 만든 소설 속 유일한 인물이다. 노망난 친어머니의 죽음이나 첫사랑이라고 믿었던 여인의 죽음 앞에서 느닷없이 정신을 무너뜨리는 완고하고 억센 사람들의 모습은 ‘물질’에 목적을 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각성시킨다. 미처 중요하다고 깨닫기도 전에 떠나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살아가야 할 많은 시간은 부담일 뿐이다. ‘잘해 줄 걸’이라고 후회한들 되돌이킬 수 없다. 타인이 소멸한다는 것, 죽는다는 것은 멈춰버린 시간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탐했던 물질의 정체를 밝혀보게 된다. 돈이거나, 섹스, 떠나 버린 사랑, 젊은 육체 등이다. 백가흠은 작가의 말에서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고 했다. 소설가를 꿈꾸던 시절 ‘마음이 가난’하고 ‘낮은 자’를 위해 소설을 쓰겠다고 했던 그는, 용케도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찾아내고 위로하고, 화해로 이끌어 냈다.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시간의 흐름이 뒤섞이지만 어려움 없이 과거와 현재를 구별해낼 수 있다. 늙음이 자신과는 관련없는 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38살의 작가는, 당신들, 잘살고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예수 “나의 아내” 언급… 4C 파피루스 조각 나왔다

    예수가 “나의 아내”를 언급한 것을 기록한 고대 파피루스 조각이 공개됐다. 그동안 소설 등을 통해 예수의 결혼설이 제기된 적은 있으나 예수의 아내가 직접 언급된 고대 문서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AP통신·뉴욕타임스 등은 기독교 역사 전문가인 캐런 킹 미국 하버드대 신학부 교수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콥트학회에서 4세기 이집트의 콥트어로 기록된 파피루스 문서 조각을 최초로 공개했다고 전했다. 킹 교수는 명함보다 작은 3.8×7.6㎝ 크기의 문서 조각을 해독한 결과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의 아내’”라는 표현이 들어 있으며, 예수는 마리아를 아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킹 교수는 또 이 문서에 나온 대화에서 예수의 제자들이 마리아의 자격 등에 대해 토론했고, 예수가 “그녀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내인 마리아가 제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킹 교수에 따르면 이 파피루스 조각은 그리스어로 쓰인 2세기 복음서를 필사한 것이다. 킹 교수는 “이 파피루스 조각이 예수가 결혼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서 조각에 포함된 내용은 일부 초기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결혼을 믿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고대세계연구센터의 로저 백놀 소장은 킹 교수가 ‘예수 아내 복음서’라고 이름 붙인 이 파피루스 조각이 진품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파피루스의 진품 여부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특히 잉크의 화학 성분 조사에 주목하고 있다. 이 파피루스는 민간인이 소장해 왔으며 출처는 이집트나 시리아로 추정된다. 소장가가 킹 교수에게 파피루스 해독을 의뢰해 존재가 드러났다. 그러나 소장가 및 파피루스 입수 경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 켄터키주 애즈베리 신학교의 성서학자 벤 위더링턴 3세는 이 파피루스가 2~4세기 초기 기독교 시대 신비주의적 이단 기독교인 그노시스교의 문서 형태를 띠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독교계는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다고 강조해 왔지만 예수가 결혼했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03년 출판된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는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뒀다는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1982년 영국에서 발간된 ‘성혈과 성배’도 예수의 결혼을 다뤄 ‘불경서’로 분류됐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 정연순·하승창 첫 등장… 조정래도 동참

    [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 정연순·하승창 첫 등장… 조정래도 동참

    19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출마 선언식에는 그동안 안 후보를 돕고 지지한 사람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들은 향후 안 후보 대선 캠프에 적극 참여하거나 일정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선언식에서는 새로 등장한 인물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첫 여성 사무총장을 지낸 정연순 변호사와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대표도 참석했다. 하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시민사회단체인 ‘희망과 대안’ 운영위원장 출신이다. 안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행사에 앞서 안 후보와 악수를 나누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전 부총리 옆자리에는 소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가 앉았다. 학계 출신으로는 안 후보에게 정책 조언을 해 온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최근 출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 등이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비서관 출신인 허영(42)씨도 참석해 기자들에게 “안 원장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허씨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강원 춘천시 예비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비공식적으로 공보 역할을 맡아 온 윤태곤 전 프레시안 기자와 한형민 전 청와대 행정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밖에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과학연구소장, 사업가 김용상씨, 이원재 전 한겨레 금융연구소장, 김연아 미래에셋 전 대표 등도 참석했다. 대언론 창구를 맡고 있는 유민영 대변인과 이숙현 전 안랩 커뮤니케이션 부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선언식에서 사회를 맡은 유 대변인은 김 전 상임고문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마지막 춘추관장을 지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유 대변인은 성균관대 후배인 이 부장의 소개로 선임됐다. 이 부장은 안 후보 캠프 참여를 위해 안랩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안철수 불출마 협박’ 기자회견을 했던 금태섭 변호사와 당시 함께 자리했던 강인철·조광희 변호사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앞으로 네거티브 대응팀 역할을 계속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계정을 만들어 안 후보 관련 각종 의혹을 해명하는 역할을 해 왔다. 금 변호사는 박 서울시장의 선거를 지원하는 멘토단으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고, 강 변호사는 안철수재단 설립의 실무를 지휘한 인물이다. 박원순·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조 변호사는 지난달 3일 안 후보와 영화 ‘두 개의 문’을 함께 관람해 눈길을 끌었던 인물이다. 한편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행사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문화마당] 왕노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문화마당] 왕노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근래 TV에서건 영화관에서건 왕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TV에서야 사극은 어느 방송사건 적어도 한 군데는 꼭 편성하는 관계로 늘 있어 왔지만, 영화의 경우 한 해에 사극이 올해만큼 집중되는 것은 1960년대 사극영화의 전성기 이래 드문 현상이다. 알다시피 ‘가비’(장윤현), ‘후궁: 제왕의 첩’(김대승), ‘나는 왕이로소이다’(장규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김주호),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가 개봉했고, ‘관상’(한재림), ‘전령’(권종관)이 올해 제작에 들어간다. 최근 사극은 그 모양새가 다양해졌다. 이전의 사극이 주로 역사적 정보를 전달하고 충실하게 재현하는 정통사극이었던 데 비해 근래에는 ‘퓨전사극’ 이라는 이름 하에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과감히 섞고 여기에 판타지적 요소까지 버무림으로써 전혀 새로운 유형의 사극을 만들어냈다. 어찌 보면 퓨전사극에서 역사는 배경으로 내려앉고 현재의 이야기를 과거(역사)의 시간과 공간에 가서 풀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서 정통사극은 중장년 남성을 중심으로 시청자·관객층이 형성되어 있지만, 퓨전사극은 젊은 남녀와 중년여성의 충성도가 높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만화 등 스토리산업은 역사라는 좋은 자양분을 획득했지만 역사와 상상, 팩트와 픽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뒤섞여 버림으로써 역사학계의 우려 또한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비등하고 있으니 오히려 잊혀지고 박제된 역사보다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재해석되는, 살아 있는 역사가 더 낫지 않겠는가. 사극에서의 재해석 작업은 주로 인물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부분 왕이 있다. 사극에서 수많은 왕들이 다루어지지만 가장 인상적인 경우는 연산군이나 광해군, 세조나 태종과 같은 ‘문제적 인간’ 그리고 세종이나 정조와 같은 성군 혹은 개혁군주로서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왕일 것이다. 또 그간 주로 조선의 왕들이 사극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제는 고려·신라·고구려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넓어졌다. 이 왕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연산군은 ‘왕의 남자’(이준익)를 통해, 세종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정조가 드라마 ‘이산’과 영화 ‘영원한 제국’ 그리고 선덕여왕, 태종 무열왕 등 신라의 왕들이 드라마 ‘선덕여왕’과 ‘대왕의 꿈’에서 나왔거나 다루어질 예정이다. 왕의 등장은 폭넓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과거 역사가 왕조시대였으니 왕이란 존재는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자인 동시에 가장 외로운 존재라는 상대성, 그리고 정치와 인간에 관한 풍부하고 원초적인 에피소드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궁궐이라는 공간은 외양의 화려함과 늪과도 같은 음험한 공간으로 제시되니 볼거리로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왕을 통해서 백성·민초의 현실을 말할 수 있고, 현재의 정치 지형과 현실을 대입할 수 있으니 왕이란 존재는 이야기의 원천 소스로서 꽤 특장이 많다. 이병헌의 1인2역 연기가 인상적인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유곽에서 광대놀음을 하는 이야기꾼 하선이 일종의 ‘가케무샤’(影武者)로서 왕을 대신하여 왕의 자리를 지킨 15일간의 이야기이다. 왕과 꼭 닮은 외모로 왕을 연기한 천민, 그리고 그가 천민의 삶을 살았기에 백성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대동법)나 정책(친명배금이 아닌 등거리 외교)을 펴게 되었다는 스토리는 영화적 상상이지만 현실의 반영이고 희망과 기대의 선언이다. 대체로 왕은 태생적으로 결정되나, 제왕의 품격과 자질을 갖추기까지에는 부단한 공부가 필요했던 터. 왕 노릇을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평생 궐문 한 번 들어서지 못했을 하선이 진짜 왕보다 더 왕 노릇을 잘한 것은 그가 핍박받는 천민이었고 그렇기에 백성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선도 이제 채 석 달이 남지 않았다. 우리의 ‘왕’은 누가 될까? 누구든 제대로 ‘왕 노릇’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 이슬람 살해위협에 10년 도피 작가 살만 루슈디 회고록 출간

