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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男이 일본군으로 등장해 어린 소녀를… ‘위안부’ 소재 팬픽 ‘충격’

    아이돌男이 일본군으로 등장해 어린 소녀를… ‘위안부’ 소재 팬픽 ‘충격’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위안부를 소재로 한 팬픽(FanFic)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 멤버들을 여장 위안부와 일본군 등으로 등장시켜 서로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잔인하고 선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일본군을 미화시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이 팬픽을 읽은 일부 네티즌들이 “위안부가 어떤 상황을 겪었는지, 731 부대가 무엇이고 마루타가 무엇인지 자세히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나를 끌리게 하는 팬픽 소재였다. 작가가 존경스럽다”는 등의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위안부를 소재로 한 팬픽으로 대표적인 한 남성 그룹의 팬픽은 위안부의 피해를 선정적인 소재로 사용한 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팬픽은 등장인물의 트위터 계정까지 개설해 운영했고, 일부 네티즌들이 이를 캡처해 비난하자 ‘잠수’라는 표시를 달았다. 팬픽은 팬(fan)과 픽션(fiction·소설)의 합성어로 1990년대 등장하며 특정 연예인의 팬들끼리 공유하며 인기를 끌어왔다. 팬픽만 다루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가 생기고 회원수가 10만명에 이르는 곳도 존재한다. 그러나 점점 자극적인 소재가 팬픽에 등장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단일 성별 멤버로 구성된 그룹 안에서 동성애에 빠지는 내용은 오래 전부터 흔한 소재였는가 하면 근친상간을 다루는 내용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위안부를 소재로 한 팬픽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위안부에 끌려간 소녀 혹은 소년이 일본군 장교와 사랑에 빠진다는 등의 황당한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팬픽을 만들고 읽는 팬들은 대부분 10~20대의 여성들이어서 제대로 된 역사인식과 함께 팬덤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광숙의 시시콜콜] “만화, 누가 돈 내고 보나요?”

    [최광숙의 시시콜콜] “만화, 누가 돈 내고 보나요?”

    만화팬으로서 올여름 극장가에 ‘설국열차’를 비롯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반가운 마음이 절로 든다.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이 서점에서 선 채로 읽고 바로 영화로 만들 것을 결심하게 했다는 프랑스 만화가 원작이다. ‘레드 더 레전드’는 미국 만화, ‘미스터 고’와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우리나라의 만화가 원작이다. 과거 출판계에서도 홀대받던 만화가 영화, 드라마, 게임, 연극, 뮤지컬, 캐릭터 등으로 무한 변신하고 있다. 21세기를 흔히들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만화가 스토리텔링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일찍이 만화가 제9의 예술로 불리면서 대중문화로 인정받고 있다. 만화의 상상력을 높이 평가한 미국 할리우드가 만화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린 지 오래다. 월트디즈니사가 지난해 만화 제작사 마블코믹스를 인수한 것도 그 일환이다. 마블코믹스는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등 슈퍼히어로 캐릭터 1000여개를 보유한 회사다. 일본은 만화가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잘 구축돼 있다. 우리의 만화산업은 어떤가. 2011년 만화산업 매출액은 7515억원 정도다. 6년째 정체 상태다. 뉴미디어시대에 만화가 웹툰과 스마트툰으로 이동하면서 공짜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자연 만화창작 생태계가 무너졌다. 몇몇 스타작가들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창작물인 만화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포털 네이버의 경우 공짜 만화 공급처로 비판받게 되자 고육지책으로 광고 수익의 일부를 작가에게 나눠주는 PPS(Page Profit Share)라는 수익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콘텐츠 무료 서비스 원칙만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오죽하면 드라마, 영화로도 만들어진 ‘각시탈’, ‘타짜’, ‘식객’ 등 30년 넘게 히트작을 낸 허영만 화백은 지난 4월 ‘만화 유료화’의 기치를 내걸고 ‘식객2’를 모바일 SNS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카카오페이지’에 독점 연재를 시도했겠는가. 하지만 60대 중반 접어든 작가의 비장한 도전에도 매출은 미미하다고 한다. 모바일에서 ‘식객2’를 보려고 편당 500원 혹은 월정액 2000원을 결제해야 하는데 만화 콘텐츠를 돈 주고 보겠다는 이들이 적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에 소설을 구연하는 전기수(傳奇叟)라는 직업이 인기였다. 전기수가 거리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 ‘까막눈’의 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전기수들은 가장 재미있는 대목에 이르면 입을 꼭 다물었다가 청중들이 엽전 한 닢씩 던지면 그제서야 목청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것을 ‘요전법’이라고 한다. 만화 콘텐츠를 공짜로 대하는 이 시대가 돈 주고 재미난 이야기를 듣던 조선시대만도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한의학 과외 3년… “쉽게 풀었습니다 실제 도움되도록”

    한의학 과외 3년… “쉽게 풀었습니다 실제 도움되도록”

