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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진, “김지원 여주인공?… 확정된 것 없다”[공식입장]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진, “김지원 여주인공?… 확정된 것 없다”[공식입장]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진, “김지원 여주인공? 여러 배우 물망… 확정된 것 없다”[공식입장] ‘구르미 그린 달빛 김지원’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을 맡은 KBS미디어 측이 여자주인공에 배우 김지원이 낙점됐다는 소식에 난색을 표했다. KBS미디어 측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주인공 홍라온 역에 어울리는 캐스팅을 위해 여러 배우들을 물망에 놓고 협의중인 단계”라며 “출연이나 계약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논의된 바 없으니 추측이나 불확실한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4일 오후 한 매체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여자주인공에 배우 김지원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조선후기 예악을 사랑한 천재군주,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한 궁중 로맨스다. ‘구르미’의 남자주인공인 효명세자 역에는 배우 박보검이 출연을 결정지었다. 사진=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문화마당] 다시 돌아온 검열 시대/최진영 소설가

    [문화마당] 다시 돌아온 검열 시대/최진영 소설가

    올해 21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에 빠졌다. 2014년 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을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했기 때문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다이빙벨’ 상영 금지를 주문했고, 영화제 관계자들은 상영을 취소하지 않았다. 영화제 동안 두 번 상영된 ‘다이빙벨’은 전석 매진됐다.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감사가 시작됐다. 부산시장은 9년간 영화제를 이끌어 온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고소하고 사퇴 압박을 넣었다. 영화제 예산은 14억 6000만원에서 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삭감됐다. 이용관 위원장은 재신임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애초에 중립적이지 못한 것은 국가 권력 아닌가.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문화 축제를 정치적으로 망가뜨린 것이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자 국내외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각국의 많은 감독과 배우, 명망 있는 영화제의 집행위원들이 ‘I SUPPORT BIFF’라고 쓴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한국 정부에 문화 예술에 대한 검열과 간섭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정치, 자본, 종교, 인종, 국가 등 거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선정, 상영해 온 이용관 위원장을 응원하는 메시지다. 정부의 문화 예술 검열과 간섭은 문학 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는 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지원 사업 심의에서 1위로 통과한 이윤택 연출가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을 탈락시켰다. 연극부문 창작산실 지원 사업 심의를 통과한 박근형 연출가의 작품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심사위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거나 박근혜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올해에는 ‘아르코 문학 창작기금 사업’도 축소된다. 우수 문예지 발간 사업이 중단되고 창작기금 지원 대상과 금액도 대폭 변경됐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모멸감을 느낀다. 돈과 권력이 창작과 자유의 순수성을 짓뭉개는 것 같고, 기나긴 시간 인류가 공들여 지키고 다듬어 온 소중한 가치를 유린하고 생매장하는 현장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이 사회는 하루에 일 년만큼 퇴보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그런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정부 사업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꾸려진다. 나는 우리의 세금이 정권의 입맛대로 한국사 교과서를 고치거나 사드를 들여오는 것에, 호화 청사를 짓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것에, 국민들의 사생활을 감찰하는 데 쓰이기보다 아이들을 공평하게 밥 먹이고 돌보는 데, 어르신들 건강과 복지에, 아동학대 피해자와 미혼모의 생활과 안전에, 성과 지위와 나이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환경 보전에, 문화 예술 활동의 지원과 부흥 등에 쓰이길 바란다. 다양한 예술의 공유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정서와 감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고 이 세계를 더욱 넓고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다채로운 문화를 즐기고 예술과 창작을 취미 삼길 바란다. 매일 돈과 성취를 좇아 서로 경쟁하며 이기고자 애쓰는 삶보다 서로를 걱정하고 보듬는 삶이, 타인의 안위에 안도하고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나누는 삶이, 그런 나라의 국민들이 훨씬 더 행복하고 안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겨울의 스산함은 사라졌지만, 새봄의 훈풍은 아직 깃들지 않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 정호승(66) 시인이 성당 앞 계단을 부지런히 내려왔다. 환갑보다는 고희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맑은 얼굴을 하고서였다. 신자들에게 강연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요즘 ‘주’(시)와 ‘객’(강연)이 바뀐 것 같아 강연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워낙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 생각처럼 줄지는 않는군요.” 이날도 평생 그의 시를 관통해온 ‘사랑’에 대해 강연을 했다는 그는 성당 앞 카페에서 3시간 동안 시와 인생, 세월과 나눈 사랑 얘기를 들려주었다. -1963년의 어느 봄날. 까까머리 중2 교실에 짝짝짝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에 서 있던 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호승이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시(詩)라는 걸 난생처음 써봤던 그때, 국어 선생님은 내가 지은 시 ‘자갈밭에서’를 반에서 가장 잘된 작품으로 골라 낭독을 시키셨다. 그게 내가 시와 맺은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내가 다닌 대구 계성중학교는 박목월, 김동리 등 문단의 거목들을 많이 배출한 영남 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었다. 당시 교사들 중에도 현역 문인들이 꽤 있었는데 국어를 가르쳤던 김진태 선생님도 등단한 수필가셨다. 시 낭송이 있고 얼마 후 담임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교내 백일장에 누가 나가면 좋겠느냐”고 물으셨다. 국어 수업의 기억이 또렷한 반 아이들은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나를 지목했다. 솔직히 난 그때 백일장의 뜻도 몰랐다. ‘백일 동안 어딜 좀 다녀오는 건가?’ -학교 운동장 너머 솔숲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불’을 주제로 시나 산문을 쓰라고 했다. 나는 ‘등불’이란 제목으로 시를 썼다. ‘스스로 발광체인 나’로 시작했는데, 발광체는 바로 며칠 전 물상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였다. 덜컥 장원이 됐다. 상으로 학교 매점에서 쓸 수 있는 1000원짜리 종이표를 주었다. 그 맛있던 30원짜리 삼립 단팥빵을 30개나 사고도 돈이 남았다. 친구들에게 크게 한턱을 내고 나니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공짜 빵을 계속 먹을 수가 있겠구나’ 매월 교내 문예원고 모집 때마다 시를 써 보냈고, 그때마다 상을 받았다. 상금으로 공책도 사고 체육복도 사면서 든 생각. “이걸 평생의 일로 삼을 수도 있겠구나.” -당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백일장 장원의 여세를 몰아 ‘석의 심정’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보냈더니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후 고교 시절까지 계속 글을 보냈고, 그때마다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박남수, 박목월, 박두진 등 쟁쟁한 시인들이 직접 나의 시에 대해 평을 해 주셨다. 그분들의 평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그런 식으로 시를 스스로 공부했다. -우리 집안의 뿌리는 대구다. 아버지는 대구농림전문학교를 나와 은행원이 되셨는데, 이 지방 저 지방 전근이 잦으셨다. 내가 6·25 전쟁이 터지기 몇 달 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것도 아버지께서 상업은행 하동지점에 근무하셨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등지에서 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에 완전히 정착을 했다. 그때 명동 상업은행 본점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서울이 싫다며 고향으로 오셨다. 한참 후에 집안이 쫄딱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오게 됐는데, 만약에 그때 일찌감치 서울에 정착했더라면, 그래서 내가 계성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리고 내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해준 ‘가난’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내가 중3 때 사업을 하겠다며 은행을 나오셨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지, 경영에 대한 감이나 수완은 없으셨다. 