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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프랑켄슈타인’ 전투기가 국내 방위산업에 던진 교훈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프랑켄슈타인’ 전투기가 국내 방위산업에 던진 교훈

    지난달 초, 이스라엘 중부 텔 노프(Tel Nof) 공군기지에서 1대의 전투기가 이륙했다. 이 전투기는 이스라엘이 도입한지 40여 년 가까이 된 낡은 F-15 전투기였는데, 전투기의 이륙과 동시에 지상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사실 이 낡은 전투기는 현재의 이스라엘 공군 전력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스라엘에는 얼마 전 시리아 공습을 통해 그 위력을 발휘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I를 비롯해 우리 공군의 F-15K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F-15I, 그리고 미 공군 F-16의 성능을 능가하는 F-16I 등 다양한 고성능 전투기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체번호 122번의 이 낡은 F-15 전투기는 이스라엘의 항공 기술력이 얼마나 무서운 수준에까지 도달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고,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프랑켄슈타인 전투기 19세기 초 소설을 통해 처음 등장한 뒤 영화와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쓰이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죽은 사람들의 시체 살점과 뼈를 이어 붙여 사람 모양을 만든 뒤 여기에 전기적 충격을 가해 생명을 불어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괴물이다. 최근 이스라엘이 하늘로 날려 보낸 F-15 전투기는 바로 이러한 ‘프랑켄슈타인’ 같은 전투기다.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어 폐기 처분되어야 할 전투기 2대의 ‘시체’를 모아 붙여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다. 이 프랑켄슈타인 전투기의 ‘반쪽’은 지난 1991년 이스라엘 공군에 처음 인도되어 제133전투비행대에서 운용되던 F-15B 전투기이다. 구형이기는 했지만 개량 사업을 통해 최신형 GPS 폭탄인 JDAM을 비롯해 다양한 신형 미사일들을 운용할 수 있었던 이 전투기는 지난 2011년 임무 비행을 위해 이륙한 직후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사고를 당했다. 버드 스트라이크란 문자 그대로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사고를 의미하는데, 이 전투기는 정말 운이 나쁘게도 엔진 공기흡입구에 큼직한 펠리컨이 빨려 들어가는 대형 사고를 당했다. 펠리컨은 몸길이가 1.4~1.8m에 달하는 대형 조류이기 때문에 이 새가 빨려 들어간 엔진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곧 불길이 치솟았다. 이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던 조종사 2명은 침착하게 기체를 불시착시키고 탈출했으나, 엔진을 비롯해 기체 후방 부분은 심하게 불에 타 형상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됐다. 하지만 도입 당시 약 400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고, 불과 몇 년 전에 성능개량 사업을 한다고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불에 탄 부분은 전투기 후방동체 부분으로 레이더나 항공전자장비 등 전투기 전방부분은 멀쩡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어떻게든 이 전투기를 살려보고자 했다. 그러나 이 전투기의 제조사인 보잉(Boeing)은 물론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등 세계 유수의 전투기 메이커들은 이런 상태의 전투기를 재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스라엘 공군이 이 전투기의 폐기 처분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중 항공기의 개량 및 유지보수 임무를 담당하던 제22정비창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2대의 죽은 전투기를 이어 붙여서 1대의 살아있는 전투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제22정비창은 기체 노후화에 따라 퇴역해 장기보관 중이던 F-15A 기체 하나를 창고에서 꺼내왔다. 이 전투기 역시 사고로 손실을 입은 기체로 지난 20여 년간 창고에 보관되던 기체였는데, 공교롭게도 이 전투기는 엔진과 후방 동체 부분은 멀쩡했다.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로 후방 동체가 완전히 파손되었지만 전방 동체의 레이더와 조종석 등은 멀쩡했던 F-15B와 전방 동체는 손상되었지만 엔진과 후방동체는 멀쩡했던 F-15A의 ‘합체’가 결정됐고,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수십여 년 간 전투기 정비와 개량사업을 통해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던 정비창 요원들은 몇 개월간의 작업 끝에 이들 전투기 2대를 접합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이 전투기를 다시 창공에 날려 보내는데 성공했다. 다시 태어난 이 기체는 새로운 기체번호 122번을 부여받고 이스라엘 공군으로 복귀했다. 이번 작업을 주관한 제22정비창장 맥심 오가드(Maxim Orgad) 중령은 “전투기 재생 작업에는 100만 달러도 들지 않았으며, 만약 이러한 전투기를 새로 구입하려고 했다면 4,000만 달러 이상 들었을 것”이라며 이번 도전의 성공을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사례는 각국 방산업계에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실 이스라엘이 이 같은 기상천외한 시도를 했던 케이스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무기 튜닝의 끝판왕... 보고 배워야 이스라엘은 어떤 무기를 개조해 새로운 무기를 창조해 내는 방면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나라다. 그들은 박물관에나 들어가야 할 구식 무기, 또는 전쟁을 통해 노획한 적의 무기까지 닥치는 대로 개조해 새 생명을 불어 넣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건국과 동시에 주변 아랍국들과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했던 이스라엘은 항상 무기 부족에 시달렸지만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았고, 이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기나 화포, 전차 등을 긁어모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무기라고는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었던 구식 무기들뿐이었고, 이런 무기들로는 소련제 최신형 무기로 무장한 아랍제국군과의 전투에서 이길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구식 무기를 대대적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스라엘 건국 초기 지상군의 주력 전차였던 M4 셔먼은 대부분 1940년대 초반에 생산되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고철이었지만, 이스라엘은 이들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1980년대까지 사용했다. 엔진과 서스펜션을 보다 신형으로 교체하고 화력 보강을 위해 105mm 주포까지 탑재하는 등 이른바 ‘마개조’를 한 것이었다. 원래 셔먼 전차는 75mm급 주포를 탑재하는 전차로 설계된 물건이었고, 현대 기준에서 보자면 장난감처럼 보이는 비교적 작은 덩치를 가지고 있는 전차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 전차에 거대한 105mm 주포를 얹었고, 여기에 새로운 임무 장비들까지 더 얹었는데 이로 인해 포탑 무게 중심이 무너지자 별도의 무게추를 달아 문제를 해결했다. 매우 엉성하고 불안정해보였지만, 이 전차는 실전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4차 중동전에서 아랍군을 상대로 맹위를 떨쳤고, 특히 아랍군이 사용했던 소련제 최신형 전차 T-54/55를 상대로 거의 대등한 전투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같은 성능 덕분에 이 전차는 이스라엘군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예비전력으로 운용됐고, 이후 칠레에 수출되어 1990년대 초반까지 운용됐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무기 개조는 항공 분야에서 더 두각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부터 도입한 F-4 팬텀 II 전투기의 노후화가 진행되자 1980년대부터 이 전투기의 성능 개량 사업을 준비했다. 이스라엘 공군이 내건 조건은 노후화가 극심한 팬텀 전투기를 현대전에도 쓸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일명 ‘쿠르나스(Kurnass) 2000’과 슈퍼 팬텀(Super Phantom)이었다. 이스라엘 기술자들은 기존 팬텀 전투기의 뼈대만 남겨놓고 모든 것을 바꿨다. 레이더는 최신형 APG-76으로 변경됐고, 최신형 레이더에 걸맞은 미션컴퓨터가 장착됐다. 조종 시스템도 4세대 전투기 수준으로 변경되었으며, 이에 따라 구형 팬텀에서는 운용이 불가능했던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은 물론, 100km 이상 거리에 있는 표적을 족집게처럼 타격할 수 있는 팝아이(Popeye) 공대지 미사일까지 운용이 가능해졌다. 쿠르나스 2000은 F-15나 F-16같은 신형 전투기들이 즐비한 이스라엘 공군에서도 강력한 폭장량을 가진 전폭기 전력으로 최근까지 운용되었는데, 특히 엔진까지 신형으로 교체한 최신 개량형 ‘슈퍼 팬텀’은 F-22 같은 최신예 5세대 전투기에서나 가능한 ‘슈퍼크루징’ 능력까지 선보이며 항공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다. 전투기는 평상시에는 마하 0.6~0.8 정도의 느린 속도로 비행하다가 필요할 경우에만 애프터버너(Afterburner)를 사용해 초음속의 속도를 낸다. 하지만 애프터버너를 사용하게 되면 연료 소모량이 많아지고 엔진에도 무리를 주기 때문에 전투기가 음속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시간은 몇 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F-22와 같은 일부 최신 전투기들은 애프터버너를 사용하지 않고도 마하 1 이상의 초음속 성능을 구현하는데 이를 슈퍼크루징(Super-cruising)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에 만들어진 구식 3세대 F-4E를 개량해 최신 5세대 전투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슈퍼크루징 능력을 구현했던 것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개조·개량 경험이 축적된 덕분에 현재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 제조 기술을 가진 국가로 평가된다. 미국보다 앞서 고도의 다단계 미사일 방어체계를 완성해 전 국토를 물샐틈없이 지키고 있으며, 정밀유도무기와 항공기 개량 사업 부분에서는 세계 최정상급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스라엘의 사례는 한국의 방위산업 정책이 나아가야 할 분야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오래된 노후 무기들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고, 이스라엘의 지혜를 벤치마킹하면 이들 노후 무기들도 얼마든지 현대전에서 위력을 떨칠 수 있는 새로운 무기로 환골탈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식이다. 대다수 국방정책 입안자들은 “어차피 버릴 낡은 무기에 왜 돈을 쓰나?” 혹은 “개량 사업이 진행되면 신규 무기 도입을 위한 예산을 배정 받는 것이 곤란해질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낡은 무기는 무조건 차세대 무기로 대체해야 한다는 이러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은 국방예산의 낭비와 전력 공백을 종종 불러온다. 예를 들어 한국공군의 F-5E 전투기는 대당 400억 원이 넘는 FA-50과 같은 신형 전투기로의 교체 시기만 기다리며 임무 수행조차 어려울 정도로 낡은 고철 취급을 받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스라엘이 대당 60억 원 정도의 비용으로 개량해 준 브라질 공군의 F-5E 전투기는 공중급유가 가능함은 물론 최신 애비오닉스를 탑재해 장거리 공대공 전투와 정밀 지상 타격까지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전투기 다시 태어났다. 이 전투기는 NATO 소속 E-3B 조기경보기의 지원을 받는 프랑스 공군 미라지2000 전투기와의 모의 공중전에서 승리하는 등 한국공군 F-5E 전투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으며, 한국공군이 F-5E/F 후속 기체로 도입하고 있는 신형 FA-50보다 월등한 공중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방예산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서 만들어준 귀중한 혈세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예산이 부족해 대응 전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넋두리를 내놓기 전에, 과연 지금의 국방예산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새영화> 냉혹하고 우아한 그녀의 복수!…‘엘르’ 메인 예고편