    이슬람 살해위협에 10년 도피 작가 살만 루슈디 회고록 출간

    이슬람 모욕 영화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이슬람권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인도 태생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가 이슬람교도의 살해 위협을 피해 은신하던 시절의 회고록 ‘조지프 안톤’을 18일 펴냈다. 루슈디는 지난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가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당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 의해 살해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후 10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해야 했다. 책에는 그가 은신처를 전전하며 지내야 했던 세월이 연대기 순으로 정리돼 있다. 책 제목은 은신 시절 그의 필명으로, 그가 좋아하는 작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회고록에서 루슈디는 “입에 재갈이 물려진 채 감금당했다. 심지어 말을 할 수도 없다. 아들과 공원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지금은 불가능한 꿈이지만”이라고 쓴 당시 일기 내용을 회상한다. 또 ‘악마의 시’를 번역한 일본인과 이탈리아 번역가가 어떻게 살해됐는지 등을 소개했다. 루슈디는 1998년 이란 정부가 ‘루슈디를 살해하라’는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생활을 끝내고 현재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다. 최근 반미시위 격화로 그에 대한 살해 위협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란의 한 재단은 “루슈디가 살해됐다면 반(反)이슬람 영화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330만달러(약 37억원)로 높였다. 한편 루슈디는 전날 인도 NDTV와의 인터뷰에서 “그 영화(반이슬람영화 ‘무슬림의 순진함’)는 여태껏 만들어진 것 가운데 최악”이라면서 “그렇다고 그게 대혼란과 살인의 타당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범이슬람 反美로 결집… 무장단체 세 확장 기회로

    이슬람을 모욕한 미국 영화로 촉발된 반미시위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나라와 종파에 따라 각기 다른 성향을 보였던 이슬람의 무장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결집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언자 마호메트를 비하해 전 세계 무슬림들을 분노시켰던 1988년 영국 소설 ‘악마의 시’ 사건과 2006년 덴마크 풍자 만화 사태의 연장선으로 보는 종교적 시각이 있는가 하면, ‘아랍의 봄’으로 시작된 이슬람권의 민주화 분위기를 전복하려는 강경 이슬람 세력의 정치적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슬람 4대 무장단체 가운데 하나인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17일(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열린 반미 시위현장에 이례적으로 등장해 “무슬림들이 마호메트에 대한 모욕 앞에 침묵하지 않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범이슬람의 대미 항전을 촉구했다. 나스랄라는 2006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충돌 이후 암살 우려 등으로 공개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서도 반이스라엘 무장 노선을 추구하는 수니파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주도하는 반미 시위가 열려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앞서 테러단체 알카에다는 이번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습격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뒤 “이슬람 모독 영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 외교관을 죽이고 대사관을 습격하라.”고 주장했다. 18일 오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선 ‘헤즈비 이슬라미 아프가니스탄’(HIA) 소속 여성 대원이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해 차량에 타고 있던 외국인 9명 등 11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HIA는 탈레반에 이어 아프간 제2의 무장단체다. HIA 측은 이번 테러가 “반이슬람 영화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반이슬람 영화에 반발해 영국 해리 왕세자가 복무 중인 아프간 공군기지를 공격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루스 라이델 연구원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겨냥한 미군의 공격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일이 증가하는 등 반미감정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이슬람 영화 한편이 이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반면 미 후버연구소 코리 샤케 연구원은 “민주적으로 정권을 잡은 각국의 중도·온건 이슬람 세력이 경제 문제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과격주의자들이 반미시위를 세 확장의 기폭제로 삼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2012 대선 인맥 대해부] 문재인의 사람들(하)

