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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찾는 슈뢰더… ‘日 사죄 필요’ 언급할 듯

    위안부 찾는 슈뢰더… ‘日 사죄 필요’ 언급할 듯

    경기 광주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은 10일 한국을 방문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가 11일 나눔의 집을 찾아 야외 추모비 참배와 위안부 역사관을 둘러보고 기부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슈뢰더 전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이자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가해국 일본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죄 필요성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나눔의 집에 전쟁 피해자인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 사진 액자와 1000만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나눔의 집은 슈뢰더 전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자 김순덕(2004년 별세) 할머니가 그린 ‘끌려감’과 피해자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을 주제로 만든 영문소설 ‘터치 미 낫’ 등을 전달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미술] ●‘붓질’전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며 각기 다른 내용과 형식의 회화작업을 하는 작가 네 명이 붓질로 그려낸 작품을 선보인다. 이명훈, 이예희, 정석우, 최영빈(작품)의 작업을 통해 강렬하고 역동적인 붓질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팔레드서울. (02)730-7707. ●내일의 미술가들 2017 개관 1주년을 맞은 신생 공립미술관인 청주시립미술관이 올해부터 시작하는 연례 기획전. 앞날이 기대되는 젊은 작가들에게 주목하는 전시로 김경섭, 김윤섭, 노경민, 배윤환, 애나한, 정진희 등 6명을 초대해 기량을 선보인다. 10월 9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043)201-2650.[대중음악] ●원미연을 원(one)하다 가수 원미연이 8년 만에 신곡 ‘소리질러’를 발표하고 갖는 단독 공연이다. 1985년 대학가요제에 입상하며 데뷔한 원미연은 1집의 ‘혼자이고 싶어요’와 2집의 ‘이별여행’으로 사랑받았다. 15일 오후 8시, 16일 오후 4시·7시 30분, 서울 마포구 하나투어 브이홀. 4만 4000~5만 5000원. (02)2279-6581.[뮤지컬] ●뮤지컬 ‘쿵짝’ 한국을 대표하는 단편소설인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김유정의 ‘동백꽃’,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한정무의 ‘꿈에 본 내 고향’, 봉봉사중창단의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 등 1930~50년대 가요들을 편곡해 엮었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 4만원. (02)744-4331. [국악] ●서울시청소년국악단 ‘청춘가악’ 젊은 국악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알리는 무대로, 이번 공연에서는 세계사물놀이대회 대통령상 수상팀 ‘천지’, 대금과 소금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육지용, 모던하고 트렌디한 공연으로 주목받는 소리꾼 공미연 등 차세대 스타들이 서울시청소년국악단과 협연한다. 16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3만~4만원. (02)399-1000.
  • [서울광장] 사다리, 문 대통령의 목엣가시/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다리, 문 대통령의 목엣가시/황수정 논설위원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하려던 대학 입시안은 없던 일이 됐다. 아니, 교육부가 일단은 한 해만 미뤄 보자며 발을 뺐다. 한 수 물러 달라는 통사정이야 없었다. 하지만 거의 그런 셈이다. 서울 톨게이트를 한 번 빠져나가면 뜯어말려도 유턴 없이 부산까지 달리겠다는 운전 미숙, 고집불통은 주변을 골병 들인다. 졸속 입시안에 삿대질은 거셌어도 접어 줄 대목은 하나 있다. 백방으로 계산기를 두드린 다음의 과감한 손절매. 어떤 용기라 해 두자. 이즈음 주목받는 해외 베스트셀러 한 권이 있다. 미국에서 날아온 ‘힐빌리의 노래’다. 가난과 소외에 찌든 백인 하층민(힐빌리)인 저자가 명문 로스쿨을 나와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의 소설 같은 회고담. 그러니까 미국판 ‘개천 용’의 이야기다. 무명의 저자는 겨우 서른한 살이다. 일자리도 희망도 씨가 마른 퇴락한 철광 도시가 고향이다. “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고 운 나쁘면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죽는 동네”에서 통계적으로는 용이 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용이 된 청년은 “소외된 사람들의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분 상승은 어떤 느낌인지” 생생한 고발장을 던졌다. 베스트셀러의 배경은 선명하다. 가진 이들은 청춘의 용기가 흥미로웠을 것이다. 덜 가진 대부분의 독자들은 교육을 거쳐 개천을 벗어난 알고리즘이 눈물 나게 궁금했을 것이다. 책을 단숨에 읽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서다. 책 이야기는 이쯤 하자. 수능 절대평가를 극구 반대한 여론은 밑바탕에 불공정 입시의 불신과 앙금을 깔고 있다. 해마다 확대일로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보통 학부모들의 불만은 상상 이상이다. 절대평가로 시험 변별력이 떨어지면 학종의 비중은 그만큼 더 커진다. 감쪽같이 포장된 학생부로 며느리도 모르게 합격하는 요지경 학종 전형에 알레르기 반응들이 심각하다. 부모 경제력이 입시의 한 축이 된다는 것은 무너지는 계층 사다리의 이야기다. 학종은 망가지는 ‘사다리’의 문제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번 입시안이 핵심 공약이었다. 예상 밖의 유예 결단은 지지율 자신감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박수 속에서는 무대 스텝이 잠시 꼬였다고 초조해지지 않는다. 이런 여유가 있을 때 청와대는 내친김에 집중할 숙제가 있다. 나사못이 빠져 도무지 발을 올릴 수 없게 된 사다리를 손보는 작업이다. 그 상징은 로스쿨 개혁이다. 금수저 학종을 근본부터 고치겠다는 의지라면 가능하다. 절대평가가 진보와 보수의 문제였다면 정부는 굳이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 진영 논리를 벗어난 여론은 파괴력이 무섭다. 직속기구로 만들어 직접 교육개혁을 하겠다던 국가교육회의의 의장직을 문 대통령이 슬그머니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교육 사다리를 둘러싼 갈등은 좀체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법하다. 로스쿨 개혁은 그럴수록 정면 돌파할 문제다. 사법시험은 폐지됐어도 법조인 진출 창구를 누구에게나 열어 달라는 요구는 식지 않고 뜨겁다. 금수저 학종 논란 와중에 성토는 더 높아졌다. 대선 공약인 특목·자사고 폐지만 하더라도 취지가 교육 기회의 균등한 보장이다. ‘돈스쿨’의 오명과 음서제의 불신을 털지 못하는 로스쿨은 그런데도 일관되게 개혁의 범주 바깥에 있다. 앞뒤 안 맞는 모순이다. 문 대통령은 노량진 학원가의 대선 유세에서 청년 공시생들에게 “로스쿨을 만든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정책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궁색했던 논리를 바꿔야 한다. 뒤집지 않아도 고칠 수는 있다. 그것은 진보의 자기 부정이 아니다. 진보의 가치를 확장하는 용기다. 대국민보고대회에서 문 대통령은 “댓글 제안 등 직접 민주주의를 국민이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 집단지성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학종과 로스쿨로 무너지는 사다리에 댓글들이 얼마나 좌절하는지, 잠 안 오는 밤에 꼭 한 번 살피시라. 부러진 교육 사다리는 문 대통령의 목엣가시다. 한때 자기 확신으로 삼킨 ‘원죄’ 때문에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목엣가시. 그 가시를 빼야 한다. 농담에서나 나올, 국민 팔할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라면. 흥행 답례는 최소한의 예의다. sjh@seoul.co.kr
  • [서동욱의 파피루스]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