    만화가 허영만(65) 화백은 매주 수요일 밤마다 ‘과외 수업’을 받고 있다. 벌써 3년째다. 한 번에 과외교사 3명을 모시고, 2~3시간씩 공부에 몰두한다. ‘식객’, ‘관상’ 등을 비롯해 작품마다 철저한 사전 취재로 유명한 그가 이번에 매달린 공부는 한의학이다. 허 화백이 2011년 11월부터 ‘열공’한 첫 결실인 ‘허허 동의보감’(시루)의 1권 ‘죽을래 살래’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된 구암 허준의 의학서 ‘동의보감’은 내경편(6권), 외형편(4권), 잡병편(11권), 탕액편(3권), 침구편(1권) 등 총 5개 편, 25권으로 이뤄진 방대한 기록물이다. 원전을 가능한 한 훼손하지 않고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건강 정보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허허 동의보감’도 총 20권으로 예정돼 있다. 앞으로 한 해에 4권씩 5년 안에 완간할 계획이다. 허 화백은 20일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평생 만화가를 하는 게 꿈인데 직업병으로 어깨가 자주 아파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 ‘식객’ 때 만난 한의사 한 분이 ‘동의보감을 보면 섭생이 건강을 좌우한다’고 얘기한 것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기회가 닿아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허 화백은 양천 허씨 31대손으로 20대손인 허준의 후손이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1610년)이 나온 지 400년이 됐는데 한집안 사람이어서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허허 동의보감’의 ‘허허’는 허준 선생과 허 화백의 작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동의보감을 다룬 기존의 소설, 드라마, 만화들이 허준의 인물 스토리 위주였던 것과 달리 ‘허허 동의보감’은 전문의학서의 내용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꾀했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은 병을 고치기 위한 책이 아니라 병이 나지 않도록 하는 책”이라면서 “독자들이 가능하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입문서 격인 1권에는 병이 아니라 병을 일으키는 근본을 치료하고, 자연의 이치에 맞게 섭생하고 생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는 한편 허 화백이 직접 전문가와 함께 약초 산행을 다녀온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을 연재하고 있으니 난 무조건 오래 살아야 한다”면서 “과외 교사인 한의사 세 분이 힘 떨어질까봐 열심히 한약을 조달하고 있다”고 웃었다. 적게 먹는 것과 많이 움직이는 것을 건강 비법으로 소개한 허 화백은 “돈과 명예를 내려놓더라도 건강에는 욕심을 부려라”고 조언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천장을 쳐다보고 상반신을 흔들어가며 봉노 안에서 뒤숭숭하게 오가던 논의를 귀담아듣던 최상주가 말을 받았다.  “기천 냥에 가까운 거관을 반수님이 노심초사한 공덕으로 고스란히 되돌려 받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순전히 적당을 소탕한 공로로 얻은 돈이지, 전주에게 돌려주라는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돈은 임자는 있으되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도록 조처하는 게 좋습니다. 여항에서는 우리를 장돌뱅이로 하자하지 않습니까. 짚신에 감발치고 꽁무니에 짚신 매달고 십이령 고개를 수없이 넘나들었으나 단 한 번이라도 앉아서 쉬어본 적이 있습니까? 봉노에서 생면부지 사람들과 콧등을 맞대고 잠드는 처량한 신세에, 장가처가 있다 해도 오래 집을 비우기에 십중팔구 오쟁이를 지는 신세들 아닙니까. 그러하나 우리 평생 길바닥에서 뒹구는 처량한 신세를 모면할 길은 없습니다. 차제에 적선하여 저들이나마 살맛 나는 세상으로 만들어 드립시다. 두 번 다시 저들로 하여금 소루쟁이 뿌리로 죽을 끓이고, 새삼이나 나리 뿌리를 삶아 먹고 연명하며 부황나서 흰자투성이인 눈으로 사람을 멀거니 쳐다보는 반편으로 만들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말래 도방 근처 맞춤한 곳에 반수 어른 송덕비 하나 세웠으면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모아둔 부의전이나 벌전만 가지고도 송덕비는 세울 수 있겠지요.”  어느새 봉노 안에는 곰방대에서 내뿜은 매캐한 살담배 연기가 희뿌옇게 들어찼다. 본래 성품은 괄괄한 편이지만, 사소한 일에는 보아도 못 본 척 관여하지도 않고 과묵하기 그지없어 입에서 구린내가 난다는 핀잔도 듣던 박원산도 앞에 놓인 목침을 꽉 움켜쥐면서 두 눈을 부릅뜨고 작심한 듯 한마디 거들었다.  “사람이 도적이 되는 것은 오직 굶주리고 추운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겠소. 차라리 구걸하여 목숨은 보전할지언정 길손의 물건을 훔치거나 취탈하지 말라는 말이 백번 곱씹어도 옳은 말이긴 하지요. 도적질을 정습하지 못하고 일삼는다면, 필경 자리에 누워 제대로 일생을 마치지 못할 것이오. 재물을 탈취하고 인명을 손상시켜 한동안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지내더라도 얼마 못 가 들통나고 감옥에 갇혀 지내다가 절명한다는 것을 저들인들 모르겠소? 구걸이라도 해서 연명하는 게 좋다는 말이 있으나, 그럼 입성 남루하고 언변도 없고 글을 읽고 쓸 줄도 모르는 헐벗은 상놈 주제에 어디 가서 구걸하기는 수월할까요? 굶다 못해 거리 송장되어 거적때기 하나 뒤집어쓰지 못하고 산송장으로 뒹구는 것을 장시 병문 담벼락 밑이나 수챗구멍에서 자주 보아온 터입니다. 저들의 딱한 처지를 역성들지는 못할망정 층하를 두거나 폄척해서는 안 되겠지요. 접장 어른께서 왜 저들을 진작 내치지 않고 지금까지 음식 공궤를 하고 잠자리를 제공해주었겠습니까. 그 까닭을 우리 동무들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박원산이 오랜만에 속시원한 말을 하는군.”  순간 좌중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한동안 깊은 침묵이 흘러간 뒤, 윗목에 앉았던 동무 하나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서 옹구바지 속에 감춰두었던 행낭 쌈지를 꺼내 헤아리지도 않고 쌈지째 방 한가운데로 던졌다. 또 다른 동무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전대를 풀어 내던졌고, 다른 동무는 행전 속에 감추었던 수결 두 장을 꺼내놓았다. 그것을 필두로 모두 꿍쳐 놓았던 염낭을 열어 헤아리지도 않고 한데 모았다. 방 한가운데 던져진 쌈지들로 보아선 누구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2000냥 이상의 금어치가 되는 거관이었다. 만기가 나가서 중두리 하나를 안고 들어왔다. 쌈지를 풀고 되돌려받은 장물 부대들도 함께 풀어서 넣고 몇 번이고 반복하여 굴릴 동안 방안에 있던 행중 동무들은 말없이 구르는 중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튿날 천봉삼과 곽개천 그리고 박원산 세 사람은 중두리를 지고 곧장 생달 마을로 발행하였다. 나머지 행중은 흥부장으로 발행하여 포주인 조기출이 지키고 있는 어물 도가에서 소금과 미역을 떼어 다시 십이령길에 올랐다. 그리고 보름 뒤에 말래 접소 근처에 흩어져 기거하던 농투성이들과 아녀자들도 생달 마을로 떠났다.  밤이면 비루먹은 개 짖는 소리만 공허하였던 생달 마을에 다시 인총이 붐비기 시작하여 생기가 돌고, 구룡산 도래기재를 넘던 영월 태백 부상들도 박달령 상로길로 돌아왔다. 경상도 내성과 안동의 경계는 멀어야 50여리 내외였고, 충청도 단양과의 경계는 60여리 상거였다. 박달령만 넘으면 영월과 태백이 코앞이었고, 울진으로 곧장 가자면 십이령 넘어 150리, 그야말로 사통팔당의 길지에 상단들은 춘수전과 추수전 때마다 여축 없이 갹출하여 토지를 사들였다. 피폐하였던 마을에 인총이 늘어나면서 각성바지 유민이 모여들어 마을은 금세 30여 가호로 늘어났다. 밭에는 옥수수가 길길이 자라 지붕을 덮을 지경이었고, 풀무간이 들어서고 마방 딸린 숫막이 다섯이나 들어섰다. 마당에는 대낮에도 노루가 뛰어들고, 솥에는 꿩이 저절로 날아들었다. 천봉삼 내외는 생달 마을 한가운데서 객주를 열었고, 달덩이 같은 아들을 얻었다. 천봉삼은 이제 생달 마을의 촌장이면서 울진 흥부장, 내성장과 영월 태백의 장시의 거래를 주름잡는 객주가 되었고, 적굴에서 거둔 농투성이들은 각자 집을 가지고 오동나무골과 생달 일대의 드넓은 묵정밭을 꿀이 흐르는 문전옥답으로 바꾸는 데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쟁이 지는 : 마누라가 도망한다는 곁말.
  • ‘태백산맥’ 건넌 중년, 정글사회 앞둔 청춘에 건네다

    ‘태백산맥’ 건넌 중년, 정글사회 앞둔 청춘에 건네다

    작가 조정래(70)의 새 소설 ‘정글만리’(해냄)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글만리’는 올여름 문학 시장에서 독주할 것으로 보였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세를 예상보다 쉽게 꺾었고, 정유정 등 고정 팬을 거느린 젊은 작가들의 신작도 눌렀다. 작가가 소설 시장의 주 소비층인 20~30대 여성 독자층을 포섭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데다 작품이 인터넷을 통해 이미 연재됐다는 점에서 ‘정글만리’의 저력은 연일 문단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출간된 ‘정글만리’는 지난 6월 이후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켜 온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누르고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권으로 묶인 단행본은 현재까지 10만 세트(30만권)가 팔려 나갔다.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와 정유정의 ‘28’ 등으로 여름 소설 시장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만큼 ‘정글만리’의 선전은 더욱 돋보인다. 예상을 깬 ‘조정래 현상’의 주요 배경에는 무엇보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으로 굳어진 기존 독자층의 높은 충성도가 첫손에 꼽힌다. 문학시장을 주도한 20~30대 여성 독자층보다 30~50대 남성 독자층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이다. 2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정글만리’의 구매층 가운데 40대 남성(19.5%)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40대(32.9%)와 30대(27.6%), 성별로는 남성(57.6%)이 많았다. 반면 ‘색채가 없는’과 ‘28’은 각각 30대 여성의 비율이 25.7%와 23.6%, 30대의 비율이 41.9%와 35.7%로 가장 높았다(표 참조). 해냄의 이진숙 편집장은 “‘태백산맥’을 읽었던 386세대가 주요 구매층을 이루면서 젊은 자녀 세대의 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서 “부모의 권유로 책을 보게 됐다는 중고등학생 독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기 이유는 작품이 최근의 국내 소설에서 맛보기 힘들었던 빠른 스토리텔링과 대중적인 서사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시장을 배경으로 한 ‘정글만리’는 종합상사 부장 전대광과 철강회사 직원 김현곤, 중국인 관료 샹신원,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 등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풀어냈다. 등장인물이 많지만 쉽게 읽히고, 흡인력 있는 전개로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든다는 평을 받는다. 황광수 문학평론가는 “3인칭으로 쓰인 ‘정글만리’는 사회·역사적 현실을 다루면서도 대중적인 성격이 강해 독자들이 순수문학보다 더욱 개개인의 삶과 연관돼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면서 “작가의 내면 세계에 치우친 1인칭 국내 소설에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정글만리’의 인기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설에서 드러나는 자기 계발 코드가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국제 무대의 대세인 상황에서 ‘관시’(關係·연줄이나 뒷배, 네트워크 등을 뜻하는 말)나 부동산, 성형 문제 등 중국의 사회·문화적 현안을 본격적으로 다룬 점이 먹혔다는 것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여러 대기업이 중국 전문가를 불러 잇따라 강의를 여는 데서 알 수 있듯 중국은 한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면서 “특히 작품의 주요 독자층인 30~50대 남성 직장인들에게는 소설의 내용이 더욱 절실히 피부에 와 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울진 보부상 비석, 30년 잠자던 ‘객주’의 열정 깨워”