    [2012 대선 인맥 대해부] 문재인의 사람들(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경선 캠프 외부에도 많은 실질적·잠재적 지지 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자리 잡고 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으로 조직된 노사모는 현재 12만 3400여명의 홈페이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폭발력 있는 조직력을 보여 줬다. 2004년 노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시위,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관련 광우병 파동 촛불시위, 2009년 용산참사 규탄 촛불시위 등에서 어김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모 회원들은 노무현과 문 후보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문 후보의 든든한 지지세력이 되고 있다. 최근에도 이들은 민주당 경선에서 문 후보가 1위를 할 때마다 소식을 타전하며 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노사모 대표였던 배우 명계남, 권해효씨 등을 비롯해 예술·문화계 등에 포진한 노사모 또는 친노사모계 유명 연예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공개 지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도현 시인, 공지영 소설가 등도 문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정봉주 민주당 전 의원의 인터넷 팬카페인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도 문 후보의 든든한 지원 세력이다. 미권스는 최근 문 후보 공개지지를 두고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문 후보로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회원수만 20만명이 넘는다. 아직 공개 지지를 선언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도 잠재적 문 후보의 사람들이다. 특히 문 후보와 ‘동기’인 민주당 내 초선 의원들은 문 후보의 든든한 조력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김광진, 배재정, 서영교, 은수미 의원 등이다. 아직 중립을 유지하며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민주당 내 중진 의원들도 머잖아 당의 공식 후보인 문 후보에게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사모 등 문 후보에 대한 외곽 지지 세력은 기존의 ‘친노’ 프레임을 벗지 못했다는 점이 대선에서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이 팬클럽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지지 성향’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중립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안겨 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판을 받아야 할 일에도 맹목적인 지지를 보냄으로써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 때문에 ‘친노 브랜드’는 여전히 흥행을 보증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영화 팬은 왜, 이 액션배우에 열광하는가

    영화 팬은 왜, 이 액션배우에 열광하는가

    오랫동안 그는 불운의 대명사였다. 빼어난 연기력에도 번듯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은 것은 1996년 베니스영화제(‘마이클 콜린스’)뿐이다. 골든글로브상 후보로 3차례나 지명됐지만 번번이 헛물을 켰다. 같은 아일랜드계인 대니얼 데이루이스(55)가 두 번의 오스카상를 비롯해 수많은 트로피를 휩쓴 것을 떠올리면 속이 쓰릴 법도 하다. 하지만 최근 그를 지켜보는 동년배들은 배가 아플지도 모른다. 올해에만 ‘다크나이트 라이즈’ ‘배틀쉽’ ‘타이탄의 분노’ ‘더 그레이’ ‘테이큰 2’ 등 5편을 개봉시키면서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리엄 니슨(60)의 얘기다. 북미(10월 5일 개봉)보다 1주일 앞선 27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뚜껑을 여는 ‘테이큰 2’의 홍보를 위해 니슨이 한국을 찾았다. 태풍 산바와 함께 나타난 니슨은 “안녕하세요.”란 인사말로 입을 떼더니 “끔찍한 날씨에도 이렇게 많은 분이 반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테이큰’의 성공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할리우드에서 나를 액션 배우로 새롭게 정의했고 이후 액션물 대본이 쏟아졌다. (60살이 넘었지만) 건강 관리를 잘한 편이어서 몸이 허락할 때까지 액션 장르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니슨은 “한국에서도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동유럽에서는 인신매매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흉악 범죄가 만연한 게 현실이라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외동딸을 납치당한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브라이언 밀스(니슨)가 공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알바니아 인신매매 조직을 직접 쓸어버린다는 줄거리로 대박을 터뜨렸던 ‘테이큰’의 제작·출연진이 4년 만에 다시 뭉쳤다. 1편에서 몰살당한 인신매매 조직의 가족, 친구들이 2편에서 복수를 꾀한다. 터키 이스탄불로 여행을 온 밀스의 전처와 딸, 밀스까지 납치한 것이다. ‘복수의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영화 카피에서 내용을 짐작할 만하다. ‘본 시리즈’와 더불어 액션영화에서 근접 격투 유행을 불러온 니슨의 맨몸 액션은 여전하다. 다만 나이 탓인지 영화 내내 한 번도 뛰지 않는 점은 좀 서글프다. ●193㎝의 큰 키 덕에 극단 입단·영화 캐스팅도 북아일랜드 북동부 밸리미나의 가난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소년에겐 두 가지 재능이 있었다. 9살부터 17살까지 복싱을 배웠다. 얼스터(영국인은 북아일랜드를 옛 아일랜드 행정구역인 얼스터로 부른다) 헤비급 청소년 챔피언이 됐고 올림픽 출전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후 몇 분 동안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를 경험한 후 그만뒀다고 한다. 축구에도 소질이 있었다. 벨파스트의 퀸스대학 시절 보헤미안FC란 클럽의 지명을 받아 명문 클럽 샴록 로버스와의 경기에 교체 선수로 출전했다. 물론 더 큰 재능은 따로 있었다. 11살 때 처음 영어 교사의 권유로 무대에 선 후 연극반 활동을 했다. 퀸스대에선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그만두고 맥주회사 기네스에서 지게차 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1976년 벨파스트의 리릭시어터에서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극단에서 키 큰 배우를 찾던 상황이라 운이 좋았다. 셰익스피어부터 현대극까지 섭렵하면서 내공을 갈고닦았다. 1980년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연극으로 만든 ‘생쥐와 인간’에 출연할 무렵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193㎝의 거한을 눈여겨본 영국인 감독 존 부어맨이 ‘엑스칼리버’에 원탁의 기사 거웨인 역으로 그를 캐스팅한 것이다. 1987년 미국 할리우드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샘 레이미 감독의 공포영화 ‘다크맨’(1990)으로 대중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어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의 리스트’로 평단의 지지를 끌어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필라델피아’에서 열연한 톰 행크스에게 내줬지만 연기파란 수식어를 얻었다. 마흔이 넘어서 비로소 빛을 본 셈이다. 이어 1996년 베니스영화제에선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을 만든 아일랜드 혁명가의 일대기를 다룬 ‘마이클 콜린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앞서 출연한 ‘롭로이’(1994) 또한 18세기 영국에 맞선 스코틀랜드의 영웅 이야기다. 한동안 전체주의(혹은 잉글랜드)의 폭정에 맞선 영웅 캐릭터를 도맡았다. ●압제에 맞선 영웅에서 멘토로, 맨몸 액션의 달인으로 4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출연 장르도 공상과학·액션(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협·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년, 배트맨비긴스·2005년), 로맨틱코미디(러브액추얼리·2003년), 갱스터 시대극(갱스 오브 뉴욕·2002년, 킹덤 오브 헤븐·2006년) 등으로 한껏 넓어졌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멘토나 스승, 아버지 역할이었다. 50대 후반에 찍은 ‘테이큰’(2008)은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줬다. 딸을 구하기 위한 전직 CIA 요원의 고군분투기는 2500만 달러(약 279억원)의 ‘저예산’으로 찍었지만 2억 2683만 달러(약 2534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근육 속에 잠자던 권투 선수의 본능을 끌어낸 니슨은 ‘중년의 제이슨 본’이 됐다. 이후 ‘언노운’(2011), ‘더 그레이’(2011), ‘테이큰 2’(2012) 등 중·장년의 사내가 맨몸으로 악전고투하는 캐릭터들이 그에게 쏟아졌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50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 모의평가 출제경향으로 본 막바지 학습법

