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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 ●리장뽈·이종희 조각전 두 작가는 각각 ‘파라다이스’와 ‘유토피아’라는 비슷한 주제로 자신들이 지향하는 낙원을 표현한 작업을 선보인다. ‘내가 있는 바로 이곳’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한 리장뽈은 부조 형식의 ‘플래닛’(작품) 등 신작을, 자본주의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해 온 이종희는 그 연장선에서 제작한 조각작품을 선보인다. 16일까지. 서촌 팔레드서울. (02)730-7707. ●‘내가 사는 피부’전 인간의 실존과 은폐된 진실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을 피부를 매개로 보여 준다. 노상균, 김일용, 한효석, 강우영, 조혜진, 김준, 오를랑, 김성수, 장숙, 김윤경, 정지필, 이원석, 배찬효 등 출품.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02)425-1077.대중음악 ●프렐류드 콘서트 유쾌하고 편안한 사운드로 재즈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프렐류드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를 전공한 고희안(피아노), 최진배(베이스) 등을 주축으로 결성되어 2005년 데뷔했다. 지금까지 7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한국 재즈의 도약을 알리는 전주곡(프렐류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7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촌공간 서로. 3만 5000원. (02)730-2502. ●울림 콘서트 BTN불교라디오 ‘울림’의 개국 2주년 기념 공연. 힐링 멘토로 통하는 혜민 스님이 진행한다. 관록의 록 밴드 부활, 맨발의 디바 이은미, 감성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1960년대 콘셉트의 3인조 걸그룹 바버렛츠가 듣는 이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음악을 연주한다. 8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5만 5000~7만 7000원. (02)3270-3464연극·뮤지컬 ●연극 ‘목란언니’ 평양 예술학교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한 조목란이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려 한국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분단된 남북처럼 갈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탈북 여성 조목란의 시각으로 담아 낸다.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 3만원. (02)708-5001. ●뮤지컬 ‘머더 포 투’ 당대 최고의 범죄 추리 소설가가 자신의 80번째 생일 파티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을 잡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경찰 ‘마커스’를 비롯해 다수의 용의자를 두 배우가 연기하는 코미디 뮤지컬이다. 5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3만~5만원. 1588-5212.클래식·무용 ●김재영&손열음 듀오 콘서트 2014년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자인 노부스콰르텟의 리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한 무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3번)을 연주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창으로, 오랜 음악적 동반자인 클래식 스타들이 들려 주는 하모니가 기대된다. 8일 오후 5시, 경기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 5만원. (031)779-1500.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1869년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러시아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돈키호테’와 시종 ‘산초 판사’의 무용담이 중심인 소설 원작과 달리 가난하지만 재치 있는 이발사 ‘바질’과 매력 넘치는 ‘키트리’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5~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만~10만원. 1544-1555.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친구네 집 월부책 많은 책을 어떻게…아저씨 부자세요?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친구네 집 월부책 많은 책을 어떻게…아저씨 부자세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가 거의 없었던 초등학생 시절, 유일하게 내가 먼저 친구네 집에 찾아갔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유는 오로지 책 때문이었다. 그 집 거실에는 커다란 책장이 있었고, 마치 학교 도서관처럼 많은 책이 높이를 맞춰 나란히 들어 있었다. 내 눈길을 단번에 잡아끈 것은 동서문화사에서 펴낸 동서추리문고였다. 열심히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모았다고는 하지만 보잘것없는 내 책장엔 그때까지 해문출판사의 애거사 크리스티 시리즈가 열 권 남짓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친구 집에는 그 유명한 동서추리문고 128권 전질이 잘 보이는 곳에 진열돼 있는 게 아닌가.그날부터 거의 매일이다시피 학교 숙제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친구 집에 가서 동서추리문고를 1권부터 섭렵했다. 책을 빌려 가는 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 있는 동안 최대한 빨리, 그리고 집중해서 읽어야 했다. 내 기억에 거의 반년 정도는 거기에 매달렸던 것 같다. 그 책이 얼마나 좋았던지 지금도 동서추리문고 앞부분 어느 정도까지는 목록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제1권은 추리소설의 대명사인 셜록 홈스 이야기다. 2권은 ‘Y의 비극’으로, 엘러리 퀸의 대표작이다. 그다음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이어진다. 책을 읽는 것도 재밌었지만 몇 권을 읽었는데도 아직 100권도 더 남아 있다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책장 메운 추리문고, 끝 없는 즐거움 ‘바벨의 도서관’ 같았던 그 집에서 나는 처음으로 ‘전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추리소설을 읽느라 거기에 있던 다른 책들은 천천히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대부분은 전집류였다. 거기서 별별 책을 다 보았는데 명확하게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가정판 세계문학전집’(도서출판 영·1982년)이다. 어째서 그걸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한번은 그 친구 부모님께 이 책들을 전부 어디서 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친구의 아버지가 “전집이기 때문에 몇 십 권씩 한꺼번에 산다”면서 책장에 있던 가정판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을 빼내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책을 사려면 얼마나 큰돈이 필요할까. 나는 책을 받아들면서 아저씨는 부자냐고 물었다. 이때 또 한번 신기한 것을 경험했다. 친구 아버지는 책을 한꺼번에 사려면 비싸지만 달마다 조금씩 나눠서 돈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책을 ‘월부 책’이라고 알려 줬다. 책이 많은 걸 부러워했던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우리도 ‘월부 책’을 사자고 졸랐다가 부모님께 적잖이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어른이 된 후 용돈이 아닌 내가 번 돈으로 책을 사 모을 수 있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해 보고 싶었던 게 전집을 사는 것이었다. 탄탄한 하드커버 장정에 금색으로 칠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 수십 권이 내 책장에 반듯하게 진열돼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몇몇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전집을 펴내고 있지만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건 1960~1980년대 출판된 것들이다. 당시 나온 전집들 목록을 살펴보면 ‘잘 팔릴 만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명저’들을 찾아 번역하려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1958년 정음사서 국내 첫 전집 출판 우리나라에서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인 것은 1958년 정음사(正音社)판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후 한국전쟁까지 거치면서 완전히 폐허가 된 이 땅에 출판인들은 문화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노력했다. 슬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지식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음사에 이어 을유문화사, 동아출판사도 비슷한 시기에 세계문학전집을 내놓았다. 물론 당시 출간된 전집은 일정 부분 일제강점기 때인 1927년 신초사에서 펴낸 목록에 의지한 면이 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구문화사가 열 권짜리 ‘세계전후문학전집’과 ‘세계전기문학전집’(전 12권)을 출간한 것을 포함해 문우출판사가 ‘러시아문학전집’(전 5권)을, 휘문출판사는 ‘흑인문학전집’(전 5권)을 펴내는 등 저마다 개성을 살린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였다. 