    “울진 보부상 비석, 30년 잠자던 ‘객주’의 열정 깨워”

    “‘객주’의 등장인물들에겐 갖은 시련이 닥칩니다. 용감한 인물도, 비겁한 인물도 있죠. 가만 보면 또 나만큼 시련을 많이 겪은 사람도 없어요. 아버지라고 하면 맞은 기억밖에 없지. 정부인 아닌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멸시도 많이 받았지요. 초등학교는 교과서 하나 없이, 월사금 한 번 못 내고 졸업했어요. 이런 시련에서 벗어난 게 10년도 채 안 됩니다. 하지만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나를 살리는 길입니다. 오히려 삶이 탄탄해지거든요.” 가난과 결핍이 자신의 삶과 글을 밀고 나가는 추동력이었다는 작가 김주영(74). 그가 소설 ‘객주’를 통해 청년들에게 건네는 충언이다. 19세기 말 조선 보부상들이 21세기의 현대인에게 건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장돌뱅이들의 땀내 밴 삶을 담은 ‘객주’가 서울신문 연재 34년 만에 완성됐다. 객주는 당초 1979년 6월 1일부터 1984년 2월 29일까지 1465회(1~9권)로 중단됐다. 사라졌던 주인공 천봉삼을 다시 불러낸 건 4년 전 우연히 발견된 보부상 길(경북 울진 흥부장~봉화 춘양장)이었다. “앞으로 내가 온전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4~5년쯤 남았다고 봐야겠지. 소설에 대한 열정이나 기량이 퇴색되지 않았을 때 못 다한 작업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죠. 하지만 계기가 없어서 30여년의 세월을 흘려보냈어요. 그러다 우연히 경북 울진에서 당시 보부상들이 남겨 놓은 비석, 서낭당, 숙소 등을 보고 가슴 속에 스러지지 않고 남아있던 객주의 싹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4월 1일 본지에 다시 연재를 시작한 보부상들의 삶은 21일 108회(10권)를 끝으로 그야말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객주’를 교과서처럼 읽던 장년 세대뿐 아니라 청년 세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신문뿐 아니라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도 함께 연재된 데다 작가의 낭독 콘서트 등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교감했다. “남녀가 서로 정분을 나누는 회에는 온라인에서의 반응이 굉장합디다. 허허.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10권을 먼저 읽은 젊은 독자들은 ‘소설에 빨려들어 1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조선시대 막걸리 한 주발, 짚신 한 켤레 값까지 적시했더니 당시 민초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느꼈다는 젊은이들도 있었고요.” ‘객주’는 질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읽는 맛도 안겨줬다. 그러나 조선 말기를 실감 나게 전달하느라 요즘 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당시의 어휘를 곳곳에 동원해야 했다. 작가는 “(젊은 독자들이 읽기 힘들 줄)알면서도 도리가 없었다”며 웃었다. “난해하고 말고. 하지만 소설의 현재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리가 없는 거지. 옛 사람들이 쓰던 말을 버리거나 훼손시켜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1~9권과 30여년의 간극을 두고 쓰인 10권에는 현재에 대한 비판과 반성도 담겨 있다.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라는, 과거와 무섭도록 닮은 현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새 연재물에서는 지방 관리들이 어떻게 서민들을 착취하고 횡포를 부렸는지, 수령들이 어떤 식으로 뇌물을 주고받고 직책을 사고팔았는지 명확히 서술했어요. 요즘도 정부 관리와 기업인들이 주고받는 부정부패가 엄청나게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보면 70년 넘게 살아온 저도 ‘부정부패라는 우리 사회의 혹을 떼기란 참으로 어렵구나’ 하고 절실히 느낍니다.” 작가의 표현대로 ‘객주’는 “거창하게 떠들지 않은 이상향”으로 마무리됐다. 보부상들이 배곯는 농민들에게 땅을 사주며 정착을 돕는다. 가난과 결핍이 움츠린 곳에 늘 시선을 주었던 작가다운 결말이다. 지난 6월부터 기획분과위원장으로 합류한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도 그는 이런 소신을 폈다고 했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 혼자 낭떠러지에 서 있는 사람, 바람 부는 벌판에 서서 눈물 흘리는 사람을 찾아내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많은 공간을 내주자고도 했죠.” 유년 시절 저잣거리 풍경에 매료돼 문학 인생을 바쳐 ‘장터의 서사’ 대장정을 이어온 작가에게 대하소설이란 “견디는 힘으로 쓰는 것”이었다. 요즘 문단에서 그런 대하소설의 명맥이 끊기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노 작가의 눈빛에서는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빛났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소재를 개발하는 능력이나 감성적인 호소력, 관계를 다루는 솜씨는 (우리 때보다) 뛰어나요.” 천생 이야기꾼 김주영의 다음 주제는 사람 이야기다. “고은 선생의 시집 ‘만인보’처럼 살면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나를 감동시키고 비난했던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봤으면 합니다. 내가 원래 장편 체질이잖아(웃음).” ‘객주’ 10권은 다음 달 25일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새 영화] 왕자웨이 감독 ‘일대종사’

    [새 영화] 왕자웨이 감독 ‘일대종사’