    50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 모의평가 출제경향으로 본 막바지 학습법

    올해 대입수학능력시험이 19일로 딱 50일 앞으로 다가온다. 1차 수시 원서접수가 마무리되면서 논술과 면접 등 대학별 수시전형을 치러야 하는 시점이지만 본격적으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수능 준비도 마지막까지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올해 수능에서는 지난해 상당히 쉽게 출제됐던 수리와 외국어 영역에서 고난도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리의 경우 미적분 단원의 까다로운 문제를, 외국어는 EBS 교재 지문에서 단순 암기 이상의 내용을 꼼꼼히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입시전문업체 유웨이 중앙교육이 분석한 지난 6월, 9월 수능 모의평가를 바탕으로 각 영역별 난이도, EBS 수능 교재와의 연계성 등을 분석해 성적대별 마지막 학습법을 살펴본다. ●‘정답처럼 보이는 오답’ 고르는 연습을 지난 6·9월 모의평가 언어영역은 읽기에서 EBS 수능 교재에 나온 문학과 비문학 지문을 그대로 제시하거나 축소, 확대, 변형 등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것이 많았다. 또 읽기뿐 아니라 EBS 교재에 나온 지문들을 듣기와 쓰기, 어휘·어법문제에서도 일부 변형 출제한 문제가 다수였다. 따라서 2013 수능에 연계되는 EBS 수능교재인 ‘수능 특강’, ‘운문 문학’, ‘산문 문학’, ‘비문학’, ‘수능 완성’, ‘고득점 300제’ 등 6권에 담긴 지문을 다시 한번 눈에 익히는 것이 좋다. 소설의 경우 3~4년에 한번씩 여성작가의 작품이 출제되는 경향이 있어 박경리나 박완서의 작품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상위권의 경우 시험이 쉬워지면 문제 하나만 틀려도 한 등급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고난도 문제를 풀면서 정답처럼 보이는 오답을 골라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때 듣기·쓰기는 소재나 문제유형에 중심을 두고 공부해 자료를 해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하위권 학생들은 교과서를 위주로 문법 요소나 어휘의 의미와 쓰임, 문학 이론, 표현기법 등 기본개념부터 익혀야 한다. 문학은 지금까지 공부해 온 작품들을 정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작년 쉬웠던 수리·외국어 철저준비를 수리영역은 가형과 나형 모두 6월에 비해 9월 모의평가의 난이도가 훨씬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역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두 차례 모의평가 모두 EBS 수능교재와 연계비율이 높았던만큼 EBS 수능 강의 및 교재의 문항은 기본적으로 모두 풀어봐야 한다. 특히 미적분에서 난이도 높은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9월 모의평가 수리 가형 21번과 29번, 나형 18번, 21번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미적분 분야에서 교과서의 간단한 계산문제가 출제됐지만, 지난 6·9월 모의평가에서는 함수의 그래프와 도형의 성질까지 알아야 풀 수 있는 고난도 문제가 출제됐다. 따라서 상위권 수험생들은 지금부터 쉬운 문제집은 피하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신유형 문항이나 고난도 문항을 연습하면서 자신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새로운 개념을 공부하기보다 지금까지 풀었던 문제집에서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어려운 문제집보다 교과서에 나온 기본개념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도 좋다. ●외국어 하위권 어휘력에서 승패 결정 외국어영역은 두 차례 모의평가에서 모두 EBS 교재 연계율 70%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 학생들 모두 EBS 교재를 충실히 학습하는 것이 좋다. 상위권 학생들은 고난도 문제를 얼마나 맞히느냐에 따라 1~2 등급이 결정되므로 최근에 어렵게 출제되는 빈칸 추론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중위권 학생들은 EBS교재를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상위권 도약을 위해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듣기가 취약하다면 매일 정해진 시간 받아쓰기 연습을 하도록 하고, 어법이 취약하다면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자주 출제되는 사항을 따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하위권 학생들은 어휘력을 늘리는 것이 점수 향상의 지름길이다. EBS 교재에 나오는 어휘를 중심으로 학습하고 고정적으로 출제되는 문제 유형을 익히도록 한다. 또 하위권 학생들의 경우에는 특히 쉬운 문제를 놓치지 않고 기본 점수를 확보하는 것이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비교적 쉬운 문제를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형 적응 위해 세세한 개념정리 필요 지난 두 차례의 모의평가에서 사회탐구 영역은 자주 출제됐던 주제의 접근방식을 바꿔 변형한 문제가 나왔다. 또 교과개념을 바탕으로 제시된 자료를 분석하는 문제에서부터 세세한 개념을 이해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세종시 출범·일본 반출도서 반환 문제 등 시사적인 소재를 활용한 문제까지 골고루 출제돼 수능 이전까지 다양한 문제를 풀어 친숙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에서는 상위권 변별력을 위해 그동안 자주 다루지 않았던 교과개념을 활용해 답지를 구성하거나 출제된 적이 없는 새로운 자료를 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러 단원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문항도 출제되고 있어 서로 관련이 있는 내용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사회탐구는 20문항이기 때문에 실수로 한 문제를 틀릴 경우 타격이 크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주제와 관련된 교과개념도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사탐 문제에 실린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과개념을 체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EBS교재나 개념 정리가 잘된 교재를 한권 골라 교과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 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사탐은 자주 활용되는 답지의 문장만 약간씩 바꿔 다시 출제하는 경우가 많아 기출문제를 풀 때에 답지를 구성하는 내용들을 비교해 가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학탐구의 경우 6·9월 모의평가에 나타났듯 EBS교재에서 다뤘던 그래프와 그림 등 자료를 그대로, 또는 재구성해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 자료뿐만 아니라 질문의 요지도 비슷하게 출제된 문항이 많았으므로 수능 전에 EBS교재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상위권 학생들은 EBS교재를 기본으로 고난도나 신유형 문항을 자주 접해 어떤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중위권 학생들은 다양한 문제를 풀어 자료 해석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문제를 두번 이상 풀어 관련된 개념 및 문제를 해석하는 방식을 완벽히 습득해야 한다. 이 평가이사는 “수능이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기출이나 교육청 및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출제된 문항과 EBS 교재를 마지막으로 꼼꼼히 정리하면서 기본개념과 원리를 다시 한번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김주영, 소설 ‘객주’ 속 진보장터를 가다

