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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남은 특검 1차 수사 기간…다음달 박 대통령 수사에 ‘배수진’

    30일 남은 특검 1차 수사 기간…다음달 박 대통령 수사에 ‘배수진’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전방위적인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9일을 기점으로 ‘30일의 수사 기간’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21일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알린 특검팀에게 일차적으로 보장된 ‘70일’이라는 수사 기간의 기한은 다음달 28일까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수사 기간 연장을 승인한다면 30일의 여유가 더 생기지만, 특검팀 입장에선 연장 결정과 관계없이 ‘1차 기간에 승부를 낸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이후 40일 간 상당한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청와대 비선진료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 등 네 갈래로 동시에 진행됐다. 특검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확인한 뒤 이를 작성하거나 관리하는 일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관례 특혜 제공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화여대의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류철균(소설가 이인화)·이인성 교수 등 핵심 관계자들도 대거 구속됐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의 경우에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의혹과 관련한 대기업 수사에 있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검은 청와대와 삼성 사이에 대가성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정조준한 상태다. 그 의혹 안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출연금 강제 모금과 최씨의 딸 정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물밑 지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석연치 않은 합병 과정이 모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삼성 측에 특혜를 줬고, 그 대가로 삼성이 최씨에게 돈을 줬다는 ‘삼각고리’를 이미 특정한 상태다. 이러한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으로 특검팀이 넘어야 할 산은 지금보다 훨씬 높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남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일은 특검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난제다. 또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최씨로부터 자백을 받는 일과 정씨의 국내 송환, 이재용 부회장 영장 재청구 여부 등도 중요 과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이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서 얼마나 진전된 내용을 내놓을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공세’에 나선 일과,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특검을 흔들기 위해 특검에 비판적인 의견 표명이 늘어나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그러나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근 브리핑에서 “특검은 국민 여러분의 높은 관심과 격려 속에 부여된 수사 기간 절반이 지나기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남은 기간도 특검법 수사대상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책의 위기, 책의 미래/안동환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책의 위기, 책의 미래/안동환 문화부 차장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는 12권이 넘는 책을 쓴 다작 작가다. 대부분 자서전이거나 자기 계발서인 게 보통의 작가들과 다를 뿐이다. 그는 후보 시절 공공연히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TV 카메라에 포착된 그의 집무실엔 책꽂이가 없었다. 책상 위에는 자신의 얼굴을 표지로 쓴 잡지들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TV 쇼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을 묻는 질문을 받자 자서전인 ‘거래의 기술’을,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성경의 ‘눈에는 눈’을 꼽았다. 그는 “언제나 옳은 결정을 하기 때문에 수백 페이지의 글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사안의 핵심을 쏙쏙 뽑아 흡수하는 매우 뛰어난 효율적 인간”이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레거시’(업적) 지우기는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 폐기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북칼럼니스트 미치코 가쿠타니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8년을 버틴 힘은 잠들기 전 1시간의 독서”라고 고백할 정도로 애독가였다. 오바마는 재임 기간 중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여름 독서 목록’를 공개했다. 2010년 그가 읽은 조너선 프랜즈의 장편소설 ‘자유’는 100만부 넘게 팔렸다. 전체 도서 판매량도 덩덜아 늘었다. 두 딸 말리아와 사샤를 데리고 동네 서점을 찾는 그의 모습은 미국민의 독서욕을 자극하는 캠페인이었다. 매년 8월 대통령의 휴가철 독서 목록 발표는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백악관의 전통이지만 의무적인 건 아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독서 리스트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신임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 출판계의 걱정도 커지는 듯하다. 400개 출판사들의 대표 기구인 미 출판협회(AAP)는 지난해 12월 그에게 출판산업의 지적재산권과 저작권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대통령이 책을 읽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도 작가 출신이니 독서의 중요성을 이해할 것이라는 착잡한 심경의 코멘트를 덧붙였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보다 더 비관적인 건 한국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조사에서 한 해 동안 1권 이상 도서(교과서·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읽은 성인은 65.3%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미국 성인의 독서율은 73%로, 전 해보다 2% 포인트 늘었다. 한국인 3분의1은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매주 한 권 이상 읽는 ‘습관적 독서율’은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40.1%) 중 최하위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개별 여가활동 비율 중 독서는 가장 낮은 1.2%였다. 국내 2000여개 출판사, 1200여개의 서점과 거래하는 국내 2위 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로 출판사와 서점들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이달 어음 결제를 하지 못하는 출판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학계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뇌를 변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난독증 인구가 늘었다는 연구도 있다. 더 깊이 사유하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책을 안 읽는 게 아니라 ‘못’ 읽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22일 별세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평생 1만종의 책을 일궈 온 ‘탐서가’인 고인의 말은 그래도 책의 미래를 낙관하게 한다. “‘완성된 인간’은 책 없이는 불가능하다.” ipsofacto@seoul.co.kr
  • [교육 플러스] ‘국어교과서 속 작가’ 북콘서트

    경기문화재단은 다음달 9일과 15~16일 ‘국어교과서 속 이웃작가들’ 북콘서트를 연다. 국어교과서에 작품 실린 경기 지역 출신·거주 작가를 초청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9일에는 고양시 대화도서관에서 소설가 은희경을 만나고, 15일에는 경기 광주시립도서관에서 시인 나태주와 이야기한다. 16일에는 수원 영통도서관에 시인 신용목을 만날 수 있다. 작가 강연과 인디밴드 달무늬의 공연이 어우러진 낭독회 등도 준비했다. 참가 신청은 각 도서관 홈페이지나 현장에서 할 수 있다.
  • 20여년의 발품 ‘진실’이라 믿고 책으로 펴냈다