    <새영화> 냉혹하고 우아한 그녀의 복수!…‘엘르’ 메인 예고편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감성 스릴러 ‘엘르’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엘르’는 언제나 당당하고 매력적인 게임 회사의 대표 미셸(이자벨 위페르)이 자신의 일상을 깨뜨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 홀로 범인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감성 스릴러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사건의 시작부터 그에 대처하는 이자벨 위페르 모습이 긴장감 넘치게 담겨 있다. 미셸(이자벨 위페르)은 평소처럼 밖에 나간 고양이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이후 그녀는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괴한의 침입에 대해 태연하게 이야기한다. 그 후 이자벨 위페르는 의심스러운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며 혼자서 범인을 추적해간다. 미셸의 “미친놈은 내 전문이지”라는 대사에 이어 그녀의 전 남편이 “진짜 위험한 건 미셸, 당신이지”라고 말하는 상황은 미셸이 보여줄 냉혹하고 우아한 복수를 기대케 한다. 주연을 맡은 이자벨 위페르는 외국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엘르’를 통해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수상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원초적 본능’을 통해 욕망을 가장 잘 다루는 감독으로 평가받는 폴 버호벤이 연출한 ‘엘르’는 ‘베티 블루 37.2’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프랑스 소설가 필립 지앙의 장편 ‘오…’를 원작으로 했다. 배급사 측에 따르면 원작자인 필립 지앙은 “‘오…’는 이자벨 위페르를 떠올리면서 쓴 소설”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폴 버호벤 감독은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에는 신비로움이 있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자벨 위페르 생애 최고의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엘르’는 오는 6월 15일 국내 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130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뮤지컬 배우 되고 싶어요”… 무대의 꿈 움튼다

    “뮤지컬 배우 되고 싶어요”… 무대의 꿈 움튼다

    지난달 29일 롯데시네마 초청으로 진행된 뮤지컬 ‘머더 포 투’ 관람행사 참석을 위해 여성가족부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소속 청소년 250여 명이 혜화역 대학로 연극거리에 모였다. 청소년들은 공연 시작 전 선물로 받은 머더 포 투의 스토리와 배우 소개글이 담긴 프로그램북을 읽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높였다.뮤지컬 머더 포 투는 한 범죄 추리소설가가 자신의 60번째 생일파티에서 살해되자 마커스라는 순경이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용의자 역의 배우가 1인 13역을 소화하며 어설픈 순경과 실랑이를 벌이는 2인극이다. 빠른 전개 속에서 펼쳐지는 추리와 유머의 조화, 마임과 피아노 연주 등의 퍼포먼스가 장점으로 꼽히는 공연을 관람한 청소년들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크게 웃고 감탄했으며, 뜻밖의 반전에 놀라면서 박수로써 공연 관람을 마쳤다. 공연 관람 후에는 배우들과의 소통 시간, 기념촬영 시간을 가지며 청소년들이 공연에 대해 여러모로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뮤지컬 관람은 영화보다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공연’이라는 콘텐츠를 청소년에게 지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공연 예술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의 수요를 반영해 배우들과의 의미 있는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배우와의 소통뿐 아니라 진로를 설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자리가 됐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운영지원단 김용대 부장(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활동사업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공연을 관람한 청소년들이 ‘뮤지컬 배우가 되는 데 필요한 공부는 무엇인지’ ‘꿈을 이루기 위해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 왔는지’ ‘캐릭터에 감정이입은 어떻게 하는지’ 등의 공연 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했고 배우들은 이에 대해 성심성의껏 경험을 담아 질문에 대답했다.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을 보내주는 롯데시네마 측에 고마움을 전하며, 청소년들이 공연 예술 분야에 대한 다양한 꿈을 키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에게 뮤지컬 관람과 배우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화 향유 및 직업 이해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롯데시네마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과 공동으로 마련한 것으로 지난 2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영화 상영과 4월 ‘아빠는 딸’ 영화 관람에 이은 3번째의 문화 나눔이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금요 포커스] 디지털·인공지능 시대의 규제 혁신/성대규 보험개발원장

    [금요 포커스] 디지털·인공지능 시대의 규제 혁신/성대규 보험개발원장

    ‘내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아.’ 연인들의 언약처럼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는 1791년 제임스 매디슨의 주도하에 제정된 후 200년 넘도록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어 종종 해석상 논란이 벌어진다. 2010년 연방대법원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물’도 수정헌법 제1조에서 말하는 ‘표현’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칼리아 대법관에게 동료 대법관이 농담을 건넸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제임스 매디슨이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법 제정 당시 문구의 원래 의미를 중요시하는 스칼리아 대법관을 비꼬는 의미가 담긴 농담이었다. 이에 대해 스칼리아는 무뚝뚝하게 답했다. “아뇨, 나는 매디슨이 폭력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합니다. 수정헌법 제1조가 채택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폭력적인 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요?” 스칼리아는 표현이 폭력적이더라도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2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계속 지켜야 할 명제로 보았고, 그 매체가 신문인지 소설인지 비디오게임인지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입장에 서 있었던 것이다. 주지하듯이 표현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과 같이 사회 경제 환경이 변하더라도 그 본질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 있는 반면 경제·금융법과 같은 기술적·전문적인 법규는 제정 당시 전제가 되었던 상황이 크게 변했는데도 적시에 개정되지 않으면 사회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유지해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판별하는 일은 법과 제도를 고안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숙제이다. 요즘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변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예컨대 ‘예금’이란 은행 점포에 들어가 창구에 돈을 맡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통장을 교부받으며 필요하면 맡겼던 돈을 영업시간 내에 찾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그런데 점포가 없고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으며 영업시간도 제한 없는 은행이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가 새로운 형태의 은행을 더 편리하다고 느껴 선호하면서 법과 제도도 부지런히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예전에는 금융실명제에 따라 창구를 방문한 고객이 행원과 대면해 실명을 확인받아야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신분증 사본의 온라인 제출,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전달 시 확인, 기존 계좌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명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됨에 따라 대면 절차 없이도 원하는 때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험 역시 전형적인 계약 체결의 모습은 보험설계사를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가 생겨났다. 상법과 보험업법은 보험사에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설명을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한다는 취지로 보험계약자의 서명을 받게 했다. 심지어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이해하고 있는지 보험사가 전화해 확인하는 제도인 ‘해피콜’도 있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보험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두꺼운 책자였던 약관이 전자서적 형태로 대체되고 있고 보험계약자가 주도해 온라인으로 보험가입을 할 수 있는 비대면 보험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보험업법령이 개정돼 전자서명으로도 보험계약자의 확인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적은 온라인 보험은 해피콜을 생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계약자 보호를 위한 설명의무는 유지하되 그 확인방법은 기술 발달에 맞추어 바꾸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보험권에서 제도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사람인 경우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방식은 상법에 따라 아직도 ‘서면’으로 한정된다. 도덕적 해이 방지라는 목적은 중요하다. 그러나 전자서명이나 공인인증서 방식의 확인도 가능하고 홍채나 정맥 인식 등 본인의 동일성 여부를 더 정확히 인식할 수단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제도 혁신은 늦다. 지난 국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디지털 시대의 생활화에 걸맞게 우리의 사고도 변화하고 법과 규제도 적시에 혁신되길 기대해 본다.
  • [지금, 이 영화] ‘네루다’, ‘칠레 민중시인’의 망명… 그를 쫓는 비밀경찰