    [서동욱의 파피루스]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

    우리는 늘 해답을 가지고 싶어 안달이다.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해답,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해답 등등. 우리는 이런 해답을 향한 편리한 최단 거리에 목말라 한다. 그래서 옆 사람이 만들어 놓은 답을 슬쩍 가져다 써 본다. 남의 공부 방법을 모방해 보기도 하고, 각종 노하우를 수집해 보기도 한다.그런데 ‘이것이 정답’이라고 남들이 자랑하는 게 내 경우엔 잘 적용되지 않는다. 도무지 왜 정답이라고 하는지조차 이해되지 않는다. ‘해답’을 주제로 한 소설이 있다. 개그를 우주적 차원의 교향시처럼 읊고, 터무니없음이 대단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인 걸작이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다. 이 작품의 골격을 이루는 이야기가 바로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다. 아득한 옛날 우주에서 두 번째로 똑똑한 컴퓨터인 ‘깊은 생각’에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컴퓨터는 750만년 동안 연산한 뒤 답을 주면서 답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답은 ‘42’. 사십이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라는 것이다. 해답은 얻었지만 도무지 왜 42가 해답인지 이해할 수 없다. 컴퓨터는 말한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제대로 된 질문을 찾기 위해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데, 그 컴퓨터가 바로 ‘지구’다. 해답이 아닌 질문을 찾기 위한 컴퓨터인 지구는 오랜 세월 그 질문을 연산해 내고 마침내 출력 직전에 도달한다. 지구는 과연 제대로 된 질문에 도달했을까? 소설을 직접 읽어 보며 확인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함구하겠다. 이 이야기는 제대로 된 질문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설령 해답이 주어지더라도 그것은 호두알처럼 꼭 닫힌 채 우리의 이해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늘 성급하다. 그래서 남이 찾은 답안을 빌려다 빨리 사용해 보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성공적인 사업의 해답, 공부의 해답을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그런데 남들이 찾아낸 해답이 자기 자신에게도 꼭 맞던가? 얼마간 참고는 될지 몰라도 결코 자신을 위한 해답은 되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해답이란 그 해답을 얻어 낸 질문과 뗄 수 없이 연결돼 있으며, 따라서 활짝 핀 꽃송이를 꺾어 가지듯 해답만을 똑 따낼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해답이란 문제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결과다.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해답의 범위와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는 각자가 앓는 저만의 질병처럼 각자의 삶으로부터만 피어 오른다. 가령 프랑스 작가 클로드 시몽은 자신의 문체에 대한 고민에 빠졌을 때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접하고서 어떻게 문체를 구사해야 하는지 해답을 찾았다. 포크너의 소설은 클로드 시몽 이전에도 읽혔고 그 이후에도 읽히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던 시몽에게만 해답이 돼 주었던 것이다. 러시아 민요는 많은 사람의 귀에 울려 퍼졌지만, 교향곡을 작곡하며 악상에 대한 고민에 빠졌던 베토벤에게만 해답이 돼 민요조의 분위기를 지닌 7번 교향곡의 4악장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해답은 널려 있지만, 제대로 된 문제를 가진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라 아무런 문제의식 없는 빈털터리가 그것을 집어 들면 그저 돌멩이, 아니면 영문 모를 ‘42’라는 숫자로만 나타난다. 소설로 돌아가 보자.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 문제이기나 한 것인가? 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문제는 모든 것을 노력 없이 단번에 알아내겠다는 미련한 욕심의 표현에 불과하다. 마치 전혀 공부하지 않은 젊은이가 침대에 빈둥거리며 누워 내일 시험에서 100점 맞을 궁리를 하는 것처럼. 저 질문의 정답은 확실히 42이다. 그러나 질문을 자신의 삶에서 절실하게 피워 내지 못한 이에게 질문은 추상적인 남의 질문이며, 따라서 해답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저 거대한 문제가 제대로 된 질문의 모습이 되기 위해선, 의미심장하게도 지구라는 컴퓨터가 자신의 장구한 전 역사를 조금도 건너뛰지 않고 하나하나 몸소 체험해야 했던 것이다.
  • 내 가족과 이웃에게 나는 익숙한 존재일까

    내 가족과 이웃에게 나는 익숙한 존재일까

    타인에 대한 믿음이 불가능해진 사회 모른다는 사실 인정이 ‘관계’ 첫걸음 모르는 사람들/이승우 지음/문학동네/248쪽/1만 3000원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이것은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하다.”(21쪽 ‘모르는 사람’)잘 알지도 못하면서 때때로 우리는 타인을 잘 안다고 믿는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나와 타인의 간극을 좁힐 수 없는 한 우리는 영영 그의 진심에 가닿을 수 없을 터다. 그래서 우리는 남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오해하며 산다. 신과 인간, 죄와 죄의식, 구원과 초월 등 생의 근원적인 문제를 심도 깊게 다뤄 온 소설가 이승우가 이번에는 타인에 대한 무지와 그로 인한 관계의 피상성, 타인에 대한 믿음을 불가능하게 하는 세상의 면면을 짚어냈다. 2014년 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발표한 8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에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타인에 대해 무지하거나 타인을 불신한다. 자신이 태어났다는 M시에 근무한 뒤 30여년 전 부모가 결혼하고, 자신이 유복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복숭아 향기), 자신과 한국 이름이 같은 말레이시아인 찰스가 자신의 삶을 파고드는 게 신경 쓰이는 대학교수 김철수(찰스),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매일 밤 자신의 집 근처를 배회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의심하는 그녀(넘어가지 않습니다) 등 타인을 이해하는 것의 난해함과 고단함을 깨닫는 군상들의 내면을 작가는 깊숙이 들여다본다. 특히 타인이라고 하기엔 오랜 시간 살을 부비며 살아온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오해를 마주한 순간 화자들은 아연해지고 만다. ‘모르는 사람’에서 ‘나’의 아버지는 11년 전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러시아 국적 보잉 747 비행기가 유럽의 한 도시에 추락한 날이다. 어머니는 그날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그 항공기에 타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또 탑승자 명단에서 아버지 회사 광고 모델로 출연한 한 여배우의 이름을 본 어머니는 비논리적인 이유를 붙여 아버지의 부재를 단정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고는 11년 만에 뜻밖의 장소인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들려온다. 낯선 이에게 듣는 아버지의 지난 11년은 믿기 어려운 일들로 가득하다. 아버지는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자 ‘가장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저 허망할 뿐이다.‘강의’에서 나는 아버지가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렸던 ‘금융 백화점’에서 그가 돈 때문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게 된다. 평소 아들인 자신에게 생활의 결핍이나 부족함을 느끼게 한 적이 없었던 아버지는 사실 퇴직금을 담보로 퇴직금보다 많은 돈을 빌리면서 가정을 지탱하고 있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오자 아버지는 ‘이젠 지쳤다’라는 말과 함께 숨을 거뒀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와 어머니는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으로 그의 형편을 알아채지 못한 자신들의 무신경함을 대신한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투명해 보이던 아버지야말로 우리가 가장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말이다. 작품 속 화자들은 타인에 대해 자신이 지닌 기억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이내 자신 역시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과거의 기억을 돌이키며 자신을 내내 반성하는 작품 속 화자들은 결국 작가 자신이자 우리 모두일 터다. ‘모르는 사람들’은 ‘끝내 우리는 상대방을 알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우친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타인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또 다른 첫걸음이라는 사실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16개국어 정복 비결? 스스로 언어 천재라고 믿으라