    20여년의 발품 ‘진실’이라 믿고 책으로 펴냈다

    “상업적인 소설을 쓰면서 역사 자체를 소설로 만드는 사람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고대사 연구학자) “그 사람은 소설가니까, 주장도 소설로 봐야죠. 학자는 절대 그런 글을 못 씁니다.”(근대사 연구학자)●“소설가 나부랭이의 주장이라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싸드’, ‘고구려’ 등의 소설가 김진명이 펴낸 책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새움)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 내로라하는 역사학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책은 김 작가가 지난 20여년 동안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발품을 팔며 조사한 내용을 만화로 엮어낸 일종의 ‘취재 비망록’이다. 김 작가는 26일 “소설가 나부랭이의 주장이라고 무시하는데 직접 취재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나는 진실이라고 믿고 책으로 펴냈다”며 “이왕이면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자는 뜻으로 만화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사의 비밀을 공개한다’는 취지의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금된 1억원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전국 도서관에도 무료로 배포됐다. ●광개토비 사라진 세 글자, 임나일본부설은 틀렸다 그의 취재 메모 중 광개토대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를 추적하는 내용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설이 분분한 대왕비의 역사적 해석과 맞물려 흥미롭다. 첫 소설이자 출세작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출간된 1993년 그는 광개토대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를 찾겠다며 비가 있는 중국 지린성 지안으로 간다. 광개토대왕비에서 신묘년 기사 부분은 세 글자가 지워져 있다. ‘而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羅以爲臣民’(이왜이신묘년래도해파백잔□□□라이위신민)이라는 문장. 일본은 그 빈자리에 일본 서기에 나오는 ‘임나’라는 한자를 끼워 넣어 ‘왜가 신묘년에 바다를 건너 백제와 가야, 신라를 쳐부수고 신민으로 삼았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고 있다. 김 작가는 “당시에는 차단 시설이나 감시인이 없어 대왕비를 종일 관찰할 수 있었다”며 “신묘년의 사라진 글자를 찾겠다고 결심하면서 북한, 남한, 중국, 일본 자료를 닥치는 대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가 발견한 게 중국 학자 왕건군이 남긴 대왕비 비문 초본의 마이크로필름. 그 필름에는 사라진 세 글자 중 첫 자로 ‘동녘 동’(東)이 기록돼 있었다. ‘동’ 자를 넣으면 비문은 ‘백제가 동으로 신라를 쳐서 신민으로 삼았다’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 된다. 신묘년 기사의 다음 문장인 ‘광개토대왕이 수군을 거느리고 백제를 토벌했다’는 내용과 맞아떨어진다. 그는 대왕비의 진실을 추적한 내용을 소설 ‘몽유도원’에 담았다. 김 작가는 “1994년 일본 도쿄대의 광개토대왕비 연구자인 동양사 실장을 만나 초본의 동녁 동자를 보여줬더니 10분 동안 담배만 세 대를 피면서 답을 하지 못하더라”며 “그는 결국 임나일본부설은 틀렸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박정희 암살은 美 CIA가 개입한 계획된 암살이다 김 작가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당시 주한미군 정보공작 총책임자였던 ‘존 천’이라는 인물을 미국에서 만나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우발적 살인이 아닌 미 중앙정보국(CIA)이 개입한 계획된 암살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입수한 조선 왕실 고문관인 이시즈카 에조의 비밀 보고서를 토대로 파헤친 명성황후 시해를 재구성하고, 이를 다룬 소설 ‘황태자비 납치사건’이 일본어 번역을 마치고도 일본 우익의 협박으로 출간되지 못한 사연도 공개했다. X파일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탄탄한 취재와 필력을 통해 교묘히 뒤틀어버리는 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김 작가는 “저는 세상에 토해낼 뭔가가 있을 때만 글을 쓴다”며 “내 글들을 통해 잠들어 있는 우리 역사의식을 깨우고 싶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실화, 그래서 더 빠져드는…

    실화, 그래서 더 빠져드는…

    →실제 스노든 외모·버릇까지 세밀하게 복사… 조셉 고든 레빗의 메소드 연기 빛나 거장이 뷰파인더로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 실제 사건,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사회에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해온 올리버 스톤 감독의 ‘스노든’이 새달 9일 개봉한다. 미국 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통신 감청과 개인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고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실제 스노든의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 버릇까지 세밀하게 복제하는 조셉 고든 레빗의 메소드 연기가 빛난다. 이라크전 참전을 위해 자원 입대했고, 의병 전역 뒤에도 미 정보기관에 투신할 정도로 애국심에 불타던 인물이 내부고발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스릴 넘치게 그려낸 스톤 감독의 연출력도 빛난다. 니컬러스 케이지, 재커리 퀸토, 셰일린 우들리 등 출연진도 탄탄하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은 2013년 사건이고, 스노든과 글렌 그린월드, 로라 포이트라스 등 언론인들이 첩보 작전처럼 준비했던 폭로 현장을 셀프 카메라로 담은 다큐멘터리 ‘시티즌포’가 한발 앞서 개봉한 것은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10년 만에 메가폰 잡은 멜 깁슨 감독… 전쟁영웅 그린 영화로 오스카 작품·감독상 또 도전 배우 출신으로 거장 반열에 다가서고 있는 멜 깁슨 감독의 전쟁 영화 ‘핵소 고지’가 22일 개봉한다. ‘브레이브 하트’(1995)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쓸었던 그다. ‘아포칼립토’ 이후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총을 잡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전쟁 영웅이 된 한 남자의 실화를 그렸다. 종교적 신념을 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지켰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 되는 과정이 아이러니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에 자진 입대한 데스몬드 도스(앤드루 가필드)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다며 집총 훈련을 거부하는 등 부대 내 골칫거리가 된다. 하지만 의무병으로 참전한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려 75명의 목숨을 구해내며 미군 최고 영예인 명예 훈장을 받는다. 멜 깁슨은 이 작품으로 올해 오스카 작품, 감독상에 또 도전하게 됐다. 6개 부문 후보다. 앤드루 가필드는 생애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종교 영화 ‘사일런스’에서도 주인공을 맡은 그는 스파이더맨 복면을 완전히 벗어 던질 것으로 보인다. 샘 워싱턴과 휴고 위빙, 빈스 본 등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한다. 혈혈단신으로 전장에 남겨져 아군을 구해내는 장면이 장렬한 분위기로 연출됐다.→17세기 포르투갈 출신 예수회 페레이라 신부의 이야기… 日 소설 ‘침묵’ 읽고 28년 만에 영화 완성 ‘사일런스’는 28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작업에 더 관심을 기울였던 스코세이지 감독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장편 극영화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구원을 이유로 배교(믿던 종교를 배반함)하며 가톨릭 교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17세기 포르투갈 출신의 예수회 페레이라 신부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페레이라 신부 이야기를 모티브로, 일본 문학 거장 엔도 슈사큐가 쓴 소설 ‘침묵’을 접한 뒤 28년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카메라는 17세기 천주교 박해가 이뤄지던 일본에서 소식이 끊긴 스승 페레이라(리암 니슨) 신부를 찾아 나선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를 쫓는다. 참혹한 상황을 거듭 마주하며 믿음이 흔들린 이들은 결국 예수상이나 성모상을 그린 그림 즉 ‘후미에’를 밟고 지나가며 가톨릭을 등지게 된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종교에 대한 관심은 처음이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그려 논란을 부른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과 14대 달라이 라마의 삶을 그린 ‘쿤둔’(1997)이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샤를리 에브도와 악마의 시 그리고 ‘더러운 잠’…표현의 자유를 둘러 싼 논란들