    [지금, 이 영화] ‘네루다’, ‘칠레 민중시인’의 망명… 그를 쫓는 비밀경찰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일 포스티노’다. “전 사랑에 빠졌어요. 치료약은 없어요. 치료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이런 대사를 외우고 있는 사람도 꽤 많을 것 같다. 그는 메타포로 가득 찬 세상의 시적 진실을 포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영화에서 네루다는 마리오와 교류하며, 그가 가진 시인으로서의 잠재성을 일깨워 준 선생으로 나온다. 하지만 ‘일 포스티노’는 실화가 아니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작품이다. 영화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네루다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가상의 캐릭터다.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만든 영화 ‘네루다’도 가상의 캐릭터가 나온다. 비밀경찰 오스카(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다. 그는 곤살레스 비델라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상원의원에서 지명수배자 신세로 전락한 네루다(루이스 그네코)를 체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오스카만 실존인물이 아닐 뿐, 네루다가 겪은 정치적 탄압과 도피는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다. 이때가 1948년, 네루다의 나이 마흔넷이었다. 그는 부인 델리아(메르세데스 모란)와 같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몸을 숨긴다. 그때부터 칠레의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했던 그들의 도망자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게 숨죽여 지낸 지 1년. 마침내 네루다는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네루다’는 바로 이 기간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를 끌어가는 기본 동력은 네루다의 은신과 오스카의 추적이다. 네루다가 과연 오스카에게 잡힐 것이냐, 아니면 무사히 탈출할 것이냐. 이 작품에는 분명 이와 같은 스릴러적 요소가 녹아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점점 다른 생각이 든다. 라라인 감독이 작품의 외피만 그렇게 꾸며 놓았다는 의심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오스카는 유능한 경찰인 것 같다. 그런데 네루다를 잡는 데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무능하다. 아니 어쩐지 그는 네루다를 뒤쫓는 일에 일부러 실패하는 듯 보인다. 술래잡기를 영원히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처럼. 그러니까 영화 제목은 ‘네루다’가 아니라 ‘네루다와 오스카’여야 하지 않았을까. 등장인물의 비중을 따져 봐도 그렇다. 이 작품에서 네루다와 오스카는 서로를 비추며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관객은 라라인 감독이 한 다음의 말을 곰곰 새길 필요가 있다. “영화가 끝날 때는, (네루다와 오스카가) 처음 시작했을 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네루다가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냈듯이 우리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네루다에 관한 영화라기보다는 ‘네루다식의 영화’일 수 있다. 아니, 혹은 그 두 가지 다 해당될 수도 있다. 우린 네루다가 읽고 싶어 했을 것 같은 그런 이야기를 창조했다.”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원불교 만든 ‘인간 소태산’의 더불어 삶

    원불교 만든 ‘인간 소태산’의 더불어 삶

    이윤택 연출… 기존 종교극과 차별화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의 삶을 그린 연극 ‘이 일을 어찌할꼬’가 다음달 4~7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 오른다. 원불교가 연출가 이윤택에게 제작을 의뢰해 완성된 독특한 서사극으로 눈길을 끈다.소태산 대종사는 일곱 살 무렵 구도 여정을 시작해 20여 년의 고행 끝에 1916년 깨달음을 얻었다. 홀로 진리를 깨쳐 ‘금강경’을 독파한 뒤 석가모니를 종교적 연원으로 정하게 됐다고 한다. 구한 말 간척사업을 벌여 굶주린 민중을 구제하고 일제의 압박이 극심해지던 시기 민족의 정신적 뿌리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개교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벌였던 원불교는 시인 겸 소설가인 김형수의 집필로 ‘소태산 평전’(문학동네)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12월 연극 제작을 의뢰받은 이윤택 연출가는 청소년기를 부산·울산교구 대신교당에서 보낸 원불교 교도로 유명하다. 이윤택 감독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에 의해 무대에 올려질 이번 연극은 종교극이 빠지기 쉬운 신격화, 신비주의를 지양한 채 평범함 속에서 비범하게 살아간 ‘인간 박중빈’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은 게 특징이다. 깨닫고 실천하며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살아간 대종사의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모습을 통해 온몸으로 난세를 거로질러 가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보여 준다. 작품은 소태산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를 개교한 대각을 중심으로 소태산의 생애를 전 2막으로 구성한다. 1막이 삶에 대한 한 소년의 의문이 어떻게 삶의 깨달음으로 이어지는가를 밝히는 수행편이라면, 2막은 난세를 관통하며 삶 속에서 깨달음을 실천하는 소태산의 생애를 보여 주는 교의편으로 구성된다. 식민지 시대 민족의 독립 자존을 꿈꾸는 토착 종교로 출발해 21세기 동시대 한국 사회에서 일상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원불교 성격에 맞게 다양한 한국적인 공연 양식들이 절묘하게 만난다. 원불교 측은 “기존 종교극과 차별되는 한 인간의 생생한 일대기인 동시에 성자란 어떤 존재인가를 구체적인 성찰과 감동으로 밝히는 연극”이라고 귀띔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난쏘공’ 무대 중림동 걷고 뛰는 명소 된다

    ‘난쏘공’ 무대 중림동 걷고 뛰는 명소 된다

    최근까지 서울역 고가 그늘에 가려 낙후됐던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중구 중림동이 보행과 역사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서울시는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로7017’과 만나는 첫 동네인 중림동 일대 50만㎡를 재생하는 ‘중림동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을 25일 발표했다. 일명 ‘손기정·남승룡 프로젝트’로, 2019년까지 178억원을 투입해 단계별로 사업을 진행한다. 중림동은 1960~70년대 서울역 주변이 산업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이 무허가 주택을 짓거나 세 들어 살면서 형성됐다. 소설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우리나라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를 기리는 ‘손기정 체육공원’을 마라톤 특화 공원이자 손기정·남승룡 선수 기념관으로 재정비한다. 그동안 이 시설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축구장, 독서실 등으로 사용돼 왔다. 손 선수를 부각하는 한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손 선수와 함께 출전해 동메달을 수상한 남승룡 선수도 선의의 경쟁자이자 훌륭한 조력자로 재조명한다. 공원에서는 두 선수와 관련된 전시, 디자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달리기 트랙도 만들어 마라톤의 성지로 만들 계획이다. 손기정 체육공원에서부터 한국 최초 양식 성당인 약현성당, 100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첫 수제화거리인 염천교 제화거리, 조선 후기 천주교 순교 역사를 담은 장소로 새 단장되는 서소문역사공원까지 1.5㎞ 구간을 역사문화탐방로로 조성, 서울로7017과 이어지는 관광명소로 만든다. 서울로7017 끝 지점인 서울역 서부 인근부터 충정로역까지 중림로 450m 구간을 걷기 좋은 보행문화거리로 연내 조성한다. 청파로변은 내년까지 낙후 환경 개선을 위한 소단위 맞춤형 정비계획을 세우고 성요셉아파트 앞 도로는 보행자우선도로로 조성, 문화예술 콘텐츠가 있는 ‘한국의 몽마르트르’로 만들 계획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중림동이 서울역 일대 중심지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정우 FNC와 재계약 “서로에 대한 신뢰 바탕” 차기작은 ‘흥부’

    정우 FNC와 재계약 “서로에 대한 신뢰 바탕” 차기작은 ‘흥부’

    배우 정우가 FNC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FNC 엔터테인먼트는 25일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배우 정우가 안정적인 연기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FNC와 정우가 재계약을 체결했음을 알렸다. 정우는 또래 배우 중 탄탄하고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중무장한 젊은 배우로, 주연으로 극을 이끈 드라마 ‘응답하라 1994’와 영화 ‘바람’, ‘히말라야’, ‘쎄씨봉’, ‘재심’ 등에서 섬세한 연기 내공을 발휘하며 작품 흥행과 연기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재심’에서 그는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이준영 역을 맡아 진정성 가득한 연기로 다시금 ‘믿고 보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한편 정우는 2018년 개봉 예정인 영화 ‘흥부’를 통해 첫 대작 사극에 도전한다. 잃어버린 형을 찾기 위해 대중소설을 쓰는 작가 ‘연흥부’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와 인간적인 매력으로 캐릭터를 표현할 예정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일본 문화 중심지서 만난 1700점 한국 문화재…누구나 찾는 ‘공동의 광장’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일본 문화 중심지서 만난 1700점 한국 문화재…누구나 찾는 ‘공동의 광장’