전집류 유행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고 고도성장 시기를 거쳐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지식’과 ‘교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화’라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더해져 출판 규모가 정점에 올랐다. 특히 1980년대에는 성인 남성이나 대학생을 독자층으로 겨냥해 출판하던 기존 흐름에서 벗어나 여성과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전집류 기획도 많아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 그 친구네 집에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던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명화·작품 배경 사진 등 자료도 쏠쏠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은 1982년에 1차분 열두 권이 출간됐는데, 이름 그대로 가정에 한 질씩 구비해 두고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도록 본문 편집에 주의를 기울인 것이 특징이다.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편집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 책을 읽는 데 도움을 줄 만한 것이라면 영화의 한 장면에서부터 명화, 작가의 친필 원고, 작품 배경이 되는 곳의 실제 사진 등까지 자료를 본문 사이사이에 꼼꼼하게 배치했다. 내친김에 흐릿한 기억을 실마리 삼아 이 책 전질을 구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얼마 전 일이 있어 전주에 갔을 때 한옥마을 근처 헌책방에서 한 권을 입수했다. 서울에 와서 이곳저곳 알아보니 이제 십여 권 정도 모이게 됐다. 전부 서른여섯 권이니까 절반 정도 찾은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닥쳤다. 책을 모으려면 당연히 목록이 있어야 하는데,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에는 목록이 따로 없다. 여느 전집류처럼 각 권마다 번호가 붙은 것도 아니라서 아직 찾아내지 못한 책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신문광고에는 1차분의 목록이 나와 있지만 1984년부터 펴낸 2차분에는 어떤 책이 들어 있는지 정보가 없다. 어쩌면 이 책 서른여섯 권을 지금껏 소장하고 있는 애서가도 어딘가 있겠지만 1985년까지 총 36권이 나왔다는 단순한 정보만 갖고 무작정 책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마침내 모든 책을 다 찾아서 멋지게 책장 한곳에 진열해 놓을 생각을 하면 기운이 생긴다. 어떤 독서가가 말했듯이 책은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저 책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돌아온 전집 유행… 번역 등 깔끔해져 세계문학전집 유행이 다시 찾아온 것처럼 서점에 가 보면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 비하면 번역도 매끄럽고 본문은 읽기 편하도록 잘 편집했다. 하지만 책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책을 읽지 않는 건 단지 사람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책은 물건이기에 앞서 그 자체로 철학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둘러싼 철학은 그 옛날 ‘지식’, ‘교양’, ‘세계화’ 같은 말에서 조금도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메달 수령했다고? 만우절 거짓뉴스 가능성도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메달 수령했다고? 만우절 거짓뉴스 가능성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6)이 노벨문학상 메달과 상금을 지난해 12월 시상식이 열린 뒤 3개월이 지나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결국 받았다고 영국 BBC가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딜런이 1일(이하 현지시간) 공연할 예정이었던 스톡홀름에서 개인 모임을 갖던 중 스웨덴한림원으로부터 상을 전달받았다고만 보도했고 구체적인 내용이 상당히 빠져 있다. 또 만우절이란 점 때문에 진위 여부를 가리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한림원 간부들은 딜런이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금 800만크로네(약 10억 4000만원)를 수령한 뒤 의례적으로 하는 수상 연설을 하지 않았으며 나중에 동영상으로 녹화해 아카데미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만약 그가 시상식이 열렸던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6개월이 지날 때까지 수상 연설을 하지 않으면 상금을 반납해야 한다고 간부들은 덧붙였다, 이 상을 수여했던 스웨덴한림원 회원은 AP통신에 “잘 진행됐으며 딜런은 아주 좋고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앞서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작고 친밀한” 무대가 만들어졌으며 어떤 언론도 딜런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니우스 총장은 이날 딜런의 공연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날과 다음날 같은 무대에서의 공연, 오는 9일 룬트에서의 공연 중 한 곳에서 메달 전달식이 있는 것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하고 있다. 딜런은 시인과 소설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다.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노래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들을 창안해냈다”고 그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딜런의 모습을 시상식에서는 볼 수 없었다. 앞서 그는 자신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가능성은 “달 위에 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북마크] 책 읽어 주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북마크] 책 읽어 주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각 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주요 후보로 꼽히는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유승민 중 누군가가 5월 ‘장미 대선’에서 국민의 호명을 받을 것입니다. 대선 시즌을 맞아 출판계도 분주합니다. 차기 대통령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될 책들이 쏟아지고 지난 29일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 20개 단체가 대선 후보들에게 거꾸로 ‘독서 공약’을 제안했습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의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발언은 그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윤 회장에게 발언 취지를 물었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지도층은 책을 읽는 걸 고루하고 시대에 뒤처진 이미지로 만들어 왔습니다. 문화강국을 얘기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책의 가치에는 몰이해한 모습을 목격해 왔어요.”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통령의 독서법’에서 역대 대통령 모두가 애독가가 아니었고, 오히려 책과 거리를 둔 대통령이 더 많았다고 지적합니다. 정치부 기자 시절 야당반장·국회팀장을 맡아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들을 만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역사서적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법대가 아닌 사학과에 진학해 역사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그에게서 한때 꿈꿨던 문학청년의 모습이 어른거리더군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일정이 비면 담배부터 무는 골초였지만 책도 손에서 놓지 않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독서량이 많아 자신의 연설문을 초고부터 직접 씁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책을 읽는 집중력이 강한 다독가입니다. 과학·SF 소설을 즐겨 본다고 들었습니다. 자신만의 독서 리스트를 만들어 계획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젊은 시절 모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을 판매하는 외판원 생활을 했습니다. 흔히 대통령의 덕목으로 ‘도덕성과 지성’, ‘통찰력’, ‘공직에 대한 명예심’을 꼽습니다. 거기에 더해 분단이라는 안보 환경에 대한 상시적 위기관리, 국민 통합과 경제 성장, 낡은 체제와의 결별 등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비범함’이 요구되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책을 애정하기를. 대통령은 크고 작은 선택과 결단이 이어지는 고도의 정신노동이자 감정노동자입니다. 책은 그 어떤 참모 못지않게 충실히 대통령을 조력하는 ‘비밀병기’입니다. 권위의 장벽을 허물고 동네서점을 찾아 책을 사며, 초등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대통령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안동환 문화부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인류 구한 집요한 영웅들 ‘미생물 사냥꾼’