    샤를리 에브도와 악마의 시 그리고 ‘더러운 잠’…표현의 자유를 둘러 싼 논란들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더러운 잠’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은 해당 그림이 포함된 풍자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사퇴나 제명까지 요구하는 등 맹공을 퍼붓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표 의원에 대해 “징계사유가 된다”며 “민주당은 신속하게 윤리심판원을 가동해 징계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예술인의 풍자가 다시 정치 다툼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또 해당 그림에 격분한 일부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은 지난 24일 국회에 난입, 전시된 그림을 파손해 경찰에 연행됐다. 이번 논란에 대해 표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면서도 해당 그림과 관련해서는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과 풍자 등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달라”고 강조했다. ● ‘더러운 잠’ 작가 “풍자의 정치적 해석이 더 문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더러운 잠’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Olypia)라는 누드화에 박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고, 그 뒤로 국정농단으로 구속기소된 최순실(61)씨를 배치한 풍자화다. 이 그림이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되면서 범여권과 보수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및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이에 대해 해당 그림을 그린 이구영 작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20명의 작가들이 기획한 전시회”라면서 “표 의원이 미리 사전에 (그림을) 검수하거나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림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악의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 같다”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이라든가 공적인 역할을 하시는 분들, 특히 대통령 역할을 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두까기 만평’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예술인의 풍자와 언론사의 만평 등은 주로 그 대상이 권력자이거나 정치·사회·경제 문제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논란의 선봉에는 단연 ‘성역 없는 풍자’를 표방하고 있는 프랑스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있다. 지난 7일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 2주기였다. 파리에 본사를 둔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1월 7일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 사이드 쿠아시(당시 34), 셰리프 쿠아시(당시 32) 형제의 편집국 총기 난사 공격을 당했고, 이로 인해 시사만화가 4명을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이 숨졌다. 쿠아시 형제가 샤를리 에브도를 공격한 이유는 이 언론사가 낸 만평에 있었다. 앞서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옷을 입지 않은 채 엎드려 있는 모습의 만평을 냈고, 범이슬람권의 공분을 샀다.샤를리 에브도는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부터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2009년 마이클 잭슨이 사망하자 “마이클 잭슨, 마침내 하얗게 됐다”는 글과 함께 백골로 춤추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만평에 실었다. 2014년 12월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 픽처스가 해킹 위협에 영화 개봉을 취소하자, 우스꽝스럽게 그린 김정은 그림에 ‘소니가 멍청이의 뚱뚱한 엉덩이를 핥았다’는 문구를 넣어 조롱했다.전 세계를 울린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도 조롱의 대상이었다.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만평에 해변에 쓰러져있는 아이와 “거의 다 왔는데?”라는 문구가 적힌 맥도날드 광고판을 함께 그려 넣어 마치 쿠르디가 햄버거 때문에 유럽으로 오려 했다는 듯한 인상을 줘 거센 비난을 받았다.샤를리 에브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월 독일 이주민 집단 성폭행을 주제로 한 만평에는 “꼬마 아일란이 성장하면 무엇이 됐을까?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라는 글과 함께 도망가는 여성을 뒤쫓는 남성을 그려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 소설 한 권에 ‘악마’로 내몰리다 표현의 자유를 논할 때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를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9월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는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고 이슬람 경전 코란을 악마의 계시로 빗댄 내용에 이슬람계는 신성모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소설을 비치한 서점과 루시디 지지 사설을 실은 신문사에는 폭탄 테러가 가해졌고, 영국과 이슬람 국가 이란의 외교관계까지 단절됐다.항의 시위가 이어지자 책이 출간된 이듬해 2월, 당시 이란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는 루시디를 비롯해 책 출판에 관여한 모든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파트와’를 발표했다. ‘악마의 시’는 금서로 지정됐고, 100만 달러의 암살 현상금이 걸린 루시디는 영국 경찰 보호 아래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악마의 시를 번역한 작가들도 이슬람계의 분노 대상이 됐다. 1991년 7월 이탈리아 번역가 에또레 카르리올로가 괴한에게 공격당했고, 일본 번역가 이가라시 히토가 대학 건물 안에서 살해당하는 등 습격 사건이 이어졌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정규재tv 본 박지원 “국정농단이 음모론? ‘지랄하네’”

    정규재tv 본 박지원 “국정농단이 음모론? ‘지랄하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국정농단 증거들을 부인하며 음모론을 제기한 데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욕설 찬가? 제 고향에선 적당한 욕설이 반가움의, 때론 다정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울살이가 시작되었을 땐 때론 오해도 받았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순실이 특검에 연행되며 ‘민주주의, 억울하다, 강압 수사한다’고 외치니 청소 아주머니 ‘염병하네’(라 했다)”며 “이 이상의 적당한 용어의 선택은 어떤 시인도 소설가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인터넷 1인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오래 전부터 기획된’ 운운하며 모든 사실을 음모론을 제기하며 부인했습니다”라면서 “안종범 정호성 등의 진술과 증거가 있음에도 이런 말씀을 했다면 그들이 기획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끝으로 그는 “만약 인터뷰 장소 근처에 청소 아주머니에 계셨다면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 같습니다. ‘지랄하네’”라며 힐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탄핵 정국 복지부동 공직자 비판 적절… 대선 보도 중립 신경써야