    언젠가 일본 교토에 가게 되면 반드시 방문하겠다고 마음먹은 장소가 있다. 고려미술관(高麗美術館)이다. 일본인들이 자부심을 갖는 ‘천년의 고도’ 교토에 우리나라 유물만을 모아 전시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그 미술관을 세운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슨 생각으로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았던 나라에 우리 문화재로 미술관을 세웠는지도 궁금했다. 5월 초 교토 여행길에 시간을 내어 이 미술관을 찾았다. 교토역 앞에서 시영버스 9번을 타고 교토 시내의 북동쪽 가모가와 중학교 앞에서 내리니 바로 ‘고려미술관’ 방향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뜩이나 조용한 교토의 주택가,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속에 새소리가 듣기 좋았다. 골목으로 접어들자 낯익은 우리의 돌담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우락부락하지만 맘결은 한없이 부드러울 것 같은 석인(石人)상이 반겨주듯 철문 양쪽에 지키고 서 있는 곳은 의심할 필요도 없는 고려미술관이다.일본 땅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미술관을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이나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등에 설치된 한국유물 전시실을 찾았을 때와는 감동의 질이 완전히 달랐다. 고려미술관은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 혹은 기업의 도움 없이 정조문(1918~1989)이라는 재일동포 실업가 한 사람의 집념과 열정으로 설립된 곳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유일한 한국역사유물 전문 미술관인 고려미술관은 소장품 전시뿐 아니라 연구실을 두고 소장품의 조사연구와 강좌, 일본 내 다른 미술관·박물관과 전시교류 등을 하면서 조선고고학 연구, 민속학도서 자료수집 및 연구자료 출간도 하고 있다. 정부 기관이 하지 못하는 일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해 나가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났다.●‘재일동포 실업가’ 정조문의 집념과 열정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왼쪽의 정원으로 들어가자 연둣빛 이끼가 가득 덮인 오층 석탑과 다양한 석인상 등 석물들이 5월의 햇살 아래서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고려시대의 것으로 고베 부농의 밭에 흩어져 방치되던 것을 발견한 정조문이 15년 동안 찾아다니고 설득해 2000만엔을 주고 손에 넣은 것이라고 한다. 수백년의 세월을 품고 일본 땅 위에 서 있는 석물들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관계를 생각하면 우리 문화재를 기반으로 하는 이 미술관이 1000여년에 걸쳐 일본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도시 교토에 자리잡았다는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고려미술관을 설립한 정조문은 경북 예천군 우망리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정건모)가 구한말 과거 급제 후 정삼품대부의 벼슬까지 한 관리여서 집안이 어려운 편은 아니었으나 37세에 낙마 사고로 별세한 뒤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더욱이 정조문이 태어나던 해에 아버지(정진국)가 상해로 가서 독립운동에 뛰어드는 바람에 가산은 거의 바닥이 났다. 6년 만인 1924년 상해에서 돌아온 정진국은 일본 경찰의 감시로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와 아내, 큰아들 귀문(당시 8세)과 둘째 조문(당시 6세)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교토에 터를 잡고 베 짜는 일을 시작했지만 경찰의 감시 속에 가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학교에 갈 엄두를 낼 수 없었던 정조문은 소학교 4학년에 겨우 편입해 3년을 공부했다. 그가 유일하게 받은 학교교육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아침저녁으로 신문을 배달하며 9살부터 다녔던 학교생활 3년간이다. ‘아야어여’도 모르는 나는 갑자기 소학교 4학년에 편입하였고 학우들을 따라가느라 고생했다. 1년이 지나 어려움은 사라졌지만 역사수업만큼 나를 괴롭힌 것은 없었다. 신라정벌, 조선정벌, 조선병합…. 역사에서 조선은 언제나 약한 입장이었다. 수업이 끝나자 못된 애들이 ‘조선 정벌이야!’ 하면서 나에게 돌을 던지며 때렸다. 그 무렵부터 내 가슴에는 역사에 대한 의문의 뿌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왜 조선은 늘 약할까?” 1937년 어머니마저 세상을 뜨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버지는 후처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정조문은 할머니, 동생들과 함께 오사카에 가서 부두 노동자가 됐다. 그러다 광복을 맞았다. 일본에 있던 한국인들은 귀국하거나 일본에서 다시 국적을 취득해야 했다. 그러나 몇 해 만에 조국이 분단되면서 남한의 민단과 북한의 조총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조문은 조국은 하나라며 어느 쪽도 취득하지 않고 ‘조선 국적자’로 남았다.●우연히 만난 조선백자의 매력과 상상초월 가치 오사카에서 어느 정도 돈을 모은 그는 교토로 가서 1951년부터 파친코 사업을 시작했다. 선술집, 초밥집, 찻집을 개업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가던 어느 날 교토 시내의 고미술상가를 지나다 ‘야나기’라는 고미술상 쇼윈도에 놓인 백자 항아리를 발견했다. 아무 장식도 없는 하얀 도자기가 지닌 고졸한 아름다움은 할머니와 어머니가 즐겨 입으시던 하얀 치마저고리를 떠오르게 했다. 빨려들 듯이 가게로 들어간 그는 상상 외로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 왜 그렇게 비싼지 물으니 조선 도자기의 가치에 비하면 싼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에서, 공사판에서 ‘조센징’이라고 놀림받고 따돌림받으면서 살아온 그에게는 그야말로 세상이 뒤바뀌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는 우리 문화재의 가치가 그렇게 높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고 한다. 1년간 할부로 도자기를 구입한 뒤 다짐했다. “문화재를 수집해 보자. 일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 미술관을 세우고 자신을 잃은 재일동포들에게 ‘조선의 자랑거리’를 보여 주자. ” 그는 재일동포와 자라나는 2세들이 이유 없이 멸시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하려면 문화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진품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본 전국의 고미술상을 찾아다니며 우리 문화재 수집에 온 힘을 다하는 한편 조선의 역사와 문화 연구 활동을 시작하며 비뚤어진 고대 한·일 관계사를 바로잡고자 했다. 형 정귀문과 도쿄에서 활동하는 재일작가 김달수와 함께 한·일 고대사에 관한 의문점들을 하나씩 풀어 보고자 교토대에 재직하고 있던 역사학자 우에다 마사아키를 찾아갔다. 우에다 교수는 저서 ‘귀화인’(歸化人·1965)을 통해 조선반도에서 고대 일본에 온 사람을 귀화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도래인(渡來人)이 맞다는 주장을 폈던 진보적인 학자였다. 우에다 교수는 비뚤어진 한·일 관계사를 바로잡는다는 뜻에 흔쾌히 동참했다. 사쓰마요를 만든 도래인 심수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작가 시바 료타로도 합류했다. 정조문은 일본인 지식인 및 학자들과 조선인 학자들의 공동 연구로 1969년부터 계간지 ‘일본 속의 조선문화’를 발간했다. 조선 고대사 연구에 일대 선풍을 일으킨 이 잡지는 1981년 50호 발간으로 휴간에 들어갈 때까지 한·일 역사학은 물론 조선 고대 불교학, 민속학, 풍속학, 고대 언어학 등에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잡지는 광고가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았다. 광고를 실으면 의미는 퇴색한다. 북측 기업광고가 게재되면 북측의 읽을거리가 되고 남측 기업광고가 실리면 남측의 잡지가 된다. 일본 기업은 당치도 않았다.●통일된 조국 꿈꾸며 미술관 이름 ‘고려’로 이런 정조문의 사고방식은 고려미술관 건립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미술관 이름을 한반도 최초의 통일왕조 이름을 따와 ‘고려’로 한 것은 남도, 북도 아닌 오직 통일된 조국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누구나 찾아와 선조들이 남긴 아름다운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는 ‘공동의 광장’을 그리며 그는 미술관 건립에 온 힘을 기울였다. 교토는 그에게 제2의 고향이기도 했지만 일본 문화의 중심지이며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그런 교토에 미술관을 지어 한국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다. 장소를 물색하다 여의치 않자 교토의 자택을 헐고 지하 1층, 지상 2층의 미술관을 지었다. ●교토 자택 헐고 미술관 지어… 1988년 10월 개관 1988년 10월 25일 고려미술관이 개관했다. 학교라고는 소학교 3년이 전부인 파친코 사업자가 백자 항아리와 운명적인 만남을 한 지 40여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그가 각고의 노력으로 일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되찾은 우리 문화재 1700점이 관람객을 맞았다. 소장품은 고분 부장품부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도자기, 회화, 나전 바둑판과 목가구 등 생활도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개관 후 1개월간 미술관 입구에서 늘 관람객을 맞았던 정조문은 개관 후 얼마 되지 않은 1988년 11월 미술관에서 쓰러져 1989년 2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0세였다. 장례 당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2000여명의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이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온 세계 사람들이 우리 조국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진정한 국제인이 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조선이나 한국의 풍토 속에서 성숙한 아름다움은 여기 일본에서도 언어, 사상, 이념을 넘어 이야기합니다. 부디 조용한 마음으로 그 흥취를 느껴 주시기 바랍니다.”(고려미술관 초대이사장 정조문, 고려미술관 리플릿 중) 운영은 어렵지만 고려미술관은 건재하다. 장남 정희두, 차남 정혜윤이 중심이 되어 공익재단법인 고려미술관을 유지관리하고 있고 장녀 정령희의 작은딸 이수혜가 미술관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외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가고 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사람이 곧 풍경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사람이 곧 풍경