이를테면 당신이 운전도 못하면서 주변 사람 말을 듣고 택시회사를 차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1년 만에 퇴직금을 전부 날리고 커다란 빚을 졌다. 난생처음 가난을 맛봤다.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기마다 학비를 내는 게 벅찰 정도였다. -1967년 고3이 됐다. 대학엔 가고 싶은데, 앞이 안 보였다. 공부라도 잘해야 빚을 내서 대학 등록금 마련할 생각도 해볼 텐데, 내 성적은 딱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경희대 문예장학생 제도였다. 경희대가 주최하는 백일장이나 전국고교생문예현상모집에 장원으로 당선되면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경희대 백일장에 나갔다. 하지만 나는 장원은커녕, 차상도 차하도 아닌 참방(參榜)에 머물고 말았다. 장려상쯤 되는 건데 그걸로는 문예장학생이 될 수 없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후일에 내 스승이 되신 조병화 선생은 “상위권에 올리자니 문제가 있고, 떨어뜨리자니 아깝다”고 평하셨다. 대구로 내려오는데 기차 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아직 고교생문예현상모집이 남아 있었다. 시 부문을 포기하고 평론 부문으로 종목을 바꿨다. 원고지를 100장 이상을 써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부탁을 받고 팔자에 없는 거짓말을 담임 선생님에게 해야 했다. “우리 호승이가 몸이 너무 아파서 1주일간 학교를 쉬어야겠네요.”(나중에 꾀병임을 알게 된 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맞아야 했지만…) 집안에 틀어박혀 나의 첫 평론 ‘고교 문예의 성찰: 고교시를 중심으로’를 완성했다. 그게 최우수작이 됐고, 1968년 3월 나는 당당히 경희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입학 장학금의 유효기간은 단 1년이었다. 장학금 규정상 2학년 이후에도 계속 받으려면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을 해야만 했다. 친구들이 신나게 놀 때 나는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취방에서 도서관에서 시를 썼다. 그러나 당선의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한 해 휴학까지 했는데도 등단이 안 됐다. 친구들보다 군 입대를 일찍 했던 것도 등록금이란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군에서도 신춘문예에 계속 투고를 했다. 제대하기 직전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로 당선이 됐다. “이제는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겠구나.” -사람들에겐 막연한 선입견 같은 게 있다. ‘시인은 가난과 가깝고, 일상을 방기하곤 한다’는 인식이다. 난 그게 싫었다. “시인이라도 열심히 일하면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40대 초반까지 잡지사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어야 시 창작을 위한 시간도 더 내고 공부도 더 많이 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인’은 생계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안 된다. 아주 잘 팔리는 시집을 1년에 한 권씩 내더라도 생활이 안 된다. 나만 해도 시집 판매량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 텐데도, 그것만으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까지 벌지 못했다. 그래서 잡지사 생활 때 열심히 저축을 했고 그걸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 술도 자제했고, 밥은 회사 식당에서 먹었다. 운전도 못하고, 골프는 채도 한번 잡아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두 아들을 굶기지는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해 서울에서 50명을 뽑는데 8등을 했다. 뒤늦게나마 내가 공부에 잠재력이 없진 않았구나 생각해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교사는 내 적성이 아니었다. 3년 정도 가르치다 잡지사 기자로 전환했다. ‘주부생활’, ‘샘터’, ‘여성동아’, ‘월간조선’ 등에서 일했다. 직장 생활에 치여 1987년까지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 두 번째 시집 ‘서울의 예수’가 1982년에 나오긴 했지만 이전에 써 놨던 작품들을 책으로 엮어내기만 한 것이었다. -1991년 월간조선에 사표를 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기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설가에 대한 욕망이 한층 커져 갔다. 이미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위령제’라는 단편소설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상태여서 우리 아들 이름으로 냈지만. 그때 가진 생각이 “10년 뒤에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에 전념하자”는 것이었다. -서울대 근처의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소설을 썼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스스로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문장에 물기가 없었다.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니 생계도 어려워졌다. ‘내 문학적 기질은 소설이 아닌 시’라는 걸 깨닫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잘못하면 시도 못 쓰겠다” 싶은 두려움에 1996년 나는 소설을 떠나보냈다. 소설에 파묻힌 5년 동안 틈틈이 적어놨던 메모를 바탕으로 5개월 동안 시를 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6개월 만에 10만부 이상이 팔렸다. 마음에 편해졌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나는 스스로 미당 서정주 선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미당을 통해 한국 시의 전통적인 문학성과 가락성 등을 배웠다. 군 복무 시절 친구로부터 서정주 시선을 빌렸다. 춘천 시내에 가서 좋은 노트를 산 뒤 시집의 맨 앞표지부터 맨 뒤 판권 기록까지 그대로 베꼈다. 그리고 필사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 필사본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抒情)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시대상황의 반영과 서정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내놓은 작품들이 ‘슬픔이 기쁨에게’, ‘맹인부부가수’,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이다. 이 시들은 지금도 대중 속에서 살아있다. 20대에 목표로 삼았던 미당과 김수영의 결합이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았나 싶어 다행이라 여긴다. -내 시는 노래 가사로도 많이 쓰였다. 대중가요와 가곡 등 합쳐 60여곡 정도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가수 안치환씨와는 몇 해 전부터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열고 있다. 가장 처음 노래로 나온 건 이동원씨가 부른 ‘이별노래’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그 곡에 가장 애착이 간다. 안치환씨가 불렀던 ‘풍경 달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도 좋아한다. 김광석씨가 불렀던 ‘부치지 않은 편지’, ‘수선화에게’ 등도 기억에 남는다. -‘시는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감각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게 시는 철저히 노력의 산물이다. 내가 시를 쓰면서 100번이고 200번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건 그래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인간의 삶 등을 접하고 그 이면을 보려면 자신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라는 산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야 한다. 내가 시라는 산을 찾아야 산에 있는 나무를 껴안을 수 있고, 산길도 걸을 수 있다.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시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말했지만 난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다. -신의 도움이 있다면 10년 뒤에도 열심히 시를 쓰고 싶다. 지금 가슴 속에 시상(詩想)이 많다. 생의 마지막에 ‘이걸 다 쓰지 못하고 죽어서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하고 싶다. ‘전(前) 시장’이나 ‘전 국회의원’은 있어도 ‘전 시인’은 없다. 시인은 언제나 현직이다. 항상 시를 써야 시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정호승 시인은 김소월, 서정주 등을 잇는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다. 초·중·고 교과서에 그의 시가 20여편 실려 있고,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에도 지금까지 세 편의 시가 걸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대와 현실의 목마른 척박함에 발을 대고 서 있지만 위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김승희 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자세를 꿋꿋이 유지하면서 김수영의 참여 정신을 서정의 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별들은 따뜻하다’ 등의 따뜻한 시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손길을 건넸다. 대표 시선(詩選)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이 있다. ▲대구 계성중·대륜고 ▲경희대 국문학 학사·석사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3년) ▲소월시 문학상(1989년) ▲정지용 문학상(2000년) ▲한국가톨릭문학상(2001) ▲상화시인상(2006) ▲공초문학상(2008년)
  • 기본 6개월… 질질 끄는 드라마에 속 터진다

