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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 임권택, “고맙다 영화 더 빛냈다” 전라노출+삭발감행 김호정 누구?

    화장 임권택, “고맙다 영화 더 빛냈다” 전라노출+삭발감행 김호정 누구?

    화장 임권택, ‘전라노출’ 김호정에 “고맙다 영화 더 빛냈다” 김호정 반응은? ‘화장 임권택 김호정’ ’화장’ 임권택 감독이 배우 김호정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화장’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메가폰을 잡은 임권택 감독과 배우 안성기, 김규리, 김호정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화장’ 임권택 감독은 “내가 연출자로서 힘들었던 부분은 안성기 씨와 김호정 씨가 욕탕에서 가누지 못하는 몸을 수발하는 과정”이라며 김호정의 전라 노출 장면을 언급했다. 극중에서 뇌종양으로 점점 피폐해지는 아내 역을 맡은 김호정은 삭발과 구토 등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모두 소화했으며, 옷에 묻은 변을 남편이 닦아주는 장면에서 음부 노출까지 감행했다. 임권택 감독은 “애초에는 반신만 노출하고 찍었는데 관객들이 상당한 생각으로 유추한다 해도 그 사실감이 십분 전달될 것 같지 않았다. 촬영을 중단하고 김호정에게 전신을 찍어야 비로소 납득할 수 있겠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이야기를 했다”며 “2~3시간 뒤 ‘좋다. 감독의 의사대로 찍자’고 해 찍은 신이 전신을 드러내는 신이었다”고 설명했다. 임권택 감독은 “감독이 생각하는 목적과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감독으로서 큰 실례를 범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 없이 무사히 잘 찍혀 영화를 빛냈다는 점에서 이 자리를 빌어 김호정 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에 김호정은 “너무 감격스럽다. 욕실 부분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시나리오를 받고 그 장면이 가장 강렬했다. 가장 힘들지만 아름다웠던 신으로 인상적이었다”며 “촬영 때 고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처절히 죽는데 처절함 속에서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인 영화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다.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해 제7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제3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 러브콜을 받았다. 4월 9일 개봉예정. 사진=영화 ’화장’스틸컷(화장 임권택 김호정)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단독] 의문의 적폐 척결 보고서 사정 정국 시나리오 됐나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포스코 수사 등 사정 정국이 도래한 가운데 대통령비서실이 지난해 말 ‘적폐 해소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정체불명의 민간 기관에 의뢰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신문과 함께 보고서를 검토한 학계 전문가들은 형식과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15일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은 지난해 11월 ‘적폐의 성격 규명 및 국민 인식 분석을 통한 효율적 해소 방안 연구(적폐 척결을 위한 전략보고서)’라는 정책 연구를 ‘KDN’과 900만원에 수의계약했다. ●靑 허점투성이 연구용역에 900만원 써… 연구원 베일에 가려 연구는 지난해 말 종료됐고 사이트에는 ‘연구 결과를 활용 중’이라고 돼 있다. 보고서는 척결해야 할 적폐와 관련해 “정경 유착 가능성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며 “일부 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조성, 공기업·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등을 적극 파헤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물론 사실상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정책 연구 결과를 반영한 사정 정국 조성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보고서의 형식과 내용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공개된 보고서 표지에만 KDN이라고 나올 뿐 연구자 이름도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KDN은 민간 연구기관이며 더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김유승(중앙대 기록관리학과) 교수는 “사이트에 용역 수행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내세운 ‘정부3.0’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30%가 요약분… “소설에 가까운 웅변조” 비판 불과 60쪽짜리 보고서 중 19쪽에 이르는 ‘요약’ 부분이 본문에서 반복되기도 한다. 행자부 정책 용역 연구보고서 평가단에도 참여했던 건국대 행정학과 이향수 교수는 “60여쪽짜리 보고서에서 요약 19쪽은 과하다”고 평가했다. 논쟁적인 대목도 눈에 띈다. 적폐의 배경과 관련해 “민주화 열풍으로 시작된 다양한 사회이익집단의 목소리는 소위 ‘떼법’이라는 악습으로 정착되었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익집단을 결성하고 그들 주장이 정책으로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노조 파업을 ‘떼법’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웅변조인 데다 내용도 평이하다”면서 “학연, 지연에 얽혀 연구 수행자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 없는 용역 보고서가 양산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과학적 글쓰기와 거리가 먼 소설에 가까운 내용”이라면서 “용역비 대비 분량과 내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지구촌 책세상] 얼마나 재밌었으면 영화로 태어났을까

    [지구촌 책세상] 얼마나 재밌었으면 영화로 태어났을까

    “그 영화 원작 책도 읽었어요?” “아니요.” “영화도 좋지만 원작이 아주 재미있어요. 꼭 읽어 보세요.” 워싱턴DC에서 독서광으로 소문난 지인과 얼마 전 나눈 대화다. 지난 1월 중순 개봉해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전쟁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파격적인 성 묘사로 소위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평가를 받는 등 지난달 중순 개봉한 이래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원작에 대한 평가를 듣게 됐다. 이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2013년 1월 출간된 자서전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왼쪽)’와 2012년 4월 출간된 소설 3부작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오른쪽)는 영화가 흥행하면서 원작소설이 다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두 책을 주문해 읽었다. ‘아메리칸’는 미군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총잡이’로 평가받는 네이비실 대원 크리스 카일이 이라크전에서 겪었던 경험을 쓴 자서전이다. 카일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미군 역사에서 적들을 가장 많이 사살한 총잡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보호하는 미군 전사들은 그를 ‘전설’이라고 불렀지만 적들은 그를 ‘악마’라고 부르며 현상금까지 걸었다. 카일은 전쟁의 고통과 압박감을 솔직하게 써나간다. 친한 동료들의 죽음, 부인 등 가족의 고통, 전쟁 후 겪어야 했던 후유증 등…. 책이 출간된 뒤 나흘 만에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그의 인생은 삶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그레이’는 지인의 평가대로 매혹적이다. 가난한 여대생과 모든 것을 갖춘 젊은 사업가의 불꽃 같은 사랑은 남자의 특이한 성적 취향과 어두운 과거 때문에 결국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1억부 이상 판매돼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은 E L 제임스는 인간의 악마적 근성과 구속하려는 욕구, 나약함, 질투, 공포심 등을 너무나 자세히 묘사한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을 만큼.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이 바다가 예술을 낳았다