    인류 구한 집요한 영웅들 ‘미생물 사냥꾼’

    미생물 사냥꾼/폴 드 크루이프 지음/이미리나 옮김/반니/472쪽/2만원‘마법의 탄알’ 백신이 없었다면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인간이 백신을 맞게 된 건 불과 300여년 전이다. 동물과 인간을 전염병의 굴레에서 구원한 이들은 미생물이라는 미지의 신세계를 탐험했던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균 연구로 전염병 굴레 벗긴 13명 다뤄 손수 현미경을 만들어 처음 미생물을 목도한 안톤 반 레벤후크부터 자연발생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 라자로 스팔란치니, 탄저병·결핵·콜레라를 일으키는 원인균을 캐낸 로베르트 코흐, 탄저병과 닭 콜레라·공수병의 전염을 막는 백신을 만들어내 의사들의 오랜 싸움을 백지로 만들어 버린 파스퇴르, 실험을 위해 기니피그 수천 마리를 대량 학살한 에밀 루, 에밀 베링까지…. 초기 미생물학자 13명의 집요하고 지독한 실험정신을 흥미진진하게 엮은 영웅담이자 미생물과학 발전의 연대기가 책으로 펴나왔다. 1926년 출간돼 전 세계 18개국 언어로 번역된 대중 과학도서의 스테디셀러 ‘미생물 사냥꾼’이다. ‘수많은 사이언스 키즈를 길러낸 책’이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지 않은 것은 독자들이 이들의 실험실에 직접 들어가 현미경을 넘겨다보듯 생생하게 미생물과학사 절정의 순간들을 포착한 저자의 익살스럽고 열정적인 입담 때문이다. 미생물 사냥꾼들의 성취와 실패를 조명하며 과학과 과학자의 역할과 이상을 짚어내는 통찰도 의미 있지만 더욱 솔깃한 건 ‘뒷담화’다. 추앙받는 인물들의 추례한 면모도 발가벗기며 날카롭게 평가를 내리는 대목들은 소설을 읽는 듯 생동감 넘친다.●‘오만한 흥행사’ 파스퇴르·‘숭배 거부’ 코흐 대조 특히 프랑스 화학자 파스퇴르와 독일의 시골 의사 로베르트 코흐는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파스퇴르가 ‘현대의 기적을 행한 사람’으로 군중들에게 떠받들여진 대표적인 순간은 1881년 5월 31일 탄저균 백신 공개 실험으로 기록된다. 당시 파스퇴르는 이틀 뒤인 6월 2일 백신을 맞아 면역이 생긴 스물네 마리의 양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 탄저병에 집어삼켜진 다른 양들의 주검 사이를 뛰노는 불멸의 드라마를 지휘했다. 세계인들은 파스퇴르가 ‘인간이 진 모든 고통을 벗겨줄 메시아’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열정적인 만큼 그는 실수도 연발했다. 닭 콜레라 백신이 모든 종류의 질병을 막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일지 모른다고 자신의 은사인 뒤마 교수에게 편지를 썼던 것. 뒤마 교수는 이 편지를 과학협회 소식지에 발표하기까지 한다. 이는 파스퇴르의 업적에 ‘슬픈 기념비’로 남았지만 그는 자신의 오류를 철회한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뻔뻔하고 오만한 태도로 적도 많이 만들었다. 그의 모든 저술과 연설에는 ‘나는 이걸 찾아낼 정도로 똑똑한데 너희들은 이걸 믿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냐’는 말이 행간에 심겨져 있었다고. 이런 파스퇴르를 가리켜 저자는 ‘위대한 흥행사였고 가끔 작은 속임수를 쓸 때도 있었지만 엉터리 사기꾼은 아니었다’고 평한다. 반면 가난한 시골 의사로 진료 시간에 겨우 짬을 내어 실험을 하던 코흐는 파스퇴르와 정반대의 성격으로 인류를 구제한 인물이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아내에게 스물여덟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현미경이었다. 그 현미경에서 발견한 막대균이 탄저병의 원인임을 알아챈 그는 특정 미생물이 특정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첫 연구자다. 이는 파스퇴르보다 먼저 세운 공이기도 했다. 철저함과 완벽주의로 무장한 코흐는 인간과 동물을 죽이는 탄저병과 콜레라, 결핵의 원인 미생물을 밝혀내 세상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파스퇴르와 달리 자신이 자연에 대항해 싸우는 짜릿한 전투의 지휘관이란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해 놓고서도 “내가 발견한 것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숭배자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연구에 골몰했다. 이런 그에 대해 저자는 ‘아직까지도 우리는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줄 더 많은 실험실과 미생물 사냥꾼과 더 대우를 잘 받는 연구자들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발전을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로베르트 코흐와 같은 놀라운 연구자 몇 명을 더 우리에게 보내 주셔야 한다’고 일갈한다. ●순수하고 남모를 열정, 회의론 대신 낙관 선사 성격과 가치관은 천차만별이지만 미생물 사냥꾼들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특정 분야와 상관없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희망의 찬가’를 선사한다. 1892년 일흔 살 생일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메달을 받으며 한 파스퇴르의 연설은 이를 압축한다. “아무 쓸모도 없는 회의론에 빠져서 여러분 자신을 더럽히지 마십시오. 전 인류에게 닥친 슬픔 때문에 여러분 자신이 낙담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먼저 여러분 자신에게 물으십시오. ‘배움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 여러분이 어떤 방식으로든 인류의 발전과 복지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면서 무한한 행복을 느끼게 될 때까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미운 청년 새끼(최서윤·이진송·김송희 지음, 미래의창 펴냄) ‘월간 잉여’, ‘계간 홀로’, ‘캠퍼스 씨네21’ 등 통쾌한 비판의식과 유쾌함을 갖춘 독립잡지 편집장들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오늘을 생생하게 중계한다. 360쪽. 1만 4000원. 현대건축(케네스 프램튼 지음, 송미숙 옮김, 마티 펴냄) 건축이 사회 개혁을 향한 열망을 담고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퍼져나가고 좌절된 뒤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 현대 건축의 역사를 통찰한다. 840쪽. 3만 3000원. 수컷들의 육아분투기(아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정 옮김, 윌컴퍼니 펴냄) 수컷이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해마, 수컷 혼자 애를 키우는 에뮤 등 육아 잘하는 수컷에게 자식 사랑의 지혜를 배운다. 232쪽. 1만 4000원. 불타는 얼음(송두율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낙관과 비관 그리고 또 낙관의 열린 과정을 ‘불타는 얼음’이라 지칭하는 경계인 송두율의 자전적 에세이. 396쪽. 1만 8000원. 빠리 정치 서울 정치(최인숙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올해 대선을 치르는 한국과 프랑스의 첨예한 정치, 사회 현상을 비교하며 우리 사회가 개선할 부분을 짚어나간다. 296쪽. 1만 5000원. 지리산 호랑이(정수인 지음, 어문학사 펴냄) 역사소설을 써 온 선원 출신 작가가 남한 땅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호랑이가 나타나 온 나라를 들끓게 한다는 설정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풀어낸다. 396쪽. 1만 4000원.
  • 내 손안에 들어온 공연장… 실시간 중계의 진화