    기본 6개월… 질질 끄는 드라마에 속 터진다

    ‘요즘 드라마는 기본이 6개월?’ 최근 안방극장에 40~50부작에 이르는 긴 호흡의 장편 드라마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중장년층을 겨낭한 장편 드라마는 흥행 시 광고 수입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방송사 입장에서는 유리하지만 무리한 늘리기와 자극적인 내용 전개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51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내 딸, 금사월’이 대표적이다. 신득예(전인화)의 복수극이라는 단순한 플롯을 50부작에 담으려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답답한 전개로 ‘고구마’ 드라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인공인 금사월은 실종되고 주오월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는 등 무리한 전개도 이어졌다. 코미디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과장된 막장 요소로 매회 자극을 주는 전략을 취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의 피로감은 높아졌다. 최근 41부로 막을 내린 KBS 사극 ‘장사의 신 - 객주 2015’도 주인공 천봉삼이 진정한 보부상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리겠다는 당초 기획 의도와 달리 늘어지는 전개로 시청자들로부터 “대체 장사의 신은 언제 나오는 것인가”라는 불만이 이어졌다. 원작 소설의 방대한 양을 제대로 압축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멜로 라인으로 눈길을 끌려고 하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월화 드라마 ‘화려한 유혹’ 역시 복수를 위해 아버지뻘 되는 총리와 결혼한 여주인공 은수(최강희)의 스토리가 충격을 주면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한 복수극만으로 50부작을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주말 50부로 종영한 SBS ‘애인 있어요’의 경우는 극 초반 밀도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지만 6개월 동안 시청자층이 일정하게 이어지지 못해 5%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지상파에서 긴 호흡의 장편 드라마가 늘어나는 이유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초기 기획이나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일단 안정되면 고정적인 지출이 감소해 오히려 전체적인 제작비는 줄어들게 된다. 세트비나 미술, 의상비가 많이 들어가는 사극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흥행만 되면 광고 수익은 물론 후속 드라마 기획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도 있다. MBC가 월·화 밤 10시대에 ‘이산’, ‘기황후’ 등 50부작 이상의 사극을 배치해 쏠쏠한 재미를 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작가나 중견 배우들도 장편 드라마는 뿌리치기 어려운 제안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중견 배우들이나 작가 역시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획보다 시청률만 의식한 장편 드라마는 장기적으로 지상파 드라마의 질을 낮출 것이라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MBC 드라마국의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긴장감이 있는 드라마라도 50부작이 되면 내용이 반복되고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최근 시청 패턴도 변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장편 드라마에 대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도 공급자 위주의 마인드로 횟수만 늘리는 장편 드라마는 전체적인 질을 떨어뜨린다고 입을 모은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자극의 강도만 높일 뿐 새로운 기획력이 없는 장편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피로감만 가중시킨다”면서 “콘텐츠가 넘쳐나는 다매체 시대에 시청자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지 않는 긴 호홉의 드라마보다는 완성도를 높인 다양한 길이의 작품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영화 多樂房] 룸

    [영화 多樂房] 룸

    유머와 감동이 기묘하게 뒤섞인 독창적인 음악영화, ‘프랭크’(2014)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차기작을 고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에마 도너휴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룸’은 그런 관심과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에이브러햄슨 감독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모자의 사랑 및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충격적인 실화를 영화화하면서도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그의 태도가 신선하고 온화하다. 조이(브리 라슨)는 열일곱 살에 납치되어 가로×세로 3.5m의 좁고 어두운 창고에서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낸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낳은 잭은 그녀의 유일한 빛이자 행복이다. 조이는 잭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으며 납치범으로부터 그를 철저히 보호하려고 애쓴다. 덕분에 어린 잭의 시점에서 묘사되는 모자의 일상은 감금되어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조이에게 감옥과도 같은 ‘룸’은 잭에게 모든 인식의 근원이자 현실이 압축된 공간으로서 만족스러울 만큼 커다란 소우주와도 같다. 그 중심에는 유일한 소통의 대상이자 사랑하는 엄마, 조이가 있다. 그러나 잭의 다섯 번째 생일이 지나자 조이는 아들을 ‘룸’ 밖으로 내보낼 계획을 세운다. 잭은 난생처음 엄마와 떨어져야 한다는 분리불안과 ‘진짜 세계’에 대한 혼란을 겪으며 세상으로 옮겨진다. 두꺼운 카펫에 둘둘 말린 잭이 처음으로 룸 밖의 대기를 접하는 부분부터 경찰에 구조되기까지의 과정은 완벽하리만치 정교하고 세련되게 연출되었는데, 답답한 방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카메라가 마침내 룸을 벗어나 거리의 풍경을 비추게 될 때의 감동은 물론이요,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음악과 편집은 가히 환상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이 극적이고 가슴 벅찬 탈출기를 이야기의 끝이 아닌 시작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엄청난 외상을 입은 채 집으로 돌아온 조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잭은 저마다 방황의 시간을 가지며 모자 관계에도 변화를 맞게 된다. 특히 책과 TV를 통해 머리로만 알고 있던 현실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 잭의 불안한 심리가 치밀하게 묘사되는데, 영화는 이러한 내면적 고통을 소년이 극복해야 할 통과의례로 상정함으로써 한 번 더 스스로 성장담의 성격을 부여한다. 대비되는 두 현상 혹은 존재의 차이로부터 하나의 정체성을 지닌 조형물이 출현한다고 했던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처럼, 잭은 룸 안에서 인식했던 현실과 룸 밖에서 경험하게 된 현실의 차이를 깨달아 나감으로써 자신을 한 차원 다른 존재로 끌어올린다. 이렇듯 다층적인 잭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해낸 아역 배우 제이컵 트렘블레이의 발견은 ‘룸’이 이뤄낸 또 하나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브리 라슨과 함께 앞으로 주목해야 할 배우임에 틀림없다.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감각적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보다가 지친다’ 요즘 드라마 갈수록 길어지는 이유는?