    김주영, 소설 ‘객주’ 속 진보장터를 가다

    KTV가 17일 큰 폭의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 나선다. 소설가 김주영이 시골 장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KTV가 독점 보유한 대한뉴스를 바탕으로 제작한 원로가수들의 인생 마지막 방송 ‘리사이틀 인생쇼’ 등이 신설된다. 장터는 삶과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들고나는 사람들의 겹겹이 쌓인 속내가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공간이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KTV ‘길 위의 작가 김주영의 장날’(20일 밤 10시 30분)을 통해 사라져가는 지역 전통시장을 소개하고 장터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시골 장터에 가면 이 시대 마지막 역사의 혼이 살아있다.’는 격언이 있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공세에 밀린 장터는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 김씨는 지난 13~15일 자신의 소설 ‘객주’, ‘홍어’의 배경이 됐던 경북 청송의 진보장터를 방문해 보부상과 장돌뱅이의 애환이 서린 추억을 되새겼다. 이곳 장터는 어떤 품목도 구입이 가능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이제는 안타까움만 감돌고 있다. 귀농 다큐멘터리인 ‘살어리랏다’(20일 밤 9시 30분)는 귀농에 얽힌 청사진을 제공한다. 이주를 앞둔 혁신도시 인근의 귀농교육을 알아보고, 특성화 작물을 소개한다. 17일 첫 방송되는 ‘정책을 알면 돈이 보인다.’(오후 3시 30분)는 실생활에서 지나치기 쉬운 유용한 정책정보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가장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은 ‘대한늬우스와 함께하는 리사이틀 인생쇼’(19일 밤 11시). KTV가 독점으로 보유한 995시간 분량(2040회)의 대한뉴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5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여자 학사가수 1호’라는 타이틀을 지닌 ‘대머리 총각’의 김상희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가요 역사기록물을 지향한다. 매주 금요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맞은편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녹화에는 소외된 원로 가수들이 초대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과거 뉴스 영상을 소개하고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생쇼 전속 악단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출연자는 자신의 히트곡과 애창곡을 들려준다. 첫 방송(26일)은 진행자 김씨의 스페셜 무대로 채워진다. 이후 한명숙, 금사향, 안다성 선생이 잇따라 출연, 가요무대와는 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이학재 PD는 “지난 3월 반야월 선생께서 향년 95세로 별세하시기 직전 유작이란 기분으로 취재한 적이 있다.”면서 “대부분의 원로가수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기력마저 떨어져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는다는 심정으로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민주 대선후보 문재인] ‘非盧 껴안기’ 필수… 외부인사 영입 安과 경쟁

    [민주 대선후보 문재인] ‘非盧 껴안기’ 필수… 외부인사 영입 安과 경쟁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의 당면과제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다. 최근까지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친노(친노무현) 2선 후퇴론’, ‘당직자 일괄사퇴론’ 등 당 쇄신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문 후보가 주장해 온 대로 계파색을 뺀 ‘용광로 선대위’ 라인업이 어떻게 꾸려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문 후보는 우선 선대위 구성의 전 단계로 대선기획단과 산하 위원회를 인선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측 이목희 공동선대위원장은 “대선기획단장과 일자리위원장, 정치개혁위원장, 남북경제협력위원장 등 주요 포스트만 임명하게 될 것”이라면서 “선대위 구성이 완료되려면 10월 중순은 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문 후보의 정치적 확장성을 위해 ‘비노 껴안기’에 나서는 작업은 필수다. 경선 경쟁 상대였던 상대 후보들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나머지 세 후보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당 차원에서는 15일 경기 경선 직후 최고위원회를 열어 모든 권한을 후보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특히 캠프의 당내 인사와 외부 인사 영입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새로 꾸려질 대선기획단에서는 이미 문 후보를 공개지지한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송호창 의원, 박선숙 전 의원까지 폭넓게 선대위 참여를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원로그룹 중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도 검토하고 있다. 외부 인사 가운데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등도 거론된다. 지난 4월 민주당 총선 멘토단으로 참여했던 소설가 공지영씨, 영화감독 이창동씨, 배우 김여진·권해효씨, 영화감독 정지영씨, 시인 김용택씨, 정연주 전 KBS 사장 등도 영입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공교롭게도 안철수 원장 측 영입 대상과 겹쳐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다른 후보 캠프나 중립지대에 있던 분들까지 최대한 모셔 오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씨줄날줄] ‘곤조 저널리즘’/노주석 논설위원

    ‘곤조’(gonzo)란 용어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황당함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곤자가스(gonzagas)에서 나왔다는 설과, 술자리에서 끝까지 버티는 작자를 뜻하는 미국 보스턴의 아이리시계 속어라는 설, 근성(根性)이라는 일본말 곤조에서 나왔다는 설 등이다. 정설은 없지만 황당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악바리이기도 하고, 앞뒤 가림 없이 내지르는 꼴통이기도 한 그런 사람이다. 언어와 국경을 뛰어넘는 괴팍한 인간형이다. 우리말로는 ‘삐딱이’가 어울릴 법하다.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에 대한 해석도 자유롭다. 곤조라는 단어에 저널리즘을 갖다 붙인 것으로 이해될 정도인데, 기존 저널리즘이론의 신성불가침을 파괴하는 게릴라적 성격이 강하다. 이론창시자이자 20세기 최고의 곤조 저널리스트였던 헌터 S 톰슨(1937~2005)의 삶과 죽음을 살펴봐야 그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다. 톰슨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였다. 프리랜서 기자로 샌프란시스코 오토바이 폭주족 취재를 청탁받고 1년 이상 폭주족으로 생활하면서 쓴 글이 ‘지옥의 천사들’이었다. 켄터키 경마의 세계를 다룬 ‘켄터키 더비는 퇴폐적이고 타락했다’에서 곤조 저널리즘을 탄생시켰다. 이어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야만성을 폭로해 이론적 지평을 넓혔다. 권총 자살할 때까지 술과 마약·담배에 찌들어 살았지만, 닉슨 대통령을 ‘정신 나간 돼지새끼’라고 몰아쳤다. 공격적인 정치칼럼은 팬덤을 형성했다. 그가 추구한 저널리즘은 뉴욕타임스 스타일의 객관적 글쓰기를 버리고 기자가 일인칭 화자가 되어 현장에서 까발리는 식이다. 다듬거나 편집하지 않고 당시 취재수첩에 적혀 있는 그대로 싣는 것이 특징이다. “최고의 허구는 어떤 종류의 저널리즘보다 진실하다.”라는 윌리엄 포크너의 지침에 충실했다. “나는 뉴욕타임스 스타일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해서 인어로 가득 찬 풀장에 떨어진 것 같다.”라고 기성 언론을 비꼬았다. 톰슨의 소설을 영화화한, 럼주를 사랑하는 기자의 좌충우돌 취재기 ‘럼 다이어리’가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언대로 탑에서 유골을 대포에 넣어 발사한 절친 조니 뎁이 주연을 맡았다. 요즘 대선주자들에 대한 언론의 줄서기가 횡행하면서 검증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톰슨 정신을 계승하는 곤조있는 기사가 대선국면에서 많이 나왔으면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김정일이 만든 가상의 록음악

    김정일은 영화광이다. 또한 롤링 스톤스와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했다. 저명한 북한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 정치부를 거쳐 국제부 기자로 일하는 고일환은 이 이야기를 듣자 머릿속에서 ‘광명성 블루스 밴드’(스테이지팩토리 펴냄)라는 장편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로큰롤의 저항 정신과 자유로운 스타일로 사람들이 열광하게 되는데, 김정일의 열광은 엉뚱한 곳으로 뻗어나간다. 1972년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환갑을 맞는 시점에 비틀스나 핑크 플로이드 수준의 록밴드를 만들어 서방세계 젊은이들에게 공화국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겠다는 신념으로 비약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백 발, 천 발의 대륙간 탄도탄보다도 악단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수백만 수천만의 서구 젊은이들의 머릿속을 사회주의 사상으로 채울 것이다.”(140쪽) 언론사 기자로 14년을 일한 경험을 살려 40년 전의 북한을 아주 촘촘하게 되살려 냈다. 북한의 동독 유학생이나 북송 재일교포처럼 잊혀졌던 인물들이 록음악을 타고 이야기의 한복판에 살아났다. 작가는 “이야기는 모두 상상이지만 당시 평양 거리의 묘사나 등장인물의 역사적 배경에는 사실과 다른 것이 없다.”면서 “추리형식이 가미된 소설이니 동화처럼 읽으시라.”고 조언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천박함·악취 풍기는 한국사회를 비웃다