    내 손안에 들어온 공연장… 실시간 중계의 진화

    “연극 보고 나서 영화 관람 강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일드(일본 드라마)도 있던데 일드는 어떤가요.” “일드 볼만한데 영화가 나아요.” “전 공연을 봤더니 책이 읽고 싶어짐.” “제가 연극·뮤지컬을 본 적이 없는데 혹시 공연장에서 음식물 섭취해도 되나요?”지난달 9일 저녁 온라인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 공연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도중 작품의 원작인 러시아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연극, 영화, 드라마를 비교하는가 하면 방금 지나간 장면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댓글이 분주하게 오고 갔다. 심지어 공연장 내 기본 에티켓에 대해 묻는 글도 올라왔다. 공연 온라인 중계 바람이 몰고 온 새로운 공연 관람 풍경이다. 공연장을 직접 찾아가야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의 무대 공연을 집에서 혹은 이동하는 중에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는 시대다. 공연 쇼케이스나 연습실 스케치 영상, 무대 뒷모습을 공개하는 등 이벤트성 행사로 작품의 일부를 선보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작품 전체를 공개하는 전막 생중계까지 등장했다. 공연 기획·제작사가 공연 전체를 무료로 중계하는 것은 언뜻 파격적으로 비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홍보 및 관객 유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최근 생중계를 늘려 나가는 추세다. 한 공연 관계자는 “카메라를 통해 비춰지는 공연이 실제 무대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왜곡될 가능성도 있고 관객들이 그 모습에 실망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전막 공개는 사실 제작사가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한 것”이라면서도 “공연이 불특정 다수에게 한 번이라도 노출됐을 때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상당수가 실황 중계를 홍보에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연 생중계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2015년 출시한 동영상 생중계 서비스 ‘브이(V) 라이브’를 계기로 확산 중이다. 브이 라이브는 본래 한류 아이돌 스타의 글로벌 팬을 겨냥, 스타들이 개인 채널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직접 온라인으로 방송을 중계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네이버 측은 갈수록 스타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진 것을 감안해 그 대상을 아이돌 그룹 외 일반 뮤지션·영화인으로 넓히다가 지난해 클래식·뮤지컬 채널을 개설하는 등 라인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브이 라이브 내 ‘브이 클래식’ 채널은 한 달 뒤인 11월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앨범 발매를 기념한 쇼케이스로 시작을 알렸다.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열린 이 공연은 브이 앱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무려 8만여명이 지켜봤다. 현재까지 누적 시청자 수만 11만여명에 이른다.●“공연장 직접 방문 못하거나 매진됐을 때 좋아요” 현장의 압도적인 분위기나 풍부한 음향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지방 혹은 해외에 있어서 공연장을 방문하지 못하거나 빠른 매진으로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객들에겐 실황 중계가 공연관람 경험을 충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15년과 지난해 각각 KBS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my-k’와 네이버를 통해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생중계했다. 2008년부터 서울시향의 송년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합창 교향곡’은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빠르게 매진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지방 또는 해외에 있어 부득이하게 공연장에 오지 못한 분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뮤지컬, 연극, 전통예술 등 생중계를 활용하는 공연 장르는 다양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올해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에 선정된 공연 중 6개 작품을 네이버 TV캐스트와 브이 라이브를 통해 전막 생중계했다. 첫 타자인 뮤지컬 ‘레드북’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소위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에 방송된 실황 중계를 1만 3000여명이 시청했다. 생중계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다음날 오전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서 뮤지컬 부문 인기 순위 2위에 올랐고 이후 마지막 공연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신상미 문예위 공연지원부 과장은 “일각에서는 실황 중계를 하면 오히려 티켓 구매 인원을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는데 오히려 검증된 리뷰를 통해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끄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시 콘텐츠도 동참… ‘이집트 보물전’ 열띤 호응 상대적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적은 전통공연예술 장르의 경우에도 생중계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 국립극장의 인기 레퍼토리인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는 전통공연예술 장르 중 최초로 지난 1월 생중계를 했다. 이주미 국립극장 홍보 담당자는 “흔히 마당놀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고루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은데 젊은층이 많이 접속하는 플랫폼을 통해 중계를 한 덕분에 전통공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동극장의 판소리 음악극 ‘적벽’ 역시 지난달 약 19만명이 생중계로 작품을 시청했다. ‘적벽’은 공연 중계와 동시에 네이버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통한 티켓 예매를 진행했는데, 공연 시간 75분 동안 3~4일치 개인 관객 수에 해당하는 티켓이 판매됐다. 김지선 정동극장 홍보 담당자는 “공연 마니아층이 많이 찾는 한 커뮤니티에서 국악 장르는 거의 언급된 적이 없었는데 ‘적벽’이 언급되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정동극장은 오는 20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에서 상설 공연되는 넌버벌 퍼포먼스 ‘바실라’도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경주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콘텐츠에 대한 타 지역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공연이 아닌 전시 콘텐츠까지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일 특별 전시 중인 ‘이집트 보물전’을 온라인으로 소개했다. 전시를 온라인에서 생중계한 것은 국내 최초다. 70분 동안 5만여명이 시청하는 등 이용자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주무관은 “매주 수요일 저녁 전시 설명과 함께 관람객들이 질의 응답을 할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생중계 방송을 보고 왔다는 관람객이 많았다”면서 “온라인으로 미리 정보를 접한 뒤 직접 전시를 보면 교육적인 효과도 남다르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향후 다른 전시에서도 생중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美브로드웨이는 저작권·사용료 등 사전 계약” 일각에서는 공연의 현장성을 살리지 못한 중계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유희성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녹화 장비 시스템 환경이 완벽히 구축된 상황에서의 영상 촬영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 미비한 상황”이라면서 “평면적인 영상만으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연의 에너지를 제대로 전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저작권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은 뮤지컬, 연극 등 생중계 당시 공개 영상에 대한 다시보기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관객이 개인적으로 영상을 녹화해서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른 채널을 통해 유통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브로드웨이 같은 경우 공공 도서관에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품 영상을 촬영할 때 해당 영상 저작권의 귀속 및 이용 권한, 사용료 등까지 계약서에 미리 명시한다”면서 “실황 중계를 통해 작품의 내용을 비롯해 음악, 무대 디자인 등 창작진의 아이디어를 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노출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사라진 사체, 남겨진 증거…‘석조저택 살인사건’ 예고편

    사라진 사체, 남겨진 증거…‘석조저택 살인사건’ 예고편

    고수, 김주혁, 문성근, 박성웅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첫 번째 예고편이 공개됐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해방 후 경성,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 최고의 재력가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사가 펼치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배우 고수가 정체불명의 운전사 ‘최승만’ 역을, 김주혁이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 역을 맡았다. 또 문성근이 의문의 살인사건을 무마하려는 변호사 ‘윤영환’ 역, 박성웅은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사 ‘송태석’ 역을 맡았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등장한 김주혁과 정체불명의 피해자이자 과거를 모두 지운 운전사인 고수를 볼 수 있다. 두 사람의 미스터리한 관계가 눈길을 끈다. 또 “사라진 사체, 남겨진 증거, 모두가 속고 있다”라는 카피와 함께 자신의 모든 것이 ‘최승만’(고수)에게 관찰되고 있음을 알게 된 ‘남도진’(김주혁)의 모습이 긴장감을 높인다. 여기에 사건을 두고 펼치는 변호사 ‘윤영환’(문성근)과 검사 ‘송태석’(박성웅)의 법정공방이 예사롭지 않다. 20세기 최고의 서스펜스 소설로 불리는 빌 S. 밸린저의 ‘이와 손톱’을 영화화한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의 무대를 해방기 직후 경성으로 옮겼다. 뿐만 아니라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서스펜스 스릴러로, 특유의 긴장감과 신선한 이야기 진행방식이 기대를 모은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오는 5월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왕은 사랑한다’ 오민석, 냉혹+섬뜩 ‘송인’ 役 완벽 변신

    ‘왕은 사랑한다’ 오민석, 냉혹+섬뜩 ‘송인’ 役 완벽 변신

    ‘왕은 사랑한다’ 오민석의 첫 스틸이 공개됐다. 31일 MBC 새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측은 극 중 충렬왕(정보석 분)의 측근이자 고려의 숨은 실세 ‘송인’ 역을 맡은 오민석의 스틸을 공개했다. 오민석은 냉혹하면서도 섬뜩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공개된 스틸 속 오민석은 눈을 가늘게 뜬 채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려 눈길을 끈다. 그의 미소는 어딘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등골을 서늘케 한다. 동시에 스틸을 뚫고 나오는 오민석의 포스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화려한 문양의 의상을 완벽히 소화해 기품 있는 귀족으로 변신해 시선을 강탈한다. 제작사 ‘유스토리나인’ 측은 “오민석의 파격 변신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반듯하고 선한 얼굴 뒤에 숨겨진 냉혹한 야심가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사할 예정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왕은 사랑한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팩션 멜로 사극이다.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되며 2017년 MBC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제공=유스토리나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토니상 2관왕 연출가 “750쪽 원작 단숨에 읽어… 최고의 작품”

    토니상 2관왕 연출가 “750쪽 원작 단숨에 읽어… 최고의 작품”