    이 바다가 예술을 낳았다

    1972년 뮌헨올림픽 개막 축전곡인 ‘오페라 심청’을 작곡했다. 1983년엔 콧대 높기로 소문난 ‘베를린 필하모닉’의 탄생 100주년 기념곡인 ‘교향곡 1번’을 작곡했다. 40세 이후, 그러니까 스스로 음악적 성숙도를 가르는 기준으로 삼았던 시기에 작곡한 오페라, 교향곡 등만 해도 무려 154편에 달한다. 이 같은 음악적 성과를 낸 그를 독일의 한 방송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의 한 사람’으로 선정했고,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작곡가”라고 상찬했다. 이 모두가 한 사람을 가리키는 수식어다. 경남 통영 출신의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이 바로 그다. 해외에선 거장으로 칭송받지만 정작 자신을 낳아준 모국과는 오랜 시간 불화했던 그를 기리는 국제음악제가 오는 27일~4월 5일 통영국제음악당 등에서 열린다.<서울신문 2월 26일자 22면> 먼먼 통영까지 내려가서 음악제만 보고 올 수는 없는 노릇. 윤이상의 발자취를 따라 자박자박 통영을 돌아보고, 제철 맞은 도다리쑥국으로 겨우내 지친 몸도 추스르는 건 어떨까. 통영은 예향이다. 예술인을 많이 배출했다. 시인 유치환은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중앙동 우체국에서 여류 시인 이영도에게 연서를 썼고, 그 우체국 앞길은 현재 ‘청마거리’로 명명돼 있다. 시인 김춘수, 화가 이중섭과 전혁림, 시조시인 김상옥 등 당대를 풍미했던 예술인들도 펜으로, 또 붓으로 통영에 대한 사랑을 읊고 그려냈다. 이맘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윤이상이다. 한데 그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1967년에 터진 ‘동백림 사건’으로 북한 간첩으로 몰려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눈을 감은 비운의 음악가 정도가 전부이지 싶다. 사실 윤이상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과 그가 세계 음악사에 남긴 업적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윤이상기념공원의 이중도 팀장은 “클래식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윤이상은 일반적인 인식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음악가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며 “서양 음악에 동양의 혼을 불어넣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했고, 비틀거리던 현대음악의 중심을 잡아 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재조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이상이 통영에 산 건 생애 전반부의 30년 정도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곳이지만 뜻밖에 통영에 남은 그의 흔적은 많지 않다. 생가터, 그의 이름을 딴 기념공원과 거리, 그가 교편을 잡았던 통영여고 정도가 그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의 전부다. 생가터는 통영 시내에서 해저터널로 가기 전, 통영냉장 쪽 맞은편 골목에 있다. 주소는 도천동 157번지다. 윤이상이 1956년 고국을 떠난 후 주인이 몇 차례 바뀌면서 생가 건물은 사라졌고 터만 남았다. 생가터 맞은편은 ‘윤이상기념공원’이다. 기념관 건물과 윤이상의 베를린 집, 그가 타던 벤츠 승용차 등이 전시돼 있다. 건물 주변엔 분수시설을 조성해 공원처럼 꾸몄다. ‘윤이상거리’는 그의 생가를 중심으로 유년 시절 노닐던 해방교에서 해저터널까지의 790m 구간에 조성됐다. 거리 입구에 윤이상의 부조상이 세워져 있다. 윤이상은 평소 “내 음악의 모태는 통영의 숲과 바다, 갈매기, 고기 잡는 소리”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생가터에 서면 이 같은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현재 그의 생가터는 사방이 건물이다. 한데 그가 살았을 때는 달랐다. 게 등딱지만 한 집 수m 앞이 바다였다. 그게 일제강점기인 1932년께부터 간척돼 오늘의 모습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 팀장의 말에 따르면 통영 시절의 윤이상은 청마 유치환(1908~1967), ‘꽃의 시인’ 김춘수(1922~2004) 등과 나이를 격하고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이들은 윤이상이 생전에 입버릇처럼 되뇌었던 미륵산, 용화사 등을 주유하며 교분을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미륵산은 통영 여정의 가장 앞줄에 두는 게 좋다. 통영 시가지와 한려수도를 한눈에 굽어보며 대략의 위치를 알아 두는 게 장소에 대한 현실감을 한결 높여준다. 전혁림미술관, 김춘수 유품 전시장, 달아공원, 미래사 등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들도 죄다 미륵산 자락에 매달려 있다. 미륵산 정상에 서면 한려수도의 빼어난 풍경이 주르르 펼쳐진다. 거미줄을 뽑아내듯 바닷물을 헤치며 나아가는 어선들이 한산도 등 다도해의 섬들을 종횡으로 엮어 그림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관광엽서에서 흔히 보는 한려수도 사진은 십중팔구 이곳에서 찍는다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의 풍광이다. 발품 팔아 오를 수도 있지만 케이블카로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다만 케이블카 전망대에서는 통영 시내가 보이지 않는다. 다소 발품을 팔더라도 미륵산 정상까지는 올라야 360도 막힘 없는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미륵산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케이블카 요금은 왕복 1만원이다. 통영에서 요즘 ‘잘나가는’ 여행지는 동피랑 마을이다. 통영항의 강구안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들어선 달동네다. ‘동쪽의 피랑(벼랑)’에 들어선 마을이라 해서 이름지어졌다. 50여 가구가 비탈면에 지붕을 맞대고 모여 사는데, 집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가 멋들어지다. 동피랑을 내려오면서 통영의 명소들을 차례로 짚을 수 있다. ‘은하수를 가져와 피 묻은 병기를 닦는다’는 뜻의 수군통제영 건물인 세병관과 일제가 물자 운반을 위해 만든 해저터널 등 역사 유적들이 즐비하다. 고 박경리 선생 생가와 소설의 배경이 됐던 뚝지먼당 등도 이웃해 있다. 남망산 조각공원, 통영의 전경이 발 아래 깔리는 북포루 등도 묶어 돌아보길 권한다. 글 사진 통영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수도권에서 가자면 중부고속도로로 대전까지 가서 대전~통영선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곧장 가면 된다. 통영을 효율적으로 돌아보려면 통영항을 경계로 북통영과 산양읍으로 나눠 일정을 짜는 게 좋다. 지리적으로도 북통영에서 산양읍 방향으로 훑으며 내려가는 게 맞다. 북통영 쪽에는 박경리 선생 생가가 있는 뚝지먼당, 벽화마을로 이름난 동피랑, 세병관, 충렬사, 청마 유치환을 기념하는 청마거리, 윤이상기념관 등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작지와 쓰레기장 등이 뒤엉켜 어수선했던 뚝지먼당 지역은 최근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거쳐 말끔한 공원으로 변했다. 하지만 박경리 선생이 쓴 여러 소설들의 배경이 됐던 달동네 풍경은 여전하니 꼭 찾아보길 권한다. 산양읍 지역에서는 해저터널, 전혁림미술관, 김춘수기념관, 통영국제음악당, 한려수도관광케이블카, 달아공원 등의 명소와 만날 수 있다. 특히 전혁림미술관 주변과 미륵산 중턱의 미래사 가는 길 등은 봄철 아름드리 벚꽃이 화사한 자태를 선사하는 곳이다. 꼭 메모해 두시길. 통영이 끼고 있는 해안선의 총길이는 무려 617㎞에 달한다. 서울~부산 거리의 1.5배에 달한다. 그 덕에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할 수 있는 도로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 산양일주도로다. 통영 시내에서 충무교를 건너 미륵도에 닿으면 곧 산양일주도로가 시작된다. 여기서 우회전해 통영대교를 지나 바닷길을 따라 달리면 당개, 당포, 달아전망대로 이어진다. 산양읍 쪽은 오후에 찾는 게 좋다. 저물녘 풍경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달아전망대가 특히 소문난 일몰 명소다. 통행량이 많은 산양일주도로를 피해 호젓한 해안도로를 달리고 싶다면 풍화일주도로가 낫다. 산양읍 풍화리를 한 바퀴 도는 17㎞의 해안도로다. 길은 좁지만 쪽빛 바다와 정감 넘치는 어촌 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먹거리:이즈음 통영에서 꼭 맛봐야 할 게 도다리쑥국이다. 봄철 포실해진 도다리에 쑥과 된장을 넣고 묽게 끓여낸 도다리쑥국은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통영여객선터미널 앞의 통영회식당(634-3500), 서호시장 내 분소식당(644-0495), 수정식당(644-0396) 등이 비교적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인근 다른 식당들의 음식 솜씨도 이에 못지않다. 서호시장만 해도 십여개 식당에서 도다리쑥국을 낸다. 어느 집이나 재료는 신선할 터. 맛의 차이라야 습자지 한 장 정도지 싶다. 중앙시장 내 한산식당(644-5828)의 칼칼하게 끓여낸 복매운탕과 복국도 좋다. 보통명사화된 ‘충무김밥’의 경우 현지인들은 여객선터미널 앞 풍화김밥(644-1990)을 추천했다. 유명짜한 집들은 중앙동 문화마당 앞에 많다. 저마다 원조를 자처하며 ‘할매’ 또는 ‘3대’를 상호에 내건 집들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유명세와 불친절 오명은 비례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애주가라면 ‘다찌집’에 관심이 많겠다. 술과 안주를 ‘일체형’으로 내는 집이다. 예컨대 3만원짜리 기본상을 비운 뒤 술을 추가하면 ‘주인장 마음대로’ 술에 맞는 안주를 제공하는 식이다. 울산다찌(645-1350), 통영사랑 다찌집(644-7548) 등이 알려졌다. →잘 곳:국내 내로라하는 여행지답게 통영엔 다양한 규모의 숙소들이 즐비하다. ‘오션뷰’는 아니지만 충무관광호텔(645-2091), 비치호텔(642-8181) 등은 깔끔한 시설이 자랑이다. 충무마리나콘도(646-7001)는 가족 등 단체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오션뷰가 빼어난 모텔들도 발에 밟힐 만큼 많다. 통영항 쪽엔 한 집 건너 모텔인데, 강구안을 바라보고 있는 나폴리모텔(646-0202)이 추천할 만하다.
  • 인간들이 지능 높다고 지구의 다른 구성원 멸종시켜도 괜찮나