    왕자웨이 감독이 1994년 발표한 ‘동사서독’은 전통적인 무협 영화의 계보에서 멀리 떨어진 작품이었다. 김용의 ‘사조영웅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는 복수심에 들끓는 주인공도, 처단해야 할 뚜렷한 악인도 등장하지 않았다. 정성일 영화평론가에 따르면 ‘동사서독’은 “무한히 많은 무협소설들이 서로 가로지르고 통과하는 일종의 교차로”였으며 “그 자체로 여러 개의 수수께끼를 하나로 만든 플래시백 영화”였다. 수수께끼가 남긴 의문들을 채운 것은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촬영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의 탐미적인 영상이었다. 감독의 두 번째 무협 영화인 ‘일대종사’ 역시 그의 비주얼리스트적인 면모가 극한으로 끌어올려진 작품이다. 여러 명의 촬영감독을 갈아치우며 6년간의 기획과 3년간의 촬영으로 완성된 영화는 매 장면 유려한 영상미로 가득 차 있다. 실존 인물이었던 영춘권의 대가 엽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지만 견자단 주연의 ‘엽문’ 등 기존 무협 영화의 공식은 따르지 않는다. 영화는 엽문(량차오웨이)의 봄과 겨울을 보여준다. 영춘권의 대가인 엽문은 팔괘장의 제창자인 궁보삼과의 대결을 통해 중국 무술의 대가로 떠오른다. 엽문은 궁보삼의 딸 궁이(장쯔이)와 무예를 겨루면서 미묘한 연정을 품게 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1938년 일본군이 쳐들어오면서 그의 삶은 “하루 아침에 봄에서 겨울로” 바뀐다. 집은 빼앗기고, 친구들은 죽고, 아내(송혜교)는 떠난다. 혼자 남은 그는 홍콩으로 건너간다. ‘일대종사’에는 봄에서 겨울로 생명을 다해가는 것들에 대한 회한의 정조가 다분하다. 팔과 다리를 “내밀고, 올리고, 내리는” 것이 전부인 영춘권은 몸으로 살아가던 시대의 마지막을 보여준다. 감독은 고속촬영을 통한 슬로모션으로 주먹과 발의 일합(一合)마저 우아하게 잡아낸다. 인물의 얼굴을 쉼없이 비추는 클로즈업은 저물어 가는 중국 근대의 표정을 비춘다.다만 이야기가 다소 분산되고, 형식과 이미지는 넘치는 작품의 특성을 불편하거나 지루하게 받아들일 관객도 있을 수 있다. 엔딩 크레디트 뒤에 추가 영상이 있다. 122분.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내성 임소에서 말래 접소로 돌아온 정한조는 다시 도회를 열었다. 접소의 동무들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의한 단초에 대해서 소상하게 의견을 나눌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접장으로서 부리를 헐어 논의의 축을 잡아줄 필요는 있었다. “안동 부중의 주선으로 장물이긴 하나 거관을 한 푼도 축냄이 없이 고스란히 넘겨받은 것은 하늘이 돕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넘보지 못할 일이었네. 그러나 이 돈과 패물은 오늘 여기에 앉아 있는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란 것을 명심해야만 이 거관을 의롭게 쓸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야. 혹은 이 장물을 공평하게 나눠 갖자는 의견들이 있을 수 있고, 흥부장과 내성장에 더 큰 어물 도가를 열거나 염전이나 고포의 곽전을 더 사들여 이문을 노리자는 말이 있을 수 있겠지 혹은 좀 더 두고 생각해보자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이 돈과 패물을 오래 간직하다보면 얼마 가지 못해서 이로 말미암아 환난을 겪게 될 것이야. 욕심이 생겨난다는 뜻일 테지. 곽전과 염전을 사들인다 하여도 종국에 가서는 네 것과 내 것을 따지게 될 것이야. 그러한즉슨 이 돈이 하루라도 빨리 우리 안중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 접소와 임소가 그동안 숱한 곡경을 치르고 풍진을 겪으면서도 거두어온 정리를 상하지 않고 의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일 것이야.” 정한조의 말이 끝나자, 평소에는 말이 없던 최상주가 말했다. “염전을 사든 곽전을 사든 우리 동무들 공동의 이름으로 사들여 관리한다면 큰 말썽은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이름을 걸고 재산을 사들여 화식하게 되면 필경 네 것과 내 것의 경계를 따지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필경 반목이 일어나 서로 의심하게 되고, 밸이 틀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서 헐뜯고 두 눈을 부릅떠 드잡이하며 능멸이 낭자할 것이오. 재물을 사더라도 최상주, 장안동과 같이 별호를 적바림 하여 사들인다면 우리가 곡기를 놓고 저승으로 가더라도 뒤탈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대부분이 엄지머리로 장가를 들지 못해서 후손이 없지만, 일가친척은 있지 않겠습니까. 본명으로 재물을 얻고 화식한다면 우리가 저승살이를 간 이후에도 일가친척이 나서서 네 것이다 내 것이다 하는 반목과 곡경을 겪지 않을 터이지요.” 그렇게 말한 것은 도감으로 발탁된 천봉삼이었다. 그 말에 모두 솔깃해서인지 좌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박원산이 추임새를 주었다. “도감께서 한 말이 그중 귀에 솔깃합니다.” 결국 어떤 재산을 사들이든 우선 별호를 적바림하여 나중에 어느 누구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장치를 하자는 데 우선 결의를 보았다. “그런데 이 돈과 패물이 지금 우리 접소에서 같이 기거하는 20여 명 아녀자들의 소유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 돈이 장물이란 이름으로 둔갑하기 전까지 한때는 이들의 공동 소유라 했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 재물을 우리가 거두기 전까지는 이들도 이 장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 않았소.” “아니…… 도감 어른, 이 차판에 긁어 부스럼이 아닙니까?” “그 말도 일리가 있네. 그들이 내 것이라고 복장 지르고 나온다면 달래기가 수월찮을걸.” 권영동이 되받았다. “궤변이지요. 접장 어른이 슬하에 거두기 전까지는 저들은 소굴에 있던 적당이 아니었습니까.” “그것도 일리가 있네.” “일리가 있다니요?” “골자를 알고 보면, 그들도 적당이기 전에 자기 농토도 없어 유리걸식하던 농투성이들이었고, 우리처럼 사고무친한 노닥다리 세궁민이었고, 겨울이면 곁불 쬐고, 여름이면 남의 집 처마 밑에 떨고 서서 소나기를 피하던 적당의 차인꾼이 아니었나. 곡기를 끊고 죽어도 먼가래 쳐줄 사람조차 없는 딱하고 부질없는 처지들이 아닌가. 세상으로부터 외대를 당하며 장가처도 없이 부평초처럼 떠도는 우리 신세와 별반 틀리지 않은데, 역성들지 못할망정 우리가 방안에 앉아 그들을 허물 잡으면 날벼락 맞을 것이야.” “설마하니 장물을 그들에게 넘기자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저들에게도 살길을 터주고 사람됨의 명분을 안기자는 얘기일세.”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앉아 곰방대만 태우던 천봉삼이 가로막고 나섰다. “감히 시생이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모두 행낭 쌈지에 꿍쳐 놓은 밑천들 내놓으시지요. 100냥도 좋고 10냥도 좋고 1000냥도 좋습니다. 그 모은 돈을 되돌려받은 장물까지 섞어 중두리 속에 넣고 서너 번만 굴리면, 돈의 출처도, 장물이나 장물 아닌 것도, 네 돈 내 돈의 구분도 없어집니다. 그 돈을 챙겨 지금까지 둘러보고 점지해둔 생달과 오동나무골의 토지를 우리의 본명 아닌 별호나 익명으로 양안(量案)에 올립시다. 그처럼 여축 없이 결박을 해두면 투식(偸食)*을 일삼는 이서배들도 트집 잡아서 화속(火贖)*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수하에 거느린 식솔들로 하여금 농사를 짓고 살 수 있도록 주선하는 게 적선하는 일일뿐더러 명분도 주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처자식이 있습니까, 안부를 주고받는 일가친척이 있습니까, 재산을 물려줄 후손이 있습니까. 행담 짜던 늙은이는 죽을 때도 입에 댓잎을 물고 숨을 거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역시 열명길에 오를 때까지 십이령 고개를 소금 짐을 지며 오르내려야할 것입니다. 그래야 살맛이 나니까요. 사고무친한 우리가 열명길에 오르게 되면, 도조로 농사지어 먹고살게 된 저들이 우리 장례를 떡 벌어지게 치러줄 것이고, 기일이 되면 여축 없이 제사를 지내줄 것입니다. 아니면 우리의 영혼이 도솔천을 건너지 못하고 십수 년을 두고 구천에 떠도는 서러운 신세될 것 아니겠습니까.” *투식:공금이나 골곡을 도둑질함. *화속:대장에 오르지 않은 토지에 세금을 물리는 일.
  • 수림문학상 최홍훈씨 ‘훌리건K’

    수림문학상 최홍훈씨 ‘훌리건K’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공동 제정한 제1회 수림문학상에 최홍훈(33)씨의 장편 ‘훌리건 K’가 당선됐다. 심사위원회는 “오심에 항의하기 위해 절대 권력 포청천을 찾아가는 전직 야구 선수의 일직선 서사가 말 그대로 돌직구처럼 보인다”며 “서사를 추동해 나가는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설가 박범신씨를 위원장으로, 소설가 정미경·전성태·정이현씨와 문학평론가 정홍수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상금은 5000만원이며 시상식은 다음 달 말에 열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비너스 몸매’ 정아름, 노하우 전수 위해 강단 선다