    벨기에 출신 이보 반 호브(59)는 요즘 세계 연극계에서 가장 핫한, 대세 연출가다. 2007년 셰익스피어의 작품 3개를 엮은 6시간짜리 대작 ‘로마 비극’으로 주목받은 반 호브는 2014년 초연한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2015년과 2016년 각각 영국과 미국의 권위 있는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의 연출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이름을 떨쳤다.세계 주요 도시의 유명 극장에서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반 호브가 연출한 연극 ‘파운틴헤드’가 31일~4월 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5년 전 연극 ‘오프닝 나이트’에 이어 한국 무대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반 호브는 공연을 하루 앞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연출한 여러 작품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아인 랜드가 1943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운틴헤드’는 1920~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빛나는 재능과 자유롭고 독립적인 영혼을 지닌 건축가 하워드 로크의 고고한 결단과 행동의 궤적을 좇으며 창작의 본질과 예술적 진정성이 무엇인지 등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반 호브는 “지인이 선물한 750쪽에 이르는 소설을 단숨에 읽자마자 연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작업만 하는 이상주의자 건축가 하워드 로크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순순히 따르는 기회주의적인 건축가 피터 키팅이라는 인물을 통해 오롯이 개인으로 존재할 것인지 아니면 집단의 일부로 남을 것인지 등 삶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예술가적 이상을 좇아야 하는지 아니면 관객이나 여타 상황에 순응하고 타협해야 하는지, 예술가로서 스스로를 얼마나 믿는지 등 나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면서 “작품 속에서 어느 한쪽을 옹호하지 않고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조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로크 같은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 호브는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며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고루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독특한 주제를 큰 스케일 안에서 다루는 것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세계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꿈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가 아니라 제 생각이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로부터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서 매우 행복합니다. 한국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보시고 제 생각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지금, 이 영화] ‘분노’, 믿고나서 배신 당할 것인가 의심하고 고통 받을 것인가

    [지금, 이 영화] ‘분노’, 믿고나서 배신 당할 것인가 의심하고 고통 받을 것인가

    영화 ‘분노’는 제목처럼,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포스터 문구에 쓰인 대로, “믿음 불신 그리고 분노”의 순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이 작품은 분노라는 감정의 정체를 들여다보는 것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뒤에는 이런 물음-‘무조건적인 타인의 환대는 가능한가?’라는 명제가 놓여 있다. 분노가 솟구치는 사례 중 하나는 타인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배신당한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누군가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이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우리에게 묻는다.첫째, 지바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3개월 전 가출한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는 윤락업소에서 일하다 만신창이의 상태로 발견된다. 그런 딸을 겨우 찾아내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 요헤이(와타나베 켄)의 마음은 착잡하다. 동네 사람들은 아이코를 뒤에서 손가락질하지만, 항구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 다시로(마츠야마 겐이치)만은 그러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린다. 그런데 요헤이는 자기 자신을 자꾸 숨기려드는 다시로가 수상쩍다.둘째, 도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회사원 유마(쓰마부키 사토시)는 게이 클럽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에게 함께 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나오토는 고개를 끄덕인다. 유마는 어딘지 불안하고 애처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나오토에게 호감을 가졌고, 나오토도 본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유마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유마는 나오토가 어떤 여자와 카페에서 만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런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는 나오토를 보며 유마는 혼란에 빠진다. 셋째, 오키나와에서 펼쳐지는 일이다. 무인도에 놀러 간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와 다츠야(사쿠모토 다카라)는 그곳에 머물고 있는 배낭여행자 다나카(모리야마 미라이)와 만나게 된다. 친절한 다나카에게 이즈미와 다츠야는 여러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렇지만 얼굴에 언뜻언뜻 드리우는 그늘, 다나카는 뭔가 비밀을 가진 남자처럼 보인다. 세 개의 에피소드가 교차되는 가운데, 경찰에서 공개한 살인 용의자 사진이 뉴스에 보도된다. 어찌 된 까닭인지 다시로·나오토·다나카가 그와 닮았다. 슬금슬금 모두의 마음에 의심이 깃든다. 재일 한국인 3세 이상일 감독은 “‘분노’는 스릴러 장르를 따르기는 하지만, 핵심에 있는 건 범인 찾기나 추리가 아닌 ‘믿는다는 것의 어려움’ 혹은 ‘사람을 의심해 버린 어둠’”이라고 밝히고 있다(원작을 쓴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도 후반부를 쓸 때까지 범인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분노가 치미는 사례 중 다른 하나는 타인을 끝까지 믿지 않았다가 낭패를 당했을 경우다. 그때 분노는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로 향한다. 믿고 배신당하느냐, 의심하고 고통받느냐, 그것이 분노를 둘러싼 문제다. 3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21세기 로미오와 줄리엣’ 운명적 만남…귀여움 폭발

    ‘21세기 로미오와 줄리엣’ 운명적 만남…귀여움 폭발

    운명적 만남이 드디어 이뤄졌다. 소설 속 비극을 현실 속 해피엔딩으로 이뤄내기 위한 첫걸음이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21세기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탄생 스토리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한 병원에서 시작됐다. 지난 19일 같은 날 이 병원에서 태어난 남녀 두 아기는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양쪽 부모들끼리 서로 알지 못하는 등 생면부지의 사이였지만, 각각 예정일보다 일주일씩 앞당겨 세상의 빛을 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등 이미 강한 운명적 끌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드디어 한 자리에 모였고,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커플 사진을 찍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세익스피어를 주제의 사진을 찍었음은 물론이다. 로미오는 조그만 왕관을 썼고, 줄리엣은 화관을 쓰며 운명적 탄생과 만남을 자축했다. 사진을 보면 두 아기는 모두 눈을 질끈 감고 있지만 슬며시 손을 맞잡고 상대방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에서 심상치 않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재미있는 사진을 찍은 사진가 캐시 클레이슐트는 "몇 시간의 간격을 두고 생면부지의 부모 사이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우연의 일치로 태어났다"면서 "쌍둥이도 아니면서 이렇게 태어나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기의 사진들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누리꾼들의 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벌써 오랜 친구처럼 가까워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부모들은 "앞으로 아이들의 매년 생일날마다 만나서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성장 앨범을 만들기로 약속했다"면서 "가족끼리 계속 우정을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아하! 우주] 블랙홀의 바람, 별을 만들다