    천박함·악취 풍기는 한국사회를 비웃다

    “쉬 룩스 라이크 마이 마더.” 어릴 적 입양돼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미스터 슈’는 하원고등학교에서 춤 선생으로 일하는 허순이 재혼상대로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에 자신보다 다섯 살이 어리고 동네에서 내놓은 망나니 석태와 동거 중이지만 부유한 미스터 슈의 출현에 흑심을 잠깐 품어보려고 했던 허순은 “너무 늙었다는 말이네, 뭐.”라며 돌아선다. 노골적인 성애묘사와 해외 유학생들의 불건전한 학업과정을 보여준 ‘경마장 가는 길’로 1990년대 한국 문단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하일지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 ‘손님’(민음사 펴냄)의 한 장면이다. ‘손님’은 돈에 염치를 팔아넘긴 한국 사회의 천박함과 악취를 고스란히 풍긴다. 부끄러움이 도대체 없다. 생활에 쫓기는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 소년이나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하원이란 시골 마을에 낯선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한국인의 얼굴이지만,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처럼 이상한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키가 크고 혈색도 좋은데 무엇보다 검은 중절모를 쓰고 있다. 그 낯선 남자는 자신을 “예, 저 한쿡 사람 아닙니다. 외쿡 사람입니다. 한쿡말 잘 못해요.”라고 한다. 이 낯선 남자는 서울에서 열린 무용대회에 참가한 허순과 그의 여제자를 찾아왔다. 이 소설의 안내자이자 곧 폐병으로 죽을 운명이라는 허도는 허순의 남자동생이다. 소설에서 그는 유일하게 염치를 주장하는데, 그 또한 말도 안 되는 성적 상상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게 하는 인물이다. 미스터 슈는 허도의 안내로 허순이 사는 임대아파트를 쉽게 찾아간다. 그곳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석태를 만나고, 서울서 만났던 10대의 여제자들도 만난다. 이들의 대화나 행동은 황당하다. 손님을 앞에 두고 쌍시옷 욕을 남발하는가 하면 30년산 밸런타인이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며 호들갑을 떨면서, 10대 여학생들도 모조리 한 모금씩 마셔 본다. 허순의 어린 아들인 정대도 마시겠다고 고집한다. 집이 좁다며 다 같이 밖에서 외식을 하자고 나간 허순은 길 안내자 허도는 물론 오빠 부부까지 불러서 식사를 한다. 그 외식 집은 ‘개고깃집’이었다. 개고기를 양고기라 속이고 손님에게 먹인 허순은 그 밥값 40만원을 손님에게 덮어씌운다. 헤어지기가 섭섭하다며 맥주를 마시자더니 봉고차를 부르고 20만원을 결제하게 한다. 물론 10만원은 봉고차 운전사에게 10만원은 석태가 꿀꺽한다. 바닷가로 가는 길에 쇼핑하자며 장까지 보고, 피자와 치킨이 먹고 싶다고 떼쓰는 정대와 정수를 앞세워 이 모든 먹을거리와 장을 본 뒤 ‘손님’에게 계산하게 한다. 손님은 부유하고 관대했다. 연방 영어로 “노 프러블럼.”을 외치고, “굿. 베리 굿.”을 연발한다. 손님은 그런데 대체 누구인가. 왜 한국에 왔는가. 아버지가 어릴 적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혼하면서 자신은 해외 입양아가 됐다. 펀드매니저로 큰돈을 번 그는 생모를 찾아서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몇 년 전 이복동생들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얼굴을 볼 길이 없어진 것이다. 다만, 그의 추억에는 ‘고추잠자리’가 있었고, 그가 찾아간 하원에도 고추잠자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손님의 나이는 허순보다 12살이나 많은 한국 나이로 47살이다. 그런데도 젖살도 안 빠진 여고생들은 손님의 팔짱을 끼고 시집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동방예의지국은 멸망한 지 오래다. 손님은 하원을 떠나기 전날 밤 호텔 침실로 허도를 데리고가 5만원짜리 20장을 세어서 준다. 그리고 말한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캐고기 먹어.” 어? 영어가 아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간절히 돈을 구걸하는 허순에게도 말한다. “당신은 나의 어머니를 닮았어요.” 허도나 허순은 대체 미스터 슈가 한국말을 하는지, 영어를 하는지도 알아채지 못한다. ‘미스터 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원을 떠나고 있을까. 쾌활하던 그가 고속버스 안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때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는 어머니 대신 이복동생들을 만나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을까. 17살 유나가 상황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유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저씨가 한국말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렇게 콩닥거렸던 가슴이 슈 아저씨가 한국말을 하자 왜 갑자기 잠잠하게 가라앉았나 하는 거야.” 뭐 이따위 소설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낯이 두껍지 않으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한국인일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유승우·김정환 ‘강남스타일’ 최고시청률 깼다?

    유승우·김정환 ‘강남스타일’ 최고시청률 깼다?