    16개국어 정복 비결? 스스로 언어 천재라고 믿으라

    언어 공부/롬브 커토 지음/신견식 옮김/바다출판사/280쪽/1만5000원 언어 전공자도 아니고 유학 경험도 없으면서 16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게 가능할까. 헝가리 출신의 통역사 롬브 커토(1909~2003)는 심지어 언어적 재능이 없어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외국어 능력이 점점 중시되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인들의 귀가 솔깃해진다.저자가 외국어를 공부한 1900년대는 지금처럼 체계적인 학습법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다. 어릴 적 외국어에 관심은 많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던 그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취업 진로를 정하면서 영어 가르치는 일을 선택한 그는 학생들보다 겨우 몇 주 앞선 실력으로 수업을 이어 나간다. 하지만 이때를 시작으로 프랑스어, 러시아어, 독일어, 중국어, 루마니아어, 덴마크어, 일본어 등 16개국 언어를 차츰 정복해 나가기 시작한다. 저자는 독학으로 언어를 깨친 원리를 나라별 문화적 특성과 비교해 가며 꼼꼼하게 전수한다. 그가 들려주는 공부법은 시대가 지난 지금도 깊은 통찰력을 준다. 1943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그는 헝가리어 사전과 러시아 소설을 한 페이지씩 제본한 책을 공습 대피소에서 읽으며 러시아 군인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고민한다. 2년 뒤 전쟁이 끝나자 그는 용감하게도 러시아어 통역사를 자처했다. 한번은 중국어 통역으로 나섰다가 북경어가 아닌 광둥어를 쓰는 상대를 만나 한자로 쪽지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 나간 일도 있다. 새로운 언어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사전을 사서 글자 읽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절대 단어를 외우려 하지 말고 낱말 퍼즐을 풀듯 훑어보면서 언어의 규칙을 이해하라는 것이다. 새 언어에 대한 시식(試食)이 끝나면 교재와 문학 작품을 사서 읽는다. 그리고 라디오와 뉴스 방송을 들으며 발음을 가다듬는다. 이런 식으로 언어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은 매우 놀랍고 유기적이다. 다만 이 책의 학습법이 성공하려면 언어적 재능은 없을지라도 언어에 미친 열정과 낙천적 성격을 갖춰야 한다. 88세에도 히브리어에 도전할 정도로 ‘언어 애호가’였던 저자의 언어 공부 십계명 가운데 마지막은 ‘스스로 언어 천재라고 굳게 믿으라’였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설] 소년법 개정 앞서 교화 허점 먼저 살펴라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은 학부모들에게만 끔찍한 게 아니다. 겨우 열네 살 소녀들이 또래 친구를 무릎 꿇려 피투성이로 만드는 장면은 그대로 잔혹 영화의 한 대목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청소년보호법을 폐지하라는 청원이 사흘 만에 20만건을 넘겼다. 그럴 만하다. 인천 10대 소녀의 초등생 살해 사건은 엽기 소설의 소재로도 끔찍했다. 그 충격에서도 헤어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온 사회가 충격에 빠져 당장 소년법 개정 문제를 입에 올리고 있다. 그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거나 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 자리였으나 소년 범죄 관련 규정의 개정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으로도 관련 논의가 불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민 법 감정에 맞게 법 개정 논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행 형법은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 가해자에게는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고 있다. 또 소년법은 만 18세까지는 최대 형량을 20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미성년자에게는 형을 완화해 교화의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그 취지가 무색하다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소년법 적용 나이를 낮춰 미성년자의 강력 범죄 처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소년법을 아예 폐지하자는 격앙된 여론도 있다. 국회에서는 이에 부응해 형사 미성년 기준을 낮추고 소년법을 개정하는 법안이 즉각 발의됐다. 하지만 소년법 개정 요구가 빗발쳤다고 댓바람에 실행에 옮기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다. 물론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의 억울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전체 청소년에게 적용하는 법 제도를 이렇듯 감정적으로 처리해서는 위험하다는 우려 또한 많다. 엄벌주의가 범죄 감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도 없다. 일부를 전체의 문제로 몰아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걱정이 많다. 학폭법이 제정됐다고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았다. 교화와 훈육 과정은 사라지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에 낙인찍힌 청소년들이 새로운 학교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각성은 없이 소년법 개정부터 들고나오는 것 자체가 일면 부끄럽다. 미성년 잔혹 범죄가 방치된 학교 밖 청소년들의 문제는 아닌지 현실을 심각하게 되짚어 보는 게 순서다. 보호관찰관 한 명이 130명의 소년범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청소년 교화가 시늉뿐이었다면 기존 정책 운용의 허점을 보완하는 논의부터 해야 한다. 소년법은 그런 다음에 백번 천번 고민해서 손봐야 할 문제다.
  • ‘연극이 끝난 뒤’ 詩 들으며 떠나다

    ‘연극이 끝난 뒤’ 詩 들으며 떠나다

    고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세상과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고인의 영결식이 열린 7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은 분노 섞인 울음과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영결식에는 연세대 13학번 제자의 트럼펫 연주곡 ‘대니 보이’가 울려 퍼졌다. 마 전 교수의 제자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추도사에서 “선생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도 선생님의 사고방식과 자유로움, 해박함에는 고개를 숙였던 것을 기억한다”면서 “선생님은 늘 가면을 벗을 솔직함을 강조했고, 그렇게 살아 오셨다”고 눈물지었다. 마 전 교수의 제자이자 마 전 교수가 필화를 겪게 한 그의 소설 ‘즐거운 사라’ 영화 제작을 추진했던 임장미 감독은 “(마 전 교수의 죽음은)사회적 타살”이라면서 “답답한 대한민국의 위선과 가식을 벗어던진 순수한 영혼이었던 사람을 감옥에 가둔 이 사회를 용서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영결식에도 문학계 인사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 당시 책을 낸 출판사 청하의 편집위원으로 고인 구명운동을 벌였던 하재봉 시인과 소설가 하일지, 김별아 정도가 눈에 띄었다. 다른 참석자들은 대부분 가족과 지인들, 그가 가르쳤던 1980년대 제자들이었다. 마 전 교수의 고교 동창이자 최근까지 가깝게 지냈던 심강일(67)씨는 마 전 교수의 생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의 시 ‘연극이 끝난 뒤’를 추도시로 낭송하며 친구를 떠나보냈다.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나요/ 잊혀질 것을 두려워하나요/ 아 어차피 인생은 연극인 것을/ 우리의 그 마지막 대사를/ 다시 한 번 외어 보아요/ 그래, 정말 보람이 있었수?”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9월 모평, 수능 공략 가늠자