    [아하! 우주] 블랙홀의 바람, 별을 만들다

    처음 그 존재가 이론적으로 제시되었을 때, 블랙홀은 SF 소설 작가에게나 큰 인기를 끌 법한 소재였다. 한동안 과학자들은 실제로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하는 많은 증거가 발견되었다. 더 나아가 우리 은하를 비롯한 은하의 중심에는 거대한 질량을 지닌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과 이 블랙홀이 은하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블랙홀은 천체 물리학에서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천체가 되었다. 블랙홀의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물질을 방출한다는 점이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은 상당 부분은 '사상의 지평면'이라고 부르는 블랙홀의 표면으로 들어간 후 영원히 사라지지만, 일부 물질은 블랙홀 자전축의 양방향으로 방출되는데 이를 제트(jet)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초고온의 물질 분출은 제트가 은하 진화에서 수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로 보고 있다. 이렇게 빠져나온 물질에 의해 가스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론적으로 예측은 쉬워도 이를 실제로 관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팀이 이끄는 유럽 천문학자팀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망원경 가운데 하나인 유럽 남방 천문대(ESO)의 VLT에 설치된 MUSE 및 X-Shooter라는 새로운 장치를 이용해서 이 과정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6억 광년 떨어진 충돌 은하인 IRAS F23128-5919을 관측해 이론적으로 예상되었던 별의 형성을 실제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두 개의 은하가 충돌하면 은하 중심 블랙홀로 많은 양의 가스가 흘러들어가 블랙홀이 방출하는 제트 역시 강력해진다. 이렇게 블랙홀에서 나오는 강력한 바람은 주변 가스의 밀도를 높여 새로운 별의 탄생을 촉진한다. 연구팀은 새로운 별에서 나오는 특징적인 빛을 연구해서 블랙홀의 바람이 별을 만드는 과정을 조사했다. 이론적으로 예상했던 내용을 실제 관측으로 증명한 것이다. 파괴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블랙홀이 새로운 별의 탄생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 은하 역시 30억 년 이후에 안드로메다은하와 충돌하면서 같은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우리는 그 장면을 보지 못하겠지만, 먼 미래 우리 은하에도 무수히 많은 젊은 별이 탄생할지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문화마당] 대통령의 독서 취향/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대통령의 독서 취향/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마자린 팽조가 쓴 소설에 관해 들은 건 작년 겨울 어느 술자리에서였다. 친하게 지내는 편집자가 미테랑 대통령 일화를 얘기하던 끝에 “꽤 오래전이긴 하지만 한국에도 번역돼 나온 적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첫소설’이라는 제목이다. 2002년 출간됐는데 용케 서점에서 초판을 구할 수 있었다. 판매가 영 신통치 않았나 보다. 하긴 대통령의 딸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프랑스 소설에 관심을 가질 독자가 얼마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미테랑은 상원의원이던 1962년 안 팽조와 처음 만났다. 결혼한 마흔여섯의 정치인과 열아홉 살의 미술학도는 금세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 사이에서 마자린 팽조가 태어났다. 미테랑과 팽조의 관계가 세상에 공개된 건 1994년이다. 스무 살의 마자린이 대학에 합격한 걸 축하하는 조촐한 자리를 주간지 ‘파리 마치’가 몰래 촬영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미테랑은 기사가 보도되리라는 걸 미리 알았지만 막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는 왜 언론의 폭로를 방관했을까.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미테랑은 답을 가르쳐 주었다. 떠나기 전에 마자린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미테랑의 장례식에 참석한 마자린은 “아버지는 기사가 나를 괴롭게 만들 거라 걱정했지만 나는 오히려 아버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될 테니 안심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비난을 받은 건 사생활을 침해한 ‘파리 마치’였다. 저자는 픽션일 뿐이라고 했지만 내가 읽은 ‘첫소설’에는 부녀지간의 애틋함이 잘 드러나 있었다. 미테랑은 마자린이 문학에 매진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으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딸을 격려해 주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테랑은 정치가이기 이전에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써 낸 베테랑 작가였기 때문이다. 미테랑이 팽조를 만나서 죽기 직전까지 보낸 1218통의 러브레터조차 팽조의 동의하에 갈리마르에서 출판됐을 정도다. 그는 일생 동안 글을 썼고 집무실에서 비행기에서 별장에서 공식적인 사진을 찍어야 할 때는 서재를 배경으로 하거나 책을 들어 보이는 걸 잊지 않았다. 또한 파리 시내와 지방을 가리지 않고 출판사와 서점을 자주 방문해 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었다. 출판사에서는 그에게 도서 카탈로그를 보내 주었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책을 주문한 뒤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서점에 들러 주문한 책을 받아 오는 일도 종종 있었다. 다양한 매체에서 자신의 문학적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즐겼던 미테랑의 일화를 계간지 ‘라레트르’는 이렇게 소개한 바 있다. “본인이 쓴 책이 나오면 여러 작가들과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1978년에 ‘꿀벌과 건축가’를 출간했을 때는 ‘아포스트로프’라는 TV 독서 프로그램에서 미셸 투르니에, 파트릭 모디아노와 함께 책을 소개하고 질의응답하며 토론을 벌였다.” 미테랑이 얼마나 책을 각별히 여겼는지, 대중들이 그런 대통령을 얼마나 뿌듯해했는지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일삼는 재래시장에서의 서민 코스프레가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오늘 차라리 동네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독자들과 만나고 ‘82년생 김지영’의 작가와 함께 한국 여성들의 고단한 삶에 관해 토론하는 모습을 누군가 보여 주면 어떨까. 본인이 감동적으로 읽은 책 얘기까지 곁들인다면 효과 만점일 것 같은데. 적어도 나는 그 후보에게 표를 던질 용의가 있다.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볕이 그린 꽃, 꽃이 그린 봄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볕이 그린 꽃, 꽃이 그린 봄