    국가대표 오디션 Mnet ‘슈퍼스타K4’(슈스케4)가 예측불허의 슈퍼위크가 본격 시작되면서 4주 연속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4일밤 방송된 슈퍼스타K4 5화는 최고 8.9%, 평균 7.7%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Mnet+KM,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연령별로는 30대 여성, 20대 여성, 10대 여성 순으로 높은 시청률을 보였고, 지역별로는 울산과 마산에서 평균 두 자리수 시청률을 경기/인천과 광주에서 평균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였다.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장면은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유승우, 김정환 등이 속한 조가 ‘강남스타일’을 부르던 순간이다. 온라인도 뜨거웠다. 개별 미션과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지원자들의 합격과 탈락이 쉴 새 없이 엇갈리면서 포털 검색어 순위에는 ‘로이킴’ ‘정준영’ ‘오서정’ ‘연규성’ ‘유승우’ ‘딕펑스’ 등이 한꺼번에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또 같은 시각 슈퍼스타K4가 생중계되는 티빙(www.tving.com)에서는 슈퍼스타K4 시청점유율이 81%가 나오는 진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지상파까지 모두 서비스되는 티빙에서 실시간으로 TV를 본 유저 10명 중 8명은 모두 슈퍼스타K4를 봤다는 소리로 금요일밤은 ‘슈금’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지난 5화에서는 지역 예선을 통해 눈도장을 찍었던 지원자들의 잠재된 능력이 잇달아 폭발하며, 올 시즌 본선이 역대 통틀어 최대 격전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 날은 슈퍼위크 개별미션을 통과한 지원자들의 조별 콜라보레이션 미션이 방송됐다. 콜라보레이션 미션은 참가자들이 조를 편성해 합동 공연을 펼치는 것으로 멤버간 조화와 개인의 개성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난이도 높은 미션으로 매 시즌마다 ‘대박 공연’들이 쏟아진 바 있다. 유승우와 김정환이 포함된 ‘스콜피온’ 조에서 시즌2 장재인-김지수의 ‘신데렐라’에 버금가는 공연이 나왔다. 이들은 기타 어쿠스틱 버전으로 ‘강남스타일’을 유려한 화음과 감각적인 스캣을 살려 선보였고, 심사위원 이승철은 “김지수,장재인의 신데렐라처럼 편곡이 잘 됐다.”고 극찬했다.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지목된 유승우와 김정환 역시 슈퍼위크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김정환은 편곡 과정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척척 아이디어를 내놓는 유승우를 연신 칭찬을 하면서도 서로 라이벌 미션에서 만나는 게 아니냐며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밴드 딕펑스도 싸이 심사위원에게 최고의 찬사를 들으며 그룹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팀으로 단숨에 떠올랐다. 딕펑스의 개별미션 공연을 지켜 본 심사위원 싸이는 “슈퍼스타K4를 하면서 가장 큰 칭찬을 하겠다. 너무 좋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고 이승철 심사위원 역시 “아이디어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딕펑스는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도 쾌남과 옥구슬과 한 조를 이뤄 개성 충만한 공연을 선보였고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헀다. 슈퍼스타K4에서 역대 최고 훈남 라이벌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정준영과 로이킴도 한 조를 이뤄 공연을 펼쳤다. 이들은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선곡했지만 같은 조의 오서정이 통째로 가사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아쉬운 무대를 보여줬다. 로이킴과 정준영의 심사 결과는 다음 주 방송으로 미뤄진 상태. 소설가 이외수씨는 본인의 트위터(@oisoo)를 통해 “슈스케 보고 있습니다. 참 뛰어난 젊은이들이 많군요.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뿌듯해지는 순간입니다. 모두들 자질을 잘 살려서 멋진 뮤지션으로 성공하시기를 빕니다. 심사하시는 분들의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과 흐뭇해하는 모습들도 참 보기 좋습니다.”라는 글을 남기며 슈퍼스타K4에 힘찬 응원을 보냈다. 208만명이라는 역대 최대 인원과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실력파들이 벌이는 음악의 향연인 슈퍼위크 진출자 가운데 본선에 오를 TOP10의 결과는 매주 금요일밤 11시 Mnet 슈퍼스타K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푸틴, 주연에 연출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두루미와의 비행 등 최근 자신과 야생동물들 간의 극적인 조우 장면이 모두 사전에 연출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고 13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러시아 크렘린이 스턴트 장면을 방불케 하는 푸틴의 행동 가운데 일부가 기획된 것이라고 발표한 적은 있었지만, 푸틴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 볼쇼이 고로드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짜 야생동물과의 만남은 멸종위기 동물들의 현실을 알리려는 것이었다.”면서 “몇몇 스턴트 장면들은 너무 과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방송들은 최근 푸틴이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과 TV리포터를 위협하는 야생 호랑이를 생포하는 모습, 멸종위기종인 눈표범과 함께 뛰어노는 화면 등을 방영했다. 특히 지난 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푸틴이 직접 어미 두루미로 변장해 시베리아 철새들의 이동을 유인하는 ‘깜짝 쇼’를 벌여 화제가 됐다. 푸틴은 “물론 그 동물들이 사전에 포획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중의 (환경보호에 대한)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음을 강조했다. 한편 크렘린은 최근 푸틴의 ‘두루미 쇼’를 위한 여행에 동행한 뒤 관련 원고를 잡지에 기고하는 것을 거부해 해고당한 작가 겸 언론인 게센에게 복직을 권고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푸틴을 비판하는 소설 ‘얼굴없는 남자 푸틴’의 저자인 게센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직접 뽑은 사장 밑에서 더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북한의 작가들은 체제수호 선봉장… 정형화된 글쓰기 작업에 신물 났다”

    “북한의 작가들은 체제수호 선봉장… 정형화된 글쓰기 작업에 신물 났다”

    “사회주의적 자연주의를 강조한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카프)과 구 소련의 영향을 받은 북한 문학은 세계적 조류와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김정일이 1970년대 문화예술계를 장악하면서 문학 속 우상화 작업도 마무리됐지요.” 14일 경북 경주에서 폐막한 제78차 국제펜(PEN)대회에서 정식 회원으로 가입한 ‘망명 북한 펜 본부’의 정해성(67) 이사장은 탈북 이후 작품 활동을 “감개무량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1996년 탈북 전까지 조선중앙TV에서 방송작가로 일했다. 망명 북한 펜 본부에 소속된 28명의 탈북 작가 중 가장 먼저 한국에 왔고, 그런 인연으로 이사장을 맡았다. 정 이사장은 “북한 문학 속 등장인물은 한번 타락하면 벗어나지 못하는 이분법적 구조에 갇혀 있다.”며 “친일파가 회개해 해방 이후 당과 수령을 위해 목숨 바쳤다는 설정은 상상도 못하고 아예 친일 반동분자의 등장을 금한다.”고 강조했다. 문학성의 기준은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느냐이고, 김일성 가계를 우상화해 인민의 충성을 끌어내는 정도에 달렸다는 것이다. 직접 쓴 대본에서 “김일성·김정일 교시를 집행하지 못하면 밥을 먹어도 모래알 씹는 것 같다.”는 대사를 인용해 이를 설명했다. ●‘망명 북한 펜 본부’ 국제펜 정식회원 가입 이어 북한에도 시·소설·희곡 등 분과가 있는데 남측 글쓰기와의 공통점은 권선징악이며 차이점은 표현의 자유라고 덧붙였다. 김일성 가계와 관련된 작품을 창작하는 4·15 문학창작단의 현승걸 단장을 예로 들어, 그가 사석에서 “언제쯤 쓰고 싶은 걸 쓸 수 있나.”라고 푸념했다가 요덕 수용소로 끌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적시했다. 엘리트 작가였던 정 이사장은 북한에서 즐겨 읽던 남한 작품으로 소설 장길산·토지·허준 등을 꼽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서 발간한 ‘시대’라는 잡지에 실린 시인 김지하의 시도 모두 섭렵했다고 했다. 1970년대 김일성으로부터 직접 희곡 특등상을 받은 이진명(59)씨는 “북한의 정형화 작업에 신물이 났다.”면서 “북한에서 문학 한다면 체제수호의 선봉장쯤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청진의 문학기자(통신원) 출신인 김정근(44)씨는 “또래인 임수경 의원이 1989년 6월 방북했을 때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남한사회를 동경하게 됐다.”면서 “체제의 위대성을 선전할 각오가 없다면 북한에선 작가나 기자의 꿈을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안전부와 대외경제위원회에서 일했던 림일(44)씨는 “김정일은 사실 문학에 관심이 없고 무용·노래·영화 등 극예술에 치중했다.”면서 “해외유학파인 김정은도 일종의 ‘쇼’를 하고 있고 결국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림씨는 평양출신으로 쿠웨이트의 조선광복건설회사에 파견돼 일하다 탈출해 1997년 한국에 왔다. 탈북 뒤 소설 김정일 1, 2권을 잇달아 내놓았다. ●‘절반의 성공’ 그친 경주 국제펜대회 한편, 북한출신 문인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던 경주 펜대회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체제의 폐쇄성은 널리 알렸지만 정작 국내 문학계에 대한 정부의 압력에는 침묵했다. 진보성향의 젊은 문인들을 끌어안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글 사진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공연리뷰] 세계 최장 공연 연극 ‘쥐덫’