    인간들이 지능 높다고 지구의 다른 구성원 멸종시켜도 괜찮나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캐스파 헨더슨 지음 이한음 옮김/은행나무/540쪽/2만 5000원 ‘세상에는 우리의 지혜가 더 날카로워지기를 끈기있게 기다리고 있는 마법 같은 것들이 가득하다.’(버트런드 러셀) 사람들은 흔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인정하려 든다. 하지만 세상에는 비록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눈 앞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의 의미이며 영향력을 가진 것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외면당하거나 무시되기 일쑤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은 쉽사리 보기 힘들지만 분명히 살아 있고, 인간과 어떤 식으로든 상관있는 동물들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제목이 암시하듯 대부분 특이한 모습이나 구조를 띠어 언뜻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 27종이 주인공이다. 그 동물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선사하는 지에 포커스를 맞춘 ‘21세기판 동물우화집’으로 읽힌다. ‘처음 보면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눈꺼풀 없는 구슬같은 눈망울, 목에서 부드러운 산호처럼 가지를 뻗은 아가미, 도마뱀같은 몸통에 앙증맞은 팔다리’ 멕시코 고지대 호수에만 사는 도롱뇽 아홀로틀의 인상 묘사로 시작하는 ‘21세기판 동물우화집’은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 만큼 박식한 지식의 릴레이에 빠져들게 된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진기한 동물들의 박물지와 신화, 문학, 예술, 역사를 넘나드는 폭 넓은 통찰이 압권이다. 그리고 주목할 사실은 그 통찰이 인간에 대한 치밀한 성찰로 결집된다는 것이다. 물론 책은 심해 밑바닥과 대륙의 메마른 곳 구석구석에 숨어사는, 듣도 보도 못했던 기이한 동물 소개가 근간을 이룬다. 설인처럼 털북숭이 앞다리가 달린 예티게, 온몸에 장미가시 같은 가시가 나있는 가시도마뱀, 거대한 익룡 케찰코아틀루스, 인간과 아주 닮은 일본원숭이, ‘비너스의 허리띠’라는 별칭이 붙은 띠빗해파리, 이틀 만에 수정란 안에서 완전한 물고기 형태가 완성되는 제브라피시…. 마치 거대한 수족관을 펼쳐놓은 듯한 책은 중세의 동물우화집을 뛰어넘는다. 책의 특장은 환상소설에나 나올 법한 생물들을 통해 인간의 시야를 넓혀준다는 데 있다. 바로 공존의 의미 찾기이다. 저자는 책에서 특정한 주장이나 주의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존재 그 자체를 보라는 듯 다양한 이야기로 버무려 늘어놓는다. 그런 ‘이야기 투르기’가 신기하게도 공존의 의미로 통한다. 그 기발한 파격의 대표적인 대목은 이런 표현이다. “대부분의 문화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지만 자연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는 기이해 보이는 무리일 수 있다. 울퉁불퉁한 귀, 빠르게 변하는 얼굴, 믿어지지 않게 수직으로 선 몸 위에서 흔들거리는 지나치게 큰 머리…” 책에는 그런 인간 때문에 손해를 보고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호주대륙에 서식했지만 인간이 정착한 뒤 멸종한 가시도마뱀은 단적인 사례로 적시된다. 두꺼운 피부를 가진 고래는 촉감이 예민해 새 한마리가 등에 내려앉아도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고래 사냥꾼들은 고래가 작살에 찔리는 고통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래잡이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도롱뇽 아홀로틀은 대항해시대 유럽의 정복자에게 짓밟힌 아메리카 원주민의 슬픈 초상이자 현대 재생생물학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인간은 과연 지능이 월등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구생태계의 다른 구성원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자격이 있을까. 이제 이 시대를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생명의 역사상 유례없이 한 종이 대규모 멸종과 변화를 일으키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그런 동물들에게도 주의를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저항 주식회사(피터 도베르뉴·제네비브 르바론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사회운동이 비즈니스가 된 원인은 무엇일까.’ 기업을 견제해야 할 사회운동 단체들이 기업과 함께 그리고 기업처럼 행동하는 행태를 고발했다. 이를테면 운동단체들이 월급과 임대료, 프로젝트 비용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출처·방법을 안 가리고 자금을 모으는 식이다. 대기업과 동반자가 되고 갑부들과 협력하거나 유명 인사들을 섭외하며 기업 돈을 받고 브랜드를 빌려준다. 저자들은 기업화된 사회운동단체들이 ‘비영리산업복합체’로 전락했다고 한다. 정부정책과 기업의 이윤추구에 이의를 제기하면 반국가세력으로 몰리기 일쑤이지만 편한 길을 택하기보다 시민들을 조직해 자생력을 갖추고 더 정교하게 대응할 역량을 키우는 건 결국 운동조직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276쪽. 1만 4000원. 자아와 방어기제(안나 프로이트 지음, 김건종 옮김, 열린책들 펴냄) 아동 정신분석학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안나 프로이트의 대표작.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포함한 이전 학자들의 저서·논문 등에서 개념적 소개에 그쳤던 다양한 자아 방어기제를 분류, 구체화한 책. 각 방어기제를 실제 사례로 이해하고 아동·청소년으로 분석 대상을 확대한 특징을 갖는다. 프로이트가 인간 정신을 이드(무의식)·에고(자아)·슈퍼에고(초자아)로 나눠 분석했음은 유명한 일. 그의 딸 안나는 사례연구를 통해 ‘정신조직 관찰에 적합한 자리는 항상 자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자아가 바로 ‘이드’와 ‘초자아’라는 다른 두 조직을 이해하게 하는 매개체라고 강조한다. 이들 세 조직이 맺는 관계 그리고 각자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해 아동 사례에 적용하면 결국 ‘인간 이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론이 핵심이다. 240쪽. 1만 5000원. 한국근대여성 63인의 초상(김경일 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 1870∼1910년대 각 분야에서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 근대 여성들을 소개했다. 1874년 태어난 조신성부터 1917년 출생한 문예봉까지 45년에 걸친 여성들이 대상. 소설가 강경애, 배우 문예봉, 서양화가 나혜석을 비롯해 교육가 송금선, 독립운동가 유관순·정종명, 미용사 오엽주, 최초의 여성 관비 유학생 윤심덕, 조선공산당원 주세죽 등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 고루 포함됐다. 책은 이들에 대한 단순 전기형식의 개별 사례 소개를 탈피했다. 그 대신 개인 생애 전반의 특성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정리해 해당 인물의 특성과 삶의 지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구성한 게 특징이다. 525쪽. 2만 3000원. 반공의 시대(김동춘·기외르기 스첼 외 지음, 안인경·이세현 옮김, 돌베게 펴냄) 한국과 독일은 모두 냉전 체제 아래 분단을 겪었다. 독일은 통일을 이룬 반면 한국은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로 독일 통일과정을 롤 모델로 삼는다. 책은 한국의 김동춘·박태균, 독일의 기외르기 스첼·디르크 호프만 등 유명 사회학자 16명이 모여 출간한 양국 반공주의 관련 공동 비교연구서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반공주의가 양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살펴 그 부정적 유산들과 이데올로기적 균열의 극복 방식을 연구했다. 반공주의의 역할에 관한 주요 측면과 함께, 이런 논의의 진행이 현재의 사회정치적 문제에서 갖는 의의를 고려해 한국에 초점을 맞췄다. 반공주의라는 논쟁적 주제에 대한 다각적 논의에 더해 ‘분단’이란 경험을 가진 학자들의 “반공주의 연구는 분단국가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주목할 만하다.532쪽. 2만 5000원.
  • [길섶에서] ‘깔롱진’ 커피/정기홍 논설위원

    함께 일했던 남자 후배가 퇴사한 뒤 작은 커피숍을 차렸다. 서울을 떨치고 타향 객지 세종시 조치원까지 내려갔다. “백두산 꼭대기에 홀로 떨궈 놔도 길 찾아 내려올 친구”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그에 걸맞게 가게 이름을 능청스럽게도 지었다. ‘깔롱’이다. 부산 출신의 친구가 그 말을 자주 써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멋을 부리고, 잘난 척하고, 까분다는 뜻으로 부산의 젊은이들이 쓰는 사투리라고 한다. “깔롱지기네”, “깔롱지게 입었네”가 그 쓰임새다. 50대 중반의 부산 사람에게 물었더니 ‘갈롱’이 맞는 게 아닌가 한다. 사전에도 갈롱이 ‘간능’(幹能)의 잘못이고, 재간 있게 능청스럽다는 뜻으로 풀이해 놓았다. 경남 하동이 배경인 소설 토지에는 “우리가 천성으로 잘 산다꼬 갈롱을 피울 사람들가…갈롱 피는 그 꼬라지 눈이 씨어서 못 보겄더마는”의 대목이 나온다. 사투리가 경음화한 것으로 보인다. 후배는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칼론(kalon)의 뜻도 같이 담았다”고 했다. 사투리와 외국말을 오가고 말소리에도 커피숍 분위기가 물씬한, 톡톡 튄 상호 선택이 탁월하다. 후배가 끓여 내는 깔롱진 커피 맛이 손님들 입맛에 딱 들어맞기를 바란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은밀한 한 컷, 위대한 변화…웃겨라, 세상을 뒤집을 만큼