    전남 광양 하면 대개는 제철소를 퍼뜩 떠올릴 겁니다. 그 탓에 산업도시처럼 여겨지고, 괜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철소가 광양의 전부는 아닙니다. 도시 여기저기에 오랜 역사가 숨 쉬고 빼어난 자연이 널려 있습니다. 이름에서 보듯, 볕 잘 드는 곳이 광양(光陽)이지요. 일 년 내내 햇살이 머물지만, 겨울의 한기를 몰아낸 봄엔 더 특별합니다. 살풍경할 것 같은 이미지 너머로 빼어난 봄 풍경을 숨겨둔 곳, 바로 광양입니다.이 봄, 광양의 으뜸 볼거리는 다압면의 매화다. 워낙 명소다 보니 차가 밀리고 어수선하다며 투덜댈 법도 하지만, 그렇다고 다녀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광양 여정은 구례 쪽 섬진강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돌아보는 게 정석이다. 구례에서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은 나라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힌다. 매화와 산수유, 벚꽃이 윤슬 반짝이는 섬진강과 어우러지는 봄철에 특히 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벚꽃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지만, 매화는 강변을 따라 폭죽처럼 터지고 있다. 최고봉은 섬진마을 청매실농원이다. 희고 붉은 매화 덕에 온몸에 꽃물이 들 듯하다. 농원 최고의 조망 포인트는 백운산 중턱의 전망대다. 농원 전경은 물론 인근의 매화마을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기댄 경남 하동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강 건너 북쪽 화개장터와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도 아스라하다. 농원 뒤편엔 짧은 대나무숲길이 있다. 굵은 매화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이 운치 있다.청매실농원을 나서 진월면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돈탁, 구동, 추동 등 아름다운 섬진강변 마을들을 줄줄이 지난다. 신록으로 물들고 있는 수어호의 자태도 빼어나다. 이 길 끝에 망덕포구가 있다. 섬진강의 끝이자 남해가 시작되는 곳. 민물과 바닷물이 몸을 섞는 기수역이어서 사철 바다의 진미가 넘쳐난다. 이즈음의 명물은 벚굴이다. 벚꽃 필 무렵 가장 맛있다는 녀석이다. 몸피가 건장한 남도 사내의 손바닥보다 크다. 보통 15∼30㎝, 큰 놈은 40㎝까지 자란다. ‘강굴’이라고도 불리는 벚굴은 하동의 선소, 전도마을 등이, 광양 쪽에서는 망덕포구 일대가 주산지다. 제철은 2월부터 4월까지다. 망덕포구에선 정병욱 가옥을 찾아야 한다. 윤동주 시인의 친필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발견된 고택이다. 윤동주 시인이 탄생한 지 올해 꼬박 100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가 더 깊다. 정병욱 가옥은 2007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안내판은 “윤 시인이 일본 유학을 떠나면서 건네준 육필 원고를 연희전문 후배 정병욱이 마루 밑에 숨겨 두었던 집”이라 적고 있다. 윤동주는 연희전문을 졸업하던 해인 1941년 시집을 펴내려다 실패하고 일본으로 가기 전 원고 한 부를 정병욱에게 맡긴다. 이후 정병욱이 학병으로 끌려가면서 그의 모친에게 원고를 맡겼고, 모친은 해방이 될 때까지 마룻바닥 밑에 원고를 숨겨놨다고 전해진다.망덕포구에서 태인대교를 건너면 태인도다. 산업단지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곳을 굳이 찾은 이유는 김 시식지가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김을 양식했던 곳이다. 김은 이름의 유래가 곧 역사다. 김 시식지 안내판에 적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얼추 370여년 전, 조선 인조 때다. 수라상에 까만 종잇장처럼 생긴 음식이 올랐다. 투박한 겉모습과는 달리 향과 맛이 좋았다. 인조가 ‘종잇장’의 이름을 물었다. 다들 처음 보는데, 이를 아는 신하가 있을 리 없었다. 인조는 이어 진상한 이의 이름을 물었고, 광양 사는 김여익(1606∼1660)이란 이름을 듣고는 그의 성을 따 ‘종잇장’을 ‘김’이라 부르라 했다. 그러니 김을 진상한 이가 손모였다면,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김밥은 손밥으로 불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 시식지는 김여익을 기리는 사당과 전시관 등으로 구성됐다. 당시 김은 해의(海衣)라고 불렸다. 흔히 알려진 해태(海苔)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름이다. 이처럼 김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가 김 시식지에 전시돼 있다. 김 시식지 뒤는 궁기(宮基)마을이다. 도술가 전우치가 궁궐을 짓고 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니, 슬그머니 둘러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구봉산에 오르면 광양 전경과 만날 수 있다. 정상에 조성된 전망대까지 도로가 잘 닦여 있다. 전망대에 서면 광양 시가지와 제철소, 이순신대교, 멀리 여수와 순천까지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정상엔 봉수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철을 이용해 매화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높이는 940㎝다. 940년(고려 태조 23년)에 광양이란 지명을 얻게 된 것을 상징한다. 광양읍에선 유당공원을 꼭 둘러봐야 한다. 현지에선 버들못이라고도 불린다. 유당공원은 조선 명종 2년(1547년) 당시 현감이었던 박세후가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이팝나무, 팽나무 등 400∼500년 묵은 고목들과 연못이 어우러져 제법 인상적이다. 예전과 달리 울창했던 숲이 많이 훼손됐다고는 하나 여태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다행스럽다. 명물은 이팝나무다. 천연기념물 235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이번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옥룡사지 동백숲(천연기념물 489호)이다. 옥룡사지(사적 제407호)는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비조처럼 여겨지는 도선국사가 8세기 초 세운 뒤 35년간 주석했다가 입적한 절터라고 한다. 동백 숲은 도선이 처음 절을 세울 때 땅의 기운이 약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조성했다고 한다. 동백 숲은 이제 절정에 달했다. 몇 차례 비가 내린 뒤 4월 중순쯤 되면 숲 바닥이 떨어진 동백꽃으로 시뻘겋게 물들 터다. angler@seoul.co.kr 구례에서 섬진강 따라 폭죽처럼 터지는 매화·산수유·벚꽃… 끝자락 망덕포구엔 한입 가득 벚굴 잔치가… 겨우내 빛났던 옥룡사지 동백꽃은 떠날 채비를… ■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가는 길 : 섬진강부터 둘러보겠다면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 나들목으로 나와야 한다. 이어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 남도대교를 건너면 광양 다압면이다. 옥룡사지 등 광양읍 쪽을 먼저 보겠다면 남해고속도로 광양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낫다. 광양제철소에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체와 개인으로 나뉜다. 가족 단위의 개인 견학은 일요일에만 운영된다. 오전 10시 복지센터(광양시 희망1길 69)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견학 문의 790-2433, 790-2447. →맛집 : 광양읍내에 맛집들이 많다. 왕창국밥(762-4870)은 돼지국밥을 푸짐하게 말아 낸다. 값도 5000원으로 싼 편이다. 옆집 신가가마솥순대(763-7556)는 옛날식 순대국밥으로 이름났다. 점심때면 길게 줄을 서야 한다. 광양불고기도 널리 알려졌다. 얇게 썬 소고기에 양념을 발라 석쇠에 굽는다. 광양읍내에 불고기 거리가 형성돼 있다. 널리 이름이 알려진 집들은 대개 2, 3인분 이상부터 판다. 1인분이 2만 6000원(한우 기준)이어서 ‘혼행족’이 맛보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시내식당(763-0360), 대중식당(762-5670), 삼대광양불고기(762-9250), 금목서회관(761-3300) 등이 알려졌다. 망덕포구의 벚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하나로횟집(772-3637) 등이 알려졌다. 섬진강 쪽에선 구례에 맛집들이 많다. 구례 사람들은 이맘때 참게를 ‘영등게’라 부른다. 음력 2월 영등철에 잡히는 참게를 이르는 말이다. 섬진강 참게에 겨우내 말린 시래기 넣고, 된장 풀어 끓여 낸다. 구례읍내에서 곡성 가는 섬진강변에 맛집들이 늘어서 있다. 지리산회관(782-3124), 노고단식당(782-2171), 노고단산장(782-1877) 등이 알려졌다. →잘 곳 : 섬진강 일대 숙박업소들은 매화와 벚꽃 시즌이 되면 평일에도 방이 동나기 일쑤다. 광양뿐 아니라 인근 구례, 하동 등의 숙박업소들도 평일에 꽉 찬다. 이 기간엔 외려 광양읍내에서 숙소를 구하는 게 한적하다. 비즈니스호텔인 호텔 부루나(761-8700), 그랜드모텔(761-3600) 등이 깔끔한 편이다. 백운산자연휴양림(797-2655)의 산막도 훌륭하다.
  • 청주대 객원교수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은 국정농단·내란”

    청주대 객원교수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은 국정농단·내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한 대학교 객원교수가 “블랙리스트는 안보리스트”라며 “문화안보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을 구속한 것은 국정농단이자 내란”이라고 29일 주장했다. 이용남 청주대 영화학과 객원교수는 이날 보수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의 주최로 열린 ‘문화안보포럼’ 창립 세미나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현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발제를 맡은 이 교수는 “블랙리스트는 안보리스트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비판하고 전복하려는 세력들에게 단 1원의 혈세도 지원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원칙을 준수한 문화안보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을 구속한 것이 국정농단이자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이 문화전쟁에서 처절하게 패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문화전쟁’이 1925년 결성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카프)에서 시작했으며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1976년 남한 예술인을 포섭하라고 교시를 내린 이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문화계 ‘종북 좌익세력’으로 한국작가회의와 민족미술협의회, 민예총 등을 들었고, 대표적 인물로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거론했다. 작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은 ‘주사파의 교과서’였다고 지목했다. 이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종북 좌익세력이 주류 제도권으로 부상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확고한 좌파 문화권력 시스템을 확립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기울어진 문화예술계의 균형을 맞춰보려고 기관장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기관장 교체만으로는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좌파 문화 권력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 ‘비정상적인 지원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바로 ‘문화융성’”이었다고 강변했다. 이 교수는 “JTBC·YTN·채널A·뉴스Y·TV조선·SBS·MBN·KBS가 똑같이 오보·왜곡·편파방송의 끝을 보여주고 종편은 가짜 뉴스와 저급한 평론을 토해낸다”며 “이제 대한민국을 구하는 방법은 문화안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개인이 문화안보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무너진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을 맡은 고우성 한국문화안보연구원 자문위원장도 “대한민국은 문화전쟁을 통해 알게 모르게 점차 좌경화되어가고 있다”며 “문화예술계는 이념투쟁의 최대 격전지”라고 거들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지영씨의 생일이 만우절인 까닭은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지영씨의 생일이 만우절인 까닭은