    9월 모평, 수능 공략 가늠자

    국어-EBS 해설지·독서지문 완벽 이해를 영어-등급선과 격차에 따라 전략 다르게 지난 6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는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1월 수능 출제 방향과 난이도를 예측할 수 있고, 수시·정시모집 전략을 짜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입시전문가들은 7일 이번 모의평가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수시모집 지원 전략을 짜는 데 활용하고, 수능까지 남은 70일 어느 영역에 비중을 두고 공부할지를 고려하라는 뜻이다.●수학 가 어려울 듯… 나형은 정형화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 가장 어려웠던 영역은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이었다는 게 입시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수능보다도 어렵고, 최근 몇 년 가운데 가장 어려웠다는 평을 들었던 올해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와 관련, “자신이 틀린 문제들을 우선 분석해 보고 학습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점별로 봤을 때 오답이 주로 4점에 몰려 있는 경우라면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췄다는 뜻이므로 남은 기간 실전모의고사 문제유형 위주로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나형은 지난해 수능에서부터 최근에 시행한 모의평가에 이르기까지 난이도, 문제 출제 패턴이 거의 정형화되고 있다. 우 연구원은 “새로운 심화 모의고사 문항보다 단원별로 난이도가 다른 문제들을 푸는 방식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국어 영역은 남은 기간 EBS 연계 교재 학습에 비중을 두는 게 좋다. 문학 부문 가운데 현대시와 고전시가는 EBS 교재에 수록된 형태로 출제된다. 현대소설과 고전소설 역시 EBS 교재 위주로 나온다. 정답 해설지에 게재된 줄거리와 작품해설, 주제 등을 확인해 두도록 한다. 독서 부문은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출제하지 않고 변형해 출제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문 내용부터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게 효과적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무작정 암기하는 것보다 인터넷 검색이나 학교에서 받은 별도 자료를 통해 폭넓고 심도 있게 공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영어 영역은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바뀐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9월 모의평가의 원점수가 10점 단위 등급 구분 점수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고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영어 원점수가 89점, 78점이라면 한두 문제를 더 맞히면 등급이 바뀔 수 있다. 이에 따라 좀더 시간을 투자해 등급을 올리도록 한다. 다만 영어 원점수가 85점, 74점처럼 등급 구분 점수 범위에서 중간 점수라면 수능에서도 현재 등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므로, 다른 과목 공부에 비중을 두는 게 좋다. ●수능 등급 탈락 많은 곳 ‘적극 공략’ 9월 모의평가 이후 사흘 뒤부터 수시모집이 시행된다. 우선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여부를 따져보고, 반영 영역 및 최저 등급 기준을 그룹별로 묶고 나서 그룹별로 지원 대학과 학과를 분류하면 어떤 영역에서 얼마나 성적을 더 올려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학습의 효율성도 이에 따라 높아진다. 수능에 자신이 있는 수험생이라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에 맞는 상향 전략을 세워 보는 것도 좋다. 예컨대 2개 수능 등급 합 4를 요구하거나, 3개 등급 합 5를 요구하는 대학 등은 실제로 수능 이후 탈락자가 의외로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과 성적이나 논술 성적 등이 약간 부족하더라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만족할 수 있거나, 수능에서 성적 향상을 자신하는 수험생은 이런 대학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나아가 정시모집도 고려하는 게 좋다. 대학별로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이 달라 모든 영역을 고르게 학습하기보다 목표 대학의 수능 반영 방법에 따라 수능 영역별 학습 비중을 달리하는 게 좋다. 특히 대학 내 모집 학과별로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이 다른 경우도 많다. 목표 대학과 지원 가능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을 꼼꼼히 살펴 우선순위를 염두에 두고 학습 비중을 달리하는 게 좋다. 최근 수시모집은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학종 전성시대’로도 불린다. 비교과 영역을 주로 따지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을 가늠하기 어려운데, 될 수 있으면 적정이나 하향 지원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비교과 중 ‘수상 실적’ 가장 큰 격차 유웨이중앙교육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수험생 8957명의 5학기(고1~고3학년 1학기) 교과 외 활동 및 교과 연계활동 실적을 교과성적 등급대별로 분석한 결과 ‘임원 학기 수’, ‘수상 실적’, ‘봉사활동 시간’, ‘R&E 소논문 실적’, ‘독서량’, ‘학기당 동아리 수’에서 1~2등급 수험생이 단연 앞섰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활동 실적은 ‘수상 실적’이었다. 1~2등급 수상 실적이 17.1건이었는데, 3~4등급은 6.6건, 5등급 이하는 3.2건으로 무려 5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임원(학급, 전교, 동아리) 학기 수’는 1~2등급이 2.9학기, 3~4등급이 2.1학기, 5등급 이하가 1.2학기였다. ‘독서량’도 1~2등급은 19.3권, 3~4등급은 13.5권, 5등급 이하는 9.1권으로 나타났다. 이만기 평가이사는 “학생부 교과 1~2등급 학생이 교과외 활동 및 교과 연계활동 실적도 우수하기 때문에 특별한 강점이 없는 3~4등급은 오히려 크게 불리할 수 있다”면서 “3~4등급 학생이 수시모집에서 무리하게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원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하! 우주] 1분에 4만 2000번 회전하는 중성자별 발견

    [아하! 우주] 1분에 4만 2000번 회전하는 중성자별 발견

    중성자별은 별의 잔해가 모인 천체다. 별이 죽은 후 남은 잔해는 자체 중력으로 뭉치게 되는데, 질량이 커질수록 더 강한 중력으로 단단하게 뭉치게 된다. 대략 태양 질량의 1.4배 이하는 백색왜성, 그 이상은 중성자별이 된다. 중성자별은 강한 중력으로 양성자와 전자까지 뭉쳐져 전부 중성자처럼 되는 것으로 별 자체가 하나의 원자핵이나 다름없다. 펄서(pulsar)는 이런 중성자별이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매우 빠르게 자전하는 경우를 말한다. 지구에서 관측하면 자전주기에 따라 규칙적인 신호를 내는 천체로 관측된다. 이 중에는 자전 속도가 매우 빨라 1초 미만인 것도 존재한다. 이들은 밀리세컨드 펄서라고 부른다. 태양 질량보다 큰 천체가 이렇게 빨리 회전해도 파괴되지 않는 건 중성자별이 강력한 중력으로 매우 단단하게 결합해 있기 때문이다. 원자의 구조는 축구장 중심에 축구공이 하나 있고 축구장 가장자리에 개미가 돌아다니는 것으로 묘사할 수 있다. 가운데 있는 축구공은 원자핵이고 개미는 전자다. 원자의 대부분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다. 중성자별은 강한 중력으로 여러 개의 축구공과 개미들이 모두 달라붙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밀도와 중력은 엄청나게 커진다. 동시에 빈자리 없이 촘촘히 메워진 상태이므로 그 강도는 우주에서 비교할 천체가 없다. 따라서 매우 빨리 회전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최근 네덜란드 왕립천문대(ASTRON)가 이끄는 국제 천문학자 팀은 지상 망원경과 미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서 3200~5700광년 정도 거리에 있는 새로운 밀리세컨드 펄서 ‘PSR J0952-0607’를 발견했다. 이 펄서는 1분 동안 4만 2000회의 회전 속도를 지녀 역대 두 번째로 빠른 펄서로 기록되었다. 가장 빠른 펄서가 분당 4만 3000회인 점을 생각하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더 빠른 펄서가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펄서의 자전 속도의 이론적 한계가 분당 7만 2000회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초고속 펄서는 혼자 있는 중성자별이 아니다. 아직 살아있는 동반성을 거느리고 있는데, 불과 6.4시간 주기로 그 주변을 공전한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공전하기 때문에 동반성은 막대한 물질을 잃고 있다. 분당 4만 2000회 회전하면서 다른 별과 6.4시간 주기로 공전하는 중성자별은 우주에서 가장 기이하고 극단적인 천체 가운데 하나다. 이보다 더 극단적인 천체는 더 강한 중력으로 중성자마저 버티지 못하고 하나의 점으로 붕괴하는 블랙홀뿐이다. 블랙홀이라는 더 극단적인 천체 때문에 상대적으로 SF 영화나 소설에서 별로 다뤄지지 않지만, 중성자별이나 백색왜성 모두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사연을 지닌 천체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펄서 역시 블랙홀 못지않은 우주의 신비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신도 유혹에 넘어간 타락한 신부…‘목요일이었던 남자’ 예고편

    신도 유혹에 넘어간 타락한 신부…‘목요일이었던 남자’ 예고편

    추적 미스터리 ‘목요일이었던 남자’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주인공 ‘스미스’는 고해성사를 하러 온 여성 ‘에스더’ 유혹에 넘어가 신부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다. 복권을 위해 스미스는 로마의 ‘사길리아(Sagilia) 수도원’을 찾고, 그곳에서 자신의 오랜 과거를 아는 이탈리아 정보국 요원을 만난다. 그리고 교황을 만나는 조건으로 미션을 제안 받는다. 바로 비밀 조직에 잠입해 리더를 추적하라는 것. 그렇게 위험한 거래를 수락한 스미스는 비밀리에 침투한 조직에서 다시 에스더를 만나게 된다. 영화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보르헤스로부터 “에드거 앨런 포보다 더 훌륭한 추리 소설 작가”라고 찬사를 받은, ‘G.K. 체스터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신도의 유혹에 넘어가 지위 박탈 위기에 처한 신부 ‘스미스’ 역은 배우 프란시스 아노드가 맡았다. 공개된 예고편은 고해성사하러 온 신도 에스더의 의미심장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이후 신부 스미스가 비밀 조직에 잠입하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진다. 특히 테러 조직에 잠입한 스미스에게 닥친 위기는 감춰진 진실을 궁금케 한다.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신부와 그의 앞에 나타난 의문 여인 이야기를 담은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오는 9월 14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95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하지원, 오우삼 감독 액션 누아르 ‘맨헌트’ 티저 예고편