    탄핵 정국 복지부동 공직자 비판 적절… 대선 보도 중립 신경써야

    제91차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박재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가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신문사 9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박재영 위원장을 비롯해 김영찬(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 이상제(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소순창(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다음은 지난 1개월간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독자권익위원회에서 제기된 의견이다.-올해는 탄핵 정국에서 대선 정국으로 바뀌는 등 이슈가 많다. 서울신문은 1월 12일자 1면 톱기사 ‘요즘 관가는 삼실의 시대’를 통해 탄핵 정국에서의 정부 운영에 대한 우려를 잘 지적했다. 위기·책임·목적의식이 실종된 복지부동의 사례들을 잘 표현했다. 지속적으로 탄핵 정국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논의돼야 할 문제는 차기 정부 조직 개편이다. 부처 몇 개 바꾼다는 임기응변 측면보다 국정 운영의 엔진을 바꾼다는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얘기들에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앞으로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 대선 주자들 지면을 어떻게 할애하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1월 14일자 신문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왔다. 전날 귀국해서 그런 측면도 있지만 앞으로 이런 부분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새해가 시작되고 정유년을 맞아 모든 미디어가 닭의 상징성을 이야기했는데, 서울신문 1월 3일자 19면은 남들과 다른 화법으로 풀어서 좋았다. ‘이기호의 짧은 소설-사람은 닭을 키울 자격이 있는가’로 한 면을 채웠다. 짧은 이야기에 닭의 의미와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시대적 의미까지 넣어서 젊고 센스 있고 재미있었다. 반면 새해 첫 신문인 1월 2일자 경제면이 다른 날과 차별점이 없고 너무 평면적이었던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새해에는 국민들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의 문제를 좀더 자세히 다뤄 줬으면 한다. -최근 신년 여론조사, 외환위기 20년 평가, 4차 산업혁명 기획 등 경제 분야 읽을거리가 많았다. 그런데 읽다 보면 궁금증이 생기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허권 갑질’한 퀄컴에 과징금 1조원을 부과했다는 기사에서 우리나라보다 먼저 제재했던 중국 사례가 궁금했다. 퀄컴이 중국과는 합의하고 한국에선 소송한다고 하는데 중국과 우리나라의 제재 차이 등을 자세히 비교해 줬으면 좋았겠다. 또 신년 업무보고 기사에서 옛날 정책을 그대로 재탕한다고 비판했는데 경제가 같은 상황이면 그 수단을 또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와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 없이 왜 똑같은 정책만 쓰느냐고 비판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지난 몇 달간 우리 사회의 어이없는 사건들 때문에 언론과 방송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환기됐다. 하지만 서울신문을 비롯한 주류 미디어는 스스로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서울신문이 차기 정부 미디어 정책에 대해 선제적 기획을 해 보면 어떨까 싶다. -서울신문이 독자나 국민의 시각으로 기사를 써 주길 바라는데 어떤 때는 정부 입장에서 많이 쓰는 것 같다. 1월 14일자 ‘“미국의 적” 트럼프 정권 대북관, 北은 직시하라’ 사설 내용은 정부가 할 이야기다. 서울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 출범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한·미 동맹 자체와 대북 정책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 편에서 쓴 다른 사설로 1월 18일자 ‘블랙리스트 피의자로 소환된 조윤선·김기춘’이 있다. 두 사람을 매우 강하게 비판했다. 속이 후련할 정도로 잘 써 줬다. -걷잡을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올 한 해 서울신문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편집의 기본 방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난해엔 경제라고 했는데, 올해에는 ‘근본으로 돌아가자’ 혹은 ‘혁신하자’는 식의 큰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외교·안보, 경제, 사회, 문화, 행정 등 올해는 모든 부분이 바뀌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로 흔치 않게 문화 담당 부처가 현재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문화면은 왜 이렇게 평화로운지 이해할 수 없다. 사건으로 생각해 정치, 사회면에서 다룰 수도 있겠지만 문화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문화 담당 기자다. 최순실이라는 미꾸라지로 인해 문화계 전체 어항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됐는지 문화 쪽 기자들이 잘 다뤄 줄 필요가 있다. 정리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새영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12개의 쉘…‘컨택트’ 메인 예고편

    <새영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12개의 쉘…‘컨택트’ 메인 예고편

    지구 상공을 점령한 외계 물체를 소재로 한 영화 ‘컨택트’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컨택트’는 전 세계에 12개의 쉘이 날아든 후, 그들이 보내는 의문의 신호를 밝혀야 하는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개된 예고편은 갑자기 지구에 찾아온 의문의 쉘로 인해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가 미국 CIA 특별팀에 차출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후 넓은 평야 위에 거대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은 쉘에 접근한 루이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쉘에게서 “무기를 주다“라는 위험한 답변을 얻은 루이스는 세계적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자 “저들은 무기와 도구의 차이를 이해 못 할지도 몰라요”라는 신선한 의견을 꺼낸다. 이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루이스가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시도하는 모습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궁금케 한다. 이렇게 영화는 일반적인 SF 장르의 화려한 시각효과와 속도감 있는 전개 대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12개의 쉘과 그들이 보내는 의문의 신호를 해석하려는 루이스의 특별한 소통을 선보인다.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컨택트’는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소설을 접한 뒤 원작이 가진 강렬함과 아름다움에 단숨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다층적인 구조를 가진 원작에 매력을 느꼈고, 삶과 죽음의 신비로운 면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만든다”며 원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대해 극찬했다. 한편, ‘컨택트’는 다음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촬영상, 프로덕션디자인상, 음향상, 음향효과상)에 노미네이트되어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는 오는 2월 2일 개봉 예정이다. 12세 관람가. 116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씨줄날줄] 서해 불법 고래 포획/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서해 불법 고래 포획/이동구 논설위원