    은밀한 한 컷, 위대한 변화…웃겨라, 세상을 뒤집을 만큼

    풍자, 자유의 언어 웃음의 정치/전경옥 지음/책세상/584쪽/3만원 지난 1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두 형제 테러리스트는 그동안 마호메트를 우스꽝스럽게 그리면서 조롱과 풍자를 한 시사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상대로 피의 복수극을 벌였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 테러는 언론의 자유와 한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글보다 더 함축적이고 즉각적으로 비판하거나 공격하려는 대상과 의도를 환기하면서 여론을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풍자 이미지는 기원전 1360년 이집트에서 클레오파트라부터 하급정부 관리에 이르는 지배층을 공격할 때 처음 등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풍자, 자유의 언어 웃음의 정치’는 풍자 이미지를 통해 근대 유럽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조망한 책이다. 근대는 절대권력, 신흥계급, 교회, 대중, 국제관계, 여성을 둘러싸고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중세의 봉건적 질서를 벗어나 시민사회로 이행하는 역동적인 시기였다. 자유와 평등 개념이 확산하고 정치적 규범과 철학이 대거 형성되면서 사회 전반에서 발전이 이뤄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재해와 전쟁에 따른 인명 희생, 산업화와 도시화가 낳은 빈곤과 노동착취, 빈부격차 문제도 심각해졌다. 책은 이처럼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닌 근대의 두 얼굴을 당시 유행한 풍자 이미지를 통해 생생히 보여 준다. 책은 특히 정치·경제적으로 강성했고 근대성의 요소를 공통으로 많이 지닌 16~19세기 영국·프랑스·독일에 초점을 맞춘다. 자유주의 정신이 확산되고, 정치적 규범과 철학이 대거 형성됨으로써 정치·사회·문화 전반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급속하게 산업화가 진행되던 당시 만화와 만평, 캐리커처, 전단지, 풍자소설 등이 어떻게 생겨나 어떤 경로로 유포되고 향유됐으며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를 우선 살핀다. 이어 중세의 봉건제가 무너지고 절대왕정이 성립되어 가는 과정, 왕족과 귀족, 고위 성직자가 모든 특권을 독차지한 것에 대한 반발과 자유 평등 개념의 확산으로 시민혁명이 일어나는 과정이 펼쳐진다. 가톨릭의 부패와 성직자의 타락, 이에 대한 반발로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과정,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간의 갈등과 막대한 희생을 부른 종교전쟁도 풍자의 대상이 됐다. 불공평과 불의에 맞서기도 하지만 쉽게 해이해지는 대중의 속성을 꼬집고, 근대에 새로이 등장한 지식 엘리트와 신정치 엘리트에 대한 풍자도 흥미롭다. 근대의 유럽 풍자 이미지에서 여성은 중세의 폐쇄적인 인식에서 다소 벗어나긴 했지만 여성의 사회적 역할, 지위, 사회참여에 대해서는 여전히 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여성을 사치스러운 생활의 표본 혹은 정치적 부패의 원인으로 그리면서 ‘친절하지만 나약하고, 정의롭지만 악마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남성의존적이며 공적인 영역에 적합한 자질이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종교, 왕권, 식민지, 무역 등을 둘러싸고 일어난 국가 간의 갈등과 충돌도 풍자의 주요 소재였다. 라이벌 관계였던 영국과 프랑스에서 정치적 선전과 선동을 목적으로 배포된 풍자화들에서 같은 사안을 놓고 상반된 시각을 펼치는 점도 흥미롭다. 19세기 초반 전 유럽을 상대로 정복전쟁을 벌인 나폴레옹은 단골 등장인물로 당시 정세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다. 책에 따르면 “풍자는 편견, 악덕, 모순, 부조리, 어리석음 등을 비난하거나 이를 개선하려는 기대감을 갖는 빈정거림이며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는 것을 경계하는 대안”으로 “대중담론을 형성하는 방법이며 일종의 현실 참여적인 정치행위”였다. 서양정치사상을 연구해 온 저자는 서문에서 “풍자만화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한다”며 “이미지라는 문화적 형태와 풍자라는 문화적 행위가 어떻게 정치적인 것이 되는지 보여 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제임스 길레이와 윌리엄 호가스, 프랑스의 자크 칼로와 샤를 필리퐁, 오노레 도미에 등 당대를 풍미했던 저명한 풍자화가의 작품은 물론 재치와 기지로 대중을 사로잡은 무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일반적인 만평과 캐리커처뿐 아니라 게임카드와 게임보드 형식의 풍자화, 여러 장면을 달팽이 형태로 연결해서 보여 주는 파노라마식 풍자화, 위아래로 돌리면 상반된 이미지가 나타나는 풍자화 등 다양한 기법과 형태의 풍자 이미지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폭력적 천황·남성 중심 문화가 전쟁 지지하고 위안부 부정해”

    “폭력적 천황·남성 중심 문화가 전쟁 지지하고 위안부 부정해”

    “일본 내에서도 위안부에 대한 비판이 있습니다. 아베 총리와 달리 국민들의 사죄 의식은 강합니다. 국가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해야 합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노작가는 단호하면서도 분명하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강조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80)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백발이 성성한 얼굴로, 목 위 마지막 단추까지 꼭 잠근 모습으로 들어섰다. 외모에서 드러나는 고지식함은 양심적인 지식인으로서의 단호함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그는 사실적 고백을 담은 장편소설 ‘익사’의 국내 출간에 즈음해 방한했다. 오에는 이와 함께 일본 우익정권을 떠받치는 천황·남성 중심 사고를 정면 비판했다. 소설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과 맞닿는 부분이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에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시해 왔고,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일본의 천황·남성 중심 폭력적 사고방식은 여성 차별에서 기인한다. 근대 이후에도 줄곧 이어져 왔고, 지금도 여성들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 위안부를 부정하는 건 여성을 경시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극단적인 우경화 경향을 보이는 일본 정권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이어졌다. “위안부는 존재했다. 식민지 여성들을 동원했고, 범죄적인 수단도 동반됐다. 위안부는 전체주의 일본이 군인을 위한 여성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 존재다. 일본은 이 문제를 사죄해야 한다. 일본 역사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 구조를 만든 일본의 후진성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의식 구조도 바꿔야 한다.” 2009년 일본에서 출간된 ‘익사’는 작가의 분신(소설의 주인공)의 입을 빌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소설 속 아버지는 우익 사상가나 군인보다 더 우익적이며 전통적인 천황 중심의 전체주의 국가사상에 빠져 있는 인물이다. 또 다른 주요 등장인물인 여성 ‘우나이코’는 큰아버지에게 강제로 강간당해 임신한다. 일본 우익정권을 정면 비판하는 상징적인 설정이다. 일본에서 ‘익사’가 우익정권에 대한 불경 소설로 분류되는 이유다. 지난해 발표한 ‘만년양식집’(晩年樣式集)이 그의 마지막 소설이다. 그의 부인과 여동생이 중심 화자로 등장하는 자전적 소설로, 이 작품 역시 문학동네에서 내년 국내에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와 함께 나의 여성관이 잘 표현된 소설이다. 앞으론 보다 명쾌하고 명료한 문장의 에세이를 쓰려 한다. 여러 집회에서 일본의 평화 문제와 생활 문제 등을 발언한 내용을 중심으로 소설적 색채가 강한 에세이를 1~2권 정도 더 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특파원 칼럼] 68세의 투수, 이케다 이야기/김민희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68세의 투수, 이케다 이야기/김민희 도쿄 특파원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하면서 만든 ‘인터뷰 위시 리스트’에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의 야마모토 마사가 들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고령 승리 기록을 갖고 있는 1965년생 투수. ‘50세’와 ‘현역 투수’라는,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사나이의 정체가 궁금했다. 흥부네 집 끼니처럼 꼬박꼬박 돌아오는 마감의 압박에 인터뷰는 아직 못 했지만 말이다. 최근 TV를 보다가 위시 리스트에 추가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했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활약하고 있는 68세의 현역 최고령 배팅볼 투수 이케다 시게키다. 프로야구 개막 특집 프로그램에 등장한 그는 반백의 머리카락 아래 깊이 파인 주름을 늘어뜨리며 손자뻘은 족히 될 듯한 팽팽한 얼굴들에게 공을 던지고 있었다. 처음엔 대체 저 할아버지가 던지는 공이 타석까지 닿을 수는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날 그는 시속 100㎞ 안팎의 공을 100구가량 뿌렸다. 70살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몸 관리가 완벽하다는 방증이었다. 그런 완벽함이 억울할 정도로 선수생활 10년에 지도자 생활 38년, 도합 48년에 달하는 그의 야구 인생은 주로 음지를 향해 있었다. 1967년 다이요 웨일스(현 DeNA 베이스타스의 전신)에 입단해 중간계투 요원으로 출장한 그는 고질적인 어깨 부상 때문에 선수 겸 배팅볼 투수를 전전하다 은퇴했다. 트레이닝 코치로 일하면서도 배팅볼 투수는 계속해 왔다. “38년이나 계속 던져 왔기 때문에 아마 투구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지 않을까요.” 한 인터뷰에서 그는 담담히 말했다. ‘국민타자’ 이승엽도 지바 롯데 시절 이케다의 공을 받아 친 선수 중 하나다. 이케다의 인생은 이보다 더 심플할 수가 없다. 48년간 그냥 계속해서 열심히 던진 것뿐이다. 그렇게 던지다 보니 다른 사람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프로가 됐다. 야구판에서 배팅볼 투수 정도야 널리고 널렸다지만 68세가 되도록 그 자리를 지키는 건 보통의 내공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노하우와 체력이 동시에 갖춰지지 않으면 그보다 어깨가 100배는 싱싱한 젊은이에게 금세 자리를 내주고 말았을 터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는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의 한 구절을 오래 좋아해 왔다. 그 문장에 딱 들어맞는 궁극의 프로가 바로 이케다였다. 이케다처럼 성실하게 오랫동안 한 길을 걷는다는 것은 짧은 순간 반짝 빛나다 스러지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케다 같은 사람들을 인정해 주고 귀중히 다뤄 주는 게 조금 더 괜찮은 사회라고도 생각한다. 과연 한국은 어떨까. 한국 프로야구계에서도 이케다가 48년간 배팅볼 투수로 공을 던질 수 있었을까. 2년간 야구 기자를 했던 얄팍한 경험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케이스다. 한국은 모든 게 빨리빨리 바뀌던 고도성장기 시절의 다이내믹함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 터다. 장년층의 경험을 높이 사는 일본과의 문화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노동자를 ‘언제든 대체 가능한 소모품’ 취급하는 최근의 경향 탓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은발 휘날리는 프로 배팅볼 투수라니, 멋지지 않은가. 한국에선 언제쯤 나오게 될지 기다려진다. haru@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200일간의 세계여행… 22살 ‘신세대 여행가’ 안시내 씨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200일간의 세계여행… 22살 ‘신세대 여행가’ 안시내 씨