    ‘보다가 지친다’ 요즘 드라마 갈수록 길어지는 이유는?

     ‘요즘 드라마는 기본이 6개월?’  최근 안방극장에 40~50부작에 이르는 긴 호흡의 장편 드라마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중장년층을 겨낭한 장편 드라마는 흥행 시 광고 수입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방송사 입장에서는 유리하지만 무리한 늘리기와 내용 전개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51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내 딸 금사월’이 대표적이다. 신득예(전인화)의 복수극이라는 단순한 플롯을 50부작에 담으려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답답한 전개로 ‘고구마’ 드라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인공인 금사월은 실종되고 주오월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는 등 무리한 전개가 이어졌다. 코미디로 주위를 환기시키고 과장된 막장 요소로 매회 자극을 주는 전략을 취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의 피로감은 높아졌다.  최근 41부로 막을 내린 KBS 사극 ‘객주 장사의 신 2015’도 주인공 천봉삼이 진정한 보부상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리겠다는 당초 기획 의도와 달리 늘어지는 전개로 시청자들로부터 “대체 장사의 신은 언제 나오는 것인가”라는 불만이 이어졌다. 원작 소설의 방대한 양을 제대로 압축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멜로 라인으로 눈길을 끌려고 하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월화 드라마 ‘화려한 유혹’도 복수를 위해 아버지뻘 되는 총리와 결혼한 여주인공 은수(최강희)의 스토리가 충격을 주면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한 복수극만으로 50부작을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주말 50부로 종영한 SBS ‘애인 있어요’의 경우도 극 초반 밀도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지만 6개월 동안 시청자층이 일정하게 이어지지 못해 5%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지상파에서 긴 호흡의 장편 드라마가 늘어나는 이유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초기 기획이나 제작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일단 시스템화되면 고정적인 지출이 감소해 오히려 전체적인 제작비는 줄어들게 된다. 세트비나 의상비가 많이 들어가는 사극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광고 수익은 물론 새로운 드라마 기획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든다. MBC가 월·화 밤 10시대에 ‘이산’, ‘기황후’ 등 50부작 사극을 지속적으로 배치해 쏠쏠한 재미를 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작가나 중견 배우들도 장편 드라마는 뿌리치기 어려운 제안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중견 배우들이나 작가 역시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획보다 시청률만 의식한 장편 드라마는 장기적으로 지상파 드라마의 질을 낮출 것이라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MBC 드라마국의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긴장감이 있는 드라마라도 50부작이 되면 내용이 반복되고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최근 시청자들의 패턴도 변하고 있어 장편 드라마에 대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도 공급자 위주의 마인드로 횟수만 늘리는 장편 드라마는 전체적인 질을 떨어뜨린다고 입을 모은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자극의 강도만 높일 뿐 새로운 기획력이 없는 장편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피로감만 가중시킨다”면서 “콘텐츠가 넘쳐나는 다매체 시대에 시청자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지 않는 긴 호홉의 드라마보다는 다양한 길이의 작품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서로 돕는 ‘도시 난민’ 이야기… 새로운 가족 유대 실험”

    “서로 돕는 ‘도시 난민’ 이야기… 새로운 가족 유대 실험”

    ‘피에로들의 집’서 공동체 연대 다뤄… 세월호·장자연 사건 등 현실과 중첩 타인 향한 감각 잃은 잔혹한 세태 비판 “기성세대 기득권 놓고 젊은이 보살펴야” 서울 성북동에 ‘아몬드나무 하우스’가 있다. 각자의 재난에 휩쓸려 표류하는 ‘도시 난민’들이 산다. 실패한 극작가이자 연극 배우인 김명우, 윤간을 당한 뒤 자살한 연인에 대한 기억에 잠식된 휴학생 윤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고등학생 정민, 비루한 과거 때문에 이혼한 사진작가 박윤정 등이다. 노년 여성 마마는 이들을 아몬드나무 하우스로 불러들여 먹이고 재운다. 1층에는 반 고흐가 동생 테오의 아들 탄생을 축복하며 그린 ‘꽃 핀 아몬드 나무’가 걸려 있는 곳. 비극의 인물들을 품은 곳에 걸린 그림치곤 참으로 아름답고 희망적이다. 소설가 윤대녕(54)의 새 장편소설 ‘피에로들의 집’(문학동네)의 단면이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이후 11년 만에 낸 장편소설에서 작가는 오래 붙잡고 있던 소재 ‘도시 난민’에 파고들었다. 혈연·지연·학연으로도, 결혼이란 계약관계로도 묶이지 않은 이들의 연대란 가능한 것일까. “요즘은 혼자 사는 노인도 많고, 젊은이들도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고 애를 낳고 싶어도 낳기 힘든 시대잖아요. 타인과의 유대를 통해 공동체가 가능한지 이야기로 가족 실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가족제도가 존속되긴 힘들 것 같거든요. 이후 각자가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까, 써볼 가치가 있겠다 싶었죠.” 난민이 된 젊은이들을 거두는 게 마마라면 이들을 하나씩 살피는 건 명우다. 아무 상관없는 타인을 보듬는 이들의 모습에는 작가의 소망이 깃든 듯하다. 기성 세대로서 젊은 세대에 느끼는 부채 의식이 작용한 것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채 의식이) 물론 있죠. 생물학적 나이가 그렇고 작가로서의 자의식으로도 기성세대란 인식이 40대 말에서 50대로 건너는 와중에 생긴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는 이룬 게 없지만 나도 모르게 작가로서의 명함을 손에 쥐고 기득권을 갖고 있지 않나.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하고 할 일은 뭔가. 내가 뭔가를 갖고 있다면, 다음 세대에 그걸 돌려줘야 그들이 살아갈 수 있고 세계의 공동체가 연속성을 갖고 굴러갈 수 있다는 깨달음이 들었죠.”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세월호 사건, 장자연 사건 등 우리를 분노하고 절망하게 했던 실제 사건들과 중첩된다. 작가는 욕망에 잔뜩 충혈된 기성 세대와 타인에 대한 감각을 잃은 잔혹한 세태를 아프게 짚어낸다. “세월호 사건 등을 보며 ‘기성세대가 삶의 환경이나 사회 시스템을 잘못 만들어 놔서 생기는 일들이 많구나’ 느꼈어요. 어려운 시대를 관통해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얻은 힘을 안 놓으려 하죠. 때문에 젊은이들이 자기 몫을 갖기 힘든 현상이 누적되고 세대 갈등이 커져요. 기성 세대는 기득권을 놓고 보살핌의 단계로 나아가야죠.” 어렵게 털어낸 장편이지만 그는 홀가분하기보다 착잡한 마음이 앞선다. “요즘은 휴대전화로 사유하고 정보를 얻는 디지털이 종교화되는 시대죠. 디지털이 하나의 세계고 주님이고 종교인데 ‘내가 책을 내는 게 독자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요. 사회적 사건을 맞닥뜨리면 ‘문학 자체가 효용성이 있을까’란 의문도 들고요. 이번이 23번째 책인데 문학에 대한 요구나 환호도 확실히 과거와 달라졌음을 실감해요.” 그래서 1990년 등단 이후 성실하게 써온 그도 ‘계속 쓸 수 있을까’하는 딜레마에 자꾸 빠진다. 하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다.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무력감을 느끼죠. 하지만 써야죠. 그래야 세상과 소통할 수 있고 독자들과 질문을 공유하고 답을 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디카프리오, SNS에 아카데미 개념 수상소감…“기후 변화에 지구 살려야”