    하지원, 오우삼 감독 액션 누아르 ‘맨헌트’ 티저 예고편

    오우삼 감독 신작이자 배우 하지원이 출연한 영화 ‘맨헌트’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맨헌트’는 동명 소설과 일본 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1976년)를 원작으로 살인죄를 뒤집어쓴 변호사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오우삼 감독은 남성 하드보일드 액션 대가인 만큼 지금까지 거의 모은 액션을 남자배우가 도맡아왔다. 하지만 이번 ‘맨헌트’에서는 최초로 여자 킬러가 등장했다. 그녀가 바로 하지원이다.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오우삼 감독표 액션과 한중일 배우 등장이 눈길을 끈다. 살인 누명을 쓴 도망자와 그를 쫓는 특수경찰, 베일에 가려진 암살단 킬러 등 범죄 액션 느와르 장르 모든 것이 담겨있다. 특히 하지원의 강렬한 눈빛과 시원한 액션이 눈길을 끈다. ‘맨헌트’는 중국, 홍콩, 일본, 한국, 대만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장한위가 누명 쓴 변호사 역을,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특수경찰 역을 맡았다. 하지원은 킬러 역을 맡아 변장과 잠입, 대담한 액션을 선보인다. 영화는 오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노리플라이 권순관, 결혼 발표 “홀로 지내려던 마음 변했다”

    노리플라이 권순관, 결혼 발표 “홀로 지내려던 마음 변했다”

    인디밴드 노리플라이(No Reply) 권순관(35)이 결혼을 발표했다.권순관은 6일 공식 홈페이지에 “저 결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직접 결혼을 알렸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면서 “그저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별로 말수가 없는 저에게 말없이 손잡아 줄 수 있고, 정말 제가 힘들 때 묵묵히 저를 기다려줄 사람”이라고 예비신부를 설명했다. 특히 “음악을 하기에 감정의 온도 차가 평범치 않은 저를 이해해주고 때로는 힘내라고 조용히 얘기해주는 그런 사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권순관은 ”부모님의 권유도 있었고 함께 배우고 있는 목사님의 권유도 있었고 같은 교회 안에서 함께 신앙을 훈련하며 홀로 지내려던 제 마음이 많이 변한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곁에 있으면 물 같아서 특별함 없는 이 사람이 만약 곁에 없다면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평생 함께 할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홀로 오랫동안 살아왔던 제가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크나큰 도전이지만,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모두의 축복 아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나가고 싶다“며 ”앞으로도 실망시키지 않고 더욱 깊고 따뜻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권순관(보컬, 건반), 정욱재(기타)로 구성된 노리플라이는 2006년 제17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이후 2008년 싱글 앨범 ‘고백하는 날’로 정식 데뷔했다. <이하 노리플라이 권순관 결혼 발표 글 전문> 며칠 동안 어떻게 하면 잘 전할 수 있을까 주저하며 홈페이지를 드나들었어요.많이 놀라신 분들도 계실 테고 갑작스럽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여러분께 소식이 전해지는 것 보다 제가 직접 여러분께 전하는 게 맞겠다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중에 하나이기에 여러분들께 말씀 드리는 것도 정말 신중하게 생각했고, 그 탓에 전하는 것이 조금 늦었지만 9월중에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어떤 짜릿한 감정이나 로맨스 소설에 나올법한 강렬한 사랑의 느낌보다는, 그저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별로 말수가 없는 저에게 말없이 손잡아 줄 수 있고, 정말 제가 힘들 때 묵묵히 저를 기다려줄 사람입니다. 음악을 하기에 감정의 온도 차가 평범치 않은 저를 이해해주고 때로는 힘내라고 조용히 얘기해주는 그런 사람입니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건, 부모님의 권유도 있었고 함께 배우고 있는 목사님의 권유도 있었고 같은 교회 안에서 함께 신앙을 훈련하며 홀로 지내려던 제 마음이 많이 변한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곁에 있으면 물 같아서 특별함 없는 이 사람이 만약 곁에 없다면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평생 함께 할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홀로 오랫동안 살아왔던 제가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크나큰 도전이지만,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모두의 축복 아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나가고 싶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시절,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통해 상을 받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음악을 전하게 되었고 그 음악을 좋아해주신 여러분들의 진심 어린 응원 속에 제가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웃을 수 있었고, 다 갚을 수도 없을 만큼 커다란 사랑 속에서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걸어왔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이렇게 한 사람의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래도 가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한가지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된 것도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거에요. 그래서 더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래요. 함께 기뻐해주시고 축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비록 서툴게 시작하더라도, 결혼을 통해 더 견고히 설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앞으로도 실망시키지 않고 더욱 깊고 따뜻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잘 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테바스 라리가 회장 “PSG와 네이마르는 수영장에 소변 본 것”

    테바스 라리가 회장 “PSG와 네이마르는 수영장에 소변 본 것”

    “파리생제르맹(PSG)이 수영장에 소변을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네이마르는 다이빙 보드 위에 올라가 소변을 본 것이고,” 유럽축구의 여름 이적시장이 마감한 지 한참 됐지만 굵직한 선수들을 빼앗긴 하비에르 테바스 프리메라리가 회장의 입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테바스 회장은 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사커렉스 컨퍼런스’ 개막 연설을 통해 작심한 듯 프랑스 리그앙의 PSG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를 겨냥했다.특히 테바스 회장은 PSG가 재정적 페어플레이(FFF) 제도를 농락하고 있다며 유럽축구연맹(UEFA)이 PSG와 맨시티에 대해 만족할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UEFA가 PSG 조사에는 착수했지만 맨시티 조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 대해 감정이 격앙된 것으로 보인다. PSG는 이번 여름 FC바르셀로나의 슈퍼스타 네이마르를 역대 최고액인 2억 2200만 유로에 영입했고, 유망주 킬리앙 음바페를 AS모나코에서 1억 8000만 유로에 임대했다. 맨시티 역시 2억 2100만 파운드가량을 선수 영입에 쏟아부어 역대 어느 이적시장에서 지출한 단일 구단 자금으로는 최고액을 기록했다. 테바스 회장은 또 맨시티가 최근 인수한 스페인 구단 지로나에 선수들을 싸게 임대해주면서 지로나가 자국 규정에 따른 재정 부담을 피해갈 수 있게 했다고 비난했다.그는 PSG나 맨시티를 유럽 리그에서 퇴출하자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금은 PSG와 맨시티의 문제지만 나중에는 바레인 왕자나 말레이시아 기업가가 축구산업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앞으로 TV(중계권)에서 더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맨시티와 오일이 이들 모든 선수들을 장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미래에 PSG의 타깃이 될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며 “둘의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금액은 치솟을 것이다. 그러나 PSG가 (영입을) 원하면 원유 공급량만 늘리면 충분히 사들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프랑스 프로축구리그(LFP)도 발끈했다. LFP는 성명을 내고 “PSG에 대한 라리가 회장의 모욕적인 발언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최근 특정 유럽 축구 구단들의 부정적인 여론전에 휘말린 PSG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나세르 알 켈라이피 PSG 회장도 이날 음바페 입단식에서 테바스 회장을 겨냥해 “누군가 화났다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맨시티 구단은 “테바스 회장의 발언은 잘 모르고 한 말이며 일부는 순전히 소설”이라며 “적절한 법적 조언을 구해 그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아름답지만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같은 삶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아름답지만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같은 삶