    울산, 포항 등지의 동해안 바닷가에서는 고래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울산의 장생포항 주변에서는 고래 고기 전문판매점들이 성업 중이다. 고래 고기의 12가지 특별한 맛을 잊지 못하는 미식가들이 여전히 이곳을 즐겨 찾는다. 고래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고래의 실수(?)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다른 어류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망에 갇혀 숨진 고래들만 유통할 수 있다. 어부는 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었을 때만 일반 생선처럼 거래할 수 있다. 물론 어부의 고의에 의한 포획이 아니라는 것을 검찰이 인증해 준 후에야 판매할 수 있다. 동해안에서 자주 잡히는 몸집이 비교적 작은(200㎏ 미만) 돌고래도 마리당 평균 1000만원 안팎으로 거래된다. 간혹 덩치가 훨씬 큰 밍크고래(6~7t)가 걸려들면 어부는 1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거머쥘 수도 있다. 동해안 일대에서만 연간 500마리 가까운 고래가 그물에 잡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뱃사람들은 고래를 ‘바다의 로또’라 부르며, 자신의 그물에 고래가 갇히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고래를 잡고 싶은 욕망은 동서고금이 비슷하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에는 선사시대인들의 고래 잡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암각화가 사냥과 어로의 풍요를 비는 주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당시 주민들이 고래가 잡히길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은 축제(울산고래축제)나 고래 떼를 직접 찾는 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미국의 매사추세츠주는 19세기 포경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했다.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향유고래는 값비싼 향료를 얻을 수 있어 포경산업이 육지의 골드러시와 비교되기도 했다. 고래기름은 윤활유로, 등잔불을 밝히는 기름으로도 사용돼 엄청난 부를 안겨 줬다. 우리에게 백경이란 영화로 잘 알려진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이 19세기 위대한 미국 소설로 불리는 배경에는 고래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잘 보여 줬기 때문이다. 국제협약에 따라 1986년 이후 고래 포획이 금지됐지만 일본은 연구 목적이란 핑계로 여전히 남극 등지에서 한 해 수백 마리를 잡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호주의 고래보호구역에서 고래를 불법 포획하다 적발돼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다. 고래 불법 포획은 우리 해역에서도 은밀히 발생하고 있다. 고래 불법 포획에는 벌금(3000만원 이하)과 무거운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인간의 욕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엔 불법 포획 어선이 동해에서 서해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하니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몇 해 전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를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낸 온 국민의 마음을 다시 기억해 줬으면 한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수요 에세이] 인문학적 삶에 대하여/정재근 대전대 초빙교수·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수요 에세이] 인문학적 삶에 대하여/정재근 대전대 초빙교수·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먼저 필자가 인문학적 가치를 정의한 졸시 한 편을 소개한다. 짐 정리를 하면서 책을 버렸다/한때 소중했던, 그래서/베개 삼아 머리맡에 두고/금과옥조처럼 읽고 또 외웠던 책들이/하나 둘 사과상자 속으로 들어갔다//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빼곡한 사회과학 책들/먹고사는 데 필요한 기능과 기술을 자랑하는 책들/한때 그런 공부를 했다는 허세밖에는 아무것도 아닌 책들/현상이 바뀌면 또 다른 정보로 고쳐져야 할 책들/모두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남아 있는 책들은/ 돈의 눈이 아닌/ 신의 눈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책들// 사람을 긍휼히 여기고/행복의 본질을 탐구하고/ 삶의 가치를 사색하고/ 사회정의를 논하고/ 역사와 사상을 담은 책들// 숨결처럼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 나약함 속에 깃든 인간정신의 무한한 강인함을/ 인류역사의 진보에 대한 처절한 믿음을/ 몸짓하고/ 절규하고/ 노래하고/ 그려내는/ 그 행위들을 찬양하고 기록한/ 문학과 예술에 대한 책들//그리하여 이 책들로 인해/ 인간이어서 자랑스럽고/ 인간이어서 행복하고/ 인간이 보다 자유로워지고/ 서로 좀더 사랑하고,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믿고 꿈꾸는 데/ 새털만큼이라도 기여한/ 몇 권의 인문학 책들//이제 내 나이 쉰다섯/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 나는 지금 내 인생을 어떤 책으로 쓰고 있을까// 이 한 생 마감하는 그날/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날/ 그 책은 나오자마자 사과상자로 들어갈까/ 간직하고픈 몇 권의 인문학 책으로 남을까//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 다소 어리숙해도 영악하지 않아 / 사람 냄새 풀풀 풍기면서 // 수십 년이 지나도 의미를 지닌 책처럼 / 향기나는 말로 사랑으로 / 나의 남은 생을 살고 싶다 (2016 봄, 한국문학시대) 2010년 독일 근무를 마치고 옛날에 살던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아내와 둘이 앉아 밤마다 책을 정리하다가 문득 버려지는 책과 남겨지는 책들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버려지는 책들은 대부분 현상을 설명하는 책들로, 구할 당시에는 필요한 지식과 정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른 지식과 정보로 자주 고쳐져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버리고 필요하면 다시 사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1979년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집’, ‘소유냐 존재냐’, ‘희망의 혁명’ 등과 같은 철학, 사상서, 시집, 소설책 등은 비록 대학 초년에 읽었던 보잘것없는 책이었지만 여전히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 바로 이것이 인문학의 힘이구나. 사람을 얘기하고 행복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정의를 논하고 역사와 사상을 담은 책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 나의 인생을 어떤 종류의 책으로 쓰고 있을까. 나 스스로 써 내려간 나의 인생에 대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날, 나의 책은 나오자마자 버려지는 책으로 분류될까, 간직하고 싶은 책으로 분류될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 앞으로 내 인생을 인문학으로 써 내려가는 거야. 현실에 붙잡혀 아등바등 사는 것은 방법론적인 책을 쓰는 삶이겠지. 이웃과 함께 살고, 다소 어리숙하지만 영악하지 않아서 인간 냄새가 풀풀 나게 살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철학과 가치를 공부한다면 다소 인문학적인 인생이 될 거야.” 지난 1월 18일은 공직을 은퇴하고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공직을 마감하자마자 나는 바로 33년 공직인생을 고스란히 그리고 진솔하게 담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이 과연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다행히 지난 1년간 시·도, 시·군·구 등에서 초청을 받아 인문학적 행정과 따뜻한 행정 그리고 공직가치를 주제로 24회의 특강을 했으니 출간되자마자 사과상자 속으로 내쳐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책을 쓴다. 직장을 마치거나, 학교를 마치거나, 생을 마치면 발간될 것이다. 당신은 세태를 좇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생으로 길가에 넘쳐흐르는 개성 없는 싸구려 책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의 삶에 인문학적 가치를 불어넣으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인생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펼쳐 읽고 싶은 매력 넘치는 책을 쓰고 있는가. 며칠 후 나는 유엔에서 또 다른 공직을 시작한다. 그러면 나의 지난 1년은 또 한 권의 책으로 발간되어 냉철하게 평가될 것이다. 과연 이 책은 버려질 것인가, 간직될 것인가. 나로부터, 또 세상으로부터….
  • [新전원일기] 보디빌더로 날리던 체육인, 감귤나무와 ‘운명적 만남’…“열대과일 스마트팜 키워요”

    [新전원일기] 보디빌더로 날리던 체육인, 감귤나무와 ‘운명적 만남’…“열대과일 스마트팜 키워요”