    사람은 곧 풍경입니다.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몸으로 표현하는 기예를 볼 때면 세상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한 네 곳의 지역 명사 체험여행을 따라가 봤습니다. 여정 전체에서 길어올린 건 ‘흥의 발견’이었습니다. 틀에 갇힌 춤사위는 없었고, 악보 위에 박제된 음악 역시 없었습니다. 불의 마법을 이해한 도예가도, 300년 전의 맛을 기억하는 종부의 손도 그랬습니다. 이번 여정은 그러니까 사인사색의 풍경을 좇는 인문여행입니다.●인간문화재 하용부(경남 밀양)뼛속 깊은 ‘춤꾼 DNA’… 나비 같은 몸짓에 홀리다 기쁨을 아는 얼굴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희열을 길어올리지 못한다면 절대 지을 수 없는 표정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실없는 농담 섞어가며 강연을 진행했다. 그의 얼굴에선 무슨 일에서든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같은 대한민국 장년 남성의 전형적인 표정이 엿보였다. 한데 춤판이 열리면서 그의 얼굴은 완벽하게 변했다. 입가엔 옅은 웃음과 침울한 슬픔이 교차했고, 눈가엔 열락의 세계가 흐르는 듯했다. 어떻게 저리 쉽게 변할 수 있을까. 경남 밀양의 춤꾼 하용부 이야기다. 춤을 선보이기 전 그는 다소 장황하게 자신의 과거를 관객들에게 풀어냈다. 한데 솔직히 그리 재밌는 스토리는 아니다. 학창 시절에 껌 좀 씹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이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이가 어디 한둘일까. 그의 진가는 역시 몸짓에 있다. 몰아치다 늦추고, 주는 듯 빼앗아간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다루는 재주가 저랬을까 싶다. 하용부는 가만히 서 있어도 춤이 된다는 ‘전설의 명무’ 하보경의 손자다. 춤꾼의 DNA를 타고 났다. 5세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전통춤을 추기 시작해 여태 춤꾼의 계보를 잇고 있다. 나라 안팎을 오가며 우리 춤을 알리는 일도 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그의 공연은 밀양연극촌(055-355-2308)에서 열린다. 즉흥 춤 공연과 춤사위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거친 숨소리와 나비처럼 떨리는 손짓을 지근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춤을 배우는 시간도 흥겹다. 처음에 멀쑥해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저마다 흥의 세계로 빠져든다. 밀양은 한천의 고향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한천의 역사가 근 80년을 헤아린다. 제주 등에서 들여온 우뭇가사리를 겨우내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 양질의 한천으로 되살려 낸다. 한천테마파크(1577-6526)에 박물관, 기념품점, 한천 맛집 등이 들어차 있다.●아리랑박물관장 진용선(강원 정선)‘한류 원조’ 아리랑… 세계를 울린 역사에 놀라다 강원 정선의 아리랑 박물관에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 미국 장로교단에서 발행한 찬송가 229장(Christ, You Are the Fullness)은 우리 아리랑을 번안한 것이다. 유엔이 아프리카 나라들에 보급한 음악책 일부엔 아리랑이 담겨 있다. 엮음 아리랑은 요즘의 랩보다 수세기 앞서 빠른 비트의 음악을 실현했다. 이처럼 아리랑의 이면엔 우리가 모르는 역사가 무수히 숨어 있다. 이를 발견하게 하는 이가 진용선 아리랑 박물관장이다. 아리랑 박물관은 세계를 울린 아리랑 이야기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진 두 장을 제외한 전시물 모두가 진본이다. 진 관장이 젊은 날을 통째 바쳐 수집한 것들이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지은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The Living Reed) 역시 이곳에 있다. 아리랑을 담아낸 소설로, 평단으로부터 한국 외교관 100명이 할 일을 펄 벅 한 명이 해냈다는 극찬을 받았다는 책이다. 아리랑은 일본에도 수출됐다. 요즘으로 치자면 ‘한류의 원조’다. 1930년엔 고바야시 지오코란 여가수가 아리랑 앨범을 냈다. 앨범 재킷엔 ‘금색가면’이란 이름을 박았다. 차마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가명을 쓴 것이다. 요즘의 ‘복면가왕’인 셈이다.한국전쟁은 사람과 국토를 산산조각 냈지만, 역설적으로 아리랑이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위문 공연차 한국을 방문한 뮤지션들이 세계에 다양한 장르로 아리랑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진 관장이 거둔 결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들이 부르고 연주한 아리랑 음반을 찾아낸 것이다. 야전화장실에서 통역관의 아리랑 휘파람 소리를 듣고는 이를 재즈풍으로 재해석한 오스카 페티포드의 ‘아디동(아리랑) 블루스’, 종군기자가 기록한 아리랑 멜로디를 보고 편곡해 불렀다는 미국 여가수 엘리 윌리엄스의 ‘아디동’, 미국 포크 음악의 비조로 꼽히는 피트 시거의 ‘아리랑’ 앨범, 그리고 1970~80년대 폴 모리아 악단의 ‘아리랑’ 등과 만날 수 있다. 홍익여행사 등 몇몇 여행사에서 관련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정선아리랑열차를 타고 가는 상품이다. 진 관장의 강연을 듣고, 군립예술단의 공연을 보고, 정선 아리랑의 여러 가락들을 배울 수 있다.●재령 이씨 13대 종부 조귀분(경북 영양)종가의 300여년 손맛에 반하다 경북 영양엔 전설적인 요리서가 전해온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가의 레시피 ‘음식디미방’이다. 이름 그대로 경상도 양반가의 음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340년 전 석계종가의 1대 종부인 ‘여중군자’ 장계향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 “어두운 눈으로 등잔불을 밝혀가며 간신히” 썼다. 그런데 구슬이 서 말이라도 이를 꿸 사람이 있어야 보배가 될 터. 당대의 음식을 현재로 소환하는 이가 바로 석계 가문의 13대 종부인 조귀분 여사다. 종부에서 종부로 300년 넘게 이어져 온 손맛을 식탁 위에 펼쳐 놓는다.두들마을은 재령 이씨 집성촌이다. 이 마을 가운데 터를 잡은 석계종택에서 ‘음식디미방’ 속 요리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잡과편(떡의 일종) 등 비교적 손쉬운 음식들이 대상이다. 조 여사가 강연자로 나선다. 음식디미방의 레시피대로 만든 한상차림을 맛볼 수도 있다. 물론 값은 녹록하지 않다. 유물전시관과 두들마을의 고택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감동을 주는 건 조 여사와의 대담이다. 봉제사 접빈객(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맞는 일) 등 종부가 걸어온 삶의 뒤안길 이야기가 잔잔하고 재밌다. 그는 일행 중 한 명이 종부의 삶을 살아 보고 싶다고 하자 “종부 될 생각일랑 아예 말라”고 했다. 물론 힘든 종부의 삶에 빗댄 농담이니 오해 없길. 하기 싫다 말하면서도 그럴수록 더 꼼꼼하게 차려내는 이가 종부이니 말이다.●흑자 도예가 김시영(강원 홍천) 흙과 불의 연금술사, 黑에 빠지다 시종 겸손하면서도 구태여 자신의 가치를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그는 스스로를 불의 길을 개척한 이라 했고, 흙의 연금술사라고도 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그의 삶을 뒤따라가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김시영 작가는 국내에서 드문 흑자(黑磁) 명인이다. 말 그대로 검은빛의 도자기를 빚는 이다. 고려청자, 조선백자는 익숙하다. 한데 까만 도자기라니, 도무지 생경하다. 흰빛을 즐기는 우리네 정서에 비춰 보면 검은빛은 어둡고 묵직한 주제에 더 잘 어울린다. 백의민족이란 고전적인 수사와도 동떨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대학 시절 우연히 마주한 흑자는 이후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강렬했다.흑유(黑釉) 또는 흑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 널리 만들던 검은 도자기다. 흰빛을 즐겼던 조선시대에 맥이 끊겨서 그렇지 고려 때만 해도 청자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철분이 든 약토(유약)를 발라 굽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검은빛이 나온다. 더 중요한 건 불이다. 김 작가는 “흑자의 7할은 불”이라고 했다. 가마에서 얼마나 불에 노출시키느냐에 따라 오묘한 색채의 무늬가 자기에 침착된다. 이를 요변(窯變)이라 부른다. 김 작가는 그 불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부린다. 그가 흑자 재연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대학시절 태백산맥 종주 중 발견한 흑자 파편 때문이다. 이때 마주한 신비로운 검은색은 결국 그를 도예가의 길로 이끌게 된다. 강원 홍천의 ‘가평요’(033-434-2544)에 가면 다채로운 빛깔을 내는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만날 수 있는 전시장이다. 흑자를 계승하게 된 사연, 흙과 불의 조화에 따라 사뭇 다른 빛깔로 태어나는 흑자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다. 그의 두 딸도 도예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 작가 역시 서예가였던 아버지 옆에서 먹을 갈면서 검은빛에 동화됐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김 작가는 오는 8월 1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Trans: 흙, 쇠, 나무’전을 연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직관적인 그의 작품들과 만날 수 있다. angler@seoul.co.kr
  •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고통을 기억할 때, 치유는 시작된다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고통을 기억할 때, 치유는 시작된다