    때린 사람은 잊지만 맞은 사람은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이마무라 쇼헤이(1926~2006)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이야기는 ‘인과응보’라는 서사 구조 또는 틀을 벗어나서 성립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서 복수극은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되어 왔다. 최근 한국에서는 막장 드라마라는 이름으로 음모와 복수가 극에 달한, 그래서 세네카의 비극을 전형으로 하는 유혈과 권모술수를 뛰어넘는 상상 이상의 구조까지 다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점점 더 많은 양의 약을 먹어야 병이 다스려지다 결국 약이 듣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야행성 동물’이라는 뜻을 지닌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2016)의 경우도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지능적 복수극이 줄기를 이룬다. 열정과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두 젊은 남녀는 결혼에 이르지만 현실이라는 벽을 실감하며 헤어진다. 이후 남자가 여자에게 복수한다. 어찌 보면 진부한(?) 내용이다.하지만 이 영화가 남다른 것은 진부함을 매우 세련되게 포장할 줄 아는 감독, 아니 디자이너 톰 포드(1961~ )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2009년 ‘싱글 맨’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신고한 그가 7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사라질 뻔한 구찌의 명성을 되살린 재능 있는 디자이너의 두 번째 영화답게 대도시 LA 소재 수잔(에이미 애덤스)의 집과 그의 갤러리, 식당 등에 놓인 의상과 현대 미술품, 인테리어 디자인, 소품들은 감각이 세련되다 못해 완벽한 것처럼 보인다.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낸다. 수잔은 오래전 헤어진 전남편 에드워드(제이크 질런홀)가 보내온 소설 한 권을 받는다. 출간 전 가제본이다.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제목이 달렸다. 수잔은 소설을 펼쳐 읽는다. 영화는 소설 속 이야기가 또 하나의 영화로 이어지는 액자형 구조다. 영화 속 에드워드는 소설에서는 토니다. 제이크 질런홀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아니, 에드워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등장하지 않으니 토니를 연기한 셈이다. 영화 속 시공간은 LA이고 액자 속, 즉 소설에서의 시공간은 톰 포드가 자란 텍사스 사막이다. 극과 극의 조건이다. 인간의 우아함으로 가장된 끝없는 욕망을 상징하는 화려한 LA와 삭막하고 야성적이며 자연의 힘이 지배하는 텍사스 오지에서 같은 사람, 다른 이름의 에드워드와 토니는 결은 다르지만 끔찍한 일을 각각 겪는다. 그리고 수잔은 소설을 읽으며 에드워드와 지낼 때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자신의 별명이 ‘녹터널 애니멀스’였다는 것을 떠올리며 이 모든 일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깨어질 것 같은 유리그릇처럼 겉으로 행복했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약한’ 에드워드의 낭만적인 태도와 요령 없는 문학도로서의 삶이 가져다 줄 생활의 불편함에 수잔은 고민한다. 이때 문득 나타난 아찔하게 잘 생기고 세련되고 섹시한 남자를 만나 뱃속에 있던 에드워드의 아이를 지우고 새로운 선택을 한다. 그 후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교양 있고 패셔너블한 생활과 모던하고 럭셔리한 저택 ,그리고 매우 정련된 취향의 부르주아지로서의 삶이다. 소설 속 토니는 딸과 아내를 데리고 주말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마르파다. 텍사스주 서남단, 애리조나 주와 멕시코의 경계에 있는 작은 도시다. 댈러스에서 차로 7시간이나 걸리는 사막의 오지 중 오지다. 영화 ‘자이언트’의 배경으로 유명해졌다. 오늘날 현대 미술 마니아들이 미니멀리즘의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바로 도널드 저드(1928~1994)가 1986년 세운 미술관 치나티 파운데이션이 있어서다. 면적 137만 5931㎡(약 40만평)의 미술관은 군부대였던 곳을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의 지원으로 구입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크기의 미니멀리즘 대표작들을 모아 놓았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토니가 마르파에 가려 했던 까닭은 치나티의 상징적인 모순이었을 것이다. 원래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형태를 통한 진리를 탐구’하는 것으로 작품에 ‘본질적인’ 아우라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용과 크기 때문에 개인이 만들거나, 후원하거나, 소장하기 힘든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며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 디아가 후원한 대형 작품이 만들어지면서는 본래의 소박한 물질 또는 형태의 본질이나 진리보다는 ‘텅 빈’ 작품에 무언가 ‘본질적인 것’을 덧씌우는 일로 변질되었다. 따라서 미니멀리즘의 제도적 구분과 모순되는 상황은 세속화, 물질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반된 미니멀리즘의 처지를 보면 오늘날 현대미술은 보통 사람의 상류사회 진입을 막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재화가 곧 지위의 상징인 마당에 자본주의가 더욱 발달하며 누군가와는 차별화된 시각적 지위의 증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가치 있는 존재다. 수잔의 갤러리와 거실은 이런 차단 효과를 극대화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작품에도 놀라지만 그 값에 다시 한번 놀란다. 영화 전개상 꼭 필요한 그림은 검은 바탕에 흰 글씨인 ‘리벤지’(REVENGE)와 리처드 미즈락(1949~ )의 사진 ‘장총을 든 남자’, 데이미언 허스트(1965~ )의 ‘성세바스티아누스의 격렬한 고통’ 정도다.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모빌이나 로버트 폴리도리(1951~ )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침실’과 ‘마라의 죽음’ 같은 사진, 그리고 토니 스미스(1912~1980)의 조각이나 침실에 걸린 마크 브래드퍼드(1961~ )의 그림, 존 커린(1962~ )과 제프 쿤스(1955~ )의 조각은 아비투스(Habitus), 즉 계급 지위를 유지하고 재생산하기 위한 문화적 취향을 과시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계통이나 맥락 없이 부와 교양을 동시에 드러내며 그 주인이 누리는 현재의 지위와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강변할 뿐이다. 그림은 걸릴 곳에 걸려야 하고 조각은 있을 곳에 있어야 한다. 말과 행동도 마찬가지이다. 수잔의 아무 생각 없는 말이 에드워드에게는 상처가 된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지만 피해자는 잊을 수 없다는 사실은 차갑고 투명해 아름다운 유리그릇의 깨어지기 쉬운 속성과 같다.
  • 마지막 순간까지 펜 놓지 않아… 유작 ‘추억마저 지우랴’ 이르면 이달 출간

    지난 5일 별세한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최근까지 새 소설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지기 직전까지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고인의 유작은 이르면 이달 출간될 예정이다. 윤석전 어문학사 대표는 6일 “단편 21편을 묶어 ‘추억마저 지우랴’라는 제목으로 내기로 해 편집까지 마친 상태인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유족과 상의해 이달 안에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 전 교수는 어문학사에서 소설 ‘나는 너야’(2015)와 ‘나만 좋으면’(2015), 에세이 ‘인간에 대하여’(2016) 등을 펴냈다. 윤 대표는 “사흘 전 통화하면서 단편집·중편·장편소설 순서로 내보자고 얘기했다”며 “중편은 이미 완성됐다고 들었는데 원고는 미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첫 장편인 ‘권태’(1989)가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못했다며 재출간도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나올 ‘추억마저 지우랴’는 370쪽가량의 소설집이다. 파티 장면으로 시작하는 단편 ‘카리스마’는 소심하고 세상을 무서워하는 한 여성이 마초적인 남성으로부터 사랑을 구하는 내용이다. ‘변태는 즐거워’, ‘박사학위와 오럴 섹스’, ‘고통과 쾌감 사이’ 등 단편의 제목이나 머리말을 대신해 쓴 서시 ‘그래도 내게는 소중했던’에서 고지식한 지식사회에 금을 냈던 고인의 솔직함이 드러난다. ‘시들하게 나누었던 우리의 키스/어설프게 어기적거리기만 했던 우리의 춤/시큰둥하게 주고받던 우리의 섹스//기쁘지도 않으면서 마주했던 우리의 만남/울지도 않으면서 헤어졌던 우리의 이별/ 죽지도 못하면서 시도했던 우리의 정사(情死)’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회가 쫓아낸 이들에게 곁을 내주는 게 치유”