    18세기 오스트리아의 여성 여행가 아이다 파이퍼는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모티프를 제공한 것으로 유명했다. 유럽 귀족들이 남유럽 휴양지를 돌며 돈을 펑펑 쓸 때 그녀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오지를 돌아다녔다. 141일 동안 350만원 들여 지구 반 바퀴를 돌며 페이스북에 남긴 여행기로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은 안시내(22)씨를 보며 파이퍼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 155㎝의 앙증맞은 체격에 얼마나 많은 열정을 감추었길래 그토록 가상한 일을 해냈을까 궁금해져 손전화를 건 날, 공교롭게도 두 번째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갈 참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스와질란드 왕국에 머물던 안씨와 이메일, 카톡 등으로 문답과 사진을 받았다. 재기 발랄한 그녀의 문체를 살리기 위해 1인칭 서술로 정리한다. 정리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직감적으로 여행 경로를 틀었는데 참 잘한 선택이었어요. 스와질란드라는 코딱지만한 왕국, 인터넷을 하려면 읍내까지 먼 길을 나가야 하는, 지독히도 모든 게 느리지만 행복지수 상위권인 이 나라와 사랑에 빠져 버렸어요. 지난달 27일 인천을 떠나 세이셸 군도 경유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지난 5일까지 머물렀는데 가슴이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스와질란드와 모잠비크를 거치는 것으로 조정했는데 잘한 것 같아요. 이번 여행 경비는 350만원으로 잡고 있어요. 250만원에 킬리만자로 등반비 100만원을 더해서요. 이번에는 초저가 여행이 아니라서 숙박비를 하루 1만원 안팎으로 잡고 있어요. 식당에 가서 밥도 사 먹고 아프리카의 주 수입원이 관광이라니까 마음껏 쓰려고요. 제 소개가 늦었네요. 1993년 태어난, 서울시립대 환경조각과 2012학번 안시내라고 합니다. 혼자 힘으로 오빠와 절 키우신 어머니를 도우려고 장학금 받기 유리한 곳을 택했어요. 인생에 1년 정도는 하고 싶은 대로 살자고 결심해 2013년 2학년 2학기와 2014년 3학년 1학기를 휴학하고 베이비시터, 은행 안내 직원 등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지요. 저는 지난해 141일 동안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지구 반 바퀴를 돌았는데 350만원밖에 안 들었다는 이유로 화제가 됐어요. 페이스북 친구랑 팔로워를 합치면 약 3만 5000명인데 여행하던 밤에 심심하기도 했고, 엄마에게 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도 해서 여행기를 올렸어요. 페친 중 한 분이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셔서 지난주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이란 제목의 책으로 꾸며져 세상에 나왔어요. 서점에서 제 책을 찾았더니 입고가 안 됐다고 페북에 푸념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적게 찍은 초쇄를 온라인 판매로 매진한 것 같아요. 초쇄 일주일 만에 2쇄 들어갔으니 주말에는 서점에 깔릴 겁니다. 350만원으로 141일 여행이 가능하냐고요? 스카이스캐너를 이용해 값싼 비행기 티켓을 구하고 유럽 숙박에는 카우치서핑을 이용해 거의 공짜로 했어요, 나만의 가이드북을 만들어 꼼꼼히 여행 정보를 체득한 건 기본이고요. 근데 카우치서핑이 나중에 빚이 되겠다고요? 솔직히 공감할 수 없는 질문이네요. ‘그들은 무엇을 얻으려 그러는 건데? 그게 말이 돼?’ 이런 식이시죠? 물론 그런 일부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러지 않을 거에요. 유럽에만, 젊은 여행자끼리만 이용되고 있지만 숙박비만 아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들과 함께 지내며 우정을 나누고 함께 무언가를 보며 공감하고 또 서로의 삶과 문화, 생각을 교류해요. 내가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호스트가 되고 다른 나라에 가면 서퍼가 되는, 그런 재미난 여행문화에요. 한 달 정도 한 나라를 여행하는 스타일이 제게 가장 맞는 것 같아요. 충분히 느끼고 지루하지 않으며 설렘이 지속되는 기간이거든요. 그래서 여행에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일어나 동네를 산책하고, 동네 사람들과 차를 마시고 걸어서 동네를 다 둘러볼 수 있을 만한 시간들이 필요해요. 지금 시간을 청춘에 투자한다면 그 때 그 순간 자유로웠던 나날들을 곱씹으며 평생을 보낸다면 아무리 삶이 힘들더라도 나쁜 생각은 안 하겠다, 생각했죠. 외롭지 않느냐고요? 당연히 제 선택이니까 이겨 나가야 할 몫이죠. 장기 여행이란 것이 누구에게나 그렇듯 결코 환호와 탄성으로 이뤄지지 않잖아요. 길 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혼자 헤쳐 나가고, 곧 이별하게 될 인연들을 마주하고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 같고…. 왜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해요. 그래서 더 글을 올리며 사람들과 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이집트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가 페이스북에 ‘내 여행은 너 때문에 컬러풀했어’라고 적었어요. 그 말이 무척 인상 깊어 책의 작은 제목으로 썼는데 누군가의 여행에 내가 전부가 될 수도 있겠구나, 내가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내 여행을 채색하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이번에 인도에서 만났던 남아공 친구네 집에서 묵었는데 1년 만에 봤고 그동안 연락도 두세 번 했을 뿐인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즐거웠어요. 재회나 연락의 빈도보다 진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페북에서 유명해지니까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7~8회 강연을 한 것 같아요. 강연 들으러 온 친구나 동생 언니 오빠들 중 일부는 많이 친해져 따로 만나곤 해요. 길 위에서 만난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은 누구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데 열아홉 살 때부터 배낭 하나 메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2년 동안 세상 공부를 한 김영훈이 떠올랐어요. 초록빛 푸르른 나무가 생각나는, 맑고 순수한 친구에요. 단단해 보이지만 속이 상당히 여린 친구라서 모성 본능이 들었어요. 제가 모로코에 있을 때 영훈이를 처음 만났어요. 인도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가 ‘지금 숙소에 한국 남자애가 있는데 걔도 모로코 간대. 그리고 네 여행기 읽고 친해지고 싶대’라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인도에서 모로코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15만원에 풀렸는데 그 친구도 그 때 함께 모로코에서 여러 다른 친구들과 몰려 다녔는데 그 때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해요. 세상 모든 이들이 이 푸른 별의 푸르름을 느낄 시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같아요. 우리는 너무 바빠요. 며칠 전 길을 걷다가 소몰이 아저씨와 소들이 천천히 거니는 걸 보고 잠시 멈춰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석양은 지는데 구름은 여유롭게 떠가고, 가슴이 너무 벅차올라 눈물을 흘릴 뻔했어요. 여행이란 길을 걷다 마주하는, 말도 안되는 풍경들을 누릴 시간이 있다는 거에요. 값싸게 즐기는 여행도 있고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도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형편을 좇아 하는 거지요. 제 여행에서 ‘퀄리티’를 나타내는 지표는 ‘사람’이었어요. 그저 그 나라 사람들의 삶 속에 끼어들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바라보는 거죠. 여행에서 무언가를 얻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여행에 관한 제 기준은 분명했어요. 그리고 그 여행은 절대로 많은 돈이 들지 않죠. 돈이 많았다면 이집트에서 스킨스쿠버도 배울 수 있었을테고 이탈리아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매일 먹을 수 있었을테지만 돈이 없기에 그러지 못했고 제 생각대로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했어요. 많은 분이 제 여행에 관심을 가져주신 것은 랜드마크 찍기 식이 아니어서였을 거에요. 누구는 제 얘기를 듣고 대책 없이 떠나는 사람이 생길까봐 걱정한대요. 또 생각 없이 사람들을 선동하는 ‘얼치기 여대생’이란 핀잔도 들었어요. 여행보다 훨씬 글 쓰는 것을 좋아해요. 어쩌면 여행도 제가 글 쓰는 것에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요. 여행 중에는 조금 멈춰 서고,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면서 글을 써내려 갈 수 있거든요. 여행 전에는 미술 잡지 에디터라든가, 신문의 예술 담당 기자라든가 예술분야 출판사에서 일한다거나 등등 구체적으로 들어갈 회사와 직군까지 정해 놓았어요. 근데 여행에 빠지게 되고 여행 글을 담아내다 보니까 그냥 전 글 쓰는 자체를 즐긴다는 걸 알게 됐어요. 미래의 저는 아마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요? 20대엔 여행, 30대엔 예술, 40대에는 자극적인 섹슈얼 잡지의 에디터, 50대에는 동화작가, 뭐든 다 해보고 싶어요. 파이퍼에 대해선 이곳 스와질란드의 인터넷이 원활하다면 대충 검색해 보고 아는 척 했겠지만 여기 사정이 여의치 않네요. ㅋ. 그녀나 저나 작은 키가 여행에 꽤 도움이 됐을 거에요. 저가 항공의 좁은 좌석을 타도 자리가 넉넉했던 것처럼, 침대 기차를 탈 때 남들은 다리를 굽히고 불편하게 누워도 다리 쭉 뻗고 누울 수 있으니 말이지요. 하하 사람들은 항상 말해요. 목숨은 하나뿐인데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에요. 여행은 아무리 준비해도 변수가 생기고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몰라요. 근데 작은 항변 하나 보태자면 제 삶도 단 한번이에요. 혼자 떠나와 천천히 세상을 보며 글을 쓸 만한,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지금의 여행이 좋아요. 누가 뭐래도 전 끝까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거에요.
  • 포스코건설 압수수색…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부정부패와의 전쟁’