    가슴 아픈 뉴스를 잘 보지 못합니다. 특히 여리고 순전한 아이들을 어찌어찌했다는 학대 기사는 제목만 봐도 끔찍해서 피해 보려 애씁니다. 눈앞 장면처럼 어룽대는 잔상과 통증에 난감하게도 사무실에서도 울컥하곤 하거든요. 그래서일까요. 트라우마가 된 과거를 드잡이하듯 집요하게 붙들고 작품으로 복기해 내는 작가들이 유독 커 보입니다. 그들도 실은 형벌을 받듯 아파하면서 쓰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는 더더욱이요. 최근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울림이 컸습니다.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가치라고 믿는다”, “오월 광주의 시민들이 나눈 주먹밥과 헌혈이야말로 우리 자존의 역사”라는 대목에서 3년 전 이맘때 나온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포개졌습니다. 1980년 5월 광주, 그해 여름을 끝내 건너오지 못한 소년의 이야기는 치받아 오르는 감정에 여러 번 숨을 고르고 읽어야 했습니다. ‘읽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쓰는 건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는 말에 작가는 그러더군요. “살인 현장을 조사하는 프로파일러분이 직업 때문에 길을 가다가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바닷가에 가면 뛰어들고 싶다고 하는 인터뷰를 봤는데, 5·18 자료와 영상만 보다 보니 딱 그 상태가 되더라”고요. “인간이 너무 참혹해서 매일 눈물이 났는데 1년 반을 그렇게 보내니 벌을 받는 것 같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심장 가운데를 통과하듯’ 써야 했다고 했죠. 무참한 폭력 뒤로 밥을 나누고 망자를 흰 천으로 덮어 주는 ‘반짝이는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작가가 줄곧 품어 온 질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오월의 광주에서 인간은 생명을 맨 앞에 두고 예를 갖추고 싶어 하고 존엄을 지키려는 존재였다”는 작가의 말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수백 명의 목소리로 전쟁, 원전 사고 등 고통의 역사를 치밀하게 직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책 한 권 쓸 때마다 200~500명을 인터뷰한다는 그의 작품들은 ‘목소리 소설’로 불립니다. 그 저작들은 그에게 “다성악 같은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담았다”는 평과 함께 2015년 노벨문학상을 안겼죠. 최근 국내에 출간된 ‘아연 소년들’에서 그는 ‘사람이 양동이 반만큼의 살점으로 남는’ 전쟁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전하면서도 진저리치듯 고백합니다. “전쟁에 대해 쓰면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나를 지킬 힘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다 써 버렸다”고요. 그렇게 지독한 작업을 어떻게 40여년간 이어 왔을까요. “고통도 정보의 한 형태이고, 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입니다. 때문에 저는 계속해서 정보를 남길 겁니다.” 고요한 얼굴로 작가가 들려준 답입니다. 차마 바로 볼 수 없는 장면과 기억들은 불과 몇 년 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하게 쌓이고 있습니다. 아프고 힘든 게 싫어서 고개 돌리고 달아나려는 우리에게 이 작가들은 충언합니다. 고통을 되새기는 자리에서 치유가 시작된다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기억하는 데서 함부로 상처 난 삶이 복원된다고요.
  • 박경리 작가 동상 러시아 건립… 서울 푸시킨 동상에 화답 차원

    박경리 작가 동상 러시아 건립… 서울 푸시킨 동상에 화답 차원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의 동상이 올해 러시아에 세워진다.한국·러시아 간 민관 대화 채널인 한러대화(KRD)와 토지문화재단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에 러시아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 박경리 동상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상은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의 작품으로 2014년 이미 완성됐다. 청동으로 제작한 박경리 인물상과 마천석으로 만든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의 모형, 화강석 지대 등 세 부분으로 돼 있다. ‘토지’의 주무대인 경남 하동, 작가의 고향인 통영에 세워진 동상과 같고 지대 등에 적힌 언어만 다르다. 동상은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한국학과 건물 옆에 세워진다. 한러대화와 토지문화재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현재 미정)에 맞춰 동상을 건립하고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박경리 동상 건립은 한·러 문화외교사업의 일환이다. 러시아 작가동맹의 요청으로 한러대화가 2013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푸시킨 동상을 세워준 데 대한 화답의 성격을 띤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는 1897년 한국학과를 개설해 120년째 이어오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올해부터는 동양학부에 박경리 강좌를 열어 고려인 작가 박미하일이 번역해 지난해 펴낸 ‘토지’ 1부 1권과 이미 번역된 ‘김약국의 딸들’을 강의 교재로 쓰고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 ‘사방팔방’에 숨은 미래유산을 보다

    서울 ‘사방팔방’에 숨은 미래유산을 보다

    서울시청 앞에 늘 있는 ‘서울광장’은 언제 조성됐을까. 조선시대의 ‘광장’이었던 경복궁 앞 육조거리부터 시작된 서울 ‘광화문 광장’의 역사는 어떤 사연을 안고 있을까. 서울역 고가를 공중정원으로 재생한 ‘서울로7017’에서 돌아보는 1970년대 산업화 시대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일까. 한양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뛰어넘은 공간을 돌아보는 행사가 다시 마련됐다.서울신문은 서울시와 함께 서울의 주요 미래유산과 역사유적을 둘러보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를 오는 27일부터 시작한다. 시민이 참여하는 연중기획 행사로 27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진행한다. 올해 답사는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진행한다. 참가비는 무료다. 답사 프로그램인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는 서울시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서울의 기억을 담은 근현대 문화유산을 100년 후의 보물로 보존하는 미래유산 사업을 촘촘하게 시민들과 함께 둘러본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광장이나 서울로7017과 같은 장소나 시설뿐만 아니라 서적, 예술품, 시장, 골목, 기술, 음악, 경관, 소설, 시 등 유·무형의 모든 자산을 망라한다. 근현대 유산 보존을 통해 서울의 역사를 공부하고 현재를 알아가며 미래를 조망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가 있다. 2012년부터 5월 현재까지 서울시가 선정한 미래유산은 총 426건이다. 올해 답사의 핵심은 사방팔방(四方八方)이다. 서울의 사대문 안을 사방으로, 사대문 밖을 팔방으로 구분해 기원전 역사를 가진 ‘오래된 도시’ 서울 속에 숨은 미래유산을 13회 프로그램으로 훑는다. 또 다른 테마는 사계절이다. 도봉구 창포원(초여름 꽃파랑)~물색이 짙어지는 선유도(물파랑)~초록의 섬 서울숲(신록초록)~붉게 타오르는 정동길(초가을 단풍)~백제의 고향 올림픽공원(가을 은행노랑)~서울의 허파 남산(겨울 흰눈) 등 서울의 풍광까지 만끽할 수 있다. 어젠다 탐방도 투어의 백미다. 서울의 물길(한강, 청계천, 중랑천)과 서울의 근대(정동, 장충동)를 묶어 선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진 않지만 ‘우리 서울’의 뚜렷한 한 축을 이루는 무형유산은 서울의 문학1·2, 놀거리(홍대 일대)와 먹거리(종로 일대)라는 타이틀로 내놓는다. 야간탐방과 청소년용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서울로7017 등 야경이 좋은 곳을 3회에 걸쳐 돌아보고,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청소년을 위한 교육용 프로그램도 5회 진행한다. 해설과 진행, 자료발굴을 위해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소속 박사급 연구원 3명을 비롯해 모두 14명의 연구원이 투입된다. 해설은 노주석, 최서향, 정순희, 한세화, 박정아, 전혜경, 김미선, 김은선 연구원 등 8명이 나선다. 전담 자료조사에도 5명 연구원이 투입됐다.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 사람들이 살아 오면서 함께 만들어 온 공통의 기억과 감성이 세대 간 공유와 함께 새로운 문화를 견인하는 중심에 미래유산이 있다”면서 “이번 탐방을 통해 그 가치를 알아가고 보존의 중요성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청은 서울 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web/main/index.do).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라스’ 신동욱, 7년 만에 복귀한 모습 보니 ‘냉동인간?’