    “사회가 쫓아낸 이들에게 곁을 내주는 게 치유”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아프리카 피그미족은 숲의 정령을 위로할 때 몰리모를 분다. 속이 꽉 찬 나무 막대기에서 어떻게 소리가 날까 의아해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말한다.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몰리모가 될 수 있지요. 세상의 누군가는 몰리모 소리를 듣지 않겠어요.”주면 받고, 받으면 준다는 잇속으로만 가득한 세상에서 아무 대가나 조건도 없이 누군가를 위해 진심을 다하는 행위인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이들을 불러내는 김가경(52) 작가의 소설들은 이 몰리모 소리와 닮아 있다.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홍루’가 당선되며 등단한 그의 새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강) 속 인물들은 모두 세상을 작동시키는 교환의 논리와는 비껴나 있는 이들이다.“요즘 문학은 새로움을 찾는 것, 낯설게 하기에만 집중하면서 인간이 갖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우리와는 상관없는 ‘완벽한 타인’이라고 격리시킨 사람들을 작품 속에 불러 모았어요. 우리 시대와 사회가 ‘비정상’이라며 멀리 쫓아 버린 인물들끼리 서로 웃어 주고 등을 쓸어 주고 상대의 상처를 왜곡 없이 봐 주는 이야기를 통해 타인에게 곁을 내주는 소소한 행위들이 어쩌면 우리가 치유받는 시작이고 끝일지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버지와 연인에게 돈으로 착취당하는 ‘너’(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경찰견 조련사로 일하다 우연히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며 동물학대죄로 낙인찍혀 떠돌이 생활을 하는 ‘그’(다이아몬드 브리지),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이 드나드는 지방 도시의 클럽에서 일하는 명자(홍루)는 자본이 득세하는 세상의 정반대편에 자리하며 우리 세계의 폭력과 고통을 찬찬히 곱씹어 보게 한다. 표제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에서 ‘너’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어 주는 남자가 파는 짝짝이 신발, 그가 부는 몰리모가 대표적이다. 모두 현재적 가치나 정상성의 범주와는 동떨어져 있지만 단일한 가치만 떠받들어지는 세상에 온기를 더하는 소재와 배경들로 작가는 남루함을 각별함으로 만들어 낸다. 이경재 문학평론가는 “김가경이 창조해 낸 서늘한 감미로움 속에 떠오르는 여러 존재는 우리 시대가 멀리 쫓아 버린 타자들의 문학적 재현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차기 금감원장에 최흥식 대표… 첫 민간 출신

    차기 금감원장에 최흥식 대표… 첫 민간 출신

    정부 “김상조 위원장이 추천” 노조 “적폐청산 의문” 반발 차기 금융감독원장에 최흥식(65)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내정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6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진웅섭 금감원장 후임으로 최 대표를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과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인천 출신인 최 내정자는 경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릴대학과 파리도핀대학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사), 금융연구원장, 연세대 경영대 교수 등을 지내며 학계에서 활동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2010년)와 하나금융지주 사장(2012~2014년)으로 재직한 뒤 2015년 서울시향 대표를 맡았다. 금융위는 “최 내정자는 폭넓은 연구 실적과 실무 경험, 높은 전문성을 보유했다”며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맞춰 금감원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최 내정자는 역대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 된다. 금감원은 2008년 금융위와 분리된 뒤 금융위 퇴직 관료들이 원장을 맡았다. 당초 금감원장에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에서 금융 전문성 부족으로 반발하자 최 내정자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 내정자를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과 최 내정자는 2009년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에서 발주한 ‘금융백서’를 함께 집필하며 인연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최 내정자가 지난 3월 서울특별시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내역은 24억 9651만원이다. 한편 진 원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모든 위대한 문학작품은 일리아드나 오디세이아’라는 프랑스 어느 소설가 말처럼 우리 인생 자체가 ‘전쟁’이거나 ‘모험’이다”라며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지만, 지금의 도전이 금감원을 더욱 강건히 만드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원장은 2개월여 임기가 남은 상태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하나은행의 최순실·정유라 불법 지원에 대한 검사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았는데 하나지주 사장 출신을 임명하는 게 적폐 청산인가”라며 반발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섬, 가을과 썸타다

    섬, 가을과 썸타다

    사량도에 가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다. 통영 가오치항, 고성 용암포, 사천 삼천포 신항 등이 들머리다. 그중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가오치항이고 용암포에서도 자주 페리가 운항한다. 뱃삯은 편도다. 왕복이라 해서 할인되는 건 없다. 따라서 들고 나는 곳을 달리하는 것이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방법이 된다. 예컨대 입도할 때는 고성, 나올 때는 통영을 이용하는 식이다.고성 용암포를 들머리로 이용할 경우 인근에서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학동마을이다. 전주 최씨 집성촌으로 아름다운 옛 담장을 두르고 있어 등록문화재(258호)로 지정된 마을이다. 마을의 돌담은 고택 사이를 굽이쳐 돌아간다. 돌담의 재료는 판석(납작돌)이다. 판석을 쌓고 황토를 덧대 담장을 만들었다. 기와가 아닌 판석으로 덮은 돌담은 전국에서 이 마을이 유일하다고 한다. 최씨종택, 최영덕 고가 등 볼만한 고택도 남아 있다. 학동마을 끝자락엔 서비정이 있다. 일제강점기의 우국지사 최우순(1832∼1911)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1924년 세운 사당이다. 외모로만 보면 사당보다는 멋들어진 정자에 가깝다. 서비정 정문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마을 주민들의 표현처럼 “아주 잘생긴” 소나무다.학동마을에서 상족암군립공원이 멀지 않다. 상족암은 상다리를 닮은 바위라는 뜻이다. 시루떡처럼 쌓인 해식단애의 형상이 꼭 개다리소반을 보는 듯하다. 파도의 침식으로 형성된 바닥면의 평평한 파식대도 인상적이다. 이 일대를 덕명리 공룡과 새 발자국 화석산지(천연기념물 411호)라고도 부른다.상족암은 날물 때 찾아야 한다. 상족암 일대와 공룡 발자국 화석 등은 썰물 때라야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상족암에서 맞은편 제전마을로 갈수록 지층이 점차 젊어진다. 마을 앞에도 수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다. 특히 촛대바위 앞은 수많은 공룡이 ‘발자국의 성찬’을 벌인 곳이다. 소을비포성은 왜구 방비를 위해 고성만에 축조한 옛 수군기지다. 해안에 돌출된 구릉 위에 돌을 쌓아 만들었다. 현재 둘레 200m, 높이 3m의 성벽과 성루 한 곳이 복원돼 있다. 소을비포성까지 가는 해안길이 인상적이다. 남해의 고즈넉한 풍경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간다. 다소 거리는 있지만 무이산 아래 문수암도 가볼 만하다. 절집 뜨락에 서면 멀리 사량도 등 다도해의 빼어난 풍경이 걸개그림처럼 펼쳐진다. 통영 가오치항에 내리면 길이 갈린다. 왼쪽은 통영 시내, 오른쪽은 도산면 쪽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도산면 일대를 돌아보길 권한다. 남해를 따라 해안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인적 드문 해안길을 주행하는 맛이 각별하다. 도산전망대에 서면 사량도 등 남해의 수많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통영 나가는 길에 북신만해양공원에 들러도 좋겠다. 바다 쪽으로 산책로가 나 있다. 대단한 볼거리는 아니지만 ‘인증샷’ 찍기 좋은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다.가오치항에서 가까운 통영의 명소는 미륵도다. 전혁림미술관, 김춘수 유품 전시장, 달아공원, 미래사 등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들이 죄다 이 섬에 깃들어 있다. 한려수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도 이 섬에 있다. 먼저 박경리기념관부터 찾는다. 다른 명소들에 견줘 비교적 최근 들어선 곳이다. 이름 그대로 통영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의 대표작인 ‘토지’ 친필 원고, 편지 등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또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실, 자료실 등도 마련돼 있다. 입장은 무료다. 기념관 뒤편엔 그가 묻힌 묘가 있다. 미래사는 미륵산 아래 편백나무 숲 사이에 고즈넉하게 들어앉았다. ‘무소유’의 맑은 삶을 실천한 법정 스님이 1954년 출가한 절집으로 더 잘 알려졌다. 고은 시인이 일초라는 법명으로 스님 생활을 했던 곳도 이 절집이다. 미래사의 대표 볼거리는 역시 편백숲이다. 일제강점기 때 가장 먼저 편백나무 시험 식목을 한 곳이라고 한다. 광복 후 사찰에서 매입해 산책로로 조성했다. 쭉쭉 뻗은 나무들이 만든 수직 세상을 오가며 삼림욕을 즐기는 맛이 각별하다. 평일에도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절집을 찾는다. 미래사에는 일주문이나 불이문, 천왕문 등이 없다. 대신 삼회도인문(三會度人門)이 있다. 미래에 찾아올 미륵불이 세 차례에 걸쳐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이다. 미래사 옆으로 미륵산 정상까지 가는 등산로가 나 있다. 1시간 안쪽에 오를 수 있지만 제법 발품을 팔아야 한다. 미륵도는 가급적 오후에 찾기를 권한다. 한 굽이 돌 때마다 해안 절경을 토해 내는 산양일주도로는 해질녘에 달려야 제맛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가 다도해의 섬들 뒤편으로 사라지고 난 뒤 만들어 내는 붉은 기운은 그야말로 몽환적이다. 글 사진 고성·통영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 통영 가오치항(647-0147)에서 사량호가 하루 6회 왕복 운항(3~11월)한다. 오전 7시~오후 5시 사이의 홀수 시 정각에 출항한다. 사량면 중심지인 금평항과 아랫섬의 덕동항을 거쳐 돌아온다. 금평까지 40분 남짓 소요된다. 주말에 승객이 많을 경우 1시간 간격으로 증편한다. 통영 시외버스터널 등에서 배 시간에 맞춰 시내버스를 운행한다. 고성 용암포(673-0529)에선 하루 8회(주말 12회) 윗섬의 내지마을까지 왕복 운항한다. 주말의 경우 오전 7시 40분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매시 40분(마지막 항차는 오후 5시 30분)에 출항한다. 내지마을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사천 삼천포 신항(832-5033)에서도 하루 5회(주말 6회) 내지마을까지 운항한다. 섬 안에 콜 택시와 가이드 투어를 겸하는 관광 종사자들도 있다. 사량도에 닿으면 먼저 배 시간과 사량도 마을버스 운행시간 등을 확인한 뒤 등반 시간을 짜야 한다. 사량면사무소 650-3620. →잘 곳 : 금평과 내지마을 등에 펜션, 민박 등이 몰려 있다. 배가 닿지 않아 조용한 대항마을에도 로시난테 펜션 등 숙박업소가 있다. →맛집 : 섬 특성상 생선회를 파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우리식당(642-6103)이 밑반찬이 정갈하고 양도 푸짐한 편이다. 면사무소 앞에 있다. 내지마을엔 포장마차촌이 형성돼 있다. 일반 식당보다 늦게까지 운영한다. 값은 별 차이가 없고 다소 저렴한 정도다.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사람 통하고 역사 흐르는 공존의 물길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사람 통하고 역사 흐르는 공존의 물길