    5수 끝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시상식이 끝난 직후 자신의 SNS에 수상 소감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2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아카데미 시상식과 영화 ‘레버넌트’의 멋진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기후 변화에 대해 지구를 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후 변동을 위한 행동은 우리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이고 용기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리더를 뽑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카프리오의 SNS 수상 소감에 그린피스 영국에서도 “축하하고 고맙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디카프리오는 이날 시상식에서도 수상 소감을 통해 “‘레버넌트’는 인간과 자연의 교류를 담고 있다. 2015년은 가장 여름이 더웠던 해였다”면서 “북극에서 얼음이 녹고 있고 기후변화가 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 인류가 다함께 행동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오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카프리오는 기후 변화를 소재로 한 영화의 제작자로도 나섰다. 디카프리오는 게일라 올슨의 소설 ‘샌드캐슬 엠파이어’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2049년 지구가 기후 변화, 홍수, 인구 과잉 등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정부를 뒤엎는 울프팩이라는 급진파 단체가 등장하는 상황을 바탕으로 그려진다. 디카프리오는 지난달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월드 이코노믹 포럼스 크리스탈 어워즈에 참석해 기후 변화를 위한 환경 보호에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티칸으로 떠나 프란치스코 교황과 독대,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하서 잠자던 도산 안창호 옛 묘비 빛 본다

    지하서 잠자던 도산 안창호 옛 묘비 빛 본다

    ‘배우는 일 마다 않고… 조국 광복 도모’ 이광수가 비문 지어… 새달 1일 제막식 도산 안창호 선생의 옛 묘비가 43년 만에 원래 있던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으로 돌아왔다. 26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서울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강남구 도산공원 도산안창호기념관 지하에 있던 이 묘비가 지난 24일 망우리공원 ‘도산 묘터’로 옮겨졌다. 1973년 안 선생의 묘가 도산공원으로 이전하며 옛 묘비도 그곳으로 옮겨갔다. 이후 2005년 새 묘비가 설치되면서 옛 묘비는 도산기념관 지하에 보관돼 왔다. 1955년 세워진 이 묘비의 비문은 안 선생의 지인인 소설가 춘원 이광수가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씨는 서예가 소전 손재형, 원곡 김기승이 썼다. 묘비의 앞면에는 한자로 ‘배우는 일을 마다 않고 앎을 지극히 하며 조국의 광복을 도모하다.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덕을 실천하며 훌륭한 글을 남겨 백성을 편안케 하다. 생각이 곧아 거짓이 없으며 사랑으로 사람을 사귀어 춘풍같은 온화한 기운이 퍼지다. 공을 앞세워 사욕이 없으며 진정으로 일을 추진해 추상같은 위엄을 갖추다’라고 쓰여 있다. 뒷면에는 안 선생의 이력이 적혀 있다. 안 선생의 옛 묘비 이전은 망우리공원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서울시 용역으로 2014년부터 망우리공원에서 역사·문화를 교육하는 ‘인문학 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해 왔다. 망우리공원 묘지는 1938년 세상을 뜬 안 선생이 유언으로 정한 곳이다. 안 선생은 2년 먼저 눈을 감은 애제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유상규 선생의 묘가 있는 망우리공원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유 선생은 도산이 3·1운동에 참여하고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을 할 때 비서를 지낸 인물이다. 안 선생의 옛 묘터는 유 선생의 묘와 가까이에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3·1절인 다음달 1일 망우리공원에서 묘비 제막식을 한다. 이날 행사에는 안 선생의 조카사위 김봉성씨의 아들인 김선영씨, 서상목 도산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윤배 흥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꽃은 많을수록 좋다(김중미 지음, 창비 펴냄) 인천 만석동 빈민지역인 괭이부리말에서 30년째 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를 운영하며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쓴 저자가 그 세월을 에세이로 엮었다. 저자는 스물넷의 나이에 동네에 들어가 공부방을 차리고 정착했다. 10여년 뒤 동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썼고,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저자는 더욱 피폐해진 가난한 내 이웃들에 대한 변호 의식을 담담히 소개한다. 돈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임을 일찌감치 깨우친 아이들을 아프게 이야기하며 교육 현실을 고민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를 비판한다. 384쪽. 1만 4500원. 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이태호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조선 시대는 초상화의 르네상스기였다. 이 시기에는 한국 미술사 사상 가장 많은 초상화가 그려졌고, 예술성 높은 명작들이 쏟아졌다. 왕의 얼굴을 기록한 어진부터 공신과 문인의 영정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은 시대의 얼굴을 손으로 기록했고, 초상화를 통해 인물들의 정신을 발현했다. 저자는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다”라는 인식 아래 치밀하게 그려진 조선 시대 후기의 초상화들을 통해 당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시대상과 초상화의 변화, 한국적 리얼리즘을 전하고 있다. 424쪽. 2만 3000원. 덩샤오핑 제국 30년(롼밍 지음, 이용빈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 덩샤오핑(鄧小平)의 이면을 다뤘다. 미국, 대만 등에서 중국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저자는 덩샤오핑이 중국 개혁의 선구자로 평가받지만, 반대로 민주와 자유를 두려워한 독재자였다고 말한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단지 경제 영역에만 한정됐을 뿐, 정치를 비롯한 다른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보수파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을 제대로 인식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특히 덩샤오핑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중국은 여전히 100% ‘덩샤오핑 제국’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480쪽. 4만 5000원. 예술 판독기(반이정 지음, 미메시스 펴냄) 미술 평론가인 저자가 문화계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정치적 소재와 주제를 문화의 범주로 끌어들여 예술을 비평하고 있다. 이 점이 이 책의 매력이자 차별점이다. 책 제목은 무언가를 예술로 만드는 조건의 기록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예술 정의의 불가능성에 ‘힘입어’ 판독 대상을 예술보다 언론보도, 영화, 광고, 상품 등에서 찾았고 이들로부터 예술됨을 읽으려 했다고 적었다. 예술이 어려운 이유는 예술과 현실을 구분 지어 사유하려는 집단 체면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저자는 서구에서 고안한 미적 유행을 흉내내어 자국에서 독점적 명성을 얻은 사례 등 예술 권력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360쪽. 2만 2000원. 몇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가와타 후미코 지음, 안해룡·김해경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재일 1세대 할머니 29인의 삶을 담은 기록이다. 일본 언론인으로 빈곤과 성노예제 문제에 천착해 온 저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 일본으로 건너가 어린 노동자로, 아내로, 어머니로, 여성으로, 식민지의 설움과 전쟁의 참혹성을 겹겹으로 견뎌낸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전쟁과 식민지의 참상은 한 줄의 사건으로 접하지만 이 책은 남성들이 말하지 않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문제의식과 특히 일본인이야말로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로 이들의 삶을 기억하자고 되뇌고 있다. 344쪽. 1만 5000원.
  • 지하서 잠자던 안창호 선생 옛 묘비 빛 보다