    사계절을 난다는 건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여름에는 겨울이 그립고, 겨울에는 여름이 그립다. 혹자는 이런 마음을 변덕스럽다고 손가락질하겠지만, 원래 그리움의 대상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 아니던가. 더군다나 올겨울은 유난히 힘겹다.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어붙은 빌딩 숲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면서 따뜻한 남쪽 나라를 떠올렸다. 강렬한 햇살과 후텁지근한 공기, 그리고 향긋한 열대 과일이 있는 동남아의 휴양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간절했다. 하지만 그 역시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운 ‘그리움의 영역’에 속하는 바람이었다.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한겨울에 열대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문에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눈발이 흩날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마음속으로 억지로 주문을 걸고 있었다. 나는 지금 열대지방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고, 울창한 열대의 숲을 만나게 될 거라고. 그러다 잠이 들었고, 안동시 초입에 들어서면서 깼다. 눈 내리던 서울과는 달리 바람이 순했고,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이렇게 좁은 국토 안에서도 계절의 양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놀라며 안동 시내를 벗어나 와룡면 이상리로 향했다. 이제 정말 이국의 열대 과일을 만날 차례였다.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황순곤(55) 안동파파야농장 대표가 농가 뒤편의 비탈길을 걸어 내려와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맞았다. 입구와는 조금 떨어진 농장 안쪽 비닐하우스에 있던 황 대표가 어떻게 인기척을 알아챘는지 궁금했다. “여기 설치된 16개의 폐쇄회로(CC)TV로 농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물론 농장 곳곳의 작물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CC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물을 주고 온실의 온도를 조정하기도 하죠.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국내에서도 파파야 등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심했다는 황 대표는 따로 직원도 두지 않고 거의 혼자서 농사일과 유통, 판매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런저런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비닐하우스 한편에 설치된 CCTV 화면을 틈틈이 들여다봤다. 대화 중간에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면서 일부 농장 시설을 관리하는 그를 보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농업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국의 농작물, 그리고 미래의 농업을 동시에 체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 만능 스포츠맨 취미생활 ‘귀농 발판’ 되다 황 대표는 2010년 귀농 전까지 평생을 체육인으로 살아왔다. 계명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청구그룹 계열사인 삼양코아 레저스포츠센터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스포츠센터 관리 업무와 고객들의 운동 지도를 담당했던 그는 그 자신이 뛰어난 보디빌더이기도 했다. 전성기 시절 1991년 미스터대구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각종 대회를 섭렵했고 대구시 보디빌딩협회의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요트와 윈드서핑 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20여년간 대학 모교에서 해양스포츠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가 역기와 아령 대신 농기구를 손에 들고 열대 과일을 재배하게 된 계기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포츠센터에 근무하면서 프로 선수들의 체력 훈련을 지도하던 그에게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한 프로야구 선수가 감귤나무 한 그루를 선물했는데, 제주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줄 알았던 감귤을 집에서 키워 맛보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때부터 조금씩 다른 작물도 키워 보면서 그의 열대작물 사랑이 시작됐다. 바나나, 망고, 파파야 등을 분재로 키우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영글게 만들었다. 잎과 나무가 큰 열대나무의 특성상 수많은 화분으로 채워진 그의 집 거실은 식물원이나 온실에 가까운 모습이었단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분재였는데, 종류가 점점 늘어나니까 아내의 따가운 눈총도 많이 받았죠. 여기가 집인지 밀림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도 한번 빠져 드니까 멈추기가 어려웠어요. 외국에 다녀오는 분들에게 부탁해 열대작물 씨앗을 조금 구해 오면 바로 심어 보았어요. 1990년대만 해도 국내에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전혀 없다 보니 키우는 방법에 대한 연구나 정보가 전무한 실정이라 혼자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작물을 시도해 봤어요.” 한 번 시작하면 승부를 봐야 하는 운동선수 특유의 근성이 취미 생활에서도 발현됐다. 열대 농법에 대한 정보는 외국 서적으로만 접할 수 있어서 영어를 잘하는 지인에게 번역까지 의뢰해 열대 과일을 공부했다. 주변에서 저러다 말겠거니 생각했던 취미는 20여년간 이어졌다. 그가 재배에 성공한 열대 과일은 수십 가지에 달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여느 전문가 부럽지 않은 노하우를 터득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스포츠센터에서 일을 하는 것도 조금씩 힘에 부칠 때쯤 취미를 업으로 삼아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인에서 농업인으로 전업은 그렇게 이뤄졌다. # 열대 과일보다는 열대의 체험을 판다 국내에서, 더구나 따뜻한 남쪽 지방이 아닌 내륙에서 열대 과일 수확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20여년간 각종 열대작물을 키워 본 경험이 있는 황 대표는 온실뿐 아니라 노지에서도 파파야 재배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안동도 5월부터 10월 중순까지 고온다습한 날씨이기 때문에 동남아 지역의 기후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특히 파파야는 성장 속도가 빨라 씨를 심은 뒤 5개월 만에 그린파파야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노지 재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귀농 첫해에 약 3000㎡ 노지에 파파야 씨앗을 심으면서 시작한 그의 농장은 이제 2만㎡ 규모로 커졌다. 체험동 1동과 최첨단 재배시설을 갖춘 온실 2동 등 3개 동을 합쳐 3000㎡가량 되는 비닐하우스도 지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의 ‘지구온난화 대체작물 분야’ 공모 사업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아 첨단 시설을 갖춘 온실을 지으며 사계절 내내 작물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재배하는 열대작물의 종류도 파파야, 바나나, 용과, 망고, 한라봉, 오렌지, 무화과, 구아바 등 30여 가지 이상이다. 그는 과일 열매를 시장에 내다 파는 것보다는 다양한 열대 과일 나무의 양태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열대작물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바나나나 망고 등을 재배해 시장에 내놓고 수입 과일과 경쟁을 하는 건 솔직히 불리해요. 하지만 실제로 이들 열매가 어떤 나무에서 자라고 어떻게 익어서 수확되는지를 체험해 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잖아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기대로 농장에 와요. ‘우리나라에서도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곳이 있네’ 하는 궁금증으로 여기를 찾아와서 ‘우와, 실제로 이게 가능하다니 정말 신기하네. 나도 한번 묘목을 사서 집에서 키워 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거죠. 체험을 목적으로 농장에 온 손님들이 제 경험담을 듣고 열대작물에 관심을 갖고 묘목을 사갈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열대작물 전도사가 된 기분이랄까요.” 실제로 ‘안동파파야농장’의 수익 대부분은 체험 활동과 묘목 분양에서 나온다. 체험객들이 기념 삼아 묘목을 사 가거나 병원이나 호텔 등에서 로비에 두는 관상용으로 잘 키워 놓은 열대나무를 구입해 가는 것이 주요 소득원이다. 지난해 가족끼리 혹은 기업이나 학교 등 단체에서 방문을 신청해 이곳을 찾은 체험객 수는 3000여명에 달하며, 직거래로 판매된 묘목은 1000본가량 된다. 지난해 농장 전체 매출은 7000만원, 올해는 최초로 억대 매출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귀농 초기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파파야 농장을 꾸준히 홍보한 것도 조금씩 성과가 나타난다. 열대작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http://cafe.daum.net/andongpapaya)의 회원 수는 현재 2000명이 넘었다. 안동파파야농장이라는 간판을 내건 만큼 이곳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은 그린파파야다. 황 대표가 과수 열매 판매수익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노란파파야와는 달리 그린파파야는 수입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성도 좋은 편이다. 태국 요리 전문식당은 물론 약재로 쓰기 위해 한의원에서도 황 대표가 재배한 파파야를 찾는다. 고향의 음식 쏨땀(그린파파야로 만든 태국식 샐러드)이 그리운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들이 그린파파야 열매를 사러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 추억과 사연을 담은 농장을 만들고파 수십 가지의 열대작물이 어우러진 비닐하우스를 둘러본다. 작은 밀림을 거닐고 있는 듯하다. 영하의 건조한 겨울 날씨에도 계기판에 나타난 온실의 온도는 19.9도, 습도는 80%다. 축축하면서도 훈훈한 기운이 도는 흙을 밟으며 내 키의 서너 배는 돼 보이는 파파야나무를 올려다봤다. 푸르고 넓적한 잎이 내뿜는 싱그러운 에너지에 겨우내 축났던 마음이 조금 덥혀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렁주렁 열린 파파야 열매의 표면을 쓰다듬으며 달콤하면서도 풋풋한 향을 맡아 보기도 한다.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그린파파야 향기’에 나오는 열 살 소녀 무이처럼. 이 영화에서 무이는 엄마와 떨어져 사이공의 부잣집 하녀로 들어가 고단한 생활을 하게 된다. 마당에 아름답게 뻗은 파파야나무는 녹록지 않은 어린 소녀의 삶에 한 줄기 위로가 돼 준다. 농업의 6차 산업화 시대를 맞아 먹거리 생산을 넘어 작물에 대한 스토리와 추억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황 대표를 보면서 영화 마지막에 어른이 된 무이가 파파야나무에 관해 썼던 짧은 글귀가 떠올랐다. ‘우리 집 정원에는 열매가 많이 달린 파파야 나무가 있다. 잘 익은 파파야는 옅은 노란색이고 또 잘 익은 파파야는 설탕처럼 달다.’ 한 그루 나무가 어떤 이에게는 위로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향의 음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국의 체험이 된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농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다채로운 기억을 쌓아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황 대표는 사시사철 푸른 농장을 가꾸고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1983년 바다에 던진 ‘병 편지’…34년 흘러 주인 찾다