    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5회 ‘서울의 물길-청계천’이 서울 중구와 동대문구, 성동구 청계천 일대에서 지난 2일 진행됐다. 한동안 사대문을 벗어났던 투어 일정이 은평구와 용산구, 광진구, 도봉구, 강북구 일대를 돌고 돌아 다시 시내로 진입했다. 청계천에서 시작하는 서울의 물길 시리즈도 한강 선유도와 중랑천변 서울숲까지 두 번 더 이어질 계획이다. 이날 미래투어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해 ‘대가족 나들이’ 같은 분위기였다. 해설을 맡은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가을 하늘처럼 낭랑한 목소리로 2시간 30분 동안 3㎞가 넘는 복잡한 도심코스를 편안하게 이끌었다.도시에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흐른다. 청계천은 서울이라는 오래된 도시의 원형을 이루는 뼈대 같은 곳이다. 물길을 따라 마을의 입지와 구조가 결정됐고 주민이 구성됐으며 문화가 형성됐다. 서울은 고개의 도시요, 물의 도시다. 서울의 땅 위로는 200여개의 크고 작은 고개가 주름졌고 땅 아래에는 35개의 하천이 굽이쳤다. 이 가운데 원래 서울 사대문 중심을 가르는 내수(內水)가 청계천이다. 서울의 외수(外水) 한강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데 반해 청계천은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풍수학상 조선 500년을 보장한 역수(逆水)이다.청계천 물길이 조선 한양을 5부(五部)의 도시로 만들었다. 청계천 이북은 북부요, 이남은 남부였다. 동쪽 끝자락은 동부이고, 서쪽 끝자락은 서부이며, 물가는 중부가 됐다. 청계천의 존재가 도시를 남북으로 분리하는 이중도시(二重都市)의 유전자를 서울에 심었다.일제강점기 조선사람은 북촌, 일본인은 남촌에 살도록 분리하는 거주지 차별정책으로 이어졌다. 1932년 서울(경성) 인구는 37만명이었고 이 중 71%가 조선인, 28%가 일본인이었다. 인구비율은 7대3이었지만 토지보유율은 3대7이었다. 박태원은 ‘천변풍경’에서 1930년대 경성의 남북을 오가며 사는 청계천변 사람들의 일상을 낱낱이 그렸다.70년대 강남이 개발되면서 청계천을 경계로 한 남북 구분 짓기는 한강을 중심으로 한 강남과 강북 구분 짓기로 확대됐다. 서울의 공간적, 심리적 분리주의가 심화된 양상이다. 조선 내내 청계천을 놓고 구분 짓기가 성행했지만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민초들이 산 청계천 이남에서 지배층의 근거지로 건너가는 사다리는 끊기는 법이 없었다. 무려 86개의 다리가 개천에 놓였다. 고종 때 도성 안에 76개, 도성 밖에 10개의 다리가 놓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광통교, 장통교, 수표교, 효경교, 마전교, 오간수교, 영도교가 대표적이다. 다리는 재질에 따라 다양했다. 돌다리도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나무다리였고 가죽다리, 섶다리, 가마니다리, 징검다리, 배다리처럼 지역 사정에 따라 달랐다. 장마가 지면 떠내려갔기 때문에 위치는 바뀌기 일쑤였다. 청계천은 근대화와 산업화의 이력서다. 도시의 상징에서 도시의 암종으로 극과 극의 부침을 거듭했다. 1958년에 시작한 복개공사로 1977년 물길이 닫혔다가 2005년 재생됐다. 숱한 물난리와 전쟁통에도 살아남은 광통교와 장통교는 원형을 잃었다. 복원된 하천 폭보다 다리가 긴 수표교는 장충단공원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청계천은 준천(濬川)의 산물이다. 조선 21대 영조의 3대 치적이 탕평책과 균역법 시행 그리고 준천이다. 동대문 오간수문 옆 방산시장의 방산(芳山)과 청계천의 명물 수양버들이 준천에서 유래했다. 하천 바닥에서 퍼낸 흙더미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을 뿐, 방산동의 옛 지명은 ‘만들어진 산’ 즉 조산동(造山洞)이다. 거지들이 흙더미에 땅굴을 파고 들어가 살았는데 영조가 이들에게 뱀을 잡아 파는 독점권을 부여하는 바람에 ‘땅거지=땅꾼’이 됐다. 거지패의 우두머리를 ‘꼭지’라고 불렀다. 천변은 서울 꼭지(깍정이)의 소굴이 됐다. 연암 박지원의 풍자소설 ‘광문자전’의 주인공 광문이 꼭지단의 일원이다. 청계천 버드나무는 영조가 홍수 때 제방의 유실과 범람을 막고자 심었다. 세월이 흘러 청계천 풍경의 대명사가 됐다. 청계천을 노래한 시와 그림에 버들개지와 수양버들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청계천을 덮으면서 뽑은 버드나무는 청계천을 여는 과정에서 심지 않았다. 대신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장식했다. 가난했던 시절 쌀밥같이 생긴 화려한 꽃이 좋았다는 서울시장의 취향에 따랐다고 한다. ‘임기 중 완공’이라는 권력욕에 눈이 멀어 역사와 문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복원이라는 미명아래 이뤄진 또 하나의 개발사업이었다. 옛 청계천에는 복원된 다리 22개에다 한강다리 31개를 더한 것보다 33개나 더 많은 다리가 있었다. 청계천 건너기가 오히려 불편해졌음을 알 수 있다. 심리적 소통지수도 다리 수와 비례할 것이다. 청계천 물길은 흐르지만 아직 회복 못한 것들이 많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서울의 근대교육:정동> 집결: 9월 9일(토) 오전 10시 지하철 2호선 서울시청역 10번 출구 앞 신청(무료):서울시 서울미래유산(futureheritage.seou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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