    ‘비너스 몸매’ 정아름, 노하우 전수 위해 강단 선다

    ‘비너스 몸매’ 정아름이 직접 자신의 몸매 관리와 골프 노하우를 전파하기 위해 나섰다. 정아름은 오는 9월부터 명지대학교 사회교육과정 ‘위드스타 클래스’의 강사로 나서 직접 몸매 관리 노하우와 골프티칭을 강의한다. 최근 ‘라이프 스타일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받고 있는 정아름은 각종 행사와 자기 계발 강의의 섭외 1순위로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다. 이런 정아름이 이번 ‘위드스타 클래스’ 강의에 나선 이유는 역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 대중들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정아름은 “‘라이프 스타일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주위에서 항상 내 몸매 관리 등 여러 가지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다”며 “이렇게 강의를 할 좋은 기회가 생겨 내 방법을 알기를 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직접 전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위드스타 클래스’는 인기 높은 셀러브리티들이 직접 자신의 전문 분야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강의로 그 취지가 공개된 후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수강을 원하는 이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강의프로그램을 개발한 명지대학교 측은 유명 스타들이 직접 강의에 나서면서 대중들에게 더 쉽고 친근하게 전문적인 지식을 얻게 하도록 이번 강좌를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으로 미스코리아 출신이면서 각종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자주 핫이슈를 만들어냈던 정아름을 강사로 섭외한 것. 정아름은 오는 9월부터 명지대학교 사회교육과정 (http://ice.mju.ac.kr ) ‘위드스타 클래스’ (http://www.withstarclass.com )의 강사로 나서 직접 몸매 관리 노하우와 골프티칭을 강의한다. 정아름은 최근 자신의 9등신 ‘비너스’ 몸매를 과시한 화보를 공개해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한 바 있다. 또 모델, 작가, 골퍼, 트레이너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대한민국 대표 스포테이너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중국 현지에서도 관심을 모으며 ‘정아름의 안방 글래머 다이어트’의 중국어 번역판까지 출간될 예정이다. 정아름은 SBS ‘스타킹’에서 ‘안방 보톡스 운동법’을 소개하며 화제가 됐고 XTM ‘절대남자’에서는 ‘정아름의 퓨전 트레이닝’이라는 코너를 진행하며 관심이 쏠렸다. 또 MBC ‘뉴스 투데이’에서는 ‘1분 피트니스’를 진행했고 자신이 운영 중인 블로그 ‘나스타일(narstyle.kr)’을 통해 자신의 몸매 관리 비법을 꾸준히 공개하며 열성 팬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위드스타클래스’에는 정아름 외에도 스포츠댄스강사 박지우, 이탈리아 요리 셰프 박찬일, 영화 전문지 ‘씨네21’ 의 커버를 담당하고 있는 유명 사진작가 손홍주, 최근 패션계의 대세인 ‘콜라보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고태용, 여행작가 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태훈, 축구 국가대표 팀닥터로 유명한 ‘달리는 의사’ 최주영, 70여권의 영미소설을 번역한 조영학, 장근석의 프로젝트팀 ‘팀H’ 의 멤버 빅 브라더, 직접 연예 매니지먼트 계에서 활동했던 권혜진, 은퇴 설계 관련 프로그램 개발로 유명한 김상영 등이 강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 손상에 영향을 줬다는 보건복지부의 공식 발표가 있은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문제가 된 제품들은 시장에서 수거됐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검찰 고발 등의 조치가 뒤따랐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도 자연스레 잊혀졌다. 12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정말 그렇게 끝난 것일까. ■초한지(KBS2 밤 12시 30분) 유방군의 기습으로 장한이 버티는 호치성이 함락되자 장한은 패잔병을 이끌고 폐구성으로 은닉한다. 장기간에 걸친 대치 상황에 맞선 한신은 초나라 땅과 폐구 사이에 있는 남양의 왕릉을 포섭하기 위해 왕릉과 벗인 노관을 보낸다. 한편 팽성에 주둔하고 있는 항우군 밑에서 쓸쓸한 여생을 보내고 있던 한왕성은 장량의 권유로 항우에게 부탁한다. ■TV소설 은희(KBS2 오전 9시) 은희가 인천에 온다는 소식에 정옥을 비롯한 다가구 식구들은 모두 들떠 있다. 정태와 함께 은희가 인천에 도착한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영주는 성재가 혹시 은희와 마주칠까 불안하기만 하다. 한편 정옥의 생일파티도 하고 오랜만에 모두 모여 화기애애한 다가구 식구들. 잠시 산책을 나갔던 은희는 그곳에서 우연히 성재와 마주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임신 27주째 병욱이의 가족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임신중독 증상으로 엄마와 아이 모두 위독한 상태였다. 신의 장난처럼 둘 중에 한 생명만 살릴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가족들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 대신 엄마를 선택했다. 하지만 기적처럼 태어난 아이 병욱이는 엄마의 아픔을 대신 가져야 했다. ■엄마 없이 살아보기(EBS 밤 8시 20분) 한지는 아흔아홉 번의 손길로 만들어 천 년을 산다는 우리나라 전통의 종이다. 한지를 만들어 내는 손길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충북 청원의 어느 시골마을에 일곱 살 동갑내기 형빈이와 나연이가 찾아왔다. 잠자리가 무서워 못 잡을 정도로 겁도 눈물도 많은 우리의 엄살쟁이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나서서 아주 특별한 일을 꾸민다. ■가족(OBS 밤 11시 5분) 아내 귀순씨는 밭일부터 집안일에 마을 사무장 일까지 하느라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 한편 그런 아내를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고 동물들하고만 시간을 보내는 남편 김대연씨. 일 좀 도와달라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도망갈 궁리만 하는 남편 때문에 밭은 잡초들이 무성히 자라 엉망이 되고 옥수수는 제때 따지 않아 폭삭 익어 버리고 말았는데….
  • 애쉬튼커쳐, 애플 공동창업자 영화 ‘잡스’ 혹평에 반박

    애쉬튼커쳐, 애플 공동창업자 영화 ‘잡스’ 혹평에 반박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봉된 스티브 잡스 전기영화 ‘잡스’(Jobs)에 대해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혹평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워즈니악은 IT사이트 기즈모도에 올린 리뷰에서 “오늘밤 ‘잡스’를 관람했다. 전반적으로 연기는 좋았고 기분좋게 관람했다. 그러나 추천할 만한 영화는 못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에는 많은 오류들이 있는데 이는 잡스에 대한 애쉬튼 커쳐(잡스 역)가 스스로 만든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가 영화배우 애슈턴에 의해 왜곡되게 묘사되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워즈니악은 영화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잡스나 애플과 맺었던 관계가 잘못 묘사된 데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이 영화는 잡스에 대해 너무 아첨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를 보았던 내 친구도 ‘소설(처럼 꾸민 이야기)을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영화는 스티브가 성공적인 상품(아이팟)을 만들어내고 우리 삶을 바꾼다는 것으로 끝난다”면서 “나는 I시대를 연 스티브의 우수함을 높이 평가하고 내가 그런 상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가 초기부터 그런 기술과 우수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즈니악은 애쉬튼 커쳐가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영화를 준비 중인 다른 영화사로부터 돈을 받고 (영화 ‘잡스’를) 고의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잘못된 지적이며 그의 이런 말이 그가 여전히 영화 속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주말 영화 ‘잡스’의 미국 흥행 성적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매출이 당초 예상치인 900만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670만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도 각본과 연출이 다소 엉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영화는 스티브 잡스가 16세였던 1971년부터 아이팟을 개발한 2001년까지의 삶을 그리고 있다. 한국 개봉일은 오는 29일.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슈&이슈] ‘명품 예술도시’ 꿈꾸는 대구시