    ‘흔해 빠진 얘기에서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노력.’ 소설의 요체란 이런 게 아닐까요. 인물을 벼랑 끝까지 몰아넣는 극적 사건, 세상에 다시 없을 캐릭터, 예상을 비껴가는 반전에 작가들이 공을 들이는 건 그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 소설, 참 희한합니다. 정반대의 길을 걷거든요. 인물은 지극히 평범하고 누구나 듣고 겪었을 이야기를 펼칩니다. 예상은 어긋나는 법이 없고요, 장면마다 찾아드는 건 기시감입니다.최근 핫한 소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얘기입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소설은 도서 판매 순위를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금태섭 의원이 300권을 동료 의원들에게 돌렸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판매 부수가 2만 8000부까지 뛰었습니다. 대부분의 책이 출간 직후 반짝하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수개월이 지나 외려 세를 불리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더구나 유명 작가에게 ‘청탁’한 ‘보장된 책’이 아닌 무명에 가까운 작가가 ‘투고’해 4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간택된 작품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쯤 되면 이 책의 힘이 궁금해집니다. 82년 태어난 여아들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이름 김지영에서 짐작하셨는지요. 소설은 82년생 김지영씨가 ‘평범하게 살아남기 위한’ 분투기를 그립니다. 하지만 일상의 사소한 순간까지 침투된 억압, 차별은 번번이 지영씨를 주저앉힙니다. 학원에서 귀가하는 밤 남학생에게 위협을 당하고 벌벌 떨며 집에 돌아온 그에게 아버지는 ‘어떻게 처신했기에…’로 시작하는 지청구부터 던집니다. 클라이언트 회사의 중년 부장은 ‘남자친구 있느냐. 골키퍼가 있어야 골 넣을 맛 난다’는 둥 19금 성희롱을 농이라고 던지고요. 고달프게 육아에 시달리다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는 그에게 날아든 ‘맘충 팔자가 상팔자’란 말은 결국 그녀를 무너뜨립니다. 지영씨의 고백과 통계, 기사로 엮은 소설은 이 세대 여성의 삶을 그대로 옮긴 사회학 보고서로도 읽힙니다. 특출 난 사건, 매력적인 인물, 유려한 문장은 제쳐 뒀습니다. 하지만 다 아는 얘기를 너무 사소한 것 같아 말할 수 없는 부분까지 되짚어 줌으로써 여성들에겐 ‘간증에 가까운 공감’을, 남성들에겐 ‘이해를 기울이려는 노력’을 이끌어 냈습니다. 차이를 만들려는 노력에도 좌절을 거듭했던, 무력감에 휩싸였던 독자들은 ‘나는 느끼고 아팠지만 사회에선 알아주지 않았던 것을 짚어 줘 고맙다’고 했다고요. 원래 소설 초고의 제목은 ‘820401 김지영’이었습니다. 왜 지영씨의 생일은 만우절이었을까요. “남성들에게 김지영의 삶은 ‘이게 사실일까…’ 하고 느껴질 테고 김지영보다 더 나쁜 상황을 겪은 여성들에게는 ‘이렇게 운이 좋다니…’ 하고 느껴질 거예요. 어느 쪽에서든 김지영의 삶은 과장이고 거짓말 같겠다 싶어서 생일을 만우절로 정했죠.”(조남주 작가) 불행한 것은 김지영의 삶이 현재는 뺄 것도 보탤 것도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겁니다. 작가는 “김지영씨에게 정당한 보상과 응원이,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작가의 바람이 실현될 때 김지영씨의 삶은 ‘진정한 거짓말’이 되겠죠. 그때 ‘무수한 김지영씨’의 딸들은 더 높고 더 큰 꿈을 꾸게 될 테고요. rin@seoul.co.kr
  • 모파상 원작 영화 ‘여자의 일생’ 예고편 공개

    모파상 원작 영화 ‘여자의 일생’ 예고편 공개

    세상의 모든 여자들을 위한 클래식 멜로 ‘여자의 일생’이 4월 6일 개봉을 확정하고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여자의 일생’은 모파상 첫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완벽한 행복을 꿈꿨던 여인 ‘잔느’가 생각지 못한 삶의 사건을 겪으며 인생과 사랑, 행복의 의미를 찾는 클래식 멜로다. 공개된 예고편은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여주인공 잔느의 두근거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다정한 연인의 모습은 노르망디의 아름다운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특히 클래식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택한 1.33:1의 화면 비율이 눈길을 끈다. 아들 폴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잔느 모습 위로 “삶에서 유일하게 좋은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랑이다”라고 말한 모파상의 명언이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전한다. 하지만 잔느의 연인 줄리앙이 다른 여인을 만나는 장면과 하녀인 로잘리가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음이 드러나는 장면 후, 이야기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누군가를 용서하도록 잔느를 설득하는 신부의 “인생은 생각만큼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아요”라는 원작의 명대사는 작품이 선사할 깊은 울림을 기대케 한다. 메인 예고편을 공개한 ‘여자의 일생’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테판 브리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 측은 “인공조명이나 음향을 쓰지 않고 자연의 빛과 소리를 그대로 담아 마치 명화를 보는 듯한 감상을 선사한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4월 6일 개봉. 11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카약 탄 채 SF소설 보던 남성에게 닥친 황당한 위기

    카약 탄 채 SF소설 보던 남성에게 닥친 황당한 위기

    카약에 올라탄 채 여유를 즐기던 한 남성이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6일 사우샘프턴의 이첸강(江)에서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던 한 남성은 카약 위에 올라탄 채 책을 보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주변 상황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조석간만의 차로 강물이 빠져나가면서 남성이 탄 카약이 진흙밭 한가운데 놓이게 된 것. 처음에는 스스로 진흙탕을 빠져나가보려 했지만, 이내 진흙에 몸이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남성은 하는 수 없이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현장에는 사우샘프턴 구조팀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소방구조대, 햄프셔 경찰 등 40여 명의 구조인력이 출동했다. 현장에 출동한 한 구조대원은 “진흙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면서 "물이 빠져 나간 자리에 앉아 다시 물이 들어오도록 기다리겠다고 결심했다면 8시간 가까이는 (카약에서 나오지 못한 채) 기다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우리는 전문 구조팀과 함께 무사히 신고자를 구조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편 진흙에서 빠져나온 뒤 곧장 병원으로 후송된 남성은 “공상과학소설을 읽느라 강물이 빠져나가는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카드뉴스] 고작 김치 한 봉지…장발장 만드는 사회

    [카드뉴스] 고작 김치 한 봉지…장발장 만드는 사회

    굶주림에 지쳐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에 갇힌 남성. 소설 ‘레미제라블’ 속 주인공 장발장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단지 ‘생존’을 위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장발장’이 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삶도 보장받지 못해 범죄의 늪으로 빠지는 ‘장발장’들. 엄격한 처벌보다 따뜻한 손길이 더 필요한 이들의 사연을 알아봤습니다. 기획·제작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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