    포스코건설 압수수색…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부정부패와의 전쟁’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이 13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사업을 책임지던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특히 이번 수사는 전날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이뤄진 만큼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비자금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이런 비리를 적발하고 징계조치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임직원들의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회사 측의 감사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 사용처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비자금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됐거나 돈의 일부가 국내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계열사들끼리 매출액을 부풀려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담당 임원들이 실적에 집착해 저지른 개인적 비리”라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반입했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집념/문소영 논설위원

    조선시대 집념의 대명사로 ‘명의’ 허준이 손꼽힌다. 작가 이은성이 쓴 장편소설 ‘동의보감’이나 TV드라마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허준은 선조 7년인 29세에 의과에 급제해 내의원에서 일했다. 동의보감은 한국 자생 약재를 많이 소개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인삼의 효능을 크게 자랑했다. 17세기에 일본 에도에 ‘만병통치약’으로 조선 인삼 신드롬을 일으켜 가격 폭등이 일어난 배경에는 막부가 동의보감을 높이 평가한 것도 있다. 허준 단독 집필로 알려진 동의보감 편찬은 사실 선조의 국책 사업이었다. 선조는 임진왜란 정전 중인 1596년에 허준 등에게 책을 쓰라고 명령했고, 정유재란으로 편집을 중단했다가 다시 허준에게 단독 편집을 맡겨 광해군 2년인 1610년에 완성했다. 물론 허준의 노력은 칭송받을 만하다. 한국 미술계에도 허준 못지않은 집념의 사나이가 있으니 ‘한국 미술 아카이브’를 마련하겠다던 김달진 미술연구소장이다. 그는 오랜 노력 끝에 최근 서울 종로구 홍지문 상명대 입구에 자신의 이름을 딴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열었다. ‘언제 자료박물관을 만들겠나’ 하고 회의하던 사람으로서 결실에 크게 감동했다. 질긴 사람이 이긴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고강도’ 수사 예상되는 이유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고강도’ 수사 예상되는 이유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이 13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사업을 책임지던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특히 이번 수사는 전날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이뤄진 만큼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비자금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이런 비리를 적발하고 징계조치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임직원들의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회사 측의 감사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 사용처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비자금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됐거나 돈의 일부가 국내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계열사들끼리 매출액을 부풀려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담당 임원들이 실적에 집착해 저지른 개인적 비리”라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반입했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부정부패와의 전쟁’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부정부패와의 전쟁’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이 13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사업을 책임지던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특히 이번 수사는 전날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이뤄진 만큼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비자금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이런 비리를 적발하고 징계조치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임직원들의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회사 측의 감사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 사용처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비자금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됐거나 돈의 일부가 국내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계열사들끼리 매출액을 부풀려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담당 임원들이 실적에 집착해 저지른 개인적 비리”라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반입했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이 13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사업을 책임지던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비자금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이런 비리를 적발하고 징계조치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임직원들의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회사 측의 감사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 사용처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비자금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됐거나 돈의 일부가 국내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계열사들끼리 매출액을 부풀려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담당 임원들이 실적에 집착해 저지른 개인적 비리”라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반입했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故리처드 글랫저 감독 유작 ‘스틸 앨리스’ 4월 개봉

    故리처드 글랫저 감독 유작 ‘스틸 앨리스’ 4월 개봉

    줄리안 무어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스틸 앨리스’의 공동 연출자 리처드 글랫저 감독이 루게릭병에 의한 합병증으로 인해 10일(현지시간) 향년 6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2011년 초 루게릭병 선고를 받은 그는 같은 해 리사 제노바의 소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원제 Still Alice)’를 영화화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촬영 현장에서 그의 상태가 악화돼 더 이상 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그는 아이패드로 끊임없이 배우 및 스내프들과 소통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4년간의 투병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달 13일 호흡기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그는 TV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줄리안 무어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줄리안 무어는 “리처드는 장애 속에서도 삶의 방향과 욕망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영화와 같은 이야기를 안고 사는 사람과 함께 작업하고 있던 것이다”라고 전하며 고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사망 소식을 접한 후 그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랑해요 리처드’라는 작별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리처드 글랫저 감독의 유작이 된 ‘스틸 앨리스’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날들을 보내며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여교수 ‘앨리스’(줄리안 무어)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린 감동 드라마다. 이 작품을 통해 줄리안 무어는 기억을 잃어가는 여교수 앨리스로 분해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줄리안 무어는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제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는 4월 30일 국내 개봉된다. 사진 영상=그린나래미디어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문화마당] 마음 통역사/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마음 통역사/김재원 KBS 아나운서