    [이슈&이슈] ‘명품 예술도시’ 꿈꾸는 대구시

    대구의 문화예술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구시가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테마형 명품 문화인프라들이 하나씩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미술, 공연예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시설들이 건립되면서 관람객이 단순히 증가한다는 차원에서 벗어나 질적 변화까지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 문화르네상스를 꽃피우고, 문화예술도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문화인프라 구축의 선봉장은 대구예술발전소다. 중구 수창동 58의 2, KT&G 별관창고를 개조해 지난해 12월 개관했다. 사업비 160억원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1만 2150㎡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과 교육공간, 지원공간 등을 갖춘 복합공간이다. 창작 공간은 음악, 미술, 미디어, 문학, 의상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상주하면서 창작 및 전시·공연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일반인에게 공개돼 아트페어나 워크숍, 교육, 판매 등의 역할도 한다. 또 전시장은 작가들의 특별전과 상설전이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창고형 극장은 연극, 콘서트, 영화, 이벤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장으로 운영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예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도서관 개념의 미디어테크, 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키즈 스페이스’와 아트숍, 레스토랑 등 상업공간이 층별로 들어서 있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전시, 공연, 신진작가 육성 등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은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 예술산업을 중심으로 대구의 옛 도심 탈바꿈 사업도 시작됐다. 특히 올 상반기 추진한 ‘문화살롱’, ‘문화사랑방’ 등을 표방한 ‘만권당 프로젝트’는 파격적 장르에 대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하반기에는 젊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할 ‘Ten-Topic Project’와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참가할 ‘ZKM ART FACTORY’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홍성주 시 문화예술과장은 “대구예술발전소는 장르를 초월해 모든 예술가들에게 개방된 문화예술창작의 테스트 베드를 지향하고 있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시민회관은 오는 10월 개관을 목표로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이다. 사업비 559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9670㎡인 건물을 지하 3층, 지상 6층에 연면적 2만 6791㎡ 규모의 복합 문화명소로 증개축하는 것이다. 연면적이 2.5배로 넓어진다. 대공연장은 건축사적 의미를 반영해 현재의 이미지와 골격을 유지하면서 외부 시설의 현대화, 내부공간의 최신화를 통해 1333석 규모의 국제적인 콘서트 전문홀로 탈바꿈한다. 기존 공연지원관(별관)은 철거 뒤 206석 규모의 소공연장과 전시실, 공연지원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갖추게 된다. 지상주차장은 지하화하고, 지상은 2개의 프라자를 설치해 만남의 장소로 제공된다. 대구시민회관에는 대구시립합창단과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옮겨오고 오는 11월 초 재개관 기념 ‘아시아 교향악축제’를 시작으로 시민들에게 다시 다가선다. 홍 과장은 “시민회관 리노베이션은 지역 문화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출신 문인들의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구문학관도 내년 5월 개관한다. 시인 이상화·이장희, 소설가 현진건 등 대구 출신 문인들의 자료를 전시한다. 문학관은 중구 향촌동 옛 상업은행 부지 1300㎡에 건평 3348㎡,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선다. 문화예술관, 북카페, 전후문화 체험실, 영상기기 전시관, 음악감상실 등이 들어서는 것은 물론 전후 도심 상점가도 재현돼 건물 전체가 문학과 역사, 예술의 공간이 될 전망이다. 대구에서 활동했던 작고한 작가와 대구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모든 자료를 수집해 전시한다. 각계각층의 기증 등으로 문화사적 가치가를 지닌 1만여점이 넘는 방대한 콘텐츠가 구축된다. 홍 과장은 “전국 최고의 문학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대구문학관 개관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출판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혁신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달서구 남대구IC 일원에 24만 5413㎡ 규모의 출판산업단지도 개발된다. 민자 1248억원을 들이는 출판산업단지에는 문학인 전용 레지던시 공간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차세대 문인 육성과 문학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대구문화재단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대구가 배출한 유명 문인들의 전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대구시민의 오랜 숙원 사업인 대구미술관은 개관한 지 두 돌이 넘었다. 수성구 삼덕동 대구대공원 내 7만 1202㎡ 면적에 건축면적 8만 808.27㎡, 연면적 2만 1701.44㎡,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675억원이 들어간 대구미술관은 1~5전시실, 어미홀, 강당, 교육시설, 정보센터, 관람객을 위한 편의시설로 구성돼 있다. 대구미술관의 상징을 고려해 만든 어미홀(가로 15m, 세로 55m, 높이 20m)은 연간 한 차례 아티스트의 창의적인 영감을 실현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3전시장은 실내와 자연 풍경이 접점을 이루는 전시장으로 고정된 곳이 아닌 율동있고 교감하는 장소로 사용된다. 대구미술관은 국내외의 근·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는 물론, 미술 강좌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운영과 시민의 문화예술 욕구에 부응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는 일본이 낳은 최고의 미술가인 ‘구사마 야요이’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 전국에서 관람객이 이어지고 있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우환 화백과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5월까지 기본·실시설계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달서구 성당동 두류공원 안 2만 6705㎡ 터에 들어선다. 2016년 6월 개관할 예정이다. 현대미술의 세계적 거장인 이 화백 작품 외에도 동시대 아시아·유럽 등을 대표하는 작가 8∼9명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 코오롱 야외음악당, 이월드 등 기존 문화시설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권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테마형 명품 문화인프라 구축으로 지역 문화의 역동성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서울 중심의 문화인프라가 앞으로 대구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前 국과수 원장이 들려주는 소름돋는 ‘한강의 사건·사고’

    前 국과수 원장이 들려주는 소름돋는 ‘한강의 사건·사고’

    ‘한강에서 생긴 소름 돋는 이야기’로 막판 무더위에 맞서는 건 어떨까.여성 최초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을 지낸 정희선(58) 국제법과학회 회장이 오는 28일 저녁 한강으로 출동한다. 서울시가 이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한강 뚝섬공원에서 진행하는 ‘멘토와 함께하는 한강 스토리텔링 투어’ 제3기 프로그램에 멘토로 나서기 위해서다. 정 전 원장은 ‘한강, 그것이 알고 싶다’를 주제로 한강 역사에 남을 만한 이상한 사건·사고에 얽힌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무더운 여름을 잊고 한강의 숨은 매력을 발굴하는 한편, 시민 안전 의식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국내 과학 수사의 산증인으로 국과수를 연구원으로 격상시키는 데 한몫을 했던 정 전 원장은 올해 여성가족부 선정 2013년 여성 리더 대표 멘토 16인 가운데 한 명이다. ‘한강,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영동대교, 청우아파트 나들목, 벽천플라자,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로 이어지는 한강공원 투어 뒤 아카펠라 공연, 멘토와 함께하는 토크쇼가 이어진다. 참가 신청은 19~21일 홈페이지(www.seoulstory.org)에서 접수한다. 선착순 100명이다. 한강 스토리텔링 투어는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인 한강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서울 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앞서 새 박사 윤무부, 요리연구가 임지호가 멘토로 나섰다. 오는 10월까지 진행되는 투어에는 희극인 전유성(다음 달 7일), 사진작가 김중만(28일), 소설가 김훈(10월 12일) 등이 참여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배고령이 구월의 하초를 긴 팔로 덥석 잡아 끌어안으면서 입을 쩍 맞추고 한 손을 구월이 사추리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 구월이가 배고령의 귀를 가만히 잡아당기면서 속삭였다. “오늘은 참으셔요.” “왜?” “달거리가 있습니다.” “달거리가 있다고? 아니… 개짐까지 차고 있네. 배태를 하였다는데 무슨 달거리가 있다고 둘러대나?” 구월이가 해쭉 웃더니 배고령의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모두 술책이었지요. 이녁이 주선하는 대로 두었다간 혼례는커녕 부지하세월이 될 것 같아서 배태했다고 헛소문을 퍼뜨린 것입니다. 그리하지 아니하면 엄니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았지요.” “아니 자궁을 튼튼히 한답시고 장모가 감꼭지와 익모초를 구해다가 달이지 않았나?” “그 약탕기는 월이 아지마시가 배태하여 마실 상약이랍니다.” “어허…, 우리 내자 참도 기특하이. 내 혼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을 혼자 주선하지 않았나. 나는 못난이고 임자는 잘난이일세.”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아녀자가 제아무리 다부지다 한들 설한풍 쐬고 다니며 풍진을 겪는 남정네의 소견을 따를 수 있겠습니까.” “어허…, 촌닭이 관청 개 눈 빼먹는다더니, 젊지도 않은 나이에 얻은 내 안해 구월이 다부진 말투 한 번 보게나….” “불을 끄시지요.” “그냥 둬. 내일 해가 뜰 때까지 어두운 밤을 밝히도록 그냥 두는 게 좋겠네. 때죽나무 열매로 얻은 이 밝은 빛이 찬물내기를 지나고 장평고개를 넘어 말래 접소까지 닿아 훤히 밝히도록 축수하세나.” 그로부터 달포가 지난 뒤였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허리에는 붉은 단풍이 걸리기 시작했다. 낙엽이 쌓여 가는 십이령 깊은 골짜기에는 흐르는 물소리 어느덧 청아하고, 신새벽이면 쌓여 가는 낙엽 위로 하얀 무서리가 내렸다. 옷소매로 스치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그 무렵 말래 접소의 동무들은 비지땀을 흘려 가며 옆도 돌아볼 겨를도 두지 않고 몸을 바쳐 내성으로 소금과 어물 짐을 날랐다. 흥부장 어물 도가는 이곳 출신 조기출을 포주인으로 앉히고, 그로 하여금 흥부장 시세를 무리 없이 관장하도록 주선하였다. 그동안 양류밥을 먹으면서 빈둥거렸으나, 옛날처럼 글 읽는 선비로 돌아갈 엄두는 조금도 없던 조기출을 포주인으로 앉히었더니, 발걸음이 날아갈 듯하고 얼굴에 노골적으로 좋은 기색을 보이며 어물 도가를 잠시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 모두가 말래 도방 동배간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들지 않았다면 기대할 수 없던 일이었다. 내성에서 안동 부중 부상들에 통문을 놓아 60여 명이 모여 도회를 열게 되었던 것도 그처럼 가을이 깊어 가던 10월 초순의 일이었다. 통문 발행에 필요한 경비는 모두 내성 임소에서 감당하였다. 예로부터 통문을 놓는 경우는 몇 가지 일로 제한했다. 국역(國役)이나 전쟁과 같은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사역을 하기 위하여, 큰 산송(山訟)이 일어나 시비가 되었을 때, 보부상이 아내를 잃어버렸을 때, 저자에서 부상과 보상 간에 시비가 일어났을 때, 보부상과 관청 간에 시비가 일어났을 때만 사발통문을 돌려 도회를 가졌다. 만약 부상 중에 누군가 모욕을 당하면 그들은 동맹하여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 낼 때까지 그 고장에 모든 상품 공급과 거래를 끊었다. 사사로이 도회를 여는 것은 국금(國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크게 경하할 일이나 보부상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공문제가 열리던 그날 내성장 임소에는 부상들을 제외한 200여 명의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부상들의 합창 소리가 내성장 병문에 울려 퍼졌다. 성수 만세 성수 만세 오늘 장에 천냥이오. 아랫장에도 천냥이오. 한 달 육장 매장해도, 수천 냥씩 재수 봐요. 가는 길에 만냥이오, 오는 길에 만냥이오. 소금장수 등짐장수, 가는 곳마다 짭짤하네. 만세 만세 성수 만세, 좌사우사 여러분들, 오고 가는 험로에, 몸수 안녕하옵시고, 재수 대통하옵소서…. 그 도회에서 훼가출송되기만을 기다렸던 길세만이 무사타첩되었고, 천봉삼은 곽개천과 같이 도감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최상주(崔尙州), 박원산(朴元山), 권영동(權永東), 장안동(張安東), 송만기 같은 동무들이 모두 어엿한 공원으로 발탁이 되었다. 그 도회에서 배고령을 필두로 하여 몇몇 동무가 한동안 윤기호가 꿰차고 성세를 떨쳤던 어물 도가 포주인에 지명되었다. 문제는 그만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자본이었다. 그것은 전혀 바라지 않았던 곳에서 해결되었다. 적당을 소탕하고 얻었던 장물을 단 한 푼의 축냄도 없이 되돌려 받았기 때문이다. 반수 권재만이 두 달포 가까이 안동 부중에 탄원을 넣어 얻어 낸 결과였다.
  • 비밀결사단체 ‘프리메이슨’ 젊은 회원 모집중