    34년 전 바다에 버린 병에 담긴 편지가 최근 주인을 찾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UPI통신 등 외신은 34년의 시공을 뛰어넘은 병 속 편지에 담긴 사연을 전했다. 사연은 지난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USS 코럴 시’(CV-43)라는 이름의 항공모함을 타고 대서양을 항해 중이던 해군 하사관 롭 허스트(당시 19세)는 재미삼아 편지를 쓴 후 병에 담아 바다에 던졌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흉내낸 것으로 누구나 그렇듯 과거의 장난은 먼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34년이 흐른 최근, 허스트의 페이스북에 '당신이 바다에 버린 병 속 편지를 발견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견자는 아칸소 주 출신의 고든과 신디 브레빅 부부. 망망대해에 던져진 병이 누군가에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도 기적이지만 사실 이야기 속에는 한 가지 사연이 더 숨어있다. 브레빅 부부가 이 병을 발견한 것은 1983년에서 채 1년도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당시 플로리다 키스 제도에서 다이빙을 하던 중 이 병을 발견한 것. 편지에는 '1983년 USS Coral Sea를 타고 전개 중'이라는 글과 허스트의 이름 그리고 집주소가 적혀 있었다. 브레빅 부부는 "처음에는 허스트에게 연락해 바로 돌려줄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멋진 이야기가 될 것 같아 그냥 보관하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나중에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던 부부 역시 병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리고 34년 가까이 흐른 지난해 연말 브레빅 부부는 이사 과정에서 이 병을 발견했다. 허스트는 "34년 전 바다에 던진 병을 발견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면서 "나 역시 병의 존재를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믿기 힘든 사연인 만큼 조만간 해군 박물관에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톰 히들스턴-브리 라슨 주연 ‘콩: 스컬 아일랜드’ 예고편

    톰 히들스턴-브리 라슨 주연 ‘콩: 스컬 아일랜드’ 예고편

    액션 블록버스터 ‘콩: 스컬 아일랜드’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미지의 해골섬 스컬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킹콩의 탄생을 그린 작품이다. ‘토르’ 시리즈의 톰 히들스턴과 ‘룸’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은 브리 라슨이 주연을 맡았다. 또 할리우드의 대표 연기파 배우 사무엘 L. 잭슨, 존 굿맨을 비롯해, ‘워 크래프트’, 2016년 ‘벤허’의 주연을 맡은 토비 켐벨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영국 출신인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이전 작품보다 2배 이상 몸집이 커진 킹콩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이야기의 확장을 궁금케 한다. ‘킹콩’이라는 이름은 세계적인 작가 코난 도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에 처음 등장한 가장 오래된 괴수 ‘콩(Kong)’과 인도양에 있는 해골섬인 스컬 아일랜드에서 원주민들이 부르던 호칭인 ‘왕(King)’을 합해 만들어졌다. 1933년 작 ‘킹콩’ 이후 수많은 리메이크 작품이 만들어졌고 2005년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은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음향상, 음향효과상을 수상했다. 메인 예고편을 공개하며 큰 관심을 받는 ‘콩: 스컬 아일랜드’는 오는 3월 9일 개봉한다. 사진 영상=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사이코패스는 지적?…알고보니 평균이하 IQ (연구)

    사이코패스는 지적?…알고보니 평균이하 IQ (연구)

    범죄를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 반사회적이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며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사이코패스는 흉악 범죄를 일으키는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특히 영화 속에서 사이코패스는 일반인보다 지적이고 높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묘사돼 더욱 공포감을 자아낸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연구팀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사이코패스가 보통 사람보다 IQ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그간 '한니발 렉터'로 인식되던 사이코패스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한니발 렉터는 미국 작가 토머스 해리스가 쓴 범죄 스릴러 소설의 캐릭터로 우리에게는 영화 '양들의 침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속에서 렉터 박사는 뛰어난 ​​정신과 의사이자 식인습관을 지닌 연쇄 살인범으로 등장해 큰 공포를 안겼다. 이번 세인트루이스대학 연구는 과거에 발표된 총 187편의 사이코패스 관련 논문을 재분석해 이루어졌다. 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부트웰 박사는 "사이코패스가 매우 지적이라는 인식은 렉터 박사 때문"이라면서 "실제 테드 번디 같은 연쇄살인마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평균 이하의 IQ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양들의 침묵’의 모티브가 된 연 연쇄살인마 번디는 1974년부터 1978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30명~100명 이상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마다. 그의 등장이 충격을 준 것은 워싱턴 대학에서 공부한 수재로 지적이고 상냥한 말투, 여기에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에 그는 '귀공자 연쇄살인마'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며 살인자는 무식하고 험악한 외모를 가졌다는 대중들의 편견을 날려버렸다. 부트웰 박사는 "사이코패스는 충동적이고 반사회적이고 다른 사람을 해치기도 하지만 지적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면서 "아마도 전체 인구의 1%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영장류가 사라진다… 인류 숨통 조여온다

    영장류가 사라진다… 인류 숨통 조여온다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불이 1963년에 쓴 ‘원숭이 행성’(La Planete des Singes)을 원작으로 한 영화 ‘혹성탈출’은 진화한 유인원이 진화를 멈춘 인간을 정복하고 지구의 최종 지배자로 올라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놀라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1968년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영화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리메이크됐다. 과연 유인원들의 지능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발달해 인간을 정복하게 될까. 오히려 최근에는 유인원이 인간을 정복하기는커녕 인간과 함께 대멸종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멕시코, 브라질, 미국, 독일, 중국 등 12개국 28개 연구기관과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국제보전기구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현재 야생의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원숭이 등 영장류 300여종이 멸종 위기에 있다는 사실을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서 집계하고 있는 멸종 위기종 적색명단과 생물학자들의 최신 연구 결과, 유엔 데이터베이스 등 전 세계 영장류와 관련한 자료를 메타분석했다. 메타분석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연구들을 통계적으로 종합하는 연구분석법이다. 그 결과 전체 영장류 504종 중 75%가 개체수 감소 현상을 보이고, 60%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했다. 현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50년 뒤에는 영장류의 60%는 확실히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진은 영장류 개체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간’을 꼽았다. 영장류는 현재 약 90개국에 서식하는데 아프리카, 아시아, 멕시코 남부에서 페루, 브라질로 이어지는 신열대지구(Neotropics) 지역에 주로 살고 있다. 이들 지역의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농사를 짓기 위해 벌목과 토지 변형 등 자연 서식지가 심각한 파괴 현상을 겪는 게 주요 원인이다. 1990년부터 20년 동안 사라진 유인원의 거주면적은 전 세계적으로 150만㎢에 이른다. 이는 프랑스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는 여전히 영장류의 뇌나 고기를 먹는 문화가 남아 있어 이를 위해 무분별한 사냥이 이뤄진다. 특히 연구진은 브라질, 마다가스카르섬,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이 영장류를 보호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중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영장류의 87%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개체수 감소 현상을 보이는 종은 100%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이 영장류의 번식과 개체수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단순히 생태계 보전과 생물종 다양성 차원에서만은 아니다. 영장류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깝고 고등한 사고와 인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종의 진화, 지능연구 같은 행동, 인지, 생태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연구에도 훌륭한 동물모델로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긴팔원숭이는 나무의 씨앗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데 긴팔원숭이가 줄어들면서 산림 생태계까지 망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에서 고무농장 개간이 늘어나면서 하이난긴팔원숭이는 전 세계에 3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알레한드로 에스트라다 멕시코국립자치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나온 영장류 멸종 가능성은 지금까지의 예측을 뛰어넘는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며 “전 세계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즉시 실행하지 않는다면 멸종 위기종 동물들뿐만 아니라 인류의 종말도 그만큼 가까워 온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오늘의 포토영상] 어엿한 남자가 된 ‘마수리’ 오승윤