    ‘라스’ 신동욱, 7년 만에 복귀한 모습 보니 ‘냉동인간?’

    배우 신동욱이 7년 만에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다. 22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측은 오는 24일 방송되는 ‘지금은 서브시대! 2등이라 놀리지 말아요~’편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지난 2010년 군복무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은 이후 활동을 중단한 배우 신동욱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CRPS 진단 이후 치료를 받으며 꾸준히 글을 썼다. 최근에는 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를 발간하며 작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JTBC 예능 ‘말하는대로’에 출연한 신동욱은 예고 없이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한 쪽 손에 장갑을 끼고 출연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신동욱은 자신을 “우주최고 훈남”으로 소개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오랜 기간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만큼 다소 어색한 포즈로 보는 이들을 폭소하게 해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23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사진=네이버TV 동영상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장하연 작가, 두 번째 장편소설 ‘매니악’ 25일 출간

    장하연 작가, 두 번째 장편소설 ‘매니악’ 25일 출간

    온라인 상에서 큰 인기를 끈 소설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로맨스 소설을 즐기고 있다. 기존 소설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고 몰입도가 높은 것은 물론, 종이책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PC, 이북 리더기 등 다양한 매체로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로맨스 소설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지난 해 첫 장편소설인 ‘렛 잇 레인’으로 이름을 알린 장하연 작가도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야기를 당신과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 애틋하고 절절한 로맨스는 독자의 시선을 사로 잡은 바 있다. 오는 25일 출간하는 후속작 ‘매니악’은 거침없고 솔직한 표현으로 로맨스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삶을 지루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지후와 촌스러운 주치의 지수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혹은 설레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스24와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 인터넷 교보문고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작가 블로그에서 신작 출간 기념 사인본 증정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카고타자기, 임수정 드디어 고경표와 눈맞춤…마법의 시(詩) 화제

    시카고타자기, 임수정 드디어 고경표와 눈맞춤…마법의 시(詩) 화제

    지난 20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타자기’ 에 등장한 사랑의 시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방송된 ‘시카고타자기’에서는 설이 진오를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세주, 설, 진오가 한 자리에 모여 소설 공동집필을 위해 계약서를 함께 작성하는데, 세주가 이야기 도중 장례식장에 가게 됐고 진오와 설은 둘이 남아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때 설은 세주에게서 ‘늦어질 것 같다’는 문자를 받고 자신도 그만 돌아가려 하는데, 진오는 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시와 함께 설의 전생 이름을 간절하게 부른다. 진오의 애틋한 마음이 통했는지 그 순간 설은 진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고, 진오는 감격에 눈시울을 붉혔다. “장미가 피고 가슴이 설렐 때 / 지금 당신의 미소를 주십시오 /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면 / 지금 부르십시오 / 당신의 해가 저물면 / 노래를 부르기엔 너무 늦습니다 / 당신의 노래를 / 지금 부르십시오” 특히 이때 등장한 찰스 스펄전의 시(詩) ‘지금 하십시오’는 그의 절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명장면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해당 시는 만화가로 유명한 박광수가 전하는 시 모음집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2’에 수록된 시로, 방송 이후 ‘유진오 시’, ‘시카고타자기 시’, ‘고경표 시’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시집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편 어려운 시, 교과서에 실려 유명해진 시가 아니라 우리 삶의 모습과 감정을 가장 쉬운 언어로 노래한 시 100편을 엮어 펴낸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1,2권)’에서는 릴케 바이런, 칼릴 지브란과 같은 세계적인 시인부터 김사인, 김용택, 김선우와 같이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알쓸신잡’ 윤식당 후속 예능, 기념사진만 봐도 폭소 ‘아재 모임’

    ‘알쓸신잡’ 윤식당 후속 예능, 기념사진만 봐도 폭소 ‘아재 모임’

    tvN 새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 사전’(이하 ‘알쓸신잡’) 촬영 기념사진이 공개됐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22일 자신의 SNS에 “첫 촬영 마치고 잠자러 들어가기 전 기념사진 한 컷”이라며 “꿀빵 봉다리까지 들고. 단체여행 온 아재들 느낌이 풀풀”이라는 글과 함께 한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는 황씨와 함께 ‘알쓸신잡’에 출연하는 가수 유희열, 유시민 작가, 뇌과학자 정재승씨, 소설가 김영하씨가 한 식당 앞에서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윤식당’으로 성공을 거둔 나영석 PD의 차기작인 ‘알쓸신잡’은 사회과학, 문학, 뇌과학, 미식 등 다양한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함께 국내여행을 다니며 수준 높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유희열은 연예게 대표 입담가로 전문가들의 대화를 중재하고 조율하는 MC역할을 맡는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판자촌 출신 17세 家長 → 위기의 한국호 경제 사령탑으로

    상고 졸업 전 취업해 야간대학 15분 계획표… 입법·행시 합격 백혈병 장남 묻은 다음날 출근 “일자리로 계층 사다리 재건” 소신 서울 청계천의 무허가 판잣집을 전전하던 소년 가장이 40여년이 흘러 한국경제를 이끄는 실무 사령탑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동연(60) 아주대 총장이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성공 스토리를 쓴 김 후보자의 인생역정을 5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판자촌 소년가장 1968년 11세 소년 김동연은 아버지를 여의었다. 충북 음성에서 상경해 미곡 도매상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33살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 할머니, 동생 셋과 함께 청계천 7가 무허가 판자촌으로 쫓겨나듯 이사했다. 그마저도 2년 뒤 마을이 철거되면서 경기 광주, 성남으로 강제 이주했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가 된 곳이다. 김 후보자는 가난한 수재들이 많이 간 덕수상고에 진학했다. 졸업 전인 17세에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했다. 성과가 좋은데도 선임들에게 밀리기 일쑤였다. 은행에도 학벌이 존재했다.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우연히 은행 기숙사에서 옆방 선배가 쓰레기통에 버린 고시 관련 잡지를 읽었다.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야간대학(국제대)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고시 공부를 했다. 15분 단위로 짠 시간표대로 살았다. 1982년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그러나 당장 가족의 생계가 급했던 그는 공무원 출근 전날까지 은행에 다녔다. ●계층이동 사다리 ‘개천에서 나온 용’에 비유되는 김 후보자는 그동안 계층 이동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사회적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기면서 계층이 굳어지는 것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분 상승의 주요 수단이었던 교육이 오히려 신분과 부를 대물림하고 공고화하는 것을 특히 우려해 왔다. 김 후보자는 “없는 사람, 덜 배운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 사회적 이동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들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소득 불평등을 낮추고 사회적 이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철학’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선공후사(先公後私) 2013년 10월 10일 국무조정실장(장관) 시절 그는 원자력 발전 비리 종합대책을 TV 생중계로 발표했다. 백혈병을 앓다 끝내 하늘나라로 간 큰아들을 땅에 묻은 다음날이었다. 부고도 내지 않았고 부의금도 받지 않았다. 2년이 넘게 이어진 아들의 투병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포퓰리즘 파이터 2012년 4월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기재부는 여야 복지 공약의 소요 재원을 분석해 발표했다. 정치권의 예측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며 정면 비판을 가했다. 분석과 발표는 당시 재정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2차관이었던 김 후보자가 주도했다. 이 일로 기재부는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관 경고 조치를 받았다. 김 후보자는 “재벌가 손자에게까지 정부가 보육비를 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에 그는 최초의 ‘예산통’ 경제수장이 되었다. ●걸리버 여행기·레미제라블 김 후보자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능하다. 고전 완역본 거듭 읽기가 취미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특히 좋아한다. 부하 직원들이나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이 걸리버 여행기다. 인간 본성과 정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을 통해 배울 것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충북 음성(60)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건대 정책학 박사 ▲행정고시 26회 ▲경제기획원 예산실·경제기획국·대외경제조정실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과장·재정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국정과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시카고 타자기 임수정♥유아인, 전생 악연 극복한 키스 “이 생에 만난 이유”