    비밀결사단체 ‘프리메이슨’ 젊은 회원 모집중

    주로 음모론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현존하는 최고 최대의 비밀 결사 단체가 있다. 바로 프리메이슨(Freemasons)이다. 이른바 권력 뒤에서 그 권력을 배후 조종하는 단체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은 국내에서는 댄 브라운의 소설과 영화 ‘다빈치 코드’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프리메이슨 측이 젊은 남녀 회원들을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프리메이슨 영국 지부 대변인 줄리앙 리스는 “18~25세 사이의 젊은 남녀들을 대상으로 프리메이슨 회원(youth ambassador)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프리메이슨 측의 이같은 계획은 조직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그림자 세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음모 조직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프리메이슨은 이에 더해 나이 많은 백인 신사가 그 주체로 묘사되어 있다. 대변인 리스는 “나이많은 백인 할아버지 이미지는 조직에 있어서 큰 문제” 라면서 “30살 미만의 젊은 회원들이 조직 내에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격 조건은 성,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면서 “소셜네트워크 사용에 능하면서 교육적, 직업적 성취가 있는 젊은이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리메이슨은 1717년 영국 런던에서 엘리트 남성 사교클럽으로 만들어진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회원으로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 벤저민 프랭클린, 이탈리아 통일의 아버지 주세페 가리발디, 작곡가 하이든, 모차르트, 작가 볼테르, 괴테 등이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이언톨로지 ‘지구종말’ 대비 우주 기지 건설

    사이언톨로지 ‘지구종말’ 대비 우주 기지 건설

    신흥 종교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가 미국 뉴멕시코 사막 한가운데에 지구종말 후 우주선이 착륙할 수 있는 일종의 착륙기지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매체 데일리메일은 헬기를 이용해 근접 촬영한 일명 ‘우주 사원’(alien space cathedral)의 모습과 방문자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근 마을로 부터 약 50km 나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한 이 사원과 착륙 기지는 1980년대 부터 이 종교의 창시자 론 허바드의 지시에 의해 건설이 진행됐다. 이같은 우주 기지의 존재는 올해 1월 BBC출신의 탐사 전문기자 존 스위니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으며 핵 공격에도 견뎌낼 수 있도록 여러 지하 벙커들과 함께 건설된 것으로 전해진다.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이 기지의 목적은 향후 아마게돈이 일어난 후 지구를 떠나있던 신자들이 다시 돌아올 장소라는 것.   전직 경찰서장 출신의 팀 갈라고스는 “지난 1990년 대 후반 사이언톨로지 신자가 아니지만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면서 “사원 곳곳에 론 허바드가 남긴 설교와 저작물 등이 장식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스위니 기자는 “사이언톨로지 측이 외계인들에게 인사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하늘에서도 보이는 이같은 표식을 남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믿는 것으로 유명한 사이언톨로지는 1952년 SF소설가이자 사진작가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론 허버드(Ron Hubbard)거 창시했으며 과학기술을 통한 정신치료, 영혼 윤회등을 신봉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지금&여기] 힐링 뒤에 오는 것들/정서린 문화부 기자