    [오늘의 포토영상] 어엿한 남자가 된 ‘마수리’ 오승윤

    ‘매직키드 마수리’에서 주인공 마수리를 열연했던 오승윤이 화보를 통해 근황을 알려왔다. 오승윤은 최근 bnt와 진행한 화보 촬영에서 부쩍 성숙해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화보는 총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됐는데 냉철하고 섹시한 비즈니스맨의 모습과 화려한 스웨트셔츠와 데님 팬츠로 20대의 자유분방한 모습,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엉뚱한 소녀의 모습을 주제로 했다. 화보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오승윤에게 주연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매직키드 마수리’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그는 “‘매직키드 마수리’ 촬영 당시 또래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에 즐거웠다”며 “함께 출연했던 배우 윤지유, 김희정 등과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역 시절 ‘여인 천하’의 복성군과 ‘매직키드 마수리’의 마수리가 없었다면 지금의 기억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하게 자리 잡은 아역 출신 배우 꼬리표를 억지로 떼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마수리 오승윤으로 기억되는 것에 대해 앞으로 안고 가야 할 숙제”라며 미소를 보이기도. 마지막으로 오승윤에게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물었다. 그는 “큰 키를 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며 웃어 보이고는 “가족 중에 형이 있고 주변에 남자 친구들과 친한 형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성스러운 성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996년 여섯 살의 나이로 데뷔한 오승윤은 어느덧 연기 경력 20년차다. 오승윤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약간의 공백기를 가진 뒤 ‘근초고왕’으로 본격적인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3’에서 사고뭉치 막내아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오승윤은 인기리에 방영된 ‘오늘부터 사랑해’를 거쳐 현재 ‘TV소설 저 하늘에 태양이’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진 영원한 출판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진 영원한 출판인

    한국 출판계의 거목인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4세. 1933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 청진동 옥탑방 한 칸에서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뜻을 담은 민음사를 연 ‘출판 1세대’다. 그가 1973년 처음 펴낸 ‘세계시인선’은 원문 번역을 시도하고 최초의 가로쓰기를 도입했다. 고인이 개발한 ‘국판 30절’ 판형은 국내 시집의 표준형으로 자리잡았다. 1974년에는 ‘오늘의 시인 총서’를 펴내 김수영, 김춘수, 고은, 박재삼, 황동규를 소개하며 시의 대중화에 기여했고, 1981년에는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했다. 1976년 계간 문학지 ‘세계의 문학’을 창간한 데 이어 이듬해 소설가 한수산을 제1회로 수상자로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을 통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수상작을 단행본으로 펴내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 상은 신인 작가들의 산실로 통하며 이문열, 한수산, 조성기, 최승호 등 우리 문학의 굵직한 인물들을 키워낸 자양분이 됐다. 고인은 문학뿐 아니라 문예이론 사상과 학술 출판에도 관심을 기울여 기초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197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발간했던 ‘이데아 총서’를 통해 발터 베냐민의 문예이론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1983년부터 16년 동안 발간된 ‘대우학술총서’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일반 언어학’부터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까지 424권에 달한다. 1994년 자신이 태어난 마을 이름을 딴 비룡소를 만들고 1996년 황금가지, 1997년 사이언스북스 등 자회사를 차례로 설립하며 민음사를 8개의 브랜드를 가진 대형 출판그룹으로 키웠다. 고인은 2005년 1월 아들 근섭씨에게 민음사 대표 자리를 물려주고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인은 한국단행본출판협의회 대표를 역임했고 2005년 45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 등을 치러냈다. 출판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 국무총리 표창, 1985년 대통령 표창, 1995년 화관문화훈장, 2006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1년 서울대에 민음 인문학 기금 3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08년에도 서울대에 인문학 강좌 기금으로 2억원을 기부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고인은 한평생 오직 한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져 간’ 영원한 출판인이었다”며 “평생을 책이 사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출판문화의 개척자였다”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위은숙씨와 상희(비룡소 대표이사), 근섭(민음사 대표이사), 상준(사이언스북스 대표이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24일 오전 6시. (02)2072-2020.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대중음악

    [이주의 문화 레시피] 대중음악

    ●잔다리쇼 한국 블루스의 터줏대감 신촌블루스의 엄인호와 젊은 세대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마스타가 게스트를 초청해 여는 블루스 공연. 이번이 세 번째 무대로 신촌블루스를 함께했던 이정선과 현재 신촌블루스의 보컬인 제니스 김상우가 무대에 오른다. 26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디딤홀. 1만 5000원. 1544-1555. ●하찌 제비다방 공연 일제강점기 소설가이자 건축가였던 이상이 운영한 ‘다방 제비’에서 이름을 따와 만든 복합문화공간 제비다방에서 일본 출신 인디 뮤지션 하찌가 여는 작은 공연. 하찌는 사물놀이에 반해 한국으로 건너와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26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상수동 제비다방. 무료 입장, 유료 퇴장. (02)325-1969.
  • [이주의 문화 레시피] 뮤지컬·연극

    [이주의 문화 레시피] 뮤지컬·연극

    ●뮤지컬 ‘경성특사’ 추리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비밀결사’를 1929년 경성으로 옮겨 풀어낸 한국형 추리 활극. 독립운동가 신채호와 그를 잡으려는 친일파들의 싸움 속에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모험을 그렸다. 복고풍의 빅밴드 스윙재즈 스타일의 음악이 시대적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2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4만~6만원. (02)516-3963. ●연극 ‘그림자들’ 연극 ‘갈매기’에서 니나 역을 맡은 여배우C의 분장실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낸다. 일본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의 ‘분장실’을 각색한 작품으로,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지만 언제나 주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 시대 그림자 인생을 담았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3만원. 010-4493-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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