    지하서 잠자던 안창호 선생 옛 묘비 빛 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옛 묘비가 43년 만에 원래 있던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으로 돌아왔다. 26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서울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강남구 도산공원 도산안창호기념관 지하에 있던 이 묘비가 지난 24일 망우리공원 ‘도산 묘터’로 옮겨졌다. 1973년 안 선생의 묘가 도산공원으로 이전하며 옛 묘비도 그곳으로 옮겨갔다. 이후 2005년 새 묘비가 설치되면서 옛 묘비는 도산기념관 지하에 보관돼 왔다. 1955년 세워진 이 묘비의 비문은 안 선생의 지인인 소설가 춘원 이광수가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씨는 서예가 소전 손재형, 원곡 김기승이 썼다. 묘비의 앞면에는 한자로 ‘배우는 일을 마다 않고 앎을 지극히 하며 조국의 광복을 도모하다.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덕을 실천하며 훌륭한 글을 남겨 백성을 편안케 하다. 생각이 곧아 거짓이 없으며 사랑으로 사람을 사귀어 춘풍같은 온화한 기운이 퍼지다. 공을 앞세워 사욕이 없으며 진정으로 일을 추진해 추상같은 위엄을 갖추다’라고 쓰여 있다. 뒷면에는 안 선생의 이력이 적혀 있다. 안 선생의 옛 묘비 이전은 망우리공원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서울시 용역으로 2014년부터 망우리공원에서 역사·문화를 교육하는 ‘인문학 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해 왔다. 망우리공원 묘지는 1938년 세상을 뜬 안 선생이 유언으로 정한 곳이다. 안 선생은 2년 먼저 눈을 감은 애제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유상규 선생의 묘가 있는 망우리공원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유 선생은 도산이 3·1운동에 참여하고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을 할 때 비서를 지낸 인물이다. 안 선생의 옛 묘터는 유 선생의 묘와 가까이에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3·1절인 다음달 1일 망우리공원에서 묘비 제막식을 한다. 이날 행사에는 안 선생의 조카사위 김봉성씨의 아들인 김선영씨, 서상목 도산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윤배 흥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송중기 앓이’ 통했다

    ‘송중기 앓이’ 통했다

    송중기·송혜교·김은숙 작가의 만남… 스타군단·100% 사전제작 기대감 반영 SBS ‘돌아와요 아저씨’는 6.6% 기록 방송가의 빅매치를 예고했던 수목극 전쟁에서 KBS ‘태양의 후예’가 먼저 웃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4일 첫 방송된 ‘태양의 후예’는 전국 시청률 14.3%를 기록해 동시간대 1위로 올라섰다. 이는 11.2%로 종영한 전작 ‘장사의 신-객주 2015’를 웃도는 기록이다. 20.3%로 종영한 ‘리멤버’ 후속으로 같은 날 첫 방송된 SBS ‘돌아와요 아저씨’는 6.6%의 시청률을 보였다. ‘태양의 후예’가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사전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13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작품은 송중기, 송혜교 등 유명 배우와 스타 작가 김은숙의 만남은 물론 100% 사전 제작으로 한·중 동시 방영된다는 점 때문에 방송계 안팎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전 제작 드라마의 성공률이 낮았고 분쟁 지역의 재난 현장을 배경으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겁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를 우려한 듯 지난 22일 드라마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멜로 드라마’임을 강조했다. 김은숙 작가는 첫 회부터 휴가를 나온 특전사 대위 유시진(송중기)이 병원 의사 강모연(송혜교)과 사랑에 빠지는 장면을 빠르게 전개시키며 로맨스에 불을 지폈다.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등 전작에서도 확인됐듯이 다소 유치해도 남녀 간 미묘하고 설레는 감정을 잘 표현해내는 김 작가 특유의 대사발은 여전했다. 지난해 5월 군 제대 이후 드라마에 합류한 송중기는 한층 깊어진 눈빛과 남성미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김원석 작가의 원안 ‘국경없는 의사회’가 원작으로 김은숙 작가가 공동 집필을 했다. 배경수 KBS CP는 “캐릭터 위주로 전개되던 기존의 김은숙 작가의 작품과는 화법이 다르다”면서 “뒤로 갈수록 사건도 다양하고 이야기의 강도가 더욱 세지기 때문에 후반부에 힘이 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작에 참여한 영화배급사 NEW의 관계자는 “그리스 현지 로케 등 영화적인 스케일을 적용했고 기존의 드라마 문법과는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승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휴먼, 코미디, 멜로의 복합 장르를 내세운 SBS ‘돌아와요 아저씨’의 반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영혼들이 현세로 돌아오는 ‘역송 체험’을 통해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 이 작품은 ‘을’의 반란을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렸다. 첫 회에서는 백화점의 만년 과장인 김영수(김인권)가 아내와 딸이 보는 앞에서 사장에게 굴욕을 당하는 장면 등 눈물 나는 소시민들의 애환도 함께 담아냈다. 2회부터는 전생과는 다른 외모인 이해준(정지훈)으로 변신한 김영수와 전직 보스였던 한기탁(김수로)이 여자인 홍난(오연서)의 몸으로 현세에 돌아와 첫사랑의 곁을 맴도는 장면이 본격적으로 그려졌다. ‘용팔이’, ‘리멤버’ 등 20%를 넘겼던 기존의 SBS 수목극에 비해 초반 시청률이 다소 부진하지만 가족극이 후반부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제작사인 후너스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처음에는 ‘태양의 후예’의 이름값에 밀리겠지만 2등 전략을 하다가 1등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배우들의 매력이 뛰어나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로 현실감이 높은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군 제대 이후 드라마 성적이 다소 부진했던 정지훈은 ‘상두야 학교가자’ 때처럼 어깨에 힘을 뺀 현실적인 코믹 연기에 원숙미를 더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소설과 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아시다 지로의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원작으로 했다. 박영수 SBS EP는 “외모나 재력, 명예 등을 갖추지 못한 주인공들이 정반대의 인물로 다시 태어나 소중한 사람에게 뭔가를 해준다는 따뜻한 이야기로 소시민들의 판타지를 담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재미있는 韓문학” 해외서 출간 러브콜… 1년 새 4배↑