    [지금&여기] 힐링 뒤에 오는 것들/정서린 문화부 기자

    “힐링 열풍이 사그라든 건 확실한데 다음에 올 게 뭔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만난 한 서점 관계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른바 ‘힐링 뒤에 오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이다. 실제로 출판계는 힐링 다음으로 독자를 사로잡을 키워드가 무엇인지에 온 감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2~3년간 출판계를 잠식한 키워드는 힐링이었다. 힐링 열풍의 선두에 서 있던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지금까지 220만부나 팔려나갔다. 힐링이 장사가 되니 종교, 인문서적은 물론이고 유머 모음집, 피아노 악보집에까지 힐링이란 단어가 ‘부적’처럼 붙었다. 이런 극성으로 인해 쌓인 피로감 때문인지, 대안 없는 감성 위로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지, 이제 힐링은 시효가 다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힐링이 한풀 꺾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건 ‘이야기의 힘’이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9~15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에서 조사한 이달 셋째주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0위권 안에 소설만 8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출간과 동시에 힐링 서적을 1위 자리에서 가뿐히 밀어냈다. 조정래, 정유정, 김영하 등 탄탄한 국내 작가군단의 신작이 쏟아진 데다, 댄 브라운 같은 인기 해외 작가까지 합류하며 조성된 ‘소설 특수’인 셈이다. 대형 작가들의 잇단 등판과 소설 성수기인 여름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즘 같은 ‘서사의 득세’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문학적 상상력이 독자를 사로잡을 다음 키워드일까 하는 기대다. 경제불황 때면 소설이 사랑받았다는 전력도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미국 대공황 때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일본 버블 붕괴 때는 ‘실낙원’,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인기를 끌었다. 치유를 위해선 지식과 지혜가 필요한데 이를 얻기 위한 으뜸이 문학적 상상력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물론 일부 소설들의 독주가 문단 전체에 활력을 가져올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 상대적으로 신인 작가들의 선전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힐링 뒤에 오는 것들’이 한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처럼 천편일률적인 ‘유행’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의 힘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rin@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길세만의 노래는 어찌된 셈인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서늘하게 서글퍼지면서 눈물이 쑥 빠지게 하였다. 아마도 이러저러한 곡경을 겪으면서 굽도 젖도 못하는 그의 딱한 신세 때문에 목소리에 청승이 실린 까닭이었다. 그는 어렵사리 접소에 남게 되든지 아니면 접소에서 배송되든지 둘 사이에 놓인 신세였기 때문이다. 그의 딱한 신세가 내성 떠난 지 사흘 뒤인 샛재 비석거리에서 다시 한번 외대를 당하게 되었다. 온 집안이 눈에 띄게 초례청을 차린답시고 분주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월천댁은 그 바쁜 중에도 마당가에 몰래 옹솥을 걸고 익모초를 달이고 있었다. 구월이에게 먹일 상약인 듯한데, 자궁이 빈약하여 유산할 걱정이 있는 산모는 감꼭지나 벼 뿌리를 삶거나, 아니면 호박 넝쿨의 곧은 순을 고아 먹이면 자궁을 튼튼하게 보전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익모초가 가장 효험이 있다 해서 달이는 눈치였다. 소금 짐을 짊어지고 십이령길에 올라야 할 차인꾼 두 사람이 삼남이*를 비딱하게 쓰고 분주하게 설치고 있었고, 말래 접소에서 동자치 노릇하던 월이도 와 있었다. 이웃 아낙네들 역시 품앗이를 한답시고 숫막을 들락거리며 매통을 갈거나 짚방석을 깔고 앉아 전병을 굽고 술을 담근다며 난리 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 북새통 피우는 광경을 바라보는 길세만은 예상과는 달리 초연한 낯빛이었다. 구월이가 배고령과 맺어질 줄 진작부터 알고 있던 눈치였다. 바쁜 중에 마침 천봉삼을 발견한 월이가 박우물로 달려가서 옹가지에 시원한 물을 떠다 일행들에게 대접하였다. 냉수 한 바가지를 벌컥벌컥 들이켠 천봉삼이 월이에게 물었다. “임자… 월천댁이 울바자 밑에서 무얼 달이나?” “감꼭지와 익모초인 듯하오.” “그렇다면 자궁을 도울 상약임이 분명한데…. 구월이 배태하였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팔의 나이에 자궁이 그토록 약하다는 것인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대꾸하는 말버슴새가 야무지던 월이의 대답이 듣기에 따라서는 무언가 은휘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서 천봉삼이 돌아서다 말고 다잡아 물었다. “내가 남의 일에 공연히 잘난 체하고 헤집고 들었나?” “아니오.” “아니라니?” “사실 약탕기에 끓고 있는 상약이 자궁을 받쳐 주는 상약인 것은 분명한데, 구월이가 먹을 약은 아니오.” “그래, 그럼 누가 먹을 약이오?” “너무 헤집고 들지 마세요. 실은 제가 먹을 약을 달이고 있소.” “아니…? 임자 배태를 했더란 말이오?” 천봉삼의 떨리는 목소리에 월이가 대답은 않고 돌아서며 얼굴만 붉혔다. “임자, 접소에 겹경사가 났소. 그런데 임자가 몸이 그토록 쇠약해질 때까지 내가 보살피지 못했구려. 더욱이나 이 바쁜 와중에 혼주되는 월천댁이 임자에게 먹인답시고 약탕기를 달이고 있다는 게 믿을 수가 없소.” “그래서 저도 놀랐습니다. 은인을 만난 게지요.” 그로부터 이틀 뒤에 월천댁 숫막의 협소한 마당에는 조촐한 초례청이 마련되었다. 혼례식에는 정한조와 곽개천과 천봉삼 내외와 공원 몇 사람이 참례하였다. 신혼부부를 위하여 접소의 공원들이 갹출한 50냥 가까운 축의금이 마련되었으나 그 돈을 부부에게 건네지 않고 월천댁에게 건네주었다. 혼례에 쓰일 물자는 모두 이웃의 품앗이로 마련되었다. 사추리 밑까지 샅샅이 뒤져봐야 불알 두 쪽만 달그락거리는 가난뱅이라고 야무진 말투로 험담을 늘어놓았던 월천댁은 목돈을 건네받자, 고맙고 무안했던 나머지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밤 신혼의 부부는 안방에 버젓하게 자리를 펴고 나란히 누웠다. 때죽나무 열매를 빻아 짜낸 기름을 접시에 붓고 심지를 넣어 붙인 접싯불이 두 사람의 자태를 희미하게 비추었다. 때죽나무 기름은 연기가 나지 않아 신방을 밤새워 밝혀 두어도 그을음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십이령에 때죽나무가 흔치는 않지만, 월천댁은 혼사 때 쓰려고 때죽나무 기름까지 짜 두었던 것이었다. 배고령은 아내인 구월이의 목덜미를 가만히 끌어안으면서 귓속말을 하였다. “우리가 지붕이 엄연하고 삿갓반자가 쳐다보이는 안방에서 두동베개를 베고 눕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꿈만 같구먼.” “누가 아니래요…. 사실 그동안 아비 묘 앞에서 이녁과 관계를 가질 때, 가시가 등줄기를 파고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왜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 “이녁이 날 소박놓을까 그때마다 이 악물고 참았소.” “사추리에 파고드는 가시 때문에 아파서 내지르는 소리를 난 감창소리로 알고, 처자의 몸으로 일찌감치 살송곳 맛을 들였구나 했지. 잔뜩 끌어안고 흔들고 뿌리치는 것이 모두 요분질로만 알고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곤 하였지….” “이녁이 그 맛을 들이게 주선해 주기도 했지만, 아프기도 했지요. 이녁이 정분을 거두고 날 상종하지 않을까 등줄기가 멍들고 허벅지가 가시에 찔려도 참았지요.” “오늘밤은 등메 위에 누웠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모두가 엄니 덕분이오.” *삼남이:대로 결어 만든 모자
  • 300만명 아사한 70여년전 中 허난성 이야기

    1942년. 대구의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이 가장 뜨거웠던 해, 중국 허난(河南)성엔 유래를 찾기 힘든 대기근이 몰아닥쳤다. 당시 허난성 전체 인구는 3000만명. 1년 이상 지속된 가뭄으로 이 가운데 300만명은 굶어 죽고, 1000만명은 유리걸식하며 비참한 삶을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대참사는 중국 정부 기록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대기근의 참상은 2009년 류전윈 런민대 교수가 쓴 장편소설 ‘1942를 돌아보며’가 출간되면서 알려졌다. 허난성 언론들은 소설 내용에 충격을 받았고, 그 가운데 ‘허난상보’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추적에 나섰다. 당시 일부 지식인들이 쓴 취재기나 지방지에 남은 단편적 기사 등을 근거 삼아 참상을 복원했다. 책은 이처럼 ‘허난상보’의 편집장 멍레이와 관궈펑, 궈샤오양 등 기자들이 취재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대기근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작물은 죄다 타들어 갔고, 주민들은 논 몇 마지기를 팔아야 겨우 하루 양식을 구할 수 있었다. 푸성귀나 나무껍질조차 동나자 주민들은 가죽끈과 소가죽, 심지어 기러기똥까지 먹어야 했다. 극한상황에서 인륜은 사치였다. “피난민들은 손톱을 씹고서야 자신이 먹는 것이 인육으로 만든 만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누구도 상관하는 이가 없었다. 어느 부부는 친딸을 먹었다. 야성을 되찾은 들개 무리는 여기저기서 시체를 뜯어 먹었다. 어느 일가족은 가산을 모두 내다 팔아 마지막 한 끼를 배불리 먹은 뒤 자살했다.” 책이 전하는 70여년 전의 실제 지옥도다. 가뭄은 천재(天災)였지만, 참사로 키운 건 사람이었다. 저자들은 대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장제스 정권의 실정(失政)을 꼽고 있다. 책이 중국 공산당의 지원 아래 출간된 것도 허난성의 비극을 통해 ‘국민당 수괴’ 장제스의 실정을 드러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장제스는 1938년 일본군을 막을 시간을 벌기 위해 황하를 막고 있던 ‘화위안커우 제방’을 폭파한다. 황하가 범람하며 무려 89만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수로와 우물은 파괴됐고, 농경지도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가축도 사라졌다. 이 와중에 출현한 메뚜기떼는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옥수수와 조, 수수 등 곡물들을 깡그리 먹어치우며 참사를 부채질했다. 저자들은 정치지도자들의 오판을 비판하며 “우리가 (그 사건을) 끝내 잊는다면 또 다른 대기근이 우리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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