    겨울 끝에 서울 청담동 작은 갤러리에서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작은 비정부기구(NGO) 엠트리가 마련한 전시회에는 아프리카 케냐 아이들의 해맑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엠트리 최영환 대표가 디아스포라 한인 청년 전문가들을 데리고 아프리카에 들어가 재능 기부를 이끌어 낸 결과물이다. 학교에서도 미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그림을 그렸다.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듣고, 자연을 보고 그린 아이들의 그림은 우리 아이들의 그림과 달랐다. 특정한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이 아이들의 마음은 엠트리의 재능 기부라는 통역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전시회는 먼저 맨해튼에서 큰 울림을 일으켰고, 우리나라까지 들어온 것이다. 지구촌 아이들의 마음을 통역해 주는 겨자나무, 엠트리가 참 고맙다. 얼마 전 지구촌 사랑 나눔 대표를 인터뷰했다. 우리나라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다문화 가족들을 위해 30년 동안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 온 김해성 목사를 만났다. 생명 앞에 불법은 없다는 마음으로 한 생명의 소중함을 실천하고 있는 그는 중국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의 아버지다. 2년 전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쉼터에 불을 지른 중국동포를 찾아가 용서의 말을 전하고, 결국 세상을 떠난 그의 아이들을 찾아 잘 자라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가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흑진주 삼남매에게도 부모가 먼저 세상을 떠난 아픔과 공백을 대신 메워 주기 위해 피 안 섞인 부모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 땅의 다문화 아이들의 마음을 통역해 주는 지구촌 사랑 나눔이 참 고맙다. 나는 인도 출신 재미 작가 줌파 라히리를 좋아한다. 그녀가 나와 생년월일이 같다는 우연을 넘어 그녀의 책 속에 담긴 타향살이 이민자의 애달픈 삶이 왠지 모르게 좋다. 차분한 그녀의 이야기 전개는 마치 우리의 지루한 일상에서 찾아내는 네 잎 클로버 같은 행운 보석을 발견하게 한다. 그녀의 단편소설 ‘질병통역사’는 병원에서 인도 소수민족의 언어를 통역해 주는 일을 맡은 카하시의 이야기이다. 주말에는 관광통역사로 일하는 그는 자신의 직업에 관심을 가져 주는 다스 부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질병통역사를 낭만적인 직업이라고 말하는 다스 부인은 자신이 오랫동안 숨겨 온 비밀을 카하시에게 이야기한다. 환자의 아픔을 통역하는 카하시가 자신의 아픈 마음을 이해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란다. 우리의 삶 속에서 서로 통하지 않는 것은 단지 언어뿐 아니라 마음의 아픔과 죄책감이라는 것을 잘 그려 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안타깝게도 통역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단순히 언어가 안 통해서 통역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지 못해서 오는 아픔 때문이다. 학원 대신에 마음껏 뛰놀고 싶은 어린이들의 아픔도, 참교육을 받으며 미래를 꿈꾸기 바라는 청소년들의 아픔도, 직장을 찾아 헤매는 청춘들의 아픔도, 결혼과 출산을 미루어야 하는 미생들의 아픔도,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 자신을 잃어버린 중년들의 아픔도,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힘들어하는 농민들의 아픔도, 뒷방으로 밀려난 느낌을 받는 노년들의 아픔도,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다문화 가정의 아픔도 분명 누군가 통역해 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 통역이야말로 모두가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소통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말만 번지르르한 중년의 아나운서는 이제 마음 통역사가 되고 싶다.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통역해 주는 질병통역사가 되면 어떨까? 그들의 아픔은 누가 알아주기만 해도 쉽게 치유받을 수 있다니 말이다.
  •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길…”

    “조운선(漕運船) 침몰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배의 불법 증·개축, 과적, 부정을 눈감은 감독기관, 침몰 때 선원들은 하나도 죽지 않은 점 등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총체적 부정·비리가 고스란히 다 담겨 있었다.” 소설가 김탁환(47)이 국가 재난 때 개인과 공동체, 국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조선시대 조운선 침몰 사건을 다룬 역사 추리소설 ‘목격자들’(전2권·민음사)에서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단세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깊고 넓게 생각해서 고민할 수 있는 건 다 담았다”고 했다. ‘목격자들’은 ‘방각본 살인 사건’(2003년), ‘열녀문의 비밀’(2005년), ‘열하광인’(2007년)에 이어 8년 만에 나온 백탑파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백탑파 시리즈는 조선 문예부흥기인 정조 치세를 배경으로 백탑 아래 모여 학문과 예술, 경세를 논하던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등 젊은 실학자들과 작가가 창조한 탐정 김진·이명방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게 뼈대다. 소설은 정조 집권 초기인 1780년 봄 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둬들인 쌀을 싣고 한양으로 향하던 조운선 20척이 비슷한 시기에 침몰하며 시작된다. 임금의 직속 지휘를 받는 독운어사 담헌 홍대용과 그의 제자 김진,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사건 현장에 급파된다. 침몰 사건이 일어난 전라도 영암과 배가 출발했던 경상도 밀양에서 사건의 내막을 파헤친다. 단순 사고로 위장한 배후 세력에 접근할수록 사건 관련자, 수사 담당자 등 예상치 못한 희생자가 속출한다. 이들은 조운선과 자신들의 운명을 하나로 묶는 위험한 함정을 팠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정조 때 조운선이 침몰해 임금이 굉장히 화를 내며 조사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후속 조치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작가는 철저한 고증과 상상력을 토대로 사서에서 사라진 뒷얘기를 되살려냈다.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 집필에 착수했다. “2000년 초반 백탑파 시리즈를 기획할 때 재미있는 사건 10여개를 추렸다. 그 중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해양재난 사건인 조운선 침몰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다른 쓰던 걸 중지하고 조운선 침몰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작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만 35권 냈다. “조선시대가 재미있어 쓰기 시작했다. 조선시대는 다양한 색깔을 지닌 지층과 같다. 각 임금 통치 시기마다 빛깔이 다 다르다. 언젠가는 조선왕조 500년이 내겐 무슨 의미인지를 쓰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350만원으로 지구 반바퀴 돈 ‘신세대 여행가’ 안시내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350만원으로 지구 반바퀴 돈 ‘신세대 여행가’ 안시내