    [공연리뷰] 세계 최장 공연 연극 ‘쥐덫’

    한겨울 여인숙에 차례로 찾아온 5명의 투숙객. 그날 밤 내린 폭설로 고립된 여인숙에 다시 형사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근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 투숙객 가운데 있다는 소리에 한바탕 긴장감이 몰아닥친다. 세 마리 생쥐 노래에 얽힌 극적 결말이 드러나고, 공연 후 커튼콜에 나선 배우는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절대 (결말을) 말씀하시면 안 된다.”는 부탁을 늘어놓는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의 연극 ‘쥐덫’은 영국 런던과 서울에서 동시에 막을 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린 작가는 1947년 팔순을 앞둔 메리 왕비의 요청으로 라디오 드라마용 시나리오인 ‘세 마리 눈먼 생쥐’를 희곡으로 각색했다. ‘쥐덫’이란 이름으로 개작된 작품은 1952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연돼 왔다. 지난달 2일부터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SH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작품은 초반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영상물로 막을 올린다. 밤길을 홀로 걷던 중년 여성을 해치는 잔혹한 장면은 그림자로 묘사된다. 이어진 무대는 여인숙 몽크스웰의 응접실. 이곳에서 배우들은 두 시간 안팎의 치열한 심리전을 펼친다. 신혼부부 몰리와 가일즈가 친척에게 물려받은 여인숙은 말 그대로 모든 서사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폭설에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이 여인숙을 찾으며 이야기는 속도감을 탄다. SH컴퍼니는 프리뷰 기간에 6000원이라는 파격가를 제시하며 흥행몰이에도 성공했다. 소극장 공연임에도 내로라하는 대극장 공연 사이에서 흥행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서울예술대 연기과 교수인 장두이가 ‘트로터 형사’ 역으로 출연해 정통극의 묘미를 맛보게 한다. 연극 ‘블랙 코미디’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봉두개는 렌 역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공연장은 40·50대 중·장년층이 점령했다. 다만 번안극에 정통 추리극인 탓에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개가 다소 늘어지다가 결말이 급작스럽게 튀어나온다. 회전식 무대가 아닌 평면적인 무대장치는 극의 깊이를 살리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제작사 측은 “프리뷰 기간의 지적을 바탕으로 극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쥐덫’은 런던에서도 스타 배우도 없고, 홍보에도 특별히 공을 들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오픈 런’으로 폐막 시기는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18일까지는 60% 할인된 1만 3000~2만원. 이후 3만 5000~5만원이다. (02)747-2265.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럼 다이어리’…‘곤조 저널리스트’ 영혼까진 못 담아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럼 다이어리’…‘곤조 저널리스트’ 영혼까진 못 담아

    브루스 로빈슨은 고향 영국에서 단 두 편의 영화를 연출했을 뿐이다. 그중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이 설립한 ‘핸드메이드필름’에서 제작한 ‘위드네일과 나’는 영국 영화사의 걸작으로 남았다. 이후 할리우드로 건너가 ‘제니퍼 연쇄살인 사건’을 내놓았는데 명성에 먹칠만 했다. 은퇴했던 그가 19년 만에 ‘럼 다이어리’로 부활을 선언했다. 미국 작가 헌터 S 톰프슨이 수십 년 전에 쓴 원작을 낯선 영국인이 연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위드네일과 나’와 ‘럼 다이어리’는 여러모로 비슷한 작품이다. 1960년대에 변경으로 밀려난 중산층 남자가 낯선 문화와 환경에 당황하다 결국 자각에 이른다는 설정부터가 그러하다. 더불어 인물의 에너지원으로서 술과 마약이 차지하는 가치도 유사하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톰프슨은 양쪽에 걸친 자질을 살려 ‘곤조 저널리즘’이란 글쓰기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스스로 곤조 저널리즘의 실험이라 칭한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가 영화화된 것은 1998년이었다. 감독은 핸드메이드필름이 제작한 영화들로 유명세를 치른 테리 길리엄(그러니까 로빈슨과 길리엄은 여러 인연으로 연결된 셈이다). 2005년 권총 자살로 활화산 같은 삶을 마감한 톰프슨의 이름은 지난해 ‘럼 다이어리’가 영화화되면서 다시 불려 나왔다. 뒤늦게 출간된 원작의 영화화에 앞장선 사람은 배우 조니 뎁으로 알려졌다. 톰프슨의 절친한 친구였으며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에서도 주연을 맡았던 그다. 톰프슨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란 쉽지 않다. 톰프슨의 글을 영화에 담는 것은 톰프슨의 자유롭고 거친 영혼을 병에 가두는 것과 같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발길을 뒤따르는 건 힘겨운 작업이며 시스템에 대한 반골 정신에 꼼꼼히 살을 입히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일례로 영화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는 약에 취한 인물의 영혼 아래로 자기를 희생하고 말았다. 인물의 몽롱한 정신에 다가갔을지는 모르지만 원작의 다른 맥인 현실을 대하는 시선이 숨 쉴 틈을 마련해 주진 못했다. 이에 비해 ‘럼 다이어리’는 비교적 담담하게 흐름을 유지하는 편이다. 이야기와 주제의 전달에는 효과적인 방식이지만 그만큼 톰프슨 작품 특유의 매력을 전달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인물이 종종 술에 절고 약에 취해 흥청거리는 양 행동하지만 톰프슨은 진실을 찾는 예리한 태도를 절대 거두지 않았다.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저널리스트였다.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와 ‘럼 다이어리’는 공히 ‘아메리칸 드림’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전자가 추락 직전의 아메리칸 드림에 메스를 들이댔다면 후자는 타자의 땅까지 탐하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조롱한다. ‘럼 다이어리’는 타락, 탐욕, 소비에 기반을 둔 아메리칸 드림이 기실 냉혹한 폭군의 변명임을 까발린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아니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톰프슨이 엿 같다고 욕한 세상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럼 다이어리’의 추악한 인물인 부패한 사업가를 흉내 내는 한국인 투기꾼이 세계 곳곳을 떠도는 현실을 보자. 톰프슨은 그런 인간을 ‘개자식’이라 불렀다. 문제는 그런 작자들이 정작 자신이 몹쓸 인간임을 모른다는 데 있다. 20일 개봉. 영화평론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