    시카고 타자기 임수정♥유아인, 전생 악연 극복한 키스 “이 생에 만난 이유”

    ‘시카고 타자기’ 유아인과 임수정이 전생의 악연을 극복하고 눈물의 키스를 나눴다. 19일 방송된 tvN ‘시카고 타자기’에서는 전설(임수정 분)이 한세주(유아인 분)에게 전생을 털어놓는 모습이 그려졌다. 전설은 전생에서 자신이 총을 겨눈 사람이 한세주라는 것을 알고 슬픔에 빠졌다. 전설은 한세주에게 “그 소설 꼭 완성 해야해?”라고 물었다. 그는 엔딩이 불행하면 슬퍼질 것 같다며 위약금 이야기를 꺼냈고, 한세주는 위약금보다는 소설을 끝내기로 누군가와 약속을 했다고 털어놨다. 집으로 돌아온 한세주는 백태민(곽시양 분)에게 ‘인연’ 초고를 건넸다. 그는 “이제 내게 필요가 없어졌다. 이젠 분노를 동력으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본 유진오는 분노했다. 그는 “쉽게 용서해서는 안 된다. 기회는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백태민은 전생에서도 배신했다. 현생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당부했다. 특히 유진오는 전생이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단 하나는 똑똑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유진오가 똑똑히 기억하는 하나는 백태민이 전생에 일제의 밀정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백태민의 전생 이름은 허영민으로, 그는 의도적으로 신율(고경표 전생), 서휘영, 류수현(임수정 전생)에게 접근했다. 전설은 왕방울(전수경 분)에게 한세주의 관상을 봐달라고 했다. 왕방울은 “한세주는 죽음이 자주 들어올 팔자”라며 “이런 관상일수록 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고 알렸다. 이에 전설은 한세주에게 자신이 해가 될까 걱정했고, 동전 점으로 어떻게 할지 맡겼다. 결과는 ‘STOP’이었다. 결과가 나오자 전설은 한세주를 찾아가 “동전신께서 오늘 하루는 작가님과 실컷 놀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세주와 전설은 달콤한 데이트를 즐겼다. 짧은 데이트 후 전설은 한세주를 껴안으며 작별했다. 이후 전설은 백태민의 어시스턴트를 그만두고 떠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백태민은 전설을 찾아와 위협했다. 그는 “왜 사람을 무참하게 만드냐. 난 자존심도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까. 왜 사람 벌레 취급하는 거냐고, 니 까짓게 뭔데”라며 화를 냈다. 이때 한세주가 나타나 “오늘부터 내 어시스턴트야. 위약금 내 변호사한테 청구해”라며 전설을 태우고 떠났다. 전설은 한세주에게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었고, 한세주는 “오늘 당직이라더니, 거짓말이더라고. 휴직했더라고”라며 “당분간 어디로 떠난다고 했다는데, 소식 한 장 받은 게 없더라고”라고 반발했다. 이에 전설은 “내가 작가님을 죽인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한세주는 충격에 빠졌다. 그는 차에서 내린 전설을 붙잡았지만, 전설은 “내가 작가님이 죽을 뻔 한걸 이미 두 번이나 봤다고. 나랑 있으면 불행해질거야”라며 이별을 고했다. 이때 스토커의 여동생이자 백태민의 협박범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들었고, 한세주는 전설을 감싸며 쓰러졌다. 한세주는 머리를 땅에 부딪혀 가벼운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의식을 차린 한세주는 “우리가 만난 이유는 전생에 못 지켰으니까. 이번 생에 지키라고. 그리고 또 아마도 전생에 내가 널 사랑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닫았던 것 같다. 해방된 조국에서 마음껏 연애하라고. 죄 값이 아니다”라며 전설에게 키스했다. 한편 ‘시카고 타자기’는 매주 금, 토요일 밤 8시30분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서동욱의 파피루스] 피젯스피너, 너무 지친 인간과 단순 반복

    [서동욱의 파피루스] 피젯스피너, 너무 지친 인간과 단순 반복

    피젯스피너의 인기가 대단하다. 처음 봤을 때 카프카가 묘사한 장난감이 탄생한 줄 알았다. 카프카는 정체가 모호한 어떤 물건을 한 소설에서 소개한다. “그것은 우선 납작한 별 모양의 실타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형상의 물체가 예전에는 어떤 목적에 알맞은 모양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저 부서졌을 뿐이라고 믿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오드라데크는 유난히 움직임이 많아서 붙잡을 수 없다.”(이주동 옮김)피젯스피너가 꼭 이렇다. 납작하며, 별모양도 있고, 유난히 빨리 돈다. 피젯스피너도 저 오드라데크처럼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던 기계의 한 부속인지 별도의 사물인지 잘 판별이 안 된다. 한마디로 용도를 모른다. ‘용도도 없는 피젯스피너를 왜 사죠?’ 이런 질문이 지금 포털을 채운다. 이 물건의 용도에 대한 옹호도 있다. 주의력 결핍 치료용이라고도 한다. ‘초조하게 꼼지락거리다’라는 뜻의 피젯(Fidget)을 이름으로 가진 물건답게 불안감을 흡수하는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도 하며,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모두 확정적인 얘기는 아니다. ‘쓸모없다는 것’이 오히려 피젯스피너의 독창성 아닐까. 인간은 쓸모없는 행위를 좋아한다. 연필 돌리기, 각종 손장난. 이런 행위의 본질은 끝없는 ‘반복’이다. 이런 반복 행위를 상품에 투영한 것이 피젯스피너인데, 프로이트 역시 이런 장난감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가 관찰한 아이의 장난감은 피젯스피너처럼 도는 ‘실패’였다. 아이는 실을 잡고 실패를 굴려서 커튼 사이로 사라지게 하곤 ‘가버렸다’는 뜻으로 ‘포르트’(fort)라고 웅얼거렸다. 그다음 실을 당겨 실패가 나타나면 ‘저기 있다’는 뜻으로 ‘다’(Da)라고 하며 기뻐했다. 이 놀이는 반복적으로 계속되며, 아이는 뭔가를 매번 회복하는 듯한 반복 속에서 만족을 찾았다. 반복은 무상하다. 행위가 뭔가를 성취한다면 반복이 있을 수 없고 행위는 종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런 무상한 반복을 좋아한다. 어느 휴양 호텔에서는 밤이면 연못에 개구리 소리를 틀어 놓는다. 개굴개굴 단순한 울음이 끝없이 반복되는데, 그 끝에 어떤 완성을 기다리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개구리울음의 반복 자체를 그냥 좋아하고 만족을 얻을 뿐이다. 사실 목적을 향한 전진이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가. 전진에서는 반복이란 낭비일 뿐이다. 직장에서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이는 낙오되며 다른 사람이건 자기 자신이건 극복하면서 목적을 향해 앞으로 전진하는 이가 칭찬받는다. 이 피곤한 전진은 발전이란 이름 아래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가. 근본적으로 인간은 목적을 향한 전진이 아니라 무상한 삶, 무위의 삶을 희구한다. 사전은 무위를 ‘이룸이 없음’으로, 무상을 ‘행위에 대한 대가 없음’으로 정의한다.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이루려 하지 않고, 대가를 예측하고 행위하지 않는 것이 무위, 무상의 삶이다. 한 기업 임원이 자신의 노동 이유는 은퇴 후 쉬는 삶 때문이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인간은 왜 목적을 향해 조직의 부속품처럼 노동하는가. 더는 목적에 종속된 수단처럼 되지 않고 쉬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다. 왕부터 노예까지 원하는 이 삶은 ‘안식’이라 불려 왔고, 종교의 지향점마저 이런, 더는 목적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대가를 얻으려고 안달복달하지 않는 무상, 무위의 삶이었다. 바울이 ‘히브리서’에서 말한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일을 마치고 쉬신 것처럼 하느님의 안식처에 들어간 이도 그의 일손을 멈추고 쉬는 것입니다.” 목적을 향해 노동하지 않는 것, 일을 않는 게 구원이다. 목적을 위해 더는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이 쉬는 삶의 지속이란 결국 무상, 무위의 반복 외에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삶은 일하고 전진하고 발전하느라 저 위대한 무상, 무위를 잃어버렸다. 쿤데라는 바로 무위의 반복을 잃은 이 전진이 인간의 불행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맴돌지 않고 직선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왜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가 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반복을 갈구하는 소망이기 때문이다.” 무상한 반복을 갈구하는 소망, 휴식하고 싶은 소망. 피젯스피너는 바로 이 소망을 가리켜 보이는 무상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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