    “재미있는 韓문학” 해외서 출간 러브콜… 1년 새 4배↑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최근 영미권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 출판사들의 우리 문학 출간 요청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해외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우리 문학을 출간하겠다고 번역 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2014년 13건에서 지난해 58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가운데 번역 지원이 이뤄진 건수는 같은 기간 12건에서 42건, 출간 계약을 맺고 출간 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같은 기간 0건에서 20건으로 각각 늘어났다. 과거에는 우리가 작품을 정해 번역한 뒤 해외 출판사에 ‘책을 내 달라’고 요청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발품을 팔며 섭외에 나서도 “성공 확률은 1%도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출간 성사가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문학에 대한 해외 출판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아예 ‘A 작가의 B 책을 내겠다’고 출간 계획을 밝히며 번역 지원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번역원은 2014년 4월부터 해외 출판사 번역·출판 지원 사업을 따로 마련했다. 해외 출판사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면서 작품 번역부터 출간까지의 기간도 대폭 줄었다. 번역원 조사에 따르면 과거(1987년~2014년 1분기)에는 평균 4년 3개월 걸리던 것이 1년(2014년 2분기~2015년 4분기)으로 대폭 앞당겨졌다. 이윤영 한국문학번역원 영어권 팀장은 “기존에 해외에 소개된 우리 작가들의 책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된 해외 편집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미국 명문 출판사 달키아카이브를 통해 2013년부터 펴낸 한국문학총서(25종)의 다양한 작가들이 해외에 노출되면서 그걸 접하고 해당 작가의 다른 작품을 내겠다는 출판사들의 요청이 여럿 들어왔다”고 말했다. 미국 딥벨럼 출판사는 국내 작가의 책을 향후 3년간 3종을 출간하기로 했고,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역자 데보라 스미스가 운영하는 영국 출판사 틸티드악시스도 황정은, 김연수의 작품 등 3종을 더 내기로 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34개국 출간),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28개국 출간) 등을 해외에 소개해 성공을 거둔 한국문학 수출 에이전시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요즘 분위기는 ‘엄마를 부탁해’가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던 2011년 상황과는 또 다르다”면서 “그 이후 해외 출판계나 언론, 비평가들이 한국문학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각 언어권 시장에서 우리 문학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독자들의 관심과 판매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이런 경향이 계속 누적되다 보면 케이팝처럼 ‘문학 한류’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최근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미국, 영국의 주요 언론들로부터 좋은 리뷰를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판권은 지금까지 세계 20개국에 팔려 나가며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해외 편집자들은 올해 나올 한강 작가의 신작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관심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지난해 12월 독일 유력 주간지인 자이트에서 ‘올해 최고의 추리소설 톱10’ 가운데 8위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다. 한강, 정유정 작가는 다음달 17~20일 열리는 프랑스 파리국제도서전에서도 각각 책 출간 행사를 가지며 관심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직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불안”…책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

    “직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불안”…책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살릴 자리를 얻지 못하고, 우울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 합당한 보상도 없는 일만 하다 지쳐 쓰러져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직장은 재미있는 곳이 아닌 도망치고 싶은 공간이다. 직장인들의 수난시대다. 일본 정신의학계와 심리학계의 권위자 오카다 다카시가 책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김혜영 옮김, 에스파스)’를 통해 내놓은 진단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과감하고 노골적으로 직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불안, 스트레스 등의 속내를 들쳐냈다. 그리고 치료, 대처, 극복 방법을 제시했다. 또 끝없는 성공에도 숱하게 자살을 꿈꿨던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 평생 세균 공포증에 시달렸던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워드 휴즈, 평생 열등감과 싸워야 했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 등의 에피소드와 사례를 통해 정신질환을 설명했다. 프롤로그처럼 ‘불안과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직장인의 발달장애, 인격장애, 스트레스, 우울증과 기분장애, 강박성장애, 의존증과 기별, 환각과 망상, 불면증 등 구체적인 증상 속에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나름의 치유법 같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창작과비평, 어느새 50세…“창조·저항의 새 거점 될 것”

    창작과비평, 어느새 50세…“창조·저항의 새 거점 될 것”

    “독자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강일우 창비 대표) 계간 창작과비평이 50주년을 맞았다. 24일 저녁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창비 50주년 기념행사에는 고은·신경림 시인, 황석영·은희경·편혜영·윤성희·전성태 소설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등 400여명이 참석해 우리 사회의 담론을 주도해 온 잡지의 50돌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한기욱 신임 편집주간은 “지난 50년이 소중한 만큼 이제부터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새로운 창조와 저항의 거점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김윤수·염무웅 편집고문 등과 함께 공로패를 받은 백낙청 명예편집인은 “지난해 6월부터 문단을 달군 표절 논란과 문학 권력 시비를 견디고 이겨 냈다”며 “논란을 일시적으로 면하고자 남에게 부당하게 손가락질하거나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잘못한 것처럼 무릎 꿇지 않았다. 지난 50년간 견지해 온 자세를 흩뜨리지 않으면서 쇄신 작업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부터 창비 독자였다”고 말문을 연 손 전 대표는 “박정희, 전두환과 싸우던 시기 창비는 우리의 힘이었고 무기였다. 창비를 통해 배운 민족과 민주화, 민중은 우리의 삶이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이 여기 있었다”고 의미를 짚었다. 2002년 창비와 대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한 김애란 작가는 “말과 글의 무게가 예전 같지 않고 쌓이는 게 드문 나라, 쌓이면 밀어내는 이 나라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잡지가 계속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축하의 말을 건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나홀로 매트릭스 바깥? 봇물터진 저커버그 VR패러디