    18세기 오스트리아의 여성 여행가 아이다 파이퍼는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모티프를 제공한 것으로 유명했다. 유럽 귀족들이 남유럽 휴양지를 돌며 돈을 펑펑 쓸 때 그녀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오지를 돌아다녔다. 141일 동안 350만원 들여 지구 반바퀴를 돌며 페이스북에 남긴 여행기로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은 안시내(22)씨를 보며 파이퍼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 155㎝의 앙증맞은 체격에 얼마나 많은 열정을 감추었길래 그토록 가상한 일을 해냈을까 궁금해져 손전화를 건 날, 공교롭게도 두 번째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갈 참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왕국에 머물던 안씨와 이메일, 카톡 등으로 문답과 사진을 받았다. 재기 발랄한 그녀의 문체를 살리기 위해 1인칭 서술로 정리한다. 정리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직감적으로 여행 경로를 틀었는데 참 잘한 선택이었어요. 스와질랜드라는 코딱지만한 왕국, 인터넷을 하려면 읍내까지 먼 길을 나가야 하는, 지독히도 모든 게 느리지만 행복 지수 상위권인 이 나라와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지난달 27일 인천을 떠나 세이셸 군도 경유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지난 5일까지 머물렀는데 가슴이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스와질랜드와 모잠비크를 거치는 것으로 조정했는데 잘한 것 같아요. 이번 여행 경비는 350만원으로 잡고 있어요. 250만원에 킬리만자로 등반비 100만원을 더해서요. 이번에는 초저가 여행이 아니라서 숙박비를 하루 1만원 안팎으로 잡고 있어요. 식당 가서 밥도 사 먹고 아프리카의 주 수입원이 관광이라니까 마음껏 쓰려고요. 제 소개가 늦었네요. 1993년 태어난, 서울시립대 환경조각과 2012학번 안시내라고 합니다. 혼자 힘으로 오빠와 절 키우신 어머니를 도우려고 장학금 받기 유리한 곳을 택했어요. 인생에 1년 정도는 하고 싶은 대로 살자고 결심해 2013년 2학년 2학기와 2014년 3학년 1학기를 휴학하고 베이비시터, 은행 안내 직원 등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어요. 지난해 141일 동안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지구 반바퀴를 돌았는데 350만원 밖에 안 들었다는 이유로 화제가 됐어요. 페이스북 친구랑 팔로워를 합치면 약 3만 5000명인데 여행하던 밤에 심심하기도 했고, 엄마에게 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도 해서 여행기를 올렸어요. 페친 중 한 분이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셔서 지난 주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이란 제목의 책으로 꾸며져 세상에 나왔어요. 서점에서 제 책을 찾았더니 입고가 안 됐다고 페북에 푸념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적게 찍은 초쇄를 온라인 판매로 매진한 것 같아요. 초쇄 일주일 만에 2쇄 들어갔으니 주말에는 서점에 깔릴 겁니다. 350만원으로 141일 여행이 가능하느냐고요? 스카이스캐너를 이용해 값싼 비행기 티켓을 구하고 유럽 숙박에는 카우치서핑을 이용해 거의 공짜로 했어요, 나만의 가이드북을 만들어 꼼꼼히 여행 정보를 체득한 건 기본이고요. 근데 카우치서핑이 나중에 빚이 되겠다고요? 솔직히 공감할 수 없는 질문이네요. ‘그들은 무엇을 얻으려 그러는 건데? 그게 말이 돼?’ 이런 식이시죠? 물론 그런 일부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러지 않을 거에요. 유럽에만, 젊은 여행자끼리만 이용되고 있지만 숙박비만 아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들과 함께 지내며 우정을 나누고 함께 무언가를 보며 공감하고 또 서로의 삶과 문화, 생각을 교류해요. 내가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호스트가 되고 다른 나라에 가면 서퍼가 되는, 그런 재미난 여행문화에요. 한달 정도 한 나라를 여행하는 스타일이 제게 가장 맞는 것 같아요. 충분히 느끼고 지루하지 않으며 설렘이 지속되는 기간이거든요. 그래서 여행에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일어나 동네를 산책하고, 동네사람들과 차를 마시고 걸어서 동네를 다 둘러볼 수있을 만한 시간들이 필요해요. 지금 시간을 청춘에 투자한다면 그 때 그 순간 자유로웠던 나날들을 곱씹으며 평생을 보낸다면 아무리 삶이 힘들더라도 나쁜 생각은 안 하겠다, 생각했죠, 외롭지 않느냐고요? 당연히 제 선택이니까 이겨 나가야 할 몫이죠. 장기 여행이란 것이 누구에게나 그렇듯 결코 환호와 탄성으로 이뤄지지 않잖아요? 길 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혼자 헤쳐 나가고, 곧 이별하게 될 인연들을 마주하고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 같고?. 왜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해요. 그래서 더 글을 올리며 사람들과 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이집트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가 페이스북에 ‘내 여행은 너 때문에 컬러풀했어’라고 적었어요. 그 말이 무척 인상 깊어 책의 작은 제목으로 썼는데 누군가의 여행에 내가 전부가 될 수도 있겠구나, 내가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내 여행을 채색하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이번에 인도에서 만났던 남아공 친구네 집에서 묵었는데 1년 만에 봤고 그동안 연락도 두세 번 했을 뿐인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즐거웠어요. 재회나 연락의 빈도보다 진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페북에서 유명해지니까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7~8회 강연을 한 것 같아요. 강연 들으러 온 친구나 동생 언니 오빠들 중 일부는 많이 친해져 따로 만나곤 해요. 길 위에서 만난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은 누구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데 열아홉 살 때부터 배낭 하나 매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2년 동안 세상 공부를 한 김영훈이 떠올랐어요. 초록빛 푸르른 나무가 생각나는, 맑고 순수한 친구에요. 단단해 보이지만 속이 상당히 여린 친구라서 모성 본능이 들었어요. 제가 모로코에 있을 때 영훈이를 처음 만났어요. 인도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가 ‘지금 숙소에 한국 남자애가 있는데 걔도 모로코 간대. 그리고 네 여행기 읽고 친해지고 싶대’라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인도에서 모로코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15만원에 풀렸는데 그 친구도 그 때 함께 모로코에서 여러 다른 친구들과 몰려 다녔는데 그 때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해요. 외국인 친구로는 음, 어제 만난 친구 이야기해도 되나요? 지금 모잠비크 비자를 신청해놓은 상태라 스와질랜드에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정말 순수하고 착한 곳이지만 여행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라 여행하기 정말 힘들어요. 여행자도 없고요. 이 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백패커에 와있는데 여자 도미토리에 저밖에 없었어요. 근데 어제 새로운 친구가 왔더라고요. 마갈리란 프랑스 친군데 저보다 딱 열살 위지만 정말 아름다운 친구에요. 이 작은 나라에 2주 동안 머물 거래요. 제가 글을 쓰는 모습을 너무 좋아해 자꾸만 글을 쓰는 제 사진을 찍어가고 제 옆으로 와서 자꾸 한글을 신기해 하며 물어봐요. 이번 여행을 시작하고 진득하게 사귀는 첫 친구에요. 이 친구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저유명한 대사대로 ‘유아 쏘 프렌치’입니다. 오늘 함께 장을 보러 갔는데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은 눈길도 안 줘요. 다큐에서 보던 프랑스 여자들과 똑같아요. 그래서 저를 너무 신기해 해요. 모든 음식을 잘 먹고, 작지만 튼튼하대요. 한국인과 여행하는 건 처음인데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대요. 누구에게나 미소를 건네고 또 풀밭을 좋아해요. 가장 좋은 점은, 그녀 역시 아이를 좋아해서 길을 걷다 아이를 보면 멈춰설수 있는 거에요. 또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고 자기 전에도 책을 읽어요. 이 친구는 제가 영어를 할 수 있지만 영어권 친구처럼 유창하지 않아서 좋대요. 우리의 영어 레벨은 똑같아서 좋다고. 하하. 이 나라에서는 딱히 할 게 없어서 조금 전에 숙소 주인 아저씨에게 USB를 주고 영화를 담아달라고 부탁했는데 팝콘을 튀길 옥수수를 사온 뒤 마갈리와 함께 USB를 찾으러 가자 아저씨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너는 영화와 팝콘, 그리고 함께 영화를 보는 프랑스 친구를 얻었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 지금 넌!” 제 스와질랜드는 이 친구의 색깔로 채색되겠죠. 얼른 답변 정리 마치고 우리의 서툰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고 싶군요. 세상 모든 이들이 이 푸른 별의 푸르름을 느낄 시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같아요. 우리는 너무 바빠요. 며칠 전 길을 걷다가 소몰이 아저씨와 소들이 천천히 거니는 걸 보고 잠시 멈춰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석양은 지는데 구름은 여유롭게 떠가고, 가슴이 너무 벅차올라 눈물을 흘릴 뻔했어요. 여행이란 길을 걷다 마주하는, 말도 안되는 풍경들을 누릴 시간이 있다는 거에요. 값싸게 즐기는 여행도 있고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도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형편을 좇아 하는 거지요. 제 여행에서 ‘퀄리티’를 나타내는 지표는 ‘사람’이었어요. 그저 그 나라 사람들의 삶 속에 끼어 들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바라보는 거죠. 여행에서 무언가를 얻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여행에 관한 제 기준은 분명했어요. 그리고 그 여행은 절대로 많은 돈이 들지 않죠. 돈이 많았다면 이집트에서 스킨스쿠버도 배울 수 있었을테고 이탈리아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매일 먹을 수 있었을테지만 돈이 없기에 그러지 못했고 제 생각대로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했어요. 많은 분이 제 여행에 관심을 가져주신 것은 랜드마크 찍기 식이 아니어서였을 거에요. 누구는 제 얘기를 듣고 대책 없이 떠나는 사람이 생길까봐 걱정한대요. 또 생각 없이 사람들을 선동하는 ‘얼치기 여대생’이란 핀잔도 들었어요. 여행보다 훨씬 글 쓰는 것을 좋아해요. 어쩌면 여행도 제가 글 쓰는 것에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요. 여행 중에는 조금 멈춰 서고,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면서 글을 써내려 갈수 있거든요. 여행 전에는 미술 잡지 에디터라든가, 신문의 예술 담당 기자라든가 예술분야 출판사에서 일한다거나 등등 구체적으로 들어갈 회사와 직군까지 정해놓았어요. 근데 여행에 빠지게 되고 여행 글을 담아내다 보니까 그냥 전 글 쓰는 자체를 즐긴다는 걸 알게 됐어요. 미래의 저는 아마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요? 20대엔 여행, 30대엔 예술, 40대에는 자극적인 섹슈얼 잡지의 에디터, 50대에는 동화작가, 뭐든 다 해보고 싶어요. 파이퍼에 대해선 이곳 스와질랜드의 인터넷이 원활하다면 검색 대충 훑어보고 아는 척했겠지만 여기 사정이 여의치 않네요. ㅋ. 그녀나 저나 작은 키가 여행에 꽤 도움이 됐을 거에요. 저가 항공의 좁은 좌석을 타도 자리가 넉넉했던 것처럼, 침대 기차를 탈 때 남들은 다리를 굽히고 불편하게 누워도 다리 쭉 뻗고 누울 수 있으니 말이지요. 하하 사람들은 항상 말해요. 목숨은 하나뿐인데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에요. 여행은 아무리 준비해도 변수가 생기고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몰라요. 근데 작은 항변 하나 보태자면 제 삶도 단 한번이에요. 혼자 떠나와 천천히 세상을 보며 글을 쓸 만한,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지금의 여행이 좋아요. 누가 뭐래도 전 끝까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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