    나홀로 매트릭스 바깥? 봇물터진 저커버그 VR패러디

    삼성전자 프레스 행사에 깜짝 등장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행동 하나 하나가 연일 언론과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등 외신들은 저커버그의 사진 한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으스스한 미래를 예고하는 상징으로 패러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가 직접 페이스북에 공개한 이 사진은 지난 2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 삼성전자 갤럭시 S7 언팩 행사에 깜짝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가상현실 헤드셋인 기어 VR을 관객들에게 시연 중이었으며 저커버그는 그 사이 무대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당연히 가상체험을 즐기는 관객 누구도 IT 최고 스타가 옆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즐기듯 저커버그는 웃으며 관객 사이를 지났으며 그 모습은 공개된 사진에도 담겨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 사진이 디스토피아(dystopia)를 상징하는 것 같다며 SNS에 촌평과 함께 패러디 사진을 올렸다. SNS에는 현대문명의 발달을 신랄하게 비판한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가 언급되거나 영화 '메트릭스', 애플의 유명한 1984년 '슈퍼볼' 광고 등이 회자됐다. 당시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이 제작한 이 광고는 조지 오웰의 ‘1984’ 이미지를 사용해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진에서 진짜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은 'IT 지도자' 저커버그 한 명 뿐이다" , "이미 좀비의 시대가 왔다" , "저커버그가 이제는 우리 뇌까지 훔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행사 후반부에 등장한 저커버그는 “가상현실은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기어 VR을 내놓은 삼성과 페이스북이 협력한 이유”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평창에 장터거리·광장 갖춘 효석문화예술촌 조성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 무대인 강원 평창 봉평면 일대에 ‘효석문화예술촌’이 조성된다. 평창군은 올해 봉평면 창동리 일대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무대를 배경으로 효석문화예술촌 조성사업을 추진해 내년까지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조성을 위해 창동리 이효석 생가마을과 효석광장 등 3만 5000여㎡에 국비와 도·군비 등 모두 100억원을 투입한다. 효석문화예술촌에는 잡화상과 의류상, 메밀국수집, 소머리국밥집 등 근대 장터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다. 또 1920∼1930년대 시대상과 이효석 선생의 문학적 감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음악다방을 비롯해 와인방, 흑백영상관, 북카페 등을 재현한 모던문학체험몰과 문학창작몰을 조성한다. 특히 4계절 꽃을 심어 관광객들이 문학을 생각하며 걸을 수 있도록 사색공간과 테마 길, 야간 조명연출 등 테마형 경관조성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이와 함께 이효석 선생의 문화 콘텐츠로 특화된 다목적 광장과 효석문화제 프로그램 운영, 주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효석광장도 만든다. 군은 이를 위해 효석문화예술촌 조성 건축설계를 공모한 데 이어 오는 4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내년부터 문학을 중심으로 한 4계절 테마관광지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지형근 평창부군수는 “효석문화예술촌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해 평창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효석문화제 기간뿐 아니라 1년 내내 가산 이효석 선생의 문학 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기어 VR 체험 중 깜짝 등장한 저커버그 패러디 화제

    기어 VR 체험 중 깜짝 등장한 저커버그 패러디 화제

    삼성전자 프레스 행사에 깜짝 등장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행동 하나 하나가 연일 언론과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등 외신들은 저커버그의 사진 한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으스스한 미래를 예고하는 상징으로 패러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가 직접 페이스북에 공개한 이 사진은 지난 2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 삼성전자 갤럭시 S7 언팩 행사에 깜짝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가상현실 헤드셋인 기어 VR을 관객들에게 시연 중이었으며 저커버그는 그 사이 무대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당연히 가상체험을 즐기는 관객 누구도 IT 최고 스타가 옆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즐기듯 저커버그는 웃으며 관객 사이를 지났으며 그 모습은 공개된 사진에도 담겨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 사진이 디스토피아(dystopia)를 상징하는 것 같다며 SNS에 촌평과 함께 패러디 사진을 올렸다. SNS에는 현대문명의 발달을 신랄하게 비판한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가 언급되거나 영화 '메트릭스', 애플의 유명한 1984년 '슈퍼볼' 광고 등이 회자됐다. 당시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이 제작한 이 광고는 조지 오웰의 ‘1984’ 이미지를 사용해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진에서 진짜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은 'IT 지도자' 저커버그 한 명 뿐이다" , "이미 좀비의 시대가 왔다" , "저커버그가 이제는 우리 뇌까지 훔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행사 후반부에 등장한 저커버그는 “가상현실은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기어 VR을 내놓은 삼성과 페이스북이 협력한 이유”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28년 만에 단편 낸 황석영

    28년 만에 단편 낸 황석영

    소설가 황석영(73)이 28년 만에 단편소설을 발표한다. 24일 발간되는 계간 ‘창작과비평’ 50주년 기념호인 봄호(통권 171호)에 실릴 ‘만각 스님’이다. 황석영이 단편을 발표한 것은 1988년 ‘열애’ 이후 처음이다. 그는 등단작인 ‘입석부근’을 포함해 ‘객지’, ‘삼포 가는 길’, ‘한씨연대기’ 등의 단편을 썼다. ‘만각 스님’은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에 격추된 1983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소설가 ‘나’는 장편소설 연재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남 담양의 호국사에 내려간다. ‘나’는 호국사에서 만난 만각 스님을 중심으로 한국전쟁과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흔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 소설가 ‘나’는 1980년대 역사소설 ‘장길산’을 연재했던 황석영을 연상시킨다. 또 황석영은 소설 곳곳에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과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아들 원경 스님의 이야기를 중첩시키며 논픽션 성격을 강화한다. 소설은 ‘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실제 주인공은 만각 스님이다. ‘뒤늦게 깨닫는다’(晩覺)는 뜻의 법명을 지닌 스님은 사십이 넘어서 중이 된 특이한 인물이다. ‘나’는 소설 말미에 만각 스님이 한국전쟁 당시 공비 토벌로 훈장을 받은 경찰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황석영은 이런 말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나는 스님의 법명이 자기에게 꼭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디 그이뿐이랴. 사람살이란 언제나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의 반복이 아니던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천주교 사제 성금횡령 의혹 제기…공지영씨 명예훼손 혐의 檢 송치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직 신부(神父)가 성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고소당한 소설가 공지영(53)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산교구 소속 신부였던 김모(49)씨의 면직 사실과 함께 그가 “‘밀양 송전탑 쉼터를 마련한다’며 모금하고는 한 푼도 교구에 전달하지 않았고, 장애인 자립 지원 성금도 개인 용도로 썼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씨는 같은 달 “거짓 의혹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공씨를 검찰에 고소했고, 이를 서초서가 수사해 왔다. 경찰은 김씨가 모금한 돈 중 일부가 밀양 송전탑 관련 단체와 장애인 단체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고 공씨 주장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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